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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우비] 0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8.26|조회수535 목록 댓글 0

[도쿄 여우비] 04

 

 

 

 

 

 

 

 

 

 

 

 

1. 秀스시집 안.

(3부 연결)
서로 바라보고 그대로 얼어 붙는 두 사람
심장이 멎은 듯 그저 놀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유스케  (E) 왜요?맘에 안 들어요?
수진  (그제야, 들어서며) 아뇨.
메구미  (E) 여보, 야채가 상한 게 들어 왔네.

현수, 그제야 정신 든 듯 돌아보면
메구미, 재료든 바구니 들고 주방에서 나온다.
그녀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버리는 수진, 두 손으로 입 막은 채 바라보면
현수도 식은 땀이 흐른다.

메구미  어떡하지? 내가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현수  어...괘..괜찮아요.
수진  (놀란, 그저 멍하니 메구미 보는)
메구미  그럼 데쳐서 그냥 쓸까?
현수  그래요, 당신 편할 대로..(마른 침이 자구 넘어간다)
유스케  자리가 마땅찮군.
메구미  (수진 발견하고) 어서오세요. (자리 둘러본다. 테이블이 꽉 찼다)
유스케  다른 데로 갈까?
수진  (그제야 정신이 드는) 어,,,아, 아니...나는
메구미  (주방장 앞 바 가리키며) 이리로 앉으세요. 가게가 좀 작아서...
         (현수 앞 자리로 안내하며 정중히 인사한다)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수진  (같이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현수 앞에 앉는다)
현수  (침이 마른다)
수진  (현수 보지 못한다)
현수  (괴로운 호흡만)
유스케  (수진 옆에 앉으며)마음에 안 들면 지금이라도 옮기지?
수진  아니예요...(어렵게 현수 보며) 좋아요.
현수  (그 시선에 아찔해지고)
유스케  (못마땅한 표정으로 둘러보다) 분위기가...영...수진씨한테 안 맞네요.
현수  (입술 깨문다. 유스케 보는)
수진  (어지러운 듯 자꾸 이미 끝만 매만지는데)
메구미  (메뉴판 건네며) 주문 하시겠습니까?
유스케  뭘로 할까?
수진  (메뉴판 받아 드는 손이 파르르 떨린다)
현수  (그 손짓에 아픈, 외면하면)
유스케  (미소로) 마땅한게 없어요?
수진  (진정하며) 아...아무 거나...음...주방장 추천을 먹을게요.
유스케  (메뉴판 접으며) 그럼, 나도 그러지. (현수 향해) 맛있게 해줘요.
현수  (두 사람 향해 꾸벅 절한다) 준비하겠습니다.(준비하려는 그의 몸짓이 자꾸 허둥댄다)

수진, 그 모습 차마 못 보겠는 듯 시선 돌리면 현수 옆에서 일하고 있는
메구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착해 보이는 여자.그리고 현수를 향한 미소.
수진, 가만히 입을 가려 감정 누르는데

유스케  (이상한 듯)왜, 어디 불편해요?
수진  (부러 웃으며 고개 젓는데)
유스케  (수진의 눈가 매만지며)왜?눈 아파요?
현수  (바라보던  시선, 돌려버린다)
수진  (헛기침 흠, 하며) 아뇨, 피곤해서 하품이 ...자꾸 나요.
유스케  피곤해요? 가다가 병원에 잠깐 들릅시다. 당신이 또 쓰러질까 봐 늘 걱정이야.
수진  (웃는) 그 정돈 아니예요. 괜찮아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생선살 집어 드는 현수, 칼 집어 드는데 자꾸만 손끝이 흔들린다.
호흡이 가빠오고, 식은 땀이 흐른다.

메구미  (현수 옆에 더 바싹 다가가) 마끼 할까요?
현수  어, 나중에.
수진  (본다)
현수  (시선 피하면)
메구미  당신 어디 아파요? (닦아주며) 식은 땀을 왜 그렇게 흘려?
현수  (미소로) 괜...찮아요.
수진  (마른 침 삼키며 물잔 든다. 손이 또 파르르 떨린다)
현수  (수진 본다)
수진  (현수 본다)

마주친 시선이 괴로운 듯 외면하는 두사람.
점점 숨이 막히는 두 사람.
서로의 시선이 주춤주춤 서로를 찾는 수진과 현수,
수진, 괴로운 듯 시선 돌려버린다.
그 모습에 현수, 입술 깨문다.
외면한 수진의 얼굴 보던 현수, 그 시선으로 유스케 바라보는데
유스케와 시선 마주친다. 그저 별스럽지 않게 시선 돌리는 유스케
수진을 향해 가만히 웃는다.
피곤해 보이는 수진이 안쓰러운 듯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칼을 준 손끝이 휘청하는 현수,
그러다 마주치는 수진과 현수의 시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듯 현수, 칼 거칠게 내려 놓는다.

현수  죄송합니다. 다음에 모시겠습니다.(그대로 뒤쪽으로 나가버린다)
수진  (눈 질끈 감는다)
메구미  (당황한) 죄송합니다. 저런 사람이 아닌데...정말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가서...(돌아서려는데)
수진  (그녀 손잡으며) 아니에요.
메구미  (보면)
수진  (어색한, 손 놓는다. 이 사람이 현수의 아내?하는 시선으로 메구미의 이목구비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떨려오고)
메구미  (조금 무안한)
수진  (마른 침 삼키곤, 가볍게 인사하며, 일어) 고맙습니다.
메구미  (어리둥절 보다 같이 인사한다)
수진  (괴로운 듯 시선 외면하며, 미소로, 일어)다음에 올께요.
메구미  (깊게 절하며)네,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유스케  (기분 나쁜)가지.

돌아서는 수진, 쓰러질 것만 같다.

2. 동, 주방 뒷문
밖으로 뛰어나오는 현수, 벽에 기댄 채 숨을 몰아 쉰다.
숨이 막힌 듯 가슴 부여잡는다.
거칠게 숨 몰아 쉬던 현수,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 듯 어쩔 줄 모르고.
너무도 괴로운 듯 그대로 얼굴 감싼다.

3. 동, 스시 집 앞
문 닫고 나오던 수진, 잠시 닫힌 문에 몸 기댄다.
고개 들면, 그제야 수진의 눈에 들어오는 식당 간판 "秀"
감정이 복잡해지는 듯 아랫입술 깨물던 수진, 그대로 차에 오른다.

4. 유스케의 차 안
달리는 차 안,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창 밖만 내다보는 수진, 한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수진, 아무런 표정이 그저 창 밖만 내다보면

유스케  괜..찮아요?
수진  (애써, 미소로 끄덕인다)
유스케  또 어지러우면...다음에 들러도 돼요.
수진  아, 아뇨. 저도 뵙고 싶었어요.
유스케  (고마운 미소로 손 잡아주면)
수진  (미소로 고개 돌리는 데 입술만 파르르 떨려온다)

5. 秀 스시집 안
식당으로 돌아오는 현수, 마음이 무겁다.
수진이 앉았던 빈자리 바라보다 괴로운 듯 시선 외면한다.

메구미  (그 모습에)당신...왜 그리요?
현수  아냐. 아무 일 아니에요. 그냥...좀 어지러웠어.
메구미  (걱정스런)어지러워요?
현수  지금은 괜찮아요. 신경쓰지 말아요.
메구미  (걱정스런)병원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현수  그 정돈 아니예요. (힘찬 미소로)일 합시다. (주방장 자리로 들어가는데)
메구미  (E)수진상 참 멋진 배우 같아요. 다른 사람 같으면 화내고 갔을 텐데
현수  (멈칫한다)
메구미  일어가 아직은 서툰가봐. 나보고 "고맙습니다" (웃음) 그래도 다음에 온다네요.
현수  (움직이질 못한다)
메구미  (일하다 현수 보곤) 괜찮아요?
현수  응 괜찮아.

6. 유스케의 할머니 집 안
양식풍의 일본식 집 안. 수진과 유스케 나란히 앉아있다.

유스케  어릴 때 키워 준 할머니예요. 진심으로 날 좋아해준 단 한 사람이지.
수진  (미소로 보면)
유스케  (실수한 듯) 미안해요. 이젠 수진씨도 있구요.
수진  (어렵게 미소로 보는데)

단아한 모습의 할머니,차 끓여 들고 들어온다.
수진, 일어나 받으려면

할머니  그냥, 앉아요. 와 준 것만 고마운데요. (테이블에 차 내려 놓는다)
수진  (따라 앉으면)
할머니  (수진에게 차 권하며)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는데 실물이 더 예쁘네요.
유스케  (수진에게)직접 보니까 더 예쁘데요.
수진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할머니  (수진의 손 잡으며) 진심으로 결혼 축하해요. 결혼해서 애도 많이 낳구 행복하게 살아요.
유스케  (쑥스러운 듯 웃으면)
수진  (무슨 말인가 잘 못 알아 듣는 듯 미소로 보면)
유스케  결혼해서...행복하게...애 많이 낳으라구요.
수진  (미소로 할머니 보며 작게 끄덕이면)
할머니  (낡은 선물 상자 수진에게 건네며) 내가 시집 올 때 받은 선물이예요.
         유스케가 결혼하면 주려고 뒀던 건데...마음에 들지 모르겠네요.
유스케  열어 봐요.
수진  (가만히 열어보면 낡은 금가락지 들어있다.)
유스케  할머니 시집 올 때 선물이래요. 나랑 결혼하는 사람한테 주고 싶었다고.

수진, 자신도 모르게 와락 눈물 쏟는다. 놀라는 유스케와 할머니.
당황한 듯 얼른 눈물 삼키며 미소로 일어서는 수진.

수진  화,....화장실 좀.
유스케  저 쪽.(하며 일어서려면)
수진  (고개 젓는다. 미소로 혼자 화장실로 달려가면)
유스케  (조금 당황한 시선으로 보고)
할머니  (같이 그렁해) 참 착한 아가씨네. 별 것도 아닌 선물을...감사하기도 해라.
유스케  (미소로) 네. 좋은 여자예요.

7. 전실
입 막은 채 화급히 뛰어 나온 수진,
깊은 숨 몰아쉬는 수진,
눈물 참으려 애쓰고 또 애쓴다.
손 부채질도 하고, 고개도 흔들어보고, 휴지로 눈물 닦아내던 수진,
모질게 마음 먹은 듯 애써 미소 지어 보이곤 그대로 돌아선다.

8. 秀 스시집 앞
식당 나서는 마지막 손님 향해 현수, "안녕히 가십시오" 꾸벅 절한다.
영업 끝난 듯 포장 올리던 현수, 수진이 떠난 거리 돌아보다 답답해진다.
가만히 머리 쓸어 넘기던 현수,

현수  (안에 향해) 메구미. 나 좀 나갔다 올게요.
메구미  (나오며) 아프다면서 어딜요?
현수  바람 좀 쐬려구. (미소로)당신도 올라가서 좀 쉬어요. 힘들었을 텐데.
메구미  힘들긴. 금방 올 거죠?
현수  (걸어가며) 응.

9. 동네 공원
힘없이 걸어오던 현수, 벤치 위에 가만히 주저 앉는다.
앉은 채 멍한 시선으로 어딘가면 바라보는 현수,

10. 호텔 전경 (낮)
수진이 묵고 있는 최고급 호텔 전경.

11. 호텔 방 안
수탭들의 도움으로 파티 복으로 갈아입은 채 맵시 점검 중인데
문 활짝 열리며 만희 들어선다.
돌아보던 수진, 만희 보고 활짝 웃으면

만희  (웃으며)우아~~오늘 따라 무지 예쁜데?
수진  너무 많이 불렀더라. 오빠.
만희  축복 받아야지. 그럴 자격 충분해.
수진  (쑥스러운 듯 미소, 조급 씁쓸해지면)
만희  내일 결혼 발표 할때 행복한 모습 숨기지 말고 보여줘. 그게 예의야.응?
수진  (조그맣게 끄덕인다)
만희  준비 끝났으면 나가자.

12. 현수의 스시집 작은 뜰
뚝뚝하게 웃는 현수, 보면 8개월 쯤 된 아들 안은 채 허허 웃는다.

현수  녀석 하품 한 번 하면서 온 몸을 비트네.
메구미  (빨래 널며)당신 닮았죠. 뭐.
현수  그런가? (웃으며 돌아보면)
메구미  (일 끝내고 현수에게 다가와 아이 받아 안는다) 우리 아들, 엄마랑 오랜만에
         낮잠이나 잘까요? (미소로 현수 보면) 당신도 올라갈래요?
현수  아냐. 마저 정리하고 올라갈게. 가서 눈 붙여요.

메구미, 아들에게 뽀뽀하며 돌아서면
그 모습 바라보던 현수, 미소로 가만히 돌아선다.
가만히 하늘 한 번 올려보던 현수, 괴로운 듯 가만히 눈 감는다.

13. 파티장 문 밖
파티 음악이 화려하게 들려오는 문 밖.
문 벌컥 열리면 수진, 괴로운 듯 다급히 뛰쳐나온다.
숨 쉬기가 답답한 듯 잠시 벽에 몸 기대는데
뒤따라 나오는 유스케, 벽에 기댄 수진 발견하곤 걱정스런 표정 역력하다.

유스케  혼자...괜찮아요?
수진  (애써 웃으며) 술을 괜히 마셨나봐. 빈 속에 마셨더니.(미소로) 속이 또 울렁거려서.
         (웃으며)미안해요. 혼자 두고 가서.
유스케  매니저 불렀어요. 같이 병원가요. 내가 가고 싶지만.
수진  (웃으며)아니예요. 둘 다 빠지면 어떡해요. 좀 쉬면 나을 꺼예요.

14. 호텔 방안.
다급히 들어오던 수진, 그대로 침대에 풀썩 주저앉느다.
호흡이 가쁜 듯 천정 올려보던 그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눕는다.
누운 채 한없이 바닥만 바라보던 수진, 벌떡 일어선다.
도저히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듯 방안을 서성이던 그녀,
자신이 우스운 듯 다시 침대에 걸터 앉는다.
멍한 시선으로 어딘가만 바라보던 그녀의 눈가에 작은 눈물이 스며온다.

15. 秀 스시집 안
텅 빈 식당 안, 괴로운 듯 서성이던 현수, 주방장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깊은 한숨으로 고개 돌리면 수진이 앉았던 자리만 자꾸 눈에 들어오고
마치, 그녀가 앉아있는 듯 착각까지 든다.
괴로운 듯 바라보던 현수, 두 손으로 얼굴 감싼다.

16. 호텔 방 안
창문 바다 쳐 있는 커튼, 어둑하다.
호흡이 가쁜 듯 천정 올려보던 그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눕는다.
누운 채 한없이 바닥만 바라보던 수진, 벌떡 일어선다.
도저히 감정을 조절 할 수 없는 듯 방안을 서성이던 그녀,
자신이 우스운 듯 다시 침대에 걸터 앉는다.
멍한 시선으로 어딘가만 바라보던 그녀의 눈가에 작은 눈물이 스며온다.

15, 秀 스시집 안
텅 빈 식당 안. 괴로운 듯 서성이던 현수, 주방장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깊은 한숨으로 고개 돌리면 수진이 앉았던 자리만 자꾸 눈에 들어오고
마치, 그녀가 앉아있는 듯 착각까지 든다.
괴로운 듯 바라보던 현수, 두 손으로 얼굴 감싼다.

16. 호텔 방 안
창문마다 쳐 있는 커튼,어둑하다.
부러 침대에 누워있는 수진, 잠이 오지 않는지 뒤척인다.
그러다 일어서는 수진, 괴로운 듯 한참을 바닥만 내려보던 그녀.
견딜 수 없는 듯 화들짝 일어나 뛰어 나간다.

17. 秀 스시집 앞
가만히 문을 여는 현수, 한 발 나서려다 주춤한다.
고개 저으며 돌아서려던 현수, 괴로운 듯 문 틀에 잠시 머리 기댄다.
망설이다 그대로 문 닫으려던 현수, 도무지 안 되겠는지 뛰쳐나간다.

18. 호텔 앞(오후)
미친 듯 뛰어나오던 수진, 택시에 오른다.

19. 현수의 가게 뒤.
뛰어 와 자신의 자전거에 올라타는 현수, 급하게 페달 밟는다.

20. 택시 안.
조금 천천히 달리는 택시, 수진 초조하다.

수진  빨리...조금 빨리 가주세요.
기사  네.(하지만 별로 속도 내지 않는)
수진  (답답한)빨리요. 아저씨.

21. 거리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현수,
인파 사이로 곡예하듯 위험스럽게 달려간다.

22. 호텔 앞.
온통 땀 범벅인 채 숨 헐떡이며 들어오는 현수의 자전거.
호텔 앞을 지키던 벨보이, 힐금 곁눈으로 그런 현수 바라본다.
자전거 멈춰 세우는 현수, 잠시 숨을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23. 秀 스시집 앞 (오후)
다급히 택시에서 내리던 수진, 그대로 우뚝 멈춰 선다.
문이 닫혀있다. 1층도 2층도 모두 잠잠한 가게 앞.
난감해지는 수진, 어쩔 줄 몰라 서성인다. 가게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던
그녀, 가만히 돌아보면 가게 안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일어나는 수진, 돌아가려다 혹시 싶은 듯 가만히 문을 밀어본다. 안 잠겼다.
이상한 듯 가만히 열어보면 보이는 현수의 공간.

24. 동, 호텔 프론트

현수  저...이 수진씨 ...만날 수 있을까요?

직원들, 서로 벙한 시선으로 보다, 쿡 웃는다.

현수  여기...안 묵습니까? 텔레비전에 여기 묵는다고...
직원1 (정중히) 죄송합니다. 공식 팬 미팅이 아니면 만나실 수 없습니다.
현수  (웃음)팬이 아니구요.
직원2  (쿡, 웃음 나는 거 입으로 가린다)
현수  (무시하며) 꼭 만날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몇 호실인지...
직원1  안됩니다.

다른 직원들 서로 손짓하며 또 몰래 쿡 웃고, 호호거린다.
현수, 그들의 태도에 어떡할 지 잠시 망설인다. 그러다

현수  그럼...전화로...확인해주시죠. 저는 팬이 아니라...아는 사람입니다.
직원2  (쿡) 아는 사람이래...아는 사람.
현수  (감정 누르는데)
직원  지금은 부재중이신데요.
현수  (버럭) 꼭 만날 일이 (감정 누른다) 있어서 그래요.
직원  (미소로)경찰ㅇ르 부르겠습니다.
현수  이것 봐요. 사람 말을...(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는다)
직원  (왜 그러나 싶어 몰래 수화기 들으려면)

현수, 괴로운 듯 돌아선다. 어이없고 비참하다. 한숨 내쉬며 나가려던 현수,
잠시 멈춰선다.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러다 다시 발길 돌려 프론트로 걸어가는.
주춤 놀라는 직원들, 놀란 시선 숨기며 현수 바라보면
현수, 자신의 명함 꺼내 든다. 싸구려 명함 티 난다.
프론트에 비치된 볼펜으로 명함 빈 공간에 메모 남긴다.
"미안합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을 바쳐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곤 그 명함 직원에게 건네려다 다시 볼펜으로 뭐라 쓴다.
"정현수가" 펜 끝이 떨린다.

현수  (직원에게 그 명함 내밀며) 그럼...이거라도 전해주십시오. 그냥 전하기만
         하면 압니다. 부탁합니다. (꾸벅 절한다. 부탁하듯 또 꾸벅 절하고 돌어선다)
직원  ....?

25.동,秀 스시집 안
텅빈 현수의 가게. 주방장 자리 바라보던 수진,
마치 현수가 서 있는 듯 홀 바로 다가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아본다.
바로 코 앞, 주방장 자리. 마치 그 자리에 현수가 서 있는 듯 웃던 수진

수진  (나직이) 다디이마.

입술을 깨분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일어서는 데 현수 자리의 물품들 보인다. 가지런히 정리도니 주방용품들, 칼들.
그 틈에 보이는 칼 하나. "秀"라고 한문으로 새겨진 칼 보인다.
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일어서 그 칼 잡아보려는데
그녀의 시선으로 가족사진이 들어온다. 현수와 메구미 그리고 그의 아들.
모두 웃고 잇다.
가만히 눈 감는 수진, 그대로 돌아선다.

26. 택시 안
달리는 택시 안.
열린 창문너머로 해지는 동경 시내만 한없이 바라보는 수진.
허망한 눈빛으로 보고 또 바라본다.

27. 도로
돌아오는 현수,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의 발이 자꾸 느려진다.
중심이 흐트러져 자꾸 비틀거리고.
아무런 초점 없는 현수의 눈동자. 그저 힘겹게 달려갈 뿐이다.

28. 택시 안.
황망한 눈으로 그저 창 밖만 바라보던 수진,
그 옆으로 자전거가 지난다.
괴로운 듯 멍한 시선에서 창 밖보던 수진, 순간 멈칫한다.
혹시 싶은 듯 화들짝 돌아보는 수진, 현수 같다.
멀어지는 자전거 또 다시 확인해보는 수진,
달려가는 자전거의 뒷모습. 그의 어깨. 몸짓, 분명 현수다.

수진  멈춰요~!

29. 동, 도로
끼익 소리내며 멈추는 택시.
다급히 내리는 수진, 미친 듯이 달려간다.

수진  현수씨....

빵~울리는 클락션 소리.
현수, 수진의 소리를 못 들은 듯 그대로 달려간다.
그 뒤를 죽을 듯이 달리는 수진.

수진  현수씨...현수씨..나 수진이예요...!!

우뚝 멈춰서는 자전거, 수진도 멈춘다.
현수, 돌아보지 못한다. 심장이 멎어서, 아닌거 같아서.
그대로 눈을 감는 현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수진도 멈춰선 채 움직이지 못한다. 눈물 고인 채 입술만 깨문다.
숨을 몰아쉬던 현수, 가만히 돌아보니 저만치 수진이 보인다.
너무도 그립던 그녀의 모습, 그녀의 떨림, 그대로 자전거 팽개치는 현수,
두려움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던 현수,

미친듯이 달려오는 현수,
수진, 와락 눈물이 솟는다.
달려오는 현수를 향해 그녀도 달린다.
서로를 향해 달려가던 두 사람, 하지만 바로 코앞에서 우뚝 멈춰선다.
그저, 애타게 눈빛으로 서로만 바라보는 두 사람, 바로 코 앞에서 우뚝 멈춰선다.
그저, 애타는 눈빛으로 서로만 바라보는, 하지만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두 사람
그대로 고개 떨군다.
한참을 괴로운 듯 서 있던  두 사람, 천천히 서로의 얼굴 바라보면
아픈 미소가 스민다.

수진  잘 ....지냈어요?
현수  (어렵게 끄덕이다) 당신도 ....잘...지냈죠?
수진  응(어렵게 끄덕이면)
현수  (괴로운 듯 눈 감는다)
수진  (바라보다 미소로) 땀에....다 젖었어요.
현수  (쿡, 미소로 바라보면)
수진  (눈물 그렁해진다. 미소로)지금도...자전거만 ...타요?
현수  (웃는다)응.
수진  나...태워줄래요?
현수  괜...찮겠어요?
수진  (끄덕이면)

30. 추억의 길
현수의 자전거가 달린다. 말없이 그저 달려가는 두 사람.
수진, 가만히 현수의 등에 얼굴 묻는다.
잠시 눈을 감는 현수, 아픈 눈으로 그저 달린다.
그저 묵묵히 꽃 길을 지나는 두 사람 위로 분홍꽃잎이 떨어져내린다.
그렇게 달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작은 꽃잎들만 흩날리고...

31. 조그만 카페 앞(오후)
카페 앞에 세워진 현수의 자전거.
조그만 창문너머로 마주 앉은 수진과 현수의 어색한 모습 보인다.

32. 동, 카페 안
마주 앉은 수진과 현수, 어색한 표정으로 각자의 메뉴판을 접느다.
종업원 다가와 서면

현수  (일어) 커피 주세요.
수진  (일어)저두 커피 주세요.
종업원  네. 커피 두잔요.(절하고 돌아서면)
현수  (수진 보며 가만히 웃는다)
수진  (따라 쑥스럽게 웃으며) 왜에?
현수  (또 웃다가) 일어...이젠 잘 하네?
수진  (고개 젓는다) 아직도 몇 마디 밖에 못해요. 시간 날 때마다 하긴 하는데 잘...안돼요.

현수, 조금 쭈뼛거리다 호주머니에서 낡은 노트 꺼내 수진 앞에 놓아준다.
반가움에 입을 가리는 수진, 활짝 웃지만 눈시울 붉어지며 그 노트 꼬옥 안아본다.

수진  일어 공부할 때마다...이 노트...생각났었는데
현수  (미소로 보면)

수진, 눈물 꾹 숨기며 노트 펼쳐본다.
그리움에 미소 짓던 그녀, 몇 군데 꽃혀있는 표시에 궁금한 듯 펼쳐보면
시선 멈춘다. 자신의 글씨가 써 있는 곳마다 표시가 붙어있다.
수진이 파르르 떨린다. 파다닥 넘겨보던 수진, 그렁한 눈으로 현수 바라보면
현수, 괴로운 듯 미소로 창 밖 내다본다.
다가오는 종업원, 커피 두 사람 앞에 놓아주면 수진 얼른 눈물 감춘다.
조금 망설이던 종업원, 수진 앞에 메모지 건넨다.

종업원  싸인...해주시겠어요?

33. 오다이바 길
자전거 세워두고 걷고 있는 수진과 현수,
지나는 사람들 힐끔힐끔 수진 쳐다보며 지나간다.

현수  나하고...이렇게 다녀도...괜찮아?
수진  (쿡 웃는다)
현수  왜?
수진  미쳤나봐요? 나 현수씨 처음 만났을 때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애.
현수  .....?
수진  (웃으며)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 도망쳤던 기억 밖에?
현수  (따라 웃지만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활짝 웃던 수진, 현수 옆으로 다가가 가만히 현수 팔짱 낀다.
조금 놀라는 현수, 가만히 수진의 팔 가만히 떼어내면
수진, 조금 어색해진 눈으로 바라보다 시선 외면한다.

현수  (그 모습에,미소로) 사람들...봐요.(고개 저으며) 당신 한테 ...안 좋아.
수진  (바라보다) 상관없어요.(다시 팔짱끼려면)

다시 어색해지는 수진과 현수, 조금 떨어진 채 걸어간다.

34. 관람차 광장
한참을 걸어오다 현수 바라보는 수진.

수진  (미소로) 부인이...참 좋은 분...같애요.?
현수  (묵묵히 끄덕인다) 응.
수진  (살풋 괴로운, 그러나 미소로) 다행이야. 정말...다행이에요.
현수  (어색한 미소로 수진 보면)
수진  (웃으며) 어떻게....만났어요?
현수  (시선 외면하면) 그냥....일하는 데가....비슷해요.
수진  스시집?
현수  (고개 젓는다)츠키지 시장.
수진  츠키지 시장? (놀라 웃으며)왜, 거기서 뭐했는데?
현수  (웃으며) 막 일...
수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다, 웃음) 거기 가보고 싶다. 당신하고...재밌었는데.
현수  (아픈 미소로 시선 외면한다)

노을 지는 하늘 위로 관람차 돌고 있다.
미소로 그 모습 바라보던 수진, 살풋 현수 본다.

수진  한번 같이 타재도 무뚝뚝하게 거절하구...기억나요?
현수  (보면)
수진  지금이라도 같이 타 볼래요?
현수  (덤덤히 웃기만)
수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여전히 간지러워? 15분 동안 답답하게 갇혀서 뭐해야 되나?
현수  (긴 한숨 내쉬며) 아무...것도...해주지 못해서...정말...미안해.
수진  (가만히 고개 흔드는데 입술 끝이 파르르 떨린다)

그때, 지나던 사람들 수진 힐끔거리며 "수진 상 아냐?" "맞어, 맞어"
하는 소리 들려온다. 핸드폰 카메라로 몰래 찍어보는 사람들.
현수, 조금 당황한다. 돌아서 자신만 가주려면
수진, 가만히 현수 팔 잡으며 웃는다.

수진  아무도 없는데 갈래요? 예전에 우리 갔던데?
현수  (아픈 시선으로 / 바라본다)

35. 도쿄 외각 도로
도심을 뚫고 달리는 시외버스.

36. 동, 버스 안
나란히 앉아있는 수진과 현수, 간단한 도시락 먹고 있다.
수진,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고, 그 모습에 안타까운 현수, 물 건네면
미소로 보던 수진, 벌컥 마신다. 그리곤 배시시 웃는다.

현수  그렇게...배가 고팠어?
수진  (끄덕) 스시 집에서 현수씨 보고....(웃음) 못 먹었어.
현수  (안타깝게 보면)
수진  (우걱우걱 먹다가 , 쿡 웃는다)
현수  (왜?보면)
수진  처음 만났을때 생각난다.
현수  (자신도 생각난 듯 웃는다)
수진  (웃으며) 그때도 현수씨 앞에서 이렇게 허겁지겁 먹었는데,그지?
현수  (끄덕)정신 나간 여잔 줄 알았지. 첨엔.
수진  (찌익) 술집 여자가 아니구?
현수  (웃으며) 둘 다.
수진  (따라 웃으며) 무슨 인연으로...그렇게 만났을까, 우리?
현수  (보다, 씁쓸히 밥 먹는)
수진  생각해보면 운명 같애. 배고파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간 거였는데...거기
        정현수란 사람이 버티고 서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현수  (그저 웃어준다)
수진  (문득) 응, 나 궁금해.
현수  (보면)
수진  나 언제부터 좋아했었어?
현수  (어색한 웃음) 뭐얼?
수진  한 번도 그 얘긴 안했었잖아. 언제부터야? 첫 눈에 반한 건 아닐거구, 응?
현수  됐다. 밥 먹자.
수진  (떼쓴다) 말 안해? 빨리아. (현수 간질이며) 알고 싶어. 얘기 해줘. 얼른?
현수  (수진 손 잡아채며) 논다, 또!
수진  (멈칫 본다)
현수  (보면)
현수  (보면)
수진  (자신도 모르게 쿡, 웃는다)
현수  왜?
수진  (여전히 미소로 보며) 한 번만 더 해 봐요.
현수  뭘?
수진  그 말투.
현수  (보면)
수진  (갑자기 그렁해지며 웃는) 너무 그리웟어. 그 말투.
현수  ...!
수진  (괜히 우스운 듯 흠, 헛기침하곤) 좋아. 그럼 대답해봐요? 언제부터 좋아했어?
현수  (보다, 무뚝뚝하게 밥 먹으며) 처음 본 때부터.
수진  (멍한) 나...구박만 했잖아.
현수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 봤어야 뭔 표현도 하지. (피식) 멋없는 놈이잖아.
        (밥 먹으며) 머거 어서. 배고프다.
수진  (보면)
현수  (쑥스럽다) 그만 봐, 죽겠다.

현수의 모습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 떼지 못한다.
현수, 쑥스러운 듯 미소로 수진 바라보는데 멈칫한다.
보면, 미소로 쳐다보는 수진의 눈에 눈물 그렁 올라와 잇다.
조금 당황하는 현수, 어쩔 바를 몰라 바라보면

수진  ....그 때루,...돌아가고 싶다.
현수  (주춤)
수진  그 멋없는 놈...다시 만나고 싶다. (웃으며) 나 아플까봐 잠도 안 자고,
        다칠까봐 맨발로 뛰어오고, 아무것도 없던 여자, 목숨처럼 사랑해줬던
        (목소리 떨린다, 베시시) 그 멋없는 놈...다시...만나보고 싶다.
현수  (시선 떨군다)
수진  (그렁 한 채) 그 멋없는 놈이랑...딱 한번만...(웃으며) 예전처럼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현수  (바닥에 시선 고정된 채 움직이지 못한다)

수진, 스스로 당황한 듯 고인 눈물 얼른 닦고는 웃으며 밥 먹는다.
그 모습 아프게 바라보던 현수, 음식에 자꾸만 가 닿은 수진의 머리카락 가만히 넘겨준다.
그 손길에 잠시 멈칫하던 수진, 가만히 현수 보다 배시시 웃는다.
수진  나...지금 또 ...심장 터졌어.
현수  (손 거두며 어색하게 웃는다)
수진  (현수의 손 가만히 잡아보며, 웃는) 이상하죠?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당신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네. 예전처럼 옆에만 있어도 웃음 나구,
         이렇게 손길만 스쳐도...심장이 알아서 막 뛴다. (아픈) 웃기지. 그죠?
현수  (아픈 듯 바라보면)
수진  같이 살고 싶었는데...원래 결혼햇던 사람은 사실 우리 둘인데...
         (애써 웃으며) 괜히 슬프다.

수진, 그대로 현수의 어깨에 머리 기댄 채 눈 감는다.
현수, 그저 천정만 올려본다. 현수의 품에 안긴 채 말없이 눈물 떨구던 수진,
머뭇거리던 현수의 손길이 가만히 수진의 어깨를 감싸준다.

37. 버스 터미널 (밤)
버스에서 내리는 수진과 현수
기지개 한껏 켜던 수진, 활짝 웃는다.

수진  우아...너무 좋다. 공기가 시원해.
현수  (미소로 보면)
수진  (현수의 손 꼭 잡으며) 이 손 놓지마. 오늘 하루 임대햇어! 어차피 몇 시간 지나면 끝인데
         나 이거 잡을 권리는 있는 거다. 응?
현수  (쿡, 웃으며)
수진  (현수 손잡아 끌며 달리는) 빨리 가자, 아무 데나 가자. 시간 아깝다.

연인들처럼 손 꼭 잡고 달려가는 수진과 현수.

38. 벚꽃 거리 (밤)
손 꼭 잡고 걸어오는 수진과 현수,
조명만 비춰지는 텅 빈 벚꽃 거리를 행복한 듯 바라보며 걷고 있다.
바람이 지나면 분홍 벚꽃 잎이 후루루 공중으로 흩날린다.
그 모습 미소로 올려보던 수진과 현수,
그러다 시선 마주치면 현수, 괜히 아픈 듯 미소로 시선 외면한다.
그 모습에 얼른 현수의 팔짱 끼는 수진, 꽃잎 바라보며 환히 웃는다.

수진  여기서 어떤 남자가 근사한 맹세를 해줬었는데...(웃으며) 저 꽃잎 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겠다!뭐, ...그랬던 거 같은데? (미로소 현수 보면)
현수  (조금 괴로운 듯, 시선 외면한다)
수진  (웃으며) 그 남자 만나면 전해줄래요? 그때보다 나, 지금이 더 행복하다구.
현수  (멈춰선다)
수진  그러니까 괴로워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웃으며) 나, 그 남자 맘 너무 잘 알거든요.
현수  수진아!
수진  (미소로) 2년 전에 ...나 보러...찾아 왔었죠?
현수  (보면)
수진  라디오 부스에서 봤던 사람,....당신 맞죠?
현수  (대답 않는다)
수진  왜...보고두...그냥 가버렸어요?
현수  (시선 외면하면)
수진  나한테..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렇게 몰랐어요?
현수  (눈 감는다)
수진  당신 참 바보야. 너무 나뻐요.
현수  (묵묵히 걸어 가버리는데)
수진  난 스타 같은 거 되고 싶지도 않았어. 당신하고 살 수만 있으면 뭐든지 하고 싶었어.
        기억 안 나요? 근데....왜 그랬어?
현수  (멈춰 선다)
수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렇게 몰라? (목이 메인다)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그렇게 몰라요? 그런 날 ....떠나 주는 게...사랑이라고 생각했어?
현수  (가만히 돌아선다)
수진  그때...그냥 날 찾아왓으면....(목이 메여) 그냥...사랑 할 수 있었잖아.
         (눈물 그렁해져 보면)
현수  (미소로) 그날....난...너 잊었어!
수진  (숨이 멎는다)
현수  (애써 미소로) 너두...이제 나 잊어야지.
수진  (눈물 뚝, 떨어진다)
현수  (괴로운 듯 그대로 돌아서 걸어 가버리면)
수진  (화르르 달려와 현수 등 끌어안는다)
현수  (눈 질끈 감는다. 들키지 않으려 입술만 꽉 깨물며) 난...다시 그 순간이 와도 너...안 찾어.
        오늘 이후에도 ...(어렵다)너...찾는 일은 없을 거야.
수진  (끌어 안았던 팔 스르르 풀린다)
현수  (등 돌린 채 눈 질끈 감는다)

그들 위로 한없이 떨어지는 분홍 벚꽃잎의 흔들리만.

39. 여관 앞 (밤)
그저 터덜터덜 말없이 걸어오는 수진과 현수, 여관문 두드린다.
7년전 여주인장 그대로다.

40. 동, 여관 방 안
방안도 7년 전 묵었던 그 모습 그대로 변한게 없다.
낡았지만 깔끔한 방 안.
조금 떨어져 바닥에 앉은 수진과 현수, 말이 없다.

수진  (가만히 둘러보다) 변한 게...아무것도 없네?
현수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서로 바라보던 두 사람. 말이 없어진다.
한참 후...
잠시 창 밖 내다보던 수진

수진  (애써 웃으며) 아이 이름이 뭐예요?
현수  (조금 놀란) ...봤어?
수진   사진.
현수  카즈. (어렵게) 8개월...됐어.
수진  이쁘다, 카즈...아들?
현수  (끄덕인다)
수진  (어렵게, 미소로) 행복...해요?
현수  (보다)...응
현수  유스케... 잘 해주지?
수진  (끄덕)응
현수  (보면) 행복...하구?
수진  (본다.끄덕)
현수  (아픈 미소) 다행이네. 그럼 됐어.
수진  (보면)
현수  (본다)
수진  (눈시울 붉어지고, 얼른 시선 돌리면)
현수  (시선 떨군다.)

또다시 말이 없는 두 사람.
창 밖으로 푸른 새벽이 밝아온다.
창 밖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엷은 커튼이 바람에 살랑이고.

수진  상길 오빠 아니였으면 우린...좀 달라졌을까?
현수  글쎄...아무도 모르지
수진  맞어...(끄덕) 아무도 모르지. (미소로) 그래도 같이 살았으면 잘 살았을 거 같은데.
현수  (대답 없다)
수진  (착잡한) 상길 오빠...너무 안됐어요.(한숨)
현수  (끄덕) 고생만 하다가.(깊은 한숨)
수진  (바라보다) 유키는...잘 지내요?
현수  (미소로)응. 남자친구 사귀느라 정신 없어.
수진  (웃으며) 이제 현수씨한테서 맘 떠났어?
현수  (웃으며) 이젠 나 손도 못 잡게 하는데 뭐. 징그럽다구.
수진  벌써 고등학생이구나...보구 싶다.
현수 (끄덕이며)인연되면...보겠지.
수진  (보면)
현수  (보고)
수진  (바라보다)나...보고 싶긴...했어요?
현수  (외면한다)
수진  나...가끔...떠오르긴 ...했어?
현수  (괴롭다. 몰래 한숨 내쉴뿐 아무 대답이 없다)

다시, 말이 없어지는 두 사람.
그러다 창 밖 내다보면 창문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 보인다.
수진 일어나 창 밖으로 다가간다.
창 밖 너머로 보이는 공원, 그 너머로 붉은 태양 예쁘게 솟아오른다.
수진 곁에 서는 현수도 함께 태양 바라본다.
두 사람의 얼굴, 붉게 물들어 가는데 바람이 스친다.
창 밖으로 보이는 벚꽃나무, 바람에 벚꽃 잎들이 화르르 날아오른다.
수진, 예쁜 듯 작은 탄성 지르다

수진  떨어지는 꽃잎 볼 때마다 당신...생각...했었는데
현수  ....!
수진  (미소로 화급히 돌아서며) 나, 나가 볼래.나가서 꽃잎 맞을래.
        (혼자 뛰어나가다) 같이 안나갈래요?

41. 동, 여관 앞 벚꽃 나무 밑
떨어지는 꽃잎 속으로 마구 달리는 수진.
좋은 듯 하늘 올려보며 꽃잎 무더기 손으로 받아본다.
그 곁으로 다가오는 현수.
그런 현수 가만히 바라보던 수진, 가만히 미소 짓는다.

수진  나...당신이랑 헤어지고 3개월 만에 동경 왔었어요. (미소로) 당신 찾는다고 많이 헤맸는데...
        못 찾았어. (추억하듯) 얼마나 울었나 몰라. 정말 죽을 거 같았거든.그때...!
현수  (괴롭다)
수진  당신 땜에...정신을 잃을 만큼..보고 싶구 사랑했는데...
현수  (말 막 듯 돌아서며) 가자, 그만.
수진  싫어요.
현수  아침이야. 너무 늦었어.
수진  (고개 젓는다) 아니, 지금은 싫어요.
현수  오늘 기자회견 있잖아. 결혼 발표...(아픈) 가서 해야지
수진  아직 시간 있어요.
현수  그래도 지금 가요. 돌아가야지.
수진  (그저 떨어지는 꽃잎만 바라보면)
현수  응?
수진  나...안 돌아갈래!

42. 호텔 앞(아침)
유스케의 리무진 느리게 와 멈춘다.
문 열리면 내리는 유스케, 결혼 발표 준비로 복장이 예사롭지 않다.
밝은 미소로 자신의 옷 매무새 만져보던 유스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43. 여관 앞. 공원

현수  돌아가요, 어서.
수진  (고개 젓는다)
현수  가야 돼. 옛날처럼 안 간다고 떼쓰면 되는 일 아니잖아.
수진  여기 우리 첫날 밤 치렀던 곳인데...몰라요?
현수  (멈칫하면)
수진  (덤덤히)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자, 다짐하고 약속했던 여관이야.
현수  (숨이 막힌다)
수진  신혼여행이었어. 단 하루지만, 아무도 인정 안 해주지만 우린...가난한 부부처럼
         삐걱 삐걱 낡은 마루 바닥 걸으면서도 행복햇어.
현수  (가만히 돌아선다)
수진  난...그날이...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어요. (그리운) 가진 것도 없구,
         바라는 것도 없구, 그냥 사랑 하나만으로 (목이 메여) 행복했던 그날을...
         난 잊을 수가 없어. (애써 웃으며) 당신이랑 있는 시가닝 너무...좋았어요.
         지금도 그래.
현수  (괴롭다, 하지만 독하게) 과거일 뿐이야. 추억일 뿐이고, 그리고 지금은...
         (아픈) 남남이야. 그게 우리 현실이구.
수진  (바라보면)
현수  미안하다. 이제 우린, 갈 길이 달라. 가자(돌아서려면)
수진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줘요. 당신...얼마나 그리웠는데...
        (눈물 참으며) 못 헤어지겠어요. 이렇게는.(웃으며)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잖아.
        딱 한시간만 같이 있어요. 더 바라지도 않을게. 이 정도도...안 돼요?
현수  죄짓지 말자. 우리. (아픈) 아무리 사랑했어요, 죽고 못 살게 그리웠다 쳐도 이 정도면 충분해.
        충분히 오래 있었어. 앞으로 한 시간? 우리한테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야. 그러니까...돌아가.

44. 수진의 호텔 방 안
텅 비어 있는 호텔 방.
다급하게 나간 듯 이불 흐트러져 있고 아무런 메모도 흔적도 없다.
그댈로 얼어 붙은 채 서 있는 유스케와 만희, 어쩔 줄 모른다.

만희  잔다고...깨우지 말랬는데...어떻게 된 거지?
유스케  (난감한 듯 의자에 가 앉는다)
만희  올겁니다...바람 좀 쐬러 나갔을 거예요.
유스케  네..그렇겠죠. (미소로 끄덕이다) 오겠죠. 기다립시다.
만희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들면)

45. 여관 앞 공원
삐리리 울리는 수진의 핸드폰, 수진 받지 않는다.

현수  (차분히) 그러지 말고, 받어.

수진 고개 젓는다. 툭, 끊기던 전화.
다시 벨 울리면 수진 밧데리 채 빼버리면 버린다.

현수  (괴로운) 돌아가요, 얼른. 사람들 기다리잖아.
수진  (고개 젓는다)
현수  그럼 근처까지 같이 가 줄께. 가자, 어서.
수진  내가 얼마나 당신 찾아서 헤매 다녔는지 ...알아요?
현수  (눈시울 붉어지며) 수진아, 나는.(활짝 웃으며) 난 이제 아무 후회 없어.
        (수진 손 잡으며) 다시 만났고, 이렇게 니 손도 잡아보고...(괴로운, 가만히 손 놓아주며)
        이 얼굴...목소리...그 투정부리는 말누...(웃으며) 니 미소...표정...
        (잠시 감정 꾹 참는다)
수진  (눈물 어린 눈으로 보면)
현수  나...행복해. 과분해...그러니까 당신도 가서...행복하기만 하면 돼.
수진  (눈물 그렁해진다)
현수  당신이 이렇게 멋있는 대스타가 된 게 너무 자랑스러워. 당신 모습 TV에서 라도 보는 게
         너무 행복해요. (미소)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거야.
         (어깨 두들겨주며) 이제 그만 가자!
수진  (와락 눈물 쏟는다) 나...기다린댔잖아. 죽을 때까지...사랑한댔잖아...
현수  (괴로운 듯 시선 떨구고)

46. 기자회견 장
<유스케, 이수진의 결혼 발표회> 란 플래카드 걸린다.
분주하게 몰려드는 기자들, 서로 자리 잡기 위해 카메라 설치 하느라 분주하다.

47. 기자회견 장 대기실 안
의자에 깊숙이 앉은 채 얼굴 묻고 있는 유스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48. 여관 앞 골목
눈물은 그렁한 채 이제 울지 않는 수진.
그런 수진 아픈 미소로 바라보기만 하는 현수.
그저 그렇게 서로 응시하는데 후드득 떨어지는 여우비.
두 사람 놀란 듯 하늘 올려보면 햇빛에 반짝이며 떨어지는 여우비.
순간 울컥 눈물 고이는 수진.

현수  (보면)
수진  나...바보처럼 햇님 뒤에 숨어서 울지 않겠다고 했던 말 기억나요?

현수, 어렵게 수진 바라보면
눈물 꾹 참으며 현수 바라보던 수진, 미소로 주머니에서 뭔가 꺼낸다.
꼭 쥔 손 현수 앞에 내밀어 펼치면 단추다!
바라보던 현수, 그대로 입을 막는다. 눈 질끈 감는다.

수진  (미소로) 다디이마.
현수  (참았던 눈물이 와락 몰려온다)
수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면)
현수  (감정 애써 억누르고 단추 든 수진의 손, 꼭 오므려준다)
        미안해요...받을 자격...없는 사람이야.
수진  (꼭 쥔 손 파르르 떨린다)
현수  (그의 손도 파르르 떨리면)
수진  (와락 껴안는다. 현수의 목을 끌어 안고 엉엉 운다. 서럽게 울면)
현수  (가만히 안아주며) 미안해. 정말 미안해요. ..(떨린다) 기다리지 못해서...
         지켜주지 ...못해서...미안해.
수진  (고개 저으며 엉엉 운다)
현수  (올라오는 눈물 꾹 참으며 품에서 수진 떼어내며)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수진  (눈물로 고개만 젓는다)
현수  (미소로)기억해 줄 가치도 없는 놈인데...만나줘서...너무...고마웠어.
         정말 고마웠어요.
수진  나...당신 때문에 지금처럼 최고 배우...될 수 있었어요.
현수  .....!
수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깊이 절하며) 잊지...않을게요.

수진이 천천히 도로로 나간다.
현수, 굳어진 채 아무 말도 아무 움직임도 하지 못한다.
그대로 택시에 올라타는 수진, 문 닫히고 택시 출발해 달려가면
가만히 돌아서 걸어가는 현수,
참았던 눈물 와락 쏟아낸다. 무릎 꺾인 채 그대로 주저앉는 현수,
서럽도록 눈물만 뚝, 뚝, 흘린다. 그 위로 한없이 떨어지는 여우비만.

49. 택시 안
돌아오는 택시 안, 눈물 참으며 창 밖 내다보던 수진,
손에 든 단추 가만히 입 맞추곤 가방에 곱게 넣어둔다.
여전히 내리는 여우비, 가만히 창 밖으로 손 내밀어 손으로 받아보는 수진,
떨어지는 빗방울 바라보면 미소로 눈 감는다.
감긴 그녀의 눈에 그렁, 눈물 맺혀온다.

50. 기자 회견 장 대기실
문 너머로 보이는 수진과 유스케.
서로 마주 선 채 심각하게 얘기 중이다.
서로 힘겨운 듯 얘기를 주고받고 있던 두 사람.
고개 끄덕이던 유스케, 가만히 수진의 어깨 어루만져 준다.

51. 秀 스시집 안
문 열리면 힘없이 들어서는 현수를 미소로 메구미가 맞는다.

메구미  오카에리.
현수  (주춤 메구미 본다. 미소로 가만히 바라보다) 다다이마.
메구미  어서 와요. 아침 먹어야죠?
현수  (다가서며) 미안해요, 말도 없이.
메구미  (미소로 나가며) 가게...문 열게요?
현수  응.

52. 동, 기자 회견 장
술렁거리는 회견장 안. 기다리는 기자들, 입구만 바라보며 서로
"뭐가 잘못된 거 아냐?" "왜 이렇게 늦어" 하는 대화들 오가는데 열리는 문.
입구의 문이 열리면 모든 기자들 시선이 쏠린다.
열린 문으로 걸어 나오는 수진, 미소가 아름답다.
그 위로 터지는 플래시 불빛, 하지만 이내 불빛이 멈춘다.
수진만 단상 위에 선다. 혼자다. 통역 동석
다시 술렁이는 기자단.

수진  (미소로) 죄송합니다. 기다리던 답변은 못하게 됐네요.
기자들  (서로 바라보면)
수진  결혼은 취소 됐습니다. 유스케와는 좋은 친구 사이로 남기로 했어요.
        유스케씨께 감사하단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터져 나오는 플래시 불빛에 미소로)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연기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깊게 절을 한다)

53. 현수의 스시 가게 앞.
영업 시작을 알리는 포장 내리던 메구미 비 그친 하늘 위로 밝은 햇살이 내리쬔다.
환한 미소로 바라보던 메구미

메구미  여보, 언제 비가 그쳤지? 햇님이 나왓네요?
현수  (아들 안고 나오며) 그래요? (하늘 올려본다)
메구미  오늘 ...날씨가 쾌청하겠다. 그죠?
현수  (미소로 끄덕인다)

세 식구, 함께 하늘 올려보는데 햇살이 그 위로 비춰진다.
미소로 바라보던 현수, 가만히 눈 감는다. 그러다 시선 마주치는 가족, 따뜻한 미소로
서로를 바라본다.

54.. 자동차 안 + 도쿄의 어느 도로
창 밖으로 보이는 도쿄 풍경
그 모습 바라보는 수진, 평온한 미소가 스민다.
한없이 지나가는 거리 풍경만 바라보는 수진.
그 위로 강한 햇살이 곱게 내리비친다.

55. 벚꽃 길 (낮)
길게 뻗은 벚꽃 길
하늘을 가릴 만큼 화려한 꽃들이 하늘거린다.

현수  (소리) 햇님 뒤에 숨은 구름이 여우에게 말합니다.
         내 사랑으로 아파하지 말라고. 내가 펼치는 예쁜 햇살만 바라보라고.
 
바람이 불면 공중으로 날리는 아름다운 꽃잎들...
그 위로

수진  (소리) 사랑은 여우비처럼 찾아와 햇살이 되었습니다.
         가슴 속에 영원히 남는 햇살이 되었습니다.

56. 도쿄 전경
활짝 개인 도쿄의 하늘, 찬란한 햇살이 내리비친다.
그 아래로 보이는 화려한 도쿄 도심의 풍경,
그리고, 추억의 거리, 벚꽃 길...펼쳐지면서...

(終)

 

 

 

 

 

 

 

 

 

 

 

 

 

 

 

 

 

 

 

 

 

 

 

 

 

 

 

 

 

 

 

 

첨부파일 도쿄 여우비 4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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