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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5.03|조회수1,127 목록 댓글 0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02

 

 

 

 

 

 

 

 

 

 

1. # 마을 길 (1회 마지막씬 마을길에서 연결된)

 

강진 : 니가 그랬니? 니가 그랬어? (버럭) 니가 왜애!!!!

지완 : 오빠는 못하니까... 오빠두 다 알면서 참구 있는 거잖아요. 다 알면서. 다 알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강진 : (흠칫)

지완 : 내가, 나 혼자서, 나 혼자 생각해갖구 했어요! (계속 가라고 눈짓과 손짓 주며)

         아저씨 패죽이고 싶어하는 사람 우리 동네 디따 많아요. 강진 오빤 모르는 일이예...(요 하려는데) 

종규 : (지완의 멱살을 와락 잡으며) 이 기집애가 아직 정신을 못차리구.....

강진 : (보다가....말리지 않고 돌아서서 간다)

종규 : (가는 강진 뒤에다) 저 새끼가 혼자 도망 가? 야!! 거기 안 서?!!

강진 : (대답 않고 가는)

지완 : (종규가 강진을 쫓아가려 하자) 쪽제비 같이 생겨갖구!!

종규 : 뭐?!!! 이 기집애 이게 진짜....(지완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때리는)

강진 : (지완이 비명을 지르지만 못 들은 척 그런 지완을 뒤로 두고 가는...)

지완 : 씨이....하나두 안 아퍼! 또 때려 봐요! 또!!! (강진이 도망가길 바라는 맘 반, 가는 강진이 서운한 맘 반으로 더 크게 말하는)

         때려봐요!! 어서 때려 봐아!! .....죽여봐아!!씨이!!!

종규 : 이게 진짜 죽을라구.....(다시 지완의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는)

강진 :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멀어져 가다....지완의 비명 소리 듣고 차갑게 굳어 걸음을 멈추고 휙 지완쪽을 돌아보는....

         불끈 쥔 주먹, 뭔가 단단히 사고라도 칠 듯한 싸늘한 표정)

 

강진의 발길에 복부를 차이고, 길바닥으로 사정없이 나동그라지는 종규.

강진, 종규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다시 한 번 힘껏 종규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강진의 주먹에 맞고 다시 저만치 나가떨어지는 종규. 종규, 입술이 터지고....피가 흐른다.

지완, 한쪽에서 경악하며 보고 있는.....강진에게 도망간다고 비겁하다고 했지만....이건 아니다.

피를 보고는 두려움에 확 얼굴이 질리는 종규, 그래도 자존심을 세워보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며 강진에게 달려온다. “이 겁대가리 없는 새끼....”

강진, 종규의 주먹을 피하며 종규의 다리를 걸고, 종규, 어이없게 크게 넘어지며 다리 난간을 붙잡는다.

강진, 뒤도는 종규의 멱살을 잡아 조이면서 마치 종규를 난간 뒤의 강물로 처넣으려는듯이 밀기 시작한다.

허리가 난간에 꺾이며 발버둥치는 종규. 그래도 강진, 정말 죽이기라도 할 듯 멈추지 않는.

종규,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강진의 두 손을 풀어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자

강진의 가슴을 치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면서 버둥거린다.

지완, 안되겠다 싶어 강진 옆으로 가서 말리려 한다. “그만해요. 안돼요. 그만 해요...”

강진, 지완의 만류에도 끄떡도 않고.

점점 강진의 힘에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종규, 이러다 정말 죽겠다 싶은......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강진의 옷 밖으로 나와 흔들거리던 펜던트를 확 잡아 채 뜯어낸다....

그러다 중심을 못 잡고 손을 뒤로 하다 펜던트를 강 쪽에 떨어뜨리는.

강진, 얼굴에 핏기가 싹 걷힌다. 멍해지는.

종규는 강진이 멍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먹으로 강진의 복부를 가격한다.

훅하고 숨을 멈추며 무릎을 꿇는 강진. 그 사이 종규는 강진의 뒤로 빠져 나온다.

하지만 강진은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도 펜던트가 빠진 강물을 망연자실하게 보고 있다.

종규, 그 사이 강진에게 다시 발길질을 날리고....

휘청 쓰러졌던 강진, 종규를 노려본다. 그동안의 눈빛과는 또 다른...얼음장 같다.

강진, 이미 이성을 잃었다. 벼락처럼 퍼부어지는 주먹과 발길질에 종규, 결국 쓰러진다.

강진, 멈추지 않고, 종규 위에 올라 타 미친 듯 주먹질을 하는데.

이때, 강진의 뒤에서 죽을힘을 다해 강진을 말리며 강진의 허리를 껴안는 지완.

 

지완 : 그만 해요! 그만 하라구요!! 이러다 사람 죽어요!! 사람 죽는다구요!!!!

강진 : (지완의 손을 쳐내려 하며) 놔아!! 이거 놔아!! 놔아아아!!!!

지완 : (울음 터뜨리며) 잘못 했어요. 내가 다 잘못 했어요......엉엉......내가 다 잘못 했어요오.....잘못했어요....

강진 : (온 얼굴이 눈물과 피로 얼룩진 채....멍해진 채....가픈 숨 헐떡이는)

 

 

2. # 경찰서

 

피의자 한두 명 정도 조사 받고 있는 한산한 경찰서.

얼굴에 멍과 피딱지가 그대로 남은 강진, 수갑을 끼고 경찰관 앞에서 조사 받고 있다.

강진, 넋이 나간 듯 멍하다. 강물에 떨어진 펜던트를 생각하고 있다.

경찰, 이름과 주소, 학교, 나이를 묻지만, 강진, 대답하지 않는다.

경찰, 큰 소리로 다시 묻지만, 여전히 입을 꾹 다문 강진.

강진과 약간 떨어진 한쪽 소파에 지완이 훌쩍이며 앉아 있다.

울음을 삼키려고 있는 힘을 다하지만, 끄윽 끄윽.....어쩔 수 없이 울음이 새어나온다.

이때, 경찰서 문 열리고, 춘희, 들어온다. 한 손에 보온병이 든 보자기를 들었다.

춘희의 모습, 여느 때보다 훨씬 화려하다. 귀걸이도 하고, 립스틱도 진하게 바르고, 화려한 양장으로 떨쳐 입었다.

 

춘희 : (강진의 모습을 보지만 전혀 동요 없이 경찰들에게 꾸벅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못 잊어 다방 차 마담입니다.

         우리 경찰 선생님들, 일요일까지 쉬시지도 못하고 불철주야 국민들을 위해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지완 : (예상 못했던 춘희의 모습에 울음을 멈추고 황당한 듯 보는...꺽꺽 울음 소리는 어쩔 수 없이 나오고)

강진 : (춘희의 소리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그저 넋이 나간 듯 멍한)

춘희 : (의아해 하는 경찰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 강진을 조사하는 경찰 앞으로 와 찻잔을 꺼내 커피를 따라준다.

         강진이 찬 수갑이 심장을 찌르지만 애써 내색 않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약소하지만 성의라구 생각하시구.....

         프림 몇? 설탕 몇?

경찰 : (어안이 벙벙한)

강진 : (멍한 채, 미동도 않는)

지완 : (꺽꺽거리며 춘희를 보는)

춘희 : (경찰이 대답 않자 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타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프림이랑 설탕은 2대 1 비율이 젤 맛있거든요.

         (어안이 벙벙한 경찰 앞으로 커피 잔을 떨리는 손으로 공손하게 밀어주고...... 그제서야....강진 보며 툭) 왜 그랬어?

강진 : .........

경찰 : ?

춘희 : 지금까지 잘 참아온 거 아깝게 왜 그랬냐구?!!

강진 : ........

지완 : (자기 때문인 거 같아....죄책감으로 괴롭다)

춘희 : (격앙되며) 지금까지 잘 참아온 거 억울하게 왜 그랬냐구, 이 새끼야!!!

강진 : (춘희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넋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내뱉는) ....잃어 버렸어.

춘희 : 뭐?

강진 : ....잃어버렸다구. 아버지.

춘희 : .........

강진 : .....펜던트....아버지가 준 펜던트 잃어버렸어.

춘희 : ........(강진의 목을 손으로 더듬어 본다....펜던트가 없다)

지완 : (울음 멈추고 본다)

춘희 : 지금 그깟 목걸이가 문제야? 니 눔 새끼 인생이 끝장나게 생겼는데... (하는데)

강진 : (버럭 격앙되어 O.L.) 아버질 잃어버렸다구!! 우리 아버질 잃어버렸다구!! 내가 잃어버렸다구!!!!!! (눈에 눈물이 가득차는)

지완 : .......(얼음같은 줄만 알았던....갑작스런 강진의 눈물과 격앙에 당황하는)

춘희 : (처음보는 강진의 눈물에 역시 당황하지만) 아버지 같은 소리하구 자빠졌네...너한테 아버지가 어딨어?

         얼굴 한번 안 보여준 게, 길 가다 부딪혀도 얼굴도 몰라 볼 사람이 어떻게 아버지야?!!

강진 : (눈물로 가득 찬 두 눈이 부르르 떨린다. 원망스럽게 춘희를 보는)

춘희 : 너, 니 아버지 떳떳하게 찾아 가겠다구 그렇게 목을 내놓고 공부하는 거 아는데......다 때려쳐, 이 자식아!!

         지 새끼가 어떻게 나서 어떻게 크구 있는지도 모르는 게 어떻게 그게 아버지야?! 그게 무슨 아버지야?!!!

강진 : (갑자기 아아악!! 비명에 가까운 절규를 한다)

 

경찰서에 있던 사람들, 다 놀라고.

 

지완 : (강진의 눈물과 절규가....자기 때문인 거 같아 가슴이 무너진다....다시 입술을 비죽거리며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해지는)

춘희 : (가슴이 무너진다. 그러나 절대 내색 않는)

강진 : (비명같은 울음이 터진다) 아아악!!!!!!!!! 아아악!!!!!!!!!!!!!!

 

 

3. # 춘희 다방 (다른 날, 낮)

 

춘희, 미스 신과 함께 이삿짐을 싸고 있다. 메뉴판과 달력들을 떼고.....찻잔들과 접시들을 싸고......

춘희, 막막함과 암담함을 내색하지 않으려 죽을힘을 다하고 있는.

 

미스신 : 암만 지 아들이 개 맞듯이 맞았다구 이틀도 안 주구 다방을 빼라 그러냐? .....참, 강진인? 합의 안하기로 했어?

춘희 : 돈 천만원 있으면 그 돈으로 먹구 죽겠다.

미스신 : 무슨 엄마가 이러냐? 강진이가 누구 땜에 그렇게 됐는데? 죄책감도 못 느껴?

춘희 : 죄책감 같은 소리 하구 자빠졌네.....라면이나 끓여. 배 고파.

미스신 : 라면 같은 소리 하구 자빠....먹을 게 지금 입으루 들어 가? 강진이는 콩밥을 먹을 지도 모르는데?

춘희 : (독한 말과는 다르게 찻잔을 싸고 있는 손이 달달 떨린다) 지 에미도 못해주는 콩밥, 국가에서 해준다는 데 땡잡았지 뭐....

         라면, 계란도 풀고 파도 넣고, 김치도 넣고, 된장도 넣고, 간장도 넣고, 참기름도 넣고...깨소금도 넣고....

         커피도 넣고....설탕도 넣고.... (하다가 결국 떨리는 손을 어쩌지 못하고 찻잔을 떨어뜨리고, 찻잔, 산산 조각이 난다......

         깨어진 찻잔 조각을 보는데 눈시울이 울컥 붉어진다.)

미스신 :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릴해, 그니까......

춘희 : (깨어진 유리 조각을 천천히.....줍는다)

 

이때, 다방 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춘희는 고개를 떨구고 계속 유리 조각 줍고 있고.

 

미스신 : (출입문 쪽 보며) 죄송합니다. 저희 이제 다방 영업 안합니다, 손님.

 

춘희, 눈물을 있는 힘을 다해 삼키며 유리 조각을 줍는다.

이때, 누군가의 손이 나와 유리 조각을 줍는다.

 

춘희 :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자기 앞에 앉은 사람을 보는데.....준수다. 놀라고 당황하는) !!!!

준수 : (춘희 보지 않고 유리 조각만 주우며) 짐 다시 풀어...이사 갈 필요없다.

춘희 : !!

준수 : (계속 유리 조각만 주우며) 합읜 잘 됐구, 니 아들도 곧 나올거야. 학교 교장 선생님도 선처해 주시기로 하셨다.

춘희 : !!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감동했다)

준수 : (유리 조각을 줍고 고개를 들어 춘희를 보는) 우리 딸아이 때문이야.

         우리 지완이가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구 울구 불구 힘들어 해서.....

춘희 : (한준수.....여전히 잔인한 사람이다)

준수 : (일어선다) ......난 다 잊어버렸다.

춘희 : ?

준수 : 지난 날 우리한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잊어버렸어. 생각두 안 나, 이제.

춘희 : (쿵!)

준수 : 나한텐 지금 내 아내가 내 자식들이 전부야.

춘희 : ........

준수 : 니가 여기 왜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도 달라질 건 없다는 얘기야.

춘희 : (온 몸이 달달 떨려온다. 꾸욱 주먹에 힘을 주는....)

미스신 : (이게 웬일이야?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커....커피 가져 오까요?

준수 : 아닙니다. 됐습니다. (발걸음 돌려 출입문 쪽으로 가려는데)

춘희 : (눈물과 충격 받은 마음 삼키며) 우리 다방에 첨 온거 아니지?

준수 : (흠칫)

춘희 : 매일 매일 어딘가에서 나 지켜 보고 있었지?

         차춘희 인생이 어떻게 망가졌나, 한준수 때문에 어떻게 망가졌나 지켜 보고 있었지?

준수 : .......(어이없다는 듯 보고 나가려는데)

춘희 : (애써 미소 지으며) 보고 싶었어, 한 준수.

준수 : (그대로 다방 밖으로 나가 버린다)

춘희 : (준수 나가자 강건했던 표정이 무너진다.......애써 감정 누르며)

         .....신양아! 두부 한 모만 사와. 우리 강진이 나오면 먹이게..

 

 

4. # 마을 길

 

가방을 맨 지완, 숨이 턱에 닿게 달려 간다.

 

 

5. # 다리 길 일각

 

지완, 열심히 달려와 숨을 몰아쉬며 멈춰 선다. 지완의 시선 앞으로 강진이 있다.

초췌한 강진, 다리 앞에 서서 강물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지완,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런 강진을 지켜보는.

강진, 갑자기 다리 난간 위로 올라가더니 그대로 물 속으로 다이빙한다.

 

지완 : (충격 받는) 안돼요! 오빠!! 안돼요!!.... (눈물이 터진다) 사람 살려요!! 사람이 빠졌어요! 사람 살려요오!!!....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강진이 빠진 다리 난간 쪽으로 간다. 강물을 향해 소리 치는) 오빠! 오빠!!....

         그렇다구 죽음 어떡해요? 바보 같이 죽으면 어떡해!! 엉엉엉엉....

 

지완, 강물에 어떤 일렁임도 없자, 엉엉엉 울면서 가방을 벗어놓고 신발을 벗는다.

강물로 뛰어들려고 난간 밖으로 다리를 내미는데.

이때, 강진, 물 위로 솟구쳐 오르더니 물 밖으로 걸어나온다.

강진, 몇 걸음 걸어가다 강기슭에 쓰러지듯 드러누워 거친 숨을 몰아쉰다.

 

지완 : (안도 하는) 살았다......아.....살았다........ (여전히 충격 받은 표정은 거두지 못하고)

 

 

6. # 강기슭

 

강진 : (거칠고 가픈 숨 몰아 쉬다가 갑자기 다시 벌떡 일어나 강물을 향해 소리치는)

         내놔!! 내 펜던트 내놔!!! 어서 내놔!!! 내 펜던트 내놔아!!!!!!!

 

강진, 마지막 힘이 다한 듯 힘없이 털썩 다시 바닥에 드러누워 버린다. 힘겹고 거친 숨 몰아쉬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다 다리 위에서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지완을 본다.

 

 

7. # 다리 위

 

지완, 강진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

울먹울먹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너무나 가슴 아프고 미안한 표정으로.....

 

 

8. # 강기슭

 

멀겋게 지완을 보던 강진, 다시 시선 들어 하늘을 본다. 허탈한 눈빛에 절망이 가득하다.... F.O.

 

 

9. # 강물 속 (다른 날)

 

화면 밝아지면, 지완, 강물 속을 헤엄쳐 가고 있다. 바위와 바위사이를 샅샅이 뒤지며 펜던트를 찾는다.

그러다, 숨이 차는지 가슴을 누르는.

 

 

10. # 강 가

 

지완, 물 밖으로 나오면, 진경, 큰 타월 들고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지완, 숨을 헐떡이며 주저 앉고, 진경, 타월을 덮어준다.

 

진경 : 너 이거 미친 짓이야. 강물 속에서 펜던틀 어떻게 찾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게 쉽지.....

         아니다, 강물 속에서 펜던틀 찾는 게 더 쉽긴 쉽겠구나.

지완 : (숨을 헐떡이며) 찾아야 돼. 꼭 찾아야 돼......강진 오빠한테 꼭 찾아줘야 돼.

진경 : 차강진 꼬시는 데 완전히 목숨을 걸었구나. 그래, 복수를 할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지. 멋진 년.

지완 : (숨을 힘겹게 몰아쉰다.....복수의 계획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11. # 강진 교실

 

강진, 교실문 열고 들어와 자기 사물함으로 간다.

아침 자율 학습을 하던 학생들, 일제히 강진을 돌아본다. 자기들끼리 수군대기도 하고.

윤주,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강진에게 다가간다. 강진, 사물함의 물건들을 가방에 챙겨 넣는다.

 

윤주 : 어떻게 된거야? 얼마나 걱정 했는데?

강진 : .......(대답 않고 사물함 물건들 챙기는)

윤주 : 정학 먹었다며? 수업두 못하구 학생 지도실에서 반성문 써야 된다던데, 그래?

강진 : (물건 챙기며)...........

윤주 : 한지완 그 기집애두 정학이라며?

강진 : (말 없이 책상쪽으로 간다)

윤주 : (따라 가며) 니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강진 : (책상 안에서 책을 꺼내 가방에 넣는)

윤주 :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구? 니네 둘!

강진 : (책상에서 계속 책을 꺼내는데....문득 뭔가가 손에 잡힌다. 꺼내서 보면 우유와 계란이다.....가만히 보는)

윤주 : (강진이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자, 긴장하는) 뭘 보구 있어? 버려.

강진 : .......(보고만 있는)

윤주 : 버리라구! 그동안 잘 버렸잖아! 버려어!!

강진 : (보다가 계란을 깨서 입에 넣는다)

윤주 : (당황하는) 차 강진!

강진 : (우유도 벌컥벌컥 마신다)

윤주 : (기가 막힌)

강진 : ......(끝까지 남김 없이 마시는)

 

 

12. # 학생 지도실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이 놓인 방. 지완, 한쪽 구석 자리에 앉아 끙끙대며 반성문 쓰고 있다.

“아, 뭐라구 쓰냐...” 꿍얼대며 아직 덜 마른 머리를 쥐어뜯는다.

잠시 후, 문 열리고, 강진, 가방과 책들을 한 아름 안고 들어선다.

강진의 시선에 지완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완, 피곤했는지 반성문을 쓰던 종이에 뺨을 대고 잠들어 있다. 헤 벌어진 입....침까지 흘리며.

강진, 그런 지완을 표정 없이 보는.

시간 경과.

지완, 엎드려 자다가 잠꼬대를 한다.

 

지완 : 딱 걸렸어.....다 주욱었어.....(잠결에 주먹을 휘두르다가 책상을 쾅 치고는 아파서 죽을 상 지으며 눈을 번쩍 뜬다)

 

지완의 시선에 강진의 모습이 들어온다.

강진, 싸인펜을 들고 종이에 뭔가 열심히 쓰며 체크하고 있다. (열심히 제 공부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완, 잠에서 덜 깨서 긴가민가하다가 강진임을 알고 히익 당황하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입가엔 침이 말라 붙어 있는.

 

강진 : (시선을 종이에 두고, 체크하며) ‘갔다 드릴게요’ 가 아니구, ‘갖다 드릴게요’ 지. 쌍 시옷이 아니구, 지읏 받침.

지완 : ? (무슨 말인가?)

강진 : (진지한) ‘제가 미친 년이예요?’ 이 문장은 물음표를 붙이는 게 아니지.

         내가 미친 년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 게 아니구, 나 미친 년이다. 시인하고 인정하는 건데, 마침표를 붙여야지.

         더 강력하게 시인하고 싶다면 느낌표를 붙이든가.

지완 :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히익 놀라서 자기가 쓰던 반성문을 본다. 반성문 종이가 없어졌다)

         어! 내 반성문........(기절하겠다) 내 반성문 갖고 갔어요?

강진 : (일어서서 지완에게 와 지완의 반성문을 내민다)

지완 : (얼른 반성문을 채서 든다. 빨간 싸인펜으로 여기저기 맞춤법이며 띄워 쓰기 등을 체크해 놓았다)

강진 : 국어 시간에 잤지? 이 정돈 중학생들도 다 아는 건데.

지완 : (국어 시간에 맨날 자긴 했지만....수치심으로 얼굴이 확 달아 오르는)

강진 : 선생님한테 내기 전에 나한테 다시 검사 맡구 내. 망신당하지 말구. (자기 자리로 돌아와 자기 책을 본다)

지완 : (쪽팔리고 열도 뻗치고....어쩔 줄 모르는.....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서 푸후...푸후.......입김 내뿜는)

강진 : (지완의 반응은 상관 없이 계속 책을 보는)

지완 : (책상에 머리를 박고 으으으으 괴로워한다)

강진 : (슬쩍 고개를 들어 지완을 물끄러미 본다.....지완이 귀엽다. 예전과는 달라진 호감의 눈빛이다)

 

유리창 밖에서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윤주의 파르르한 눈빛.

 

 

13. # 마을 길 (해질녘)

 

하교 길이다. 지완, 머리를 쥐어뜯으며 간다.

 

지완 : 아, 쪽팔려.....앞으로 내가 국어 시간에 또 자면 최윤주 딸이다....(고개를 들다가 뭔가 발견한다)

 

저 앞에서 춘희, 쪼그리고 앉아 하이힐을 바닥에다 대고 두드리고 있다. 하이힐 굽이 빠진 듯.

 

춘희 : 구두구 사람이구 아주 꼴값을 하네, 꼴값을 해. (그런데 굽이 쉽게 박히지 않는다) 아, 얘 왜 이래? 진짜? 바뻐 죽겠는데....

지완 : (춘희에게 다가 간다) 제가 해드릴까요?

춘희 : (다가오는 지완을 본다)

지완 : 안녕하세요. 한 지완입니다. ....지난번 경찰서에서......강진 오빠랑....

춘희 : 아아.......한 준수 딸? (지완이 곱지 만은 않다)

지완 : ..네......주세요. 제가 해 드리께요.

춘희 : 됐어. 저리 가. 니가 나타나면 인제 무섭다, 무서워.

지완 : (무안하다...그래도 밝게) ....저 이런 거 전문이예요. 주세요. 제가 해 드리께요.

         (춘희에게 구두를 뺏다시피 해서 바닥에다 있는 힘을 다해 탕탕 두드리는데....

         달랑거리던 구두 굽 아예 딱 부러져 버린다. 히익....당황하는)

춘희 : (어이 없는)

지완 : (죽었다....표정 짓다가......조심스럽게 춘희를 올려다 보는데)

춘희 : (송곳 같은 눈빛으로 보고 있는)

 

지완과 춘희를 학교에서 돌아오던 강진이 보고 있다.

 

 

14. # 일각

 

춘희, 지완의 운동화를 신고 걸어가는데, 강진, 뛰어 와 춘희의 앞을 막아선다.

 

춘희 : 강진아.

강진 : (다짜고짜) 벗어 줘.

춘희 : 뭘? 뭘 벗어줘?

강진 : 엄마가 신고 있는 거. 지완이 운동화.

춘희 : 걔가 내 하이힐을 부러뜨려 갖구.....잠깐 바꿔 신은 거야! 비켜! 나 배달 가야돼.

강진 : (막아서며) 유치하게 왜 그래?

춘희 : 미워서 그래. 왜?

강진 : !

춘희 : 성질 같애선 한 대 줘 패구 싶은 거 참구 있는 거야....남의 집 일에 낄 데 안 낄데 다 껴갖구.....

         저 기집애만 아니었으면 니가 사람을 왜 패? 니가 정학을 왜 당해? (하는데)

강진 : (자기 운동화를 벗어서 춘희 앞으로 놔 주고, 몸을 굽히고 춘희의 운동화를 억지로 벗긴다)

춘희 : 야아....야아....야 이 자식아.......

 

 

15. # 마을 길

 

한쪽 발에 굽 있는 하이힐을 신고, 다른 쪽 발에 굽 없는 하이힐(춘희의 것)을 신은 지완, 낑낑대며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다.

맨발의 강진, 지완의 운동화를 들고 지완을 찾으며 오다가....지완을 발견하는.

강진, 아슬 아슬 뒤뚱뒤뚱 걸어가는 지완을 기가 막힌 심정으로 보는데.

 

지완 : (어어어하며 비틀대더니 쾅 엉덩방아 찧으며 넘어져 버린다)

강진 : (푸후우우......)

 

지완, 찡그리며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다가....일어나려 하는데. 지완의 앞으로 놓여 지는 지완의 운동화.....강진이다.

 

지완 : (당황해서 보는)

강진 : 이건 가져간다 그럼? (다짜고짜 지완이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긴다)

지완 : (당황해하며).....아줌만요?......아줌만 어떡해요? 그럼?

 

지완의 시선에 강진의 맨발이 눈에 들어온다.

 

지완 : !!

 

 

16. # 마을 길

 

운동화를 신은 지완, 저 앞으로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 강진의 맨발을 본다.

가방을 매고, 두 손에 춘희의 하이힐을 들고 맨발로 가고 있는 강진. 나 때문에....맨발로....

그런 강진의 모습을 보는 지완의 마음이 사정없이 울렁이기 시작한다.

걸어가는 강진, 뭔가에 찔린 듯 몹시 아픈 표정 짓다가....그래도 꿋꿋하게 걸음 옮겨서 가는.

 

 

17. # 지완 마당 (밤)

 

지완, 운동화를 앞에 놓고 앉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 뺨을 손바닥으로 톡톡 때린다.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지용E : 우리 지완이 저 표정이 무슨 뜻이더라?

지완 : (흠칫해서 돌아보면)

지용 : (트렁크 끌고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완을 향해 환하게 웃는) 오빠가 맞춰봐?...좋아하는 사람 생겼지?

지완 : 오빠아!!! (벌떡 일어서는, 놀라고 흥분한)

지용 : 기차역에서 한참 기다리다 왔엄마. 마중 나온다 그래놓구 왜 안 나왔어?

지완 : 아...까먹었다. (지용에게 달려가 허리를 안으며) 미안해....미안해, 오빠.....오빠아아........

         (지용에게 애교스럽게 안기는) 오빠. 오빠. 오빠.

지용 : (빙긋 웃으며 지완을 안아주는)

지완 : 완전히 휴학하구 내려 온 거야?

지용 : (지완은 안아 다독이며) 어. 군대 갈 때까지.

지완 : 흐응...군대 가지 말구 나랑 살자아. 아니다, 내가 그냥 오빠 따라 입대하까? 여군으루?

지용 : 운동화는 어떡하구?

지완 : 응?

지용 : (지완의 손을 풀고, 좀 전에 지완이 앉은 자세 그대로 지완의 운동화 앞에 쪼그리고 앉으며)

         운동화.......어떤 놈이야? 오빠 마중 나오는 것도 까먹게 한 괘씸한 놈....어떤 놈이야?

지완 : (머뭇거리는.....수줍다)

지용 : 뭐야아? 인제 오빠한테두 비밀이 생긴거야?

지완 : (지용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같이 운동화 보는)

지용 : 어어?

지완 : (물끄러미 운동화 보며) 맨발루 갔어.

지용 : 응?

지완 : 맨발루 신발두 안 신구 갔다구.

지용 : ?

지완 : 나한테 이 운동화 줄라구 자기는 맨발루 갔어.....

 

 

18. # 강진 마당

 

강진, 다리를 찔벅거리며 방에서 나온다. 마당에 강진의 운동화가 놓여 있다.

강진, 신발을 신으려고 앉았다가 자신의 발바닥을 본다. 맨발로 오다가 여기저기 찔린 듯 상처가 제법 많이 나 있다.

담담히 자신의 발을 보던 강진, 하늘을 올려다 본다....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미소가...자꾸만 자꾸만 번져서......어느 새 보름달만큼 환한 미소로 웃고 있다.

하늘 위로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다. F.O.

 

 

19. # 마을 길 (아침, 열흘 정도 후)

 

지완, 환한 표정으로 열심히 자전거 달려 온다.

 

 

20. # 학교 화장실

 

진경과 친구1, 거울 앞에서 단장하고 있다. 향수도 뿌리고 무스도 바르고.

 

친구1 : 애들 사이에 소문 다 났어. 강진 선배, 지완이랑 사귄다구. 최 여시는 팽 당하구.

진경 : (흡족한 듯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친구1 : 이게 말이 되냐? 어떻게 최 윤주를 버리구 한 지완이랑....말이 돼?

진경 : 나두 이번에 절실하게 느꼈는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릴 수 있겠더라구.

친구1 : 한? 서리?

진경 : 한 삐꾸, 복수하는 거잖아. 박종석 뺏어간 최윤주한테. 너두 한번 당해 봐라!

친구1 : (눈 동그래지며) 그...그게 무슨 말이야?

 

이때, 화장실 문 벌컥 열린다. 윤주, 화장실 안에서 볼 일 보며 진경과 친구1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진경과 친구1, 돌아보면, 윤주가 창백하게 굳어서 서 있다.

 

윤주 : (진경 보며) 뭐라구? 너 뭐라 그랬어, 지금?

진경 : (너무 놀라 딸꾹질)

 

 

21. # 방송실 앞

 

지완, 방송실 앞으로 걸어와 선다.

 

친구1E : 윤주 선배가 너, 점심 시간 때 방송실루 오래.

 

무슨 일일까 갸웃하는 지완, 방송실 문을 톡톡 노크한다.

 

 

22. # 방송실 안

 

지완 : (방송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꾸벅 목례하는) 안녕하세......

         (하다가 멈칫 멈춘다. 고개를 숙이면서 누군가를 봤다.... 천천히 고개를 든다)

 

지완의 앞으로 윤주와 종석이 있다. (윤주는 앉아 있고, 종석은 서 있고)

방송실 안은 클래식이 흐르고 있다.

 

지완 : (종석을 보고 당황하고)

종석 : (역시 지완을 보고 당황하는)

윤주 : (회심의 표정)

 

 

23. # 강진 교실

 

스피커를 통해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고. 학생들, 점심 먹고 있다.

강진, 책상에 앉아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이때, 음악 소리 줄어 들며....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지완F : 처음엔 보...복수 할려구 그랬던 건....맞는데요.......

 

학생들,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며 스피커쪽을 쳐다본다.

강진, 지완의 목소리라는 걸 알고 멈칫하다가....스피커쪽을 본다.

 

윤주F : 그러니까 뭐야? 박 종석이 너 버리구 나한테 왔다구, 나한테 복수할려구,

           차 강진한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그거지? 지금?

 

학생들, 이게 무슨 일이야? 놀라며 강진쪽을 보는.

 

강진 : (서늘하게 굳은)

윤주F : 강진이한테 니가 했던 짓들, 다 연극이었어? 계란이랑 우유 책상 안에 넣어주구, 가방 들어주구, 편지 보내구.....

강진 : ...........

 

 

24. # 지완 교실

 

진경 : (밥 먹다가.....놀라서 먹던 밥이 입 밖으로 다 흘러 내리고)

 

 

25. # 방송실

 

지완, 바들바들 떨고 있고. 종석은 어이없는 듯 지완을 식식거리며 보고.

윤주, 마치 형사처럼 서서 지완을 다그친다.

 

윤주F : 너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 그렇게 순진한 얼굴을 하구,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윤주, 한 손은 뒤로 해서 콘솔 볼륨을 올리고 있다. (방송이 교실로 나가게)

 

지완 : (바들바들 떨고만 있는)

 

 

26. # 강진 교실

 

학생들, 모두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강진만 바라보고 있다.

강진, 싸늘하게 굳어 있는.

 

윤주F : 강진이가 너한테 넘어오면, 넘어오는 순간 바루 차 버릴거라 그랬다며?

           다른 사람 애인 뺏는 강진이 같은 애들은 용서 안 한다 그랬다며?

종석F : 정말이야? 윤주 선배 말이 정말이야?

지완F : ........(울 것 같은)....근데.....그치만.....지금은.....

강진 : (벌떡 일어서 교실 밖으로 나간다)

 

 

27. # 방송실

 

윤주 : (지완을 다그치는) 그런 말 한 적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지완 : (차마 울지도 못하고 대답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이때, 방송실 문, 벌컥 열리며 강진, 들어선다.

 

지완 : !!! (기함하는)

강진 : (싸늘한 표정으로 윤주를 거칠게 밀쳐 내더니 윤주가 올리고 있던 콘솔 볼륨을 탁 내려버린다)

윤주 : (당황하는)

지완 : (충격어린 표정으로 강진을 보는데....지금까지 다 들었다는 소린가?)

강진 : (지완을 애써 담담하게 보며) 나 아무 소리도 안 들었어.

지완 : (바들바들 떨며)

강진 : (담담하게) 이제부턴 니가 하는 말만 들을 생각이야.

윤주 : (강진의 반응이 충격이다)

지완 : (계속 바들 바들 떨며)

강진 : (담담하게) 지금은........지금은 어떤데?

지완 : (계속 바들 바들 떨며)

윤주 : (강진의 반응에 오히려 충격 받는)

강진 : (다그치는 게 아니다. 지완의 진심을 듣고 싶다. 모든 이들이 다 있는 앞에서) 지금은 어떤데?

지완 : (그렁한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강진 : 지금은 어떠냐구?

지완 : .......

강진 : (답답함에 자기도 모르게 격앙되어) 지금 니 맘은 어떤데?!!!!!

지완 : (.......차마 말을 할 수가 없다....돌아서 방송실을 나간다)

강진 : (가슴에 면도칼 하나가 쌓이는 것 같다......... )

 

 

28. # 교문 앞

 

넋이 다 빠진 듯한 지완, 교문 밖으로 휘적휘적 나간다.

 

 

29. # 학교 뒷켠

 

강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 나온다. 교사 담벼락에 등을 턱 기대는.....허탈하다.

 

 

30. # 다리 길 (펜던트가 빠졌던)

 

지완, 다리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 본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31. # 강진 교실

 

담임이 들어와 수업중이다. (사회 시간 정도)

윤주, 강진을 돌아본다. 지완을 쫓아갈 줄 알았는데....강진의 반응이 예상밖이다.

강진, 여느 때와 다음 없이 열심히 필기하며 수업 듣고 있다.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집중해 있다. 모든 생각을 떨쳐 버리려는 듯.

 

 

32. # 강물 속

 

지완, 강물 속을 헤엄쳐 다니고 있다. 눈물을 참으며 열심히 펜던트를 찾으려 애쓰는.....죽을 힘을 다하는.

 

 

33. # 강진 교실

 

쉬는 시간이다. 주번, 칠판 닦고, 학생들, 잡담하며 놀고 있다.

강진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윤주, 그런 강진을 의아한 듯 본다.

강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섭게 집중해 있다.

 

지완E : 지금은..............지금은요.......

 

 

34. # 강기슭 / 다리 위

 

온 몸이 젖은 지완, 강기슭에 드러누워 있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지완 : (하늘을 향해 말하는) 강진 오빠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쿵쾅거리구요....

         책만 펴면 오빠 얼굴이 자꾸 보여 갖구......자꾸 보여 갖구......공부도 못하겠구요....

         복수 같은 건 옛날에 잊어 버렸는데.....생각두 안하구 있었는데.....다 까먹구 있었는데.......어어어어어어엉.....

         (울음이 터진다) 어어어어엉....

 

다리 위에서 그런 지완을 지용이 지켜보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 가던 길인 듯)

지용, 무슨 일인가 걱정스럽게 지완을 보는.

 

 

35. # 강진 교실

 

수학 시간이다. 강진, 여전히 열심히 수업 듣고 있다.

수학 선생이 어려운 문제를 내고 “이 문제 풀어 볼 사람?” 하고 물어본다.

학생들, 일제히 수학 선생의 시선을 피하고. 강진, 번쩍 손을 든다.

 

강진 : 제가 해 보겠습니다.

 

 

36. # 강기슭

 

지완, 설움을 참지 못해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고.

지용, 그런 지완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 주고 있다.

 

지용 : 바보야....말을 하지 그럼. 니 맘이 그렇다구 솔직히 말을 하지 그럼.

지완 : 미안해서......미안해서어......나 때문에 아버지도 잃어버렸는데에에에에......

지용 : 그래, 그건 좀 미안한 일이다....미안하겠다 그건....우리가 찾아 주면 되지 뭐. (지완을 떼내서 보며)

         펜던트 오빠가 찾아 줄테니까 지금 가서 말해. 내 진심은 이거라구 가서 말해.

지완 : 어어어어엉.

지용 : 오빠가 찾아 줄께, 펜던튼.....오빠 예전에 스킨 스쿠버 했던 거 알지? 그런 거 찾는 거 문제두 아냐.

지완 : 어어어어엉.

지용 : 어서 가. 오빠가 오늘 안에 찾아 줄테니까, 넌 어서 가서 말해.

지완 : 어어어어엉. 어떻게 찾아? 오늘 안으루우우.......난 두 달이나 찾았는데...... 그래두 못 찾았는데에에에......

지용 : 나 한 지용이잖아. 정선이 낸 천재! 내가 못하는 일이 어딨어?

         (일어서며 강가쪽으로 간다. 윗도리 벗으며...웃으며 지완을 돌아본다) 걱정 말구 어서 가....

         펜던트 못 찾으면 아예 물 속에서 나오지도 않을거니까. (윙크해 준다)

지완 : (그 말에 정말 위안을 받으며 울음을 그친다)

 

 

37. # 강진 교실

 

분필 들고 칠판 한 가득 수학 문제를 풀고 있던 강진, 숫자를 쓰다가 (5자 쓰다가 만 상태) 갑자기 멈춘다.

 

수학선생 : 뭐해? 계속 안 풀구?

강진 : (분필을 멈춘 채 계속 누르고만 있다)

수학선생 : 차 강(진!하려는데)

강진 : (그대로 분필 놓고 교실 밖으로 나가 버린다)

수학선생 : 차강진!!

윤주 : (표정 굳어지는)

 

 

38. # 운동장

 

미친 듯 달려서 학교를 빠져 나가는 강진.

 

 

39. # 마을 길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뛰어 다니며 지완을 찾는 강진.

 

강진 : 지완아! 한 지완!!......한 지완!!!!!!

 

 

40. # 다리 위 길

 

기슭에서 다리 위로 올라온 지완, 한결 기분이 좋아져 강진에게 가려다 문득 강 아래쪽을 본다.

강기슭에 지용이 벗어 놓은 신발과 윗옷 놓여 있다.

지완, 씨익 헤벌쭉 한번 웃고 가려는데, 넘어져 있는 지용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지완, 자전거를 일으켜 세워 놓고, 손을 탈탈 털고...다시 가려는데.....문득 불안한 예감이 든다.

지완, 다리 쪽으로 가 강물을 내려다 본다. 지용이 너무 물 속에 오래 있다....

 

지완 : 왜 안 나와? 오빠?........아까 아까 들어갔잖아.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지만, 수면은 여전히 고요하다. 지용이 벗어 놓은 신발과 윗옷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지완 : (뭔가 사고가 생겼음을 직감한다. 표정이 하얗게 얼어붙는다.....)

 

수면은 여전히 고요하다......지용이 벗어 둔 신발과 윗옷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싸일런트. 좀 전에 들렸던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완 : (한대 맞은 듯.......눈물이 차오른다. 소리도 안 나온다. 강물에 대고 소리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오빠.....

         (소리가 안 나온다) 오빠.....(목이 터져라 부르지만, 소리가 안 나온다) 오빠아........

         (결국 소리가 터져 나오는) 오빠아!!!!

 

 

41. # 마을 길

 

지완을 찾느라 이마엔 땀이 가득해 숨을 헐떡이는 강진, 마치 무슨 소리라도 들은 듯 뒤를 돌아본다.

그러다, 다시 앞을 보고 가는데, 눈앞으로 지용의 플래카드 걸려 있다. 마을 초입에 걸려 있던 것과 같은.

 

강진 : (멀건이 지용의 플래카드를 보는데)

영숙E : 안돼! 지용아!! 지용아!! 안돼!!!

 

 

42. # 병원 응급실 복도 (응급실 문 앞)

 

시트에 뒤덮인 지용의 시신, 영안실로 옮겨지려 하는데.

영숙, 침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영숙 : (절규하는) 일어 나! 지용아!!! 엄마 왔어! 엄마 왔어! 일어나! 우리 아들!! 어서 일어나서 엄마 좀 봐아아!!!

준수 : (충격 받아서.....멍하니 서 있다. 두 눈이 벌게진 채)

 

병원 직원들, 영숙의 손을 떼내려는데, 영숙, 다시 잡으며.

 

영숙 : 우리 지용이 좀 살려 주세요. 우린 지용인 죽으면 안돼요.....세상 사람들 다 죽어두 우리 지용인 안돼!!!

         엄마 말 들었지? 지용아!! 넌 안된다구!! 넌 이렇게 떠나면 안된다구!! 안된다구!! 안된다구우!!!! (하다가 혼절해 버린다)

준수 : 여보! (하며 얼른 가서 영숙을 부축한다) 여보, 정신 차려....정신 차려.....정신 차려! 영숙아!!

 

그 사이 직원들은 침대를 밀고 영안실 쪽으로 가고.

 

준수 : 정신 차려, 여보! 정신 차려! 여보오.....여보오......

영숙 : (힘겹게 다시 정신 차리며) 우리 지용인 아냐. 걘 죽으면 안돼, 여보....죽으면 안되는 애야, 절대루우......그러면 안돼애.....

준수 : (눈물이 쏟아진다)

영숙 : (거의 넋이 나간) 차라리....지완이.....지완일 데려 가시지........차라리....지완일.....데려가시지...

준수 : 여보오!!

 

카메라 PAN해서 응급실 문 다른 쪽을 비추면 지완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지용의 벗어두었던 신발을 품에 꼬옥 끌어 안고.

(응급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상황, 서로를 보지는 못하는)

지완, 지용을 구하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온 몸이 물로 젖어 물이 뚝뚝 흐르고 있다.

하얗게 질린 지완, 차마 울지도 못한다.

 

영숙E : (절규하는) 차라리......지완이가 죽지이!!!!

지완 : (차마 울지도 못하는......)

 

 

43. # 강기슭 (노을 녘)

 

지완(상주 복을 입고, 머리에 상주 핀을 꽂은), 강가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지완, 천천히 몸을 일으켜 몇 걸음 걸어가다가 픽 넘어진다. 지완, 이를 앙물고 일어섰다가 다시 넘어지고....

지완, 돌멩이에 손을 짚고 일어나려다 뭔가 발견한 듯 표정이 창백해진다. 바위 같은 돌멩이 사이에 펜던트가 있다.

지완, 펜던트를 들어서 본다. 약간의 녹이 슬고, 줄 부분에 생채기가 생기긴했지만, 강진의 펜던트다.

여기 있는 줄도 모르고....여기 이렇게 있는 줄도 모르고.......

펜던트를 보던 지완,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큰소리 내서, 미친년처럼 바닥을 구르며....목 놓아서 우는 지완.

 

 

44. # 지완집 앞

 

강진, 지완집 앞에 서 있다. 담벼락에 등을 대고 지완을 기다리는.

강진,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는데, 주머니 안에 뭔가 들어 있는 듯 주머니가 불룩하다.

심난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는 강진.

 

 

45. # 마을 길

 

강진,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오다가 무언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춰선다.

저 앞으로 상복을 입은 지완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휘청 걸어오고 있다.

지완, 걸어오다가 강진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지완의 표정, 서늘하다.

 

강진 : ......(상복 입은 지완의 모습에 가슴이 아리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하나....)

지완 : .......(서늘하게 보고만 있는)

강진 : ............밥은....먹었니?

지완 : ..........(대답 않고 서늘한 눈빛으로 보고만 있는)

강진 : (주머니에 들어 있던 우유와 계란을 꺼내더니 지완 앞으로 다가가 지완에게 내민다)

지완 : (그대로 굳은 듯 서서)

강진 : (지완의 손을 잡아 끌어 지완의 손에 우유와 계란을 놓아준다)

지완 : (멀건이 우유와 계란을 보다가.....계란을 던져 버리고....우유도 바닥에다 부어버린다)

강진 : !!! (당황하는)

지완 : (강진 보지 않고 강진을 스쳐서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강진 : (지완의 등에다 대고 결심한 듯) 널 좋아해!

지완 : (쿵......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등을 돌린 상태라 강진은 볼 수 없지만)

강진 : 내가 널 좋아한다구!!

지완 : .........(억장이 무너진다...충격 받아서 멈췄던 발걸음 간신히 떼서 가려는데)

강진 : 니가 날 좋아하는 것처럼 나두 널 좋아한다구!!

지완 : (저도 모르게 격앙되어) 좋아하지 않아요, 저!!

강진 : (흠칫)

지완 : (돌아서며 강진을 노려 보며) 오빠 좋아한 적 한번도 없어요!

         윤주 언니한테 복수할려구 일부러 좋아하는 척 했던 거예요!!

강진 : (당황했지만 담담하게 O.L.) 거짓말 하지 마!

지완 : 거짓말 아니예요! 오빠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요!! 오빠 같이 못되구, 이기적이구, 싸가지 없구, 재수 없구....

강진 : (담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지완 : (면도칼에 베이는 심정으로 내뱉는) 엄마가 남자들 꼬시는 다방 마담같은 거나 하구!!!

강진 : (그 말에 한 대 맞은 듯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진다) .............뭐?

지완 : (강진의 충격어린 눈빛을 서늘하게 맞받는다)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사람은 끼리끼리 놀아야 된다구!

         오빠 같은 사람하군 어울리지 말라구!

강진 : (둔기로 맞은 듯 굳어 있는.....깊은 상처를 받았다)

지완 : 오빠같은 사람하군 상종도 하지 말라 그랬어요, 우리 엄마가.

강진 : (모멸감으로 하얗게 굳었다)

지완 : 내가 잠깐 미쳤었나봐요. 미친 년이예요, 내가.

         (그대로 돌아서서 저벅저벅 걸음을 옮겨간다. 눈물이 나려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으며)

강진 : (그대로 창백하게 굳어....할 말을 잃고....멀어져 가는 지완의 등만 아프고 참담하게 바라 보는)

 

 

46. # 마을 전경 (새벽)

 

푸르스름한 여명의 새벽이다.

 

 

47. # 준수방

 

링거를 꽂은 영숙, 잠들어 있고, 준수, 영숙의 손을 꼭 잡은 채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방문 빼꼼히 열리고, 지완, 얼굴만 내밀고, 두 사람의 모습을 멀거니 본다.

 

지완 : (울지는 않고.....이미 결심이 끝난 듯 담담하게.....)

 

 

48. # 지완 집앞 (이른 아침)

 

대문, 조용히 열리고. 지완, 커다란 짐 가방 하나와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온다.

걸음을 옮겨가려던 지완, 문득 집 쪽을 돌아보고...다시 툭툭툭 걸음 옮겨가는.

 

 

49. # 강진 방

 

강진,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해 끙끙 신음 소리를 내며 앓고 있다. 부산은 곤한 잠에 빠져 있다.

 

 

50. # 마을 길

 

강진이 만들었던 지용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어떤 바람에도 끊어지거나 찢어지지 않게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지용의 플래카드가 거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F.O.

 

 

51. # 서울 거리 (2006년)

 

화면 다시 밝아지면. 서울 도심의 거리를 중형 벤츠 한 대가 달리고 있다.

다른 차들을 열심히 추월하며. ‘그리고, 8년 후’ 자막 뜨고.

 

우정E : 그래서, 매몰된 사람이 몇명이라구?

 

 

52. # 벤츠 안

 

우정, 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관자놀이를 손으로 누르고 벤츠 뒷자리에 앉아 있다.

산발이 된 머리, 화려한 화장과 액세서리, 배꼽티, 미니스커트.....클럽에서 밤을 지새우며 놀았다는 흔적이 여실히 묻어난다.

 

재현 : (조수석에 앉아 있다. 운전은 운전기사가 하고) 현재까지 보고 된 건 여덟 명인데, 열심히 구조 작업 중이랍니다....

         (룸미러 통해 우정의 행색을 보며 들고 있던 양복 상의를 우정쪽으로 넘겨주며) 내리실 때 제 옷이라도 걸치시죠.

우정 : (정신을 차리려 고개 세게 흔들며 한쪽에 둔 설계도를 펼쳐서 보려다 두통과 숙취에 머리를 쥐어 잡으며) 아우우, 머리야아..

재현 : 숙취 약이라도 좀 사다 드릴까요?

우정 : 됐어, 괜찮아..... (하다가 우욱 오바이트 기운 느끼고) 봉다리! 봉다리!!!

재현 : (당황해서 봉지 찾지만 아무것도 없자 몸을 돌려 자기 두 손을 우정 앞으로 받쳐 주는)

 

 

53. # 공사 현장

 

엠브란스와 구급차가 서 있는 지반 공사 현장. 지반이 무너져 내려 인부들이 매몰된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대형 사고는 아니다.

양복차림의 건설회사 직원 대여섯과 현장 감독관, 인부들, 사고 현장 주위에 서 있고, 119 대원들, 구조 작업하고 있다.

아래서 누군가가 밀어 올려 주면 위에 있던 119 대원들이 끌어 올린다.

 

119대원 : (인부 한명 끌어 올린 후, 아래를 향해 소리치는) 남은 사람 더 없습니까? 마지막입니까?

 

마지막으로 끌어 올려 진 사람, 힘겨운 듯 땅바닥에 털썩 드러눕는다.

작업복과 얼굴이 온통 흙과 먼지와 땀과 흘러내린 피(이마가 찢어졌다)로 범벅이 돼서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들다.

햇살에 눈도 못 뜨고 죽을 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그는 강진(27살)이다. (한 눈에 공사판 인부처럼 보인다)

119대원이 들 것으로 옮기려고 하면 됐다고 괜찮다고 손을 내 젓는다.

 

감독관 : (강진에게 다가오며) 수고 했어. 자네가 마지막까지 남아서 밑에서 사람들 밀어 올려 준 덕에 큰 사고 없이 빨리 끝났어.

강진 : (다행이다...그 말에 힘겹게 씩 미소 짓고, 그제야 천천히 눈꺼풀을 밀어 올리고....눈을 뜨며....찌푸린 눈으로 햇살을 본다)

 

이때, 우정의 벤츠가 근처로 와 멎는다.

재현, 내려서 문 열어 주면 우정(배꼽티 위로 재현의 양복 상의를 입었다), 차에서 내린다.

우정, 재현의 호위를 받으며 사고 현장쪽으로 온다. 건설 회사 직원들, 우정을 알아보고 정중하게 인사한다.

현장 인부들은 누군가 의아해 하고.

간부 직원1, 우정에게 “인부들 모두 사고 없이 구조 됐습니다.” 보고 한다.

 

우정 : (의례적으로 인사하는) 다행이네요.....저희쪽 하구야 관계없는 사고지만 어쨌든 뒷마무리 잘 부탁합니다.

강진 : (우정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는다)

우정 : (구토 기운을 느끼며) 그럼... 일이 있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계속 수고 좀 해주세요.

         (가볍게 목례하고 다급히 몸을 돌려 다시 벤츠쪽으로 간다)

재현 : (다시 우정을 보좌해서 가고)

강진 : (서늘한 눈빛)

 

우정의 벤츠가 서 있는 곳. 재현, 차 뒷문을 열어주면, 우정, 뒷좌석에 오른다.

재현, 차 문을 닫아주려는데, 닫히지 못하게 차 문을 꽉 잡는 손.

재현, 당황해서 보면, 강진이 차 문을 잡고 서 있다.

 

재현 : (당황해서) 야!

강진 : (재현은 본 체도 않고 재현을 밀어내고 우정 앞으로 와서 서며) 설계상의 문제였습니다.

우정 : (봉지에 오바이트를 하려다 이 자식은 뭐야? 황당한 표정으로 보는)

강진 : (당황한 재현이 “무슨 짓이야? 이게?” 하며 강진을 밀어내려 하지만, 굳건하게 버티고 서서)

         저희 쪽과는 관계없는 사고가 아니구, 백퍼센트 설계도의 잘못 때문에 생긴 사고였습니다.

우정 : (기가 막힌) 서 팀장! 이 자식 뭐야?!!

재현 : (강진을 밀어내며) 안 비킬래, 너 진짜?!!!

강진 : (자신을 말리는 재현의 팔을 오히려 세게 쳐 내며) 땅에 모래 성분이 있다구

         기존 설계도로 가면 지반 붕괴 우려가 크다구 몇 번이나 건의 했지만, 묵살하셨습니다.

재현 : 얌마!!

우정 : (단순한 인부가 아닌 것 같다. 표정 굳어지며 차에서 내린다) .....난 그런 보고 들은 적 없어!!

강진 : 당연히 기억에 없으시겠죠! 그 보고를 하러 갈때마다

         오늘처럼 이렇게 술이 떡이 되게 쳐드시고! 인사불성으로 계셨으니까!!

재현 : (보다 못해) 입 닥쳐! 입 안 닥쳐?!!

우정 : (술이 확 깨는 듯한, 표정 얼음장처럼 굳어 강진을 식식거리며 노려보는) 너 뭐하는 자식이야!! 너 누구야, 이 새끼야!!

강진 : 오늘 이 사곤 백프로 이사님 때문입니다. 너 하나 땜에 사람이 죽을 뻔했다구! 알아?!!

         (우정을 싸늘하게 노려보고는 휙 돌아서 가버린다)

재현 : (기함해서 말을 잃고)

우정 : (기가 막혀 숨이 넘어갈 듯한) 저...저 새끼 누구야? 저 거지같은 새끼 누구야!!!

 

 

54. # 강진 오피스텔 욕실

 

강진, 샤워기 앞에 서 있다.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와 강진의 얼굴과 몸에 묻은 흙과 먼지와 땀을 씻어내린다.

 

재현E : 우리 회사 디자인 기획2팀 팀장입니다. 두 달전 뉴욕에서 파격적으로 스카웃 돼서 왔습니다.

우정E : (기가 막혀) 그딴 새끼가 우리 회사 팀장이라구?!

 

 

55. # 욕실 거울 앞

 

강진의 손이 뿌옇게 습기가 낀 거울을 닦아내고 나면, 비로소 강진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깔끔하게 씻고 허리에 수건만 두른 강진, 눈부시게(?) 핸섬하다.

강진, 찢어진 이마에 밴드도 붙인다.

 

재현E : 최연소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상 수상! 김중업 장학금으로 뉴욕 유학! 램쿨하스 동아시아 프로젝트 수석 디자이너!

 

 

56. # 강진 방

 

깔끔하고 모던하게 꾸며진 방. 세련되고 깔끔한 옷으로 차려 입는 강진, 셔츠 단추를 잠근다.

공사판에서의 모습과 동일 인물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최첨단의 뉴요커같다.

 

재현E : 나이에 비해 전적이 상당히 화려한 친굽니다. 그 친구 스카웃할 때 업계 간 경쟁도 꽤 치열했습니다.

 

 

57. # 강진 차 안

 

강진, 차를 운전해 어디론가 간다.

 

우정E : 그래서, 그 새끼가 오줌 똥두 분간 못하구 그렇게 오만방자한 거야? 이름이 뭐야? 그 건방진 자식, 이름이 뭐야아?!!

재현E : ........차.....강진입니다.

 

 

58. # 대저택 일각

 

강진, 성북동 정도의 대저택이 밀집한 골목길을 운전해 간다.

저 앞 대저택 앞에 은영(26, 강진의 여자친구)이 강진을 기다리고 서 있다. 은영, 강진의 차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강진,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려 은영 앞으로 다가간다.

 

강진 : 많이 기다렸지? 일이 좀 있었어.

은영 : (강진 이마에 붙은 밴드 보고) 어? 이게 뭐야? 다쳤어?

강진 : (가벼운 미소 띠고) 아니. 별거 아냐.

은영 : (걱정스럽게 보다가...강진의 팔짱을 다정하게 끼며) 집에 들어갔다 가자. 아빠가 강진씨 만나구 싶어하셔.

강진 : (그 말에 얼핏 표정이 굳는)

은영 : 아빠 뵙구 이번 기회에 결혼 얘기 하자.

강진 : (잠깐 생각하다가 은영의 팔을 빼고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타!

은영 : 우리 아빠 안 만나?

강진 : 그 전에 갈 데가 있어.....타.

 

 

59. # 도로 / 강진 차 안

 

강진, 은영을 옆자리에 태우고 달리고 있다.

 

은영 : (당혹스런 표정으로 강진을 보며) 어디 가? 어디 가는데?

강진 : 좀 멀어......피곤하면 자. (버튼을 눌러 은영의 의자를 뒤로 젖혀준다.)

 

 

60. # 고속도로 / 강진 차안

 

강진, 앞만 보며 운전해 가고 있다.

은영, 의자를 젖힌 채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고 있는.

 

 

61. # 마을 입구 (산청, 노을녘)

 

강진의 차, 마을로 들어선다. 8년 전 지용의 플래카드가 걸렸던 자리에 이젠 강진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산청고 **회 졸업생 차 강진 한국 최고의 건축 설계 사무소 [신성] 특채 입사 산청고 총동문회’

‘차 춘희 여사의 장남 차 강진 서울대 건축학과 수석 졸업 마을 청년회 일동’ (오래되고 낡은)

마을을 압도하는 자랑스러움과 위용이 느껴지는 강진의 플래카드...불어온 바람에 힘차게 펄럭인다.

강진, 자신의 이름이 쓰인 플래카드를 담담한 표정으로 보며 운전해 간다. 은영은 어느 새 깜빡 잠들어 있다.

 

 

62. # 마을 길 / 강진 차안

 

운전해 가던 강진, 무언가를 발견하고 차를 멈춘다.

저 앞 가게 평상에 춘희(젊어 보이려 뽀글이 파마를 했다)의 모습이 보인다.

중년의 남자들 넷 정도 고스톱 치고 있고, 짙은 화장을 한 춘희, 그 옆에서 커피 타고 있다.

 

춘희 : 오빠는 프림 몇? 설탕 몇?

남자1 : (표정 구겨져서) 그 다방엔 젊고 쌈박한 언니야들 없어? 웬 넷째 이모님이 오셨어?

춘희 : (팩해서) 이모님? 누가 댁에 이모님이야? 할아버지?

남자2 : (느끼하게 웃으며) 그래애. 우리 차마담이 속살은 20댄데.

남자1E : (강진의 담담한 표정위로) 니가 봤냐? 봤어? 보여줘 봐! 20댄지 60댄지 보여 줘봐, 그러엄!!

춘희E : 그래 뭐 보여 달라면 못 보여줄 것도 없는데.

은영 : (문득 잠에서 깨어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리다....강진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춘희쪽을 본다)

강진 : (예전의 욱하던 것과는 달리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춘희 : 몸에다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니구 못 보여줄 것도 없는데... (옷 고름 위에 손을 얹다가)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커피 오십잔씩 쿠폰 찍어주면 저고리 한번 벗어주지, 까짓 거.

은영 : 여긴 어디야? 저딴 여잘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구 있어?

강진 : ....우리 엄마야.

은영 : 뭐? (기함하는)

강진 : (춘희 쪽에 시선을 둔 채 차에서 내려선다. 밝게 웃으며 장난하듯) 차마담!

춘희 : (남자들과 실랑이하다 강진을 돌아본다....별로 그렇게 당황하거나 놀라는 표정은 아니다..) 강진아....

         (평상에서 내려서다가 조수석에서 내리는 은영을 본다)

은영 :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진과 춘희를 번갈아 보는)

강진 : (웃으며 담담하게) 식산 하셨어요?

춘희 : (충격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은영앞으로 가 서며) 아이구, 아가씨가 그냥 부티랑 귀티가 줄줄 흐르네...

         부산이가 얘기한 니가 사귀고 있다는 그 아가씨야?

강진 : 네. (은영을 보는) 인사 드려.

은영 : (인사도 않고 충격으로 춘희를 보다가....어쩔 수 없이 까닥 목례만 한다. 표정은 여전히 충격이고)

춘희 : (은영을 멀건이 보다가 강진 보며) 이 아가씨 곧 울 것 같다, 강진아....

         내가 며느리 삼자 그럼 삼십육계 줄행랑치겠다, 이 아가씨.

강진 : (씁쓸하게 은영을 본다...정말 그래? 하는 표정이다)

은영 :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고.....정말 금방이라도 울 듯 한 표정)

강진 :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 했었다....다시 상처가 쌓이는 느낌이다)

부산E : 그니까 집에 왜 데꾸 와? 어떤 여자가 좋아할 거라구 데꾸 와, 여길?

 

 

63. # 부산 방 (예전엔 강진의 방이었지만 이젠 부산이 쓰고 있다, 밤)

 

개다리소반에 술상 차려져 있고, 강진, 부산과 마주 앉아 있다.

강진, 피식 웃으며 부산과 자신의 빈 소주잔과 또 다른 빈 잔에 소주를 따른다. (총 세 잔이 놓여 있다)

빈 소주병 예닐곱 병 놓여 있다. 강진과 부산, 취했다. 춘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부산 : 형이 암만 잘나구 대단해두 우리 엄마 보면 다 도망 가지, 서울 여자들!

         접때 데려 왔던 여자두 뒤도 안 돌아 보고 가버렸던 거 생각 안 나?

강진 : (담담하게 웃으며 소주잔 원샷한다)

부산 : 그냥 엄마 같은 거 없다 그래. 고아라 그래. 나중에 애 셋쯤 낳구 빼두 박두 못할 때 그때가서 까구.. (하는데)

춘희 : (술에 취해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부산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리며)

         까는 소리하구 자빠졌네! 뭐? 에미가 없다 그래? 고아라 그래?

         (다시 사정없이 뒤통수를 때리며) 너 같은 걸 내가 아들이라고 낳고 미역국을 처먹었다! 호로 새끼야!!!

부산 : 아, 아퍼!! 씨이...(벌떡 일어서며) 내가 틀린 말 했어? 엄마 때문에 깨빡난 여자가 벌써 세 명이다.

         형한테 미안하지도 않어?! (문 쾅 닫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춘희 : 저...저 눔에 새끼가 진짜....(김치 그릇을 부산이 나간 쪽을 향해 던지려는데)

강진 : (춘희의 손을 탁 잡더니 그릇을 뺏어 상에다 놓는다)

춘희 : ......(무안하기도 하고....찔리기도 하고...) 너 인제 왜 지랄 안 해? 다방 때려치라구 왜 지랄 안해?

강진 : (밝고 쿨하게) 내가 지랄하면 때려 치나? 다 때려 치구 서울 와서 같이 살래?

춘희 : 미쳤냐?

강진 : (피식 웃고 소주잔에 소주 채운다)

춘희 : (보다가 자기 앞 소주잔 원샷하고....강진 눈치 보며) 담부턴 미리 연락하구 데려 와.

         화장 싹 지우고, 교장 선생님 사모님같이 하구 있을테니까....

         지들이 조사해볼 것도 아니고, 교장 선생 사모님이라 사기 한번 치자 뭐.

강진 : (피식 웃고 밝고 쿨하게) 다방 마담이 뭐 어때서? 그게 왜?

         (소주잔 마시려다가...) 집에 양주 있지? 소주가 영 싱겁다. 폭탄주로 종목 바꿔봐? (밖에다 부르는) 부산아!!!

춘희 : ..........

 

 

64. # 춘희집 외경 (새벽)

 

 

65. # 부산방

 

창문으로 여명의 기운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개다리소반 위에 빈 양주병 한 병과 소주병 10병 정도 놓여 있다.

춘희와 부산,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자고 있다.

강진, 벽에 기대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춘희와 부산에게 덮어준다.

 

 

66. # 마을 길 (새벽)

 

강진의 차, 달리고 있다.

운전해가던 강진, 문득 생각이 든 듯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추더니 후진을 한다.

 

 

67. # 준수 한의원 앞

 

강진, 차에서 내려 준수 한의원 앞으로 온다. 준수의 이름이 새겨진 문패 걸려 있다.

아직 아무도 잠에서 깨지 않은 듯 조용하다.

대문이 열려 있다. 강진, 부산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부산E : 지완이 그렇게 떠난 뒤로 지완이 아버진 대문을 안 잠근대. 혹시 지완이가 돌아왔는데 대문이 잠겨 있으면 안된다구.

   

생각에 잠겨 있던 강진, 돌아서려다 뭔가 발견하고 흠칫하는 표정이 된다.

준수, 마당에 나와 새벽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눈가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준수 : ...........

강진 : ...........

 

 

68. # 회사(신성) 로비 (아침)

 

깔끔한 양복으로 갈아입은 강진, 생각에 잠겨 엘리베이터 앞으로 온다.

엘리베이터 닫히려 하자 “잠깐만요!!” 소리 지르고.

강진,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가는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서 있는 사람 우정이다. 어제와는 다르게 말끔히 차려 입었다.

 

강진 : (인사 하지 않고 서늘하게 보는)

우정 : (기가 막힌 듯 팽팽하게 노려보다가........무언가 발견하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진다)

 

강진의 옆으로 태준이 와서 서 있다.

 

태준 : (담담한 표정으로 우정을 보는)

우정 : (싸늘하게 굳어 닫힘 버튼을 눌러 버린다....엘리베이터 문 닫히고)

강진 : (태준을 향해 목례하는)

태준 : (같이 목례하며 강진을 향해선 환하게 웃어준다) 넥타이 색깔이 차 팀장이랑 되게 잘 어울리는데요?....아침은, 먹었어요?

강진 : (미소 지어주며) 아뇨. 점심에 두 그릇 먹을려구요.

 

이때, 로비로 들어서던 재현,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69. # 지완 카페

 

회사 근처에 있는, 회사원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엔틱풍의 아담한 카페다.

점심땐 차와 오무라이스등 가벼운 스넥류를 팔고, 저녁엔 와인과 맥주, 칵테일을 파는 곳이다.

강진, 피곤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연신 부비고 있다. 음식 주문대 쪽과는 등을 대고 앉은.

재현, 음식 주문대 앞에 서 있다. (작은 구멍 하나만 반달 모양으로 뚫려 안은 잘 보이지 않고, 음식만 나오게 돼 있는)

 

재현 : (쟁반에다 카레라이스 그릇 올리며 안에다 말하는) 업무가 많이 밀려서 점심시간을 놓쳤어요........아, 오늘 수업 있구나.

 

재현, 쟁반 들고 강진 앞으로 온다.

 

재현 : (연신 피곤한 듯 얼굴을 부비는 강진 보며) 산청까지 갔다가 한숨도 못 자구 온 거야?

강진 : (고개 끄덕이는) 여긴 셀프야?

재현 : 서빙 하는 친구가 많이 바쁜 거 같애서....너, 이 집 첨인가?

강진 : (고개 끄덕이며 속이 아픈지 물부터 마신다)

재현 : (카레라이스 비비며.....목소리 낮춰) 박태준 팀장이랑 이 우정 이사랑 예전에 사겼다?

강진 : (관심없다는 듯...잠을 깨려고 얼굴만 손으로 부비는)

재현 : 니가 어제 개죽을 만들었던 이 우정 이사, 그 기집애 그렇게 정신 못 차리고 막사는 거

         박 팀장이랑 헤어지고 나서부터 그러는 거야.

강진 : (관심 없다는 듯....카레라이스 비비는)

재현 : (밥 먹으며) 흥미 없어? 걔네 둘이 사귀다 헤어졌는데, 여자는 완전 망가져서 폐인이 되구 남자는....

태준E : (O.L.) 남자는 일주일 후에 약혼을 한다 그러네.

 

재현, 히익 놀라서 보면 태준, 두 사람 근처에 와 서 있다.

강진도 태준을 돌아본다.

 

태준 : (담담하게) 것도 다른 여자랑.

재현 : (너무 놀라서 사래가 들려 캑캑거리고)

태준 : (재현 앞으로 청첩 봉투 놓아주고 웃으며) 와서 축하 좀 해줘. 와 줄 거지?

재현 : (너무 당황해.....고개 끄덕이며 계속 기침하고)

강진 : (약간 당혹스럽지만........)

 

 

70. # 청평 정도의 야외 카페

 

약혼식을 위한 무대와 테이블 세팅이 정갈하고 아담하게 되어 있다. 하객들 열 명 정도 앉아 있고.

강진, 핸드폰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재현F : (몹시 아픈 목소리) 진짜 미안해.....웬만하면 이런 부탁 안하는데, 나까지 안 가면 오해하거든!

강진 : 알았다니까. 걱정 마.

재현F : 사람 많이 안 왔지? 이 우정 이사한테 찍힐까봐 얘두 쟤두 이 핑계 저 핑계 대구 안 간다 그러더라구.....

           (강조하는) 나는 진짜 아파서 못 가는 거구.

 

강진의 시선에 저 앞으로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신부의 모습이 보인다.

화관을 쓰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신부의 뒷모습. 아직 신랑은 도착하지 않았다.

 

강진 : 알았다구....내가 니 대신 열 다섯배루 축하해 주고 갈 테니까 걱정 말구 몸 조리나 잘해.

 

시간 경과.

강진, 시사 잡지 보며 테이블에 앉아 있다. 스무명 정도의 하객들 와 있다.

“신랑이 왜 이렇게 안 와?” “벌써 삼십분이나 지났는데?” 하객들, 술렁이고 있다.

강진, 시계를 본다. 1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강진의 시선에 저 앞에 앉아 있는 신부의 등이 자꾸만 들어온다.

들꽃으로 만든 부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신부.

시간 경과.

하객들, “어떻게 된거야?” “신랑이 왜 안 나타나?”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점점 큰소리로 술렁대기 시작한다.

강진은 여전히 신부의 등과 신부의 손만 보고 있다. 부케 꽃잎을 똑똑 따고 있는 신부.

시간 경과.

일어서 돌아가는 하객들도 보이고, 사람들, 각자 잡담을 하며 웅성거리고 있다.

강진, 여전히 신부의 등과 손만 보고 있다. 신부, 어디선가 걸려 온 핸드폰을 받고 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 폴더를 닫고.....생각을 정리하는 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손이 달달 떨린다.

강진의 시선엔 신부의 여리고 작은 등이 자꾸만 따갑게 눈에 와 박힌다. 자꾸만 이상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바들바들 떨렸던 신부의 손이 멈춘다. 결심을 마친 듯하다.

신부, 일어서더니 하객들을 향해 돌아선다. 신부......지완(25세)이다.

 

지완 : (애써 환하게 웃으며) 전 오늘 약혼식을 하려고 했던 박 태준씨의 약혼녀 한 지완입니다.

 

강진의 표정이 충격으로 싸늘하게 굳는다. 강진, 미처 뜯어보지 못했던 청첩 봉투를 거칠게 찢어서 본다.

신부 이름에 지완의 이름이 또렷하게 박혀 있다. 강진의 눈빛이 충격으로 흔들린다.

 

지완 : (눈물이 맺혀 오지만, 죽을힘을 다해 밝은 표정 지으려 노력하며) 좀 전에 태준씨한테 전화가 왔는데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고 오늘 약혼식은 미뤄야 될 거 같다구 하네요.......

         (하객들이 “무슨 소리야? 이게?”하며 술렁대기 시작하자 더 밝게)

         담번에 진짜 예쁜 모습으로 다시 모실께요.....담번엔 춤도 추구 노래도 부르겠습니다.

         먼길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허리를 굽히고 인사하며)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지완을 보고 있는 강진.....상처와 애틋함과 분노와 그리움과 미움과 반가움 등...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복잡함으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는데.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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