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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5.03|조회수937 목록 댓글 0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05

 

 

 

 

 

 

 

 

 

 

1. # 강진 오피스텔 근처 공원 길 (이른 새벽)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둠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른 새벽.

강진, MP3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열심히 뛰고 있다.

 

 

2. # 플래시백 3회 #50 거리

 

도로에 넘어져 있는 태준을 막기 위해 차 앞을 가로 막아 서던 지완.

그런 지완을 보고 동시에 도로로 튀어 들어와 지완을 꼭 끌어 안던 강진.

 

 

3. # 강진 오피스텔 근처 공원길

 

싸늘하게 굳은 강진의 표정 위로 다시 들려오는.

 

강진(E) : 이렇게 하면 박팀장이 옵니까? 이렇게 목숨 내놓고 구걸하면 박태준 잡을 수 있어요?

지완(E) : 잡아 볼려구요! 어떻게 해서든지! 목숨을 내놓던 구걸을 하던 무슨 수를 써서든 잡을 수만 있다면 잡아 볼려구요!!

 

머리 속 복잡한 생각들을 떨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뛰고 있는 강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굴과 추리닝이 땀으로 온통 젖었다.

어느 새 저편 동녘 하늘에서 동이 터 오고 있다.

 

 

4. # 강진 오피스텔 복도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강진, 내린다.

집 쪽으로 가려고 모퉁이를 돌아서던 강진, 뭔가 발견하고 멈칫 걸음을 멈춘다.

 

 

5. # 강진 오피스텔 앞(4회의) / 오피스텔 복도

 

강진 집 앞으로 지완이 서 있다. 애잔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굳게 닫힌 강진 집 문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문 안의 강진을 바라보듯이 안타깝고 애잔하게.

강진, 모퉁이 벽 쪽에 등을 붙이고 서서 그런 지완을 지켜본다. 가슴 한 켠이 콱 막히는 듯한 먹먹함으로 눈빛이 흔들리는.

 

지완 : (강진집 문 앞에 애틋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 있는)

강진 : (그런 지완을 먹먹하게 바라보는)

지완 : ..........

강진 : ..........

지완 : (잠시 후 돌아서다가 강진의 집 문 앞에 쓰러져 있는 우유곽을 발견하고 바로 세워 놓는데)

강진 : (지완쪽을 다가온다. 표정, 쿨하게 지으며) 먹을래요?

지완 : (흠칫 놀라서 돌아보는. 당황해서 얼른 수습하는) 어젠 정말 고마웠어요.

         감사하단 인살 제대로 못 드린 거 같애서 인사 드리러 왔었어요.

강진 : (피식 쓰게 웃고) 안 물어 봤는데.

지완 : (당혹스럽게 보는)

강진 : 새벽부터 우리 집 앞에 왜 왔는지, 우리 집 문 앞을 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는지, 안 물어봤는데.

지완 : (당황하다가....가려는데)

강진 : (지완의 손목을 탁 잡는다)

지완 : (당황하는)

강진 : 너, 나 몰라?

지완 : (급 당황하는)

강진 : (약간 격앙돼서) 한 지완! 너 정말 나 몰라?!!!

지완 : !!

강진 : (결국 드러내고만....북받치는 감정을 있는 힘을 다해 참고 있는)

지완 : (당황한 표정 역력해서.....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강진 : (대답을 기다리며.....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지완 :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강진 : (대답을 기다리다가......지완이 아무 말도 않자 지완을 잡았던 손을 힘없이 탁 놓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현관문 키 누르다가 담담하게 내뱉는) 그렇게 갑자기 떠난 이유가 뭐야?

지완 : .......

강진 : 너 그렇게 말두 없이 떠나구 남아 있을 니 부모님 심정, 그리구 내 (심정...하려다 차마 말 못하고 말 끝을 흐리고).....

         생각 해본 적 있어?... 한번이라두?!

지완 : .........(바들바들 떨려 오는 몸을 간신히 가누고 있는)

강진 : (저도 모르게 약간 격앙되어) 왜 그렇게 제 멋대루구 이기적이야? 니 생각밖에 못해, 넌?!!

지완 : (O,L.) 상관할 일....아닌 것 같은데요.

강진 : (흠칫 보는)

지완 : (죽을 힘을 다해 담담하게) 차 강진씨가 이렇게...언성까지 높여가며 상관할 일....아닌 거 같은데요.

강진 : !

지완 : 혹시..... (감정 누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애써 미소까지 머금고 농담하듯 말하는) 아직두 나 잊지 못하구 있었어요?

강진 : ! (당황한)

지완 :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마음과는 다르게) 황당하다, 진짜.....세월이 벌써 얼만데....

         어린 시절 유치했던 감정 갖구 지금까지 이러시면 곤란하죠, 아저씨.

강진 : !

지완 :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일부러 더 오바하며) 돌겠다, 진짜..난 정말 생각두 안하구 살았는데..완전히 다 까먹구 있었는데..

         차 강진인지 김 강진인지 이름두 가물가물 했었는....(데...하려다 강진과 눈빛을 마주치고는

         자기도 모르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삼킨다)

강진 : (좀 전의 당혹스런 눈빛에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어렸다. 마치 지완의 진심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

지완 : (그 눈빛에 더 이상 가시 돋힌 말 못하고.......)

강진 : (그렇게 보고만 있다가.....지완 앞으로 다가오더니 지완 후드티 모자를 지완의 머리에 씌워주고,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히 끈도 묶어주며) 감기 들겠다....바람이 찬데....

지완 : (가슴 한 켠이 콱 막힌 듯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강진 : (지완의 옷섶도 단단하게 여며준다)

지완 : (차마 강진의 손을 쳐 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은 듯)

강진 : (지완과 눈을 마주치고...미소 띠고) 반갑다, 한지완....다시 만나서.

지완 : (당혹스러움으로 그대로 얼어 붙은)......

 

 

6. # 강진 오피스텔 안

 

강진, 감정의 여운으로 현관문에 등을 붙인 채 집 안으로 들어설 생각도 않고 서 있다.

강진의 손에 신문과 함께 우유가 꼭 쥐어져 있다.

강진, 가슴이 터질 것 같다.....갑자기 생각이 든 듯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7. #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

 

강진, 엘리베이터 앞으로 와 보면 엘리베이터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8. # 강진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안

 

지완, 당혹스러움으로 굳어서 엘리베이터에 등을 대고 서 있다.

강진이 씌워주고 여며준 그대로 마치 눈사람처럼 후드티 모자를 쓴 채.

 

 

9. # 오피스텔 비상 계단

 

강진, 계단을 열심히 뛰어내려 가고 있다.

 

 

10. # 태준 오피스텔

 

태준 방문 열리고, 잠에서 깬 태준, 밖으로 나온다.

태준의 시선에 지완이 정갈하게 차려놓은 식탁 위의 음식들이 보인다.

가스렌지 위의 냄비를 열어보면 맛깔스럽게 끓여진 황태국이 들어 있다. 태준의 눈빛이 착잡하게 흔들린다.

태준, 괴로움으로 거칠게 얼굴을 쓸다가 문득 눈빛이 매서워지는. (어젯밤 지완과 강진의 대화를 들었다)

 

강진(E) : 박 팀장 구할려구 그 위험한 찻길에 뛰어든 거였어요? 목숨을 내놓구?

 

 

11. # 플래시백 (#51. 태준 오피스텔 침실)

 

강진 : 이렇게 하면 박팀장이 옵니까?

지완 : !

강진 : 이렇게 목숨 내놓고 구걸하면 박태준 잡을 수 있어요?

지완 : 잡아 볼려구요! 어떻게 해서든지!

강진 : !

지완 : 목숨을 내놓던 구걸을 하던 무슨 수를 써서든 잡을 수만 있다면 잡아 볼려구요!!

 

 

12. # 강진 오피스텔 앞

 

지완, 후드티 모자를 그대로 쓴 채 털레털레 찬바람속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강진 오피스텔 쪽을 한동안 먹먹하게 바라보다가.....아쉽게 발걸음 돌려서 간다.

잠시 후, 계단을 뛰어내려 온 강진, 가픈 숨을 몰아쉬며 오피스텔 앞으로 나온다.

저 만치 지완이 등을 보이며 멀어져 가고 있다.

강진, 차마 지완을 부르지 못하고 먹먹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13. # 춘희 다방

 

춘희, 무표정한 얼굴로 입 꾹 다물고 중년 남자 둘이 앉은 테이블에 커피잔 놓아주고 있다.

 

중년1 : (춘희를 관찰하며 어리둥절해서) 진짜 안 웃네. 사람이 변했다더니 소문이 진짜네.

춘희 : (무표정한 얼굴로 까딱 목례만 하고 돌아서는데)

중년1 : (춘희 팔목을 탁 잡으며) 이러는 게 어딨어어? 우리 차 마담 생글거리고 애교 떠는 거 볼려구

           여편네 생일도 재끼고 이 먼데까지 커피 마시러 왔는데.

춘희 : (중년 남자의 손을 얌전히 떼내며, 웃지 않고) 죄송합니다. 저희 집 영업 방침이 일부 변경됐어요.

          커피 드시러 오셨음 커피만 드시고 가세요. 손님들.

중년1 : (다시 팔을 잡으며) 아아참. 그러지 말구 오빠앙~ 그러면서

          이리 옆에 앉아서 애교 좀 떨구 웃어 봐. 오빠들 깔딱 넘어가게! 커피 열잔 쿠폰 찍어주께.

춘희 : 제가 뭐 돌박이 언내(어린애)두 아니구 앞으룬 아무 앞에서나 넙죽 넙죽 안 웃어요.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돌아서 카운터쪽으로 가는)

미스신 : (전화하고 있는 중) 알았쪄. 날라가께, 오빠아...

            (주문 전화 끊으며 춘희에게) 박사장님이 왜 이렇게 배달이 늦냐구 언니 빨리 오라구 독촉 전화 왔는데?

춘희 : 나 앞으로 박사장한텐 배달 안 나가! 박사장 하구 특히 팔팔 보신탕 강 사장! 노다지 복덕방 김씨!.....

         손 버릇 나쁜 새끼들한텐 배달 안 뛸 테니까, 앞으로 모든 배달은 니가 다 나가.

미스신 : (기가 막힌) 언니! 이러다 우리 다방 곧 망한다아?

 

이때, 다방 문 열리고, 부산, 들어선다.

 

부산 : 엄마! 나 찾았다매?.....왜?

춘희 : (목소리가 갑자기 힘이 없어진다) 일루 와. 일루 와서 엄마 좀 업어.

부산 : (황당) 왜?

춘희 : 아퍼서 그래. 어서 와서 업기나 해. (업힐 포즈 취하는)

부산 : 왜애? 어디가 아픈데?

춘희 : 아, 그 새끼 되게 왜왜 거리네. 에미가 업으라면 얼른 업어!!

부산 : (어리둥절해 하며 춘희쪽으로 와서 등을 대 준다)

춘희 : (부산의 등에 털석 업힌다. 업히자 마자 곧바로 앓는 소리 내기 시작하는) 어으으으.....어으으으으으......

부산 : (뜬금없는 춘희의 행동에 기가 막히고 황당하고) 엄마아아.

미스신 : (황당하고)

 

다방에 있던 중년 남자들과 다른 손님들도 황당한 표정으로 춘희를 보는.

 

춘희 : (사람들의 황당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전혀 아랑곳 않고 앓는 신음 소리 점점 더 크게 내는)

         아우우...... 내가 갑자기 왜 이러냐.....부산 아....니 에미 죽는다......

         (점점 앓는 소리 커지며) 니 에미 죽는다, 부산아아아.....어으으으....어으으으...

 

 

14. # 춘희 다방 앞

 

다방 문 열리고, 춘희를 업은 부산, 다급하게 나온다. 춘희는 계속 앓는 소리 내고 있고.

부산, 춘희에 대한 걱정으로 “엄마아....”하며 울상이 되어 병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춘희 : (앓는 소리 내면서도) 뒤로 돌아....뒤로 돌아.....

부산 : 엄마아아.....히이잉... (울상이 되어 열심히 뛰느라 소리를 못 듣는)

춘희 : 뒤로 돌라구우.....빼액(back)!! (부산이 못 알아 듣자 어쩔 수 없이 목소리 높여) 스톱!! 뒤로 돌라구, 미련 곰탱아!!

부산 : (그제야 멈추고) 엉?

춘희 : (다시 앓는 소리로) 어으으으...그쪽 말구 반대편으로 가. (손가락으 로 가리키며) 저어 쪽으루!

부산 : .....(맹하게) 병원 갈려면 이쪽으로 가야 되는데?

춘희 : 내 병을 고칠 수 있는 병원은 우리 나라에 한 군데 밖에 없어. 저어 쪽으루 가!...

         (다시 앓는 신음 소리내는) 어으으....어으으으.....

 

 

15. # 준수 한의원 마당

 

영숙, 쟁반(준수에게 줄 떡과 과일 수정과등을 담은)을 받쳐 들고 집에서 나오는데.

춘희를 업은 부산, 한의원 마당으로 뛰어 들어와....마당을 가로 질러 한의원으로 다급하게 들어간다.

춘희는 계속 앓는 소리 내고 있고.

영숙, 한의원으로 들어가는 춘희의 모습에 당황한다.

 

 

16. # 준수 한의원 진료실

 

준수, 한 촌노(60대 할아버지)를 진료실 의자에 앉혀놓고 맥을 짚어보며 진료하고 있다. 옆으로 진경이 서서 돕고 있고.

이때, 진료실 문 벌컥 열리고, 춘희를 업은 부산, 다급하게 들어선다. 춘희는 계속 앓는 소리 크게 내고 있고.

 

진경 : (놀라서) 부산아!!

준수 : (돌아보는)

부산 : 선생님....우리 엄마 좀 살려 주세요....우리 엄마 좀 살려 주세요. 히이이잉....

춘희 : 어으으......어으으......

준수 : (표정 굳는, 진료 침대 가리키며) 저 쪽으로 눕혀.

 

부산, 춘희를 진료 침대에 눕히고, 진경, 가서 돕는다.

춘희는 계속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준수 : (촌노에게) 당뇨가 심하시니까 합병증 조심하셔야 됩니다. 약 달여서 보내드릴테니까 거르지 말구 드시구요.

         (진경에게) 윤 간호사! 어르신 모시구 나가.

 

진경, 촌노를 부축해 나가고, 준수,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어르신.” 정중하게 인사하고 춘희 쪽으로 온다.

춘희, 준수가 다가오자 더 크게 앓는 신음소리 내고.

 

준수 : (춘희의 맥을 짚어보고) 언제부터 이러셨어?

부산 : 좀 전부터 갑자기요.....우리 엄마 왜 이러세요, 선생님? 큰병이라두 걸리신 건 아니죠?

준수 : (긴장된 표정으로 혈색과 눈동자 살펴보고) 혀 내밀어 봐.

춘희 : (앓는 소리 내며 혀를 힘겹게 내미는)

준수 : (혀도 살펴 보고....다시 맥을 짚으며 세밀하게 진료를 시작한다)

춘희 :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엄마.....괜찮어........부산이 넌 나가 있어.

부산 : 괜찮아. 엄마 옆에 있을게.

춘희 : .......너....학원 가야 되잖아.....어서 가아.

준수 : (진료하다가.....멀건이 춘희를 보는.....꾀병이라는 걸 깨닫는다)

춘희 : 어서어.

준수 : (부산에게) 엄만 내가 치료해 드릴테니까 걱정 말구 어서 가봐.

부산 : .....그럼 금방 갔다 오께, 엄마......(준수에게) 우리 엄마 잘 부탁 드립니다, 선생님. (꾸벅 인사하고 나간다)

춘희 : (부산이 나가자 어리광 부리듯 더 크게 앓는 소리 내는) 어으으...어으으.....

준수 : (꾀병인 거 알지만, 건조하게 묻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춘희 : .....그냥 다.....여기저기 다.....어떻게 딱 표현을 못하게 너무 너무 아퍼.....어으으......어으으....

         (준수를 맘껏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 밖에 없다)

준수 : (침통을 꺼내서 온다. 건조하게) 그렇게 말하니까 정확하게 어떤 병인지 나두 잘 모르겠다.

         (큰 대침 꺼내며) 대충 여기 저기 찔러 볼 테니까 차도가 있음 말해.

춘희 : (큰 대침을 보고 히익 놀라는. 침이 무섭긴 하지만.....뭐라고 말도 못하고)

준수 : (침을 놓기 시작한다. 간단하게 혈액 순환과 홧병을 다스리고 소화를 돕는 침이다. 정색하고 춘희를 놀리는)

         니가 너무 아프대서 놓긴 놓는데....워낙 강한 침이라 병이 없는 성한 사람이 잘못 맞으면

         온 몸이 마비가 되구 병신이 될 수도 있어.

춘희 : (흡......창백해지는, 준수가 워낙 정색을 하고 말해 진짜로 알아듣는..읍..읍...아픈 비명 소리도 크게 못 내는)

준수 : 며칠 전에 우리 한의원서도 그런 사고가 있었어.

춘희 : (겁을 먹고 사색이 된, 침이 아프지만 크게 소리도 못 지르고) 읍.... 악....

준수 : (침을 놓으며.....그런 춘희가 사랑스럽다. 표현은 않지만)

 

 

17. # 준수 진료실 앞

 

영숙, 쟁반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다. 표정이 창백하게 굳었다. 굳게 쟁반을 쥔 손이 떨린다.

안에서 침을 맞고 있는 춘희의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려 온다.

 

춘희(E) : 읍....악.....잠깐만.....잠깐만....

 

 

18. # 준수 진료실

 

겁을 잔뜩 먹고 사색이 된 춘희, 침을 놓으려던 준수의 팔을 꼭 잡고 있다.

 

춘희 : (멀쩡해져서) 잠깐만.....인제 안 아픈 거 같애...다 나은 거 같애. 하나두 안 아퍼, 인제.

준수 : 그래두 혹시 모르니까 놓던 것만 마저 놓자. (다시 침을 찌르려는데)

춘희 : (준수 손을 꼭 잡으며) 미안해. 잘못 했어. 내가 잘못 했어.

준수 : (보는)

춘희 : 잘못 했어. 내가 잘못 했어....

준수 : ........

춘희 : ...........(한참을 망설이다가 힘겹게 힘겹게 말을 떼는) 약속 못 지킨 거.....내가 잘못 했어.

준수 : (흠칫...이건 무슨 소린가)

춘희 : ......(오래전부터 가슴에 묻고 있었던 말을 하는).....다른 남자들 앞에선 웃지 말라구....니 앞에서만 웃으라 그랬는데.....

준수 : ........(표정이 굳어지는)

춘희 : (진심으로 말하는) 약속 못 지켜서.....미안해. 한 준수.

준수 : .........(지난 날의 격정이 다시 마음을 찌른다. 정작 미안하고 죽일 놈은 난데....

         죄책감으로 차갑게 굳은 채....침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린다)

 

 

19. # 준수 진료실 앞

 

영숙, 준수와 춘희의 대화를 다 들은 듯 창백하게 굳어 있다. 영숙이 잡고 서 있는 쟁반이 떨어질 듯 위태롭다.

영숙, 표정이 서늘해지는.

 

 

20. # 지완 카페 근처 버스 정류장

 

학교에 가는 길인듯 가방을 맨 지완, 버스 정류장 의자에 다리를 모으고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

 

 

21. # 플래시백 3회 #50 거리


도로에 넘어져 있는 태준을 막기 위해 차 앞을 가로 막아 서던 지완.

그런 지완을 보고 동시에 도로로 튀어 들어와 지완을 꼭 끌어 안던 강진.


 

22. # 플래시백 (5회 #5 강진 오피스텔 앞)

 

강진 : (지완과 눈을 마주치고 빙긋이 미소 띠고) 반갑다, 한지완....다시 만나서.

 

 

23. # 버스 정류장

 

지완, 고개를 푹 숙이며 걷잡을 수 없이 뛰는 가슴에 손을 얹어 꾹 누른다.

버스 한 대가 와서 멎고, 다시 떠날 때까지.

그러다 다시 고개를 천천히 드는 지완, 잠깐 생각하는 표정이다가.....

손을 뒤로 해 펜던트를 풀어서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지완 : (펜던트를 바라보며....눈시울이 붉어진다)

 

 

24. # 강진 회사(범서) 주차장

 

강진, 주차장으로 들어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차를 멈춘다.

저 앞으로 우정이 자신의 차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한손은 배에 대고 한손은 극심한 두통을 느끼는 듯 머리에 대고 있다.

옆으로 핸드백과 두터운 파일 봉투 떨어져 있다.

강진의 차가 진입하는 길에 앉아 있어 강진이 무시하고 바로 차를 몰아 올 수 없는 상황이다.

 

강진 : (도와 줄 생각은 않고 차 안에서 우정이 비켜나길 기다리고 있는)

우정 : (잠시 후....이를 앙물고 끄응 힘겹게 일어나더니 가방과 파일 봉투 주섬주섬 들고 차 쪽으로 가려고 몇 걸음 옮기다가

         다시 힘겨운 듯 본네트를 짚고 간신히 선다. 머리를 쥐어 잡고.....강진이 자신을 지켜 보고 있다는 건 모른다)

강진 :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우정쪽으로 온다. 건조하게) ...김비서 불러 드릴까요?

우정 :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진을 본다. 병색이 있다....오바이트기를 느끼고 입을 손으로 가리는)

강진 : (핸드폰으로 전화하려고 하는데)

우정 : ....됐어....괜찮아. (힘겹게 차 키를 누르고....차문을 열고 차에 오르려는데,

        온 몸에 힘이 빠진 상태라 들고 있던 파일 봉투와 핸드백이 와르르 떨어진다)

강진 : (.....병색이 완연한 우정의 모습에 자신이 몸을 굽혀 핸드백과 파일 봉투를 줍는다.

         파일 봉투에 ‘진주시 문화 아트센터 건립 PROJECT-클라이언트 미송 유업’ 이라고 쓰인 글씨를 보는데)

 

이때, 우정의 핸드폰 벨 울린다.

 

우정 : (강진의 손에 들린 핸드백에서 핸드폰 꺼내서 힘겹게 받는다) 네... 이 우정입니다.

         (아픈 티 안 내려 애쓰며 입술을 깨물며) 지금 가고 있는 중이예요...네..곧 도착하니까 이 실장이 조금만 시간을 끌어줘요.

         (핸드폰 닫으며 다시 힘겨운 듯 차를 짚는)

강진 : (건조하게) 그 몸으로 운전하시는 건 무립니다. 김 비서 부르겠습니다. (전화하려고 핸드폰 꺼내는데)

우정 : 하지 마...나 빠리루 쫓겨 가.

강진 : (보는)

우정 : 그냥 술병이 좀 난거야. 김비서 그 촉새 자식이 또 꼰질렀단 빠리서 귀양살이 해야 돼.

강진 : .........

우정 : (웃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아, 내가 없어지는 건 차 팀장한텐 좋은 일인가?

         (정신 차리려 애쓰며 강진에게서 파일 봉투와 가방을 채듯이 뺏고 운전석에 오른다...

         운전석 문 탁 닫고 시동 걸다가 다시 극심한 두통 느끼며 힘이 든듯 핸들에 엎드리는)

강진 : (보다가.....잠깐 망설이다가 차 창문 두드린다)

우정 : (힘이 든 듯 꿈쩍도 않고 있는)

강진 : (운전석 문을 열고, 어쩔 수 없이)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우정 :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진을 보는)

강진 : .......(건조하게 보는)

 

 

25. # 약국

 

강진, 우정에게 줄 약을 사고 있다. 약사, 두통약과 드링크제를 강진에게 내민다.

 

 

26. # 강진 차 안 / 도로

 

강진, 차를 운전해 가고 있고.

조수석에 앉은 우정, 강진이 사온 약을 드링크제와 함께 털어 넣고.....

힘겨운 듯 시트에 털썩 기대며 물끄러미 강진의 옆모습을 본다.


강진 : (우정의 시선을 느끼지만 앞을 보며 운전만 하고 있는)

우정 : ........(예전의 그 적의의 눈빛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은 호의의 눈빛도 아니다. 기운이 없다.) 다 기억 나.

강진 : (우정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앞만 보며 운전해 가는)......

우정 : 어제 내가 부렸던 추태들.....차 팀장한테 내가 했던 유혹들.

강진 : .........

우정 : 차 팀장두 다 기억 나지?

강진 : ..........

우정 : ..........(끈적이지 않게, 건조하게) 그거 아직 유효하다면....어떡할래?

강진 : (앞만 보며 운전하며) 술이 아직 덜 깨신 거 같은데 도착할 때까지 좀 주무시죠.

우정 : (어이없다는 듯 픽 쓰게 웃고) 헛소리 하지 말구 입 닥치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라....그 뜻이지?

강진 : ..........

우정 : (정색하고) 진짜 그 뜻이야?

강진 : .........

우정 : (부정을 하지 않는 강진을 노려 보다가.....다시 지친 듯 시트에 털석 기대며.....힘겨운 듯 눈을 감다가...

         문득 생각이 든 듯 눈을 다시 뜨고 몸을 일으키며) 너 혹시 게이니?

강진 :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미동도 않는다)

 

 

27. # 클라이언트 사옥 로비 앞

 

강진의 차, 와서 멎는다. 우정, 시트에 기대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뜬다.


우정 : (약간 병색은 남았지만 훨씬 좋아졌다. 사무적인 인사처럼) 차 팀장이 사다준 약이 효과가 좋네.....말짱해졌어, 덕분에.

강진 : (표정 없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우정 : (강진을 잡고 힘겹게 차에서 내린다) 이번 프로젝트 못 따내면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어 버릴테니까

         재현이한테 부고 준비하고 있으라 그래.

강진 : .........

우정 : (푸후우.....힘겨움이 남아 한숨 뱉고 기운을 차리려 애쓰며 걸음 옮기는데)

강진 : (건조하게) 미송 유업 김 민중 회장, 둘째 아들을 삼풍 백화점 사고로 잃었습니다.

우정 : (흠칫 강진을 돌아 보다가....클라이언트 미송 유업이라 적힌 파일 봉투의 표지를 보는)

강진 : (사무적으로 건조하게 말하는) 그 사고 이후로 건축가들에 대한 불신이 당연히 병적으로 심해졌을 거구요.

         특히 외부 디자인에만 치중하는.

우정 : ......!! (강진을 진지한 표정으로 보는)

강진 : 둘째 아들은 미대에 재학중이던 소아마비 장애우였습니다.....

         이번 아트 센터 이름도 그 둘째 아들의 아명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우정 : (강진의 말에 눈빛이 순간 반짝거린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최고의 소스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안다....

         까칠하기만 했던 강진의 호의가 솔직히 의외고 당혹스럽다.) !!!

강진 : (우정의 눈길을 건조하게 받으며 짧게 목례하고 그대로 차에 올라 차를 출발시켜 간다.)

우정 : (떠나는 강진의 차를 지켜 보고 있는....적의의 눈빛은 완전히 가셨다.)

강진 : (운전해 가는....강진의 백미러에 아직도 서서 강진을 보고 있는 우정의 모습이 비친다)

우정(E) :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약속은 딱 하납니다.



28. # 클라이언트 회의실


회장을 비롯한 회사 중역진들, 관계자들 7명 정도 앉아 있고,

우정, 준비해 온 자료를 프레젠테이션 하고 있다.


우정 : (병색은 아직 있지만, 자신감에 찬 당당한) 시공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무조건 튼튼하고 안전하게 짓겠습니다.

         아트센터 건물이라 화려한 외양을 기대하고 계시겠지만, 저희들 생각은 다릅니다.

         외부 디자인에 신경 쓸 그 여력으로 내실에 더 신경 쓰겠습니다.....

         (아직 병색이 남아 힘겹지만, 입술 불끈 깨물고) 모든 계단은 장애우들과 휠체어가 불편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모든 진, 출입구는 단차가 없도록 계획하고 점자 블록, 점자 안내판, 시각 경보기 등을 배치하여

         (확신에 찬 당당함으로)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이 중심인, 사람이 아트 위에 선 건물을 짓겠습니다.



29. # 태준 차 안 (달리는)


태준, 조수석에 앉아 팀원들이 정리해 놓은 PT파일들을 노트북으로 보고 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표정이다.

운전은 성민(태준의 팀원)이 하고 있다.


태준 : (격앙되어) 이걸 지금 PT자료라고 만들어 놓은 거야? PT 첨 해봤어?!!!

성민 : (잔뜩 쫄아서 운전하고 있는)

태준 : (노트북 탁 덮으며) 이래 갖구 차 강진을....2팀 자식들을 이길 수 있다구 생각해?!!

성민 : .....죄송합니다.

태준 : 돌대가리 새끼들!!...(시트에 뒷머리를 탁 기대며 괴로운 듯 얼굴을 부비는데)

성민 : (눈치보며 운전하다....뭔가 발견하고) 어? 저기...지완 언니...한 지완씬 거 같은데요?

태준 : (그 말에 눈을 뜨고 보는)


태준의 시선으로 보이는 저 앞 버스 정류장에 지완이 아직도 생각에 잠겨 구부린 무릎 위에 뺨을 대고 앉아 있다.

표정이 멍하다. 한 손엔 펜던트를 꼭 쥐고 있다.


태준 : (눈빛이 흔들리는)

성민 : 차 세워 드릴까요?

태준 : .......됐어...그냥 가....


지완, 태준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다.

태준의 차, 지완을 스쳐서 지나간다.


태준 :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애써 지완에게 무심하려 시선 안 주는.....차가 지완을 스쳐 지나자 휙 지완쪽을 다시 돌아보고)

         ....차 세워!


지완, 동상처럼 앉아 있는데, 핸드폰 벨 울린다.

지완, 벨 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들며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귀에다 댄다.


지완 : .....(노교수의 전화가 의아한) 교수님...

노교수(F) : (다짜고짜) 거기 어디냐?

지완 : (아무 생각 없이) 버스....정류장인데요.



30. # 지완 한의대 강의실


노교수, 수업 시작 전에 강단 위에 서서 핸드폰하고 있다. 이미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와 수업 준비를 끝마치고 앉아 있다.


노교수 : (수업 준비를 마친 학생들이 보고 있지만 개의치 않고) 거기서 뭐하는데?



31. # 버스 정류장


지완 : ....그냥.....그냥 있는데요.



32. # 한의대 강의실


노교수 : 그럼 계속 그냥 거기 있구, 앞으론 내 수업에 들어오지 마. (노기 서린) 청강시켜 달라구 그렇게 애걸복걸할 땐 언제구

            걸핏하면 땡땡이야, 이 자식이!! 한의사 돼서 고향에 돌아가는 게 니 인생 목표라며?

            그딴 정신 상태로 잘도 가겠다! 다 때려 쳐!! (하고 사정 없이 핸드폰 탁 끊어버린다)



33. # 버스 정류장


지완 : (당황해서) 교수님! 교수님!!!


그러나, 뚜뚜하며 핸드폰 끊어지는 소리 들리고.

지완, 그제야 아차하는 표정으로 "아, 수업!" 하며 비명처럼 말하고 시간 확인하고 스스로에게 기가 막혀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지완, 정차하고 있는 버스를 보고 서둘러 펜던트를 목에 다시 거는데, 버스, 막 떠나려 한다.

지완, "잠깐만요! 아저씨!" 하며 펜던트 고리가 걸렸다 생각하고 (그러나, 펜던트 고리는 제대로 끼워지지 않았다)

허겁지겁 가방을 들고 다급하게 뛰어간다. 펜던트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알아채지 못한다.

지완을 실은 버스, 정류장을 떠나고. 펜던트는 여전히 바닥에 떨어져 있다.

두어 사람이 신발이 펜던트를 밟고 가고 난후, 누군가의 손이 펜던트를 집어 든다.....태준이다.


태준 : (집어든 펜던트를 뚫어질 듯 보다가.....손에 꼭 쥐는. 지완에게 펜던트가 얼마나 소중한 물건인지 알고 있다.)



34. # 지완 한의대 강의실


지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다. 죽을 것처럼 가픈 숨을 몰아쉬는. 얼마나 죽어라 뛰었는지 이마에 땀까지 송글송글 맺혔다.

수업은 이미 끝나고, 남학생1, 수업을 했던 칠판을 닦고 있다가 지완을 의아하게 돌아본다.


지완 : (숨이 턱에 차 헐떡거리며 휘적휘적 걸어와 의자에 털석 앉는다) 자알했다. 아주 자알 한다.....멋지다, 한지완...

         (하더니 책상에 머리를 쿵 찧어버린다.) 이딴 정신 머리루 대단히 훌륭한 한의사 되겠다...

         (계속 이마를 쿵쿵쿵 자책하듯 책상에다 찧어대며) 왜 이러구 사니? 왜 이러고 살어? 이 밥통아!! 멍청아! 등신아!!!

남학생1 : (자해하는(?) 지완을 당혹스럽게 보는)

지완 : (계속 쿵쿵 찧어대며) 어떡하니.....어뜩해애.....널 어떡하면 좋아, 대체....

         (하다가 어느 순간 자책의 강도가 세지며(?) 사정없이 머리를 쿵 찧는다) 아악...아퍼어....

         (하늘이 노래지는 통증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죽을 상 짓고 있다가.....

         문득 펜던트를 떠올린다. 내가 제대로 건 거 맞지?) 펜던트.....


지완, 다급히 펜던트가 걸려 있던 목을 더듬어 본다. 펜던트는 없다.

당황하는 지완, 가방도 정신 없이 뒤지다가...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한다.

남학생1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지만 아랑곳 않는다.

지완, 겉옷들을 벗고 반팔 차림이 되어 다시 제 눈으로 확인하지만, 역시 없다.

겉옷들을 샅샅이 뒤지고 털어 봐도 역시 펜던트는 없다. 당황해서 창백해진 지완.



35. # 버스 정류장 (오후. 지완 카페 근처, 지완이 펜던트를 떨어뜨렸던)


택시 한 대 와서 멎고, 지완, 다급하게 내린다.

자기가 앉았던 자리로 뛰어와 여기 저기를 미친 듯 살펴보지만, 당연히 펜던트는 없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석 주저 앉는 지완, 얼굴빛이 완전히 사색이다.



36. # 쥬얼리 샵


태준, 지완의 펜던트를 판매원에게 내민다.


태준 : 이거 다시 리폼 좀 해주세요.....여기 시계, 깨진 유리두 갈구, 시계 밧데리도 오래 전에 다 닳은 거 같은데

         밧데리도 교체해주시구요... 그리구, 여기 유리 알 빠진 것도 쥬얼리로 다시 세팅해 주시구, 줄두 18K로 바꿔 주세요.


태준, 판매원에게 펜던트를 맡기고 돌아서 나가려다 다시 판매원을 돌아보며.


태준 : 아뇨, 그냥 그대로 돌려 줄래요......포장만 좀 이쁘게 해주시겠어요?



37. # 지완 카페 앞


강진, 지완 카페 앞으로 걸어와 선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카페 안, 여사장이 택배 직원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옆으로 전기 장판이 든 커다란 박스 놓여 있다.

손님들 한 테이블 정도 있다. 택배 직원, 인사하고 나오면, 강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여사장 : 어서 오세.....(강진을 알아보고 반가워서) 아, 차 팀장님! 오랜만이예요.

강진 : (깍듯하게 목례하고 미소 지으며) 저희 팀원들이 점심을 건너 뛴 모양이예요. 샌드위치 열 개 하구 베이글 열 개만

         저희 사무실로 배달 해주세요. (지갑을 열어 카드 꺼내며) 계산은 지금 하고 갈께요.

여사장 : (난처한) 어뜩하죠, 팀장님?.....오늘 우리 미스 한이 학교를 가서요... 저 혼자 밖에 없어서 배달이 힘들겠는데....

강진 : 그래요?.....(선선이) 그럼 제가 기다렸다 가져 가죠 뭐.

여사장 : 그래 주실래요?.....시간이 좀 걸릴텐데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럼...(하고 끄응 힘겹게 전기 장판 박스를 드는데)

강진 : (얼른 여사장을 거들며) 어디루 옮기시게요?

여사장 : 조기 뒤에 우리 미스 한, 방에요.....보일러가 고장이 나갖구 전기 장판을 주문 했는데

            돌이 들어서 그런 지 꽤 무겁네.

강진 : 제가 갖다 놔 드릴께요. 방이 어디죠?



38. # 지완 방


불빛 하나 없이 암흑처럼 깜깜한 방. 불이 탁 켜지면, 지완의 방 모습이 드러난다.

전기 장판 박스를 들고 지완 방 안에 들어와 서 있는 강진, 지완의 방을 눈길로 휘 훑어본다.

마치 지하 방처럼 창 하나 없는 방. (작은 환풍기만 하나 달려 있는)

앉은 뱅이 책상과 한의학 서적들이 꽂힌 책꽂이, 소박한 옷장, 옷걸이 등이 너무나 초라하게(?) 놓여 있다.

벽 한쪽엔 약성가 도표 붙어 있고.

책상엔 어린 시절 지완의 가족이 함께 찍었던 가족 사진(1회에 춘희가 약 품을 뿌렸던 사진)이 작은 사진 액자에 꽂혀 놓여 있다!

통풍이 잘 안되고 물이 샜는지 낡은 벽지 여기저기 얼룩도 져 있고 곰팡이도 폈다.

강진, 생각보다 훨씬 초라한 지완 방의 모습에 가슴이 콱 막혀온다.

한의원 부잣집 딸이 겨우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나왔던 건가.....

겨우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악담을 퍼 붓고 날 떠나갔던 건가.....

강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깊은 통증을 느낀다.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 감정을 다스리려 손바닥으로 얼굴을 자꾸만 부비는.



39. # 범서사무실


차갑게 굳은 강진, 샌드위치가 든 봉투를 들고 사무실로 걸어 들어온다.

팀원 하나 목례하고 지나가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한 표정.

태준, 팀원들(7명 정도)과 열정적으로 분주하게 PT 준비하고 있다.


태준 : 미스터 최는 캐드 작업하던 거 완전히 뒤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성민인 IT 건축물 사례 모은 거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사례 집으로 만들고....가만, 또 뭐가 있지?....

         (하다가 자신의 책상 옆을 스쳐 걸어가는 강진을 본다)

강진 :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앞만 보고 걸어가는)

태준 : (서늘한 표정으로 가는 강진의 뒷모습을 보다가 지갑에서 카드 꺼내 성민에게 주며) 팀원들 수대로 양말하구 속옷 사와.

         (팀원들 보며) PT안 완벽하게 나올 때까진 집에 들어갈 생각들은 아예 접어. 지금부터.



40. # 사무실 (강진 책상 있는 곳)


강진, 겉옷을 벗어서 옆에다 놓고 넥타이도 풀고, 셔츠 소매도 걷고, 시계도 풀고, 머리 띠를 한다.

본격적으로 일을 할 준비를 하는.

강진, 스케치북을 세워 들고 나무 필통에서 (규칙적으로 깎인 연필과 4B 연필이 서른 개쯤, 색연필이 색깔별로 서른 개쯤

나란히 줄 맞춰 놓여 있다) 4B 연필 꺼내 열심히 스케치를 시작한다.

여느 때보다 몹시 진지하고 신중한 표정으로. 그러나, 몹시 빠른 손 놀림으로. (강진이 그리는 그림은 아직 보여 지지 않는다)

잠시 후 강진의 파티션 반대편에서 재현의 얼굴이 쑥 올라온다.


재현 : (시선에선 스케치북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너, 나 한번 꼬집어 볼래? 이 우정 이사, 진주 문화 아트 센터 수주 따냈대....

         꿈이라기엔 현실 같구, 현실이라기엔 느으무 리얼리티가 떨어져서 말이야.

강진 : (어떤 소리도 안 들린다는 듯 무섭게 집중해 있는)

재현 : 하긴 걔가 맘만 먹으면 뭐든 해내는 몬스터긴 하지. 기본 브레인이 워낙 좋거덩.....

         (소리 죽여 소곤거리며) 지네 오빠랑 언니는 기부금 내고 대학 갔는데,

         걘 백프로 지 실력으로 일본 명문 대학 차석 입학까지 했잖아.

강진 : (계속 집중한 채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는 듯 스케치만 하는)

재현 : (재미 없다는 듯) 알았다. 오늘은 그만 짖으마. 박 태준두 그렇구 너두 그렇구 이번 PT에 완전 목숨들 걸었구나.....

         그래서, 나두 걸었다. 차강진이 이긴다에 십 만원! 의리의 이름으루!!......나 이쁘지?

강진 : (스케치북을 바닥에 놓고 색연필을 꺼낸다)

재현 : (그제야 스케치북 그림 보고 이잉? 어이 없는 표정으로) 이게 뭐야?


강진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 지완의 방을 스케치한 것이다.

앉은 뱅이 책상과 옷장 등 소박한 가구 몇 개만 놓인 환기구만 있는 초라한 지완의 방.


재현 : 그린 시티는 어디 가구, 웬 골방이야?

강진 : (색연필로 한쪽 벽에 예쁜 창문을 그린다. 빠르고 능숙한 솜씨로) 햇빛도 안 들고 바람도 안 드는 이 방에다

         이렇게 창을 낼거야. 여름엔 시원하구, 겨울엔 따뜻하게. (그림으로 커텐도 만들고 파스텔로 색깔도 넣는다)

         하늘두 보구, 해도 보구, 달두 보구, 바람두 별두 볼 수 있게.

재현 : (황당한 표정)

강진 : (지완 방 벽 길이와 넓이 등을 적어온 수첩을 보며 각도 계산하면서) 너, 오 기사랑 친하지?

         가서 해머 드릴이랑 연장 박스 좀 빌려 올래? 오늘 하루만 내가 쓰겠다 그러구.

재현 : (어이 없어) 지금?

강진 : 그래, 지금!

재현 : PT 준비는 안하구?

강진 : 할거야. 해야지...(그러나, 계속 창문 각도만 디테일하게 계산하며)

재현 : (어안이 벙벙한) 내가 지금 시임하게 어이가 없어서 묻는 건데, 지금 드릴을 빌려 오라는 건,

         혹시 이걸 (스케치북의 창문 그림을 짚으며) 여기다 창문 내는 이걸 니가 직접 한다는 뜻은 아니지?

강진 : 내가 할라구.... 내가 직접 할거야.

재현 : (점점 이해가 안돼서) 이게 누구 방인데?

강진 : (말 못하는)........



41. # 시내 버스 종점 (밤)


그 사이 해가 지고 밤이 됐다. 지완, 낮에 탔던 번호의 버스를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

청소하는 아줌마, 무슨 일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지완, 애가 타서 무릎까지 꿇고 기어 다니며 의자 밑이며 시트 구석 구석까지 세심하게 살펴보지만, 펜던트는 없다.

망연자실 허탈해지는 지완.



42. # 버스 정류장 (카페 근처의 펜던트를 잃어버렸던)


지완,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정류장 벤치를 다시 구석구석 살펴본다. 펜던트가 있을 리 없다.

입술이 바짝 말라 붙어 좌절하는 지완, 결국 마지막 방법으로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더니 뭔가를 열심히 쓴다.

[펜던트를 찾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쓰여지는.

다음과 같이 생긴 펜던트를 잃어버렸습니다.

(펜던트를 그림까지 그린, 그림 솜씨는 형편 없지만 특징은 잘 잡아서 그렸다. 부연 설명도 되어 있다.)

시계는 멈춰 있고, 유리알도 거의 빠져 있고-절대 보석 아님-, 시계창도 깨져 있고, 줄은 완전 후지고 낡았습니다.

*월 *일 *시경 이 곳 버스 정류장에서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에겐 너무나 소중한 물건입니다. 찾아주시는 분에겐 반드시 후사하겠습니다. 연락처 한지완 011-***-****.

지완, 노트를 북 찢어서 정류장 안내판에 스카치 테이프로 정성스럽게 붙인다.

생각할수록 스스로에게 화가 나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정류장 안내판에 다시 자해하듯 머리를 사정없이 쾅 찧어 버리는 지완.



43. # 지완 카페 앞


지완, 핏기가 가신 넋 나간 표정으로 털레털레 카페 앞으로 온다.

여 사장, 술 손님이 다녀간듯 위스키병과 접시들을 치우고 있다.

지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계속 이러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지완 : (여사장이 들고 있던 쟁반과 행주를 뺏아 들며) 주세요. 제가 할게요.

여사장 : 왜 이렇게 늦었어? 수업 마치구 바루 온대더니.

지완 : 죄송합니다. 일이 좀 있었어요.


이때, 지완의 방 쪽에서 망치 소리 가깝게 들려온다.


지완 : (행주로 테이블 훔치다가 내 방에서 들리는 소린거 같은데?....표정)

여사장 : 차 팀장이 지금 니 방 공사하구 있어...설계도만 그리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별 걸 다 할 줄 알더라?

지완 : (흠칫) 뭐라 그러셨어요? 방금?........누가.....뭘해요?

여사장 : 니 방이 환기도 잘 안되고 걸핏하면 누전도 잘되고 누수도 잘된댔더니.....

            하여튼 차 팀장 그 분두 오지랖이 한반도를 덮겠더라, 너처럼.

지완 : (기가 막혀 여사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방쪽으로 급히 가는

         -주방 옆으로 지완 방으로 향하는 문이 달려 있는 구조다.)

여사장 : (가는 지완의 등에 대고 이어 말하는) 저보다 없구 불쌍한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인가봐. 꼬옥 너처럼.



44. # 지완방


벽에 창문 크기만큼의 구멍이 뚫려 있다. 한참 창틀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가구들은 다 옮겨놓은 상황이고, 곰팡이가 쓴 벽지도 뜯겨 방안이 엉망이다.)

강진, 머리엔 수건을 동여매고 간편한 작업복을 입고, 나무를 대패로 깎고 있다.

얼굴은 벌써 먼지와 땀으로 시커매졌다. 귀에는 MP3 이어폰을 꽂고 있다.

방문 앞에 와 선 지완, 그 모습을 보고 기함을 한다.


지완 : (기절할 것 같다) 지금.....뭐하시는 거예요?

강진 : (음악 소리에 들리지 않는다. 일에 열중하고 있는)

지완 : (방으로 들어와 강진의 이어폰을 사정없이 빼 버린다)

강진 : (그제야 고개를 들어 지완을 보는)

지완 :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표정) 뭐하는 짓이냐구요, 이게, 지금!!!

강진 : (태연하게) 물 한잔만 달라 그랬는데 안 갖구 왔어?

지완 : (기가 막혀 강진을 떠밀며) 나가요! 당장 나가요!! 누구 맘대루 남의 방에 들어왔어요?!!

         당신이 뭔데 함부로 남의 방에서...(하는데)

여사장(E) : 이게 왜 니 방이야?

지완 : (돌아보면 여 사장이 물 잔을 들고 와 서 있다)

여사장 : (지완이 워낙 화를 내서 일부러 심하게 말한다. 물 잔을 강진 앞에 생글거리고 놓아주며) 엄격히 말하면 내 방이지.

            미스 한 니가 우리 가게 방에 얹혀 사는 거잖아. 엄격히 말하면.

지완 : 사장님!!!

강진 : (유들유들한) 그니까요....(물 마시고) 알아 들었으면 상관 말고 그만 나가 주시죠, 미스 한....

         난 일하는 데 누가 보구 있는 거 되게 걸거쳐하는 성격이거든요, 미스 한. (이어폰 다시 끼고 열심히 일을 다시 시작하는)

여사장 : (지완 팔을 당기며) 나가자, 우린.

지완 : (버티고 서서 기가 막혀 강진을 노려 보는)

여사장 : (지완을 툭 때리며) 고맙다구 큰절은 못 드릴망정 화를 니가 왜 내? 일하시는데 걸거친다. 어서 나가아!!

            (지완을 억지로 끌고 나간다)

지완 : (끌려 나가면서도 시선은 계속 강진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노려 보는)

강진 : (지완 무시하고 열심히 대패질 하고 있다가.....지완이 가고 나자 천천히 고개를 드는....

         아팠던 마음에 다시 통증이 오는 것 같다)



45. # 지완 카페


지완, 여사장의 강압적인 힘에 끌려 카페쪽으로 나온다.


지완 : 허어어어......(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황당한데)

여사장 : 건축회사 옆에서 10년 넘게 장사하다 보니까 이런 덕도 다 보네.

            차 팀장 쟤 진짜 괜찮다.....잘 꼬셔갖구 우리 조카 사위 삼으까?

지완 : (여사장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여사장 : 낼 아침까진 공사 다 끝낸다니까 넌 오늘 근처 모텔에서 자. 니 짐은 창고에다 얌전히 뒀으니까 걱정 말구.

            (퇴근하려고 옷을 갈아 입는다) 아 그리구, 갈 때 야참이나 좀 사다 드리구 퇴근 해.

            저녁도 안 드시구 계속 일만 하고 있는데.

지완 : (여전히 허어...허어...어이없는 숨을 뱉으며.....자기 방 쪽에서 쿵쾅 쿵쾅 들려오는 망치 소리 들으며....환장하겠다)



46. # 범서 건축 사무실


시계, 12시를 넘어가고 있다. 저녁을 빵과 우유로 때운 듯 태준 팀들의 책상 위엔 빵 봉지와 빈 우유곽 올려져 있고,

태준, PT준비에 열중해 있다. (U-city 3D영상 보고 있는)

태준 팀원 한 명은 벌써 꾸벅꾸벅 졸고 있다.

성민, 커피 포트를 가져와 태준의 커피 잔에 리필해 준다.


성민 : 차팀장은 퇴근했다는데요?

태준 : ........(계속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 둔 채)

성민 : 일이 있다구 아까 낮에 퇴근했대요.

태준 : (그제야 고개를 들어 강진 책상쪽으로 시선을 주는)

성민 : (문득 걱정스러워) 이번 PT가 그렇게 자신 있나?

태준 : .........(표정 서늘해지는)



47. # 지완 카페


메인등은 꺼지고 조명등 몇 개만 밝혀져 있다. (영업 종료를 알려주려)

지완, 테이블에 엎드려 있다. 지완 방쪽에서 아직도 망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가보려고 벌떡 일어섰다가 다시 주저 앉는다. 안 가볼 수도 없고, 가볼 수도 없고.....계속 갈등하고 있는.

지완, 가방에서 한의학 전공 서적을 꺼내서 본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공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었다.

지완, 시계를 본다. 벌써 새벽 한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완, 강진도 저녁을 못 먹었다는 여사장의 말이 떠올라 자신의 방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48. # 지완 방


창틀은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었고, 강진, 창문을 만들고 있다. 배도 고프고, 몹시 힘들고, 피곤한 기색 역력하다.

열심히 아픈 어깨와 목을 주무르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강진.

강진, 못을 박으려고 망치질을 하다가 실수로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쾅 쳐 버린다.

손톱이 부러져 살점이 약간 떨어지며 검지 손가락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강진, 피가 흐르는 다친 손가락을 감싸 쥐고 아픈 표정 짓는.



49. # 지완 카페 주방


지완, 끓는 물(라면 하나 끓일 분량의 물)에 라면 하나를 넣는다.....

잠깐 생각하다 아무래도 강진이 걸려서 다시 뜨거운 물을 좀 더 붓고 라면 하나를 더 넣는데.

이때, 강진, 주방 안으로 들어선다. 다친 손가락이 있는 손은 바지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있다.


강진 : (여전히 유들유들하게) 나 줄려구 끓이는 거야?

지완 :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흠칫 굳어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

강진 : (한 켠에 널려 있는 행주-얇은 행주- 하나를 잽싸게 집어 주머니에 넣고) 계란두 넣어 주나?

         (몸을 돌려 얼른 주방을 나간다)

지완 : (강진이 나가자 그제야 고개를 돌리는.....돌아버릴 것 같다)



50. # 지완방


강진, 다친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보면 여전히 피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강진, 입으로 행주를 찢어서 피가 흐르는 손가락에 둘둘 감아 지혈을 한다. 생각보다 몹시 아프다.



51. # 지완 카페


지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두 그릇을 테이블에 놓는다. 수저 두 개도 나란히 놓고...

지완, 자기 방쪽을 보며 갈등한다....도저히 강진과 마주 앉아 라면을 먹을 자신이 없다.

의자에 털석 앉더니 혼자서 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강진 몫으로 준비해 두었던 라면도 자기 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52. # 화장실 (범서 건축 안의)


태준, 잠을 깨기 위해서 푸파푸파 찬물에 세수를 하고 있다. 그래도 정신이 차려지지가 않는다. 어젯밤 과음 탓도 있고.



53. # 범서 건축 근처 편의점


얇은 와이셔츠 차림의 태준,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과 컵라면을 사서 나온다.

잠을 깨려 찬바람을 가슴 깊숙이 들이 마시는 태준.......시선에 근처 지완의 카페가 보인다.



54. # 지완 카페 앞


태준, 지완 카페 앞으로 걸어온다. 바깥 네온등은 꺼져 있다.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안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블라인드 사이로 가느다란 불빛만 새어 나온다.

태준, 멀건이 지완의 카페를 응시하다가 발걸음 돌려서 회사쪽으로 가는.



55. # 지완 카페 안


지완, 책에 뺨을 대고 엎드려 있다. 잠도 안 오고 공부도 할 수 없다. 망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지완, 시계를 보면, 새벽 4시가 가까워 오고 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은 강진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56. # 지완 카페 주방


지완, 정성스럽게 에그 샌드위치를 만든다. 계란을 삶고, 삶은 계란을 얇게 썰어 오이와 햄과 함께 마요네즈에 머무리고....

구워진 식빵엔 버터를 바르고...만들어진 소스를 식빵에 다시 넣는 수고를 하며.



57. # 지완 방


지완, 샌드위치와 우유가 담긴 쟁반을 들고 방 앞으로 왔다가 당혹스런 표정이 된다.

먼지와 페인트로 얼굴이 엉망인 강진, 벽에 기대 앉아 깜빡 잠들어 있다. 추운 듯 팔짱을 꼭 끼고 있는.

(창문은 거의 완성 되어 가고 있다.)

지완, 방안으로 들어 와 쟁반을 한쪽에 놓고 잠든 강진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다가 흠칫 놀란다.

행주 조각으로 둘둘 싼 강진의 다친 손가락을 발견한 것이다. 피가 행주에 배어 나와 있다.

지완, 당황한 표정으로 강진의 다친 손가락으로 손을 가져가다가 멈칫 멈춘다. 혹시 강진이 깰까봐.

지완, 가슴이 무너진다.

시간 경과.

지완, 모포를 가져와 잠든 강진에게 덮어준다. 강진이 앉은 맞은편 벽에 등을 대고 무릎을 세우고 쪼그리고 앉아서

잠든 강진을 애틋하고 아린 표정으로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F.O.



58. # 거리 외경 (아침)



59. # 우정 아파트 안


현관문 여는 소리 삐삐삐 들리고, 자료 파일(아트 센터건)을 든 재현, 핸드폰 하며 들어선다.


재현 : (핸드폰에 대고) 가르쳐 주신대루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왔는데요.....

         (신발 벗고 거실로 들어서며) 지금 거실로 들어서고 있습니다......어디 계시는데요?....어디요?.....

         (걸음 딱 멈추며 기가 막히고 황당해 하며) 어디요오?!!



60. # 우정 아파트 욕실


우정, 거품 비누를 욕조 가득 풀고 욕조 안에 들어 앉아 있다.


우정 : (핸드폰하며) 이왕 왔으니까 얼굴이나 보구 가........너한테 물어 볼 말두 좀 있구.....

         (피식 웃고) 장소가 뭐 어떤데? 난 별루 상관 없는데?........ 오분만 기다려 그럼. 금방 샤워하고 나갈게.


우정의 말이 끝나자 마자 노크 소리 똑똑 들린다.


우정 : (피식 웃고) 들어 와.


슬그머니 욕실 문 열리고, 천천히 재현의 얼굴만 쏘옥 들어온다.

욕조에 있는 우정의 모습에 얼굴이 벌개지며 당황하는 재현, 얼른 시선을 떨군다.


우정 : 들어 와. 추워.

재현 : (막상 들어왔지만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몰라 쩔쩔 맨다. 시선은 허공에다 대고) 아.....아트 센터 자료 파일,

         소파 위에 올려 놓고 가겠습니다. 오....오늘은 클라이언트 사무실로 출근했다 오실거죠?

우정 : 너, 차 강진이랑 친하지?

재현 : (강진 얘기에 정색을 하고 우정을 똑바로 보며) 네!....차 팀장을 그렇게 꼭 짤라야 직성이 풀리신다면

         저도 같이 짤라주십시오!

우정 : ?

재현 : ......라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게 천추의 한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우정 : (피식 웃고) ....차 강진이란 남잘 알고 싶어졌어.

재현 : (흠칫, 말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

우정 : 내가 관심이 생겼다구.....차 강진이란 남자한테.

재현 : (얼핏 표정 굳어지며) 죽고 못 사는 애인, 있으시잖아요! 박태준 팀장!

우정 : ......그건 그거구......스페어도 하나 있음 재밌잖아. 든든하구.

재현 : (어이가 없어) 강진일 갖구 노시게요?

우정 : 그러면 안돼?

재현 : (기가 막혀 정색하며) 그 자식 성격 지랄 같은 거 못 보셨어요? 이사님은 강진이 스타일두 아니구요,

         이사님이 범서 그룹 딸이구 그런 거 그 자식한텐 안 먹혀요. 걔가 얼마나 권력의 남용을 싫어하는데요.

우정 : 내기 할래?

재현 : (욱 치미는 것 못 참고) 너 자꾸 이딴 식으로 굴면 박 태준한테 가서 확 일러 버린다!!...........라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게

         천추의 한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우정 : (피식 씁쓸하게 웃더니 벌떡 물 속에서 일어난다)

재현 : (헉.....놀라며 눈을 꼭 감는)

우정 : (걸려 있는 두 개의 커플 샤워 가운 중 하나를 입는다)

재현 : (천천히 한 눈씩 뜬다)

우정 : (남아 있는 새 가운을 노려 보다가...재현에게 휙 던져주며) 가다가 쓰레기통에 좀 버려줄래?



61. # 지완 카페 앞


태준, 지완 카페 앞으로 와 선다. 블라인드는 여전히 내려져 있고, 문은 잠겨 있다.

태준, 시계를 보면 벌써 아침 11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태준, 지완에게 핸드폰을 하면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린다.

태준, 카페 문을 두드린다.



62. # 지완 카페 안


지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계속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자, 지완, 결국 그 소리에 잠에서 깨며 눈을 뜬다.

잠 기운이 남아 멍해 있다가....문득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모포를 보고 당황하는!!.....분명히 강진이한테 덮어준 건데.....

당혹스런 표정으로 강진이 있을(?) 자기 방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카페 문 두드리는 소리 계속 들리고, "지완아! 지완아!" 부르는 태준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완, 흠칫 놀라며 카페 문 쪽을 본다. 벽에 걸린 시계가 11시에 가까워진 것을 보고 이렇게 오래 잤나 당황하다가....

잠깐 망설이다가.....하는 수 없이 카페 문을 열어준다.

태준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선다.


지완 : (당혹스럽게 태준을 보는)

태준 : (테이블에 지완 책이 펼쳐져 있는 것 보는) 걱정했었어. 핸드폰도 꺼져 있구, 이 시간까지 가게 문도 닫혀 있구.....

         홀에서 잤니?

지완 : ......(신경 끝은 온통 자기 방에 있을 강진에게 걸려 있다. 사무적으로 말하는)....오픈 준비를 해야 돼서요....

         급하신 일 아니면 나중에 다시 오실래요? (당황해서 책이 널려있던 테이블을 주섬주섬 치우고.....

         블라인드도 걷어 올리고, 청소하려고 의자도 테이블 위로 올리려는데)

태준 : (지완이 올리려던 의자를 채서 자기가 테이블에 올려준다) 황태국.....맛있었어.

지완 : (흠칫)

태준 : (계속 의자들 테이블 위로 올려주며)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 본 황태국 중에 최고였어...

지완 : ........(문득 태준이 다시 가증스럽다. 노려 보는)

태준 : (지완에게 다가오더니 지완의 손을 잡아서 손바닥 위에 포장된 작은 선물 상자를 올려 놓는다.)

         목걸이야.....니가 걸면 예쁠 거 같애서.

지완 : (목걸이?!!.....당혹스럽게 보는)

태준 : 황태국에 대한 보답.

지완 : .......(보다가 선물 상자를 다시 태준에게 내밀며) 필요 없어요, 이런 거.....갖구 가세요.

태준 : (씁쓸하게 본다)

지완 : 도루 갖구 가라구요!!!

태준 : (그대로 몸을 돌려 카페 문쪽으로 가는)

지완 : 태준씨!!

태준 : (돌아서서 지완을 본다) 나, 갈 데 없어.

지완 : !

태준 : 나 인제 너한테 밖엔 갈 데가 없으니까....자꾸 가라구 그러지 마. (보다가 밖으로 나가 버린다)

지완 : (기가 막혀서 더 소리도 못 지르고)


지완, 태준이 주고 간 선물 상자를 테이블 위에 던지듯 놓는다. 뜯어 볼 생각은 않고 바라만 보다가.....

강진이 있을 자신의 방 쪽에 다시 시선을 주는.



63. # 지완 방 앞


자신의 방 앞으로 와 선 지완, 완전히 달라진 방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며 놀라는.

완성된 창문이 달려 있고, 예쁜 커텐까지 달려 있다. 벽지도 산뜻하게 새로 도배가 되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방 같다.

가구들도 다시 옮겨져 있다(겉만 새 것처럼 색깔이 바뀌어). 예전 지완 방 그대로다. 사진 액자까지.

강진은 없다......


지완 : (가슴이 먹먹해 온다)



64. # 범서 건축 사무실


강진, 의자에 앉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옷도 못 갈아 입고, 얼굴도 제대로 못 씻고......

손에 칫솔과 수건이 그대로 쥐어져 있다. 씻으러 가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린 듯하다.

강진 팀원들, 의아한 표정으로 그런 강진을 보고 있다.



65. # 춘희 방


춘희, 빙긋이 미소 지으며 앨범속의 사진을 보고 있다. 예전 젊은 시절 준수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다.

서로를 향한 지극한 사랑이 한 눈에 느껴지는 더 없이 다정한 연인 같은 춘희와 준수의 사진.

춘희의 얼굴에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춘희, 앨범을 넘겨가다가 어떤 사진을 발견하고 금방 표정이 변하며 굳는다.

젊은 시절 영숙과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온다. 두 사람도 몹시 친한 친구처럼 다정하게 찍었다.

사진 밑으로 '우리들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라는 유치한 문구의 글귀도 쓰여 있다.


춘희 : (중얼거리는).....우정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나아쁜 년....너만 아니었어두.....너만 아니었어두......

         (그러나 이제 와 다 부질없는 생각이다.)



66. # 준수 진료실


준수, 한 중년 남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이때, 진료실 전화 벨 울린다.

준수, 침을 다 놓고 책상으로 와 전화를 받는다.


준수 : 네에.

영숙(F) : 지용이 아버지.....나 우리 지용이 보고 싶어요..

준수 : (그 말에 얼핏 표정 굳었다가.....이내 자상하게) 그래, 나두 보구 싶었어, 그 놈.......

         지용이 보러 가자.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우리 아들 보러 가자.



67. # 꽃집


영숙, 지용의 묘소에 가져 갈 꽃을 고르고 있다. (흰 국화 위주로)


부산(E) : 안녕 하세요?


영숙, 돌아보면 부산이 꾸벅 인사를 한다. 부산,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영숙 : (춘희의 아들들이 마땅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래.

부산 : 원장님 덕분에 저희 엄마 인제 다 나으셨어요....(꾸벅 인사하고) 감사합니다.

영숙 : (꽃을 고르며 표정 서늘해지고)

부산 : 와아, 꽃 진짜 이쁘다.....꽃꽂이 하시게요?

영숙 : .........(대답 않고 꽃을 고르는)

부산 : (잠깐 생각하다가 오토바이에서 내려 함께 꽃을 고르며) 나두 우리 진경이한테 꽃이나 한 다발 사다줘야겠다.....

         (해바라기 정도의 꽃 한 송이 빼서 자기 얼굴에다 대보며) 이 꽃 진짜 저랑 많이 닮았죠?

         (정말 진심처럼) 진짜 이렇게 빼다 박은 듯이 닮기도 힘든데.... 그쵸?

영숙 : (한심하게 보는)


이때, 저편에서 오던 준수, 영숙과 부산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고 본다.



68. # 춘희방


춘희, 거울 앞에서 단장하다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핸드폰 받고 있는.


춘희 : 뭐라구요?.....우리 부산이가 뭘 쳤다구요?!!



69. # 산청 파출소


춘희, 허위허위 들어와 눈길로 부산을 찾는다.

부산, 순경 앞에 앉아서 "아니예요! 나 아니란 말이예요!!" 항의하며 어어어엉 서럽게 울고 있다.

춘희, 파출소 한쪽에 놓인 플라스틱 빗자루를 들고 부산 앞으로 다가오더니 부산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부산, 비명을 지르며 머리통을 감싸 쥐고, 취조하고 있던 순경,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데.


춘희 : 뺑소니를 쳤다구? 눈 먼 노친네를 치구 뺑소니를 쳤다구?!!

         (다시 빗자루 머리로 계속 부산을 때리며) 차라리 니 에밀 치구 뺑소닐 치지 그랬냐, 이 자식아!!..

         내가 너 그런 짓하라구 입히구 멕이구 가르친 줄 알어? 사람치구 뺑소니 치는 자식 새끼 키울라구

         술 따르고 커피 배달하구 온갖 치사한 짓 다 하구 산 줄 알어?!!

부산 : (미련하게(?) 계속 맞다가....결국 못 참고 춘희가 휘두르는 빗자루를 탁 잡는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벌겋다)

         나 뺑소니 안 쳤어! 안 쳤어어어! 억울해애애! (순경에게) 진짜 저 아니예요! 저랑 그냥 비슷한 사람이겠죠!!

순경 : 너하구 비슷하게 생기기가 쉬운 줄 아냐? 어쨌든 그러니까, 알리바이를 대라고! 그 시간에 어디 있었는지 알리바이를 대!!

부산 : (열심히 생각하는) 어디 있었더라....아아...내가 그때 어디 있었더라....

춘희 : (애가 타서) 치매냐? 새파란 놈이 벌써 치매야?!! (부산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치는데)

부산 : (춘희가 머리를 때리자 그제야 번쩍 정신이 든 듯) 아! 꽃 사구 있었다! 돈이 없어서 그냥 고르다 말긴 했는데.....

         진짜예요! 지완이 엄마두 옆에 있었어요!!

춘희 : (흠칫) 누구? 누가 옆에 있었다구?

부산 : 엄마! 지완이 엄마한테 내 알리바이 좀 대 달라구 그래! 어서 와서 나 좀 살려 달라 그래! 응?!!

춘희 : ..........(표정)



70. # 지용 묘지 앞


영숙, 준수와 함께 지용의 묘지 앞에 서 있다. 묘지 앞엔 하얀 국화가 놓여 있다.


영숙 : 봄이 오면 여기 주변에다가 우리 지용이가 좋아하는 맨드라미를 심어야겠어요......아니다. 봉숭아 꽃을 심을까?......

         (무덤을 보며) 지용아! 넌 어떤 꽃이 좋겠어?

준수 : (위로하듯 영숙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데)


춘희, 가픈 숨을 몰아쉬며 오다가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준수와 영숙의 모습을 발견한다.

꼭 잡은 두 사람의 손이 춘희의 시선에 아프게 와 박힌다.


춘희 : (그 모습에....잠깐 머뭇거리다가) 서 영숙!!


춘희의 부르는 소리에 준수와 영숙, 돌아본다. 여전히 손은 꼭 잡은 채.


준수 : (당황하고)

영숙 : (갑작스레 나타난 춘희의 모습에 기가 막히고)

춘희 : (두 사람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꼭 잡고 있는 준수와 영숙의 손을 힘껏 떼내고 영숙의 손을 자기가 잡는다)

준수 : (어이가 없고)

영숙 : (기가 막혀) 차 춘희!!

춘희 : 니가 가서 우리 부산이 누명 좀 벗겨줘야겠다....가자. (다짜고짜 손을 끌고 내려가려는데)

영숙 : (안 가려고 버티며) 무슨 소리야? 그게?!!

준수 : ........

춘희 : 우리 부산이가 억울하게 뺑소니 누명을 썼는데, 니가 가서 알리바인지 뭔지 좀 대줘야겠어.....

         그 시간에 너랑 같이 꽃 사고 있었다며? 가자. (억지로 손을 끌고 가려는데)

영숙 : ....(눈빛이 짧게 흔들리다가) 난 부산이 만난 적 없어!

준수 : (흠칫! 영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춘희 : !

영숙 :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 난 오늘 부산이 얼굴도 본 적 없어!!

준수 : !! (표정이 굳어 영숙을 보는)

영숙 : 미안한데 나하군 관계 없는 일 같다.....다른 데 가서 알아봐. (돌아서려는데)

춘희 : (당황하다가) 우리 부산인 거짓말 안해! 뻥 까지마, 기집애야!...가자.

         (하며 다시 영숙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고 억지로 끌고 가는데)

준수 : (굳어서 보고 있는...)

영숙 : (춘희의 강압적인 힘에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며 가며 구원을 요청하 듯 준수를 보며) 여보오....여보오........

준수 : (그러나, 그대로 보고만 있는)

춘희 : (이를 앙물고 있는 힘을 다해서 영숙의 손을 끌고 가는)

영숙 : 지용이 아버지....지용이 아버지....지용이 아버지이....

준수 : (결국 버럭) 그 손 놔! 차 춘희!!

춘희 : (준수의 말에 흠칫하며 걸음을 멈춘다)

영숙 : (준수를 돌아보는)

준수 : (춘희와 영숙쪽으로 다가오더니 영숙의 팔목을 꽉 잡고 있는 춘희의 손을 떼낸다)

         니 아들 일은 유감이지만, 이렇게 어거질 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춘희 : (기가 막혀).....어거....지?

영숙 : (준수에게 찰싹 달라 붙어 팔짱을 꼭 낀다)

준수 : 우리 집 사람도 거짓말 안해!

영숙 : !! (준수를 보는)

춘희 :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준수 : 설마 못 본걸 봤다구 위증이라도 해달란 말은 아니겠지?

춘희 : (숨이 콱 멈추는 것 같다)

준수 : .........(표정)



71. # 병원 (회사 근처의 정형외과)


의사, 강진의 다친 손을 치료하고 붕대를 감아 주고 있다.

강진, 그 사이 말끔하게 씻고 옷도 갈아 입었다.


의사 : 다행히 파상풍까진 안 갔지만 큰일 날뻔 하셨습니다.

         파상풍 우습게 아시면 안돼요. 잘못하면 목숨까지 뺏어갈 수도 있는 거 아시죠?

강진 : (빙긋 연하게 미소 짓는)



72. # 거리


치료를 마친 강진, 핸드폰을 하며 회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바로 눈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지완이 펜던트를 찾는 전단지를 붙여 놓은 그 곳이다.


강진 : 어, 재현아.....아냐, 그냥 일이 좀 있어서 나왔어. 별 일은 아니구. .....한 십분 후면 회사에 도착할거야.......

         뭐? 누굴 조심해? (하는데)


이때, 빠앙하고 크락션 울린다. 강진, 뒤를 돌아보면 우정의 차가 오고 있다.

우정, 강진을 스쳐 깜박이를 켜고 버스 정류장 부근에 차를 멈춘다.


강진 : (의아한 표정으로 짓는)

우정 : (운전석에서 내려 강진을 보며) 회사 들어가는 길이지?...타.

강진 : 아닙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데 걸어가면 됩니다.

우정 : 그러지 말구 타.

강진 : 여긴 버스 정류장인데, 빨리 차나 빼시죠.

우정 : .....혹시 여자 친구 있어?

강진 : (어이 없는)

우정 : 뭐.....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강진 : (무시하고 걸음 옮겨간다)

우정 : (상관 없이 가는 강진의 등에 대고) 내가 차 팀장 찍었거든! 그렇게 알라구!

강진 : (황당한 표정 짓다가 무시하고 버스 정류장을 통과해서 걸어간다. 지완이 붙여 놓은 전단지도 바로 옆으로 스쳐 지나서)


표정 없이 몇 걸음 옮겨가던 강진,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춘다. 스쳐 지나며 전단지를 본 것이다.

강진, 다시 돌아서 전단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전단지 앞에 서서 펜던트를 찾는 지완의 글을 읽는 강진.

전단지를 점점 읽어가며 충격으로 하얗게 굳는 강진의 표정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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