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0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5.03|조회수858 목록 댓글 0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06











1. # 버스 정류장 앞 (5회 마지막씬에서 연결된)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붙어 있는 지완의 전단지.

강진, 하얗게 굳어서 전단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지완이 그려놓은 펜던트 그림을 바라보는 강진의 눈빛에 극심한 충격이 어렸다.



2. # 플래시백 (2회 #1 마을길)


강진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뜯어서 다리 밑 강물로 떨어뜨리던 종규.

사색이 되었던 강진.



3. # 플래시백 (2회 #6 강기슭)


물속에서 나와 강물을 향해 소리치던 강진.


강진 : 내놔!! 내 펜던트 내놔!!! 어서 내놔!! 내 펜던트 내놔!!!!


그 모습을 다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지완. 그런 지완을 보던 강진.



4. # 버스정류장


전단지의 그림을 바라보던 강진, 깊은 혼란을 느낀다.


강진 : (전단지를 보고 중얼거리는) 이걸 왜 니가 갖구 있어?.......니가 이걸 어떻게....갖구 있어?


강진, 아닐 지도 모른다...내가 잘못 봤을 지도 모른다....혼란스러움에 고개를 젓다가....전단지를 다시 뚫어져라 보는.



5. # 재래시장 채소전 앞


시장 보러 나온 지완, 나물 거리를 고르며 고사리 나물을 씹어 먹어 보고 있다.


지완 : 이게 그러니까 지리산에서 온 고사리라 그거죠?.....(맛 보며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그러네....지리산 맛이 확 난다. (상인 할머니에게) 할머니! 이거 이 만원어치 주시구요.....

         (야채들을 눈길로 훑으며) 보자아.....내가 또 뭘 살라구 그랬나?...도라지도 아니고 시금치도 아니고.....

         아아! 숙주 나물! (하다가 흠칫하는 표정이 된다)


지완의 시선이 곶감에 머문다. 곶감 앞에 철자법이 틀린 상인 할머니의 글씨로 ‘산청 꼿감(곶감)’ 이라고 쓰여 있다.

지완, 잠깐 눈빛이 흔들리다가 곶감 하나를 집어든다.


지완 : (곶감 하나를 집어 들어서 물끄러미 보며) 안녕?....너두 산청에서 왔니?.....나두! 나두 거기서 왔는데.....

         (악수하듯 흔들며) 완전 반갑다, 곶감!!


지완, 곶감을 보며 마치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말을 걸고 있다. 눈빛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6. # 지완방


태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지완의 방에 서 있다.

새로 만든 창문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춰 들고 있는 지완의 방....방안의 모든 것이 빛을 받아 새롭게 빛나고 있다.


태준 : (싸늘하게 굳어서) 저 창문을....차 팀장이 와서 만들었다구요?

여사장 : (방문 앞에 서 있다) 네에.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잠 한 숨 못 주무시구.....

            미스 한 결혼하면 다시 창고로 쓸 생각하구 있었는데, 완전히 사람 사는 방이 됐어요.

태준 : (눈빛이 매섭게 빛난다)

여사장 : 차 팀장님한테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언제 같이 한번 오세요. 제가 술 한잔 화끈하게 쏠께요.

            (하고 홀 쪽으로 가다가) 근데, 우리 미스 한이랑은 언제 합치실 거예요?

태준 : (대답 않고 창문에만 서늘한 시선을 주고 있다)

여사장 : (머쓱하게 보다가 홀 쪽으로 간다)


태준, 서늘한 눈길로 방안을 훑는다.....강진에 대한 질투로 눈빛이 거칠다.

태준의 시선에 앉은 뱅이 책상 한쪽 구석에 놓인 선물곽이 보인다.

어제 태준이 주었던 바로 그 선물곽이다. 아직 포장지를 뜯지도 않았다.

태준, 치미는 화를 간신히 삼키며 선물곽을 들어서 보다가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지완의 가족 사진에 시선을 준다.


지완(E) : (술에 취한) 여기 두 분이 우리 부모님, 이 사람이 우리 오빠예요.



7. # 지완방 (과거, 여름, 밤)


창문이 생기기 전 지완의 방.

지완, 태준과 술상 차려 놓고 술 마시고 있다. 빈 소주병 4병 정도 놓여 있다.


지완 : (제법 많이 취해 가족 사진을 들고 태준에게 자랑하고 있다. 표정엔 뿌듯한 웃음 머금고)

         우리 오빠 디게디게 잘 생겼죠? 공부두 열라 잘하구 세상에 모르는 게 없는 척척 박사에다가

         암튼 암튼 박팀장님 같은 사람은 쨉이 안되게 대따대따 멋진 사람이었거든요?

태준 : (소주잔 들이키며 피식 웃는)

지완 : 어? 안 믿어? 사람들이 다 그랬어요오오. 우리 지용인 못 돼두 장관 자리 하난 할 놈이었다구우우.

태준 : (피식 웃으며 소주잔 들이키고) ....근데, 어째 시제가 과거형이네?

지완 : (서글프게 웃으며) 예리하다.... (담담하게) 죽었어요......나 때문에.

태준 : (당황하는)

지완 : (서글프게 픽 웃고 소주잔 들이키고, 있는 힘을 다해 담담하게)...나 때문에요.....

         어떤 사람이 나 때문에 너무너무 소중한 펜던트를 물속에다 빠뜨렸는데.....

         우리 오빠가 나 땜에....그거 찾으러 물 속에 들어 갔다가.....암만 기다려도 나오질 않더라구요. 치사하게.

태준 : (당혹스럽게 보는)

지완 : (씨익 머쓱하게 웃고 소주잔을 꼭 쥐며) 나 땜에, 나 때문에요.....다 나 때문에요....

         그 사람이 펜던틀 빠뜨린 것두 우리 오빠가 죽은 것두 전부 다 나 때문에요.....

         (자조하듯 웃으며) 내가 없었음 완전 어떡할 뻔 했냐?

태준 : (여전히 당혹스런 표정으로 지완을 보다가).....맨날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가 그거예요?

지완 : (태준과 시선 마주치고) 예리하다아. (펜던트를 밖으로 꺼내서 보며.......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태준 : 왜 안 돌려줬어요?

지완 : (고개를 들어 태준을 보는.....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태준 : 원래 주인이 있었다면서?....찾았으면 돌려줘야지 왜 안 돌려주구 아직까지 지완 언니가 갖구 있어요?

지완 : .......(펜던트를 멀건이 바라보며 말을 못하다가)..........그러게요.....돌려줘야 되는데.......왜 안 돌려줬지?

태준 : .....(보다가) 내가 그것보다 훨씬 비싸구 예쁜 목걸이 하나 사줄테니까 그건 인제 그만 버려요.

         (펜던트를 자기에게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지완 : (완강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듯 펜던트를 꼭 쥔다)

태준 : (완강한 지완의 표정에 약간 당황하는)

지완 : 그 사람 만나면 돌려 줄거예요.....나중에 나아중에.......그 사람 다시 만나면 돌려 줄거예요.....

         (술에 취해 잠이 쏟아지는 듯 눈이 감긴다) 한....백년쯤 후에 다시 만나면...그때 다시 만나면....

         돌려줄 거예...(말 끝을 채 못 잇고 픽 옆으로 쓰러지며 잠들어 버린다. 펜던트를 손에 꼭 잡은 채)



8. # 지완방 (현재)


태준의 눈빛이 짧게 흔들린다. 태준, 쥐고 있던 선물 곽을 힘주어 잡더니 포장을 거칠게 풀어버린다.....

선물곽 안에 지완의 펜던트가 들어 있다. 리폼은 하지 않고 원래 그대로.

태준, 책상 위에 뜯은 선물 곽을 올려 놓고, 그 위에 펜던트를 올려 놓는다.



9. # 지완 카페 앞


지완, 시장 바구니 들고 생각에 잠겨 걸어오다가 태준을 발견하고 멈칫 멈춰선다.


태준 : (카페에서 나오다가 지완과 시선을 마주친다) 시장 다녀오니?

지완 : (대답 않고 굳은 표정으로 태준을 보는)

태준 : (지완의 시장 바구니를 받아 들려 하는데)

지완 : (시장 바구니를 꼭 쥐고 뺏기지 않는다)

태준 : (당황했지만, 애써 웃고) 니 방에 창문 생겼더라? 차 팀장이 만들어 줬다며? .....내가 또 한발 늦은 건가?

지완 : (대꾸 않고 무시하고 가려는데)

태준 : (지완의 팔을 탁 잡으며) 내가 준 목걸이 왜 안 뜯어 봤어?

지완 : (보다가...담담하게).....니 눈엔 내가 우습지?

태준 : (갑작스런 지완의 말에 당황하는)

지완 : 어떻게 해두 무슨 짓을 해두 상관 없는 등신 머저리 같지?

태준 : (당황해서) 지완아!

지완 : 괜찮아. 나두 세상에서 한 지완이란 기집애만큼 우습구 어처구니 없구 한심한 앤 보다보다 첨봤는데 넌 오죽하셨겠어요?

태준 : 한 지완!!

지완 : 근데, 갖구 놀구 싶음 좀만 더 기다려 줄래? 내가 지금은 기력이 없어서 니 장난에 일일이 대꾸해 줄 여력이 없다.

         (태준을 스쳐서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태준 : 지완...(아...말을 삼키며 더 이상 지완을 붙들지 못하고 가는 지완의 뒷 모습을 갑갑한 표정으로 보는)



10. # 지완방


지완,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몹시 지친 표정으로 푸우 한숨 뱉다가...

문득 시계를 보고 “어뜩해...또 수업 늦었다.” 중얼거리며 외투를 벗고 다른 겉옷으로 갈아 입는다.

책상위에 올려진 펜던트는 미처 보지 못하고

“어떡해...어떡해....” 방방거리며 한쪽에 놓인 가방을 들고 다급히 방 밖으로 나가는 지완.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진 펜던트.



11. # 강진 사무실


머리띠를 하고,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부친 강진, PT준비를 위해 캐드 작업하고 있는데, 자꾸만 떠오르는.


강진(E) : ....잃어버렸어........잃어버렸다구. 아버지.


강진, 표정이 굳어지지만, 더 일에 열중하려 애쓰는.


강진(E) : .....펜던트....아버지가 준 펜던트 잃어버렸어.



12. # 플래시백 (2회 #2 경찰서)


강진 : (버럭 격앙되어 O.L.) 아버질 잃어버렸다구!! 우리 아버질 잃어버렸다구!! 내가 잃어버렸다구!!!!!! (눈에 눈물이 가득차는)

지완 : .......(얼음 같은 줄만 알았던....갑작스런 강진의 눈물과 격앙에 당황하는)



13. # 강진 사무실


강진, 캐드 작업하는 것 멈추고, 정신을 다잡으려 손바닥으로 거칠게 얼굴을 부비는데.


용채(E) : 팀장님!!

강진 : (용채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는)

용채 : 이 우정 이사님 호출입니다. 지금 바로 이사님 방으로 오시라는데요?

강진 : ?

용채 : 박태준 팀장도 함께 부르셨답니다.

강진 : (무슨 일인가?....의아한)



14. # 우정 사무실


강진, 비서의 안내를 받아 방안으로 들어서면, 응접 소파엔 이미 태준이 와 앉아 있다.

표정이 서늘하게 굳어 있는 태준의 앞으로 찻잔도 놓여 있다. 우정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태준, 서늘한 표정으로 강진을 본다. 강진 역시 무표정하게 태준을 보는데.

이때, 우정의 웃음 소리 깔깔깔 들린다.

강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 보면, 우정, 사무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통화하고 있다.


우정 : (일어로 통화하는) 그래, 알았어. 당연히 가야지......그럼, 그럼, 꼭 갈게....

         (의자를 앞으로 돌려 앉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강진과 눈인사 하고, -태준은 굳은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다-)

         물론 남자친구랑 함께 갈거야.....남자친구? 당연히 있지.

태준 : ! (굳은 채)

강진 : (그대로 서서 무표정하게 우정을 보고 있는)

우정 : (태준쪽으로 눈길 안 주고 강진에게 자리로 와 앉으라고 손짓으로 모션하며 자기도 소파 중앙 좌석쪽으로 와 앉는다.

         계속 통화는 하며)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는 니 눈으로 직접 확인해, 미카짱....

강진 : (태준 맞은 편 소파로 와 앉는다)

태준 : (굳은 표정으로.....)

우정 : 그래, 또 전화하자. 안녕. (핸드폰을 닫고, 태연한 표정으로) 미안해요. 대학 동창한테 오랜만에 전화가 와 가지구.

태준 : .........

강진 : .........


이때, 비서, 들어와서, 우정과 강진 앞에 찻잔을 놓아주고 나가는 동안.


우정 : 내일이 청도 도시 개발 프로젝트 PT날이죠? 어떻게 PT 준비는 잘 돼가고 있어요?

강진 : ........

태준 : ........

우정 : 내일은 사장님은 물론이고 우리 아버....회장님께서도 직접 참관하실 예정이예요.

태준 : ! (우정의 아버지까지 온다구? 흠칫하는)

강진 : (담담하게 듣는)

우정 : 내일 PT는 단순히 중국 도시개발 수주를 따내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부가사업까지 연관된,

         그룹의 사활이 걸린 PT라는 거 명심 해주시고!.....오너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 매우 중요한 기회

         또는 위기가 될 거라는 것도 유념해 주시고!

태준 : !

강진 : ..........

우정 : 만일 두 사람의 컨셉이 모두 리젝트 돼서 이번 개발건이 다른 회사로 넘어간다면

         박 팀장, 차 팀장 모두 사표 쓰실 각오도 하셔야 할 겁니다.

강진 : ..........

태준 : ..........

우정 : 제가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예요.

강진 : ......말씀 다 끝나셨음 그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우정 : (강진에게)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좀 내 줄래요?

강진 :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보는)

우정 : 좀 전에 통화했던 일본인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데, 남자 친구와 꼭 함께 참석해주면 좋겠다고 해서요.

태준 : !! (표정)

강진 : 다른 약속이 있습니다. (일어나며 목례하고 가려는데)

우정 : 취소하면 되잖아.

강진 : (어이없다는 듯 보는)

우정 : 좀 전에 통화하는 거 들었잖아. 남자 친구가 있다구. 그 사람이랑 함께 가겠다구.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 니 눈으로 확인하라구....차 팀장이 같이 안 가주면 나 걔한테 거짓말장이 돼.

태준 : !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하지만, 눈 끝이 부르르 떨리는)

강진 : (기가 막혀 말 대꾸 하기도 싫어 돌아서 나가려는데)

우정 : 비행기표 예매하라고 지시할께. 이번 주 일요일 11시에 공항에서 봐.

강진 : (어떤 대꾸도 않고 나가버린다. 문 쾅 닫고)

우정 : (피식 웃고) 저 자식 되게 매력 있지? 아직 순수한 건지 멍청한 건지 내가 범서 그룹 후계잔거 전혀 가산점두 안 주구,

         이게 웬 미친 년인가? 완전 개무시 까구 있는데, 것두 꽤 귀엽구 매력이 있네.

         (다리를 바꿔 꼬고 차 마시며) 쉬운 남잔 재미 없잖아.

태준 : 그렇게 힘드니?

우정 : .....(태준을 보는)

태준 : .....(우정과 시선 마주치고) 니가 지금 얼마나 힘든진 알겠는데...이렇게까지 추할 필욘 없잖아.....차 팀장은 왜 건드려?

우정 : (픽 비웃듯 웃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좋아 한다구 마음을 표현하는 게 그게 왜 추한 일이지?

태준 : 니가 차 팀장을 좋아해? 나 보라구 시위하는게 아니구?

우정 : (다시 픽 비웃고) 나두 그런 유치한 짓이나 하는 거면 딱 좋겠는데.....

         언제부턴가 차 강진 저 자식 때문에 자꾸 골이 흔들려. 저 자식이 한 말 때문에 소화가 안되구,

         저 자식이 한 행동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이구, 잠이 안 오구......

         하루에 한 스무번 쯤 저 자식이 궁금해. 뭘 하구 있는지, 누굴 만나구 있는지....이거 좋아하는 거 맞지?

태준 : !! (가슴 한 켠이 쿵 무너지는 듯....)

우정 : 한 지완이랑 다시 시작하기로 했니?

태준 : ..........

우정 : .....(태준이 부정하지 않자) 그래, 넌 니 수준에 맞는 니 길을 가! 난 내 수준에 맞는 내 길을 갈테니까.

태준 : (표정이 싸늘해지는)



15. # 강진 사무실


강진, 다시 머리띠를 하고, 중단했던 캐드 작업 다시 시작하는데.

이때, 똑!똑! 책상을 노크하는 소리 들리고.

강진, 고개 돌려 보면 태준이 서 있다.


태준 : (분노를 누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한 두번도 아니구 이 신셀 다 어떻게 갚죠?

강진 : (뜬금 없이 무슨 말인가? 표정 없이 보는)

태준 : 지완이 방에 창문을 만들어 주셨더라구요?

강진 : (.......대꾸 않고 고개 다시 돌려 캐드 작업 다시 시작하는)

태준 : 우리 지완이한테 관심 있어요?

강진 : (무시하듯 캐드 작업하며 시선은 계속 컴퓨터에 두고)

태준 : 차 팀장이 상당히 매력 있는 사람이구, 그래서 주변이 여자들로 넘쳐나는 건 아는데.....

         회사 동료의 약혼녀까지 넘보는 건 좀 심하다구 생각 안해요?

강진 : (기가 막히지만..... 계속 캐드 작업하며)

태준 : (무시하고 있는 강진에게 분노가 치민다. 결국 못 참고) 경고하는데, 한가지만 해!

         다신 우리 지완이 주변에서 얼쩡거리지 마!! (돌아서는데)

강진 : (시선은 컴퓨터에 두고) 싫어!

태준 : (기가 막힌 듯 강진을 보는) 뭐?!!!

강진 : (오히려 당당한 눈빛으로 태준을 보며) 싫다!!

태준 : (당황하며 분노로 부르르 떠는....당장이라도 달려 들어 한 대 치고 싶은데...마침 팀원들이 들어오며 태준에게 인사한다.)

강진 : ........(다시 캐드 작업 시작한다. 눈빛이 매섭다)......



16. # 산청 파출소


춘희, 기가 막힌 심정으로 부산을 보고 있다. 부산, 수갑을 찬 채 설렁탕을 맛있게 먹고 있다.

진경, 숟가락 위에 깍두기 놓아주며 순경에게 항의한다.


진경 : 아저씨들 정말 잘못 짚으셨어요. 얘가 혈압두 있구 당뇨도 있구 부정맥두 있구, 폐소 공포증두 있어 가지구

         파출소 같은 데 억울하게 오래 갇혀 있으면 진짜 큰일 날지도 몰라요....너 밥 먹고 나서 혈압 체크 좀 하자.

부산 : (밥을 먹다가 갑자기 억울함이 치 받치는 듯 흐으응 울음 터뜨리며) 흐으응...억울해애, 씨이...

진경 : 야, 참어. 참어...혈압 올라. (하며 부산을 달래고)

춘희 : (갑갑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위로 다시 들리는)

준수(E) : 니 아들 일은 유감이지만, 이렇게 어거질 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춘희 : (입술을 깨문다)

준수(E) : 우리 집 사람도 거짓말 안해! 설마 못 본걸 봤다구 위증이라도 해 달란 말은 아니겠지?

춘희 :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다가 핸드폰 꺼내서 번호를 찾아 전화를 한다.)


전화 가는 신호음 들리고.


영숙(F) : 네. 명의 한의원입니다.

춘희 : (다짜고짜) 나 춘흰데....좀 만나자.....내가 갈까? 니가 올래?...(약간 격앙돼서) 내가 갈까?!! 니가 올래?!!!!



17. # 춘희 다방 앞


미스 신, 다방 문 앞에 움츠리고 앉아 있다. 다방 문을 지키듯이.

남자 손님 두 명이 들어서려고 하자, “죄송합니다. 저희 마담 언니 개인 사정 때문에 지금 손님 못 받거든요?

좀 있다가 다시 오세요” 하며 상냥하게 인사한다.

미스 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방 안을 엿본다.



18. # 춘희 다방


영숙,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춘희, 커피 두 잔을 타서 영숙이 있는 테이블로 가져 온다.


춘희 : (맞은 편 의자에 앉으며...프림통과 설탕통을 열며) 프림 몇? 설탕 몇?

영숙 : 됐어. 난 블랙으로 마셔.

춘희 : (블랙 커피를 영숙 앞으로 놓아준다)

영숙 : (춘희를 굳은 표정으로 보며)......니가 날 왜 보자 그랬는지 알겠는데, 부산이 얘기라면....

춘희 : (O.L.) 너 밖에 없어. 우리 부산이가 간 시간에 꽃집 주인도 하필이면 오줌 싸러 화장실에 갔다 그러구

         우리 부산일 본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영숙 : ........못 봤다 그랬잖아.

춘희 : 봤어. 넌 분명히 봤어. 내가 미워서 거짓말하고 있는 거 다 알어.

영숙 : ........

춘희 : 맞짱을 뜰라면 나랑 떠! 왜 죄 없는 애한테 분풀이를 해? 너도 자식 낳아서 키워 본 에미 아냐?

영숙 : ........(그 말에 눈빛이 흔들리고)

춘희 : 어떡하까? 내가 어떡하면 우리 부산이 알리바이 대줄래? 무릎을 꿇으라면 무릎을 꿇을거구,

         돈을 내놓으라면 똥 묻은 핫바지라도 팔아서......

영숙 : (O.L.) 내 눈 앞에서 없어져 줘.

춘희 : (흠칫)

영숙 : 니가 왔던 대로 다시 이사 가. 우리 눈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구 니가 왔던대루 도루 돌아가 줘.

춘희 : !

영숙 : 그럼 니가 하란대로 다 할게.

춘희 : (당혹스럽게 영숙을 보는....할 말을 잃은 표정)

영숙 : ......니가 시키는대로 다 할게. 뭐든지.

춘희 : .....(영숙을 황망한 표정으로 보다가....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퍼 넣기 시작한다...네 숟갈...여섯 숟갈....여덟 숟갈....)

영숙 : .......

춘희 : (커피에 설탕을 넣던 손길을 문득 멈추고) 나 그냥 우리 부산이 옥살이 시킬랜다.

영숙 : (생각치도 못했던 춘희의 말에 당황하는)

춘희 : 죄가 없다면 언젠가 밝혀지겠지 뭐. 끝까지 못 밝혀져도 건 뭐 남 보다 인상 더럽게 타고 난 지 팔자 탓이고.

영숙 : (춘희의 예상 외의 반응에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는)

춘희 : (쐐기 박듯) 나 이사 안 가! 그냥 우리 부산이 옥살이 시키구, 여기서 뼈를 묻을래! 한 준수 옆에 있을래!!!

영숙 : (어이가 없다) !!!

춘희 : .......(뻔뻔하고(?) 당당하게 영숙을 보는)



19. # 파출소


부산, 긴 나무 의자에 추운 듯 새우처럼 몸을 오므리고 자고 있다.

그런 부산에게 다정하게 모포를 덮어주는 손.....준수다.

준수, 부산을 마음 아프게 바라본다.



20. # 파출소 앞


영숙, 파출소 앞으로 와 선다. 심난한 표정으로 파출소를 바라보다가....발걸음 돌려서 가는데.

이때, 파출소 문 열리고, 준수, 나온다. 준수, 돌아서 가는 영숙의 모습을 발견하고 얼핏 표정이 굳는다.


준수 : ...........



21. # 준수 진료실


준수, 가운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영숙, 차를 받쳐 들고 들어온다.


영숙 : 나갔다 왔어요?

준수 : 응. 파출소.

영숙 : (흠칫 당황해서 보는)

준수 : 부산이한테 갔었어.

영숙 : (표정 굳어지며)......왜요?

준수 : 미안해서.

영숙 : (당황).....뭐가요?

준수 : 당신은 파출소 앞에 왜 왔어?

영숙 : (당황한 채)

준수 : 나하구 비슷한 마음으로 왔던 거 아닌가?

영숙 : (쥐고 있던 쟁반이 바들바들 떨린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준수 : (영숙의 손에서 쟁반을 받아서 한쪽으로 놓는다.)

영숙 : ........

준수 : .......당신하구 부산이 꽃집에서 함께 있었던 거 봤어, 내가.

영숙 : (기절할 거 같다).....그래서, 말했어요? 파출소에 가서 내가 거짓말 했다구,

         나랑 부산이가 함께 있는 걸 당신이 봤다구 말했어요?

준수 : 아니.

영숙 : !

준수 : 말 안했어.

영숙 : .......

준수 : 환자 봐야 되는데, 그만 나가 줄래?

영숙 : (당혹스럽게 보는)...여보.

준수 : (영숙에 대한 노기와 실망과 서글픔을 누르며 영숙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도 말 안할거야. 걱정 마.

영숙 : ........

준수 : ........



22. # 춘희방


춘희, 힘 없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털석 주저 앉는다.

한쪽 벽에 걸린 가족 사진(1회에 어린 강진과 어린 부산과 함께 찍었던, 부산은 눈을 감았던)을 멀건이 올려다 보는.



23. # 지완 한의대 강의실 (늦은 오후)


침구학(혹은 경혈학) 시간. 혈자리가 표시 되어 있는 인체모형이 앞에 놓여 있고, 노교수가 강의 중이다.

칠판에도 혈자리가 빽빽한 인체 그림이 붙어 있다.

학생들 강의 열심히 듣는데 지완,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어디론가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있다.


노교수 : (교재 보고 읽는 중)...집게 손가락 끝 안쪽에서..그러니까 여기서 집게 손가락 끝 안쪽이라는 건

            상양혈을 말하는 거 알겠지?...즉 상양혈에서 시작해서...란 말이야. 상양혈에서 시작해서 손가락 윗쪽 변두리..

            이건 즉 이간혈과 삼간혈이라는 말이겠지?

지완 : (문자 보내다가 확 열이 뻗치는지 핸드폰으로 바로 전화한다. 책으로 머리를 가려 고개를 푹 숙이고 목소리 낮춰)

         그래서, 봤다는 거예요? 안 봤다는 거예요?....(애가 타서) 펜던틀 갖구 있긴 있는 거죠?.......

         (반가와서 웃음이 흐른다) 그럼요. 사례는 충분히 하죠. 원하는거 뭐든지 말씀하세요........

         (갑자기 표정이 황당해지며) 뭐....뭘.....원하신다구요?

노교수 : (지완 쪽으로 스윽 못마땅한 눈길 주며 계속 강의 하는) 여기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이 갈라진 뼈 사이를 지나..

            자.. 여기 갈라진 뼈 사이라는 건...

지완 : (못 참고 결국 버럭) 너 변태지? 이 변태 자식아?!!!

노교수 : (황당해서 보는)


수업하던 다른 학생들도 일제히 지완쪽으로 보는데.


지완 : (고개를 숙이고 책으로 가리고 있어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 모른다. 흥분해서)

         펜던트 갖구 있는 거 다 뻥이지?!!.....귀신을 속여 이 자식아!! 너 딱 걸렸어!! (하는데)


이때, 지완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날아오는 보드판 지우개. (혹은 다른 강한(?) 물건)

지완, 악! 외마디 비명 지르며 아파서 머리를 감싸쥐는데.


노교수 : 니 녀석이 딱 걸렸다, 이 놈 자식아!!

지완 : (히익 해서 핸드폰 닫으며 교수를 보는)

노교수 : (손가락을 밖으로 가리키며) 나가!

지완 : (일어서서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잘못했습니다.

노교수 : (버럭) 나가! 당장 안 나가!! (과 대표를 찾으며) 과대! 저 자식 앞으로 내 수업에 다시 들어오면 바루 경찰에다 고발해!

            수업료도 안 내고 도둑 강의 듣는 무전취식자라구!

지완 : (죽을 상을 하고 있는)

노교수 : 그리구 쟤 고향이 산청인데, 나중에 거기 가서 한의원을 내는 게 저 인간 꿈이라 그러는데,

            산청군수한테다 탄원서 한통씩들 써. 저 자식이 한의원 내면 바루 폐업 시키라구!

            멀쩡한 사람 여럿 죽일 무서운 놈이라구!

지완 : (스스로가 너무 너무 싫다)



24. # 버스 정류장 (밤)


버스, 도착하고, 기운이 쑥 빠진 지완, 고개를 떨구고 버스에서 내린다.

지완, 고개를 떨군 채 그대로 걸어와 버스 안내판에 쿵쿵쿵 사정없이 자신의 머리를 찧는다.....


지완 : 아무리 봐줄래두 도저히 넌 용서가 안돼! 에라이 등신! 금붕어! 머저리!!


지완, 너무 아파서 눈물까지 찔끔 나와 천천히 고개를 들다가.....뭔가 발견 하고 깜짝 놀란다.

지완이 전단지를 붙였던 그 자리에 다른 전단지가 붙어 있다. 강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새로 만든 전단지다.

지완이 형편 없이 어설프게 그렸던 펜던트 그림이

마치 실물처럼 더 자세히 완벽하게 -지완이 놓친 부분까지 덧붙여서- 그려진 전단지.

(내용은 지완이 쓴 것과 지완이 모르는 다른 부분 -펜던트 뒷면에 KJ라는 이니셜이 쓰여 있다는 것-까지 더해져서 쓰여 있고,

훨씬 종이도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전단지 세장 정도가 나란히 붙어 있다.

지완, 전단지 한 장을 탁 떼서 뚫어져라 바라본다.


지완 : (극도로 당황해서 중얼거리는) 누구야?.....누가 그랬어?....(주변을 눈길로 훑지만, 의심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갑자기 흠칫하는 표정이 된다.

펜던트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강진이다!! 강진이 밖에 없다!!

지완, 눈빛이 무섭게 흔들리다가 잠깐 망설이다가....갑자기 어디론가로 급하게 간다.



25. # 강진 회사 앞 / 회사 로비


전단지를 손에 꼭 쥔 지완, 회사 앞으로 뛰다시피해서 온다. 죽을 듯 가픈 숨을 몰아 쉬며....로비 안으로 들어선다...

막상 들어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하나...두리번거리는데.

수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며 지완을 막는다.

지완, 차마 대답도 못하고 있는데.

이때, 엘리베이터에 내린 재현, 로비 출입문 쪽으로 오다가 지완을 발견한다.


재현 : 어?... 지완 언니네.

지완 : (재현을 발견하고는....목례한다)

재현 : 어쩐 일이세요? 여긴?

지완 : (망설이다가)............저기요....그러니까.....차....(강진이란 말이 쉽게 안 나오는데)

재현 : 차 배달 오셨어요?

지완 : 아뇨....저기 그러니까 그게.....(어렵게) 차 강...(하는데)

우정(E) : 차 팀장 저녁은 먹구 일하니?


지완, 흠칫 놀라서 돌아보면, 우정(퇴근 후 편안한 차림으로), 초밥 봉투를 양손에 들고 로비 문을 들어서고 있다.

수위, 우정을 보고는 깍듯하게 경례 하고.


지완 : (우정을 보고 당황하는)

우정 : (역시 지완을 보고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스친다.)

재현 : 퇴근 안하셨어요?....이 밤에 회산 웬일이세요?

우정 : (이내 여유롭게 웃음까지 머금고 지완 보며) 박 태준 찾아왔어요?

지완 : (당황하며 말을 못하는데)

우정 : (재현에게) 박팀장 좀 불러 드려....(지완에게) 좀만 기다리세요.

지완 : .........

재현 :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가?...우정과 지완을 난감한 표정으로 번갈아 보는)

우정 : (재현 보며) 초밥 먹다가 차 팀장이 생각나서 왔어. PT 준비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을 거 같아서.

         (초밥 봉투 들어 보이는)

지완 : (차 팀장이라면? 강진을 말하는 건가.....저도 모르게 표정 굳어지는)

재현 : (기가 막혀) 이걸 지금 직접 갖다 주러 오셨다구요?

우정 : 어. 차 팀장한테 본격적으로 작업을 좀 해볼려구.

지완 : (눈빛이 흔들리는)

재현 : (자기가 더 기겁해서) 저기요, 이사님! 지금 회사에 차 팀장만 있는 것도 아니구, 박 태준 팀장 팀에서 보면...

         (문득 지완 눈치 살피고) 뭐라 그러겠어요? 똑같은 회사 사원들끼리 경쟁하는데 명색이 회사 이사란 분이

         누군 비싼 초밥까지 사주구, 누군.....

우정 : (O.L.) 뭐 어때? 난 이 우정 이사루 온 게 아니구, 한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은, 여자 이 우정으로 온 건데!

지완 : !

재현 : 이사님!!

우정 : ........라고 말하면 나, 미친 년이지?

재현 : (어이 없고)

지완 : (표정)

우정 : (피식 웃고 초밥 봉투 내밀며) 알았어. 니가 갖다 줘.

재현 : (어쩔 수 없이 받아 들며) 갖다는 주겠는데, (강진 흉내) ‘너나 처먹어! 됐어!’

         그러구 분명히 쓰레기통에다 버릴텐데.... 안 봐두 비디온데. (하다가 송곳 같은 우정의 눈길을 받고 입을 오무리는)

우정 : (표정 굳어 노려 보는)

재현 : 알겠습니다. 배달 잘하고 오겠습니다....(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며) 아이구, 나두 모르겠다.

         (중얼거리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지완 : (당황해서 표정 관리 못하고 서 있는데)

우정 : (그제야 지완을 돌아보고...애써 담담하고 쿨한 표정으로) 못했던 약혼식, 다시 해야죠?

지완 : .........(표정 굳는)

우정 : (애써 미소 띠고) 걱정 마요. 인제 방해 안 할게.

지완 : .......(기가 막힌)

우정 : 박태준 성격에 결혼식 땐 청첩장두 안 보내줄거구.

지완 : .........

우정 : 애기 낳으면 돌 잔칫땐 꼭 초대해줘요. 태준이 닮은 애긴 어떨까 그건 진짜 궁금하거든.

지완 : (O.L.) 이보세요!!!

우정 : 아 물론 그때까지 태준이 옆에 있는 사람이 한 지완씨라면 말이죠...

         (씨익 미소 머금고 지완을 스쳐가며....표정이 서늘하게 바뀐다)

지완 : .........(기가 막혀 대꾸할 말을 잃은)



26. # 범서 건축 / 태준 자리 있는 곳


태준, 팀원들과 PT 준비로 여념이 없다. 넥타이도 풀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얼굴은 점점 초췌해지고 있지만, 눈빛에 오기와 긴장이 가득하다.


태준 : (팀원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뭐가 부족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니들 정말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팀원들, 주눅 들어서 고개도 못 들고 있다.

초밥 봉투 들고 들어서고 있던 재현, 타이밍 보고 있다가.


재현 : 박 팀장님!

태준 : (보는)

재현 : 로비에 지완 언니....한 지완씨 와 있는데....팀장님 만나려구 온 거 같던데....

태준 : (흠칫) !!!!



27. # 회사 로비


지완, 로비 앞을 못 떠나고 서성거리고 있다. 수위, 더 이상 지완을 막지는 않는다.

지완의 심난한 표정위로 문득 떠오르는.


우정(E) : 어. 차 팀장한테 본격적으로 작업을 좀 해볼려구.

지완 : (기분이 묘하다.)

우정(E) : (O.L.) 뭐 어때? 난 이 우정 이사루 온 게 아니구, 한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은, 여자 이 우정으로 온 건데!


심난한 지완, 잠깐 망설이다가 천천히 발걸음 돌려서 밖으로 나간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태준의 모습이 나타난다.

태준, 로비쪽으로 오는데, 지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태준, 황망한 표정 짓는.



28. # 지완 카페 앞 / 지완 카페 안


지완, 힘이 쑥 빠져 털레털레 카페쪽으로 걸어온다.

카페로 들어가려고 문 손잡이를 잡던 지완, 뭔가 발견하고 당황하며 놀란다.

카페 안에 강진이 있다. 강진, 용채와 중국인 두 명(변호사)과 열심히 얘기 하고 있는 중이다.

용채는 옆에서 열심히 필기중이다.


강진 : (영어로 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 얘기하는) 저희가 중국 로컬 법규에 대한 분석이 상당히 취약합니다.

         일단 중국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안 부터...(하다가 카페 밖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지완과 시선을 마주친다.) !!!

지완 : (강진과 시선이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당황해서 헉! 놀래며 얼른 등을 보이고 돌아선다)

강진 : (그런 지완을 보다가......다시 중국인들에게 얘기하는) 그 계획안에 대해 상세하게 저희 팀원에게 정리해주시구요......

         그리고 또...마지막 한 가지가 더 있는데....(하며 앞에 놓인 자료를 다시 훑어보는...

         지완쪽에 짧게 시선 주었다가....다시 서류를 훑는)

지완 : (그대로 굳은 듯 등을 보이고 선 채....카페 안으로 차마 들어서지도 못하는).......



29. # 지완 카페 앞


시간 경과.

강진, 미팅을 마치고 중국인 두 명과 악수하고 있다.


강진 : (영어로) PT가 내일 아침이라 서둘러 주셔야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용채에게) 잘 모셔다 드리고 와.

용채 : 네......(중국인들에게 영어로) 가시죠. (하며 중국인들과 차를 세워 둔 곳으로 간다. 중국인들 강진에게 인사하고 가고.)

강진 : (꾸벅 정중하게 목례한다.....중국인들의 모습이 멀어지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지완의 모습을 찾는다.

         건물 모퉁이에 지완의 옷이 약간 삐져 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30. # 건물 모퉁이


지완, 모퉁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전단지를 꼭 쥔 채.


강진(E) : 내가 제대로 그린 게 맞니?

지완 : (흠칫 놀라서 보는)

강진 : (지완 앞으로 걸어와 선다. 지완이 들고 있는 전단지에 시선주며) 말이 안된다구 생각하면서 그냥 그렸어.....

         분명히 물속에다 빠뜨렸는데.....다신 찾을 수 없다구 생각했는데....이걸 어떻게 지완이가 갖구 있지?

         내가 잘 못 본 건가? 그냥 비슷한 걸 내가 착각한 건가?

지완 : (안색이 창백해져 당황하고 있는)

강진 : 설명해 줄 수 있어?

지완 : (당황한 채 말을 못하는)

강진 : (지완의 표정에 확신하며) 내 펜던트가....맞니?

지완 : (당혹스런 표정으로 절래절래 고개 젓는다) ...그...그건.....친구한테 선물 받은 거예요.....

         세상에 비슷한 물건이 얼마나 많은데......착각하셨어요. 그건 내 꺼예요.

강진 : (뚫어질 듯 보는...마치 거짓말 하지마 하는 표정으로)

지완 : (강진이 자신의 감정을 꿰뚫어보는 것 같자 벌떡 일어나며)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구 생각해요?

         겨우 그 깟걸 찾을려구 내가 그 차가운 물속에 들어 갔겠어요? 내가 등신 머저리예요? 어디 있는 지도 모르구,

         잘못하면 죽을 지두....(하다가 지용을 떠올리며 잠깐 표정 멎었다가)....모르는데....미치지 않구서야....내가 왜요?

강진 : (지완의 그 말에 다시 혼란스러워진다....그래, 겨우 그깟 걸 찾을려구 니가 그 물 속에 들어갔을 리가 없지....)

지완 : (표정 단호하게 하고) 안 그래두 뭔가 착각하구 있는 거 같애서.... 착각하지 말라구.....회사에 찾아 갔었는데......

         그건요, 그쪽하군 상관 없는 거예요....(전단지를 보며) 자세히 보니까 디자인도 많이 다르네.

강진 : ..........

지완 : 사람들 헷갈리겠어요. 그렇게 할일이 없으시면요 버스 정류장에 아직 붙어 있는 거 마저 좀 떼주실래요?

         (당혹스런 표정 애써 감추며 강진의 손에 전단지를 탁 잡혀주고, 카페 쪽으로 가버린다)

강진 : (가는 지완 보며 다시 혼란을 느끼는....)



31. # 카페 안


당황한 지완, 얼굴이 벌개져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테이블을 치우고 있던 여사장,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여사장 :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지완 : 아니요....아무 일도 아니예요.



32. # 지완 방


지완, 방 안으로 들어선다. 가방을 아무데나 던져 놓고, 앉은 뱅이 책상 앞으로 와서 털석 쪼그리고 앉는다.


지완 : (멀건이 가족 사진 쳐다보다가....사진속의 지용에게 말하는) 오빠......강진 오빠가 알아버린 거 맞지?......

         내가 자기 펜던트 갖구 있었던 거......알아버린 거 맞지?.......난 무슨 일처리를 맨날 이 따위루 하냐?

         (괴롭게 머리를 감싸 쥐다가 문득 흠칫하는 표정이 된다. 뭔가를 분명히....본 것 같다!!!)


지완, 얼핏 표정이 굳어 책상 한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뜯어진 선물곽 위에 펜던트가 놓여 있다.

태준이 준 그 선물곽 위에 그토록 찾았던 강진의 펜던트가 있다!!!!


지완 : (펜던트를 들어서 본다. 분명히 강진의 펜던트다!!.......

         반가움에 웃으려다가 웃음을 멈춘다. 마냥 반가워서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3. # 건물 모퉁이


강진, 꼼짝도 않고 서 있다. 전단지를 꼭 쥐고. 혼란스럽고 심난한다.

이때, 강진의 핸드폰 울린다. 강진, 생각에서 깨어나며 핸드폰을 받는다.


강진 : 어.....미안해, 용채씨......(당황했던 마음에서 벗어나려 얼굴을 부비고) 지금 바루 들어갈게....그래, 미안.



34. # 춘희 방 (밤)


미스 신, 춘희 방문을 열었다가 황당한 표정 짓는다. 춘희, 커다란 트렁크와 박스에 짐을 꾸리고 있다.


미스 신 : 뭐하는 거야, 언니? 어디 가?

춘희 : 이사 가.....(열심히 짐 꾸리며) 난 날 밝으면 바루 이 동네 뜰거니까

         넌 남아서 복덕방에 다방두 내 놓구, 집도 내 놓구 뒷정리 좀 하구 와.

미스 신 : 누구한테 빚졌어? 야반 도주하는 거야, 지금?

춘희 : 야반 도주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리 와서 짐 싸는 거나 거들어, 이 년아.


이때, 전화벨 소리 울리고.


미스신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화 받으며) 네에. 산호 다방입니다.....네에 그런데요........네......네.....(환해지며) 정말요?

춘희 : (계속 열심히 짐 싸고 있고)

미스신 : 와아, 짱이다......네에,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전화 끊으며) 언니! 파출소 조순경인데, 부산이 곧 풀려 날거라는데?

춘희 : (흠칫 돌아보는)

미스신 : 좀 전에 지완이 엄마가 와서 부산이 알리바이 대줬대. 범행 시간에 자기랑 같이 있었다구.

춘희 : !!! (생각치도 않았던 일이다. 당황하며 짐을 싸던 손을 멈추는)



35. # 파출소 앞


영숙, 허탈한 표정으로 파출소 문을 열고 나온다. 싸늘한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떨구고 걸어간다.

춘희, 파출소 앞으로 뛰어오다가 뒤 돌아서 가는 영숙을 발견한다.


춘희 : (가는 영숙을 얼마간 보다가.......) 서 영숙!!

영숙 : (부르는 소리에 고개 돌려 보는...춘희를 보고 표정 굳어지는)

춘희 : (영숙 앞으로 걸어 와 선다)

영숙 : (당혹스럽게 보는)

춘희 :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쉽게 꺼내지 못한다) 음....음.......

영숙 : ...........

춘희 : 음.....저기.......나, 이사 안 갈거야. 내가 여길 어떻게 돌아왔는데.. 우리 엄마두 여기 묻혀 계시구....

         이젠 늙어서 고향 떠나서 살 자신도 없구.

영숙 : (보다가 돌아서 가는데)

춘희 : 한 준수 보고는 절대로 안 웃으께.

영숙 : ......(멈칫 걸음을 멈춘다.)

춘희 : 이놈 저놈 다른 온갖 모르는 놈들 보고 다 웃어두 한 준수 보고는 절대로 안 웃으께.

영숙 : .........

춘희 : 바로 옆으로 지나가도 아는 체도 안하께.

영숙 : .........

춘희 : 길가다 부딪혀도 말도 안 섞을게.......지가 먼저 말을 걸면 어쩔 수 없지만.

영숙 : .........

춘희 : (약속하자고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영숙 : (씁쓸하게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춘희 : (가는 영숙의 등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36. # 준수 방


준수, 이부자리 위에 앉아 한의학 책을 보고 있다.

영숙, 문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준수 : 어디 갔다 왔어?

영숙 : 그냥...바람 좀 쐬러요.....(겉옷을 벗고 이불 안으로 들어가 준수에게서 등을 돌리고 눕는다)

준수 : (그런 영숙을 등을 멀건이 보는)



37. # 부산 방


부산, 잠들어 있다. 이불도 아무데나 걷어차고.

춘희, 들어와서 부산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춘희 : ..........



38. # 지완방


스텐드 불빛만 켜진 방. 지완, 책상위에 엎드려 바로 눈 앞에 놓인 펜던트를 멀건이 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돌려줘야 하나....말아야 하나.....펜던트를 다시 손에 쥐고 보며 심난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탁상에 놓인 시계, 새벽 두 시를 지나고 있다.



39. # 범서 건축 남자 화장실


강진, 세면기 앞에 서서 찬물로 세수하고 있다.

강진, 거울을 보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때린다. 잠을 깨려고.



40. # 범서 건축 사무실 (몽타쥬)


강진, 자신의 자리로 와 앉으며 팀원들과 다시 회의를 시작한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자료 사진들과 빈 컵라면, 삼각 김밥 뜯은 봉지, 일회용 커피 잔들로 어지럽다.

태준, 팀원들이 가지고 온 디자인 시안을 계속 리젝트 시키며 던져 버리고 있다.

예민해준 태준의 눈치를 보며 한숨을 쉬는 피곤에 쩔은 태준의 팀원들.

강진의 컴퓨터 모니터에 설계 디자인이 점점 완성되어 가는 모습(캐드)과 태준의 컴퓨터에 3D 입체 영상이 교차로 보여진다.

강진과 태준, 조금씩 초췌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를 바라보는 눈빛 만은 매섭다.

시계, 새벽 3시를 지나고 있다.

강진 팀과 태준 팀들, 마지막 점검들을 하고 있다.

밤 늦은 시간, 야근하는 팀원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여진다.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하는 팀원, 커피잔을 쌓아두고 마시는 팀원,

성냥개비로 눈 사이를 치켜뜨게 하고 컴퓨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팀원 등.

태준, PT자료 마지막 점검을 끝내고 벌떡 일어선다. 팀원들은 모두 졸고 있다.


태준 : (박수 짝짝 치며) 다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만족한 표정으로 강진 팀 쪽을 돌아보는)


강진, 뭐가 잘 안 풀리는 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심난한 표정 짓고 있다.



41. # 지완 방


지완, 펜던트를 손에 꼭 쥔 채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창문으로 새벽의 푸른 여명이 스며 들고 있다.



42. # 범서 건축 사무실


창문 밖으로 동이 터오고 있다. 벽에 걸린 시계 6시를 넘어서고 있다.

태준의 팀들은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다. 강진의 팀원들, 모두 잠들어 있다.

강진,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진다.

“끝났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흡족함으로 기지개를 켜는 강진.



43. # 범서 건축 외경 (아침)



44. # 범서 건축 남자 화장실


강진, 칫솔질을 하고 있다. 물을 찍어서 머리에 발라 머리도 다듬고.....PT준비를 하는.



45. # 컨퍼런스 룸


말쑥한 양복으로 갈아 입은 태준과 성민을 비롯한 태준의 팀원들, PT준비에 한창이다.

노트북과 CG영상을 틀 장비를 체크하고 있는 태준.

성민, 그런 태준을 보며 뿌듯한 표정 짓는.



46. # 범서 건축 사무실


강진,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자신의 자리가 있는 쪽으로 오는데.

용채, 사색이 되어 있다. 다른 팀원들도 하얗게 질려 있다.


용채 : 다 날라갔습니다. 팀장님.

강진 : 뭔 소리야, 그게? 뜬금 없이?

용채 : (당황해서 제 정신이 아니다) PT 마스터 시안이요! 싹 다 날라갔습니다.

강진 : (황당하고 기가 막힌 표정)



47. # 컨퍼런스 룸


사장 등 회사 중역들과 중국 개발업자들과 통역, 앉아 있고. 태준도 발표자 자리에 앉아 있다.

이때, 문 열리고, 우정, 우정부와 함께 들어온다.

회사 중역들과 태준, 일어나 예의를 취한다.

우정부, 태준을 누르듯이 지그시 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둔다. 태준도 담담하게 우정부를 본다.

우정, 태준과 무표정하게 시선을 부딪히고 우정부와 함께 자신의 자리로 와 앉는다.

강진의 자리는 비어 있다.

태준, 일어나서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고 PT를 준비하는데, 이때, 강진, 들어선다.


우정 : (그런 강진을 보는)

태준 : (강진에게 의미 없는 목례하고...눈빛은 적의로 날카롭다.)

강진 : (역시 의미 없는 목례로 화답한다....침착하려 애쓰지만...쉽지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암담하다....넥타이조차 답답하다.)


태준이 먼저 PT를 시작한다. 태준이 준비한 PT 시안이 프로젝트 빔을 통해서 회의실 전면에 비춰진다.


태준 : (자신감 있고 당차게) U-시티, Ubiquitous City는 도시설계 단계 때부터 첨단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종합적인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신도시를 말합니다.

강진 : (초조함을 못 견뎌 얼굴을 쓸며....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열심히 생각하는)

태준 : 도시 공간, 사물, 사람,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U-시티는


이때, 문 살짝 열리며 용채 들어 와 강진에게 귓속말을 하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강진,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며 암담한 표정 짓는 위로 들리는.


태준(E) : 도시민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목적의 활동들을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도시 관리의 효율화 및

              입주민의 편의성 등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관리 주체 및 이용자 등에게도 기대 가치가 매우 큽니다.

태준 : (강진에게 뭔가 일이 생겼다는 걸 읽는다. 그런 강진을 흘끗 보다가 시선을 우정부에게 주며 더 당당하게 말하는)

         이제 U-시티는 미래가 아닙니다. 우리가 맞아야 할,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정부 : ........(표정없이 보는)

우정 : ........


태준의 말이 끝나자 3D 입체영상으로 구현되는 태준의 U-시티 디자인 설계도.

조그맣게 와아 하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중국 개발업자들 몹시 흡족한 표정이다.

우정부와 우정만 감정을 알 수 없게 무표정하다.

강진, 태준의 PT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당혹스럽게 보다가.....

문득 생각이 떠오른 듯 메모지에 뭔가를 적어서 울 것 같은 용채에게 주면, 용채, 얼른 메모지를 보고 밖으로 나가고.

태준,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리에 와서 앉는다.


사회자 : 다음은 디자인 기획2팀 차강진 팀장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강진 : (머리를 감싸 쥐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열심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자기 생각에 빠져 못 듣고 있는)

우정 : (무슨 일이 생긴 건가?.....강진을 보는)

태준 : (승자의 여유로 강진을 스윽 보는)

사회자 : 차 강진 팀장!

강진 : (그제야 고개를 들고 천천히 일어선다.....우정 등 사람들을 훑어보며 발표대 앞으로 나온다....

         그러나, 어떤 말도 못하고 있는)

사회자 : 차 팀장!

우정 : ?

우정부 : ?

태준 : ......

강진 : (여전히 아무런 말도 못하고 굳어 있는...갑갑한 듯 넥타이만 계속 만지며)


중국 개발업자들과 통역과 중역들, 무슨 일인가 술렁이고.


사회자 : 차 팀장! 발표 안 합니까?

강진 : (여전히 말 없이 굳어서 서 있다가.....

         갑자기 양복 저고리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 소매를 돌돌 걷고, 시계를 푼다)


우정과 태준, 사람들, 강진의 뜬금 없는 행동에 황당해 하고.

이때, 용채와 경수, 보드 판과 목탄을 들고 들어오더니, 벽에다 보드판을 붙여준다.

강진, 목탄을 집어 들더니 보드 판에다 산수화를 그리기 사작한다.


우정 :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우정부 : ?

태준 : (역시 황당한 표정으로 보는)


산과 물, 도시가 하나가 된 듯한 그림이 강진에 의해 보드판에 그려지고 있다. 마치 고대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우정 : (당혹스럽고...불안하게 보고 있는)

우정부 : (표정 없이 보고 있는)

태준 : (비웃듯 보는)


시간 경과.

강진, 넥타이를 다시 하고, 양복 저고리를 입고 있다.

빈보드 판엔 자연과 하나 되는 도시 디자인이 완성되어 있다. 목탄의 느낌으로 마치 수묵 산수화처럼 그려져 있다.

완성된 그림에 우정, 내심 감탄하는 표정이고, 태준 아까와는 다르게 긴장 되어 있다.

강진, 우정부와 중국 클라이언트를 번갈아 보며 당당하게 얘기한다.


강진 :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짓지 않는 것이 가장 훌륭한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이상에 불과한 저의 철학이고.....그래서, 저는! 이번 디자인에 저의 현실적인 대안을 담아 보았습니다....

         건축의 완성은 무엇일까요? ...바로 궁극적으로는 사람, 그리고 자연입니다.

         저는 이 도시를 수 백년 후의 제 후손에게도 남겨 주고 싶습니다. 그때에도 지금 이대로 자연과 하나 되어 숨쉬는 도시를

         남겨주고 싶습니다. 자연, 사람, 건축이 서로 소통하는 이상적인 도시..... 바로 그린시티입니다.


강진의 PT가 끝나자,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 그 정적을 깨며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 우정.

중역들과 중국 클라이언트들, 우정의 오바(?)에 약간 당혹스런 표정이다가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작게 박수를 친다.

우정부의 표정은 감정을 알 수 없게 굳어 있다. 태준의 표정, 싸늘하게 굳어 창백하다.

강진, 모든 긴장이 풀린 듯 푸후 한숨을 내뱉는.



48. # 범서 건축 사무실 / 태준 자리 있는 곳


태준 팀원들, 하이 파이브하고 환성을 지르며 난리가 났다.

태준, 실감이 나지 않는 듯 계속 굳어 있다가 천천히 입가에 미소를 떠올린다.

성민, 그런 태준을 뿌듯하게 보는.



49. # 우정 사무실


우정, 사무실에 앉아 대형 티브이로 강진과 태준의 PT 장면 녹화한 것을 보고 있다.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재현 들어온다.


우정 : (시선은 화면에 둔 채) 차 팀장이 물 먹었다며?

재현 : 마스터 시안을 날린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큰일을 앞두고 그렇게 조심성이 없는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다구.

우정 : 마스터 시안을 날린 게 이번이 처음이야?

재현 : 네.....PT 한 두 번 해본 것도 아니구, 그런 실술 할 사람들이 아닌데....

우정 : 그 사람들이 실수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일부러 파일을 지웠을 수도 있다는 얘기네.

재현 : ?....그게 무슨....말씀이십니까?

우정 : (서늘한 눈빛으로 생각하다가....) 차 팀장은 지금 어딨어?



50. # 회사 근처 편의점


허탈해진 강진, 캔 맥주를 꺼내 와 계산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마신다.

핸드폰이 울리자, 번호 확인하고, 밧데리를 빼버린다.



51. # 지완방


지완, 거울 앞에 서서 펜던트를 목에다 건다....펜던트를 건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보다가.....

펜던트를 옷 안으로 집어 넣고,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방밖으로 나간다.



52. #지완 카페 일각


편의점에서 나온 강진, 캔 맥주를 들고 가는데, 강진의 시선에 지완의 카페가 보인다.

잠시 후, 카페 문 열리고, 가방을 맨 지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 쪽으로 분주하게 간다.

강진, 그런 지완을 바라보는.



53. # 버스 안


지완, 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버스, 출발하려는데 “잠깐만요!” 소리 들리고, 캔 맥주를 든 강진, 버스에 올라 탄다.

강진, 지완을 발견하고, 지완의 옆으로 가 앉는다.

지완, 강진이 옆에 앉은 줄도 모르고 자기 생각에 젖어 창밖만 보고 있다.

버스 출발한다.


강진 : 부모님이 아시면 엄청 좋아하시겠다.

지완 : (강진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 돌려보다가....강진이 옆에 앉아 있는 것을 알고 기함하는)

강진 : 한의대 다니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거, 상상도 못하고 계실텐데....수업 시간만 되면 이불을 깔던 그 뺀질이가.

지완 : (안색이 창백해진 채 할 말을 잃고)

강진 : ......꼭 이기고 싶었던 PT가 있었는데.....(캔맥주 마시고).....졌어.

지완 : ........

강진 : 지는 게 익숙치 않은 체질이라서......이럴 땐 뭘 해야 되는 건지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잘 모르겠어.

지완 : .........

강진 : 술을 먹어두 잠이 안 오구......(좌석에 뒷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는다) 자고 싶은데 잠두 안 오구....

지완 : ........

강진 : (눈 감은 채).....펜던트.....첨부터 말이 안되는 얘기라 생각했는데............겨우 그깟 걸 찾을려구....그 차가운 물속을......

         그래, 그랬을 리가 없지....니가 왜.........돌지 않구서야....(잠 속으로 빠져들며) 니가.......왜......

지완 : (당혹스런 표정으로 굳어서.....)



54. # 거리


지완과 강진을 태운 버스, 달리고 있다.

지완, 벌개진 눈시울로 창 밖을 보고 있고, 강진, 잠들어 있다.



55. # 버스 안


지완, 울컥해지는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있다.

잠든 강진이 쥔 빈 맥주캔이 손아귀에 힘이 빠져 떨어지려 하자 지완, 맥주 캔을 자기가 받아 쥔다.

잠시 후 “다음 내리실 곳은 두성대 입구 입니다...”라는 안내음 들린다.

지완, 하차 벨을 누르려 손을 뻗으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강진, 지완의 어깨에 툭 머리를 떨어뜨린다.

지완, 강진의 머리가 자신의 어깨에 닿아오자 멈칫하며.....망설이다....다시 자리에 앉는다.

지완, 내리는 것을 포기하고, 강진이 잘 수 있게 어깨를 대준다.



56. # 버스 안


시간 경과.

강진, 지완의 어깨에 곤히 잠들어 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지완, 목에 걸려 있던 펜던트를 풀어서 가만히 손바닥에 올려 놓고 본다.

강진, 여전히 잠들어 있다.

지완, 펜던트를 한동안 만지작거리다가......천천히 고개 돌려 강진을 얼굴을 담담한 표정으로 본다.



57. # 버스 종점 (늦은 오후) / 버스 안


강진,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운전기사, 와서 강진을 깨운다.


기사 : 손님! 일어나세요!!......일어나세요오!!!


강진, 흠칫하며 눈을 뜬다. 잠깐 멍한 표정이다가....옆 자리의 지완을 찾는다. 지완도 없고, 다른 손님들도 아무도 없다.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 거리는 강진. 버스는 종점에 도착해 있다.

버스 기사, 한심한 듯 강진을 보다가 버스에서 내린다.

강진, 정신을 차리려고 얼굴을 부비다가....문득 이상한 감촉에 흠칫하는 표정이 된다. 강진의 손목에 펜던트가 감겨 있다.

강진, 당황하며 펜던트를 뚫어져라 본다. 분명히 물속에다 빠뜨렸던 자신의 펜던트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며 눈빛이 무섭게 흔들리는 강진.

착각이 아니었다. 지완이가 자신의 펜던트를 찾아서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진, 당혹스러움과 놀라움, 지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가슴 한 켠이 콱 막혀오며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다....



58. # 춘희 다방


춘희, 손거울을 보며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이때, 중년 남자1, (5회 #13에 등장했던), 다방 안으로 들어선다.


중년1 : 차마담! 나 기분 나빠서 오늘부로 산호 다방 끊구 용다방으로 가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돌아서는데)

춘희 : (간드러지는) 오빠! 잠깐만! 잠깐만 나 줌 봐!!

중년1 : (돌아 보면)

춘희 : (환한 미소 띠며 윙크까지 하며) 심심해서 농담 좀 한 걸 갖구 삐지기는....

         (중년1에게 다가오며 양복 털어주며 방실거리고 웃으며) 나 웃어. 웃을 거야, 인제....

         차 춘희 얼굴에서 살인 미소 빼면 시첸데 내가 왜 안 웃어?......앞으로 어떤 놈만 빼구 이 놈 저 놈 모든 남자들 앞에서

         입이 찢어지게 웃을 거다, 내가........나 웃다가 입 찢어지면 오빠가 꿰매줘야 돼?


이때, 다방 문 열리며 준수, 들어선다.

춘희, 생각지도 않았던 준수의 출현에 당황하다가...아차 하며 얼른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준수를 외면한다.


준수 : 차 춘희!

춘희 : (준수에게서 고개 돌린 채 외면하는)

준수 : 춘희야!!

춘희 : (계속 고개를 외로 꼬고 외면하고 있는)

중년1 : (이건 뭔가 황당한 표정 짓고 있고)

준수 : (춘희 쪽으로 바짝 다가서더니 갑자기 춘희의 얼굴을 잡고 자기를 보게 한다)

춘희 : (온 몸이 전율하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

준수 : (춘희의 얼굴을 뚫어져라 본다....사실은 혈색과 안구 등을 살펴보고 있다)

춘희 : (기절 할 것 같다.) ...왜....왜 이래?!!!

중년1 : (영문도 모르고) 야! 너 뭐야?!! 뭐야, 임마?!!! (하며 준수의 팔을 잡는데)

준수 : (힘껏 중년1의 팔을 쳐내며.....춘희를 똑바로 보며) 차 춘희!!.....너 나랑 오늘 데이트 좀 하자!

춘희 :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헉! 숨이 멎어버리는 것 같다)



59. # 카페 근처 (밤)


수업을 마친 지완, 생각에 잠겨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60. # 플래시백 (버스 안)


지완, 펜던트를 손 위에 올려 놓고 멀건히 보다가......잠든 강진의 얼굴을 보다가....

눈시울이 벌개져 한동안 망설이다가......잠든 강진의 손목에 펜던트를 감아주던.



61. # 카페 근처


지완,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마치 하늘에 있는 지용을 올려다 보듯이.



62. # 고급 가라오케 (밤)


양주잔 하나가 떨어지며 도미노로 완성되는 7잔 정도의 폭탄주.

태준, 팀원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폭탄주를 원샷한다. 빈 컵을 머리 위로 털며 활짝 웃는 태준.


태준 : 오늘 다들 마시구 죽는 거야!! 됐지?!!....난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63. # 가라오케 앞


태준,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한다. 기분 좋은 듯 씨익 웃는.

핸드폰을 꺼내 지완의 이름을 찾아 전화하려고 하려다 문득 멈추고 생각하는.



64. # 범서 건축 CCTV실


우정, 재현과 함께 사무실을 찍은 CCTV 테잎을 보고 있다.

재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입을 벌리고 보고 있는.


재현 : 사무실에 CCTV가 설치 돼 있었어요?

우정 : 두 달전에 곤명 프로젝트 파일 유출 사건 있고 난 직후에 설치했다고 들었어.

         각 부서 팀장들은 다 알고 있는데, 넌 몰랐어?

재현 : CCTV 있는 거 박 팀장이랑 차 팀장도 다 알고 있겠네요, 그럼?

우정 : (화면 보다가) 잠깐만! 스톱!!


우정, 조그 다이얼로 화면을 다시 돌려 본다.

강진이 떠나고 난 자리에 한 남자(성민)가 들어와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모습이 또렷이 화면에 찍혀 있다.


우정 : (표정 싸늘하게 굳어지는) !!!



65. # 지완 카페 앞


지완, 털레털레 카페 앞으로 온다. 영업 시간이 끝나 카페 문을 닫혀 있고, 네온 사인도 꺼져 있다.

지완, 열쇠로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강진(E) : 지완아!!

지완 : (강진의 목소리에 흠칫하는....차마 바로 돌아보지 못하는데)

강진(E) : 한 지완!!

지완 : (그제야 천천히 돌아선다)

강진 :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지완 : ........

강진 : 너 뭐야?

지완 : .......

강진 : (인상 싸늘하게 굳은 채) 너 누구야?

지완 : (당황하는)

강진 : (지완 앞으로 다가와 갑자기 지완의 멱살을 한 손으로 잡으며) 너 대체 뭐하는 자식이냐구 새끼야.....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니 따위가 대체 뭔데....남의 인생에 끼어들어서.......이게 어디서 죽을라구.....

         니 까짓게 대체 뭔데.... 대체 뭔데 니 까짓게......

지완 : .......(눈물이 그렁해진채)

강진 : (지완의 멱살을 쥔 채 눈물이 그렁해진 채 보다가 그대로 와락 끌어 당겨 꼭 끌어 안는다.)

지완 : !!


이때, 저 편에서 카페를 향해 오고 있던 태준,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기절할 듯 충격 받는.

따뜻한 가로등 불빛 아래 꼭 끌어 안고 있는 강진과 지완.....그 위로 가늘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눈발에서. ENDING.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