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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5.03|조회수952 목록 댓글 0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1











1. # 마을 길 (10회 마지막 씬에서 연결된)


지완 : (강진의 뒷모습을 보고 걸어가며)......밥 먹었어요?....밥 먹을래요?

강진 : .........

지완 : 우리 밥 먹어요!!

강진 : .........

지완 : (강진 앞으로 뛰어가 강진을 가로 막고 선다) 밥 먹자구요!!

강진 : (굳은 표정으로 보는)

지완 : 나 인제 등신처럼 토하구 그런 거 절대 안해요.....내가 얼마나 씩씩하게 잘 먹는지 한번만 봐줘요.

강진 : ......(눈가가 벌게진다)

지완 : (역시 눈가가 벌게지며) 내가 얼마나 맛있게 잘 먹는지 한번만 좀 봐줘요오.

강진 : .........

지완 : 그리구......나두 한번만 봐줘요.

강진 : .........

지완 : 오빠한테 퉁명스럽게 군 거, 못 되게 말한 거, 가슴에 못 박은 거....

         마음에두 없는 소리한 거, 거짓말 한 거.....한번만 봐줘요.

강진 : ........

지완 : (눈물이 흐른다) 등신같이 비리비리 해갖구 강진 오빠 마음 아프게 한 거, 속상하게 한 거, 돌아버리게 한 거......

         한번만 딱 한번만 봐줘요.

강진 : .........(눈물이 흐른다)

지완 : 한번만 딱......이번 한번만 딱.....(목이 메인다) 이번 한번만 접어주면.....정말루 이번 한번만 오빠가 접어주면.....(하는데)


지완의 얼굴을 잡고 애틋하게 보던 강진, 그대로 입맞춤 한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강진, 다시 잠깐 떨어져서 역시 눈물이 가득한 지완의 얼굴을 애틋한 미소를 지으며...

뚫어져라 보다가.....다시 뜨겁게 키스한다.

강진과 지완, 다시 떨어지며....눈물이 그렁해 애틋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2. # 지완 방 (아침)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비춰드는 지완의 방.

설레임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듯 보이는 지완, 달뜬 표정으로 천장을 보고 누워 있다. (이불 깔려 있고, 잠옷 차림)

이때, 지완의 핸드폰 울린다. 지완, 발신자 확인하면 ‘강진 오빠’라고 뜬다.

벌떡 일어나 앉는 지완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번진다.

지완, 쿵쾅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호흡 조절(?)하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표정이 되어 핸드폰을 귀에다 댄다.


강진(F) : 자는 데 깨운 거 아냐?

지완 : (설렘과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아니예요......일어났어요.



3. # 부산 방


부산은 잠들어 있고, 강진, 팔 베개를 하고 누워서 핸드폰 하고 있다.


강진 : 잠은.....잘 잤니?


이때, 부산, 몸부림을 쳐서 강진의 배 위에다 발을 툭 올려 놓는다.

강진, 윽!하며 일어나 피식 웃으며 부산의 발을 내려주는.


강진 : (계속 핸드폰은 하며) 난....못 잤다....잠깐 눈 감았다 뜨면 누가 와서 꿈이라 그럴 거 같애서....

         (한 손으론 부산에게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며) 차 강진! 너 잠깐 꿈 꾼거야! 정신 차려! 이 자식아!!....그럴 거 같애서.

         (표정 가득 미소 머금고)



4. # 지완 방


지완 : (발개진 뺨이 가뜩이나 더 수줍음으로 빨개진다. 핸드폰 막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신기하다....나둔데......

         (혹시 소리가 들어갈까 핸드폰을 두 손으로 꽉 막으며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나두요.

         나두 누가 꿈이라 그럴까봐 한숨도 못 잤어요, 오빠.



5. # 부산 방


강진 : (부산의 베개도 바로 해주며 핸드폰하는) 너 뭐 바쁜 일 없음 오늘 나하구 안 놀래?.....나, 너한테 보여줄 거 있는데...



6. # 지완 방


지완 : (좋아서 스멀스멀 흐르는 웃음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강진(F) : 그럼 좀 있다 데리러 갈게.....좀 있다 보자.

지완 : .....네에.....


지완, 핸드폰을 끊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발을 팔딱팔딱 거리다가 이불을 감고 온 방안을 구른다.

그러다 장롱 모서리에 실수로 머리를 또 부딪히고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그래도 좋아서 헤헤 거리고.....

그러다 발딱 일어서 거울 앞으로 가더니 열심히 자신의 외모를 점검(?)하다가 문득 지용의 사진을 본다.

(어린 시절 지용과 지완이 함께 찍었던)


지완 : (밝고 편한 표정으로 보며) 그래, 잘했다. 한 지완! 오빠가 바랬던 건 이거야.

         우리 지완이가 기쁘구 우리 지완이가 행복하다면 그러면 되는 거야, 오빠는.......

         그럴라 그랬지? 나 칭찬해 줄라구 그랬지? (편하게 웃으며) 그럴 줄 알았지.....그럴 줄 알았어!!



7. # 산장 앞


지완을 옆자리에 태운 강진의 차, 산장 앞으로 와 멈춘다.

강진,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면, 지완, 어리둥절한 표정 지으며 차에서 내린다.


지완 : .......여기가 어디예요?

강진 : (빙긋 웃으며 지완의 손을 꼭 잡고 산장 쪽으로 데려간다)



8. # 산장 안


지완, 강진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선다. 가구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는 거실.....청소는 깔끔하게 되어 있다.

지완, 눈이 동그래져 “우와아...”하며 집을 둘러본다.


강진 : 봄이 되면 리폼을 다시 할거야.....내 손으루 직접....못 하나하나 톱밥 하나하나까지......

         다른 사람 손 안 빌리구 내 손으루 직접 싹 다 할거야.

지완 : 그니까 이 집이 누구 집이냐구요?

강진 : 저기 저 방이 우리 엄마 차 춘희 여사방...저기 저 방은 우리 부산이랑 부산이 와이프 방,

         저기 저 쯤엔 방을 두 개 정도 만들어서 우리 부산이 아이 낳으면 애들 방을 만들거구.

지완 : (어리 둥절)

강진 : 그리구, 저기 이층엔 나하구 내 아내랑 내 아이들이 살거야.

지완 : (내 아내와 내 아이...강진의 말에 순식간에 뺨이 확 붉어지고 눈빛이 흔들린다.)

강진 : (천연덕스럽게) 애를 그래두 두 명은 낳을거니까 적어두 방이 세 개는 필요하겠구나.

         (허공에다 대고 리폼 구도를 열심히 그리며 생각하는 표정 짓다가....페치카에 장작을 던져 넣는)

지완 : (그런 강진을 설레는 표정으로 보다가....강진의 작전에 말리는(?))..... 두 명만....낳을려구요?

강진 : (고개 돌려 시침뗀(?)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지완 : (나름 진지한) 한 여섯 명 정돈 낳아두 되지 않나? 키울 능력만 되면?

강진 : (진지한(?) 얼굴로) 여섯...명? 배구단 만들게?

지완 : 아니 뭐 그래두 되구.....난 애들이 많은 집이 좋던데....한 여섯명 쯤은 낳죠? 그냥?

강진 : 여섯 명은 너무 많지. 인간적으루.

지완 : (강진의 옆으로 와 같이 페치카에 장작 넣으며) 에이, 뭐가 많아요? 옛날엔 열씩 열 둘 씩두 낳았대는데....

         안 그래두 그 놈의 저 출산 때문에 앞으루 지구의 미래가 걱정이구만.

강진 : (지완을 향해 씨익 웃는) 너 지금 나한테 프로포즈 하는 거야?

지완 : (흠칫 순간 당황) 네?.....내가....언....언제요?

강진 : 그랬잖아. 여섯 명 낳아준다구.....좀 전에.

지완 : (당황해서 횡설수설) 아니..그...그거는......내가 낳아준다는 게 아니.....이를 테면 그냥...저 출산이 워낙 국가적 문제구....

         (말이 막힌다. 또 당했구나....얼굴이 시뻘개져서 시이 흘겨 보더니) 나, 갈래요. (샐쭉해져서 휙 돌아서 나가는데)

강진 : (그대로 일어서 지완에게 걸어와 지완의 등을 따뜻하게 껴안는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지완 : !!!! (흠칫!! 가슴이 쿵쾅거리고)

강진 : 바보야! 내가 지금 너한테 프로포즈 하는 거잖아.

지완 : (순간 숨이 멎는 것 같다)

강진 : 받아주나? 내 프로포즈?

지완 : (숨이 멎을 것 같아 대답을 못하는)

강진 : 안 받아 줄거야?

지완 : (배시시....수줍게 웃다가 창밖을 보며 괜히 말을 돌리는).......와아.... 또 눈 온다.

강진 : (피식 웃고, 지완의 어깨를 꼬옥 끌어 안고, 얼굴을 지완의 어깨에 얹고 백허그한 채

         아련한 표정으로 창 밖에서 내리는 눈을 본다)

지완 : (우와아....하고 탄성 지르며 내리는 눈을 보는)


카메라, 눈이 내리는 산장 밖에서 유리창 앞에 서서 환한 미소로 눈을 보고 있는 강진과 지완의 모습을 따뜻하게 비추는.



9. # 준수 진료실


준수, 머리를 쥐어 잡고 괴롭게 책상에 엎드려 있다. 극심한 두통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준수 이마에 식은 땀이 가득하다. 준수,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스스로도 당황하는.



10. # 춘희방


춘희(화장하지 않은 말간 얼굴), 전화 받고 있다.


김사장 : (F) (복덕방의) 오늘 당장 사람 데리구 계약 하러 갈까요?

춘희 : 저녁에 다방으로 오세요, 그럼.....그리구, 접때 강원도 쪽에 집 하나 알아봐 달라구 한건

         오늘이든 내일이든 언제든지 들어가면 되는 거죠?.......... 그래요....고마워요, 김사장님.


춘희, 전화를 끊고 한숨 푸 내뱉고 한 켠에 밀어 놓았던 짐 가방을 열어 다시 짐을 싸기 시작한다.

소지품과 옷 가지등을 담다가.....가족 사진도 내려서 담다가......문득 부산 방 쪽을 보는.



11. # 부산방


부산, 울고 있는 진경에게 계속 티슈 뽑아서 주고 있다.


진경 : (훌쩍이며) 난 진짜 사람두 아냐....어떻게 그 상황에서.....

         집 나간 친구가 돌아온 게 중요하니? 강진 오빨 뺏길까봐 걱정하는 게 중요하니?.....난 진짜 사람두 아냐!! 그치? 부산아?

부산 : 그래, 너 사람 아냐. 내가 보기에두....

진경 : (찢어지게 노려보는데)


이때, 문 벌컥 열리며 춘희, 들어선다.


춘희 : (진경을 본 체도 않고) 부산아....짐싸. 이사 갈 준비해.

부산 : (황당해서) 엉?

진경 : ?

춘희 : 큰 짐들은 나중에 미스 신한테 다 챙겨 오라 그러구.....일단 당장 입을 옷이랑 당장 필요한 것들만 싸.

부산 : 우리 이사 가?.....언제?

춘희 : 내일.

부산 : (어이 없어) 내일?

춘희 : 그래, 내일.....하루라두 빨리 떠버리자, 여기.

부산 : 싫어!

춘희 : 뭐?

부산 : 나 이사 안가! 못 가! (벙쪄 있는 진경의 손을 꽉 잡으며) 진경일 두고 내가 어디로 이살 가? 갈래면 엄마 혼자 가!.......

         (하다가) 갑자기 무슨 이사야, 근데?

춘희 : (진경의 손을 꼭 붙들고 있는 부산을 갑갑하게 보다가) 니네 형은 어디 갔어?

부산 : 형두 이사 못 가, 엄마.....지완이땜에 형두 못 가.

춘희 : 뭐?

부산 : 어제 우리 고스톱 칠 때 그 말뼉다구가 지완이래. 왜 옛날에 집 나갔던 한원장님네 딸 있잖아. 지완이가 돌아왔대.

춘희 : ......(준수 딸이 돌아왔구나...잘됐다....하다가 문득) 근데, 걔가 뭐? 니네 형이랑 무슨 상관인데? 걔가?

진경 : 지완이랑 강진오빠, 그동안 둘이 서울서 쭉 만나왔었대요.

춘희 : (흠칫! 당황하는!!!!)

진경 : 아까두 둘이 데이트 하러 간다구 나갔는데....(말을 하면서도 질투가 나고 속이 상한다)

춘희 : (안색이 창백해질만큼 당혹스럽다!!!.......하필이면 준수 딸과 강진이가.......하필이면.....)



12. # 준수 한의원 앞 / 강진 차 안 (늦은 오후)


지완을 옆에 태운 강진의 차, 와서 멎는다. 강진, 지완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강진 : 너 아까 내 프로포즈에 대답 안 했다?

지완 : 나 내일....잠깐 학교 땜에 서울에 갔다 올건데.

강진 : 동문서답 하지 말구. (대답을 기다리듯 지완을 보는데)

지완 : (약 올리는 표정으로 빙그르르 웃다가) 어, 우리 엄마다. (하며 얼른차에서 내린다)


강진, 고개 돌려보면 저 앞에서 영숙이 시장 바구니 들고 오고 있다.

지완, 얼른 뛰어가서 “손 시렵겠다. 일루 줘요.” 하며 영숙의 시장 바구니를 뺏아서 든다.

강진, 영숙을 보고 차에서 내려서며 영숙을 향해 깍듯하게 목례한다.


영숙 : (의아한) ....누구...시더라? (강진을 아래 위로 훑어보는)

강진 : 차 강진입니다.

영숙 : 차.....강진?......(생각하다가.....) 차 강진이면....혹시.....춘희....아들?

강진 : (미소 지으며) 네.

영숙 : (별로 탐탁치 않다).....근데.....여긴 어쩐 일루.....(좀 전에 지완이 강진의 차에서 내렸던 것이 생각나 지완을 보는데)

지완 : (당당하게) 나, 저 오빠랑 사겨, 엄마.

영숙 : (흠칫)

강진 : (지완의 돌발 발언에 자기도 당황하고)

지완 : (호기 부리는) 내가 아까 프로포즈도 했는데.....영 대답을 안하네. 내가 맘에 없는 건 아닌데 쫌 부끄러운가봐.

영숙 : (기가 막힌다) 지완아!!!

강진 : (어이가 없고)

지완 : (얼른 영숙의 팔짱을 끼고 영숙을 끌며, 말 돌리는) 들어가, 엄마.... 춥다........

         (강진에게 호기롭게) 잘 생각해보구, 내일까지 대답 줘요.... 수줍고 부끄러운 건 이해하는데....

         나 같은 여자 놓치면 진짜 후회한다? 아저씨?....가요, 엄마. (하며 영숙을 완력으로 끌고 들어가는)

영숙 : 야아....지완아.....(황당하고 어이없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 대문 안으로 들어가며.....

         시선은 당혹스럽게 강진에게 두고 가는)

강진 : (지완의 엉뚱함에 어이 없는 웃음이 나온다.....지완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13. # 준수 한의원 마당


지완, 대문 닫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마자 금방 수줍은 소녀처럼 표정이 바뀌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주저 앉는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어쩔 줄 몰라하는.....배시시 웃으며 괜히 자신의 뺨도 톡톡톡 때리며 좋아서 죽는(?).

영숙, 그런 지완을 당혹스럽게 보다가....대문 밖의 강진 쪽으로 시선을 주는.



14. # 준수 한의원 앞


강진, 닫힌 대문을 보며 빙그레 웃고 있다. 보지 않아도 대문 안의 지완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입가에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15. # 춘희 방 (밤)


춘희, 짐 가방을 다 싸 놓고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 이때, 밖에서 문 여닫는 소리 들린다.


강진(E) : 다녀왔습니다.

춘희 : (심난한 표정으로.....생각에 잠겨 앉아 있는)

강진 : (잠시 후 춘희 방문 열며) 일찍 퇴근 하셨네? 우리 차마담?.....어디 아픈 건 아니지? (하며 춘희의 이마에 손을 대는데)

춘희 : (강진의 손을 떼내며)..... 너.....만나는 여자 있어?

강진 : (어떻게 알았나....잠깐 당혹스런 표정 짓다가....이내 빙긋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안 그래두 차 마담한테 정식으루 인사 시켜 줄려구 그랬는데.... 시간 좀 내줄래?

춘희 : .....(당황) 잠깐 연애하구 놀다 말 애를 뭘 인사까지 시켜. 됐어.

강진 : 결혼 할거야.

춘희 : (흠칫)

강진 : 나 걔랑 결혼 할거야.

춘희 : !!! (당혹스럽게 보는)

강진 : (빙긋이 웃고 일어서며) 나 좀 씻으께. (돌아서 나가려는데)

춘희 : 강진아.

강진 : (돌아보는)

춘희 : ......내가...걔랑 너, 반대하면 어떡할래?

강진 : (잠깐 생각하는 표정 짓다가.....이내 미소 지으며) 그러지 마아.

춘희 : ........

강진 : 차 마담 아들 평생 총각 귀신으로 늙어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마치 아이 어르듯) 그러지 마세요, 차마다암? (윙크하며 씨익 웃고 나간다)

춘희 :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



16. # 준수 집 외경 (밤)



17. # 지완 방


지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핸드폰을 통해 기타 연주 소리가 들려 온다.



18. # 부산 방


강진, 핸드폰을 바닥에 세우고 지완에게 기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부산, 이불 위에 엎드려 턱을 괴고 강진의 연주를 듣고 있다.


부산 : (목소리 낮춰) 이거어.....지완이한테 들려주는 거야? 지금?

강진 : (피식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19. # 춘희 거실


춘희, 거실에 서서 부산 방에서 흐르는 강진의 기타 소리를 듣고 있다.


부산(E) : 와아....우리 형 여자한테 이러는 거 첨 보네.....차강진이 이런 사람이 아닌데에....

춘희 : (강진이 지완을 몹시 좋아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며.....심난하다)


F.O.



20. # 춘희 집 마당 (아침)


현관문 열리고, 꽁꽁 싸맨 춘희, 커다란 짐 가방 들고 나온다.

착잡한 표정으로 집 쪽을 돌아보다가......걸음 옮겨서 간다.



21. # 부산 방


미스 신, 잠든 강진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미스신 : 강진아!....일어나 봐....좀 일어나 봐......

강진 : (힘겹게 눈을 뜬다).......왜애....

미스신 : 니네 엄마가 기어이 떠났나부다.......나한테 니네들 부탁 한다구 편지한통 달랑 써 놓구 기어이 떠났나봐. 이 아줌마가.

강진 : (어리둥절한 표정 지으며 일어나 앉으며 미스 신 손에 들린 편지를 채서 읽는)

미스신 : (부산의 엉덩이를 때리며) 부산아! 너두 좀 일어나봐!!.....니네 엄마 니네들 버리구 도망 갔다. 좀 일어나봐!!!

강진 : (잠이 확 깬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22. # 춘희 방


강진, 춘희 옷장을 열어본다. 춘희 옷들이 텅텅 비어 있다. 화장대 위와 서랍에도 화장품도 없다.

강진, 기가 막힌다. 부산,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비죽이며 들어온다.


부산 : 엄마가 어제 다짜고짜 막 이사 가자 그러더라구. 난 진경이 땜에 못가구, 형은 지완이 때문에 못 간다 그랬더니.....

         진짜 엄마 혼자 갔나 봐.

강진 : (어이 없는 표정 짓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23. # 준수 한의원 마당


지완, 가방을 들고 신발을 껴 신으며 밖으로 나온다.


지완 : (한의원 쪽을 향해 말하는) 일찍 끝나면 막차루 올거구요, 늦게 끝나면 내일 아침 첫차루 올거예요......

         (시계 보고)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밖으로 달려 나간다)



24. # 버스 터미널


춘희, 버스표 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합실에 앉아 있다가......버스가 도착 하자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25. # 버스 터미널 일각


강진, 숨이 턱에 닿게 뛰어 와 춘희를 찾는다.



26. # 버스 터미널 다른 일각


지완, 열심히 달려 오다가....손에 든 책을 떨어뜨리자 다시 주워 든다.



27. # 버스 터미널 승차장


춘희, 짐가방을 들고 버스에 오르려는데, 누군가 춘희의 팔을 탁 잡는다.

춘희, 돌아보면, 준수가 서 있다.


춘희 : !!!! (당황하는)

준수 : 내일 가.

춘희 : .......

준수 : 나하구 내일 같이 가.

춘희 : (눈물이 그렁해서 보다가.....준수 외면하며 차에 오르려는데)

준수 : 이렇게 헤어지면.....너, 나랑....살아선 다신 못 봐.

춘희 : ........

준수 : 조금만.....우리 조금만 더 보자.

춘희 : .......(고개 저으며) 오래 오래 살아, 한 준수......너 죽었다는 소리 들어두 나 아마....못 올거야.

         (돌아서 버스 계단을 오르려는데)

준수 : (춘희를 잡아 돌려 세우며 와락 껴안아 버린다. 눈물이 그렁한)

춘희 : !!! (당황하지만.....)

준수 : 우리...조금만 더 보구, 다신 보지 말자......응?

춘희 : ..........(눈물이 흐른다.....더 이상....말을 못하는)


춘희를 찾아서 오던 강진, 당황한 표정으로 멈춰 선다. 바로 멀지 않은 눈 앞에서 준수와 춘희가 꼭 끌어안고 있다.

기절할 듯 충격 받는 강진.

지나던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준수와 춘희를 보지만...준수, 개의치 않는다.

춘희, 눈물이 그렁해서 문득 시선을 돌리다가 강진과 시선을 마주친다.


춘희 : (강진을 보고 몹시 당황하지만....이내 아무렇지도 않는 듯....보는....)

강진 : (충격 받은 표정으로 보다가.....차마 더 볼 수가 없어서....시선을 돌리다가 다시 흠칫 안색이 창백해진다)


저편 승차장 기둥 모퉁이에 지완이 서 있다. 지완 역시 준수와 춘희를 보고 있었다.

바닥에 책과 가방이 떨어져 있지만, 주울 생각을 차마 못한다. (춘희와 준수쪽에선 지완을 못 보고)


지완 : (창백해진 안색으로 멀건이 강진을 본다.....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저두 분이

         오빠 엄마와 우리 아버지가 맞아? 하고 묻는 표정으로)

강진 : (멍한 표정으로 지완을 보다가.....차마 지완도 볼 수가 없어서 시선을 돌린다..)


준수, 춘희에게서 떨어지며 춘희의 가방을 채서 들고, 춘희의 손을 잡고 가려다.....강진과 마주친다.


강진 : (당혹스럽고 싸늘하게 굳어 준수를 보는)

준수 : (당황하지만....이내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춘희의 손을 잡고 가는.

         다른 사람들도 웅성이며 준수와 춘희를 보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춘희 : (당혹스럽게 강진을 보지만....이내 외면하고 준수를 따라간다.)

강진 : (춘희의 표정이 다시 충격이다!......문득 지완이 걱정돼 지완을 본다)

지완 : (멍한 표정으로 건물 기둥에 주저 앉아 있다)

강진 : (그런 지완을 무너지는 표정으로 보다가 지완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지완 :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강진 : (지완 앞으로 다가와서 선다)

지완 : ......(갑자기 허어...허어어....어이없는 웃음을 웃기 시작한다)

강진 : ..........

지완 : (허어어...허어어....계속 웃는)

강진 : .......(지완의 가방을 들고, 자신의 손을 잡고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어 준다)

지완 : (일어나지 않고 점점 큰소리로 웃는)

강진 : (자신의 머플러를 풀어서 지완의 목과 얼굴을 돌돌 감아 버린다. 지완이 더 이상 웃지 못하게-지완도 머플러가 있다-)

지완 : ........(머플러 사이에 눈만 내밀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눈가가 벌게져 강진을 보는)

강진 : .........(담담하려 애쓰는)

지완 : .........

강진 : ..........



28. # 준수 한의원 외경 (밤)



29. # 지완 방


지완, 멍하니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 이때, 지완 방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준수(E) : 할 이야기가 있는데, 진료실로 좀 올래?

지완 : (흠칫! 당혹스러운)



30. # 준수 진료실 (밤)


준수, 책장에 꽂혀 있던 십 수권의 낡은 의서(황제내경, 경약전서, 동의보감 등의 원서

-지완이도 번역서로는 배우고 있는 책들)들을 살펴보며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다.

잠시 후, 노크 소리 들리고, 지완, 안으로 들어선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최선을 다해 표정 관리하며.

준수, 지완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하며 책상 위의 낡은 책들을 지완 쪽으로 밀어준다.


지완 : ........

준수 : 이건...(한권 집어 책장 넘기며) ...장인 어른... 그러니까 늬 외조부께서 이 곳에 자리 잡고...평생 의원하시면서....

         읽고... 또 읽으셨던 한의학 이론서들이야....나두.....매일 같이 그렇게 해왔구...

지완 : .........

준수 : .......이제부터는 니가... 항상 곁에 두고 읽었으면 좋겠다..

지완 : .......(낮의 당혹스러웠던 감정은 잊으려 애쓰며) 이걸....절 주셔두 돼요?

준수 : 주석도 안 달린 원서들뿐이라서 너한텐 아직 많이 어렵겠지만... 막힐때 마다 내가 가르쳐줄테니.....(까...하려다가 말고)

         학교 교수님한테 여쭤 보구

지완 :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밝게) 내일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어요?

준수 : ?

지완 : 아버지한테 소개 시켜드릴 사람이 있어서요.

준수 : .......누구?

지완 : 제가 좋아하는 사람요.......내일은 멋두 좀 내시구 근사하게 하구 계셔야 돼요?

준수 : (대답 못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보는)

지완 : .......(애써 밝게 웃는)



31. # 춘희집 마당 (밤)


강진, 털레털레 걸어 와 집 앞으로 와 선다. 심난한 표정으로 집을 보는.



32. # 춘희 거실


강진, 현관문 열고 들어서면, 춘희, 앞치마까지 하고 반찬통에다 밑반찬들을 담고 있다.


춘희 : (천연덕스럽고 밝은 표정으로) 오랜만에 반찬을 하다 보니까

         설탕 칠때 소금치구 소금 칠 때 설탕치구 아주 난리가 아니다.

강진 : (감정 없이 보는)

춘희 : 싱거우면 간장 더 치구, 짜면은 밥 더 퍼 먹구 알아서 해. 이건 멸치구, 이건 깻잎이구,

         이건 니가 좋아하는 무장아찌구, 이건 부산이 가 좋아하는 장조림이구...

강진 : (솟구치는 감정 누르며) 기어이 우릴 버리구 도망을 가겠다구?

춘희 : (잠깐 흠칫하지만, 못 들은 척하고) 어차피 넌 휴가 끝나면 서울로 갈거구, 부산인 진경이 땜에 당분간 여기서....

강진 : (서늘한 O.L.) 지완이 아버지랑 함께 가기루 했어?

춘희 : (계속 못 들은 척) 이 집 세 빠지면 그 돈두 일단 부산이한테 주구....

강진 : (결국 못 참고 버럭) 남자가 그렇게 없어?! 차 마담 주변에 그 숱한 놈들은 다 어쩌구,

         하필이면 아내가 있구, 가정이 있는.....제 정신이야, 지금?!!

춘희 : (당황한다. 성인이 된 후 한번도 자신에게 대들거나 소리를 질러 본적이 없는 강진이다)

강진 : (격앙 되어) 언제 철들래? 언제 정신 차릴 거야?!!! 언제까지 참아주구, 언제까지 봐줘야 되냐구?!!!!

춘희 : (당혹스럽게 보는)

강진 : (터지기 시작한 분노를 삼키지 못한다) 술집 작부면 누구나 다 그렇게 살어?!!! 다방 마담이면 누구나 다 그렇게 살어?!!!

         남자 한테 뒤통수 맞구 배신 당하면 누구나 그렇게 엉망으루 개판으루 살어?!!!

춘희 :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 물고 있지만...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강진 : (춘희의 눈물에 다시 가슴에 경련이 온다....) 아무데두 못 가! 내가 안보내! 내가 안 보내줄거야! 짐 풀어.

         (자기 방으로 가려는데)

춘희 : 사랑하는 사람하구 살래매, 자식아!!

강진 : (보는)

춘희 : 하루를 살아 죽어두 사랑하는 사람하구 살라구 니가 그랬잖아. 예전에,

강진 : .......

춘희 : 너한테 남은 날이 얼마 없는데, 니 옆에 누가 있었음 좋겠니?

         만약에 하느님이 나한테 그렇게 묻는다는 난 무조건 한 준수야.

강진 : (눈빛이 흔들리는)

춘희 : 다른 사람 다 필요없어. 너, 부산이, 니 아버지, 부산이 아버지, 백 트럭을 갖구 와두 한 준수랑 안 바꿔.

강진 : (가슴이 무너진다)

춘희 : 그래, 나 미쳤어! 돌았어! 욕할려면 욕하구 돌 던지구 싶음 돌 던지라 그래! 지금 내 눈엔 한 준수밖에 안 보여!

         양심 따위, 니들 따위 다 필요없어!! 난 한 준수랑 같이 갈거야! 같이 갈거야, 한 준수랑!!

강진 : (충격 받는)

춘희 : (강건한 표정으로 반찬통에 반찬들을 담는)

강진 :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보다가 그대로 휙 돌아서 밖으로 나간다)

춘희 : (죽을 힘을 다해 입술을 꾹 깨물고 표정의 흔들림 없이 반찬들을 계속 담는)



33. # 춘희 집 마당


강진, 무너져 내리는 가슴에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다. 하늘을 향해 거친 숨을 토해내는.



34. # 준수 한의원 마당


지완, 심난한 표정으로 강진이 바라보고 있는 그 하늘을 보고 있다.



35. # 준수 방


준수, 곤히 잠든 영숙을 멀건이 바라보고 있다.



36. # 춘희 방


춘희, 멍하니 넋 나간 표정으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싸놓았던 짐 가방은 그대로 풀지 않고 앞에 두고 있다.



37. # 부산 방 (밤)


강진, 역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 앉아 있다. 부산은 온 방안을 헤매며 잠꼬대를 하고 있다.



38. # 춘희집 외경 (이른 새벽)


어둠이 걷히고, 푸른 여명의 새벽이 밝아 오고 있다.



39. # 부산 방


창문으로 여명이 비춰 들고 있다. 강진, 그 자세로 꼼짝도 않고 벽에 기대 앉아 있다. 그렇게 밤을 지샌 듯.

잠시 후 정적 속에 춘희 방 쪽에서....방문 여닫는 소리, 가방을 놓았다 드는 소리,

춘희의 발걸음 소리, 고스란히 들려 온다.

강진, 그대로 굳은 표정으로 미동도 않고 앉아 있다.



40. # 준수 방


지완, 준수 방 문을 연다. 준수와 영숙의 이부자리는 그대로 있지만, 아무도 없다.

지완, 의아한.



41. # 준수 진료실


지완, 진료실 문을 열고 보면, 영숙,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멍하니 넋 나간 사람처럼 두 눈엔 눈물을 가득 담고.

지완, 영숙의 표정에 당황한다.



42. # 부산 방


완연한 아침이다. 강진, 그 자세로 여전히 꿈쩍도 않고 앉아 있다.

잠든 부산은 그 사이에 몇 번의 자세 바꾸기(?)를 했다.

강진, 괴롭게 얼굴을 쓴다.



43. # 춘희 거실


강진,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흠칫 당황한다. 현관 문 앞에 춘희가 가방을 놓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

강진, 당황한다. 벌써 떠나 버린 줄 알았는데........


강진 : (춘희의 등을 보며).....안 갔어?

춘희 : .........(앞만 보고 있는)

강진 : 간다 그랬잖아.......왜 안 갔어?

춘희 : ...........

강진 : 차 춘희씨...

춘희 : ......못 가겠다.....나 안 갈란다, 강진아.

강진 : .........

춘희 : 한 준수 하고는 같이....안 갈란다.

강진 : .........왜?.....세상 시선 같은 거, 돌 맞아 죽는 거 안 무섭다 그랬잖아.

춘희 : .......

강진 : 그런 거.....따위....상관 없다며?

춘희 : .......우리가 가구 나면 니들은.....(눈물 젖은 눈으로 강진을 돌아보는) 너하구 지완인 어떡하니?

강진 : .........(가슴이 콱 막힌다....)

춘희 : 니들은 어떡해? 그럼?

강진 : ..........

춘희 : (신고 있던 신발을 벗으며 갑자기 서럽게 목 놓아 운다)

강진 : (찢어지는 마음을 서늘한 표정으로 견디고 있는)

춘희 : (서럽게 운다)

강진 : (그런 춘희를 있는 힘을 다해 서늘하게 보다가.......

         현관 쪽으로 가더니 몸을 굽혀서 춘희가 벗어 놓은 신발을 주워서 춘희에게 신겨 준다)

춘희 : !!!!!

강진 : 가!

춘희 : (당혹스럽게 강진을 보는)

강진 : 가....차 마담.

춘희 : !!!!

강진 : 아주 오래 전부터....산청에 돌아오기 전부터 차 마담 마음에 누군가있다는 거....

         잊지 못할 누군가가 있다는 거 알구 있었어.....나 말구, 부산이 말구, 우리 아버지 말구, 부산이 아버지 말구.

춘희 : (눈물이 흐른다)

강진 : 그 사람이.....지완이 아버지였어?

춘희 : .........

강진 : (쓰디쓰게 웃고)......가.

춘희 : .........

강진 : 지완이 아버지 보내구 또 후회하면 어떡해?........남은 인생을 또 후회로 살면 어떡해?

춘희 : .........

강진 : (애써 웃으며......)......가.

춘희 : ..........

강진 : ......가.......엄마.



44. # 춘희 다방 앞


지완, 숨이 턱에 닿아 달려 온다. 헐떡거리며 춘희의 다방을 보다가... 춘희의 집 쪽을 올려다 보는.



45. # 춘희집 마당


지완, 춘희집 마당으로 들어선다. 눈 앞에 강진이 보인다.

강진, 허허로운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


지완 : ........오빠........강진 오빠....

강진 : (고개 돌려 지완을 보는...담담한 표정으로)

지완 :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잠깐 망설이다가)......오빠네 엄마.......집에.....계세요?

강진 : (대답 못하는)

지완 : ....집에......안 계세요?

강진 : .........

지완 : 아무리 찾아두......우리 아버지가.....안 계셔서요......혹시...

강진 :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스친다)

지완 : (강진의 표정에 가슴 한 켠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안 계세요?.....오빠네 엄마두?

강진 : .........

지완 : (극도로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며) 대체 어딜 가셨지?....(하며 다시찾으러 가려 발걸음 돌리는데)

강진 : (지완의 팔을 잡는다)

지완 : 잠깐만요...우리 아버지 좀 찾구요....(강진의 손을 떼내고 가려는데)

강진 : (지완의 팔을 잡은 손에 더 꽉 힘을 준다)

지완 : (당황하며......눈빛이 흔들리는!!)

강진 : (그만 해...찾지 마....지완아....하는 표정)

지완 : (그 눈빛에 더 당황하며).....놔 봐요! 쫌!!!......

         우리 아버지 좀 찾구요! 우리 아버지 좀 찾구요오!!! (강진의 손을 쳐 내려는데)

강진 : (더 꼭 잡고 있는)

지완 : (불안한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을 하며 안색이 창백해지는).......오빠 엄마랑 우리 아버지......같이 떠났어요?

강진 : .........(대답 못하는)

지완 : 안 잡구 뭐했어요? 안 말리구 뭐했어?

강진 : .........

지완 : 오빠 힘 쎄잖아. 안 말리구 뭐했어어어?!!!!

강진 : ...........

지완 : (버럭 소리 지르는) 우리 엄마는 어떡하라구우우우!!!!

강진 : ..........

지완 : (점점 더 격앙되어) 어떡하라구!....우리 엄마느으은!!!!!

강진 : (지완을 잡고 있던 손을 힘없이 놓는다)

지완 : (힘없이 털석 주저 앉는다)

강진 : (그런 지완을 아프게 보는)

지완 : ........(충격으로 바들바들 떠는)

강진 : .........

지완 : (반쯤 정신이 나갔다....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오빠하구 난......우린.....어떡하라구우........

강진 : (가슴이 무너진다)........



46. # 준수 진료실


영숙, 준수의 진료실 의자에 여전히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다.

진경, 문을 열고 걱정스럽게 보다가.....푸우 한숨 뱉고 나간다.

멍한 영숙의 시선에 준수 책상 한 켠에 놓인 준수의 라이터가 보인다.

영숙,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들어서 보는.



47. # 고속 도로 휴게소 주차장


준수의 차, 서 있다.

준수, 운전석에 앉아 있고, 춘희, 조수석에 타 있다. 준수의 얼굴에 병색이 어렸다.


춘희 : 영숙이가 찾기 전에......그만.....돌아 가.

준수 : (앞만 보고 있는)

춘희 : 인제 그만 돌아가, 한 준수.

준수 : ...........

춘희 : 난 여기서 내릴테니까....여기서 기다렸다 버스 오면 타구 갈테니까......넌 그만 돌아 가.

준수 : ........(춘희를 보는)

춘희 : (뒷자리에 있는 자신의 가방을 든다)

준수 : 미안해........끝까지 같이 못 가서.

춘희 : (웃으며) 괜찮아.....그래두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진짜 고맙다야. 이 은혜 안 잊으께. (차에서 내리려는데)

준수 : 담 세상에선...........만나지 말자.

춘희 : (고개를 끄덕인다)

준수 : 가.

춘희 : (고개 끄덕이고 차에서 내린다)

준수 : (있는 힘을 다해 담담한 표정으로 춘희를 보는)

춘희 : (가방을 들고 휴게소 건물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고....두 눈가가 벌게져서)

준수 : (역시 눈가가 벌게져서 가는 춘희를 애틋하게 보는)



48. # 준수 진료실


멍하니 넋이 나간 영숙, 준수의 라이타를 손에 꼭 쥐고 있다.



49. # 고속 도로 휴게실


춘희, 휴게실 안에서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가.......이제 준수가 갔겠지 싶어 밖으로 나온다.

춘희, 허허로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문득 흠칫 표정이 굳는다.

준수의 차, 여전히 그대로 서 있다.

춘희, 의아한 표정 지으며 준수 차가 있는 곳으로 간다. 차 안의 준수, 잠이 든 듯 시트에 기대 눈 감고 있다.

춘희, 그런 준수를 마음 아프게 보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선다.....그러다가 문득 드는 예감에 흠칫! 표정이 굳는 춘희.

춘희, 차 앞으로 달려가 준수의 차 창문을 두드린다.


춘희 : 한 준수! 한 준수!!!!

준수 : (깊은 잠에 빠진 듯 미동도 않는다)

춘희 : (준수의 죽음을 예감하며 안색이 창백해진다. 미친 듯 두 손으로 차 창문을 두드리는) 한 준수!! 한 준수!!!!!!

준수 : (여전히 미동도 않는다......그러다 어느 순간 기어 위에 올려져 있던 손이 힘 없이 툭 떨어진다)........



50. # 준수 한의원 앞


강진의 차, 와서 멎는다. 지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

강진, 지완의 안전 벨트 버클을 풀어주고,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도 열어준다.

지완, 여전히 멍하니 앞만 보고 앉아 있다가.....차에서 내린다.

집 쪽으로 걸어가던 지완, 잠깐 휘청하자.....강진이 얼른 가서 지완을 부축해 준다.


지완 : (강진의 손을 거칠게 쳐 낸다.)

강진 : ..........(굴하지 않고 지완의 손을 꼭 잡는데)


이때, 한의원 대문 열리며 수건으로 입을 가린 진경, 뛰어 나오며 미친 듯이 “불이야! 불이야!!” 소리 친다.

강진과 지완, 그 소리에 당황하며 진경을 보다가 한의원 쪽을 보며 불꽃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진경 : (완전 넋이 나갔다) 지완아......불......불 났어......불 났어어.........

지완 : (기가 막힌데)

강진 : !

진경 : (사색이 되어 제정신이 아니다.) 어뜩해......사모님.....사모님 지금.......저 안에....저 안에.....계신데.....

지완 : ....(기함하는) 어......엄마......(하며 그대로 집쪽으로 달려 가려는데)

강진 : (순간적으로 지완의 팔을 확 나꿔챈다)

지완 : (흠칫) 놔요!! 이거 놔!!!!

강진 : (지완은 보지 않고 진경을 보며) 119에 빨리 신고하구, 지완이 니가 책임지구 데꾸 있어!!!

지완 : (기가 막혀 강진을 노려 보는)

강진 : (지완의 팔을 꽉 잡은 채 진경의 손에 들린 수건을 홱 채서 든다.)



51. # 준수 진료실


방에 있는 가구들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영숙,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가족 사진을 품에 안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영숙 : 여보오......지완아.......지용아.....지용아.......

지완(E) : 엄마!! 엄마!!!



52. # 준수 한의원 밖


진경, 안으로 들어가려 발버둥 치는 지완을 사력을 다해 끌어 안고 있다. 사람들도 웅성웅성 모여 들었다.


지완 : (절규하는) 엄마아!! 엄마아아!!!!



53. # 준수 진료실


영숙,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있다. 거의 의식을 잃어가며...“지용아... 지용아....” 계속 중얼거리는.

이때, 불이 붙기 시작하는 방문을 쾅 걷어차며 강진(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들어온다.

영숙, 흐린 연기 사이로 강진을 보고는(영숙에게는 강진의 모습이 강렬하게 와서 박히는).....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리는.

강진, 기가 막힌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영숙을 보다가 들춰 업는.



54. # 산청 병원 외경



55. # 병실


의식을 잃은 영숙, 링거를 꽂고 누워 있다.

영숙의 손을 꼭 잡고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지완...머리는 흐트러지고 반쯤 넋이 나가 제 정신이 아니다.

강진, 차마 지완 옆으로 다가 가지도 못하고 병실 한쪽 구석에 서 있다. 걱정스럽게 영숙을 보며.

잠시 후, 영숙, 움찔하더니 천천히 눈을 뜬다.


지완 : 엄마.....엄마......

강진 : ........

영숙 : (눈을 떴지만......넋이 나간 듯 멍한)

지완 : 엄마....정신이 들어?......정신이....들어요?!!!!

영숙 : (멍한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지완 : 나야.....나.....지완이야.....지완이...알아 보겠어?

강진 : (마음이 아프다)

영숙 : (지완의 뺨을 가만히 어루 만진다)

지완 : 엄마........(눈물이 흐른다)

영숙 : (애틋한 표정으로 지완의 뺨을 어루 만지다가....

         문득 뭔가를 보고는 너무나 반가운 표정으로 환하게 활짝 웃는다) ......지용아.


지완, 흠칫 당황하며 영숙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영숙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강진이 서 있다.

강진, 영숙이 “지용아!” 라고 부르자 당황한다.


영숙 : (강진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지용아.....어디 갔다 인제 왔어어? 엄마가 얼마나 널 찾았는데에.....

         일루 와봐! 엄마한테 와봐! 우리 아들!!

지완 : (사색이 되며 쿵!!! 가슴이 내려 앉는 표정으로 강진을 보는)

강진 : (극도로 당황한 채 창백해진 표정 위로)

강진(NA) : 그때 왜 산장이 생각 났는지 모르겠다.



56. # 플래시백 (산장)


강진과 지완, 군 고구마 먹으며(입가에 검정들을 잔뜩 묻히고) 마룻 바닥에다 분필로 집 설계도 그려놓고

“여기다가 오락실을 만드는 거야.(지완)” “가정집에 무슨 오락실이야? 애들 공부 안하게...여긴 독서실로 만들구.....(강진)”

“공부가 인생의 전부냐? 애들을 그렇게 키우면 안돼.(지완)” 하며

서로 분필로 지우고 다시 그려 놓고 장난치며 실랑이 하고 있는 위로.


강진(NA) : 미처 완성시키지 못했던 우리들의 설계도가 그때 왜 생각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F.O.



57. # 강진 대학 캠퍼스 외경 (낮)


<3년 후 자막 뜨고>


강진(E) : 우리 ‘한옥’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죠.



58. # 강진 대학 강의실


강진(헤어스타일도 달라지고, 안경 쓴), 앞 줄의 책상에 걸터 앉아

고 건축 사진 자료를 영사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고건축 사진에는 한옥과 초가집 등등이 보여진다. 학생들, 진지하게 사진 자료를 보고 있다.

맨 뒷줄에 누군가(?), 외투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채 엎드려 있다.


강진 : (사진 자료를 같이 보며) 기와 지붕의 용마루 곡선, 처마의 곡선, 초가 지붕의 곡선 등은 우리 건축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흔히 ‘어머니의 품속과 같이 아늑한 집’ 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이 주는 편안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팔짱 끼고 일어나서 학생들을 보며) 어머니.......(순간 표정에 쓸쓸함이 잠깐 스치지만 이내 밝게)

         .....그 느낌.....다 알고 있죠?


강진, 학생들을 향해 빙긋 웃고는 사진 자료를 보여주느라 꺼 놓았던 불을 다시 켠다.

강진의 시선에 외투의 덮고 엎드려 있는 누군가(?)가 들어온다.

강진, 거슬리지만, 무시하고.


강진 : (시계 보고) 자!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받겠습니다. (손 들어 보이며) 질문 있는 사람?


학생들, 서로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강진 : 질문 없습니까?........(다시 두리번 거리며) 질문......없어요?


이때, 외투를 뒤집어 쓰고 있던 누군가, 번쩍 손을 든다.


강진 : (황당한 표정 지으며 보는데)


덮고 있던 외투를 걷어내며 몸을 일으키며 앉는 사람.....우정이다. (부스스한)


강진 : (잠깐 긴가민가 하다가.....우정을 알아보고 놀라며 당황한다) !!!!!!!!

         (3년 만에 처음 보는 우정이다....당황하다가...어처구니 없는 웃음)

우정 :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으며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일어서며)

         한옥이 엄마 품 같다는 말씀 전 동의 할 수 없는데요. 예를 들어서 말이죠 ...

         선생님처럼 완전 죽이는 남자가 저한테 프로포즈를 했는데....


강진, 어처구니 없는 웃음 픽 웃으며 보고, 학생들, 흥미롭게 주목한다.


우정 : 만약에 결혼해서 한옥에서 살자구 하면.....전 엄청 갈등 때리다가 .....결국 거절할 거 같거든요?

         화장실 가기두 불편하구, 가사 일도 불편하구, 겨울엔 또 장난 아니게 춥구.....

         차라리 난방 빵빵한 아파트에서 평생 노처녀로 사는 길을 택할 거 같거든요?


학생들, 웃고.


강진 : (빙긋 웃고) 방금 질문자가 말한 여러 가지 불편한 이유 때문에 한옥을 짓는 것을 건축가들이

         먼저 포기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죠. (학생들 보며) 한옥은 그 개량의 기준을 정하는 데에도

         아직 여러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같은 건축학도들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라고 할 수 있겠죠.

         (우정을 미소로 보며) 좋은 질문을 해줬다고 생각합니다.....그런데...방금 질문자의 얘기 중에

         제가 좀 납득이 가지 않는게 있는데.......

우정 : ? (어깨 으쓱)

강진 :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옥이 아니라 이글루 속에서도 춥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은.


학생들, 강진의 말에 입에 손가락을 넣어 휘파람 소리 내며 환호하고.


우정 : (피식 웃는)

강진 : (교제 챙기며 학생들 보며) 겨울은 춥지만, 사랑은 뜨겁게 합시다......이상입니다.


학생들, 휘파람 불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고, 우정, 머쓱하게 웃는다.

강진, 빙긋 웃는.



59. # 강진 대학 휴게실


강진, 자판기 커피를 빼서 우정 앞으로 놓아준다. 우정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


강진 : (우정의 맞은 편 의자에 앉으며) 파리에 있다는 얘긴 들은 거 같은데.....언제 오셨습니까?

우정 : 일주일 전에 귀국 했어.....우리 진짜 오랜만이지? 이게 몇 년 만이야?

강진 : (피식 웃으며 커피 마시는)

우정 : (강진을 물끄러미 보며) 차 강진은 점점 더 멋있어지는구나. 신경질나게.........근데, 난....나는......(하는데)

재현(E) : 완전 개털 됐잖아, 이 우정은.


강진과 우정, 돌아보면 재현,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온다.


재현 : (강진을 보며 우정을 이르는) 갖구 있던 돈 다 떨어져갖구 어쩔 수 없이 귀국한거래, 이 우정.

우정 : 야!!

재현 : 얘 지네 집에서 호적 파구 쫓겨났잖아. 카드랑 차랑 집이랑 다 뺏기구....범서 이사 자리도 다 뺏기구.

강진 : (몰랐던 일이다)

우정 : 서 재현! 입 안 닥칠래?

재현 : (빙글빙글 약올리듯 웃으며-악의는 없는-) 못 닥치겠다. 왜?......

         나 인제 니 부하 직원 아냐. 계급장 뗀 지가 언젠데 기집애야. (혀를 쏙 내미는데)

우정 : (벌떡 일어서며) 이 자식이.....너 지금 말 다했어?!!!

재현 : (그 말에 금방 깨갱하며 강진의 뒤로 숨는다. 그러면서도 약 올리는) 강진아. 너도 이제 말까....

         쟤 너보다 한 살 밖에 안 많아. 지가 인제 범서에 이사두 아니구.

우정 : 서 재현! 너 죽을래, 진짜?!!

재현 : 아니! 살래!

강진 : (두 사람의 실랑이에 어이 없어 피식 웃고)

우정 : (재현을 밉게 식식거리며 노려 보다가.....참자하고 앉으며 다시 웃는 얼굴로 강진을 보며)

         저 자식(재현)이랑 아뜨리에 차렸다며? 일은 잘 돼?

강진 : 뭐....그냥.....그럭저럭.....

재현 : (다시 꿍얼거리는) 그럭저럭은 무슨 그럭저럭....범서에서 여기 저기 다 막아 놓구,

         차 강진한텐 절대 일 주지 마라. 연판장을 돌리구 숨통을 다 끊어놨는데.

우정 : (그제야 깨닫는다. 강진 보며).....아...맞다....그랬겠구나.....

         우리 회장님 캐릭터가 한번 밟으면 아예 일어서지도 못하게 무섭게 밟는 캐릭터였지, 참.

강진 : (피식 씁쓸하게 웃으며 커피만 마시고)

우정 : 그래서? 어떡하구 있는데?.....일도 못하구 있어?

강진 : 아뇨....제가 그렇게 밟는다구 쉽게 밟혀주는 캐릭터가 또 아니어서요.

재현 : (강진의 뒤에 앉아서 계속 꿍얼거리는) 강아지 목욕도 시켜주구, 애들 과외도 해주구,

         별 미친 년 꽃다발 같은 클라이언트들 비위 맞추느라 간 쓸개 다 빼놓구 박박 기구 있다 왜?

강진 : (시계 보고 일어서며) 제가 일이 좀 있어서 그만 가봐야 될 거 같은데......(우정에게 악수 청하며)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우정 : (아쉽게 웃으며 강진의 손을 잡고)......한 지완씬....잘 지내?

강진 : (대답 안하고.....피식 웃는)



60. # 지완 병원 외경



61. # 지완 병원 원장실 앞


태준, 원장과 과장과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태준,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온 길이다.


원장 : 본원은 다 둘러 보셨습니까?

태준 : 네....굉장하던데요? 시설도 그렇고 국내 제일의 척추 전문 병원이라고 할 만하더라구요.....

         그래서, 별관도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 시스템을 그대로 살리는 쪽으로 컨셉을 둘 생각입니다.

원장 : (악수 청하며) 잘 좀 부탁드립니다.

태준 : (그 손 잡고 웃으며) 맡겨 주신 거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서려다 문득 과장을 보고) 혹시 여기 인턴 중에....한지완씨라고....있습니까?

지완(E) : 내가 오늘 널 살려두면 한 지완이 아니구, 뻥 지완이야! 짜식아!!!



62. # 병실 앞 복도


지완, 잔뜩 흥분해서 보호자(남, 20대 중반, 날라리 같은)와 맞짱 뜨고(?) 있다.

남자 인턴 둘, “참아! 왜 이래!” “참아, 진정해! 한지완!!” 하며 지완의 팔을 하나씩 끼고 지완을 말리고 있다.

(보호자도 인턴 하나가 잡고는 있다)


지완 : 저 자식 저거 사람 새끼두 아니라니까, 저거!.....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노모한테 돈 내놓으라구,

         안 내놓으면 가만 안 둔다구 협박하는 거 니들도 봤잖아아!! 너, 그 돈 엇다 쓸라 그래? 술 처 먹구 여자 꼬실라 그러지?

보호자 : (기가 막혀) 남의 일에 니가 뭔 상관이야, 기집애야!!

지완 : 기집애? 이 자식이 엇다대고 기집애야!!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음 너같은 아들이 있었어. 이 개보다 못한 자식아!!....

         너 오늘 딱 걸렸어!! 오늘 이후로 너, 직립 보행은 다한 줄 알어!!!

보호자 : 아우우.....저게 진짜.....(하며 당장 한 대 칠려는 듯 달려들자 인턴이 “참으세요. 제발 참으세요.” 하며 말리고)

지완 : (인턴들에게) 이거 좀 놔봐, 쫌!!......저런 호로 자식들은 가만 냅두면 안된다니까!!....

         아작을 내버려야 된다니까!!....아우우...(하며 보호자를 향해 발길질을 하지만 역부족(?)인데)

과장(E) : (버럭) 한 지완!!!!


지완과 인턴들, 흠칫해서 돌아보면, 과장, 싸늘하게 굳어서 지완 앞으로 나타난다.

인턴들, 얼른 차렷 자세 되어 고개를 숙이는.


과장 : (지완을 서슬 퍼렇게 노려 보며) 병실 앞에서 무슨 짓이야? 이게?

지완 : (과장의 서슬에 움츠려들며).....아뇨오....저 자식 하는 짓이....참다 참다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어가지.....(구....하려는데)

과장 : (O.L.) 너 의사야? 깡패야?....깡패야? 의사야?!!

지완 : ......(할 말이 없다)

과장 : 이런 일로 한번만 더 말썽피면 내가 어떡한다 그랬어?......

         너 같은 깡패 필요 없어!! 짐 싸서 나가! 나가, 당장!!! (휙 가버리는)

지완 : 과장님!!.....과장님!!!


보호자, 고소하다는 듯 빙글거리며 웃고 있고.

지완, 머리를 싸잡고 죽을 상을 지으며 보호자를 노려 본다. 그 와중에도 보호자를 향해 감자 먹이는 지완.

한 켠에서 그런 지완을 황당한 미소로 지켜보는 태준.



63. # 강진 아뜨리에 앞 (집과 아뜨리에를 함께 쓰는) / 강진 차 안


강진의 차, 와서 멎는다. 강진, 작은 허브 화분을 들고 차에서 내려 멀건이 집을 보는.



64. # 강진 주방 (일층에 있는)


강진, 집 안으로 들어선다.


강진 : 다녀왔습니다......(주방쪽으로 간다)


주방에 영숙이 있다. 영숙, 도마위에서 열심히 호박을 썰고 있다. 파티라도 할려는 듯 주방에 갖가지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


강진 : (그런 영숙을 물끄러미 보다가)....다녀왔습니다.

영숙 : (그 소리에 돌아보고.....환하게 웃는)...지용아!!

강진 : (빙긋 웃으며 들고 왔던 화분을 영숙에게 내민다) 오다가 이뻐서 샀어요.

영숙 : (화분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와아....진짜 이쁘다.

강진 : 근데, 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무슨....날이예요? 오늘?

영숙 : 니 생일이잖아.....하두 바쁘게 사니까 니 생일두 잊어버렸지?

강진 : (그 말에 얼핏 표정이 굳는)

영숙 : 지 오빠 생일이라구 지완이도 늦지 않게 오라 그랬는데......나 잠깐 슈퍼 가서 밀가루 좀 사 갖구 올게. (밖으로 나가는)


영숙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강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애써 복잡한 생각을 털어버리려 고개 젓고....

외투를 벗어 주방 의자에 걸어 놓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씽크대에 쌓여 있는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이미 감정의 격랑을 아프게 치르고....이젠 체념한 담담한 표정으로 설거지하는 강진의 표정위로 들리는.


지완(E) : 정신 차려! 엄마!! 저 사람이 어떻게 지용이 오빠야?!!



65. # 플래시백 - 병실 (3년 전)


영숙, 눈에 눈물이 그렁해서 강진을 보고 있다. 강진, 당혹스런 표정으로 영숙을 보고 있는.

지완, 영숙의 손을 꼭 잡고 영숙에게 애원하다시피 말하고 있는.


지완 : 저 사람은 지용이 오빠가 아니구, 강진이 오빠야....엄마 아들이 아니야......

         엄마 아들 한 지용은.....엄마 아들 한 지용은......(차마 죽었다는 말 못하는데)

영숙 : (버럭) 아냐!! 지용이야!! 우리 지용이야!!!

지완 : 엄마!!!

영숙 : (지완을 무섭게 노려보며) 나쁜 년....이 나쁜 년!!.....(그대로 달려가 강진을 꼭 끌어 안는다)

         지용아.....지완이가 이상해.....자꾸 이상한 소리만 해, 나쁜 기집애가......

         (강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보며) 우리 지용이가 맞는데.....분명히 우리 아들 지용이가 맞는데......

         저 기집애가 미쳤나봐. 지용아......

강진 : (가슴이 무너진다)

지완 : 제발 엄마....제발 정신 좀 차려!!.....왜 그래? 진짜?!! 엄마까지 이러면난 어떡하라구?!! 난 어떡하라구우우우!!!

강진 : .........

영숙 : (강진의 손을 꼭 잡으며 지완을 밉게 노려 보며) 나가....너, 나가.... 나가.....

지완 : (입술 깨물며 결심한 듯 말하는) 엄마 아들 한 지용은 죽었잖아!!

강진 : (당황)

영숙 : (충격 받으며 부르르 떠는)

지완 : 우리 오빠 한 지용은 죽었어!!.....오래전에 죽었다구!! 죽었다구, 오래전에!!!

영숙 : 우리 지용이가 왜 죽어!! 왜 죽어어!!!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데 우리 지용이가 왜 죽어어!!

         (절규하듯) 나가! 당장 나가!! 이 나쁜 기집애!! 꼴도 보기 싫어! 당장 나가!! 나가아!!!

         (하다가 기력이 다 한 듯 바닥으로 쓰러진다)

강진 :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며 영숙을 부축하며 안고)

지완 : (억장이 무너진다....)

강진 : (영숙의 뺨을 토닥이며) 정신 차리세요....정신 좀 차려보세요오....

영숙 : (다시 천천히 눈을 뜨는)

강진 : (먹먹한 표정으로 영숙을 보는)

영숙 : 지용아....너 인제 어디 가지 마......엄마 옆에만 있어.....절대 어디 가면 안돼..........

         알았지?......알았지? 우리 아들?.....알았지?

강진 : (먹먹하게 영숙을 보는데 춘희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춘희(E) : 그래, 나 미쳤어! 돌았어! 욕할려면 욕하구 돌 던지구 싶음 돌 던지라 그래! 지금 내 눈엔 한 준수밖에 안 보여!

              양심 따위, 니들 따위 다 필요없어!! 난 한 준수랑 같이 갈거야! 같이 갈거야, 한 준수랑!!

지완(E) : 우리 엄마는 어떡하라구우우우!!!.....어떡하라구!....우리엄마느으은!!!!!


강진, 눈빛이 괴롭게 떨린다. 모든 게 내 어미의 죄라는 생각이 든다.

강진, 영숙을 보며....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강진 : .......걱정 마세요. 저 아무데두 안 가요......걱정 마세요...

지완 : (강진의 대답에 충격 받는) !!!

영숙 :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강진의 얼굴을 쓰다 듬는) 착한 내 새끼......내 새끼, 내 새끼......하늘같은 내 새끼.......

지완 : (스르르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 앉고 만다)

강진 : (먹먹한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지완 : (기가 막힌 표정으로 강진을 노려 보는)

강진 : (아프게 지완을 보는)



66. # 강진 아뜨리에 앞 (늦은 오후) / 지완 차 안


지완, 차를 몰아와 아뜨리에 앞에 멈춘다. 저 앞으로 강진의 차, 서 있다.

지완, 차마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심난한 표정으로 아뜨리에만 바라보는.



67. # 아뜨리에 마당


강진, 나무에 짚을 대서 묶어주고 있다. (혹은 정원수를 손질하는)

지완, 마당으로 들어서며....그런 강진을 물끄러미 본다.

강진, 지완이 온 지도 모르고, 계속 하던 일을 하는.

지완, 서늘한 표정으로 강진에게 오더니 갑자기 강진의 허리를 안으며 강진의 등에 뺨을 대며 백허그 한다.


강진 : (당황하고) !!!!

지완 : (강진을 꼭 얼마간 끌어 안고 있다가......“아 참”하며 강진에게서 떨어진다)

강진 : (그대로 굳은)

지완 : (빈정대며 시비를 걸고 있다) 아...이 돌대가리.....아....까먹었네..... 미안, 오빠......우리 이러면 안되는 거지?.....

         잠깐 까먹었다, 내가......(돌아서 가려는데)

강진 : (지완의 팔을 탁 채서 돌려 세우며 지완의 얼굴을 잡고 닿을 듯 보는...마치 키스라도 할 듯(?))

지완 : (당황하는) !!!

강진 : (서늘한 표정으로 보다가.....) 그러니까......까 먹을 게 없어 그런 걸까 먹어?.....앞으로 조심해, 기집애야.

         (지완의 얼굴을 잡았던 손을 냉정하게(?) 놓고 다시 등을 돌리고 작업하는)

지완 : (야속한 표정으로 강진을 노려보는데)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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