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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5.03|조회수681 목록 댓글 0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3











1. # 춘희 병실


지완 : 우리가 왜....안돼요?

춘희 : !



2.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 (당황하는).......



3. # 춘희 병실


지완 : (여전히 춘희 응시하며...아직은 감정 격앙되지 않고 정말로 물어보듯이) 우리가 왜 안되냐구요?.....

         내 맘엔 지금 강진오빠 밖에 없구, 강진오빠한테두 나 밖에 없는 거 다 아는데......

         (점점 감정이 울컥하는) 우리가 왜 안돼요?

춘희 : !



4.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 (극도로 당황한다) ........



5. # 춘희 병실


지완 : (춘희에게 여전히 시선은 둔 채 점점 격앙되는) 우리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우리가 왜 안 되냐구?!!! (두눈에 눈물이 그렁해진)

춘희 :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한)



6.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 (하얗게 굳어서)...........



7. # 춘희 병실


지완 : (눈물이 흐른다. 점점 더 격앙되는)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우리가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우리가 왜 안 되냐구, 왜?!!! (절규하듯) 누구 땜에....대체 누구 땜에 안 되냐구, 우리가?!!!

춘희 : (눈물이 흐른다)



8.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 (가슴이 콱 막힌다.....눈가가 벌게지며....당장이라도 달려갈 듯 벌떡 일어서는)



9. # 춘희 병실


지완 : (입술을 깨문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힘없이 핸드폰을 내리며 끊어 버린다)

춘희 :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10.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 (뚜뚜뚜.....끊어진 신호음이 들려오는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가.....

         핸드폰을 끊으며......다시 의자에 힘없이 털썩 앉는다....

         잠깐 생각하다가.....갑자기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옆에 둔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11. # 강진 아뜨리에 마당


강진, 차 키로 시동을 걸고, 운전석에 올라 타는.



12. # 춘희 병실


지완 : (한 차례 격랑이 지나가고 멍하니....감정을 추스르고 있다가....돌아서 나가려는데)

춘희 : 강진이한테 얘기 하지 마!

지완 : (흠칫....돌아보는)

춘희 : 나 봤다는 거......여기 입원해 있다는 거.....우리 강진이한테 얘기하지마! 제발!!

지완 : ........

춘희 : 부탁이야.....절대로 얘기 하지 마......절대로 얘기하지 마. 지완아.

지완 : ......(가슴이 터질 것 같지만....) 왜요?

춘희 : (말을 못하는)......

지완 : 차마 강진 오빠 얼굴 못 보시겠어요?......미안해서 못 보시겠어요?

춘희 : ..........

지완 : 미안하긴 하세요?

춘희 : ..........(입술 불끈 깨물고)

지완 : 얼만큼 미안하세요?

춘희 : .......

지완 : 아줌마 땜에 강진 오빠가.....얼마나 기막히고 황당하게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또 얼마나 말도 안되게 어처구니 없이 살아갈지...혹시 궁금하진 않으세요?

춘희 : ........(흐르는 눈물을 있는 힘을 다해 참는)

지완 : (원망스럽게 보다가 다시 돌아서는데)

춘희 : 미안해.....미안하다.

지완 : .......

춘희 : 너한테.....니 엄마한테....씻지 못할 죄를 졌어.....미안..(해...하려는데)

지완 : (등을 돌리고 선 채 O.L.) 미안한데요, 아줌마!.......저 그 사과 안 받을래요.

춘희 : (지완의 등을 아프게 보는)

지완 : (그대로 문을 열고 나와 버린다)

춘희 : (무너져 내리는)



13. # 춘희 병실 앞 / 병실 복도


지완, 병실 문에 턱 기대어 선다....숨이 막히고, 가슴이 찢어진다.



14. # 지완 병원 앞 / 강진 차 안


강진의 차가 와서 멎는다. 강진, 차에서 차마 내리지 못하고....먹먹하게 지완의 병원을 본다.

내려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시트에 머리를 기댄 채 괴롭게 얼굴을 쓰는...



15. # 춘희 병실


춘희, 그대로 바닥에 무너져 앉아 있다.....있는 힘을 다해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16. # 다른 병실 (춘희 병실과 구조는 똑같은)


지완, 차트를 보며 다른 환자의 혈압과 맥박을 체크하고 있다.....정신은 딴 데 두고 있는 듯 반쯤 정신이 나가서 멍한.....



17. # 지완 병원 앞 / 강진 차 안


강진, 내리지도 떠나지도 못하고.....뚫어져라 지완의 병원을 바라보고 있는.



18. # 지완 병원 앞 / 강진 차안 (새벽)


시간 경과.

어둠이 걷히고 새벽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 오고 있다.

강진, 여전히 차 안에 앉아 있다. 그렇게 차 안에서 밤을 지샌 듯.....시트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

잠시 후, 병원 문 열리고, 춘희, 아픈 허리를 잡고 힘겹게 걸어서 나온다.

통증 때문에 이를 악 물고....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

바로 눈 앞에 춘희가 있지만, 강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다.

춘희 역시 강진을 보지 못한다. 저 편에서 택시가 한 대 오자, 춘희, 택시를 세우고 탄다.

택시, 병원 앞을 떠나간다. 강진,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19. # 지완 인턴실


지완, 침대에 눕지도 않고,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쪼그리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혹시 강진에게 전화가 다시 올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뜬 눈으로 그렇게 밤을 샌 듯 하다.

다른 인턴 두 명은 잠들어 있고.

지완, 아무래도 춘희가 맘에 걸린다.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



20. # 춘희 병실


지완, 병실 문 열고 들어와 보면.....춘희는 없고, 환자복 개어져서 이불 위에 올려져 있다.

지완, 당혹스럽다.



21. # 지완 병원 앞 / 강진 차 안 (이른 아침...아직 푸른 여명이 남은)


강진, 천천히 눈을 뜬다......눈 앞에 보이는 지완의 병원을 착잡하게 응시하며

간밤의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다시 있는 힘을 다해 정리하고 가라앉힌다.

강진, 잠깐 생각하다가.....기어를 바꾸고, 차를 출발 시켜 간다.

이때, 병원 문 열리고, 지완, 다급하게 뛰쳐 나온다. 지완의 시선에 막 출발해서 떠나고 있는 강진의 차가 보인다.

강진의 차를 본 지완, 가슴 한 켠이 쿵!! 내려 앉는다.

강진의 차, 지완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진다.

지완, 눈가가 벌게진다. 미쳐버릴 것만 같다.



22. # 강진 방


강진, 휘적휘적 방으로 들어와.....침대에 털썩 앉더니....그대로 드러누워 버린다.

마음이 다시 답답해진다....눈을 감으며....옆에 있던 베개 집어서 얼굴을 덮어 버리는....



23. # 강진 아뜨리에 외경 (낮)



24.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우정, 재현, 경수, 용채, 회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회의하고 있다.

우정이 주도가 되어 얘기하고 있는...재현은 잔뜩 어이없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우정을 보고 있다.


우정 : (괴롭게 머리 흩트리며) 차 강진은 어디 갔니?

경수 : 며칠 째 계속 잠을 못 주무셨다구 잠깐 눈 좀 붙이고 내려 오신다구.....

우정 : (직원들이 못마땅해 푸후 한숨 내쉬고) 이걸 지금 시안이라고 만들어 놓은 거야?.......

         클라이언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가 이 바깥 뷰와 채광인데.....완전히 무시해 버린 거잖아, 이건!!....

         와아...미치겠다.....어떻게 애들이 이렇게 기본도 안돼 있을 수가 있지?


재현, 푸후우하며 화를 간신히 참고 있고, 경수와 용채는 야단 맞는 학생들처럼 잔뜩 쫄아서 듣고 있다.


우정 : 머리는 대체 왜 달구 다녀? 악세서리로 달구 다녀? 남들 다 달구 다닌다구 덩달아서 달구 다녀?!!....

         이 자식들이 아주 트리플루 회사를 말아 먹을려구.....(하는데)

재현 : (갑자기 테이블을 쾅 치며 벌떡 일어난다.) 아우우......내가 웬만하면 술 쳐 먹구 일 따낸 공로 생각해서

         참아 줄라구 했는데.......(우정 노려 보며) 너, 지금 엇다 대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이야!!

우정 : (인상 팍 일그러져서) 너어?....야! 서재현!!!

재현 : 니가 아직도 이사냐?! 여기가 지금 범서야?!!.......땡깡 부려서 들어온 말단 사원 주제에,

         누구한테 지금 뭐가 어쩌구 저째?!!

우정 : (화내려다 그제야 문득 깨달은 듯 찌푸렸던 인상 펴지며) 아아~~

재현 : 아아~~?

우정 : 아, 그렇구나....맞다...그치.......내가 잠깐 착각했다....

재현 : (점점 어이가 없어) 착각 했다아?


용채와 경수, 벙쪄서 계속 어리둥절해 있다.

영숙, 과일 깎아 가져 오다가 잠깐 걸음 멈추고 우정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우정 : 미안. 미안..........(재현 보며) 파리에서 한 삼년 살다 오니까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돼서 그런다, 내가.

재현 : (우정 말 흉내 내며) ‘안돼서 그런다? 내가?’.....누구한테 반말이야? 지금?

우정 : (재현 말 뜻 모르고) 엉?

재현 : 난 여기 대표구, 넌 현재 맨 마지막 따까리거든?.......계급장 붙여!!

우정 : (기가 막혀) 뭐?

재현 : 계급장 붙이라구!!

우정 : (황당해서) 야!!!


용채와 경수는 여전히 어리둥절해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고.


재현 : 꼬우면 나가든가!!......나갈래?....안 말려! 나가아!

우정 : (기가 막히게 보다가...하는 수 없이).....그래애, 알았다!.......알았다구 .....요. (밉게 흘겨보는데)

영숙 : (빙긋 웃으며 과일 가져 와서 놓아준다) 자, 이것 좀 들고 일들 해요.

우정 : (영숙을 보는)


재현, 용채, 경수, “아우, 뭘 이런 걸....”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하며 인사하고.


영숙 : (우정을 미소로 보며) 일 끝나면 나 잠깐만 봐요.

재현 : 일 다 끝났습니다. 얘 좀 데꾸 가 주세요. (우정을 퍽퍽 밀며) 가아. 가......영혼이 다 빠져 나간다, 너 때문에.

우정 : (노려 보는)



25. # 강진 주방


영숙, 테이블에 앉아 만두 빚고 있다. 우정, 손을 씻고 재현 쪽을 밉게 흘기며 쭈볏거리며 들어선다.


영숙 : 만두 빚을 줄 알아요?

우정 : .......아뇨.

영숙 : 만두를 이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대요. 이리 와 앉아 봐요.

우정 : (......싫다고 할 수도 없고...앞으로 와서 앉는다. 괜히 만두피만 조물락거리는)

영숙 : 부모님은 뭘 하시구?

우정 : (여전히 만두피만 조물락대며)........장사....하세요.

영숙 : (고개 끄덕이며) 형제는 어떻게 되구?

우정 : (뭘 그런 걸 꼬치 꼬치 묻나? 의아하지만....) 오빠하구 언니가 있어요.

영숙 : 만두는 좋아해요?

우정 : (만두 소를 괜히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담담하게 말하는)....열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는데요....만두를 참 잘 만드셨어요....

         그래서, 열 살 이후엔 만두를 먹어 본 적이 없어요. 어떤 만두도 엄마 만두 만큼 맛있지가 않아서.

영숙 : (안스럽게 보다가....가만히 우정의 손을 잡아준다) 내가 진짜 맛있게 끓여 줘야겠다, 그럼.

우정 : (흠칫 하며 당혹스럽게 영숙을 보는데)

영숙 : 앞으론 가족처럼 생각해요.

우정 : ........(당황한)


잠에서 깨어 이층에서 내려 온 강진, 회의하고 있는 재현과 경수와 용채에게 손만 들어 인사하고,

“물 좀 먹고 올게” 하며, 물을 먹기 위해 주방 쪽으로 오다가

다정하게 만두를 빚고 있는 영숙과 우정을 보고는 잠깐 멈춰 서서 본다.

영숙과 우정은 강진이 와서 서 있는 건 모른다.


영숙 : (다른 사람들 들을까봐 목소리 낮춰 은근하게)....우리 지용이 어떻게 생각해요?

우정 : (황당하게 보는)

강진 : (어이가 없다)

영숙 : 우리 지용이가 여자들한테 유달리 무뚝뚝한 앤데 가만 보니까 아가씨 한테 하는 건 다르더라구....

         우리 지용이가 아가씰 맘에 두구 있는 거 같애요. 내가 보기엔.

강진 : (피식....기가 막힌 듯 씁쓸하게 웃는)

우정 : (참 속 모르는 소리 하시는구나.....피식 씁쓸하게 웃고.....화재 돌리려) 저, 만두 빚는 거나 좀 가르쳐 주세요.

영숙 : (빙긋이 웃으며) ...되게 간단해요.....여기 만두 피에다 소를 놓고, 이렇게 이렇게 빚기만 하면 돼요.

우정 : (영숙이 가르쳐 준대로 어설프지만 따라하며 물끄러미 영숙을 보는.....

         정신 놓은 지완의 엄마를 모시고 살고 있는 강진의 상황을 생각하며...자기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강진 : (물끄러미 두 사람을 보고 있는)



26. # 태준 회사 내 커피숍


태준, 커피숍 쪽으로 오면 저 앞으로 지완이 커피 놓고 앉아 있다. 지완 옆 의자엔 한약 상자가 놓여 있다.


태준 : (반가와서) 지완아!!!

지완 : (태준을 보고 일어서는......웃지는 못하고)

태준 : 우리 회사까지 어쩐 일이야? 바쁜 애가? (앉으라고 손짓하며....자신도 앉고)

지완 : .........(의자에 앉으며....말을 덥석 꺼내지 못하는)

태준 : .....왜?.....무슨 일인데?

지완 : ........어제 태준씨가 모시고 왔던 환자 분요.....차...춘희씨....

태준 : ......왜? 상태가 더 안 좋아지셨어?

지완 : (태준에게 말하긴 참 곤혹스럽지만).....오늘 아침에....말도 없이 퇴원해 버리셨어요.....

         아직....치료를 더 받으셔야 되는데......

태준 : (당황해서) 뭐?!!

지완 : .......차 춘희씨......어디 가면.....만날 수 있어요?



27. # 태준 회사 앞 / 춘희 커피 리어카 있던 곳


태준과 지완, 춘희의 커피 리어카가 있던 곳으로 온다. 춘희는 없다. 커피 리어카도 없고.


태준 : 여기서...노점에서 커피를 팔고 계셨었거든?

지완 : (노점에서 커피를 팔고 있었다는 말이 가슴 아프다)...

태준 : .....집이 어딘진 나두 잘 모르는데........어떡하지?

지완 : (기운이 쭉 빠지는)........

태준 : (난감한 표정 짓다가)..... 아, 저기 김밥집 아줌마랑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던데......가서 한번 물어 보고 올게.

지완 : ........고마워요....바쁜데....

태준 : (씨익 웃으며) 내가 고맙구 미안하지.....내가 모시고 간 분인데, 니가 이렇게 걱정해주구, 신경 써주구.... 바쁜데.

지완 : (미소를 지으려 하는데....미소가 지어지지가 않는다)



28. # 춘희 집 앞 (다세대 주택가)


태준, 주소를 적은 종이를 들고 지완과 함께 열심히 춘희의 집을 찾으며 온다.

태준, 한 허름한 다세대 주택 앞으로 와 서며 종이에 적힌 주소와 비교해 보고.


태준 : 아, 여기다......

지완 : (허름한 다세대 주택을 보는)

태준 : 여기 밑에 반 지하방에 사시는 거 같애. ...(들어가려 하는데)

지완 : (태준을 탁 잡으며) 나 혼자 갈래요.

태준 : ?.....왜?

지완 : 나 혼자 갈께요.....태준씬 그만 일하러 가요.

태준 : 왜? 나두 뵙구 싶은데...

지완 : 나중에요.....나중에 봬요, 태준씬.

태준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완을 보는)

지완 : (태준의 손에 들린 한약 상자를 채서 들며 미안하게 웃는)



29. # 춘희 방


단칸 방에 부엌 하나가 달린 구조의 초라한 반 지하방.

춘희, 이불 깔고 누워서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 보고 있다.



30. # 춘희 집 문 앞


지완, 문 앞으로 와서 선다.....초인종을 누르려다 차마 못 누르고 망설이는..... 다시 누르려 시도하다가......차마 또 못 누르고....

도저히 용기가 안 나 돌아서 가려다.....결심한 듯 초인종을 누른다.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

지완, 다시 초인종을 거칠게 누른다. 역시 반응이 없다.

지완, “안 계세요?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하며 문을 쾅쾅 두드린다. 역시 어떤 반응도 없다.

지완, 푸후우....한숨 내뱉고....한약 상자만 문 앞에 놓고 돌아서려는데......

이 때, 문이 열린다. 춘희, 아픈 허리를 잡고 서 있다.


춘희 : (지완을 보자 당황하는)

지완 : (역시 당혹스럽게 보는).......

춘희 : (당황하며...문을 다시 닫으려는데)

지완 : (그 문을 탁 잡으며).....환자가 갑자기 그렇게 도망쳐 버림 어떡해요? 저 짤리면 아줌마가 책임지실 거예요?

춘희 : (당혹스럽게 보는)

지완 : .......(애써 감정 없이 보는)



31. # 강진 아뜨리에 마당


강진, 마당에 나와 서서 아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

우정, 커피가 담긴 머그컵 두 잔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우정 : 한 지완 어머니가 나 며느리 삼고 싶어 하시더라? (머그 잔을 주는)

강진 : (머그 잔 받으며 피식 웃는)

우정 : 진짜 좋으신 분 같은데....미친 척 하구 그냥 묻어 가버려?

강진 : (피식 웃고는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다시 본다)

우정 : ......날고 싶니?

강진 : (계속 하늘을 보고 있는)

우정 : 훨훨 날구 싶지? 구름처럼...새처럼....바람처럼.

강진 : (계속 먼 하늘에 시선을 주고 있는)

우정 : (커피를 마시며 강진의 옆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같이 하늘을 보며) 날아, 그럼....도망 쳐 버려. 까짓 거.

강진 : (계속 하늘을 보는)......

우정 : 한 지완 손 잡구 도망쳐 버리라구! 어디든!!....날아가 버리라구! 어디든!!!

강진 : (시선을 내려 우정을 보는)

우정 : 한 지완씨가 그러더라. 차 강진은 한 지완을 포기했다구....근데, 한 지완씬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구.

강진 : ..........

우정 : 그만큼 했음 됐어. 할 만큼 했어, 그 세월이면.....뭘 망설이구 뭘 눈치를 봐?......인생 얼마나 길다구....가! 어? 가아!!!

강진 : (피식 웃고)....그럴까요?

우정 : .......

강진 : (무겁지 않게) 그래 볼까요? 그럼?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다시 아뜨리에 쪽으로 가는)

우정 : (가는 강진의 뒷 모습을 보며.....가슴 한켠이 다시 싸아해 온다....내가 지금 제대로 말한거지.....

         내 진심이 뭔지 나도 혼란스럽지만 제대로 말 한거지....하는 표정)

강진 : (정말 도망이라도 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은....표정)



32. # 춘희 방


춘희, 표정이 당혹스럽게 굳어 지완을 보고 있다.

지완, 냄비에서 중탕된 한약을 컵에 부어 춘희에게 준다.


지완 : (아무렇지도 않게) 정밀 검사 결과 보니까 다행히 심한 상태는 아니더라구요......

         그래두 꾸준히 치룐 받으셔야 돼요. 이 약도 같이 드시구요.

춘희 : (당혹스럽게 굳어서......)

지완 : 일단 엎드려 보세요. 제가 한번 봐 드리께요....

춘희 : .......가.

지완 : .......

춘희 : 이런 약도 다 필요 없으니까......가. 그만.

지완 : 전 지금 한준수씨의 딸 한지완으로 온 게 아니구, 아픈 환잘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 의사로 온 거예요!

춘희 : (O.L.) 나 같은 거 어떻게 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냥 못 본걸로 쳐! 안본 걸로 치구, 가!.... 어서 가!....가아!

지완 : 싫어요!...안 가요!

춘희 : (어이 없는 표정으로 보는)

지완 : 아줌마 두구 혼잔 안 가요!!!

춘희 : ........

지완 : 아줌마 용서 한거 아니라잖아요!! 사과 안 받는다 그랬잖아요!!.....

         아줌마가 건강해야 내가, 강진 오빠가, 우리 엄마가 맘 놓구 미워라도 할 수 있을 거 아니예요!!!

춘희 : ........

지완 : (벌떡 일어서더니 춘희의 옷장 여기저기 뒤져서 가방을 꺼내고....속옷을 챙겨 넣는다)

         적어두 일주일은 입원 하셔야 돼요......저희 병원 구급차 불렀으니까 곧 도착할거예요.

춘희 : (당혹스럽게 지완을 보는)

지완 : .......(옷가지 챙겨 넣으며...춘희를 보지 않고) 강진 오빠한텐 얘기 안 할께요.....

춘희 : ......(마음이 무너진다......)...........

지완 : .......아픈 거 나으시면 아줌마가 직접 만나세요.....그래도 아들인데..

         (춘희를 원망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돌아보며) 한번은 만나 보셔야 될 거 아니예요?

춘희 : .......



33.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건축 사진 자료들 늘어 놓고 보고 있다. ,,,그러다, 문득 핸드폰을 들어서 본다.

핸드폰 전화 번호에 든 지완의 이름을 찾는다.....잠깐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누른다. 지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강진, 힘없이 핸드폰을 내려 놓는다. 강진, 자신의 감정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얼굴을 부비다가....

핸드폰 한쪽으로 밀어 넣고 계속 하던 일에 열중하는.

우정, 자신의 책상에서 컴퓨터로 캐드 작업하다가....턱을 괴고 멀건이 강진을 본다.

재현과 용채, 경수도 각자의 일 하고 있고.

강진, 감정을 떨치려고 열심히 일에 매달리고 있는.



34. # 지완 인턴실


지완, 인턴실로 들어 온다.....감정의 부대낌으로 벽에 털썩 기대 있다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서 보다가 흠칫 당황한다. 부재중 목록에 ‘강진 오빠’라고 떠 있다.

지완, 심장이 쉴 새 없이 요동친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는.



35.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도면을 펼쳐 놓고, 우정, 재현, 용채, 경수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강진 : 여긴 이렇게 3벤트 2베이 프레임에 1층에만 애딩을 붙였거든? (직원들 고개 끄덕이며 듣고)

         이 애딩은 2층에서 전원을 만끽할 수 있는 데크가 되는 거지. 대신에 평지붕에 대한 방수처리가 중요한 거구.


이때, 강진의 책상위에 얹어 두었던 핸드폰이 울린다.


재현 : 핸드폰 왔는데?

강진 : (자기 책상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여기까지 문제점이 있는지 체크들 해봐.


직원들, 열심히 머리를 모으고 도면을 보고, 강진, 자신의 책상 쪽으로 간다.

강진, 울리고 있는 핸드폰 들어서 본다. 발신자 이름에 ‘지완이’ 떠 있다.

강진, 잠깐 당황하다가 핸드폰을 받는.


강진 : .......네.

지완(F) : 뭐하세요?

강진 : ......일하고 있었어.

지완(F) : 잠깐 일 좀 제끼구, 나하구 안 놀래요?

강진 : .........(약간 당황하는)

지완(F) : 나 지금 집 앞에 있는데.

강진 : (당혹스런 표정 짓는)



36. # 아뜨리에 마당


강진, 마당으로 나와 서며 지완을 본다.

지완, 집 입구 쪽에 차를 세워 놓고 차에 등을 기대고 서서 발로 툭툭 땅을 걷어차고 있다.

강진, 지완 앞으로 다가간다. 지완, 인기척 소리에 고개 들다가 강진을 보고는 씨익 웃는다.

강진, 지완의 웃음에 약간 당황하며 지완의 앞으로 와서 선다.


강진 : 왔으면 집에 들어오지, 왜 여기 서 있어? 추운데.

지완 : (웃음 머금은 채) 한지용을 만나러 온 게 아니구, 차강진을 만나러 왔으니까요.

강진 : .........(당혹스러움 감추며)

지완 : 나하구....데이트 좀.....할래요?

강진 : .......(보는)

지완 : (강진을 향해 씨익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타라고.)

강진 : (지완을 보며 생각하는 표정 짓다가......지완의 손에 들린 키를 뺏는다)

지완 : (! 당황하는)

강진 : 내가 운전하께.

지완 : (잠깐 긴장했다가.....씨익 웃는)



37. # 지완 차 안 / 거리


강진, 운전하고 있고, 지완, 조수석에 타고 있다.


지완 : (강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앞을 보며) 만약에요.....오빠 엄마가 돌아오시면 어떡할 거예요?

강진 : (표정에 미동도 없이 앞만 보며 운전하는)

지완 : (강진의 옆 모습을 보며)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오빠 엄마가 돌아오시면요.....우리 엄마는 어떡할거예요?

강진 : (말 없이.....속력만 높여서 간다)

지완 : (그런 강진을 멀건이 보는)



38. # 카페 안 (풍광 좋은)


지완, 카페 의자에 앉아 있다. 괜히 주변의 경치를 두리번거리며 보는.

강진, 차를 세우고 들어와 지완의 맞은 편 의자에 앉는다.

지완, 강진을 향해 자꾸 말없이 웃고만 있다. 강진, 그런 지완을 당혹스럽게 보는데.

이때, 종업원,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지완 : (메뉴판 들어서 보다가) 이 집에서 뭐가 젤 맛있나?...... 백년 만에 데이튼데 맛있는 거 얻어 먹어야 되는데에......

         (하다가 메뉴판 탁 덮으며) 맥주, 열 병만 주세요.

강진 : (당혹스럽게 지완을 보는)


시간 경과.

지완의 앞으로 다 마신 빈 맥주병(병맥주) 세 병 놓여 있다.

지완, 한 병을 들어 꿀꺽꿀꺽 마시고 있다.

강진 앞으로 놓인 다섯 병의 맥주병, 따지도 않고 놓여 있다. 강진, 그런 지완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는.


지완 : (마시던 맥주병을 내려 놓는다....알딸딸하게 취했다. 강진을 향해 여전히 미소 띠고) 왜 안 마셔요?

강진 : 별로 마시구 싶지가 않아서.

지완 : (히죽 웃고) 거짓말.....솔직해질까봐 겁나서 그러지?

강진 : !

지완 : 아무래도 술을 마시면......마음을 들키기가 쉬우니까.......그게 겁이 나서 그러지?....그쵸? 내 말 맞죠?

강진 : .........(표정 없이 보는)

지완 : (강진의 맥주병을 자신의 앞으로 갖다 놓으며) 어제.....내 전화.....되게 당황스러웠죠?.....

         이게 지금 돌았나....이게 미쳤나.....뭘 잘못 먹었나 이게.......되게 되게 놀랬죠?

강진 : .........

지완 : (다시 맥주 꿀꺽꿀꺽 마시고) 우리 병원 앞에 온 거.....봤는데.

강진 : (흠칫)

지완 : 왔으면 전화를 하지....왜 전화 안 했어요?

강진 : ........

지완 : 쫌 하지이......완전 열라 환장하게 보고 싶었는데 쫌 하지이.....

강진 : .........

지완 : 바보.......겁쟁이.......

강진 : ...........

지완 :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입맞춤이라도 할 듯 강진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쑤욱 가져간다.

         강진과 입술이 닿기 직전 딱 멈추는)

강진 : !!! (당황하고 긴장하는)

지완 : (피시식 웃으며 다시 의자에 털석 앉는) 놀래기는......안 건드릴테니까 걱정 마요.....

         내가 어떻게 그래? 미치지 않은 이상....(다시 맥주 벌컥벌컥 마시는)

강진 : (멀건이....말없이 보는)

지완 : (갑자기 마시던 맥주를 탁 놓더니) 우리 연극 그만 하죠, 이제.

강진 : (당황해서 보는)

지완 : 연극 그만 하자구요. 차강진씨.....(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우리가 어떻게 남매야?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강진 : ..........

지완 : 엄마한테 가서 말할래.....또 까무러치셔도 어쩔 수 없어요. 언제까지 이러구 살 순 없잖아요, 우리가.....

         (벌떡 일어서며 가려고 하는데)

강진 : (같이 벌떡 일어서며 만류하듯 지완의 팔을 잡는다)

지완 : 놔요!! 가서 말할 거라니까!! (강진의 손을 쳐내려 하며) 놔요오, 쪼옴!!!

강진 : (팔을 더 힘껏 잡는다)

지완 : 아, 진짜! 말리지 말라니까!!!

강진 : 안 말려!!!

지완 : (흠칫, 보는)

강진 : 너 정말 자신 있어?

지완 : .......

강진 : 우리 한번 가보까?

지완 : ........

강진 : 그래, 우리 한번 가보자, 그럼.

지완 : .........

강진 : 니 말대루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우리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지완 : (강진의 갑작스런 반격(?)에 오히려 당황하는)

강진 :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

지완 : (당황해서...술이 확 깨는 듯한)

강진 : 가자! 가보자!!....갈 수 있는데 까지 한번 가보자!!

지완 : (눈이 동그래져서 강진을 보는)

강진 : (지완의 손목을 그대로 잡은 채 지완의 가방을 들더니....그대로 끌고 나간다)

지완 : (강진의 우왁스런 힘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가며....표정엔 당혹감이 서린)



39. # 강진 아뜨리에 마당 / 지완 차 안


강진이 운전하는 지완의 차, 와서 멎는다. 지완, 당혹스럽게 아뜨리에를 보다가 강진을 본다.

강진, 결심이 단단히 선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지완, 뭘 어쩌겠다는 건가....당혹스럽게 강진을 보는.



40.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우정, 푸푸거리며 건축 화보집 펼쳐 놓고 사진들 가위로 잘라 스크랩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이걸 할 군번이 아닌데....식식거리고 있다.

재현, 경수, 용채, 퇴근하기 위해 외투 껴 입고 있다.


재현 : (우정을 보며) 어이! 막내야!!

우정 : (열심히 스크랩하는)

재현 : 야!! 막내야!!! (용채와 경수는 난감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우정 : (그 소리에 문득 고개 들다가 좌우를 휙휙 보다가 재현을 보고는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킨다.

         나를 부른 거냐고? 표정으로 묻는)

재현 : 그래! 너!.....오늘 스크랩 작업 다 끝내놓구 퇴근해라, 넌....알았지?

우정 : (어이가 없다. 푸후우우.....치 받치는 성질을 간신히 참는데)


이때, 출입문 벌컥 열리며 강진, 지완의 손을 끌고 들어선다.

지완, 시선을 강진에게 주며 몹시 당혹스러워하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우정, 들어서는 강진과 지완의 모습에 (강진이 지완의 손목을 꼭 잡고 있어서) 약간 당황하고.

재현과 경수, 용채는 영문도 모르고 지완에게 목례한다.

강진, 직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지완을 끌고 이층으로 가는.

지완, 우정에게 짧은 시선을 주고, 강진에게 이끌려 이층으로 올라 간다.

우정, 굳은 강진과 당황한 지완의 표정에서 심상찮음을 느끼는.



41. # 강진 이층 응접실


영숙, 소파에 앉아 꽃병에 꽃꽂이를 하고 있다.

강진, 지완의 손을 끌고 영숙 앞으로 온다.


영숙 : (인기척에 고개 들다가 강진과 지완을 보고 반가와서) 지완아!....언제 왔어?

지완 : (당혹스럽게 영숙과 강진을 번갈아 보는)

강진 : (지완을 영숙 맞은 편 소파에 앉히고, 자기도 지완의 옆으로 앉는다. 단단한 결심을 한 듯한...영숙을 보며)

         드릴 말씀이.....있습니다.

지완 : (대체 강진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불안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는)

영숙 : 왜? 무슨 말인데? (미소 띠고 보는)

지완 : (강진을 보는 눈빛이 불안함으로 떨린다)

강진 : (잠깐 호흡을 멈췄다가....갑자기 영숙 앞에서 지완의 손을 꼬옥 잡는다)

지완 : !!! (눈이 동그래지며 당황하고)

영숙 : (강진이 갑자기 지완의 손을 꼭 잡자....어리둥절하고 당혹스럽고) ... 지용아.

강진 : 저희 둘.....서로 좋아합니다.

지완 : !!!!! (기함하는)

영숙 : (급작스런 일에 상황 파악이 안돼 잠깐 멍한 표정으로 강진과 지완을 번갈아 보는)

강진 : 그래서.....지금부터 저희, 더 이상 안 속이구, 더 이상 눈치 안 보구, 더 이상 주저 안하구.....

         남자와 여자로 만나 볼 생각입니다.

지완 : (당황해서 O.L. )오빠!!!!!

영숙 : (하얗게 질려 손에 들고 있던 꽃과 가위를 힘없이 툭 떨어뜨린다)

강진 : (잠깐 머뭇하다가....지완의 손을 자기 앞으로 끌어 당겨 더 힘주어 꼭 잡고....다시 강건한 표정으로 영숙을 보며)

         허락...해주십시오...

지완 : (하얗게 질린 영숙을 보다가....숨이 넘어갈 듯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는)

영숙 :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떤다)

지완 : (강진을 원망스럽게 보며...강진에게 잡힌 손을 빼려고 하는데)

강진 : (눈빛이 흔들리지만....그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있는)

영숙 :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강진을 보며) 그 손.....놔.

지완 : (다시 빼려고 하는데)

강진 : (꼭 잡고 놓아주지 않는)

영숙 : (점점 사색이 되어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지완이 손....놔아....

강진 : .......싫습니다.

지완 : 오빠아!!! (손을 뺄려고 하지만, 강진의 완강한 힘에 뺄 수가 없다)

영숙 : (점점 더 바들바들 떨며)...왜 이래....너 왜 이래......대체 왜 이래, 지용아.......너 왜 이래애......

강진 : 전 지용이가 아닙니다.

지완 : (놀라서 보는) !!!!

영숙 : (극심한 충격 받는)

강진 : ....전 한 지용이 아니예요...전 차강...(진 입니다....하려는데)

지완 : (결국 손으로 강진의 입을 막아버린다) 하지 마!! 그만해요!...그만 해, 제발!....그만해애.....

강진 : ..........

영숙 : (바들바들 떨다가 소파에 휙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린다)

지완 : (놀라서) 엄마아!!

강진 : (......지완을 잡은 손의 힘이 풀어진다.)

지완 : (힘이 풀어진 강진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며 영숙에게 달려간다) 엄마....엄마 정신 차려!! 정신 좀 차려 봐요, 엄마!!

         (당황하며 영숙의 호흡과 맥박을 살피는)

강진 : (당혹스러움을 서늘함으로 견디며)

지완 : 엄마....엄마아......

강진 : .......(있는 힘을 다해.....표정에....어떤 미동도 없이)



42. # 강진 아뜨리에 외경 (밤)



43.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우정, 퇴근하려고 외투를 껴 입고 밖으로 나가려다.....걱정스럽게 이층을 올려다 보는.



44. # 영숙 방


영숙, 의식을 잃고 누워 있고, 지완, 그 옆에서 영숙의 손을 꼬옥 잡고 있다.

주치의, 영숙의 팔에 링거 바늘 꽂아준다.

강진, 영숙 앞으로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방문 앞 벽에 등을 대고 멍하니 서 있다.


주치의 : 누차 말씀 드렸지만, 자기 방어 기제가 대단히 강하신 분이예요....

            그래서, 당신에게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부분만 의식이 일부러 삭제하고 편집하고 왜곡해 버린 거구요.

지완 : .........(돌아버릴 것 같다)

강진 : .........(아프지만....애써 서늘하게 견디고 있는)

주치의 : (가방 챙기며) 본인이 스스로 기억하고 싶을 때까진 자꾸 자극하지 마세요....

            당분간은 절대 어떤 충격도 주시면 안됩니다......(강진 보며) 환자분, 약은 계속 잘 복용하고 계시죠?

강진 : ......네.

주치의 : 가보겠습니다. 전 그럼....(밖으로 나가는)

강진 : (영숙을 잠깐 보고......배웅하기 위해 뒤따라 나가는)

지완 : (아프게 영숙만 보고 있다)



45. # 강진 이층 응접실


지완, 영숙 방에서 나와 이층 응접실 쪽으로 오면, 강진, 소파에 앉아 괴롭게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얼굴에 얹고 있는 강진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강진도 많이 두려워하고, 겁 먹고 있었다........


지완 : (마음 아프게 보며 강진 근처로 와 서는데)

강진 : (얼굴에 얹고 있던 손을 내리며).....더 가볼래?

지완 : .......

강진 : (지완을 보며) 더...가볼까?

지완 : (힘없이 털석 소파에 앉으며.....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아뇨.

강진 : (힘겹게 보는데)

영숙(E) : (영숙 방에서 들려오는) 지용아.....지용아......

강진 : (흠칫 영숙 방 쪽으로 고개 돌리다가....일어서서 영숙방 쪽으로 가는)

지완 : (걱정스럽게 보는)



46. # 영숙방


강진, 문 열고 들어서면, 영숙, 깨어나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링거를 보고 있다.


강진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숙을 보는)

영숙 : 내가 쓰러졌니? 또?

강진 : (기억이 안 나시는 구나.....)

영숙 : 또 왜 그랬대니, 내가.....큰일났다, 정말.....한참 괜찮아서 인제 좋아졌나 싶었는데.....

강진 : .........

영숙 : (얼굴을 부비며)......나....또...나쁜 꿈을 꿨어......

강진 : ........

영숙 : 너무너무 나쁜 꿈을 꿨어...니가 지완이랑 와 가지구.....(하다가......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 젓는)

강진 : ....(가슴이 아프다).....죄송해요....잘못했습니다.

영숙 : (빙긋이 웃고) 니가 뭐가 죄송해? 내가 미안하지.....엄마가 자꾸 아파서 미안하지.....

         자꾸 너한테 걱정만 시키구. 내가 미안하지.

강진 : (씁쓸한)



47. # 강진 이층 응접실


지완,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선다.



48. # 강진 아뜨리에 마당


지완, 밖으로 나와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간다. 지완, 차 문을 열려고 호주머니를 뒤지는데....또 차 키가 없다.

아 맞다.....강진이 운전을 했었지....아뜨리에 쪽으로 돌아서려는데.

이때, 삑삑거리며 차 시동이 걸린다.

지완, 보면, 강진, 지완의 차 키를 들고 지완 차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강진 : 술 마신 애가 무슨 운전을 해? 큰일 날려구.......(지완의 차 쪽으로 가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타라고)

지완 : ........



49. # 거리 / 지완 차 안


강진, 오른 손을 기어 위에 얹고, 왼손으로 운전해서 가고 있다.

조수석에 앉은 지완, 멀건이 앞을 보고 있는.


강진 : (갑자기 지완에게 자신의 손을 불쑥 내민다. 잡으라고.)

지완 : (당혹스럽게 강진을 보는)

강진 : (시선은 앞을 보며) ........우리가 손도 못 잡겠냐?

지완 : (당황하며....망설이며.....강진의 손을 보고만 있다)

강진 : (계속 한 손을 내밀고 있다가......피식 쓰게 웃으며 그 손을 거두려 하는데)

지완 : (강진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강진 : (시선을 앞을 보며.....빙긋이 웃는....웃음 끝에 쓸쓸함이 있다.)

지완 : (시선을 앞을 보며......강진의 한 손을 꼭 잡고 있는.....)



50. # 지완 병원 복도


부산, 바닥에 멍하니 넋 나간 사람처럼 주저 앉아 있다. 진경, 답답한 표정으로 부산을 보고 있다.


진경 : 여기 이러구 있음 어떡해?........니네 엄마, 저기 위에 병실에 입원해 계시다니까.

부산 : (그대로 멍하니 넋 나간 듯)

진경 : (부산을 일으키려 하며) 일어나봐, 좀.....니네 엄마 한테 안 가볼거야?

부산 : (자신을 일으키려는 진경을 팍 쳐내버린다.) 안 가! 안 가!!

진경 : (그 바람에 바닥으로 사정없이 나동그라지는) 야! 차 부산!!!

부산 : (심통스럽게 입 꾹 다물고) 안 봐! 안 봐!! 우리 버리고 간 엄마 같은 거 안 봐!!!

진경 : (마음이 아프지만)......그래도 엄만데 어떻게 안 봐?

부산 : 안 봐! 안 봐!!......너나 봐! 난 안 봐!!! (아직 울지는 않는)

진경 : 그래, 보지 마! 보지 마!!......지 엄마 찾아서 맨날 천날 울고 불고 할 땐 언제구......보지 마아!! (하는데)

부산 : (갑자기 우와아앙 울음을 터뜨린다)



51. # 춘희 병실


미스신, 춘희를 껴안고 엉엉 울고 있다. 춘희, 당혹스럽게 표정이 멎어 있다.


미스신 :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았어어어........내가 얼마나 언니를 찾았는데에에.....근데에....애들은 별루 언니 안 찾았다?

춘희 : (애들이 안 찾았다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진다)......진경이 년 그 년..... 내가 언제 날 잡아서 미싱으로다 주둥일....

         (하다가) 부산이두....아니? 나 여기 있는 거?

미스신 : .......어어어엉........그 빌어 먹을 자식 그거.....언니 안 보겠대애애애.....

춘희 : (가슴이 쾅 내려 앉는)........(그러다 두려운 표정으로).....강진이두....아니?

미스신 : (춘희에게서 떨어지며) 아니.......진경이가 부산이한테만 얘기했대..... 강진이가 알면.....언닌 완전 끝장나는 거야....

춘희 : ........강진이한테....무슨 일이라도....있니?

미스신 : 걔 완전 인생 끝장 났잖아. 언니 땜에.

춘희 : (당황하는) 무슨 소리야, 그게?



52. # 지완 병원 앞 / 지완 차 안


강진이 운전하는 지완의 차, 와서 멎는다. 강진과 지완, 잡은 손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


강진 : 아까 낮에....아줌마가 만둣국을 끓여 주셨어.

지완 : (강진을 보는)

강진 : 태어나서 첨 먹어봤어. 그런 만둣국은.....그렇게 정성이 담긴 따뜻한 만둣국은.

지완 : ........

강진 : 우리 엄마는 당신이 늘 허기가 져 있어서....자식 새끼들 배고픈 거 따위 신경 쓸 여력이 없었거든.

지완 : ........(춘희를 생각하며....표정)

강진 : (지완을 보며) 인생을 살아가는데......사랑이 전부라고 생각 안해.

지완 : (.....눈빛이 짧게 흔들리는)

강진 : 난.....이대로도 살 수 있어.

지완 : ..........

강진 : 견딜 수 있어, 나는.

지완 : .........(무슨 뜻인지를 안다)

강진 : (지완의 손을 놓으며 지완을 향해 빙긋 웃고) 술 다 깼지? 인제?

지완 : (피식 쓰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강진,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지완, 차에서 내린다.


강진 : 아줌만 걱정하지 마.....내가 알아서 할게.

지완 : (고개 끄덕이고)......택시 타고 갈 거예요?

강진 : (고개 끄덕이는)

지완 : 갈께요, 그럼.....(그대로 돌아서 병원을 향해 걸어간다....뒤도 한번 돌아 보지 않고)

강진 : (병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완의 등을 보고 있다....지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러다 문득 자신의 손을 보면 지완의 차 키가 들려 있다.)



53. # 지완 병원 복도


지완, 복도로 들어서다가....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부산, 여전히 주저 앉아 서럽게 울고 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옷 소매로 입을 막고.

진경, 같이 울먹이며 부산의 눈물을 닦아주며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고.


지완 : (당황하며) 부산아.

진경 : (울음이 묻어) 지완아....

지완 : (진경을 보며) 부산이 왜 이래?

진경 : 부산이 엄마 여기 계신 거 내가 말해 버렸어....지 엄마 안 보겠다구 지금 땡깡 부리는 거야.

지완 : (기가 막힌)

강진(E) : 지완아!!


지완, 흠칫해서 고개 돌려 보면......강진, 복도로 들어오고 있다.

강진, 지완에게 키 들어보이다가.....부산을 보고는 당혹스러운 표정 되는.


강진 : 부산아!!

지완 : (당황하는)



54. # 춘희 병실 앞


춘희, 환자복 위에 코트만 걸치고 나온다. 아픈 허리를 잡고.

미스 신, 달려 나와 춘희를 막으며.


미스신 : 오밤 중에 어딜 가겠다구 그래? 몸두 성치 않은 사람이?!!

춘희 : 니 년이 무슨 소릴 하는 지 하나두 못 알아 듣겠어.....내가 직접 가서 봐야겠어.

미스신 : 봐 봤자 억장만 무너진대니까!!.....강진이가 나한테 뭐라 그랬는데?

            내가 그 미친 아줌마한테 미쳤다구 그랬다구.....바리바리 화를 내면서

            (강진 흉내) 엇다 대고 미친 아줌마야? 내 어머니야! 말 조심해!!..... 그랬다니까 그 자식이!

춘희 : (믿을 수가 없다....아픈 허리 잡고 걸음 옮겨 가는)

미스신 : (애가 타서) 언니이....(따라 가는)



55. # 병원 복도


강진, 쪼그리고 앉아 훌쩍이고 우는 부산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강진 : 무슨 일이야? 말 만한 사내 자식이 병원 한 복판에 주저 앉아서....

부산 : (차마 말 못하고 울음을 다스리려 훌쩍이고 있는)

지완 : (안색이 창백해져서 보고 있는)

진경 : (역시 하얗게 쫄아서)

강진 : (진경을 스윽 보며) 니가 우리 부산이 찼니?

진경 : (손을 내저으며) 아니예요....그런 거 절대루 아니예요......

         그리구요 저희는요....사귄 적도 없었어요....오빠가 그건 진짜 믿어주셔야 돼요.

강진 : (부산 보며) 진경이 문젠 아니구 그럼.....뭐가 문젠데?......너 어디 아프대? 병원에서 무서운 진단이라두 받았어?

부산 : (울먹이며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지완 : (여전히 당혹스런 표정 감추지 못하고)

강진 : 그럼 뭐야, 대체?!

진경 : (자기가 괜히 찔려서 표정 짓는)

부산 : (차마 말 못하고 다시 울먹거리는)

지완 : ........(당혹스럽게 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다가....놀라는!!)


저쪽 건물 모퉁이에서 춘희, 미스 신과 함께 나오다가 강진과 부산의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는 한쪽 벽으로 얼른 몸을 숨긴다.

지완, 기가 막힌다. 강진과 부산과 진경은 춘희를 못 봤다.


강진 : 아...짜식이 진짜......(달래다가 갑자기 정색하며) 뭐야, 대체? 그럼?!! 다 큰 사내 새끼가 기집애처럼 징징거리구!!!

부산 : ........혀엉.

강진 : 그래. 말해봐.

부산 : 형은....엄마 안 보구 싶어?

강진 : (흠칫)

지완 : !! (춘희가 걱정돼서 건물 모퉁이쪽으로 시선을 주는)

춘희 : !!!

부산 : 엄마 안 보구 싶냐구, 형은?!!

강진 : ....(부산이 난데 없이 이런 말을 왜 하나...의아하지만) 갑자기 엄마 얘긴 왜 꺼내?

지완 : !!

춘희 : (다리에 기운이 풀리며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미스신 : (강진에게 가려는데....춘희, 미스 신의 팔을 꼭 잡고 붙든다.)

부산 : 형은 엄마 안 보고 싶냐구우!!!

강진 : (벌떡 일어나며, 어이 없는 표정으로) 다 큰 새끼가 엄마 보구 싶다구 병원 바닥에 주저 앉아 징징거리구 있었어?

부산 : 아니이...그게 아니구우......

강진 : (한심하게 보며) 눈물이 남아 돌아? 사내 자식이 그렇게 울 일이 없어?!!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지완 : .......

춘희 : .......(표정)

부산 : 그게 아니라니까아......

강진 : 엄마 안 보구 싶어, 형은!....기억도 안 나, 인제.....됐니?

지완 : (흠칫 강진을 보다가....걱정스럽게 모퉁이 쪽을 보는)

춘희 : (한 대 맞은 듯 충격어린 표정으로 주저 앉아 있다......

         '저 자식이..'하며 자꾸만 뛰쳐 나가려는 미스 신의 팔을 있는 힘을 다해 잡고)

강진 : (답답하게 보다가 돌아서 가려는데)

부산 : 나두 엄마 안 볼거야, 형....끝까지 안 볼거야, 형.....아버지한테 한번 버림 받았으면 됐지,

         엄마까지 우릴 버리면 안되는 거잖아. 인간적으루.....그치?

강진 : (그대로 등을 돌리고 걸음 옮겨서 간다)

부산 : (벌떡 일어서며) 같이 가, 형! 같이 가!

진경 : (부산을 잡고 모션을 한다. 절대 강진 오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그럼 난 죽는다고)

부산 : (알았다고 고개 끄덕이고 강진을 따라서 간다) 혀엉...같이 가아.

지완 : (당혹스럽다...다시 모퉁이쪽을 응시하는)

춘희 : (연이은 충격으로 멍하니 넋 나간 사람처럼......자꾸만 뛰쳐 나가려는 미스 신을 죽을 힘을 다해 붙잡고....)

지완 : (마음이 무겁다)



56.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문 열리고, 강진,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서며....외투를 벗는다. 급작스레 몰려드는 피곤으로 얼굴을 부비는.



57. # 영숙방 앞


강진, 영숙 방으로 들어온다. 영숙, 여전히 잠든 듯 누워 있다.

강진,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정성스레 덮어주고, 한쪽에 놓인 수건으로 영숙 얼굴의 식은 땀도 닦아주고.....

멀건이 영숙을 보는.....



58. # 춘희 병실


지완,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춘희는 눈을 감고 있다.

지완, 춘희의 맥을 짚어보고.....차트를 보다가.....문득 춘희를 보는데..... 춘희, 눈을 감은 채 훌쩍이며 울고 있다.

지완, 그런 춘희를 그저 멀건이 보는......눈물을 닦아 줄 생각도 차마 못하고....... F.O.



59. # 강진 아뜨리에 외경 (낮, 며칠 후)



60.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재현, 입이 함지박만해져 태준을 본다.


재현 : 정말이예요? 박 대표네 프로젝트에 우리두 정말 끼워주는 거예요?

태준 : (고개 끄덕이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진짜 맞는 말인지 테스트 한번 해 봅시다.

         ‘차앤서’의 참신성과 도발성이 저희한테도 절실하게 필요하구요, 지금.

재현 :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리 차.....우리 차대가 이 소식을 들어야 되는데.....강진이 어디 갔냐?

용채 : 오늘 강의 있다구 학교 가셨잖아요.


이때, 한쪽 간이 침대에서 등을 돌리고 잠들어 있던 우정, 앞으로 돌아 눕는다. (외투를 덮고 자고 있다.)

그 바람에 우정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혹은 의자 두 개를 붙여 놓고 얼굴에다 옷을 덮고 자고 있는>

태준, 문득 고개를 돌리다가....우정의 얼굴을 보고는 처음엔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무심하게 보다가....흠칫! 하는 표정 되는.


태준 : (우정을 뚫어지게 보다가....우정임을 확신하고 당황하는)

우정 : (얼굴도 벅벅 긁으며 깊은 잠에 빠져 있는...추운지 잔뜩 웅크리고)

태준 : 저기 저 사람.....우정이.....아니예요?

재현 : 맞는데요.

태준 : (기가 막힌) 우정이가 여기 어떻게.....파리에 있다구 들었는데.....

재현 : 아...모르셨구나....갖고 있던 돈 다 날리구 얼마 전에 귀국해갖구...저희 회사에 입사했잖아요.

태준 :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쪼그리고 잠들어 있는 우정의 모습이 짠하다) 이불 없어요?

용채 : 저기....있는데.....(모포가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키는데)

태준 : (모포를 가져와 우정에게 덮어준다)....어제 야근 했어요? 우정이?

경수 : 네.

태준 : (약간 안 좋은 마음이다. 괜히 정색하고) 사람이 일하고 자구 있으면 이불이라도 덮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재현과 용채, 경수, 태준이 정색을 하자 당혹스러워서 서로를 뻘쭘하게 보고.

우정, 언성을 높인 태준의 목소리에.....부스스 한 손 눈만 뜬다.


우정 : 아, 진짜 사람 간신히 자구 있는데.....(하다가 태준을 발견하고)....어?

태준 : (마음이 별로 안 좋다....안스럽게 우정을 보는)

우정 : 박 태준? (눈을 완전히 다 뜬다)

태준 : 그래.

우정 : (벌떡 일어나 앉는다. 반갑게) 와아.....오랜만이다.....어쩐 일이야? 여긴?!! 와아...진짜 오랜만이다.

         (머리도 부스스하고....몰골이 엉망이다....예전의 우정이 아니다)

태준 : (점점 더.....마음이 많이 언짢다)



61. # 강진 아뜨리에 마당


태준, 심난한 표정으로 마당으로 걸어 나온다....키로 시동을 걸며 자기 차 쪽으로 가는데.


우정(E) : 태준아!!


태준, 돌아보면, 우정, 외투를 입고, 나오고 있다.


우정 : 가는 길에 나, 요 앞 싸우나까지만 태워다 줄래? 재현이 자식 차 좀 빌려 달랬더니

         좀 있다 클라이언트 만나러 나가야 된대나 어쨌대나.....내가 저 자식을 언젠가 한번 손 봐주구 만다.

태준 : (답답하다) 니 차는 어쨌는데?

우정 : 예전에 팔아 먹었지......아우, 춥구 배고파....(하다가) 밥도 사주면 더 좋구.

태준 : ........



62. # 설렁탕집 안


우정,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까지 부어서 게걸스럽게 맛있게 먹고 있다.

태준, 그런 우정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본다.


태준 : (당혹스런 기분 떨치려 하며 애써 편하게 말하는) 그렇게 차강진이 좋니?

         천하에 이 우정이 그 쪼끄만 구멍 가게에 말단 사원으로 취직까지 하구.

우정 : (열심히 설렁탕 먹으며) 니네 구멍 가게에 취직하는 건 그건 더 웃기잖어.

태준 : 이렇게 얼쩡거리고 있음 가능성은 있는 거야?

우정 : (피식 웃고) 남 걱정 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요, 박 태준씨!.....

         그러는 넌?.....언제까지 한 지완 등만 바라보고 있을 거야? 가능성은 있는 거야?

태준 : (피식 웃는...웃음 끝에 약간의 씁쓸함이 있다.)

우정 : (같이 피식 웃고...역시 웃음 끝에 약간의 씁쓸함이 있다)

태준 : 다른 남잘 만나 보는 건 어때? 눈 씻고 잘 보면 차 강진보다 훨씬 괜찮은 놈들 한 두 놈 쯤은 있을 텐데....

         그게 훨씬 쉬울텐데.

우정 : 다른 여잘 만나 보는 건 어때? 눈 씻고 잘 찾아보면 한 지완보다 훨씬 괜찮은 여자들

         가뭄에 콩 나듯 어디 있긴 있을텐데.....그게 훨씬 쉬울텐데.

태준 : (피식 웃는)

우정 : (피식 웃고)

태준 : 그래두....좋다.

우정 : (보는)

태준 : 예전에 니가 여자로 보일 땐......심장이 터지게 힘들었는데......

우정 : 이젠 내가 여자로 안 보이니까 편하구 좋니? 나 지금 이거 기분 나빠야 되는 거지?

태준 : 너한테두 내가 이젠 그런 사람 같은데?.......괜히 사람 서운하게.

우정 : 서운 하긴 하니?

태준 : 그럼.

우정 : 눈물 나게 고맙다, 짜식아......아우, 추워.....나두 이제 늙나? 찬 바람에 아주 삭신이 쑤시네, 삭신이 쑤셔......비가 올래나?

태준 : (일어나서 우정 앞으로 가더니 자신의 머플러를 풀어서 우정의 목에 감아 준다)

우정 : !! (흠칫)

태준 : 예전에 내가 사준 머플러가 열개도 넘는데, 그것도 다 팔아 먹었냐?

우정 : (약간 당황하는....!!!.....이미 다 끝나 버린 감정인 줄 알았는데....내가 지금 설레고 있나?)



63. # 춘희 병실 앞


지완, 춘희 병실 앞으로 오다가....뭔가 발견하고 멈춰 선다.

부산, 춘희 병실 앞에 망설이며 서 있다. 들어갈까 말까 들어갈까 말까....


지완 : 부산아!

부산 : (흠칫 놀라며 소리 죽여서) 나 여기 왔다는 거 말하지 마. 절대루 말하지 마. (하며 얼른 도망간다)

지완 : (씁쓸하게 웃다가 춘희 병실을 보는)



64. # 춘희 병실 안


춘희, 퇴원하기 위해 사복으로 갈아 입고 있다. 미스 신, 옆에서 거들고 있다.

지완,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지완 : (건조하게) 퇴원 준빈 잘 하셨어요?

춘희 : (지완과 눈을 제대로 못 맞춘다)

미스신 : (춘희와 지완을 번갈아 보며) 얘한테 너무 그렇게 미안해 할 거 없어, 언니......

            우리 강진이가 이 집에 아들 노릇 다 해주구 있는데 뭐.....

            정신도 성치 않은 아줌마한테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잘하는데 강진이가.....그러니까 얘랑 언니랑 쌤쌤이야, 쌤쌤.

지완 : (못 들은 척하고) 어디루 가실거예요, 인제?

춘희 : (말 못하고 있는)

미스신 : 강진이 집으루 쳐 들어가, 언니.....내가 니 에미다 그러구 강진이 집으루 쳐들어 가.

춘희 : (미스 신을 노려 보며) 너 가! 니네 집에 가!! 가아, 이 년아!!

미스신 : 내가 뭐 틀린 소리 했어? 맨날 나만 갖구 그래. 나만.

지완 : .........(씁쓸하게 보다가.....돌아서 나가는)

춘희 : (그런 지완을 보는)



65. # 강진 대학 강의실


교탁 위에 젠가(ZENGA GAME) 올려져 있고, 강진, 칩을 무작위로 빼고 있다.

강진, 강의 중이다. 잠시 후, 강진이 칩 하나를 빼내자 젠가,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강진 : 지금 우리는 이 게임을 통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학생들 앞으로 나와 서며) 제가 생각하는 건축은 세상에서 가장 상식적인 행윕니다.

         조금 전 마지막 빼낸 칩은 결국 자연의 법칙에 역행했고, 그래서 결국 무너지고 만 거죠.

         오래 전 있었던 성수 대교 붕괴나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역시 상식의 차원에서 출발하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66. # 대학 건물 로비


강진, 입구쪽으로 핸드폰을 하며 나오고 있다.


강진 : 네....저 지금 나와 있어요.....어디 쯤 오셨는데요?......거의 다 오셨네요, 그럼....네에..(하며 핸드폰을 끊는데)


이때, 입구 쪽으로 택시 한 대 와서 멎고, 춘희,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강진, 입구 쪽으로 가려는데. 남학생 두세 명, “선생님!” 하며 강진을 부른다.

강진이 남학생들을 돌아보는 순간, 춘희는 건물 로비를 바라보며 걸어온다.

남학생들, 강진에게 자신들이 설계한 도면을 보여주며 자문을 구하면 뒤돌아선 채 강진, 남학생들의 도면을 꼼꼼이 살펴본다.

춘희, 이 건물이 맞나? 두리번거리며 강진을 스쳐서 지나간다.


강진 : 다른 건 별루 무리가 없는데, 여기서 여기까지 동선을 좀 더 생각했음 좋겠는데?

남학생들 :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강진, 남학생들에게 웃어주고 건물 로비를 나와 대로 변으로 간다.

이때, 택시가 한 대 와서 서면, 영숙 내린다. 손에는 보온병과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다.

강진, 반갑게 영숙을 맞는다. 한 차례 폭풍을 겪었던 터라 영숙에겐 더 다정하고 살갑다.


강진 : 뭘 여기까지 오셨어요? 날씨두 추운데?

영숙 : 내가 늦게 일어나 갖구 우유 한잔 달랑 먹여서 보낸 게 자꾸 맘에 걸리잖아. 그거 먹구 어떻게 애들을 가르쳐?

강진 : 차암......(빙긋 웃으며 도시락을 받아든다....영숙의 마음에 가슴 한켠에 따뜻한 물이 흐르는 것 같다)


일각. 건물 로비 안에서 서성거리던 춘희, 지나가던 남학생을 붙잡고 묻는다.


춘희 : 여기 학교 선생님 중에 차 강진이라구.....건축학과라 그러던데....


춘희, 좀 전에 왔던 입구 쪽으로 다시 나오다가....뭔가 발견하고 흠칫!하는 표정 되며 발걸음을 멈추는.

저 앞으로 몹시 다정스러워 보이는 강진과 영숙의 모습, 보인다.

강진, 영숙의 머플러를 다시 고쳐 매주고는......영숙에게 자신의 팔짱을 끼라는 듯 오른쪽 팔을 내준다.

영숙, 애인처럼 다정하게 강진의 팔짱을 낀다.

강진과 영숙, 휴게실이 있는 쪽으로 다정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춘희, 둔기로 한 대 맞은 듯 멍한 표정 되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다.

강진, 걸어가다가 영숙의 운동화 끈이 풀린 걸 보고 잠깐 걸음 멈추고 몸을 굽혀 영숙의 운동화 끈도 다정스럽게 묶어준다.

춘희, 안색이 창백해진다.



67. # 대학 휴게실


강진,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보온 도시락의 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

강진, 영숙에게 권하지만, 영숙, 괜찮다고 하며 젓가락을 쥐고 강진의 밥 위에 반찬을 계속 올려 놔 준다.

강진과 영숙의 모습, 누가 봐도 너무나 다정한 모자지간 같다.

춘희, 한쪽에서 그런 강진과 영숙의 모습을 무너지는 표정으로 지켜 보고 있다.

시간 경과.

강진, 다 먹은 도시락을 다시 싸고 있다.


강진 : 한 시간만 하면 수업 끝나니까요.....잠깐만 기다리셨다 저랑 같이 데이트를 좀 하시죠.

영숙 : (웃으며) 그래.

강진 : 혹시 심심하실지 모르니까.....(외투 호주머니에서 아이팟 꺼내서 영숙의 귀에 꽂아주며) 음악 듣구 계세요....

영숙 : (웃는)....걱정 말구 갔다 와.

강진 : 다녀오겠습니다......(영숙에게 미소 지어 보이며 강의실 있는 쪽으로 급하게 간다.

         가면서도 영숙이 걱정되는지 연신 돌아보며 가는)

영숙 : (흐뭇하고 대견하게 강진을 보는데)


영숙, 강진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보다가.....자판기 앞으로 간다.

동전을 넣으려고 지갑을 뒤지다가....그만 오백원 짜리 동전을 떨어뜨린다.

동전, 계속 바닥을 굴러가고.....영숙, 동전을 쫓아가는데.

동전, 누군가의 신발(춘희의 신발이다) 앞으로 와서 멈춘다.

신발 주인(춘희), 쪼그리고 앉아서 동전을 줍는다.

영숙, 문득 고개를 들다가 춘희와 가까이 얼굴을 마주친다.


춘희 : (마음의 격랑을 누르며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동전을 영숙에게 내미는)

영숙 : (동전을 받으며....멀건이 보는...마치 모르는 사람 보듯이)

춘희 : 나......누군지 알겠니?

영숙 : (여전히 멀건이 보는)

춘희 : (영숙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며) 나....누군지 모르겠어?

영숙 : (뚫어져라 보다가....한순간 눈빛이 흠칫 흔들린다!)

춘희 : (영숙을 보다가....순하게) 나....춘희야....차 춘희.

영숙 : ........(눈빛이 흔들린다)

춘희 : 니 친구 차 춘희......

영숙 : (눈빛이 더 극심하게 흔들린다)

춘희 : 나...모르겠어?

영숙 : .........(무섭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알어.

춘희 : (먹먹하게 보다가.....) 알어?

영숙 : (미안함이 어린, 30년 전의 춘희를 기억한다. 기차역에서 준수를 기다리다 혼자 산청을 떠나갔던)

         .....너...어떻게 사나...되게 궁금했었어......결혼은 했니?

춘희 : (어이 없는).....산청에 와서 내가 다방 열었던 거 생각 안 나?

영숙 :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엉?

춘희 : (기가 막힌다) 기억 안 나?

영숙 : .....애는....몇이야?

춘희 :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니가 어떻게 날 기억하든 어디까지 기억하든 상관 없어.

         때리면 맞을 거구, 욕하면 들을 거구, 죽이면......기꺼이 죽을거야.

영숙 : ........(당혹스럽게 보는)

춘희 : 강진이만 놔줘.

영숙 : ........(문득 무심한 눈빛 되어 보는....강진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춘희 : (영숙의 손을 꼬옥 잡으며) 우리 강진이만 놔 줘. 제발......부탁한다, 영숙아....부탁한다.

영숙 : (여전히 춘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보다가 춘희의 손을 떼내며)

         나...우리 아들한테 가봐야 돼......(벌떡 일어서며) 미안한데, 춘희야......나....우리 아들한테 가봐야 돼서..... 나중에 보자.

춘희 : (기가 막히다)



68. # 강진 아뜨리에 외경 (밤)



69. # 강진 주방


강진,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따라 돌아서는데........

영숙, 시금치를 다듬다가 멍하니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강진 : 군고구마 사다 드릴까요?

영숙 : (멍하게)

강진 : (영숙 앞으로 다가가 영숙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군고구마 드시고 싶다 그랬잖아요, 아까.....사다 드려요?

영숙 : (그제야 흠칫 생각에서 깨어나며)......어, 그래.

강진 : (빙긋 웃는데)


이때, 초인종 소리 울린다.


강진 : 제가 나가 볼께요.



70. # 강진 아뜨리에 현관 앞


강진, 현관문을 열다가.....둔기로 한 대 맞은 듯 충격 받은 표정이 된다.

현관문 앞에 춘희가 서 있다. 뭔가를 단단히 결심한 표정의 춘희.

강진의 표정, 새파랗게 굳어 버리는데.......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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