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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5.03|조회수695 목록 댓글 0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5











1. # 강진 대학 도서관 (14회 #58 강진 대학 도서관에서 연결 되어 있었던)


지완, 강진의 무릎을 밴 채 아예 책을 얼굴에 덮고 있다.

강진, 책을 읽고 있다가 문득 지완을 본다. 지완의 얼굴 위에 덮인 책을 걷어내면

지완,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잠들어 있다.

강진, 빙긋 웃다가 책을 다시 지완의 얼굴에 덮어주며, 읽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던 강진, 문득 다시 멈추고, 책으로 덮여 있는 지완의 얼굴을 보다가......

지완의 얼굴에 덮인 책을 다시 치우고는 애틋하게 지완의 얼굴을 바라본다.

곤히 잠들어 있는 지완.

강진, 그런 지완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몸을 숙여 지완의 이마에 따뜻하게 입맞춤한다.

지완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



2. # 강진 방 (14회 #66)


영숙, 강진의 가족 사진을 멀건이 보다가...한순간 사진 속의 춘희를 향해 증오가 어리며.....눈빛이 무섭게 떨린다.



3. # 강진 아뜨리에 이층 계단


영숙, 일층으로 가려고 계단을 내려 가려는데, 강진과 지완의 음성이 들린다.

영숙, 내려 가려다 말고 흠칫 발걸음 멈추는.


지완(E) : 미안해 하지 마요, 제발.....오빠 탓 아니야.



4. # 강진 아뜨리에 일층 작업실 (14회 #67)


강진 : .........

지완 : 오빠 탓도 아니구, 오빠 엄마 탓도 아니구, 내 탓두 아니구......그냥 살다 보니까.....살다 보니까.....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강진 : ..........

지완 : 자책 같은 거 이제 그만 하자구요.....우리 지용이 오빠가 죽은 것두 내 탓도 아니구, 강진 오빠 탓도 아니구......



5. # 강진 아뜨리에 이층 계단


지완(E) : 그냥 살다보니까......재수가 없어서......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영숙, 충격을 받으며 안색이 창백해진다. 계단 난간을 꼭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지용이 죽음이 그럼.....지용이 죽음이 그럼..... 영숙의 눈빛에 분노가 어렸다.



6. # 강진 아뜨리에 일층 작업실 (14회 마지막씬과 연결된)


지완 : (마음 아프게 강진을 보다가 강진을 따뜻하게 안는다) 우리 잘못이 아니야.......아무것두 우리 잘못이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야...

강진 : ..........


이때, “왔니?”하는 영숙의 소리에....강진과 지완, 당황하며 서로에게서 떨어져 서는데..

잠시 후, 영숙, 담담한 얼굴로 일층으로 내려선다.

강진과 지완, 놀라며 당황하는데.


지완 : 엄마.......

영숙 : (아무렇지도 않은 담담한 표정으로 보는)

강진 : (집에 있는 영숙이 반가우면서도 혹시 자신들의 얘기를 들었나 싶어 당혹스러운)

지완 : 어디 계셨어요? 한참 찾았잖아요.

영숙 :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바람 좀 쐬구 왔어. 답답해서...

강진 : (영숙의 표정을 보니 들은 건 아닌 것 같다....어쨌든 쓰러졌던 영숙이 걱정스럽다) 괜찮으세요?

영숙 : (강진의 말에는 대꾸 않고 담담하게 주방 쪽으로 걸어가다가...갑자기 쓰러질 듯 휘청 하는데)

강진 : (얼른 가서 영숙을 부축한다) 어머니.

영숙 : (잠깐 표정 굳었다가.....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강진의 손을 밀어내며) 괜찮아....

강진 : !! (영숙이 자신의 손을 밀어내자....잠깐 당황하는데-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영숙 : 괜찮아.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강진의 다른 손도 밀어내며...지완을 보고)....기운이 없어 안되겠다, 아무래두....

         나 다시 올라가서 좀 쉴테니까 따뜻한 물 한잔만 갖다 줄래?

지완 : .......네. (걱정스럽게 보다가 주방으로 간다)

강진 : (당혹스럽지만...)

영숙 : (담담한 표정으로 이층으로 올라가는)

강진 : (더 이상 부축도 못하고.....뭐라고 표현을 할 수 없는 당혹스러움이.....마음 한 켠을 스친다.

         영숙이 제 정신이 돌아왔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지만.)



7. # 영숙방


영숙, 방으로 들어서며 온 몸이 후들거리는 듯 침대에 털석 앉는다.

불끈 깨문 입술이 바들바들 떨려 온다. 그 위로 들리는.


강진(E) : 차 강진입니다.



8. # 플래시백 (11회 #12. 준수 한의원 앞)


영숙 : 차.....강진?......(생각하다가.....) 차 강진이면....혹시.....춘희....아들?

강진 : (미소 지으며) 네.

지완 : (당당하게) 나, 저 오빠랑 사겨, 엄마.



9. # 플래시백 (13회 #41. 강진 이층 응접실)


강진 : 저희 둘.....서로 좋아합니다.

강진 : 그래서.....지금부터 저희, 더 이상 안 속이구, 더 이상 눈치 안 보구, 더 이상 주저 안하구.....

         남자와 여자로 만나 볼 생각입니다.

강진 : (잠깐 머뭇하다가....지완의 손을 자기 앞으로 끌어 당겨 더 힘주어 꼭 잡고....다시 강건한 표정으로 영숙을 보며)

         허락...해주십시오...

지완 : (하얗게 질린 영숙을 보다가....숨이 넘어갈 듯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는)

강진 : 전 지용이가 아닙니다.

강진 : ....전 한 지용이 아니예요...전 차강...(진 입니다....하려는데)

지완 : (결국 손으로 강진의 입을 막아버린다) 하지 마!! 그만해요!...그만해, 제발!....그만해애.....



10. # 영숙방


영숙의 눈빛이 무섭게 흔들린다. 영숙,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괴롭게 머리를 쥐어 잡는데.

이때, 방문 열리고, 지완, 쟁반에 따뜻한 물 받쳐서 들고 들어온다.


지완 :  엄마! 여기.....따뜻한 물.....(영숙의 손에 쥐어 준다)

영숙 : (물을 받아서 마시는데 그 위로 다시 들리는)

지완(E) : 우리 지용이 오빠가 죽은 것두 내 탓도 아니구, 강진 오빠 탓도 아니구......

영숙 : (물 컵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지완 : (걱정스럽게...영숙의 떨리는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며) 괜찮아?

영숙 : (마시던 잔을 지완에게 주며).....괜찮아....

지완 : 누우세요, 좀......난 바루 병원에 들어가봐야 돼서.....낼 다시 올께.

영숙 : (고개 끄덕이며 누우려다가..... 의미 심장하게) 니 오빤...지용인..... 어딨니?

지완 : (강진을 가리키는 말인 줄 알고) 응?



11. # 강진 아뜨리에 마당


지완, 마당으로 나오는데 강진, 저 앞으로 차를 세워 놓고 기대 서 있다.


강진 : 병원까지 태워다 줄게.

지완 : 안 그래두 되는데.....(빙긋 웃는) 고맙게....



12. # 강진의 차 / 거리 (달리는)


강진, 운전하고 있고, 지완, 조수석에 타서 흘끗 흘끗 강진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지완 : 인제 됐잖아요....엄마두 건강하게 돌아오시구....표정 좀 풀지이.

강진 : (그래도 무표정하게 앞만 보고 운전해 가는데)

지완 : (보다가.....기어 위에 얹힌 강진의 손에 툭 자기 손을 얹으며, 분위기 띄워 보려 강진이 했던 말 따라하는)

         우리가 뭐.....손도 못 잡겠냐?

강진 : (아무 반응 없이 앞만 보고 가는)

지완 : (강진의 눈치를 살피는....) 아....무안하다.....

강진 : .........

지완 : (궁시렁)....완전....무안하다.

강진 : (반응이 없는)

지완 : (다시 스윽 강진의 표정을 살피다가...괜히 분위기 띄우려고 장난하는....

         강진의 어깨를 위로하듯 툭툭 치며 어설프게 개그맨 흉내 내는) 니들이 참 고생이 많다.

강진 : (여전히 반응이 없는)

지완 : (뿌우 입술 내밀고).....와아...열라 무안하다.

강진 : ........

지완 : (뻘쭘한 표정 짓다가....괜히 차 시트에 뒷머리를 툭툭 부딪치는데)

강진 : (그대로 앞만 보고)

지완 : (시이하며....점점 센 강도로 차 시트에 쿵쿵 뒷머리를 부딪치는데)


어느 순간, 지완의 머리와 차 시트 사이로 스윽 들어오는 강진의 손. 지완이 혹시 아플까봐.

지완, 흠칫해서 강진을 보는.


강진 : (앞만 보고 운전해 가며) 그거....딴 데 가선 하지 마.

지완 : ........?

강진 : (앞만 보며 웃지도 않고) 개그맨 흉내 내는 거......하나두 안 비슷해. 웃기지두 않구.

지완 : ! (강진의 마음이 풀렸다는 걸 안다....)

강진 : (여전히 표정에 미동도 없이 앞만 보고 운전해 가다가...가만히 지완의 손을 잡는다.)

지완 : (흔들리는 눈빛으로 강진을 보다가.....피시식 빙그레 웃는)

강진 : (여전히 앞을 보며 운전해 가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도심의 불빛들이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F.O.



13. # 우정 오피스텔 앞


우정, 출근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데, 크락션 소리 들린다.

우정, 돌아보면, 저 앞으로 태준이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다.


우정 : (생각치도 않은) 태준아.....

태준 : (타라고 손짓 하는데)

우정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태준 : 타. 회사까지 태워다 줄게.

우정 : 니가 왜?

태준 : 너 꼬셔서 스카웃 할려구.

우정 : (어이 없는 듯 웃는)



14. # 태준 차 안 / 거리


태준, 운전하고 있고, 우정, 조수석에 타고 있다.


태준 : 협상 하자. 우리 회사에 온다 그럼 내가 이렇게 맨날 맨날 너 태우러 올게.

우정 : (어이 없다는 듯 보는)

태준 : 예쁜 옷도 원하면 시즌 별루 사줄거구.

우정 : 얼씨구.

태준 : 니가 유혹하면 넘어가두 주께. 누구처럼 너, 등만 보게 안 하구, 외롭게두 안 하께.

우정 : 지금 몹시 오바하구 있는 거 알지?

태준 : (피식 웃는)

우정 : 오바가 아주 체질이 됐구나, 박 태준씨.

태준 : 그러게....재미 붙이니까 은근 재밌네, 그게..

우정 : (어이 없는 표정으로 보는)

태준 : (피식 씁쓸하게 웃는)



15. # 강진 아뜨리에 앞


태준의 차, 와서 멎는다.

태준,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우정, 차에서 내린다.


우정 : 고마워. 가께......(시익 웃어주고 아뜨리에 쪽으로 가는데)

태준 : 이 우정!

우정 : (돌아보는)

태준 : 답답한 인간들 뒤통수 보는 거 그만 하구.........우리, 다시 만날래?

우정 : (당혹스럽게 보는)

태준 : (좀 전과는 다르게 표정이 진지해져) 이것두 오바지?

우정 : .......(약간 당혹스러워져 태준을 보는....태준의 표정에 대답 못하다가 간신히)..........어. 오바야.

태준 : (피식 쓰게 웃고 돌아서 자기 차에 오르는)

우정 :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가시지 않은 채....그런 태준을 보는)


저 앞으로 재현의 차, 오고 있다.



16.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일하느라 또 밤을 새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깜빡 잠들어 있다.

강진의 책상엔 데스크 탑 컴퓨터 외에도 노트북이 켜진 채 놓여있다.

주방의 믹서기 소리에 잠이 깨는 강진...눈을 감은 채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며 잠에서 깨려고 하는데.


영숙 : (믹서기에 간 주스를 컵에 부어서 강진이 있는 쪽으로 오다가....잠깐 걸음 멈추고....

         멀건이....마음을 알 수 없는 담담한 눈빛으로 강진을 본다)

강진 : (잠에서 깨려고 자신의 뺨을 때리며 두 손으로 열심히 얼굴을 부비다가......문득 영숙을 돌아보고....미소지으며)

         어?......안녕히 주무셨어요?

영숙 : (잠깐 머뭇거리다가......강진 쪽으로 발걸음 옮겨서 오며...아무렇지도 않게) 또...여기서 밤 샜니?

강진 : (고개 끄덕이며 목 운동하고 스트레칭하며) 예......오늘 오후까지 마쳐야 되는 중요한 시안이 있어서요.....

         (기지개 켜며) 아우우, 죽겠다 아......


영숙, “자!”하며 주스를 강진에게 주려고 하고,

강진, 빙긋이 웃으며 “잘 먹겠습니다.” 하며 영숙이 건네주는 주스 잔을 받으려고 손을 뻗는다.

그러다 한 순간 영숙, 주스 잔을 놓친다. 강진의 눈 앞에서 노트북으로 떨어지는 주스잔.

강진, 잡으려고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주스는 노트북에 다 쏟아지고 잔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강진, 당황하며 순간 표정이 하얗게 굳고.

우정과 재현, 출근해서 들어오다가 무슨 일인가 바라보는.


영숙 : 어머, 어떡해!!.. (옆에 놓인 티슈각의 휴지를 뽑아 강진의 노트북을 닦는다)

강진 : (당황하는) 잠깐만. 잠깐만요. (노트북을 휴지로 닦는 영숙의 손을 잡는다, 영숙으로 인해 더 노트북이 엉망이 되기 전에)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우정과 재현, 놀라서 달려 오는.


재현 : 뭐야? 노트북에 뭐 쏟은 거야?

우정 : (아찔한 표정 지으며 푸후우....입김을 내뿜는)

영숙 : 어머, 어떡하니, 어떡해.....컴퓨터 고장 난 거 아냐?

강진 : (난감하지만 애써 웃어주며)....아니예요......걱정 마세요.


시간 경과.

회의 테이블에 용채와 경수,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노트북을 살펴 보고 있다.

강진, 그들 뒤에 서서 잔뜩 곤혹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고.

재현(강진보다 더 죽을 상을 하고)과 우정도 심난한 표정으로 팔짱 끼고 지켜 보고 있는.


재현 : (애가 타서) 어떻게 드라이로라도 말려 보면 안될까?

경수 : (안되겠다는 듯 고개 저으며) 아무래도 전문 수리점에 맡겨야 될 거 같은데요?

강진 : 복구 할려면 얼마나 걸릴까?

용채 : 적어두 하루는 걸릴 겁니다.

강진 : (얼굴을 부비며 돌아 버리겠다)

우정 : 오늘 저녁까지 마쳐야 되는 시안 아냐?

재현 : 아 진짜....어머닌 것다가 주슬 쏟으시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우리 일하는 거 한 두 번 보시나?!!

강진 : (이층에 있을 영숙이 신경 쓰여) 됐어. 그만 해.

재현 : 그 클라이언트 성격 칼 같은 거 몰라? 이딴 식으로 신용 안 지키면 짤릴 수도 있어, 우리!!

강진 : (재현의 입을 탁 막는다) 그만 하라 그랬다.

재현 : (강진 손을 치우며 애가 타서) 그거 캔슬되면 손해가 얼만데.

강진 : 손해난 거 만큼 내 월급에서 까.....됐지? (....손가락으로 이층을 가리키고, 말 조심하라고 입에 손가락 대 보인다)

우정 : (그런 강진을 보는....영숙에게 참 지극 정성이다 싶다.)



17. # 강진 이층 거실


강진, 영숙을 걱정하며 응접실 쪽으로 온다. 영숙, 생각에 잠겨 빨래를 개고 있다.

강진, 영숙 앞으로 와 앉으며 같이 빨래를 갠다.


영숙 : (강진을 보며) 어떻게 됐니?

강진 : (미소 지으며).....잘 복구 됐어요. 걱정 마세요.

영숙 : 으응....다행이네....(별로 크게 기뻐하지 않고....다시 빨래를 개는)

강진 : (영숙의 반응이 약간 당혹스럽지만....같이 빨래를 개며) 요즘 입을 옷 없으시죠? 제가 옷 한 벌 사드릴까요?

         좀 있다 저랑 백화점 나가실래요?

영숙 : ......(대답 않고 빨래 개며....강진을 보지 않고)...지완이 말이야.

강진 : .......

영숙 : 결혼 시켜야겠다.

강진 : (흠칫)

영숙 : 여자 애 나이 그만하면 적은 것도 아니구.....올해 넘기기 전에 결혼 시켜야겠어.

강진 : (당황하고 있는)

영숙 : .....그리구, (강진을 바라보며) 너두....일만 하지 말구, 너한테 맞는 짝.....하루 빨리 찾아서 결혼해.....

강진 : (빨래 개다가......영숙과 눈빛 마주치고 씁쓸하게 웃는)



18. # 지완 병원 휴게실


진경과 부산, 테이블 위에 부산이 가져 온 와플과 커피 펼쳐 놓고 앉아 있다.


진경 : (부산의 뺨을 기특하다는 듯 톡톡 치며) 잘했어. 잘했어.....엄만데 그럼 용서해 드려야지. 자알 했어.

부산 : 근데, 나랑 같이 살자니까.....싫대.

진경 : 너만 누워두 꽉 차는 방에 같이 살 데가 어딨니? 미스신 언니랑 같이 살면 좋은데, 그 언니두 남자 생겼지?

부산 : 응. 산적 같은 놈 하나 생겼어.

진경 : (푸후 한숨 쉬다가 저 편에서 인턴과 얘기하며 걸어오는 지완을 발견하고 지완을 향해 손을 흔드는)

지완 : (진경과 부산을 발견하고 인턴과 헤어져 휴게실 테이블로 와 앉는다. 부산을 보고 인사하는) 안녕. 오랜만이다.

부산 : 안녕...

진경 : 부산이가 와플 구워 왔어. 좀 먹어. 새벽부터 병동 도느라 한 끼도 못 먹었지?

지완 : (고개 끄덕이며) 와, 맛있겠다. 잘 먹을게. (하며 와플을 우걱우걱 맛있게 먹는데)

진경 : 부산이 지네 엄마랑 화해 했대.

지완 : ...(빙긋 웃으며).....잘 했네....잘 했다.

부산 : 근데....우리 형은 아직 아냐.......엄마 보러 가자니까 싫대.

지완 : (마음이 안 좋다...와플을 맛있게 먹다가...조금씩 뜯어 먹는데)

진경 : 진짜 싫어서 싫다 그러겠냐?......지완이 엄마 땜에 어쩔 수 없이 마음에두 없는 소릴 하는 거지.

부산 : 그래. 맞어. 그거는..

지완 : (점점 맘이 편치 않다....와플을 입에 문 채 멈추고 있는)

진경 :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도 못하구 강진 오빠가 뭐 홍길동이냐?

부산 : 우리 엄마두....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도 못하구.

지완 : ........

진경 : 흐으응...불쌍한 강진 오빠....엄마가 돌아오셔두 맘대루 같이 살지두 못하구.

부산 : 우리 엄마두.....아들이라구 아들 집에 맘대루 가 보지두 못하구....

지완 : (결국 테이블을 탕 치며 벌떡 일어난다)


부산, 진경, 흠칫하며 지완을 보고.


지완 : 무슨 와플이 이렇게 맛이 없냐? 밀가루 반죽 치대 논 것도 아니구....괜히 입만 버렸네....니네들이나 많이 먹어라....

         (하며 휙 가버린다)


부산과 진경, 어이없다는 듯 가는 지완을 보는.



19. # 지완 병원 한적한 곳 (지완의 아지트. 강진과 만났었던)


지완, 심난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와 털석 주저 앉는다.

눈치 없긴 하지만 부산과 진경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괴롭게 이 마를 부비며 진경과 부산의 말을 떠올리는.


진경(E) : 흐으응...불쌍한 강진 오빠....엄마가 돌아오셔두 맘대루 같이 살지두 못하구.

부산(E) : 우리 엄마두.....아들이라구 아들 집에 맘대루 가 보지두 못하구....


지완, 강진을 생각하며....미안하고 맘이 아프다.

지완, 핸드폰을 꺼내 물끄러미 보다가 강진에게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 액정 화면에

하트를 그리려다....말고.......다시 하트를 그리려다......차마 못 그리고......만다.

지완, 맘이 편치가 않다.



20. # 속옷 가게


지완, 춘희에게 가져 갈 속옷을 사러 왔다.


지완 : (점원에게) 나이는 한 50대 중반 정도 되셨는데요....입으실 만한 내복이랑 속옷 좀 보여주세요.


지완, 점원이 내주는 내복과 속옷을 품 안 가득 닥치는 대로 집어 든다.



21. # 춘희 커피 노점 (늦은 오후)


춘희, 종이컵에 커피를 타서 정성스럽게 휘저어서 앞에 선 남자(50대 초반 정도), 앞으로 내민다.


춘희 : 자. 이번엔 진짜 맛있게 탔어.....다시 한번 마셔봐, 오빠.


50대 남자, 미심 쩍은 표정으로 춘희에게 커피를 받아 들더니 한 모금 마시고, 두 모금 마시는 듯 하더니 다시 퉤퉤 뱉어낸다.


춘희 : 왜 그래? 정말 그렇게 맛이 이상해? 인 줘봐....(하며 남자에게서 커피 뺏으려고 하는데)

남자 : (춘희의 손을 탁 거칠게 쳐내며) 특제 고급 커피 좋아하시네. 이거 그냥 커피 믹스 타 주는 거 아냐?

         이딴 거 먹을 거면 길거리 자판기 커피 뽑아서 먹지, 천원이나 내면서 돈 아깝게 왜 사 먹어?

춘희 : 정말 특제 커피 맞다니까....청계산 약수 끓여서 넣구, 호텔에 들어가는 재료 다 넣어서....

남자 : (O.L.) 내가 얼마나 입이 고급인데....호텔 커피 밖에 안 먹는 사람인데, 내가....

         어디서 천원이나 받아 처 먹구 사람을 속일라구....

강진(E) : 호텔 가서 처 먹어, 그럼.


춘희, 흠칫 놀라서 보면, 강진, 춘희 리어카 앞으로 온다.

춘희, 당황해서 강진을 보고.


강진 : (남자를 보며) 호텔 가서 처 먹으라구, 아저씨!

남자 : 야! 너, 뭐야?!

춘희 : ......강진아.....

강진 : (지갑에서 만원짜리 두 장 꺼내서 남자의 얼굴에 던져 주며) 이 돈 갖구 호텔 커피 처 드시구,

         다신 여기 얼쩡거리지 말라구, 아저씨!... (매섭게 노려 보며) 죽여버리기 전에.

남자 : (강진의 살벌한 눈빛에 잔뜩 겁을 먹고....그래도 얼른 만원짜리 주워 도망가는)

춘희 : !!!! (당혹 스러움으로 강진을 보는)

강진 : (잔뜩 속상한 눈빛으로 춘희를 보는)



22. # 근처 삼겹살 집


강진과 춘희, 삼겹살과 소주를 놓고 앉아 있다.

강진, 소주병을 따서 춘희의 잔에 따라 준다. 춘희, 그런 강진을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다.

강진, 소주병을 테이블에 놓자, 춘희, 소주병을 들어 강진의 잔에 따라주려는데.


강진 : (잔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건조하게) 운전해야 돼.

춘희 : 그래, 니 팔뚝 굵다. (하며 소주병을 내려 놓고, 소주잔을 원샷한다.)

강진 : (말 없이 구워진 삼겹살을 춘희의 앞 접시에 놓아준다. 춘희는 보지 않고)

춘희 : (그런 강진을 멀건이 보다가......) 지랄 칠려구 왔냐?

강진 : (말없이 삼겹살만 뒤집는)

춘희 : 그 미친.....녀...(년 하려다가....) 서 영숙이 쓰러 뜨렸다구 지랄할라구 왔지?

강진 : .........

춘희 : 그래. 나 때문이다. 왜? 내가 영숙이 쓰러뜨렸다. 어쩔래?!!

강진 : .......(표정 없이 보는)

춘희 : 그래서, 니가 날 팰거야? 어쩔 거야?....죽일거야? 살릴거야? 에미를?!!!

강진 : (말 없이 다시 춘희의 소주잔에 소주만 따라 주고)

춘희 : 나, 그 년 또 찾아 갈거야! 이번에 찾아 가면 확 머리채라도 잡고 그 년 멱살이라두 잡구 내 아들 내노라 그럴거야!!....

         못 할 거 같냐?!! (소주잔 들어서 원샷하려는데)

강진 : (춘희 팔목을 탁 잡고) 천천히 마셔.

춘희 : (흠칫 하다가.....강진이 시키는대로.....조용히 잔을 내려놓는)

강진 : 아파트 알아 보구 있어. 넉넉 잡구 삼주 내루 입주할 수 있다니까....거기서 부산이랑 같이 살어.

춘희 : .......넌?.......넌?!!

강진 : 생활빈 앞으로 내가 주께........커피 장사두 그만 둬.

춘희 : 너언?!!......난 너랑 같이 살구 싶어! 한 집에서!!

강진 : 허리 아프다며? 파출부도 써.....돈 걱정은 하지 말구.

춘희 : 너랑 같이 살구 싶다구, 이 자식아!!....파출부, 아파트 다 필요 없으니까....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에 살아두 너랑 같이 살고 싶다구!!!

강진 : (말없이.....보는)

춘희 : 같이 살자. 강진아....에미랑 부산이랑 우리 셋이 같이 살자.....같이 살자아....

강진 : (결국 자기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서....한 모금.....마신다)

춘희 : (그런 강진을 보다가....) 그만 했음 됐어. 삼년이면 됐어.......그 정신 나간 년은 지 딸 년한테 줘 버리구 우리 같이 살자.

강진 : (잔 내려 놓으며)....그럴 수 없어.

춘희 : (눈빛 흔들리는)

강진 : 그럴 수....없어..

춘희 : 강진아.

강진 : .........밥두 좀 먹지?....밥 시켜 주까?

춘희 : 너나 많이 처 먹어. (강진을 서운하게 보다가.....소주병 들어 병째로 꿀꺽꿀꺽 마신다)

강진 : (먹먹하게 춘희를 보는)



23. # 춘희 집 앞 (밤)


지완, 춘희집 앞 현관 턱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들바들 떨며 춘희를 기다리고 있다.

지완 옆으로 춘희의 내복과 속옷이 든 커다란 쇼핑 봉투 두 개 놓여 있고.

지완, 시계를 보다가....춘희가 아무래도 많이 늦어지나 싶어....하는 수 없이 일어선다.



24. # 춘희집 앞 골목


가로등 불빛이 을씨년스럽다.

지완, 쇼핑 봉투를 그대로 들고 내려오다가 저 앞으로 뭔가를 발견하고 당혹스런 표정이 된다.

저 앞으로 얼근하게 취한 춘희, 비틀거리며 가고 있고.....그 뒤를 강진이 불안하게 보며 뒤따라 오고 있다.

지완, 당황해서 얼른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강진과 춘희는 지완을 보지 못 하는)

춘희, 술 기운에 휘청하며 넘어질 뻔하자 강진, 얼른 춘희를 잡는다.


춘희 : 누구세요?

강진 : (마음이 아프다....자신 목의 머플러를 춘희에게 감아준다.)

지완 : .........(숨어서 당혹스럽게 보고 있는)

춘희 : (눈빛 잠깐 떨리다가.....)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이것 좀 놔, 이 자식아....

         (강진의 손을 거칠게 쳐 내버리고 비틀거리며 가는)

강진 : (다시 춘희의 뒤를 다시 따라가는)

춘희 : (얼마 정도 걸어가다가......다시 넘어질 듯 비틀거린다)

강진 : (춘희 앞으로 가더니 등을 대고 앉는다)

춘희 : ........

강진 : 업혀.

지완 : ..........

춘희 : (먹먹하게 보다가) 저는요 댁이 뉘신지 잘 모르겠다니까요.....내 아들인 줄 알았는데 내 아들도 아니라 그러구......

         제가 모르는 사람 등에 왜 업힙니까?

지완 : (먹먹하게 보는)

강진 : 업혀!!

춘희 : 모르는 사람 등에 내가 왜 업히냐구요!!!.....말 만한 아들이 둘 씩이나 있는 년이 모르는 분한테 왜 업히냐구?!!

         진짜 웃기시는 분이네....

지완 : ......(마음이 무너진다)

강진 : (계속 등을 대고 앉아 있는)......

춘희 : 좀 비켜 달라니까요.....비켜요오.......(앉아 있는 강진을 걷어차며) 비키라구! 비켜어! 비키라구! 이 정신 나간 놈아!!.....

         지 에미두 몰라 보는 이 미친 놈아!!!

강진 : (아프지만....묵묵히 앉아 있는)

지완 : (마치 자기가 맞고 있는 것처럼 통증이 온다)

춘희 : (식식거리고 노려보는)

강진 : (묵묵하게) 업혀....차 마담.

춘희 : (눈가가 벌게져서)

지완 : (...아프다)

강진 : ..........



25. # 일각 길


강진, 춘희를 업고 간다. 춘희, 강진의 등에 얼굴을 대고 가며.....구슬프게....나즈막히 노래를 부른다.


춘희 : 사랑을 팔고 사는 꽃 바람 속을......너 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등불...

강진 : (예전에 자신이 춘희에게 불러줬던 그 노래다....가슴이 콱 막혀 오는 것 같다)


예전 강진의 노래로 O.L. 되며.



26. # 플래시백 (3회 #51. #52. 강진 사무실, 춘희 다방)


전화로 춘희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강진.


강진 :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27. # 일각 길


춘희 : 아내의......나갈 길을.......너는.....(술 기운에 점점 잠 속으로 빠져 드는)

강진 : ..........(있는 힘을 다해 담담하게)


지완, 먹먹한 표정으로 어미를 업고 걸어가는 강진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8. # 강진 아뜨리에 마당


강진, 차를 몰아와 멈춘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가슴의 통증으로 머리를 시트에 기댄 채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

뻐근하게 저려오는 가슴을 힘 주어 누르는.

아뜨리에 1층에 불이 켜져 있다.



29. # 지완 인턴실


지완, 가운으로 갈아 입으며 미처 전해 주지 못한 쇼핑 봉투를 멀건이 보다가.....강진 생각에 마음이 다시 심난해 진다.

단추를 채우다 말고 인턴실 벽에 등을 턱 기대는......



30.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작업실로 들어서면 불 환하게 켜져 있고.

우정, 바닥을 무릎으로 열심히 기며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열심히 쓰레기통들도 뒤져가며.


강진 : 퇴근 안 하셨어요?

우정 : .......어. (열심히 기며 쓰레기통과 바닥들을 뒤지는)

강진 : 뭐하세요?

우정 : USB를 잃어버렸어. 계약서 원본이 담긴 건데.......귀신 곡할 노릇이네, 진짜....분명히 낮에 내 책상에 있었는데.

강진 : 밤도 늦었는데 내일 찾아 보세요.

우정 : 재현이가 불안하다구 하두 지랄을 쳐 가지구....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걱정 말구 올라가서 주무세요오, 대표님......

         (강진 보며) 되게 피곤해 뵌다.

강진 : (피식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우정 : (안쓰럽게 보다가....문득 생각이 난 듯) 아, 쓰레기 봉투!....밖에다 내 놓지?.....안 갖구 갔겠지? 설마?

         (얼른 밖으로 뛰어 나간다)

강진 : (우정을 돌아보다가 피곤한 듯 자기 의자로 가 털썩 앉으며 눈을 감는다)



31. # 강진 아뜨리에 마당


우정, 묶어 놓은 쓰레기 봉투 두 개를 뜯어서 일일이 열심히 뒤져 보기 시작한다.



32.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시간이 꽤 지났다.

우정, 작업실 안으로 들어서며....강진을 보고, 강진 앞으로 다가가더니 책상을 똑똑 노크 한다.

강진, 눈을 뜨고.....눈 앞의 우정을 본다.


강진 : (피곤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며) 아직 못 찾으셨어요? 같이 찾아 드려요?

우정 : 찾았어. USB는.

강진 : (근데요? 하는 표정)

우정 : ....이거......(손을 내민다. 손바닥 위에 사진이 올려져 있다. 강진의 가족사진이다.

         네 조각 정도로 찢겨지고 구겨진. 세 조각만 있는.)

강진 : !!!!! (충격 받는)

우정 : 이거 되게 아꼈던 사진인 거 같은데.....무슨 일인지 모르지만...뭘 찢기까지 해?

강진 : (창백해진 채 사진 조각을 들어서 보는....)

우정 : 그래두....유일하게 있는 어머니 사진 아냐? 괜히 욱해서 찢었다 나중에 후회한다? 나처럼?

강진 : (얼어 붙은 표정으로 창백해 진 채 사진 조각을 보고 있는)

우정 : (강진의 표정을 살피며) 자기가 찢은 거 아냐?

강진 : (책상 서랍을 열어 보다가 이층 서랍에 둔 것을 생각 해내고 그대로 이층으로 올라간다.

         찢어진 사진을 손에 움켜쥐고 있다.)

우정 : (어리둥절한...강진이 찢은 건 아닌 것 같다....그렇다면.....)



33. # 강진 방


강진, 사진을 넣어 두었던 서랍을 열어본다.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었던 서랍이 헝클어져 있다. 가족 사진은 당연히 없다.

강진, 갑자기 온 몸에 힘이 풀리는 듯...침대에 털썩 앉으며 찢어진 사진을 본다.

이게.....대체.....무슨 일인가? 누가 이런 짓을 했나? 열심히 생각한다......영숙이 밖에 없는데.....설마.....당혹스럽다.

벌떡 일어서는 강진.



34. # 영숙 방


강진, 영숙방 앞에 서서 영숙방을 들여다 본다.

영숙, 곤히 잠들어 있다. 강진, 무척 혼란스럽다. F.O.



35. # 지완 병원 외경 (아침)



36. # 환자 병실


지완, 한 병상 침대 매트리스에 손 쑤욱 집어 넣어 뭔가를 찾고 있다.

환자(60대 할아버지), 지완 뒤로 서 있고. 다른 침대에 환자도 흥미롭다는 듯 지켜 보고 있다.


환자 : 아, 거 참.....없다니까 그러네.

지완 : (매트리스 안에서 소주병-반병 정도 먹은-찾아낸다) 귀신을 속여 ,할아버지.....

         자꾸 이렇게 술 감춰두구 드시면 정말 쫓아 낼거예요?!!....이건 압수예요!!



37. # 병원 복도


어제 강진 일에 대한 가슴 아픔 때문에 다시 기운이 쑥 빠진 지완, 가운 주머니에 소주병 꽂고 털레털레 가다가

문득 걸음 멈추고 소주병을 들어서 보다가....잠깐 갈등하다가.....뚜껑을 열고 입으로 가져가는데.

이때, 지완의 뒤통수에 딱 날아드는 서류철.

지완, 아야! 하며 흠칫해서 보면.....과장, 서늘한 표정으로 서 있다.


과장 : 짤릴려고 니가 아주 발악을 하는 구나?

지완 : 괴로운 생각이 자꾸 떠올라 가지구.....그냥 냄새만 좀 맡아볼려구...(하다가 문득 생각이 든 듯) 저 지금부터 오프거든요?

과장 : (손목 시계보며 픽 비웃는) 너 아직 오프 아니거든? 정확히 48초 전이거든?

지완 : (시이하는 표정으로 보는)

과장 : (지완의 손에서 소주병 채서 뺏으며) 시말서 써서 내 책상 위에 제출 하구 가......시말서가 맘에 안 들면 사표두 좋구.

         (휙 돌아서 가버리는)

지완 : (죽을 상 짓는)



38. # 부산 카페


영숙, 카페에 앉아 있다. 미스신, 영숙을 얄밉게 보며 물 잔을 탕 하고 놓아준다.


미스신 : 앞으로는요 직접 가져다가 드세요. 저희 가게 셀프거든요? 셀프가 무슨 뜻인진 아시죠?

영숙 : ....알아요.

미스신 : 멀쩡하네. 아니 그렇게 멀쩡하신 분이...(하는데)

지완(E) : 엄마!!


지완, 카페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미스 신에게 인사하며.

미스 신,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완을 보다가 휙 지완을 스쳐서 가고.

지완, 영숙 앞으로 온다.


지완 : 오다가 일이 좀 있어갖구.......경동시장 갈거라면서? 바루 일어나지 뭐.

영숙 : 잠깐만......앉어봐.....소개 시켜줄 사람이 있어..(하다가 카페 문 쪽을 향해 반갑게 손 들어 보이며) 여기요!!!

지완 :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면)


카페 문을 열고, 한 남자(맞선남, 30대 초반 정도. 귀티가 흐르는 미남), 영숙에게 인사하며 들어서고 있다.

주방에서 나오던 부산, 미스신과 함께 어리둥절하게 맞선남을 보는.


지완 : (의아한 표정으로 맞선남을 보는데)

영숙 : (환하게 웃으며) 어서 와요. 여긴 우리 딸이예요. 이름은 한 지완.

맞선남 : (지완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며) 첨 뵙겠습니다. 박대원입니다.

지완 : (어리둥절하고 황당하고)

영숙 : (지완에게) 여긴 펀드 매니저로 계시는 분인데.....우리 뒷집 박 검사님 동생 분이셔.

지완 : (어안이 벙벙한)

맞선남 : 사진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반갑습니다.

지완 : (어이가 없는데)


미스신과 부산, 한쪽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벙해서 보고 있다.


영숙 : 자, 그럼....난 그만 자릴 피해 줄테니까 두 사람이 직접 얘길 좀 나눠 봐요. (일어나는데)

지완 : 뭐야? 엄마? 이게?

영숙 : (말 함부로 한다고 눈짓주며 맞선남에게) 우리 딸이 맞선이라 그럼 부끄럼도 많구 질색을 해서

         말을 안하구 그냥 불렀어요.....잘하구 와. 지완아......미스터 박만 믿어요....(핸드백 챙겨 서둘러 나가려는데)

지완 : (당황해 있다가......영숙도 듣게 큰소리로 맞선남에게) 죄송합니다. 더 실례하기 전에 솔직하게 말씀 드릴께요....

         저.....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영숙 : (흠칫 당황해서 지완을 돌아보는)

지완 : (어이 없어하는 맞선남에게 시선 주며) 그런데 엄마가 반대를 하세요.

영숙 : 지완아!!

지완 : 여기도 일부러 부르신 거 같애요. 그 남자가 여기서 일하거든요....

         (하다가 벙쪄 있는 부산을 향해 손 들어 보이며) 부산아!!!

영숙 : (기가 막힌)

지완 : 이리 좀 와봐, 부산아!!!

부산 : (어리 둥절한 표정으로 얼떨결에 지완 앞으로 간다.)

미스신 : (황당해 있고)

영숙 : (지완의 엉뚱함에 어이가 없는)

맞선남 : (하얗게 질려서 황당해 하고)

지완 : (부산이 가까이 오자 부산을 향해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첨 만난 게 언제였지?

부산 : (계속 어리둥절해 있다가....) ..고등학교 1학년때.

지완 : (완전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맞선남에게) 들으셨죠? 저희가 이렇게 세월이 깊어요.....저희 이런 사이예요.

영숙 : (기가 막혀 창백해지는)

지완 :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위기는 모면했지만.....마음이 안 좋다)



39. # 아뜨리에 근처 공원


강진, 혼자서 농구하고 있다. 하얀 임김을 내뿜으며....드리블을 하고, 슛을쏘고, 점프를 하고......

겨울이지만, 온 얼굴이 땀으로 젖어 있다.



40. # 플래시백


조각 조각 찢겨졌던 강진의 가족 사진.



41. # 아뜨리에 근처 공원


혼란스러운 마음을 떨쳐 내려 미친 듯 농구를 하던 강진, 가픈 숨을 몰아쉬며 결국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버린다.

힘겹고 거친 숨을 내뿜는....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저 앞으로 우정, 강진을 발견하고 다가온다.


우정 : 대표님!

강진 : (자기 생각에 빠진 채 거친 숨을 뱉어 내고 있다가...눈을 감는)

우정 : (강진의 앞으로 와 서서....강진을 갑갑하게 바라보다가....) 차 강진!

강진 : (그제야 다시 눈을 뜨고 우정을 보는)

우정 : 어머니 오셨어.

강진 : .......(숨만 헐떡이며....표정 없이....영숙을 말하는 줄 알고)

우정 : 차 강진 진짜 어머니......우리 아뜨리에에 오셨다구.

강진 : (흠칫 눈빛이 흔들리는)

우정 : (손 잡고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어 준다)

강진 : (당황해 있는)



42. # 강진 아뜨리에 주방


강진, 우정과 함께 아뜨리에로 들어서는데. 춘희, 주방에서 찻잔 놓고 앉아 자기 생각에 잠겨 있다.


강진 : (그런 춘희를 당혹스럽게 보는데)

우정 : (답답한 표정으로 춘희와 강진을 번갈아 보다가) 대표님 들어오셨습니다! 차는 입맛에 맞으셨어요?

춘희 : (그제야 강진을 본다...담담하게)

강진 : .......(춘희의 출현에 어쩔 수 없이 긴장하는)

우정 : 오늘 박 태준네서 회의 있는 거 알지? 우리 팀들은 거기루 다 가 있으니까, 대표님도 적당하게 오세요.

         (춘희에게 목례하고는 한쪽에 둔 가방과 파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는)

강진 : (춘희와 긴장 어린 눈빛 마주치고 있다....어떤 말도 못하고)

춘희 : 뭘 그렇게 당황해? 내가 못 올데 왔냐?

강진 : .........

춘희 : 아까 전화로 물어보구 영숙이 없다 그래서 왔어. 금방 갈거야.

강진 : ........

춘희 : (가방에서 소박하게 포장한 작은 선물을 내민다)....장갑이야....어제 보니까 맨 손으로 다니는 거 같애서.

강진 : ..........

춘희 : 건축 하는 애들은 손이 중요하다던데 니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구 장갑을 안 껴?

강진 : ........(그대로 있는)

춘희 : 왜? 시장 물건은 안 껴? 인제 백화점 것만 끼냐?

강진 : (그대로)

춘희 : 둬라, 그래.....부산이 주지 뭐. (하며 선물을 집어 넣으려 하는데)

강진 : (선물 상자를 탁 잡는다)

춘희 : !!

강진 : (선물 상자를 뜯어서 보는......소박한 가죽 장갑이 들어 있다.)...소가죽이야?

춘희 : (눈빛이 짧게 흔들린다)......몰라. 비니루는 아냐, 그래두.

강진 : (장갑을 껴 보는)

춘희 : ......(눈빛이 흔들리는)



43. # 강진 아뜨리에 근처 길 / 지완 차 안


지완, 운전해서 가고 있고, 영숙, 조수석에 앉아 찢어지게 지완을 노려 보고있다.


지완 : (영숙의 시선 의식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게 왜 말두 안하구 이상한 짓을 벌여?

영숙 : 이상한 짓? 과년한 딸, 시집 좀 보내겠다는 게 그게 이상한 짓이야?

지완 : 내가 액면 나이는 좀 많지만, 워낙 동안이라서 한 삼 사년은 괜찮아. 그렇게 조급해 안해두 되세요, 여사님.

영숙 : 니 오빠도 올해 안 넘기구 결혼 할거래. 너두 그 전에 가.

지완 : (흠칫! 영숙을 보는)

영숙 : 그러기루 했어. 조만간 선도 보겠대. 니 오빤.

지완 : (강진이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어 당혹스럽게 잠깐 웃고...앞을 보고 운전해 가는)

영숙 : (그런 지완의 표정을 보는)



44. # 강진 아뜨리에 마당 앞


강진과 춘희, 마당으로 나온다.


강진 : 데려다 주께.

춘희 : 됐어. 걸어나가 차 타면 돼....일하러 가야 된다며?

강진 : 나 없어도 되는 회의야.....(차 세워 둔 곳으로 가는데)


이때, 영숙을 태운 지완의 차, 아뜨리에 앞으로 와 멎는다.

강진과 춘희, 지완의 차를 보고 당황하고.. 차 안의 지완과 영숙도 강진과 춘희를 보고는 당황한다.

강진, 당황하다가....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영숙과 지완을 보는...

춘희 역시 이왕 이렇게 된 거....당당하게 영숙을 보는.

영숙, 잠깐 눈빛이 흔들리다가 차에서 내린다.

지완, 당혹스럽게 영숙을 보다가....운전석에서 내려 서고.


영숙 :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춘희야......

춘희 : (애를 쓰지만 다시 당황한다.) 어....

강진 : ........(긴장하고 있는)

지완 : ..........(역시 긴장한)

영숙 : 안 그래도 너 찾아 볼려구 그랬었는데.....그때, 너 많이 놀랬지?

춘희 : (당황하고 있는)

강진 : (긴장하고 있는)

지완 : (역시 긴장으로)

영숙 : 미안해.....내가 몸이 좀 아파서....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자꾸 까무러쳐.....

         오랫만에 친구가 왔는데.....너무 큰 실례를 했어, 내가.

춘희 : ........(영숙의 반응도 몹시 의외다.....당황한 채)

강진 : ........(긴장을 풀지 못하고)

지완 : .........(역시 긴장을 풀지 못한 채)

영숙 : 왜 벌써 나가? 나 만나러 온 거 아냐?

춘희 : ......(당황하다가) 맞어.....너 만나러 왔는데....니가 없다 그래서....

강진 : .......

지완 : .......

영숙 : (춘희에게 다가 와 춘희 손을 잡으며 미소까지 지으며) 우리 애들이랑 같이 밥이나 먹자. 밥 먹구 가....

         (순간 얼어 있는 춘희를 보다가 강진에게) 이 분 엄마랑 되게 친한 친구야.........인사 드렸어?

강진 : ........(차마 대답을 못하고 있는)

지완 : (지금 이 상황이....돌아버릴 것 같다)



45. # 강진 아뜨리에 외경 (늦은 오후)



46. # 강진 아뜨리에 주방


강진, 지완, 춘희, 영숙, 식탁에 앉아 있다.

강진과 춘희, 나란히 앉아 있고, 지완과 영숙, 나란히 앉아 있다.

영숙, 생선을 발라서 강진의 밥 위에다 올려 준다.


강진 : (곤혹스럽고)

영숙 : (강진을 흐뭇하게 보며) 우리 아들 잘 생겼지? 춘희야?......

         얼마나 착하구 효잔지 몰라....3년 동안 지 에미 병 수발 하며 한번도 힘들단 소리두 안 하구.

강진 : (돌아버릴 것 같지만)

지완 : (밥을 먹다가 사래 들려 캑캑거리는)

춘희 : (애써 시선을 외면하려 하며 밥만 먹고)

영숙 : 참! 너두 그때 아들이 있다구.....그랬었던 거 같은데......니 아들은 뭐하니?

강진 : !

지완 : !

춘희 : (당황하다가)....모르겠어.....어디서....뭘하구 있는지......

강진 : .......(쥐고 있던 젓가락에 힘을 꾹 주는)

지완 : (그런 강진을 보는)

영숙 : 아들이 어디서 뭘하구 있는 지 그것도 몰라? 엄마가?

강진 : .......

춘희 : ......그러게.....내가 워낙 정신 없이 사는 년이다 보니까....자식 새끼들이 어디서 뭘하구 있나 그것도 못 챙기구 사네......

강진 : .......

영숙 : (마치 농담하듯이) 그럴 거면 자식은 왜 낳니?

강진 : (흠칫)

춘희 : (흠칫해서 날카롭게 보는)

지완 : 엄마.

영숙 : (격앙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럴거면 자식은 왜 낳았냐구? 책임지지도 못할거면서?

지완 : 그만 해. 엄마!

강진 : (식탁 밑으로 손을 내밀어 춘희의 손을 꼭 잡는다. 참으라고)

춘희 : (노려 보며 입술을 깨물고)

영숙 : (밥을 먹으며 계속 말을 하는) 텔레비전 보니까 말 못하는 짐승들도 지 새끼는 다 거두구 살더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두 지 목숨이 위험한 일이 생겨두......저 혼자 살자구 지 새끼는 안 버리더라구.

지완 : (O.L.) 엄마!!!

춘희 : (눈가가 벌게진다...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하는데)

강진 : (식탁 밑으로 잡은 춘희의 손을 더 꼭 힘주어 잡는다)

영숙 : (지완 보며) 텔레비전 보니까 그렇더라구.....(춘희를 보며) 오해 하지 마. 너 보구 한 말 아냐, 춘희야.....

         설마 내가.....너 보구 한 말 아닌 거 알지?

춘희 : (벌떡 일어서며)......저기....나....일이 있어서 좀 가봐야 될 거 같애....밥 잘 먹었다. 그만 가볼게.

         (옆에 둔 코트 챙겨서 밖으로 나가는)

지완 : 아줌마.

강진 : (벌떡 일어나서 춘희를 뒤따라 나가려 하는데)

영숙 : 가지 마.

강진 : (보는)

영숙 : 가지 마.

강진 : (당혹스럽게 보는)

지완 : !

영숙 : (심한 현기증을 느끼는 듯) 아우.....내가 몸이 또 왜 이러지......엄마....방에 좀 데려다 줄래?

강진 : (곤혹스럽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완 : (기가 막히는 표정으로 보다가) 내가 가볼게. 오빠...(뒤 따라 나가는)

영숙 : 어우우.......(현기증 느끼며 테이블에 엎드리는)

강진 : (눈가가 서늘해 진 채.....가슴이 터질 것 같다)



47. # 강진 아뜨리에 마당


춘희, 참담한 표정으로 마당을 걸어 나온다. 휘적휘적....쓰러질 뻔하며.

지완, 현관문을 열고 춘희를 뒤쫓아 나온다.


지완 : 아줌마!

춘희 : (돌아 보지 않고 가는)

지완 : (달려 가서 춘희를 잡는다) 아줌마!

춘희 : (지완을 밉게 노려 보며 손을 뿌리치는데)

지완 : (다시 잡으며) 죄송해요. 저희 엄마 지금 정상 아니신 거 아시잖아요.

춘희 : (다시 손을 뿌리치고 가려는데)

지완 : 키 갖구 나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춘희 :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아뜨리에 쪽을 보는)



48. # 영숙방


강진, 영숙을 부축해서 침대에 눕혀 준다. 영숙, 힘겨운 듯 눈을 감는다.

강진,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고, 나가려는데. 영숙, 강진의 옷 소매를 꽉 잡는다.


강진 : (흠칫)

영숙 : 가지 마.

강진 : (보는)

영숙 : (눈에 눈물이 그렁해져) 무서워.....가지 마. 엄마 옆에 있어. 응?

강진 : .........

영숙 : 엄마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가지 마. 응? (옷 소매를 꼭 그러잡고 있는....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강진 : .......(춘희가 걱정돼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지만....어쩔 수가 없다.....

         어차피 이 분도 내 어머니 때문에 상처 입은 환자가 아닌가....

         망설이다가.....바들바들 떨리는 영숙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49. # 강진 아뜨리에 마당


지완, 외투 입고, 가방 챙겨서 나와 보면, 춘희의 모습은 없다.


지완 : (두리번 거리며 찾는) 아줌마!.......아줌마!!


춘희, 이미 떠나 버린 듯.....어디에도 춘희의 모습은 없다.

지완, 난감한 표정 지으며 아뜨리에 쪽을 보다가.....춘희를 뒤쫓아야 되겠다싶어 차 시동 걸며 자기 차가 있는 쪽으로 간다.



50. # 영숙방


강진, 영숙 옆을 떠나지 못하고 서 있다. 영숙, 눈을 감은 채......강진의 옷은 꼭 그러잡고 있다.

이때, 강진의 핸드폰으로 문자 알림음 들린다.

강진, 핸드폰을 보면, 지완에게서 온 문자다. [아줌마한텐 내가 가볼께. 걱정 마요.....지완]

강진, 허탈한 표정으로 영숙을 멀건이 보고 있는.



51. # 춘희 집 앞 (밤)


지완, 바들바들 떨며 춘희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족발이 든 봉투 옆에다 놓고.

이때, 가까이로 적막을 뚫고 사람의 발걸음 소리 들리고, 멈추는 소리 들린다.

지완, 문득 고개 돌려 보면......춘희가 서 있다.


지완 : (벌떡 일어서며 밝게) 어디 갔다 오셨어요? 한참 기다렸잖아요.

춘희 : (서늘하게 굳어서 보고 있는)

지완 : 태워다 드린다니까 그냥 가버시리구.....제가 얼마나 찾았는데......

춘희 : (무표정하게 지완을 스쳐서 가는데)

지완 : (춘희를 졸래졸래 뒤쫓아 가며) 족발 좋아하세요? 죽이는 족발 사갖구 왔는데.....저하구 소주 한잔 하실래요?



52. # 영숙방


강진, 영숙의 침대 옆에 주저 앉아 있다.

영숙은 이제 잠이 든 듯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고 있다. 강진의 옷 소매를 꼭 잡고 있던 손도 힘이 풀렸는지 이제 놓고 있다.

강진, 영숙이 이제 완전히 편안히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일어서는데.

이때, 한 켠에 놓여 있던 영숙의 핸드폰에서 문자 알림음 들린다.

영숙, 그 소리에 잠깐 인상 찌푸리지만.....잠이 든 듯...눈을 뜨지는 않는다.

강진, 영숙이 혹시 잠에서 깰까 영숙의 핸드폰을 끄려고 하다가 문득 영숙에게 온 문자를 본다.

[산청 납골원입니다. 어제 전화 주셨던 아드님 유골함 교체껀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강진의 표정, 충격으로 굳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산청 납골원....아드님 유골함.....

그렇다면....그렇다면...영숙이 자신의 아들의 실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얘긴가...... 기억이 돌아왔다는 얘긴가......

언제부터? 대체 언제부터?

강진, 충격으로 하얗게 굳어서 영숙을 본다. 영숙, 아무것도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다.


강진 : (충격으로..............하얗게......굳어서...........)



53.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불도 켜지 않은 아뜨리에 작업실.....작은 스탠드 불만 켜져 있다.

강진의 눈빛이 무섭게 떨린다.


강진(E) : 좀 전에 문자 받고 전화 드렸는데요....저희 어머니가 그 쪽으로 전화를 하셨었습니까?

남자(E) : 아, 예....한 지용이라고.....12년 전에 돌아가셨던 아드님이요.....

             유골함도 옥으로 새로 바꾸구 싶구, 더 좋은 장소로 옮기구 싶다구.....



54. # 플래시백


영숙을 부축하던 자신의 손을 떼어내던....예전과는 달랐던. (15회 #6)

노트북에다 쥬스를 쏟던 영숙. (15회 #14)

노트북이 잘 복구 됐다는 말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지완을 결혼시켜야겠다고 말하던.

자신에게도 빨리 짝을 찾으라고 말하던. (15회 #15)

주방에서 밥을 먹으며 춘희를 향해 악담을 하던 영숙. ‘짐승도 자식은 버리지 않는다’고.....(15회 #48)

춘희를 따라 나가려던 강진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던. (15회 #50)



55.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의 표정, 창백하게 굳어 있다. 영숙은 기억이 돌아온 게 분명하다....그런데....그런데 왜.....


강진 :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왜 거짓말을 하세요, 근데?........왜 그러세요?......어쩌시겠다는 거예요?.....아줌마?


강진, 기가 막힌다.



56. # 춘희 방


춘희, 벽에 등을 기댄 채 이불을 덮고 쪼그리고 앉아 있다. 멍한 동공.

지완, 개다리 소반에 족발과 소주를 놓고 앉아 있다.

지완, 춘희의 눈치를 살피며 상추에 족발을 싸서 소주 잔과 함께 무릎 걸음으로 춘희 앞으로 온다.


지완 : 아....

춘희 : (거들떠 보지도 않는) 안 먹어.

지완 : 아.....입 좀 벌려 보세요. 한 입만 드셔 보세요.

춘희 : (여전히 미동도 않는)

지완 : 점심도 제대로 못 드셨잖아요. (춘희의 입을 벌리려 하며) 아아....(하는데)


춘희, 지완의 손을 거칠게 휙 쳐내 버린다. 그 바람에 지완의 손에 들려 있던 상추 쌈, 방 바닥으로 흩어지고.


춘희 : 안 먹는다는데 왜 귀찮게 굴어!!.....나가! 꺼져!

지완 :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뭐 방구들이예요? 꺼지게?.......

         (방바닥에 흩어졌던 족발과 상추를 자기가 주워서 먹으며) 음식 이렇게 함부로 하면 죄 받어요, 아줌마.

춘희 : (서릿발처럼 노려 보는)

지완 : (그 눈빛에 흠칫하며)......죄송해요.....제가 대신 사과 드릴께요.

춘희 : (지완을 노려 보며) 우리 강진이 언제까지 저러구 살아야 되니?

지완 : ........

춘희 : 언제까지 저러구 살아야 되냐구, 저 자식?

지완 : .........(소주잔의 소주를 마시려다가) 아. 차 갖구 왔지 참. (하고 소주잔을 내려 놓는다)

춘희 : 언제까지 저러구 살아야 되냐구우우!!!!!

지완 : 오늘까지요!

춘희 : (흠칫 보는)

지완 : 딱 오늘까지 만요!

춘희 : ......무슨....뜻이야.....그게?

지완 : (피식 서글프게 웃더니) 진짜 족발 좀 안 드실래요?......30분이나 기다려서.....새치기까지 해가면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사왔는데.....(개다리 소반 앞으로 가더니 족발을 우걱우걱 먹는다.....마음에 결심을 한....)



57. # 강진 아뜨리에 앞


지완의 차, 와서 멎는다.

운전석의 지완, 강진의 아뜨리에를 멀건이 바라본다.



58. # 강진 아뜨리에 작업실


강진, 작업실 의자에 멀건이 기대 앉아 있다. (스탠드 불빛 하나만 켜져있는)

지완, 안으로 들어선다.

강진, 지완이 온 줄도 모르고.....멍하니 넋 나간 듯 앉아 있다. 마음의 격정은 어느 정도 가신 듯.

지완, 강진을 보고 다가오더니 강진의 의자 옆에 털석 주저 앉는다.

강진, 인기척에 돌아보는.


지완 : (강진의 의자 팔걸이에 머리를 기대는)

강진 : (지완을 보는).......

지완 : (강진을 보지 않고) 아.....피곤하다........진짜 진짜 긴 하루였다.....그쵸?

강진 : .........(지완을 보다가 앞을 보는...)

지완 : 3초만....딱 3초만 있다가 갈께요. (눈을 감는)

강진 : (지완을 보는....지완이 좀 이상하다 생각하지만....자기도 지금 너무 감정이 당혹스럽고 혼란스럽고 힘들어...

         현재 지완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앞을 보는)

지완 :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강진 : (지완의 눈물을 보지 못한 채......자신도 괴롭게 눈을 감는)

지완 : .........

강진 : ..........


F.O.



59. # 강진 아뜨리에 외경 (아침)



60. # 영숙방


영숙, 안색이 창백해져 당혹스럽게 지완을 보고 있다.

지완, 커다란 트렁크에다 영숙의 옷가지와 짐을 싸고 있다. 방 안에 영숙의 옷가지들 어지럽게 널려 있다.


영숙 : 너...지금......뭐하는 거야?

지완 : 나랑 살자, 엄마.....우리 병원 근처에 조그만 아파트 하나 얻었어. 거기 가서 나랑 살자....

         나 따뜻한 밥도 좀 해주구, 빨래두 좀 해주구....나하구 같이 살자구, 쫌!!!

영숙 : (어이가 없어) 지완아!!

지완 : 나하구두 같이 살자구! 나두 자식이잖아, 나두!! 오빠 말구 나두 엄마 자식이잖아!!

영숙 : (당황한) 지완아....

지완 : 엄마 인생엔 오빠가 다야? 오빠가 전부야?!!.....오빠가 없음 세상이 끝나?! 세상이 무너져?!!

영숙 : 너....왜 그래?

지완 : 그럼 난 왜 낳았어? 오빠만 낳지 난 왜 낳았어? 공부 못하면 자식두 아냐? 일등 못하면 자식두 아냐?

         못나구 뒤떨어지면 자식두 아냐?!!

영숙 : 지완아아!!!

지완 : 엄마 인생에 오빠 말구 나두 있다는 거 기억 좀 해줘! 좀 모자라구 못났지만 나두 엄마 자식이라는 거 기억 좀 해달라구!!


이때, 방문 벌컥 열리며, 강진, 들어온다.


강진 : (방안의 모습을 보고 어이 없어 하며, 지완을 보며) 무슨...짓이야?

지완 : (강건한 표정으로) 오늘부터 엄마, 내가 모시구 살거야! 그렇게 알어!!

영숙 : (어리둥절해 하고)

강진 : 한 지완!!

지완 : (강진을 보며) 너만 잘나구, 너만 대단하니? 한 지용?!!.......

         지난 13년 동안 내가 너 따라 잡아 볼려구 얼마나 죽을 각오로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 왔는지 알어?......

         너, 이제 그만 비켜! 꺼져!! 엄만 내가 모실거야!! (다시 짐을 싸기 시작하는데)


강진, 짐을 싸고 있는 지완의 팔을 탁 잡는다.


지완 : (흠칫 노려 보는데)

강진 : 짐 풀어!......(당황해 있는 영숙에게 시선 주며) 어머닌...(다시 지완을 보며) 내가 모셔!

지완 : (어이 없어서 노려 보는)

강진 : (어떤.....굳은 결심을 한 표정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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