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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9.12|조회수6,384 목록 댓글 21

[신사의 품격] 01

 

 

 

 

 

 

 

 

 

 

S#1. 장례식장. 낮. (4월)

 

블랙 수트 차림의 모델 같은 포스로 나란히 서 있는 네 남자의 뒷모습.

앵글 넓어지면 네 남자 앞에 펼쳐지는 장례식장 풍경..

장례식장을 바라보는 숙연한 얼굴의 네 남자...

 

도진Na : 불혹이란.. 언제든 지인을 떠나보낼 수 있는 나이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한 가지다...

최윤Na : 돈 많은 제약회사 상무..

 

카메라, 한 중년 남성의 영정사진 비추고...

 

태산Na : ..의 전직 모델 출신 미망인..

 

카메라, 슬픔에 잠긴 미망인(20대 후반) 비추고.. 블랙 원피스 핏이 예술이다.

 

정록Na : ..의 친구들도 역시 모델.

 

카메라, 미망인 친구들 비추면, 올 블랙의 빛나는 미모의 여인들...

몇몇은 미망인을 부축하고, 몇몇은 슬픔에 잠겨 서 있고, 몇몇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단정히 손을 모아 잡고 서서 그녀들을 바라보는 네 남자의 흐뭇한 미소...

정록은 능숙한 솜씨로 결혼반지 빼서 주머니에 넣고...

 

도진Na : 그것이 입장료 같은 부조금을 내고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다.

 

앞 팀의 조문이 끝나고 네 남자의 차례가 온다.

네 남자 구두 벗고 올라가려는데, “잠시 만요”하며 새치기 하는 누군가...

네 남자 멈칫하고 보면, 사십대 초반의 여자와 한 사내아이다.

 

여자 : (아이에게 영정사진 가리키며, 나직하게) 인사해, 아빠야.

네남자 : (띵!!)

모델들 : (헉!! 뭐란 거야?)

미망인 : 어∼ 너였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와 오길! (여자 머리채 잡는다)

 

순식간에 뒤엉키는 두 여자. 마구 우는 아이.

모델 친구들 몇몇은 말리고, 몇몇은 어떡해.. 발 동동.. 그 중 한 여자 울고..

네 남자, 의연하게 그 모습 보다가 동시에 각자 할 일 하는.

태산은 싸움 뜯어 말리고, 정록은 넷의 조의금 봉투에 이름 써서 내고, 윤은 영정에 헌화하고,

도진은 손수건 꺼내 누군가에게 내미는.

울고 있던 모델 친구 싫지 않은 표정으로 손수건 받으려고 하면,

도진 무릎 세우고 앉는.

보면, 울고 있는 아이에게 내민 손수건이고...

 

 

S#2. 어느 거리1. 다른 날 낮. (4월)

 

검정 수트 빼입은 네 남자, 멋지게 걷고 있다. 그 위로..

 

도진Na : 그리고 불혹이란.. 그 어떠한 일에도 의연하게, 품격을 지킬 수 있는 나이다.

 

“신사의 품격” 타이틀 뜨고...

 

 

S#3. 화담건축사무소 앞. 다른 날 낮. (4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차에서 내려 가방과 도면 들고 건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도진.

건물 앞에서 커피 들고 기다리던 최팀장 도진 향해 다가가 커피 건네고 도면 받으며,

 

최팀장 : 작년에 준공한 서초동 빌딩 있잖습니까.

도진 : 무슨 문젠데 자리에 앉을 시간을 안 줘.

 

 

S#4. 화담건축사무소/ 사무실 안. 낮. (4월)

 

사무실 복도 걷는 도진과 최팀장.

70여명 정도가 일하는 사무실이다. 부서별로 파티션 혹은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설계용 큰 모니터와 듀얼 모니터도 보인다.

이미 출근한 직원들, 몇몇 서서 함께 도면 보고 이야기도 하고, 울려오는 전화도 받고,

몇몇은 작업대에서 건축할 미니어처 작업에 열중이고, 몇몇은 유리벽에 보드마카로 설계도 그려가며 회의 중이다.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들이고...

도진이 자신들 옆 지나가면 “좋은 아침입니다”, “오셨습니까.” 가볍게 인사 건네는 직원들.

도진, 계속 최팀장과 이야기 나누며 자기 방 향해 간다.

 

도진 : 누수?

최팀장 : 네. 그저께 폭우 때문에요. 시간당 100미리 강우량에 맞춰 시공한 배수관이 시간당 120미리가 넘게 오면서 못 견뎌내고

            15층에 누수가 발생했는데 건물주가 (도진 눈치 보며) 고소를 하겠다고..

도진 : 누굴. (복도 끝의 방문 똑똑 노크하곤 대답도 들리기 전에 문 열고) 오늘 로엘 병원 미팅, 본부장님이 대신 가주세요.

본부장 : 제가 말입,

도진 : (대답 끝나기도 전에 문 닫고 다시 최팀장에게) 시간당 120미리를 퍼부은 하늘을?

         대한민국을 아열대기후로 바꾼 지구 온난화를? 아니면, 설계도 무시하고 지 맘대로 100미리짜리 갖다 시공한 시공산가?

         그도 아니면 100미리짜리로는 안 된다, 수차례 경고한 우릴?

최팀장 : 아무래도..

도진 : 온난화지? (더는 말할 필요 없다는 듯 가는)

최팀장 : (머리 벅벅 긁으며 빠지면)

여비서 : (서류 건네며) 소장님, 송회장 리조트건 계약섭니다. (하고 빠진다)

 

도진, 계약서 넘겨 읽으며 코너 도는데,

김건, 무선 전화기 든 채 두리번거리다 도진 발견하고 달려오며,

 

김건 : 소장님, 현장에서 임 소장님 전홥니다. 핸드폰 안 받으신다고.

도진 : (젠장.. 걸음 멈추고) 나 있다고 했어?

김건 : 나 있다고 했어? 하면, 존경심 따위 버려도 좋다고...

도진 : (끙.. 전화기 받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며) 음, 나야.

태산F : 고따구로 목소리 쫙 깔고 전화 받지. 너 내 전화 왜 씹어. 왜 씹어!

도진 : (책상으로 가 앉으며) 우리가 나눠야할 대화 내용이 달콤하지 않아서?

 

 

S#5. 빌딩 공사 현장. (4월)

 

10층은 족히 넘어 보이는 빌딩 건축 현장이다.

태산,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고 안전모 쓴 채로, 전화 하며 건물 내부를 걷는다.

태산 뒤로 현규 외 현장 관계자들 10여명 모두 안전모 쓴 채로 따라온다.

 

태산 : 죽여 버릴라! 너 진짜 이럴 거야? 우리 지금 나랏돈 받아 예술 하냐?

도진F : 건축가는 자신이 그은 선에 책임이 있어.

태산 : 있지, 있는데, 우리도 뭐가 남아야 책임을 질 거 아냐! 단가 차이가 무려 일곱 배야. 송회장은 OO이든 XX든 상관이 없어요.

         내가 똥으로 벽을 쌓겠습니다 해도 친환경이라 그럴 사람이란 말이야. 이제 사업 좀 피니까 다시 말아먹고 싶냐? (말 없고..)

         여보세요? (보면 끊긴) 이게... (다시 거는) 너 왜 끊어!!

/도진 : 난 비난에 익숙지 않아. 수고. (또 끊는)

태산 : 여보세요. 야! 여보세요!

현규 : 반품하고, 다시 주문서 넣을까요?

태산 : 됐어! 지 설계 자존심 지키다 지 월급이 니 월급보다 적어지는 꼴을 꼭 보고 만다, 내가.

 

 

S#6. 백화점. 다른 날 낮. (4월)

 

가죽 장갑 두어 개 놓고 고르고 있는 이수.

 

직원 : 특별히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이수 : (음..) 장갑을 끼는 순간 선물한 사람이 갑자기 예뻐 보이면서 손도 막 잡고 싶어지는데 가격은 엄청 싸고 튼튼한 거요.

직원 : 하하. 이 제품이 딱 그런데.

이수 : (웃으며) 포장해 주세요.

직원 : 네, 손님. 혹시 이니셜 새겨드려요?

이수 : 숫자도 상관없죠?

 

 

S#7. 거리 + 정록 카페 앞. 낮. (4월)

 

쇼핑백 들고 거리 걷는 이수. 그때, 빗방울 투둑.. 어? 비오네?

후드 뒤집어쓰며 일단 제일 가까운 커피숍 처마 밑으로 뛰어드는 이수.

/창가에서 작업 중인 도진. 손에 연필 들고 있고, 옆에 지우개 놓여 있다.

창밖 이수의 기척에 반사적으로 시선 들었다 어? 비오네?

자신들도 모르게 같은 방향(빗방울)을 바라보는 이수와 도진...

그러다 어깨의 물기 털어내며 무심코 시선 돌리던 이수, 빗방울 바라보는 도진 발견한다.

이수의 시선에 도진도 이수를 본다.

그렇게 둘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영화처럼 시선 멈췄고..

그때, 도진의 눈을 가리는 희고 가는 손가락. “누구게~” 애교 섞인 목소리.

 

도진 : (누구게의 손 떼어 내려는데, “으음” 애교부리며 버티자) 손 뜨겁다.

         (하며 떼어내고 이수 있던 자리 보면, 이수는 없다. ‘갔네...’ 정도의 가벼운 표정)

누구게 : (도진 시선 따라 창밖 보며) 누구 있어?

도진 : (시계 보며-25분 전이고) 우리 약속 3시 아니었나?

누구게 : 오빠 보고 싶어서 좀 밟았지.

도진 : 그래도 대화는 세시부터 하는 걸로. (도면으로 돌아가는)

 

누구게, 기막힌 얼굴로 보다 도진 옆에 앉으면,

카운터 앞에 서 있는(누구게에 가려 안 보였던) 이수 보인다.

 

 

S#8. 정록 카페 안. 낮. (4월)

 

이수, 카운터에서 카드 서명 중이다.

 

정록 : (카드와 영수증 내밀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수 : (미소로 답하고, 카드 받아 지갑에 꽂는데, 전화 벨 울리는. 보면, 태산이고. 손에 든 쇼핑백 보며 들뜬 표정으로 받는)

         네, 태산씨. (사이) 아뇨, 안 바빠요. 말씀하세요. (사이) 궁금하신 거요? (심장 쿵쿵..) 뭔데요? 뭔지 되게 궁금하다.

/태산 : (담백하게) 다른 게 아니라 제가 연애를 한 번 해볼까하고요.

/이수 : (심장 더 세게 뛰는) 연애..요?

/태산 : 네. 지난주에 이수씨 따라 야구장 왔던 친구 분 말입니다. 골프 치신다는.

이수 : (!! 표정 창백한..)....

도진 : (이수 등 뒤에서 쟁반 정리대에 내려놓으려다 어! 그 여자다.. 이수 보는)

태산F : 딱 제 스타일이라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하하 나 참...

이수 : ..문자 넣어드릴게요. (사이) ..네, 그럼. (끊는. 도진의 시선 모른 채 멍하니...)

도진 : (그런 이수 잠시 더 보다 쟁반 내려놓고 시선 돌려 정록 보며) 간다.

정록 : (커피 뽑으며) 어. 가. 멀리 안 나간다.

재식E : 사장님, 알바 면접 왔는데요?

정록 : (일하면서 시선도 안 주고) 이쪽으로 오라고 해. (대충 정리해놓고 고개 들어 알바생 보면, 예쁘다.

         표정 바뀌며 카운터 나오며) 이력서 좀 볼까요? (자리 가리키며) 비오는 창가에서.

 

알바생, 풋-웃으며 정록이 권한 자리로 앞서 가면 정록, 뒤따라가며 앞치마에 손 닦는 척, 반지 빼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그런 정록 뒤로 이수, 쓸쓸한 얼굴로 태산의 번호에 세라 번호 찍고 있고...

 

세라E : 임태산?

 

 

S#9. 골프 연습장 휴게실. 낮. (4월)

 

창밖에 비 내리고 있고 이수 테이블에 커피 놓고 앉아 있고

세라, 이수 옆에 서서 막 레슨 끝난 듯 클럽들 챙기다가,

 

세라 : 야구장에서 봤던 그 키 큰 남자? 직업이 뭔데? 돈 많아?

이수 : ...공대 나왔고 건축사무소 소장이야. 돈 많은지는 직접 물어봐.

세라 : 공대에 노가다야? (그때 핸드폰 울리자) 왔나보다. (액정보이며) 임태산 맞어?

이수 : (전화오자 은근 실망하는) ...음.

세라 : (핸드폰 무음으로 바꾸고 테이블에 툭- 던지며) 이 남자 성격도 급하지?

이수 : (!!) 안 받아?

세라 : 남자한테 비싸고 반짝이는 거 받고 싶음, 공대생 전환 안 받아야 하는 거야.

이수 : (마음 상한) 늘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연애가 어딨어. 태산씨, 좋은 사람이야.

세라 : 좋은지 안 좋은지는 단 둘이 골프, 쇼핑, 여행을 해본 후에 판단하는 거고.

이수 : 난, 20초면 충분했어.

세라 : (골프백에 클럽 넣다가) 누구?

이수 : ...예전에. 어떤 남자. 더 묻지 마. 말 안 할 거야.

세라 : 너 은근 비밀 많아? 갑자기 웬 비야. (E) 샵 예약 해 놨는데.

이수 : (시선 돌려 창밖 보다가 되뇌는) 갑자기... ..내 인생에도 갑자기, 무슨 일이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 가령, 사랑 같은 거.

 

창밖 보는 쓸쓸한 얼굴의 이수의 얼굴 위로 음악 흐르고...

 

 

S#10. 아름다운 벚꽃 길/ 다른 날 낮. (4월)

 

한 손에 작은 허브 화분 하나 들고 어딘가 향해 걸어가는 이수.

심플한 빨간 롱 니트 입고 다른 손에 지갑이랑 핸드폰만 들었다.

그런 이수 앞으로 벚꽃잎 하늘하늘 날리고...

이수, 문득 걸음 멈추고 올려다보면 온통 흐드러진 벚꽃 길이다.

벌써 벚꽃이 피는 계절이구나... 아련하게 풍경 바라보는 이수고...

 

 

S#11. 카페 거리/ 어느 카페. 낮. (4월)

 

가벼운 티셔츠 차림의 도진, 카페 창가에 앉아 미팅 중이다.

갤러리 도면 놓고 클라이언트에게 설명 중이고..

 

 

S#12. 카페 거리/ 갤러리 겸 상점 앞. 낮. (4월)

 

그림과 그릇들 전시되어 있는 예쁜 쇼 윈도우 보인다.

개업식 화분 몇 개 입구에 놓여 있고...

친구인 듯 주인 여자에게 화분 건네는 이수. 돈 많이 벌어, 정도의 담소 나누는 듯한 느낌이고...

 

 

S#13. 카페 거리/ 어느 카페. 낮. (4월)

 

미팅 끝난 듯 클라이언트와 악수하는 도진. 클라이언트 나가면 테이블 위의 연필 지우개 필통에 넣은 후 도면 챙긴다.

그러다 맨 뒷장에, 눈 마주쳤던 이수의 캐리커처(완성 덜 된) 발견한다.

잠시 이수의 캐리커처 보다가 생각 털어내며 다시 도면 챙기는 도진..

그런 도진의 테이블 창밖으로 거짓말처럼 지나가는 이수고..

 

 

S#14. 앤틱 소품점 앞. 낮. (4월)

 

가게 앞 가판에 예쁜 다이어리(새끼손가락에 빨간 실 묶여 있는 남녀 표지)와 지갑, 문구류, 인형 등등 소품들 놓여있다.

다이어리 집어 드는 손, 이수다.

/저만치에서 카메라에 찍힌 사진 넘겨보며 걸어오는 도진 보이고...

이수, 다이어리 맘에 드는 듯 펼쳐보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지갑 떨어뜨리는 바람에, 허리 숙여 줍는데,

바로 그때, 이수 뒤로 지나가던 도진과 이수의 엉덩이 부딪힌다.

이수, “죄송합니다” 하며 몸 일으켜 보면,

도진, 카메라에만 시선 두고 한 손 들어 괜찮다 표시하며 가는.

이수도 대수롭지 않게 다시 가판 위 소품들 보고..

/계속 걷고 있던 도진, 사진 다 확인한 듯 카메라를 가방에 넣다가 어?! 보면, 가방 버클에 빨간 털실 걸려있고...

뭐지? 가방에서 털실 풀어 들고 보면, 저만치 어딘가로 길게 이어져 있는 털실.. 오가는 사람들에 가려 누구 옷인지 알 수 없고..

도진, 실 당겨보는.

/드르륵.. 풀려나가는 이수의 롱 니트 뒤편.

이수, 그것도 모르고 소품 보고 있고..

/도진 빨간 털실 손바닥에 모으며 실 따라 되돌아가고..

행인들 그런 도진과 털실 번갈아 보며 호기심 어린 시선 보내고..

/이수, 다이어리 가격 확인하고 지갑에서 카드 꺼내는데,

 

도진E : 이것부터 해결하는 게 어때요.

 

이수, 고개 돌려 보면, 빨간 털실 한 움큼 들고 서서 이수 보고 있는 도진.

이수, 상황 인지 못하고 도진과 도진의 손에 들린 빨간 실 보는..

도진, 그런 이수 건조하게 보는.

마치, 빨간 실로 연결된 다이어리 표지 속 연인들 같고..

 

이수 : (왜 날 봐? 하다 그 순간 헉!!! 상황 깨닫고 엉덩이 보면 올 풀려 레깅스 속 팬티 보일랑 말랑.

         악! 비명 지르며 급한 대로 소품점 벽에 붙어 서며) 어떻게 된 거에요? 내 옷 왜 이래요?

도진 : (미간 좁히고 보다) 난 보면 안 되고 저 사람들은 봐도 되나보죠?

이수 : (뭐? 돌아보면 헉!! 그 벽은 유리벽이고!! 가게 안쪽 사람들 보고 있고..

         으악! 들고 있던 반지갑으로 최대한 가리며 울기 직전..) 어떡해... (정신 하나도 없는데)

도진 : (손에 들린 털실 롱 니트 앞판에 붙은 주머니에 밀어 넣어주며) 진정한 하의실종이네요.

이수 : (고개도 못 들고) 감사합ㄴ, 뭐라구요?

도진 : 집은. 가까워요?

이수 : (고개도 못 들고) 아니요...

도진 : (가지가지 한다) 차는 있어요?

이수 : (고개도 못 들고 또) 집에요...

도진 : (미치겠네.. 잠시 이수 보다가 결심한 듯) 다른 방법이 없네요. 갑시다. (하더니 대답할 틈도 없이 이수의 팔 당겨 백허그 하듯

         이수를 자기 앞에 세우고 한 손으로 허리 잡고 당겨 몸 밀착 시키고 앞으로 밀며) 걸어요.

이수 : (!! 쪽팔려 돌아보지도 못하고 떠밀려가며) 어딜요?

도진 : (허리 잡은 손으로 밀며) 댁이 멈추면 안 되는 이유 알죠.

이수 : (헉!! 얼굴 빨개지고..)

도진 : 스톱 할 때까지 직진.

이수 : (완전 창피하고.. 떠밀려 갈 수밖에 없고...) ..이 실 어디서 주우셨어요? 언제부터 이 상태였는지 모르겠어서..

도진 : 이런 걸 어디서 주워요. 그쪽 옷이 내 가방에 걸렸어요.

이수 : (!!) 그럼 (멈추고 고개 돌리며) 이거 댁이 이런 거예요?

도진 : (딱 밀착된!! 이수 건조하게 보며) 댁이 그런 거죠. 갑자기 튀어나오는 공격형 엉덩일 무슨 수로 피해요. 지금도 그렇고.

이수 : (뭐래? 하다 헉!! 급히 떨어지며) 죄송,

도진 : (허리 잡은 손 힘줘 방향 틀며) 걷기나 해요. 더 주목 받고 싶지 않으면.

 

이수, 뭐 이런 놈이! 하지만 선택의 여지없고...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미치겠고..

지나가는 사람들 그런 두 사람 모습 흘깃거리고...

도진, 전혀 아랑곳없이 이수 밀고 가고...

아슬아슬한 두 사람의 몸의 간격...

 

 

S#15. 악세사리 점 앞. 낮. (4월)

 

도진 : 스톱.

이수 : (보면, 악세사리 가게 앞이다. 여긴 왜? 의아한데)

도진 : (가판에 있는 악세사리 가리키며) 얼맙니까.

주인 : (찰싹 붙어 있는 두 사람 모습 보다.. 귀걸이 들어 보이며) 만원만 주세요.

도진 : 말고, 이거. (다시 정확히 가리키는. 가판 감싸고 있는 크림색 융단이고..)

이수 : ?!!

 

(시간경과)

도진, 융단 탁 털어 이수 뒤에 서서 융단으로 허리를 감싸 앞에서 묶는다. 마치, 백허그 하는 것 같고..

이수, 숨도 못 쉬고 서 있는데,

도진 이수 앞으로 오더니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묶인 융단 보다가 이내 셔링 잡더니,

가판대 위 코사지 하나 골라 셔링 위에 꽂아 고정시킨다.

빨간색 니트와 잘 어울리는 크림색 치마, 마치 진짜 스커트 같다.

 

도진 : (손 털며 일어나더니) 공격형 엉덩이에 잘 어울리네요.

이수 : (이 사람이!) 물론 제 잘못도 있지만,

도진 : 감사합니다. 참 친절하시네요.

이수 : 네?

도진 : 감사하다니 저도 기쁘네요. 그럼. (자기 말에 자기가 대답하고 돌아서서 가는)

이수 : 허! (황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멍하게 섰다가 도진 뒷모습에다) 고마워요, 고마운데,

         근데 암만 생각해도 이건 쌍방과실 같거든요?

도진 : (뒤도 안 돌아보고 멀어져가고...)

세라E : 맙소사.

 

 

S#16. 이수 집/ 세라 방. 밤. (4월)

 

세라(훅 파인 원피스. 거울 앞에서 인조 속눈썹 붙이던 중) 놀란 표정으로 이수 보면,

이수, 방금 샤워한 듯 편한 차림에 머리엔 수건 감싼 채 올 풀린 니트와 융단 들고 있다.

 

세라 : 그래서, 그러고 왔단 말이야?

이수 : (끄덕 끄덕)

세라 : (계속 화장하며) 으 쪽팔려. 나 같음 죽어버렸을 거야.

이수 : 나 살아 있는 거 언짢니?

세라 : 말도 안 돼. (인조 속눈썹 말아 올리며) 너 없으면 아침은 누가 해.

이수 : (꾹 참으며 크림통 열며) 어딜 가는데 화장만 한 시간이야. 속눈썹 붙이면 불편하지 않냐?

         (크림 덜어 이마, 양 볼에 동그랗게 찍는)

세라 : 코르셋은. 킬힐은 편해? 여자는 불편할수록 긴장하고, 긴장할수록 아름다워지는 거야. (속눈썹 다 붙이고 눈 깜빡 해본다)

이수 : (그때 현관 초인종 울리고) 누구 와? (신난) 아, 택배 왔나보다!

 

 

S#17. 이수 집/ 현관. 밤. (4월)

 

이수, 문 열면 말끔한 수트 차림의 태산 미소 띤 채 서 있다가, 엇! 이수 얼굴에 크림이...

 

이수 : (!! 예상 못한 태산의 등장에 심장 쿵!) 태산씨가.. 어쩐 일이세요..?

태산 : 와~ 이수씨가 갈수록 예뻐지시는 데엔 이유가 있었네요.

이수 : 네? 어우 아닌데, (하며 쑥스러워 이마 짚다가 헉!! 크림!! 바로 뒤돌아서 두 손으로 마구 크림 펴 바르고 찰싹찰싹 볼 때리는)

태산 : (같이 헉!!) 그러라고 그런 게 아닌데.. 좀 살살.. (그때)

세라 : (나오다 태산 보고) 잘 찾아 오셨네요?

태산 : 집이야 원래 알고 있었죠. 예전에 이수씨 몇 번 데려다드린 적 있어서.

이수 : (!!! 내가 아니라 세라 만나러 온 거야? 세라에게) ..어떻게 된 거야?

태산 : 이수씨 덕분에 저희 오늘 첫 데이틉니다.

이수 : (!! 당황한..어쩔 줄 몰라..) 모, 몰랐어요.. 연락하시는 줄... (세라 쳐다보면)

세라 : 너도 알잖아. 나 공대 출신 좋아하는 거. (구두 신으며) 나 늦어 기다리지 마.

이수 : (태산에게 창피해 급히) 나도, 나갈 거야. (마치 주머니에 핸드폰 있는 듯 손 넣으며) 전화가 계속 오네.

세라 : 니 핸드폰 화장대에 있던데? (하고 태산에) 가요.

태산 : 네. (하고 현관문 열며) 이수씨 다음에 봬요.

 

이수, 겨우 목례만.. 세라와 태산 현관 나가는.

둘이 나간 현관문 참담하게 보는 이수고...

 

 

S#18. 이수 집/ 이수 방. 밤. (4월)

 

무릎 끓어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이수. 발끝에 태산에게 주려던 장갑 보인다..

이수, 장갑 내려다보다가 뚜껑 닫더니 침대 밑으로 휙- 밀어 버린다.

쓸쓸해 보이는 이수의 얼굴 위로 크리스마스 캐럴 얹히고..

 

 

S#19. 겨울 풍경 인서트. 낮. (12월. 이하 동일.)

 

* 각종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인서트.

* 거리 쇼윈도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등..

 

이수E : 1년 동안 수고 많았다.

 

 

S#20. 학교/ 교실. 다른 날 낮. 12월 23일.

 

이수, 방학식 중...

 

이수 : 이번 방학이 끝나면 너희는 고2다. 고3보다 더 중요한 시기가 바로 고2다.

학생들 : 우- 어우- (야유)

이수 : 전설적인 투수 그렉 메덕스는 “투수를 위대하게 해주는 것은 팔이 아니라 뇌라고 불리는 두 귀 사이에 있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학생들 : (보는)

이수 : 고작 일주일 방학, 공부에 올인 하지 마라. 그거 더 한다고 수능점수 안 오른다.

학생들 : (환호성) 오오오-

이수 : 대신, 두 귀 사이에 있는 뇌로 ‘생각’이란 걸 해보자. 난 어디로 갈 것인지, 내 청춘이 어딜 향해 갔으면 좋겠는지.

         내 청춘은 뜨거울지 시시할지.

학생들 : 오오오-

이수 : 늬들 진로는 방청객인 듯 싶다만.

학생들 : (웃는)

이수 : 끝으로, 방학했다고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갈 수 없는 공간에서 사적으로 방학식 하다 걸리기만 해라?

         특히 단골 경찰서 있는 놈들, (동협 일당 째려보며) 사제지간에 정의구현할 일 만들지 말자~?

동협 : 째려볼 때 겁나 예뻐.

학생들 : (주변 사내 녀석들 킥킥 웃고..)

이수 : (꾹 참고..) 이상! 방학 잘 보내고, 다들 메리크리스마스다.

 

 

S#21. 케이크 전문점 앞. 낮.

 

케이크 손에 들고 문 열고 나오는 이수. 그때, 문자 온다. 보면,

[쌔엠∼ 이번 크리스마스도 아시죠^^ 윤이 오빠한테 제 미모 요즘 장난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완전 여신급이라고. 부탁드려요.ㅠㅠ

<발신자 : 메아리>]

 

이수 : (문자 보며 피식..) 애인 없는 것도 서러운데 제자 향단이 노릇이나 하고 있구.

 

 

S#22. 윤 로펌/ 윤 사무실. 낮.

 

이수, 케이크 들고 들어서며 인사하려다 “하하” 웃는.

보면, 윤 산타클로스 모자 쓰고 있다.

 

최윤 : (쑥스러운 듯 웃으며) 회사 방침입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이수 : (미소 앉으며) 잘 어울리시는데요?

최윤 : 웃겨도 안 벗을 겁니다. 머리 눌렸거든요.

이수 : 하하 (웃으며 케이크 내미는) 이건 메아리 마음.. (커피 내미는) 이건 제 마음.

최윤 : (케이크 보며) 매년.. 고마워요.

이수 : 메아리 부탁은 거절할 수가 없어요. 제가 아주 큰 약점을 잡혔거든요. (어깨 으쓱) 바람직한 사제지간이죠.

최윤 : (미소..)

이수 : (윤의 손가락에 결혼반지 보는.. 그런 윤 안쓰럽고....) 전화도 안 받고 메일 확인도 안 하고 문자해도 답 없다고

         걱정 많이 하던데..

최윤 : ....(말없이 케이크 보는.... 그때 노크 소리. 문 쪽 보면)

여직원 : 말씀 중에 죄송한데 긴급상황이라서요. (등 뒤 의식하며 말 못하는데)

민숙 : (직원 뒤로 문 확 밀고 들어오며 이수에게) 실례해요. (하고 윤에게) 이혼할래요.

최윤 : 크리스마스이브에요?

민숙 : 크리스마스 당일엔 바빠서요.

이수 : (와- 누군지 모르지만 포스 죽인다..)

 

 

S#23. 클럽 안. 다른 날 밤.

 

라운지 바 느낌.

바와 테이블에 사람들 앉아 있고, 춤추는 사람들도 있다.

빨간색 드레스 코드의 사람들도 꽤 보인다.

도진, 바에서 맥주 받아 들고 자기 자리로 가며 누군가와 손들어 인사. 세라다.

세라, 서너 명의 남자들과 이야기 중이다. 가슴 훅 파인 드레스, 어깨가 훤하다.

도진, 자기 테이블로 와 태산에게 맥주 내밀며 앉는 동시에, 태산, 재킷 들고 일어나며

 

태산 : 잠깐만. (세라 테이블 향해 가는)

 

도진, 맥주 내민 손 뻘쭘...

그때, 도진의 맥주병에 쨍! 건배하는 누군가.. 보면, 맥주 병 든 섹시녀 눈인사 하며 도진 맞은편에 앉고...

 

/23-1. 세라 테이블.

 

태산 : (세라 옆에 앉으며 들고 온 재킷 자연스럽게 세라 어깨에 걸쳐주며) 무슨 얘기들이 그렇게 재밌어요.

남자1 : 아, 세라 대학 때 얘기 하고 있었어요.

세라 : (태산이 걸쳐준 재킷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며) 죄다 뻥이야. 믿지 마.

범래 : 뭐가 뻥이야. 얘 후배들한테 엄청 무서웠거든요.

태산 : 아.. 그때부터 무서웠구나. (맞장구 쳐주며 다시 재킷 세라 어깨에 걸쳐주고)

범래 : 장난 아니었어요. (E) 집합 한번 걸면, 남자 애들도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니까요.

남자1E : 세라랑 동기인 게 진짜 고마운 거지.

세라 : (인상 찌푸리며 태산 쳐다보곤 다시 벗으려는데)

태산 : (어깨동무하며 팔 꽉 잡아 못 벗게 하며) 그쵸? 얘가 골프 안하고 육사 갔으면 별도 달았다고 얘가.

         (웃으며) 잠깐 나 좀 보자. 조용한데서.

세라 : 키스할거면 참아줘. 오늘 내 메이크업 포인트는 입술이거든. (재킷 벗어 놓고 일어나 먼저 나가는)

 

태산, 재킷 집어 들고 세라 뒤따라 앵글 밖으로 나가면 도진 테이블 보이고..

 

/23-2. 도진 테이블.

 

여자 : (요염하게 앉아서) 홍프로 남친 임태산씨 친구고, 직업은 건축가고, 이름은요?

도진 : 호구조사 별론데.

여자 : 난 감추는 남자 별론데. (작정하고 꼬시는) 애인은? 있어요?

도진 : 1년에 165일 정도?

여자 : 하하. 나머지 날엔 왜 안 만나는데요?

도진 : 만나요. 애인 아닌 다른 여자.

여자 : (띵!) 나 지금 바람둥이랑 마주앉아 있는 거예요?

도진 : 뭐 그렇게 참하고 조신한 남잔 아니에요.

여자 : 되게 쿨하다. 완전 내 스타일인데 어떡할래요?

도진 : 그래서 일어나려던 참이에요. (일어나며) 홍프로 남친 임태산씨 보면 먼저 갔다고 전해줘요.

여자 : (기막혀 보는데...)

 

 

S#24. 클럽 앞. 밤.

 

세라 : (앞서 나와 딱 서며) 화난 거 알아. 대체 왜 그래?

태산 : 내가 왜 그러겠냐. 그 새끼들 니 가슴만 쳐다 봐. 몰라?

세라 : 보라고 입은 거야. 나 몸매 끝내준다 자랑하는 옷이라고 이 옷은. 난 얼어 죽는대도 여기에 뭐 더 안 걸쳐.

태산 : 장담하는데 아까 그 자식들, 머릿속으론 이미 너 백번도 더 만졌어.

세라 : 남잔 다 그래. 잘 알 거 아니야. 왜 즐기질 못해 촌스럽게.

태산 : 애인이랑 같이 온 여자가 사내놈들한테 둘러싸여 하하호호 하는 게, 세련된 거고 쿨한 거야? 넌 그래?

세라 : 태산씨도 처음에 그랬어. 내 다리 힐끔거리고 가슴 훔쳐보고, 그래서 나한테 끌렸잖아. 그래서 시작했잖아 우리. 기억 안나?

태산 : (보다가 침착하게) 그래. 그랬어. 근데, (사이) 나니까 니가 괜찮은 줄 알았어. 착각했었네 내가.

         너 생각 이상이야, 나쁜 의미로.

세라 : (!!!) 무슨 뜻이야?

태산 : 나 니 애인이야.

세라 : 그거 누가 몰라? 저기서 우리 사귀는 거 모르는 사람 있어?

태산 : 그러니까. 근데도 넌, (참담한..) 니 옷보다도 날 배려하지 않았어.

세라 : !!!

태산 : 나 니 상대 아닌 거 같다. 넌, 내 인연 아닌 거 같고.

세라 : !!!

태산 : 그러니까 이쯤 하자. 그게 맞는 거 같다. 잘 살아. (그대로 돌아서는)

세라 : (그렇게 가는 태산 뒷모습 보는. 정말 이해할 수 없고...)

태산 : (세라 등지고 나오며 어딘가로 전화) 어디냐.

 

 

S#25. 정록 집/ 거실. 밤.

 

정록 멍한 얼굴로 핸드폰 귀에 대고 서있다. 방금 집에 들어온 복장.

 

정록 : 모르겠다. 천국인지 지옥인지. (핸드폰 끊으며 두려운 표정인데 말은) 와.. 와우! (보면)

민숙 : (탑으로 된 섹시한 산타 원피스에 산타 모자 쓰고 포즈 잡고 서있다) (시크하게) 메리 크리스마스, 허니.

         소년의 마음을 홀린다는 마성의 산타녀야. 알지? 다운로드 목록에 있던데.

정록 : (점점 두려운..) 아, 안 봐. 안 볼게. 정말 다신 안 봐.

민숙 : 설마 겁먹은 거야?

정록 : (김연아 버전 제스처) 리를 빗.. 마성의 산타녀는 나쁜 소년한텐 선물을 안주거든.

민숙 : 나쁜 소년한텐 안 줘도 나쁜 남자한테는 줘야지. 나쁜 남자는 섹시하니까.

         우리 섹시가이 이정록씨. 선물 받을 준비는 된 거야? (하며 작은 상자 흔드는)

정록 : (생각 없이 또 좋은. 상자 당겨 뚜껑 열며) 아, 뭐야. 뭘 이런 걸 또, (하다 헉!!)

 

상자 안 보면, 정록이 뺀 반지 들어 있고...

 

민숙 : (싸늘하게 웃으며) 낯이 익지? 자기 가게 앞치마 주머니에서 찾았어.

정록 : (능청) 아, 깜빡했다 깜빡. 아까 설거지할 때 걸리적거려서,

민숙 : (말 자르며) 알바 새로 들어왔더라? 예쁘던데?

정록 :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당신 설마 내가 반지 뺀 거랑 걔랑 뭔가 연관 지어서,

민숙 : 그럴까봐 내가 걔 잘랐어.

정록 : 짤랐어? (하다) 잘했어, 잘했어.

민숙 : 안 끼고 뭐해?

정록 : 끼고 있어. 끼고 있어. (손가락 들어 보여주며) 짠!

민숙 : (시크하게) 파티 끝. (무섭게 쏘아보고 방으로 들어가는)

정록 : (죽었다 싶고. 얼른 방문으로 달려가며 와이셔츠 단추 두 개 풀고 방문 앞에서 노크하며) 여보~ 박민숙~ 누나~

 

 

S#26. 이수 집/ 세라 방. 밤.

 

진공청소기 밀고 있는 이수. 그러다 엉덩이로 세라 화장대 툭 쳐서 마스카라 떨어진다.

이수, 청소기 끄고 마스카라 주워 들고 자기 엉덩이 거울에 비춰보며,

 

이수 : 공격형 엉덩이가 맞긴 맞네... (마스카라 올려놓다가 문득 관심 생기는. 거울 속 자기 눈 보는.

         마스카라 다시 한 번 쳐다보곤 화장대에 앉는데...)

 

 

S#27. 도진 아파트/ 작업룸. 밤.

 

편한 추리닝 차림의 도진, 와인 마시며 계속 하던 작업인 듯 미니어처(건물) 만들고 있다.

책상에 와인과 치즈 접시 놓여 있고... 그러다 치즈로 손 뻗는데, 부스러기만 남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하나 꺼내고, 옆에 놓인 펜(녹음기)도 자연스럽게 챙겨 나간다.

 

 

S#28. 골목. 밤.

 

추리닝 주머니에 손 꽂고 슬리퍼 터덜터덜 끌며 가는데, 도진 앞 막아서는 고딩 둘.

도진, 고딩들 보면, 동협이와 상현이다.

 

동협 : 메리크리스마스 아저씨.

상현 : 혹시 담배 하나 있으면 주실 수 있을까요?

도진 : 유감이지만 난 비흡연자야. 메리크리스마스. (가려는데)

동협 : (그런 도진 앞 막아서는)

도진 : (그런 동협 보는데...)

 

 

S#29. 이수 집/ 세라 방. 밤.

 

거울 보며 아래위로 속눈썹 붙이고 마스카라 잔뜩 칠하고 있는 이수. 창백한 쌩얼에 까맣게 부각된 눈, 흡사 사다코 같다.

만족스런 표정. 그때, 핸드폰 울린다.

 

이수 : (액정보고 미치겠네.. 상냥하게 받으며) 안녕하셨어요, 김 경장님.

 

 

S#30. 경찰서 안. 밤.

 

서로 얻어터진 얼굴로 앉아 있는 고삐리와 도진, 윤.

 

경장 : 정말이야? 정말 이쪽에서 먼저 시비 걸었어?

상현 : 그렇다니까요! 보세요. 사실 맞은 건 우리잖아요!

동협 : 친히 시비를 걸어오시는데 가만있기엔 저희가 또 너무 청춘이라서요..

최윤 : (왠지 아이들 말 맞는 것 같고... 도진에게 속닥) 진짜 니가 그랬냐.

도진 : (윤 확 째려봐주고) 설마, 지금 저 공상과학 진술을 믿는 겁니까?

경장 :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해서요.

도진 : (윤에게) 뭐해. 변론 안 해?

최윤 : (복화술로) 내 직업 말하지 마, 쪽팔려.

도진 : (후..) 제가 길을 가는데 저 두 청춘이 절 막아서는 겁니다. 담배 있냐면서. 그래서 제가,

 

/30-1. 골목. 밤. (도진의 진술)

도진 : 유감이지만 난 비흡연자야. 메리크리스마스. (가려하는)

동협 : (막아서며) 그럼, 저희 담배 사게 돈 좀 주실 수 있을까요?

도진 : (기막힌 얼굴로 보다가) 하- (더는 못 참고) 이 자식들이! 니들 어느 학교야. 학생이 어디서 담배를 펴!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이 어쩌군데, 특히 고딩들 건강에 해롭다, 써 있는 거 봤어 못 봤어!

최윤E : 왜 그래.

도진 : (돌아보면 윤 걸어오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어, 윤아.

최윤 : (치킨 든 봉지 손에 들려 있고..) 뭐야, 이 자식들. 어이, 고딩님들! (걸어오며) 일루와, 일루와.

 

/30-2. 다시 경찰서 안.

도진 : 이렇게 된 겁니다.

동협일당 : (허- 기막힌 표정)

도진 : (아랑곳 않고) 증명도 해드리죠. (일어나더니 펜(녹음기) 꺼내 책상 위 노트북 USB 단자에 연결하는)

최윤 : (다 안다는 표정이고..)

경장 : (궁금) 지금 뭐.. 하시는..

도진 : 여기서 경장님 설득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어서요, 제가.

         (헤드폰 연결해 들어보라고 건네며)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거든요.

 

(시간경과)

 

경장 : (헤드폰 벗으며) 이 자식들이! (하고 도진에게) 뭐, (갸웃..) 사실 확인은 됐습니다.

동협일당 : (뭐 됐다 하는 표정이고...)

경장 : 근데, 녹음을 하신 이유가...

도진 : 전 제 모든 일과를 녹음합니다. 이유, 궁금하시죠. (애들 쏘아보며) 법정에서 말씀드리죠. 합의는, 없는 걸로.

동협일당 : (잘못 걸렸다 싶고..)

경장 : (곤란하고) 일단.. 두 분은 가셔도 좋습니다. 애들 선생님이 곧 오신다니까 상황 전달하겠습니다.

도진 : 선생이란 자에게도 합의는 없다고 처벌받기 원한다고 반드시 전해주세요.

동협일당 : (미치겠고..)

 

 

S#31. 경찰서 앞. 밤.

 

경찰서 나오는 도진과 윤.

저 멀리 정문으로 이수 뛰어 들어오고 있고.

 

최윤 : 그냥 넘어가지? 법원은 그렇게 한가한 곳이 아니다. 그리고, 미성년자잖아.

도진 : 나보다 덜 맞았다고 이게. 열여덟이 무슨 미성년자야. (E) 걸음마를 못 띠었어, 한글을 못 깨우쳤어.

최윤 : (헉!! 이수 발견한 얼른 어딘가로 숨는)

도진 : (윤이 숨은 것도 모르고 혼자 성큼성큼 걸어가며) 고2면 자기가 휘두른 주먹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야.

 

이수 뛰어 들어오는. 혼자 떠들며 걷고 있는 도진과 스쳐지나가고...

 

도진 : 그리고 너 아까 그 자식들한테 휘말려서 나 의심했, (윤이 없고. 어디 있어?)

최윤 : (이수 들어가는 거 보며 숨은 곳에서 나오는)

도진 : 왜 그래.

최윤 : 아는 사람을 봐서.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아까 걔들 담임인가?

도진 : (바로 발걸음 뒤돌려 다시 경찰서로 걸어가는)

최윤 : (잡으며) 야야야! 우리 이거 억울한 건 맞는데, 절대 자랑은 아니다. 나이 사십에!

도진 : (!!)

이수E : 제발 부탁드립니다.

 

 

S#32. 경찰서 안. 밤.

 

놀란 얼굴의 경장과 동협 일당. 시선 따라가면,

눈만 시커멓게 화장한 이수, 열심히 설득 중이고...

 

이수 : 재판이라뇨. 이 어린 것들을, (동협 일당과 눈 마주치자) 눈 깔어! (하고)

         피해자 연락처요.. 열 한자리 다도 말고 딱 열자리만. 네? 어떻게 안 될까요?

경장 : 오늘따라 서 선생님 눈이 참...

이수 : (눈? 깜빡깜빡. 헉!!) 아, 눈. (두 손에 얼굴 묻었다가 창피하지만 방법 없자 손 내리고) 이건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얘들 문젠 경장님이 좀 도와주세요. 이러면 어떨까요. 경장님이 연락처를 알려주신 게 아니라 제가 훔친 걸로 하면.

경장 : (천장 코너 가리키며) CCTV.

이수 : 아.. (하다 책상 귀퉁이 명함 가리키며) 그거죠? 피해자 명함.

경장 : (이수보다 먼저 집어 들며)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합의 의사가 없다는데.

이수 : 없구나.. (명함 가리키며) 반만 찢어 주세요. 딱 반만.

동협 : 됐어요. 아까 조서 쓸 때 외웠어요.

이수 : 외웠어?

동협 : 그 정도 노하운 있죠. 한두 번도 아닌데.

이수 : 어이구 장해라. (공손) 그럼 저흰 이만. (험악) 이것들을 콱! (공손) 매번 감사해요. (험악) 40대 행인 둘에 고딩이 넷?

         여름방학 땐 그래도 또래랑 쪽수는 맞추더니. 니들은 디졌어! 따라와.

 

 

S#33. 운동장. 밤.

 

배트 쥐고 선 이수. 그 앞에 학생들.

그 앞에 공 가득 찬 박스와 배트 세워져있고.

 

성복 : (껄렁) 혹시 때리시게요?

상현 : (느물거리며) 에이, 쌤. 체벌은 불법인데요.

이수 : 억울하면 신고해. (박스 툭 치며) 천 개야. 니들은 천 개 다 던지고, 니들은 천 개 다 받아쳐.

         그럼 최소 2주는 팔 들지도 못하니까 어디 가 주먹질은 못하겠지. 죽도록 패서 못쓰게 만들고 싶지만 어쩌겠냐. 법이 그런데.

         니들은 법 안 지키고, 나는 지켜야하고. 진짜 억울해. 알아!!

동협 : .....

상현 : 혹시.. 참회의 시간인가요? 그냥 설렁탕이나 쏘시면서 설교나 하시죠?

성복 : 쏘주도 일 잔 하면서. (상현과 같이 킬킬대는)

동협 : (애들이 이수 놀리는 건 싫은. 목소리 쫙 깔고) 야. 분위기 파악 안 하냐?

일동 : (동협 눈치 보며 각자 글러브와 배트 들고 공 박스 들고 저만치로 가는)

이수 : (바닥만 보고 서 있고...)

동협 : ...죄송합니다..

이수 : 하지 마. 안 믿어. (그때,)

 

“어!” 놀란 목소리와 함께, 상현이 장난으로 던진 공 이수 쪽으로 날아오는.

이수, “어!” 소리와 거의 동시에 날아오는 공 맨손으로 턱!! 잡아내는.

 

일동 : (헉!! 놀라 굳어 이수 보는)

이수 : (완전 험악한 얼굴로 아이들 보다) 볼. (동협 보며) 넌 뭐해. 안 튀어 가?

 

 

S#34. 아지트 안. 밤.

 

바와 테이블, 당구대, 작은 무대가 있는 클럽.

무대 위, 아마추어 밴드가 캐럴 연주하고 있다.

손님들(젊은 유학생들) 꽤 보이는. 외국인도 더러 보이고..

정록, 바에 앉아 바텐더와 이야기 중이다.

 

바텐 : 어떻게 그 반지가 사모님한테 갔어요?

정록 : 내부 고발자가 있단 얘기지. 누군지 잡히기만 하면, (하는데)

바텐 : (문 쪽 보며) 어, 형들 오는데요?

정록 : (돌아보면 도진, 윤 다가오는) 뭐냐? 축성탄에? 얼굴 왜 그래?

최윤 : 니 걱정이나 해. 제수씨 이혼하겠대. 축성탄에.

정록 : (대수롭지 않게) 결혼기념일에도 그랬어. 얼굴 왜 그러냐니까?

 

(시간경과)

셋 맥주병 앞에 놓고 나란히 앉아 있다. 테이블에 펜 녹음기 놓여있고...

 

정록 : 그래서, 니네 둘이 17대 2로 싸웠다고. 그걸 지금 날더러 믿으라고.

도진 : 왜 안 믿어? 안 믿어서 니가 얻는 게 뭐야.

최윤 : 설마 우리가 고딩한테 맞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는데)

태산 : (자연스럽게 정록 옆자리에 앉으며 바텐에게) 나 데킬라 한잔.

정록 : 뭐야. 제일 재미 좋을 놈이. 세라씨는.

태산 : 쟤들은 얼굴에 뭐냐 저게?

정록 : 고딩들한테 맞았대.

윤/도진 : 아니거든!!

태산 : (항변 듣지도 않고) 약 한 4명에게 맞았네. (땅콩 씹으며) 상당히 쪽팔릴 텐데.

정록 : 삥은 안 뜯겼나 몰라.

태산 : 지들이 먼저 시비 걸었을 수도 있어.

윤/도진 : (째려보는. 그러다 도진 일어나자)

태산 : 어디가. 쪽팔려서? 에이, 얼굴 그 정도면 뭐 맹렬히 저항했네.

도진 : (이걸 콱! 꾹 참고...) 화장실 간다. (가면)

태산 : 어. (이미 녹음기에 손 가있고) 다녀와 다녀와. 파이팅 있게!

 

도진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녹음기 틀고 세 남자 머리 모아 듣는...

 

도진F : 유감이지만 난 비흡연자야. 메리크리스마스.

동협F : 그럼, 저희 담배 사게

 

 

/34-1. 골목. 밤. (녹음기 상황)

 

동협 : 돈 좀 주실 수 있을까요?

도진 : 차림을 보면 알겠지만 지갑을 놓고 나와서. (쫄지 않은 척 의연하게 버티는데, 주머니 속 만 원짜리 잡히고 헉!)

상현 : (도진 앞으로 다가오는) 그럼 실례지만 저희가 뒤져볼 수 있을까요?

도진 : (질수는 없고) 그래도 되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동협 : 선택권을 드린다는 얘기는 아니었어요. 손 빼시죠?

도진 : (쫄지 않으려 애쓰며) 내가 그럴 이유가 있을까? (하는데,)

동협 : (턱!! 위협적으로 도진 어깨 잡으며) 경고하는데 아저씨, 이제부터 말 짧으면 좀 곤란해.

도진 : (동협 눈 뚫어져라 보며.. 참담하지만 티 안내려 애쓰며) 아, 내가 그랬나요?

동협 : 손 빼라고.

도진 : (욕할 듯 빤히 보다) 하- 이 학생들 참.. (만원 꼭 쥐고 손 빼서 팔 벌리는)

동협 : 하- 이 아저씨 참. 보이네 거기.

도진 : (보면, 헉!! 손에 꽉 쥐어진 만 원짜리 끄트머리 보이고.. 그렇다고 꿇을 순 없다. 은근슬쩍 팔짱끼며) 좋아, 이렇게 하자.

         담배를 사자. 단, 치즈 사고 남으면. 한 갑이면 되잖아. 설마 둘 다 없는 거야?

동협 : (한 걸음 다가오며) 이 아저씨가 장난까시나. (하는데)

최윤E : 니들 뭐야!

도진 : (돌아보면 윤 걸어오는. 반가운) 최변호사! 변호사야, 변호사.

최윤 : 이 자식들이 어디서 삥을! 어이, 고딩님들! (걸어오며) 일루와봐! 일루와봐.

 

하는데, 동협과 상현 실실 웃는 등 뒤로 골목에서 두 명 더 나온다.

헉!! 경악스런 도진과 윤의 얼굴.

 

최윤 : (복화술처럼, 이 악물고) 그냥 돈 주지 그랬어.

도진 : (역시 복화술) 제 갈 길 잘 가는 애들을 왜 불러 세워.

 

 

/34-2. 다시 아지트 안.

 

세남자 : (푸하하!! 도진의 비굴함에 킬킬 거리며 웃겨 죽고.. 그때)

도진 : (들어오다 보고 헉!!) 야! 내놔!

태산 : (얼른 녹음기 끄고 품에 감추고 도망치며 놀리는) 상황 상당히 비굴하더만. “아, 내가 그랬나요?” 무릎은 안 꿇었냐?

도진 : (녹음기 뺏으려 난리치며) 좋은 말 할 때 내놔라!

태산 : 윤이한테 고맙다고 해. 윤이 아니었음 죽었겠던데 뭐.

도진 : 다 해결했는데 저 자식 나타나서 불리해진거야. 애들을 왜 자극해! 청춘이래잖아!

최윤 : 와- 야, 녹음기 주지 마.

 

태산, 윤, 정록 녹음기 돌리고 난리 난. 도진 뺏으려고 난리고..

그런 네 남자 꼬라지가 꼭 10대 사내아이들 같다. 그 위로...

 

도진Na : 우린 열여덟에 처음 만났고, 22년을 함께 흘러왔다. 우린 누가 봐도 꽤 마흔다웠지만,

             이렇게 넷이 함께 있으면 언제나 열여덟로 돌아간다.

 

 

S#35. 새해 거리 풍경 인서트. 다른 날 낮.

 

* 코트 차림으로 활기차게 거리 걷는 사람들 모습.

* 임진년 용띠 해 관련 소품들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

* 길거리에서 웃고 장난치며 어묵 먹는 네 남자.

 

도진Na : 다시 해피 뉴 이어가 밝았고, 우린 마흔 한 살이 되었다. 하지만 우린 함께 있었기에 여전히 소년이었다.

 

 

S#36. 화담건축사무소/ 사무실 안. 다른 날 낮.

 

송회장과 도진, 회의 테이블에 도면 놓고 마주앉아 이야기 중이다.

 

도진 : 리조트 VIP동은 유럽의 고성 컨셉으로,

송회장 : (턱 괴며) 지루하다. 임소장은 언제와?

 

그때, 태산 들어오다 송회장 뒤통수 보고 기겁하며 돌아서서 나가는데,

 

도진 : 근처라고 했으니까, (하다 그런 태산 발견하고 악마 미소) 왔네요. 임소장.

태산 : (옘병...) 어, 야.. 차가 왜 이렇게 막히냐. (야상 지퍼 목까지 올리며) 송회장님?

         (도진 옆에) 왜 이렇게 젊어지셨어요. 신입여직원 면접 보는 줄 알았네, 난.

송회장 : 됐어. 막 속상하려던 참이야. 나 이거 임소장 보고 맡긴 건데 회의는 왜 맨날 김소장이랑 해?

            (도면 가리키며) 내가 뭐 도면 본다고 알어? 난 그냥 임소장 팔뚝처럼 미끈한 기둥~ 임소장 가슴처럼 넓고 환한 창~

            그거면 된다니까?

태산 : 아..하하 (야상 앞 섶 꽉 쥐며) 우리 송회장님 안목 바로크적이신 거 봐.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 절래절래 하며 오버) 역시 역시.

도진 : (태산에게) 안 덥냐?

태산 : (뒤진다?) 안 더워. 안 더워. 오늘 날 겁나 춥다.

도진 : 넌 안 더워도 송회장님이 더워. 시야 답답하셔.

송회장 : (옳거니) 응! 나 답답해..

태산 : (울컥, 너 죽는다? 도진 보는데, 송회장 전화 ‘내가 젤 잘나가’ 벨소리 울리자) 어잇 잘 나가시는 송회장님 전화 오시네.

송회장 : 이렇게 자상해. (핸드폰 들고 일어나며) 잠시만~ (밖으로 나가는)

태산 : (가고 나면 잽싸게 도진 멱살 잡으며) 이러라고 들어오랬지.

도진 : (태산 손 치우며) 내 얘긴 씨알도 안 먹히는데 어떡해 그럼. 두 마디 했는데 지루하대. 이거 큰 건이다. 리조트 공사 욕심 없어?

         우리 포트폴리오 레벨이,

태산 : (버럭) 니가 자존심 타령만 안하면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우리 대차대조표도, (하는데)

송회장 : (들어오며) 임소장~ 전에 소개했던 강회장님이 반포동 빌라 너무 맘에 드신다고~ 제주도에도 타운 하나 짓자네?

            (도면 보며) 참, 뭐부터 해결하기로 했지?

태산 : (!! 야상 벗으며) 더운 거부터. 더운 거. (반팔 티 아래로 근육 볼록한) 시원하게~ 파이팅 있게~!

         (도면 보며) 미끈한 기둥 어디, 요기?

도진 : 하하. 이 친구.

 

 

S#37. 야구장/ 불펜. 낮.

 

윤과 도진 얘기 나누는 중이다.

 

도진 : 진짜 시원하게 딱 벗더라니까? 낼 당장 화류계 진출해도 손색없을 서비스였어.

최윤 : (공 던지는 포즈 취하며) 그래서, 마무리는 잘 된 거야?

도진 : (저만치 운동장의 태산 보며) 태산이가 죽지 않는 한 영원한 고객이지.

 

 

/37-1. 야구장/ 그라운드.

 

태산과 상대팀 주장 이야기 중이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이수. 심판 복장으로 열심히 문자 찍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합의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꼭 뵙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전송.

 

 

/37-2. 야구장/ 다시 불펜.

 

도진의 주머니에서 문자 알림 음. 딩동!

 

도진 : (핸드폰 꺼내 보더니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전 안 뵙고 싶습니다.

최윤 : (여전히 공 던지는 포즈) 뭔데.

도진 : 나 만나자는 여자.

최윤 : 좀 한명한테만 충실할 순 없냐.

도진 : 걱정 마. 아무한테도 안 충실하니까. (그때)

태산 : (급히 뛰어오며) 너 옷 갈아입어. 우리 한 명 빵꾸야.

도진 : (뭐라 대답하려 하면)

태산 : (O.L) 충고하는데, 부정적 답변은 피하는 게 좋아. 싫다, 미쳤냐, 기타등등의 경우,

         송회장이랑 우리 회산 오늘부로 전격 결별이야.

도진 : (똥 씹은 얼굴로 빤히 보다) 안 싫은 걸로.

태산 : (윤에게) 옷 갈아 입혀. 여벌 유니폼 있어. 튀지 못하게 묶어놓고. (하며 뛰어가며) 준비됐습니다!

 

 

/37-3. 야구장/ 그라운드. 야구시합 몽타주.

 

* 윤이 공 던지는 모습 여러 컷.

* 상대팀의 헛스윙.

* 땅볼로 아웃되는 모습.

* 도진 타자석 여러 컷.

이수, “스트라잌!” “스트라잌!” “아웃!” 하는.

도진, 그런 이수에게 항의할 기세, 태산이 말리고. (여자인 것 모르는)

* 태산의 안타, 멋진 수비 모습 등...

* 윤, 공 던지면 헛스윙. 동시에 이수, 포수 뒤에서 “스트라잌! 아웃”. 경기 끝난.

 

 

/37-4. 야구장/ 그라운드 일각.

 

태산 : 삼진 삼진 땅볼 병살. 혼자 국가대표랑 경기했냐?

도진 : 난 비주얼 담당이야. 최선을 다했어. (저만치 이수 보며) 근데 심판이 여자냐?

 

하는데, 이수, 헬멧 벗으면 긴 머리 슬로우모션으로 쏟아지고, 머리 손으로 넘기며 고개 드는데,

헬멧 속에 감추어졌던 눈부신 얼굴!! 어! 그 여자다!!

이수에게서 눈 못 떼는 도진인데...

 

태산 : 심판‘님’이 여자신 거지. 어때?

/이수 : (핸드폰부터 꺼내 보는. 답 문자 없자 애타고...)

도진 : (이수에게 시선 고정한 채) 뭐가.

태산 : (이수 눈짓으로 가리키며) 이쁘지.

/이수 : (태산 향해 다가오는)

도진 : (계속 시선 고정한 채..) 뒷모습밖에 제대로 본 게 없어서. 엉덩인 이쁘더라.

태산 : 아, 인간성 썩음썩음한 새끼. 공은 안 보고 심판 엉덩이만 봤냐?

도진 : 딱 30초.

태산 : 뭐가.

도진 : 제 번호는요, 하고 나한테 자기 전화번호 따주는데 걸리는 시간. 잘 봐.

/이수 : (더 가까이 오는)

태산 : 너 하지 마. 절대 안 돼. 나랑 오래 볼 사람이고 윤이랑 잘 되길 바래 난. 하기만 해!

         (하고 바로 돌아서서) 이수씨. 수고 많았어요. 힘들었죠.

이수 : 하나두요. 늘 신나고 재밌어요.

태산 : (도진이 “흠, 험.” 헛기침 하자 할 수 없이) 아, 이쪽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친굽니다. 아 부끄럽네...

이수 :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가볍게 목례만 하고 태산에게) 저 지금 바로 가봐야 할 거 같아서요. (E) 일이 좀 생겼어요.

도진 : (제일 멋진 각도로 인사하려다 엇! 이 여자가...)

태산E : 뒤풀이 안하구요? 왜요. 뭐 나쁜 일 생겼어요?

이수 : 나중에요. 오늘 완전 멋졌어요. (꾸벅 하고 가는)

태산 : 조심히 가요.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이수 : (뒤돌아보며 태산에게만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고 다시 가는)

도진 : (어쭈, 저 여자 보게)

태산 : (도진에게) 30초? 30초 더 줘? (놀려주고 팀원들한테 달려가는)

도진 : (끙.. 서있고..)

이수 : (걸으며 핸드폰 메시지 확인하는데, 그때)

도진E : 저기요.

이수 : (돌아보면)

도진 : (이수 가까이와 멈춰 서서) 방금 저쪽에서요.

이수 : (근데? 보는)

도진 : 댁한테 내가 꽤 인상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날 본체만체 했어요.

이수 : (기막히다는 표정.. 이내 정색) 그럼 똑같이 본체만체 하세요. (바로 돌아서는데)

도진 : (이씨! 예상치 못한 대처에 자존심 상해서) 저기요!

이수 : (냉랭한 얼굴로 돌아보며) 네.

도진 : 보통은 여자들이 나한테 하는 질문인데, (사이) 나 기억 안나요?

이수 : (빤히 보다가 ‘어? 그 남자다’ 알아본..) 죄송하지만 혹시..

도진 : (그래 맞아. 나야.) 맞아요.

이수 : 학부형이세요?

도진 : (이런 씨! 기막히고. 모자 벗고 머리 만지고) 이제 기억나죠.

이수 : 아... 장학사세요?

도진 : (열 받은!) 정말 나 기억 안 나요?

이수 : 죄송하지만 너무 쌍팔년도 수법인데다,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요. 그럼. (하곤 경보처럼 빨리 걸어가는)

도진 : (그런 이수 뒷모습 보며 들으라는 듯) 잘 생각해 봐요. 당신 엉덩이는 내가 지난 봄에 한 일을 알고 있으니까.

이수 : (헉!! 멈출 수도 없고 더 빨리 우스꽝스럽게 걷는)

 

 

S#38. 야구장 앞. 낮.

 

이수 : (운동장 빠져나와 벽에 딱 붙어서며) 아, 쪽팔려. 쪽팔려. 왜 하필 여기서 만나. 태산씨한테 얘기 하는 거 아냐?

         (애들처럼 몸 털며) 아, 어떡해.

 

그런 이수 얼굴 위로 “딩동!” 초인종 소리.

 

 

S#39. 도진 아파트/ 복도. 밤.

 

이수 : (초인종 딩동! 해보는. 대답 없는. 문 콩콩 두드리며)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S#40. 윤 차안. + 도진 아파트 앞. 밤.

 

도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수석에 앉아 묘한 표정 짓는.

 

최윤 : (그런 도진 흘깃 보고) 뭔 생각 하냐.

도진 : (앞만 보며 무심히) 내가 작년에, 전화번호 따고 싶은 여자가 두 명 있었거든?

최윤 : (보면)

 

 

/40-1. 정록 카페 일각 거리. 낮. (4월)

 

‘누구게’와 나란히 걷고 있는 도진.

도진은 무슨 생각인가에 골똘히 빠져 있고..

 

누구게 : 저녁 뭐 먹을까. 지난번에 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괜찮,

도진 : 미안한데, 가봐야겠다.

누구게 : 어딜?

도진 : 어떤 여자 전화번호가 너무 궁금해서. 전화할게. (가버리는)

누구게 : (기막혀) 오빠.

 

 

/40-2. 정록 카페 안. 낮. (4월)

 

도진 문 열고 들어와 둘러보는데 이수 없고..

 

정록 : (창가에서 알바생과 면접 보다가) 잠시만. (하고) 뭐 두고 갔어?

도진 : 어. 근데 없어졌네.

정록 : 뭔데. 중요한 거야?

도진 : (아쉬운 시선으로 실내 둘러보며) 반지나 껴라.

도진Na : 한 명은 그렇게 놓쳤고, 또 한 명도 비슷했어.

 

 

/40-3. 악세사리 점 일각 거리. 낮. (4월)

 

걷고 있는 도진 어깨너머로 “쌍방과실 같거든요?” 하는 이수 보인다.

도진 이수 목소리에 빙긋 웃으며 걷다가 걸음 멈추는. 잠시 생각하는.

결심한 듯 이내 돌아서 코너 돌면, 저만치 융단 감은 이수 보이는.

도진 그런 이수 향해 성큼성큼 가는데 옆으로 택시 한 대 휙- 도진은 이수만 보고 걷는.

그런데, 택시 발견한 이수 택시 세우더니 타고 가버리는.

도진, 허탈하게 멀어지는 택시 보는데...

 

 

/40-4. 다시 윤 차안. 밤.

 

최윤 : 운 좋았네. 그 여자들.

도진 : 근데 오늘, 그 중 한 명을 우연히 만났고 방금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어. 그 두 여자가, 같은 여자였다는 걸.

최윤 : (!) 진짜야?

도진 : 신기하지.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 오자 핸드폰 꺼내 액정 보자 미간 주름) 아, 이 여자 끈질기네. (받는) 여보세요.

이수F : 아, 받으시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도진 : 알아요 누군지. 용건도 알고. 제 대답은요,

이수F : 자, 잠깐만요. 그렇게 딱 자르지 마시고 제발 선처 부탁드립니다. 철이 없어서 그렇지, 나쁜 애들은 아닙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입니다.

도진 : 걔들은 구만리고 넌 잘해야 오만육천팔백리 정도니까 니가 참아라 그 말입니까? 천만에요. 나 아직 충분히 꽃다우니까,

최윤 : (헐...) 뭐 다우니까?

도진 : 가봐야 별 볼일 없는 그 구만리, 내가 멈춰준 거 고맙게 생각하고, 이만 끊죠.

         합의 없는 세상도 알아야죠. 그게 교육이고. 그럼. (끊는)

최윤 : 그 전화 혹시,

도진 : 어. 그때 그 자식들 담임.

최윤 : (끽- 차 세우고) 너 아직 합의 안 해줬어?

도진 : 해줄 이유가 없잖아.

최윤 : 야, 너! 그 선생님 나랑 아는 사이야! 태산이도 알고! 게다가 세라씨랑 같이 사는 친구야.

         너 오늘 못 봤어? 아까 우리 경기할 때 여자 심판!

도진 : (!!! 핸드폰 들어 보이며) 이 여자가, 그 여자라고?

최윤 : 그래 인간아! 꽃다운 김도진씨 좋은 말로 할 때 합의해라. 어? 내려 얼른.

도진 : (문 열며) 내리고 있잖아! (차문 닫으려다) 근데 넌 그 여자가 그 여자다 지금 얘기하면 어떡해!

         (닫으려다 다시) 꽃다운.. 나오기 전에 했어야지! 기회 많았잖아! (쾅! 닫고 가는)

최윤 : (황당하고... 핸드폰 꺼내 어딘가로 전화 거는)

 

 

S#41. 도진 아파트 앞 일각. 밤.

 

걸어 나오다 전화 받은 듯 놀란 얼굴로 멈춰 서는 이수.

 

이수 : 네? 그럼 아까 그.. (눈 앞 하얗고..) 삼진에 병살에 태산씨 친구라던 사람이..

최윤F : 네. 김도진이라고 태산이 건축사무소 공동대표에요.

도진 : (마주 오다 이수 발견하고 멈춰 서는. 그 여자다..!!!.)

이수 : (헉!!) ..네.. (하다) 그럼 그날 같이 있었던 중년남성 중 나머지 한분이 혹시...

/최윤 : (헉!!) 아뇨, 아뇨. 저는 도진이랑 같이 있던 사람은 아니고요. 들었어요, 도진이한테.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설득해 보고 안 되면 태산이도 있으니까.

이수 : (기겁) 아, 아뇨. 그냥 제가 할 게요. 제가 만나 볼게요.

도진 : (이수 점점 가까워 오자 긴장하고 보는데)

이수 : 태산씨한텐 절대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사이) 네. 걱정 마세요. 네. (끊고) 어떡해, 어떡해.

         (도진 스쳐 지나가며) 뭔 놈에 인생이 한 치 앞을 못 보냐, 한 치 앞을!!! 아오 진짜 아오!!!

         (한 치 앞에 서 있는 도진 보지도 않고 지나쳐 가는)

도진 : (황당하게 이수 뒷모습 보다가 뒤따라 걷는데...)

이수 : (걸으며 핸드폰 걸까말까 망설이는...)

도진 : (건너편에서 걸으며 그 모습 지켜보는...)

이수 : (결심한 듯 핸드폰 꺼내는)

도진 : (오면 받으려고 핸드폰 꺼내 드는데,)

이수 : (끊으며) 아, 몰라 몰라. 못해. 못해.

도진 : (이씨! 그냥 걸어. 받아 줄 테니까. 어후... 따라 가는데....)

이수 : (애처럼 온몸 흔들며 걸어가며) 그 자가 그 자라니...!

도진 : (미간 좁히며 지켜보며 걷고...)

 

 

S#42. 도진 아파트 앞 편의점. 밤.

 

창 앞 바에 기대서 삼각김밥 먹는 이수.

음료수 하나 들고 그 옆에 와 서는 누군가, 도진이다.

이수, 근심 가득한 얼굴로 삼각김밥 먹는.

도진 그런 이수 지켜보고 있고... 그러다,

 

도진 : 흠. 저기, (하며 말 걸려는데)

이수 : (갑자기 “푸하하” 웃는..)

도진 : (멈칫하고 보면)

이수 : 어뜨케, 지가 지 입으로 꽃답대. 하하. (웃다가 급 울상) 어뜨케. 정상 아닌가 봐.

도진 : (이씨!)

이수 : (핸드폰 들고) 정말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걸까? 해. 하자. (문자 찍는. [딱 한번만 뵐 수 없을까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도진 : (문자 확인하고 답장 찍는. [보면 알아보기나 하고? 반말이 아니라 혼잣말임.])

이수 : (??) 뭐야 이 남자. 문자도 이상해. 만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도진 : (저 여자가!)

이수 : (문자 찍는. [알아볼 수 있어요. 있고 말구요. 만나만 주신다면 장미꽃인들 못 물고 있을까요. 장소만 알려주세요.])

도진 : (문자 확인하고 답장 찍는. [좋네요. 만납시다. 장미꽃 물고와요. 내 사무실로. 꼭 물고와요 장미꽃.])

이수 : (헉!!) 그건 그냥 한 소리지. 아, 이 남자 진짜 또라이 아냐?

도진 : (끝까지 아주! 끙...)

 

 

S#43. 화담건축사무소 전경. 다음날 낮.

 

이수E : 실례합니다.

 

 

S#44. 화담건축사무소/ 사무실 안. 낮.

 

이수는 안중에도 없이 작업 중인 도진.

이수, 도진의 책상 앞에 쭈뼛쭈뼛 서 있다.

 

이수 :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나...) 많이.. 바쁘신가봐요.

도진 : (처다도 안 보고) 안 바쁜데 본체만체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라고 해서.

이수 : (뒤끝 짱이네..) 어제 야구장에서 일은.. 죄송했습니다.

도진 : (일어나 책상 나오며) 사과는 안 받는 걸로. 진심일리 없으니까.

이수 : (사실이라 뭐라 대답도 못하고...)

도진 : (책상 한 쪽에 놓인 비타민 통 집어 들며) 그건 그렇고, 정말 나 기억 안나요?

이수 : (뜨끔하지만 태연하게) 제가 워낙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해서.. 저도 얼마나 기억해 내고 싶은지 모르실거에요.

도진 : (웃기시네) 그렇군요. (비타민 통 열어 한 알 꺼내서 유리잔에 퐁 빠뜨리며) 근데 어제 일도 기억 못하는 거 같아,

         신뢰는 안 가네요. 어제 분명 꽃 물고 방문하기로 약속 한 거 같은데.

이수 : (등골 서늘... 과연 진심일까 아닐까...)

도진 : (비타민 든 물 마시고) 진심인가 아닌가 고민한 모양인데 진심이었어요. 오늘 미팅은 없던 걸로. 약속은 약속이니까.

이수 : (다급히) 아뇨.

도진 : (보면)

이수 : ...혹시나 해서... (가방에 손 넣으며) 준비를 하긴 했는데... (장미 꺼내는..)

도진 : (튀어 나오는 웃음 억지로 참고.. 얼굴 시뻘개져서 보면)

이수 : (돌겠고...) 혹시.. 야구장에서 제 태도 때문에.. 그걸 이런 식으로,

도진 : (말 끊으며) 사설은 됐어요. 약속대로 하든가 싫으면,

이수 : 정말 죄송하지만,

도진 : (보면)

이수 : 귀에 꽂는 건 싫으세요?

도진 : (물 마시다 풋- 터지려는 웃음 간신히 참곤) 못 참을 정돈 아닐 것 같네요. 꽂고 기다려요.

         (연필 집어 들며) 난 하던 작업이 있어서.

이수 : (기다리라고? 아씨.. 벽 쪽에 붙은 적당한 의자에 앉는)

도진 : (고개 숙인 채 일하는)

이수 : (은근슬쩍 꽃 가방으로 가리는데)

도진 : (고개 숙인 채) 옳은 생각이 아니에요..

이수 : (헉!! 냉큼 줄기 부러뜨려 귀에 꽂는)

 

도진, 고개 들어 건조하게 이수 보더니 다시 시선 도면으로... 설핏 웃는..

그 순간, 어디선가 바람 불어와 도진의 머리 부드럽게 날리고.

화면 점차 넓어지면, 사무실 공간 푸른 초원으로 바뀌는.

가벼운 바람 불고, 꽃잎 예쁘게 날리고..

푸른 초원에서 책상에 앉아 작업하는 도진과 저만치에 앉아 기다리는 이수.

이수, 발끝 까딱이며 초조한 기색.. 그러다 도진 보면 고즈넉하고 행복해 보인다.

이수, 입 삐죽하고 눈으로 사무실(초원) 둘러보는.. 그러다 누군가의 책상보는..

책상 위.. 다정한 태산과 세라의 사진...

이수, 쓸쓸한 시선 돌리면, 낡은 가죽장갑 보이고...

이수, 도진 눈치 보며 의자 조금씩 조금씩 태산의 책상 쪽으로 옮기는..

도진, 고개 들어 그런 이수 보면,

이수 도진이 보는 것도 모르고, 포개진 장갑 사이로 손 넣어 마치 다정히 손잡는 것처럼 태산의 장갑 잡는.

그런 이수 보던 도진의 표정 딱딱하게 굳는 동시에, 초원 사라지고 사무실이다.

도진,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수, 엇! 일 끝났나? 같이 일어나면

 

도진 : (문 쪽으로 걸어가며) 오늘은 시간이 안 나네요. 얘긴 다음에 합시다.

이수 : (엇! 급히 다가서며) 잠시만요. 5분이면 돼요.

도진 : (건조하게 보면)

이수 : 어제 야구장에서의 제 언행은 정식으로 사과드립니다. (손에 든 장미꽃 보이며) 이렇게 벌 받았으니까 마음 푸세요.

         그리고 저희 아이들 일도 선처 부탁드립니다. 아직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입니다.

도진 : 보호할 만큼 연약하지 않던데.

이수 : 보호할 만큼은 어리죠.

도진 : 미안하지만 난 그 아이들 미래에 관심 없어요. 합의 의사 없습니다. (나가는)

이수 : (헉!) 저기, 잠시 만요. (따라 나가는)

 

 

S#45. 거리. 낮.

 

도진 걷고 있고, 이수 “김소장님. 잠시만요” 하며 따라오는.

도진, 걷다가 멈추더니 되돌아 외려 이수 향해 가는.

이수, 엇! 끽 서서 보면,

 

도진 : (이수 앞에 와 멈춰서더니) 뭐 하나만 물어 봅시다.

이수 : (?! 긴장하며) 말씀.. 하세요.

도진 : (보는)

이수 : (뭔데 이러지? 불안하고..)

도진 : 태산이 좋아하죠.

이수 : (심장 쿵!!!) 네?

도진 : 댁 혼자.

이수 : (!!! 하얗게 굳는)

도진 : 일명 짝사랑. 그것도 친구의 애인.

이수 : !!!

 

놀란 이수와 도진의 얼굴에서 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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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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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심심한걸 | 작성시간 13.07.27 신품
    15회부터는 안 보여 지는 돼여?
    저만 그런가여?
  • 답댓글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7.27 15부부터는 워드파일인데, 워드파일을 읽을 수 없으면 안보여질수도 있어요.
    지금 확인해보니까 제 컴퓨터에는 워드파일을 읽을 수 있어서, 이상없이 잘 볼 수 있습니다.
  • 작성자내핥을받아랏 | 작성시간 14.02.16 감사합니다 !
  • 작성자★ 귀여운 작가 ★ | 작성시간 14.10.23 감사합니다.
  • 작성자humanlove | 작성시간 15.10.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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