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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4.15|조회수1,228 목록 댓글 0

[신사의 품격] 11

 

 

 

 

 

 

 

 

 

 

S#1. 캠핑장. 낮.

 

네 남자, 방금 도착한 듯 태산은 차 트렁크에서 라면 박스(4개) 내리고 있고,

도진은 한 쪽에서 테이블 세팅 중이고, 윤과 정록 텐트 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팀들 텐트 두어 개 보이고.

 

최윤 : (바닥에 펼쳐진 텐트와 폴대 등등 보며) 일단 바닥부터 고정하자. 거기 잡아봐.

정록 : 기둥부터 세워야지. 그래야 중심이 잡히지.

최윤 : 바닥부터라니까. 나 보이스카웃 출신이야. (보이스카웃 경례하는) 초등학생 명예의 끝이지. 나만 믿어.

정록 : 장난해? 난 우주소년단이었거든? (도진과 태산보며) 야, 니들은 뭐해! 집 짓는 건 니들 전문이잖아.

 

태산과 도진은 셋팅 된 테이블에 앉아 캔맥주 마시고 있고..

 

태산 : 난 운전했잖아. 그리고 난 RCY였어. 안전과 의료 담당이야.

도진 : 너 나이트에서 춤 출 때 난 나이트를 설계했고 윤이 독서실에서 책 읽을 때 난 독서실을 준공했어.

         텐트는 둘이 알아서 치는 걸로.

 

(시간경과)

번듯하게 쳐진 텐트.

정록, “오-”하며 좋아라 하고.

 

최윤 : 나만 믿으라니까. (하며, 텐트 들었던 가방 치우는데, 엇! 가방 안 보면, 폴대 하나와 못 몇 개 남아 있는.

         허걱!! 얼른 어딘가로 치우고) 야,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갖고 온 거 꺼내 봐.

 

다들 모여 각자 싸온 라면박스 여는데, 정록은 양주 꺼내고, 윤은 맥주 꺼내고, 태산은 소주 꺼내고, 도진은 와인 꺼내는.

그 광경 본 넷, 서로의 술병 확인하곤 동시에 짜증, “아~~”

 

최윤 : 마실 거 말고 먹을 건 없어? 라면도 안 사왔냐?

태산 : 그러는 넌!

도진 : (술 종류별로 가리키며) 이건 굽고 이건 삶고 이건 튀기지 뭐.

정록 : (저 쪽 보는) 야야 기다려봐. 여자가 있는 곳엔 먹을 것도 있다, 바이 이정록. (하더니 양주 한 병 들고 옆 텐트(여자들)로 가는)

세 남자 : (그런 정록 지켜보는데)

정록 : 잠시 우쥬 플리즈 좀 해도 될까요? 19년산이랑, 라면 몇 개랑 좀 바꾸는 행운을 드리고 싶은데.

여자1 : 한 발 늦으셨네요. 벌써 바꿨는데. (어딘가 가리키면, 와인 2병 있는)

정록 : 누구랑요!

여자2 : 저어기 농구하는 남자분들이랑...

 

정록 보면, 세 남자도 동시에 보면, 농구하고 있는 젊은 남자애들이고.. “이씨!”

남자애들 텐트 보면, 5개들이 라면 봉지와 빵, 과일, 등등 담긴 상자 놓여 있는!!

 

최윤 : (짜증) 그러게 가져 올 거 미리 정하자니까. 인간들이 어떻게 매번 지혜가 없어!

도진 : (고고하고 거만하게 일어나며) 기다려봐. 라면 먹게 해줄게.

정록 : 훔치게?

도진 : (슷! 하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한때 내가 농구의 대명사였지. (몸 풀며) 아.. 아마랑 붙어야 하나 쪽팔리게?

 

 

S#2. 캠핑장 일각 농구장. 낮.

 

젊은 남자들 쪽 라면 5개와 VS 도진 쪽 양주 놓여있다!

그 양쪽으로 젊은 남자4와 정록, 핸드폰 액정에 숫자 써서 0:0 점수판 들고 있고,

남자1, 2, 3과 도진, 윤, 태산, 서로 가소롭다는 듯이 신경전 벌이고 있다.

도진, 기선제압하려 미친 듯 스텝 밟으며 드리블 하는 모션, 가뿐하게 슛 쏘는 모션 하는.

그때 여자1, 들고 있던 농구공 하늘 높이 올리면,

따라라딴따다다다다! ‘마지막 승부’ 주제가 깔리며 거창하게 경기 시작되고...

멋지게 드리블해 가는 도진의 화려한 스텝! 태산과 윤, 함께 뛰는!

젊은 남자들, 묘하게 갸웃하며 골대 앞쪽에 서서 마주보는.

미친 듯 질주해오는 도진 일동이고. 젊은 남자들, 가볍게 도진의 공 뺏어 드리블하며 골대에서 멀리 떨어지는.

도진, 태산 윤, 헉!!

이후, 도진 팀 경기 엉망진창이고...

*블락샷 당하고 넘어지는 도진,

*리바운드하다 상대에게 밀려 중심 잃는 태산,

*상대편에게 패스하는 윤... 등등...

*구경하는 여자들 꺄르르 웃는데 정록 쪽팔리고..

*점수 차이 엄청나게 벌어지고..

*도진, 상대 수비 뚫고 윤에게 바운드 패스하는데 상대 수비 가볍게 스틸하는! 도진 헉!

*땀범벅, 녹초가 된 세 남자. 겨우 걷는 듯 뛰는.

*젊은 남자들 팔팔하게 공묘기까지.

*라면VS양주에서 →과일VS소주 →빵VS맥주 등등, 술 거는 족족 남자애들 쪽으로 쌓이고..

 

 

/2-1. 도진 일행 텐트. 낮.

 

네 남자, 텐트 앞에 나란히 앉아 같은 곳 바라보고 있다.

보면, 젊은 남자들, 여자들과 같이 합석해 술도 먹고 라면도 먹고 있는..

다들 눈물 나기 직전인데,

 

태산 : (울화) 너 대체 농굴 언제 해보고 안 한 거야?

도진 : 94년에 마지막 승불 가렸지..

일동 : (!!) 확씨!/죽여벌라!/18년 전 아냐! (그때)

 

그런 네 남자 위로 텐트 폭삭 주저앉는...

네 남자, 허거억!! 그 위로 “신사의 품격” 타이틀 뜨고..

 

 

S#3. 호텔 커피숍. 밤. (정록 10부 23씬 연결)

 

리치 사건이 있던 날, 정록과 은희 마주앉아 있다.

 

정록 : (약간 멍한..) 정말.. 오랜만이다. 넌 어떻게 아직도 예쁘냐...

은희 : 원래 세상의 모든 첫사랑은 아직도 예뻐.

정록 : 성격도 그대로고.

은희 : 나이 들고 많이 착해졌지. 다들 잘 지내..? 너희 아직까지 넷이 뭉쳐 다닌다며.

정록 : 서로 친구가 없어서. 싫으면 안 만날게.

은희 : 하하. (웃고) 다들 보고 싶네.

정록 : (핸드폰 꺼내며) 한번.. 볼래?

은희 : 아니. 나 좀 이따 밤 비행기로 가야해.

정록 : 아... 근데 한국엔 왜...

은희 :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안 그래도 그것 땜에 니 도움이 필요해.

정록 : 어, 말해. 말만 해.

은희 : 아들이 하나 있는데, 걔가 지금 한국에 있어.

정록 : 아, 아들이.. 있구나..

은희 : 음. 카드 명세서 보니까 전국일주 하고 지금 서울에 있는 모양인데, ..어쩌면 니들을 찾아갈지도 모르겠어서..

정록 : (?) 우릴?

은희 : 확실치는 않은데, 니들 사진이랑 너 가게 주소를 갖고 갔거든. 혹시 너 찾아오면 나한테 연락 좀 부탁해도 될까?

정록 : (무슨) 노 프로그램! 딴 애들은 몰라도 우리가 보통 사이냐 어디?

은희 : 하하. 그럼 하나 더. 딴 애들한테는 나 만났다고 얘기하지 말아줘. 그냥 정말 너만 보러 온 거거든.

정록 : 나, 나만..? (좋은..) 그래.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 몇 시 비행기야? 내가 공항에 데려다 줄까?

 

 

S#4. 도진아파트/ 거실. 밤.

 

셰이빙 팩에 사과머리 한 정록, 은희 생각하는 듯 눈빛 아련하고...

 

정록 : 역시.. 나였구나.. 날 좋아한 거였어. 아씨, (셰이빙 팩 뜯으며) 자랑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지? 근데 이 자식은 어딜 간 거야?

 

 

S#5. 정록 카페 안 + 카페 앞. 밤. (10부 엔딩에 이어서...)

 

도진, 이수가 앉았던 자리에 무겁게 앉는다... 그러다 창밖으로 고개 돌려 보는데, 심장 쿵!!!

창밖에서 도진 바라보고 서 있는 이수고....

시간이 멈춘 듯 깊은 눈빛의 두 사람 시선 오간다...

그러다 도진, 펜녹음기 꺼내 테이블 위에 있던 냅킨에 무언가 쓰곤 냅킨, 이수가 볼 수 있도록 유리벽에 댄다.

“오늘 선약은 서이수씨예요.”

이수 심장 쿵...!! 천천히 유리벽 안에 있는 도진에게 다가간다.

유리벽 사이에 두고 마주선 도진과 이수.

다음 순간, 까치발 들고 눈 감은 채 도진의 볼에 키스하듯 유리벽에 키스하는 이수...

이수 바라보는 도진의 아련한 눈빛.

이수, 감았던 눈 천천히 떠 도진 본다.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눈빛이고...

도진, 그런 이수에게서 시선 떼지 않고 카페 나온다.

이수도 도진의 동선 시선으로 쫓고...

 

 

/5-1. 정록 카페 앞. 밤.

 

도진, 카페 나와 이수 향해 저벅저벅 걸어와 이수 앞에 딱 선다.

이수, 그런 도진 보는데...

 

도진 : 간 줄 알았는데..

이수 : 가다가 돌아왔어요..

도진 : (농담조) 이상한 여자네. 댁이랑 할 얘기 없다는 말을 굳이 가다가 돌아와서까지 듣고 싶었어요?

이수 : (갑자기 서러운) 어우 그만 좀 하죠? 진짜 서러워죽겠네. 댁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하루 종일 진짜, 어후...

도진 : (그런 이수 사랑스러워 죽겠고..) 내가.. 좋아요?

이수 : (계속 서러운) 몰랐어요? 아까 창문에 내가, 그렇게 죽어라 꼬실 땐 언제고, (하다 분한 듯 버럭버럭)

         그래요, 나 김도진씨 좋아요! 좋아한다구요! 흔들린 지는 한참 됐구요, 지조 없이 이 남자 좋다 그랬다 저 남자 좋다

         그런다 그럴까봐 티도 못 냈다구요! 지금 이 고백도 받아 달란 거 아니니까 생까고 싶음, (하는데)

도진 : (두 손으로 그런 이수 얼굴 잡고 아주 짧게 키스하고 입술 떼는)

이수 : (헉!! 놀라 보면)

도진 : 인상적인 자백이었어요.

 

하더니 다시 키스하는 도진!! 이수도 눈 감고 그런 도진 받아 주고..

그렇게 처음 만났던 곳에서 키스하는 두 사람이고...

 

 

S#6. 이수 집 대문 앞. 밤.

 

도진 차 서 있고 이수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도진과 이수. 서로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이수 쑥스러운 듯 시선 돌렸다 다시 도진 봤다 다시 발끝 봤다 다시 도진 봤다.. 하는..

그래도 좋은 듯 입가에 미소 띤 두 사람...

 

도진 : 언제부터 내가 좋았어요?

이수 : 하하.

도진 : 내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요?

이수 : (음...) 꽃다워서?

도진 : 뭐 이렇게 객관적이야 사람이. 전국민이 다 아는 거 말구요.

이수 : (일단 눈 흘겨 주고, 이내 눈빛 깊어지며...) ‘짝사랑을 시작해 보려고요’ 했을 때 떨렸고..

         내 사진 들어있는 김도진씨 지갑 봤을 때 설렜고.. 나 좀 좋아해주면 안 되나? 했을 때 흔들렸고...

         식당 앞에서 나 놓친다고 했을 때 처음으로... 두려웠어요. 이 사람이 날 안 좋아하면 어쩌지...

도진 : 난 댁을 처음 본 순간부터 어제까지 그랬어요. 이 사람이 날 안 좋아하는데 어떡하나.

이수 : ....(먹먹히 보는데)

도진 : (당겨서 안는)

이수 : (마주 안는)

도진 : (안은 채) 키스도 했고 포옹도 했고 다음에 만나면 우리 뭐할까요.

이수 : (으이그.. 더 꼭 안기며) 손잡아요, 우리. 그거 안 했네.

도진 : (이씨! 하면서도 그런 이수 귀여워 더 꼭 안는데)

메아리E : (놀라고 싫은) 쌤!

이수 : (헉!! 도진에게서 빠져 나와 보면,)

메아리 :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두 사람 보며) 뭐야. 울고불고 하더니 결국... 내꺼하자 된 거예요? 둘이?

도진 : 울었어요? (메알에게) 울었어, 이 여자?

메아리 : 안 가르쳐줘요!

이수 : (메아리 마음 알겠고..)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근데 쌤은.. 니가 응원해주면, 좋겠는데..

메아리 : 응원은 하는데요.. (왠지 섭섭하고) 아.. 왜 눈물이 날라 그러지...? 저 갈래요.

이수 : 잠깐 들어갔다, (하며 메아리 잡으려는데)

도진 : (이수 팔 탁 잡으며) 내가 바래다줄게요. 들어가요.

이수 : ..그럼 부탁할게요.. (메아리에게) 전화할게.

메아리 : (종종 걸음으로 멀어지며, 울음 섞인) 몰라요! (도진 차 지나가려하면)

도진 : (그런 메알 팔 잡아당기며) 나한테도.

이수 : ?!

도진 : (조수석 문 열고 메아리 태우며) 전화 하라고.

메아리 : (이씨!!)

이수 : (희미하게 웃어주고.. 좀 착잡한 기분으로 메아리 보는데....)

 

 

S#7. 도진 차 안. + 태산 집 앞. 밤.

 

운전하는 도진과 심통 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메아리.

 

도진 : 내가 알려준 정보는 잘 활용하고 있냐? 우리 집 비밀번호.

메아리 : (괜히 엇나가는) 몰라요. 까먹었어요.

도진 : 벌써 왔다 갔드만.

메아리 : (헉!) 아, 왜 자꾸 말시켜요! 나 오빠랑 말할 기분 아니거든요?

도진 : 그럼 대꾸는 왜 해, 내 차는 왜 타고.

메아리 : (할 말 없고.. 입 삐죽) 아, 그럼 내려놓고 가든가..

도진 : 임메알. 니가 그간 오빠의 여자관계에 대해 평점이 안 좋은 건 아는데, 나 지금 진심이야. 니네 스승님한테.

메아리 : ...그래 보여요.

도진 : (그런 메아리 보다가..) 오빠네 집 갈래? 우연을 가장해서?

메아리 : ..가면 뭘 해. 다신 안 볼 사람 만들고 갔는데, 윤이 오빠가..

도진 : 그럼 이건 어떨까. 너도 윤이 의뢰인한테 삥을 뜯기고 합의는 없는 걸로. 경험상 꽤 효과적인 방법인데.

메아리 : 더 쉬운 거 있구만.

도진 : 뭔데?

메아리 : 그냥 쌤이랑 오빠랑 이번 주에 결혼하면 안돼요? 그럼 윤이 오빠 올 텐데.

도진 : (띵!)

메아리 : 아님, 어디 숨겨 논 애 없어요? 돌잔치 할만한? (하는데)

도진 : (차 끽 세우는)

메아리 : 아, 농담한 거 갖구, (하다 헉!!)

 

보면, 저만치 세라 차, 태산 집 대문 앞에 세워져 있고, 대문 앞에서 포옹하고 있는 태산과 세라.

 

메아리 : (헉!!) 다들 왜 이래. 오늘 대체 왜 이래 나한테!

도진 : 그러게 말이야. 뭐냐 저게, 집 앞에서. 지들만 연애해? 참나..

메아리 : (허- 기막힌 얼굴로 보면)

도진 : (괜히) 홍프로 가나 보다..

 

 

S#8. 태산 집 앞 + 도진 차 안. 밤.

 

태산(스키니에 후드 차림), 안고 있던 세라 품에서 떼어 놓으며,

 

태산 : 이벤트 할 만 한데? 집에도 다 바래다주고?

세라 : 들어가세요, 공주님. (태산 볼에 쪽) 굿나잇.

태산 : (세라 손 꼭 잡고) 밤마다 이렇게 헤어지는 거 나 이제 좀 싫은데?

세라 : 딱 아쉽고 좋잖아. 아침에 눈 뜨면 ‘보고 싶다’가 좋지, ‘옆에 있다’, 그거 나 별로야. 긴장감도 없고.

         가족 말고 여자할래 난. 간다.

태산 : (돌아서는 손 당겨 다시 안으며) 5분만 더 있다가.

세라 : 그 5분이 벌써 25분 째거든요?

 

 

/8-1. 태산 집 일각/ 도진 차 안. 밤.

 

메아리 : (그런 태산과 세라 보며) 아우, 진짜!

도진 : 요즘 새로 생긴 취민데, 홍프로 차 받아버릴까?

메아리 : 오빠가 젤 나쁘거든? 나한테서 울 쌤까지 뺏어가구?

도진 : 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 당분간 니네 스승님 안 만나면 안 되겠냐?

메아리 : 왜요?

도진 : 야구 해야지 학교 수업해야지 안 그래도 바쁜데, 니가 끼면 내가 까일 거 같아서. 나 내일부터 그 여자랑 연애할거란 말이야.

메아리 : 아, 진짜 짜증나!

 

 

S#9. 학교 근처 식당. 다음날 낮.

 

창밖으로 학생들 교복 입고 지나가고, 이수와 도진 마주앉아 있다.

이수는 미치겠단 표정으로 출입구 쪽 등지고 앉아있고.

 

이수 : (창밖 눈치 보며) 여길 오면 어떡해요.

도진 : 점심 같이 먹으려고 왔죠. 학교에 남자 있다는 소문도 좀 낼겸. 교무실로 갈 걸 그랬나?

이수 : (헉!) 미쳤나봐 남의 직장에서.

도진 : 혹시 전근 갈 생각 없어요? 여고나 여중으로? (이수 등 뒤 어딘가 시선) 연하남들한테 인기가 너무 많네.

이수 : (고개 돌려보면, 헉!!)

학생들 : (창문에 얼굴 대고 이수 구경하고 있고...)

학생1 : (컵 떡볶이 먹으며) 쌤 애인이에요?

학생2 : (도진 보며) 얼~ 쌤 능력자~

학생3 : (지나가는 애들에게) 야, 윤리 여신 연애한다~ 남친 간지 작살!

학생들 : (“진짜?” “어디?”하며 두어 명 더 식당 앞으로 모이고)

도진 : (그런 모습 지켜보는. 재밌고..)

이수 : (미치겠고..) 일어나요, 얼른. 딴 데로 가요. (앞서 나가며 학생들에게) 이것들이! 점심시간에 누가 교문 출입하래! 어?

         얼른 안 튀어 들어가! 발 보여 발!

학생1 : (뒤로 밀리며 능글) 쌤 남친 잘 생겼어요∼

이수 : 곽태원 너어!

도진 : 넌 아주 솔직한 아이구나.

이수 : (쫌!) 따라와요. (앞서 걷고)

도진 : (그런 이수 따라가고..)

이수E : (헉!!) 뭐라구요?

 

 

S#10. 학교 근처 카페. 낮.

 

아이스커피 두 잔 놓고 마주앉은 이수와 도진.

 

도진 : 다시 말해 줘요?

이수 : (아이스커피 빨대 빼고 벌컥 벌컥 마시는)

도진 : (미간 좁히고 그런 이수 보며) 내숭 좀 떨죠? 우리 연애 첫날인데.

이수 : 아니 내가 기껏 짝사랑 쫑내고 이제 핑크빛 라이프 좀 꾸려보겠다는데 왜 이래요 나한테? 다시 짝사랑을 하라고요?

도진 : 나한텐 안 했잖아요. 태산이한테만 하고.

이수 : 설마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너무 뒷북 아닌가?

도진 : 왜요, 나이 좀 있고 멀쩡하게 생긴 남잔 뭐 마음도 하해처럼 넓을 줄 알았어요?

이수 : 그런 얘길 지금 하면 어떡해요? 내가 고백하기 전에 했어야죠.

도진 : 누구 좋으라고?

이수 : 허-

도진 : 짝사랑 매뉴얼 1.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한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2. 내가 전활 안 받거나 답장이 없을 경우 상처 받고 전전긍긍한다.

이수 : (기막혀 입 떡 벌어진!)

도진 : 3. 내 사무실이나 우리 집 근처에서 얼쩡거려본다. 혹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4. 만약 날 보게 되더라도 먼발치에서 하염없이 지켜만 본다. 애틋하게.

이수 : 허..

도진 : 5. 내가 딴 여자랑 이야기하면 질투에 눈이 멀어 차를 박을까? 생각해 본다. 6. 내 초중고 졸업사진을 반드시 입수해

         지갑에 넣고 다닌다. 7. 가끔 예고 없이 불쑥 우리 집에 찾아와 날 설레게 한다. 이상이에요. 일단은.

이수 : (지끈..) 내가 못 하겠다면요?

도진 : (뜬금없이) 그럼 나랑 여행 갈래요?

이수 : (말 같지도 않다는 듯 소리 빽!) 5교시 수업 가야 되거든요!! (발딱 일어나다 다시 앉으며) 어제 메아리랑은 얘기 잘 했어요?

도진 : 알아듣게 얘기 했죠. 내 여자 앞에 얼쩡거리지 마라. 그 여자의 시간은 앞으로 내꺼다.

이수 : 김도진씨!

 

 

S#11. 정록 카페. 낮.

 

메아리, 막 도착한 듯 스태프 룸 앞에서 앞치마 두르며 엄마 전화 받고 있다.

 

메아리 : 엄만 오빠가 전화 안 받는 걸 왜 나한테 뭐래. (듣고는) 바쁜 게 아니라 피하는 거지. 엄마가 맨날 결혼 얘기 하니까.

            (사이) 그 여자친구가 오빠랑 결혼하기 싫은가 보죠. 나 지금 출근했어, 바빠요. 끊어.

재식 : 어서 오세요.

메아리 : (끊고 반사적으로 웃는 얼굴 만들고 고개 돌리며) 어서 오,

 

보면, 윤이다. 메아리 표정 굳는.

윤, 그런 메아리 없는 사람처럼 카운터 앞 재식에게 가는.

 

최윤 : 망고바나나 하나 망고 코코넛 하나. 가져갈게. (카드 건네고)

재식 : (받고) 네. 만천 팔백 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계산하며 메아리에게) 코코넛 하나 바나나 하나.

 

메아리, 윤 보고 있는데, 윤은 메아리의 시선 느끼지만 보지 않고.

메아리, 돌아서서 음료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제야 메아리 뒷모습 쳐다보는 윤.

음료 만들다가 메아리 몸 돌려 무언가 꺼내면 고개 휙 돌리는 윤,

그 찰나 이용해 메아리, 윤 보면 윤, 다른 곳 보고 있고.. 그렇게 시선 엇갈리는 두 사람.

 

메아리 : (음료 내밀며) 주문하신 망고 코코넛 하나 바나나 하나 나왔습니다.

최윤 : (트레이 들려하면)

메아리 : 왜 두 잔이에요? 하나는 강변북로 줄라고?

최윤 : (트레이 당겨 들고 그대로 나가는)

메아리 : (그런 윤 야속하고.. 뒷모습 먹먹하게 바라보는)

 

 

S#12. 윤 로펌/ 복도. 낮.

 

음료 트레이 든 채 쓸쓸한 얼굴로 걷고 있는 윤.

그때, 윤 사무실 여직원 어느 코너에서 나오다 윤 발견하고,

 

여직원 : 최변호사님, 사무실에 의뢰인 기다리세요.

최윤 : 음, 고마워. (음료 건네며) 이거.

여직원 : 앗! 저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근데.. 왜 두 잔 사셨어요?

최윤 : (담담히..) 한 잔은 너무 짧고.. 세 잔은 비겁하고.. 그래서 두 잔.

여직원 : (??) 네?

최윤 : 맛있게 먹어. (씁쓸한 미소 띠고 가는)

 

 

S#13. 윤 로펌/ 윤 사무실. 낮.

 

윤, 문 열고 들어오다 멈칫한다.

헤드폰 쓰고 음악 들으며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 헤드폰 벗으며 일어난다. 콜린이다.

 

콜린 : 저 기억하세요? 우리 구면인데.

최윤 : 음.. 메아리랑 있던.. 여긴 어쩐 일로.

콜린 : 상담을 좀 받고 싶은데, 제가 구면인 변호사가 없어서요. 앉아도 될까요?

최윤 : (책상으로 가며) 여긴 연애 상담하는 곳이 아닌데.

콜린 : (책상 앞으로 가 앉으며) 연애 상담 보단 훨씬 장래성 있는 상담인데요.

최윤 : (끙.. 서류 보며) 다른 변호사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내가 시간당 50이라, 추천은 못하겠네.

콜린 : 제가 아빠가 한 분 있는데요.

최윤 : (계속 서류 보며) 보통 다 한 분 있지.

콜린 : 전 두 분 정도 되거든요.

최윤 : (그제야 시선 들고 뭐냐 너? 보는)

콜린 : (보는)

최윤 : 근데.

콜린 : 친아빠란 사람은 제 존재를 몰라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았구요. 당연히 호적도 같이 안 쓰겠죠?

최윤 : (보는)

콜린 : 근데 제가 찾아가서 내가 당신 아들이야, 하고 친자확인이 되면, 그 사람 재산이 나한테 상속되나요?

최윤 : (띵!)

콜린 : 아님, 그 사람이 죽어야 되나요?

최윤 : (띵!!)

 

 

S#14. 정록 아지트. 밤.

 

윤, 테이블에 혼자 앉아 콜린 생각하며 골똘히 술 마시고 있고,

정록, 가게 일 보다가 와서 마주앉으며,

 

정록 : 뭔 생각하냐.

최윤 : 너 그때 니네 카페에서 메아리 찾아온 남자애 기억나?

정록 : 당연히 기억나지. 몇 번을 봤는데. 왜.

최윤 : (!!) 몇 번..이나? 많이, 가까워 보였어?

정록 : 이건 또 무슨 장르의 질투신가. 메아리가 지금 그럼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뭐 그런 짜릿한 꿈과 모험의 세계에 있다는 거야?

         그래서, 넌 지금 속이 쓰린 거야?

최윤 : (확) 왜 불똥이 일로 튀어!

정록 : (눈 가늘게) 뜨겁긴 한가? 친구?

최윤 : 시끄러!

태산 : (앉으며) 얘가 뭘 또 시끄럽게 했는데.

도진 : (태산 뒤따라 들어오며 앉고)

정록 : 나야 항상 시끄럽지. 그래서 늘 닥쳐, 혹은 시끄럽고, 라는 말을 사서 듣지.

태산 : 시끄럽고, 야 니네 가게는 스크린 달 생각 없냐. 지금 야구하는데.

정록 : 우리가겐 물과 스크린은 셀프야. 원하면 니가 달아.

도진 : (메뉴판 보며) 블루캣은 나 영입할 생각 없어?

태산 : 뭘로. 야구공으로?

도진 : 투수로.

최윤 : 니가 무슨 투수야. 던질 줄 아는 거라곤 유리컵 밖에 없는 놈이.

태산 : 갑자기 투수는 왜.

정록 : 법대 나온 놈이나 공대 나온 놈이나 머리 돌아가는 속도 봐라. 왜 투수겠냐. 심판이랑 마주보잖아.

윤/태산 : (정록 보며) 오...

도진 : (정록에게 메뉴판 주며) 시끄러. 블랙러시안이나 말아와.

정록 : (메뉴판 받고 일어나며) 네 손님.

 

정록 일어나는데, 누군가 네 남자들 테이블로 다가오고. 네 남자들을 알아보는 표정이다.

 

정록 : 어서 오세요.

종석 : 혹시... 야, 너 선도부 이정록! 야.. 반갑다! (손잡고 악수하는) 어떻게 하나도 안 변했냐. 완전 그대로네?

태산 : (무심코 고개 들었다 헉! 얼굴 가리고 복화술로) 야야, 고개 숙여. 얼른.

정록 : (누군지?) 그.. 그래? 넌 많이 변했..나 보다?

도진/윤 : (태산 반응에 왜 저래? 외려 종석 보는데)

종석 : 어? 김도진 맞지! 너 윤이고. 야 너네 아직도 몰려 다녀?

도진 : (누구지? 일단 웃으며) 어.. (하고 윤에게) 아는 분이셔?

최윤 : (역시 웃으며..) 글쎄.. 태산인 알지 않을까? 야, 뭐해.

태산 : (미치겠고.. 표정 관리하고 일어나며) 깜빡 졸았다. 어, 왜.

종석 : 얌마, 임태산!

태산 : (완전 처음 봤다는 듯) 어, 그래! 야, 진짜 오랜만이다. (악수하는)

세남자 : (누구지?)

종석 : 니들은 그대로다 진짜. 난 많이 늙었지. 벌써 딸내미가 대학 입학했다, 난.

태산 : 아.. 그렇구나.. 우린 좀 바빠서.. 딴 데 약속이 있거든. 야, 가자, 늦겠다.

일동 : (왜 이래? 그 중 정록) 어딜?

도진 : (태산에게 슬쩍) 누군데.

태산 : (미치겠고.. 들으라고 일부러) 그래, 종석아. 야, 나종석! 진짜 반갑다.

세남자 : (헉!!!!)

 

/2부 프롤로그 - “아저씨들이 우리 아빠 어떻게 알아요?”

 

네 남자, 서로 눈빛 교환하며 어떡하지? 싶고..

 

종석 : 와 어떻게 이렇게 보냐. 니들은 결혼은 했냐? 이럴게 아니라 한 잔 하자. (앉아서 메뉴판 집어 들면)

정록 : (메뉴판 확 뺏어 숨기며) 아냐, 아냐. 여기 완전 바가지에 비싸기만 하고 맛없어. 딴 데 가. 오지 마 오지 마.

         여기 물도 완전 구려.

종석 : 그래? 괜찮아 보이는데. (휴대폰 꺼내며) 참, 니들 우리 딸 못 봤지?

 

네 남자, 헉!! 그대로 돌아서 품격 없이 후다닥 튀는 네 남자의 모습이고!!

 

 

S#15. 이수 집/ 거실. 밤.

 

이수, 빨래 개고 있고, 세라, 한쪽에서 행거에 빨래 널고 있다.

그때, 이수 핸드폰 문자 온다. 보면, ‘꽃다운 그 자’다.

문자 클릭해 보면, 학교 앞 카페에서 읊었던 짝사랑 내용들 주르륵 적혀 있다.

미소 짓고 웃는 이수.. 그렇게 조르는 도진이 사랑스럽고..

미소 띤 채 다시 속옷 차곡차곡 개는. 세라 거, 내거, 내거, 세라 거, 분리하다 문득, 미소 사라지는..

개놓은 세라의 속옷과 자신의 속옷 비교해보는.

세라의 속옷, 섹시하고 화려한 데 반해 자신의 속옷, 너무 실용적인 면 팬티와 브라다.

심지어 야옹이 그림 있는 귀여운 속옷도 있고.. 이건 아닌가 싶어 보고 있는데,

 

세라 : (이수 앞에 와 앉으며) 연애를 하긴 하나 보네.

이수 : 어?

세라 : 속옷들 꼬라지 보니 이게 아니다 싶지? (이수 속옷들 보며) 언제 어디서 어떤 남잘 만날 줄 알고 이게 뭐니?

이수 : 영.. 아니야? (세라 거 가리키며) 이런 취향 아닌 남자도 있지 않을까?

세라 : 있기야 있겠지만 그런 남자들 안에 김도진은 없어. 옷이나 입어. 나가자.

이수 : 어딜?

 

 

S#16. 이수 집 인근 속옷 가게. 밤.

 

섹시하고 화려한 속옷들 걸려 있는 매장.

이수와 세라 둘러보고 있다.

 

이수 : (스킨 톤의 무난한 속옷 보며 감촉 확인하고 있는데)

세라 : 도진씬 그쪽 취향이래? (보고 있던 호피 속옷 보이며) 태산씬 이쪽인데.

이수 : (살짝 심각) 남자들은 진짜 그건 거 좋아해?

세라 : 싫을 이유가 뭐야. 남자들이 좋아하는 섹시는 벗은 상태가 아니라 벗기고 싶은 상태야.

이수 : 야, (눈치 보며) 누가 듣겠다.

세라 : 너 들으라고 너. 야옹이에서 어흥으로 바로 점프 하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 내가 골라 주는 것 중에 골라.

         (속옷 하나 골라 들며 - 화려하지 않고 적당히 섹시한 검정 레이스 (프릴 아님) 속옷이다) 바로 이런 거. 초대지.

이수 : 초대?

세라 : (엄정화의 ‘초대’ 귀엽게 부르며. 댄스 포인트 동작까지 ♬) 오늘을 기다렸어. 이런 밤이 오기를.

         그대와 단 둘이서 지새울 이 밤을 난 기다려왔어.

이수 : (깔깔깔 웃는)

세라 : 좀 더 어필하려면 (다른 것 하나 집어 들고) 이런 거.

이수 : (보면)

세라 : (박지윤의 ‘성인식’♬) 그대여 뭘 망설이나요. 그대 원하고 있죠. 눈앞에 있는 날.

         알아요. 그대 뭘 원하는지 뭘 기다리는지 그대여 이리와요.

이수 : 하하하. 그럼 난 이거. (속옷 하나 집어 들고 ♬) 외로울 땐 나를 불러 뭐가 니 맘에 걸려 내가 원한다는 걸 넌 알고 있잖아

         아이 니쥬 아이 원츄 아윌 런투유

세라 : 예~ 베이비(X2)

 

 

S#17. 이수 집 인근 길. 밤.

 

노래 합창하며 각자 손에 속옷 든 쇼핑백 흔들며 신난 걸음으로 집 향하는 이수와 세라.

사랑받고, 사랑하는 여자들의 설레고 귀여운 감성이고...

 

합창 : (‘성인식’ 후렴구♬)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그대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그대 기다렸던 만큼

         나도 오늘을 기다렸어요. 장미 (강조) ‘서른여섯송이’ 내게 줘요. 그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그댈 기다리며,

 

 

S#18. 도진 아파트/ 윤 방. 밤.

 

편한 차림의 윤, 옷장에 다린 셔츠들 걸고 있다.

 

합창E : 나 이제 눈을 감아요.

 

셔츠 걸던 윤, 문득 아래쪽에 놓인 박스 본다. 메아리가 선물한 가방 상자다..

쪼그려 앉아 박스 열어 보는 윤. 잠시 아련해지는..

 

/(2부 25-1씬) “오빠”하며 달려와 품에 폭 안기던 메아리..

메아리 : 완전 보고 싶었어요..

 

/(6부 26씬) 화난 윤에게 기습적으로 뽀뽀하던 메아리...

 

/(7부 39씬) 생일 파티에서 서럽게 울던 메아리...

메아리 : 시간 때문 아니잖아! 내가 윤이 오빠 좋아해서 그런 거잖아!!

 

/(10부 32씬) 차도로 막 뛰어 들던 메아리...

 

E (‘딩동!!’ 문자음 울리는)

 

 

/18-1. 다시 윤 방. 밤.

 

아득했던 정신 문자음에 현실로 돌아온 듯.

윤 문자 확인하면, 메아리고. [6월의 마지막 밤입니다...ㅠㅠ]

윤, 먹먹히 보는데, 이내 또 문자 딩동! 보면,

[ㅋㅋ] 이란 문자와 편의점 매대에 다 팔리고 딸랑 하나 걸려 있는 ‘밤(맛밤)’ 사진.

윤, 메아리 귀여워서 피식 웃는.. 그러다 쓸쓸해지는...

윤, 무슨 생각에선지 답장 쓰는.. [이렇게밖에 우린.. 말을 걸 수가 없구나...]

잠시 자기가 쓴 답장 물끄러미 보다가 천천히 지워버리는데...

다 지워진 빈 칸 잠시 더 보고 있다가 ‘통화’ 버튼 누르는 윤.

신호음 가자마자 받는 메아리다.

 

메아리F : (감격) 윤이오빠!!

최윤 : ...시간 괜찮으면.. 잠깐 볼 수 있을까?

메아리F : (흥분) 진짜요? 진짜 진짜?

 

 

S#19. 어느 찻집. 밤.

 

예쁘게 차려 입고 온 메아리. 너무 좋지만 조심스럽다.

그 앞에 윤 마주앉아 있다.

 

메아리 : (잔뜩 기대한..) 할 말.. 뭔데요? 나 완전 날아 왔는데...

최윤 : (차분하게) 그동안 내가 널 스물네 살로 대하지 못한 거 같아서. 미국에서 경영 전공했다던데. 졸업은 하고 온 거니?

메아리 : (뭐지? 싶지만..) 중간에 그냥.. 가방도 만들고 싶고.. 오빠도 보고 싶고..

최윤 : 가방?

메아리 : 원래는 디자인 쪽 공부할라 그랬는데 너무 서둘러 가다 보니까 그냥.. 근데 그런 거 왜 물어요?

최윤 : 이런 게 스물네 살이랑 해야 하는 얘기거든. 임메알.. 넌 꿈 없어?

메아리 : !!!

최윤 : 니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나 따라다니는 일 밖에 없잖아. 꿈과 전혀 상관없는 엄한 데서 알바나 하면서.

메아리 : !!!

최윤 : 가방 만들고 싶어? 근데 그게 노력 없이 되는 일이야? 너랑 같은 꿈을 꾸는 니 또래 다른 친구들은 토익에 공모전에

         스펙 쌓아 취업하려고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살 텐데 넌 지금 뭐하고 있냐고.

메아리 : (눈물 나려하지만 억지로 참고 차분히) 연락하지 마, 좋아하지 마, 그런 소리 들을 줄 알고 온 건데...

            그런 말 하는 오빠라도.. 한 번 더 보겠다고 온 건데...

최윤 : (가슴 찢어지고.... 하지만 건조한 표정으로 보면)

메아리 : (결국 울음 터진) 누가 꿈 없대요? 나도 꿈 있어요! 그치만 난 오빠가 더 급하니까.. 오빨 더 오래 기다렸으니까..

            디자이너는 내 꿈이고 오빤 내 운명이니까. (서러운) 운명은 피해가기도 하니까..

최윤 : (!! 너무 가슴 아프지만 메아리를 위해서 독하게 말하는...) 사랑? 중요하지. 근데 넌 니 가치를, 누군가의 애인 정도로만

         매길 거야? 진짜 운명이라면.. 못 피해. 그니까 나한테 신경 끄고 너한테만 집중해. 간다. (차갑게 일어나 가는)

메아리 : (하... 눈물 뚝뚝 흘리며 멀어지는 윤 보고 있고....)

 

 

S#20. 태산 집 대문 앞.

 

헉!! 태산, 놀라고 화난 얼굴로 어딘가 보면,

술에 취해 대문 앞에 널브러져 ‘음냐.. 음냐..’하고 있는 메아리.

 

태산 : 아놔.. 오늘은 현관까지도 못 갔냐? 팰 데라도 있음 확 패기라도 하지, 순 머리발이라 머리도 못 밀겠고. 미춰버리겠네 아주.

 

기막히고 열 받아 죽겠는 태산이고...

 

 

S#21. 화담건축사무소/ 전경. 다음날 낮.

 

도진E : 춘천?

 

 

S#22. 화담건축사무소/ 사무실. 낮.

 

퀄즈 리조트 조감도 보면서 의견 나누고 있는 도진과 태산.

 

태산 : 퀼즈 리조트 현장 답사. 다음 주말에 갔다 오자.

도진 : 왜, 뭐 문제 있어?

태산 : (위도 지도 보이며) 위도가 북한강 상류지역이고 내수면이라 홍수 시 안전에 대비하려면 아무래도 계획고보다

         한 2미터 이상 성토(자막-흙을 쌓음)를 더해야 할 거 같아서. 총 6-7미터 정도. 현장 가서 보면 답 나오겠지.

도진 : (선수 치며) 그래. 잘 다녀와. 아, 나 요즘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슬쩍 일어나 나가려하며)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태산 : (그런 도진 어깨 턱 잡아 다시 앉히며) 배가 왜 아퍼. 생리휴가 쓴 지 얼마나 됐다고.

도진 : 야! 넌 2년차 연애지만, 난 이제 막 이틀 차야. 주말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데!

태산 : 여잔 세 번까진 기다려 주지만 클라이언트는 3분도 안 기다려.

         (가방 챙기며) 분당 현장 갔다가 세라네 집으로 시간 맞춰 갈게. 이따 봐.

도진 : (이씨... 하곤 손목시계 보고) 근데 이 여잔 왜 반응이 없어.

 

 

S#23. 화담건축사무소 근처 거리. 낮.

 

이수, 도진 사무실 향해 걷고 있는. 사랑에 빠진.. 살짝 행복한 모습이고..

그런 그녀와 마주 걸어오는 커플. 다정해 보인다.

젊은 여자, 헤어스타일 업스타일 똥머리다.

커플 이수 스쳐지나가고, 이수 살짝 멈칫.. (시선 주지는 말고)

 

(시간경과)

똥머리하고 걷고 있는 이수.. 그런 이수 앞으로 양 갈래로 머리 묶은 여자 지나가고.. (여전히 시선 주지 말고)

 

(시간경과)

양갈래로 머리 묶고 걷고 있는 이수.. 그러다 내가 뭐하는 짓이야 스스로 웃겨 계속 걸으며 머리 다시 풀고 걷는데...

 

 

S#24. 화담건축사무소 일각. + 앞. 낮.

 

도진, 한 손에 커피 들고 창가에 서서 최팀장과 업무 이야기하는 중이다.

 

도진 : 스키장 슬로프 두 개로 나누라는 건 어떻게 되고 있어.

최팀장 : 정해진 틀에서 바꾸려니 막히는 데가 좀 많아요. 다음 주 초까진 완성해서 올리겠습니다.

도진 : (주머니에서 문자 알림음 울리고) 오케이. 일 해.

최팀장 : 넵. (가는)

 

도진, 핸드폰 꺼내 문자 보면, [먼발치가 어느 정도예요? -서이수]

창밖 내려다보면, 이수, 미소 지으며 서 있다. 그 모습 보고 픽 웃으며 전화 거는.

 

/이수 : (창밖. 핸드폰 울린 듯 전화 받는다)

도진 : 일곱 시 방향으로 2보 후퇴.

/이수F : (후퇴하면) 여기요?

도진 : 딱 거기. (사랑스럽게 보는)

/이수F : 지금 나 많이 이상한 여자 같애요?

도진 : 나한테 많이 반한 여자 같애요.

/이수F : 하하. 발뺌은 못하겠네.

도진 : (그런 이수 사랑스럽고) 먼발치에서 나 보니까 어때요.

 

 

/24-1. 화담건축소 앞. 낮.

 

이수 : 멀리서 보니까 쫌, 멋있네요.

/도진F : 당연하죠. 신경 써서 서있는 중이거든요. 올라와요. 가까이서 보면 더 멋있어요. 자세히 보면 숨 막히고.

이수 : 하하하. (웃으며 전화 끊고. 도진 올려다보며 건물 향해 걷는)

도진 : (그런 이수 지켜보고 있고...)

 

 

S#25. 화담건축사무소/ 도진 사무실. 낮.

 

이수, 조심스럽게 들어와 보면, 도진, 여직원과 얘기 중이다.

 

여직원 : 수입차 매장이요. 이게 두 번째 시안입니다.

도진 : (비타민 물에 퐁) 외관 전면 디자인이 이렇게 화려하면 매장에 전시된 자동차가 보이냐?

         (도면에 시선 두고 불쑥) 태산이 찾아요?

이수 : (엥?) 네? (하다, 놀리는 거 알고 ‘으이그...’)

도진 : (여직원에게)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랬지, 포인트가 건물 자체가 되면 어떡하나. (불쑥) 뭐하고 있어요. 나 기다리는데?

이수 : (?) 뭘..요?

도진 : (입모양으로 “질투” 하고 여직원 눈짓)

이수 : (헉! 여직원 보기 창피하고.. 여직원에게) 말씀 나누세요.

여직원 : (이수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소장님 연애하시는 거 소문 다 났거든요.

            (괜히 찔려서 도진에게) 전 아무한테도 말 안했습니다.

도진 : 왜 안 해. 그 소문 내가 낸 건데. 소문이 나야 내가 퇴근을 좀 일찍 하지.

         지들은 사내 연애하느라 비상계단에서 영화 한 번씩은 다 찍으면서 말이야.

여직원 : (냉큼 도면 챙기며) 전 이만. (후다닥 나가는)

이수 : 참나.. 질투? 대체 사람이,

도진 : (훅- 키스할 것처럼 그런 이수 향해 다가오는)

이수 : (헉! 가슴 팡팡 때리며) 미쳤어. 미쳤어. 사무실에서.

도진 : (왜 이래? 하는 표정으로 이수 등 뒤 테이블 위 가방 집어 드는)

이수 : (앗! 완전 창피하고..) 퇴근.. 안 하세요?

도진 : 어떻게, 비상계단으로 내려갈까요?

이수 : 이씨.. (창피해 후다닥 사무실 나가는)

 

도진, 가방이랑 소지품 챙기며 그런 이수 귀여워 뒷모습 보며 웃는.. 행복하고...

 

 

S#26. 마트. 밤.

 

태산과 세라, 카트 끌면서 장보고 있다. 카트 안에 이미 꽤 담겨 있고.

과일, 안주, 술, 당면, 시금치 등, 잡채 재료 있고, 유산균 음료도 있다.

 

태산 : (흙 묻은 당근 고르며) 끝이 뾰족한 게 좋은 건가 둥근 게 좋은 건가?

세라 : (세척한 당근 팩 들어 카트에 넣으며) 다 씻어 놓은 게 좋은 거야.

태산 : (마음속에서 무언가 덜컹 하지만 꾹 참고) 밖에 음식 지겹지 않아?

세라 : 씻고 지지고 볶고 치우는 게 더 지겹지. (하는데)

효진E : 홍세라?

 

세라와 태산 돌아보면, 서너 살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 카트에 태우고 있는 한 여자다.

여자, 삶에 찌든 느낌의 살집 있는 아줌마다. 낡은 플랫슈즈에 펑퍼짐한 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이고.

세라, 인상 찌푸려지는데..

 

세라 : (아는 듯) 어? (근데 꼴이) 효진이니?

효진 : (반갑게 카트 밀고 다가와) 세라 맞구나? 어머, 난 긴가민가했네..

         (세라 차림 보고) 어머, 넌 어쩜 늙지도 않니.. 얼마만이야 세상에.

세라 : 그러게. 한 십년 됐나? (꼬마보며) 아들?

효진 : 어. 둘째야. 이쁘지.

세라 : (낯설게) 어어.. 안녕?

효진 : (뒤쪽에 서있는 태산 보며) 남편?

세라 : 남자친구. (태산에게 효진 소개하며) 고등학교 동창.

태산 : 반갑습니다.

효진 : 네, 저두요. 넌 아직 시집 안 갔구나? 얼른 시집가. 나이 더 먹으면 애 낳기 힘들어 야. 애한테도 안 좋구.

세라 : (기분 나쁘지만 참는) 그래. 우린 저녁 약속이 있어서.

효진 : 어, 어. 그래 가. (태산에게 목례하고 세라에게) 전화하자.

세라 : 그래. (인사하자마자 태산 팔 잡고 돌아서 가는)

태산 : 여자 친구도 있었네?

세라 : 있기야 있지. 잘 안 만나서 그렇지. 만나봐야 죄다 시댁 얘기 애 얘기뿐이야. 저게 뭐야, 꼴이.

         학교 때 나랑 우리 학년에서 투톱이었어 쟤.

태산 : 왜. 보기만 좋은데. 아들도 귀엽고 행복해 보이는구만. 예쁜 옷 예쁜 구두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보고 있는 거지, 니 친구는.

세라 : 그 이상의 것이 저런 식이라면 난 사양이야. 딱 봐도 자기 인생에 자기가 없잖아. 그게 행복이야?

         내 사전의 행복엔 저런 장면은 없어. (앞서가는)

태산 : (!!!.... 또 무언가 덜컹.. 하지만 묵묵히 카드 밀고 세라 따라가는데...)

 

 

S#27. 이수 집/ 부엌. 밤.

 

태산, 세라 에이프런 두르고 요리 중이다.

거의 다 된 듯 홈바에 와인 세팅 되어 있고, 잡채와 음식도 두어 가지 올려져 있다.

 

세라 : (볼에 계란 풀며) 도진씨랑 이수는 언제 온대?

태산 : (마른 수건으로 접시 닦고) 올 때 됐어.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달궈 일단.

세라 : 오케이.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가스레인지 약한 불 켜는데)

태산 : (와인 잔 꺼내며.. 세라 눈치 보며) 근데 저기.. 엄마가 한번 보자시는데..

세라 : (멈칫.. 보면)

태산 : 언제가 좋을까.

세라 : 난 싫은데.

태산 : (!!.. 가스레인지 불 끄고 식탁으로 가며) 좀 앉아봐. (의자에 앉는)

세라 : (따라 앉는)

태산 : 너, 나랑 결혼 할 맘 없냐?

세라 : 왜 갑자기 결혼 얘기가 나와?

태산 : 너도 알다시피 나 장남이고, (하다 승질 나고) 너 나랑 결혼 생각 전혀 안 하는 거야?

세라 : 난 임태산은 좋은데 결혼은 별로야.

태산 : 너나 나나 결혼을 했어도 두 번은 했을 나이야.

세라 : 보통은 그렇지. 근데 난 싫어. 결혼하면 나 운동하는 건 어쩌고.

태산 : 결혼해서도 할 수 있잖아. 왜 꼭 결혼하면 세상 다 끝나는 것처럼 굴어.

세라 : 그러다 애 생기면. 프로골퍼 홍세란 거기서 끝이야. 왜 세상이 안 끝날 거라고 거짓말 해? 내가 스물다섯이야?

태산 : (실망스런, 화나는) 참..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할지.. 너란 여자, 참 미치겠다..

         (화 못 이기고 일어나며) 오늘 파틴 취소됐다고 전해. (돌아서다 울컥) 결혼이 왜 그렇게 싫은 건데!

세라 : (벌떡 버럭) 싫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한 거야!

태산 : 내가 도우면 되잖아!

세라 : 태산씨가 애 낳을래? 자기 장남이라며. 지금이야 결혼이지만 결혼하면 애 낳자고 조를 거 아냐!

태산 : ...정말.. 그 이유 하나야?

세라 : 무슨 뜻이야?

태산 : 그냥 덜 논 거 아니고?

세라 : !!

태산 : 그냥 다 핑계 같이 들린다 난. 더 놀고 싶고, 더 즐기고 싶은 거 아니냐고.

세라 : (!!! 완전 상처 받았고..) 시작 할 때 내가 분명, 말한 걸로 아는데? 우리 관계 결혼 전제 아니라고.

태산 : 그러니까 넌 처음부터 잠깐 놀다 헤어져야지 하고 시작한 연애였다는 거네?

세라 : (!!..더 상처 받고..) 그래 보통 어떤 결정을 하는 덴, 이유가 한 가지뿐이진 않지.

         그래 그럼, 잠깐 놀다 헤어질 연애 한 걸로 하자.

태산 : (!!!) 그러자.. 결혼할 생각이었다면, 나도 너 안 골랐겠지.

세라 : !!!

 

태산, 에이프런 풀어 확 팽개치고 부엌 나가 소지품 챙겨들고 현관 나가버리는!!

세라, “하...” 혼자 부엌에 덩그렇게 서있다. 눈물 날 것 같은데 전화 오는. 표정 정리하고 받으면,

 

세라 : 어. (사이) 지금? 그래. 나갈게. 오늘 죽어라 마실 거니까 넉넉히 세팅해놔.

 

앞치마 풀어 대충 내팽개치며 방으로 들어가는 세라고...

 

 

S#28. 도로 + 차 안. 밤.

 

운전 중인 도진과 그런 도진 옆자리가 설레기도 하고 뭔가 행복하기도 한 이수고..

 

도진 : (갸웃) 생각보다 인내심이 강한 여자였네..

이수 : (??) 뭐가요?

도진 : (웃음기) 내가 이렇게 좋은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이수 : 치. (어깨 으쓱) 뭐, 엄청 대단히 죽을 만큼 숨 막히게 좋지는 않았으니까.

도진 : (어깨 으쓱) 그럴 리가.

이수 : (눈 흘기고) 근데 지금 어디가요?

도진 : 집.

이수 : 누구 집이요?

도진 : 가고 싶은 집 있어요? 태산이 집으로 갈까요?

이수 : 아 진짜!

도진 : 그럼 여행 갈래요?

이수 : 아우, 증말!

도진 : 오늘 집주인이 홈바 오픈식 한다는데 동거인은 몰랐어요? 별로면 여행가든가.

이수 : 아놔.. (오디오 틀려고 손 뻗으며) 음악 들어도 되죠.

도진 : (더 잽싸게 오디오 작동하며) 내가 할게요. 우리 베티, 아직 그쪽 손길 낯설 거라.

이수 : (헉!! 정색하고) 베티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도진 : (!!.. 괜히 딴 소리) 차가 막히네?

이수 : (허-!!) 베티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도진 : 내려서 대답해 줄게요.

이수 : 왜요?

도진 : 베티가 듣잖아요.

이수 : (헐...)

 

 

S#29. 이수 집/ 거실. 밤.

 

이수, 도진 현관문 열고 들어온다.

 

이수 : 나 왔어. (아무 소리 안 나고 현관에 신발도 없고. 도진 보며) 뭐예요. 뻥친 거예요?

도진 : (부엌 가리키며) 뻥이라기엔 정황이 너무 충분한데.

이수 : 어디 갔지? (세라 방 똑똑 해보고 문 열어보지만 없고)

도진 : (부엌에서 흔적들 살펴보며 탐정처럼) 요리가 중단된 타이밍이 뜬금없는 걸로 봐선

         (프라이팬에 둘러진 기름 보곤)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굽기 직전, 싸우고 나갔네요.

이수 : 왜 싸웠지...?

도진 : 그게 일상인 커플이라. (홈바에 안주와 와인들 세팅되어 있는 거 보는) 일단 우리가 굶을 일은 없으니까 된 걸로.

이수 : 전화해 볼게요. 둘이 뭐 사러 나갔을 수도 있잖아요.

도진 : (그때 메시지 울리고 보면 태산, [미안. 오늘 저녁은 취소하자.]) 내 말이 맞대도. 계란만 구우면 완성이네. 마저 구웁시다.

         (재킷 벗어 의자에 걸치는)

이수 : 진짜 싸웠구나. (가스레인지 불 켜며) 재킷 방에 두세요. 음식 냄새 배요.

도진 : 고마워요. (들고 방으로 가는)

이수 : (계란 굽고 포크, 나이프, 스푼 세팅하는데 뭔가 퍼뜩 떠오른! 헉! 가스레인지 불 끄고 사색 되서 방으로 달려가는)

 

 

/29-1. 이수 방. 밤.

 

이수, 문 벌컥 열고 들어오면, 침대 위에 예쁘게 놓인 새 속옷들, 라벨도 안 뗀 채 나란히 놓여있고.

서서 구경 중인 도진. 다급하게 치우는 이수,

 

이수 : (속옷 마구 이불 속으로 넣으며) 왜 남의 속옷을 막 보고 그래요!

도진 : 고르라고 늘어놓은 거 아니었어요?

이수 : (밀며) 당장 나가요 얼른!

도진 : 사이즈 맞게 샀어요? 클 거 같은데.

이수 : 이씨, (그 와중에 뜨끔) 그렇게.. 그렇진.. 안거든요! 나가요 빨리!

도진 : (밀려 나가며) 난 가터벨트, 코르셋 이런 건 별로예요. 번거로워서.

이수 : (헉!) 미쳤나봐! 어우 나가요 빨리!!

도진 : 근데 왜 갑자기 다섯 세트나 샀는데요?

이수 : 살 때 돼서 산거거든요? 빨리 안 나가요? (떠밀어 밖으로 보내고)

 

 

/29-2. 부엌. 밤.

 

이수 : (도진 등 밀고 나오며) 수저나 놔요. 그리고 앞으로 제 사생활 막 보고 그러는 거 주의해주세요.

도진 : (부엌으로 와 수저 세팅하며) 진짜 주의해줘요? 막 존중해주고? 그럼 되게 섭섭할 텐데?

이수 : (계란 뒤집으려고 들었던 뒤집게 탁! 들며) 경고하는데, 그런 얘기 이제 그만 해요.

도진 : 그죠, 말만 하는 남잔 별루죠. 그럼, 이제 행동으로 할까요? (하더니 이수 허리 옆으로 손 뻗어 싱크대 잡아 이수 가두는)

이수 : (헉!! 긴장해 보면)

도진 : 난 3번이 젤 좋아요. 아까 본 브래지어 중에.

이수 : (화난 얼굴 유지하고) 왼쪽에서요 오른쪽에서요.

도진 : 다섯 개던데?

이수 : (악! 쪽팔리고..) 아, 배고파. (뒤집게 들려주며) 이거 마저 하세요. 달걀 싫어하는 거 알지만 난 좋아하니까.

 

(시간경과)

마주 앉아 밥 먹는 이수와 도진.

이수, 도진 밥 먹는 모습 물끄러미 보는..

 

도진 : 밥은 처음 같이 먹어 보네요.

이수 : 그러네... 근데 편식하시네요. 당근 왜 안 먹어요?

도진 : ..난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이수 : (웃고... 보다가.. 와이셔츠 앞주머니의 펜 녹음기 발견하고..) 거기에 김도진씨 과거 다 있겠네요.

도진 : (이수 시선 쫓아 보며) 정확하게는 컴퓨터에 다 있죠. 매일 옮겨 놓으니까.

이수 : ..김도진씨의 은밀한 사생활.. 들었어요. 정말.. 내가 모르던 세상이더라구요..

도진 : 야하고 재밌었어요?

이수 : (웃고..) 이 남자랑 만나게 되면 되게 야하고 재밌겠다 싶었어요.

도진 : 장담할 수 있어요.

이수 : ...내가 알게도.. 내가 모르게도.. 내 앞에서도.. 내 등 뒤에서도.. 날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도진 : (보다가..) 이럴 거면서 태산인 왜 좋아해가지고.

이수 : (이씨..) 발사이즈 245 은지씨는 잘 계시나 모르겠네?

도진 : 어쭈.

이수 : 되게 어려보이던데? 몇 살이에요?

도진 : 역시 진도가 빠르네. 과거 캐기. 질투하기.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 세 갤 한 번에 하네, 이 여잔?

이수 : 여자 많이 만난 게 자랑이에요?

도진 : 굳이 망신일 것도 없죠. 그럼 어떡해요, 자꾸 따르는 걸.

이수 : 몇 살이냐구요!

도진 : 서이수씨보단 어려요. 현재 대학원생. 궁금할까봐.

이수 : (끙...) 성은요? 무슨 은진데요?

도진 : 섹시한 은지?

이수 : (숟가락 탁!) 아 진짜.

도진 : (그런 이수 귀여워 죽겠고) 그런 게 왜 궁금해요.

이수 : 원래 여자들은 그런 게 궁금해요.

도진 : 김이요.

이수 : (괜히) 아아~ 김은지씨? 쫌 흔하네, 이름이. 누구게~ 그 여자는요?

도진 : 아예 그 간의 여자들 리스트 작성해다 줘요?

이수 : (뭔가 기분 상한) 됐어요. 가요.

도진 : 어딜. 여행?

이수 : (버럭!) 집에 가시라고요! 밥 다 먹었잖아요. 편식이나 하고 말이야. (저벅저벅 현관 향해 가는)

도진 : (보면)

이수 : (현관문 열고) 잘 가요 조심해서! 그럼 다음 계절까지 안녕히!

도진 : 왜 삐졌지? (갸웃..)

이수 : (더 약 오르고..)

 

도진, 그런 이수 귀엽게 보는데, 핸드폰 문자 오는. 보면, 윤이다. “119. 긴급!”

도진, 뭐지? 싶고, 이수, 왜 저래? 보는데...

 

 

S#30. 태산 집/ 태산 방. 밤.

 

착잡한 얼굴로 전화기 노려보고 있는 태산.

 

태산 : 끝까지 잘했지, 지가, 끝까지. 후... (하는데)

 

똑똑, 노크 소리 들리고, 메아리 들어오는.

 

메아리 : 오빠 왜 자꾸 엄마전화 안 받아? 엄마가 오빠 잡아서 전화 연결시키래. (핸드폰 걸며) 지금 통화해.

태산 : (핸드폰 뺏으며) 나 출장 갔다 그래. 지구 반대편에 있다고. 칠레나 페루 브라질 뭐 그런 쪽으로.

메아리 : 아, 왜!

태산 : 아, 쫌! 결혼 닦달 하니까 그렇지.

메아리 : 그 얘기 나올 줄 몰랐냐? 오빠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먼저 할까 결혼?

태산 : (헉!) 이걸 확! 내가 너 스물네 살에 아줌마 되라고 유학비 다 댄 줄 알어?!

메아리 : (씨..) 나한테 전화 안 오게 해! 한 번만 더 전화 오면 세라 언니가 어떤 언닌지 다 말할 거니까! (쾅 닫고 나가는)

태산 : ...저게. (머리 복잡하고 그때 ‘딩동!’ 문자 메시지 오는. 어! 세란가? 보면 “119. 긴급.” 윤이고...) 뭔 일이야 또.

 

 

S#31. 도진 아파트./ 거실. 밤.

 

도진, 윤, 태산, 정록, 모두 모여 있는.

 

도진 : (물 마시려다 말고 놀라) 뭐라고?

최윤 : 제수씨가 내일 사무실로 오겠대. 인감도장 들고.

태산 : 건물 임대 계약, 기어이 만료하시겠대?

최윤 : 건물 말고 결혼을 만료하시겠대. (정록 보며) 이혼 도장 찍으러 오시겠대.

도진 : (다행이다) 최악은 아니네. (마시던 물마시며)

태산 : 언제 통보 왔는데?

최윤 : 좀 전에. 이번엔 심상치 않아. 그냥 일 년에 두어 번 명절 인사처럼 하던 ‘이혼할래요’랑은 뉘앙스가 달라.

정록 : (태산 따라 들어오며 심드렁) 하루 이틀이야?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태산 : (확!) 뉘앙스가 다르대잖아! 너 제수씨랑 살고 싶긴 하냐?

정록 : 그럼 내가 누구랑 살어?

태산 : (소파에 앉으며) 아니, 제수씰 사랑하느냐고 자식아!

정록 : 하지. 나 그냥 여자들이랑 차 한 잔 마시는 게 다야. 내가 걔네랑 잠을 자냐, 오피스텔을 사주냐.

도진 : (수긍) 그건 그래.

최윤 : 뭐가 그건 그래. 너 그럼 저번 주에 우리랑 있다고 뻥치고 어디 갔었어.

정록 : 있어, 그런 게.

태산 : 뭐가 있는데. 백혜주야?

정록 : 무슨 일사후퇴 때 얘길.

최윤 : 강사장?

정록 : 아니라고. 여자는 맞는데, 데이트 아니고, 바람 아니고, 내연 불륜, 그런 거 일체 아니라고! 더 이상은 말 못해!

태산 : 아, 나 세라 문제만으로도 복잡해 죽겠는데! 그니까 이 사태를 어떡할 거냐고!!

 

 

S#32. 이수 집/ 이수 방. 밤.

 

이수 : (살짝 걱정스런 얼굴로 핸드폰 만지작..) 무슨 일 있나? 물어 볼걸.. (하다 인상 확 구기며) 혹시 김은지 만나러 간 거 아냐?

 

(시간경과)

침대에서 노트북으로 미니홈피 검색하는 이수.

사람 찾기에 ‘김은지’ 치고, 나이 몰라서 79-83까지 검색하는데, 571명 나온다.

헐... 페이스북에서 김은지 치고 스크롤 내리자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이수 : 왜 하필 김은지야. 아놔.. 곽은지 정도만 됐어도 어떻게 해볼 만했을 텐데.

         (하다가 침대에 털썩 고개 묻으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일이나 하자.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노트북 가져가 앉는.

한글 파일 열면, <2012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 윤리> 제목 뜨고. 문제 몇 개 출제되어 있는.

가방에서 교과서 꺼내는데, 전화 울린다.

 

이수 : 여보세요?

간호사F : 김동협씨 보호자 되시나요?

이수 : (으휴..) 또 그 아이가 무슨 사고를 쳤나요?

간호사F : 여기 병원인데요.

이수 : 병원..요?

 

 

S#33. 병원/ 응급실. 밤.

 

이수, 급히 들어와 응급실 안 살피는.

저만치 동협 누워 있는. 달려가 보면, 얼굴에 상처 있고, 팔에 붕대 감았다.

 

이수 : 너 왜 이래. 어쩌다 이랬어! 사고 난 거야? 어딜 어떻게 다친 거야?

동협 : (덤덤하게) 그건 의사한테 물어봐야죠.

이수 : 니가 덜 다쳤구나! 어! 어떻게 된 거야! 누구랑 싸웠어 또!

간호사 : 김동협 환자 보호자 되세요?

이수 : 네. 어떻게 된 건가요? 많이 다쳤나요?

간호사 : 일단 치료는 다 했구요, 근데 치료비 정산 누가 하실지 결정해주셔야 하는데요. 저 분은 못 내시겠다고 하셔서요.

이수 : (돌아보면)

여사장 : (짙은 화장에 좋은 옷에 액세서리 요란한. 동협 향해 다가오며) 야! 배달을 하랬더니, 사골 치면 어떡해!

            너 오토바이 어떡할 거야! 아주 작살났던데! 이거 순전히 니 부주의니까 니가 알아서 해.

            나 병원비 못 내고, 오토바이 수리비도 니 알바비에서 깔 테니까 그렇게 알아.

이수 : (알바?)

동협 : 그런 게 어딨어요!

여사장 : 내가 너 사고 나라고 등 떠밀었니? 등 떠밀었어! 너 일절 연락하지 마. (가려하면)

이수 : 잠시 저 좀 보시죠.

여사장 : 나요? (이수 아래 위 훑는)

이수 : 대한민국에서 사업자 내신 사장님이신가요?

여사장 : 뭐래는 거야, 이 여자.

이수 : 저 아이가 그쪽 분 가게에서 배달을 했나보죠?

여사장 : (뭐야) 그런데요!

이수 : 청소년 근로 기준법 아시죠? 저희 학생이 만으로 18세 미만인 거 아셨나요? 야간근로 시키시면서 본인에게 동의구하셨나요?

         임금의 50% 가산해서 지급은 하셨구요? 학교 쉬는 휴일에 근무시간 7시간미만으로 지키셨나요? 오토바이 보험은 드셨나요?

여사장 : 당신 뭐야. 뭔데 이렇게 아는 척이야.

동협 : 제 보호잔데요.

이수 : 이 학생 담임입니다. 방금 제 얘기 다 들으셨죠? 만약 동의 안 받으셨으면 벌금 되게 많이 무셔야 하는데요.

여사장 : 서, 선생..이세요? (짜증나지면) 병원비, 내면 될 거 아니야!

이수 : 병원비는 당연히 내셔야 하구요, 암튼, 경찰서에 신고는 할 겁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하고 동협에게) 넌 부모님 연락처 대.

여사장 : 아니, 저기,

이수 : (싸늘) 저 지금 제 학생과 얘기 중인 거 안 보이세요?

여사장 : (허- 기막혀 하면서도 이수 서슬에 쌩- 가는)

동협 : 제가 이래서 쌤을 좋아해요.

이수 : 시끄럽고, 너 학원 간다며. 그래서 야자 빼 준 거고. 부모님 연락처 대.

동협 : .....

이수 : 연락처 대라고!

동협 : 두 분 다 계신다곤 안 했는데요.

이수 : !!!

동협 : 엄만 중학교 때 집 나갔고 아버진 어디서 술에 쩔어 있겠죠. 그냥.. 하루만 보호자 해주시죠.

이수 : (보다가...) 그럼 넌 나한테 뭐 해줄 건데.

동협 : 학생한테 뭐 바라는 선생님이 어딨어요.

이수 : 난 바래. 난 우리 반 애들이 성적이 좋았으면 좋겠고, 성적이 나쁘면 성격이라도 좋았으면 좋겠고, 유쾌했으면 좋겠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으면 좋겠고, 불우한 환경 탓 하며 게임이나 하며 청춘을 낭비하는

         그런 비겁한 소년들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동협 : !!!....

이수 : 넌 그 중에 뭐 해줄래, 나한테.

동협 : ...생각해볼게요.

이수 : 약속했다?

동협 : 잘래요. 졸려요. (이수 반대편으로 누워 눈 감는)

이수 : (복잡한 심정으로 동협 보는데.....)

 

 

S#34. 윤 사무실/ 전경. 다음 날 낮.

 

정록E : 뭔 소리야, 그게!

 

 

S#35. 윤 사무실. 낮.

 

도진, 윤, 태산 나란히 앉아 있고, 정록 맞은편에 앉았다.

문 살짝 열려 있고..

 

정록 : 니들이 설득 안 해주면, 그럼 누가 해. 전에 했던 것처럼 한 번만 더 각서 쓰고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해주면 되잖아. 어?

세남자 : (말 없는..)

정록 : 니들 진짜 왜 이래. 진짜 나 그냥 이혼 할까? 나 이혼하면, 니네 사무실 다 빼야 돼! 그거 니들도 손해잖아.

/민숙 : (어느 때 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채, 윤 사무실 들어가려다 아주 조금 열린 문틈으로 네 남자 이야기 다 듣는데...)

태산 : 인마, 우리가 사무실 때문에 그동안 그랬냐? 막말로, 사무실이야 빼면 그만이야. 그냥 월세 일 이백 더 내고

         걍 맘 편히 살면 그만이라고. 근데, 매번 한 여자의 인생이 꺾이고, 친구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어.

         그래서 그동안 니 편 든 거고. 사실 이제 너 좀 변할 때도 되지 않았냐?

정록 : (답답한) 뭘 어떻게 변해야 되는데! 이게 나야! 니네 몰라?

최윤 : (무겁게) 내 손으로 니 이혼서류 작성 할 줄은 몰랐다.. 물론, 우리 좋자고 너 알리바이 제공한 것도 있지만,

         오로지 그거뿐이었겠냐? 우린 진심으로 너랑 제수씨 잘 살기 바랬어.

정록 : 야! 니들 진짜 이럴 거야? 내가 니들한테 서비스 준 게 얼만데! 나 진짜 이대로 이혼 하라고? (도진 보며) 야, 넌 왜 가만있어.

도진 : 솔직하게 말할까? 난 얘들 아니었음 진작 너랑 절교하고 손 뗐어. 우리가 나설 수준을 넘어 선거 같다 넌 이미.

정록 : (진심) 와..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냐.

태산 : 너 이 새끼 진짜 지난 결혼생활 10년 동안 단 며칠이라도 제수씨 속 안 썩인 적 있냐? 우린 니 친구니까 이해했다.

         근데 이제, 친구라서 이해 못하겠다.

최윤 : 화담이랑, 명률, 제수씨 건물에서 사무실 빼기로 했다.

정록 : 야... 진짜 니들..

최윤 : 다들 그만 가. 곧 제수씨 오기로 한 시간이야.

정록 : (헉!!) 윤아. (진심) 나 박민숙 사랑해 여전히. 그건 변함없어. 앞으로 널 잃을지 모르겠지만, 친구로서 하는 마지막 부탁이야.

         박민숙 잘 설득해주라. 어? 나 박민숙 없으면 못 살아! 나 같은 놈 누가 받아줘! 나 우리 마누라 못 떠난다고! 좀 도와 달라고!!

 

세 남자, 숙연한데... 사무실 문 밖, 다 들은 민숙이고..

민숙, 정록의 불쌍한 모습에 자기도 마음 안 좋은 표정인데..

 

 

S#36. 정록 카페. 낮.

 

정록,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세 남자 함께 들어오는.

정록 세 남자 보며 일어서면 세 남자 정록 향해 저벅저벅 다가오는데,

정록, 완전 신나서 “에헤이” 하면서 안고 손잡고 난리 난.

 

정록 : 연기력 죽이던데! 알파치노 못지않은 감정연기였다.

최윤 : (확) 너 땜에 이게 무슨 짓이야!

도진 : 하다하다, 이젠 별.. 어휴..

태산 : 세계의 평화도 이보단 지키기 쉽겠다.

정록 : 울 박민숙 완전 속은 거 같지. 아, 장근석 자린 내 자리였는데.. (하다 도진 보며) 근데 너! 아까 좀 진심 같더라?

도진 : 진심이었으니까. 사기는 99%는 진심으로 치는 거야, 정보만 거짓인 거지.

 

하는데 테이블 위의 정록 핸드폰으로 문자 ‘딩동!’

네 남자, 헉!! 긴장해서 액정 들여다보는데, [잘 봤어. 연기가 꽤 감동적이더라. 별 한 개 반. -마눌느님]

헉!! 네 남자 그 자리에 굳은!! 거의 패닉이고..

 

태산 : (사색..) 우리 제수씬 정록이랑 살 그릇이 아닌데...

 

다음 순간, 윤, 도진, 태산, 세 남자 헉!! 서로 눈빛 교환하다가, 다음순간, “에이씨! 진짜!”하며 미친 듯이 튀어 나가고...

 

정록 : (패닉 상태다가, 어?) 왜. 니들 어디가.

 

 

S#37. 민숙 집/ 현관. 낮.

 

태산, 도진, 윤, 민숙 집 현관문 앞에서 노크하고 있는.

각자 손에는 케이크, 꽃, 선물상자 들려 있다.

태산과 도진, 윤 앞으로 떠밀고..

 

최윤 : (크게 노크도 못하고) 제수씨.. 제수씨..? 계십니까? 제수씨...

 

아무 대답 없고.. 어떡해.. 미쳐 죽겠는 세 남자고...

 

 

S#38. 이수 집/ 거실. 낮.

 

세라, 소파에 무릎 끌어안고 앉아서 핸드폰만 노려보고 있는.. 태산에게선 연락이 없고...

그러다 심난한 듯 무릎에 얼굴 묻는데, 이수 들어오는.

 

세라 : 일찍 퇴근했네.

이수 : 음. 다시 나가야 되서. (행복한 얼굴로) 저녁 약속이.. 있을 것 같아... 나 씻는다. (들어가는)

세라 : 있으면 있는 거지 있을 것 같은 건 뭐야.. (다시 핸드폰 노려보는데...)

 

 

S#39. 이수 집/ 이수 방 + 거실. 밤.

 

씻은 듯 샤워가운 차림으로 들어오는 이수. 화장대 앞에 앉아 솜에 스킨 묻히다가 화장대 거울에 붙여 놓은 포스트잇 본다. 보면,

<짝사랑 매뉴얼> 제목 보인다. 밑엔 도진이 말했던 사항들 번호 매겨 적혀 있다.

웃으며 매뉴얼 보다가, “예고 없이 찾아가 설레게 해주기” 항목에 밑줄 긋는데..

 

(시간경과)

퍼펙트한 화장과 옷. 거울의 자신의 모습 비춰 보는 이수. 만족스럽고...

이수, 방 한 쪽에 놓아둔 상자 꺼내는. 천천히 열면, 도진이 선물한 구두 보이고..

 

/도진 : (6부) 나한테 올 때 이거 신고와요. 날 좋은 날.. 예쁘게..

 

이수, 구두 보다가.. 의식처럼 구두에 발 넣고 신는다.

구두까지 완벽하게 신은 자신의 모습 거울에 비춰 보는 이순데...

 

 

S#40. 도진 아파트/거실. 밤.

 

패닉 상태로 널브러져 있는 네 남자....

 

최윤 : 제수씨 다른 연락 없어?

정록 : (세 남자에게서 최대한 등 돌리고...)

세남자 : (일제히 쿠션 던지고...)

태산 : 어떡하냐 이 일을..

도진 : 넌 홍프로랑 왜 싸웠는데 또. 싸우는 거 지겹지도 않냐? 그냥 결혼을 해.

태산 : 그럴려다가 싸운 거야. 내년이 아버지 칠순이신데.. 입시 때도 입사 때도 안한 불효를 다 늙어 한다 내가..

정록 : 그래, 넌 좀 불효다.

세남자 : 닥쳐!

 

하는데 “딩동!” 초인종 소리.

네 남자 일제히 현관 쪽 보는데..

 

 

S#41. 도진 아파트/ 복도. 밤.

 

현관문 열리고 도진 서 있다.

이수, 살짝 미소 지으며 보는.

 

도진 : (큰일 났다..) 아.. 지금 친구들이랑 있는데.

이수 : (괜히 왔구나 싶고..) 아.. 그러시구나...

세남자 : (쭈뼛쭈뼛 도진 뒤로 와 서며.. 오셨어요, 하이, 등등 이수에게 인사)

이수 : (꾸벅..하고) 김도진씨 뵈러 왔어요. 죄송해요. 다 같이 계신 것도 모르고..

세남자 : 아우, 아뇨/ 괜찮습니다./들어오세요. (등등..)

도진 : 근데, 누구..

콜린 : (이수 뒤 쪽에 가려져 서 있다 앞으로 나오며 네 남자 보는)

정록/윤 : (각자 알아보며 엇! 콜린 보는)

콜린 : 전 네 분 다 뵈러 왔는데요.

네남자 : ?!!

이수 : ?!!

콜린 : 처음 뵙겠습니다. 김은희씨 아들입니다.

일동 : (쿵!!!)

이수 : ?!!

 

콜린의 미소와 네 남자의 굳은 표정과 이수의 의아한 표정에서 1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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