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패션 70s]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8.03|조회수1,060 목록 댓글 0

[패션 70s] 01

 

 

 

 

 

 

 

 

 

 

씬1. 사리원 시내 (아침)

 

누런 먼지를 날리며 장비와 군인을 잔뜩 실은 트럭이 지나가면, 오픈 짚이 한대 서 있고...

일련의 군인들, 하우스 보이들, 찢겨나간 포스터 위에 마릴린 몬로의 포스터로 도배한다.,

작업복 차림의 양자, 포스터에 풀칠하는 작업한다.

인근 주민들, 아이들 신기해서 몬로의 포스터를 보고 있다.

‘이 여자가 우리 동네 온다구?/ 위문공연 오는거래~’ 이런 이야기들 나누고.

이들의 모습 위로, 부대 아침 방송이 시작된다.

밝고, 경쾌한 시그널 음악과 시작되는 방송. 확성기 소리 쩌렁하게 울린다.

 

(부대 DJ의 소리) : Good morning, gentlemen~ Good morning, everybody~

 

여기에 겹쳐지는 동영의 동시통역.

 

(동영의 소리) : 안녕하세요~ 장병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민 여러분.

 

 

씬2. 미 육군 제8군 사령부 (아침)

 

‘Welcome Marilyn~ We love you’

미군과 하우스 보이들 정문에 플랙카드를 높이 매달고..

아치형의 정문 너머로 장대한 연합군 부대의 전경이 펼쳐지고,

흙먼지를 불러일으키며 하버링 하던 헬기가 굉음을 울리며 머리 위로 사라진다.

부대의 활기찬 아침.

조깅을 하는 군인, 면도를 하는 군인, 대략 핫덕 같은 아침을 먹는 모습, 시트를 털고 너는 인부들...

물 한통씩 떠 놓고 옷을 홀딱 벗고 목욕을 하는 군인들, 미군 하나가 뜨거운 물을 나누어 부어주는데...

방송 소리에 휘파람을 불고, 물을 뿌리고... 난리다.

정렬한 간호장교들, 스튜를 준비하는 취사병의 모습 등... 그 위로 방송이 들린다.

김홍석 장군, 위장망이 드리워진 야전 지휘본부 안에서 휴대용 컵에 부관들과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다.

 

(DJ의 소리) : Today is a very historical day. Marilyn, our sweetheart, everyone's sweetheart~ visit our troops

                   for comfort performance. I believe many of you haven't been sleeping last night? Men can not sleep.

 

 

씬3. 부대, 방송실 (아침)

 

동영, 디제이(미군)와 함께 아침방송을 하고 있다.

 

동영 : 우리들의 연인, 만인의 연인. 마릴린 몬로가 드디어 오늘 우리 부대에 위문공연을 옵니다.

         마릴린 몬로 온다고 밤새 잠들 못 잤죠?

 

 

씬4. 부대 안

 

병사들, 손을 치켜들고 ‘와와!!’ 손나팔을 불거나 휘파람 불며 환호성.

 

하상사 : 아~ 장군님. 동영이 영어가 꽤 늘었는데요.

김홍석 : 음. (미소 띠며 고개를 끄덕인다)

(디제이의 소리) : Gentlemen, have you shave off your mustache!

(동영의 소리) : 신사여러분 수염은 깨끗이 깎았습니까?

 

외국인 병사들 ‘yes!!!’ 소리 지르고, 한국군들도 ‘예!!’ 소리 지른다.

 

(디제이의 소리) : Did you change your underwear?

(동영의 소리) : 빤스는 새 걸로 갈아입었습니까?

 

김홍석, 그 소리에 놀라 커피가 사레들린다. 커피를 푸- 뿜고.

미ㆍ한국 병사들, ‘yes!! yes!! /갈아 입었슴다!!’ 아우성.

 

 

씬5. 사리원 시내 (아침)

 

(디제이의 소리) : Without shaving and without changing your underwear, don't think about going to Ms. Monroe~

(동영의 소리) : 면도 안하고 빤즈 안 갈아입은 신사들, 몬로 공연에 출입금집니다.

 

부대 앞에서 포스터 붙이는 병사들까지 소리 지르고 야단법석이다.

 

준희 : (확성기를 보고) 동영이 오빠다!! 헤헤~ 빤스래. 빤스~

 

멘트 끝나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손뜨개 목도리를 목에 두른 준희, ‘와.. 디게 이쁘다’ 하면서 신기한듯 포스터의 몬로를 만져본다.

동네 아이들, 병사들의 눈을 피해 포스터를 뜯어 달아난다. 쫓고 쫓기는 군인들과 아이들.

준희, 주위 눈치를 보다 잽싸게 포스터를 한 장 쭉- 떼서는 달아난다.

풀 붙이는 작업을 하던 양자, 준희를 보고 소리 지르며 쫓아간다.

 

양자 : 준희야!! 준희야!!

준희 : (죽어라 달아난다)

양자 : (풀 솔을 들고 쫓아가는) 준희야!!

 

 

씬6. 사리원 시내 건물 사이 (아침)

 

양자, 준희를 겨우 잡는다. 양자, 헉헉- 거린다.

 

준희 : 딴 애들두 다 갖구 갔는데, 왜 나만 따라와요~ 아줌마.

양자 : 넌 참 좋겠다, 부모 잘 만나서. 이 난리 통에 얼마나 잘 먹었는지 나보다 다리 힘이 더 낫네.

준희 : ..(포스터 내민다) 자요. 자, 도루 가져가요.

양자 : 됐다. 건 너 갖고. (몸빼 주머니에서 쪽지 꺼내 내미는) 우리 강희 갖다 줘.

 

 

씬7. 고창회의 집, 양자네 방

 

별반 세간 살이 없는 방. 특이하게 방 가운데 방공호로 쓰였을 지하실이 파져 있다.

정자(양색시), 챠리(클럽보이)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

정자, 방바닥에 몸을 숙이고 지하실을 보고.

 

정자 : 강희야! 아직 멀었어?

(강희의 소리) : 다 됐어요. 받아요, 아줌마!

 

강희의 손 쑥- 올라온다. 양주 병, 양담배, 화장품이 차례로 올라온다.

정자, 챠리 물건 받고.

강희, 올라온다. 강희, 초라한 차림이지만 야무져 보인다.

 

강희 : (손 탁탁 털며) 말보루 다섯 개. 죠니워카 한 병, 구리무 한 개. 이십오딸라 이십센튼데요. 엄마가 이십오딸라만 받으랬어요.

 

정자, ‘하루가 다르게 오르네’ 하며 화장품 열어 냄새 맡아 보고 손등에 찍어 발라보고,

챠리, 방바닥에 얼굴 붙이고 지하실을 내려다본다.

 

강희 : (방공호 문을 탕- 닫는다) 암 것 두 없어요, 거기.

챠리 : 야, 이 지집애야 코 찡길 뻔 했잖아!

강희 : 거기 암 것 두 없어요.

정자 : 이런데 물건 뒀다 도둑 들면 어쩌니?

강희 : 암 것두 없다잖아요. 물건 싹 다 정리했어요. 엄마랑, 나랑 내일 대구가요.

정자 : 아니 왜에? 이 좋은 직장 때려 치구 뜬금없이 대군 왜?

강희 : 건 알꺼 없구요. 빨랑 돈이나 줘요. 나, 바쁘단 말에요. 짐 싸야 되서.

챠리 : 하긴 부대서 이렇게 많이 뚜룩 쳤으니 그만 바를 때두 됐지.

강희 : 이십오 딸라거든요, 이십오 딸라. (손을 내민다)

 

 

씬8. 고창회의 집, 앞

 

정자와 챠리, 물건 든 종이봉투 들고 나오고.

준희, 마릴린 몬로 포스터 들고 골목에서 뛰어온다.

 

챠리 : 누나, 있다 밤에 우리 한번 살짝 들어가 볼까, 진짜 없나?

정자 : 할 일두 없다. 마를링인지 몬론지 하는 여자 와서 가슴흔들어대믄 양키들 주르륵 외박 나올 텐데, 일 안해?

         남에 빈 곳간은 뭐하루 뒤져? 글구, 누나라 부르지 말랬지. 니 얼굴 보구 누가 날 누나루 보냐?

챠리 : (얼굴 만지는데...)

준희 : 안녕하세요~

 

정자, 챠리. ‘어, 그래. 준희 안녕’ 하며 인사하고

준희, ‘언니! 강희언니!’ 하면서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씬9. 양자네 방

 

강희, 달러를 촘촘히 세어 도르르- 말아 고무줄로 묶었다.

바닥에 양철 비누 깡통이 열려져 있다. 깡통 안에 돌돌 묶어 놓은 달러가 제법 있다.

문 벌컥, 열리며 준희 ‘언니!! 언니!!!’ 하면서 뛰어 들어 온다.

놀란 강희, 깡통을 얼른 깔고 앉는다.

 

강희 : 깜짝이야!

준희 : 뭐해? (강희 엉덩이를 밀며) 뭐야? 비켜봐 봐.

강희 : (손을 확, 밀치고) 고준희. 자꾸 들락거릴래, 니 맘대루!

준희 : 다시 들오까? (주먹으로 노크 하는 흉내 내며) 똑똑, 하구.

강희 : 열 세리구 들어와.

준희 : 알아써~

 

준희, ‘하나,둘,셋’ 다닥다닥 붙여서 빠르게 세며 문 쪽으로.

강희, 얼른 벽의 블록을 빼낸다. 벽면 시멘트 블록을 빼내면 빈 공간이 나온다.

준희 일곱,여덟 세며 문 쪽으로 가고.

강희, 얼른 깡통을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마음이 바빠 잘 안 된다.

깡통 숨기면서, ‘천천히! 천천히 세려!’ 하면서 허둥지둥 넣는데.

 

준희 : 아홉, 열! (문을 나가지도 않고, 휙- 돌아선다)

 

준희가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강희, 벽돌을 다 끼워 넣었다.

 

준희 : ? (갸웃갸웃하며 벽을 본다) 왜 벽이 빵구 났다, 붙었다 그래?

강희 : 아- 기집애 말두 진짜 드럽게 안 들어.

준희 : 여기가 언니 보물창고야? (벽을 두드려 본다)

강희 : (버럭) 고준희!!

준희 : (화들짝 놀라는...)

강희 : 니가 알아 뭐할니! 저리 쫌 가! 쫌! 쫌! 쫌!!

 

강희, 벽에 붙은 준희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힘줘서 민다.

그 바람에 준희, 벌렁 방바닥에 주저앉고.

 

준희 : 아프잖어! 아줌마 심부름 왔는데, 씨!

 

준희, 코트 주머니에서 양자가 준 쪽지를 강희한테 던지고는 뾰로통해서 나간다.

문 쾅! 닫히고. 마릴린 몬로 포스터는 버려두고 나간 준희.

강희, 쪽지를 펴본다. 게발세발, 맞춤법 엉망인 양자의 쪽지.

(인서트) 야, 이년아! 머하고 있어!! 엄마한테 안들어와! 니 에미 아두 피가 마른다. 피가 말라. 빨리 뗘 들어와!!

 

(양자의 소리) : 야, 이 년아! 뭐하고 있어! 엄마 영창 보낼 꺼야? 얼른 물건 내다 넘기고 여기 떠야 될 꺼 아냐!

                      얼른 준희 꼬셔서 들어와.

강희 : (인상쓰고 쪽지를 구긴다) 으이! 진짜 엄만! 짜증나 못살겠어! (던져버린다)

 

 

씬10. 미8군 사령부 내 국군 제3사단 지휘본부

 

김홍석, 벽에 붙어있는 한반도 중심의 아시아 군사전도 앞에 서 있다.

전화로 전세 보고 받으며, 붉은 기를 중국접경에 꽂고 있다.

김홍석, ‘알았어. 그래. 계속 주시해봐’ 애드립 하며.

위장망 사이로 동영 들어온다.

김홍석, 돌아본다.

 

김홍석 : 이 시각부터 삼십분 단위로 보고하도록. 이상.

동영 : 부르셨어요?

김홍석 : 너 이제 그만 부산으로 돌아가야지.

동영 : 좀 더 있다 가고 싶어요.

김홍석 : 니가 여기 와 있으니까, 아버지가 신경이 많이 쓰여. 그만, 짐 꾸려라. 공구시 삼십분 정각, 출발이다.

동영 : .. (미적거리다) Marilyn 위문공연 보구 가면 안돼요? 준희랑 약속했는데... 같이 보기루.

김홍석 : 녀석, 준희 핑계는.. 알았다. 그 대신, 공연 보는 대로 밤에 출발해.

동영 : 예! (가려는)

김홍석 : 아.. 동영아. 잠깐.

 

김홍석, 책상서랍을 연다. 서랍 안에 작은 상자가 들어있다.

김홍석, 상자곽을 내민다.

 

동영 : (본다)

김홍석 : 네 어머니 꺼다. 이제부턴 니가 지니고 있어.

 

 

씬11. 동영의 방

 

장교들 숙소의 한 방을 쓰고 있다.

동영, 트렁크에 짐을 싸다 아버지에게 받은 곽을 열어 본다.

(인서트) 종이상자 안의 사진과 반지. 명함정도 크기의 동영 어머니 사진 한 장과 어머니의 진주반지가 들어있다.

동영, 물끄러미 엄마의 사진을 보다 사진과 반지를 다시 상자에 넣어 트렁크 안에 챙긴다.

 

 

씬12. 고창회의 집, 준희의 방

 

귀한 딸내미답게 제법 갖춰져 있다. 작은 침대도 있고.

강희, 마릴린 몬로 공연 포스터에 밥풀을 이겨 벽에 붙여준다.

강희, 밥풀 남은 것 뜯어 먹으면서 준희를 꼬득이는.

 

강희 : (아까와는 달리 배시시 웃으며) 얼른 들어갔다 오면 되잖아.

준희 : 엄마가 자꾸 부대 가지 말라 그랬단 말야. 들키믄 혼난단 말야!

강희 : 이번 한번만. 응? 진짜 이번 한번만 해줌 돼. (포스터 가리키며) 이것두 붙여 줬잖아~

준희 : 안되는데.. 나..진짜 못가는데..

강희 : 한 번만, 진짜 마지막이야... 해줄꺼지? 응? 응? (간지럼 태우는)

 

 

씬13. 고창회의 사무실/창고

 

창고에 딸린 간이 사무실이다. 먼지가 자욱한 거대한 창고에 군수물품들이 쌓여 있다.

직원, 서류를 보며 인부들에게 물건 트럭에 올리게 한다.

영수, 누비 조끼에 달러를 넣고 시침질을 하고 있다.

그 옆에 창회, 영수에게 달러 다발을 건네면서도 못마땅한.

 

창회 : 장독에 넣든가, 베게 속에 넣든가.

영수 : 당신 참 태평한 소리하고 있어. 전쟁 안 겪어봐요? 오늘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뭘 믿고.

         (이로 실 끊는다) 자요- (조끼 내밀며) 이 돈이믄 사리원 땅 십만평은 산다~

창회 : 자네나 허리춤에 십만평 뜨뜻이 두르시게.

 

영수, 살짝 흘기고 조끼 입는다. 단단히 지퍼 채우면서.

 

영수 : 당신 부산 내려가봐요. 여긴 나 혼자 할 수 있어.

창회 : 배 들어오기 전에 내려가 봐야지.

 

 

씬14. 고창회의 창고 앞

 

'갑을상사' 현판이 보이고... 창회와 영수, 나온다.

창회, 직원에게 장부 받아 물건 확인한다.

창회, ‘설탕 오십 푸대. 밀가루 팔십 푸대. 담요 백일곱 장. 군복바지 대짜, 삼십 장, 중짜, 오십 장. 소짜, 열장. 군화 스무 켤레.’

청바지에 장화, 여장부 타입의 영수, 단숨에 트럭에 올라간다.

밑에 있는 창회.

 

창회 : 물은?

영수 : 이백오십 박스. 다 실었네요. (가리키고) 아우, 외국 놈들 엄청 까탈스러. 물이 물이지, 응.

         우린 재령강 물 그냥 바가지루 떠먹는데. 오키나와에서까지 실어다 먹구.

창회 : 빨갱이들이 우물에 독약 풀까봐 그러잖아.

 

영수, 물건 확인하다 살금살금 그 앞을 까치발로 지나가는 준희와 강희를 본다.

 

영수 : 준희, 너 어디가!!

준희 : (본다. 찔끔) 엄마..

강희 : (동시에) 안녕하세요..

영수 : 너, 어디 가냐니까?

준희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어기.

영수 : 너 또 부대 갈라 그러지!! 엄마가 쓸데없이 부대 돌아다니지 말라 그랬지!

준희 : 동영이오빠한테 간단 말야. 금방 갔다 올게~

창회 : 놀게 둬. 뭐 어때서 그래.

영수 : 싫으니까 그렇죠! 꺼먼 놈, 흰 놈, 털 부숭부숭한 놈들이 누린내 풍풍 풍기믄서 우리 준희 뽈에 쭉쭉-거리구 입 맞추구,

         그러는 거 싫단 말에요.

창회 : 8군 마스코트잖아, 우리 준희가. (준희 보고) 아빠가 태워 주까?

 

 

씬15. 사리원 어느 길

 

영수가 운전하는 창회의 트럭 뒤에 준희와 강희가 타고 있다.

물건들 틈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아이들.

덜컹거리는 트럭에서 준희, 신이 났다.

멀리 산등성이를 내려 오는 창회의 트럭..... 반대편에 또 다른 트럭 하나가 불쑥 나타난다.

죽은 갈대 사이를 탈탈거리며 가는 장봉실의 트럭. 트럭 양 옆면에 플랙카드가 붙어 있다.

(인서트) 영어와 한글로 위 아래 쓰여진 플랙카드

‘경축 서울수복 기념 장봉실 여사 패숀 쇼’ ‘Bong Sil Chang's Fashion Show Commemorating the Recovery of Seoul’

트럭 뒤에 옷가방과 패션쇼 준비에 필요한 물건들이 바리바리 실려 있고,

모델 예닐곱명 추워서 잔뜩 뒤집어쓰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적재함 문을 열어 놓고 걸터 앉은 빈(9세)...

바로 뒤에 기대 앉아 웃고 있는 모델 옥정을 보더니... 종이비행기를 바람에 날리고 있다.

 

 

씬26. 트럭 앞/뒤

 

방육성 노래하며 운전하고 있고,

장봉실 오만하고 우아한 옷차림으로 조수 석에 앉아,

미군 총사령관 맥아더(Douglas Mac Arthur) 이름으로 보낸 초대장과 통행증을 보고 있다.

(인서트) 영어로 된 초대장. 한글로 된 통행증.

Designer, Bong Sil Chang has been invited to the Fashion Show commemorating the recovery of Seoul. Douglas Mac Arthur. (초대장 내용, 자막처리 하던지 소리로 입힘)

(인서트) 통행증 장봉실 외 일행 9인의 통행을 허가합니다. 미 육군 제8군 사령관 워커.

장봉실, 초대장 사이에 통행증 넣고 접어 카드에 넣는다.

 

방육성 :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 갈 때~~ 쇼윈도 그라스에 눈물이 흘렀다~

장봉실 : 이브닝드레스 밑단 올려야겠어요.

방육성 : (계속 노래)

장봉실 : 밑단 스팽클 따고, (손으로 가리키며) 옆에 쉐링 잡아 올려요.

방육성 : (노래하는데)

장봉실 : 재단사님!

방육성 : 자꾸 주문다구 다 좋은 건 아니거든요. 만두두 너무 주물믄 속 터지구, 김밥두 너무 주물믄 옆구리 터지구.

            옷감두 너무 주물믄 올 빠지구. 가슴두 너무 주물면... (슬쩍 입맛 다시더니) 축 처지죠. (다시 노래 시작)

장봉실 : (클락션을 빵- 깊게 누른다)

방육성 : (놀라서 끽- 급브레이크를 밟고 선다)

 

그 바람에 뒤에 짐칸 요동치고 차연, 화연, 놀라서 ‘어머!/ 왜 이래!’ 하고

몸 내밀고 종이비행기 날리던 빈, 뒤로 벌렁 넘어진다.

 

장봉실 : 반죽도 주물러야 찰지게 되고, 가죽도 주물러야 부드러워지고! 사람도 자꾸 주물러야! 내 사람되죠. .... ..가세요.

방육성 : 하긴, 자꾸 주물러야 딱딱해지는 것두 있기는 하죠.

장봉실 : ...가세요.

방육성 : 예, 가죠. 갈테니까, 제발 좀...... 주무시죠. (기어 넣고, 악셀레이터 확 밟는)

 

일어나던 빈 그대로 트럭 밖으로 나가 떨어진다.

모델들, ‘빈아!!!' 하고 소리친다.

놀란 방육성, ‘장빈!!!’ 하고 뛰어내리고.

 

 

씬27. 길

 

트럭 세워져 있다. 빈의 이마가 까져 피가 고였다...

방육성, 빈의 뒷통수를 헝클어 트리며 살피고 있다.

장봉실, 그제서야 트럭에서 내려 빈을 본다.

 

방육성 : 좀 까지긴 했도 괜찮네. 그러게 앞에 타라니까.

빈 : ...(장봉실의 눈치를 본다) 뒤가 더 좋아요. (일어나 장봉실에게 고개 꾸벅하면서) 죄송합니다.

장봉실 : ..앞에 안탈래?

빈 : 아뇨... (트럭에 타려고 걸어가는데 어지럽다) 아..

방육성 : (빈을 보다, 장봉실) 잠시 쉬었다 가시죠.

장봉실 : 재령강까지라두 가서 쉬어요. (들고 내린 초대장을 준다)

 

장봉실 돌아서는데, 트럭 하나가 먼지를 날리며 스쳐간다.

허둥지둥 다시 올라타는 봉실 일행...

춤추고 난리가 난 강희와 준희....

 

 

씬16. 부대, 취사실

 

스튜를 끓이고, 식사준비를 하는 사람들.

전시중이지만 장교들 식사라 나름 대로 격식을 갖춘 음식들이 준비되고 있다.

양자, 스튜를 휘젓고 있지만 정신이 딴 데 가 있다.

강희, 들어선다.

 

강희 : 엄마, 나 왔어.

양자 : (보고) 너만 오면 어떡해?

 

준희, 화덕 아래 숨었다가 '와~!' 놀래키고는...

 

준희 : 나두 왔어요~ 헤헤~ (웃는)

 

 

씬17. 장교숙소 앞, 복도

 

양자, 강희와 준희를 데리고 걸어온다.

 

강희 : 장교숙손 왜 와? 겁나게.

양자 : 기집애가 간이 생기다 말았나. 이 부대 다 뒤져서 여기가 젤 안전하니까 오지. (동영의 방 앞에 선다)

준희 : 어... 아줌마, 여기 오빠 방이에요. 동영오빠 방.

양자 : 그래, 그래. 얼른 들어가자. (준희 데리고 들어가면서, 강희에게) 넌, 여기서 누구 오나 잘 보구 섰어.

 

 

씬18. 동영의 방

 

양자, 동영의 침대 매트리스를 든다. 그 밑에 담배, 양주, 빼돌린 갖은 물건들이 깔려있다.

준희, 눈이 휘둥그레져서 본다.

 

준희 : 엥.. 아줌마, 왜 이게 여깄어요? 오빠가 이거 다 숨겨줬어요?

양자 : 원래, 전쟁 중에 살아 남을라믄 굴을 잘 파야 되거덩. 아줌마가 굴을 잘 판 거야.

준희 : ...오빠두 여기다 아줌마 굴 판 거 알아요?

 

 

씬19. 장교 숙소 앞

 

강희, 목을 빼고 이쪽, 저쪽 망을 보고 있다.

외국인 장교 두 명 지나간다.

강희, 바닥에 주저앉아 휴지 줍는 시늉한다. 장교 지나가도록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강희의 머리 위로, 동영의 목소리 들린다.

동영, 입구에서 외국인 장교와 영어로 인사 나눈다.

 

강희 : !!

 

 

씬20. 동영의 방

 

양자, 준희의 옷 위에 다이너마이트 두르듯이 고무밴드를 단단히 두르고 빠지지 않도록, 담배, 양주 같은 물건을 끼우고 있다.

'넘 무거워서 못 걷겠다. / 참어봐 니가 아줌마 더 도와줄래두 오늘 밖에 시간 없어.'

문 열리고, 강희 뛰어 들어온다.

 

강희 : 엄마! 엄마! 장군님 아들 와! 장군님 아들!!

준희 : 동영오빠다!

양자 : 아구, 이년아, 오면 못 들오게 막아야지! 여서 호들갑 떨믄 뭐해!

 

 

씬21. 장교숙소 앞, 복도

 

장교와 인사하고는 숙소 안으로 들어 온다.

 

 

씬22. 동영의 방

 

양자, 준희에게 코트를 입히려다, 매트리스를 다시 올려놓으려다 우왕좌왕 정신이 없다.

 

강희 : 자기 방 자기가 들온다는데, 내가 뭔 수루 막어.

양자 : 니가 생각해봐! 평소엔 거짓말두 잘하는 년이! 아, 얼른 나가서 못 들어오게 해!!

 

양자, 강희를 확- 민다.

강희, 그 바람에 엎어지면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동영의 트렁크를 친다.

트렁크 바닥에 떨어지면서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준희 : 으아!! 클났다!!

강희 : 어떡해 엄마!! (주우려고 한다)

양자 : 내 알아 할 테니까!! 얼른 나가, 얼른!! 아이고, 아주 재저릴 친다.

 

양자, 강희를 밀어 내보낸다.

양자, 동영의 물건을 대충 트렁크에 쓸어 담기 시작한다.

 

양자 : (준희 보고) 멀거니 뭘 보고 섰냐? 한 배 탔음 너두 좀 도와라, 도와.

준희 : (어기적어기적, 구체관절인형처럼 걸어온다) 제가요. 돕구 싶은데요.. (배를 숙이려고) 넘..무겁구요.. 안 꾸부러져요..

         병이 막 배를 찔러요.

 

양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트렁크에 물건을 집어넣다가 쏟아진 상자곽을 본다.

곽 안에 동영 엄마의 사진을 집어넣다가 문득 손에 잡히는 반지.

 

양자 : ! (진주반지를 들고 눈을 떼굴떼굴 굴린다)

준희 : (등 돌린 양자를 보며) 아줌마? 뭐해요?

양자 : 어? 응, 아니. (얼른 몸빼 속주머니에 반지 집어넣는다)

 

 

씬23. 동영의 방 앞

 

강희, 방문을 등 지고는... 들어가려는 동영을 요리조리 막는다.

 

동영 : 뭐하는 거야?

강희 : 저기요. 전요, 여기서 하우스보이 비슷한 걸루 일하는 이양자씨 딸이거든요.

동영 : 근데 왜 내 방앞에 있어?

강희 : ...그게요 (눈 떼구르 굴리다) 청소하느라구요. 우리 엄마가 여기 청소해야 되는데요, 넘 힘들어서, 제가 대신 청소했어요.

동영 : (미소) 착하네. 그래, 알았어. 가봐. (문에 손을 대면)

강희 : (앞을 막는) 저기요!! 못 들어가요!!!

동영 : 응?

강희 : 빈대약 뿌렸어요!! 벼룩이랑, 빈대 너무 너무 많아서요! 약을 잔뜩 뿌렸거든요! 바닥에 죽은 빈대가 수북히 쌓여 있구요,

         아직 살아 있는 빈대도 꿈틀거리거든요, 지금 들어가믄 숨 막혀 죽어요! (콜록콜록)

동영 : (피식 웃더니) 괜찮아.

강희 : (동영의 팔을 잡고) 안돼요~! 들어가믄 오빠가 빈대보다 먼저 죽어요. 쫌만 있다 오세요. 금방 다시 치울께요.

         (동영 앞으로 다가가며) 네? 네?

동영 : 하하.. 참. 너 좀 웃긴다.

강희 : 원랜...안 웃기는데..어떡게.. 오늘만 웃겨요.. 하하...

동영 : (강희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돌아선다)

강희 : (후우~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쉰다) ..

 

강희, 그러다 문득 동영의 뒷모습을 본다. 동영이 쓰다듬어 준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는.

 

 

씬24. 동영의 방

 

양자, 문을 빼꼼히 열고 동영이 가는 모습을 본다.

양자, 돌아서서 속곳 안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살짝 보고 넣는.

 

 

씬28. 사리원 재령강가

 

모닥불을 두 군데 피웠다.

작은 모닥불 앞에서 장봉실, 돌 위에 실로 짠 쇼올 올려놓고 드레스를 손 보고 있다.

그 앞에 화연, 드레스 자락을 끌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차연, 옥정 모델들과 방육성,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 빈, 큰 모닥불 앞에서 밥을 먹고 있다.

솥 채 걸어 놓고 밥을 먹는... 반찬은 김치정도.

 

차연 : 쫌만 가믄 빈집들 쎄구 ?오뼜? 데 꼭 여기서 이러구 먹어야 되요?

방육성 : 목구멍에 밥 넘어 가는 걸 고맙게 여겨. 여사님 그늘 밑에 있으니까, 그나마 이 밥이나 먹지.

            안 그랬음 니들, 벌써 어느 벌판에 죽어 나자빠졌던가. 초량 텍사스서 양공주 노릇밖에 더 하고 있겠어?

옥정 : 아.. 참. 선생님, 너무 하신다. 체하겠네.

방육성 : 잘 됐네. 그만 먹어. 너 안 그래두 살 쪄서 드레스 라인이 안 살잖어. (밥공기 확 뺏는)

옥정 : 어머, 어머!

 

장봉실, 드레스 밑단을 재조정하기 위해, 단을 들고 올렸다 내렸다 해보는.

 

화연 : 으으으.. 선생님, 아직 멀었어요?

장봉실 : (이번에는 성큼 올려보는) ..

화연 : 으으... 못 입게 하셔서 속옷도 안 입었는데... 입 얼라 그래요.. 저 밥 줌 먹음 안 돼요..

장봉실 : (밑단을 다시 내려 핀을 꽂는다... 만족스러운듯 웃더니) 다음 거 입어봐.

화연 : !

 

 

씬29. 동 주변 길

 

소달구지를 모는 노인네와 잔뜩 올라탄 동네사람들...

멀리 강가에 봉실 일행의 모습이 보인다.

방육성과 모델 세 명 이불보 같은 큰 천을 들어 화연이 옷 갈아입게 가리고 있다.

근처 동네 사람들, 소달구지 타고 지나가다 눈이 휘둥그레 보고.

 

방육성 : 어르신들! 그냥 가세요!! 괜히 눈 버리십니다.

 

 

씬30. 동 강가

 

장봉실, 드레스를 손보고 있다.

빈, 밥과 찬을 들고 온다.

장봉실, 손이 곱는 지 불에 손을 살짝 쬐고, 능숙하게 바느질 해가는.

 

빈 : 밥 드세요.

장봉실 : (본다) 난.. 괜찮아.

빈 : ... (가만히 섰다가 돌아선다)

장봉실 : (보지 않고) 머리는?

빈 : (장봉실이 걱정해줘서 기쁘다. 밥 내려 놓고 웃는) 보여드릴까요? 좀 까졌는데~ 괜찮아요~ 보세요.

      (반창고를 잡아 뜯는) 자- 보세요.

장봉실 : (손바닥으로 빈의 머리를 밀어내는) 괜찮음 됐다. 가봐.

빈 : .. (걸어간다)

 

방육성, 장봉실에게로 걸어오다 빈, 풀 죽어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방육성 : (장봉실의 앞에 놓인 돌에 앉는다. 드레스 보고) 여사님은 너무 완벽하려고 해요.

            사람도 저처럼, 어딘가 살짝 빈 데가 있어야 푸근하듯이. 옷도 여백이 있어야 편안한데.

장봉실 : 드레슨 편하려고 입는 옷이 아니니까.

방육성 : (골무를 끼고 바늘을 든다) 주세요. 제가 하죠. 빈한테나 가보세요.

 

장봉실, 바느질 하던 손을 멈추고 물가에 앉아 있는 빈을 본다.

 

장봉실 : ..됐어. 내가 해요. (바느질 하며) ...애.. 이마 좀 소독해 주세요.

 

 

씬31. 강가, 빈 있는 곳

 

위쪽에서 차연,옥정 짚으로 솥을 닦는다.

빈, 건성으로 물수제빌 뜬다.

방육성, 다가와 빈 옆에 앉는다.

 

방육성 : (반창고 떼고 소독해 주는) 이 방육성이 최근에 소원이 하나 생겼거든.

빈 : ...

방육성 : 비 오는 날 레인코트 입구, 바바리 깃을 쫘악- 올리고 마로니에 잎이 우두두두 떨어지는 충무로 한 번 걸어보는 거야.

            빈아 너, 충무로 가봤냐?

빈 : 옛날에 어렸을 때요. 엄마랑, (하다 장봉실을 보고 말 바꾸는) 여사님이랑 가봤다는데.. 기억 안나요. 몰라요.

방육성 : ... 여사님은 말이다. 널 걱정안하는 게 아니거든.

빈 : 안 들을래요.

방육성 : (단호히) 너 이마 깨진 거 보다, 여사님 마음에 상처 난 게 더 클 수도 있어, 임마.

빈 : (벌떡 일어난다) 싫어요! 안들어요!! 나, 평양 갈래요! 집에 갈래요!!

 

빈, 뛰어간다.

방육성, ‘빈아!!’ 부르면서 쫓아가고.

장봉실,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빈을 본다.

 

 

씬32. 섭다리 위

 

빈을 쫓아가는 방육성, 손을 뻗어 빈을 잡았다.

 

방육성 : 사리원서 평양이 백삼십리 길이야! 임마! 어딜 가겠단거야! 너 혼자!

빈 : 놔요! 가다 길 잃어 먹구 끄지가 되든! 고아가 되든! 그냥 둬요! 전쟁 나서 죽은 애들두 많이 봤구요,

      전쟁 나서 고아 된 애들두 많아요!!

 

빈, 방육성의 손을 확- 밀쳐 버린다. 그 바람에 방육성, ‘어어!!!’ 하다 강물에 풍덩 빠져 버린다.

방육성의 주머니에 든 초대장 카드가 빠져 둥둥- 떠 내려간다.

 

빈 : (방육성이 빠지자 놀라서) 아저씨!! 괜찮아요!!!

방육성 : (일어나면서) 너 같음 괜찮겄냐. 어. 춰. (강가로 텀벙텀벙 걸어나온다)

 

초대장과 통행증이 든 카드가 둥둥- 빠르게 흘러간다.

방육성, 위의 옷을 벗어 짜다가 문득,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초대장이 없다.

방육성, 황급히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기겁을 한다.

방육성과 빈, 둘러본다. 이미, 저만치 떠내려가는 초대장.

빈, 물에 첨벙 발을 담그고 쫓아간다. ‘거기서! 거기!!!’ 하면서 첨벙거리며 초대장을 쫓아가는 빈.

 

 

씬33. 강가 일각

 

물에 젖어 엉망이 된 초대장과 통행증.

장봉실 철썩- 아프게 빈의 뺨을 때린다. 모델들 놀라고.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 빈, 고개를 숙인다. 그 옆에 역시 물에 젖은 방육성.

 

장봉실 : 사람들한테 폐나 끼치고. 차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얼마나 더 폐를 끼칠 꺼니.

빈 : ..

차연 : 선생님.. 통행증두 없이.. 우리 어떻게 서울 가요.

장봉실 : 그렇다구, 이미 잡힌 무댈 포기하니? (방육성에게) 가죠, 그만.

방육성 : (빈을 보다) 옷부터 말리죠.. 날도 추운데.. 폐렴이라도 걸리면..

장봉실 : 그깐 폐렴 좀 걸린다고 안 죽어요. 시대가 험하면 목숨도 질겨지는 거에요.

            얼어 죽는 사람이 얼만데. 그런 약해빠진 소리 할 꺼 없어요.

 

 

씬34. 길

 

모델들 차에 올라탔다.

물에 빠진 빈, 서 있다.

장봉실과 방육성, 그런 빈을 보고 있다.

 

방육성 : 얼어 죽을라 그래? 앞에 타. 얼른.

 

빈, 입을 앙다물고 고집스레 트럭 짐칸에 올라탄다.

장봉실, 그 모습을 보다가 두르고 있는 쇼올을 빈에게 내민다.

 

장봉실 : 더 이상 폐 끼치지 마라. 너, 아프다고 무대 포기하구 병원으루, 약방으루 찾아다닐 시간 없어.

빈 : ..(쇼올을 받는다)

 

 

씬35. 달리는 트럭 뒤

 

빈, 쇼올을 옆에 놓고 두 주먹을 꼭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를 앙-다물고 춥지 않다는 듯이 버티고 있는.

화연, 수건으로 빈을 닦아준다.

빈, 수건을 뺏듯이 받아 들고, 자신이 닦는다.

화연, 쇼올을 펼쳐 빈을 꼭- 감싸듯 덮어준다.

빈, 쇼올을 휙- 끌어 다닌다. 쇼올을 들고 부적 부적 앞쪽으로 기듯 간다.

차연, ‘위험해. 뭐하니?’ 하는 말 들은 척 않고,

입구로 가던 빈, 쇼올을 차 밖으로 휙- 던져 버린다.

 

 

씬36. 장교 숙소, 복도

 

준희, 어기적어기적 걷는다.

그 뒤에 강희와 양자... 양자, 속이 터진다.

 

양자 : 준희야.. 어떡게 좀 안되겠니...? 꼭 똥 싸 뭉갠 폼으루 그래야겠니..?

준희 : 넘 무거워서 못 걷겠어요.. 힘들어요.

양자 : 못 걷긴. 이 난리 통에 삼시 세 때 흰 밥에 고기반찬 먹는 게 왜 힘이 없어?

준희 : 고긴 안 먹었구요. 햄은 쫌 먹었는데요. 힘은 진짜 없어요... (어기적, 어기적)

 

 

씬37. 연합군 부대, 막사 뒤

 

양자와 강희 걸어가고 있다. 여전히 어기적거리는 준희.

물건을 정리하고 출납담당 군인과 장부와 물건 맞춰보던 창회와 영수 준희를 본다.

준희의 어기적거리는 포즈가 이상하다.

 

영수 : (장부 든 채 가까이 오는) 너 왜 그래?

준희 : 어.. 어.. 추워서 그래.

영수 : 추우믄 입이 얼어붙어야지, 왜 어기적거려?

준희 : 어..넘 추움..그래. 입두 어는데. 다린 안어나 뭐. 언니, 얼른 가.. (어기적거리며 걸어가는)

강희 : 응, 그래. (준희 손잡고 걷는)

영수 : 준희 너, 일루 좀 와봐. 어디 봐봐. 다리가 왜 그런가. (돌려세워는)

준희 : (손길 피해서 뒷걸음질치며) 아, 싫어. 나 춰서 얼른 집에 갈꺼야.

영수 : 아니, 얘가 진짜 왜 이래. 일루 와봐! 얼른! (코트 단추에 손대는)

창회 : 미세스 오!! 지금 뭐하나! 소위님 기다리시는데! 장부 안가져와!

영수 : 아, 예. 가요.

 

준희, ‘얼른 가자, 언니’ 하면서 강희와 함께 여전히 어기적거리며 걷고

영수 미심쩍게 준희를 보다 할 수 없이 몸 돌려 남편에게로.

 

 

씬38. 부대 정문

 

하우스 보이, 남녀 노무자들 근무 교대하기 위해 몸수색을 기다리고 있다.

남녀 군인들 양쪽에서 각각 두 명씩 샅샅이 수색하는.

양자와 준희, 강희 걸어오고 있다.

양자와 강희는 수색하는데 줄 서고.

준희는 수색 없이 장교복 차림의 미숙(간호장교, 27세, 중위) 앞으로 간다.

 

미숙 : 어머~ 우리 준희 왔었구나. 집에 가니?

준희 : 네~ 안녕히 계세요. (꾸벅-인사한다)

 

미숙 길을 터주고 준희, 문 쪽으로 어기적, 어기적 가는데

동영, 지나가다 준희를 본다.

 

동영 : 준희야-

준희 : (돌아보고, 반갑다) 오빠다!! 동영오빠!!!

 

준희, 동영에게 어기적거리면서 뛰어간다.

그런 준희를 불안하게 보는 양자와 강희.

 

준희 : 오빠~ 어딨었어~ 보고 싶었는데~ (하면서 뛰다 넘어진다)

강희 : 으...어떡해 엄마.

양자 : 가만있어.

 

동영, 준희를 안아 일으킨다. 넘어지는 바람에 술병이 깨져 새는.

 

동영 : 괜찮아?

준희 : 안..괜찮어. 아파..

동영 : 오빠랑 의무실에 갈까?

준희 : (양자를 본다)

양자 : (고개 흔든다)

준희 : (안된다구요? 묻는식으로 고개 흔들어보고) 아니.. 저기.. 지금은 못가.

동영 : 아프다면서. 다쳤나봐야지.

준희 : 근데 다쳤서두 나중에 봐야 돼. 있다 노래 부르는 거 보루 오께. 안녕..

 

준희, 어기적거리면서 걸어간다.

미숙, 준희가 걸어오는 것을 본다. 준희의 바지사이에서 술이 줄줄- 샌다.

동영, 그것을 보며 의아해서 준희를 따라 온다.

양자와 준희, 불안해서 본다.

 

준희 : (미숙한테 인사 꾸벅-한다) 안녕히 계세요.

미숙 : 준희야..너..지금.. 가랭이 사이루 흐르는 게 뭐니..?

 

준희, 자기가 걸어온 곳을 돌아본다. 줄줄- 뭔가 흘렀다.

양자와 강희, 조마조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준희 : 아...아...저거요...(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미숙 : 응..그래 저거.

준희 : (좋은 생각이 났다) 아! 오줌이에요..

미숙 : (놀라서) 뭐어!!

준희 : 너무 너무..춰서...오줌 나온 거 몰랐어요. 죄송해요..

 

준희, 인사하고 어기적거리며 문을 나가려고 하는데.

미숙, 준희의 코트를 확 젖힌다. 그 안에 고무 밴드 해서 주렁주렁 달린 물건들.

허벅지에 달린 양주병 하나가 넘어지는 바람에 깨져서 새고 있다.

 

 

씬39. 부대 의무실

 

준희의 몸에 붙어 있는 물건들을 빼내는 미숙.

방에 같이 들어와 있는 양자와 강희. 한쪽에 서 있는 동영.

문 열리고, 영수 뛰어 들어온다.

 

영수 : 도대체 누구 짓이야! 누가 너한테 도둑질 시켰어!

준희 : 아무두...안 시켰어.

영수 : 아무두 안 시켰음 엄마가 시키디! 엄마가 너더러 이런 거, 이런 거 뚜럭질 해오라 그랬어! 말 안 해!

         이 놈의 기집애, 누군지 말 안 해!! (때리는)

준희 : 앙- (울기 시작 한다) 아무두 안 시켰어. 그냥 내가 장난으루 그랬어.

 

영수, ‘말해! 말 안 해!’ 하면서 준희를 때리고.

양자와 강희,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아무 소리 못하고 있다.

동영, 그 모습을 보다 밖으로 나간다.

 

 

씬40. 동영의 방

 

동영, 인상 쓰며 의자에 앉는다.

 

동영 : 누가 그랬지.. 못됐네.. 꼬맹이한테 별걸 다 시켜. 다치면 어쩔라구.

 

문 열리고 김홍석 장군 책을 한권(영문 나폴레옹 전기나, 넬슨제독이나 전기)을 들고 들어온다.

동영, 벌떡 일어난다.

 

김홍석 : 짐은 다 꾸렸니?

동영 : 예.

김홍석 : 워커 장군이 주신 거다. 부산 가면 읽어 봐라. 자-

 

동영, 김홍석에게 책을 받고, 트렁크를 내려서 연다.

책을 넣다보면 짐이 자신이 꾸린 것과는 다르다. 의아하다...

책을 놓고 옷을 들어낸다. 상자곽이 그대로 들어있다. 다시 옷을 얹으려다 혹시나 싶어 상자를 열어본다.

곽 안에는 어머니의 사진만 있고, 반지가 없다.

 

<플래쉬 백>

강희 모습... '안돼요~! 들어가믄 오빠가 빈대보다 먼저 죽어요. 쫌만 있다 오세요. 금방 다시 치울께요. 네? 네?'

 

동영 :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간다)

 

 

씬41. 의무실

 

준희, 자리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다.

지친 영수, 씩씩-거리고 여전히 양자와 강희는 한쪽에 서 있다.

 

양자 : 저기.. 중위님.. 우리 모년.. 그만 가 봐도 될까요?

미숙 : 준희야 정말 저 아줌마가 너한테 시킨 거 아냐?

준희 : (훌쩍거리면서도, 고개 쩔래쩔래 젓는다) 아뇨..

영수 : 세상에.. 그렇게 맞고도 아니라네. 앨..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양자를 흘긴다)

양자 : 우린 그만 가볼께요.. 사모님. (강희에게) 가자.

 

양자, 강희와 함께 나가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동영, 뛰어 들어온다.

양자, 강희와 함께 나가려는데.

 

동영 : (강희의 멱살을 잡는다) 너! 우리 엄마 반지 어쨌어?

양자 : ! (덜컹하는)

강희 : ...네? (어리둥절해서 동영을 보는)

동영 : 우리 엄마 반지 내놔!! 얼른!!!

 

동영, 부릅 뜬 눈으로 강희를 노려본다.

 

 

씬42. 의무실 (동장소 / 시간경과)

 

준희와 강희, 양자, 동영, 서 있다.

문 열리면 경례하고 선 미숙의 모습이 얼핏 보이고... 김홍석 장군과 부관 들어온다.

 

김홍석 : 누군가? 내 처 반지를 가져간 사람이?

 

장군, 겁먹어 뻣뻣해진 양자와 강희를 차례로 보고, 마지막으로 준희와 시선 맞춘다.

 

준희 : (움찔해서) 전 안 가졌어요. 장군님..

김홍석 : 그럼, 누가 가져갔는지 알고 있니?

준희 : (양자와 강희를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진짜.. 몰라요. 오빠 방에서 제가 쪼끔 놀았는데요. 진짜 못 봤어요.

         (동영 보고) 진짠데...

동영 : 그래, 알아.

김홍석 : (준희 앞에 앉으며) 그럼, 니 옷에 (테이블에 놓인 양주병, 담배곽 등을 보며) 저런 걸 집어 넣은 사람이 누군지 말해줄래?

준희 : ..(고민한다)

김홍석 : 말해봐. 아저씨가 꼭 알아야 돼.

준희 : .. (망설인다)

(양자의 소리) : 준희야, 아줌마랑 언니랑 감옥에 가는 거 싫지? 잘 할 꺼지?

준희 : (울음을 터트린다) 말 안 할래요. 엉엉.. 말하기 싫어요.

김홍석 : .. (가만보다, 준희의 머리에 손을 한번 얹어준다) ... (일어나 양자와 강희를 보고) 내 처 반질 돌려주게.

양자/강희 : ..

김홍석 : 그만 내놔. (손을 내민다)

양자/강희 : ..

김홍석 : 어서!!!

양자/강희 : ..

 

김홍석, 양자와 강희를 무섭게 보다, 돌아서서 문 쪽으로. 부관 따라나간다.

 

동영 : (강희를 보고) 못된 기집애.

강희 : (항의하듯) 전 아니에요.

동영 : 그럼 니네 엄마니? (양자 째리는)

강희 : (확신하는) 우리 엄마도 아니에요!

 

동영, 강희를 다시 노려보더니 준희의 손을 잡고 문으로 간다.

준희, 강희가 걱정돼서 나가면서도 자꾸 뒤돌아본다.

 

 

씬43. 의무실 건물 앞

 

영수와 창회, 미숙과 간호장교들 서 있다.

김홍석 장군과 부관, 동영과 준희, 걸어온다.

 

준희 : 아빠... (창회에게 간다)

창회 : ..(준희의 어깨를 감싸 자신의 앞으로 끌어 다니고, 장군에게) 죄송합니다, 장군님.

김홍석 : (준희를 보고) 어린 애가 신의가 있더군. 너무 야단치지 말게.

 

 

씬44. 의무실

 

양자, 바지 속곳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낸다.

강희, 경악한다.

 

강희 : 엄마!!! 진짜 훔친거야!!

양자 : 시끄러 기집애야! 아무 말 말어!!

 

양자, 광기 들린 여자처럼 이리저리 살피다 반지테두리를 의료기구로 탁탁, 친다.

 

강희 : 뭐하는 거야! 얼른 돌려주자! 응!

양자 : 시끄럽다잖아!!

 

양자, 문 쪽을 연신 살피며 ‘이게 왜 이렇게 안돼! 벌써 벌어졌는데..’ 하면서 다시 한번 친다. 진주알이 빠져나온다.

그 동안, 강희 ‘돌려줘! 이리 내!’ 하고. 모녀 실랑이한다.

 

 

씬45. 의무실 건물 앞

 

김홍석, 굳은 표정으로 지시하고 있다.

 

김홍석 : (미숙에게) 그 반진 제 어머니가 남긴 유일한 유품이야. 꼭 찾아주게.

미숙 : 예, 장군님.

 

김홍석과 부관들, 걸어가고.

 

미숙 : (간호장교들에게) 들었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아야 돼요.

영수 : 중위님, 내 책임도 있으니까 나두 도울께요.

준희 : 엄마!

영수 : (쿡 쥐어박으며) 넌 아주 집에 가면 죽을 줄 알어!

 

 

씬46. 의무실

 

양자 : (반지 알을 강희에게 내민다) 삼켜!!

강희 : 돌려주자, 제발!! 내가 다 말할 꺼야!!

양자 : 삼키라니까! 이년아!!

강희 : 엄마나 먹어!! 난 싫어!!

양자 : 싫긴 왜 싫어!! 낼 아침에 똥구녁 한번만 찢어지믄 니년 몇 년은 밥 굶을 걱정 없는데. 이깐 거 하날 왜 못 삼켜!!

 

양자와 강희, 실랑이를 벌인다.

끝내 양자, 강희의 입을 우왁스럽게 벌리고 억지로 진주알을 집어넣는다.

강희, 캑캑- 거린다.

양자, 둘러보다 테이블에 놓인 꽃병에서 국화를 뽑아 버리고, 꽃병의 물을 강희에게 먹인다.

 

강희 : (캑캑- 거린다)

양자 : (강희의 등을 두어 번 탁탁- 쳐준다)

강희 : 돌았어!! 엄마!!

양자 : 반지 얘긴 입두 뻥긋 하지 마! 알았지!!

강희 : 진짜 왜 그래!!! 누가 그 반지 훔치랬어! 엄마가 도둑이야!

양자 : 그럼 내가 도둑년 아님 뭐야! 이래두 저래두 니 에민 어차피 감옥가게 돼있어. 반지 돌려 준다구 안 보낼 꺼 같애?

         너, 엄마 감옥가구 나믄 뭐 먹구 살 꺼야?

강희 : ..난...감옥 안 가?

양자 : 팔자 드러워서 부모 잘못만났다구 감옥보내진 않아.

강희 : ..

양자 : 깡통에 든 돈 갖구 내일 너 혼자 대구에 가. 어디 멀리 가지 말구, 대구역 근처에 있어.

         돈 함부루 간수하지 말구, 옷 속에다 촘촘히 꿰매 갖구 하루먹을 것만 끄집어내서 살어.

강희 : 엄만?

양자 : 내 걱정할 꺼 없어. 니 엄만 쌕쌕이가 폭탄을 가마니루 퍼부어도 악착같이 살아난 사람이니까.

         대구 역에 매일 기차올 때마다 나와 봐. 엄마가 찾아갈 테니깐.

강희 : ...

양자 : 알았어! 몰랐어!!! (강희를 흔든다)

강희 : 몰라!! 몰랐어!

 

강희, 엄마를 노려본다.

양자, 발소리 들리자 얼른 알 빠진 반지를 꽃병에 넣고, 꽃 꽂아서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문 열리고, 미숙과 영수, 간호장교들 들어온다.

 

영수 : (양자를 흘겨본다) 언젠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뚜룩을 치다치다 이젠 장군님껄 훔쳐? 우리 준희까지 꼬득여선.

미숙 : 벗어요. 아줌마.

양자 : ..(벗기 시작한다)

영수 : (강희에게) 강희 너두, 홀딱 벗어! 홀딱! 니 에미가 우리 준희한테 숨긴 거 보믄 니 옷속에 숨겨 놨을지두 모르지!

강희 : ...(옷 벗기 시작한다)

 

 

씬47. 동 장소, 시간경과

 

영수, 들고 있던 의료상자 놓고 테이블의 꽃병을 본다.

영수, 잠시 생각하다 꽃을 뽑고 꽃병을 바닥에 뒤집는다. 물과 함께 나오는 반지 셋팅 부분.

 

영수 : 여깄네!

 

양자와 강희의 벗은 옷을 손으로 더듬던 미숙과 간호장교들, 영수를 본다.

양자와 강희는 각각 의무실에서 탈의할 때 가리는 가리개 뒤에 서 있다.

영수, 알 없는 반지를 집어 들어 바지에 쓱쓱- 문데 물기 닦는다.

 

영수 : (미숙에게 보여주고) 이거죠?

미숙 : ..(반지를 받아 본다)

 

다른 간호장교가 준 옷을 양자와 강희 대충 입고 쉐타 단추 채우며 나온다.

강희, 옷 입으면서 나오고.

 

미숙 : 아줌마, 알은 어쨌어?

양자 : 몰라.

미숙 : 아줌마!!

양자 : 몰라! 들고 나올 때부터 금붙이만 있었지. 알 같은 것 없었다구.

미숙 : ..(강희에게) 어쨌니? 진준?

강희 : 몰라요, 전. 본 적 없어요.

양자 : 에미두 못 본걸 딸년이 어떻게 알겠어.

미숙 : ..(기가 막혀 양자를 보다, 다른 간호장교에게) 피마자 먹여. 데려가 피마자 한 컵 먹이구, 영창에 가둬 놔.

         때 되믄 배 아플테구. 때 되믄 변소가겠지.

양자 : 이양자 재수... 더럽게 됐다.. 우리 딸은 보내줘. 아무 죄 없으니까. 내가 반지 훔치는것도 못 봤어.

         (강희에게) 밥 잘 먹구, 잠 잘 자구 있어. 엄마, 금방 갈테니까.

강희 : 응..

 

간호장교, 양자를 데리고 나간다.

 

강희 : (미숙에게) 나 집에 가두 되죠?

미숙 : (놀리듯) 가긴 어딜 가니? 니 엄마가 동영이 반지 내놓을 때까지 여기 있어.

 

미숙, 영수와 함께 문 밖으로 나간다.

강희, 미숙이 뒤돌아서면 뒷모습에 주먹으로 쑥떡을 먹인다.

 

강희 : 웃기고 있어. (삐죽거리고 나서) 근데...어떡하지.. 우리 엄만..어쩌지..?

 

강희, 털퍼덕- 주저앉는다.

강희, 그러다가 배를 부여잡는다. 배가 아프다. 둘러본다. 변소가 없다.

 

강희 : 변소간두 없구 벌써 똥 나오믄 안되는데.. (배를 슬슬 쓰다듬으면서) 쫌..참어 봐..지금은 안 된단 말야.. 아우 배야..

 

 

씬48. 부대, 영창안

 

미숙, 양자에게 피마자기름을 주발에 따라준다.

 

양자 : (독기가 서린 표정으로 꿀꺽-꿀꺽 마신다) 카!! 맛 좋다! (주발을 요란하게 책상 위에 놓는다)

 

문 열리고, 영수 요강을 들고 들어온다.

미숙과 양자, 뭔 일인가 싶어 요강을 본다.

 

영수 : 그 귀한 진줄 뒷간에 빠침 안되잖아요. (양자 옆에 놓는다)

양자 : 아우, 이양자 궁뎅이 호사하네. 추운데서 엉덩이 안 까두 되구. 고마워요. 사모님.

영수 : ...

양자 : 중위님두 고맙네요. 먹는 게 ?종底? 허구 헌날 똥구녁이 찢어졌는데. 똥 잘 누라고 피마자까지 멕여 주고

         이양자 똥 구녁 오늘 진짜 호강하네.

 

영수, 어이가 없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젖는다.

 

 

씬49. 사리원 검문소

 

장봉실의 트럭이 세워져 있고.

검문소 MP들, 군인들과 방육성,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트럭에서 내려와 있는 장봉실과 빈, 모델들.

 

방육성 : 맥아더 사령관님 이름이 빡! 찍힌 초대장에, 워커장군님 이름이 빡! 찍힌 통행증이 아까까지만 해두 분명히 있었다니까요.

헌병 : 통행증 없이 통과 못합니다.

방육성 : 통행증이 별겁니까? 여기, 여기보세요. (트럭의 플랙카드를 탁탁친다) 경축 서울수복 기념 장봉실 여사 화숀 쇼.

            봉실 장스 화숀 쇼! 코.. 콤무... 영어는 못 알아 들을테구. 이게 통행증이지!

헌병 : No one can pass through without permition.

방육성 : (허걱!) 아.. 참 미치겠네. 우리 자체가 통행증이에요. 이분이 그 유명한 데자이너 장봉실 여사.

            이 늘씬늘씬 미녀들이 모데루고. 내가 그 유명한 재단사 방육성이고.

빈 : 아저씨... 제가 통행증 잃어버렸거든요.

헌병 : 평양 가서 통행증 재발급 받아 오세요.

장봉실 : (한발 나서며) 이보세요! 워커 사령관도, 연합군 승전 축하숄 망치는 거 원치 않으실 꺼에요.

 

그녀의 태도, 그녀의 목소리, 의상에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장봉실 : 사단에 연락해 보세요.

 

 

씬50. 부대 내, 체육관 (운크라실)

 

마릴린 몬로의 공연무대가 준비되어있다.

동영, 땀을 뚝뚝 떨어트리며 엎드려 뻗쳐있다.

입구에서 불안한 듯 보는 준희.

 

김홍석 : 훔친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제대로 간수 못한 니 녀석 책임이 더 커! 어떻게 지 어머니 물건을 하루도 못지녀!

동영 : 잘못했습니다.

김홍석 : 팔에 힘 꽉- 줘. 무너지면 처음부터 시작이야.

 

김홍석, 몽둥이로 절도 있게 동영의 엉덩이를 때린다.

동영, 맞을 때마다 ‘열하나, 열둘, 열셋’ 숫자를 센다.

준희, 인상 쓰고 보다 이내 못 참구 돌아서는데... 눈망울이 흠뻑 젖었다.

하상사, 뛰어 들어와 김홍석에게 인사한다.

 

하상사 : 장군님.

김홍석 : 뭔가?

하상사 : 워커사령관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씬51. 3사단 지휘본부

 

김홍석 별 두개 달린 정복으로 갈아입는다. 하상사 시중을 들고 있다.

부관은 전화로 연락을 받고 있고.

 

부관 : Captain Lee of the 3d division, Yes, General Smith…. Sir, We’ve transformed the warehouse into a theatre...

         (Pause) Sir? But.., but the soldiers and citizens were looking forward to.... Yes, sir. I understand.

         (끊고) 장군님. 미해병 일사단 Smith 소장으로부터의 연락입니다. 마릴린 몬로양 위문공연을 취소한답니다.

김홍석 : (슬핏 보더니 이내 옷을 입는...)

하상사 : 하여튼 예쁜 것들은... (혀 차더니) 난리통에 온다구 할 때부터 알아봤어.

김홍석 : (옷을 입으며) 이유가 뭐라든가?

부관 : 개인사정이랍니다.

하상사 : (혼잣말) 으이구 지랄하구 자빠졌네...

부관 : 몬로양은 C-47 수송기편으로 부산에서 하와이로 떠났답니다.

김홍석 : 그래..? 근데, .....왜 연합사령부가 아니라 압록강에 있는 Smith소장한테 교신이 오지?

부관 : !!

김홍석 : ...아무래도 전선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하상사 : 연합사령부에서 아무런 통보도 없었잖습니까?

김홍석 : 어떤 식이든 전선에 변화가 틀림없이 있었어.

 

위장망을 걷고, 통신실 일등중사 들어온다.

중사 부관에게 인사하고.

 

중사 : 사리원 제오 검문소로부터 연락입니다.

부관 : 뭔가?

중사 : 연합군 승전 축하쇼 참석자인 데자이너 장봉실 일행이 통행증을 잃어버렸답니다.

하상사 : (질책하는) 야 이눔아! 그런 것까지 장군님이 일일이 신경 쓰셔야 하나?

중사 : ..죄송합니다.

김홍석 : 전시 중엔 검문소가 곧 국경이야. 지금 이 시각부터 신원 미확인자는 그 누구도 국경을 넘을 수 없다.

 

 

씬52. 사리원 검문소

 

장봉실 일행, 기다리고 있다.

MP 무전을 끝내고, 검문소를 나온다.

 

헌병 : 이 시각부터 통행증 미소유자는 그 누구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상!

방육성 :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 제대로 말 전했어요?

헌병 : 국군 3사단장 김홍석 소장님 명령입니다! 이상!

방육성 : 아, 참 그 군인총각 뻑뻐그리하네. 우린 맥아더총사령관 초청으로 (하는데)

장봉실 : 그만하세요. (헌병에게) 미8군 본부가 여기 용수리에 있죠?

헌병 : 그런데요?

장봉실 : 그럼, 워커장군님도 용수리 계시겠네요.

헌병 : 군 기밀입니다.

장봉실 : (방육성에게) 평양에 돌아가 통행증을 발급 받는 것보단 용수리로 들어가는게 빠르겠어요.

방육성 : 총각 다시 봅시다. 이상!

 

장봉실, 트럭에 올라탄다.

 

 

씬53. 미 8군 지휘본부

 

벽면에 역시 한반도, 아시아 전시전도가 걸려있다.

워커장군과 김홍석 긴장된 표정으로 마주앉아 있다.

워커장군의 부관과 김홍석 장군의 부관 각각자신의 상관 뒤에 서 있다.

 

김홍석 : 전선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겁니까?

부관 : Can you update us on the events at the front?

워커 : (confident and calmly in a deep voice) Massive Chinese forces have moved south.

김홍석 : !! (충격)

부관 : (허리를 숙여 김홍석의 등 뒤로..) 대규모의 중공군이 내려왔습니다.

하상사 : !

워커 : November 2nd, It was yesterday, they’ve invaded Unsan.

부관 : (다시 허리를 숙여 말하는데..) 어제, 십일월...

김홍석 : Why the delay on the information? [그런 정보를 왜 이제야 전합니까!]

워커 : (looking at the eyes of General Kim for a while..) We don't have time. We have to retreat quickly.

         [시간이 없소. 우린 서둘러 후퇴해야 되오.]

김홍석 : (부관에게) 빨리, 인근지역주민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대피시킬 것! 전사단 본부는 전투태세로 완전 무장시켜!

부관 : 예, 장군님!

타이너 : (whispering to Walker..) Inform citizens about the attack and start evacuation as soon as possible.

            Put headquarters of all divisions on '"combat ready status'"!

워커 : (an acerbic tone, strongly) We need to evacuate.... (pause... slowly but firmly) quietly. [우린, 조용히 떠날 생각이오.]

김홍석 : (본다)

워커 : Direct order came down today from the Commander of UN military forces to evacuate and to re-establish

         the Eight US Army on the southern shore of Han River by 5th of November 1900 hrs. as a second defense.

         If the word got out to the public, the disturbance will be major obstacle in our mission.

         [연합군사령부에서 내려온 미8군의 임무는 오일 공십구시까지 이곳을 철수, 한강 이남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오.

         주민들이 알게 되면, 소요가 일어날테고 퇴각에 장애가 될 꺼요.]

김홍석 : I cannot allow my people to be the wall of defense! [국민들을 방어벽으로 삼을 순 없습니다!]

            (부관에게) 뭐하고 있나! 빨리 주민 소개령부터 내려! (자리에서 일어나는)

워커 : General!! (Standing up) [장군!!]

김홍석 : (문 쪽으로)

워커 : Don't do that!! [멈추시오!!]

김홍석 : (돌아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주민들을 몰살시킬 순 없습니다. (가려는)

워커 : Stop!! (taking out the gun) [멈추라니까!!]

김홍석 : (돌아본다)

 

워커가 권총을 겨누자, 부관, 김홍석을 보호하기 위해, 권총을 뽑아 워커를 겨눈다.

타이너 중령 총을 뽑아 부관을 겨눈다.

김홍석을 제외한 세 사람, 서로가 총을 뽑아 겨누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등상사... 금방이라도 총알이 날아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워커 : At first we came to this land as invaders. [우린 점령군으로 이 땅에 처음 들어 왔소]

김홍석 : (본다)

워커 : We have liberated you from Japan! Our young people died without knowing why they had to die in a war

         where your people killed each other! General, I don't know whether you regret loosing the lives of your people!

         [일본으로부터 당신들을 독립시켰고! 당신 국민들끼리 죽고, 죽이는 이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이 이유도 모르는 채 죽어갔소!!

         장군, 당신은 주민들 목숨이 아까운지 모르겠지만!!]

         But let me tell you, the lives of my soldiers are precious! I will not exchange even one soldier's life with the 1,000

         of your people!! (firmly) You must follow the strict order from General Mac Arthur!

         If not, then you will be court martialed on the spot under the Military code!!

         [나는 내 병사들 목숨이 아깝소! 나는 주민들 천명의 목숨과 내 병사의 목숨 하나 와도 바꾸고 싶지 않단 말이오!!!

         맥아더 사령관의 명령대로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전시군법에 의해 장군을 즉결처분하겠소!!]

 

워커, 권총의 노리쇠를 푼다.

부관, 비장하게 노리쇠를 푼다.

타이너 중령도 노리쇠를 푼다.

 

김홍석 : 참전의 이유를 모른다니 유감입니다. 나는, 당신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이곳에 온줄 알았는데... (돌아서 문 쪽으로)

워커 : I said stop!!!

김홍석 : (돌아보고) Go, leave quietly as you said. But!! My soldiers and I will stay behind to protect our people

            [안전하게 퇴각시켜 주겠습니다. 그러나!! 내 병사들은 주민들을 지킬 것입니다.] (밖으로 나간다)

 

 

씬54. 3사단 지휘본부

 

참모장, 부관, 하상사를 비롯한 작전 장교 하사관들이 앉거나 서 있다.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감돈다....

 

김홍석 : 십구시 정각, 유엔군이 퇴각하면 즉시 주민 소개령을 내린다.

참모장 : 예.

김홍석 : 주민소개와 동시에 27연대를 전진배치 시킨다! 수색대 올려보내고, 사리원 외각에 진지 구축해.

            주민들이 무사히 빠져나가도록 최대한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한다!

참모장 : 예.

김홍석 : 사리원 주민...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마라. 알겠나!!

일동 : 예!

김홍석 : 해산.

 

침통한 장교와 하사관들 우수수 빠져 나간다.

 

하상사 : 장군님. 유엔군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알아챌 겁니다. 주민들 눈까지 막을 순 없습니다.

김홍석 : 방법을 찾아야지. ..소요가 일어나면 워커 장군이 주민들을 희생시킬 걸세.

 

부관의 눈짓에 따라 하상사 밖으로 나간다.

 

부관 : 동영이를 8군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 보내야겠습니다.

김홍석 : ...주민들이...전부..총알받이가 될 판인데.. 어떻게 내가, 내 자식만.. 내보낼 수 있겠는가.

부관 : 사모님께서도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김홍석 : ...

부관 : 동영이는.. 아직, 어립니다. 사모님을 생각하십시오..

김홍석 : ..

 

 

씬55. 운크라 체육관

 

준희 : 오빠.. 지금 장군님 없잖아. 일어나 있어. 응? 내가 장군님 오나 망봐 줄테니까 일어나 있어.

동영 : (땀이 뚝뚝 떨어진다) 난 괜찮으니까, 얼른 엄마 아빠한테 가.

준희 : 힝... (울먹거린다)

동영 : 왜 또 그래?

준희 : 미안해서..그래.. (눈물을 뚝뚝 흘린다)

 

김홍석 장군과 부관 들어온다.

준희, 놀라서 비켜난다.

김홍석, 애잔한 눈빛으로 동영을 바라본다.

 

 

씬56. 부대, 마당

 

김홍석과 동영, 부관 함께 장교 숙소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하상사 뛰어온다.

 

하상사 : 장군님, 아까 그 데자이너 장봉실과 일행들이 부대 정문에 와 버렸습니다.

            통행증 발급을 위해 워커 장군님 면담을 요청한답니다.

부관 : (화를 버럭) 하상사님! 정신 나갔어요? 지금이 어느 땐데, 그따위 재봉사들 타령입니까!! 돌려보내세요!!

하상사 : 알았어.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인사하고 돌아선다)

 

김홍석, 걷기 시작하다 뭔가 생각이 났다.

 

김홍석 : 하상사!

하상사 : (돌아서 뛰어온다) 예! 장군님!

김홍석 : 그 여자를 데려오게.

 

 

씬57. 3사단 지휘본부

 

장봉실, 김홍석에게 우아하게 인사한다. 뒤에 부관, 일등상사 서 있고.

김홍석, 손을 내밀어 장봉실에게 악수를 청한다.

 

장봉실 : (악수하고) 만나 주셔셔 감사합니다.

김홍석 : 우리 긴말하지 맙시다. 통행증은 십구시 이후에 내주겠소.

장봉실 : 장군님, 그 시간이면 패션쇼를 시작해야 합니다.

김홍석 : 오늘은 물론이고 당분간 서울에서 패션쇼가 열리는 일은 없소.

장봉실 : 무슨 말씀이시죠?

김홍석 : 긴말하지 말자 했소. 더 이상 어떤 질문도 하지 마시오.

장봉실 : ...

김홍석 : 당신들 안전은 보장하겠소. 단, 우리 부대에서 두 시간 후에 패션쇼 공연을 해주시오. 무대와 장비는 준비되어 있소. 이상!

            (부관에게) 모시고 나가게.

 

장봉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부관의 안내에 따라 나가고.

 

하상사 : 장군님.. 퇴각이 급한데.. 갑자기 패숀쇼라니요..

김홍석 : 패션쇼 도중에 연합군을 퇴각시킨다. 지금부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대 반경 오킬로 이내 주민들은

            모두, 패션쇼에 오게 해.

 

 

씬58. 부대 정문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군용트럭들 속속- 들어온다. 트럭들에 빽빽이 타고 있는 주민들. 그 위로 방송 시작된다.

 

(방송) : 국군 제3사단 장병 여러분, 사리원 지역주민 여러분. 우리 부대에서는 마릴린 몬로양의 위문 공연 대신,

            데자이너 장봉실 여사의 패숀쇼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패숀쇼는 지역주민들과의 교류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니

            주민들은 한분도 빠짐없이 참석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씬59. 운크라 체육관, 무대 뒤 (저녁)

 

옷들이 전부 날라져 있다. 커다란 트렁크며 나무괘짝들이 잔뜩 쌓여있다.

모델들 옷을 입어보고 있고, 방육성과 장봉실, 모델들의 옷을 손보고 있다.

 

방육성 : 아니, 소금은 뭐하시게요.

장봉실 : 아무튼 있는 대로 다 구해달라구 하세요. 군용 짚차 하나두요.

방육성 : 예.

 

빈, 무대 뒤에서 커튼을 들쳐보면 체육관에 들어오는 사람들, 앉아있는 사람들.

짓꿎은 군인들, 휘장을 들쳐보면, 옷 갈아입다 소리를 지르는 모델들.

 

방육성 : (일 하면서) 근데, 여사님. 이게 어떻게 되가는 거에요?

장봉실 :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나도 더 이상 아는 게 없어.

 

장봉실, 화연의 가슴에 코사쥬를 단다.

 

 

씬60. 부대 일각 (저녁)

 

창회의 트럭 세워져있다.

준희, 창회와 영수에게 야단맞고 있다.

 

준희 : 나도 볼꼬야. 나두 구경할꺼야!!

영수 : 안 된다 그랬지!

창회 : 모처럼 볼만한 구경거린데, 왠만함 보게 해주지.

영수 : 오늘 준희가 사고친 것좀 봐요. 뭘 잘했다구 구경까지 시켜요!

준희 : (영수를 째려보다) 엄마 계모지! 친엄마 아니지! 진짜는 팥쥐 엄마지!

영수 : 뭐어? 뭐가 어째! 이 기집애가 진짜! 그래! 나 계모다! 강희 엄마가 니 친엄마니까! 도둑질이나 시키는 니 친엄마 찾아가!

준희 : 엄마 미워! 다신 안볼꺼야! 나 친엄마 찾아갈테니깐! 엄만 아빠랑만 살아!!

영수 : 오냐! 이 기집애야! 다신 집에 들오지 말어! 집에 들어오기만 해! 빨가벗겨서 내 쫓아 버리구 말꺼야!

         종아리에 피 나도록 때려줄꺼야!

 

준희, ‘엄마 미워!!’ 하면서 뛰어간다.

영수, 기가 막혀서 그 모습을 본다.

 

창회 : 준희야!! (쫓아가려고 하면)

영수 : (잡고) 내비둬요. 당신이 맨날 오냐오냐 하니까 애 버릇이 저렇잖아요!

 

영수, 뛰어가는 준희의 뒷모습을 화가 나서 본다.

 

 

씬61. 부대 일각 (저녁)

 

준희, 화가 나서 씩씩- 거린다.

 

준희 : 치.. 안들어갈꺼다 뭐. 찾으루 와두 절대 안갈꺼야! 안가!

 

 

씬62. 패션쇼 몽타쥬 (저녁)

 

음악과 함께 패션쇼가 시작된다.

모델들 다양한 포즈로 패션쇼를 시작하고, 사람들 입을 벌리고 그 모습을 본다.

뒤쪽에 김홍석과 부관 선 자세로 지켜보고 있다.

김홍석, 시계를 보다 부관에게 눈짓한다.

뒷좌석에 드문드문 앉아 있는 연합군들 일어난다.

주민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일사분란하게 쇼장을 빠져나가는 군인들.

 

 

씬63. 부대 몽타쥬 (저녁)

 

부대 막사 뒤쪽. 연합군들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퇴각준비를 일사 분란하게 하고 있다.

워커, 타이너와 8군 지휘부, 회의테이블에 펴 놓은 지도를 보고 있다.

동영, 한쪽에 트렁크를 안고 앉아 있다.

 

 

씬64. 부대 일각 (저녁)

 

운크라에서 음악소리가 꽝꽝-들려온다.

담벼락 아래 쭈그리고 앉아 있던 준희, 호기심으로 일어난다.

 

 

씬65. 패션쇼장, 무대 뒤 (저녁)

 

준희, 살금살금 들어온다.

모델들, 옷 탈의하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고,

장봉실과 방육성, 정신없이 시중들고, 옷 손보고, 머리 만져준다.

그러느라 준희가 한구석에 들어온 것도 모른다.

빈만, 심심한 듯 무료한 표정이다.

 

준희 : 와아... 언니들 진짜 디게 이쁘다.. (혼자 중얼중얼)

빈 : (그 소리에 준희를 본다) 너 누구니?

준희 : 나? 준희. 고준희.

빈 : 여긴 왜 들어왔어? 어떻게 들어왔어?

준희 : (입술에 손대면서) 쉬잇! 우리 엄마한테 들키면.. (종아리 가르키며) 나, 여기 피날 때까지 맞는단 말야.

         아무한테두 나 여기 온거 말하믄 안돼, 알았지?

 

준희, 걸어놓은 옷 사이에 숨는다.

빈, 그 모습을 본다.

 

 

씬66. 의무실 (소리)

 

패션쇼장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강희, 식은땀을 흘리며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뒤틀며, 다른 손으로 주먹 쥐고 잠긴 문을 흔들고 두드린다.

 

강희 : 문 열어요! 문 열어줘요!!! 아우.. 배야.. 똥마려 죽겠네.. 요강두 없는데..

 

강희, 몇 번이고 문을 흔들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창가로 간다.

유리창을 흔들다가 의자를 집어 던진다. 와장창- 요란하게 유리 깨지며 바닥에 쏟아진다.

강희, 두리번거리다가 걸려있는 수건을 내려 손에 감고, 창틀에 뾰족하게 남아 있는 유리를 떼어 낸다.

의자 놓고, 유리창을 넘어가는 강희.

 

 

씬67. 운크라, 패션쇼장 (밤)

 

패션쇼 절정을 향해간다.

요란한 음악, 현란한 조명. 주민들 넋을 잃고 보고 있고, 연합군들 앉았던 자리는 전부 비어있다.

창회와 영수, 중간쯤에 나란히 앉아 패션쇼를 구경하고 있다.

영수, 신기해서 모델들을 보고 있고. 창회, 딸이 걱정되서 일어난다.

 

영수 : 왜요?

창회 : 준희 찾아볼라구.

영수 : 그냥 둬요. 배 고프면 집에 가겠지.

창회 : 엄마라는 사람이 쯧! (혀 한번 차고) 애가 얼마나 춥구, 궁금하겠어. 찾아서 데려올께. (통로로)

 

 

씬68. 부대 일각 (밤)

 

창회, 주위를 둘러본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씬69. 부대 막사, 언덕 (밤)

 

강희, 똥을 누려고 쭈그리고 앉아 있다.

그 순간 멀리 벌판에서 중공군들의 야간폭격이 이루어진다. 굉음과 함께 주위에 쏟아지는 빛.

 

강희 : !

 

놀란 강희, 입을 벌리고 본다. 다시 한 번 폭탄이 터진다.

 

강희 : (벌떡 일어난다) 엄마!!! 엄마!!!!

 

강희, 양자를 부르며 언덕을 미친 듯이 뛰어 올라간다.

 

 

씬71. 8군 지휘 본부 앞 (밤)

 

폭탄이 터진다.

딸을 찾아 이곳까지 온 창회, 입을 떡 벌리고 그 모습을 본다.

연합군들이 퇴각을 하고 있다. 군용트럭들 빠져나간다.

워커장군, 자신의 헬기 앞에서 철모를 쓴 김홍석과 서있다.

 

김홍석 : 지체하지 말고 떠나십시오.

타이너 : Retreat as soon as possible.

워커 : Start evacuations of the people after we’ve completed our deployment from Sariwon.

         [주민들은 우리가 완전히 사리원을 떠난 다음 소개하시오.]

김홍석 : 폭격소릴 듣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것까지 말릴 순 없습니다.

타이너 : We cannot stop the people taking refugee upon hearing the sound of explosions.

            [폭격소릴 듣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것까지 말릴 순 없소.]

워커 : Jang-gun... (puts forward his hand to Kim) [김홍석에게 손을 내민다]

         I'll be waiting for you on the south of Han river. [한강이남에서 봅시다.]

김홍석 : (손잡지 않고... 천천히 워커에게 경례를 붙인다)

워커 : (Takes the salute) [경례를 받는다] Good luck, gentleman,,, (행운을 비오)

 

굉음과 함께 떠오르는 헬기.

김홍석, 동영을 본다.

지프 옆에서 트렁크를 들고 있는 아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버지를 보고 있다.

다가가는 김홍석...

 

동영 : 아버지..

김홍석 : ... (동영의 머리 위에 손을 얹더니... 장교에게 눈짓한다)

장교 : 다녀오겠습니다. 장군님.

 

장교 경례하고는 지프에 오르고 동영, 뒤에 탄다.

지프가 출발한다.

 

동영 : (몸을 돌려 돌아본다) 아버지!!!! 아버지!!!!

김홍석 : (동영을 단 한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돌아서는 눈가가 촉촉하다)

 

 

씬72. 운크라, 패션쇼장 (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모델들 드레스를 선보이고 있다.

창회, 영수를 끌고 나온다.

 

영수 : 왜, 이래요!

창회 : (입을 막는다) 빨리 준흴 찾아! 지금 여길 떠나야 해.

영수 : 여보! 그만, 좀(하는데)

창회 : (낮게 영수의 귀에 대고) 전선이 밀리구 있어. 온 사방이 폭격이야. 연합군이 도망치고 있다구, 지금.

 

창회와 영수, 부대 주방부터 시작해 샅샅이 뒤지며 준희를 부른다.

영수, 의무실에 뛰어와 의료품을 챙기는 미숙을 붙잡고, ‘중위님, 내 딸 못봤어요! 우리 준희 못 봤어요!’ 묻고,

미숙이 ‘아뇨.. 찾아볼께요’ 하면 그대로 뛰어나간다.

영수, 패션쇼 뒷무대까지 들어온다.

 

영수 : 준희야!! 준희야!!

 

준희, 그 목소리를 듣고는 나무 괘짝을 살짝 들어서 보더니 입을 삐쭉이고는 이내 숨는다.

 

영수 : (빈을 보고) 얘야... 너, 우리 딸 못 봤니? (손으로 갸늠 하며) 요만한데, 이름이 준흰데. 여자애 하나 여기 안 왔니?

빈 : (괘짝쪽 보다가 고개 흔든다)

준희 : 흥.. 누가 나갈 줄 알구. 팥쥐 엄마.

 

 

 

 

 

 

 

 

 

 

 

 

 

 

 

 

 

 

 

 

 

 

 

 

 

 

 

 

 

 

첨부파일 1.txt

 

첨부파일 패션70s 1-28.zi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