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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0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300 목록 댓글 0

[패션 70s] 06

 

 

 

 

 

 

 

 

 

 

 
씬42 인천 혹은 서울이 가까운 서해안 바닷가(밤)

어두운 바다 속에서 스킨스쿠버 복장의 빈이 나온다.
빈, 손에 테이프로 꼭꼭- 밀봉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빈, 등산용 칼로 봉지를 뜯으면 로렉스 금딱지 시계와 오메가,
기타 시계들이 여나무개 들어있다.
빈, ‘흠..’ 물건을 확인하려는데, 달려오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빈: !

빈, 오리발을 벗어 던지고 비닐봉지를 든 채 뛰기 시작한다.

씬43 동, 바닷가 일각(밤)
 
칠흑 같은 어둠.
경찰들, 호각을 불며. 빈을 쫓아 뛰기 시작한다.
빈, 숨을 헉헉거리며 둘러보다 잠시 생각하더니, 비닐봉지에서 금장
로렉스  시계만 꺼내 손목에 찬다. 비닐봉지를 멀리 바다를 향해 던지더니...
얼른 갯벌에 눕는다.
진흙을 두 손으로 떠서 얼굴에 문지르고, 손을 갯벌에 쑤셔 넣는 빈.
가만히 누워 눈을 감는다. 검은 스쿠버 복을 입고 있어 티가 안 난다.
경찰들이 그의 주위로 뛰어와 둘러보지만 빈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수색하는 경찰들.
오경사(부산사투리 심하게 쓴다), 해안가에 떨어진 비닐봉지를 줍는다.
비닐봉지 안에 시계들.

오경사: (들고 보면서) 이기 다 을매고! 앤가이 급했는가베!
       찌새끼거치 뽀록뽀록  기 댕기쌓티.
경찰: (오경사에게 다가온다) 없는데요..
오경사: 읍기는 와 없노! 장빈이가 홍길동이가!

오경사, 비닐봉투를 들고 걸어 나간다.
빈, 그들이 가고 나면 눈을 뜬다.
그 자세로 느긋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빈...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빈: 별이... 없네...
 
씬44 동, 해안 도로(밤)

윌리스 지프가 세워져 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걸어오던 빈...
거세게 쏟아지는 빗물에 얼굴에 묻은 진흙을 씻어 낸다.
그리곤, 옷을 갈아입는다. 청바지를 꿰입고, 너무 젖어 셔츠를 입을
수 없자 맨 몸 위에 재킷을 걸친다.
빈, 지프에 올라 달리기 시작한다.
로큰롤 음악이 커다랗게 빗속을 울리며 지나간다.

씬45 동, 도로일각(밤)

빈의 지프가 음악을 울리며 쏜 살같이 달려가자...
전조등을 끈 경찰차 한대가 보인다.

씬46 경찰차 안(밤)

오경사와 경찰1?2 타고 있다.

오경사: 잡히쓰. 니가 언제 나올랑가 했다. 이 길 말고
       우데 빠질 데가 있긋나. 땡기!
경찰: 예, 경사님. (경광등을 켠다)
오경사: (경찰의 뒤통수를 퍽-친다) 에라이, 선전을 해라 선전을!
       우리 따라강께 장빈, 얼른 티끼. 나발을 불어, 아주..
경찰: ..죄송합니다. (출발한다)
오경사: 쌍라이트 캐지 말고 찬차이 가. 우째도 띠 봐야 서울이다.
       내가 오늘 저 찌새끼 못 잡으믄 옷 홀딱 벗고 서울역
       앞에 자리 팬다, 고마.

씬38 양자의 집, 더미의 방(밤)

동영: 아. 예. (지갑에서 돈 꺼내 준다) 이 집은,
      뭐 부르면 천오백원이네요.
양자: ...(무슨 쉰소린가..?)
동영: (웃으며) 아닙니다. 암튼, 맛있게 먹겠습니다.
양자: (듣지도 않고, 돈만 낚아채서 나간다)
동영: 저, 혹시 사리원에서 살지 않으셨나요?
양자: 내가 이 섬에서 산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사리원은 무슨!
양자의 집, 툇마루/건넌방(밤)

양자, 안방 쪽으로 가려다 생각하니 안 되겠다. 빗자루 있는데서
숟가락 몽뎅이를 꺼내, 문고리 걸고 거기에 찔러 넣는다.
안방에서 나오던 더미, 보고 기겁을 한다.

더미: 뭐하는 거야! 지금! (벗겨내려 하면)
양자: 이년이 가만 안 있어! (더미의 팔을 아프게 쥐어뜯는다)
      낼 아침까지 요대루 안 있으믄 넌 아주 죽을 줄 알아.
동영: (문을 흔들며) 아주머니! 아주머니!
양자: 상은 다 먹구 윗목에 밀어 놔요.
동영: 아주머니, 저 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양자: 누가 뭐래. 거기 벽장 열믄 우리 딸 쓰던 오강 있으니까.
      큰 거든 작은 거 든 알아  해결하구. 잘 자요. 서울양반.
더미: 엄마. 진짜 왜 그래!
양자: 시끄러! 넌 밥이나 먹어!

양자, 더미의 손목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씬40 양자의 집, 더미의 방(밤)

동영, 벽장문을 열어본다. 신주단지 모시듯 요강이 있다.

동영: 하..참. (벽장 문 닫고 자리에 앉는다)

시골 처녀아이다운 방이다. 수놓은 이불보, 옷보, 잡지에서 오려낸 낡은
여배우 사진(윤정희나 문희 등등), 재봉틀 한 대.
상보를 덮은 앉은뱅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소지품들.
책상 한켠에 타다만 양초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아래 낮에 본 총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총알을 들어 보는 동영...
(인서트) 멍게를 다듬던 더미의 모습
동영, 빙그레 웃고 총알을 내려놓고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씬41 양자의 집, 안방(밤)

더미, 밥상 없이 오봉에 차려진 밥을 앞에 놓고 있다. 뱅뱅돌이에
계란찜도 하나 되어있고, 동영의 밥상보다 훨씬 낫다.
더미, 불어터져서 안 먹는.

양자: 간재미 말린 거 뜯어 줘? 고추장 찍어 먹을 꺼야?
더미: 뭐야! 돈 받은 손님상은 그렇구. (계란찜 보며)
      이거라두 갖다 줄래.
양자: 니 닭이 알을 한개 밖에 안난 걸 난들 어째.
      걸 내 딸년 입에 넣지, 미쳤다구 한번 보구 말 넘의
      입에 넣어. 얼른 쓱쓱- 비벼 먹어.
더미: ..
양자: 너, 괜히 서울이 어쩌구, 저쩌구 간에 바람 든 소리 하지 말어.
     내일이라두 양근이 아버지하구 날 잡을 꺼니깐.
더미: 죽으믄 죽었지 양근이한테 시집 안가!
양자: 죽어 그럼!
더미: 씨이! 진짜 내가 미쳐! (계란찜을 한 입 푹- 퍼 넣고
     심통 나서 우적거린다)


씬47 반도호텔, 앞(밤)

비 오는 호텔에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인서트) 플랜카드
‘오사카 엑스포70, 한국 대표 디자이너 선발 십인 릴레이 패션쇼’
빈의 지프 도착한다. 빈, 내려서 플랜카드를 한번 보고 여유있게
정문으로 들어간다. 빈, 들어가고 나면 오경사의 경찰차가 도착한다.
조용히 차에서 내려 빈의 지프를 뒤지는 경찰들.

씬48 반도호텔, 리허설 무대(밤)

준희, 임시로 기장을 손 본 피날레 웨딩드레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경과 피에르 방을 비롯한 모델들, 장봉실과 방육성, 차연,
마지막 피날레를 지켜보고 있다.

차연: 선생님, 아까 보다 애가 좀 길어 보이는데요.
장봉실: (방육성에게) 저기서 웨스틀 일인치 더 올려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빈... 사람들 문소리에 쳐다보면, 빈,
한손을 번쩍 들어 요란하게 인사를 한다.

연경: (빈을 보고 넘어가는) 으아!! 빈씨다~ 나의 우상 빈!
상희: (힐끔 보고) 너의 우상 빈씨는 왜 저렇게 젖었니?
      밖에 비오나본데.

봉실 옆에 다가와 서더니, 무대를 올려다보는 빈.
 
빈: 이야. 갈수록 좋아지네요. 죽이는데요... 여사님.
봉실: (슬핏 빈을 보더니 이내 다시 무대를 본다)

웃으며 돌아서는 빈, 피에르 방을 보고는 비스듬히
엄지를 치켜세운다. 빈의 열어젖힌 가슴.. 물에 젖은 가슴을
넋 놓고 보는 피에르... 침을 꼴깍 삼킨다.... 빈, 양손으로
재킷을 당겨 가리더니,  장난스럽게 다가와 피에르방의
얼굴을 돌린다.

피에르: (꿈이라두 깨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왜 그렇게 홀딱 젖었어, 형?
빈: 비 오길래 한 번 달려봤다.

무대를 따라 걸어가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빈,
흥겹게 턴을 하는데...
들어오는 오경사와 경찰의 모습이 보인다.
빈, 옆에 서 있던 상희의 스카프를 휙- 벗겨
시계를 찬 손목에 두른다.
무대 곁 소품 책상에서 모자 하나를 집어 쓰더니 무대 위로 오르는 빈..
오경사와 경찰 무대로 다가온다.

오경사: 에이! 장빈! 내다~ 오광록이~
차연: 어머어머, 선생님, 빈 또 사고 쳤나 봐요! 된통 쳤나 봐요!
장봉실: ..

혼자 무대를 거슬러 화려한 워킹을 시작하는 빈...

오경사: 이 새끼! 니 시방 머하자는 그고!!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려면)
장봉실: (경사의 앞을 막는) 무댄 아무나 올라가는 데가 아니에요.
오경사: (진지한..) 아지매요.
장봉실: (빤히 본다)
차연: 어머, 어머.. 저거 미친 놈 아냐. 여사님한테 아지매라니.
오경사: 사람 무시하지 마소. 인생쪼로... 일장춘몽.
       (손으로 주변을 휘두르며) 이 화려함도 한 순간인기라.
       덧없는 꿈인기라. 내도 왕년에는 남포동 부산극장서 
       무대 쫌 올라갔심더.(가려는데)
장봉실: (어깨를 확 잡으며) 리허설 중이에요. 기다리세요.
오경사: (봉실의 손 탁 치며) 못 기다리긋는데. 밀수꾼 잡는데
        리허설이 믄 상관이고? 내사 마, 시방 급해 죽겄소.
       (또 다시 가는데)

봉실, 확 잡아당긴다. 뒤로 거칠게 물러나는 오경사.

봉실: 그렇게 급하면 어제 잡지 그랬어요?

손을 들어 사인을 하는 봉실. 무대에 가득해지는 탱고 음악.
다시 걸어 나오는 피날레 모델들...
천천히 춤을 추며 걸어가는 빈, 봉실을 본다... 봉실, 빈을 본다.
빈, 걸어 나오던 준희의 손을 잡고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어이가 없어서 보는 오경사와 경찰들.
연경과 피에르 방, 모델들 넋을 잃고 빈을 본다.
빈과 준희의 탱고... 무대를 휘어 감는다.
맞닿는 어깨.. 맞닿는 가슴... 맞닿는 허벅지....
땀이 흐르는 빈과 준희.
빈, 거칠게 돌아 준희의 손목을 잡으며 어깨 웨이빙을 하는데....
그대로 빈의 손목에서... 준희의 손목으로 넘어가는 시계...

준희: 뭐하는 거니?
빈: (씩- 웃으며) 협조 좀 하란거지. 안 떨어지게 조심해라.
    너한테 너무 크네~
준희: 너, 니네 엄마한테 미안하지 않니?
빈: 뭐 별로.

열정적으로 탱고를 추는 빈과 준희... 그 곁으로 스치는 모델들...

연경: 역시 예술이야..나의 우상 빈씬..뭘 해두 그냥 그림이구,
      그냥 예술이구, 그냥 작품이야..
피에르: 하연경, 듣기 싫으니까 조용히 좀 하셔.
연경: 이게 누나한테 말끝 마다 하연경이야.
      (머리카락을 확 잡아당긴다)
장봉실: (음악 끄라는 사인을 보낸다)

음악 끊어지고, 빈과 준희 무대에 멈춰 선다.

장봉실: (차연에게) 오늘은 이걸로 끝내.
차연: 다들 정리합시다! 우리 무대가 마지막 날인 거 다들 알지?
      그 동안은 계속 릴레이 패션쇼가 있으니까 여기서 리허설은
      더 못하고, 앙상블에서 하겠어요!
모델들: 네! 선생님!!

모델들과 준희, 무대를 통해 걸어서 안쪽으로.. 다가가는 오경사...

오경사: 오야, 장빈. 내 오늘 구경 화끈하게 했다. 니 밀수 관두고
       째비해도 되겠구마.
빈: (뛰어 내려온다) 오경사님. 장봉실여사 팬이었어요?
    여긴 웬일인데요? 모델들 구경하루 오셨나?

오경사, 빈을 거칠게 수색하기 시작한다.

빈: 아아~ 모델 말고, 나한테 관심 있으셨구나~ 진작 말하죠.
    단 둘이 만날 의향도 있는데~
오경사: (수색을 멈추더니) 어데 숭가쓰?
      (주머니에서 비닐봉지의 시계 보이며) 니, 이 정도 포기했으믄,
      금장 하난 꼬불?z을끄 아이가!
빈: (어깨 으쓱한다)
오경사: (화를 삭이며 한숨을 푹 내뱉고는) 느그 어매 빽으로 넘어간
       줄 알그라. (머리 쓱 쓰다듬더니) 올해 안에 장빈 못 엮으믄,
       내 고마 우리 흰둥이랑 옥상에서 확 띠 내릴끼다. (가는)
빈: 안녕히 가세요~ 경사님. 나중에 양주나 한 병 까시죠~
오경사: 까불지 마라 자쓱아.. 니, 내가 지키보고 있다는 거
       이자뿌지 마라. 자꾸 까 불다가는 (서서 돌아보는)
       영 맛이 가는 수가 있데이..
빈: 지금도 갈만큼 갔어요, 나. (웃는)

오경사, 경찰들과 함께 문 쪽으로. 장봉실, 그 모습을 한쪽에서
보고 있다. 돌아서는 빈, 장봉실을 본다. 시선이 마주치는 모자.

장봉실: ..(싸늘한 얼굴로 외면하고 돌아선다)
빈: ..(어깨 으쓱하며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제스처 취한다)

씬49 반도호텔, 내부

숙녀용 화장실에서 나오는 준희.

(빈의 소리) 고준희 그냥 가냐?

준희, 보면, 계단에 걸터앉아 있는 빈.

빈: 그거 임마 비싼 거야~ 돌려줘야지. (일어나 다가오는)
준희: (핸드백에서 로렉스를 꺼내 내민다) 언제까지 이러구 살 꺼니?
빈: (손목에 시계 차고) 그러는 넌? 언제까지 고준흰 척 살 껀데?
준희: 장빈!!
빈: 내가 이러구 사는 거나, 니가 그러구 사는 거나. 가짜루 사는 건
    똑같잖아.

준희, 빈의 뺨을 그대로 올려붙인다. 얼굴이 돌아갈 만큼의 매서운.

빈: 어, 주먹 좀 되는데. 재벌집 귀공녀 치구, 너 팔뚝 너무
    굉장한 거 아니냐?
준희: 경고하는데. 까불지 마.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줬거든.
      이제 더는 아냐. 참는 것도 여기까지야.
빈: 가짜루 사는 거 힘들지 않니..? 가끔씩 나 니가 불쌍하다.
준희: 너 불쌍한 거나 걱정해.

준희, 돌아서서 또각또각 걸어간다.

빈: (휘파람 휙- 분다) 야, 고준희 오늘 고마웠다. 근데, 다음에 니 진짜
    이름 좀 갈쳐주라. 맨날 준희, 준희 부를라니까 꼬맹이 준희 생각나서
    영 껄쩍지근하거든.
준희: (돌아본다. 조소) 다음까지 기다릴 거 뭐 있니? 지금 가르쳐줄께.
빈: 오~ 기대된다, 야.
준희: (빈을 향해 활짝 웃으면서) 고. 준. 희. 그게 내 이름이야.

씬50 반도호텔 앞(밤)

고창회의 캐딜락이 서 있다. 고창회, 우산을 받쳐 들고 딸을 기다리고 있다.
창회, 이북 오도민 협회의 플랜카드를 보고 있다.
준희, 나오다 창회를 그 모습을 잠시..물끄러미 쳐다본다.

준희: 아빠~~~

창회, 보고 ‘어, 준희야!’ 뛰어 가는데 준희, 뛰어와
창회에게 안긴다.

창회: (거기) 있지. 비 맞구 왜 뛰어.
준희: 추워서. (더 꼭 끌어안고) 아..따뜻해.
창회: (웃는)
준희: 여기 왜 왔어?
창회: 그냥, 지나가다.
준희: 나 리허설 끝날 때 딱 맞춰 지나가다?
창회: 알면서 뭘 물어.
준희: 아빠 땜에 나 노처녀 될까봐 그렇지. 아빠가 이러는데
      누가 나하구 연애할라 그러겠어.
창회: 그거 아주 잘 됐네~ 우리 부녀 천년만년 같이 살면 되겠네.
준희: 싫어, 난. 김동영이한테 시집 갈꺼거든~
      아빠가 혹으루 따라 붙는 거 절대 사양이야~
창회: (준희가 귀여워 죽겠다. 코를 살짝 잡았다가 놓는다)

씬51 창회의 캐딜락 안(밤)

창회와 준희, 뒷좌석에 나란히 있다. 준희, 창회의 무릎에 엎드린다.

창회: 피곤해?
준희: 응..
창회: ..비와서..어깨 아프구나.
준희: 응..

창회, 준희가 총 맞은 자리를 주물러 준다.

준희: 비 오는 게..너무 너무 싫어... 총 맞은 자리가... 너무..쑤셔..
창회: 아빠가 한번 알아보께. 비 안 오는 나라 있는지.
      우리 이민가자. 그런 나라 찾으면.
준희: 태을방직은 어쩌구?
창회: 설마 그게 우리 딸보다 중요할까. (어깨를 주물러 주는)
준희: ...(진심이다) 아빠.. 사랑해요...
창회: 그래..

준희, 창회의 무릎에 누워 살며시 눈을 감는다. 부녀의 모습 위로

(소리)  더미의 비명 소리.

씬52 양자의 집, 안방(밤)

방으로 번개 치는 불빛이 흘러 들어온다. 더미, 악몽을 꾸느라
진땀을 흘린다. 양자, 잠에 취해서.

양자: 으응...왜 그러니..또..(더미를 토닥거린다)

더미, 몸을 뒤척인다. 그녀의 꿈속으로 어린시절이 엉켜 지나간 다.
(플래쉬) 총구에서 발사되던 푸른 빛. 미군들의 뭔지 모를 소리.
총을 맞던 순간.

더미 (비명을 지른다)

씬53 양자의 집, 건넌방(밤)

동영, 눈을 번쩍 뜬다. 그 위로 천둥소리와 더미의 비명 소리 들린다.

(소리)  더미의 비명소리.

동영, 벌떡 일어나 재킷에서 권총을 집는다.
동영, 문을 밀다가 안 되겠다. 문을 발로 퍽 차버린다.

씬54 양자의 집, 안방(밤)

더미, 웅얼거리며 잠꼬대를 한다. 양자, 일어나 앉는다.

더미: ...알..러...뷰... 알...러...뷰....
양자: (흔들어 깨우는) 더미야. 더미야. 일어나. 일어나봐! 더미야!
더미: (눈물을 흘리며) 용서해...주세요..알러뷰...

씬55 양자의 집, 툇마루(밤)

동영, 주위를 둘러본다. 고요한 밤하늘에 빗소리만 들린다.
양자의 방쪽으로 다가가는 동영. 안에서 들리는 양자의 소리.

(양자의 소리) 뭔 꿈을 꾸느라 그래. 일어나, 얼른! 더미야! 더미야!

스르르 내려가는 동영의 권총...

씬56 양자의 집, 안방(밤)

양자, 더미를 깨우고 있는.

더미: (잠 속에서 흐느낀다)
양자: 아구..진짜. 얘가 (더미의 뺨을 살짝살짝 친다)
      더미야. 일어나! 엄마야! 일어나라니까!
더미: (그제야 눈을 뜬다) ...밖에 비 와..?
양자: 그래. (더미의 흥건한 눈물을 닦아준다) 어깨...아파...?
더미: 응..

양자, 일어나 선반 위에 반짇고리를 꺼낸다. 그 옆에 술병이 하나 있다.

씬57 동 장소(시간경과)

양자, 더미의 아픈 어깨에 쑥뜸을 떠주고 있다.
더미, 어깨 아래로 옷을 내리고 내리고 누워 있다.
양자, 또 하나 쑥 가루 비벼 만 것을 더미의 어깨에 올려놓고,  
성냥 불을 그어 붙인다.

양자: 좀 괜찮아?
더미: 나, 어깨가 왜 그래? 왜.. 비만 오면 끊어질 것 같어..?
양자: 골백번 얘기 해 줘두 또 묻네. 미친개한테 물렸다니까.
      우리 동네에 미친개가 있었는데, 일곱 살 때 너가 물려서 그래.
더미: 엄마가 문건 아니구? 나 말 안 듣는다구 엄마가
      꽉- 깨문 건 아니구?
양자: 어이구. 울구 불구 하더니 살만 하니? 것두 농담이라구 하게.
더미: 엄마...친 엄마 맞아?
양자: (덜컹, 심장이 내려앉는) 왜...그래..너..
더미: 엄마...내 친 엄마 아니지...?
양자; ...너..왜...그래..
더미: 그렇잖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엄만,
      나 맨날 이겨 먹잖아.
      나, 서울 보내줘. 서울 가고...싶어..
양자: (안심하는) 이 기집애가 눈만 뜨면 서울 타령이야.
      (짐짓 야단치고 흘긴다)
더미: 보내줘. 응?
양자: 너 없으면 엄마가 못 살 거 같어 그래. 우리 딸 서울
       보내면, 영영 못 볼 거 같구. 그럼 엄마 진짜 못 살어..
더미: ..(눈을 무겁게 깜빡거리다가 스르륵..잠이 드는)
양자: 자니?
더미: ...

양자, 더미의 어깨에 다 탄 쑥뜸을 내려주고,
더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양자: 그래..잘 자라.. 미안하다.. 더미야.. (머리칼 쓰다듬는다)
  
씬2 양자의 집, 툇마루(밤)

동영, 앉아 있다. 안방 문 열리고 양자, 술병을 들고 나온다.
양자, 무심히 건넛방 문이 박살난 걸 본다.

양자: 기어이 남의 문까지 뜯어놨네. 천오백원이야. (앉고)
동영: 더미씬 어디가 아픈가요?
양자: 그래요. 아파두 많이 아파요. 전쟁 통에 죽다 살아난
      애라 많이 아파요.
동영: ...이 외딴 섬까지... 전쟁이 훑고 갔군요.
양자: (한 모금 술 마시고) 이봐요. 서울 양반. 괜히 우리 딸
     가슴에 바람 넣지 말아요. 행여라두 서울 와라.
     내가 취직시켜 줄께. 내가 도와줄게.
      그런 헛소리루 바람 넣지 말라구.
동영: 생각하시는 만큼 서울이 위험한 데는 아닙니다.
양자: 흐흥. 누가 서울이 위험하댔나. 사람이 위험한거지.
     이 양반아, 우리 더민,  내 인생에 덤이야.
     나 그냥 콱- 혀 깨물구 죽을까봐 하늘에서 내려준 덤.
     당신은 그냥 날 밝음 조용히 떠나주기나 하믄 되는 거야.

양자,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최희준의
‘하숙생’ 을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부르는 양자. 동영, 그런 양자를 바라  본다.
더미, 양자를 빤히 보는 모습에서

아세아 복장학원, 기숙사(새벽)

앙상블 안마당.
피에르 방, 연경의 방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깨우고 있다.
연경의 방 앞에
2호실, 하연경, 오상희 라고 적힌 아크릴판.

피에르: 야- 하연경! 상희 누나!! 일어나! 청소 안 해!
       안 일어나냐! 늦었어!

피에르 방의 소리에 차연을 비롯해 기숙사 원생들 깨서 나왔다.
원생들, 차연을 보고, 정신이 번쩍든 듯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선생님!’
합창하듯 인사하고.

차연: 니들 같으믄 안녕히 잤겠니! 삼일에 한번씩 미치겠네!
      진짜! 저것들을 쫓아내든지 해야지.

안채에서 방육성, 나온다.
방육성 나오면, 원생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선생님!’ 또 인사하고.

방육성: 또 2호실이냐?
차연: 그럼 누구겠어요. 

차연, 2호실 앞에 가서 피에르 방을 밀치고 문을
우악스럽게 두드린다.

차연: 하연경!! 오상희!! 니들 진짜 안 일어나!! 오늘 내 손에 죽을래!

씬4 연경의 방(새벽)

연경, 상희한테 엉겨 붙어 자는 척 하고 있다.

상희: 안 일어나?
연경: ..(못들은 척)
상희: 니가 오늘 다 한다며..저번에 내가 니 숙제해줬잖아
     ..그만...일어나라..응..(꼬집는)
연경: 으...(인상 쓰면서도 참는)
상희: 얘가 진짜! (꼬집어 비트는)
연경: 으응....(이 악물고 참는)
상희: 그래, 관둬. 내가 하지, 뭐. (일어나 앉으며) 어제,
      나 실습실에서 밤샜는데  니 우상 빈이, 외박했더라.
      지금쯤 올 시간 된 거 아니니?
      (연경 귀에 대고) 청소 내 가 해?
연경: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아니~ 내가 하지. 자. 어여.
      자. 푹, 자. (상희 가슴을  밀어 자빠뜨린다)


비 그쳐 있고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는 않았다. 
연경, ‘앙상블’이라고 수 놓여 있는 원피스 형 에이프런
입고 앙상블 앞을 건성건성 청소하고 있다.
빈의 지프 멈춘다. 빈, 내린다.

연경: (이미 봤다. 머리 매만지고) 안녕하세요~
빈: 굿모닝~
연경: 굿모닝~ 빈씨~ 날씨 좋죠?
빈: 하연경씨. 나 따라해 봐.
연경: 몰요?
빈: 굿모닝~ 빈아~ 날씨 좋지?
연경: 그러게요. 빈씨. 날씨 좋네요. 어떻게 속은 좀 푸셨나요?
      밤새 술 푸신 것 같은데. 내가 빈씨 해장국이라두
      끓이면 어떨까요?
빈: 됐네. 누나. 누나나 많이 먹어.

빈,  뒤로 손 흔들어 주고 들어간다. 연경, 그 뒷모습 보고 흘긴다.

연경: 짜식! 진짜! 누나는 무슨. 지나 내나 두 살 차이에! 두 살.
      좋다. 연애하기 딱 좋은 나이네~ 결혼하긴 더 좋구~

연경, 행복한 표정으로 빗자루질 하는.

씬7 앙상블, 빈의 방 앞 복도

빈, 열쇠를 꺼내 자기 방문을 열려고 하면 복도 끝에서
딸칵, 문소리 나면서 가운 차림의 장봉실 나와서 내다본다.

빈: 굿모닝~ 여사님.
장봉실: (다가온다) 무슨 짓을 하구 다니는 거니?
빈: 뭐, 별거 없어요. 스킨스쿠버 좀 하고. 기집애들 만나서
    한 잔 하면서 춤 좀 추고. 그 중에 하나 되는대로 걸려주면
    밤새 (끄떡 끄떡)... 뭐 그 정도.
장봉실: 넌... 정말.. 갈수록 그 남잘 닮아 가는구나..
빈: 듣던 중 최고의 칭찬이네요. 그래도 제가 아버지하구
    다른 건요. (손가락으로 딱- 소리 내면서) 피임은 확실히
    한단 거예요. 얼굴도 모르는 여사님 손주들이 어디선가 자란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장봉실: 그쯤 했으면 됐어.
빈: 뭐가요?
장봉실: 어리광 부리는 거. 세상에 투정하는 거. 너 만큼
       안 아픈 사람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거든.
       살아 있다는 거 자체가 다 아픈 거야.
빈: ..(본다)
장봉실: 니 투정 받아 줄 정도로 세상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
       그 나이 되면, 상처 쯤은 혼자 싸맬 줄 알아야지.
빈: (하품하는) 아...졸려. 뭔 소리 하시는지 모르겠거든요.
    들어가 잘게요.
장봉실: ..
빈: (문 열고 들어가다, 다시 돌아본다, 차갑게)
   나 투정하는 거 아니에요.
장봉실: 그럼..뭐니?
빈: (무표정하게) 심심해서요.
삽시도, 해안(아침)

말끔하게 갠 날.
헬기가 바다 위를 나른다.

씬11 삽시도, 해안언덕(아침)

동영, 헬기를 기다리고 있다.

씬12 양자의 집, 마당(아침)

양자, ‘하숙생’을 활기차게 부르며 미역이 가득 담긴 함지를
들고 들어온다.  더미, 자신의 방에서 나온다.

양자: 이년아 그렇게 게을러서 양근이 부모한테 사랑받고 살겠다.
      얼른 나가봐! 밤에 파도가 얼마나 쳤던지 미역이 그냥 길에까지
      죄 올라왔어.
더미: 아저씨 어디 갔어?
양자: 어디 가긴 어디가. 지 집에 갔겠지.
더미: 그런 게 어딨어! 그런 법이 어딨어!!

더미, 신발 신고 뛰쳐나가다가 생각난 듯, 다시 툇마루로 올라간다.

씬13 양자의 방, 더미의 방(아침)

더미, 허둥지둥 재봉틀 서랍을 열고, 공책을 꺼낸다.
넘겨보다 마음이 급하다. 더미, 공책을 흔들면 이력서가 뚝, 떨어진다.
  
씬14 양자의 집, 마당(아침)

더미, 이력서를 들고 나와 대충 신발을 걸치고 뛰어 나간다.

양자: 더미야!

씬15 양자의 집, 앞 길(아침)

더미, 쏜살같이 뛰어가고 뒤따라 나온 양자.

양자: 야, 이 기집애야! 그 사람 벌써 갔다니까!!
      얼른 안 와!! 더미야! 더미야!

양자, 더미를 쫓아가다 멈춘다. 양자, 속상해서 더미의 뒷모습을 본다.

씬16 삽시도, 언덕(아침)

바닷가를 뛰어가는 더미.
헬기, 언덕에 도착한다.
언덕을 뛰어 올라가기 시작하는 더미.
동영, 조종사와 인사한다.
더미, 숨을 헉헉- 거리며 달려온다.
동영, 더미를 보고 놀란다.

더미: 이렇게 가는 법이 어딨어요!!
동영: (헬기 소음 때문에 더미의 말이 안 들린다)
더미: (가까이 다가와서 소리 지르는) 안 내려요!
      빨리 내리란 말이에요!
동영: (씩씩- 거리는 더미를 본다.)

씬17 동 장소(시간경과)

헬기 멈춰 섰다. 소음 끊어져있고.
더미, 여전히 말없이 씩씩거린다.

동영: (웃으며) 잘 잤어? 이제 안 아파?
더미: 부탁 하나 들어주기루 했잖아요!!
동영: 아! 맞다. 부탁!

순간 더미, 동영의 가슴을 퍽- 소리가 나게 아프게 주먹으로
때린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뒤로 밀려나는 동영.

더미: (원망스런 눈으로 씩씩거리며 쳐다본다)
동영: ... (가슴을 쥐고 멍하니 서 있다)
더미: 서울 사람들 다 그래요? 약속 같은 거 원래 안 지켜요?
동영: 어머니 말씀이 아프다더니, 펄펄하기만 하네.
      펀치가 장난 아니네.
더미: 이러구 가는 사람이 어딨냐구요!!
동영: 인사는 하려고 했지. 자는 것 같아서. 미안해. (웃으며)
      근데, 약속 뭐?
더미: (단호하게) 나두 갈래요. 서울 데려가 줘요.
동영: 건 안 되는 거 알지? 여기까지 왔는데 악수할까 우리?
      잘 있어.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보자. (손을 내민다)
더미: ..
동영: 얼른 (손을 좀 더 내민다)
더미: ... (동영의 손에 이력서를 쥐어준다)
동영: ..? (이력서를 본다)
더미: 못 데려다 주면 그거라두 보내줘요. 나 혼자 서울 갈 테니까.
동영: 이러지 마. 이건 안돼. 어머니하고 약속했어.
더미: 엄마보다 나랑 먼저 약속했잖아요! 내 약속부터 지켜요!
동영: 그래두.. 이건 안돼. (더미에게 이력서를 넘기려 하는데)
더미: 환장할 거 같다구요!! 바다만 봐두, 아니 이젠 파란색만
      봐두, 물통에 물만 봐두 돌 거 같단 말이에요!!
동영: 더미야.
더미: (동영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는다)
      아저씨..나 좀..데려가요..
동영: ..(본다)
더미: (동영의 손을 아프도록 두 손으로 움켜쥐고,
     눈물을 뚝뚝 떨군다) 아저씨만 해줄 수 있어요..
      아저씨만 날..여기서 나가게 해줄 수 있다구요...
동영: ..(더미를 본다)
더미: 내 의지하고 상관없이, 나, 바다에 갇혀서 날마다
     불평만 하면서, 라디오 연속극이나 들으면서,
     물질이나 하면서..나..그렇게 한평생 보내고 싶지 않아요.
     도와줘요..아저씨..나 줌..도와줘요..제발요..
동영: .. (더미가 가엾다)

동영, 자신도 모르게 더미의 눈물을 훔쳐 주려고 손을 뻗는데...
슬쩍 피하고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더미.

씬18 더미와 동영의 몽타주

동영이 탄, 헬기가 출발한다. 더미,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그 모습을 본다.
헬기가 높이 떠 언덕을 넘어가면
더미, 달리기 시작한다.
더미, 해안가를 달리고 있다. 바다 위에 떠가는 헬기.
더미, 숨을 헐떡이며 서서 헬기를 본다. 팔을 높이 머리 위로 들어올려
엑스자로 교차해 흔들기 시작한다.
 
씬19 헬기 안

동영, 더미의 이력서를 보고 있다.
(인서트) 더미의 이력서
더미의 증명사진. 보호자 이름에 ‘오갓난’이라고 적혀 있고.
학력은 삽시국민학교 졸업이라고만 적혀 있다.
충청도 보령군 오천면 삽시도리 8(주소)
동영, 멀리 내려다보면 까마득히 손을 흔드는 더미가 보인다.

(더미의 소리) 도와줘요..아저씨. 나 줌..도와줘요..제발요..

씬20 삽시도, 해안가

더미, 사라지는 헬기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다.

씬21 김홍석 장군의 집, 전경

화려하지 않은 집.
 
씬22 동 집, 욕실
 
샤워를 하는 동영.

씬23 동영의 방
샤워를 끝낸 동영,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넥타이를 매면서
전화하고 있다. 책상 위에 액자가 하나 놓여 있다.
동영과 김홍석 장군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두 사람 다 정복을 입고 있다. 동영이 육사출신임이 보여진다.

동영: 예! 실장님! (사이) 바람이 너무 세서 못 돌아왔습니다.
     (사이) 예! 각하와 통화하고 싶습니다!

씬24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과 김홍석 장관, 외무장관, 중정부장 모여 있다.
문 열리고 비서실장 들어온다.

실장: 각하. 김동영 비서관입니다. 각하와 통화하고 싶답니다.
대통령: 내가 지금 김동영이 전활 어떻게 받나!
실장: 죄송합니다. (돌아나간다)
대통령: 허장관. 다시 읽어봐.
외무: 예. 각하. (미대사관 소인이 찍힌 문서를 꺼낸다)
대통령: 거 ?X라?X라 대는 건 듣기 싫으니까 그냥 말루 해봐.
외무: 예. 각하. 어제 저녁 외무부를 통해 백악관 측의
     공식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대통령: 본론만 하라니까!
외무: 핵발전소 절대 불가. 설계도면 불법유출 및 담당자
      매수를 이유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개새끼들...(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김동영이
       말 맞다나 핵폭탄 만든 다는 것도 아닌데!
       남의 나라 내정에 이렇게 간섭해도 되는 거야!
사람들: ..
대통령: (김홍석을 본다) 김장군 어떡하믄 좋겠어?
김홍석: 상대는 미국입니다.
대통령: 아, 아. 됐어. 그런 소린 듣구 싶지 않구.
       김동영이 어떡하믄 좋겠어? 김장군이 하자는 대로 하겠어,
       김동영이 임자 아들이잖아.
김홍석: 처벌해야지요. 각하를 난처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마땅히 처벌대상입니다.


(동영의 소리) 고준희 실장님!

준희, 돌아보면 동영이 웃고 있다.

준희: (환하게 웃으며) 어머, 이게 누구세요?
     김동영 비서관님? 우리 만 이틀만인가요?

씬26 공원

동영과 준희, 걷고 있다.

준희: (우뚝- 멈춰 선다) 나 못 걷겠어.
동영: (돌아보고) 왜?
준희: 숨이 차. 가슴이 뛰구.
동영: 너, 또 담배 피니?
준희: 금단증세야. 금단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나봐.
동영: 그러게 이 녀석아, 몸에도 안 좋은 걸 왜 자꾸 펴.
준희: 이건 김동영 금단증세야.
동영: 또 장난친다.
준희: 중독 중에서 젤 겁나는 중독이 뭔 줄 알아?
동영: (잠시 생각하다, 진지한) 식중독?
준희: (흘기고) 사람에 대한 중독. 사랑에 대한 중독.
      가장 치명적인 중독은 그리움이야. 누군가가 미칠 듯이
      보고 싶은 거. 그리웠어, 김동영씨.
동영: 간지러, 임마.
준희: (한발 걸어가 동영의 넥타이를 잡고) 이틀이었으니까 참았지
      삼일이면, 나 죽었을지도 몰라. 어떻게 책임질래요?
      금단후유증?
동영: 하하- (웃고) 어제 리허설에 가보겠다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준희: 풀코스 만찬에 세리주. 장미꽃 다발에. 음..조선호텔 클럽에서
      같이 춤추기. 용서 못할 실수지만, 당신이니까 그 정도로
      용서해 줄께.
동영: 오늘은 안 되는데.
준희: 이윤?
동영: 각하하고 연락이 안돼. 아침부터 지금까지 두절이야.
      들어가 봐야 해.
준희: 훔...각하.. 내가 좀 밀리긴 하네.
동영: (양복 안주머니에서 편지봉투에 든 더미의 이력서를 꺼내 내민다) 
준희: 뭘까? 이게? 대 놓고 말하기 어려워서 편지로 사랑고백?
     (말하면서 이력서 꺼내본다)

준희, 이력서를 본다.
(인서트) 더미의 이력서.

동영: 그 아이, 너네 공장에 들어가고 싶댄다.
준희: 뭐야, 김동영씨? 이틀 만에 여자 생겼어요~
동영: 귀엽다. 고준희. 갈수록 는다.
준희: (웃으며) 한더미..이름이 뭐 이래? 엄마 이름은 오갓난.
      딸 이름은 한더 미...재밌네, 정말. 하하하-

씬27 양자의 집, 마당(저녁)

양자, 함지를 들고 들어온다. 빈 함지 안에, 딸기가 담긴 스텐 국그릇이
하나 있다. 양자, ‘끝물이라 그런가 꼴은 별루래두 제법 다네.
’ 궁시렁 거리며 딸기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들어온다.

양자: 더미야~ 엄마 덤~ 어딨니~ 딸기 먹자~~

양자, 딸을 부르는데 부엌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노랫소리.
당대 최고의 유행가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잔’ 이 떠나갈 듯 들려온다.
양자, ‘으응? 뭐야?’ 하는 기분으로 부엌을 본다.

씬28 양자의 집, 부엌(저녁)

밧데리가 매달린 트렌지스터 라디오가 조리대에 놓여 있다.
더미, 밥을 하다 말고 ‘커피 한 잔’을 펄 시스터즈 흉내를 내며 부르고 있다.
부엌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부르다. 더미, 끝내 부뚜막에 올라가
춤추면서 군불 떼는 작대기를 마이크 삼아 열창을 한다.

더미: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팔분이 지나고 구분이 와요~ 일분만 있으면
      나는 가요~내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 구려

양자,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리고 더미의 꼬락서니를 본다.
더미, 양자 못보고 춤추면서 노래를 부른다.

더미: 아~ 그대여 왜 안 오시나. 아 내 사랑아~ 오~ 기다려요~~
     불덩이 같은 이 가슴~ 엽차 한잔에 식혀 봐도~~
     보고 싶은 그대 얼굴 내속을 태우는구려.
양자: (박수를 친다, 화를 꾹 참고) 아우. 우리 딸 아주 잘 한다.
     너무 너무 잘한다. 펄 시스터즌지 뭔지가 아주 널 보믄
     언니 하겠다, 야.
더미: (머쓱해서 헤헤~웃고, 부뚜막에서 내려온다.
      라디오의 볼륨을 약하게 줄이면서) 언제 왔어?
      오늘 건진 건 잘 쳐 받었어?
양자: 그래. 누굴 생각하느라 속이 불덩이 같이 뜨거우실까?
     양근이 땜에 뎁혀진 건 아닐 테구, 엊그제 니 방서 자고
     간 서울 놈 땜에 뜨거우셔?
더미: (민망해서) 아이 참 노래 줌 부른 거 갖구 왜 그래..
양자: 오. 그러셔? 그 남자 땜에 아주, 어제오늘 넋이 나갔더니
      그냥 노래 부른 거야? (하는데)

(진행자의 소리) 다음은 태을방직의 여공원 모집 안냅니다,

더미: (귀가 쫑긋 한다) 조용히 해봐. 엄마.
양자: (라디오를 끈다)
더미: 왜 그래에~ (라디오를 켠다)
양자: 니 허파에 바람 들어갈까 봐 그런다! (라디오를 끈다)
더미: 그냥 쫌 둬! 들어라두 좀 보자! (켠다)

(진행자의 소리) 원래 태을방직이 다른 데보다도 특히 직원 복지
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알려져 있죠. 산업체 특별학교두 운영
하구 있구요. 공부두 계속하구, 집안도 돕구, 결혼 자금도
마련하고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이네요. 호호~

양자: 미친년. 그렇게 좋으믄 지나 가지. (라디오 끄고 나간다)

씬29 양자의 집, 툇마루(저녁)

양자, 딸기 그릇을 함지에서 꺼내 툇마루에 놓인 상에 얹어 놓는다.
더미, 부엌에서 따라 나와 씩씩- 거린다.

더미: 진짜 왜 그래! 엄만!!
양자: 딸기가 달드라. 끝물이라구 넝쿨 걷는다구 따가라
      그래서 땄거든. 꼴은 이래두 달아. 먹어. 딸기 좋아하잖어.
더미: 내가 엄마 꺼야! 왜 날 엄마 맘대루 할라 그래? 작년,
      우리 동네 사람들 전부 군산 벚꽃구경 갈 때두 나하구,
      엄마만 안 갔지? 왜 그래? 엄마, 뭐 죄 진 거 있어?
      왜 엄마 옆에 날 껌 딱지처럼 붙여 놓구 아무 데두 못 가게 해?  
양자: 다다거리지 말구 딸기나 먹어. 자-
      (딸기 하나를 집어 꼭지를 딴 다음 내민다)
더미: 엄마가 그럴 권리가 어딨어!! 내 앞길 막을 권리가 어딨어!!
      나두 중학교, 고등학교 가구 싶구, 공부 더 하구 싶어!
      나두 그 아저씨처럼 멋진 남자 만나서 연애두 하구 싶구,
      부잣집에 시집두 가구 싶어! 나 태을방직에 갈 거야!
양자: 거기 간다구 니 팔자가 달라 질 것 같애!! (딸기 놓고)
      물질하는 년이나 공장서 재봉질 하는 년이나 거기서 거기지!
      니가 서울 간다구 뭔 뾰족한 수  날 거 같애!
더미: 엄마가 내 운명을 어떻게 알아!
양자: 운명엉? (화가 나서 상을 냅다 마당에 엎어버린다)
      니 운명이란 게 별거 있어! 니가 이년아 날 엄마라 부를 때부터
      니 팔자 정해 진거야!
더미: 엄마!
양자: 여까지 나 따라 들어왔을 때부터 니 인생 다 조진거야!
      넌 지지리두 재수 없구, 지지리두 운 나쁜 년이라
      내 딸 된 거니깐 꾹 소리 말구 그냥 국으루 엎어져 있어!
더미: (서운하게 양자를 바라보는 눈에서 눈물이 뚝- 흐른다)

씬31 양자의 집, 더미의 방(저녁)

더미, 대충 보따리에 짐을 쌌다. 가방 하나가 없어서 보자기에
옷가지며, 읽던 소설책 한두 권이며 싸서 챙겼다.
더미, 마지막으로 상 위에 놓여 있던 탄환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 나간다.


씬33 사간동 길(밤)

청와대가 보인다. 동영과 준희, 걸어온다. 멀리서 외교번호판을
단 검은 승용차가 두 사람을 따르고 있다.

씬34 청와대 앞 길(밤)

검은 승용차에서 내리는 검은 양복의 외국인 1?2?3?4(CIA한국지부요인),
멀리 앞서가는 동영을 바라본다. 동영과 준희, 멈춰 선다.

동영: 이제 가. 택시 잡아 줄까?
준희: 아직 백 미터는 남았다, 뭐. 동영씨가 천천히만 걸어주면
     칠분은 더 같이  있을 수 있어.
동영: 내가 널 데려다줘야 되는데. 좀 그러네.
준희: (웃음) 미안해 할 거 없어. 나중에 동영씨한테
     엄청난 걸 받아낼 거거든.
동영: 나한테 뭐 엄청난 게 있어야지.
준희: 있잖아, 여기. (동영의 가슴에 손바닥을 댄다. 장난스럽게)
     펄떡 펄떡 뛰는 김동영씨 심장.
동영: (손을 떼 내며)  니가  여우냐? 내 심장이 필요하게.
준희: 날 생각하믄 피가 끓구, 날 보면 일미리 틈도 없이 양팔에
      꼭 껴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날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고,
      나랑 함께 있으면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당신 심장이
      그렇게 얘기 했음 좋겠어. 그렇게 느낄 때가 올  거야.
동영: ..(곤혹스러운) 준희야.. 나..네가 귀여워. 그런데 말야, (하는데)

(CIA 요원1의 소리/영어로) 당신이 김동영인가?

동영과 준희, 돌아본다. CIA 요원 1?2?3이 서 있다.

요원1:  (영어로) 청와대 정무담당 비서관 김동영 맞나?
동영: (영어로) 그렇소. 무슨 일입니까?
준희: ..(불안한 표정으로 동영과 요원들을 본다)
요원1: (신분증을 보여 준다/영어로) 미대사 특별보좌관(Special Assistant to
 Ambassador) 라자스키씨가 모셔오랍니다. 갑시다.
준희: 무슨 일이에요... 동영씨...
동영: 별 일 아냐. 괜찮으니까 준희, 넌 걱정 말고 집에 얼른 가.
     (요원에게/영어로) 라자스키 지부장이 날 개인적으로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거절하겠소.
요원1: (영어로) 그야 가보면 알게 될 일이고.
동영: (영어로) 우리 정부와 협의 없는 개인접촉은 사양합니다. (돌아서는)
요원1: (요원들에게 눈짓한다)

요원들, 동영을 에워싼다. ‘뭐하는 거야!!(동영/영어로)
동영씨!!! 이거 놔요!(준희)’ 요원들 거칠게 반항하는 동영을 밀고 차로 간다.

씬35 사간동 앞 길/CIA 차 안(밤)
준희: 동영씨!! 동영씨!!!

준희, 차를 따라 간다. 준희, 창문을 두드린다.

동영: 걱정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얼른 집에 가.
준희: 동영씨!! 동영씨!!!

준희, 창문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차 세워요!! 차 세워!!’ 소리친다.
차 출발하면, 준희 따라가다 구두 굽이 부러진다.
준희, 도로에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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