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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0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289 목록 댓글 0

[패션 70s] 09

 

 

 

 

 

 

 

 

 

 


씬19 맹골도, 등대 일각

동영과 더미, 종 앞에 서 있다. 동영, 종을 만져보고 있다.

동영: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듬직해. 오래 되서 그런가?
더미: 마음이 실려 있어서 그럴 걸요.
동영: 응?
더미: 나 태어나기 전에요.. 삼십년도 더 전쯤요. 일제시대 때요..
      우리 동네 갓 결 혼한 새신부가 있었데요. 신랑이 배 타구
      나가서, 폭풍울 만났는데 어찌나 안개가 심한지 실종됐데요.
      그날부터 새 각시가 여기 나와 이걸 쳤데요..
      그 소리 듣구 신랑 돌아오라고..
동영: (듣는)
더미: 동네 사람들이 벌써 죽었다구..그만두라구 해두. 몇날 며칠
      보름이 넘도록.. 밥두 안 먹구..잠두 안 자구..종만 쳤데요.
      잠깐이라두 자리 비움 신랑이 죽 을까봐.. 결국, 신랑은 종 소리
      듣구 돌아왔는데..그 언닌 죽었데요.. 여기서, 바로 이 자리서.
      손에서 피가 난 게..강처럼..흘렀데요.
동영: 그래..그랬구나.
더미: 나두 그럴 수 있을까? 죽어도 좋을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이거 볼 때마다 늘..그런 생각했었어요.
     그런 사람을 기다렸어요.

뒤로, 외출복 차림의 양자가 걸어오고 있다. 동영과 더미는 아직
양자를 보지 못했다. 양자. 그 자리에서 우뚝 서서 더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동영: 그러지 마.
더미: 왜요?
동영: 행복해져야지.. 더미 인생이 그렇게
      슬프게 되면 안 되지.
더미: 하긴요... 사랑하면 오래오래 같이 살아야죠.
      (동영을 본다) 나.. 지금.. 행복해요.. (미소)
동영: ...(미소)

동영과 더미,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는데.

양자: 더미야!
더미: (돌아보고) 엄마.
동영: 안녕하세요..?
양자: (동영을 못마땅하게 한번 보고, 더미에게)
      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 진도 나갈 꺼야.

씬15 해안도로(아침)

음악을 크게 틀어 놓은 빈의 지프가 달리고 있다.
빈, 운전하고 있고.
준희,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빈의 윌리스 세워져 있다. 그 옆의 준희, 바다를 바라보며 들고
다니는 작은 노트에 정박 중인 배와 바다를 스케치 하고 있다.
빈, 뛰어와 뒤에 서서 준희의 스케치 노트를 본다.

빈: 제법인데?
준희: (돌아보고) 어떻게 됐어? 배는? 언제 탈 수 있대?
빈: 워낙 섬이 아담해서. 정기선은 없단다.
    배 한 척 수소문 해 놨다.
준희: 좀 빨리 들어가면 좋겠어. (표정 어두운)
빈: 자, 선물. 기분 좀 업 시켜봐. (승선증을 내민다)

준희, 빈에게서 승선증을 받아 본다.
(인서트) 달필로 쓴 동영의 승선증이다. 출발지, 서울. 목적지,
 맹골도. 중간 기착지 진도, 승선자 이름은 장빈, 주소 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 54-2번지, 앙상블로 되어있다.

준희: 장난치니?
빈: 아...고준희 보기보다 둔하네. 날짜 봐, 거기. 지난달 거잖아.
준희: (보고) ! 동영씨....?
빈: 그래. 형. 맹골도에 있는 건 확실한데..왜 이렇게까지 했지?
    숨어살아야 되는 이유가 뭐야, 대체..
    아, 머리 복잡하네..진짜. 뭘까?
준희: 나도 몰라. 내가 아는 건..동영씬 쉽게 절망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쉽게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한 번 쓰러지면..겨울에 나무가 얼어, 갈라지듯이
      온몸으루 무섭게 쓰러질 거라는 거..그 전에..내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거..그거밖에 몰라.

준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승선표를 본다.

씬17 진도, 선착장 대기실 일각

기둥 뒤에 숨어서, 사무실 안의 빈을 보고 있는 오경사와 경찰.
두 사람, 문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고 있다.

경찰:  놀러 온 건지도 모르죠.
오경사: 지집 꿰차고,  차 끌고  배 타고  진도까지
          놀리 왔단 말이가?
경찰:  아, 그럼 여기까지 뭐하루 와요. 경사님한테 뽀인트
         파인지가 얼마나 됐다구.  그새 또 물건 쑤시루 왔겠어요?  
           (문어 다리 질겅질겅)
오경사: (머리통을 한대 퍽, 친다) 그르니까 핑생 니
           인생이 따가운 기다!
경찰:  으이..혀 깨물었어요.. (손가락으로 혀 만져보는)
오경사: 저 문디 자슥은, 장봉실인가 하는 지 어매보다 내가
           마 더 빤하다.  (빈을  본다) 장빈이. 니.. 인자 끝났쓰...
           최하 콩밥 삼년이다..새꺄. (이를 부드득 간다)

씬 20맹골도, 선착장

양근, 오늘 조합에서 수거한 해산물을 배로 옮기고 있다.
양자, 가방을 들고 서 있고. 외출복 차림의 더미, 동영과 인사하고 있다.
더미, 배를 한 번 보고 동영을 본다.

동영: 어머니 기다리시잖아. 얼른 타.
더미: 같이 가면 좋은데. 아, 그래요.
      우리 같이 가요, 아저씨.
동영: 갔다 와. 기다리고 있을게. (농담처럼) 안개 끼면
      더미 길 안 잃어버리게 종 쳐야지.
더미: 그전..처럼...훌쩍 가 버릴까봐..불안해요..
동영: 바보구나. 양근씨 배 안 타구. 여기서 어딜 가겠어.
      걱정 마. 나 아무 데도 안가. 어서 갔다 와. (웃어주는)
더미: ...

씬21 양근의 배, 갑판

배가 맹골도를 떠나고 있다.
더미, 눈으로 동영을 찾는다.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는 양자.
더미, 동영에게 손을 흔든다.
동영, 미소 지으며 더미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양근, 기관실 쪽에서 그 모습을 보다 갑자기 ‘흑~~’ 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더미와 동영, 손 흔들며 멀어져 간다.

씬22 국방부 장관, 집무실

김홍석, 자리를 말끔히 정리했다.
김홍석,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를 들고 일어선다.

씬23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김홍석 장군의 사직서를 펴보지도 않고 들고 있다.
비서실장, 대기 하고 있다.

대통령: 나한테 화가 난건가..?
김홍석: 못난 자식으로 인해 각하께, 국가에 폐를 끼쳤습니다.
       사직을 허락해 주십시오, 각하.
대통령: ..
김홍석: 대사관을 통해, 백악관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사직서를 반으로 찢어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비서실장에게) 가지.
비서실장: 예, 각하.
김홍석: (앞을 막아선다) 각하!
대통령: 긴말 맙시다. (시계 보고) 여수 정유 준공식에 늦겠어. 

대통령과 비서실장, 나가고. 김홍석, 난감하게 본다.

씬24 진도, 선착장

양근의 배에서 내리는 더미와 양자.

씬25 진도의 어느 한 양품점

내복도 팔고, 속옷도 팔고, 여성복도 파는 작은 양품점.
광주쯤에서 떼 온 옷이 엉성하게 걸렸다.
양자, 주인여자(40대)에게 더미를 인사시키고 있다.

주인: 아우, 더미, 정말 오랜만이네. 니 엄만 그렇게 널 끼구 살더니,
      뭔 맘이 내켰다니. 널 나한테 다 맡기구.
더미: 에? (무슨 소린지 감이 잘 안 잡히는)
양자: 찬이 엄마. 잘 부탁해. 알지, 우리 더미.
      나한테 어떤 딸인지? 친 이모다, 생각하구. 친 조카다 생각하구.
      잘 좀 돌봐줘. 은혜 안 잊을게.
더미: 엄마..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주인: 아이, 걱정 마. 언니. 나야 좋지. 더미 손끝이 좀 야무져.
      맹골도 있을 때부터 맵짭기로 소문난 손 아냐.
      걱정 마요. 잘 데리구 있을 테니까.
더미: 엄마, 엄마. 지금 뭐하는 거냐니까?
주인: (양자 보고) 더미한테 얘기 안했어?
양자: 넉넉잡아 한 달이믄 돼. 아냐, 보름이믄 돼. 우리 집,
      정리하구 엄마두 이리루 올꺼야. 그 때까지 여기서 먹구, 자구.
      아줌마 돕구 있어.
더미: 누구 맘대루?
주인: 언니..더미하구 얘기 된 거 아니었수?
더미: 이거였어? 엄마가..나한테 진도 가자구..그런 게 이거였어?
      나, 싫어. 나 여기 안 있어.
양자: 안 있긴 왜 안 있어! 여기 있으라믄 있어! 니 수준에 여기면
      가당치! 뭘 더 바래!
더미: 그렇게 좋음 엄마가 있어! 난 갈 테니까!

더미, 주인여자한테 고개 꾸벅- 숙이구 문 밖으로 나가 버린다.
양자, ‘더미야!!’ 하며 쫓아나간다.

씬26 양품점 앞 길

‘진도양품점’이라는 현판 붙어있다.
양자, 더미의 팔을 잡는다.

양자: 서울 간다, 서울 간다. 허파에 바람 든 년처럼 노랠 부르더니!
      진도믄 됐지! 뭘 더 바래! 여기가 싫음 목포루 가? 광주 가?
더미: 아무데두 안가. 나, 엄마랑 아저씨랑 우리 동네서 살아.
      우리 동네 맹골도 한 발자국두 안 떠나.
양자: 시끄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구,
      이리 와! (가게 쪽으로 더미 끄는)
더미: 그만 줌 해!! (팔을 떼어내며) 지긋지긋 해, 진짜!
      해파리두 아니구, 불가사리두 아니구! 나한테 들러붙어서.
      내 인생 엄마 맘대루 하는 거 지긋지긋해!  
      넌덜머리 나! 정말 왜 이래!!
양자: 이년아, 좋아 보인다구 다 가질 수 있는 줄 알어?
      인생에 지 몫으루 허락된 게 그렇게 많은 줄 알어?
      인생이 그렇게 달짝지근한 사탕가루 같은 줄 알 어?
      정신 차려,이 년아. 웃을 일 보다 울 일이 많은 게 인생이야!
더미: 그게 나하구 무슨 상관이야!
양자: 척 보믄 몰라! 너 두구 갈 놈이야! 언젠가 떠날 놈,
      정 주구, 몸 주구, 다 줬 다가 나중에 어떻게 살라구 그래!
더미: 안가, 안 간다 그랬어! 아저씨 안 간다 그랬다구!
양자: 안가? 안가긴 개 코가 안가! 반년만 있으믄 입에서
      소금 내가 실실 날꺼구!  일년 안에 뗏목이라두 맨들어
      타고 갈 놈이야! 아예, 국으루 신세 말아 먹구 싶어!
더미: 국으루 말아 먹든, 밥으루 비벼 먹든, 내 인생 내 맘대루
     하게 나 줌 놔둬!  제발..줌 놔두란 말야!
양자: (차분한) 내 딸 울까봐 그래. 언젠가 땅 치구 통곡할 텐데...
      내 눈엔 그거 뻔히 보이는데.. 천금같은 내 딸년 눈에
      눈물나는 거 보자믄..내 눈깔 후벼파구 싶어질 텐데..
      피눈물 날 텐데..그거 뻔히 알믄서 어떻게 안 말려.
더미: 그래두...그렇다 그래두 내 인생이야. 그냥 울고 말래.

더미, 돌아선다. 양자, 그 모습을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씬29 맹골도 언덕

헬기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안착한다.
비서실장, 내려서 뒷문을 열면 대통령 내린다.

씬30 동영의 외딴 집, 방 안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 안. 어머니의 사진이 책상 대용으로
쓰는 밥상 위에 놓여져 있고. 한쪽에 아직 못 돌려준 더미의
옷이 벽에 걸려 있다.
어머니의 사진 옆에 더미의 탄환이 놓여 있다.
동영, 영어로 된 정치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비서실장의 소리) 김동영!

동영: ...?

(비서실장의 소리) 김동영 비서관 안에 없나!

동영: !

동영, 놀라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젖힌다. 마당에 서 있는 대통령.
 
씬31 동영의 외딴 집, 마당

동영과 대통령, 침묵 속에 서 있다. 경호실 요원들,
마당 밖으로 나가 경호 를 하고 있다.

동영: ...(무겁게 입을 떼는)..각하.. 어쩐 일이십니까
대통령: 오늘이 여수정유 제이 공장 준공식이잖아.
       거기 갔다 오는 길이야.
동영: ..
대통령: (둘러보며) 자네 찾느라고 말야.
       중정에서 애 좀 먹었어.
동영: ..
대통령: 가자. 그만.
동영: ...저는..여기 있겠습니다. 각하.
대통령: 그만큼 놀았으면 됐어. 가서 일해야지.
동영: ..
대통령: (동영을 보다) 물 있나? 물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씬27 진도 선착장, 앞

매표소 여직원, 출항금지 공지문을 붙이고 있다.
(인서트) 공지문


준희, 불안한 얼굴로 공지문을 보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빈, 선주로 보이는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준희, 빈 쪽을 돌아보면 선주, 안 된다는
듯이 고개 흔들고 지나간다.
준희, 다가온다.

준희: 정말 못 간데?
빈: (고개 끄덕인다)
준희: 뭐가 문젠데? 파도도 없구, 바다두 잔잔한데,
      대체 이유가 뭐래?
빈: 맹골도 주변 해상 완전 통제야. 해경도 아니구..
    해군이 떴단다. 해군순찰대가 통제하고 있데.
준희: ...(불안하다) 뭐지..? 왜 맹골도야...? (생각하다)
      동영씨 아닐까..? CIA가.. 뭐..또 어떻게 하려는 걸까?
빈: (고민하다, 머리 아프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몰라.
    모르겠다. 아..이거 진짜 답이 안나온다.
    (생각하다) 장군님한테 알아봐. 여기 상황 다 말씀 드려봐.
준희: (고개 끄덕인다) 응..

씬28 동, 선착장 다른 곳

양근의 배가 정박해 있는 곳. 경찰들이 삼삼오오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양근, 경찰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
‘아, 무슨 일인지 형. 내가 알아야지! 내 가 누구야! 이, 우양근이
맹골도 유일한 순경 아냐! 나한테두 안 알켜 주면 어쩌잔 거야!
자식아 나두 몰라. 알켜줄게 있어야 알켜주지.’ 애드립 나누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더미,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구른다.

양근: (더미에게 다가온다) 아..씨. 미치겠다. 내 배두 못
      들어가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 하...참..나두 못 들어간다네..
      환장한다.
더미: 왜 못 간다는 건데! 너, 경찰이잖아. 무슨 경찰이 그러니!
양근: 글쎄 말야.. 쭈글시럽게 됐다. (표정 바꿔서)
      높은 양반들이...쭈르르..바다 낚시하루 떴으까?
더미: 미쳤니? 허구 많은데 다 놔두구, 우리 섬에
      낚시하루 들어오게? 이제까지  그런 일 한 번이라두 있었어?
양근: 글쎄...말야.. 그럼 뭐야? 아, 뭐냐고오! 땁땁해서
     환장 하겠네. (머리 긁다가 뭔가 짚이는) 혹시... 그래. 응...
     그 히멀건 놈...맞다. 그 놈 잡으루! 간첩? 아냐..아냐...흉악범?
     연쇄 살인범?
더미: (그 모습 보다가) 야아!!이게 진짜 말이면 다야! (양근을 때린다)
양근: 우리 섬 빤한데, 그럼 이게 뭔 난리야! 그 놈 밖에 없잖아!
더미: ...(불안한)

씬32 동영의 외딴 집, 방안

대통령: (컵을 상 위에 얹어 놓다, 동영 어머니의 사진을 본다.
        집어서 보는)...형수님이..이렇게 젊어서 가셨던가...
동영: ..
대통령: 김동영, 넌 말이다. 나라에 바친 몸이잖아.
       김홍석 장군 아들이잖아. 네가 아버지 대를 이은 건
       두 번 다시 이 땅에 자네 어머님 같은 비극이 있어선  
       안된다, 그런 각오 아니었나?
동영: 그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각하. 다만,
      제가 지금 가면. (하는데)
대통령: 미국? 됐어. 건 내가 알아 해. (자리에서 일어나,
       더미의 옷을 흘깃 본다) 여잔 두고 와라.
       (동영을 힘주어 바라보며) 김동영이! 이번엔 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
동영: ...
씬37 동영의 외딴집, 방 안

동영, 고민하고 있다. 트렁크를 열고 짐을 정리한다.


씬38 맹골도 언덕

대통령, 헬기에 탄다. 동영, 트렁크를 들고
섬을 다시 한번 둘러본다.
비서실장, 어서 타라고 동영의 어깨를 툭툭 친다.
동영, 이윽고 헬기에 오른다.

씬39 헬기 안

동영, 손에 탄환을 들고 만지작거린다.
동영, 탄환을 바라본다. 동영, 마음이 무겁다.
씬33 진도, 전화가게

담배와 전화를 빌려주는 작은 가게다.
준희, 김홍석과 전화를 하고 있다.

준희: 그래요? 정말이죠, 아저씨? (얼굴이 밝아진다)
     아..다행이다. (사이) 그럼요.  상상도 못했어요. (사이)
     네, 네. (사이) 동영오빠가 가는데 저도 가야죠.  
     (사이) 예. 올라가서 뵐게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주인: (시계 확인하고) 일분 삼십칠초. 깍아서 삼백 육십원이야.
 
준희, ‘고마워요. 거스름돈은 됐어요.’ 웃으며 돈을 건넨다. 

씬34 진도, 번화가

자금자금한 가게들이 몇 개 있다.
준희, 전화가게에서 나온다. 준희의 뒤로,
전화 그림과 ‘전화 있씀’ 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전화 가게 옆으로 더미가 일하려고 했던 양품점이 있다.
양자, 양품점 문을 밀고 나온다.
준희, 무심코 지나간다. 준희의 옆으로 양자가 스쳐 지나간다.
양자, 더운지 얼굴을 훔치며 걸어간다. 양자, 준희의 옷을
스칠 정도로 가깝게 지나간다.
십수년만의 해후지만, 양자와 강희 모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간다.
양자, 골목으로 몸을 튼다. 준희, 갑자기 그 자리에서 우뚝 선다.
준희, 고개가 부러질 듯이 휙- 돌아본다.
양자의 뒷모습이 이미 사라졌다.
준희, 석고상처럼 가만히 서서 양자가 사라진 골목을 뚫어져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옆으로 사람들이, 리어카가 지나간다.
준희, 행인들이 길을 비 키라고 소리 지르며
밀쳐도 꼼짝도 앉고 그대로 서 있다.

준희: ....(확신은 없다) 엄....마....? 엄.....마...?  !

준희, 양자가 사라진 골목으로 뛰기 시작한다.

씬35 준희와 양자의 몽타쥬

준희, 좁은 골목길을 뛰기 시작한다.
준희, 이곳저곳을 달려가며 양자를 확인하려고 한다.
양자, 시장 한 켠에서 푸성귀를 사고 있다.
준희, 달려간다.
양자, 고무신 가게에서 자신이 신을 남자 고무신을 고르고 있다.
신어보고, 들까불어 보고.
준희, 고무신 가게 옆을 달려간다.
양자, 선착장 쪽으로 보따리 보따리 들고(비닐봉지 말고) 걸어간다.
준희, 다른 골목을 뛰어간다. 이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간다. 길도 시간도 그냥 멈춘 것만 같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동소리만이 울린다. 준희의 얼굴에 온통 진땀이 배었다.
준희, ‘하아...하아...’ 숨을 몰아쉬며, 걷는다.
벽을 짚으며 걸어가는 준희.
곧, 쓰러질 것만 같이 위태하다.

빈: 왜 여??어? 한참 찾았잖아. 전화하러 간 놈이 뭐하는 거야?
준희: 하아..하아..(백지장 같은 얼굴로 숨을 몰아쉰다)
빈: 고준희!
준희: 하아...하아..(터질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쥔다)
빈: 준희야!! 야, 임마! 야!!

준희,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씬36 침술원, 한 방

준희, 이마와 양미간에 침을 꽂고 누워있다.
준희, 깨어나 눈을 뜬다. 낮선  방이다.
준희, 눈을 깜빡깜빡 거리며 생각한다.
(인서트) 자신을 스쳐가던, 얼굴의 땀을 닦던 양자의 모습.
문 열리고, 빈 들어온다.

빈: 어. 깼네. 너, 왜 이렇게 사람 걱정 시키냐.
준희: ...(생각하는)
빈: 기다려. 깨면 뽑으라더라. (침을 뽑아준다)

준희, 다시 한번 양자를 생각한다.

준희: (혼잣말로) 아냐...아닐 거야...아냐...아냐...
빈: 너.. 진짜.. 왜 그래? 뭐야?
준희: (그제야 정신 차리고, 일어나 앉는) 미안해.. 일사병인가 봐.
     너무 긴장 했나봐.
빈: 떨었잖아. 형한테 무슨 일 났나 싶어서.
    장군님한테 말씀 드렸어?
준희: (고개 끄덕인다) 동영씨 서울에 갈 거래.
     걱정 말고...올라오라셔.
빈: 뭐야! 우리, 그럼 여긴 뭐하루 온거야!

씬42 진도, 선착장 일각

양근이 배의 닻줄을 푼다. 그 옆에 양자와 더미가 서 있다.
 두 사람, 화가 나 있다.

양자: 마지막이야. 엄마 마지막으루 묻는 거야.
      너,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엄마처럼, 평생 물질하믄서.
      나이 들어 뼈마디 쑤셔가면서, 귓병 앓아가면서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쪼끔이라도 후회할 거 같음 여기 남어.
더미: 후회 안 해.
양자: 진짜 안 해?
더미: 안 해.
양자: 쯧쯧쯧....니 팔자다. 팔자땜은 관에 눠서두 한다는데.
      엄만들 어쩌겠니..니년이 불구녕에..들어가는 거 내 눈엔
       훤히...보이는데...에그..팔자다. 가자, 가.
 
양자, 배에 오른다. 더미, 배에 오른다.

씬40 선착장, 승선장(오후)

매표소 여직원, 붙어 있던 공지문을 떼어낸다.
준희와 빈,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여직원, 괜히 빈과 준희를
흘깃거리며 들어간다. 빈, 여직원과 눈이 마주치면 윙크해준다.
여직원, 삐쭉거리며 들어가고.

빈: 여기서 하루 쉬고 같이 올라가. 내 일 좀 보고,
    낼 아침이면 떠날 수 있어. 형도 찾았고. 오늘 가나,
    내일 가나 급할 거 없잖아.
준희: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사람 붙잡구. 남의 일에 신경
     쓰는 사람 아니잖아, 너.
빈: 아프다니까 신경 쓰인다. 너한테 뭔 일이라도 나봐.
    니 아버지가 나 가만 두겠냐. 내일 같이 가.
준희: 아니. 나 먼저 갈 거야. 서울서 보자. (돌아선다)
빈: (가는 준희 보는)...

씬41 목포, 기차 역 매표소(오후)

기차표를 끊고 있는 준희, 매표직원, 서울이라고 적힌 티켓을 주면.
그  티켓을 한참 바라보다가.

준희: .. (다시 창구 개구멍으로 밀어 넣고)
     대구..여기서 대구는 어떻게 가죠..?

 

씬43 맹골도, 선착장

마을 사람들이 수군수군 모여 있다. 양자와 양근,
내려서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더미, 양자가 샀던 짐을
들고 따라 내린다.

잠녀1: 아구, 언니. 난리 났었다니깐. 누가 왜 왔다 갔난
      우리두 몰라. 이건 집 밖 에 나오게 해야지.
      죙일, 집에 꼭 틀어박혀 있었다니깐.
더미: (양자의 짐을 들고 걸어온다)
잠녀2: 헬리꼽다 펄펄 날아다니는 소리 나지.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어. 하두 이상해서 대처 총각 살던데
       가봤지. 비었어. 갔더라구.
양자: 진짜야? 그게 정말이야?
더미: 아줌마...그게 무슨 소리에요...? 어디가...비었다구요..?
잠녀2: 어떡하니, 더미야. 그 총각 갔더라..짐 다 싸 갖구 갔어.
더미: ! (짐을 떨어뜨린다)

씬44 맹골도, 언덕

 더미, 언덕을 달려 올라가고 있다.

씬45 동영의 외딴집, 마루

더미, ‘아저씨!! 아저씨!!!’ 부르며 마당으로 뛰어 와 본다.
신발이 보이지 않는다. 황급히 방문을 열어젖히는 더미.

씬46 동영의 외딴집, 방 안

텅 빈 방안. 밥상 위에 더미의 옷만 반듯하게 개켜져 놓여 있다.
 
더미: ...(주르륵...방바닥에 미끄러지듯 주저앉는다)

(소리) 등대의 종을 치는 소리.

씬47 맹골도, 등대(밤)

더미, 종을 치고 있다. 열심히..열심히..들을 리 없는
동영을 향해 종을 치고 있다. 더미, 입을 꼭 다물고 눈물을
매달고 종을 치고 있다.

씬48 김홍석 장군의 집, 거실(밤)

(소리) 더미가 치는 종소리

동영, 김홍석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동영, 자리에서 일어선다.

동영: (누군가 뒤를 잡아 당기는 것 같다. 돌아보는)....

씬49 맹골도, 등대(밤)


더미: (그대로 맞고 서 있다)...엄마...나....어떡하지...
      나...세상에서 엄마를 젤 사랑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아닌가봐.. 엄마가...죽으면..어찌..어찌..참구..
      그래두..살 수 있을 거 같은데...아저씬...아저씰..
      다시 못 본다...생각하니까...(가슴을 쾅! 친다) 여기가...꽉...
      막혀....죽을 것 같아...

 더미,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씬50 대구역(밤)
준희, 대구역을 빠져 나온다. 준희, 역 광장에 서서 대구역이라고
쓰인 현판을 바라본다.
준희, 물끄러미 대구역을 바라보다 고개 돌린다.
 


씬52 대구, 교동 전당포 앞(새벽)

준희, 걸어온다. 이러 저리 둘러보는 준희.
준희의 눈에, 전당포가 보인다.
예전 그 모습 그대로다. 세월이 흘러 더 늙은
전당포 주인, 대비로 전당포 앞을 쓸고 있다.
준희,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전당포 주인, 비질을 하다 그런 준희를 바라본다.

주인: 아직 안 열었는데.
준희: ..
주인: 좋은 거 가져왔음 바루 열어 주구.
준희: 그대루네...여긴. 아저씨두.. 그렇구...
주인: (멀뚱해서 보면)
준희: 난...고준희라구...아니...한강희..라구 해요..
      일사후퇴 때...아저씨네..집에서 잠깐 있었어요..아시겠어요..?
주인: 모르겠는데.
준희: (손으로 키를 갸늠하면서) 요만한...애하구...제...여동생하구..
       같이 살았는데...
주인: 모르겠는데...
준희: 아저씨한테...진주를...맡겼었는데... 그...진주..아직두..
      갖구...계시나요...?
주인: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모르겠는데...
준희: ..(눈물이 글썽해진다)

씬53 태을방직, 준희의 사무실(아침)

고창회, 집에 전화를 하고 있다.

창회: 아직두? 허허..참. 준희 방에 올라가봤어요?
     혹시 자고 있는 거 아닌가?
     아줌마가 못 본 거 아니냐고.(사이) 알았어요.
     들어오면 바로 전화해요.

고창회, 수화기 내려놓고 답답한 듯 서성거린다.
문 열리고 최비서 들어온다.

창회: 어떻게 됐어!
최비서: 아직 못 올라오신 것 같습니다..
창회: 허허.. 말이 되나! 목포역이라고 전화한 게 언제야!
      목포에서 여기가 하루가  넘어 걸려! 떠난다고
      저녁에 보자 그런 애가 왜 여태 안 온다는 거야!
최비서: ...아가씨가..마음이 변해서..잠시 더 쉬다 오시려고..
창회: 그게 말이 되나! 우리 준희가 그럴 애야!
      그러면 전활 했겠지! 장봉실씨 하고 미팅 약속까지 잡아
      놓고 안 올 애가 아니잖아! 대체..무슨 일이 생긴 거야...
최비서: ..어떻게 회장님...장여사님하고 약속은...취소할까요..?
창회: 후우..(숨을 몰아쉬고)

씬54 앙상블, 앞(아침)

창회, 차에서 내린다. 최비서와 함께 내리는 창회.
차연, 창회를 요란하게 맞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경,
그 모습을 훔쳐 보고 있다.

차연: 어머~ 어서오세요~ 회장님. 회장님, 날이 갈수룩
      점점 젊어지세요~ 호호~ 지난번 패션쇼 때보다
      더 좋아지신 거 같아요~
창회: ...아..예..
차연: 지난번 준희가 피날레 드레스 뻥꾸 내서 우리 선생님
      크게 낭패 보신 거 아시죠~ 호호~(팔짱을 은근슬쩍 낀다)
창회: ...(슬쩍 팔 놓고) 여사님은?
차연: 안에 계시죠~ 미 대사부인 파티복 땜에 정신이 없으세요~

차연, 억지로 창회의 팔을 붙들고 안내를 한다.
그 모습, 보던 연경, 쪼르르 옥외계단으로 달려가는.

씬55 아세아복장학원, 실습실(아침)

학생들, 모여 실습 작품을 만들고 있다.
상희와 피에르 방, 머리를 맞대고
옷을 만들고 있다. 연경, 뛰어 들어온다.

연경: 얘들아! 왔다~ 왔어~~
피에르: 누가? 빈이 형 왔냐?
상희: 니 우상 빈씨가 조개껍데기라두 가져왔니?
연경: 그게 아니구! 고준희 아버지! 태을방직 고회장 오셨다구!
상희: 근데..왜 그렇게 반가워? 회장님이 너하구 뭔 상관?
연경: 얘들이..진짜. 머리 안돌아가네! 우리 원장님. 태을방직
      여성복 뷰티서 스카우트. 응. 그래. 스카우트 해 갈라 그러잖아.
피에르: 그게 어쨌다구? 니가 설레발을 쳐?
연경: 숙녀복...만드는데 디자이너가 한 사람 갖구 되냐구.
      우리두, 잘하믄 스카웃트 될 수 있는 거 아냐?
      우리한테두 기회는 있는 거잖아.

방육성, 재단한 천 들고 들어오다가 연경의 이야기를 듣는다.

연경: 태을방직이 원래 봉급이 좀 쎄대잖어. 얼마나 주까?
      스카우트 비하구 봉급하구. 얼마나 줄 거 같애?
방육성: 하연경아.. 너, 뭐하냐?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학생들, 연경의 주변에서 이야기 듣다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연경: (머리를 매만지면서) 아..예. 별거 아니구요..
      태을방직..뷰티..스카우트..건으루.. 그냥.. 호호~~ (웃으면)
방육성: (연경의 머리를 아프게 군밤 준다) 안 짤릴 걱정이나 해!
연경: ...짤리다뇨..누가요..? 제가요..?
방육성 원장님이 자선 사업가두 아니구. 수강료라구 실습비
       밖에 안 되는 돈으루다, 언제까지 니들 먹여 주구 재워 줘야 하냐?
       재능두 없는 것들 데리구 밑 빠진 독에 돈을 을매나
       더 쏟아 부으셔야겠냐.
연경: 그건..그러신 거..맞는데요..저하구..그게 무슨...줄긋기가..되는지요..?
방육성: 우리 복장학원에서 용단을 내렸다. 이제부터 매학기 평가제야!
        평점 안 되는 놈들은 그 날루 보따리 싸갖구 나간다.
        알았냐? 하연경, 알았어?
연경: ...(눈 굴리다가 상희를 보고) 오상희 너 잘 들었지?

씬56 앙상블 안(아침)

손님 접대를 하는 공간.
차연, 차를 접대한다. 고창회, 앉아 있다.
문 열리고 일을 하다 나온 장봉실.

장봉실: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고창회: 축하해요, 장여사. 오스카 엑스포 한국 대표로
       선발 되신 거 축하합니다.
장봉실: (미소) 네, 고맙습니다. 지난번 약속드린 것처럼..
       엑스포 선발 패션쇼도 끝났고.. 뷰티 디자이너 스카웃
       제의에 대해 대답을 해드려야겠죠.
고창회: ..지금은 그 대답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소.
장봉실: ? (보면)
고창회: 준희가 행방이 묘연해요. 빈이 어딨습니까?
       빈이 하고 연락 됩니까?
장봉실: !(놀라는) 빈이, 준희하고 같이 갔나요?

씬69 동영의 집, 앞(저녁)

 비가 쏟아지고 있다. 준희,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동영의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준희, 손에 진주알을 들고 만지작, 만지작 거린다. 문 열리고, 동 영 나온다. 가방 들고 외출복 입고 나오던 동영, 문득 준희를 본다.

동영: (놀라서) 준희야!!
준희: (일어서는)...오랜만이에요...동영씨.
동영: 무슨 일이냐!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준희: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여??죠?

준희,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동영을 슬프게 바라보며  웃는다.

씬11 김홍석 장군의 집, 거실(저녁)

동영, ‘감기 들면 어쩌려고..’ 하면서 준희에게 수건을  건넨다.
준희, 수건을 받는 대신 동영의 손을 잡는다.

준희: (동영의 눈을 바라본다) 연민이야...사랑이야?
동영: (수건을 내리며 준희를 본다)
준희: 연민이구나. 남의 인생 살아가는 불쌍한 계집애.
     당신, 날 항상 그런 눈으로 봤죠? 장빈이 날 무시했다면,
     동영씬 좀 착해서...날 동정했던거지.
동영: (다탁의 맞은편에 앉는다)널,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긴 하지.
      (보고)동정이 다는 아냐.
준희: 거짓말. (웃으며) 나처럼 살다보면 눈치만 빨라져.
      하루하루가 얼음장 밟고  선 것 같거든. 까딱 한발 잘못 걸으면,
      차가운 강 바닥에 그대루 풍덩. (피식-웃고) 눈치 보는 법만 는다~
동영: ...(깊이 생각하고 한 말이다) 조금만 용기를 내보면 안 될까?
준희: (본다)
동영: (잠시 망설이다) 이제부터는 강희로 살면 안될까? 강희로
      산다 해도 널 차가운 강 바닥에 버려두지 않아.
      아저씨도 나도 좀 더 믿어봐.
준희: 정말 그럴까? 내가 강희였어도 당신이 날 바라봐줬을까?
동영: 널 보면, 가끔씩 어린 준희가..겹쳐 생각나는 건 맞아.
     그렇게라도 그  아일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너무 가여우니까.
      (준희를 본다) 넌 너고...준흰..준희야...이제 그 아이한테
      벗어날 순 없겠니..
준희: ...
동영: (조심스럽다) 강희라고...부를까?
준희: (딱딱해지는) 그렇게 부르지 마..
동영: 그래. 그러자. 너무 늦었는지 모르겠지만...나라도
      널.. 강희라고 부를게..강희야.
준희: 싫어! 그렇게 부르지 마! 그 이름 부르지 마!
동영: 강희야. (손목을 잡는다)
준희: 십팔년이야! 하루에도 수십번씩 거울보며 난,
      준희다. 고준희다. 한강희가 아니고 고준희다. 
      그렇게 산 세월이 십팔년이라구....
동영: ...
준희: 그렇게 내가..강흴 버렸는데..이제 와서..강희도..준희도
      다 하겠다구. 나, 그렇게 뻔뻔해 질 순 없잖아..
동영: 뻔뻔한 게 아냐. 당연한거지. 넌...준희 것을 뺏은 게 아냐.
준희: ..그런 거였구나. (목이 메어온다) 내가..왜 당신한테..
      이토록..집착하는 지 알았어요..
동영: ..
준희: 세상에서..영영 죽어버린...강희를.. 내..마음..안에서만
      ...살아..간신히..숨 쉬고  버티고 있는..강희가..동영씨한테..
      기대 살고 있었구나. 그랬던거구나...
동영: ...미안하다...
준희: (본다)
동영: 네가..이렇게 아픈 줄은 몰랐다...힘들 거다..생각은
     했다만..네가 이토록 아픈 줄은...미처 몰랐다..용서해라..

준희, 동영에게 와락 안긴다. 동영, 준희를 가만히 보다 안아준다.
준희, 더더욱 동영에게 매달려 눈물을 흘린다.
동영, 그런 준희가 가여워 눈시울이 붉어진다. (Dis)

씬57 진도, 해변

빈, 스킨스쿠버 복을 입는다. 빈, 철벅철벅 걸어가 물 속으로 들어간다.

씬58 바다 속

 빈, 능숙하게 바다 밑을 가르며 지나간다.

씬59 더미의 몽타쥬

더미, 가방을 들고 마당을 나온다. 양자는 자고 있는지,
인기척이 없다.
더미,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양자의 고무신을 가지런히 세워놓고 나온다.
더미, 해안으로 온다. 양근이가, 배를 대어 놓고 서 있다.
더미, 가만히 양근을 본다. 양근, 무뚝뚝한 얼굴로 더미의
가방을 뺏어 들고 배로 걸어간다

씬60 바다, 일각

빈, 바다 한가운데 세워둔 배 위로 올라간다.

씬61 배 위

빈의 앞에, 사내 몇 명이 서 있고. 그 중 한명 빈에게 작은 보석주머니를
건네준다. 빈, 보석 주머니를 열어 손바닥 위에 꺼내본다.
세팅 안 된 다이아몬드 알과 루비, 에메랄드 몇 알이 나온다.
빈, 손바닥만한 지퍼 비닐봉지 백을 꺼내 보석 알을 비닐봉지에 담는다.

씬62 진도, 선착장 앞

더미, 양근이와 이별하고 있다.

양근: 진짜....가냐...?
더미: (부러 씩씩하게) 응! 내 친구 우양근! 잘 있어!
      좋은 여자 만나 결혼하구!
      나중에 보자! 우리 엄마 가끔 한번씩 챙겨주라! 알았지!
양근: 니 걱정이나 해, 기집애야! 울면서 돌아와두 소용없어!
      너 안기다릴 거니까!
더미: (웃으며) 그래. 갈께. 나중에 봐. (돌아서면 표정 슬퍼지는)

씬63 진도, 해안 일각(이른 아침)

빈, 해변으로 걸어 나온다. 빈, 스쿠버 복을 벗어 가방에 넣는다.  
빈, 바지 입고, 셔츠를 입고있는데..

빈: !(놀라는)
경찰: (히쭉 웃는다)
오경사: 어이! 장빈아! 우리 또 보네~
빈:!(튈 장소를 일별해 본다)
오경사: 물설고 낯선 이 진도 땅에서 니 보이,
       고마 억수로 반갑데이~~
빈: 아, 그러네요. 엄청 반가운데요. (웃고)

빈, 가방을 들어 오경사를 밀어버리고 뛰기 시작한다.
오경사와 경찰 뒤쫓는.

씬64 빈의 몽타쥬

빈과 오경사, 경찰. 진도 골목을 쫓고 쫓는다.
빈, 이번에는 만만치가 않다.
빈, 가방을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여객선 대합실로 들어선다.
 ‘목포-진도’
승선시각이 적혀 있다.
오경사와 경찰 뛰어 들어온다. 빈, 도망갈 데가 없다.
공중변소, 라고 쓰인 화살표지판이 보인다.
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오경사와 경찰, 따라 간다.

씬65 여객선 대합실, 화장실

빈, 화장실 문을 벌컥 연다. 매표소 여직원, 소리를 질러 댄다.
빈, 문을 닫고 다음 화장실 문을 연다.
옷을 추켜올리던 더미, 놀라서 빈을 본다.
더미, ‘안 닫아! 얼른 안 닫아!!’ 빈의 얼굴을 민다.
오경사와 경찰, 후다닥 뛰어 들어오는 소리 들린다.
빈,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 닫는다. 빈, 보석을 버려야 하나
변소간 밑을 본 다. 손에 쥐고 있는 게 너무 아깝다.
더미, 기가 막혀 밖으로 나가려는데.
빈, 더미의 손을 낚아챈다.

더미: 뭐야! 뭐하잔 거야! 이 변태! 안 놔!

밖에서 문을 발로 차던 오경사 문을 벌컥 연다.
그 순간, 빈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을 더미에게 쥐어준다.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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