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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1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292 목록 댓글 0

[패션 70s] 10

 

 

 

 

 

 

 

 

 

 


씬65   여객선 대합실, 화장실

 
       빈, 화장실 문을 벌컥 연다.
       매표소 여직원, 소리를 질러 댄다.
       빈, 문을 닫고 다음 화장실 문을 연다.
       옷을 추켜올리던 더미, 놀라서 빈을 본다.
       더미, ‘안 닫아! 얼른 안 닫아!!’ 빈의 얼굴을 민다.

       오경사와 경찰, 후다닥 뛰어 들어오는 소리 들린다.
       빈,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 닫는다.
       빈, 보석을 버려야 하나 변소간 밑을 본다.
       손에 쥐고 있는 게 너무 아깝다.
       더미, 기가 막혀 밖으로 나가려는데.
       빈, 더미의 손을 낚아챈다.


더미:  뭐야! 뭐하잔 거야! 이 변태! 안 놔!

       밖에서 문을 발로 차던 오경사 문을 벌컥 연다.
       그 순간, 빈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을 더미에게 쥐어준다.

더미: !

 

씬66   동 장소(시간경과)

 

       빈, 몸뒤짐을 당하고 있다.
       오경사, 거칠게 빈을 뒤지고 있다.

       화장실 안에있었다는 이유로,
       매표소 여직원과 더미, 한쪽에 세워져 있다.
       더미와 빈의 시선이 짧게 스친다.

오경사:우쨌노!!
빈:    뭘요? 그냥 스킨스쿠버 좀 했다니까요.
오경사:그런기 와 내 빼기는, 내 빼노!
빈:    아침 운동이죠. 스쿠버로 부족한거 같아서.
오경사:(빈의 복부를 퍽- 친다) 하순경!!
       (손짓하며) 다 퍼뿌라!
경찰:  예에! 똥투간을 다 푸라구요!
오경사:사람 불러가꼬 다 퍼서 뒤지봐! (빈을 보다)
       니 저기다 버??나? 니가 아까바서 버리기야 했겠나?
       안버릿게째. 니 간이 아무리 커도 그거는 쉽짢을끼라.
       (더미와 여직원을 본다) 실례 쪼매 하입시데이.
       갱찰처 가서 쪼께 함봐야 쓰겄는데예?
 
       더미, 빈을 바라본다. 빈, 모른 척 시선을 쓱- 돌린다.
       더미, 오경사 한번 보고, 빈 한번 보고...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쥔다.

 

씬67   진도 경찰서 앞


       더미와 매표소 여직원, 파출소 차를 타고
       순경1?2에게 연행되어 온다.
       더미, 아까와는 달리 머리를 핀으로 높이 틀어 올렸다.
       (빈의 보석을 거기다 숨겨뒀다)

       먼저 도착한 오경사의 차에서 오경사와 경찰에게
       끌려 나오는 빈.
       더미, 빈의 모습을 째려본다.
       빈, 매표소 여직원과 눈 마주치면, 윙크하면서.

빈:    미안해. 언니~ 괜히 똥 누다 벼락 맞았지?
       미안. 미안. 나중에 자장면이나 같이 먹자구.
여직원:(노려보고)
더미:  (기가 막혀 빈을 본다)

       빈, 더미에게 두 손 합장하듯 하고 사정하는 눈길로 본다.
       더미, 안된다고 고개 젓는다.

 

씬68   경찰서 한 방

 

       여경, 들어온다. 더미, 서 있다.
       여경, 더미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한다.

여경:  미안한데요...한더미씨 벗어 봐요.
더미:  예?
여경:  옷 줌 훌렁 벗어 보라구요.
더미:   !

 


씬1    진도 경찰서, 안(오후)

 

       오경사와 빈, 각각 둥근 양은 쟁반에
       국밥 한 그릇씩 놓고 먹고 있다.
       빈,태연한 척 국밥을 먹고 있지만 신경은 온통
       더미가 조사를 받고 있는 숙직실에 가 있다.
       오경사, 깍두기 우적거리는 빈에게 시선 돌린다.

빈:    역새! 음식은 남도음식!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면서) 죽이는데요.
오경사:(밥맛이 떨어진다. 숟가락 놓고) 대한민국 좋아졌데이.
       밀수꾼한테도 사비털어가꼬 밥꺼정 사 쳐멕이고.
빈:    각자 낼까요? 더치페이?
오경사:아이다. 많이 무라. 그기 니 마지막 사제 빱 아이가.
       오늘 딸리 드가믄 한 삼년, 보리 빵구나 뿔뿔 뀌야 될낀데..
       마이 쳐 무으라.

       오경사, 자기 국밥 그릇 들어 남은 음식을
       주루륵 빈의 그릇에 부어준다.

       빈, ‘왕건인 하나두 안드셨네.’ 하면서
       숙직실로 긴장된 시선 돌린다.
       오경사, 빈의 시선을 따라간다.

빈:    괜히 똥 누다 벼락 맞았잖아요.  
       아, 이거 미안해서 밥이 안 넘어 가네.
오경사:개기지 말고, 고마 불어라.
       우리가 정거(증거) 찾아 내 뿌문 정상참작이고 
       지랄이고 읍데이.
       미운 정도 정이라꼬 니 걱정해서 카는 소리다.
빈:    오경사님 생각해서 뭐라도 불고 싶은데, 불 게 없네..
       어쩌죠? (씨익-웃는다)

 

씬2    진도경찰서, 숙직실(오후)

 

       더미, 옷을 입고 있다.
       여경, 뒤진 더미의 가방에 옷가지를 대충 쑤셔 담고있다.
       더미, 다가와서 가방을 뺏어서 옷을 챙겨 넣고.

더미:  (가방 지퍼 채우고, 불어 매터진) 가두 되요?
여경:  (주민등록증을 돌려주며)
       한더미씬 가방까지 싸들구 어디 가는 거야?
더미:  (주민등록증을 휙, 낚아채며) 서울요. 왜요?
여경:  아니. 가출처녀 같아서.
더미:  나 미성년자 아니거든요.
       (가방 들고 일어서서) 안녕히 계세요. 
       (나가다,돌아보고)담부턴요, 아무리 여자끼리래두요.
       다 큰 여자 훌러덩, 훌러덩 벗기지 마요, 네!

       더미, 입을 실룩거리며 가방 들고 나간다.

 


씬3    진도경찰서, 안(오후)

 


       가방 들고, 숙직실에서 나오는 더미. 뒤따라 나오는 여경.
       빈, 문소리에 긴장해서 숟가락을 놓고 더미를 본다.
       (더미가.. 불었을까..?)
       빈, 더미와 눈 맞춘다. 더미, 빈을 노려본다.
       빈, 더미가 어떻게 했을지 감이 안 잡힌다.

오경사:우예 됐십니꺼?
여경:  암 껏 두 (양 손 바닥 위로 치켜 올리고, 어깨 으쓱한다)
빈:    (아아..안심이다. 표정이 밝아진다) 언니~~ 고생 많았어~
       어디 멀리 가지말고 기다려~ 매표소 언니 나오면,
       같이 청요리 살께~어?

       더미, 그 꼴을 보다 기가 막혀
       빈에게 손으로 쑥떡을 먹인다.
       빈, 잠시 황당해서 더미를 보다가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치면서 ‘하하하-’ 웃는다.

 

씬4    진도경찰서, 앞(오후)

 

       더미, 가방을 들고 서성거린다.
       빈 말대로, 기다려야 하나..가야 하나 결정을 못하고 있다.
       더미, 손으로 머리를 괬다..경찰서 쪽을 봤다.
       발로 땅을 툭툭찼다..하면서 고민한다.
       더미, 주머니에 손 넣어 배표를 꺼내본다.

       (인서트) 진도-목표 간 승선표

 


씬5    진도 여객선 대합실(저녁)

 

       더미, 티켓을 들고 있다.
       사람들, 승선장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승선장 쪽 입구에서, 매표소 여직원 소리를 지르고 있다.

여직원:목포 가시는 분!! 여섯시 막배 떠납니다!
       옥주호 목포 여섯시! 배 출발요!!
더미:  아...씨..그냥 확 가버려.


       더미, 짜증이 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여직원:(다가온다) 아까 경찰서 그 언니네.
더미:   예. 맞아요.
여직원:(손에 들고 있는 승선증을 본다) 왜 안타요? 지금 떠날건데?
더미:  글쎄요..그게 그래요. 타야 되는데. 아..참..미치겠네..

       더미, 짜증이 나서 틀어 올린 머리를 벅벅 긁다가
       깜짝 놀라서 손으로 머리를 쥔다.
       여직원, 의아해서 더미를 보면.
       더미, ‘하하...머리가 왜 이렇게 가렵지..잠깐만요’
       하면서 화장실 쪽으로 슬금슬금.
       여전히 머리에 손을 댄채 게걸음으로 걸어간다.

 


씬6    대합실 내, 변소(저녁)

 

       더미, 눈치 보면서 화장실 출입문에 걸쇠를 걸고.
       얼른 머리핀을 빼고 손으로 머리를 손으로 훑으면,
       그 안에 빈이 더미에게 넘긴
       카라멜곽만한 작은 비닐 팩에 보석이 들어있다.
       더미, 심란하게 보석을 들여다본다.

(빈의 소리) 언니- 어디 멀리 가지 말구 기다려.

더미:  (손에 들고 보다) 진짜 환장한다! ]
       그 인간 날 더러 어쩌란 거야.
       그냥, 확 가버릴까 부다!
       내가 남에 사정까지 봐주게 됐어, 지금!

       더미, 비닐봉지를 머리 안에 넣고
       잘 틀어 올려 핀으로 꽂는다.

 


씬7    진도 경찰서, 안(저녁)

 

       빈, 이제는 적반하장으로 오경사를 닦달하고 있다.

빈:    아, 보내줘요~ 날 억류할 이유가 없는데. 안 그래요?
오경사:아, 있으라카믄 고마 쭈그리 있어!
       (머리 때리려고 장부를 들었다 내린다)

       하순경, 들어온다. 마스크까지 하고 뛰어 들어오는 하순경.
       사람들, 그 진동하는 냄새에 코를 막는다.

오경사:우째 됐어!! 다 펐어!
하순경:(마스크 내리고) 없는데요...
오경사: ...
빈:    (가방 집어 들고, 일어난다) 국밥 잘 먹었습니다~
오경사:문디자슥. 내가 준법 경찰만 아니믄...
       벌씨로,  쎄리! 산에 파 묻으뿟을낀데.

       빈, 하순경 옆을 과장되게 코 막고 지나가며,
      ‘고생했슴다~’ 어깨 두들겨 주고 나간다.

 


씬8    진도 경찰서, 앞마당(저녁)

 


       빈, 둘러본다. 더미가 없다.
       빈, 인상 구기고 잠시 생각하다 뛰기 시작한다.

 


씬9    여객선 대합실, 안(저녁)

 

       막배가 떠나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
       대합실 안을 뛰어 들어오는 빈.
       승선장으로 가는 검표대 문은 쇠사슬 자물쇠로 잠겨있고.
      ‘今日 出港終了‘라고 적힌 푯말이 걸려있다.

빈:    ! 이...기집애가!! 둔하게 생겨선 내 껄 들고 발러!!

       빈, 화가 나서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패대기친다.

 


씬12   김홍석 장군의 집, 거실

 

       준희, 동영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다.
       동영, 그런 준희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무릎만 빌려주고 있다.

(소리) 전화벨 소리

       동영, 잠시 생각하다 전화를 받는다.

동영:  김동영 입니다. (사이) 아, 예.. 아저씨.

 


씬13   고창회의 집, 서재/김홍석 장군의 집, 거실

 

고창회:자네 우리 준희 못 봤나? 준희한테 무슨 연락 없었어?
       얘가 만 하루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동영: ..(잠든 준희를 내려다 보다) 준희 여기 있습니다.
        아저씨. (사이) 잠이 깊이 들어서요.
        (사이) 제가 연락도 없이 너무 걱정을 시켜,
        화가 난 모양입니다.
고창회: 내가 지금 데리러 가지. 깨우지 말고 그냥 자게 둬.
동영:   (잠시 생각하다) 아닙니다, 제가 데려다주죠.
        걱정하지 마세요.

 


씬14    김홍석 장군의 집, 거실(저녁)

 


동영:   (수화기를 내려 놓고 준희를 본다)
준희:   ..(눈을 뜬다. 아버지와의 전화 내용을 다 듣고 있었다)

        동영과 준희, 그 자세로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씬15    김홍석 장군의 집, 앞(저녁)

 


        동영과 준희, 작별하고 있다. 비는 그쳤다.

동영:   같이 가자.
준희:   아니. 혼자 가고 싶어.
        (주머니에서 진주알을 꺼내 내민다) 받아 줄래요?
동영:   (왜 이걸 주는지 잘 모르겠다. 본다) ?
준희:   꼭., 돌려주고 싶었어. 동영씨 어머니꺼.
동영:   (놀란) !! 우리 어머니 반질 찾았어?
준희:   (동영의 손을 잡아, 손바닥에 진주알을 놓아준다)
        정말 당신 어머니건지,
        아님 전당포 주인이 장난친 건지 나도 몰라.
        그냥 당신..어머니거라고..믿어줘요..
동영:   ...(진주알을 본다)
준희:   믿어줄래요..?
동영:   내 어머니 유품을..찾아줘서 고맙다, 준희야.
        (습관적으로 준희라고 불러 놓고, 실수했다.
         미안한 듯 준희를 본다)..
준희:   (미소)그래. 그게 좋아요.
        나, 오늘 대구에..이젠 정말 영영 강희를 두고
        혼자 올라왔거든.
        그니까..당신도 날, 그냥, 준희로만 봐줘.
        갈께.(돌아선다)
동영:   ..(차마 말이 안 떨어지는)
준희:   (돌아서서 동영을 가만히 본다.)
        동영씨 이거 알아요? 연민도 사랑이야.
        사랑 가운데..가장 아프고..질긴 게 연민이다.

        준희, 동영을 보며 서글프게 웃는다.
        동영, 그런 준희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기만 한다.

 

씬16    진도, 상가 거리(밤)

 

        빈, 천지사방 더미를 찾아 헤매 뛰어다니고 있다.

빈:     하아..(거친 숨을 몰아쉬고)
        이..기집애 이거..어디서 찾나...
        와..진짜, 돌겠네.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쿵쿵, 치고)
        똥 밟았다 생각하구 포기하기엔
        이거. 너무 엄청나잖아!!

        빈, 휙- 돌아서는데 금은방 가게가 보인다.
        빈, 무심코 지나치다 우뚝, 멈춰 선다.
        유리문 안으로 낯익은 기집애가 보인다.
        더미다.

빈:     (한걸음 다가가 눈을 바짝-대고 보면 확실히 더미다) !
        하..하하.. 골 때리네. 저 기집애. 하하..참..

 


씬17    진도, 금은방 안(밤)

 


        60년대 금은방 수준.
        금붙이와 은붙이, 싸구려 보석알 박은 반지가 몇 개있고.
        주로 시계를 취급한다.
        더미, 금은방 주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   아, 어디 함 보자니까. 뭘 갖구 그러는지.
더미:   저한테 있는 건 아니구요.. 
주인:   갖구 있는 것두 아니다. 이름도 모른다. 어쩌라구?
더미:   하나는 유리알 같은데 반짝반짝 하구요.
        (새끼손가락 손톱을 보이며) 요만하구요.
        세 개는 빨간색이구요. (약지 손톱을 가리키며) 요만하나?
        두개는. 음.. 파랑색. 해 지기 직전 하늘요.
        딱 그 색이거든요.
        것두 (약지 손톱 보며, 고개 끄덕인다) 요만하네요.
        얼마나 해요?
주인:   하..나 참. 이 아가씨 웃기네.
        (진열대 안을 보며) 여기서 함 찾아봐.
        같은거 있나.
더미:   없다니까요, 여긴. 짐작두 안가세요?
        아저씬 그래두 전문가잖아요~
        보석 전문가~ 감 안 잡히세요? 에?
주인:   ...(손으로 가라는 시늉한다)

더미:   몰라요?
주인:   가- 가! 다..저녁 때 문 닫을라 그러는데
        그냥 밀구 들어와선, 뜬끔 없는 소리만 늘어 놓구 있어.
        가! 얼른! (더미를 밀어낸다)

        더미, 주인한테 밀려나면서도
       ‘짐작두 안되세요? 대충만 알믄 되는데?
        넘 궁금해서 그래요.’ 종알거린다.

 


씬18    금은방 앞(밤)

 

        더미, 가방을 들고 툴툴거리고 나오는데,
        금은방에 기대서 있던 빈을 본다.

빈:     (씩- 웃는다) 청요리 사준다니까~
        그걸 못 기다리구 여기까지 왔어?
더미:   청요린 관두구요. 내 배표 값이나 물어내요!
빈:     (종주먹을 들이대며)
        콱! 그냥! 생긴 건 순진하니, 멍청하니 생겨 갖군
        이게 아예 그냥 집 한 채를 날루 먹을라 들어!
더미:   뭐예요! 콩 밥 먹을 인간! 불쌍해서 구해줬더니.
        뭐가 어쩌구 저째요!
빈:     너 여기 왜 왔어!
더미:   궁금해서 왔다 왜!
        그딴 유리쪼각은 얼마나 하나 하두 궁금해서
        물어 보루왔다 왜!
빈:     내 물건 어쨌어!
더미:   여??다, 왜!!

        더미, 화가 나서 핀을 집어 뜯듯 거칠게 풀고
        머리를 세게 흔들면,
        비닐지퍼가 열려 보석알이 여기저기 흩어진다.


빈:     어어!! (하면서 앉아서 줍는다)
더미:   ...(그 꼴을 노려보다, 휙- 돌아서서 걸어간다)

 


씬19    진도여인숙, 앞(밤)

 

        더미, 가방을 들고 잠시 망설인다.
        여자 혼자 들어가도 되나.
        엄마를 떠나 처음으로 객지에서 자는 것이
        조금은 겁이 난다.
        문을 빼곰히 열고 들여다보는데,
        뒤에서 어깨를 툭툭 치는 손.
        돌아보면 빈이다.

더미:   (표정 쌩그래진다) 또 뭐예요!

빈:     (웃는다) 언니 화났어? 우리, 짜장면 먹으루 갈까? 어?
더미:   이 인간이 진짜. 너, 왜 자꾸 나한테 반말해!
        밀수꾼 주제에!
빈:     넌 공범이잖아~ 존댓말 하는 게 더 웃기지. 안 그래?
더미:   후..
        (화가 뻗쳤다. 화를 다스리려고 내려온 앞머리 한 번 불고)
        이봐요. 밀수꾼 아저씨.
        밀수는 국가 경제를 좀 먹는 파렴치한 범죄행윕니다.
빈:     (어이가 없어) 뭐어?

        더미,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킨다.
        빈, 더미의 손가락을 따라 보면
        진도 경찰서에서 붙인 플랜카드가 붙어 있다.
        (인서트) 플랜카드
       ‘밀수는 국가경제를 좀 먹는 범죄행위입니다.
        진도경찰서 신고번호125’


빈:     하하하- 하하- (유쾌하게 웃는다) 근데 왜 그랬어?
        경찰에 (비닐봉지 손바닥에 올려놓고
        오재미 튀기듯 탁탁 쳐 올리며)
        이거 주고 다 불어버리지.
더미:   누가 당신 불쌍해서 입 다물었는지 알아요?
        우리 동네 아저씨 한 분두, 까딱 맘 잘못 먹어서.
        당신 같은 밀수꾼한테 배 한 번 잘못 대줬다가.
        지금 목포형무소에 있다구요.
        그 아저씨 생각나 한 번 봐준 거니까, 정신 차려요!
빈:     오오~ 그랬구나.
        난 또, 나한테 한 눈에 뻑 가서 봐준 줄 알았지.
더미:   (째려보는, 고개 흔든다) ..그래..상종을 말자.
빈:     (웃으며) 자~ 가자. 들어가자~

        빈, 더미의 손을 끌고 문 열고 여인숙으로 들어간다.
        더미, ‘당신 뭐하잔 거야! 안 놔' 소리 지르며
        끌려 들어간다.

 


씬20    진도 여인숙, 마당(밤)

 

        빈, 주인여자에게 이야기한다.
        그때까지 빈, 더미의 손목을 꽉 잡고 있다.
        더미, 쭈빗 해서 소리는 못 지르고,
        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빈:     방 주세요. 밥두 좀 해주시구요. 여기 홍주가 유명하죠?
        있으면 그거도 좀 주시고.
주인:   방은...어떻게? (둘 사이가 궁금해서 더미를 보는)
빈:     (더미에게) 난 하나면 더 좋은데~ 언닌 어때?
더미:   이 인간이 진짜!! (손을 털어 낸다)
        차라리 내가 대합실에서 잔다!
빈:     하하하- 아줌마, 방 두개라는데요.

 


씬21    흥신소, 앞(밤)

 

        준희, 걸어오다 문득 흥신소를 본다.
        발길을 멈추는 준희.
        (인서트) 서울 흥신소 ‘사람 찾아줍니다’라고
        유리에 썬팅되어 있다.
        준희, 흥신소를 보면서 갈등한다.
        (인서트) 진도에서 마주쳤던 것 같은 양자의 모습.

준희:   ...(생각하고, 생각하고.. 문을 밀고 들어가려다가 멈춘다)

        준희, 굳게 마음먹고 돌아선다.

 


씬22 고창회의 집, 마당(밤)

 


 창회, 나와서 서성거리며 딸을 기다리고 있다.
         준희, 들어오다 서성거리는 창회를 본다.
         준희, 가만히 서서 창회를 바라본다.


창회:    (준희를 봤다) 준희야!!
준희: (웃는)
창회: (다가와서)동영인? 왜 혼자 와?
준희: (농담)안데려다 준다네. 혼자 가라던데?
         가서, 말 없이 외박한거 아빠한테 실컷 혼이나 나라던데?
창회: 그래, 너 말 잘했다.
         대체, 어젠 온다 그러구 어떻게 된 거야.
준희: 미안. 그냥 간 김에 하루 더 놀다 왔어요.
창회: 이 녀석이! 하루 만에 내 애간장이
         다 녹아 버리는 줄 알았어!
준희: (팔짱 끼고) 아빠 우리 모처럼 부녀간에 술 한 잔 어때요?
        좋아하시는 두부찌개 어때?

 


씬23 고창회의 집, 주방(밤)

 


        준희가 끓인 두부찌개가 냄비 채 놓여 있다.
        준희,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에이프런까지 했다.

창회:   (한숟가락 먹고)
        음...음...이건..프로의 맛이다.
        아마츄어 솜씨가 아냐.
준희:   하하하- 미쳐~
        (흘긴다) 우리 아빠두 거짓말 잘 하시네~

 

창회:   진짜라니까. (두부를 건져 후후- 불어 맛있게 먹고)
        손끝에 물 한 방울 안묻히구 키웠는데.
        어서 이렇게 배웠지?
        우리 딸은 솜씰 타고 났나?
준희:   (자기도 모르게 불쑥) 물 한 방울 안 묻히긴~
        엄마 일하러 다니느라구,  
        내가 밥 다 해 먹구, 빨래 다 하구. 장사까지 하구,
        (아..실수했구나. 멈춘다)
창회: ..
준희: ..(창회를 가만히 본다)
창회: (모른 채 하고, 한 모금 마시고, 두부찌개 먹고) 맛있다. 진짜.
준희: ..

 

준희:    내가...어떤 모습이어도...사랑해요?
창회: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본다) 당연하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준희: 만약에...내가...내가 말야...준희가..내가..고준희가..
         (고준희가 아니라두 사랑해요? 라고 묻고 싶은데
         말이 안나온다)
창회: ..(준희를 본다)
준희: (입이 안 떨어지지만, 억지로 해보려고 한다)
         준희가..아니어도..
         아빠..나 준희가..아니어두..(하는데)
창회: 아, 우리 준희 이제 그만 먹지? 밤이 늦다.
         야식 많이 먹으면 붓잖아.
준희: ...
창회: 이건 아빠가 싹~ 다 비우께~ 피곤할 텐데
         얼른 올라가서 자. 응?
준희: ..

 


씬24 고창회의 집, 준희의 방(밤)

 

 문 열리고, 준희 들어온다.
         준희, 그대로 문에  등을 기대고 선다.

준희: 봐...김동영씨. 안되잖아..용기냈는데..안되잖아.
         당신한텐...괜찮아두..우리..아빠한텐 안 되는 거잖아.

 준희, 처연한 모습이다.

 


씬25 고창회의 집, 주방(밤)

 

         고창회, 소주를 마시고 있다.
         착잡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는 창회.

 


씬26 양자의 집, 마당(밤)

 


 양자, 고무신짝으로 양근이의 등짝이며 팔이며
         후두려 패고 있다.

양자: 이, 미친 놈!
         지 밥그릇 갖다 남에 밥상에 얹어 줄 놈!!        
         응, 내 딸 내놔! 내 딸! 니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놈아!
양근: 아구. 아구, (이리 저리 방어하며)
         제가 엄청 잘못했네요. 장모님.
         제발 진정 하세요. 예? 예?
양자: (신발로 패며) 장모님? 말은 잘한다.
         딴 사람두 아니구 니가 우리 더밀 나한테서 뺏어가!!
         간다 그래두 말릴 판에 어서 가라구 밸 태워 보내!
양근: (양자의 손목을 잡고)
         아우!! 내 참!! 이렇게 질척질척 하시니깐
         더미가 장모님을 떠나죠!
양자: 뭐! 뭐야! 너 이놈, 다시 한 번 말해봐!
         아구리를 콱! 코바늘루 떠버릴라!
양근: (진지하다) 자식이요 떠난다구 하믄 보내줘야죠.
         돌아서 울어두 앞에선 오냐, 다 컸구나. 징허게 장허다.
         보내줘야죠.
양자: ..
양근: 왜 그렇게 장모님 더미한테 자신이 없으세요..
         지 인생, 지가 살게 멀찍이서,
         저만큼 떨어져서 그냥 좀 지켜봐주세요.
양자: ...(주르륵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머리 굵어졌다구..말은 잘한다만...양근이
  니가 어떻게 알아.. 우리..더미 못내 놓는 심정을..
         니가 어떻게 알아..

 


씬28 진도여인숙, 더미의 방(밤)

 


        더미, 예의 국방색 런닝셔츠 바람으로 잠자리를 준비한다.
        옷을 개키다가 문득, 엄마가 보고 싶다.
        책을 꺼내 펴보면 양자의 사진이 있다. 
        더미, 엄마의 사진을 그리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더미:   엄마두..나랑 같이 서울 가믄 좋잖아.
(빈의 소리)너, 가출처녀구나?

 더미, 돌아보면 문 열려있고
         빈이 문을 손으로 잡고 서 있다.
 더미, 놀라서 눈이 뚱그레진다.

빈: 너네 엄마냐?
더미: 야!! 밀수꾼!! 너, 문 안 닫어!!
빈: 홍주 꽤 독하네. 오줌 누구 오다 내 방인 줄 알았어.
         (들어온다)
더미: 안나가!! 너 안나가!! (베개를 집어 빈에게 던진다)
빈: (쳐 내고) 나가지 말래두 간다.
         (더미의 국방색 런닝셔츠를 보고)
         아무리, 섬구석이래두 여자 속옷이 그게 뭐냐.
         완전히 남자 쫓는 호신복이네.
더미: (씩씩-거리며 빈을 확 밀친다)
         술주정은 당신 방 벽 긁으면서 해!

 더미, 빈을 몰아내고 문을 꽝 닫는데.
         다시 문 열리며 빈이 들여다본다.


더미: 이씨 진짜!
빈: (웃으며) 오늘 고마웠다. 잘 자라.
         (씩-웃어주고 문 닫고 나간다)
더미: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 고개 갸웃.
         그래도 걸쇠를 건다)

 


씬27 양자의 집, 안방(밤)

 


 양자, 댓병의 소주를 따른다.

양자: (술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
         더미야. 태을방직엔 가지 말어.
         그놈 찾아보는거야...어쩌겠냐만은.. 혹시나..혹시나..
         핏줄이 널 잡아 땡겨두..
         태을방직은 가지말어..
         고사장한텐 강희언니가 있구..
         너한텐 이 에미가 있잖어..

 양자, 눈물이 글썽해져서 술을 또 사발에 따른다.

 


씬29 진도여인숙, 빈의 방(밤)

 


 술상이 놓여져 있다.
         빈, 주전자를 들어 붉은 홍주를
         사기사발에 따라 들이킨다.
         한 사발을 비우고 그대로 방바닥에 들러 눕는 빈.
         깍지 낀 팔을 베개 삼아 베고,
         천정을 올려다본다.
 빈, 더미와 장난칠 때 같은 유쾌함은 없다. 
         허전하고 쓸쓸하다.
 빈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서린다.

 


씬30 진도여인숙, 더미의 방(밤)

 


 더미, 가슴에 엄마의 사진을 꼭 안고
         쌕쌕- 거리며 잘 자고 있다.

 


씬31 고창회의 집, 정원(밤) 

 


 준희, 정원 석등 옆 벤치에 앉아 있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준희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감정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석고상처럼.
         그대로 굳어 버린 준희의 모습이 쓸쓸하다.

 

 

씬32 김홍석 장군의 집, 동영의 방(밤)

 


 동영, 양복 웃옷만 벗은 외출복 차림 그대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스텐드 불빛만이 덩그란데..
         동영, 준희가 주고 간 진주알을 바라보고 있다.

동영: ..

 동영, 서랍을 열고, 어머니 사진이 있는
         작은 상자 안에 진주알을 넣는다.  
         책상서랍을 닫으려는데 앞쪽에 놓아둔 탄환이 보인다.
 

 

씬34 청와대, 정원(새벽)

 


 대통령과 김홍석, 산책을 하고 있다.
         조금 떨어져서, 동영과 중정부장이 따르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는 거리다.
 대통령과 김홍석, 심각한 얼굴이다.


대통령: 당신한테 입이 안 떨어져.
         장군이 가진 전부를 내 놓으란 거라..
김홍석: ...(고뇌하는)
대통령: (뒤를 흘깃 보고)
         김동영이 목숨을 나한테 주면 안 되겠소?
김홍석: ..
대통령: 이 문제만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판단이 안돼.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내가 백프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장군하고 김동영 밖에 없어.
김홍석: ..
대통령: 안되겠나? (김홍석의 안색을 살피다)
         그래..아무래도 힘들겠지.
         내가 포길해야겠지..
김홍석: 각하, 용서하십시오. 저도 아버지인지라...
         자식에 대한 정이 의무를 앞서..
         대답을 빨리 못 드렸습니다.
대통령: (본다)
김홍석: (가슴이 아프다)
         각하...국가가 원한다면..국민이 원한다면...
         목숨이라도..초개처럼 바치겠다.
         이것이, 제가..동영이가...군인인 이유고 의무입니다.

 대통령, 김홍석의 손을 잡는다.
         김홍석, 동영을 바라본다.
         동영, 아버지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미소 짓는다.

 


씬35 김홍석 장군, 집무실(새벽)

 


 김홍석, 김동영, 중정부장,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정:  작년. 연초에 김신조가,
         북한 정찰국 소속 124군부대 31명을 끌고
         그야말로 청와대 앞마당까지,
         자하문 초소 400미터 앞까지 기어들어 온 게 문젭니다.
동영: ..(듣는)
김홍석: 그 일로 군 내부는 강경파가,
         정치적으로는 보수파가 대세를 잡고 있다.
동영: 예.
         기껏 조성돼오던 남북 화해무드가
         일시에 무너진 가슴 아픈 사건이지요.
김홍석: 각하는 두 가지 생각을 갖고 계신다.
동영: (본다)
김홍석: 군비확충과 군사력 증강을 통한 자주국방 강화.
         하나는 물밑 교섭을 통한 화해무드 조성.
         헌데...물밑 교섭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예상보다 강하다.
동영: 저한테 주어진 일이 뭡니까?
중정: 블랙이야.. 블랙으로..각하의 물밑 교섭을 지원하는 일.
동영: ! (예상치 않은 일이라, 깜짝 놀란다)
         블랙이라고 하셨습니까?
중정: 외무부 소속의 정식 직원으로
         면책특권을 가진 화이트와는 달리,
         블랙은 그 어떤 면책특권도 없네.
동영: 알고 있습니다.
김홍석: 적은 외부에도 있고...내부에도 있다.
         화해무드를 달가워하지 않는 강경파에서도..
         너를 노릴 수 있어.
         네가 설사 임무수행 중에 죽는다해도
         국가에선..네 신분을 보장해주지 않아.
         그걸로 끝이다.
동영: ..
김홍석: 마음의 준비는 됐나?
동영: 장관님께서 이미 제가 드릴 말씀을 각하께 하셨습니다.
         국가가 원한다면 국민이 원한다면
         목숨을 초개처럼 바쳐야한다.
         이것이 우리가 군인인 이유고 의무라구요.
김홍석: ..(아들을 대견함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본다)

 


씬36 고창회의 집, 거실(아침)

 

 이층에서 외출복 차림의 준희, 내려온다.
         메이드들, 준희에게
        ‘아가씨, 일어나셨어요?' 고개 숙여 인사한다.
         준희, 거실문 쪽으로 가면 문 열리고,
         신문을 들고 들어오는 실내복 차림의 창회.
         창회, 딸의 안색을 조심스레 살핀다.
 
준희: (환하게 웃는) 굿모닝~
창회: (그제야 환하게 웃는) 어. 그래.
         이렇게 일찍 어디 갈라구?
         모닝커피도 한 잔 같이 안해주구.
준희: 나중에 회사에서 해요~ 장봉실 여사님한테 가요,
         잘 얘기해서 모시구 출근할께요~
         (창회의 뺨에 가볍게 키스한다)

 


씬37 앙상블, 마당(아침)

 


 준희, 꽃다발을 들고, 대문 밀고 들어온다.
         미용체조 하던 차연, 기겁을 하고 본다.
         연경을 비롯한 학생들, 청소하다가 준희를 보고.

준희: 안녕하세요?
차연: 어머. 어머. 고준희씨가 식전 댓바람부터 웬 일?
방육성: 어, 준희양 식전 댓바람에 보니 더, 반갑네.
준희: 여사님 좀 뵈루 왔어요.
차연: 아우~ 염치도 좋다. 그렇게 무댈 빵구 내 놓구,
         어떻게 또 우리 선생님을 보루 오니.
준희: (웃으며) 그러게 말이에요. 선생님 좀 뵐 수 있을까요?
차연: 글쎄..선생님이 고준희씰 만나구 싶으실까?

(장봉실의 소리) 이리 올라오겠니?

 준희와 사람들 올려다보면,
         삼층 복도에서 장봉실이 내려다보고 있다.
 학생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원장님’ 인사한다.
 준희, 계단으로 올라간다.
         빗자루 질하던 연경과 상희,
         그 뒷모습을 보며 속닥 거린다.

상희: 애가 진짜 염치 좋지 않니?
연경: 나 쟤 쫌 재수 없었거든. 근데 쫌 좋아질라 그러더라.
차연: (다가와서) 갑자기 좋아진 이유가 뭘까?
연경: 그야..뭐. 그니깐, (손가락으로 준희 등을 가리키며)
         쟤가, 무대를 박 차구 뛰어나갔으니까
         저한테두 기회가 있었던 거 아니겠어요.
         고준희 아님 제가 어떻게 감히
         원장님 피날레 드레슬 입어 봐요~ 호호홍~
차연: (인상 구기다가, 연경이 머리에 꿀밤을 주고)
         싹싹 쓸어!

 


씬38 장봉실의 팬트 하우스(아침)

 


 장봉실,
         준희에게서 받은 꽃을 크리스털 화병에 꽂고 있다.

준희: 다른 작품두 아니구, 피날레 드레슨데..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장봉실: 준희처럼 사랑에 올인 하는 사람두 있구..
         예술에 올인 하는 사람두 있구.
         선택은 자유지.
         아마츄어를 무대에 올린 건 내 실수니까.
         괜찮아. 신경쓰지마.
준희: ..
장봉실: 그 일 때문에 온 거야? 사과하려구?
준희: 뷰티 때문에 왔어요.
장봉실: 그건, 어제 회장님한테 분명히 내 의사를 전했는데.
         안 된다구.
준희: 한 번 저희 뷰티를 봐주세요.
         여사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일단 한 번 봐주세요.
         허락해주실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장봉실: 그건 준희가 알아서 해.
         난 내 스케쥴이 있어서.
준희: ..
장봉실: 기다리는 건 좋은데. 
         방해 안 되게. 조용히.
준희: 예..
장봉실: ...(책상으로 가다)
         빈인?
         같이 갔다는 얘긴 회장님께 들었는데.
준희: 오늘 온다 그랬어요.
         일 좀 보고..
장봉실: ..그래.. 일..(잠시 걱정스런 표정이 어린다)

 장봉실, 책상 앞에 앉는다.
         그 위에, 미국대사부인의
         파티복 디자인 스케치가 놓여 있다.
         장봉실, 스케치를 손보기 시작하고,
         준희, 장봉실의 디자인을 주의 깊게 본다.

 

 

씬39 목포 기차역, 앞(아침)

 


 빈의 윌리스 지프 선다.
         더미, 가방 들고 내린다.

더미: 당연한거긴 하지만, 어쨌든 고마워요.
         여관비에, 밥값에, 배 삯에.
빈: 더 고마울 수도 있다니까, 그러네.
         서울까지 데려다 줄께.
더미: 됐어요. 거긴 거기대로 가고. 난 나대로 가고.
         안녕히 가세요.

 더미, 꾸벅 인사하고 역사 쪽으로 들어간다.
 빈, 그 모습을 바라본다.

 

 

씬40 목포역, 대합실(아침)

 


 더미, 꼬깃꼬깃 잘 접은 돈을 꺼내 티켓을 사려고 한다.

더미: 서울 한 명요.

(빈의 소리) 어이~ 가출처녀!!

 더미, 놀라서 돌아보면 빈이 웃고 있다.
         사람들, 더미를 쳐다본다.


빈: 가출처녀~ 같이 가자니까~
더미: (다가와서)
         미쳤어요! 뭐하는 거예요!
         가출처녀가 뭐예요! 가출처녀가!
빈: 그럼 뭐라 그래? 어이, 공범! 같이 가자니까~
더미: (자기도 모르게 빈의 입을 틀어막는다)
         각자 가쟀죠! 왜 그래요!
빈: (더미의 손을 내리고)
         심심해서.
         아홉 시간이나 혼자 가자면 너무 심심할 거 같잖아.
더미: (짜증) 내가 댁한테 재밌어요? 재밌어 보여요?
빈: 약간. 생긴 것도 재밌고. 하는 짓도 재밌고.
         이름은 아주 재밌고.
더미: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빈: 경찰서에서 참고인 진술서 봤지.
         너 어린 게 무슨 한이 그렇게 더미,
         더미 쌓여서 한 더미냐?
더미: 그러는 밀수꾼. 당신 이름은 뭔데!
빈: 빈. 장 빈.
더미: ..(멈칫 표정이 흔들린다)
빈: 왜 그래? 너무 멋있냐?
더미: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빈이 뭐야? 빈이. 뭐가 그렇게 텅 볐어요?
빈: 원래 (가슴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여기가 텅 볐어.
         가자. 너 재밌는 거 맞다.
         가출처녀 서울생활 할라믄 차비 아껴야지.

 빈, 더미의 손을 잡아끌고 나간다.

 


씬42 중국집, 앞

 

 작은 소읍에 윌리스 지프가 멈춰있다.

 

씬43 중국집 안

 

 더미와 빈,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요리가 올려져 있다.
         빈 앞에는 음식 없고, 더미만 짬뽕을 먹고 있다.

더미: (요리보다) 돈두 많다...진짜..
빈: 뭐, 공범한테 이 정도쯤이야. 많이 먹어.
더미 배 안 고파요?
빈: 난 속만 좀 풀면 돼.
         (더미의 짬뽕 그릇을 가져다 국물을 조금 마신다)
더미: 으..(째려본다)
빈: (더미 앞에 그릇 놓아주고) 싫으면 다시 시켜 먹어.
더미: (보다)
         왜 그런 일 해요? 무섭지 않아요?
         겁날 것 같은데..잡힐까봐.
빈: 원래 겁나는 거 하고, 스릴 있는 거 하고 한 수차이야.
         한수 넘어가면 겁나는 거고. 안 넘어가면 스릴인거고.
         (더미를 보다) 스릴? 몰라? 아슬아슬 재밌는 거.
더미: 왜 그딴 데서 재밀 찾아요?
빈: 그냥.
더미: 댁은 재밌는지 몰라도.
         국가경제를 좀 먹는 범죄라니까요.
빈: 내가 원래 좀이거든. 뭐든 잘 갉아먹어.
         한 여자 인생도 갉아 먹고.
         내 인생도 갉아 먹는데.
         그깟 국가경제 좀 갉아 먹으면 어때?
더미: .. (무슨 소린가 싶어서 본다)
빈: (이런 얘기 왜 하지? 싶은... 시선 돌린다)

 


씬41 빈과 더미의 몽타쥬

 


 해안도로를 달리는 빈의 윌리스 지프.
 빈, 운전하고 있고. 더미, 조수석에 타고 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
 더미, 멀미가 나서 차 세우고.
         논두렁길을 빨리빨리 걸어가서 꽥꽥 토한다.
 빈, 그 모습 보면서 쿡쿡-웃는다.

 


씬44 앙상블 앞, 연경 있는 곳

 

 리무진 한대가 다가오고 있다.
         연경과 상희, 피에르 방을 비롯한 학원생들,  
         거창한 손님이 궁금해서 목을 빼고 앙상블 쪽을 바라본다.
         상희, 수첩에 뭔가를 적을 준비를 하고 있다.

 


씬45 앙상블 앞

 


 장봉실, 앙상블에서 나온다.
 리무진 도착해 있다.
         경호원, 뒷좌석 문을 열면
         비서(30대, 한국여성)와 통통하고,
         소탈해 보이는 미세스 포터(미대사부인, 50대) 나온다.
         차연과 방육성,
         되지 않는 영어로 인사를 하느라 법석을 떤다.
 장봉실, 우아한 포즈로
         마치 발레의 동작 같은 포즈로 인사를 한다.

장봉실: Welcome, Madam.  It is an honor to accompany you.
 [자막: 마담, 어서 오세요. 모시게 되서
          지극한 영광입니다.]
 
연경:  (차를 보고) 온다~ 와~ 우리 원장님,
         진짜 너무 멋지시지 않니? 너무 국제적이셔.
         미국 대사부인까지 우리 원장님을 찾다니.
         정말...정말..
상희: 아시아의 최일류 디자이너시지.
연경: 건 그런데. 정말..정말...돈을 얼마나 버시는 고야~

상희: (어이가 없다) 뭐...어?
연경: 그렇잖아~ 우리나라 마나님들 돈두 ?Y?Y- 다 긁으시구.
         이젠, 달러까지.
         아니지. 프랑스 대사 부인두, 영국 부인두 단골이시니깐...
         가만, 그 나라들도 딸라 쓰나? 뭔 돈 쓰나?
         우리나라에 사니까 우리나라 돈 쓰나? 응?
상희: 프랑슨 프랑 쓰구, 영국은 파운드 쓴다. 왜?
연경: 아우, 아우~ 그래. 뭐든 어때~좋아, 좋아~
         우리 원장님 진짜 애국자야~
         외화벌일 얼마나 하시는 거야~
         나두 꼭, 여사님처럼 되구 말거야.
         애국하믄서 돈을 가마니루 끌어 담을 꼬야~
피에르: 하연경. 난, 가끔 니 두뇌구조가 엄청 궁금하다.
         나중에 너, 혹시..죽으면 대학병원에 기증하면 안 되까?
연경: 응? 뭐하게?
상희: (연경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찌르며)
         열어 볼라 그러지.
연경: 아우~ 얘, 건 너무 무섭지. 그냥 내가 갈쳐 줄께.
         열어봐야 나의 우상 빈씨 하구, 애국심 밖에 없어.
         흐흥~나의 우상 빈씬 언제 오시나~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흐홍~

 상희와 피에르, 기가 막혀서 연경을 바라본다.

 

 

씬47 빈의 윌리스 지프(저녁)

 


 서울, 30km라고 된 돌이정표 앞을 지나간다.
 빈, 라디오를 돌리면 현인의 ‘서울야곡’
         빈,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하면.

더미: 놔?舛?. 놔?? 봐요. 나 이 노래 좋아해요.
빈: 신났다. 가출처녀 완전히 소풍 나왔구만.
더미: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에~
         쇼윈도 그라스에 눈물이 흘렀다~
 이슬처럼 꺼진 꿈속에는 잊지 못할 그대 눈동자~
빈: ...(왠지 더미를 보게 된다)
더미: 네온도 꺼져가는 명동의 밤거리에.
         어느 님이 버리셨나 흩어진 꽃다발~
 레인코트 옷깃을 올리며 오늘밤도 울어야 하나~
빈: ...(더미를 본다)
더미: (노래 멈추고) 왜요?
빈: 그냥.
더미: 왜요? 나, 노래 못 한다구요?
빈: 아주 아주..오래 전에 그 노래 잘 부르던
         꼬맹이가 있었거든..
         오래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꼬맹이 준희가 생각나서.
더미: 준..희? 와~이름 진짜 예쁘다
빈: ..
더미: (노래를 흥얼거린다)
빈: ..(더미를 바라보다, 라디오를 꺼버린다)
         서울 가면 어디 갈 건데?
더미: 충무로! 명동! 젤 먼저 가보고 싶은 덴 거긴데요.
         영등포부터 가야 돼요.
빈: 거긴 왜?
더미: 태을방직에 취직하루요.
빈: (놀라는) 태을방직에?
더미: 알아요? 알죠? 하긴. 얼마나 큰 회산데요!
         서울 사는데 당연히 알겠지.
         직원복지 엄청 잘 해준대요.
빈: 서울 산다고 다 아는 건 아냐. 난 좀 알긴 하지만.

 

 

씬48 앙상블 안(저녁)

 


 장봉실, 방육성과 차연과 함께,
         (포터부인의) 옷감을 고르고 있다.
 준희,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다.
         준희, 발이 아픈지 구두를 벗는다.
         구두 떨어지는 소리가 딸칵 난다. 다 같이 본다.

준희: (웃는) 죄송해요..생각보다 힘드네요.
차연: 아우, 진짜 고준희씨 질기네.
         그만 가주믄 얼마나 좋으까?
방육성: 여사님. 완전 감옥살이 시키네요.
         어떻게 좀..해주시죠?
장봉실: .. (일어난다) 한번만 봐 주면 되지?
준희: (벌떡 일어난다) 고맙습니다.
         아마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장봉실: 가지.
차연: 잠깐만요! 잠깐만요! 선생님.
         저, 옷만 금방 갈아 입구 나올 게요!
방육성: 차연이 니가 왜 가? 부산스럽게.
차연: 선생님 비서죠. 
         내가 모셔야지. 혼자 다니시믄 선생님 위신이 안서죠!

 

 

씬49 태을방직, 영등포 공장 (저녁)

 

 

 고창회, 장봉실을 맞는다.
         차연, 장봉실을 따라왔다.

차연: 안녕하세요~ 회장님~
고창회: 아, 예. (장봉실에게)
         본사에서 모셔야 되는데..미안합니다, 이렇게 멀리.
         (미소) 샘플들이 지금 막, 다 빠져서요.

장봉실: 네.
준희: 올라가시죠, 여사님.

 

 

씬50 태을방직, 한 방(저녁)

 


 뷰티 샘플들이 나와 있다.
         행거에 걸려 있고, 마네킹에게 입혀져 있고.
 벽과 보드에는 디자인들이 쭉 붙어 있다.
         장봉실, 주의 깊게 본다.
         차연, 장봉실이 고개 끄덕이면, 따라 끄덕이고,
         지나치면 따라 지나치고 흉내 낸다.
 준희, 긴장과 기대로 그런 장봉실의 표정을 살핀다.

고창회: 이거 하고. 이건.
         우리 준희가 직접 개발한 디자인입니다.
         괜찮지요.
장봉실: ..(애매한 미소)
준희: 어떠세요? 여사님.
고창회: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뷰티가, 우리 태을방직으로선,
         도약이냐. 주저 앉느냐 기로에 선 사업입니다.
장봉실: (준희에게) 솔직하게.. 얘기해두 정말 괜찮을까?
준희: 예.
장봉실: 그 어떤 느낌도 없고. 독창성도 없고.
         그 어떤 스타일도 없구, 감수성도 없구.
         하다못해 트렌드조차 없고.
준희: ..(표정이 굳는다)
장봉실: 뭐랄까..이건 그냥.
         바자나..보그를 마구 베껴서
         섞어 놓은 거에 지나지 않아...
         뭐랄까...그 어떤...뷰티만의 이메이지가 없어..
준희: (딱딱한) 기성복은 예술이 아니에요.
장봉실: 글쎄..기성복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겠지.
         이건..상품이라기보다...뭐랄까?
         쓰레기야, 그냥.
준희: !
고창회: !
차연: 선...생님..
장봉실: 아..이런 미안. 달리 뭐라구..
         딱히 들어맞는 표현이 없어서.
         (옷감을 만져보며) 아아..얼마나..훌륭해, 이 소재.
         이런 걸 내놓는다는 건
         이 옷감을 짠 사람들한테두 그렇구,
         이 옷을 사 입는 사람들한테두 그렇구.
         미안한 노릇아닐까?

 


씬51 태을방직, 영등포 공장 근처(저녁)

 


 빈의 지프 서 있다.
         더미, 가방을 들고 내린다.

더미: 고마워요. 이제 가세요.
빈: 응. 갈 거야.
         신경 쓰지 말고 일 봐.

 

 

씬52 태을방직, 정문 앞(저녁)

 


 더미, 가방을 들고 줄래줄래 주위를 둘러본다.

더미: 와...엄청 크다.
경비: 뭐야? 아가씬?
더미: (주머니에서 채용확인서를 내민다)
         한더민데요! 취직하러 왔어요!

 

 

씬53 태을방직, 한 방(저녁)

 

 

 충격을 받은 준희,
         얼굴이 새하예져서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힌
         마네킨을 뚫어질 듯 노려보고 있다.
         장봉실과 차연은 이미 떠났다.

(장봉실의 소리) 기성복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겠지.
                이건 상품이라기보다...뭐랄까?
                쓰레기야, 그냥.
준희: ...(입술을 꽉 깨문다)

 

 

씬54 태을방직, 마당(저녁)

 


 장봉실과 차연,
         고창회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르려 한다.

고창회: 저희가 모셔다 드려야 하는데..
장봉실: 천만에요.
         (웃으며) 제 의견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고창회: (떱떠름한)...아....예..

 준희, 뛰어 나온다.

준희: 여사님!!
장봉실: 응? 왜?
준희: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 여사님 옷이 그토록 독창적이고,
         그토록 대단한 감수성을 가지고.
         그토록 뛰어난 이메이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차연: 어머머..어머..어머..
장봉실: 음...그래? 그렇구나.
고창회: 준희야!
준희: 전요! 저도 여사님이 만드신 옷을 입고 있지만.
         (자기 옷을 보면서) 이게,
 예술이라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고창회: 이 녀석이!
장봉실: 음..그렇구나..(고개 끄덕이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충고 고마웠다.
         (미소,고창회에게)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회장님.

 장봉실과 차연, 차에 탄다. 차, 출발한다.


고창회: 도와주러 오신 분한테, 어떻게 그런 무례한 소릴 해!
준희: (분해서)
         저, 이제까지 한번도 아빠를 실망시켜 드린 일
         없다고 믿었어요.  
         아빠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어요.
고창회: 그래..단 한번도 실망한 일 없다.
준희: 뷰티 당분간 중지해주세요.
고창회: (놀라서 본다) 준희야..
준희: 절 믿으세요, 회장님. 저 고준희에요.
         아버지, 딸. 쓰레기나 만드는 딸이 아니에요.
         장봉실 여사가 오늘 한 말, 꼭 철회하게 만들어요.
         두고보세요.
 
 준희, 강렬한 시선으로 고창회를 본다.

 


씬6 대한상사, 앞(밤)

 

 

 ‘대한상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제법, 그럴듯한 건물이다.
          승용차 멈추고, 동영과 허진기 내린다.
  모두 퇴근하고, 불은 꺼져 있다.
          허진기, 앞서고 동영, 주위를 둘러본다.
  허진기, 경비에게 만면에 웃음을 띠고
         ‘수고하십니다~ 야근이 있어서요.’
          인사한다. 진짜 샐러리맨 같다.

 

 

씬7 대한상사, 해외영업2부(밤)

 


 동영, 불을 켰다. 환하게 밝혀진 실내.
 주로 가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벽면에는
        ‘輸出만이 살길이다/120만 달러 輸出 달성!!’
         이라고 쓰인 표어가 있고.
         각 월별, 인원별, 영업실적 그래프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한쪽에는 인모를 탈색, 염색해 만든
         다양한 색깔의 가발 샘플이
         남여 두상 마네킹에 뒤집어 씌워져 있다.
 동영, 신중한 얼굴로 사무실을 둘러본다.

허진기: (사무실 보고) 뭐하는 덴지 알겠어?
동영: 반도상사, YH 무역, 서울, 성호, 미성 다음으로 큰
         국내 제 6위 가발수출업쳅니다.
         지난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허진기: (시니컬한 미소)
         흥..역시 경제담당 비서관이라 아는 건 많군.
         난 말야, 똑똑한 놈들이 싫더라구..
동영: ...
허진기: 여기 해외영업2부는 위장이야.
         자네랑 내가 일할 사무실이지.
동영: 여기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뭡니까?
허진기: (가발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수출해.
        미장원 다니면서,
        여자들 머리카락도 좀 긁어오고.
        어디, 산간벽지 다니면서 머리카락 삽니다~
        싱싱한 머리카락~ 이러다 보면 임무가 갈 거야.
동영: ..
허진기: 아아..그 전에 말야. 자네 몇 기야?
동영: 18기입니다.
허진기: 총 쏘는 법두 다 잊어버렸겠구만.
         (표정 굳히고) 4주간 재교육 후, 이곳에서 일한다.
         자네 이름, 주민등록은 그대로 남겠지만,
         그 외에 모든 기록은 말소된다.
         이상이야. 가봐.
동영: ..

 

 


씬55 태을방직, 정문 앞(밤)

 

 

 고창회, 생각에 잠겨 걷고 있다.
         고창회의 시선에, 실랑이를 벌이는 더미와
         최비서, 경비가 보인다.

더미: 취직시켜주세요. 여기 채용통지서두 있잖아요.
         좀 늦긴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요.
최비서: 아, 글쎄. 통지 나간지가 한달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이러면 곤란하지.
고창회: (다가와서) 무슨 일인가?
최비서: (보고) 회장님. (인사하고)
더미: (놀라서 고창회를 보다, 따라서 인사하고)
최비서: (인사하고) 이 아가씨가 채용기한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우리 회사에 들어오겠다고 떼를 써서요.
더미: (고창회한테 인사를 한다)
         저기... 전, 한더밉니다.
         좀 들어가게 해주세요,  
         회장님, 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고창회, 더미를 바라보는 모습에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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