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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318 목록 댓글 0

[패션 70s] 12

 

 

 

 

 

 

 

 

 

 

 

12회 씬18-1 대한상사, 해외영업2부(밤)

 


        동영, 보고 있던 장부들을 정리한다.
       ‘대한상사, 1967년도 수출현황/68년 현황'등의 자료다.
        자리에서 일어난 동영, 장부를 서류함에 집어넣다가
        서류함에 든 잡지를 보고 꺼내든다.

 (인서트) Recollecting the Korean War
       ‘Did that girl live?‘  Arthur Brown
 한국전쟁 회고,‘그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아서 브라운
 동영, 그 페이지를 넘겨서 무심히 본다.
        눈으로 단숨에 읽어가던 동영,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정신이 번쩍 든다.

동영: !

 동영, 잡지를 들고 허둥지둥 의자에 발이 걸려 가면서
        인체두상 모형을 쓰러트려 가면서 허진기의 책상으로 가,
        수화기를 집어 들고, 전화국 번호 돌린다.

동영: (마음이 몹시 급하다)
        해외전화 부탁합니다! 미국 타임지 본사!
        (잡지, 속지 전화번호를 보며)
        뉴욕 212 484에 1201번요!

 


씬18-2 동, 시간경과(밤)

 


 허진기의 책상에 펼쳐져 있는 잡지 내용
 (인서트)
        Social worker, Arthur Brown, confessed, my life was
 substituted for a good little girl during a misfire
 at the 8th division armory in Daegu, Korea. 
        Did that girl live?
 사회사업가 아서 브라운(사진 실리고)씨,
        한국 대구 제8사단 무기고에서
        오인총격을 가한 소녀가 내 인생을 바꿨다.
        그 아이는 살아있을까? 라는 굵은 헤드 타이틀이 보인다.
 그 위로 동영의 전화 소리 들린다.

동영: I'm interested in your last February issue...
        for the article about the Korean war
        (사이)
        I'd like to talk to Mr Arthur Brown.
        I guess I know that girl who got shot in Daegu.
        Please help me.
 귀사가 발간한 타임지 지난 이월 호 내용 중
        브라운씨의 한국전쟁 회고 기사에 관심이 있습니다.
        (사이)
        아서, 브라운씨와 직접 통화하고 싶습니다.
        (마치 상대가 앞에 있는 듯 절박한 느낌이다)
        정황으로 볼 때..한국 전시 대구에서
        총상을 입은 소녀는 제가 아는 아입니다!
        (사이)
        제발...알려주십시오...부탁입니다.

 

 

씬18-5 동, 장소(시간경과)

 


 다탁 위의 도시락이 치워져 있다.
 김홍석, 심각한 얼굴로 잡지를 내려놓는다.

김홍석: 이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총에 맞은 아이가
        ...고사장 친딸이란 거냐?
동영: 틀림없습니다.
김홍석: 강희 일수도 있다.
동영: 아닙니다.
        강흰, 준희가...죽은 줄 알고 도망쳤다고 했습니다.
        (기사를 가리키며)
        기사에도 있어요.
        분명히 두 소녀가 맞았는데..
        자기들이 갔을 땐 한 아이만 쓰러져있었다고.
        준흽니다. 아버지.
김홍석: ...
        (생각하는)
동영: 준희가...살아 있을지도 몰라요.
김홍석: ...국방부 문서 보관실을 찾아본다 해도..
        별다른 건 없을 거다.
        (브라운의 사진을 검지로 툭툭 치며)
        이 사람도 겁이 나서, 당시 부대에도 보고를 안한 일이야.
동영: 아버지.
        일프로라도 희망이 있다면..
        전 준희를 찾아야 합니다.
        연락만 되면, 교육이 끝나는 대로 미국에 가
        브라운씨를 만나보겠습니다.
김홍석: 넌, 임무를 앞두고 있다.
        이런 일에 나설 만큼 편한 신분이 아냐.
        지난번 CIA일도 있고,
        미국은 안 된다.
동영: 그렇다 해도..가야합니다.
        그때, 준희한테..약속을 했어요.
        데리러가겠다고...
        그 약속이 지금까지 저를 괴롭힙니다.
        조금만 빨리 데리러 갔으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김홍석: ..
동영: ..
김홍석: ..고사장한테..말을 하는 게 좋겠다..
        그게 순서 아니겠니?
동영: 준희가 살아있는 게 확실해지면..그때 말씀드리죠.
        괜한 실망을 하실 수도 있어요.
        (시계보고, 일어난다)
        교육이 있습니다.

 동영, 인사하고 돌아서서 가는데...
        고민하던 김홍석 입을 연다.

김홍석: 동영아.
동영: 예?
        (돌아본다)
김홍석: ...너, 강희..입장을 생각해봤니..?
        (일어난다)
동영: !
        (멈칫한다)
김홍석: 십수 년을..고사장 친 딸로..
        준희로 살아온 아이다..
        그..아이가..입을 상처도..생각해야지..
동영: ...
        (고민하다, 김홍석을 강하게 본다)
        설사, 강희가..상처 입는다 해도..
        저로서는..준흴..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살아만 있다면..그 아일...반드시..제 손으로 찾을 겁니다.

 

 

씬14 앙상블 안

 

 

 장봉실, 모델이 되어 치수를 재고 있다.
        준희, 장봉실의 바스트, 웨스트, ?Q, 화장 등등
        치수를 재서 부른다.
        못마땅한 표정의 차연, 입이 나와서 받아 적는다.
        방육성, 만족한 듯 고개 끄덕이며 보고 있다.

 


씬15 준희의 방(밤)

 


 준희, 화집과 레코드판을 있는 대로 늘어놓았다.
        방 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디자인용 스케치북이 펼쳐져 있다.
        준희, 레코드판을 고르면서 최비서와 전화하고 있다.

준희: 동경에 주문해요.
        하루미도오리 수입 서적상에.
        (사이)
        르누아르, 세잔, 고갱  화집요.
        (사이)
        오티스 레딩, 슈프림스 레코드 판두요.
        (사이)
        부탁해요. 최비서님.
        (끊고 전축 판을 건다)

(음악)  Aretha Frankin 'Respect'
 (혹은, Otis Redding의 I've been loving you too long
        같은 당시 있었던 소울뮤직이다.
        준희가 장봉실에게서 본 이미지는 소울임.)

 준희,‘장봉실...장봉실...장봉실..이미지..'중얼거리다,
        일순간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몸을 맡긴다.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는 준희.
        문 열리고, 창회 들어온다.
        창회, 딸의 춤추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다.
        준희, 문득 시선 느끼고 본다.


준희: 아빠.
창회: 멋있다. 우리 준희. 
준희: 치. 멋은.
        (전축 끄고)
        장봉실 선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창회: 전화 받았다.
        장여사가 널 받긴 했는데..특별대운 없다고.
        이해하라고.
준희: 그런 거 안 바래.
        특별대우 해준대두 내가 싫어.
창회: 우리 준희 근성은 아빠가 높이 사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장여사한테 왜 그렇게 매달려?
        뷰티 때문이라면,
        (하는데)
준희: 처음엔 뷰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다가 아냐.
        선생님 보고 있으면 화가 나.
        너무너무 기분이 나빠져.
        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창회: 준희야.
준희: 당신이 최곤 아냐!
        나두 당신만큼은 할 수 있어.
        아니, 더 잘 할 수 있어!
        선생님 기절시킬 만큼 대단한 걸 만들고 싶어져요.
        인정받고..싶어.
창회: 니가 장여사하고 비슷해서 그런다.
        열정도 비슷하고.
        고집도 비슷하고, 색깔도 비슷하고.
        너무 닮아 그래.
준희: 난 아빨 닮고 싶은데?
        (껴안다가, 떨어지고)
        크.. 소주 마셨어?
창회: 장군님이 회사루 오셨더라.
        모시구 소주 한 잔 했지.
준희: 좋으셨겠네요.
창회: (물끄러미 보다)
        우리..딸이..결혼할 때가 늦긴 했지..
        장군님이.. 동영이 결혼 말씀 꺼내시더구나.
준희: !
        (놀라서 본다)

 

 

씬18-9 김홍석 장군의 집, 마루(아침)

 

 

 동영, 아서 브라운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동영: That's her, Mr. Brown! I'm sure.
        She must be Go Jun Hee. No! I'll go to New York!
 [그 아이가 맞습니다, 브라운씨!
        (감정이 격해져서)
        당신이 말한 소녀가 바로 내가 찾는 고준희가 틀림없어요!!
        (사이)
        아뇨! 내가 뉴욕으로 가죠!]

 

 

씬18-10 뉴욕 한 사무실(밤)]

 


 제 3세계, 아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 등..
 사회사업가(제3세계 아동을 돕는 단체)의 사무실 느낌이 난다.
 아서 브라운(40대 초반),
        책상 앞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다.

브라운: I think, instead of me,
        you'd better find a korean worker
        who was at the 8th regiment Daegu.
        At that time, we were quite young
        and we're afraid of the penalty from the boss
        that we just gave him the money to take care of that.
        [나를 만나는 것 보다, 당시 대구 8사단에서 일하던
        한국인 잡역부를 찾는게 빠를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의 야경을 보며)
        우린 어렸고..상부 문책이 두려워
        그 한국인에게 돈을 주고 뒤처리를 맡겼습니다.]

 

 

씬18-11 김홍석 장군의 집, 마루(밤)

 


 동영, 브라운과 통화를 하며 메모를 하고 있다.
 (인서트)
        주방 잡역부.
        40대, 미스터 김, 키가 작다.
 동영, 물음표를 치고 있다.
        너무나..특징이 없다.

 

 

씬18-12 뉴욕 한 사무실(밤)

 


 창 밖으로 야경을 보며 이야기하는 아서 브라운.

브라운: I feel like she must be alive. she was...
 [나는.. 그 아이가 꼭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날 일을 떠올리듯) 그...소녀는..]

 

 

씬18-13 김홍석 장군의 집, 마루(밤)

 


 동영, 무슨 말인가 싶어 상대방의 말에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 위로,

(브라운의 소리)she had a really strong will to live..
               there was not much chance though.
               she cried.. cried for help.. not let her die.. 
               I got really impressed by her.   
        [살아날 가망은 없어 보였지만...
               살겠다는 의지가 너무도 강했습니다.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신음했습니다.
               나는 그 아이한테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동영: (눈을 감는다)
        ...

(브라운의 소리) Did you just say Jun Hee?
                I still remember her crying for help.
                I never forget.
         [준희라고 했습니까?
                지금도 내게 도움을 청하던 준희의 목소리를..손짓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영: (눈을 뜨지만, 목이 메어온다) 
        Mr Brown, I really appreciate it.
        I'll let you know when I find her.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이)
        브라운씨, 준희를 찾는 대로
        꼭 당신에게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안방 문 열리고, 출근준비를 마친 김홍석,
        나오다 동영의 마지막 통화를 듣는다.
        동영, 전화 끊는다.

동영: (감정이 복 받친 얼굴로 김홍석을 본다)
        ..
김홍석: (반가운)
        준희가 맞구나!
동영: (고개 끄덕인다)
        틀림없습니다.
김홍석: (주저앉듯 자리에 앉고,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린다)
        음.. 그래..살아 있어야 할 텐데...
동영: ..
김홍석: 찾을 방법은 있는 거냐?
동영: 찾아야지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얼마가 걸리더라도
        준흰 제가 찾습니다.  
        데리러 가겠다고 한 약속..
        이번에는 반드시 지켜야지요.

 동영, 확신에 찬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씬16 유도장(낮)

 


 동영, 교육과정의 하나로 유도를 하고 있다.
        허진기, 들어와 입구에서 팔짱 끼고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동영, 상대를 매다 꽂는다.
        허진기, 박수를 친다.

동영: (돌아보고)
        오셨습니까? 과장님.
허진기: (가까이 다가와서,
        동영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기분 나쁘게 찌르고)
        얼굴도 잘생긴 놈이, 머리도 좋아, 운동까지 잘 해.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군.
동영: (미소)
        과장님은 제가 영 마음에 안 드세요?
허진기: 어.
        (프로 같은 표정)
        넌, 너무 빛이 나.
        그게 우리 일에 맞지가 않아.
        빛을 좀 죽이는 연습이 필요해.
동영: ..
허진기: 가자구.
        오늘부루 교육 끝났지.
        이제 본업에 충실해야지.

 

 

씬17 미장원 안

 

 

 동영, 스포티한 차림으로
        바닥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담고 있다.
        흰 가운차림의 미용사1,
        모아놓은 머리카락을 푸대에 담아준다.
        허진기, 여주인과 농담 따먹기 하면서 킬킬-거린다.
       ‘누나~ 갈수록 이뻐져. 나이 거꾸루 먹나봐~
        담에 우리 어디 한 번 땡기루 가야지’

허진기: 어이, 어이 신입.
        상품 대하는 태도가 영, 맘에 안 들어.
        머리털 보길 황금같이 하라.
        언니들 보기를 여왕 보듯 하라~
 
 허진기,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게
        스프레이를 칙칙- 뿌리고 손으로 싹- 끌어 모아
        푸대에 넣는다.

허진기: (동영을 보고)
        대한상사에서 밥 먹고 살기 쪼금 어렵겠어, 자네.

 

 


씬18 시장 길(저녁)

 

 

 예의 승용차 한대가, 동영을 주시하고 있다.
 허진기의 삼륜차에 머리카락 푸대들이 실려 있다.
        동영, 마지막 푸대를 싣고, 땀을 닦는다.
        허진기, 날카로운 시선으로 차를 본다.
        승용차, 이내 떠난다.

허진기: 아닌가..
        (고개 갸웃한다)
        기분이 안 좋은데.
        (갸웃)
동영: 과장님?
허진기: 어.
        (보고)
        수고했어.
        우리 어디 가서 순대에 냉 막걸리나 한 사발 씩 풀까?
동영: 죄송합니다.
        오늘은 좀. 동생 생일이라서요.

 

 

씬20 클럽 포엠 안(밤)

 


 준희와 동영, 빈 술을 마시고 있다.
        테이블 위에 과일과 양주가 놓여 있다.
 세 사람, 건배한다.

준희: 생일 축하해.
동영: 축하한다.
빈: 축한 무슨. 이왕 태어났으니까 지리멸렬하게 버텨보는 거지.
동영: 녀석두, 무슨 말이 그러냐.
        오늘 같은 날은 널 축하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께 감사해야 하는 날인데.
        어머니하고 아침식산 같이 했냐?
준희: 빈이 선생님 얼굴 본지 며칠 됐어.
        집에 들어와야 생일상을 받든 뭘 하든 하지.
        점심 때, 앙상블에서 우리 미역국 먹었다.
        너 생일국 아니었을까?
빈: 그만해라.
        형두 그만하구, 술이나 마셔.
        (술 마신다)

 

 

씬21 앙상블, 식당(저녁)

 


 장봉실, 상위에 올라온 케이크를 보고 있다.
        원생들,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밥그릇 치우고 나간다.
        차연과 방육성, 장봉실의 눈치를 살핀다.
 장봉실, 수저를 들지도 않고 일어선다.

 

 


씬22 앙상블, 빈의 방(저녁)

 

 

 문 열리고, 장봉실 들어온다.
        장봉실, 아들을 위해 만든 슈트와 꽃을 들고 들어온다.
        장봉실, 엉망으로 늘어놓은 방을 보다 침대 위에,
        슈트를 놓고 그 위에 꽃을 놓는다.
 장봉실, 문 쪽으로 가려다 수족관을 본다.
        봉실, 먹이통을 들어 뿌려준다.

장봉실: 많이 컸네. 많이 먹어라..

 장봉실, 수족관을 톡톡- 치다
        수족관 바닥의 유리구슬과 돌 틈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본다.
        장봉실, 미간에 주름잡고 보다가
        손을 집어넣어 돌들을 헤집어 보석을 꺼낸다.

장봉실: !
        (새파랗게 질린다)

 

 

씬23 클럽, 포엠 안(저녁)

 

 

 술이 제법 비어있다.
        빈, 자꾸만 문 쪽을 쳐다본다.

동영: 요샌 스쿠버두 잘 안나간다 그러고, 뭐하고 지내니?
준희: 모르는 게 나아.
        알아봤자 동영씨 속만 터질 테니까, 모른 체 해.
동영: 빈아?
빈: 아.
        어? 왜?
준희: 장빈 너 오늘 왜 그러니?
동영: 누구 오기로 했어?
빈: 어.
        오라군 했는데 올진 잘 모르겠다.
        워낙 바쁜 녀석이라.
동영: 누구? 친구?
빈: 여자.
준희: 여자? 니가 이런 날, 이런 자리에 데리구 올만큼 진지한 여자가 있었어?
빈: 형한테 소개해주고 싶어서.
동영: 야아! 그래! 좋다. 잘 됐다!
        대체 내 동생 빈일 움직인 여자가 누군지 궁금한데.
        어떤 분이야?
빈: 안기고 싶은 여자.
동영: ?
        (말뜻 잘 이해가 안 되는)
준희: (깔깔~ 웃는다)
        난, 또.
        니가 안아 보고 싶은 여자가 한둘이었어.
빈: (무표정한)
        아니. 안아보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
        안기고 싶은 여자.

 동영과 준희, 빈의 다른 모습에 의아해서 본다.
        빈, 씩- 웃는다.

 


씬24 동양 상회(밤)

 

 

 더미, 박사장에게 월급을 받고 있다.
        더미,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박사장: 허군 니도 욕봤고.
        더미야, 니야 말로 억수로 고생 많았데이.
더미: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박사장: (어깨 두드려준다)
        오이야, 앞으로도 하든 거 맹크로 해라.
        주산은 인자됐고, 부기는 쪼매만 더하면 되겠더라. 
        그래, 열심히 하믄 뭐가 되도 될끼다.
더미:  헤헤~
        (웃는)
박사장: 인자 고마 시마이 하자.
        내, 오늘 돼지 보쌈 한 턱 내 뿌께.
        한 달 동안 욕 들 봤다.
더미:  사장님, 보쌈은 내일 먹음 안 될까요?
        약속 있어서요.
허군:  재주 좋네. 서울 상경 한 달 만에 그새 남자 붙었냐?
더미:  (화가 나서 씩씩)
        남자 아니구요!
        신원보증 서 준, 그 오빠예요!!

 

 

 

씬25 거리(밤)

 

 

 더미, 쪽지를 들고 걸어오면서 연신 주위를 확인한다.
 (인서트)
        클럽 포엠이라고 적혀 있고, 약도가 그려져 있다.
 더미, 확인하다 보면, 멀리 신문사가 보인다.

더미: ...

 

 


씬26 신문사 안(밤)

 

 

 광고담당 직원, 곤란한 얼굴로 더미를 보고 있다.
        더미, 월급봉투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직원: 하아..참. 이 아가씨야.
        사진도 없다. 나이도 모른다..
        아는 건 김동영 이름 석자 밖에 없다.
        이러고 뭔 광골 싣나?
더미: 그래도..어떻게 안 될까요?
        전, 그 사람...꼭 찾아야 되거든요..
        그 사람 만나려고..서울까지 왔거든요.
직원: 여기선 안 되구, 꼭 찾아야겠으면 흥신소에 의뢰해봐.
더미: (질겁을 한다)
        안돼요! 거긴! 다신 안가요!!
직원: 내가 믿을 만 한데 추천해 줄 테니까 함 가봐.
        전직이 형사라, 믿어두 돼.
더미: ..

 

 

씬27 클럽, 포엠 안(밤)

 


 좋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희, 일어나서 동영에게 손을 내민다.

동영: 춤이라면 빈이지.
        둘이 나가.
준희: 쟨, 안기고 싶은 여자한테 안겨서 추라 그러구요.
        (손을 흔든다)
        얼른요.
빈: 나, 신경 쓰지 말고 나가봐, 형.

 준희와 동영, 플로어로 간다.
        두 사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조용한 블루스곡이 나지막하게 흐른다.
 
준희: 동영씨, 요새 무슨 일 하는 거야?
동영: 말했잖아.
준희: 아니, 대한상사 취직했다 그런 거 말구.
        진짜 무슨 일 하는 거야?
동영: 그게 진짜야.
        대한상사 해외영업부 직원.
준희: 나한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거지?
동영: 대답할 수 없는 걸 자꾸 물어보면 안 되지.
        너한테 거짓말 시키고 싶지 않아.
준희: (한숨)
        ...또 다시, 당신 사라질까봐 두려워.
        한 번은 견뎠지만..두 번은 못 견딜 것 같아.
        우리, 결혼해요.
동영: !
        (멈춰 선다)
준희: (멈춰서고)
        아저씨가 아빠한테 말하고, 그런 게 아니라.
        동영씨가 나한테 청혼해줘.
동영: ...준희야..
준희: 사랑하지 않는단 말은 하지 마.
        빛깔이 다를 뿐야.
        말했잖아. 연민도 사랑이라고.
        세상에서 젤 질긴 사랑이라고.
        우리, 결혼해..
동영: 안 돼.
준희: 난 당신이 어떤 일을 해두 견딜 수 있어.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음악) 
        아웃 되고.

동영: (망설이다 어쩔 수가 없다)
        내 마음 속에 다른 여자가 있었어.
준희: !
        (가슴이 쿵, 떨어진다) 
동영: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준희: (고통스러운 목소리)
        말도 안돼.. 그만해..거짓말 하지 마..
동영: 거짓말을...할 수가 없어서...이러는 거야..
준희: ..
동영: 그..여잘..평생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그 아이를...버렸어.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던 걸,
        준희..너하고 할 순 없잖아.
        예의가 아니지.
        널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준희: (절규가 터져 나온다)
        그만하라니까!!!

 빈, 놀라서 준희를 본다.
        준희, 휙 돌아서서 자리를 피하듯 걸어 나간다.
        동영, 말없이 아프게 준희의 모습을 본다.
 빈, ‘준희야!!’하며 일어선다.

빈: 형, 왜 그래! 뭐야!
동영: 준희한테...좀...가봐줄래...

 

 

씬28 길거리(밤)

 

 

 빈, 준희의 핸드백을 들고
       ‘준희야!! 준희야!!!’ 찾아 헤맨다.
 문득 어두운 곳에 웅크린 그림자가 보인다.
 남의 집,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공처럼 몸을 말고 있는 준희가 보인다.
 준희, 쭈그리고 앉아 끌어안은 두 팔에 얼굴을 묻고
        그 자세로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빈: 준...희야...?
준희: ...
빈: 준희야...
        (옆에 앉는다)
준희: ...
빈: 야...임마... 준희야. 고준희.
준희: ...
        (입술 사이로 가냘픈..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빈: ...

 준희, 공처럼..태아처럼 깊이 몸을 말고 고통을 참고 있다.
        빈, 딱하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하고,
        그저 준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씬29 클럽, 포엠 안(밤)

 

 

 더미, 쭈빗쭈빗 들어온다.
        동영, 혼자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동영, 고개를 숙인 채 술을 마신다.
 더미, 자리를 쭉- 돌아가며 빈이 있나 찾아본다.
 더미, 동영의 옆 자리를 지나간다.
 고개를 조금 떨군 채 술을 마시던 동영,
        더미를 보지 못한다. 
 더미, 다시 한 번 약도 확인하고,
        손목시계 보고...뭐가 잘못됐나 싶어 고개 갸웃갸웃 한다.
 웨이터, 다가온다.
       ‘일행 찾으십니까?/아..아니에요..’ 하며,
        더미, 돌아선다.
 동영, 왠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본다.
 동영의 시선에 더미가 보인다.
        더미가, 문을 밀고 나가고 있다.
 동영,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손끝으로 눈을 씻고 다시 본다.
 문을 막, 빠져나가는 여자.
        분명히 더미다.
 동영,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씬30 동영의 몽타쥬(밤)

 

 

 동영, 더미를 찾아 미친 듯이 헤매고 있다.
 골목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 뛰어 다니는 동영.
 동영, 드디어 더미를 발견한다.
 더미, 빈에게 공중전화를 하고 있다.
 동영, ‘더미야...’
        자기한테만 들릴 듯한 낮은 목소리로
        더미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동영, ‘더..미야..’
        그리운 듯...고통스러운 듯...
        더미를 바라본다.

 

 

씬31 공중전화 앞(밤)

 

 
 더미, 빈이 써준 쪽지를 보며 공중전화를 한다.

 

 

씬33 공중전화 앞(밤)

 


 더미, 돌아선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동영,
        자신도 모르게 얼른 몸을 숨긴다.

 


씬34 동양 상회 앞(밤)

 


 더미,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 닫히고 불이 켜지면,
        뒤 따라온 동영, 동양 상회를 본다.

동영: 여기 있었구나...
        맹골도에..어머니하고 있겠거니..했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었구나..

 

 


씬35 동양상회, 더미의 골방(밤)

 

 

 더미, 저녁을 굶고 와서 배가 고프다.
        부기연습을 하면서,
        찬 보리밥 한 덩이 물에 만 것을,
        달랑무 김치와 먹고 있다.
        부기연습장에 김치 국물 떨어지면
        대충 닦아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더미.
        그 위로, 들리는..

(동영의 소리)
        소원도 바뀔 수 있다고 했지?
        더미야...날...소원하지 말고, 잊어..
 열심히 일하다보면..시간이 지날 거고..
        시간이 지나면..다른...사람을 바라보는 날이 올 거야...
        용서해라 더미야..

 

 

씬36 길거리(밤)

 

 

 냉정을 되찾은 준희, 빈과 이야기 하고 있다.

준희: 동영씨한테 여자가 있대.
빈: 농담하니?
준희: 가슴에 깊이 남은 여자래.
        평생을 지켜주고 싶을 만큼.
빈: 하하..참 죽겠네.
        대체 언제?
        형이, 뭔 시간이 있어서?
        누굴 언제 만났다구, 가슴에 담아?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니가 형을 몰라?
준희: 알지.
        김동영씨 절대 허튼 소리 하는 사람 아니라는 거.
        적어도 그 사람 입에서 나온 얘긴 백프로 진실이라는 거.
        너무 잘 알고 있어.
빈: 야, 난 안 믿긴다.
준희: 넌..나만큼..동영씰..몰라.
        (씁쓸한 표정 짓다가)
        갈께.
빈: 데려다 줄께.
준희: 장빈 요새 너무 친절해지는 거 같아 적응 안돼.
        혼자 갈께.
빈: 나하고..어디 가서 한 잔 더 할까?
준희: 안기고 싶은 여자한테나 가봐.
        생일 망쳐 미안해.

 준희, 핸드백 들고 걸어간다.
        그 모습을 보는 빈.

 

 

씬37 클럽 포엠(밤)

 

 

 빈, 동영도 더미도 없는 클럽에 혼자 앉아 있다.
        술을 따른다.

 

 

씬39 동양 상회(새벽)

 

 

(소리)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사이렌

 동영, 동양 상회 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다가
        그 소리를 듣는다.
 그리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동양 상회를 보다가 돌아서는 동영.
 동영이 돌아서면,
        더미 문을 열고 나온다.
        외출복 차림에 가방을 맨 더미,
        두 팔을 위로 뻗어 잔뜩 기지개와 하품 한다.

 

 

씬40 앙상블 앞(새벽)

 

 

 더미, 기웃기웃 해본다.
        더미, 가방에서
        빈의 생일 선물(내복이다)을 꺼내 고민한다.
 
더미: 그때..
        그 선생님이 다시 오지 말라 그랬는데..어떡하지..
        (내복을 우편함에 넣으려고 하면 안 들어가고,
        문 앞에 놓았다가)
        아..누가 집어가면 어떡해..
        큰 맘 먹구 산 건데..

 더미, 다시 내복을 가방에 넣고
        문을 살짝 열어본다.
        문이 밀린다.

 

 

씬41 앙상블, 다림질실 앞(새벽)

 

 

 이층은 전부 불 꺼져 있는데,
        다림질실에만 불이 켜져 있다.
 더미, 지나가다 안을 들여다보면
        다림질 하는 연경이 보인다.

 

 

씬42 앙상블, 다림질실 안

 

 

 피곤에 찌든 연경,
        의상을 다림질 하고 있다.
        지난 번 미대사 부인 옷 일로 벌을 받느라
        밤새, 다림질하던 중이다.
        다림질을 끝낸 화려한 의상들이 걸려 있고..

더미: 와~~ 멋있다..
연경: (돌아보다, 더미를 발견하고 눈이 뚱그래진다)
        어!! 너..너 여기 왜 또 왔어!
 선생님들한테 들키믄 어떡할라구!
더미: 조심해서 살짝 들어왔어요~
        와...이거 다 언니가 만든 거예요?
        밤새 옷 만든 거예요?
연경: (화가 뻗치는)
        이게 니 눈에는 옷 만드는 걸루 보이냐!
        밤새 벌 받는 거지!
        한 달 동안, 화장실 청소 다해! 앙상블 의상 다림질 다 해!
        쓰레기 당번 다해! 올라믄 진작 오든지!
        뭐야 너 혼자 쏙- 빠져나감 다냐!!
더미: 미안해요~
        (웃고)
        언니, 대신 이거 내가 다 다릴까?
연경: 다림질 할 줄 알아?
더미: 다림질 못하는 여자가 어딨어.
        (전기다리미 보고)
        이건 하기도 좋네. 인두두 아니구.
        언닌, 눈 좀 붙여요. 내가 다 해 놓을께.
연경: ...그럴까...그럼..
        (생각하다)
        너, 또 입어 볼라 그러지!
더미: 으이..한번 야단맞았음 됐지.
        또 그럴까, 설마.
        내가 할께요.
연경: 흐흥~ 고마워서 어쩌나~
        그럼, 나 쬐끔만 잘께~
        어제두 수업시간에 코골다 차선생한테 대자루로 맞았거덩..

 연경,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
        팔을 괴고 눈을 감는다.
        더미, 옷을 다리기 시작한다.

 

 

씬43 동장소(시간경과)

 

 

 연경, 낮게 코 골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더미, 옷 한 벌 다 다리고 옷걸이에 해서 행거에 건다.
        다른 드레스 하나를 골라드는.

더미: (이리저리 펴보고)
        움..이건 저번에 내가 입었던 거랑.. 품이 똑 같네.
        느낌도 비슷 하구.
        근데 이게...훨씬 더 멋있다.
        빈씨 엄마, 엄청 옷 잘 만드신다..
        (하면서 다리기 시작한다)

 밖에서 저벅저벅 하며 계단 올라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더미: 응? 빈씨..오나?
        (다리미를 세워놓는다)
연경: (눈을 번쩍 뜬다)
        어디, 어디!! 빈씨가 왔어!!
더미: 그런 거 같은데, 언니.
        좀 전에 차 소리 났는데..

 더미, 문 쪽으로 간다.
        연경, ‘그래!! 빈씨!!’ 머리를 만지면서 허둥지둥 간다.
 그 바람에 의자가 넘어지고..
        연경, 의자 세우느라 다리미 줄을 건든다.
 다리미, 대사부인의 드레스에 넘어진다.
        다리미판이 부드럽고, 옷 위에 쓰러져 다리미 소리가 안 난다.
 연경, 문을 열고 내다보다 들어왔다.

더미: 빈씨 맞아요?
연경: 온 거 같기두 하구. 안온 거 같기두 하구.
        근데, 자긴 왜 나의 우상 빈씨 한테 관심이야?
        딴 남자 잡으루 왔다며!
        관심 꺼! 꺼! 꺼!
더미: 하하- 언니두..참..
        (하다가)
        음..이게 무슨 냄새야?
연경: 응? 냄새? 뭔 냄새?

 더미와 연경, 돌아본다.
        다리미가 엎어져 있다.
 더미, ‘으!! 어떻게 된 거야!’
        하면서 뛰어온다.
        얼른, 다리미를 일으켜 세운다.
        드레스에 다리미 자국이 나 눌어붙었다.

더미: !
연경: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쓰러질 것 같이 휘청한다)

 

 


씬44 빈의 방(새벽)

 

 

 빈,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봉실, 등을 보이고 서 있다.

빈: (깜짝 놀란다)
        어! 놀래라.. 여사님...여기서 뭐하세요?
장봉실: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빈: (침대 위에 놓인 슈트와 꽃을 본다)
        뭐예요? 생일파티라도 하자고 기다리신 거예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생일 케?揚? 없어요?
장봉실: (빈의 뺨을 후려친다)
빈: (표정이 차갑게 굳어서 본다)
장봉실: (다시 한 번 빈의 뺨을 후려친다)
빈: 뭐하자는 거예요! 지금!!

 장봉실, 빈을 노려보다
        수족관에서 꺼낸 보석을 집어 던진다.

빈: !
        (잠깐 놀랐다가, 보석을 줍는다)
        대단한 안목이네요~잘 숨긴다고 숨겼는데.
        여사님 안목은 역시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장봉실: 언제까지 니 인생을 쓰레기통에 쳐 박을 꺼야!
        언제까지 니 자신을 학대하구, 우롱할꺼야!
빈: 갑자기 왜 이러실까.
        여사님도 늙으시나? 갑자기 내 인생까지 걱정해주고.
        왜 자꾸 이러시나 모르겠네.
장봉실: 널 신고하는 게 낫겠다.
빈: (어이가 없는)
        뭐요?
장봉실: 그래! 그게 나아!
        (전화기 있는 데로 간다)
        누구 총인지도 모를 경찰 총에 죽는 것 보단! 감옥이 나아!
        어느 바다, 어느 갯벌에서 죽어 나자빠질 바에야 그 편이 나아!!
        그래두 살아는 있는 거니까!
        차라리 감옥에 가!!

 장봉실, 수화기를 든다.

빈: 쓰레기통에 날 쳐 박은 건 여사님이잖아요!!!
장봉실: (수화기를 들고 본다)
빈: ...
        (무섭게 장봉실을 노려본다)

 

 

씬45 앙상블, 다림질실(새벽)

 

 


 연경, 더미를 양 주먹으로 타닥타닥 아프지 않게 때린다.
        짜증내는 수준.

연경: 몰라, 몰라 이제 어쩔 꺼야. 이제 어떡해!
        자기, 뭐야! 왜 포터대사부인 옷만 골라서 말썽이야!!
        어떡할 꺼야!! 이제!! 어쩔 꺼야!!
더미: ...
        (눌은 자국만 뚫어져라 본다)
연경: 내 인생, 조질라구 작정 했니!
        남자 잡으루 온 게 아니구,
        이 하연경이 인생 잡을라구 온 거지!
더미: ...
        (울상이다)
        미안해요..
연경: 그래...이게..내 팔자지, 뭐.
        내가 뭔 복에, 데자이너가 되겠어..
        버스 차장이나 하면 장하지.
        (돌아선다)
더미: 어디..갈려구요?
연경: 짐 싸루 간다, 왜!!
        매 맞구 쫓겨나기 전에, 내 발루 고향 갈라 그런다 왜!
 버스 차장자리 알아보루 간다, 왜!!
더미: (잡는다)
        기달려, 언니.
        내가..책임질께..
연경: 니가 뭔 수루 책임을 져!
더미: 빈씨 어머니한테, 내가 가서 용서 빌께.
        그냥..몰래 들어왔다 옷이 너무 이뻐서 입어봤다.
        구겨져서...다려 놓을라 그러다가 태웠다.
연경: ...원장님이...믿으시까..?
더미: (고개 끄덕인다)
        원장님 방이 어디에요?

 

 


씬46 빈의 방(새벽)

 

 

 빈, 장봉실과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빈: 여사님이 얼마나 이기적이구,
        얼마나 악랄한 사람인지 모르는 줄 알아요!
        그깟 디자이너가 되겠다구.
        내 아버질 버렸잖아!
장봉실: 니가 뭘 알아!
        그 인간 때문에 내 인생이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뭘 잃어버렸는지 어떻게 알아!
빈: 코코 샤넬처럼 유명해지지 못해서요?
        세계적 디자이너 장봉실이 못된 게 그렇게 억울해요!
장봉실: 그래! 억울해!!
        그 인간만 아니었으면, 난 밀라노에 가기루 돼 있었어!
        니 아버지가 날 질투했어!
        내가 최고였으니까!
        동경 분카복장학원 역사상 내가 제일 뛰어났으니까!
        동기생이던 니 아버진, 참을 수 없었던 거야!
        질투루 정신이 이상해졌어!
        그래서, 날 가졌던 거야!
        내 인생을 망치려구!
빈: 그게 자식 앞에서, 아버지한테 할 소린가요!
        아무, 변명도 할 수 없는 사람한테 다 뒤집어씌울 셈이에요!
장봉실: 참으려구 했어!
        너 때문에 모든 걸 다 포기했어!
        니 아버지 시다로, 니 아버지의 그림자로,
        그 사람이 내 디자인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할 때도
        다 참았어, 너 때문에!
빈: 그래서...날 버렸어요?
장봉실: ...뭐..라구..?

 

 


씬47 빈의 방 앞(새벽)

 

 


 더미, 망쳐진 포터부인 드레스를 들고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빈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온다.

(빈의 소리) 그래서 날 버렸냐구요!!

더미: ?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잠시 망설이다 문 앞으로 간다)

 

 

씬48 빈의 방 안(새벽)

 


 
빈: 기억 못할 줄 알아요!
        당신이 날, 갖다 버린 걸 내가 잊은 줄 알았어요!
장봉실: !
        (충격 받는)

 


씬49 빈의 방 앞(새벽)

 

 

 더미, 귀 기울여 듣고 있다.

(빈의 소리) 소풍 가자 해 놓구,
            한 겨울 을밀대에 자식을 버린 사람이잖아! 당신이!!

더미: !
        (충격 받는)

 

 

씬50 빈의 방 안(새벽)

 

 

빈: 그 겨울..
        대동강변 바람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당신이 알아!
        어린아이는 상처 받지 않는 줄 알아!
        이틀 동안 그 자리에서
        울다, 울다. 눈물까지 얼어붙은 그 기억이
        한시라도 내 안에서 지워진 줄 알아요!
장봉실: 그때..난 어렸었다...
빈: 그게 변명이 된다고 생각해요!!
장봉실: 니 아버질 떠나 동경에서 돌아왔어.
        결혼식도 안하고...
        여자 혼자..널 기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아니...?
        날마다 죽고 싶었다...
빈: 날 기르는 게 힘든 게 아니었겠지!
        포기 못한 꿈 때문에 괴로웠겠지!
장봉실: 빈아..엄마가,
        (하는데)
빈: 그렇게 부르지 마!
        당신은 절대 어머니가 될 수 없는 사람이야!!
        당신은 당신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장봉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니가 미웠어.
        원망스러웠어.
        널 보면, 날 이용한 네 아버지가 떠올라 견딜 수 없었어.
        너만 아니었다면, 마랑고니 스쿨에 갈 수 있었을 꺼라구.
        최고가 될 수 있었을 꺼라구.
        그땐 그렇게 믿었다..
빈: ..
장봉실: 이해해 줄 순 없겠니?
        그때..난.. 지금 너보다 어렸고...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아파하느라..
        널 제대로 돌보지..못했어..
        미숙한 어머니였다고..
        용서해주면..안되겠니?
빈: 웃기지 말아요!!
        내 마음은, 이미 그때 버려진 강가에서 얼어붙었어!
        왜! 차라리, 날 없애버리지 그랬어요!
장봉실: ...
        (표정이 차가워진다)
빈: 뱃속에 있을 때 지워버리지 그랬어요!
        여사님 인생에 방핸 안됐을 텐데!
장봉실: (화나는)
        그래!!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빈: !
장봉실: 이렇게 살 바엔!
        이렇게 고통 받을 바엔!
        차라리..넌..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겠구나...
빈: (싸늘하게 노려보다 문을 연다)

 

 

씬51 앙상블, 건물

 

 

 더미, 문소리가 나자 자기도 모르게 뛰어 내려간다.
        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가는 더미.
        빈, 나오고 문이 쾅- 닫힌다.

 

 

씬52 빈의 방(새벽)

 

 

 장봉실, 울고 있다.
        어깨를 떨며 오열하는 장봉실.

 

 

씬53 앙상블, 마당(새벽)

 

 

 아무도 없는 분수대 앞 벤치에
        드레스를 놓고 가슴을 쿵닥거리며 앉아 있는 더미.
        빈, 내려와서 대문 쪽으로 가려다가 더미를 본다.
 빈과 더미,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빈: ...
더미: ..
        (못들은 척, 억지로 웃어주려는데
        얼굴 표정이 부자연스럽다)
        안녕..
 저기..어제..생일 장소를..
        내가 잘못 알았나 봐요...
        선물 주루 왔는데..
빈: ..
더미: (일어난다, 말이 횡설수설한다)
        기다릴래요...선물..이층에 있는데..
빈: (다가온다)
더미: ..
빈: 나..한 번....안아줄래..?
더미: !
        (깜짝 놀라고)
        건...안되는데...요..
빈: 안 되도...한 번만...안아주라...
더미: 진짜...안되는데...요..

 빈, 손을 내리고 더미의 가슴에 푹- 기댄다.
        더미, 깜짝 놀란다.
 빈이 손을 내리고 있어서 넘어질 것 같다.
        더미, 어쩔 수 없다..
        빈이 너무 가엾다.
 더미, 빈의 머리를 안아준다.

 

 

씬54 김홍석 장군의 집, 근처 거리(아침)

 

 

 동영, 걸어온다.
        클락숀 소리가 들린다.
        동영, 돌아보면 준희의 차다.

 


씬55 김홍석 장군의 집, 앞(아침)

 

 

 동영과 준희, 서 있다.
        두 사람, 말을 꺼내기가 그렇다.
        말이 없는.

동영: 피곤해 보인다.
        밤새..못 잤구나.
준희: 동영씨도 만만찮아 보여.
        밤새, 일키로는 빠진 것 같은데?
동영: ..
        (미소)
준희: 잘 수가 없었어.
        빈이 말대루...여자가 있다는 말,
        농담이면 좋겠다.
 농담이겠지..밤새...그러구..
        날 타일렀는데..아닌 거 아니까.
        농담 같은 거
 당신 못하는 사람이니까.
동영: 미안하다.
준희: 동영씨 마음에 산다는 여자가 누군지 말해 줄 수 있어?
동영: (고개 젓는다)
준희: ...맹골도였어..?
동영: ..
준희: 그렇구나.
        (생각하다)
        지난번..나한테 이력서 줬던 그 아가씨야..
        혹시 더..미?
 그 여자야?

 

 

씬2 앙상블, 실습실(아침)

 

 

 더미, 가방에 포터대사부인 드레스를 챙겨 넣고 있다.
        그 옆에, 울어서 눈이 빨간 연경,
        휴지에 코를 팽팽-풀어댄다.

더미: 그만 좀 울어, 언니.
        자꾸 운다구 해결 돼?
연경: 안 운다구 해결 되는 것두 아니잖아!
        너한테 다리밀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가방 싸야지..고향 가야지..흑..
        (휴지를 눈에 갖다 대는)
더미: (말이 안 통한다. 고개 젓고)
연경: 도대체 말이 되냐구!
        니깐 게 어떻게 원장님 드레슬 똑같이 만든단 거야!
        우리 원장님이, 동네 양품점 아줌마냐고오...
더미: 딴 방법 있어요?
        더 좋은 방법 아는 거?
연경: 있으면 내가 이러구 있겠냐! 기집애야!
더미: 있다, 기숙사 취침 시간 되믄 오께.
        (나가는)

 

 

씬3 앙상블 앞, 빈의 차 앞(아침)

 

 

 빈, 의자에 깊숙이 머리 기댄 채 한 팔로 눈을 가리고 있다.

(더미의 소리) 자요?

빈: (보면, 더미가 옆에 있다)
        응
더미: (가방에서 부시럭거리며 빈의 싸구려 포장 선물을 꺼낸다)
        자요. 생일선물.
 축하해요.
빈: (받아서, 상자를 앞뒤로 보고)
        뭐냐?
더미: 낙타표 내복요.
빈: (멀뚱하게 본다)
더미: 큰 맘 먹구~
        (손가락 두 개 펴고)
        두 개~
빈: 하하하- 진짜, 골 때리네.
        내가 니네 아버지냐?
        안 입어. 임마.
        런닝두 안 입는데, 내복은 무슨.
더미: 그래두 뒀다 입어 봐요!
        찬바람 불면 좋단 말야!
        (흘긴다)
        씨이..사람 성의 무시하구 있어..
빈: (빙긋- 웃으며 내복상자 한 번 보고,
        오른손 엄지로 조수석 가리키며)
        타.
더미: 버스 타구 갈 꺼에요.
빈: 누가 너 데려다준데.
        (내복을 뒷좌석에 던져 넣고)
        밥 사야지. 약속했잖아.

 

 

씬8 국수집, 안(아침)

 

 

 (더미와 준희가 함께 아침을 먹었던
        바로 그 국수집이다)
 다른 손님은 없고, 더미와 빈뿐이다.
        주인, 국수 두 그릇 놓고 간다.
 더미, 국수를 맛있게 먹는다.
 
빈: 아줌마, 술 있으면 아무 거나 좀 줘요.
더미: 아줌마 됐어요!
        (흘기고)
        지금두 술 냄새 풀풀 나는데, 뭔 술을 또 마셔요!
빈: 속 풀라 그래.
더미: (국수 가리키며)
        국물 마셔요. 술루 속 풀다, 골병들어.
        나중에 마흔되구 쉰 되면 어떡할라 그래요?
        자요-
        (젓가락 내민다)
빈: (받고)
        쨍알쨍알, 시끄러 죽겠네.
        (국물 조금 마신다)
더미: 시끄럽게 해서 미안한데요.
        빈씨 봄 안할 수가 없어, 걱정돼서.
        국수도 좀 먹어요.
        생일날 면먹어야 오래 산데.
        어제 제대루 안 챙겨 먹었죠?
빈: 진짜 마누라 같이 구는데?
더미: 얼른 먹어요!
        그럼 안 그럴 테니까!
빈: 아니...계속해줘.
         앞으로두..쭉, 잔소리 하구..화 내구..걱정해 주구..
더미: (국수 먹는다)
        싫어.
        날 더운데 나두 지쳐.
        빈씨한테 신경 끌꺼야.
빈: 그러지 마.
더미: (본다)
빈: 나, 너하고...
        연애하고 싶다..
더미: 씨이! 또 장난친다.
        (흘기고 국수 먹고)
 
 빈, 국수 그릇 밀어 놓고 탁자에 팔을 얹고,
        그 위에 턱을 얹는다.
 그 자세로, 더미를 빤히 본다.

빈: 너...그 남자 잊고, 나랑 연애하자.
더미: !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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