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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1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340 목록 댓글 0

[패션 70s] 14

 

 

 

 

 

 

 

 

 


씬6 장봉실의 방(밤)

장봉실, 세리주를 잔에 따르고 있다.
차연, 드레스를 들고 옆에 서서 종알거린다.

차연: 술 드시믄 안되시는데.. 아직 실밥두 못 뽑으셨는데..
장봉실: ..
차연: 뭐 그런 무식하구 싸가지 없는 게 다 있죠?
     선생님, 너무 너무 속상하셔서
     그러시죠? (생각하니 울화가 치미는) 빈이까지 진짜!
     열통 터지는 거 있죠!
장봉실: (마시는) 그만 나가봐.
차연: ..(생각하다) 술..조금만..드세요. (드레스를 보며)
      이건..소각장서 태울께요..

차연, 장봉실에게 인사하고 문 쪽으로 간다. 그 모습을 보던 장봉실.

장봉실: 그건...여기다 두렴.
차연: 네...?
장봉실: (손짓으로 의자를 가리킨다)
차연: 네에..(의아하지만 의자 위에 드레스를 놓고 문 쪽으로)

차연, 나간다. 장봉실, 세리주를 들고 걸어온다.
세리주를 한 모금 마시고, 테이블 위에 잔을 놓는다. 드레스를
빤히 본다.

씬10 어린 준희의 고아원, 근처(새벽)

택시 한 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는 동영, 손에 메모를 들고 안쪽 깊숙이 있는 고아원을
본다. (세월이 20년 가까이 흘렀으니, 외경이 변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평화의 집’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동영:..(준희가 있을지도 모른다.)

동영, 떨리는..혹은 불안한 마음으로 고아원을 바라본다.
수녀님, 자전거를 타고 나오다가 동영을 본다.
동영과 수녀, 시선이 부딪친다.
 
씬11 고아원, 사무실(새벽)

수녀님, 동영에게 차를 한 잔 내준다.

동영: 1951년 삼월 십일경 입니다. 김판술씨라고 대구,
      8사단에서 일하던 분인데 그 분이 총에 맞은 아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수녀: ..
동영: 한달 쯤 있다, 그 애가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병원에 갔더니 이 고아원에 맡겼다고 했답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수녀: (기억을 더듬다) 기억나요! 그래요, 그 아이, 대구 성가병원
      에서 치료 받고 이리로 옮겨왔죠. (가슴과 어깨 부위를
       가리키며) 여기, 총상이 심했어요.
동영: !! 맞습니다!! 수녀님! 그 애가 우리 준흽니다!!
수녀: 준희...?
동영: 네, 준희. 고준희.
수녀: 그렇구나. 그 얘 이름이 준희였군요.
      그 아이하곤..어떻게 되시나요?
동영: 여동생과..다름없는 아입니다.
수녀: (고개를 끄덕인다) 
동영: 수녀님, 우리 준흰 지금 어딨습니까? 
수녀: 이상하다...왜 아직두..동생을 못 만나셨죠..?
동영: ? (무슨 소린지 의아해서 보는)

씬12 동 사무실(새벽)

서류함이 열려 있고. 테이블에 파일들이 놓여 있다.
수녀, 동영과 함께 파일을 보고 있다.

수녀: (파일을 짚어가면서) 이제야 정확하게 기억나는군요.
      51년 사월에 성가병원에서 퇴원, 저희 평화의 집으로 왔고.
      이태 후 53년 칠월 이십삼일에 퇴소했네요.
동영: 데려간 사람 이름이 왜 없습니까? 아이를 데려갈 땐...
      누가 데려갔는지..확인을 하셨을 텐데요..?
수녀: 죄송합니다..변명 같지만 그땐 정말 전쟁고아들이
      너무 많아서..그냥 일하는 아이루 데려가 밥만 먹여 준다 해두...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영: ..
수녀: (고개를 숙인다) 용서하세요..
동영: 다시..한 번 생각해봐 주세요.
수녀: ..(생각한다)
동영: ..지금으로선..수녀님만이 유일한..희망입니다..뭐든..좋습니다..
     뭐든, 우리 준흴...찾을 수 있게..도와주십시오.
     기억나시는 게 있으시면...하나도 빼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수녀: ..(한숨을 쉰다)

씬13 고아원 내부 시설(새벽)

동영, 수녀와 걸어온다. 몇몇 아이들,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동영, 멈춰선 수녀를 본다.

수녀: (벽쪽 침상을 보고) 하루..종일..벽만 보고 있었어요..
     충격이 커서..심한..자폐증셀 보였답니다.. 아무 말두..하지 않구..
동영: ..

동영, 침대에 앉는다. 주마등처럼, 어린 준희가 떠오른다.
(인서트) 어린 준희가, 오빠~~ 동영오빠~하고 부르던 여러
모습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동영: ..(낮게 신음하듯) 준...희야... 준희..야 (눈시울이 붉어진다)
수녀: (기억이 난다) 엄마..라구..
동영: (본다)
수녀: 엄마..라구..불렀어요! 그 아이 함께 간 아주머니한테
      엄마라구 했어요.
동영: 그럴 리가 없습니다. 준희 어머닌
      일사후퇴 때 돌아가셨어요.
수녀: 자세한 건..너무 오래 돼서,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만은 또렷이 기억해요.
      아이가..이년 만에 처음으로 한 말이라...분명히..기억에 남아요..
      엄마..가지마... 엄마..나 아팠어..
동영: ..(수녀를 본다)

씬14 달리는 택시 안(새벽)

동영, 뒷좌석에 앉아 생각에 빠져 있다.

동영: 엄마...가지마... 엄마...?

동영, 후..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동영: 준희야..누구니...? 누굴...보고..너..엄마라고 한 거야...
      (괴로운 표정이다)

씬15 양자의 집, 안방

양자, 짐을 다 꾸렸다. 방안에 짐들이 깨끗해졌다.
이불이며, 라디오며, 가벼운 짐이 놓인 앉은뱅이 장위에는,
먼지가 앉지 않게 깨끗한 이불보를 씌운다.
양자, 가방을 들고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씬16 목포 역 앞

양자, 양근의 배웅을 받고 있다.

양근: 장모, 정말 가요?
양자: 장독에 간장이구, 된장이구, 고추장이구 너희 어머니한테
       퍼다 드시라 그래.
 그냥 묵혀 버리믄 쉬 쓸구, 아깝다.
양근: 하..참. 그렇게 아까우믄 장모가 먹지.
양자: 그만 가봐. 내가 애두 아니구, 뭐 하루 여까지 따라와.
      진도까지만 태워다 달라니까.
양근: 아, 참..거시기 하네. 뭐 땀시 이런다요?
      더미가 월급 받음 꼬박꼬박 돈 부쳐 주구, 편지 보내구 하는디.
      걍 진뜩하니 있음사, 추석이구, 설이구 명일이믄 내려와불 텐디.
양자: 추석이구, 설이구 그거 찔끔 봐선 내가 못살 거 같아
      그런다. 잘 있어라.

양자, 역 안으로 들어간다. 양근,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고 고민한다.

씬17 기차 안

양자, 창가에 앉아 있다.

(양자의 속마음 소리) 더미야.. 엄마 서울 올라간다.. 두 번 다신,
서울 땅엔..발 안디딜라 그랬는데..엄마가..우리 더미 없인
못 살어서...가.

양자: (한숨 섞어 혼잣말 한다) 서울이 뒤웅박만한 것두 아니구..
     그래 우리 모녀...어디 조용히, 몸 숨기구 살 데 없겠어...

(양근의 소리) 몸은 왜 숨기구 살아요? 대명천지에?

양자: (돌아보고, 깜짝 놀란다) 아구 깜짝이야! 왜 안 가구
      여까지 따라왔어!
양근: 짜잔~~ (삶은 계란 한 줄을 건넨다) 장모,
      배 고플까봐 그랬지이~
양자: (계란 받고) 차 떠날라 그래, 얼른 내려.
양근: 짜잔~~ (기차표를 꺼내 보이고 히쭉- 웃는다)
양자: (놀라서 보고) 그게 뭐야!
양근: 장모만 더미 보고 잡은 줄 아요. 나두 보고 잡소.
      며칠 걍 휴가 낼라요. 복잡한 서울 바닥서,
       장모 길 잃어버리믄, 난중에 나가 더미한테 원망 안 듣겄소.

양근, 양자 맞은편에 털썩- 앉는다. 양자,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런 양근을 본다. 양근, 히쭉 웃는다.


씬19 고창회의 집, 작업실

(음악)  Aretha Frankin 'Respect'

준희, 드디어 장봉실의 옷을 완성했다.
준희, 마네킹에게 입혀 놓은 의상의 마무리를 한다.
꼬사쥬를 달거나,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거나.
문 열리고, 고창회 들어온다.

고창회: (준희의 옷을 본다) 드디어, 장여사 옷이 끝났구나?
준희: (돌아본다, 불안한) 어때요..?
고창회: 흠...글쎄. 여자 옷은 봐두 잘 모르지.
준희: 말 안돼. 아빠만한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누가 있다구.
      맘에..안 들어?
고창회: 내 맘에야 꼭, 들지.
       아빠가 여자라면 입어 보구 싶은데~
준희: 피이..(흘기고,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고창회: 그 아인 이제 놀러 안 오니?
준희: 누구..? 한더미..?
고창회: 그래. 아빤, 그 애가 마음에 들던데.
       우리 준희가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도 처음 봤고.
       따뜻하고, 맑아 보이더구나.
준희: ..그러긴 한데요. 나랑은 안 맞아.
고창회: 너무 사람을 툴툴 털어버리지 마. 외로워진다.
       아빠가..평생, 우리 준희 옆에 있어 줄 수도 없고..
       친구가 있어야 덜 외롭지.
준희: (웃고) 내 인생엔 아빠하구, 동영씨만 있으면..돼요.
      난 그걸로 행복해.

준희, 고창회를 보며 웃는다. 창회,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씬18 시장 안

더미, 지게에 메리야스를 잔뜩 지고 배달중이다.
그 옆에, 허군 달랑달랑 빈손으로 걸어가고 있다.

허군: (가리키며) 저기야.
더미: ..(생각에 잠겨 있다)

(장봉실의 소리) 흉내나 낸다구, 그냥 넘어가질 줄 알았니!!
아무리 똑같이 만든다 해두 가짜는 가짠 거야! 원숭이두 가르치면
너 정돈 할 수 있다!!

허군: 야! 저기라니까 기집애야!
더미: ..(정신 차리고 허군을 본다)
허군: 너, 지금 선배한테 개기냐?
더미: (지게를 내린다)
허군: 어..개기는 거 맞네. 거 벗구,
      나하고 한 판 떠보잔 거냐!
더미: 선배님, 죄송한데요. 저 잠깐 외출 좀 하구 올께요!
      (뛰어간다)
허군: 야아!! 야아!! 이 기집애야! 너 일루 안와!!

허군, 소리소리 지르지만 더미, 달려간다.

씬20 앙상블 안

(음악)  Aretha Frankin 'Respect'

장봉실과 차연, 방육성 음악을 듣고 있다.
준희가 걸어 놓은 음악이다.

차연: 아니, 뭐야. 누가 선생님 옷 만들어 오랬지.
      음악 감상 하자 그랬어? 날도 더운데 끈적해 죽겠네.
준희: 제가 선생님께 받은 이미지에요. 소울. 테크닉
     보다는 정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께 어울리죠.
     애정과 신념. 영혼의 카리스마.
방육성: 좋다.. 신념. 카리스마.. 여사님께 잘 어울리는 단언데요.
차연: (입을 삐죽거린다) 말은 뻔지르르.. 옷 대신 말로 때우니?
장봉실: (턴테이블의 바늘을 내려놓는다) 그래, 음악 잘 들었어.
       생각해 본 일은 없지만, 준희가 그렇게 봤다면.
       나한테 그런 면이 있는 거겠지. 난 말야. 화려한
       수식어 싫어해. 디자이넌 그냥, 오직 의상으로
       표현하면 되는 거니까.
준희: (가방에서 소중하게, 자신이 만든 옷을 꺼낸다) 선생님께,
      드리는 제 첫 작품입니다. (두 손으로 받쳐 내민다)

씬21 피팅룸

장봉실, 준희가 만든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차연: (스카프든, 꼬사쥬든 들고) 이건..어따 다는 거야..?
      왠 장식이 이렇게 많아.. 정말 맘에 안 드네.
       이건, 그냥 둘까요?
장봉실: 고객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의무라면, 그 옷을 잘 입어주는 게 손님된 예의야.
       (차연의 손에서 집어 들고 가슴에 단다)

씬22 앙상블 안

준희,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방육성,
그런 준희를 다독이고 있다.

방육성: 여사님 재단사로 삼십년이야. 내 눈에 웬만하면,
       여사님도 그닥 나쁘지 않으실 꺼야. 떨지 마.
준희: 떨지 않아요. 그게 뭐든 한 번도 떨어본 일 없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냥, 궁금한 거예요.
      얼마나 잘 어울리실지.

피팅룸 커튼 열리고, 준희의 의상을 입고 나오는 장봉실.
그 옆에 차연, 따라 나온다.

준희: ...어떠세요..
장봉실: 글쎄.
준희: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어느 자리든 솔직하신게
      선생님 특징이시잖아요.
장봉실: 가식이 너무 많아. 옷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모든 예술은 딱, 그 사람만큼 할 수 있는 거야.
       뭐랄까.. 너만큼이나...네 옷도, 포장이 많구나.
준희: ..(입술을 깨문다)
장봉실: 편치가 않아, 이 옷은.
준희: 그 옷은 선생님한테 너무 잘 어울려요.
      이제까지 선생님이 입으신 옷보다 훨씬 나아요.
장봉실: (본다)
차연: 어머...고준희씨..왜 그러니, 또? 더위...먹었어?
준희: 장식이 많은 건.. 그래요. 제 기질일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 특징이기도 하죠. (야무지게 본다)
장봉실: !

씬24 앙상블 안

준희: (카랑카랑하게) 본인 스스로 알고 있는 자기보다,
      남이 보는 자신이 정확할 수도 있어요. 선생님 취향에
      안 맞으실 순 있지만. 이 옷은 선생님께 정말 잘 어울려요.
장봉실: ..
차연: 허..(어이가 없어, 실소하는)

 준희, 장봉실이 가슴에 단 꼬사쥬(혹은 스카프)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다시 달아준다.

장봉실: 하하하- 하하하-(웃는다)
차연: 이봐, 고준희씨. 선생님이 얼마나 어이가 없으심
      ..헛웃음을 웃으시겠어..
장봉실: 준희야.
준희: 네.
장봉실: 네 옷은 날, 일 프로 밖에 만족 못시켰지만.
       네 기질은 날 백 프로 만족시켰어. 높이 살께,
       네 자존심. 네 당당함. 예술 하는 사람이 반드시
       갖춰야 할 정신이야. 고마워. 잘 입을께.
준희: 고맙습니다!! 선생님!! 다음엔, 디자인으로두
      백 프로 만족 시켜 드릴께요!!

씬23 앙상블, 앞

더미, 뛰어온다. 뛰어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옷매무새를 다듬는.

장봉실, 준희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짓는데 문 열리고,
뛰어 들어오는 더미.

차연: 어서오세요~ (하다보고, 깜짝 놀란다) 어머!!

장봉실과 준희, 방육성, 더미를 본다.

차연: 넌 또 뭐니! 니가 왜 여길 와!
더미: 원장님, 저..여기서 공부하구 싶어요! 저두,
      원장님처럼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구 싶어요!!
장봉실: (어이가 없어서, 본다)
더미: 절 가르쳐 주세요!! 제가 원숭이가 아니란 걸
      보여 드릴께요!! 원숭이두 가르치면 저만큼
      한다는데, 원숭이보다 절 가르치시는 게 좋잖아요!
차연: 너, 안가! 안나가!! (끌어당기다가, 방육성에게)
      뭐하세요! 얘, 줌 내보내세요! 얘가 걔에요!
방육성: 아..포터부인. (하면서, 더미를 본다)
더미: (안끌려 나가려구, 발에 힘을 주고 버틴다)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자신 있어요!! 원장님!
      여기서 공부하게 해주세요!!
차연: 미쳤니! 너, 선생님한테 한 대 맞았다구,
      억지 쓰니! 왜 이래!!
더미: 선생님!! 원장님!!! 한 번만 저 가르쳐 보세요!!
      선생님!!
장봉실: 이름이...뭐니..?
차연: (손을 놓는다)
더미: 더미에요. 한더미!
장봉실: 왜...나한테...디자인을 배우고 싶어졌지?
더미: 깜짝 놀랬거든요. 어제.
장봉실: 내가...너한테 모욕을 줬니? 미안해. 흥분했어.
       손찌검 한 건 사과하마. 어른답지 못했다.
더미: (손을 내저으며) 아뇨! 그게 아니구요. 제, 일년
       봉급하구, 선생님, 그 옷값하구 같다 그래서요!
장봉실: (어이없다) 뭐?
준희: ..(더미를 본다)
더미: 돈을 많이 벌구 싶어요! 섬에서 고생하시는 울 엄마,
      모셔 오구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차연: 야아!! 너, 자꾸 헛소리 할래!!
      어디서 정신 나간 소릴 늘어놔!
장봉실: ...그게..다니? 나한테..디자인을 배우겠단 이유가?
더미: 유명해지고 싶어요. 선생님만큼 유명해져서,
      찾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준희: !! (동영을 말하는구나, 놀라서 본다)

씬25 장봉실의 방

장봉실, 책상에 기대 팔짱끼고 서 있다. 그 앞에 차연과 방육성.

방육성: 건 안 됩니다. 그 앨 학생으로 받을 순 없죠.
차연: 제 말이 그 말이에요, 한 번두 아니구,
     두 번씩이나 선생님 작품에 흠집을 낸 애에요.
     걜 어떻게 받아요.
장봉실: ..(아직까지 의자에 걸려 있는 드레스를 본다)
차연: 준흰..뭐 그래요. 탐탁찮아두, 원생으루 하잔
     없지만. 한더민 아니죠.
 아세아 복장학원 망신이에요. 애들 앞에서 기강이
       안섭니다. 절대 반대에요.
장봉실: (들고 보던 드레스를 내려놓는다) 난...목이 말라.
차연: 아, 예. 물 드릴까요? (물병을 드는)
장봉실: 점점 무뎌지는 내 감성에, 내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부어 줄 내 경쟁잔 누굴까.. 타성에 젖은 기존
       디자이너들은..날 흥분시키지 못했어. 그래서, 복장학원을
       연 거야. 내 손으로, 내 경쟁자를 길러 보려구.
차연: ..(물병 놓고 본다)
장봉실: 난...지쳤어. 수도 없이 나를 거쳐 간, 재능 없는
       아이들한테...그래서 너무 목이 말라.
차연: ..
장봉실: 그 아일 받겠어.. 준희, 더미.. 두 아이가
       (저 속에서 끌어올리는 손짓으로) 날, 끓어오르게 해.
       이런 기분..정말..오랜만이야.
방육성: 여사님, 준희씬 몰라도,(하는데)
장봉실: (손들어 제지한다)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아.
      한더미..그 애가 정말 손재주만 있는 원숭이라면,
      인정두지 않고, 내보낼께. 더 이상 아무 말 말아.

장봉실, 단호한 표정으로 차연과 방육성을 본다.

씬26 앙상블, 마당

차연, 못마땅한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더미와 준희를 인사 시킨다.
연경과 상희, 피에르 방을 비롯한 학생들, 나와 있다.
삼층, 복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장봉실.

차연: 내일부터, 너희들하구 같이 공부할 새 원생들이야.
      인사해.
준희: 고준희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웃는)
더미: (좋아 죽겠다) 영광입니다!! 열심히 가르쳐 주세요~
      일두 잘 하구요! 공부두 열심히 하겠습니다.

학생들, 박수를 친다. 연경, 다가와 더미에게 축하해준다.

연경: 잘됐다~ 자기. 원장님 옷 그렇게 좋아하더니~
     정말 잘됐다~ 이제 말썽은 피지 말어, 응?
더미: 헤헤~ (웃고)
상희: 연경이 니가 잘됐네. 두 달간 변소 청소,
      얘랑 같이 함 되겠네.
피에르: (준희에게) 준희씬 걱정 마세요. 제가..다 해
       드릴께요. 준희씨가..어떻게 그 손에..걸레를 잡으시겠어요.
       이, 피에르에게 다 맡기세요~
연경: 웩!
상희: 웩웩! (토하는)
준희: 그럴 수야 있나요, 선배님.
      말씀은 고맙지만요 제 몫은 제가 해야죠.

장봉실, 삼층 복도에서 ‘과연..저 아이들이 나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시선으로 더미와 준희를 내려다본다.
문득, 더미와 준희 시선을 느낀다.
올려다보는 두 사람, 장봉실과 시선이 마주친다. (Dis)
 
씬27 국수집 안

더미와 준희, 건배를 하고 있다. 막걸리로 건배하는 두 사람.

더미: 축하해요~
준희: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응, 축하해. 더미씨두..
더미: 원장님 밑에서, 공부하게 된 것두 너무 좋구요.
      준희씨랑 다시 만나게 된 것도 너무 좋아요.
준희: 돈도 벌구, 또 뭐라 그랬죠?
더미: 유명해지구 싶다구요.
준희: 응. 맞아. 유명해져서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구.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
더미: (고개 끄덕인다) 찾을라구 이렇게, 저렇게 했는데..
      잘 안 찾아져요. 꽁꽁 숨어버렸나 봐요.
      원장님처럼 유명해지믄..내가 꼭 안 찾아가두,
      그 사람이 날 찾아올 꺼 같아요..
준희: 찾아갈 사람이면 더미씨가 맹골도에 있다
      해두 찾아갈 텐데.
더미: (웃는) 글쎄 말예요. 근데, 그게 그래요.
     볼 수 없어두..여기, 이 서울에..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어요.
준희: ..
더미: 그 사람이랑 길 걷다가 만날 수두 있잖아요.
     준희씨하구 만난 것처럼, 국수 먹으루 간
     식당에서 만날 수두 있잖아요..
준희: 더미씨 떠난 사람인데 찾아서 뭐하게?
      괜히, 자기만 더 상처 받지 않을까?
더미: 그런 거 무서웠음 서울까지 오지두 않았어요.
      (웃고) 그..사람이 날 떠난 건..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꺼예요. 난, 그렇게 믿어요.
준희:.. 더미씨 참 강한 사람이구나. (애써 웃는) 어쩌지..
       이런 사람이 내 라이벌이니. 앞으루 긴장해야 되겠네.
더미: 라이벌이라뇨! 제가 너무 부족해요. 그래두 정말,
     준희씨한테 실망 안 시키는 사람 되도록, 노력할께요!
     저, 여기 들어온 것두 다 준희씨 덕인 걸요!
     진짠 준희씨가 내 선생님~ 헤헤~~

준희, 더미를 보며 복잡하게 웃는다.
더미, 아무 것도 모르고 준희에게 활짝웃어준다. 준희,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이지만, 그냥 해맑게 웃는 더미를
바라보며 웃기만 한다.

씬28 대한상사, 해외영업2부(저녁)

허진기, 블라인드 사이를 벌려 창 밖을 보고 있다.

씬29 대한상사, 건물 앞(저녁)

동영, 걸어오고 있다. 그 뒤로, 예의 검은
승용차가 동영을 뒤따르고 있다.

씬30 대한상사, 해외영업2부(저녁)

동영, 들어온다. 허진기, 블라인드를 여전히 보고 있다.

동영: 다녀왔습니다, 과장님.

허진기, 다짜고짜 손에 잡히는 파일을 들어 동영에게 날린다.
 정통으로 날아가 동영에게 맞고, 떨어지는 파일.

동영: ! (본다)
허진기: 너 뭐하는 새끼야!! 뒤가 붙었는데도,
       그거 하나 눈치를 못 채!!
       대체 무슨 생각 하고 다니는 거야!!
동영: ..알고 있습니다.
허진기: 아는 놈이 뒤를 그냥 붙이고 여기까지 와!
       뒤 따는 방법 한두 번 배웠어!
동영: 어차피, 다 알고 따라온 사람들입니다.
      제가 알고 있다는 걸, 눈치 채면 꼬리 말고,
      사라집니다. 차라리 그냥 두고..어느 쪽에서 보낸 건지
      알아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허진기: ..재수 없는 놈..

허진기, 양복 품에서 사각봉투를 하나 꺼내 내민다.
아무 것도 써있지 않은, 겉봉, 밀봉돼 있다.

동영: ? (보면)
허진기: 상부에서 내려온 거다.

동영, 사각봉투를 뜯어 열어 펴본다.
(인서트) 메모지에 간단한 내용이 써있다.
김중린. 8월 12-14일 홍콩 방문.
아유마테이 13일, 오후 1시.
각하의 친서 전달.

허진기: 모레까지 파트너 결정해. 혼자 뚫고 갈 순 없다.
동영: 예..(라이터로 불 붙여 태운다)
허진기: (퇴근하려고, 가방을 챙겨들고) 아...참.
동영: (본다)
허진기: 떠나기 전에, 신변 정리하는 게 좋을 꺼야.
       나한테 유서라도 한 통 써서 맡기고 가든지.
       여자든 뭐든, 제대로 정리하고 가.
동영: ..알겠습니다...

동영, 재떨이 위에서 타들어가는 메모를 보고 있다.

씬31 김홍석 장군의 집무실(밤)

동영, 김홍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홍석: 그래, 준희를 찾는 일을 나한테 맡기고 싶다?
동영: 저한테..무슨 일이 생기면, 그땐 아버지가 찾아주세요.
      준흴, 찾으면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김홍석: 네가 해..
동영: (본다)
김홍석: 나한테 그랬잖아... 아버지보다 먼저 죽는 불횬
       하지 않는다고. 그 약속도 지켜야지..준흰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찾아.
동영: ..
김홍석: 동영아, 아버지하고..술 한 잔 할까?

씬32 선술집(밤)

조용하고, 한적한 선술집.
김홍석과 동영, 마주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김홍석, 전쟁터를 누빈 장군다운 부러지는
말투와 단호한 눈빛으로)

김홍석: 준희가 엄마라고 부를만한 사람..
동영: 감이 안 잡혀요. 대체 누굴까?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김홍석: 건...오직 두 사람만이, 생각해낼 수 있을 꺼다.
       고회장하고..강희.
동영: 말하기가 힘들어요.. 고회장님도..그렇고. 강희도..
     준희가 살아있다는 건 알아냈는데..어딨는지
     찾을 순 없다.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고회장님이...견디실 수 없을 겁니다.
김홍석: ..너 이번 임무 끝나면, 강희하고 결혼해라.
동영: ! (놀라서 보는)
김홍석: 준희를 찾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만,
       강희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는구나.
       그 녀석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니..
동영: 강희하고 결혼할 수 없습니다.
김홍석: 살아 돌아오면 돼.
동영: 제..마음에 다른 여자가 있었습니다..아버지..
김홍석: (잠시 놀란다) 있었다? 이젠, 정리했다는 이야기냐?
동영: 예..
김홍석: 그럼 됐다. 강희하고 결혼해라.
동영: 아버지.
김홍석: 십수 년을 널 바라봤던 아이다. 널 의지했던
       아이야. 강희의 마음이 뭔지 알면서, 거절하지
       않고 널 바라보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동영: ..
김홍석: 동영아..책임도 사랑이다.. 나는 내 아들이,
       그게 뭐든 책임질 줄 아는 남자라고 믿고 있다.

김홍석, 동영이 압도될 만큼 강인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본다. (Dis)

씬36 음식점 안(밤)

더미와 박사장, 허군 더미의 송별회를 하고 있다.

더미: 죄송해요..이렇게 덜컥 그만두게 되서.
     수업 끝나면 와서 도울께요. 사람 구하실 때까지라두요.
허군: 우리 가게 형편에 뭔 사람을 뽑아?
사장: 내 맘 같아서야 붙잡고 싶다만은. 그래..니는
      어디 가두 잘 할끼다. 뭘 하든 잘 하겠제.
      잘 돼서, 꼭 성공해야제. 울 집서, 지게나 나르구,
      주판알이나 튕긴다고 뭔 장래가 있겄나?
사장: (들은 척도 않고) 더미야..꼭 성공해라 어이?
더미: 고맙습니다. 제가, 잘 배워서요. 꼭, 목 올라오는 티셔츠
      만들어 드릴께요.약속할께요.
사장: 오야~ 내, 그 날만 기다릴 꺼구마.
허군: 기집애..부도 수표 남발하구 있네.

씬33 동 장소(시간경과)

동영,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다.

씬34 택시 안(밤)

취한 동영, 조수석에 앉아 잠에 취해 있다.
동영: 더미한테 갑시다
기사: 손님!! 손님!! 댁이 어디시라구요!!
동영: ..더미한테 갑시다
기사: 이봐요! 손님!!
동영; (정신차리고) 방...산..시장
기사: 후우..(한숨쉬고 동영을 본다)

씬35 동양 상회 앞(밤)

동영, 걸어와 선다. 정신이 든다.
 
(동영의 속마음 소리) 내가 여길 왜 왔지..
살아올 기약도 없는데 더밀 만나서 뭘 어쩌자구.
(돌아선다) 김동영 정신 차려!


씬37 시장 안, 거리(밤)

더미, 박사장과 허군과 인사하고 있다.

박사장: 문 매매 닫고. 잘 자라. 낼 아침 일찍
       장부 인수인계하자.
더미: 예~ 안녕히 가세요. 선배님두요.

박사장과 허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더미, 가게를 향해 걸어간다.
더미, 노래를 흥얼흥얼거리다가 문득, 발길을 멈춘다.
동영, 저 멀리 서 있다.

더미: ! (분명히..동영이다)

씬38 더미와 동영의 몽타쥬(밤)

더미, 동영을 본다. 무심히 돌아서던 동영, 더미를 본다.

더미: 아..저씨...?
동영: ! (정신이 번쩍 깬다. 돌아선다)

동영, 뒤돌아서 걷는다. 더미, 동영을 따라 빠르게 걷는다.
어느 순간, 동영 뛰기 시작한다.
거리를 뛰어가는 동영. 더미, ‘아저씨!! 아저씨!!’ 부르며 따라간다.
동영, 골목으로 접어든다.
더미, 동영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헤맨다. 여기저기 찾는 더미.
동영, 그런 더미를 외면한다.
더미, 헉헉...거리며 뛰어 다니다 우뚝, 발길을 멈춘다.


씬39 동양 상회, 더미의 골방(밤)

 더미, 울면서 짐을 싼다.

더미: 아냐.. 그럴 리 없어. 꿈이야..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꿈꾼 거야..(울면서) 아저씨가.. 날 보구두 못 본 체
     했을 린 없어.. 아냐...아저씨가 절대 아냐..

더미, 애써 자신을 달래지만 그래도 눈물이 난다.

씬40 서울역 앞

양자와 양근, 서울로 더미를 찾아왔다.
가방을 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두 사람.
양근, 양자의 옷을 꼭- 쥔다.

양자: 아, 왜 이래! (손 떼 내는)
양근: 워매. 장모. 양근이 눈 돌아갈라 그러요.
     여서 길 잃어버리구 미아 되믄, 장모가 책임질라요?
     미아보호소로 찾아 올라요?
양자: (기가 막혀서 웃는다) 양근아, 넌 미아보호소로 안 보내.
     양로원으루 보내믄 몰라두.
양근: (흘기고) 어따 말 한번 삭막하게 허요. 더미 주손
     안 흘리구 잘 갖구 있지라?
양자: 걱정 말어. 방산시장, 동양상회. 메리야스 가게.
     너두 내복 받아 놓군, 젊은 놈 총기가 왜 그래!
양근: 아..나가 왜 이러는가..거시기..서울 와서
     넋이 훌렁 나가버렸다니께..

양근, 서울 시내를 구경하는.

씬41 동양 상회, 안

양자와 양근, 대경실색하는. 박사장, 난처한 표정이고,
그 옆에서 흘금거리는 허군.

양자: 아니..그럼..우리 딸은 어디루 갔나요?
박사장: 아...더미가 뭐라 뭐라..캤는데..우예 된 게,
       외국말은 영, 귀에 안 들어와서.. 허군아, 니 몬 들었나?
허군: 전요. 사장님보다 더 귀에 안 들어와요..
양근: 장모..이 일을 우짜요? 이 넓은 서울 바닥서,
     인자 더밀 어떻게 찾아야스까..
양자: ..(난처한)

씬42 앙상블, 마당

차연, 더미에게 방을 소개해 주고 있다.
더미, 가방을 들고 있다. 그 옆에
연경, 같이 서 있고. 출근하는 준희 들어오다 그 모습을 본다.
차연, 방문을 두드리며.

차연: 자- 이 방이야. 여기 써.
연경: 그런 게 어딨어요~ 더미만, 독방 쓰면, 안 되죠~
      더미두, 누구랑 같이 써야죠~ 이건 차별대우거든요.
차연: 그래? 그럼, 니네 방 같이 쓸래? 침대 치우구,
      상희하구, 얘하구 셋이 쓰면 되겠다.
연경: 건..안되는데...방이..넘 쫍은데..
준희: 제가, 같이 쓸께요.
차연: (본다)
연경: 어..준희씬. 고래등 같은 집 두구,
      여기 땁땁해서 어떻게 살라구요?
차연: 회장님하고 의논 된 건가?
준희: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아침, 청소도 있고.
      밤늦게 실습도 있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기숙사 생활이니까. 저도 그렇게 할께요.
      더미씨하구 같이 쓰게 허락해 주세요.

씬43 앙상블, 더미의 방

더미, 들어와서 본다. 가구만 덜렁 놓였다. 침대 하나와 책상.
더미, 가방을 놓고 입을 벌리고 본다. 준희, 같이 구경하고 있다.

더미: ..
준희: (보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방이 마음에 안 들어?
더미: (슬픈 미소) 아뇨..그냥...
준희: (보고) 눈이..좀 부은 거 같은데? 울었어?
더미: ..네.
준희: 왜?
더미: 음..그냥요. 엄마 보구 싶어서.
준희: 강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아직, 애기같은 데두 있구나.
     이제 룸메이트가 됐으니까..잘 부탁해.
더미: 저두요. (웃는) 생각두 못했어요. 이렇게 좋은 방에
      살 수 있게 될 줄은. 준희씨랑 같은 방두 쓰구,
      진짜. 운이 좋은가 봐요..저...잘 부탁드려요.
준희: .. 올라가자. 수업 할 시간 됐어.

씬44 앙상블, 강의실

 더미와 준희, 나란히 앉아 정식으로 첫 수업을 듣고 있다.
 장봉실, 수업을 한다. 더미와 준희의 책상에 비교되는
노트가 놓여 있다. 더미의 국민 학생들이나 쓸법한 공책과 연필.
장봉실, 분필을 들어 칠판에 쓰기 시작한다.
(인서트) 나는 나의 의상에 혼을 심는다.

장봉실: (돌아서서) 패션은 제품이 아닙니다.
적어도 나 장봉실에게는 그래요. 패션은 내 혼이 심어져 있는
예술이고,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고, 그 앙상블
에서 오는 이메이지 입니다. (준희와 더미를 본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지금, 바로 여기서 나가세요.

준희: ..

더미, 감동한 표정으로, 노트에 꼭꼭 눌러쓴다.
연필에 침 묻혀 가면서,
‘나는 나의 의상에 혼을 싣는다’라고 적는 더미의 모습. (Dis)

칠판 가득, 의상 스케치들이 그려져 있다.
장봉실, 분필을 내려놓는다.

장봉실: 이달 과젤 내 주겠어요. 여름을 주제로,
       디자인 할 것. 자신을 대상으로 해 도 좋고,
       다른 모델을 세워도 좋아. 다음 주까지, 데자인
       제출. 데자인 통과된 사람에 한해서,
       실습작품에 들어간다. 됐지?
학생들: 예!!

씬45 연경의 방

더미, 스케치를 하고 있다. 한번도 제대로
미술이나 일러스트를 배운
일이 없는 더미, 조잡한 평면 만화수준이다.
연경, 그 모습을 보며 타박한다. 연경, 지적을
해주다 짜증이 났다.

연경: 야! 이게 뭐니. 이게 데자인이냐? 만화지.
     너, 지금 종이인형 옷 만드냐?
더미: 그렇게 형편없어요?
연경: 얘. 넌, 데자이너 말구, 그냥 재봉사 하는 게 낫겠다,
      아무리 옷을 잘 만듦 뭐하니? 니 스케칠 누가
      알아보겠어. 누가, 니 재단사 할라 그러겠니?
더미: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의 그림을 본다)

씬46 화구점 안

빈, 더미에게 데생용 석고상을 골라주고 있다.

더미: 진짜, 이거 매일 보구 그리면 스케치 잘 할 수 있어요?
빈: 응. 확실해. 내가 복장학원 거쳐 간 원생들,
    한둘 본 게 아니거든.
더미: 이걸루 할래요 (쥴리앙을 고른다)
빈: 건 안돼. 이걸로 해. (아그리빠를 골라준다)
더미: 이걸로 연습하면 더 빨리 늘어요?
빈: 아니. 건 아니고.
더미: 그럼 뭐요? 이건 너무 못생겼다.
빈: (쥴리앙을 툭툭, 친다) 이 자식 나보다 잘 생겼잖아.
    기분 나쁘지. 아..그러지 말고, 차라릴 날 데생해라.
    하루에 한 시간씩 모델 돼 줄께. 이 놈 보는
    눈으로, 집중해서 날 봐줘.
더미: 으이...(흘겨보다. 빈을 때린다)

씬47 다방

더미와 빈, 냉커피를 마시고 있다. 더미의 옆에,
소중하게 아그리빠가 놓여 있다.

빈: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네. 그거 사줘. 냉커피까지 사줘.
더미: 장부책에 써놔요. 내가, 나중에 원장님처럼
      유명한 디자이너 되면요, 다 갚아주께요.
빈: (주머니에서 루비 목걸이를 꺼내 달랑거린다)
더미: 어..뭐예요?
빈: 저번에 들여온 거 넘겼거든. 이젠, 건전하게 살아볼까 하구.
더미: 와! 정말 잘했다! 근데 건 왜요? 왜 안 팔았어요?
빈: 이건 안사겠대..그래서 남은 걸로 만들었어.
    받아 (던져준다)
더미: (엉겁결에 받는다)

오경사와 경찰, 들어와 빈, 옆에 선다. 더미, 눈이 똥그래진다.

더미: 빈씨!!
빈: 왜? (하고, 보면 오경사다) 어..오경사님, 여긴 또 웬 일?
오경사: 일나! 일나라니까!!

오경사, 거칠게 빈을 일으켜 세워 다짜고짜 수갑을 채운다.
더미, 벌떡 일어나서 ‘빈씨!’ 부르는 모습에서

씬1 다방 앞

오경사와 하순경, 거칠게 빈을 끌고 경찰차로 데려간다.
 더미, 품에 아그리빠를 안고 따라 온다.

더미: 빈씨!! 빈씨!!
빈: 왜 따라와!! 얼른 가!! 내, 걱정할 꺼 없으니까,
    얼른 앙상블로 가!
오경사: 걱정할 끼 없어어-? 진도 똥투간서부터 너거
     둘이 짜구, 나 엿멕인 거 누가 모릴 지 아나!!
      저 가수나도 연행해!! 공범이다!

하순경, ‘이리와!’ 하면서 더미의 팔을 확-잡아챈다.
그 바람에 더미, 휘청하면서 아그리파를 떨어뜨리고,
아그리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난다.

씬2 종로경찰서, 안

빈, 난장판을 피우고 있다. 오경사의 책상 위를
뒤엎으며, 소리 지른다.

빈: 내 보내라니까!! 쟨 공범 아냐!! 아무 것도 몰라!!
    날 낚았으면 됐지! 왜 죄 없는 애까지 엮는 거야!
오경사: 고마 안하나!! 와 눈깔이 뒤집혀 이 지랄이고!
       고마하라니까!!
빈: 당장 내 보내라니까!!
오경사: (빈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니 죽고 싶나?
       고마 여서 오늘 죽어볼래!(하는데)

빈, 수갑을 찬 손으로 오경사를 밀치고 더미가 들어가
있는 조사실로 뛰어간다.

씬3 경찰서, 한 방

겁에 질린 더미, 눈물을 그렁거리며 하순경에게 조사받고 있다.
발로 차여진 문이 뻥-하며 떨어져 나갈 듯 열린다.
빈, 수갑을 찬 채 뛰어 들어온다.

더미: (놀라서, 일어난다)
빈: 야 이 기집애야, 왜 울고 난리야!! 니가 뭘
    잘못했다구 이러구 있어! 넌 아무 것도 모르잖아!

오경사, 뛰어 들어온다.

오경사: 죽을라고 환장 했나!! 고마 아구리 안 닥치나!
빈: 내가 얠 협박한 거라니까! (더미에게) 사실대로 말 해!
    겁먹지 말고! 안 숨겨 주면,
    내가 너 가만 안둔다고 협박했잖아!
오경사: 이 새끼가!!

오경사, 발로 빈의 복부를 찬다. 정확하게 복부를 강타당한 빈,
그 자리에서  무릎이 푹..꺾인다. 몸이 새우처럼 구부러지는 빈.

더미: 빈씨!!!!

더미, 뛰어와 빈을 잡는다.

더미: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빈:..(고통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진, 수갑 찬 손으로,
     더미의 손을 꼭, 끌어 쥔다) ..넌..괜찮아..아무 일도 없어..
     알았지..? 걱정하지 마..
더미: (눈물을 글썽인다)
오경사: 생쑈를 하는 구마..

오경사, 하경사에게 ‘그 가수나 단디 족치라. 단디!’
하면서, 빈의 목덜미를 끌어 쥐고, 질질- 바닥에 끌 듯 끌고 나간다.
빈, 애절한 눈빛으로 더미를 본다. 더미, 당혹스럽고..
.걱정되는 심정으로 끌려가는 빈을 바라본다.

씬4 김홍석 장군의 집, 마루(저녁)

장봉실, 황망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김홍석, 맞이한다.

김홍석: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장봉실: 제가 지금 의지할 수 있는 분은 장군님뿐입니다.
김홍석: 빈이 혐의가 명백해서, 나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장봉실: 알아요. 우리 빈이 잘못이라는 것도 알고.
       죄를 지었으면, 죄 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는 것도 알고,
       장군님이 원칙주의자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어쩔 수가
       없어서..여기까지 왔어요.
김홍석: ..
장봉실: 예전에 사리원서 제게 진 빚이 있잖아요? 
        말 안 되는 줄 알지만, 지금 그 빚 갚아 주세요.
김홍석: 오래 전 일이군요. 그건 내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빈은 안 됩니다.
장봉실: (김홍석의 손을 잡는다) 장군님..
김홍석: 국가에는 법이 있고, 법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장봉실: ...(바닥에 주저앉는)...한 번만..그 원칙을..
       아버지 된 마음으로...동영일..생각해서..아버지의
       자애로..우리 빈일 구해 주세요..
김홍석: (바닥에 앉는) 장여사..
장봉실: (눈물이 흐르는) 제가...제..아들을...저렇게
      만들었어요...그..아이를 구해주세요..제가..
      그 아이, 인생을 망쳤습니다...
김홍석: ..
장봉실: 난 그 앨 알아요. 빈인 감옥 안에 갇혀서는
       단 일주일도 견디지 못할 거예요.. 도와주세요..

장봉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트린다.
김홍석, 곤란하고...가엾은 마음으로 그런 장봉실을 바라본다.

씬6 종로 경찰서, 한방

더미, 밖을 보고 있다. 오경사, ‘야, 이 새끼야!
그만 뻗대고 불라잖아! 이미, 장물아비 진술 확보했어!
다 끝났는데. 버틴다구 돼!!’ 소리 지르며, 장부로 빈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보인다.

더미: ..

더미, 자리로 돌아오며 하순경을 본다.

더미: 정말..제가, 다 말하면..장빈씨 정상참작이라는
     게 되는 거죠?
하순경: 당연하지.
더미: 그 보석 제가.. 숨겨줬어요.. 그게..그렇게 큰 죈
     줄 몰랐어요...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저두 용서해
     주시구요..빈씨두 용서해 주세요..이제 건전하게 산다
      그랬거든요..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눈물을 떨어트린다)

씬7 경찰서, 안

빈, 조사를 받고 있다. 오경사, 빈이 넘긴 보석
주머니를 들어 책상 위에 주르르- 쏟는다.

오경사: 이거 말고, 무신 증거가 더 필요하노?
빈: (체념한 듯)...
오경사: (더미에게 준 루비 목걸이를 본다) 이기,
      이기 왕건이네. (줄을 손에 걸고 달랑달랑 빈의
       코앞에 들이밀며) 이건 와 남겼노? 돈 좀 되겠구마.
빈: ..더미한테..어울릴 것 같아서.
오경사: 뭐시라?
빈: 그..애한테...잘 어울릴 것 같아서..

하순경, 서둘러 더미의 자백서를 들고 나온다.

오경사: 우예 됐어!
하순경: 순순히 다 시인했습니다.
      여기 진술서. (진술서를 준다)
빈: !
오경사: (진술서를 본다) 가수나..머리도 좋네. 홀딱 벗기
       놓구 다 뒤지도 없고, 우데 숨??나 했더이,
        (머리를 만지며) 머리카락? 하아..참.
       (하순경에게) 일단 유치장에 처넣어.
하순경: 예. (돌아서고)
빈: 더미는...어떻게 되는 겁니까..?
오경사: 우야겠노. 니가 불쌍해서든 우옛든 이유야
      우째 됐건, 밀수 공범 아이가..짧으믄
      한 일년? 실형 안 떨어지겠나?
빈: !
오경사:  (진술서를 보며) 가시나..쪼매 불쌍하게 됐네...
빈: 안 됩니다...오경사님..
오경사: (본다)
빈: (죽을 것 같은) 그 앨...풀어주면 다..시인하죠..뭐든..
    미제로..해결 안 된 거 있으면..나한테 다 덮으세요..
    강도도 좋고..살인죄도 좋고..간첩도 좋습니다.
    뭐든..그게 뭐든 다..다 나한테 얹어요..
오경사: ..미?z나?
빈: 십 년이든..이십 년이든..내가 들어갑니다...그 앤 내보내 주세요...
오경사: 니가, 지금 시인 안하믄 우얄낀데..?
빈: 이 자리서 죽어버릴 겁니다.
오경사: 뭐시 어째!
빈: 저 앨 안 내보내면 여기서 죽는다구요!!

빈, 벌떡 일어나, 창으로 뛰어간다. 수갑 찬 손으로
창문 열어젖히고 뛰어내리려 한다. 당황한 오경사,
‘장빈!!! 야 이 새끼야!! 돌았어!!’하며, 빈을 따라 뛰어온다.
빈, 이미 창 밖으로 몸 나가있다. 오경사,
위태롭게 빈의 어깨를 잡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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