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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345 목록 댓글 0

[패션 70s] 15

 

 

 

 

 

 

 

 

 

 

 

씬6 종로 경찰서, 한방

더미, 밖을 보고 있다. 오경사, ‘야, 이 새끼야! 그만 뻗대고 불라잖아!
이미, 장물아비 진술 확보했어! 다 끝났는데. 버틴다구 돼!!’
소리 지르며, 장부로 빈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보인다.

더미: ..
더미, 자리로 돌아오며 하순경을 본다.
더미: 정말..제가, 다 말하면..장빈씨 정상참작이라는 게 되는 거죠?

오경사: (진술서를 본다) 가수나..머리도 좋네. 홀딱 벗기 놓구 다
       뒤지도 없고, 우데 숨??나 했더이, (머리를 만지며) 머리카락?
       하아..참. (하순경에게) 일단 유치장에 처넣어.
하순경: 예. (돌아서고)
빈: 더미는...어떻게 되는 겁니까..?
오경사: 우야겠노. 니가 불쌍해서든 우옛든 이유야 우째 됐건,
       밀수 공범 아이가..짧으믄 한 일년? 실형 안 떨어지겠나?
빈: !
오경사:  (진술서를 보며) 가시나..쪼매 불쌍하게 됐네...

빈, 벌떡 일어나, 창으로 뛰어간다. 수갑 찬 손으로 창문
열어젖히고 뛰어내리려 한다. 당황한 오경사, ‘장빈!!! 야 이 새끼야!!
 돌았어!!’하며, 빈을 따라

빈: (오경사를 돌아본다) 저 앨, 내보내세요...더밀..내보내..
     달란 말입니다...
오경사: 장빈아! (간절하게..)담달에 진급심산데!!

씬8 여성 유치장(저녁)

몇 명 여성 미결수들 있다.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더미.
유치장 문 열린다.
더미, 그 소리에 돌아보면 오경사다.

씬5 대한상사, 해외영업2부(저녁)

동영, 신변 정리를 하고 있다. 허진기가 말한 유서를 쓰고 있는.
그 모습 위로, 동영의 소리 깔린다.

(동영의 소리) 아버지,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아버지가,
꼭 준희를 찾아 주십시오. 준희에 대한 모든 자료는,
제 문서 보관함에 있습니다.
 
동영의 펜이 멈춘다.
잠시 고민하던 동영, 펜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더미의 탄환을 꺼낸다.
탄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동영: ..
(준희의 소리) 뭐해요?

동영, 고개를 들어보면 준희, 문 앞에 서 있다.

동영: ..
준희: 빈이 잡혀갔어. 종로 경찰서에.
동영: 뭐

씬9  종로 경찰서, 조사실 한 방(저녁)

빈, 책상 앞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 감싸고 고개 숙이고 있다.
문소리 들리고, 더미 들어온다. 빈, 그 소리에 고개 들고 돌아본다.

빈:  (웃고) 놀랬지?
더미: (빈 표정 보고, 안심하는) 응. (고개 끄덕이고) 이제 나가래요.
빈: 거봐, 임마~ 내가 별 일 없을 거라 그랬잖아.
더미: 사실대로 말하면 정상참작 해 준다 그랬거든요.
      (흘기고) 거봐요. 괜히 시 침떼는 거보다 잘했죠?
빈:  응. (웃고) 잘 했어. 얼른 가서, 밥 먹구, 씻구, 푹 자.
더미:  빈씬요?
빈:  나? (갸우뚱) 아...나..? 한 삼 년 있다 갈께.
더미:  ! (놀란다)
빈:  오년은 너무 길고, 딱 삼년만 놀다 가지, 뭐. 군대 간 셈 치고,
     기다려. 고무신 거꾸로 신지 말고.
더미: 내가...뭘 잘못한 거...죠? 그런 거죠? 내가 괜히 말해서,
       빈씨한테 더 나빠진 거죠! 그렇죠?
빈:  아냐, 임마~ 너, 나더러 건전하게 살라며? 주는 밥 먹구,
     명상도 좀 하고, 앞으로 뭐하고 살까, 건전한 계획도 세우고. 좋잖아.
더미:  빈씨..(눈물이 뚝, 떨어진다)
빈: (손으로 닦아준다) 이러지 말자, 우리. (웃으며) 안 되겠다.
     너, 재판정에 오지 마. 면회도 오지 마. 그냥, 돈 많이 벌어
     사식만 넣어줘.
더미: ..
빈: 딴 놈 만나지 말고, 열심히 일만 해. 특히 너, 찾으루
    왔단 그 놈은 절대 만나면 안돼. 내가 볼 땐 질이 안 좋아.
더미:  ..
빈: 가. 그만. (머뭇대는 더미 보고) 얼른 가라니까.
더미: ..다시..올께요..

더미, 돌아선다. 빈, 그 모습을 보다 격정에 못 이겨 더미를
뒤에서 와락 끌 어 안는다. 더미, 놀라 뻗뻗하게 굳는다.

씬10 달리는 준희의 차 안(저녁)

준희, 운전하고 있고. 동영, 조수석에 타고 있다.
두 사람, 종로경찰서의 빈에게 가는 중이다.

씬11 종로 경찰서 한 방(저녁)

빈: (더미를 돌려 세운다) 됐다. 이제, 다시 오지 마. 이걸로 충분해.
더미: ..(망설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이런 데서...이런 말..
      빈씨 힘든데..하고 싶지 않은데.. 나더러..자꾸 빈씨를
      바라 봐 달라구 하지 마요.
빈: !
더미: 내 눈이 네 개였음. 내 마음이 두 개였음, 좋았을 텐데...아니잖아요.
      빈씰..(가슴을 짚으며) 여기 담아 줄 수가 없어.
      여긴..간신히, 그 사람..혼자 들어가 있기두 너무 좁아 미안한 걸요.
빈: 마음이 두개였음, 남는 걸로 나 봐줄라구?
더미: (생각하다, 고개 흔든다) 아뇨..더 많이 그 사람을 보고..더 많이
       그리워하는데...썼을 꺼야..
빈: (피식- 웃고) 그래 나두, 찌꺼기 마음은 필요 없다.
     그 놈을 볼 땐 그 놈만 실컷 봐. 나를 볼 땐 나만 보고.
     니 눈이 네 개든, 여섯 개든. 천개든 다 좋으니까.. 앞으룬 그 눈
     다, 나만 바라보게 해줄께.
더미: ..(말문이 막힌다. 빈을 가만히 보다, 돌아선다)


더미, 조사실 방문을 열고 나간다. 그 모습을 아프게 바라보는 빈.

씬12 종로경찰서, 마당(밤)

더미, 경찰서에서 나와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다.
 준희의 차가 도착한다. 준희와 동영, 내린다.
준희, 문득 더미를 발견한다.
 
준희: ! (놀란다)

동영, 무심코 준희의 시선을 쫓는데. 준희,
자신도 모르게 동영의 앞을 막아선다.

동영: 왜?
준희: 아니..그냥..(하면서, 동영의 타이를 바로 잡아 준다)

준희, 동영의 타이를 바로 잡아 주며 보면 이쪽을 보지 못한 채,
축 쳐진 더미, 마당을 빠져 나간다. 준희, 자신이..그토록 더미를
의식하는 게 싫다.속상하다.

동영: 왜 그래?
준희: (화가 폭발하는) 나도 몰라!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내가 왜 이렇게  구질구질해졌는지 당신이 알면
      대답 좀 해 줄래!
동영: 갑자기 왜 이렇게 날카로워져서 그래.
준희: (감정에 날이 섰다. 다다-거리는 느낌으로)나,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거든!  그런 사람 아니거든! 나 좀 봐 줘.
       나 좀, 사랑해줘! 나, 좀 안아줘! 보채고! 징징거리고!
      미치겠어, 화가 나서! 이런 내가 끔찍해!
동영: 준희야.
준희: 사랑이 백 미터 달리기야! 동영씨 날, 달리게 했잖아!
      달려가면, 테잎 끊고 당신 안에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여자처럼
      대했잖아! 근데, 뭐야? 십칠 년 동안 뛰게 해 놓고, 맹골도
      한 달이 더 중요했다구! 한더미가 당신한테 운명이라구!
      그 사랑이 더 소중하다구!
동영: 나도 몰랐다.. 더미가 나한테..그런 사람이 될 줄은..생각도 못했다.
준희: 나.쁜.놈.(동영을 독하게 노려보다 돌아서 간다)
동영: (경찰서 쪽 한 번 보고) 준희야! 준희야!!

씬13 공원, 일각(밤)

준희, 벤치에 앉지도 못하고, 바를 잡고 숨을 헐떡이고 있다.
동영, 뛰어온다.

동영: 준희야.
준희: 나, 너 사랑한다. 입으루 꼭 읊어야 사랑이니!
      당신이, 날 위로하고, 안아주구, 그건 사랑 아냐?
      그럼 뭐였어! 이제 와서 당신한테 여자가 되려하지 말라구!
      너, 날 놀렸니!
동영: 제발,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준희: 처음부터 아니라고 하지! 사리원서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착하구나, 하지도 말고, 내 머리 쓰다듬지도 말지! 내가
      다시 고아원에 가겠다고 했을 때, 붙잡지 말았어야,
동영: (누르고 있었던 감정이 폭발한다) 내가 이런 걸 원했다고 생각해!
       아픈 널, 우는 널 보는 게 편했는 줄 알아!
준희: 그럼 울게 하지 마!
동영: ..(마음을 가다듬고) 울게 하고 싶지..않았어..나한테..소중한
      사람이니까..이토록 뜨겁게...나를 봐주는 사람인데..내가,
      왜..널 울리고 싶겠니.
준희: ..
동영: 난...그땐 몰랐다. 내가 내 맘 하나 어쩌지 못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어. 내  의지가 통하지 않는..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맹골도를..떠나올  때만..해도 접으면 접힐 줄 알았다.
준희: ..
동영: 네가..이해해주면 안 될까..
준희: 뭘 이해해줄까? 평생 여자도 모르구 그냥, 죽도록 각하한테
      국가에 목숨 바칠 것 같은 남자한테두 사랑이란 게 찾아왔구나.
      축하해주구 이해해줄까?
동영: 나도 노력하고 있다..내 의지가, 다시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단 말이다! 이해해주면 안되겠니..?
준희: ..이해까진 기대하지 마, 기다려는 줄께.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그거  밖에 없잖아? 누가 그러데. 사랑했던
      사람 잊는 덴, 함께 한 시간 두 배쯤 걸린다고. 맹골도
      한 달이니까, 잊는 덴 두 달이면. 되겠지. (자조적으로 웃는다)
동영: ..(보다) 빈이한테..갔다 올께. (돌아선다)

준희, 동영의 뒷모습을 아프게 바라본다.

씬14 동영의 집, 앞(준희의 회상)

강희, 창회의 집을 나왔다. 손에 작은 가방을 챙겨 들었다.
문 열리고 동영,  나와서 강희를 본다. 표정 차가워지는.

강희: 나쁜 새끼! (팔을 크게 휘둘러 동영의 뺨을 친다)
동영: (느닷없어 어리둥절한. 뺨을 만진다)
강희: (다다-거리는) 나쁜 새끼! 나쁜 새끼! 나쁜 새끼!
      넌 나 땜에 준희가 죽었다구 생각하지! 아냐!
      너 땜에 죽은 거야! 너 땜에! 너 땜에!!
동영:  돌았냐! 이 기집애야!!
강희:  (표독스럽게 쏘아본다) 니가 나한테 진주만 안 달라
       그랬어두! 그 날, 준희랑 탄피 주으러 안 갔어!
      나쁜 놈, 니 진주 땜에 준희 죽은 거야! 알아!
동영: 이게!! (화가 나서 주먹을 올리다, 참는다)
강희: 내가 준희가 죽은 게 좋은지 알아! 내가 준희 아빠 뺏구
      싶었는지 알아. 공주님이 된 거 같아서 좋았구!
      아빠가 생겨서 좋았지만 준희 꺼 뺏구 싶진  않았어!
      왜 맨날 준희 꺼 다 뺏은 도둑 년으루 보는 거야!
동영:  ..
강희:  니네 엄마 진주 못 돌려줘서 미안해.
       고아원에 가기 전에 그 말 할려구 온거야.
       (차갑게 말하고 돌아선다)
동영: (그 모습 보다가) 미안하다.
강희: (멈춰 선다)
동영: 엄마 반지. 나한텐 젤 중요해서...준희 생각하면
      너무 불쌍해서 그랬어. (숨한번 들이키고) 미안해.
강희: ..(눈물을 닦는다)
동영: (강희가 울 줄은 몰랐다) 무슨..일이 있었니?
강희: 아빠가 밤마다 울어. 낮엔..날 보고 웃지만, 밤엔..준희
      사진 보면서 울어..난, 암만해두..준희가 될 순 없나봐..
       아빨 보는게..너무 슬퍼.. (동영을 본다) 잘 있어..
       (돌아서려는데)
동영: 가지..마. 그냥..아저씨랑 살아..
강희: (본다)
동영: 잘은..모르겠지만, 다 잊어버리게 된데. 나두..가끔은,
      엄마..얼굴이 생각 안 날 때가 있구..엄말..잊어버릴 때도 있어.
      아저씨, 지금은...준희 때문에.. 많이 슬퍼두. 좀 더 지나면..
      널, 사랑하게 되실 꺼야.
강희: ..
동영: (강희의 가방을 뺏어 든다) 아저씨한테 데려다 줄게.
강희: (눈물이 흐른다) 나...나...있지..진짜룬...니가 좋았는데..
      사리원에서..첨 만났을 때.. 니가 착하구나..머리 만져줄
      때부터..니가 좋았는데..
동영: ..(본다)
강희: 니가 날..미워하는 게 싫었어..진줄..돌려주면,
      너랑, 준희랑 나...같이 있을 줄 알았어...나..땜에
      ...준희가 죽은 거야..
동영: ...너..때문이 아냐...전쟁..때문이지...

강희, 동영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한다.
동영, 어 정쩡하게 서서 망설이다, 한 팔을 들어 강희를 안아준다.

씬15 공원, 일각(밤)

준희,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있다.

준희:..그때..잡지 말지.. 다 받아 줄 것처럼 그러지도 말지...
     이젠, 너무 늦었잖아.. 동영씬..더밀..잊는데..두 달이면
     될지 모르겠지만..난, 당신 잊는데...사십년은 걸릴 텐데.
     (자조적으로 웃는다) 뭐야..고준희..다 늙어 꼬부라지겠네..

씬16 앙상블, 마당(밤)

더미, 들어온다. 연경, 문을 열어주며 질문을 폭포수처럼 쏟아 낸다.
그 옆에, 상희와 피에르 방 있다.

연경: 나의 우상 빈씬 어떻게 된 거야? 경찰들이 왜 빈씨 방을
      난장판으루 만들어 논 거야? 밀수라니, 나의 우상 빈씨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끔찍한 범죄 행윌 했단 거니?
      빈씬, 언제 나오는 거야?
상희: 그만 줌 해봐! 얘가 정신없어 알아듣기나 하겠니!
피에르: 더미씨 형, 어떻게 된 거예요?
더미: 나두..잘 몰라요.
연경: 니가 모르면 누가 알어! 경찰 말에 의함 니가 공범이라매!
      조개껍데기 주으러 간 사람이, 뭔 밀수야!!
상희: (연경의 입을 막고, 안의 눈치 보며) 야. 너 미쳤니!
      안 그래두 선생님들, 분위기 삭막하신데, 왜 소릴 질러!
연경: (상희 손 떼 내고) 놔! 나, 뚜껑 열렸단 말야!
피에르: 열려 봤자, 별거 없잖아. 너의 우상 빈형하구,
        애국심밖에 더 있어?
연경: 아니, 애국심은 오늘부루 버렸어. 지금 내 머리 속엔
      두가지가 있지. 나의 우상 빈씨하구, 조국에 대한 분노.
      빈씨가..진짜 감옥에 가면, 내가 감옥 폭파시켜 버릴 꺼야!
      자살 특공대!
상희: (머리를 꿍- 때린다) 미쳤어..기집애가. (흘긴다)
더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보다) 원장님은..어디 계세요?

씬17 앙상블, 안(밤)

장봉실, 마네킹에 드레스를 입혀 놓고 손을 보고 있다. 시침핀으로,
밑단도 조정해 보고, 팔 기장도 조정해 보고. 심란한 마음을,
애써 가다듬는다. 문 열리고, 더미가 들어온다.
문 열리는 소리에, 장봉실 더미를 본다.

더미: 저 왔습니다.
장봉실: ..
더미: 빈씬..같이 못 왔어요..선생님..
장봉실: (드레스 밑단에 시침핀 꽂는) 응. 그래.. 알았으니까 그만 나가봐.
더미: ..(빤히 장봉실을 본다)
장봉실: (시침핀을 다시 꽂으려다, 밴드에 꽂고, 더미를 본다)
        빈하고 무슨 사이야?
더미: ?
장봉실: 그러니까 내 말은.. 음..(조금 곤란한) 빈하고, 무슨 관계냐구.
더미: ..아무 사이두 아닌데요.
장봉실: 그래? (갸웃) 응. 알았어. 나가봐.
더미: (나가려다) 아무 사이두 아니긴 한데요.. 조금.. 아니,
      많이 걱정돼요..빈씨. 지금 거기서, 너무 힘들구.. 선생님을..
      기다릴지도 몰라요..가보셨으면 좋겠어요.
장봉실: 주제넘은 소리두 정말 잘 하는구나,
       넌. 그런 소린 나중에 빈하고, 특별한 사이가 되면 해주겠니?
       듣기 괴롭구나.
더미: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돌아선다)
장봉실: ..(더미를 빤히 본다)

씬18 빈의 방 앞(밤)

장봉실, 걸어와 빈의 방문 앞에 선다.

씬19 빈의 방(밤)

장봉실, 들어온다. 경찰들이 뒤엎고 간 방 안이 엉망이다.
흐트러진 옷가지를 집어 들고 행거에 걸어주던 장봉실,
소파에 주저앉는다. 장봉실, 빈의 옷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한다.

씬20 남자 유치장 안(밤)

빈,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다른 잡범들, 쭈그리고 기대 졸거나,
누워 자는 사람들. 동영, 오경사를 따라 걸어오다. 빈을 본다.
빈, 시선을 느끼고 보면 동영이다. 빈, 벌떡 일어나는.

씬21 종로경찰서, 조사실 한 방(밤)

동영, 방에 들어오자마자 빈의 멱살을 틀어쥐고, 벽에 붙인다.

동영: 이 자식!!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대체!
빈: 하지 마. 나두, 형한테 늘씬하게 두들겨 맞고 싶긴 한데..
    그럼 좀 속이 풀릴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아냐.
동영: (손을 놓는다) 니 자술서 봤다. 그대로라면, 오년은 있어야 해.
     변호사부터 선임하자.
빈: 필요 없어. 오년이든, 삼년이든, 일년이든 다, 마찬가지야.
동영: 그게 어떻게 마찬가지야!! 허세 부리지 마, 이 녀석아!
빈: 마찬가지라니까! 어차피 돌아버릴 텐데! 미쳐서 탈옥을 하든!
    벽에 머리 깨고 죽어버릴 텐데! 오년이든, 삼년이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단 하루도 못 견딜 것 같단 말야!
동영: 그렇게 무서울 짓을 왜 했어!
빈: (의자에 무너져 앉는다) 나두...몰랐지. 지리멸렬한..인생.
    어차피 쓰레기통에 쳐 박힌 인생. 감빵이나, 밖이나 다를 게
    뭐 있어 싶었지. (쓰게 웃는) 헌데 아니네. 겁이..나네.
동영: (맞은편에 앉는다) ..
빈: 그 애를 못 볼 생각하니까 겁이 나...그 애가 웃는 거,
    쨍알거리는 거, 잔소리하는 거 못 볼까봐 겁이 나. 무서워.
동영: ..
빈: 도망치게 해주라..나, 좀 나가게 해주라.. 형...나 좀...
    그 애한테..돌아가게 해주라...

동영, 빈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씬22 앙상블, 마당(밤)

(소리) 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

술에 취한 준희, 벽에 기대 서 있다. 못마땅해서, 보는 차연. 방육성.

차연: 무슨 짓이야? 통행금지 다 되도록 술 퍼 마시구 싶어
      앙상블에 왔니?
준희: (실실- 웃는다) 딱, (손가락 들이밀며) 한 잔만 할라 그랬는데~
      마시다 보니까, 기분이 점점 좋아져서, 멈출 수가 없잖아요~
차연: 취했음, 집에 가 자구, 낼 들어오든지. 이러구 막 나가두 되는 거니?
준희: (껴안고) 죄송해요~ 선생님.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난, 선생님 안 싫은데, 선생님은 나, 너무 싫어 한다~
차연: 어머, 어머! 이젠 술주정까지. (떼어 놓고) 얘, 어떡해요?
방육성: 빈이.. 때문에 속상해서 마신 거 같은데. 그냥 모른 체 덮어.
       꿀물이라두 타 멕이던지.
차연: 꿀물은..(흘긴다) 빈이 땜에 마신 거니? 정말?
준희: 아뇨~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나 땜에 마셨어요~ 빈이가,
      안됐긴 하지만, 알구 봄 내가 더 안됐거든요~ 하하~
      사람들은 다 자기 고민 땜에 마시는 거잖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방 쪽으로 걸어간다)

씬23 더미, 준희의 방(밤)

방이 번쩍, 번쩍 하다. 고회장이 보내준, 가구들로 연경의 방과는
비교도 안 되게 꾸며져 있다.
더미, 준희에게 설탕물을 준다.

더미: 꿀이 어딨는지 몰라서요. 설탕물두 술 깨는 덴 괜찮데요.
준희: (방을 둘러보며) 방 정리 했어?
더미: 오니까 다 돼있었어요. 회장님이, 준희씨 아버님요.
      낮에 사람들 보내서 이렇게 하셨대요.
준희: ..(설탕물 마시는)
더미: 혼자 큰 방 쓰다가, 나 땜에 불편하죠?
준희: 응, 불편해. 것두 아주 많이. 나, 안 불편하게
      더미씨 맹골도루 가줄래?
더미: ..(놀라서 본다)
준희: 돈 많이 버는 게 소원이라며? 목포에 태을방직 대리점 내주면,
      내려갈래?  디자인으루 돈 버는 것보단 그게 빠를 것 같은데.
      남자..찾아야 되서..안되나?
더미: 돈..많이 버는 것도..아저씰..찾는 것도 맞지만요..
      전, 여기가 좋아요.
준희: ..
더미: 뭐라구 잘 표현은 못하겠는데요. 원장님 옷을 보구 있음
     (가슴을 두드리며) 여기가...막, 뜨거워져요. 나두..그런 옷
     만들어 보구 싶어요 불편해두 쫌만 참아주세요~
     최대한 안 불편하게 애쓸께요~
준희: 흐흥..(웃는다) 너무 착할려구 하지 마.
      착한 사람, 옆에 있음 불편해.
      나, 안 착한 거 티 나서 기분 더러워지거든.
더미: 하하- 재밌다. 술 마시니까 준희씨두 그런 말 쓰는구나.
      준희씨두 착한데.
준희: 아니, 난 안 착해. 그 정도로 운이 좋진 않았거던.
더미: (무슨 말인가 싶어 본다)
준희: 착하다는 건...운이 좋단 거지. 사랑이든.. 그게 뭐든 진짜,
     진짜 자신이..원하는 거. 미칠 듯이 갖고 싶었던 거..
     꺾여본 일 없이 다 가져봤단 거지..그니까 비틀릴
     이유가 없는거잖아..

준희, 침대에 벌렁 눕는다. 더미, 그런 준희를 본다.

준희: 한 더미가 안 착해지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흐흥..그 모습이 진짜, 보구 싶네.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

준희, 눈을 감는다. 더미, 곤혹스럽게 준희를 보다가,
시트를 덮어준다. 준희, 감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더미, 영문을 몰라 속상한 시선으로 본다.

씬24 여인숙 한 방(새벽)

양근, 네 활개를 치며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면서 자고 있다.
방 끝에 펴진 자기 이불에서 굴러 나와, 양자에게 치대며 잔다.
양자, 자다 도저히 못 참겠다. 벌떡- 일어난다.

양자:(양근의 다리를 치워내고 일어나 앉는다) 아구..아구..다리야.
     객사 기둥만 한걸..어따 얹어. 아구, 다리 재려. (코에 침을 바른다)
양근: ..(드르렁거리는)

씬25 여인숙 마당(새벽)

양자, 앉아서 밤하늘을 본다.

양자: 강희야... 엄마, 서울 왔다...

씬27 고창회의 집, 앞(아침)

양자, 숨어서 보고 있다. 고창회, 출근을 하기 위해, 차에 오른다.
차 출발하면, 양자 나무 뒤에서 나온다.

양자: ..(집을 본다) 강희야...엄마 왔는데.. 왜..안 나오니...응?
     멀리서라두..너 한 번 보구 갈라구..엄마 왔는데..

양자, 그리운 얼굴로 창회의 집을 바라본다.

씬28 앙상블, 강의실(새벽)

준희, 가장 먼저 나와 스케치를 하고 있다. 아직 다른 학생들, 아무도 없다.
더미, 연습장을 들고 들어오다 준희를 본다.

더미: ..(간밤의 일이 생각나 준희를 대하기가 좀 어색하다)
준희: ..(시선 느끼고 더미를 본다)

두 사람, 잠시 어색하게 서로를 본다.

준희: 굿 모닝?
더미: (웃는다) 새벽부터 어디 갔나 했어요. 술도 안 깼을 텐데.
준희: 원래 이 시간이면 하루 일과 시작해. 오랜 습관. 시간이 아깝잖아.
      더미씨두 일찍 일어나네.
더미: 청소 시간 전에, 공부 할려구요. 스케치 연습두 하구.
준희: 어젠 미안했어. 취해서 주정한 거니까, 맘에 안 담았음 좋겠네.
더미: 괜찮아요. 우리 엄마, 술주정하는 거 못 보셔서 그래요~ 술
      마심 다 맘에 없는 소리 하구 그러잖아요.
준희: 이해해 줘서 고마워. 일 해. (돌아본다)
더미: 저기요! 준희씨.. 나, 준희씨 모델루 옷 만들어두 되요?
준희: (본다).. 왜, 하필 나? 연경씨도 있구, 상희씨두 있구.
더미: 내 선생님이잖아요. 준희씨 아니었음, 여기 들어오지두
      못했을 꺼구. 꼭, 만들어 드리구 싶어요. 고마운데,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몰라서..
준희: ..(생각하다) 그래, 그럼. 나두 더미씰 모델로 만들께.
     빚지는 거 싫으니까.
더미: 고마워요! 준희씨 마음에 들게 열심히 만들어 볼께요!

씬29 더미와 준희의 몽타쥬

더미, 준희의 사이즈를 잰다.
준희, 더미의 사이즈를 잰다. 준희, 더미의 사진을 찍는다.
더미, 식당에서 일하면서, 실습실 걸레 청소하면서 연습장 펴놓고
생각나는 대로 준희의 의상을 디자인한다. 그림은 만화수준이고,
컬러를 쓰지 않고 연필로 디자인한다.
준희, 책상에 더미의 사진을 여러 장 붙여 놓고 고민하면서 스케치 한다.
준희, 생각이 잘 안 풀리는지 음악을 틀어 놓고..가만히 장에 기대서서
눈 감고 음악을 듣는다.

씬30 빈의 방

더미, 빈의 방을 청소한다. 빈의 방을 청소하면서도 틈틈이
스케치를 하느라 연습장을 펼쳐 놓고 있다. 더미, 책상 위를
마른 걸레로 닦다가 빈의 사진을 본다.
 
(빈의 소리) 과거에 니가 누굴 사랑했던 현재, 지금 니 마음에
누가 들어있든 관심 없어. 니 가슴에 안길 수 있는 남잔 앞으로 장 빈,
나 하날 테니까.

더미: ..(사진을 본다)

(빈의 소리) 찌꺼기 마음은 필요 없다. 그 놈을 볼 땐 그 놈만  실컷 봐.
나를 볼 땐 나만 보고. 니 눈이 네 개든, 여섯 개든. 천개든 다
좋으니까.. 앞으룬 그 눈 다, 나만 바라보게 해줄께.

더미: 아냐.. 아냐. 아냐, 그러지 마, 그러지 마요.
(연경의 소리) 뭘..그러지 마?
더미: (보고) 아...언니.
연경: (다가와서, 더미의 손에서 사진을 뺏는다) 사진 빵구 나겠다.
      너, 그렇게 뜨거운 눈으루 나의 우상 빈씰 봐두 되는 거니?
더미: 오해에요. 청소 하루 온 건데, 왜 그래.
연경: 응, 그래. 청소 좋지. 근데, 앞으로 여긴 하지 마.
      나의 우상 빈씨 방은 이 하연경의 담당구역이거든.
      넌, 그냥 잡으루 온 그 남자나 신경 쓰면 좋겠는걸.
더미: ..그러게..나두, 그랬으면 좋겠다.
연경: 근데 너 되게 치사한거 알구 있냐? 공범이래매?
      빈씨한테 가보지두 않구, 혼자 샐샐 웃으면서, 밥 잘 먹구,
      잘 자구, 공부하구 그래두 되는 걸까?
더미: 달리, 내가 어떻게 해줄 게 없어서..빈씨한테 잘 못하는 거
      아는데..보면, 괜히 맘만 아플 꺼 같아서..가기가 겁난다. (애써 웃는)

씬31 종로 경찰서, 조사실 한 방

허진기, 오경사가 내민 서류에 싸인 한다. 그 옆에 동영, 서 있다.

씬32 달리는 택시 안

허진기, 앞에 타고 있고. 동영과 빈, 뒷좌석에 타고 있다.

빈: 형, 어디루 데려가는 건데?
동영: 가보면 알아. 나중에 얘기하자.
빈: 교관님, 빼주신 건 고마운데, 어디 가는지 행선진 알아야죠.
허진기: 입 다물어!! 앞으루, 내가 시키기 전까진 한 마디도 하지 마!!
빈: (휘파람 불고) 살벌한 데..가나 보네요..이거..

씬33 대한상사, 해외영업2부 회의실

블라인드 내려져 있다. 동영, 문을 잠근다.
빈, 허진기가 내민 서류에 싸인을 한다.

허진기: (빈이 싸인한 서류를 접어 가슴에 넣는다) 장빈.
빈: 예, 교관님.
허진기: 과장님이라고 부르라니까.
빈: 습관이 안돼서요. (씨익- 웃는)
허진기: (빈의 머리통을 퍽, 친다) 장난치지 마, 새끼야!
       죽고 사는 게 농담인 줄 알아! 니가 상태가 그런 줄 알았으면,
       김동영이 아무리 널 파트너로 찍었어도 안 꺼내왔어!
       뼛속까지 썩은 놈 아냐, 이거!
빈: ..(긴장하는) 죄송합니다.
허진기: 장빈, 넌 니 인생 오년을 빚졌다. 그걸 네 목숨으로
       갚는 건 괜찮은데,김동영이까지 죽이진 마!
빈: ..
허진기: (빈을 보고) 감옥살이보다 결코 쉽지 않다.
       유치장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지금 말해.
빈: 아닙니다.
허진기: 교육이 끝날 때까지 세 가지만 명심해라. 첫째도, 보안!
       둘째도 보안! 셋째도 보안이다! 니가 하는 일에 대해선
       누구한테도 입 다물어!
빈: ..알고 있습니다..
허진기: (동영에게) 장빈의 교육 일정, 교육과정은, 김동영이
       네가 책임지도록 해.
동영: 알겠습니다, 과장님.
허진기: (비장한) 신랑각시는 아니지만 너희 둘은 비익조다.
       날개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해. (손바닥을 마주치며)
       둘이 합쳐야! 날개 한 쌍으로 함께 날아간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 어떤 갈등도,
      어떤 불화도..만들지 마라. 그 불화가 너희를 죽일 수도 있다.
      알았나?
동영: 예.
빈: 명심하겠습니다.

동영과 빈, 서로를 애정과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바라본다.

씬34 앙상블, 앞

동영과 빈, 기숙사를 향해 걸어온다. 빈, 아그리파를
사서 한 팔로 껴안고 있다.

동영: 들어가, 푹 쉬어. 내일부턴 훈련이 고될 꺼야.
빈: 풀려난 기념으로, 술 한 잔 안하고~
동영: 또, 또. 녀석. (걱정스러운) 거기까지 끌어들여 미안하다.
      널 꺼낼 방법이 달리 없어서.
빈: (진지한) 내가 형한테 지금 얼마나 고마운지 알잖아. 잘 됐어..
    형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어서.
동영: ..(웃고) 수업 시간 아니면 준희 좀 불러 줄래?
빈: 들어가서 보면 되잖아. (아그리파를 툭툭- 치며)
    이 녀석 주인 궁금하지 않아? 들어가자. 소개해 줄께.

씬35 앙상블 의상실 안

붕대를 푼 장봉실, 학생들의 스케치를 넘겨보고 있다.
한쪽에는 탈락된 학생들의 것, 붉은 펜으로 엑스자가 쳐져 있고.
다른 쪽에는 통과된 작품들이 있다. 차연, 기다리고 있다.
장봉실, 준희의 이름이 쓰여 있는 스케치를 보다, 통과된 쪽으로 놓는다.
차연, 흘끔거리며 본다.
장봉실, 연필로 된, 흑백 만화 같은 더미의 스케치를 들고 오래오래 바라본다.

장봉실: ..(생각하다 통과 쪽으로 놓는다)
차연: 아니, 선생님. 이건 정말.. 아우, 아우. 더미껀...정말...
      우리 학원의 수치예요.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장봉실: 궁금하지 않아? 도대체 예상이 안 되는 이런 스케친,
       어떤.. 옷이 될까 확인해 보구 싶지 않아?
차연: (뿌루퉁한) 아뇨.. 하나두 안 궁금한데요..전.

씬36 앙상블, 강의실

교탁 옆에 서서 차연, 학생들의 스케치를 나눠주고 있다.
방육성, 학생들 하나하나와 면담하고 있는.

차연: 원장 선생님, 몸이 좀 불편하셔서 내가 대신, 나눠주는 거야.
     통과 된 사람들은 (방육성을 보고) 선생님하고 옷감하고 단추,
     장식품들 의논해. 하연경.
하연경: 네~ (하고 일어난다)
차연: (스케치를 흘긋 보고) 겉멋만 들어선, 넌 항상 보믄 옷은 꽝인데
      단추니, 벨트니, 소품만 잘 쓰더라.
하연경: ..(인사하고 방육성에게로 간다)

스케치를 돌려받은 학생들, 방육성에게가 스케치를 내밀고,
천에 대해 의논한다.

차연: 오상희
오상희: 네! (일어난다)
차연: (스케치 돌려주며) 잘했어. 너무 스텐다드한 게 문제라구,
     원장님 지적 계셨다. 고준희.
준희: 네. (일어난다)
차연: ..(스케치를 보고) 마스터 코스라두 말랑고니 스쿨이 좋긴
     한가봐. 육 개월 거저 놀구 먹구, 이태리 관광만 한 건
     아닌가봐?
준희: (웃으며, 손 내민다) 칭찬이시죠? 고맙습니다.
차연: ..(김새고, 돌려주고) 한더미!!
더미: 제 것두 통과됐나요!
차연: (더미의 연필, 만화 그림을 보고) 후우...참..한심하다.
      나중에 어디 가서, 아세아복장학원서 배웠단 소리 하지 마!
      쪽 팔려!
더미: ...(생각하다) 나중에 잘 그리게 되면, 그땐,
     여기 학생이라구 말해도 되죠?
차연: 쯧쯧..(고개 흔든다)

더미, 방육성에게로 간다. 방육성, 준희에게 옷감을 설정해 주고 있다.

방육성: 마직? 옅은 베이지 톤 린넨? (더미를 한번 보고, 준희에게)
       글쎄, 더미가 소화할 수 있을까? 까다로운 감인데..
준희: 기존 이미지를 살려주는게 디자인의 편안한 목적이라면,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주는 게, 디자인의 우선 아닌가요?
      공격적 디자인.
방육성: (웃고) 패기 있어 좋구나. 창고로 내려와,
       원하는 옷감 찾아 줄 테니까.
준희: 감사합니다. (인사하고도, 더미의 스케치를 보기 위해 안가고 선)

하연경을 비롯한 다른 학생들, 몰려들어 더미의 스케치를
어깨 너머로 흘깃 보며 수군거린다.

방육성: (더미의 스케치를 본다) 이건..색이 없어서...내가 잘
       모르겠는데.. 모델은, 여기 준희라고 들었는데...
       이게 뭐야?
더미: ..(시무룩한)
방육성: 아니. 더밀 야단치려는 게 아니고 이게.. 뭔 느낌인가..알아야...
        천도 고르고, 색도 맞추지.
더미: (머리 긁으며) 물..미역요..
방육성: (이게 뭔 소린가 싶은) 뭐? 물미역?
연경: 호호호~~ 물미역이래잖아요~ 미역국 물미역, 미역,
      오이 초무침 물미역~ 호홍~
더미: (난처하지만, 자신감 있게) 그냥.. 준희씨 보면, 물미역
      생각이 나서요. 제가 잠녀할 때요, 바다에 들어감 물미역이
      (손짓하며) 이렇게 이렇게~ 물살에 움직이거든요.
       그게 엄청 우아하구요. 엄청, 자유로워 보이구요.
      엄청, 화사하구 그렇거든요. 준희씨랑..많이 닮은 거 같아서..
준희: 푸우~ (참다, 참다 너무 우습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는)
방육성: 응.. 그래. 먹을 때는..잘 몰랐는데..물미역이
       그렇게..멋있단 말이지..
(빈의 소리) 고준희한테 딱인데요. 물미역!

사람들, 돌아보면 빈이 웃고 있다.

준희: (반가워서) 장빈!!
피에르: (동시에) 형!
더미: ..(빈을 본다)
빈: ..(더미를 본다)

방육성과 차연, 반갑고 안심되고. ‘빈아, 언제 왔어!/
이 녀석, 왔구나!’ 하며 반기고, 연경, 그새 머리를 매만지며.

연경: 나의 우상 빈씨!! 언제 왔어요!! 고생 많았죠!
     가만 내가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니지. 두부 사올께요.
      쌩두부! 잠깐만요! (문 쪽으로 가려면)
빈:(연경의 손목을 잡는다) 됐어. 누나. 성의는 고마운데,
   그 정돈 아냐. (손놓고, 웃는) 쌩두분 좀 그렇잖아?
연경: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다른 손을 내민다)
     저기..빈씨..이쪽두..형평성 있게..잡아주믄..좋을 텐데요...
빈: 하하- (웃는다)

씬37 앙상블, 마당/ 대문 앞

학생들, 주르르 나와서 동영을 구경하고 있다. 대문 앞에서,
준희와 만나고 있는 동영.

동영: 좋아 보인다.
준희: 즐거워. 여기서,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날 즐겁게 해.
      머리 아픈 거, 동영씨 생각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
동영: 그래, 다행이다. 네가 행복해보여서.
준희: ..(안쪽을 보며, 혹시 더미가 나오지 않을까) 나가서 얘기해.
      팥빙수라도 먹어요, 우리. 덥다.

준희와 동영, 걸어간다.

씬38 앙상블, 실습실

빈과 더미만이 남아 있다. 더미, 빈이 어색하다.
빈, 아그리파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아그리파의
목에 루비 목걸이가 달려있다.

더미: (목걸이를 본다) 이거 안 받을 꺼에요.
빈: 그럼 버릴까?
더미: 정말 받을 수가 없어요.. 그 날, 말했잖아요.
      나, 빈씨 마음 아는데(하는데)
빈: 거기까지만 해. 했던 말, 또 읊을 필욘 없어.
    계속 들어도 면역 안 생길 텐데. 그럼 넌 힘들고, 난 쓰리잖아.
더미: ..
빈: 배고프다. (웃으며) 정 부담스러우면 밥이나 좀 해주든지~
   미역국도 좋고~ 미역죽도 좋고~ 미역무침도 괜찮아~
   (놓여 있는 스케치를 보며, 쿡쿡 웃는다) 멋지다~ 물미역.
더미: 이..씨. 또 놀리구 있어!
빈: 씻고 올 테니까, 미역 정식 부탁해~ (나간다)
더미: 부엌 가서 아무 거나 먹어요!
빈: (돌아보고, 진지한) 다시 볼 수 있어 기쁘다. 널 다시 보는 걸로
    이렇게까지 행복해질 줄은 나도 몰랐어..
더미: ..(본다)
빈: (싱긋- 웃어주고 나간다)

씬39 빈의 방

빈, 목욕을 하려고 옷을 벗는데. 문 열리고, 장봉실 들어온다.

장봉실: 빈아!!
빈: 웬만하면 노크 좀 하시죠? (가운을 입으며) 좋아 보이시네요.
    저, 안보니까 살만하셨나 봐요.
장봉실: 괜..찮니? 응?
빈: 너무 괜찮은데, 이거 어떡하죠? 한 오년 썩었다 나와야 되는데..
    여사님, 실망 시켜 드렸네요.
장봉실: 못 가봐서..미안해.. 가 보려구 했는데.
       차마, 널..볼 수가 없어서...
빈: 기대 안했어요. 원래 여사님 그런 분이잖아요.
장봉실: 그런 게 아냐.. 니가 아프구..힘든 거..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았어.
빈: 흥..(코웃음을 친다) 자식이 고통스러울 때, 더 힘든 거
   참아가면서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여사님은 자기 아플 꺼부터 생각하고, 도망갈 생각부터 한 거네요.
장봉실: ..(아들을 보다) 내가 졌다..
빈: (본다)
장봉실: 그래..엄마가 졌어.. 은퇴할께. 오사카 엑스포를 끝으루,
      은퇴하마..그럼 되겠니? 그럼...날 용서해 주겠니?
빈: 설마요. 여사님이 목숨보다 소중하고, 남편보다, 자식보다
    소중한 디자인을 그만 두시겠다구요? 명성 없는 삶을
    견딜 수 있다구요?
장봉실: 응. 널...지켜보며 살께. 남은..인생은 너한테,
      속죄하면서...그렇게 살께.
빈: 하하하- (웃고) 이거 부담스러워서 어쩌나.
장봉실: (다가온다) 빈아..그렇게 하면...날 용서해주겠니..?
빈: 날 끌어다 넣지 마세요!! 당신이란 사람 끝까지 이러지!
   용서에도 조건이 있지! 내가 감격이라도 할 줄 알았어요! 
장봉실: 조건을 다는 게 아냐. 그냥...세상에..화해 못할 건 없다구..
      내가, 노력할 테니까..넌, 그냥..지켜봐 달라구..애원하는 거야.
빈: 이런 거 속 메쓱거려요. 여사님이 날 안아줬으면
    하는 때도 있었죠. 지금은 아냐. 그냥 하던 일 계속해요.
     괜히, 나한테 부담주지 말고.
장봉실: ..
빈: 미역국 먹어야 되서, 좀 씻어야겠어요.

빈, 목욕탕을 향해 성큼성큼 걷는다. 그 모습을 시리게 바라보는 장봉실.

씬40 앙상블, 주방

더미, 미역 죽을 쑤고 있다. 연경, 그 옆에서 재잘재잘- 거리고 있다.

연경: 너두 구경하지. 나의 우상 빈씨 말구,
      그렇게 잘 생긴 사람은 첨 봤는데.
더미: 나두 잘 생긴 사람 아는데. 우리 아저씨.
연경: 장담하는데 니가 잡으루 왔단 남자랑은 비교 안돼.
      그냥, 그야 말루, 조각이구, 그야말루 그림이라니깐.
더미: 하하- 언닌 아무나 다 그림이라더라.
연경: 진짜야.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 훑는 시늉하며) 앞 그림도
     좋지만 뒷그림은 더 예술이다. 아버진, 국방부 장관님이시구.
     그 사람은 대통령 비서관이야. 너무 빵빵하지 않니?
     고준희..운두 좋아..
더미: 준희씨하구 사귄데요?
연경: 사귀는 게 아니라, 결혼할 사이야. 나의 우상 빈씨랑
      형 동생처럼 지내는 사람이거든. 전에부터, 여기 놀러
      여러 번 왔었어. 그 사람이랑, 고준희랑, 연애하는 거 다 알지.
      우리 앙상블 식구들은.
더미: 잘 됐네요~ 준희씨두 멋진데. 애인두 그렇게 멋져서.
      나중에 구경해야지~

씬41 제과점, 안

준희와 동영, 팥빙수를 먹고 있다. 아무 말 없이, 팥빙수 먹는 두 사람.
준희, 동영의 그릇을 수저로 친다.

준희: (소리 높여 웃고) 이렇게 예전처럼 팥빙수도 못 먹는 줄 알았네.
동영: 우리, 시간을 좀 가져보자.
준희: 시간을 가짐 고준희한테 희망이 있는 거야?
동영: 며칠 동안, 지난..시간들 생각했어. 이십년 가까운 그 시간들
      속에, 항상..내 옆엔 준희 네가 있어줬지. 고맙다.
준희: 그래서 희망은..있는 거야? 우리.
동영: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어. 노력해 보마. 이기적이라고 네가 날 욕해도..
      이게, 내 최선이네..
준희: ..
동영: 화나지?
준희: 응. 화..나. 화나는데...그래두...기뻐..
동영: ..
준희: 먹어요, 얼른. 나 들어가 봐야 해.
     (팥빙수 한 스푼 떠먹고) 맛있다.
     당신이랑, 이런 시간들이..이렇게 소중한 줄..예전엔 잘 몰랐네.

준희, 동영을 보며 예쁘게 웃고, 동영, 그런 준희가 애잔하고.

씬42 고창회의 집, 대문 앞(밤)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우산을 쓴, 양자..혹시나 강희를 볼 수 있을까 기웃거리고 있다.
집 안에 켜 있던 불들이 꺼진다.

(양근의 소리) 여긴 뭐담시 만날 온다요?
양자: (돌아보고) 아구, 깜짝이야! 뭐 하러 따라왔어!
      얼른 자라니까!
양근: 아, 장모가 밤이면 밤마다, 낮이믄 낮마다 쓰윽,
      쓱- 없어져 쌌는데, 궁금해서 살 수가 있어야제.
양자: 아무 것두 아니니까, 가자. 가!
양근: 집이 끝깔나게 좋구마. 뭐하는 데요?
양자: 그냥, 내가 소식쩍에 서울 살 때, 일하던 집이야.
      사모님 계시믄 인사라두 할라구 와봤어.
양근: 참..말?
양자: 이 녀석이, 속아만 살았나. 얼른 가자니까!! (양근을 끌고 간다)
양근: 아이구..아이구..그 성깔에 남 밑에 일이나 했것다.


씬44 더미, 준희의 방(밤)

더미, 책상에 엎드려 졸다 어깨가 아파 웅얼웅얼 깨난다.
준희, 문을 열고 밖에 비 오는 모습을 본다. 준희, 문 닫고,
돌아와 어깨를 주무르며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파스를 꺼내, 포장을 뜯는다..

더미: 으응...으응..
준희: ..(본다)
더미: (눈물이 흐른다, 조그맣게 웅얼거리는)..
     용서해..주세요...알러뷰...
준희: ..(더미에게로 온다. 소리가 너무 작아 무슨 소린지 못 알아 듣는다)
더미: 용서..해주세요...알러뷰...알러뷰...(운다)
준희: ..알..러..뷰...? (더미를 본다)
더미: 용서해..주세요...알러뷰.. 알러..뷰...
준희: ? (더미를 흔들어 깨운다) 더미씨? 더미씨?
더미: ! (벌떡 일어난다) ..
준희: 무슨..선잠을 그렇게 요란하게 자? 악몽 꿨어?
더미:..어깨가...아파서요..밖에 비 와요..?
준희: 응 .. 비 와. 많이.. 나두..어깨가 아픈데...

준희, 침대로 돌아가 옷을 벗고, 속치마 차림으로
어깨에 파스를 붙인다.
그 모습을 보던, 더미 준희의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란다.

더미: 어!!
준희: (보고) 왜 그렇게 사람을 빤히 봐? 무안하게.
더미: 나하구 똑 같은 흉터가 있어서요!
준희: 그래?
더미: (단추를 풀어 자신의 어깨의 상처를 보여준다)
준희: ! (놀라서 본다) ..
더미: 봐요. 그쵸? 신기하다..

준희, 더미를 본다.
(인서트) 더미가, 국수집에서 서울야곡을 부르던 장면.
어린 준희가, 서울야곡을 부르던 장면.

준희, 더미를 바라본다.
(인서트) 어린 준희와 강희가, 일라이 상사에게 ‘알러뷰, 알러뷰’
하면서 싹싹 빌던 장면.

준희: ..(점점 의혹에 찬다. 혹시..설마..이 아이가..준희는
     죽었는데 아닐 꺼야..)

준희, 단추를 채우는 더미를 바라본다.
(인서트) 어린 준희가 총을 맞던 장면. 자신과 준희가 총을 맞던
 장면이 빠르게 지나간다.

준희, 벌떡 일어나 더미에게로 다가간다.
더미, 옷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려다 의아해서 준희를 본다.
준희, 더미의 손을 확- 잡아 침대에 앉힌다.
더미의 옷을 잡아 찢을 듯이 벗긴다.

더미: 왜..이래요.. 왜..이래요...준희씨..
준희: (옷을 헤치고 상처를 확인한다) !
더미: ..(본다)
준희: ..(더미의 흉터를 만져보며) 이...상처...어디서...생긴 거야...?
더미: ..네..?
준희: (흥분하는) 이 흉터 어디서 생긴 거냐구!! 왜 생긴 거냐구!!

준희, 더미를 보며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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