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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2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287 목록 댓글 0

[패션 70s] 20

 

 

 

 

 

 

 

 

 

 

 

 

씬1 아유마테이 거리(아침)

玉流館이 멀리 보이는 곳에 차 한대가 서 있다.
동영과 빈에게 마련된 차다. 차 문에 ‘漢城 旅行’ 이라고 쓰여 있다.
‘b3248’이라고 쓰인 번호판 달려있다.
두 사람, 김중린과의 접촉 지점인 옥류관을 미리 파악하러 왔다.
 
씬2 한성여행사 차 안

동영, 망원경으로 옥류관을 보고 있다. 빈, 조수석에서
옥류관 건물의 도면을 보고 있다. 동영의 망원경에 경호원1?2의
호위를 받으며 차에서 내리는 김중린의 모습이 보인다.
(k9725 차량번호판 달려있다)

동영: 왔다. (망원경을 주며) 김중린 총책이다.
빈: (망원경을 넘겨받아 본다) 셋...넷...근접경호원이
둘..둘은 수행비선가?

김중린의 차 뒤에 서는 승용차에서 다른 경호원들
내리는 모습 보인다.

동영: 그렇겠지. 나가자.
빈: 접선은 내일이잖아?
동영: 가까이서 한 번, 지형지물을 파악해 둬야지.
      김중린에게 작전이 예정대로 간다는 것도 알려야 하고.

빈과 동영, 망원경 놓고 내린다.

씬3 옥류관(玉流館) 앞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歡迎 北朝鮮 特産品 販賣 施食會
(환영 북조선 특산품 판매 시식회)’
동영과 빈, 걸어온다. 홍콩사람들 같은 복장이라 별반
눈에 튀지 않는.김중린, 한복차림의 여성들에게 환영의
꽃을 받는다. 한 여성이 권하는 인삼차를 마시는 김중린.
외국기자들, 사진을 찍는다.
외국인들, 인삼차나 들쭉술 등을 먹는다.
동영과 빈, 다가온다.

여성: (중국어) 어서오세요. 북조선 인삼찹니다.
      (컵을 내민다)
동영: Thank you. [고맙습니다]
빈: (홍콩에 왔던 경험이 있다. 중국어로)
    맛있네요. 차가워서 좋군.

동영과 빈, 경호원에 둘러싸인 김중린을 본다. 김중린,
북한 관리로 보이는 남자들과 대화 나누고 있다.

여성: (중국어로) 인삼차도 좋지만, 남자분들한테는 술이 좋지요?
      (들쭉술을 권하며) 북조선 특산물입니다. 들쭉술,
      건강에도 아주 좋아요.
동영: (암호를 말한다) Azalea blossoms are really pretty
         in Mountain Halla.
      [한라산에는 철쭉이 곱습니다]

떨어져 있던 김중린, 그 소리를 들었다. 동영 쪽을 본다.
동영과 김중린, 시선을 교환한다. 김중린, 동영에게 미소 띠우며
호방한 소리로.

김중린: 백두산 철뚝(쭉)도 만만티가 않습네다!
동영: 언제 꼭 한 번 그 장관을 보고 싶군요.
김중린: 그러시라요! 들뚝술(들쭉술) 맛나기 드시구, 내일까정
       녈리니까네 또 오시라요. (여성에게) 초대??(초대장)
       한 당(장) 드리라우.

여성, 빈에게 초대장을 준다. 빈, 받고.
김중린, 옆에 붙어 다니던 북한 관리들 의식하고,
일행들을 데리고 다른 쪽으로 간다.

씬4 옥류관 안

동영과 빈, 안을 둘러보고 있다. 외국인들, 한국 사람들,
북한음식인 냉면과 들쭉 술, 인삼차, 떡 등을 먹고 있다.
한복 입은 여성들, 허리끈으로 고정한 앞치마(원피스형 앞치마는
한복에 원래 입지 않는다) 입고 서빙하고 있다. 동영과 빈, 안쪽으로
걸어가면서 예리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핀다.

여성: 손님, 앉드시라요. 행사 둥에는 밥값을
      난(안)받습네다.
동영: 내일 와서 먹겠습니다. (미소) 화장실을
      좀 쓰고 싶은데요.

씬5 옥류관 화장실

동영과 빈, 화장실을 확인한다. 빈, 화장실 문 일일이 열어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고. 출입문 잠그고 창문 쪽으로 걸어와
디딤대를 딛고 창문을 연다. 사람이 빠져 나갈 수 없는 크기다.
동영, 난처하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빈, 권총을 꺼내 비닐봉지에 넣는다. 테잎으로 밀봉하고
변기 물받이 통에 넣는다. 동영, 변기 물받이 통에 권총을 집어넣는
빈을 살펴보고 있다.

빈: 그냥 내가 들고 들어오는 게 어때? 혹시라도 눈에 띌 수도 있고.
동영: 총기가 노출되면, 김중린에게 접근금지를 당할 수도 있다.
      이걸 쓸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래야지.

씬6 을지여인숙, 한 방

더미, 양자에게 자신이 만든 옷을 입혀주고 있다.
아주 세련되지는 않아도,
블라우스에 치마가 고상하다. 블라우스의 리본을 매어주는 더미의
표정이 편하지가 않다. 양자, 더미의 눈치를 보고 있다.

양자: (짐짓 밝게) 우리 더미 덕에 엄마가 호강 한다~ 맹골도 있을 때두,
      잘 만들더니. 앙쌍블인가~ 서울물이 좋긴 좋네. 그냥 옷에 도시태가,
      짤짤 흐르네~
더미: 꼭, 가야 해?
양자: 내가 어디 딴 데 가니~ 집에 가지. 아무리 우리 딸이 좋아두,
      서울에선 못살 꺼 같어. 아오, 그냥 숨이 콕 막혀선. 엄마한텐
      물질이 맞어. 바다라두 봐야 숨통이 틔이지.
더미: ..
양자: 명절날 보구, 휴가 때 보구 그럼 되잖어. 서운해 하지 말어.
더미: 난 왜 엄마가 자꾸 내 옆에서 도망갈라 그러는 거 같지?
      나한테 말해주기 싫어서..이러는 거야?
양자: 말해줄 게 있어야 하지! 엄마가 잠깐, 아가씨네서 식모 살았다.
      더 이상 뭘 더 말해!
더미: 몰라! 나두 미치겠어! 하루 죙일 그 생각만 나! 그래두 옷 만들 땐,
      암 생각이 없는데. 손만 놓음 미치겠어. 엄마하구 준희씨하구 같이
      있던 생각만 나!
양자: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 말구, 옷만 만들어!
더미: 내가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 (정말 답답해서 죽을 것만 같다
      자신의 머리를 양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이 안에서 뭐가
      부글부글 끓는데! 마구 엉켜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몰라서
      죽겠단 말야!
양자: 그래서 엄마더러 어쩌라구!
더미: 준희가 전에 나한테 그랬단 말야! 난, 한강희야! 넌, 고준희니!
양자: !
더미: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고준희가 왜 한강희야?
      한강흰 도대체 누구야! 엄만, 알 꺼 아냐! 준희씨..회장님,
      진짜 딸 아니구.. 데려다 기른 애야?
      그 집서 식모 살았으면 엄만, 다 알 꺼 아냐?
양자: 고만 못 해! 니들이 헛소리 하는 거까지 엄마가 어떻게
      일일이 알어! 식모가 밥이나 하구, 빨래나 하지!
      주인집 일에 대해 뭘 알어!
더미: 자꾸만 회장님한테 가구 싶어. 회장님 보구 있음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가 이상해. 멀미난 거처럼 어지럽구
     눈물이 날라 그래.
양자: 니가 아주 미쳤구나!
더미: 엄마!
양자: 아가씨랑 한 방 쓰다 보니까, 부러워서 정신이 나갔나 보다.
      어서 그런 헛소릴 해! 물질하는 엄마 부끄러서, 회장님 딸이
      되구 싶단 거야!

양자, ‘에이, 고약한 거!’ 하면서 가방을 든다.

씬7 을지 여인숙, 앞

양자, 가방 들고 간다. 더미, 가방(인디오스 자수 도안, 목폴라티 디자인)
등이 든 좀 큰 가방)을 메고 ‘엄마! 엄마!’ 부르며 뛰어온다.

더미: 이러구 가면 어떡해. (옷을 잡는)
양자: (탁, 쳐내고) 딸년한테 그만큼 딱였음 됐지.
      뭘 더 어쩌구 가라구!
더미: 나..엄마 사랑해.. 근데 그냥, 진실이 알고 싶은 거 뿐야.
양자: (가만 보다, 깊게 한숨을 쉰다) 진실은..너가 내 딸 더미라는 거.
      엄마한텐 하늘이 내려준 귀한 딸이라는 거다. 그게 다야.
더미: ..그건 알아.
양자: 엄만, 너가 자꾸 아가씨랑 안 얽혔음 좋겠다.
      옷 만드는 데가 어디 앙쌍블인지 밖에 없겠어.
      딴 데서 배웠으믄 좋겠다.
더미: ..
양자: 뱁새가 황샐 따라갈라다 보믄 가랑이가 쭉 째져. 너가..준희
      아가씨가 부러워서 그러나 본데..어쩌겠니.
      니 팔자가 그런 걸. (더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일하루 가. 엄마 갈란다.

더미, 양자를 가만 바라본다. 양자, 멀리 떠날 생각이라 마지막으로
딸을 보는 심정으로 더미를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본다.

씬8 앙상블 기숙사 대문 앞/ 동 마당

양자, 행여나 마지막으로 준희를 보고 갈 수 있을까 싶어서 기숙사
안을 흘금거리면서 본다. 방문 열리고 준희, 만들던 자유 작품 옷을
들고 실습실 쪽으로 걸어간다.
양자, 딸을 대문 창살 사이로 바라본다. 준희가 걸어가는 모습 위로.

(양자의 소리) 강희야 잘 살어. 뭐 하나 널..도와주지두 못 하구,
복잡하게만 만들어 놓구 간다. 원래 우리 강흰 똑똑했으니까..
엉크러진 실타래 잘 풀 수 있을 꺼야.

씬9 앙상블, 실습실 안

준희, 만들다 만 옷을 스케치와 비교해 보고 있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 고개를 흔든다. 준희, 겉감과 속감을 박스에 쑤셔 넣는다.
 
(양자의 소리) 힘들겠지만 더미하구 잘 지내. 어려서부터..니들은
사이 좋았구. 엄마한텐..강희 너나..더미나 똑같이 귀한 딸이다.

씬10 앙상블, 거리

양자, 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멀찍이서 지켜보는
남자. 최비서가 붙인 사람이다.

씬11 태을방직 회장실

고창회, 최비서에게 더미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창회: 더미양이 왔다구? 들여보내지 왜?
최비서: 아무리 아가씨 동료분이라고 해도, 일일이 그런 아이까지
       회장님께서 직접 챙기시는 건...제품개발실 홍과장을
       연결해 주겠습니다.
창회: 아냐. 챙기려는 건 아니고. 글쎄. 더미양을 보고 있으면
      내가 마음이 편안해져. 들어오라고 해.

씬12 태을방직, 비서실

더미, 기다리고 서 있다. 최비서, 나온다.

최비서: 들어가시죠.
더미: (미소) 고맙습니다.

씬13 태을방직, 회장실

고창회, 더미가 수놓은 인디오스 로고와 이니셜을 보고 있다.
티 테이블에는 더미가 스케치 한 목폴라 전체 스케치가
(자세하고, 제법 그럴 듯 하게 그려진) 놓여 있다. 고창회,
스케치와 인디오스 로고를 비교하고 있고. 더미, 그런 고창회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회: (로고를 보면서 설명하는) 처음부터 더미양 마음에 딱 들게
      시보리를 하긴 어려울 꺼야. 아마, 몇 번 세탁을 하면 목 짜임이
      조금은 늘어질 텐데. 그런 기술적인 문제는 차차 보완을 하자구.
더미: 네.
창회: 한 판을 돌리면 최소한 삼백 벌? 미디움 싸이즈면 사백 벌은
      나올 텐데. 나머진 어떻게 할 꺼지?
더미: 제가 전에 일하던 동양 상회 사장님한테 약속을 했어요.
      목 폴라티를 꼭, 만들어 드리겠다구. 사장님한테 드리려구요.
      시장에서 팔면, 아무래두 좀 싸게 사람들이 사 입을 수 있을
      테니깐요.
창회: (따뜻하게 웃으며) 없는 사람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더미양 생각이 따뜻해서 참 기쁘구나.
더미: (창회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창회: 더미양 부친께서는 참 좋으시겠구나.
      이렇게 예쁜 따님을 둬서.
더미: 돌아가셨어요..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고창회, 가만히 보다 안쓰러운 듯 더미의 손을 잡아 준다.

창회: 더미양도 아버지가 그립겠지만..돌아가신 부친이 더 안타깝군.
      이렇게 예쁜 따님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으셨을까.
더미: ..(창회를 본다. 눈물이 뚝, 떨어진다)
창회:· (놀라서, 손놓고) 왜..?
더미: (고개를 흔든다) 모르겠어요. 그냥. (해맑게 웃는다)
      챙피하다..
창회: (빙그레 웃는) 아버님 생각이 나서 그러는군.

(소리) 노크소리.

문 열리고, 심각한 표정의 최비서 들어온다.

창회: 무슨 일인가?
최비서: ..(더미를 본다. 곤란한)
더미: (알아채고) 저 이만 가 볼께요! 자꾸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담엔, 공장으로 가겠습니다.
창회: 아냐. 다음에도 이리로 와요. 잘 가요. 더미양.

더미, ‘네’ 고창회와 최비서에게 인사하고 나간다.
문 닫히기가 무섭게.

최비서: 이양자씨를 찾았습니다.
창회: 그래! 어딨는가! 그 분은!

씬14 서울역, 플랫폼

양자,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손에 든
부산행 기차표. 양자, 한없이 쓸쓸한 표정으로 기차표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씬15 서울역 앞

고창회의 차가 도착한다. 최비서가 열어줄 사이도 없이,
황급히 문 열리고, 뒷좌석에서 뛰쳐 내리는 고창회.

씬16 서울역, 플랫폼

(역무원의 소리) 서울 발 부산 행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십칠 시 십 분에 출발할 부산 행 비둘기호 1901열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서둘러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차가 도착해 있다. 양자, 기차에 올라탄다.
고창회, 뛰어온다. 고창회, 주위를 둘러본다. 기차에 ‘서울-부산’
이라고 쓰인 행선지표를 확인하고 기차로 뛰어 올라간다.

씬17 부산 행, 기차 안

(역무원 소리)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서울 발 부산 행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십칠 시 십 분에 출발할 부산 행 비둘기호
1901열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서둘러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자, 한 구석에 앉는다. 고창회, 들어온다.
고창회, 둘러보다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양자를 발견한다.

창회: ! (한 눈에 알아봤다)

고창회, 떨리는 걸음으로 다가온다.

창회: ..(뭐라고 불러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 강희..어머니.
양자: ..(창밖만 본다)
창회: (한발 더 다가가서, 좀 더 크게) 강희 어머니..
양자: (돌아본다) ! (놀라서 얼굴을 창으로 더 돌려 외면한다)
창회: ..저 고창횝니다. 참으로..오랜만에 뵙습니다.
양자: ..(난처하다)
창회: 강희 어머니..
양자: ..(이제는 어쩔 수가 없구나. 고개 바로하고 본다) 그래요..
     오랜만이네요. 고사장님..

고창회와 양자, 서로를 복잡한 심정과 떨리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씬18 태을방직, 회장 비서실.

고창회와 양자, 들어온다. 양자, 어쩔 수 없어
황망하게 서 있다. 여비서1?2, 인사한다. 고창회, 뒤에서
양자의 가방을 들고 따라 들어온 최비서에게.

창회: 자네도..그렇고 다들 퇴근해, 그만.
최비서: 예. 회장님.
창회: 아무도 여긴 얼씬하지 못하게 해.
최비서: 알겠습니다.

고창회, ‘들어가시지요..’하면서 양자를 데리고 회장실로.

씬19 태을방직, 회장실
 
양자, 들어와서 회장실을 한 번 바라본다. 한쪽 벽면에
준희와 함께 찍은  창회의 사진이 액자에 크게 걸려 있다.
(인서트) '태을방직 금탑산업훈장 수상기념회'란 플랜카드가
걸린 연회실 앞 에서 훈장을 가슴에 단 준희와 꽃목걸이를
한 창회. 두 사람, '1967年 一 千萬弗 輸出 功勞 金塔産業勳章
殊常' 이라고 쓰인 상패를 나란히 들고 웃고 있다.

양자, 물끄러미 그 사진을 본다.

창회: (그 시선을 따라가서) 이렇게 살아 계시다는 것을 알았으면..
     우리 준희와 (말 바꾸는) 아니 강희를 어머니와..헤어지게
     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양자: ..(창회를 본다)
창회: 강희가 곁에 없었더라면, 아마 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껍니다. 죄송합니다. 강희 어머니에겐 가슴 아픈
      세월이셨겠지만..저한테는 참 행복한 세월이었습니다.
양자: ..(비틀비틀 소파에 힘겹게 앉는다)
창회: (앉고) 용서해주십시오. 본의 아니게...제가 강희를..뺏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강희와 함께
     행복하게 사셔야지요.
양자: (목이 갈라지는) 이제 와서 우리 강흴 버리시겠다구요?
창회: (놀라서) 무슨 그런 말씀을. 강희도..제 친딸입니다.
      단 한 번도..제 딸이 아니라고는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가회동에서..함께 사세요.
양자: 날 안 만난 걸로 해주세요.
창회: (본다)
양자: 함께 살 생각이었으믄 진작 강희를..찾았겠지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내버린 자식이에요. 고사장님이
      행복했고. 강희가 행복했음 됐네요. 이대로 삽시다.
창회: 부모..자식은 천륜입니다.
양자: 흐흥 (웃고) 천륜이래두 자식 버리는 부모도 많고,
     부모 버리는 자식두 많구. 다들 그러구두 잘 살아요.
     사리원서부터 잘 아시잖아요. 이양자 독한 년입니다.
     강흰 벌써 내 맘에서 버린 애에요.
창회: ..
양자: 어쩌겠어요. 이름까지 바꿔서 준희루 만들어 사셨잖아요.
     난 죽었다 생각하시고, 여태까지처럼 강희가 준희 거니
     생각하구 사세요.
창회: (망설이다) 제..딸 준희가 살아 있습니다.
양자: ..(떨리는)
창회: 제 딸이..어딨는지..아시지요? 강희 어머니께서..
     데려가셨지요..?

양자,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창회를 본다.

씬20 홍콩, 호텔 안(밤)

동영과 빈, 옥류관 외부, 내부 도면을 보며 작전을 짠다.
동영, 펜으로 짚어가며 빈에게 작전을 설명한다.

빈: 오늘 줄 걸 그랬잖아?
동영: 평양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전달한다.
      만에 하나 유출될 수도 있어.
빈: 하긴.
동영: 김중린은 내일, 밤 열한시 비행기편으로 버마로 출발,
      버마에서 평양으로 들어간다. 홍콩에서의 최종 일정이
      옥류관에서의 만찬이야. 북한 특산물을 홍보하고,
       아유마테이에서 일하는 북한 교포들을 위로하는 거지.
빈: 응. 19시 30분에 도착. 식사를 하다가 김중린에게 자연스럽게
    밀서를 전한다?
동영: 그 역시, 북한에서 적이 많은 사람이다. 온건파인 그의
      행보를 못마땅하게여기는 군부가 만만치 않아. 김중린도
      우리처럼 수행원들에게조차 이번 일을 드러낼 수 없는 입장이다.
빈: 피차 힘들게 됐군.
동영: 여기가 김중린의 테이블. 우리는 여기에 앉는다.
     (안쪽 테이블을 찍으며) 가게 안 전체의 시야확보를 해야 하니까.
      20시 정각, 내가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김중린도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올 꺼야.
빈: 내가 해야 할 일은?
동영: 돌발사태를 대비 화장실 앞을 경호해.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선을 돌려야 해. 김중린에게 각하의
     밀서를 전달하고 우리는 즉시, 옥류관을 떠난다.
빈: 그 다음부터는 이야기 안 해도 돼. 서울 가는 일만 남은 거
    아냐~ 밤에 형이랑 자축하는 술 한 잔 하고.
    담 날은 쇼핑이나 좀 하고~ 아듀, 홍콩. 모레 낮 비행기
    타고 집으로 가는 거.
동영: (웃고) 일찍 자둬. (일어난다) 잠을 푹 못자면 판단력도
      떨어지고. 몸도 둔해진다.

씬21 호텔, 욕실(밤)

동영, 욕조에 몸을 담그고 긴장을 이완하고 있다. 동영의 목에
걸린 더미의 탄환 목걸이. 동영,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다가 목을 만진다.
문득, 더미가 떠오른다.
(인서트) 더미와의 데이트 장면.
 
동영: 사랑해..
더미: 나두. 아저씨보다 내가 더 많이.

동영, 이래서는 안 된다는 듯이 머리를 흔든다.

동영: ....

씬22 아유마테이 거리(밤)

빈, 만두와 중국술 한 병을 사들고 걸어온다. 그 뒤로,
멀리 빈을 지켜보고 있는 요원1?2.
빈, 눈치 채지 못하고 걸어오다 길거리에 물건을 파는
리어카 노점을 본다. 향이 나는 부채, 수놓은 지갑, 핀, 인형 등을 판다.
빈, 걸음을 멈춘다.
 
빈: ..

핀을 만져 보다가, 크리스털로 만든 엄지손가락 크기의
코끼리를 집어 든다.

씬23 호텔 방 안(밤)

씻고 나온 동영, 옷을 갈아입고 침대 끝에 앉아 있다.
아무 말 없이 없어진 빈 때문에 몹시 화가 난. 문 열리고,
종이봉투를 들고 들어오는 빈.

빈: 출출하지? 뭐 좀 먹자고. (테이블에 종이봉투 놓고)
동영: (일어나서) 정신이 있는 녀석이야! 없는 녀석이야!
      우리가 지금 홍콩 관광 온 줄 알아!!
빈: 관광 아니라두. 밥은 먹을 수 있잖아.
    (만두와 중국술을 꺼내고)
동영: 혼자 나다니지 말라고 했지! 니 신분이 노출됐을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우릴 노리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몇 번을 말해!
빈: 너무 흥분하지 마. 임무 수행 중에 잘못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혈압으로 쓰러질라.
동영: 장빈!
빈: (지금까지와 달리, 진지한) 긴장 좀 풀자고. 어쩌면 이 밤이
      형과의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고. 형하고
      딱 한 잔만 하고 싶었어.
동영: ..(생각하다) 딱 한 모금만이다.
 
빈, 주머니에서 호텔 열쇠와 앙증맞은 크리스털 코끼리를
꺼내서 자신의 침대에 던져 놓고 컵을 가지러 미니바로 간다.
동영, 문득 코끼리를 본다.

동영: ..(집어서 본다)
빈: (컵 가지고 오다, 동영을 본다).. (컵을 티 테이블에 놓고)
    그래, 더미 꺼야.
동영: ..(염려스러운)
빈: 그래. 알아, 아는데... 임무가 끝날 때까지 아무 생각 안하려고
    했어. 한국도 잊고, 여사님도 잊고. 다, 지워버렸는데.
    더미는 안 되잖아.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차단을 해보겠는데. (심장을 가리키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라..
    나도 어쩔 수가 없네.
동영: ..

빈, 손을 내민다. 동영, 코끼리를 빈에게 준다.
두 사람, 서로를 마주 보는 눈빛이 복잡하다.

씬24 앙상블, 실습실 안(밤)

더미와 연경, 재활용 박스의 자투리 천, 망친 천 등을 커다란
봉지에 담는다. 상희와 피에르 방은 청소 및 정리하고 있다.

상희: 아니, 준희씬 뭐해? 일?이?삼호실이 저녁 청소 당번인데
      왜 콧배끼두 안 보이는 건데!
더미: 작품이 잘 안 풀려서 고민 하느라구.
상희: 고민은 고민이구, 청손 청소지.
피에르: 그럴 때두 있지. 오상흰, 넌 니 작품 안 풀리면 그냥 난리를
       치면서 그거 하나 이해를 못 해주냐?
상희: ..
더미: (천을 봉지에 담으면서) 이건 다 뭐해?
연경: 보름에 한 번씩 침대 매트리스 만드는 데서 오거덩.
      그때 팔어서 실습실에 필요한 거 사.
더미: ..아깝다..

더미, 보다 준희가 재단해서 박다 망친 감을 본다.

더미: 어!
연경: 왜?
더미: 이거 준희씨 껀데. 자유 작품으루 만들던 드레스.
     (안감을 찾아낸다) 맞아. 이건 안감이구.
     (겉감 들구) 이건 겉감이구.

더미, 바닥에 형태를 잡아 놓는다.

연경: 돈두 많다. 실크를 팍팍 버리구. 에효..우리한텐 딱 필요한
      감만 주시는데, 준희씬 지네 공장서 맘대루 갖다 쓸 수두 있구,
      좋겠다. (감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더미: (생각하다 쓰레기봉투에서 다시 꺼낸다)
연경: 왜?
더미: 이런 거 버리구 그럼 안 될 꺼 같아.
연경: 아깝다구, 뭘 어쩌겠냐? 데자이너가 망쳤다구 결정한 걸.
더미: 그래두.. 연습한다 치구, 함 완성해 볼래. (옷감을 챙긴다)

씬25 장봉실의 방(밤)

장봉실, 준희의 드레스를 상담하고 있다. 드레스 스케치를 보면서.
그 옆에 방육성, 장봉실이 만들던 옷을 손 보고 있다.
차연, 도와서 디스플레이 한다.

장봉실: 스케치대루 안나온다?
준희: 네.
장봉실: 스케치대루 작품이 안나올 땐, 일단 감을 제대로
       선정했나를 체크해 보고. 그 다음은 실생활에선 소화하기
       힘든 비생산적인 스케치가 아니었나 확인해봐야겠지?
차연: 원래요, 벌룬 스타일이 라인 잡기가 좀 까다롭잖아요.
        그렇죠? 방선생님.
방육성: (준희에게) 재단한 대로 박지 말고,
       살짝 비틀어서 박아보지?
장봉실: 그래, 안쪽으루 당겨서 박아보렴.
       라인이 좀 더 살 꺼야.
방육성: 만들던 거 가져와 보겠어?
준희: 버렸어요.
차연: 어머머! 어머머! 세상에 그 비싼 천을 라인 좀 
      안산다구 버려? 참, 부잣집 애라 다르구나.
준희: (발끈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 재단사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오사카 엑스포에서 디자이너로 데뷔하는게
      목표거든요.
차연: 어머..방 선생님 기분 나쁘시게 면전에서..진짜, 어이가 없네.
준희: 영역이 다른 거죠. 재단사를 디자이너보다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장봉실에게) 완벽하지..않은 걸 못 견디겠어요.
      딴 사람은 알아보든, 못 알아보든, 라인이, 드레이프가
      제 성에 안 차면 견딜 수가 없어요.
장봉실: 감은 더 이상 줄 수 없지만. 알아서 해봐. 완성해 놓고
      보면 뭐가 문젠지 알게 되겠지.
준희: 네..

준희, 인사하고 문 쪽으로 나간다. 채 나가기도 전에 차연,
준희를 욕한다.

차연: 뭐 저렇게 시건방진 애가 있나! 아우, 천불나서
     방선생님 어떻게 참았어요!
방육성: 준희 생각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 재단사가
       디자이너보다 훌륭하다고 가르칠 순 없잖아? (웃는)
장봉실: 그냥 그 애의 기질인 거야. 어느 예술가치구,
       모나고 뾰쭉하고, 어디 한 군데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있니?
       예술을 한다는 건 남들보다, 예민하단 거야.
       완벽을 추구하는 건 당연해.
차연: (삐죽거리는) 선생님은...준희가..선생님 닮았다구..
      편애하시는 거예요.

씬26 앙상블, 의상실 숍 안(밤)

준희, 비서실과 전화를 하고 있다.

준희: 겉감은 타프타 실크 민트계열 13번요. (사이) 10야드?
     아니, 넉넉하게 15야드 줘요. (사이) 본사에 있어요.
     수입천 자료실에. (사이) 음. 공장에 계심 됐어요.
     홍과장님은 그냥 하던 일 하세요. (사이) 레이스도 좀 찾아봐야겠고,
     내가 직접 갈께요.
 
준희, 전화를 끊는다.

씬27 앙상블, 실습실(밤)

더미, 연경이 ‘어떡할라 그래! 어머, 어머!’ 하는데도 불구하고
준희의 버린 드레스를 손보기 시작한다.
드레스 길이를 파격적으로 잘라 버린다.

연경: ! 아우..모리야... 아무리..연습이래두 그렇지..드레스가..
     무슨 미니스커트냐?
더미: 내가 생각할 땐 이게 더 좋아.

더미, 드레스를 재단하기 시작한다. 준희, 지나가다 열린
문으로 더미를 보지만, 멀어서 더미가 손보는 드레스가
자신이 버린 감이라는 것은 알아보지 못한다.

준희: ..(나간다)

씬28 태을방직, 본사 앞(밤)

 준희의 차가 도착한다. 준희, 차에서 내린다.

씬29 태을방직, 회장실(밤)

고창회와 양자, 침묵 속에 앉아 있다. 테이블에 양주와 잔,
하나가 놓여 있다. 양자가 청해서 마시는 술이다.

창회: 딸아이를..만나게..해주십시오.
양자: 아, 참! 고사장님 딱하시네요. 본 적두 없는 앨, 만나게 해
     달라 억지를 쓰시면 날더러 어쩌라구요?
창회: 우리 준희 영특한 아이였습니다. 아팠다구 해두,
      아무나 엄마라고 부르며 따라갈 애가 아닙니다.
양자:· 아, 글쎄요! 나두 죽었다던 준희가 살아있단 소식
      들으니까 좋네요. 그래두 자꾸 나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창회: .. 제가..어떡하면..제 딸을 볼 수 있겠습니까..
양자: (컵에 따른 양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몰라요, 난.
      알고 계시는대루,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와서,
      이 한 몸 입에 풀칠하는 게 고달파, 지 딸도 버린 년이,
      남의 딸까지 챙겼겠어요?
창회: ..(본다)

씬30 태을방직, 회장 비서실(밤)

준희, 천을 찾으러 온 김에 들러 봤다. 비서실이 텅, 비어
있는데 불은 켜져 있다. 준희,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양자의
가방을 본다. 준희, 가방을 알아보고 설마,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회장실 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준희: ! (놀란다)

준희의 시선에, 양자가 보인다.

씬31 태을방직, 회장 비서실/회장실(밤)

준희, 고창회와 양자를 지켜보고 있다.
고창회, 양자에게 애원을 한다.

창회: 강희 어머닌 누구보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양자: ..(술을 마신다)
창회: 아내가..왜 죽었는지 아세요? 준흴 찾으려구.. 준희를
     찾겠다고 피눈물을 쏟으며..세상을 떠났습니다.
양자: ..
창회: 제발.. 제,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주십시오..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을 껍니다..아니, 아내가 아니라도..
     저를 봐서라도..준흴, 만나게 해주십시오.
양자: 모른다니까요..백 번, 천 번 말하지만, 준흴 본 적이 없어요.

고창회,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는다.

양자: 왜 이러세요!
창회: (눈물이 난다) 제가 강희한테 죄를 지었습니다..
      아무리, 강희를 준희라구..우겨 봐두..제 마음 안엔 항상
      내 딸이 살구 있었습니다.
준희: ..(아버지를 서운하게 바라본다. 눈물이 난다)
창회: 강희가..준희가 된다는 게 그 아이한테 가혹하다는 걸
     알면서두...제 욕심이 커서 받아주지 못했습니다.
     강희를..강희라구 보면 진짜 제 딸이 영 이 세상에서
     죽어버리는 것 같아서 준희로 키웠습니다.
준희: ..(원망하는 눈으로 창회를 본다)
창회: 강희 어머니..강희한테..더 잘하겠습니다. 제발...용서하시구.
      단 한 번이라두 내 아일..우리 준흴..제 품에 안아보게
      해주십시오.
준희: ..(눈물이 나면서도, 창회를 용서하기가 힘들다)
양자: 제발, 사람 줌 살아요. 아주 내가 고사장 때문에 환장을
     하겠네요. 나는 몰라요. 준희, 잘 찾아 보시구요. 약속대루
     우리 강희도 잘 대해 주세요.

양자, 일어난다. 준희, 문 닫는다. 양자, 문 쪽으로 가려면 고창회,
양자의 앞을 막아선다.

창회: 이대로는 못갑니다. 수녀님이라도 만나주세요. 준희가
     엄마라 부른 사람을  기억하신다니. 지금 저하고 그 분한테 가십시다.
양자: (밀치고) 만나 봐두, 소용없어요. 난 아니라니까요.
     하늘에 대구, 사모님 무덤에 대구 맹세하죠.
      난, 아닙니다. (문 쪽으로 간다)
창회: ..(믿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고창회, 소파에 무너지듯 앉으며 ‘준희야..준희야..’ 부르며 운다.

씬32 태을방직, 앞(밤)

준희, 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양자, 가방을 들고 휘청휘청 거리며 걸어온다.
준희, 양자의 앞에 나타난다.

양자: ! (놀라고)

씬33 외진 곳(밤)

준희의 차가 세워져 있다. 준희와 양자를 쳐다보고 있다.

준희:  랬어? 엄마가..고아원에서..준흴 데려간 거야?
양자: .
준희: 양자를 잡고 흔든다) 말해! 말 좀 해 봐!!
      엄마가 그랬어!!! 엄마!!
양자: (더는 안 되겠다) 그래! 이년아! 내가 그랬다!!
준희: ! (쿵)
양자: (소리를 지른다) 고사장한테 데려다 주구, 돈이나 좀
      얻을라 그랬다! 그 돈, 받아서 너 찾아 살라구 데리구
      나왔다! 고사장이, 널 준희라구만 안 그랬어두!
      니가, 고사장 옆에 있고 싶다구만 안 그랬어두,
      준희 살았다구 이야기 했어!
준희: 더미...가...준희구나...
양자: 어쩔래! 이제!! 난 못된 년이라, 내 딸년이 잘 먹구
      잘 사는 거 보구 싶어서! 내 딸년 공주처럼 살게 하구 싶어서!
      남의 딸 훔친 년이다!! 다 알아서 속 시원해!!!
준희: ..

준희, 멍한 시선으로, 곧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걸어간다.
준희, 걸어가다 쓰러진다. 기절하는 준희. 양자,
‘강희야!!’ 놀라서 달려온다.

씬34 호텔 방 안/욕실(다음날, 오후)

동영, 남은 한 자루의 권총을 챙긴다.
빈, 혹시나 만에 하나 자신들이 돌아올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단서를 남기지 않으려고 옥류관 도면들을 잘게 찢어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린다.
동영, 벽장 한 쪽에 마련된 개인금고를 연다. 각하의 서류봉투가
들어있다. 빈, 욕실에서 나온다.
동영, 봉투를 열어 편지를 꺼낸다. 단단히 밀봉된 편지 봉투에
청와대 마크가 찍혀 있다. 앞면에 달필로, 붓글씨로 쓴
‘金仲麟 先生’이라고 쓰여 있다.

동영: (자신의 품속에 깊이 갈무리 하고) 준비됐어?
빈: (고개를 끄덕인다)

동영과 빈, 이부자리까지 깨끗이 정리한 호텔 안을 한 번
둘러보고 문 열고 나간다. 문 닫히는 것과 동시에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소리)  빈 방에서 연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씬35 호텔 로비(오후)

동영과 빈,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전통 중국복장의
여직원 급한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로 다가온다.
요원1?2, 기둥 뒤에서 감시하고 있다. 동영, 그쪽으로 시선이
가려는데 여직원이 말 건다.

여직원: You are a guest from room 716? [716호실 손님이시죠?]
동영: Yes. [예]
빈: (중국어) 그런데요?
여직원: (중국어) 국제전화가 와 있습니다.

씬36 호텔, 비즈니스 센터(오후)

동영, 김홍석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 그 옆에 빈, 여직원에게.
 
빈: (중국어) 잠시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여직원: (중국어)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동영: 여보세요.
(김홍석의 소리) 동영아, 나다. 지금부터 아버지가
 하는 말 잘 들어라.
동영: 예.
(김홍석의 소리) 김중린을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다.
동영: !

씬37 국방부 장관 집무실/홍콩 호텔, 비즈니스 센터(오후)

김홍석, 메모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김홍석: 김중린을 암살하고, 너희들에게 그 일을 뒤집어
      씌우려하겠지.
동영: ..
김홍석: 만약 그들의 음모대로 김중린이 암살된다면,
       남북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골이 파인다.
동영: ..(표정이 점점 굳는다)
빈: ..(걱정스럽게 동영을 본다)
김홍석: 그의 안전이 확실해질 때까지 각하의 밀서를
       전달해서는 안돼. 만약, 김중린이 죽고 그에게서 각하의
       편지가 나온다면..각하가 편지를 매개로 암살계획을
       추인한 것이 되고 말아. 국제사회에서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다.
동영: 암살자가...누군지 파악하실 수 있겠습니까?
김홍석: 미안하다. 그것까지 알아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구나.
동영: 적이..누군지 파악할 수가 없어 어려운 일입니다만,
      반드시 막아 보겠습니다. 그게..빈이와 제가 여기까지
      온 이유니까요.

동영, 전화를 끊고 빈을 바라본다.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하다.

씬38 강가(오후)

준희의 차가 서 있다. 준희, 그 앞에 앉아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고 있다.

(창회의 소리)  강희가..준희가 된다는 게 그 아이한테 가혹하다는 걸
알면서두. 강희를..강희라구 보면, 진짜 제 딸이 영 이 세상에서
죽어버리는 것 같아서 준희로 키웠습니다.

준희: ...

(창회의 소리) 아무리, 강희를 준희라구..우겨 봐두..제 마음
안엔 항상 내 딸이 살구 있었습니다.

준희: 그래..아빠. 난..아빠한테 준희의 대용품이었구나..(눈물이 난다)
     나..아빠 정말 사랑했는데..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준희, 슬프고도 독한 마음이다.

씬39 장봉실의 방(오후)

장봉실, 스케치를 하고 있다. 차연, 옆에서 꽃병에 꽃 꽂는.

장봉실: 준희한테서는 아직 연락 없어?
차연: 예. 옷감 가지루 지네 회사 간다구 나가선, 하루가
     지나도록 뭔 일인지 모르겠네요.
장봉실: ..
차연: 고회장님한테 연락해볼까요? 준희한테 무슨 
     사고라두 생겼나?
장봉실: (생각하다) 아니.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이 왔겠지.
       애두 아니구, 더 기다려봐. 괜히 회장님한테,
       준희 입장이 난처해 질 수도 있으니까.

노크 소리와 함께 문 열리고, 방육성 들어온다.

방육성: 여사님, 실습실에 한 번 내려가 보시죠.
장봉실: 응?
방육성: 더미가 옷을 만들었는데, 놀라운 걸요.
       준희가 망친 디자인으로 했답니다.

씬40 앙상블, 실습실(오후)

더미와 연경, 더미가 다시 만든 준희의 드레스를 마네킹에게 입힌다.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드레스.
장봉실, 유심히 보고 있다. 그 옆에서 차연도 좀 놀랍고.
피에르와 상희도 구경하고 있다.

장봉실: 멋지구나. 아주 훌륭해. 그 벌크 드레스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걸.
더미: 마음에 드세요?
장봉실: (더미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응. 이젠, 너의
        이미지만 찾으면 되겠구나.
더미: 가봉은 끝냈어요. 과제제출 때문에 좀 늦어져서.
장봉실: (고개 끄덕이고, 마네킹을 본다) 이건,
       이대로 앙상블 숍에 전시해.
차연: 선생님! 아니..아무리 그래두 원생 작품을..
장봉실: 앞으룬 작품만 좋으면, 원생들 거라도 숍에 내겠어. 가져가.
더미: 고맙습니다!!

더미와 연경, 학생들 달라 들어서 마네킹을 내간다. 남아
있는 장봉실, 방육성, 차연.

방육성: 그래두..원래는 준희 디자인인데. 준희가 마음이 상할 텐데요.
차연: 건 그래요, 선생님.
장봉실: 많이 상하라 그래. 상처 받은 만큼, 자극이 되겠지. 준희,
      들어오면 숍에 데려가서 더미가 만든 것부터 보여줘.

장봉실, 기분 좋게 미소 짓고. 방육성과 차연, 조금은 난감한.

씬41 옥류관 앞(저녁)

동영과 빈, 걸어온다. 빈, 초대장을 내민다.
한복 입은 북한 여성 ‘어서 오시라요~’ 환대하며 안내한다.

씬42 옥류관 안, 동영 있는 곳(저녁)

일층 테이블 끝 쪽에 앉아 있는 동영과 빈. 테이블에 떡과 냉면,
들쭉술 등이 놓여 있다. 동영, 내려다보면 사선으로 상석 테이블에
김중린이 초대객들과 함께 앉아 있다. 김중린의 근접 경호원은
두 명이다. 김중린의 테이블에는 꽃이 놓여 있다.
동영, '이 중에 암살자가 있을 것인가?' 주의 깊게 손님들을
살펴본다. 빈, 초조해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행동으로 손에 코끼리를
들고 만지작거리며 시선은 김중린에게 두고 있다.
빈, 실수로 코끼리를 떨어트린다.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는 코끼리.
빈,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코끼리를 줍다가 문득 김중린의
테이블을 보게 된다. 테이블 밑에 설치되어 있는 폭약.

빈: !!

빈, 다시 한 번 본다. 틀림없는 폭약이다.
빈, 테이블 아래에서 튀어 나온다. 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김중린 쪽으로 뛰어가려고.

동영: (벌떡 일어나 놀라서, 잡고) 무슨 일이야!
빈: 폭탄이야!

 빈, 뛰어간다. 뒤에 서 있던 김중린의 경호원1?2, 총을 뽑아 든다.
빈이 암살범이라고 오해했다. 경호원1?2, 빈을 잡는다.

빈: 이거 놔! 새끼들아! 다 죽는단 말야!!
동영: (뛰어가며)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빨리 사람들을
      대피시키십시오!!

초대된 사람들,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사람들, 웅성거리며 빠져 나가려고 하는데 전등불이
파르륵- 흔들리더니 정전이 된다. 누군가 전선을 끊어 버렸다.
사람들, 비명을 지르고 서로 밀고 밀치며 빠져 나간다.
잠시 후 정전을 대비한 붉은 비상등이 두 개 밝혀진다. (Dis)

씬43 옥류관 한 방(밤)

컴컴한 방. 촛불 한 자루를 밝혀 놓았다.
김중린,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시계를 보고 있는.
8시가 다 되어간다. 경호원1, 김중린을 지키고 있다.

씬44 옥류관 안(밤)

비상용으로 두 개 정도 설치되어 있는 붉은 등이 켜져 있다.
빈, 테이블 밑에서 폭탄을 해체하고 있다. 동영, 플래쉬
비쳐주며 빈의 시중을 들고 있다. 작은 가위를 건네주는.
방수시계가 붙어 있는, 200g정도 석고형태로 블록화 되어 있다.
이층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경호원2.

동영: 폭발물 전담반을 부르자!
빈: 시간이 없어. TNT(트리 니트로 톨루엔)는
    유디티 때도 해 봤어! 시계가 국산이야. 신관도 국산이고.
동영: ..
빈: (뇌관을 분리했다. 나오면서) 이 정도면 반경 오미터,
    이 테이블에 있는 사람은 다 죽었겠지. 우리가..완전히
    뒤집어쓰는 거였나?
동영: (시계를 본다. 8시 정각이다) 시간 됐다.

씬45 옥류관 화장실 앞(밤)

비상용으로 만든 붉은 등이 복도에 두 개,
화장실에 한 개 켜져 있다.
빈, 화장실 앞을 지키고 있다. 경호원1?2를 대동하고
걸어오는 김중린.
김중린, 잠시 빈을 쳐다보더니 경호원1에게 ‘바로 떠날 티니까니
타(차) 듄비하라우’ 지시 내리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경호원1, 돌아서고. 경호원2, 빈의 옆에 남는다.

씬46 옥류관, 화장실 안(밤)

동영, 김중린을 맞는다.

김중린: 어데 똑(쪽)이네?
동영: ..(곤란하지만) 현재로서는..우리 측인 것 같습니다.
김중린: 어데나..무리수를 두는 넘덜이 있기 마련이니까래..
       고맙수다. 다네들 덕에 내래 살아있는 기구만.
       (손을 내민다)
동영: (품속에서 각하의 밀서를 꺼내는데)

(소리)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총소리.

동영: ! (재빨리 밀서를 다시 집어넣고, 총을 꺼내 든다)
     여기 꼼짝 말고 계십시오!

동영, 문을 박차고 나간다.

씬47 화장실 앞

동영, 뛰쳐나온다. 빈의 옆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경호원2.
 빈, 경호원의 권총을 들고 복도를 둘러본다.

빈: 저쪽이야! 형.

빈, 방향을 가리키는데 그쪽에서 총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온다.
동영과 빈, 피하는.

빈: 두 놈 이상인 것 같아!
동영: 김중린 총책부터 보호 해!! (반대쪽을 가리키며)
      이층 옥외계단을 뚫는다!

씬48 동영과 빈의 몽타쥬.

총탄이 날아온다. 요원1?2, 몸을 은폐한 채 총을 쏘아댄다.
동영과 빈, 응사하는 한편 김중린을 보호하고 반대편 실외
비상계단 쪽으로 간다. 일촉즉발의 위기다.
경호원1, 권총을 빼들고 뛰어온다. 요원2의 총이 발사되어 경호원1,
총에 맞고 쓰러진다.
요원1?2가 쏜 총이 김중린에게로 향한다.
동영, 김중린을 안고 구르며 그를 자신의 몸으로 덮어 보호한다.
그들을 아슬하게 스친 총알이 뒷 창문에 맞고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리가 부서져 내린다.

빈: 형!!
동영: (몸 일으키며, 문을 가리킨다) 얼른 모시고 나가!
빈: 형은!
동영: 난, 여기서 놈들을 막을 테니까! 얼른!!!
     내 걱정할 것 없어!!
빈: 안돼! 형이 가! 내가 뒬 맡을께.

김중린, 옥외계단으로 향하는 비상문을 연다.

동영: 말 들어!! (멱살을 쥐고, 집어 던지듯) 무슨 일이 있어도,
     선생부터 보호해라! 반드시 살아 나가시게 해야 한다!!
빈: ..

요원1?2, 근접한다. 동영, 총을 들고 쏘지만 탄환이 없다.
 빈의 총을 뺏어서 쏘는 동영. 요원1, 총에 맞고 쓰러진다.

동영: 어서!!!

 빈, 김중린을 데리고 야외 계단으로 나간다.

씬49 옥류관 뒤편 외진 길(밤)

빈과 김중린, 뛰어온다. 빈, 택시를 잡으려고 한다.
달려오는 택시, 손님을 태우고 있다. 손님을 태운 택시 서지
않을 것 같다. 빈, 차도에 뛰어 들어
택시를 세운다.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추는 차. 빈, 뒷좌석
문을 열고 손님을 끌어 내린다. 얼굴에 경호원2의 피가 묻은 빈의
모습에 놀란 승객과 운전사 아무 말도 못한다.

빈: (김중린에게) 어서 타세요!!

이때 남자 두 명이 권총을 들고 뛰어온다. 빈, 끝장이구나
하는 심정으로 보는데. 김중린, 뛰어온 남자 중 선임으로
보이는 한 명에게 ‘무에 꿈지럭거리는 기야!’ 주먹을 날린다.
김중린, 빈을 본다.
김중린, 경호원들 경호를 받고 다른 길 쪽에 세워진
자신의 차로 향한다.
빈, 서둘러 옥외 철제 계단을 향해 뛰어 들어간다.

씬50 옥류관, 일층(밤)

동영, 계단을 뛰어 내려온다. 요원2, 동영을 쏜다.
동영, 몸을 은폐하고 권총을 쏘아 보지만 탄환이 다 떨어졌다.
동영, 몸을 숨기고 어떡해야 하나
출구를 바라보지만 너무 멀다. 완전히 노출될 수 있다.
난처한 동영.요원2, 동영의 탄환이 떨어진 것을 안다.

씬51 옥류관, 이층 화장실 복도(밤)

아래층에서 총 쏘는 소리가 들린다. 빈, 화장실로 뛰어간다.

씬52 옥류관 화장실, 안(밤)

빈, 물통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빈, 황급하게 비닐봉지를
찢고 권총을 꺼낸다.

씬53 옥류관, 안(밤)

요원2, 동영에게 총을 쏜다.

요원2: 김동영! 다 끝났어! 다 끝났다니까!!
동영: ..(그 자리에 선다)
요원2: (권총을 겨누고 다가와 동영의 심장 가까이를 조준한다)
동영: 반역자들..누구냐..?
요원2: 그건 알 거 없고. 너한테 개인적으로 유감은 없다.

요원2, 동영을 쏘려는데 총성이 울리고. 요원2,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동영: ..(올려다보면, 빈이다) 김중린은?
빈: 공항으로 갔어..(이층 계단에서 동영을 본다)

두 사람, 허탈한 듯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문 열리고, 여행사 직원으로 가장한 요원 들어온다.

직원: (놀라면서) 대체 무슨 일입니까!!
동영: .. 반역자들이 김중린을 암살하려고 했소.

동영, 신분을 확인해 보려고 죽은 요원2의 품을 뒤진다.
빈, 이층 계단에 기대 동영을 본다.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났구나.
빈, 허탈하게 이층 계단에 기대 동영을 바라본다.
(동영, 여행사 직원에게서 사선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

동영, 심상치 않은 느낌에 본다.
동영, 재빨리 몸을 구르는데 여행사 직원의 총이 발사된다.

빈: !! (정신 차린다) 형!!!

 동영, 어깨를 총에 맞고 쓰러진다.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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