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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2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258 목록 댓글 0

[패션 70s] 21

 

 

 

 

 

 

 

 

 

 

 

 

 

씬1 옥류관, 안(밤)

빈, 이층 계단에 기대 동영을 바라본다.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났구나..
허탈하게 동영을 바라보는데 순간, 더미가 떠오른다.
그 바람에 빈, 여행사 직원이 품에서 감춰둔 권총을 꺼내는 것을 놓친다.
(인서트) 14부 씬8

빈: 형!!

 동영, 어깨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빈, ‘형!!!’ 부르며 계단을 뛰어 내려오며 여행사 직원을 겨누는데, 여행사 
직원 한 발 앞서 빈을 쏜다. 빈의 팔꿈치를 관통하는 탄환.
빈의 손에서 권총이 떨어진다. 빈, 쓰러지며 두세 개 남은 계단에서
구른다. 동영, ‘빈아!!!’ 소리친다. 여행사 직원, 동영에게로 몸을
돌리는데..빈, 가까스로 오른손으로 총을 집어 여행사 직원을 쏜다.
휘청하는 여행사 직원. 빈, 다시 한 번 총을 쏜다. 여행사 직원,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동영: 빈아!!
빈: ..(쓰러진 채, 헉헉거린다)
동영: 빈아!! 괜찮아!!
빈: ..나..때문이야..
동영: (빈의 상처를 살핀다)
빈: 가. 김중린한테..아직..남은 일이 있잖아..
동영: ..(빈의 상태가 좋지 않다. 망설인다)
빈: 나, 안 죽어. 여기 총 좀 맞았다고 안 죽으니까..
    공항부터 가. 얼른!!
 
동영, 빈을 보다 돌아서 나간다.
빈의 눈에 동영의 뒷모습이 흔들려 보인다.
동영도 어깨에 입은 총상이 심각하다. 그 자신도 가까스로
문 열고 나간다.
 
빈: 제기랄..(쓰러지면서 떨어트린 코끼리가 보인다. 손을 뻗어
    오른손으로 집는다) 더미야..

빈, 의식이 흐려진다. 오른손으로 코끼리를 꽉 쥔 채 의식을 잃는다.

씬2 계덕공항 일각(밤)

 늦은 시각이라 출국자도 입국자도 거의 없다. 한쪽에 앉아
있는 김중린. 동영, 걸어온다. 경호원들, 동영의 앞을 막아선다.
김중린, 동영을 본다. 동영의 오른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가 팔을 타고
양복의 소매 끝으로, 손  등으로 뚝뚝 떨어진다.

김중린: 비키라우..(경호원들 밀치고 가까이 다가온다)
동영: ..

동영, 품에서 밀서를 꺼낸다. 밀서의 겉봉에 피가 묻어 있다.
동영, 비장한 마음으로 김중린에게 편지를 건넨다.
동영, 식은땀이 비 오듯 맺힌 얼굴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

김중린: ...(편지를 본다)
동영: ..부디 이 일이 남과 북에..새로운 장을 여는 기틀이
      되게..해주십시오..

동영, 김중린에게 편지를 건네고 긴장이 풀린 듯 주저앉는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Dis)

씬3 홍콩의 병원, 수술실(밤)

 빈, 수술을 받고 있다. 마취가 됐음에도 여전히 꽉 쥔 오른손은
펴지 않는다. 서브의사, 빈의 오른손을 펴면 코끼리가 있다.

씬4 동, 병원 다른, 수술실(밤)

 동영, 수술을 받고 있다.
 마취가 된 동영.
 의식 없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다.

씬5 강가(밤)

 준희, 어두워진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가까이에 세워 둔 준희의 차 문이 열리고, 양자 내린다.
 양자, 조심스럽게 준희의 곁으로 다가온다.

양자: 언제까지 이러구 있을래? 그만 가자. 고사장이 걱정하겠다.
준희: 글쎄..아빠가 나까지 걱정할 여유가 있을까? 대용품은 말야,
      진품이 나타나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게 운명이잖아.
양자: 넌 부모가 안돼 봐서 잘 모르겠지만...품에 끼고 살다보면..
      그 세월이 길다보믄.. 넘의 새끼나 내 새끼나 구별이 없어져..
      똑같이 귀한 내 자식이 되는거야..
준희: ...그래서, 엄만 더밀 사랑했어? 내 대용품이 아니라..진심으루?
양자: 모르겠다. 니 대용품인지 어쨌는지 그렇게 어려운 건 모르겠다만..
      처음엔 미안했구..나중엔..더미가 없으면..못 살 것 같았다.
준희: ..(섭섭하게 본다)

씬6 을지여인숙 앞(밤)

 준희와 양자, 차에서 내린다.

양자: 더미한테 암 말 마라..
준희: 언제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양자: 산수갑산을 갈 때 가더라두..지금은 그냥 모른 체 해라.
      지 딸을 찾겠다면 건 고사장 더러 하라 해.
준희: (피식-웃는) 조금만 더 일찍 더미가 준희라는 걸 알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진심으루 기뻤을 텐데. (가슴을 누르며)
      여기 걸려있던 돌멩이가 빠진 것처럼.. 좋았을 텐데.
양자: ..(본다)
준희: 기뻐하기엔 너무 늦었네...준희가 차라리 그때 정말..
      죽은 거였다면..가슴 아프긴 해두..내가 덜 힘들었을 것 같아...
      사람들이 내 맘 알면 다 돌 던지겠지?
양자: 누가 돌을 던져! 그게 사람인데! 지 먼저 잘 되구,
      남 잘 되는 거 원하는 게 당연하지. 지 못 되구,
      남 잘 되는 거 바라는 게 인간이야! 다 거짓덩어리들이지!
      더민한텐 암 말 말어.
준희: (씁쓸하게 웃고) 그럴 순 없어..(양자를 차갑게 보며)
      여기서 한 발 짝두 움직이지 마. 엄마 혼자 편하겠다구
      도망치는 거 용서 안 해. 아수라장이 되든, 내가 피투성이가
      되든 엄마두 같이 지켜봐.

준희, 차 쪽으로 돌아선다. 양자, 그 모습을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본다.

씬7 앙상블, 마당(밤)

준희, 들어선다. 차연, 팔짱 끼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준희를 본다.

준희: 죄송해요. 연락 못 드렸습니다.
차연: 이미 포기했어. 태을방직 따님이 원생들이랑 기숙사 생활 한다
      그럴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 거지, 뭐.
준희: .... (불 꺼진 방을 보며) 더미는..요?
차연: 숍에 가봐. 더밀 보는 것보다 더미 작품부터 보는 게
      더 급할 것 같다.
준희: (의아한) ?

씬8 앙상블, 의상실 안(밤)

방육성과 연경, 상희, 마네킹에 디스플레이 된,
더미의 작품을 옮기고 있다.
 
피에르: 이쪽에다 놓으니깐, 훨씬 더 눈에 잘 띄어요.
방육성: 그렇지? 이 드레스에는 간접 조명이 더 잘 받네.

준희, 차연과 함께 들어온다. 학생들, 준희가 들어온 거
모르고 계속해서 떠드는.

상희: 이걸루 오사카 엑스포 한더미가 가는 건가요?
방육성: 그런 결정 한 적 없다니까.
연경: 우린 눈치두 없나요, 뭐. 원생 작품이 숍에 나온 건 첨이잖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해요. 오사카 엑스폰 더미가 간다구.
상희: 하긴 뭐. 우리보단 고준희가 더 신경질 나겠네요. 완전 밀렸네요.
차연: (준희 눈치를 살피며) 그만들 안 해! 그냥 쓸데없이 모여선
      지지불, 지지불.

원생들, 돌아보다 새파랗게 질려있는 준희를 본다.
준희, 원생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온다. 원생들, 준희의 그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고 침묵이 감돈다.

준희: ..(파들파들 떨면서 옷을 만져본다)
차연: 그러게 그렇게 아까운 천을 함부루 버리구 그럼 되니?
      재활용으루 이 정도 하는 거, 아무나 못하는 거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준희, 욱, 하는 심정에서 마네킹을 밀어 버린다.
‘어머나!!’ 둘러 서 있던 사람들, 놀라서 피하고. 준희, 문을 박차고 나간다.
 
차연: 이봐! 고준희!! 고준희!! (따라간다)

씬9 앙상블, 실습실(밤)

더미, 최비서와 방금 나온 목폴라 시제품 천 샘플을 가지고
의논하고 있다. (완성 제품이 아니라, 몇 가지 천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더미: 넘 맘에 들어요. 근데, 색상은(흰색 혹은 미색을 들어 보이며)
     이쪽이 일단 제가 원하는 거거든요.
최비서: (들어보고) 겨울엔 아마 짙은 색이 나을 꺼예요. 뭐, 차차
       생각해 보자구요. 꼭 한 종류만 고집할 필욘 없으니까.
더미: 네.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최비서: 태을방직 최대의 히트 상품이 될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우리가 움직여야죠.  완제품을 우리 공장에서 생산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더미: (생각하는)
최비서: 원래 뷰티라는 숙녀복을 준비하고 있어서, 완제품 생산도 가능한데.
더미: 그건 나중에 회장님하고 다시 의논해 볼께요.

문 벌컥, 열리면서 들어오는 준희. 준희, 최비서를 보고 흠칫 놀란다.

최비서: 아! 아가씨, 오셨습니까?
준희: ..(더미를 본다)
최비서: 인사 못 드리고 가나 했는데.
준희: (목이 잠긴다) 최비서님이 여긴 웬일이에요?
최비서: 목폴라티 때문에요. 회장님께서 시제품 나오는 즉시,
       더미씨한테 보여드리라고 하셔서.
준희: ..그래요.. 일 다 끝났으면 가보세요.

씬10 앙상블, 실습실 앞(밤)

최비서, 차연에게 목례하고 간다. (방육성은 없다)

차연: 안녕히 가세요. 회장님한테 안부 전해주시구요~

연경과 상희, 피에르 방, 궁금해서 안을 본다.

피에르: 황야의..결투 뭐 이런 거 같지..?
연경: 후아..떨려라. (팔을 쓸어 본다) 이 더운데,
      왜 소름이 막 돋냐.
차연: 저리 좀 비켜 봐봐. (아이들 밀어 내고, 문을 살며시 조금 더 연다)

씬11 앙상블, 실습실(밤)

준희와 더미, 곧 터질 것 같은 긴장감으로 서로를 보고 있다.

준희: (무겁게 입을 뗀다. 목소리가 날카롭다) 꼭 우리 아빠여야 했니?
더미: 태을방직 아니면, 그런 시보리를 할 수 없으니까.
     목폴라티는, (하는데)
준희: (꽥!) 목폴라 티 얘긴 하지두 말아!! 적어두 넌 나한테
      얘기했어야 해! 아빨 만나기 전에, 나한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했어!
더미: 일과 감정을 섞지 말자구 얘기한 건 준희씨잖아?
준희: 아빨 만난 게 오직 일 때문? 그게 다?
더미: 그게 백프로라고 말할 순 없어. 미친 애라 생각할까봐,
      여쭤 볼 순 없었지만, 묻고 싶은 것두 많았구...
      그냥, 회장님을 뵙구 싶었어.
준희: (꼭지가 돌아버리는) 더 이상 나한테서 뭘 더 뺏어 가려구!!
      (화를 못 이기고, 한 발 걸어와) 얼마나 더 가져가야겠어!
      나타날라믄 진작 나타나든지!! 이제 와서 날 이렇게 흔드는
       이유가 뭐니!!
더미: 무슨 소리야? 내가 뭘 뺏었다는 거야?
준희: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내가 너한테 무슨 죌 졌니!
      무슨 죄를 졌다구 나한테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다
      뺏어가는 거야! 나한텐 고준희라는 껍질만 남겨둘 셈이니!!
더미: 나, 준희씨한테 뭘 얼마나 더 미안해해야 하는 거야?
      아저씰.. 사랑하게 된 거, 상처준 거 미안해. 하지만 마음이란 게
      자기 맘대루 되는 건 아니잖아.
준희: 흐흥...마음이란 게 맘대루 되는 게 아니다? 그래,
      지금 내 심정하구 똑같구나. 그러니, 나두..내 맘대루 되지 않는 걸.
      원망하지 마.
더미: 숍에 걸린 작품은, 원장님한테 칭찬 받구 싶어서 그랬던 건 아냐.
      그냥, 아까워서. 우리한텐 그렇게 많이 천을 주시는 게 아니니까,
      실습삼아 해 봤던 거야.
준희: 버리는 걸루 실습삼아 해 봤는대두 그 정도다? 천재라는 걸
     증명이라두 하구 싶었니?
더미: 준희씨!
준희: 건방 떨지 마! 분명히 말했어! 내 경쟁자는 장봉실 선생님
      단 한 분밖에 없다구! 너 같은 애! 인정할 수 없어!
더미: 그만해. 자존심 상해.
준희: 천재께서 왜 자존심이 상해? 선생님이 너한테서 뭘 보셨는지
      몰라두! 내가 볼 땐, 넌 (물미역 드레스 전시되어 있는걸 보고)
      재단사가 제격이야! (돌아선다)
더미: 고준희, 너 후회할 꺼야 그 말!
준희: (돌아본다)
더미: 고준희가 날 경쟁자로 인정하게 만들 꺼야!
준희: 내 인정을 받겠다구? (비웃는) 오사카 엑스포에라도
      나갈 꺼니?
더미: 응. 나도 패션이 좋아!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준희씨한테 인정받구,
      엑스포에 가겠어.
준희: (싸늘한) 그런 일은 없어. 나, 더 이상 널 봐주지 않기루 했으니까.
      넌, 나한테서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을 꺼야. 패션이든,
      그게 뭐든 어느 것 하나두 이젠 너한테 넘겨주지 않겠어.

준희, 싸늘한 표정으로 더미를 보다 몸을 돌린다.

씬12 장봉실의 방(밤)

장봉실, 차연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방육성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방육성은 의자에 앉아 있고. 장봉실은 책상 앞에 서 있다.

장봉실: 둘이 싸웠다? 어떻게?
차연: 고회장님 얘기두 나오구, 남자 얘기두 나오구, 반은 못
      알아들었는데요. 암튼 분위기는 치구 받구, 할 꺼 같더래니깐요.
장봉실: 뭐든 갈등은 클수록 좋겠지. 호호호~~ 볼만 했겠구나.
방육성: 여사님, 악취미시네요. 서로 스타일이 다른 애들인데,
       각기 나름대로 개성을 키워주시는 게..
장봉실: 분야가 다르다. 우습잖아, 그 얘기? 언제나 일인자는
       단 한 사람뿐이야. 너는 그 분야의 일인자. 나는 이 분야의
       일인자. 건 이인자들의 위안일 뿐이야.
방육성: 그렇다구, 마음에 상채기까지 낼 필요야...
장봉실: 방선생은 누굴 질투해본 일 없어? 난 있어. 죽이구 싶도록 미웠고,
       증오했고, 이기고 싶었지. 그건 모든 예술가들이 가지는
       에너지의 원천이야.

장봉실, 차연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다.

장봉실: 우리 건배할까? 준희와 더밀 위해.
       그 아이들이 이룰 패션신화를 위해.

기분 좋은 장봉실과 떨떠름한 방육성, 차연 건배한다.

씬13 더미, 준희의 방(밤)

준희, 한 잔 마시고 있다. 준희, 자신의 책상 위에 붙어 있던
더미의 사진을 물끄러미 본다.

(준희의 소리) 니가 준희든, 더미든 이제 나한텐 아무 의미가 없네.
내가 사랑했던 아인, 꼬맹이 준희지..한더미 네가 아니었나봐.

준희, 더미의 사진을 떼어내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준희: 넌 나한테 그냥 한더미일 뿐이야..세월이 동반되지 않는
     추억이란, 부담이구, 짐일 뿐이지. 나, 이젠 널 놓을 꺼야.
     내 맘에서, 영원히.

준희, 마티스 화집을 꺼내든다. 화집을 보던 준희, 스케치 노트를 편다.
준희, 스케치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씬14 앙상블, 자료실(새벽)

불 꺼져있다. 더미, 슬라이드를 보고 있다.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세계 패션경향들이 하나, 둘 지나간다.
더미, 슬라이드 다 돌아가면 끄고, 일어나 불을 켠다.
책장에는 패션에 대한 책들과 화집들,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고. 벽에는 수많은 스케치들이 붙어있다.
더미의 책상 앞에 이미 수없이 많은 화집이 펼쳐져 있다.
더미, 책장으로 가, ‘디자이너 장봉실의 의상들’이라고 되어 있는
스케치 화보를 꺼낸다.
더미, 넘겨보다 피곤한 듯 물을 마신다. 어느새 창 밖이 환해진다.

씬15 태을방직, 회장 비서실

고창회, 평화의 집 수녀에게 인사를 한다.
그 옆에 최비서. 여비서는 없다.

창회: 어서 오세요, 수녀님. 이렇게 먼 길을 오시게 해서 송구합니다.
수녀: 아닙니다. 회장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여러 고아원을
      후원하신다구요? 이 정도는 의당 해야 할 도리지요.
창회: 고맙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씬16 태을방직, 회장실

고창회, 수녀에게 양자의 대구 교도소 복역 기록서를 보여준다.

창회: 제 딸아이를 데려간 사람이 맞습니까?

수녀, 기억을 모으고 사진을 유심히 본다.

수녀: 글쎄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생각했는데..
창회: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까요.. 제가 지금 의지할 수 있는 분은
      수녀님밖에 없습니다.. 다시 한 번..찬찬히 봐주세요.
수녀: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사진이 너무 작아서..
창회: (최비서를 본다) 이양자씨는 지금 어딨나?
최비서: 무슨 생각에선지 다시 을지여인숙으로 돌아왔답니다.
       좀 전에 확인했습니다.
창회: 차, 대기시키게.

씬17 을지여인숙, 한 방

준희, 양자에게 봉투에 든 돈을 건네고 있다.

준희: 자.
양자: 고사장 돈은 안 받을 꺼야. 나한테도 쓸 돈은 있다.
준희: 아빠 돈 아냐. 그동안 내가 태을방직에서 월급 받은 거
      저금한 거야. 방부터 옮겨. 여기 있는 거 나도,
      엄마도 둘 다 불편하잖아.
양자: 불편할 꺼 없어..더민..내가 맹골도 간 줄로 아니까.
준희: 그래두 방 얻어. 
양자: (눈치를 살피며)..더미한텐..얘기 안했지..?
준희: ..
양자: 잘했다, 잘했어. 다 엄마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너가 힘들어 할 것도 없고..너가 바로 잡을 필요도 없는 거야.
준희: ..갈께. (일어나며) 당분간 출품할 때까진 못 올 꺼야.
      오늘이라두 방 옮기구, 방 구하면 연락 줘.
      전화번호 적어줬잖아, 전화해.

씬18 을지여인숙, 앞

고창회의 차 멈추고, 차에서 내리는 고창회와 수녀. 최비서.

창회: 여기서 기다리게.
최비서: 알겠습니다.

씬19 을지여인숙, 마당

양자와 준희. 수돗가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양자: 학원 근처까지 데려다 줄까?
준희: 광장시장에 부자재 사러 사는 길이야. 레이스랑 단추랑.
양자: 태을방직 가서 가져가면 되지. 그딴 걸 왜 시장에 가서 사?
준희: 그냥.
양자: 당당하게 굴어. 누가 뭐래두, 넌 고사장 딸이야.
      고사장도 그렇게 말했어. 너 없었으면 자긴 이 세상 사람
      아니었을 꺼라구. 넌 잘못한 거 하나두 없어.

준희, 문 쪽으로 가는데 문 열리고, 고창회와 수녀 들어온다.
고창회와 수녀, 준희를 보지 못했다. 놀란 준희, 당황해서
안쪽으로 휙- 몸을 돌린다.
양자, 고창회를 본다.

양자: 또 무슨 일이세요?
창회: 강희 어머니.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씬20 을지여인숙, 일각

준희, 방으로 향하는 안쪽 골목에 서서, 숨을 고르고 서 있다.
준희의 시선에, 마당의 모습이 한 부분만 보인다.

씬21 을지 여인숙, 마당

고창회, 양자에게 수녀를 소개하고 있다.

창회: 평화의 집 수녀님이십니다. 강희 어머니두 아시지요?
양자: ..(수녀를 본다) 오다가다 스쳐갔다면 모르겠지만, 얼굴
     맞대구 본 일은 없네요.
창회: ..(난처한)
수녀: (뚫어지게 양자를 보다) 저..기억 안 나세요?
      전..아주머니가 기억나는데...
창회: ! (놀라서 본다)
양자: ! (놀란다)
창회: 수녀님 분명히 우리 준희를 데려간 사람이 이 분이셨습니까?
수녀: 직접 뵈니까, 기억이 또렷하네요. 그 때나..지금이나
      크게 안변하셨네요..
창회: (양자를 본다)
수녀: 따님을 찾으루 전국을 헤매셨다고 하셨죠? 하두 지치고
      힘들어보이셔서..제가 꿀물을 타드렸는데...
양자: 하하..내 참. 꿀물이구, 설탕물이구 난 먹은 적 없어요.
수녀: 아주머니...그 때, 그 아이는 어딨나요? 아픈 아이를 딸려
      보내서..오래도록 마음에 걸렸답니다.
양자: 아니, 이 수녀님이 진짜! 이보세요! 날 더워 더위 잡수셨소!
      망령이 났소! 당신 그렇게 기억력이 좋아요? 한 번 본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을 해요!
수녀: ..
양자: ..(대야에 손을 담그고) 하던 일 해야 되니까, 그만 가보세요.
      엄한 사람 잡지 말구.
창회: 강희 어머니..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그 어떤..원망도
      않겠습니다. 그저준희의 행방만 알려주세요.
양자: (대야를 들어 물을 창회와 수녀의 발치에 휙- 뿌린다)
      아하! 덥다! 날이 더우니까 사람들이 살끔살끔 이상해지네, 진짜!

양자, 자꾸만 안쪽에 숨은 강희가 신경 쓰인다.

창회: 준희도, 강희도 다 제 아이로.. 잘 보살피겠습니다.
양자: 아구, 아구 사람 좀 살아요! 난, 정말 모른다구요!
(준희의 소리) 아빠...내가 이젠 아빠한텐 강흰 거네요?

고창회와 양자, 깜짝 놀라서 본다. 준희, 창백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창회: 준희야!
준희: (애달프게 웃는다)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아빠..딸 준희는 내가 아니잖아? 난..강희잖아요?
창회: 준희야..그런 게 아니다.. 네 오해야. 아빠 말 좀 들어보렴. 응?
준희: 됐어요. 나도, 아빠한테 엄마 말 안했으니까. 아빠도 준희 얘기
      안한 거..그럴 수도 있다 생각해야죠. 그래두,
      아빠가..(수녀를 보며)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네요.
창회: ...

준희, 섭섭한 듯 문 쪽으로 나간다. 고창회, 그 모습을 본다.

씬22 을지여인숙, 앞

고창회, 뛰어가는 준희를 잡았다.

창회: 아빠가 널 아프게 하고 싶었겠니..?
준희: 지금도 충분히 아파..너무 아파서..유리조각 위를 맨발루..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
창회: 네가 아빠를 이해해주면 안될까...너도 준희를 찾게 되면
     기뻐할 꺼라 믿었다.
준희: 아빤 나한테 천사가 되라구 하는구나. 세상에..강희는 없는데.
      난..내 나이두  잃구, 이름두 잃구..준희로 살았는데.
      이제 아빠 딸 준희를 찾으면 난 뭘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강희가 되는 걸까?
창회: 용서해라..아빠의 이기심이었다. 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날 용서해. 이제라도 되돌려 보자.
준희: 아마 준희를 찾을 희망이 없었다면, 그런 생각 안했겠죠?
      언제까지고 난 아빠한테 준희 대용품이었겠죠?
창회: 그래. 처음엔 널 준희로 생각하며 아픈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만..어느 순간, 넌 그냥 나한테 내 딸이었다.
준희: 후후..(웃고) 아빠한테 느끼는 이 배신감 영원히 지울
      순 없을 꺼예요. 아빠가 잃어버린 게 뭐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될 꺼야..
창회: 준희야..(손을 잡으려 하면)
준희: 당분간 아빨 보지 않겠어요. 준흴, 찾게 되면 말씀하세요.
      언제든 준희 자리 돌려드리죠! 이제 우리 엄만 그냥 좀 두세요!
      준흴 찾는 건 아빠 몫이니까!
창회: 준희야!!

창회, 준희를 잡으려고 하는데 준희, 창회를 뿌리치고 뛰어간다.

씬23 앙상블, 목욕탕

준희, 물을 틀어 놓고 운다. 밖에서 들리지 않게 목욕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소리 내서 엉엉 운다. 문 열리고, 빨래거리를 들고 들어오던 더미,
그 모습을 본다.

더미: ..(준희를 바라보다, 대야를 들고 조용히 나간다)

씬24 선술집 안

고창회, 깡소주를 먹고 있다. 최비서, 앞자리에 앉아 있다.

창회: 준희를 울게 하다니.. 내가 몹쓸 짓을 했네..
      우리 준희가 가엾어서 어쩌면 좋은가.
최비서: 저는 아가씨보다..어린 준희 아가씨가 더 가엾습니다.
창회: ..(눈물이 흐른다)
최비서: 아가씬..그래도 회장님 사랑 안에서 컸습니다. 그렇지만..
       준희 아가씬..그 십팔 년 세월 동안, 회장님 품에 단 한 번
       안겨보지도 못했습니다.
창회: ..

씬25 을지여인숙, 한 방

취한 양자, 소주를 나발로 불다 자리에 벌러덩 눕는다.

양자: 흐흥....흐흥..(실성한 여자처럼 혼자 실금실금 웃어가며 인생은
     나그네길을 부른다)

씬26 동영의 병실

동영, 총상을 입은 어깨를 깁스했다. 동영, 가슴 아픈 표정으로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 문 열리고, 중국인 간호사 들어온다.

동영: (문소리에 돌아본다)
간호사: (영어로/자막) 스펜서 선생님이 잠깐 진료실에서 만나시겠답니다.

씬27 존 스펜서의 진료실

존 스펜서의 이름이 박힌 문진이 놓여 있다.
의사, 동영과 빈의 챠트를 보고 있다. 문 열리고, 동영 들어온다.

의사: (영어로/자막) 미스터 김. 통증은 좀 어떻습니까?
동영: (영어로) 내가 문제가 아닙니다. 내 동생이 어떤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의사: ..(뷰 박스에 빈의 오른팔 엑스레이를 건다/영어로) 아시다시피
      오른쪽 팔꿈치에 박힌 총알은 제거 했습니다만..(가리키며)
      이곳엔 정중신경, 척골신경, 요골신경들이 모여 있습니다.
동영: (영어로) 내가 알고 싶은 것은..내 동생이 괜찮은 건지..
      완전히 나을 수 있는 건지 하는 겁니다.
의사: (영어로) 완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영: (영어로)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의사: (영어로) 두 번 다시 오른팔을 사용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손가락의 감각을 영구히 상실할 수 있고, 통증 때문에 앞으로
      많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동영: !! (영어로) 방법을 말해 주십시오. 어디든, 얼마가 걸리든.
      고칠 수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의사: (영어로) 죄송합니다. 병원에..오시는 게..너무 늦었습니다.
동영: ...
의사: ..(책상 위에 놓인 크리스털 코끼리를 준다/영어로) 동생분이..
      .가지고 계시던 겁니다.
동영: ..(멍한 시선으로 의사의 손에 들린 코끼리를 본다)

씬28 빈의 병실

빈,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빈의 오른팔에 깁스가
되어 있다. 동영, 빈의 바싹 마른 입술을 본다. 거즈에 물을 적셔
빈의 입술에 대어준다. 동영, 빈을 바라보는 눈이 충혈된다.
 
동영: (목이 메인다) 빈..아..
빈: ..
동영: (빈의 얼굴을 만져본다) 빈아..이 녀석아.. 빈아..

문 열리고, 허진기 들어온다. 허진기, 가만히 서서 동영과 빈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영: ...미안하다..널 아무 일 없이,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구나.. 날 용서해라..
허진기: 김동영. 그만 해라.
동영: (본다. 허진기다)
허진기: 죽진 않았잖아. 둘 다 살았으면 그걸로 됐잖아.

씬29 병원 마당(저녁)

허진기, 동영에게 담배를 한 가치 내민다. 동영, 담배를 받는다.
허진기, 불을 붙여준다.

허진기: 옥류관 총격사건으로, 대사관에 공식 항의가 들어왔다.
       일단, 밀수 이권을 둘러싼 범죄조직 간의 다툼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동영: 그걸로 무마가 되겠습니까? 아침에 홍콩 경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받으러 왔습니다.
허진기: 너흰 그냥 옥류관 시식회에 놀러갔다 사건에 휘말린 거다.
     나머진 우리하고 대사관에서 해결해.
동영: ...
허진기: 난..너희 둘이 살아 있는 모습만 봐두 맘이 벅차다.
       이 정도 희생 없이, 국가대업에 몸 바쳤다고
       어떻게 말하겠나.
동영: ..빈이 아니고 저였어야 했습니다.
허진기: 그래. 그랬으면..김동영이 마음은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책은 그만해. 운명이 그 날 누구를 부수고 갈 줄,
       우리 중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니까.
동영: ..
허진기: (일어나서, 악수를 청한다) 수고했다..김동영.
동영: ..(차마 그 손을 잡지 못하고 본다)

씬30 앙상블, 실습실(밤)

더미, 완성된 자신의 옷을 바라본다. 연경, 들어와서 본다.

연경: 그거 내 꺼니? 니 꺼니?
더미: 내 꺼. 잘 왔어, 언니. 자유 작품 투피스 가봉하자.
연경: 니가..뭐 내가 스타일이 좋다구, 모델을 해달라니깐 해 주긴
      하는데..맘이 영 그러네. 아무 생각이 없네.
더미: 또 왜?
연경: 아니! 대체 나의 우상 빈씬 어떻게 된 거니!
      뭔 출장을 이렇게 오래 가! 원랜 벌써 왔어야 되는 거
      아니니?
더미: ....
연경: 홍콩 여자들 이쁘단 얘기 너 혹시, 못 들어 봤니?
     (생각하다) 그래두 몸맨 내가 더 나을 꺼 같은데.
     왜 안 오는 거야!  나의 우상 빈씬!
더미: (애써 생각 떨치고 웃는) 쓸데없는 걱정 마시구요, 일하세요~
      혼자 엉뚱한 상상하는 것 보단 그 편이 생산적이네요~
연경: 건 그렇지만..(더미의 옷을 본다) 그거..넘 세련됐다.
      근데 머리랑은 쫌 그러네?
더미: (손목에 하고 있던 끈으로, 머리를 하나로 묶는)
      이렇게 할 꺼야. 어때?
연경: 어. 좋다...너가..준희씨 땜에 열 받긴 제대루 받었나 보다.
      제대루 디자이너 같네, 이젠.

씬31 빈의 방(밤)

장봉실, 아들의 방에 들어와 본다. 장봉실, 수족관 물고기에게 밥을 준다.

장봉실,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문다.

장봉실: 엄마가 미워서 안 오는 거니? 빈아...엄마가 불안해.
      자꾸만..네가 꿈에 보이네..언제쯤..올 꺼니? 응?

씬32 김홍석 국방장관실(다른 날, 낮)

김홍석, 허진기의 보고를 받고 있다.

김홍석: 그래, 장빈의 상태는 어떻던가?
허진기: 김동영이 옆에 있으니 뭔가 다른 상황이 생기면,
       연락이 오지 않겠습니까?
김홍석: ..

문 열리고, 비서 들어온다.

비서: 장관님, 장봉실 여사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김홍석: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
비서: (인사하고 나간다)
김홍석: 진인사를 했으니 이제 대천명을 해야겠지. 김중린 총책이
       어떻게 움직여줄지..기다려보세. 뒤처리하느라 고생했네.

허진기, 인사하고 문 쪽으로 가고, 장봉실이 들어온다. 허진기,
조금 딱한 얼굴로 장봉실을 바라본다.
김홍석,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홍석: 어서오세요.
장봉실: 바쁘실 텐데..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군님.

씬33 동 장소(시간경과)

장봉실과 김홍석,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장봉실: (안심이 되는) 아아..다행이에요. 동영이하고 같이 있다니.
김홍석: ..대한상사에서 일 끝나고..젊은 애들이라, 여행을 좀 하는 게
       아닐까 싶군요.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장봉실: (웃는) 동영이가 옆에 있는데. 걱정 안합니다. 이런 말
       부끄럽지만.. 빈이한텐 저보다, 동영이가 가까운 사인 걸요.
김홍석: ..

씬34 김홍석의 집, 앞

더미, 집 안을 들여다보며 궁금해 한다. 동영이가 너무 오래 연락이
없어 걱정돼서, 찾아왔다. 더미, 세련된 스타일로 완전히 바뀌었고,
손에는 장식품과 부자재를 산 가방이 들려 있다.
김홍석의 차가, 들어온다. 더미, 차 소리에 돌아본다.
차, 멈추고 김홍석, 내린다. 더미, 당혹스럽지만 인사한다.

더미: 안녕하세요..장관님?
김홍석: 오랜만이군. 더미양이 어쩐 일인가?
더미: (동영이 궁금해서 왔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시장에 부자재
      사러 갔다가 그냥, 오다보니까 여기까지 왔습니다. (웃는)
김홍석: 동영이가 출장이 늦어져서 궁금해 온 거로군.
더미: ..(웃는)

씬35 김홍석의 집, 마루

 김홍석, 더미에게 시원한 미숫가루를 준다. 더미, 엉거주춤하게 선다.

더미: 제가 해야 되는데..
김홍석: 아냐. 내 집에 온 손님인데. 편하게 앉아 들어요.
더미: (마시고) 맛있어요. 미숫가루.
김홍석: 지난번엔 미안했소. 서운했겠지?
더미: 조금요. (웃는)
김홍석: (고개 끄덕이고) 동영인..아마, 좀 더 시간이 걸릴 꺼야.
        일이 좀 길어져서.
더미: 언제쯤 올지..여쭤 보면 안 될까요?
김홍석: 기다리면 시간이 더디 가지. 기다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있어요. 내 약 속하리다. 동영이가..오면, 꼭 지난번에
        못 먹은 매운탕을 끓여 우리 같이 밥을 먹는 걸로.
더미: 고맙습니다. (그래도 걱정된다) 동영씨한테...혹시..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김홍석: ..걱정 말아요.. 동영이한테는 아무 일도 없으니까.

씬36 더미와 준희의 몽타쥬

더미, 실습실에서 옷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더미의 실습 작품에
조언을 해주고 있는 장봉실. 장봉실, 문득 더미의 모습을 보며.

장봉실: 멋있구나. 네 이미지 잘 찾아냈어. 오늘 당장, 샵에서
        손님을 만나도 좋을 정도야. 이제 손님 대하는 예절만
        갖추면 되겠다.
더미: 노력하겠습니다.

준희, 방에서 마네킹에 옷을 디스플레이 하고 있다.
방이 온통 옷감과 스케치로 엉망이다. 준희, 마음에 안 드는 듯
마네킹에 머리를 쿵쿵 박는다.

준희: 이게..아냐..이게...더 나은 게 있어. 여기서..한 걸음 더 나가야 해...

 실습실에서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작업에만 몰두하는 준희와 더미.
 준희, 자신의 모델들에게 만든 옷을 입혀보고 있다.
 더미, 연경에게 옷을 가봉하고 있다. 더미가 만든 의상이 마네킹에
 입혀진다. 더미, ‘인디오스 마크와 이니셜이 새겨진’ 목폴라 티를 연경에게
 입혔다.

씬37 홍콩, 빈의 병실(밤)

빈, 깁스를 푼다. 간호사, 빈의 팔을 본다. 그 모습을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 보고 있는 (두 사람 다, 환자복 입지 말고)

빈: (중국어로) 고마워요.
간호사: (중국어로) 천만에요. (깁스 푼 것들 들고 나간다)
빈: 아~ 갑갑해서 땀띠 나는 줄 알았네.
동영: 그래. 고생했다. (희미하게 웃는다. 뭐라 말을 못하는)

빈, 목이 말라 물 컵을 집는데, 컵을 쥔 손에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가 않는다. 컵이 떨어져 바닥에서 깨진다.

빈: 어..뭐야..왜 이래.
동영: (말을 해야겠다) 빈아, 지금..니 오른팔이(하는데)
빈: 깁슬 너무 오래 해서, 팔이 지금 맛이 간 거잖아.
    골았네..속이 골았어. 아, 짜증난다. 말 드럽게 안 듣네.

빈, 물병을 들어 올리려고 하는데 그대로 스테인리스 주전자가
바닥에 떨어진다. 빈, 불길한 표정으로 주전자와 자신의
팔을 한 번 본다.

빈: ..(동영에게) 이..게..지금 뭐야? 형..손가락에 힘이 없는 건
    이해하는데..왜..팔도 안 올라가..
동영: (이를 깨물며, 독하게) 익숙해져야 한다.
빈: 뭐어?
동영: 이제 그 팔에 의지할 수 없어. 그 팔론 아무 것도
     잡을 수도 없고, 들어올 릴 수도 없다. 글씨도 쓸 수 없고,
     하다못해 단추 하나 채울 수도 없다.
빈: 아씨!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야!! 아무 것도 못하면
   (어정쩡하게 흔들며) 이게 장식품이라는 거야!
동영: 오른팔이 있잖아.
빈: 하..하하.. 농담 하냐? 형? 오른팔로, 애들처럼, 기억 니은
   글씨부터 배우고, 숟가락질, 젓가락질 배우라고?
동영: 그렇게라도 해야겠지.
빈: 웃기지 마!! 장식품 같으면 차라리 떼 내지, 뭐하루 붙이구
    다녀!!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빈, 스테인리스 쓰레기통을 발로 팍, 차고 문 쪽으로 간다.
동영, ‘빈아!!’하 면서 따라 나간다.

씬38 홍콩의 술집(중국식 주점/밤)

빈, 고량주를 왼손으로 아무리 잡으려 해 봐도 잡히지가 않는다.
동영, 빈에게 다가온다. 빈, 오른손으로 쏟아가며 손톱만한 고량주
잔에 술을 따르려고 애쓴다.

동영: ..(병을 들어 빈에게 따라준다)
빈: 하하..참 꼴사납게 됐네, 이거.
동영: ..(앞자리에 앉는다)
빈: 이제 운전은 다한 건가?
동영: ..
빈: 가만있어 보자. 스킨스쿠버도 끝난 건가? 여자가 춤 한번 땡기자
   그래두, 스테이지도 못나가겠네. 포크루 밥 먹어야겠는데,
   질질 안 흘리려면.
동영: ..
빈: 에라이 씨!! 콱!! (왼손을 테이블에 놓고, 옆에 놓인 포크를
   오른손으로 집어 찍으려고 한다)
동영: 차라리 내 손을 찍어!! 이 녀석아!
빈: ! (멈칫해서 본다)
동영: 그래! 차라리 장식품이라면 낫지! 넌, 평생 그 팔에 통증까지
      안고 살게 됐어! 날 원망해! 널 이렇게 만든 건 나니까!
      내가 널 병원에 서둘러 데려가지 못해 생긴 일이니까!
      날 원망하고 이겨 내!
빈: ...
동영: (고량주 병을 들어 꿀꺽꿀꺽 마신다) 난...니 팔이 돼 줄 수 없다.
빈: ..(동영이 놓은 고량주 병을 들고 마신다)
동영: (눈시울이 붉어진다) 누구도 니 팔이 돼 줄 수 없다.
      이겨내라..빈아. 그래도 살아있다는 걸..위안으로 삼고
      이겨내야 해.
빈: ...

씬39 홍콩, 빈의 병실(밤)

동영, 술에 취한 빈을 떠 매고 들어온다. 동영의 어깨도
신통치가 않다. 한쪽 어깨에 여전히 붕대를 한 상태다.
빈을 침대에 눕히는 동영.

동영: ..(빈을 본다. 눈을 감고 있다. 조명을 조절해주고 나가려고 하면)
빈: 형 탓이 아냐. 자책할 필요 없어.
동영: 서울에 가자. 다른 방법이 있을 꺼야. 민간요법도 있고..침을 맞든,
      뭘 하든..네 팔을..치료할 다른 방법을 찾자.
빈: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보다 여기가 의료수준이 몇 단계 위잖아.
    인정할 건 인정하자. 쓸데없는 미련두지 말자.
동영: ..
빈: 가, 자. 취해서 졸리네. 자야겠어.
동영: ..(주머니에서 빈의 코끼리를 꺼내 내민다)
빈: ..(코끼리를 받는다) 동정은 싫어. 더미한테는..
    아무 말도 말아줘.

 빈, 쓸쓸한 표정으로 코끼리를 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영. (Dis)

씬40 계덕공항(다른 날, 새벽)
 
동영과 빈, 작별하고 있다.

동영: 같이..가자.
빈: 온 김에 홍콩 구경 좀 하고 간다니까.
동영: 그럼..같이 있자.
빈: 아! 참. 이러지 마!! 나 애 아냐! 그깟 팔 좀 못쓴다고 죽어!!
동영: ..
빈: (흥분을 가라앉히고) 미안해 할 거 없어. 형 잘못이 아니고
    내 잘못이야..내가 잠시 딴 생각을 했어..나 때문이야.
    형이 나 때문에 괴로워 할 건 없어.
동영: ..(바라보다 빈을 와락, 안는다) 기다리마..빨리 돌아와라..
빈: ..

빈, 동영을 마주 안고 싶은데 오른팔이 올라가다 멈춘다. 동영, 빈을 본다.

빈: (피식- 웃는다) 빌어먹을..이젠, 여자도 한 팔로 밖에 못 안겠군.

빈, 웃지만 동영,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씬41 비행기 안

돌아오는 비행기 안.
동영, 비어있는 옆자리를 본다. 동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씬42 김홍석의 집, 마루

동영, 김홍석에게 절을 하고 있다.

동영: 다녀왔습니다..
김홍석: ..그래 애썼다. 빈이는..?
동영: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서요..
김홍석: ..

(소리)  마루에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

문 열리고, 김홍석 들어온다.

김홍석: 동영아. 고회장이다.
동영: ...


씬48 태을방직, 회장실(밤)

 고창회, 황급히 들어오는 동영을 맞는다.

동영: (급하게) 전화로 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강희 어머니가 살아 있다니요!
창회: 사실이네. 강희 생모가 살아있어.
      우리 준희를 데려간 것 같은데..본인은 아니라고 하고.
      너무 답답해서 자네를 보자구 했네.
동영: 그 분을 뵐 수 있겠습니까?
창회: 여기 서류부터 보게나. 대구 교도소에서 찾아낸 거네.

 고창회, 동영에게 서류를 준다.
 동영, 무심코 서류를 받아 들고 양자의 사진을 본다.

동영: !!

 동영, 기절할 듯 놀라는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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