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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2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7.24|조회수501 목록 댓글 0

[패션 70s] 26

 

 

 

 

 

 

 

 

 

 

 

 

 

 

씬1 반도호텔, 패션쇼 장(밤)

장봉실, 무대 위의 더미와 준희를 소개하고 있다.

장봉실: 고준희 양입니다.
준희: ..(우아하게, 한 손을 가슴에 대고 인사한다)
장봉실: 한더미 양입니다.
더미: (무대 위에 처음 서 본다. 떨리고 긴장된 표정으로, 인사한다)

초대객들, 박수를 치고.. 기자들 플래쉬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는다.

씬2 동, 동영 있는 곳(밤)

동영, 오경사와 뒤쪽에 서 있다.

오경사: (무대 위의 더미를 보며, 혼잣말로) 옴마야! 저..머시고?
           밀수공범 가시나네 ! 참말로 서울물 좋테이. 가시나,
           고마 때깔이 달라졌구마.
동영:  ..(생각하는)
오경사: 내가 시방 쇼 구경할 때가. (동영에게) 뒤로 가믄 고준희씨
           만날 수 있겠지요? (탈의실로 가기 위해 돌아선다)

씬3  반도호텔, 패션쇼 장(밤)

무대 위의 더미와 준희, 다시 한 번 인사하고 무대 뒤쪽으로 걸어간다.

장봉실: (가볍게 박수치던 손 멈추고) 지금부터, 두 디자이너의 새로운
            작품을 즐겁게 만나보시고. 무대가 끝나면,
           (무대 뒤, 조명담당에게  손짓한다)

간접조명이 어두운 객석을 지나, 한 쪽을 비춘다.
손님들, 조명을 따라 시선이 옮겨진다.
테이블 위에, 투명한 투표 박스가 두 개 나란히 놓여 있다.
박스에 각각 아크릴 명패로 ‘한더미’, ‘고준희’ 라고 이름이 붙어 있다.

장봉실: 오늘의 무대는 고준희, 한더미 두 디자이너의 작품을 평가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셨는지, 선택하셔서,
           받으신 칩을 박스에 넣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고창회와 최비서를 비롯한 초대객들 손에 들고 있는 칩을 본다.
장봉실, 인사하고 사회자석에서 나간다. 사회자석, 간접조명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바로크풍의(혹은 장중한) 음악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스모그가 피어오르면서, 준희의 첫 작품을 입은 모델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씬4  반도호텔, 분장실 앞(밤)

오경사, 기웃기웃 하며 분장실 커튼을 젖히려 하는데.
따라온 동영, 오경사를 잡는다.

오경사: 와요, 비서관님?
동영:  그분이 실종된 게 확실한 겁니까..?
오경사: 마, 우리는 십중팔구 물에 씰리 갔다 봅니더. 연천경찰서서 올라온
          보고서 보잉께. 고마, 빈 쇠주병들이 가방 옆에 수북하이 쌓있답디더.
동영:  ..
오경사: 신상비관 자살인가..사고산지.. 고준희씨한테 참고 진술 맷 가지만
           받고, 사건  매조지해야지예. (커튼을 열어젖히려고 손을 뻗는데)
동영:  (잡는다) 지금은 안 됩니다. 무대 끝날 때까지..기다리세요.

씬5 준희의 패션쇼 몽타쥬(밤)

준희의 작품들이 무대를 화려하게 선보인다.

씬6 패션쇼장, 더미의 분장실(밤)

더미, 모델들에게 옷을 입힌다. 피에르, 자신의 옷을 다 입었다.
무대 의상 갈아입은 연경, 연신 궁금한 듯 무대와 연결된 커튼을 젖히고 본다.
더미와  피에르는 모델들에게 옷 입히고, 시중들고 있다.

피에르: 뭐하냐! 하연경! 안 돕구. 구경만 할 꺼야!
연경: (쪼르르- 달려와서) 어떡하니, 어떡하니! 엄청 화려하다. 더미야,
      너 준희씨 한테 밀림 어떡 하냐? 함 볼래?
더미: 안볼 꺼야. 준희씬..준희씨 무대를 하는 거구, 난, 내 작품으루 내 무대
      만드는 거구. (모델의 옷에 벨트나, 스카프 등의 소품을 마무리 해준다)
피에르: 근데, 형은 왜 안 오는 거야? 더미씨, 빈형 안 와?
더미: .. (입구 쪽 보며 걱정스럽다)

씬7 길(밤)

본넷에서 연기가 새 나오는 택시 한 대, 위태롭게 끽- 선다.
빈과 택시 기사, 서둘러 내린다.
택시 기사, 본넷을 열면 갇혀 있던 연기가 쏟아져 나온다.
빈, 오재미를 쥐고 있는 손으로 시계를 본다. 시간이 이미 늦었다.
빈, 뛰기 시작한다.

씬8 반도호텔, 패션쇼 장(밤)

준희의 피날레 의상이 무대에 올려진다. 가장 화려한 드레스나,
웨딩드레스 를 입은 모델이 귀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모델, 무대 뒤로 사라지면 무대 위의 조명이 꺼진다.
사회자석, 불 들어오고. 그 앞에 서 있는 장봉실.

장봉실: 이상은 고준희씨의 작품이었습니다. 지금부터 한더미양의 작품을
        보시겠습니다.

(음악) 준희의 무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 깔린다.

탈의실과 연결된 통로의 커튼이 젖혀지면서, 준희 나온다.
무대 위에 연경이 스타트 의상을 입고 나온다.
연경이 나오고, 그 뒤를 잇는 피에르와 페어를 이룬 여자 모델.
준희, 어두운 통로에 서서 팔짱을 끼고 더미의 옷을 보고 있다.
 동영, 다가온다. 준희, 동영을 본다.

준희: 왔네..(본다, 애써 웃는) 내 무대 보루 온 거야?
      준희, 무대 보루 온 거야?
동영: 둘 다...(짠한 마음으로 준희를 본다) 강희야,
      내가..널 도울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준희: ..(동영을 본다) 동영씨..자체가 내겐 아픔인데, 날 도울 게 뭐가 있을까?
동영: ..(그런 준희를 안쓰럽게 본다)
준희: (동영을 보고) 그래도 당신, 여전히 날 설레게 해요.
동영: ...

씬9 패션쇼장, 더미의 분장실(밤)

연경: 어떡하니!! 다, 다음이 빈씬데! 급한데루 칠호한테 입히자!
더미: 빈씨 옷이야. 빈씨가 입지 않는다면, 무대에 안올려.
      (모델에게) 그냥 혼자가는 거니까 왼쪽으로 치우치지 말구요.
      무대 중앙으로 걸어요. 알았죠?
모델: 네, 선생님.

분장실, 커튼이 요란하게 젖혀지면서 빈이 뛰어 들어온다.
더미, 돌아본다. 빈이다. 빈, 숨을 헉헉거리며 땀 흘린다.

연경: 빈씨!! 뭐예요! 무대 빵꾸나는 줄 알았잖아!
빈: 미안, 누나. (웃어주고, 더미에게) 내가 너무 늦은 거냐?
더미: 믿었어. 꼭 와줄 거라구...빈씨라면 올 꺼라구. (눈물을 글썽인다)

씬10 반도호텔, 패션쇼 장(밤)

빈과 페어를 이룬 여자 모델 먼저 나오고, 빈이 나타난다.
사회자석 통로에 서서 보던 장봉실과 차연, 놀란다.

차연: 어머! 선생님!! 빈이에요!! 어머머, 놀래라! 생각두 못했네요.
장봉실: ..(한손을 주머니에 넣은 빈의 모습을..바라보는)
차연: 한더미 진짜 웃기는 애네. 지가 뭐라고 빈일 무대에 세워..
      마음은 딴 남자한테 가 있는 주제에.
장봉실: ...
 
씬11 패션쇼장, 더미의 탈의실(밤)

더미, 사이즈별로 같은 옷을 입은 세 명의 모델을 손봐준다.

씬12 패션쇼, 무대(밤)

장봉실과 차연, 보고 있다. 방육성도 옆에서 보고 있는.

차연: 뭐, 그럭저럭 나쁘진 않네.. 창핀 안 당하겠네.
방육성: 너두 이제 패션 인생 삼십년이다. 모델 십년, 선생으루 이십년.
        안목 줌 키워. 놀라운데요, 여사님.
장봉실: (웃는) 화려한 건 처음 시선을 잡아끌지만 오래가지 않아.
        세련된 단순함이야 말로 디자이너가 추구해야할 덕목이야.
        생각보다 더 훌륭해. 대단해.

같은 사이즈 옷을 입은 모델1이 나온다. 이어 모델2가 나온다.

차연: 어! 저게 뭐야! 실순가요?
방육성: 뭔가..이상한데요, 여사님.
장봉실: !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한다)

초대객들, 술렁술렁한다.
‘저게 뭐야?/ 왜 같은 게 나와?’ 객석의 반응들 웅성거린다.
이어, 시차를 둔 모델3이 같은 의상을 입고 나온다.

장봉실: !!
차연: 실수 아닌가 봐요! 선생님, 이 일을 어째요!! 같은 옷을
      세벌이나 올리다니, 한더미가 디자인을 다 못 했나 봐요!
      이게 뭔 일이래요!

장봉실, 어지럽다. 놓여있는 의자를 짚고, 휘청한다.
차연, 낮게 ‘선생님!’ 한다.
 
씬13 동, 준희 있는 곳

 omit

씬14 동, 객석

객석의 고창회와 최비서, 보고 있다.

최비서: 준희 아가씨가..실수하신 걸까요?
창회: 저게 실수로 보이나? 저 의상들이..우리 뷰티가 추구하던 것 아닌가?
      같은 디자인, 같은 원단으로, 코스트를 다운시켜 많은 여성들에게
      보다 나은 옷을 입게 한다.
최비서: 앙상블은..기성복이 아니잖습니까..회장님.
창회: ..(본다)

씬15 동, 사회자석 통로

더미의 옷에 충격을 받은 장봉실, 문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간다.
차연, ‘선생님! 어디 가세요! 이제 끝인데요!’ 하고.
방육성, 그 모습을 본다.

씬16 반도호텔, 앞(밤)

장봉실, 바람을 쐬고 있다. 다가오는 방육성.

방육성: 여사님..괜찮으십니까?
장봉실: 더미, 그 애가 앙상블 무대를 기성복 발표회로 만들어버렸어..
방육성: ....
장봉실: ..더미를..어떻게 해야 할까..저 애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방육성: ...(불안하게 보는)

씬17 반도호텔, 패션쇼 무대(밤)

무대가 모두 끝났다.
준희의 모델들, 박수를 친다. 준희, 그 박수에 맞춰 나온다.
모델 한 명, 들 고 있던 꽃다발을 준다. 준희, 꽃다발 받고 인사하고.
한 쪽으로 비켜선다.
더미의 모델들, 박수를 친다. 연경,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여기에 빈은 없다)
박수에 맞춰, 더미 나온다. 연경, 더미에게 꽃다발을 준다.
더미, 꽃다발을 받는다. 준희, 의례적으로 박수를 친다.
 
피에르: 악수 하셔야죠~ 선생님들.
연경: 그러셔야죠, 선생님들~

더미와 준희, 서로에게 다가간다. 더미와 준희, 악수를 한다.
초대객들 박수친다.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던 고창회, 박수를 친다.

씬18 동, 투표함 앞(밤)

초대객들, 칩을 투표함에 넣는다. 고창회와 최비서, 바라본다.
귀부인들 대부분 준희의 박스에, 젊은 사람들, 기자들은 대부분
더미의 박스에 칩을 넣는다.
이미 모여 있는 칩들, 더미의 것이 월등하다. (한 눈에도 더미의 박스가
준희의 세 배 정도 칩이 더 많아야 한다)

최비서: 회장님은 안하십니까?
창회: .. (준희의 박스에 칩을 넣는다. 의아하게 보는 최비서에게)
     앙상블은 뷰티가 아니니까...
최비서: 예..(고개 끄덕이고 칩을 준희 박스에 넣고) 아가씨를
       만나보고 가셔야지요?
창회: 그냥 가세. 오늘은 강희..준희의 날이고, 두 아이가,
      나눌 이야기도 있을 테니까.

고창회와 최비서, 뒤돌아서 문 쪽으로. (Dis)

씬19 반도호텔, 패션쇼 장 앞 로비(밤)

더미와 준희, 기자들에게 각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앞에 각처에서 보내온 화환들 사이에 고창회가 보낸 커다란 축하 화환
이 양옆으로 두개 놓여 있다.
(인서트) 화환
‘고준희양, 축하합니다. 태을방직 회장, 고창회’ ‘한더미양, 축하합니다.
태을방직 회장, 고창회’

4, 5인의 기자들, 더미를.. 2명의 기자들, 준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자들, 정신없이 플래쉬를 터트리고.
기자들의 질문이 연속으로 쏟아진다.
‘한더미씨! 획기적인데요. 같은 옷을 세 벌씩 내 놓은 이유가 뭡니까!’
‘한더미씨! 실켓사를 소재로 했다는데요! 실크 대신 실켓사를 사용한 이유가
있습니까!’ ‘한더미 디자이너! 오늘 무대 충격적이네요! 앙상블 의상과는
전혀 다른 컨셉인데, 추구하시는 의상관이 뭡니까!’
준희에게 하는 질문은 더미와는 다르다.
‘고준희씨, 태을방직 후계자가 기성복이 아닌, 개인 부띠끄 디자인에
뛰어든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가 뭔가요?’
‘고창회 회장님은 고준희씨의 이런 행보에 찬성하셨습니까?’

준희: ..(표정이 일그러진다) 제 의상에 대한, 질문이 더 없으시다면..
      이걸로 끝낼께요. 뒷정리를 해야 해서요.

준희, 착잡하게 돌아서서 걸어간다.
더미, 그 모습을 짧게 보고, 서둘러 인터뷰를 맺는다.

더미: 실켓사를 이용한 것도, 같은 디자인을 무대에 올린 것도 다
      같은 이윱니다.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싶어 하시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죠. 신 소재와 동일 디자인으로 가격을 낮춰,
      좋은 옷을 많은 분들이 입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이상입니다.

더미,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준희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간다.

씬20 반도호텔, 패션쇼 장(밤)

초대 손님들은 다 떠나고..앙상블, 원생들만 뒷정리를 하고 있다.
준희, 참담한 심정으로 박스 앞에 서 있다. 더미, 다가와 선다.
두 사람, 칩이 쌓인 박스를 본다.

준희: 니가..이겼다고 생각해?
더미: 그런 생각은 없어..언닌 언니 옷을, 나는 나의 옷을 할 뿐이잖아.
      평가는..우리 몫이 아니잖아.
준희: ..후후..(웃는) 질린다, 진짜. 운명은 늘, 똑같은 사람 손만 들어주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자리는 바뀌지 않는 걸까?

차연과 방육성, 박스를 옮기기 위해 온다.

차연: (더미를 보다, 화가 울컥 나는) 더미, 너!!
더미: 네?
차연: 너, 제 정신이야!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어!!!
방육성: 왜 이래, 차선생. 오늘은...어쨌든 더미, 준희한테 기념비적인 날이잖아.
       수고했다. 무대 잘 봤다. 준희도 그렇고..더미도 훌륭했어.
더미: 고맙습니다.
준희: ..

 방육성과 차연, 박스를 들고 걸어간다.

씬21 반도호텔, 앞(밤)

무대 인사를 위해 입었던 옷이 아닌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준희, 나온다.
더미도, 옷 갈아입고 소품 박스를 들고 나온다. 빈, 함께 나오는.
동영, 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서 있다.

빈: 형, 왜 여??어?
동영: (미소)..
더미: 오빠..
동영: ..(뭐라 입이 안 떨어지는) 기다리고 있었다..너희 둘..(오경사 쪽을 본다)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오경사 다가온다.

오경사: 고준희씨.

사람들, 오경사를 본다. 빈, 오경사를 보고 웃는다.

빈: 야, 이거. 오경사님, 은근히 취미 고상하시네. 패션쇼 구경만 다니시구?
    반갑네요.
오경사: 장빈아, 우리 서로 고마 긁짜. 모른 체 하고 살자.
       (고준희에게) 고준희씨 오갓난씨하구 뭔 사입니까?
준희: 네? 오갓난..요? (더미의 이력서를 봤지만, 기억에는 없다)
더미: 우리 엄만데요...
준희: ! (아..그렇지)
오경사: ..공범 아가씨 엄마아? 그라믄 고준희씨하구는 뭔 상관이고..
준희: 무슨 일이시죠?
동영: 두 사람 다, 놀라지 말고..들어. 그 분이, 이주 전에..실종되셨다.
더미: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경사: 오갓난씨가 임진강에서 실종됐는데..그기 실종산지..사고산지..
       잘 모르겠구마.
더미: !!
준희: !!

더미, 놀라서 들고 있던 박스를 떨어트린다.
준희, 몸이 휘청한다. 가까이 있던 동영, 준희를 잡는다.
더미, ‘엄마..’ 하면서 그대로 졸도하는데, 빈이 한 팔로 받아 안는다.

빈: 더미야!!!

빈, 더미를 몸으로 받아 안는다.
그 위로 들리는 더미의  애절한 소리..

(더미의 소리) 엄마!!!! 엄마!!!

씬22 임진강변(새벽)

빈의 윌리스 지프가 멀리 서있다.
더미와 준희, 동영과 빈. 양자가 사고를 당한 그 장소에 와 있다.
준희, 물가에 넋을 놓고 서 있고.
더미,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애절하게 ‘엄마!!’를 부르고 있다.

더미: 엄마!!! 엄마!! 어딨는 거야!! 더미야!! 더미 왔어!! 엄마!!! 엄마!!
     (강을 따라 내려가는)

동영, 침통한 마음으로 더미와 준희를 바라보고. 빈,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더미를 본다.
동영, 양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어쩌면 내 책임이지 않을까..
(인서트) 24부, 씬19
동영: 더미,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들게 살았습니다. 이젠 회장님께
      돌려주세요. 더 미에 대한 마음에 조금의 진실이라도 있다면
      그만, 놓아주세요. 부탁입니다.

동영: ..(눈물이 흘러내린다)
빈: (놀라서) 형.
동영: ..찾아가지 말았어야 했어. 강희 어머니를 그렇게까지 몰아세우지
      말았어야 했어.
빈: 강희 어머니? (크게 숨을 쉰다) 대체..이게 뭐지? 준희 엄마가,
    더미 엄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동영: ..
빈: 머리가 터질 것 같아. 형! 제발 뭐라고 말 좀 해줘.
동영: (강가를 따라 내려가는 더미를 본다) 더미가..준희다.
빈: 뭐?
동영: 더미가 꼬맹이 준희다. 니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꼬맹이 준희.
빈: !! (놀라서 더미를 본다)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
동영: ...
빈: (더미에게 가려고 몸을 돌린다)
동영: (빈의 팔목을 낚아챈다) 그냥 둬. 누구도 달래 줄 수 없는..슬픔도
      있는 거야. 지금은 울고 싶은 만큼 울고..소리쳐야 해..
      가만히 지켜만 봐.
빈: ..(안타까운 마음으로 더미를 바라본다)

씬23 동, 더미 있는 곳(새벽)

더미, 강을 따라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춘다. 자갈돌 사이에 비에 넘친
강에서 쓸려 나온 사진이 언뜻 보인다.
더미, 돌을 집어내고 사진을 줍는다. 물에 불고 탈색되기는 했지만
엄마의  사진이다.
자신과 엄마가 함께 찍은..양자가 줍기 위해 들어갔던 그 사진이다.
(인서트) 더미와 양자의 사진

더미: !  엄마...(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는다) 아니지, 엄마?
      엄마 없인 안 된다구 했잖아. 나 두구, 이렇게 간 건..아니지..
      이건 안돼. 이렇게는 못 보내.. 어딨는 거야? 나와! 나오란 말야!
      엄마... 엄마!! 엄마!!!

더미, 숨이 멎을 듯이 오열 한다.

씬24 동, 준희 있는 곳(새벽)

준희, 양자와의 마지막을 생각한다.
(인서트) 25부, 씬9,
준희: 준희한테 했던 말..엄마한테, 내가 할께. 우리두 이걸로 인연 끊어.
      다신..보지 말자, 엄마.

준희: 엄마...엄마..(오열이 터져 나온다)

(인서트) 25부, 씬10
준희: 두 번 다시..여기 안 올 꺼야.. 준희하구, 살던 말던두 상관 안 할
      테니까,  날..다시 보겠단 생각은 마.

준희, 강 속으로 첨벙첨벙, 걸어 들어간다.

씬25 동, 더미 있는 곳(새벽)

더미, 사진을 가슴에 안고, 다시 강물 쪽을 보면서 엄마를 찾는데...
고개 돌리다가 준희가 물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준희,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는데도 아랑곳 않고 계속 들어가고 있다.

더미: 언니!!! (하면서 뛴다)

씬26 강변(새벽)
 
더미의 소리에 다른 데를 보고 있던 동영과 빈, 준희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벌써 준희의 정강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동영과 빈, ‘강희야!!/ 준희야!!’ 하면서 뛰어간다.
동영, ‘강희야!! 강희야!!!’ 하면서 준희를 따라, 강으로 들어간다.
동영, ‘강희야!’ 하며 준희를 잡는다.

준희: 놔!! 노란 말야!! (몸부림치며, 물로 들어가려 한다)
동영: 무슨 짓이야!!
준희: 그냥 둬! 날 죽게 내버려 둬! 내가 죽였어, 엄말! 내가 죽였다구!
      살고 싶지 않아! 이러구 내가 어떻게 살아! 그냥 끝내게 둬! 제발!
동영: 아무리 슬프고, 아무리 아파도! 이런 식으로 도망치지 마!
      한강희, 넌 강한 사람이잖아!
준희: 놔줘..지겨워. 끝도 없이, 날 몰아치는 이 운명이. 고준희로도
      한강희로도 지긋지긋해. 못 견디겠어...그만 끝내고 싶어.
동영: 강희야..
준희: 죽으란..얘긴 아니었어..다신..내 앞에 나타나지 말란..얘기가..이러라는 건
      아니었잖아... 동영씨..나, 어떡해.. 그냥 죽고 싶어...죽고 싶어...

준희, 동영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한다. 한 손에 사진을 든 채, 그 모습을
바라보는 더미. 빈, 가만히 더미를 바라본다.

더미: ...(눈물이 흘러내린다)
빈: 준희야...
더미: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으로 빈을 본다) 오빠...우리 엄만 안 죽었어...
      우리 엄마가 얼마나 물질을 잘 하는데...
빈: 준희야..

빈, 더미를 와락- 끌어안는다. (Dis)

씬27 동, 강가.

동영에게 끌려 나온 준희, 허탈하게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더미를 본다.
더미, ‘언니..’ 부르며 준희를 꼭 껴안아 준다. 준희, 힘없는 손길로 더미를
밀쳐 낸다.
 
더미: 언니..난 알아.
준희: ..
더미: 엄마는 돌아가시지 않았어.. 물질하면서..그 거친 바다두 다
      견뎌내신 분인데, 이런 물에 쓸려갈 리가 없어..
준희: ..
더미: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잠깐 우릴 떠나신 거야. 정말..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었다면.. 느꼈을 꺼야. 꿈에라도..오셨을 꺼야. 마지막..가는
      길에 언니하구..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가실 리 없어..
준희: ..
더미: 언니가..얼마나 아파할지..내가, 얼마나 아파할지, 다 아실 텐데..
      엄마가..우릴 얼마나 사랑하시는데..이런 상철 남기시겠어. 믿자,
      언니. 시간이 지나면..꼭, 돌아오실 꺼야.
준희: 그런..부질없는 희망은..너 혼자 가져.
더미: 언니..
준희: 넌.. 엄마 딸이 아니니까..아무 것도 느낄 수 없나보지.
      외나무다리 중간에.. 오도 가도 못 하고 서 있는 엄마를..
      내가 밀어 버렸어..
더미: ..
준희: 니가 힘들어 할 필욘 없어. 엄마가 없다고 해도..너한테는
      아빠가 있고, (동 영과 빈을 본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변함없이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옆에 있으니까.

준희, 돌아선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더미. (Dis)

씬28 종로경찰서, 한 방

더미와 준희, 오경사를 기다리고 있다. 문 열리고, 오경사 양자의 유품을
들고 들어온다. 양자의 가방과 강가에 벗어 놓았던 고무신 한 켤레가
든 투명 한 비닐봉지.오경사, 테이블 위에 가방과 신발을 올려놓으며..

오경사: 쩝..(입맛 한번 다시고) 뭐라꼬 위로할 말이 없십니다...
       좌우지간 안타깝게 됐네예.
더미: ..(비닐봉지에서 고무신을 꺼내 본다) 엄마..
준희: ..(그 모습을 보는)
오경사: 마..벌씨로 떠내리갔다 싶지만은..
       사체 수습에 최선을 다 해보겠십니더..
더미: (봉지에 고무신 넣고) 그렇게 말씀 하지 마세요..저희 엄만..
      살아계세요.. 엄마를 찾는데, 최선을 다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준희, 양자의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간다.
더미, 오경사에게 목례하고, ‘언니..’ 부르며 고무신을 들고 따라 나간다.

오경사: 하따..놀랬네..(고개 젓고) 고회장 딸이..그라마, 원래는 양녀였다
       이 말이가? 뭐가 뭔지 참말로 모리겠네..

씬29 경찰서, 마당

빈의 윌리스 지프 세워져 있다. 동영과 빈, 기다리고 있다.
가방을 든 준희와 고무신을 든 더미, 나온다.

동영: 앙상블에 데려다 주마.
준희: ...
동영: ...집으루 갈래?
준희: ..나한테..집이 있나...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준희, 돌아서서 정문 쪽으로 간다.

더미: ..(보다, 동영에게) 오빠가..언닐, 집에 데려다줘요. 좀..쉬게 해줘..
동영: 그래. (빈에게) 더미 좀 부탁하마.
빈: 걱정 마. 형이야 말로 준흴, (하다) 이제 강희라고 해야 하나..
   잘 위로해줘..

동영, 더미를 한 번 바라보고, 준희에게로 뛰어간다.

빈: 어떡하냐? 차로 데려다 줄 수도 없고. 택시라도 타고 가자.
더미: 혼자 갈께.. 생각할 것도 많고..혼자 좀 걷고 싶어.
빈: ..
더미: (돌아선다)
빈: 준희야.
더미: (본다)
빈: 이럴 때, 이런 말 어울리지 않는 거 아는데.. 널, 다시 보게 돼서
    행복하다.. 부산으로 데려가지 못한 걸, 늘..후회했다.
더미: 그래, 나도..오빠를 만나서 기뻐. (미소) 손 운동..빼먹지 말구 해..
      오빠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꼭, 나을 수 있을 꺼야. 약속해..
빈: 그래...(주머니에서 오재미 꺼내 보여주며) 열심히 할께..
더미: (고개 끄덕이고, 돌아선다)

씬30 더미, 준희의 방

문 열리고, 더미 들어온다. 더미, 고무신 든 봉지를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몹시 피곤하고 지친 듯, 침대에 걸터앉는다.
문 벌컥, 열리고 차연 들어온다.

차연: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망신..망신, 앙상블에 너 같은 망신거리가
      들어오다니 나, 정말 챙피해서..
더미: 선생님..
차연: (노려보고) 올라와! 원장님께서 여지껏 기다리고 계셔!

씬31 장봉실의 방

장봉실의 책상 위에 칩이 담긴 패션쇼의 투표박스가 놓여 있다.
더미, 기다리고 있다. 장봉실, 더미에게 등을 돌리고 칩을 보고 있다.
한 쪽에 방육성과 차연, 서 있다.

장봉실: (천천히 돌아서서, 더미를 본다) 너를..내 밑에 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너를, 앙상블에 데려온 게 정말 후회스러워.
더미: ..
장봉실: 내 손님들에게 감히 그런 옷을 내보이다니, 얼굴을 들 수가 없구나.
       앙상블 문을 닫고 싶을 정도야.
더미: 전, 그냥 좋은 옷을, 보다 저렴하게,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입히구
      싶었을 뿐입니다.
차연: 그게 기성복이지! 우리나라 최고의 싸롱 앙상블 의상이니!
방육성: 차선생..가만히 있어.
장봉실: ..(기가 막힌 심정으로 더미를 본다)
더미: 처음 제가 선생님 드레스를 망쳤을 때, 그 옷이..제 일년 치 봉급
      보다 더 비싸다는 말을 듣고 놀랐어요. 물론, 저도..돈을 많이
      벌고 싶긴 했지만..그래두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장봉실: ..
더미: 여자들, 누구나 좋은 옷, 아름다운 옷을 입고 싶어 해요.
      부자가 아니라도.. 자신을 가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봉실: 그래. 니가 시장 아이였다는 것을 내가 잊고 있었구나.
더미: ..
장봉실: 니 옷은 기성복이지 앙상블 옷은 아냐. 앙상블은 입을 자격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그 격식을 갖춰 만들어져!
       그 옷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입을 자격이 있는 거야!
더미: 입을 자격이라는 게..꼭, 돈이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봉실: 왜 앙상블 의상이 비싼 줄 아니! 그건, 이 지구상에 오직
       단 한 벌만 존재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야!
       디자인부터, 재단, 재봉에 이르기까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서
       만들기 때문이야!
더미: ..
장봉실: 기성복과 앙상블 의상의 차이를 아니!
더미: 불특정 다수를 위해 만들어진 의상과,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옷..
      이란 말씀인가요?
장봉실: 아니! 기성복은 옷에 사람을 맞추지만! 앙상블의 의상은,
       그 사람을 위해 작품을 내놓는다는 거야! 누가 입을지도 모르고
       만드는 몰 개성한 의상은 예술이 아냐! 거기에는 혼이 없어!
더미: ..
장봉실: 그만 시장으로..돌아가.
더미: 선..생님!
장봉실: 한더미, 지금 이 시간부터 파문이다. 넌, 더 이상 이 장봉실의
       제자가 아냐.
더미: !!
차연/방육성: ! (놀라고)
장봉실: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앙상블 장봉실에게 배웠다는 말은
       하지 마라.

장봉실, 조금도 미련 없는 듯 돌아서서 문 쪽으로 간다.

장봉실: (돌아보고 차연에게) 지금 당장, 짐 꾸려서 내보내.

장봉실, 문 닫고 나가 버린다.

씬32 준희의 방

준희, 가방 들고 생소한 표정으로 방을 보고 있다. 동영, 바라본다.

동영: (가방을 받아서, 테이블에 놓고) 강희야..좀..누워.
준희: 그래, 여긴 강희의 집이 아니지, 준희의 집이야.
      그래서 그렇구나. 너무, 낯설고 불편하네.
      처음 와 보는 남의 집 같아..
동영: ..(침대 시트를 벗겨주며) 그러지 말고.. 자도록 해봐.
준희: 자고 싶지 않아.
동영: 강희야..
준희: 잠드는 게 무서워. 엄마가..보고 싶은데..너무..보고 싶은데,
      날..욕하면서..엄마, 죽인 딸이라고..꿈에 나타나..욕할까봐..무서워.
동영: ..만약에 어머니가..널, 찾아오시면..니 마음 그대로 말씀 드려.
      그러면, 널..이해해 주실 꺼다. 이제 좀 자.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좀 가라앉을 꺼야.수면제라도 먹고 잘래?
준희: (고개 젓는다) ...

준희, 침대에 앉는다. 동영, 준희를 바라본다. 준희, 침대에 눕는다.
동영, 준희에게 시트를 덮어준다.

씬33 태을방직, 회장실

고창회와 최비서, 앉아 있다.

창회: 강희에게..호적을 다시 만들어줘야겠네.
최비서: (놀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회장님. 준희 아가씨에게 본래
        이름과 자릴,돌려주시고, 강희아가씨는..이양자씨에게 보내셔야지요.
창회: 강희를 내 앞으로, 입적하겠네. 고강희로, 친딸로 입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게.
최비서: 회장님..
창회: 이양자씨는 용서할 수 없지만.. 강흰, 내 딸이네. 부모는,
     자식이 그 어떤 죄를 지었다 해도 품 밖으로 쳐낼 수는 없는 걸세..
최비서: ..
창회: 호적이 마무리 되는대로, 준희를..집으로 데려와야지.
     준희, 강희하고 같이 살 거야.
최비서: 알겠습니다..회장님.

씬34 더미, 준희의 방

더미, 짐을 다 꾸렸다. 트렁크 하나로 꾸려진 짐. 트렁크에 양자의 고무신
봉지를 집어넣고. 그 위에 어머니와 함께 찍은 액자를 넣는다.
아그리파를 보다, 목에 걸려 있는 루비목걸이를 본다. 한 번 만져만 보고,
 그냥 두고..책상 한 쪽에 있는 코끼리를 들고 보다 주머니에 넣는다.

씬35 장봉실의 방

장봉실, 홀로 앉아 있다.

(소리) 똑똑..

문 열리고, 가방을 든 더미 들어온다.
장봉실, 더미의 가방을 바라본다.

더미: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가방을 옆에 놓고)
장봉실: ..
더미: 맹골도 섬에, 묻혀...아무 것도 몰랐던 제가, 선생님을 만나..
      패션을 알게 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선생님의 은혭니다.
장봉실: ..
더미: 나는 나의 의상에 혼을 싣는다.. 선생님의 가르치심 평생 잊지 않고,
      혼이 실린,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더미, 깊이깊이 고개 숙여 장봉실에게 인사한다.

더미: 이렇게 실망을 끼치고 떠나지만...선생님을 단 한분의 스승으로..
      제 마음 속에 영원히..간직하겠습니다..

더미,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간다. 장봉실, 뭐라 불러보려고 입술이
달싹달싹 하지만..끝내 입을 다문다. 더미, 나가고 문이 닫힌다.
장봉실, 답답한 듯 일어나 세리주를 잔에 따른다.
 
장봉실: 그래...더미한테 앙상블은 맞지 않아..이, 장봉실의 후계자는
       아닌 거야..나한테는 준희가 있잖아.. 준희에게 물려주면 돼..

장봉실, 한없이 쓸쓸한 표정으로 세리주를 마신다.

씬36 앙상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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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37 앙상블, 기숙사 앞 길

더미, 가방 들고 걸어간다. 연경과 상희, 피에르 쫓아온다.

연경: 더미야! 더미야!
더미: (돌아본다) 언니.
피에르: 아깝다..더미씨.. 그 옷만 아니믄..더미씨가 오사카 갔을 텐데..
상희: 오사카가 문제냐? 이러구 쫓겨나서..어떡해요? 이 바닥에 소문 쫙,
      나믄..더미씨가 만든 옷 누가 입겠어.
더미: 그래두 입어 줄 사람 있을 거라 믿어야죠, 뭐.
연경: 어디루 갈 꺼니..
더미: 음..일단 전에 있던 데..
연경: 그러지 말구, 고회장님한테 말씀 드리구, 뷰티에 가지 그러니?
      넌, 뷰티하구딱 맞는 거 같은데..
더미: ..거긴..내 자리가 아냐, 언니..(쓸쓸하게 웃는)

씬38 동양 상회, 안

박사장, 신문을 보고 있다.
(인서트) 더미의 패션쇼 인터뷰.
 
더미, 가방 들고 들어온다.

박사장: 어서 오이소~(하면서 돌아보면 더미다) 더미야!
더미: (미소)
박사장: 참말로 장하다! 아구, 내가 패션쇼 가서 꼭 봤어야 했는데.
       초대장까지 받아놓고두 내 갈 자리 아닌가 싶어 못 갔다 아이가.
       이 봐라! 니가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났데이!

씬39 동양 상회, 다락방

더미와 박사장, 앉아 있다. 박사장, 한 쪽에 쌓여 있는 목폴라티를
치우면서..

박사장: 뭐라꼬! 그라믄 앙상블서 쫓기 났단 소리가? 감희 닐 쫓아내?
더미: 사장님이 허락해 주심, 당분간 여기서..지냈으면 하구요.
박사장: 오이야. 안 그래두..내가, 가게를 넓히 갈라 캤다. 목폴라티는
       엄연히 더미 니 껀데, 내가, 우째, 그 수입금을 다 갖겠노..
       괜찮다믄..니가 일단 이 가겔, 맡아봐라.
더미: (놀라서) 예?
박사장: 여기서 니 브랜드 함 맹글어 봐라. (둘러보며) 와? 맘에 안 드나?
더미: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박사장: 내가 한더미, 니한테 투자하고 싶단 말 아이가!
더미: ...
박사장: 브랜드 이름은 뭘로 할 끼고? 인디오스 그거로 하믄 되겠구마.
더미: ...(생각하다) 동춘이 어떨까요?
박사장: 동춘?
더미: 엄마랑..맹골도에 살 때..봄을 참 많이 기다려요.
      물질 시작하려구..섬 동쪽 끝에 서면..바람이 다르거든요.
      봄이 오는 느낌이..동쪽에서 오는 봄.
박사장: 뜻이사 마 좋은데..브랜드 이름으루는 쪼매 그렇지 않나.
더미: 지금은, 디자인만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력이 되면,
      섬유를 해보고 싶어요.  실켓사를 이용해서요.
박사장: 오이야. 괜찮겠다. (웃는)

씬40 고창회의 집, 거실(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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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41 준희의 방(밤)

불도 안 켜진 컴컴한 방.
고창회, 들어와 불을 켠다.
준희, 침대에 무릎을 세우고 오도카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침대에 양자 가방의 물건들이 펼쳐져 있다. 엄마의 옷가지를 만져보던
준희.

창회: 왜 그러고 있어? 밥은..먹었니? (하면서 침대로 오다 양자의
      옷가지들을 본다) ! (충격 받는)
준희: ..
창회: 네 어머니 물건이냐?
준희: 네..
창회: (화가 폭발하는) 아무리, 네 입장이 되서, 아빠가 이핼 해보려 해도
      널 알 수가 없구나! 그래, 널 낳아주신 생모인데, 만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핏줄인데, 안 보고 살 수야 없겠지.
준희: (창회를 올려다본다)
창회: 아무리 그래도 버젓이 이젠, 네 어머니 물건까지 들여놓고,
      여기서 같이 살기라도 하자는 거냐!
준희: 그렇게라도..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 집에서..우리 엄마,
     준희, 아빠, 나 같이 살자고..하면 그렇게 해주실래요?
창회: 강희야!!
준희: 제 어머니가 어떻게 된 줄 아세요!
창회: 알고 싶지 않다. 너희 어머니 얘긴 단 한 마디도 듣고 싶지 않아!
준희: ..
창회: 네..호적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강희라는 이름 그대로..내 앞에
      넣기로 했다.
준희: ! (충격 받는)
창회: 호적 정리가..끝나는 대로, 집으로 준흴 데려 올 생각이다. 예전처럼,
      준희하고..사이좋게 지내라.
준희: 그래도..아빠 마음은..진심일 거라 믿었는데..결국..아빠의 선택이
      이거군요..준희 자릴 돌려주겠다 했는데..잠시도 못 참으시겠던가 보죠?
창회: (본다)
준희: 준희가 나타나니, 내가 그렇게 걸리적거리던 가요!
      차라리 그냥 쫓아내시죠! 호적에는 뭐하루 올리세요!
창회: 강희야!
준희: 고준희 대역 인생으로 살아 온, 절 강희로 돌려보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그건 나가라는 뜻이에요! 넌, 필요 없어!
      그만 니가 알아서 나가줘!
창회: 그런 얘기가 아니다.
준희: 천만에요! 그런 얘기에요! 아빠 유명한 분이죠! 천하의 태을방직
      고창회 회장님! 지금까지 친 딸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양녀였구나. 주어다 기른 애였구나! 왜요! 아예 신문에 광고라도 하시죠!
창회: 준희를.. 내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는데, 저대로, 너희 어머니 밑에
      둘 수는 없다.. 준희가 가엾지 않니?
준희: 우리 엄마가..준희한테 잔인했다면.. 아빠도..저한테 잔인하셨어요.
      이렇게,  저를..사회적으로 끝내시는 것과 우리 엄마가 준희를
      데려간 것과 뭐가 다른가요?
창회: 내가...어떡하면 좋겠니..? 준희를..그냥 저대로 두어야 옳겠니?
준희: 제가 비켜 드리죠.
 
준희, 티 테이블에 얹어 둔 핸드백을 들고 문 쪽으로 간다.

창회: 강희야!

준희, 돌아본다.

준희: 아빤 저를 버렸지만, 동영씨보다도 아빠를 더 사랑한다는 그 말
      모두가 진심이었는데...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준희, 문 닫고 나간다.
창회,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지만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씬42 거리(밤)

준희, 갈 곳을 몰라 정처 없이 걷는다.

씬43 다른 거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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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44 병원, 진료실(밤)

양박사, 환자의 차트를 보던 중이다. 문 열리고 준희, 들어온다.

양박사: (놀라서 몸 일으키고) 준희양이 이 시간에 웬 일인가?
준희: ...
양박사: 어디 아픈가..? 안색이 안 좋은데..
준희: 양박사님..저.. 잠을 통 잘 수가 없어요..
양박사: ..
준희: 수면제가 필요해요. 세코날 좀 처방해 주세요..

씬45 고창회의 집, 뒷마당(아침)

준희,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있다.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준희의 짐들이 타고 있다. 옆에 놓인 커다란 상자에 
옷가지와 물건들이 놓여 있다. 양자의 가방도 놓여 있다.
준희, 불길에 디자인 스케치를 집어넣는다.
준희,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넣는다.
준희, 동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잠시 망설이다, 그 역시 불길에 집어
넣는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는 옥천댁.

씬46 태을방직, 회장실

고창회, 전화를 받고 있다. 그 옆에, 최비서.

창회: 그래요? (사이) 지금 곧 집에 갈 테니까 잘 보고 있어요.
      (전화 끊고, 급히 최비서에게) 차, 대기시키게.
최비서: 강희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창회: 집을..나가려고 하는 것 같네.
최비서: ..
창회: 자넨, 지금 준희를 집으로 데려와. 강희가 나한테 많이
      섭섭해 하고 있어. 준희라면 말릴 수 있을 거야.

씬47 동양 상회, 앞

동양 상회 간판이 내려지고, ‘東春’의 간판이 걸린다.
(인서트) 한문으로 동춘이라고 되어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한글로
동춘이라고 되어있다. 더미와 박사장, 보고 있다.

박사장: 와? 맘에 안 드나? 좀..촌시럽나?
더미: 아뇨..이렇게 서둘르지 않으셔도 되는데.
박사장: 내 맘이 바빠, 그렇다. 뭐라두 니한테 해주고 잡아서.
       간판은.. 급히 해서 그러니까, 차차로 니 맘에 들구로 고치거라.
더미: 예. 고맙습니다.

최비서, 급히 걸어온다.

최비서: 아가씨!
더미: (본다) 최비서님..
박사장: 오셨습니꺼?
최비서: (박사장에게 인사하고) 앙상블에 들렀다가, 아가씨,
        여기 계시다는 얘기듣고 놀랐습니다.
더미: ....
최비서: 회장님이 급히, 집으로 좀 모셔오랍니다.
더미: 무슨..일이 있나요?
최비서: 강희 아가씨가..집을 나가시려는 모양입니다.
더미: !

씬48 준희의 방

준희의 방이 휑하니 치워져 있다. 가구들은 그대로 있지만, 준희의
물건이 하나도 없다.
준희, 양주가 담긴 큰 컵에 세코날 캡슐을 빼서 가루를 술에 탄다.
세코날 한 병이 다 비워져 있고. 준희, 마지막 캡슐의 가루를 넣는다.
옆에 캡슐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준희, 캡슐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약병도 버리고.

씬49 고창회의 집, 거실

고창회, 뛰어 들어온다. 맞는 옥천댁.

창회: 준희는!
옥천댁: 방에 계세요.

고창회,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씬50 준희의 방

준희, 양주잔을 바라보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강희야!’ 하면서 뛰어
들어오는 고창회.
고창회, 휑하게 비워진 방을 본다. 열린 장안까지 텅 비어 있다.

창회: 이게 무슨..짓이냐..
준희: 돌려드린다 약속했잖아요.
창회: 안 된다...이건..널, 보낼 순 없어. 준희를 사랑하는 건 천륜이고...
      너, 역시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
준희: ...
창회: 강희야..

고창회, 준희를 꼭 끌어안는다. 준희, 아버지를 밀쳐내고.

준희: ..이제, 회장님의 거짓사랑은 제 마음에 아무런 울림이 없어요.
창회: 어떡하면..내 마음을 믿어 주겠니..
준희: (쓸쓸하게 웃고) 너무 늦었어요.. 전에 말씀 드렸죠? 하나를 얻음..
       하나를 잃기 마련이라고.. 준희를 다시 얻으셨잖아요.
       저, 하나쯤..잃어버려도 상관없잖아요.
창회: 네가..미운 것이 아냐.. 내가,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네 어머님이, (하는데)
준희: 우리 엄마가..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 해도 이미 벌은 받을
      만큼 받았어요.
창회: 세상에는 용서 못할 죄라는 게 있는 거다.
준희: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러니 어쩌라구요! 더, 이상 우리 엄마가
      어떻게 죄를 빌까요! 당신 목숨으로 빌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창회: !! 그게..무슨 소리냐...
준희: 엄만 돌아가셨어요! 임진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셨다구요!
창회: !!! (비틀하면서, 티 테이블 의자를 잡는다)
준희: 엄마가 왜, 지난 날 날 데리러 왔다가 그냥 혼자 가셨는지 아세요!
      회장님이 날, 사람들한테 고준희라고 얘기했기 때문이에요!
      엄마만 없어지면, 당신 딸이 고준희로 잘 먹고, 잘 살 것 같아서!
창회: ..
준희: 그만..나가주세요..너무..힘들고..피곤해서..하루만 신세지고 갈께요.

준희, 고창회를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돌아선다.
고창회, 충격을 받아..정신이 없다. 티테이블 위의 술잔에 시선이 간다.
고창회, 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 버린다.
준희, 돌아서서 아이처럼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다.
그러느라 창회를 보지  못한다.

창회: 다...내..잘못이다..
준희: ..
창회: 이..모든 게..내가 시작한..일이야.. 널, 준희로 키울 생각을 한 건...
      네 인생은 생각도 못한 내 욕심이었다.
      너한테..어떻게..용서를 빌어야겠니..
준희: 회장님을..절대 용서할 수 없을 꺼예요.. 그만 나가주세요.

준희, 돌아보면 고창회, 들고 있던 양주잔을 티 테이블에 놓는다.

준희: !!!

고창회, 충격으로 문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간다.

준희: !!

씬51 고창회의 집, 이층 계단 앞

고창회, 계단 쪽으로 걸어온다. 준희, 자신의 방에서 뛰쳐나왔다.

준희: 아빠!!

씬52 동, 거실

최비서와 더미, 황급히 들어온다.

더미: (이층을 올려다본다) 언니!

씬53 동, 이층계단 앞/ 동, 거실

준희와 고창회, 거실에 온 더미를 본다.
더미와 최비서 올려다 본다.

창회: 준희야..(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양주에 섞은 약을 먹은 증상이 나타난다.
      몸이 휘청한다)
준희: 아빠!!!

준희, 고창회를 잡으려고 팔을 뻗는데, 오히려 중심을 잃은 고창회를
밀쳐버리게 된다. 고창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씬54 동, 거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더미, 계단에서 떨어진 고창회에게 비명을 지르며 달려간다.
준희, 멍한..시선으로 그 자리에 굳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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