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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연인]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3.02|조회수655 목록 댓글 0

[연인] 15











S#1. 신도 진료실(밤)


14부 엔딩에 이어서...


미주 : 하나님 몰래 하루 당겼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슬프게) 내일이면... 갈 거잖아요.

         모르는 사람처럼... 죄지은 사람처럼... 갈 거잖아요. 아까 물었죠. (사이) 나... 좋아합니까? 네... 좋아합니다.

         고마워요, 물어줘서... 안 물어봤으면 내가 먼저 물을 뻔했거든요.


강재, 아 이 사람...


미주 : 메리 크리스마스... 두목님...


강재, 마음 아픈...


미주 : 소원 빌고 촛불... 어! (촛불 다 꺼진, 피식) 다시 켜야겠네요.

강재 : 소원이... 뭡니까?

미주 : (담담) 물어본 거 후회할걸요?

강재 : 이미 했습니다.


미주 설마 하는데 미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 가져다 대는 강재!

헉! 놀라는 미주.



S#2. 신도 아이들 방(다음 날 새벽)


아이들 옆에서 잠들어 있다 가만히 눈 뜨는 미주, 마치 꿈을 꾼 듯 잠시 멍한...

그러다 그대로 누워 간밤의 일 생각하고 가만히 자신의 입술 만져보는데...



S#3. 신도 진료실(회상/밤)


1신에 이어지는...

입술 닿아 깜짝 놀라 떨어지는 미주.

그런 미주 보는 강재.

두 사람 어둠 속에서 오래오래 바라보는...

그러다 미주가 들고 있던 케이크 내려놓는 강재.

미주, 헉 굳는...

강재, 미주의 모자 벗기고 미주, 떨려서 죽을 것 같은...

강재, 미주의 머리카락 가만가만 만져보고 얼굴 만져보는...

그러다 천천히 자신의 입술 가져가고 살짝 키스하고 입술 떼는...

미주, 쓰러질 것 같고...

강재, 미주 물끄러미 보다 다시 입술 가져가는...

처음에는 가볍게 그러다 점점 더 깊어지는...

굳어 서 있던 미주도 어느새 마음 여는... 뜨겁게 키스하는 두 사람.

그러다 미주 끌어안아 주는 강재.

서로를 품에 안고 오래오래 서 있는 두 사람.



S#4. 신도 마당(새벽)


물안개 낀... 슬픈 눈으로 미주 방 보고 서 있는 강재.



S#5. 신도 아이들 방(새벽)


입술 만지며 그대로 누워 있는 미주, 아주 살짝 입가에 미소 띄우는데...

순간 부릉 차 소리 나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미주.



S#6. 신도 마당(새벽)


문 열고 후다닥 나오는 미주.

강재, 차 안에 앉아 핸들 확 꺾다가 브레이크 밟는다. 미주 본 것이다.

두 사람 눈 마주치고 강재, 슬프게 미주 보는...

미주, 가지 말지 속으로 말하는데 강재, 더 이상 보기 힘든 듯 선글라스 쓰는...

미주, 뭐지 싶은데 그대로 핸들 꺾어 가버리는 강재.

저도 모르게 신음 흘리는 미주.

그렇게 오래오래 강재 떠난 빈자리 보고 서 있는데...



S#7. 신도 들길+강재 차 안(새벽)


선글라스 쓴 채 운전하고 가고 있는 강재, 표정을 알 수 없는...

하나 마음 속에 유진에 대한 죄책감과 미주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하는...

그러다 서서히 속도 줄이더니 결국 차 세우고 그대로 오래오래 앉아 있는 강재.



S#8. 신도 진료실(낮)


강재 누웠던 침대에 오두마니 앉아 있는 미주, 창밖 어딘가 멀건이 보는...

갈 수밖에 없는 강재 마음 이해하면서도 못내 서운한데...

그때 문소리 들려 보면 윤 목사, 기름통 들고 들어오는데.


윤 목사 : 어디 갔냐?

미주 : 어? 아... 서울. 좀 아까 가던데. 그, 급한 일 있대나 봐.

윤 목사 : 그래? (기름통 뻘쭘한, 난로 옆에 놓으며) 너 깨워서 간다 그래?

미주 : (당황) 어? 어. 인사 못 드리고 가서 죄송하다고. 배 시간 때문에 빨리 간다네.

윤 목사 : 그런데 너는 여기 왜 이러고 있어?

미주 : 나? 나는... 아침 먹을 건지 안 먹을 건지 물어보려고.

윤 목사 : 간다 그러고 갔다며.

미주 : 어?

윤 목사 : 뭘 어쩌고 갔기에 뻔히 들킬 거짓말에 횡설수설까지 해? 그러게 애먼 놈을 왜 자꾸 재워? 다시는 재워주지 마.

             (하고 나가려다) 모과차 얻어먹은 놈은? 안 만나? 크리스마스인데?

미주 : 여행... 갔어요. 선물만 먼저 주고...


쓸쓸한 얼굴 되는 미주.



S#9. 어느 절 마당(낮)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있는 세연. 푸르스름한 턱, 몸도 마음도 초췌한...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 있고 그러다 시선 들어 어딘가 보는...

처마 끝에 달린 풍경, 딸랑딸랑 풍경소리 들리는...

햇살 눈부신 듯 눈 가늘게 뜨고 쓸쓸히 풍경 오래오래 바라보는데...



S#10. 유진 매장(낮)


케이크 위에 슈거파우더 뿌리고 있는 유진.

크리스마스 모자 쓴 석현, 진열할 케이크들 가지고 들어오다 보고...


석현 : (케이크 쇼케이스에 놓으며) 더 만드시게요?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유진 : 내가 가져갈 거예요.

석현 : 아, 파티하시게요? 여기 자주 오는 그 무서운 분이랑요?

유진 : 우리 오빠가 무서워요?

석현 : 무섭죠.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얼마나 얻어 터졌는데요.

유진 : 무슨 말이에요, 그게?

석현 : 처음부터 얘기하자면 복잡하고요. 아무튼 우리 처형이랑 그 양반이랑 저 때문에 멱살잡이하다가 알게 된 사이거든요.

         왜, 전에 여기도 왔었잖아요. 나는 유진 씨가 싫어요 하면서 사장님이랑 막...

유진 : 윤미주 씨가 처형이란 말이에요?

석현 : 예. 그런데 우리 정화 말로는 그 무서운 양반이 자꾸 우리 처형 만난다잖아요.

         여우털인가 뭔가 기백만원도 넘는 옷도 막 사주고 어젯밤에도 신도에서 잤나 보던데.

유진 : 신도에서 자요? 오빠가?

석현 : 예. 우리 와이프가 크리스마스 때문에 새벽에 내려갔거든요. 배 타다 봤대요.



S#11. 신도 집 부엌(낮)


미주와 정화, 음식 준비하고 있고 정화는 과일 얇게 썰어 건조기에 넣는...


미주 : (두부 썰다가 놀라며) 봤어?

정화 : 응, 선착장에서. 배가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물만 보고 서 있더라고. 저러다 물에 뛰어드는 거 아닌가 싶더라니까?

         선주 어른이 신세진 일이 있다나? 그래서 타라는 말도 못 하고 배 시동 걸어놓고 기다리는 거 보다 나는 그냥 왔지.

         첫 배라 손님은 별로 없었...


하는데 미주, 앞치마 벗어 던지고 뛰쳐나가는...

정화, 왜 저래 싶은데...



S#12. 선착장(낮)


여기저기 강재 찾아 헤매는 미주. 그러나 어느 곳에도 강재는 없고... 허탈한... 스스로도 미쳤다 싶은...

헬쓱한 얼굴로 먼 바다 바라보는 미주.



S#13. 강재의 호텔 룸 침실(밤)


침대 앞에 서 있는 유진, 손에 케이크 상자 들려 있다.

말끔한 침대 보고 석현의 목소리 흐르는... '어제 밤도 신도에서 잤나 보던데.'

정말 여기서 안 잤구나 싶은...

(시간 경과)

유진, 침대에 앉아 있고 멍한... 사이드 테이블에 건축관련 서적, 엑셀관련 서적, 재개발 관련 서류 등등 흐트러져 있고.

그 위에 초콜릿 박스 놓여 있고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 유진. 그러다 감정 격해져 마구 흐트려놓는...

초콜릿 박스 바닥에 쏟아져 초콜릿바 다 엎어진다.

그런 자신 힘들어 죽겠는 유진.



S#14. 세연의 아파트(밤)


깜깜한 화면 속에 쾅! 현관문 닫히는 소리.

이어 탁탁 조명 하나씩 켜지는...

툭 산행 배낭 내려놓는 세연, 푸르스름한 수염.

모자 벗으며 거실 바라보는 세연.



S#15. 교회 안(밤)


크리스마스 공연 한창이고 자리 가득 매운 동네 사람들.

분장한 아이들 미주와 추던 '동방신기' 춤추고 있다.

어떤 놈은 바지 흘러내리고 어떤 놈은 자꾸만 동작 틀리고 어떤 놈은 혼자 신났고...

동네 사람들 마구 웃고 윤 목사 아이쿠 소리 절로 나는데 그래도 예뻐 죽겠는...

맨 뒤에 서서 아이들 지켜보던 미주도 피식 웃는다. 그러다 마음 추스르며 동작 같이 따라 해 주는...



S#16. 교회 밖(밤)


누군가 교회 안 미주 모습 지켜보는, 강재다. 아직도 신도 못 떠난.

창으로 미주 지켜보는... 미주의 해맑은 모습에 쓸쓸히 웃는데...



S#17. 미주 오피스텔 앞(다음 날 낮)


오들오들 떨고 서 있는 순정, 누군가에게 계속 전화 걸고 있는...


순정 : 허... 또 안 받네, 또 안 받아. (씩씩거리며) 으, 추워... 이 여자는 왜 안 와?


하는데 택시와 멎고 미주 내리며...


미주 : 와서 이것 좀 꺼내. 아저씨, 잠깐만요.

순정 : 뭔데?

미주 : (첫번째 박스 턱 안기며) 크리스마스 선물.

순정 : (휘청) 선물? 그래, 원래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건 철저하게... (하다) 이게 무슨 냄새냐?

미주 : (두번째 박스 꺼내며) 성탄 기념 김치종합 3종 세트다. 어서 날라.

순정 : (박스 턱 내려놓으며) 지금 누구 염장 지르니? 안 그래도 열받아 죽겠는데?

미주 : 이 추위에 왜 열을 받아?

순정 : 남들 다 연애질하는 크리스마스에 김치랑 끌어안고 있는데 그럼 열 안 받아? 어디 가 뭘 하는지 전화도 안 받...

         (미주 보는) 언니야, 휴대전화 좀 줘봐봐.

미주 : 휴대전화? 왜?

순정 : 아, 빨리! 어디 있니? (하며 미주 주머니 막 뒤지는)

미주 : (박스 들고 있어 어쩌지도 못하고) 야, 간지러워! 야! 왜 이래, 너?

순정 : (미주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꺼내 최근 목록 막 눌러 보며) 전에 우리 구해 준 그 사장님 번호 뭐야?

미주 : 그, 그 사람은 왜?

순정 : (보조개 두목님 찍힌 거 보고) 보조개? 혹시 이거야? (통화 버튼 꾹)

미주 : (헉!) 야, 너 미쳤어? (막 뺏으려 하며) 거기다 전화를 왜 해, 네가!



S#18. 낚시터(낮)


1부에 나왔던 곳.

강재, 상택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있고 산이 열심히 떡밥 만들고 있다.

강재, 물끄러미 물만 보고 있는데 휴대전화 진동 오고.

꺼내 보면 액정에 ‘의사선생’ 뜨는데, 순간 심장 툭 떨어지는....



S#19. 미주 오피스텔 앞(낮)


여전히 실랑이 하고 있는 미주와 순정.

미주, 휴대전화 뺏으려고 순정 옷 잡아당기고 난리난...


순정 : 왜 이렇게 안 받아? (하는데)

(강재) : (살짝 긴장한 듯) 여보세요.

순정 : 어? 여보세요? 어머, 사장님. 왜 이렇게 늦게 받으세요?

미주 : (헉 미치겠네 싶은. 속삭이며) 야! 너 미쳤어?



S#20. 낚시터(낮)


강재, 긴장한 채 휴대전화 받고 있는...

상택, 의아하게 보고 태산, 계속 떡밥 만드는데.


(순정) : (막 뛰어가며 받느라 목소리 높은) 저 미주 언니랑 같이 사는 순정이인데요.

(미주) : 끊어, 얼른. 끊으라고! (우당탕 넘어지고) 아야! (하는 소리 다 들리고)

강재 : (미주 소리 다 들리는, 걱정스러운 표정되는) 무슨 일입니까?

(순정) : (속삭이는) 왜 때려? 아프잖아! 저기요, 제가 지금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언니 전화를 빌려 쓰고 있거든요?

            저 맞아 죽기 전에 사장님 부하 좀 만나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강재 : (의아한) 부하요? (하고 상택 보는)


상택, 왜 나를...


강재 : 윤 선생이랑 같이 사는 여자 알아?

상택 : 네? (하는데)


태산, 쨍그랑! 떡밥 그릇 떨구는...

강재, 상택 산이 보면 망연자실한 표정의 산.



S#21. 커피숍(낮)


순정 기다리고 있고 화난 얼굴의 태산 들어와 순정 찾는데.

그러다 순정 발견하고 빠르게 오고 빵긋 웃던 순정, 태산의 다친 손 보고 놀라며...


순정 : (태산 손 만지며) 어머, 오빠! 손 왜 이래요? 다쳤...

태산 : (손 탁 치우며) 지금 제정신입니까? 거기가 어디라고 전화를 합니까, 하기를!

순정 : 그러게 누가 안 받으래요? 나 오빠 때문에 지문 다 닳는 줄 알았잖아요.

태산 : 누가 오빠입니까? 내가 왜 오빠입니까? 나 스물다섯입니다.

순정 : 웬일이니, 웬일이니?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원래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보거든요.

태산 : (헉!) 스물한살이란 말입니까?

순정 : 아유, 진짜... 빼면 어떡해요, 더해야지.


태산, 어이없어 말 안 나오는...


순정 : 그런데요, 어쩜 사람이 그래요? 아무리 연애를 안 해 봤어도 그렇지,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연인을 혼자 두는 법이 어디 있어요?

태산 : 사, 뭐요? 맞고 싶습니까?

순정 : 어머! 여자를 어떻게 때려요?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눈 뜨면서부터 밥 먹을 때도 생각하고 일하다가도 생각하고

         하다못해 부동산, 뒷동산, 연말정산, 하여간 세상에 산이란 산은 다 태산 씨 같아 좋고 막 그런데...

         (리본 달린 컬러로션 꺼내는) 받아요, 이거 주려고 전화했었으니까.


태산, 좀 미안해서 순정 보면...


순정 : 꼭 바르고 다녀요. 보디가드는 외모도 중요하다며요.

태산 : 나... 보디가드 아닙니다.

순정 : (의아한) 아니에요? 전에 내가 물었을 때...

태산 : 내 입으로 그렇다고 한 적 없습니다. 나 깡패입니다.

순정 : 깡... 패요? 지금 나를 보고 그걸 믿으...

태산 : 여자를 어떻게 패냐고? 궁금하면 계속 전화해 보든가. (벌떡 일어나 저벅저벅 가버리는)

순정 : (무안하고 민망한, 그대로 앉아 있다가) 허, 내가 그렇게 싫은가...



S#22. 커피숍 앞 거리(낮)


휘적휘적 가던 태산 멈추는... 순정에게 그렇게까지 한 게 못내 걸리는고 돌아보는데. 어쩌지 싶어 머리 벅벅 긁는다.

그러다 아 몰라 하는 표정으로 그냥 돌아서 가는데...



S#23. 낚시터(낮)


강재, 여전히 낚시하고 있고 옆에서 커피 끓이고 있는 상택.


상택 : (커피 타며) 지금도 궁금하십니까?


강재, 뭐가 하는 눈빛으로 보면...


상택 : 남의 집 냉장고에 뭐 있는지. 오이, 당근, 뭐 그런 거 들어 있으면 가끔 행복한지.

         아침에 물 꺼내다 든 생각인데, 뭐가 들었는지가 아니라 그런 걸 누가 넣어놓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 사람이 윤 선생이면... 행복하시겠습니까? (빤히 보면)

강재 : (한동안 말이 없다가 차분하게) 아침에... 구두끈을 묶다가 문득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

         유진이한테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구두끈만 묶고 있어. 의사라는 걸 안 순간 많이 배워 재수 없고

         얼굴 예뻐 뻔해 보였던 여자인데... 그 여자랑 살면 가끔이 아니라 자주 행복할 것 같아.

         지금도 그 여자 내 옆에 앉아 있어. 나... 미친 새끼지.

상택 : (안쓰러운) 커피 한 잔 더 타야겠는데요.


강재, 쓸쓸히 피식 강물 보는...

그런 강재 걱정스럽게 보는 상택.



S#24. 미주 오피스텔 거실(낮)


비닐장갑 끼고 반찬통에 누군가 주려는 듯 김치 나눠담고 있는 미주. 그때 딩동!


미주 : (어쩌지 하는 표정이다 순정인 줄 알고) 아, 열렸어. 정신없어 깜빡했다.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미주 : 일찍 오네. 재미없었어?


하고 보면 세연 서 있다. 헉! 놀라는...


세연 : 커피 준대서 왔어요. 문까지 열어놓고 기다릴 줄은 몰랐는데요?

미주 : (그제야 피식) 선물 도로 뺏는 거예요? 크리스마스에는 혼자 있게 한다며요.

세연 : 그러려고 했는데 추워서 하루 먼저 왔어요. 산 속이라 그런지 엄청 춥더라고요.

미주 : 곱게 컸나 봐요? 외아들이라 그런가?

세연 : (‘외아들’ 턱 걸리는, 이내 풀며) 미주 씨는 외동딸인데 막 컸나 봐요?

미주 : (눈 흘기는) 점심은 먹었어요?

세연 : 커피 한 잔도 이렇게 어려웠는데 밥 달라는 얘기를 어떻게 해요?

미주 : 전에 하다 만 김치볶음밥 해 줄게요. 이거 우리 아빠가 기른 배추로 담근 거예요.

         안 그래도 세연 씨 주려고 덜고 있던 참이거든요. 세연 씨가 먹을 거니까 (담던 용기 가리키며) 이걸로 할 거예요.


세연 먹먹해서 미주 보는데...

(시간 경과)

김치볶음밥 먹고 있는 세연.

미주, 그런 세연 안쓰럽게 보다가...


미주 : 여행은 어땠어요?

세연 : 별로였어요.

미주 : 추워서?

세연 : 춥기도 했고 처음부터 괴롭자고 간 여행이라 뭘 해도 괴롭기만 하고 재미없더라고요.

미주 : 여행을 괴롭자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세연 : 그러니까요. (무심하게) 외아들로 커서 그런가...

미주 : 혹시... 나보고 듣지 말라던 그 일 때문이에요?

세연 : 왜요, 듣고 싶어졌어요?

미주 : 궁금은 해요.

세연 : 듣고 나서 강재 편 안 들 자신 있어요? (수저 놓으며) 나갈래요? 소화도 시킬 겸, 분위기도 바꿀 겸.


미주, 그런 세연 보는데...



S#25. 미주 오피스텔 근처 공원(낮)


천천히 걷는 두 사람, 손에 테이크 아웃 커피 들려 있는...


세연 : 결국 미주 씨 커피는 오늘도 못 마셨네요.

미주 : 오늘만 날인가요, 뭐. (추워서 어깨 움츠리는)

세연 : 크리스마스 이브는 잘 보냈어요?

미주 : (강재와의 일 떠올라 가슴 쿵!) 정신 하나도 없었어요. 애들이랑 복작복작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라요.

         음식하랴, 애들 분장시키랴, 동네 분들...

세연 : 거짓말.

미주 : !!!

세연 : 강재랑 있었어요?

미주 : !!!

세연 : 바보. (마음 아픈) 어쩜 그렇게 바로 들켜요, 넘겨짚은 건데. 오늘까지는 괜찮아요. 내 선물이었으니까...

         그런데 앞으로는 어쩔까요? 강재는 죽어도 유진이 못 버릴 테고 내 눈에는 윤미주만 보이는데. (슬픈) 이제 우리 어쩔까요.

미주 : 미안해요. 이럼 안 되는데... 안 되는 거 아는데... 이제는 숨겨지지도 않네요.

세연 : 안 숨기면요? 어쩌자고요? 강재, 미주 씨한테 못 와요. 걔는 죽었다 깨나도 유진이 못 버려요. 모르겠어요?

미주 : 알아요. 아는데... (눈물 핑) 그런 사람이라... 좋은 거에요. 정말 미안해요...

세연 : (가슴 아픈) 미안할 거 없어요. 나도... 미주 씨가 이런 사람이라 좋은 거니까.


미주, 울컥 더 눈물나는...


세연 : 안아주고 싶지만 나 아닌 다른 놈 때문에 우는 여자를 어쩌면 좋을까요.


미안해 더 눈물나는 미주.

그런 미주 가만히 안아주는 세연.



S#26. DO산업개발 전경(다른 날 낮)



S#27. DO산업개발 강 회장실(낮)


두터운 서류증서들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강 회장과 김 변호사 마주 앉아 있다.

동규, 그런 두 사람 뒤에 서 있는데.


강 회장 : (펜 꺼내 들고) 법적으로 하자 없는 거 확실해?

김 변호사 : 네. 유언장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상 하강재 씨 본인이 희망을 해야 증여가 가능합니다.

강 회장 : (사인하며)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고.

김 변호사 : (서류 넘겨주며) 상속세도 문제입니다. 금액이 엄청날 겁니다.

강 회장 :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

김 변호사 : 그런게 아니라 언론에서 가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장학재단부터 설립하시고 기부금 얘기로 덮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강 회장 : 법대 나온 머리가 다르긴 다르네. 필요하면 해. 이건 다 어디다 보관할 거야?

김 변호사 : (서류 챙기는) 은행금고에 보관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강 회장 : 알았어, 수고했어.


김 변호사 인사하고 간다.


동규 : 서류야 꾸몄지만 제일 중요한 건 강재인데... 어떻게 얘기를 하시려고요?


강 회장, 대답 없이 표정 굳는데...



S#28. DO산업개발 지하주차장(낮)


차에 타는 김 변호사, 서류 꺼내 보는데 무언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서류 보는...

그때 옆에 정면 주차하는 세연, 이상한 느낌에 백미러로 보면 김 변호사 보이고.

김 변호사도 급히 서류 넣고 백미러로 세연 보는데 세연 문 열고 내린다.


김 변호사 : (얼른 따라 내리며) 오랜만에 뵙습니다.

세연 : 네,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김 변호사 : 회장님 뵙고 가는 길입니다.

세연 : 아버지가 요즘 김 변호사님 뵐 일이 뭐가 있을까요?

김 변호사 : 그냥 인사차 들렀습니다.

세연 : (빤히 보며) 한가하신가 봐요?

김 변호사 : 한동안 통 못 봬서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 변호사 가고 세연, 이상하다 싶은데 윤 전화 온다.


세연 : 어, 왜? (사이) 누구?



S#29. DO산업개발 세연 사무실(낮)


윤, 누군가 곱지 않게 보고 있는데 난 화분 안고 있는 창배다.

창배, 윤 보고 실실 웃는데 세연 들어온다.


창배 :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강세연 사장님 아니십니까? 늦었지만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화분 내미는)

세연 : (화분 본 척 만 척, 윤에게) 나가봐.

윤 : 차는 뭘로...

세연 : 됐어, 물장사하는 사람들 차 싫어해.


창배, 기분 상해서 화분 옆에 툭 내려놓는다.

윤, 창배 한번 보고 나간다.


세연 : 삼촌은 여전하시네요. 요새는 뭐 하세요?

창배 : 나? 나야 늘 하던 거 하지, 뭐. 물장사.

세연 : 연말이라 바쁠 텐데 어떻게 저를 보러 다 오셨어요? 근처에 볼일 있으셨나 봐요.

창배 : 볼일? 이 근처에서 볼일 보면 잡혀가. 나 요즘 아무 데나 오줌 안 싸.

세연 : (저 새끼가 싶은) 어쩌죠? 제가 좀 바빠서요.

창배 : 그러냐? 그럼 뭐 간단히 하자. 다른 건 아니고, 내가 뭐 도울 일 없나 해서. 너희 이번에 뭐 하나 한다며? 달동네 갈아엎는 거.

세연 : 어떻게 아셨어요? 정식으로 발표난 것도 아닌데.

창배 : 우리는 또 정식 이런 거 안 좋아라 하잖냐. 어떻게, 내가 좀 도와줘?

세연 : 아니요, 하던 거 그냥 계속 하세요. 삼촌 손 빌릴 정도로 큰 일 아니라서요.

창배 : 그래? (휴대전화 꺼내 걸며) 그럼 뭐 할 수 없고. 일 봐. (통화된) 어, 나. 여기? DO산업개발 대표이사실.

         내가 얘기 안 했나? 내 조카가 여기 대표이사라고.


세연, 인상 긋고 창배 보는데...



S#30. DO산업개발 1층 로비(낮)


바쁘게 걸어오던 양금, 헉 놀라 멈추는...


양금 : 뭐... 어, 어디?

(창배) : 뭘 다 들었으면서 물어?

양금 : 남 사장 미쳤니? 돌았어? 거기가 어디라고 가! 지금 당장 안 튀어나와?

(창배) : 내가 무슨 공이유? 튀게? 나 구기종목 싫어해.

양금 : (부들부들 떨며) 여러 말 말고 빨리 나와! 만약 세연이한테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그날로 끝인 줄 알아.

         그리고 나 지금 회사 1층인데 절대 나랑 마주치지 마. 나 마주쳤다가는 오늘로 끝이니까! (하는데)


미주, 저만치서 가까이 오는...


양금 : (가까이 오는 미주 발견하고 급 나긋) 그럼 꼭 좀 부탁드려요. 한시라도 빨리 그 룸에서 나오시기는 진심으로 바라며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끊고) 윤 선생!

미주 : (어느새 양금 앞 에 서 있는) 많이 기다리셨어요?

양금 : 바쁜데 불러낸 건 아니지?

미주 : (어색하게 웃는) 조금요. 어디 잠깐 가볼 데가 있어서요.

양금 : 그래? 그럼 간단히 차 한잔 할까?



S#31. 커피숍(낮)


한 모금 마시고 커피잔 내려놓는 양금과 미주.

양금 잔에 벌겋게 립스틱 묻어나는...


양금 : 뭐가 마음에 안 들었어?

미주 : 네?

양금 : 미스터 홍이야, 차야?

미주 : 아, 그거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어려워서요. 익숙지도 않고... 저는 그냥 제 차...

양금 : 그거였어? 닥터 윤 생각보다 똑똑하네? 하긴 의사 머리인데? 그러니까 기사 떼고 그냥 차만 달라?

         그 얘기를 지금 그렇게 얌전하게 했네, 그렇지?

미주 : (헉!) 아, 아니요.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양금 : 그런 게 아니면 그냥 좀 타지? 사람 성의 개무시하지 말고? 아니면 이 참에 그냥 순서대로 가든가.

         세연이 아파트 얻은 건 알지? 몸만 들어가 살면 되겠던데, 어때?

미주 : 저... 사모님...

양금 : 회장님이나 나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들 아니야. 닥터 윤 나이도 있는데 데이트다 뭐다 밖에서 헛돈 쓸 필요 있어?

         결혼 안 할 거야?

미주 : 죄송한데요, 사모님. 그 얘기는 세연 씨랑 해야 할 얘기 같습니다.

양금 : 자기 정색하니까 싸하다? 나 지금 오버한 거야? 그래, 그럼 세연이랑 얘기하고 상견례날 잡아. 그만 일어날까? 바쁘다며.


하더니 가버리고 미주, 깊은 숨 쉬며 양금 뒷모습 보는데...



S#32. 타이어 대리점 안(낮)


양금 때문에 근심스러워 멍하니 서 있는 미주.

그때 차키 내미는 손, 진수다.


진수 : 무슨 고민 있어요?

미주 : 고민 없는 사람 있나요? 차는요? 다 됐어요?

진수 : 일단 제네레이터는 갈았는데... 평소에 시동 잘 안 걸리죠?

미주 : 네. 왜 그런 거예요?

진수 : 낡았으니 그렇죠. 총체적 난국이에요. 엔진이고 뭐고 다 갈아엎어야 돼요. 그냥 하나 뽑으시죠?

미주 : 그래서 못 고친다는 말씀이세요?

진수 : 굴러가게는 해 놨는데 얼마나 갈지 모르죠. 인젝터 분리해 봤더니 속이 어휴...

미주 : 그러니 제 속은 어떻겠어요. 수리비도 많이 나왔죠?

진수 : 깎아주면 주말에 시간 좀 내줄래요?

미주 : 왜요?

진수 : 강재 좀 불러내게요. 일종의 미끼랄까?

미주 : 전에 말한 레이싱요?

진수 : 네. 아무리 나오래도 나와야 말이죠. 그놈 참 차 좋아했는데 나와바리 때문에 전쟁 한 번 크게 치르고 나더니 딱 끊더라고요.

         깡패가 타면 차도 욕먹는다고. 시간 내줄래요?

미주 : 네, 갈게요. 제가 원래 숙달된 미끼거든요. 예쁘게 입고 가도 되죠?

진수 : 그럼 금상첨화고요.


강재 얘기 때문에 살짝 가슴 아픈 미주의 얼굴에 경쾌한 음악 얹히는...



S#33. 캠프 안(다른 날 낮)


커다란 천 훅 벗겨지면 먼지 풀풀 날린다.

아련한 표정으로 자기 차 보는 강재. 차문에 ‘Kang-jae Hah’ 이름 새겨져 있다.


진수 : (열에 와 서며) 상태 괜찮지?

강재 : (차 보며) 응. (타이어 툭툭 차며) 신발만 갈아 신기면 되겠다.

진수 : 그건 걱정 마라, 내가 제대로 된 매케닉 구했다.


하고 턱짓하고 보면 예쁜 옷차림으로 낑낑거리며 타이어 굴리고 있는 미주다.

강재, 의하게 미주 보는데 미주 타이어 놓친다. 때구르르 굴러와 강재 발에 툭 맞는...

미주, 어어 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시선 들다 강재와 눈 딱 마주치는데.


미주 : 미안해요, 워낙에 손목이 청순해서...

강재 : (의아한) 여기서 뭐합니까? (진수 보고) 형이 불렀어?

미주 : 허, 웃겨. 나 때문에 왔으면서... (진수에게) 얘기 안 했어요? 숙달된 미끼?

진수 : 그런 걸 거짓말이라고 하죠.

미주 : (헉!) 네?

진수 : 레이싱걸 자질이 훌륭해 보이셔서요.

강재 : 그런 것도 거짓말이라고 하지.

미주 : 뭐요? 내, 내가 어때서요? 레이싱걸보다 못한 게 뭔데요?


하며 모델처럼 허리에 손 짚고 앞머리 쓸어 넘기는데 손에 묻었던 먼지 얼굴에 쓱 묻는다.

그것도 모르고 한껏 포즈 잡는 미주.


강재 : (빤히 보다) 따라와요.

미주 : 어디를요?



S#34. 탈의실(낮)


미주 긴장한 채 들어서면 뒤에서 문 쾅 닫힌다.

미주 긴장해서...


미주 : 여, 여기는 왜요?

강재 : 옷 벗어요.

미주 : (컥!) 뭐, 뭘 벗어요? 미친 거예요?

강재 : 이런 데 오면서 그 꼴로 온 건 정상입니까? 기름때 묻으면 지워지지도 않는데?

미주 : 예, 예쁘게 하고 오느라 그랬죠. 그렇다고 옷을 벗겨요?

강재 : (팀 마크 새겨진 티셔츠랑 모자 던져주는) 갈아입어요.

미주 : (옷 보고) 다른 거 없어요?

강재 : 여기가 무슨 옷가게입니까?


미주, 체념하고 옷 들고 강재 빤히 보면...


강재 : 왜요?

미주 : 나가야 갈아입죠.

강재 : (레이싱복 턱짓하는) 나도 이거 입어야 돼요. 안 볼 테니까 입어요. (확 겉옷 벗는)


미주, 빤히 보는...


강재 : 싫으면 나가서 입든가.

미주 : 아니요, 그럽시다. 손 잡고... 안고... 키스도 했는데... 돌아서서 옷 못 갈아입을 이유 없어요. 나도 안 볼게요. 입어요.


하더니 돌아서고.

강재, 설마 하면서도 돌아볼 수 없는...

두 사람 서로 등 마주하고 서 있고 모든 신경은 등 뒤에 쏠려 있는데...

강재, 어쩌나 보려고 먼저 스웨터 벗고 미주, 그런 기척 느끼고 겉옷 벗는... 서로 침도 못 삼킬 정도로 긴장한...

강재, 다시 면티 벗고 맨몸 되면 문신 보이는...

미주, 블라우스 벗고 나시 속옷 차림 되는... 팽팽한 긴장감 흐르는...

그래서 어쩌면 좀 슬퍼 보이는 두 사람.

강재, 레이싱복 집어들고 미주, 티셔츠 입는... 그러다...


미주 : (여전히 등 돌린 채) 나... 와서... 반가워요? 나... 잘못... 온 거예요?


대답 없는 강재. 그러다 그냥 나가버리고...

미주, 예상했지만 마음 아픈... 하나 애써 평정 찾고 그런 미주의 얼굴 위로 부릉 자동차 굉음 얹히는...



S#35. 경기장 트랙 안(낮)


요란한 굉음 내며 트랙 달리고 있는 강재.



S#36. 경기장 일각 관중석(낮)


미주 눈 앞 눈부신 속도로 휙 지나가는 강재 탄 레이싱카.

팀원 티셔츠 입고 모자 쓴 미주, 마음 아직 아픈 듯 물끄러미 강재 차 보는데...

옆에 쭉빵 언니들 꺄악! 강재 멋있다고 난리난... “오빠 달려” 어쩌고 하며 온몸으로 응원하는데.

미주, 참다참다 이런 씨 하며 확 째려보는데...



S#37. 경기장 피트 앞(낮)


끽! 차 세우는 강재.

피트에서 뛰어나가는 진수.

강재, 헬멧 벗으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퀴에 손 올려보는데.


강재 : 온도가 안 떠.

진수 : 추워서 그래. 시작하기 전에 한 두어 바퀴 더 돌아.

강재 : 코너링할 때 불안해. 캔버 조정 좀 해 줘봐.

진수 : 그래? 전에 내가 탔을 때는 잘 모르겠던데. (하는데)

미주 : (차 앞으로 오며) 이게 하강재 씨 차예요?

강재 : 네.

진수 : (이름 턱짓) 여기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잖아요.

강재 : 안 추워요?

미주 : 춥기는요, 쪄죽겠어요. 어찌나 열터지게 하는지... (하고 쭉빵언니들 흘겨보는)


강재, 흘깃 레이싱걸 보고 피식...


미주 : 레이서가 되고 싶었던 거예요?

강재 : 깡패도 꿈은 있는 거니까요.

미주 : 누, 누가 그런 뜻으로 물었어요? (입 삐죽하고 차 안 보면서) 혼자밖에 못 타요?

강재 : (빤히 보다) 타보고 싶어요?


진수, !!!


미주 : 타볼 수 있어요?


(시간 경과)

운전석에 앉아 있는 미주, 이것저것 신기하게 보는데...


강재 : 움직이지 말아요.


하더니 손 뻗어 안전벨트 매주고.

강재 손 가슴 근처 스치는데 헉! 심장 쿵 떨어지는 미주.

강재 얼굴과 미주 얼굴 닿을 듯 말 듯하고...

미주, 자기도 몰래 침 꼴깍 삼키는데...


강재 : (벨트 매며) 무슨 생각을 하는데 침을 삼켜?

미주 : (이런 젠장) 드, 들렸어요?

강재 : (차 밖으로 몸 쭉 빼 나가며) 응큼해서 같이 못 있겠네.


하더니 가버리고 미주, 아니 어쩌고 하며 움직이려는데 헉! 몸 절대 안 움직이는...


미주 : 어머, 이거 뭐야? (벨트 풀어보려고 하는) 어떻게 푸는 거야? 고장 아니야? 이봐요, 두목님! 그냥 가면 어떡해요!

         (차창 쾅쾅 치는) 여기요! 사람 살려!

진수 : (다가오며) 어, 갇혔네요?

미주 : 네, 이래놓고 갔어요. 얘는 고장났나 봐요, 안 풀려요. 잘라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진수 : 잘릴려나? (하더니 틱 가볍게 푸는)


미주, 헉!


진수 : 푸는 법 안 가르쳐준 거 보니 강재가 미주 씨를 묶고 싶었나 본데요?

미주 : (후다닥 튀어나오는) 묶어요? 아니 가만 있는 사람을 왜 묶어요? 변태예요?

진수 : 레이싱카에는 절대 여자 안 태워요. 레이서랑 담당 메케닉밖에 못 타죠. 여자를 태우는 건... 자기 여자라는 뜻이거든요.


미주, !!!


진수 : 그 옷이랑 모자도 그래요. 특히 그 모자, 그거 우리 팀 식구라는 표시인데 알고 썼어요?


미주, !!!


진수 : (무전기 주며) 자요, 강재 목소리 들릴 거예요. 여기다 응원해요.

미주 : 제 목소리도 들려요?

진수 : 물론이죠. (녹색 깃발 건네는) 이건 처음 오는 레이싱걸들이 꼭 해야 하는 거거든요?

미주 : 뭔데요?

진수 : 이걸 올리는 게 스타팅 신호예요. 강재가 준비됐다 싶으면 올려줘요. 그 자식이 언제나 제일 늦거든요, 폼 잡느라. 부탁해요?


하고 진수, 차로 뛰어가고

미주, 무전기와 깃발 든 채 걱정스런 얼굴로 서 있는데.



S#38. 경기장 트랙 출발선(낮)


레이싱카들 출발선에서 부릉부릉 시동 걸며 대기한다.

마지막으로 강재 타는 모습 보이고.

미주, 한쪽에서 녹색 깃발 들고 서 있다 멋있게 올리면

일제히 천둥 같은 굉음 일으키며 맹렬히 출발하는 레이싱카들.



S#39. 경기장 트랙 안(낮)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열 몇 대의 차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구 섞여 달리는.

그러다 네 대 정도 선두로 나오고 강재와 진수 그 외 두 명이다.

강재 3위로 달리다 진수에게 추월당하고 쌩! 앞서 가는 진수.

강재 차 안, 피식 웃는 강재.

진수 무전 들리는...


(진수) : 따인 기분이 어때?

강재 : 방심하지 마, 결승점은 아직 멀었으니까.


하더니 기어 변속하고 핸들 잡는 손놀림 화려하고 ‘엑셀러레이터’ 힘차게 밟는다.

부웅! 진수 차 바짝 따라 붙는 강재.



S#40. 경기장 일각 관중석(낮)


바짝 긴장한 채 경기 보고 있는 미주. 어어 하며 안타까운 표정인데 마이크에서 소리 들리는...


(진수) : 살살 해라, 너 오늘 너무 무리한다.

(강재) : 오늘만큼은 창피하기 싫어. 반가운 사람이 와 있거든.

미주 : (강재 말에 쿵! 심장 무너지는, 잠깐 망설이다 무전기에 대고 말하는) 하 두목님! 1등하면 용문신 공짜로 지워줄게요.

         밟아요! 오빠 달려! 요...


하는데 부웅! 미주 눈 앞 지나가는 차들.



S#41. 경기장 트랙 안(낮)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지막지 질주하는 차들.

그러다 진수 1등으로 들어서고 강재 3등으로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는 레이서들, 서로 주먹 부딪히고 멋지게 승부 가름하는데.

그 모습 지켜보는 미주.



S#42. 캠프 안(밤)


펑! 샴페인 터지고 파티 한창, 숯불 위에 바비큐 돌아간다.

레이서들 둘러서서 먹고 마시고.

친구들과 흥겨워 보이는 강재.

미주, 그런 강재 모습 물끄러미 보는데...

강재, 흘끔흘끔 보던 쭉빵 언니들 어느새 강재 주위에 몰려 있는데.


언니1 : 진수 오빠랑 친구세요?

강재 : 동생입니다.

언니2 : 동생이래. (애교 철철) 앞으로 진수 오빠랑 친하게 지내야겠다.


강재, 피식... 미주, 어쭈 웃어?


언니3 : 그런데 뭐하시는 분이에요? 프로 진출하시면 인기 장난 아니겠던데.

진수 : 얼굴로 레이서하냐? 그렇게 따지면 나는세계 랭킹 1위겠다.

언니1 : 누구 마음대로? (강재에게) 저기요, 같이 온 여자는 누구예요? 여자친구예요?


강재, 미주 보는...

미주, 흥 보기는 뭘 봐, 계속 노시지, 시선 돌리는...


언니2 : 여자친구 아니죠? 하긴 여기 따라오려고 목숨 거는 애들 줄 섰으니까.


미주, 욱 하지만 억지로 참는...

강재, 미주 반응 은근 귀여워 계속 보는...


언니3 : 연락처가 어떻게 돼요?


미주, 가지가지 한다 진짜 싶은데 바로 그 순간!


(강재) : (장난스레) 미주야, 이분이 내 연락처 묻는데?


미주, 헉! 천천히 고개 돌려 보면 강재, 씨익 웃고 있는...


(여자2) : 진짜 여자친구에예?

진수 : (능청) 그래? 여자친구였어? 그럼 그냥 보내면 안 되지.

친구들 : 안 되지, 그럼.


하더니 다 같이 샴페인 들어 강재와 미주에게 샴페인 뿌리는...

미주, 꺄악! 마구 도망다니고 강재, “하지 마, 형. 하지 마.” 어쩌고 하면서 온몸으로 미주 막아주는...

미주, 강재 품에 안기다시피한...

미주, 가슴 쿵쾅거리는... 그 바람에 미주 모자 떨어지고.

미주 온몸으로 막는 강재와 가슴 뛰는 미주의 모습 슬로우로 보여지는데...



S#43. 영업본부 사무실(다른 날 낮)


볼펜 똑딱거리는 손, 강재다.

책상에 앉아 어제 자기 품에 있던 미주 생각하는 듯한데...


(백 이사) : 일을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성향 파악하란 지가 언제냐고 대체!


강재, 백 이사 목소리에 정신 차리고 보면...


동훈 : 사내 직원들 인터뷰는 끝냈습니다. 친척이나 지인이 사는 직원은 꽤 있는데 교통편 때문에 그런지

         그 동네 사는 직원은 거의 없더라고요.

백 이사 : 그거야 점심 먹고 잠깐 떠들면 되는 거고. 너 말 자꾸 돌릴래? 내일모레 도급순위 정한다는데

             너희들이 점쟁이도 아니고 책상머리 붙잡고 앉아 무슨 수로 파악할 거야!

동훈 : 지, 지금 나가려던 중입니다. 1동은 하강재 씨가 맡고 2동은 김 대리, 3동은 제가 하겠습니다. (강재 어깨 툭 치는) 갑시다.

강재 : (동훈이 건드린 어깨 보고 인상 쓰는) 어디를요?

동훈 : 복덕방, 슈퍼, 마트 뭐 이런 데 가봐야죠. 성향조사 몰라요?

강재 : 그게 뭔데요? (주위 표정 보고) 취향이랑 비슷한 겁니까?

백 이사 : (한숨) 그래, 비슷해. 비슷하니까 가면서 설명 들어. 그런데 너 그 꼴로 갈 거야?

강재 : (자기 옷 보는) 제 꼴이 어때서요? (동훈 보고) 뭐 다르게 입어야 하는 겁니까?

동훈 : 바로 그거죠. 이제는 좀 아네. 그럼 자... (촐싹) GO! GO!



S#44. 어느 슈퍼 앞(낮)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차림의 동훈, 양말에 슬리퍼 질질 끌고 나온.

아버지 골프웨어 입은 김 대리.

강재는 출근 때보다 더 근사하게 차려입고 타이 대신 실크 스카프로 멋낸.


동훈 : (입 떡 벌어진) 어디 상 받으러 갑니까?

강재 : 아까는 다르게 입으면 된다면서요.

동훈 : 다르지, 달라. 나 봐, 다르잖아. (강재 툭툭) 이게 아니라 (자기 모습 보이며) 이거라고.

         만화책 빌리러 나왔다 라면도 사는 뭐, 그런 콘셉트.

강재 : 이러고 라면 사면 안 됩니까?

동훈 : 되지, 되는데! 가서 얘기도 듣고 같이 떠들어줘야 되는데 이 따위로 입으면 섞일 수나 있겠냐고요.

         그렇게 입고 어느 건설회사를 선호하냐, DO산업개발은 어떨 것 같냐 물으면 직원인 거 단번에 뽀록 아니냐고.


강재, 짜증 확 나는...


동훈 : 누구는 이렇게 입고 싶어 입어요? (슬리퍼 흔들며) 이 동네에서는 이게 솔직한 코디거든.

강재 :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가요.

동훈 : (노려보다 김 대리 보고) 갑시다. (가면서) 같은 낙하산이라고 다 같은 낙하산이 아닌 거지.

         낙하산에도 퀄리티라는 게 있는데... (어쩌고 쫑알쫑알)

강재 : (미치겠고, 그러다 휴대전화 거는) 어, 산아. 너 대우랑 좀 와야겠다. 저기... 올 때 옷 좀 갔고 올래?

         (사이) 아니아니, 그런 옷 말고. 라면 살 때 입는 옷. (사이) 이 자식이! 너 라면 안 사봤어?


(시간 경과)

헉! 하는 강재.

눈 앞에 척 내밀어지는 힙합 청바지에 후드티, 비니 모자 챙겨든 태산.

방울 달린 털 모자 쓴 대우는 꽃남방에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들고 서 있다.

대우, 거만한 표정으로 태산 옷 보고 피식 웃는다.

태산, 이게 아닌가 싶어 멀뚱멀뚱한...


(시간 경과)

대우가 고른 옷 입고 차에서 나오는 강재, 차문 닫으려다 다시 열고 무언가 꺼낸다.

양복에 했던 스카프, 스카프 목에 두르다 산이와 눈 마주치는.

산이 고개 절레절레...

강재, 인상 확 쓰며...


강재 : 내 마지막 자존심이야. (스카프 두르며) 산이는 근처 술집이랑 노래방 사장들 좀 만나봐.

         대우 너는 당구장, 오락실 쪽 둘러보고.

대우 : 예, 형님.

태산 : 저기, 사장님. 업소쪽은 저희보다 사장님께서...

강재 : 이 꼴로 어디를 가? 반도 형님 나와바리인데. 내 얼굴 다 알잖아. 간다. (가는)

대우 : 형님, 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태산 : 나도 궁금하다, 나도.


태산, 강재 뒷모습 보는데...



S#45. 마트 안(낮)


아줌마들 들어가는 모습 한참 보는, 그러다 남들 따라 장바구니 팔에 끼고 들어가는...

라면 몇 개 집어넣고 걷는데 귤 쌓인 매대 보는, 아줌마들 몰려 있는...

비죽비죽 옆에 가 서고 아줌마들 흘깃흘깃 보더니 좀 떨어지는...

강재, 기분 확 상한... 아줌마들 쑥덕하더니 가고 이런 씨, 자기 몰골 보니 더 화나고 미치겠는데.

그러더니 바구니 확 집어던지고 가고 주위 사람들 뭐야 하고 보는데.



S#46. 어느 슈퍼 앞(낮)


강재, 자기 차로 가고 차에 타려는데 전화 온다. 보면 미주다.


강재 : (받는) 네.

(미주) : 통화 가능해요?

강재 : 얘기해요.

(미주) : 혹시오... 경기장 갔을 때 나한테 준 모자요, 그거 하나만 다시 주면 안 될까요?


강재, !!!



S#47. 미주 진료실(낮)


통화중인 미주.


미주 : 경기 끝날 때까지는 쓰고 있었는데 집에 와 생각해 보니까 없어요. 파티할 때 어디 흘린 모양인데 그냥 왔나 봐요.

         그 모자, 하나만 더 주면 안 되나 해서요.

(강재) : 호텔에 있어요. 퇴근할 때 로비에서 기다려요.

미주 : 그래요? 거기서 흘린 거 맞죠? 아, 주워놨구나... 그럼 이따 봐요.


전화 끊고 찾아서 다행이다 싶은 미주.



S#48. 유진 오피스텔 침실(밤)


장롱 열고 한참 보고 있는 유진. 무언가 꺼내는데, 강재가 선물한 드레스다.

가슴 아프게 드레스 보는 유진.


(시간 경과)

드레스 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 곱게 화장하는 유진.

화장 마치고 자신의 반지 낀 손 아프게 보다 반지 빼는데.

캐이스에 넣고 탁 닫고 담담한 얼굴 위로 눈물 흐르는...



S#49. 강재 호텔 룸 거실(밤)


유진, 정물처럼 소파에 앉아 있고 강재 기다리지만 강재 오지 않는...

포기한 듯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는데 반지 케이스다.

케이스 만져보고 그러다 테이블에 내려놓고 미련두지 않으려고 일어서는데.

또각또각 걸어나오다 돌아본다. 그러다 비뚤게 놓인 쿠션 보는데 다시 가서 쿠션 가지런히 놓는다.

그러다 현기증 느낀 듯 휘청하고 쿠션 푹 짚는데 스르륵 스크린 내려오는데...

스크린 한번 보고 뭐야 싶어 쿠션 치우면 리모컨 있다.

리모컨 끄려고 손 내밀었는데 얼음처럼 굳고 눈 커지고 하얗게 질리는...

보면 미주의 커다란 얼굴이 내려온다!

배신감과 놀라움에 자기 입 막는데...

그때 덜컥 문 열리고 미주, 강재 들어서는...


강재 : (미주 보느라 유진 못 본) 여기서 잠깐 기다...


하다 사색된 미주 보고 고개 돌리면 미주 사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유진.

분노에 이글거리는 유진의 눈빛에서... 15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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