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연인] 1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3.02|조회수836 목록 댓글 0

[연인] 18











S#1. 강재 호텔 거실(밤)


17부 엔딩에 이어서...

강재 문 열면!!! 창배 서 있다.


창배 : 내가 근사한 새해 선물을 하나 들고 왔거든? 시간 좀 있냐?

강재 : (빤히 보다) 있으면 남창배한테 내주겠어?

창배 : 캬~ 역시! 말에 아주 뼈다귀 콱콱 박아넣는 솜씨가 너는 어쩜 그렇게 형님 그대로니?


강재 헉! 뭐지? 아나 싶은데!


창배 : 일단 선물 포장은 흥미롭지? (하더니 강재 어깨 툭 치고 들어가는)


강재, 진짜 뭐지? 싶어 보면...


창배 : (방 둘러보며) 그날 강릉에서 서울 오면서 나 생각 많이 했다.

         트렁크, 그거 생각보다 많이 춥데. 푸대자루, 그거 보기보다 얇더라고?


강재, 보면...


창배 : 쪽은 팔리지, 길은 멀지, 날은 춥지. 나이트 앞에 쑤셔박혀 개 떨 듯이 떠는데!

         남창배, 너 왜 이러고 사니? 네가 짐승이니? 너 왜 자꾸 착한 강재 괴롭히니 등등 해서...

강재 : 요점이 뭐야?

창배 : 요점? 요점은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무슨 말이고 하니... 네가 말이다, 네가 그렇게 목숨 걸고 충성하는...

강재 : 포장만 요란했지 알맹이는 별로인데?

창배 : 뭐?

강재 : 남창배도 아는 얘기를 회장 아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해?

창배 : !!!

강재 :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도 맞혀볼까? 둘이 어떤 사이인지도 맞혀줘?

창배 : !!!

강재 : 칼자루인지 칼날인지 구분 안 돼?

창배 : 알고... 있었냐? (사이) 하~ 이거 졸지에 병신되네. 그런데 말이다, 강재야. 이런 경우를 두고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른다’라고 하는 거거든?

강재 : !!!

창배 : 네가 누구 아들인지야 네 짐작대로 형수 입에서 나왔으니 알 만한 사람 다 안다 치는데,

         형수만 알고 입에서 안 나오는 말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세연이가 누구 아들인가... 하는 뭐 그런 거.


강재,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싶은...


창배 : (싱긋) 궁금하냐? 그런데 또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

강재 : 자기 여자 해코지한 새끼랑 손 잡는 등신도 있어?

창배 : 새, 새끼.. (꾹 참고) 그거야 형수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고 네가 나한테 칼자루만 제대로 쥐어주면

         한방에 정리 끝내줄게. 형수랑 세연이 세트로. 아무리 세연이한테 맺힌 게 많아도 네 손 더럽히기는 좀 그렇잖아?

강재 : 잘못 짚었는데 어쩌지?

창배 : (뭐지) 내가?

강재 : 세연이가 누구 아들이건 관심 없어. 나도 아직 회장님 아들 아니거든.

창배 : !!!

강재 : 특히나 DO산업개발, 내 취향 아니야.

창배 : (당황) 야, 그게 말이 되냐? 형수가 30년을 넘게 네 아버지를 아버질 속인 거야. 아니, 너를 속인 거지.

         이미 배 불러 들어와 다른 놈 애를 네 자식이다 하고 키운 거라고. 그게 다 원래 네 거라니까?

         형님은 아직 세연이가 자기 핏줄인 줄 알아. 최동규가 중간에서...

강재 : 선물이라고 들고 와놓고 제 손으로 다 푸는 거야? 재미없게?


창배, 헉! 이런 씨...


강재 : (서늘) 한 달 줄게. 더는 남창배랑 같은 하늘 이고 살기 싫어졌으니까 이 바닥 떠. 중국이든 필리핀이든 너 편한 데로 가.

창배 : 뭐?

강재 : 정리하라고. 세상에 비밀 없어, 네 말대로. 그러니까 주둥이 간수 잘 해. 안 그러면 그 한 달이 하루가 될지,

         중국이 저 세상 될지 모르는 거니까. 알아들어?

창배 : (분하고 수치심에 입 꾹 다물고 있다가) 우리는 참 뒤끝이 세드할 것 같다, 그렇지?


하더니 문 쾅 닫고 나가버린다.

창배 나가면 분 솟구쳐 어쩔 줄 모르는 강재. 테이블에 놓인 휴대전화 집어들고 어딘가로 전화 걸더니...


강재 : (버럭) 사모님 어디 있지 수배해! 지금 당장!



S#2. 하우스 앞(밤)


끽! 파열음 내며 멈춰서는 강재의 차.

차 멎음과 동시에 튀어내리는 강재. 문 앞에 서 있던 태산 달려오며...


태산 : 안에 계십니다. 2시간 정도 됐...

강재 : (듣는 둥 마는 둥 들어가며) 따라오지 마,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고.


무서운 얼굴로 들어가는 강재.

무슨 일일까 걱정스러운 태산.



S#3. 하우스 안(밤)


거침없이 들어서는 강재.

양금, 한쪽에서 카드 치고 있다.

문 지키고 있던 창배 부하들 놀라 급히 허리 숙이고.


부하 : 여기는 웬일이십니까. 창배 형님 지금 안 계십...

강재 : 애들 치우고 하우스 비워. (하고 저벅저벅 양금 앞에 가 서는)

양금 : (기막히고 놀라 눈 커진) 너 미쳤니? 돌았어?

부하 : 형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일단 사무실로...

강재 : 귓구멍 막혔어? 하우스 비우라는 말 안 들려! (노름꾼들에게) 금일 휴업이니까 칩 챙겨 나가라고!

         (양금에게) 사모님은 계세요. 조용히 뵙자고 하는 짓이니까.


양금, 심장 쿵!

강재와 양금의 시선 팽팽한데 부하들 노름꾼들 내보내고 나가고. 싸한 정적.


양금 : 네가 이제 아주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똥개 새끼 오냐오냐 했더니...


강재, 테이블 쾅!

양금, 헉! 놀라 입 꾹 다물고 보면...


강재 : 아신다면서요.

양금 : 뭐, 뭘!

강재 : 저 누군지, 제가 누구 아들인지.


양금, 헉! 이 자식도 안 거야?


강재 : 아신다니 말씀드리죠. 두 번 다시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사모님과 남창배 사이 제가 다 알거든요.

         알고도 모른 척한 건 회장님 생각해서입니다.

양금 : 너, 너 지금 나 협박하냐?

강재 : 협박으로 듣건 경고로 듣건 결론은 하나입니다. 두 번 다시 윤미주, 건들지 마세요. 사랑하는 아들 지키고 싶거든.

양금 : !!!


강재, 서늘한 표정으로 양금 보다 나간다.

양금, 부들부들 떨며 테이블 짚는데...



S#4. 강 회장 저택 부엌(밤)


정갈하게 반찬 놓는 손, 양금이다.

양금, 전에 없이 차분한 모습이고.

양금, 수저 받침에 은수저 가지런히 놓는데 들어오다 그런 양금 보고 놀라 선 강 회장.


양금 : (고개 들다 강 회장 보고 담담히) 왔어요? 앉아요.


강 회장, 계속 믿을 수 없는 듯 양금 보는데.


양금 : (담담) 내가 당신 밥상 챙긴 게 언제인지도 잊었네. 간만이라 내 살림이 내 살림이 아니더라고.

         맛없어도 따끈한 맛에 조금 떠요.


강 회장, 식탁에 와 앉는다.


양금 : (같이 앉는) 나 늙나 봐. 나 좀 봐달라고 앙앙대는 것도 재미 없고. 골프도 마사지도 이제는 다 시들해.

         그냥 세연이 결혼하면 손자나 보고 살려고.

강 회장 : 무슨 일... 있어?

양금 : 일은 무슨. 들어요. (반찬그릇 밀어주다) 아참, 반주 한잔 할래요? (앞치마 풀고 나가다 천천히 돌아보더니)

         당신 혹시... 숨겨둔 자식 같은 거 없수?

강 회장 : (!!! 수저 탁 내려놓는) 그건 또 무슨 흰소리야?

양금 : 당신 자식이면 내 자식인데... 있으면 데려와요, 잘해줄 게. 집 넓은데 남는 방 한 칸 주지, 뭐.


양금, 나가는...

강 회장, 뭐지 싶어 불안한 눈빛인데...



S#5. 미주 오피스텔 욕실(밤)


물세수하고 있는 순정.

문가에 수건 들고 기대 있는 미주.


미주 : 데려다줬다며 울기는 왜 울어?

순정 : (폼클렌징 따라 거품내는) 좋아서 울지! 너무 좋으면 눈물부터 나는 거 몰라?

미주 : 야, 야! 그건 조금 써도 한방에 화장 다 지워지는데 너는 꼭 두 번 짜더라?

순정 : (귀엽게 얼굴에 거품 묻히며) 진짜! 사주면 될 거 아니야. 내가 예뻐져서 역사 좀 이루겠다는데 이게 아깝냐?

         (주머니에서 진동 온) 앗, 깜짝이야! 아우, 그새를 못 참고. (하고 잽싸게 미주 든 수건에 얼굴 쓱쓱 닦으며 전화 받는)

         여보세요~!

(강재) : 하강재입니다. 언니 좀 바꿔줘요.

순정 : (실망한) 언니 전화는 언니한테 하셔야죠.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미주 : 누군데?

(강재) : 태산이한테 물었습니다. 외우던데요.

순정 : (표정 환해지는) 그, 그래요? 아우, 손도 아픈데 뭘 그런 걸 외우고 그런데요? 잠깐만요. 받아, 태산 씨네 사장님.

미주 : 그래? 흠흠... (순정 흉내) 엽떼요~!



S#6. 커피숍(밤)


테이블 위에 빨간 휴대전화 놓이자 미주, 강재 빤히 보고.


강재 : 마음에 안 들어요?

미주 : 왜요, 들어요. 포장도 안 해 오고 좋네요.

강재 : 나 오늘부로 포장, 선물 이런 거 무지 싫어졌으니까 기대하지 마요.

미주 : 왜요?

강재 : 그건 몰라도 되고. 앞으로 다른 놈이 사주는 거 받으면...

미주 : 받으면요? 패게요?

강재 : 패기만 합니까? 아주 죽습니다.


미주, 헉!


강재 : 윤미주 말고 그 새끼.

미주 : 아따, 윤미주 겁나 사랑받나 보네? (혀 낼름)

강재 : 첫 월급 타서 산 거니까 잃어버리지 말고. 나한테만 전화하고 내 전화만 받고. 혹시라도 이걸로 다른 놈한테 전화하면...

미주 : 거참! 거 어떤 놈인지 나도 좀 봤으면 좋겠네. 잘생겼나?


강재, 조금 무안...


미주 : (피식) 월급 탄 거 아직 남았어요?

강재 : 왜요?

미주 : 조직생활만 해 봤지 무슨 사회생활을 해 봤어야 알지. 원래 첫 월급 타면 고마운 사람한테 선물하고 막 그러는 거거든요?

강재 : 그래요? (사이) 목사님은 뭐 좋아합니까?

미주 : (조금 감동) 우리 아빠가... 고마운 사람이에요?

강재 : 당연한 거 아닙니까? 윤미주를 낳아줬는데?

미주 : 낳은 건 우리 엄마거든요? (일어나며) 가요.

강재 : 어디를요?



S#7. 옷가게(밤)


강재 몸에 꽃남방 대보고 있는 미주.

강재, 꽃남방 물결 속에 머리 아픈...


미주 : (강재 팔 펼쳐 소매도 대 보고 어깨도 맞춰보고) 은근 꽃발 잘 받네요? 두목님도 하나 입을래요?

강재 : 다른 놈 입혀요. 왜 나더러 입으래.

미주 : (피식) 진짜 싫은가 보네. 다른 놈한테 양보를 다 하는 걸 보니?

강재 : 그런데 이놈의 꽃은 왜 볼 때마다 커지는 것 같습니다.

미주 : 몰랐어요? 물 주면 크는 거? 언니, 저걸로 할게요. 꽃 제일 작은 거. 키우는 재미있게.

강재 : 그런데 목사님은 왜 하필 꽃남방을 좋아하시는 겁니까?

미주 : 웃기라고요. 목사님이 이런 거 입으면 웃기잖아요. 사람들 웃으라고 일부러 입으시는 거예요.

         나 어릴 때 엄마가 많이 아프셨는데... 아빠가 꽃남방만 입으면 많이 웃으셨거든요.

강재 : ...

미주 : 이건 포장해도 되죠? 아빠 드릴 거니까.

강재 : 하나 더 줘요.

미주 : 아유, 뭘 두 벌이나 사요.

강재 : 목사님 드릴 거 아닙니다.

미주 : 그럼요?

강재 : 평생 안 웃는 양반 있는데... 이거 드리면... 웃을까요?

미주 : 누군데요?

강재 : ... 아버지요.


헉! 놀라는 미주.

슬프게 꽃남방 보는 강재.



S#8. 강변(밤)


차 안에 앉아 있는 미주, 강재.

강재, 쓸쓸하게 강변 내다보는...


미주 : 여기는 왜요?

강재 : 어떤 분이... 여기 산답니다. 단정하고 예쁜...


미주, 무언가 이상한 느낌.


강재 : 아마도... 어머니지 싶습니다.


미주 !!!

강재, 쓸쓸히 강물 보는...


미주 : 만나뵙기는 한 거예요? 아버지요.

강재 : 네, 오래 전에요. 차라리 가난했으면... 그래서 뭐라도 도울 게 있으면... 그 핑계로라도 얼굴 보기 편할 텐데...

         아무것도 해 드릴 게 없는 양반입니다. 그래서 그냥 피하고만 있습니다.


미주, 마음 아픈...


강재 : 늘 부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 했는데... 막상 닥치니까... 겁나요. 원망해야 하나... 감사해야 하나...

         깡패로 살아서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

미주 : 다 해요. 왜 버리셨어요? 그래도 낳아주신 건 감사합니다. 깡패로 산 건 정말 죄송하고요. 그럼 되잖아요.


강재, 마음 따뜻해진...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



S#9. DO산업개발 전경(다음 날 아침)



S#10. DO산업개발 로비(아침)


각자 문 열고 이쪽과 저쪽에서 들어온다.

미주는 통화중이고.


미주 : 밤새 일 있을 게 뭐 있어요. 지금 막 출근... (하다 세연과 눈 딱 마주치는)


세연, 강재랑 통화구나 싶은...


미주 : 이따 다시 전화할게요.


하고 끊고 조금은 서먹한...

미주, 물끄러미 세연 보는데...


세연 : 여기서 그냥 가면 옹졸한 새끼 될 거고 말 걸자니 쿨할 자신 없고. “좋은 아침이에요” 할까요, 말까요?

미주 : (담담) 세연 씨랑 나 불편한 사이 맞아요. 불편한데 억지로 쿨이 되나요. 말 걸고 싶으면 걸고 뵈기 싫으면 그냥 가고.

         그럼 되지 않을까요?

세연 : 누구 마음 편하라고요?


미주 !!!


세연 : 나는 미주 씨가 강재랑 잘 안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내가 얼마나 좋은 놈이었는지 알죠.


미주, 조금 웃는...


세연 : 좋은 아침이에요.


하고 간다.

미주, 그런 세연 뒷모습 보는데 세연, 가면서 전화하는...


세연 : 난데 영업본부 하강재 좀 불러, 회의실로.



S#11. DO산업개발 회의실(낮)


텅 빈 회의실.

긴 테이블 끝에 시선 깔고 비스듬히 앉아 있는 세연.

강재 들어오고 눈빛 오간다.

세연, 쟤가 내 형제지...

강재, 쟤가 내 자리를 뺏었다지... 생각하는...


세연 : 앉아.


강재, 건너편 끝에 앉는다.


세연 : 회사는 왜 재끼는데? 네가 그러면 그 욕 고스란히 아버지가 듣는 거 몰라?


강재, 빤히 보고 창배 목소리 떠오른다.


(창배) : (18부 1신) 형수만 알고 입에서 안 나오는 말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세연이가 누구 아들인가... 하는 뭐 그런 거.

세연 : 그런 식으로 회사 다닐 거면 다니지 마. 자격 없는 놈 자격 만들어 억지로 회사에 넣어줬으면 적어도 욕은 먹게 말아야지.

         세상없어도 네 얘기라면 깜빡 죽는 양반을 왜 실망시켜?


강재, 빤히 보고 세연 목소리 떠오른다.


(세연) : (10부 13신) 일 늘면 제 자리 내주시게요?

세연 : 대표이사로 하는 얘기 아니야. 너랑 나랑 보고 산 세월이 얼마야. 가족 같아 하는 얘기야.


강재, 내가 형제라고 생각하는구나 싶고 창배 목소리 떠오른다.


(창배) : (18부 1신) 형수가 30년을 넘게 네 아버지를 속인 거야. 아니, 너를 속인 거지.

            이미 배 불러 들어와 다른 놈 애를 네 자식이다 하고 키운 거라고.

세연 : 왜 대답이 없어? 진심인지 아닌지 감 안 와?


강재, 세연이 진심인 거 알고 계속 빤히 보는...


세연 : 뺏어갈 테니 크게 키우랄 때는 언제고 벌써 나가떨어진 거야? 너 그것밖에 안 돼?

강재 : 왜 싫었냐?


세연, 뭐래 하는 눈빛.


강재 : 너는... 내가 왜 싫었냐?

세연 : !!!

강재 :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고 차고에서 똥개 취급이나 받고 사는 내가 뭐 그렇게 싫었는데? (슬픈 눈빛으로 보면)

세연 : (그 슬픔 알 듯하고, 하나 미운) 그 덕에 너는 아버지를 가졌잖아.

강재 : !!!

세연 : (벌떡 일어나며) 일어나, 오늘 투표하는 날이잖아.


하며 나가버리고.

강재, 그런 세연의 인생도 참 불쌍하다 싶은...



S#12. 동사무소 대강당 앞(낮)


줄 선 조합원들, 신분증 확인하고 장부와 대조하고 안으로 쑥쑥 들어간다.

승리 기원하는 화환들(거래처, 설계사무소 등 대여섯 개 정도) 보이고.

긴장한 채 서 있는 강재, 동훈, 경란과 타사 직원들.


경란 : 내가 왜 이렇게 떨리지? 우리 잘 될까요?

동훈 : 당근 말밥이지! 상대 회사 비방 한 번 안 하고 이렇게 클리어한 홍보전 본 적 있어? 그게 다 자신감이라 이거지.

         자, 다들 수고 많았고. (손 내밀며) 파이팅 한번 합시다. (강재 보고) 뭐해요, 안 껴요?


강재, 귀찮은 듯 보다 손만 척 얹는다.

경란, 냉큼 자기 손 빼 강재 손 위에 올리고.


동훈 : 선창은 제가. best people!

일동 : first tech! 아자! 예!


하고 의기투합돼 난리난 직원들.

타사 직원들, 뭐야 하는 눈으로 본다.


(백 이사) : (마이크 부는) 후후! 안녕하십니까, DO산업개발 백종대입니다.



S#13. 동사무소 대강당(낮)


‘서울 인길동 제0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 개최’ 플래카드 붙어 있다.

단상에 백 이사 연설중이고 객석에 빼곡하게 앉은 조합원들.

문쪽에 세연과 윤 서 있고 옆으로 강재 일행 서 있는다.

세연과 강재 앞만 보고 서 있다.


백 이사 : 여러분, 집을 왜 만든다고 안 하고 짓는다고 하는지 아십니까? 그건 이름이나 시처럼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다는 뜻입니다.

             해서 제가 일전에 어떤 모자란 놈한테 네가 아는 것 중에 짓는 게 뭐냐 했더니 대뜸 '밥이요!' 이럽니다.


사람들 잔잔하게 웃고 동훈 비롯한 직원들도 강재 쳐다보며 쿡쿡 웃는다.

강재, 이런 씨...


백 이사 : 한데 집사람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가 앞으로 좋은 집을 지을 거랍니다. 왜 그러냐 물으니

             매일 지어도 세상에서 제일 짓기 힘든 게 밥이랍니다. 시어머니 상에, 남편 상에, 자식 상에 매일 올려도

             한 번도 건성으로 올려본 적이 없답니다. 내 남편도 이런 마음으로 집을 짓겠지 하며 그 긴 세월을 참았답니다.


일동 숙연해진다.


백 이사 :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의 집을 지으려 합니다. 저희 DO산업개발, 오랜 세월 축적한 재개발 노하우 정성스레 차려낸

             아내의 밥상 같은 그런 아파트 짓겠습니다.


동훈, 저도 모르게 박수 치고 조합원들도 박수 친다.

세연, 역시 싶은...

강재, 먹먹해져서 백 이사 보는데 전화 온다.


강재 : 여보세요.

(석현) : 저기, 저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저 키싱구라보다 못 한 그 사람이거든요?

강재 : (의아한) 무슨 일입니까?


세연,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S#14. 유진 오피스텔 거실(낮)


석현 문 열면 강재 급히 들어오며...


강재 : 병원으로 가야지 여기로 오면 어쩝니까?

석현 :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요, 죽어도 안 가신대잖아요. 연말이라 요즘 좀 바빴거든요.

강재 : (속상한) 지금 어디 있습니까?

석현 : 방에요. 제가 몸살 약 사다 드렸더니 먹고 잠드셨어요. 그럼 저는...


하고 인사하고 후다닥 나가는 석현.

강재, 방으로 가는데...



S#15. 유진 오피스텔 침실(낮)


잠들어 있는 유진, 머리 헝클어져 있고 한눈에도 수척한...

강재, 그런 유진 물끄러미 보는데 가슴 아파 죽겠는데.


(시간 경과)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리고 유진, 힘겹게 눈 뜬다.

이마 쥐고 겨우 몸 일으키다 달그락 소리 듣고 의아하게 문쪽 보면...



S#16. 유진 오피스텔 주방(낮)


맥없이 주방 들어서던 유진, 믿을 수 없는...

그릇에 죽 뜨고 있는 강재다.

세상에, 하강재가... 하나 담담히 보는 유진.

강재 돌아보고 먹먹한 두 사람.


강재 : 처음 해 본 거라 잘 끓였는지 모르겠다.


유진, 물끄러미 죽그릇 본다.

강재, 식탁 위 물김치 옆에 죽 그릇 놓고.

유진, 보고만 서 있는...


강재 : 앉아.


유진, 그저 바라보는...


강재 : 이거 다 먹으면 갈게.


유진, 정말 이게 끝이구나 싶은...

강재, 말 없이 서 있는...


유진 : (희미하게 웃는) 오빠... 정말 알았구나...

강재 : !!!

유진 : 마음 주는 법...


강재, 가슴 쿵! 마음 너무 아픈...


유진 : 그런데 그 마음이... 나는 아니구나.

강재 : 미안하다...

유진 : 알아... 그래서 이제 오빠 보내려고.

강재 : !!!

유진 : 도도하고 쿨하게.

강재 : !!!

유진 : (천천히 자리에 앉는, 숟가락 들고 죽 먹는) 맛있다.

강재 : !!!

유진 : (죽그릇만 보며) 잘 가, 오빠...

강재 : (헉! 가슴 미어지는) 아프지... 말아야 한다...


강재, 옷 챙겨 나가고 꼿꼿한 뒷모습으로 앉아 있는 유진.

강재, 신발 신다 옆으로 누운 유진 구두 보고 가지런히 놓아주고 나가고.

쿵! 문 닫히는 소리.

그제야 툭툭툭 눈물 떨구는 유진. 한참을 그러고 앉아 있다 담담히 죽 한 입 떠 넣는데 눈물 하염없이 흐르는...



S#17. 동사무소 대강당 앞(낮)


강재, 터벅터벅 유진의 잔상에 젖어 걸어오다 보면 동훈과 김 대리 등 화환 치우다가...


동훈 : 아, 정말! 이봐요, 하강재 씨! 아니, 어떻게 된 사람이 제일 중요한 선정총회 때도 땡땡이를 칩니까?

         답답하게 전화는 왜 안 받냐고요!

강재 : 투표... 어떻게 됐습니까? 이겼습니까?

동훈 : 어떻게 되기는 뭘 어떻게 돼요? 아주 힘들게 됐지.

강재 : 진 겁니까?

동훈 : (기분 좋게) 앞으로 일 많아 힘들게 생겼다고요! 만날 야근해야 한다고요! 이겼으니까.

강재 : (다행이다 싶은) 이겼어요?

동훈 : 그럼 빗자루가 남아난 게 없는데 안 이기고 배겨요? 뭐, 내 코치 덕에 묻어간 거지만 하강재 씨도 수고 많았어요.


하며 저도 몰래 강재 어깨 툭툭 치다 헉! 하면 강재, 피식 웃는다.

동훈, 하하 하며 용기내서 막 더 치고 강재, 이런 씨...



S#18. 신도 고아원 부엌 안(밤)


콩나물 다듬고 있는 손, 정화다. 무선전화기 목에 끼고 통화중인데.


정화 : 응, 콩나물 다듬어. 애들이 감기기운 있어서 푹 끓여 먹이려고. 자기는 많이 바빠? 뭐? 쓰러져? 왜? 어머... 그래서?

         그 사람이 왔단 말이야? 언니는 어쩌고 옛 여자를 만나러 가? 언니도 알아? 진짜 웃긴다.

         두 여자 사이 왔다갔다 하겠다는 거야, 지금? 어, 자기야. 내가 언니랑 통화를 해 봐야겠어. 끊어봐?


하며 손 털고 미주 번호 마구 누르며 돌아서다 헉!

윤 목사 서 있다.


정화 : 아빠...

윤 목사 :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하얗게 질리는 정화.

윤 목사, 그런 정화 굳은 얼굴로 보는데...



S#19. 신도 교회 안(밤)


멍하니 앉아 있는 윤 목사. 그러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꺼내더니 미주 번호 누른다.


윤 목사 : 너 내일 나 좀 보자. 점심 때 갈 테니까 시간 좀 내.



S#20. 어느 카페 안(다음 날 낮)


물잔만 덩그라니 놓인 탁자.

윤 목사, 힘든 표정으로 물잔만 보고 앉아 있는데...


(미주) : 아빠.


윤 목사 고개 들다 표정 굳는데...

미주와 강재 나란히 서 있는 것이다.

강재, 정중히 인사하는데 윤 목사, 표정관리 잘 안 되는데...


미주 : (앉으며) 드릴 말씀 있어서 같이 왔어요. (강재에게) 앉아요.

         (테이블에 쇼핑백 올려놓으며) 이 사람이 첫 월급 탔다고 아빠 선물 샀어요.


윤 목사, 물끄러미 쇼핑백 보는...


강재 : 정식으로 인사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 미주 씨랑...

윤 목사 : 정식으로 인사할 필요 없어.

강재 : !!!

미주 : (놀란) 아빠...

윤 목사 : 너는 가만 있어.

미주 : !!!

윤 목사 : 나한테 자네는 고마운 사람일세.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불쑥 나타나 도와주고 우리 애들하고도 잘 놀아주고.

             하나 우리 딸 짝으로 탐이 안 나네.

강재 : !!!

윤 목사 : 내가 말했지, 나 날나리 목사라고. 자네 주먹질로 산 세월이 얼마야? 그 안에 가슴 응어리는 또 얼마고.

             어떤 부모가 그런 사내한테 딸을 보내고 싶겠나. 자네가 포기해 줘. 예전에 우리 땅 압류건, 그것도 자네라는 거 알아.

             알면서 나 아무 말 안 했어.

강재 : !!!

미주 : 아빠, 그건 오히려 이 사람 아니었으면...

강재 : 가만 있어요. 목사님 말씀 무슨 말씀인지 잘 압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윤 목사 : 글쎄, 그 노력을 왜 우리 미주랑 하고 싶어? 자네도 알다시피 퍼주는 것밖에는 모르는 나 같은 아비 만나

             오늘 이때까지 고생 바가지로 한 아이를. 내가 아무리 퍼주는 게 일이라도 자네한테 우리 딸 퍼주고 싶지는 않네.


하더니 일어나 나간다.

미주, “아빠”하며 따라 일어나면 강재, 미주 잡고.


강재 : 내가 나갈게요.


하고 윤 목사 따라 나간다.

미주, 윤 목사가 왜 저러실까 이해할 수 없는데...



S#21. 카페 앞(낮)


성큼 뛰어 윤 목사 앞에 서고 윤 목사, 강재 쳐다도 안 보고 택시만 잡는데.


강재 :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윤 목사 : 일 없어.

강재 : 그럼 제가 택시 잡아드리겠습니다.

윤 목사 : 일 없다니까.


하는데 택시 와 멎고 말릴 새도 없이 택시 타고 가버리는 윤 목사.

강재, 허탈하게 보는데 미주 뛰어나온다.


미주 : 가셨어요?

강재 : 네...

미주 : 속상해하지 마요. 우리가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니까...

강재 : 뭐가 속상해요. 단박에 허락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내가 목사님이어도 그랬을 겁니다.

         이렇게 예쁜 딸인데 너무 빨리 허락하면 아깝잖아요.


미주, 그런 강재가 안쓰러운...


강재 : 배 안고파요? 밥 먹으러 갑시다.

미주 : 이 분위기에 배가 고파요?

강재 : 나 혈당 떨어지면 안 됩니다. 건강해야 목사님 설득도 하죠.

미주 : 뭐 먹을 건데요?



S#22. 중화요리 식당(낮)


마주앉아 있는 강재와 미주.

웨이터 차 따라주고 있다.


강재 : (시선은 메뉴판에 넘겨보며) 그때 자장면 먹었습니까?

미주 : 언제요?

강재 : 해남도 갔을 때. 자장면 먹으러 간다면서요.

미주 : 바보예요? 중국에 자장면 없는 거 몰라요? 붕어빵에는 그럼 붕어 들었냐?

강재 : (메뉴판 탁 소리 나게 덮고 웨이터 주며) 자장 둘. 앞으로 다를 새끼랑 자장면 먹으면 죽습니다.

미주 : 하하! 그게 그렇게 질투났어요?


강재, 시선 빼며 차 마시고.


미주 : (귀여워 죽겠는) 앞으로 참 큰일이네. 우리 병원 환자 절반은 나 좋다고 작업 거는 남자들인데...

강재 : (인상 쓰는) 문신 지우러 온 놈들이 작업 겁니까? 용? 호랑이? 전갈?

미주 : (푸하하 웃는) 로봇 태권브이던데요?

강재 : (바로 휴대전화 거는) 어, 산아, 난데. 너 태권브이 새긴 놈이 어디 파인지...

미주 : 어머, 미쳤어! (휴대전화 뺏어) 저기, 태산 씨. 여보세요? 여보, 여보세요. (하고 보면 평상시 액정,

         미주 이런 씨... 툭 놓는) 한 번만 더 그러면 죽을 줄 알아요.

강재 : (피식 웃고) 집은... 내놨어요?

미주 : 내놓기만 해요? 오늘 세 군데 보러 가기로 했어요.

강재 : 오늘요?



S#23. 어느 집 1(낮)


집, 침실, 화장실, 주방 꼼꼼히 살펴보는 미주.

강재, 관심 없는 거실에 서서 건성으로 쓱 보는데.


미주 : 어때요?

강재 : 갑시다.

미주 : 왜요? 가격대비 깨끗하고 괜찮은데?

강재 : (버럭) 아까 못 봤어요? 옆집에 남자 사는 거?


미주, 허걱!



S#24. 어느 집 2(낮)


거실에서 대치하고 있는 강재와 미주.


미주 : 아니, 여기는 또 왜요? 옆집 못 봤어요? 순 언니들만 사는 거?

강재 : 옆집만 보고 주변 환경은 안 봅니까? 경찰서가 가깝잖아, 경찰서가!


미주, 허거덩!



S#25. 어느 집 3(미주 새로 이사하게 되는 집)(낮)


미주, 박스위에 앉아서 비닐이 만지작거리고.

오히려 강재가 방, 거실 찬찬히 보는데.


미주 : 여기는 도저히 안되겠죠.

강재 : 누가 안 된대요? 좋네요. 옆집에 아줌마 살고 경찰서 멀고.


미주, 헉!


강재 : 콜?


미주, 못 살아 싶고..

(시간 경과-여러 날 후 설정)

깨끗하게 도배된... 이삿짐 거의 정리 끝난...

순정과 미주, 청소 하고 있다.


순정 : 어째 남자친구가 돼 가지고 이삿날 와보지도 않냐?

미주 : 포장이사인데 도울 게 뭐 있어? 누구 좀 꼭 만날 사람이 있대.

순정 : 그게 누군데?



S#26. 신도 고아원 거실(낮)


무릎 꿇고 앉아 있는 강재.

윤 목사, 반쯤 틀어 앉아 있다.


윤 목사 :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나, 자네랑 이러고 있을 이유 없다니까.

강재 : 미주 씨 만나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허락만 해 주시면 미주 씨에게도, 아버님께도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윤 목사 : 자네는 그럴지 몰라도 자네가 이러면 내가 부끄러워. 딸자식 잘못 키운 것도 부끄럽고

             지지리 못난 짓 해 자네 같은 사람 만나게 만든 것도 부끄러워! 제발 우리 미주 자기 갈 길 가게 가만 놔둬. 이건 부탁일세.

강재 : (슬프게 보는) 저한테 다른 길이 없습니다. 제 길은... 윤미주 하나입니다.

윤 목사 : 윤미주 하나인데 어째 다른 여자 얘기가 들려?

강재 : !!!

윤 목사 :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자네 얼마 전까지 만나는 사람 있었다면서? 아이까지 있었다면서!

강재 : !!!

윤 목사 : 그 사람한테 죄 짓고 우리 딸한테 오는 걸 내가 어떻게 허락을 하겠나? 이게 내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일세.

             내 딸 몹쓸 사람 만들지 말고 어서 가게.


강재, 깊은 한숨 토하는데...



S#27. 신도 고아원 마당(낮)


힘들게 걸어 나오는 강재, 발치에 목재조각 걸리고.

눈 들어 보면 아직 완성 못 해 휑한 놀이터 보인다.

놀이터 물끄러미 보는 강재.



S#28. DO산업건설 영업본부 사무실(낮)


불쑥 엉망진창인 놀이터 설계도 내밀어지는데 백 이사 고개 들면 강재다.


백 이사 : 뭐냐, 이게?

강재 : 놀이터 설계도입니다.

백 이사 : 장난하냐?

강재 : 진지합니다.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세요.

백 이사 : 뭘?

강재 : 제대로 된 설계도... 어떻게 그리는지요. 뭐든 제대로 하고 싶어졌습니다.


백 이사, 강재 빤히 보는데...



S#29. DO산업건설 어떤 사무실(유리 통해 밖에서 보이는)(낮)


멋들어진 솜씨로 설계도 스케치하는 손, 백 이사다.

백지 위에 강재가 그렸던 엉터리 그림이 노련한 솜씨로 제대로 그려지고.

관제탑 위 비행기, 미끄럼틀 등의 측면 정면 배면 스케치.

열심히 설명하는 백 이사, 열심히 보고 듣는 강재.


(시간 경과)

모니터 화면 속에 캐드 작업한 놀이터 도면 펼쳐지고.

고개 끄덕이며 백 이사 설명 열심히 듣고 있는 강재.

그런 강재의 어깨 너머로 세연, 상택 지나가다 강재 보고 걸음 멈춘다.

세연,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강재 보고.

상택은 이제 마음을 잡았네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S#30. 세연 사무실(낮)


세연 들어오다 멈칫하는데, 김 변호사 앉아 있는 것이다.


김 변호사 : 근처에 점심 약속 있어 왔다가 잠깐 들렀습니다. 인사치레 좋아하신대서요.

세연 : (뚫어져라 보다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일찍 오셨네요.

김 변호사 : (서류 내놓는) 기다리실 것 같아서요.

세연 : !!!

김 변호사 : 지난번 궁금하시다던 내용입니다. 물론 사본입니다. 원본은 가방에 있고요.

세연 : 왜 갑자기 입장이 바뀌셨는지 궁금하네요.

김 변호사 : (담담한) 제 양심이 얼마짜리인지 고민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연 : 얼마던가요?

김 변호사 : 싸게 팔기로 했습니다.

세연 : !!!

김 변호사 : 원본 넘기면 한국에는 못 있을 겁니다. 외국 나가 5년 정도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평생 떠돌 생각 없습니다.

                돌아와서 다시 기반 잡을 비용도 필요하겠죠. 값어치는 그 이상이지만 제가 원래 소박한 편이라서요.

세연 : 보고 얘기하죠. (서류 꺼내 보는, 유언장 나오는, 내용 보고 얼굴 굳는)

김변 : 사인만 하면 모든 게 하강재 씨 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세연 :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원래 자식은 3분의 1, 와이프는 2분의...

김 변호사 : 서류를 덜 보셨군요.

세연 : (급히 넘겨보면 유언장 뒤에 친자 확인 소송장 보이는) 친자 확인?

         (하고 보면 이름 ‘강세연’ 쓰인, 경악하는) 왜... 하강재가 아니라 강세연입니까?

김 변호사 : (악마 같은 웃음) 강세연 씨는 친자가 아닌가 보죠.

세연 : !!!

김 변호사 : 친자확인 후 정 여사님과 이혼소송도 진행하시라 말씀드릴 참입니다.


쿵쿵쿵!!! 하얗게 질리는 세연.



S#31. 강 회장 저택 거실(낮)


쨍강! 박살나는 찻잔.

주방에서 커피 들고 나오던 길인 듯 후들후들 떨며 서 있는 양금.


양금 : 바, 바, 방금 너 방금 뭐랬니?

세연 : 아버지가 친자 확인 소송하신다고. 우리 둘 내쫓고 재산 몽땅 다 강재한테 주신대. 방금 서류 확인하고 오는 길이야.


양금, 헉!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이 양반이 다 알고 있었구나 싶고.


세연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피눈물 나는데 참으며) 엄마가 아버지 아들이라고 하면 믿을게. 나, 아버지 아들... 맞아?

양금 : !!!

세연 : 맞아?

양금 : (억지로 고개 끄덕하며) 마, 맞지, 그럼. 맞아, 너 아버지 아들이야.

세연 : 진짜지? 그럼 나 이 서류 들고 아버지한테 간다. 변호사 고소하라고 한다?

양금 : 서, 서류? 정확히 어떤 거야? 유언장 뭐 그런 거야?

세연 : 어. 강재한테 재산 다 물려준다는... 나, 돈 같은 거 필요없으니까 이거 아버지 보여주고 친자 확인 받을 거야.

         의심하시는데 오해는 풀어야지. (하고 돌아서면)

양금 : 안 돼!

세연 : !!!

양금 : (눈물 맺힌) 안 돼, 세연아.

세연 : (역시나 나는 아버지 아들이 아니었구나 싶고) 왜 잡아, 왜 잡아!

양금 : 세연아...

세연 : 아니야? (주르륵 눈물 쏟는) 나, 아버지 아들 아니야?


양금, 차마 대답 못 하고 눈물만 흘리는...


세연 : 그럼 누군데, 내 아버지 누군데!

양금 : (떨리는) 네가 아는 거... 아버지도 아셔? 아시니?

세연 : 어느 아버지! 어느 아버지가 아는 게 걱정 되는데! 어떤 빌어먹을 인간이 걱정되는데!

양금 : 말조심해. 숟가락 놓은 지 오랜 양반이야.

세연 : 왜 그랬어, 왜! 왜 애먼 남자 인생에 끼어들어서 평생 외면 받고 살았어, 왜!

         이제부터 아버지 아들이고 싶으면 아버지를 속여야 되는 거냐고!

양금 : (눈물 마구 닦는, 패닉상태에 빠진) 우리가 지금 이렇게 배 부른 소리 할 때가 아니야. 아버지도 우리를 속인 거야.

         강재한테 재산 넘어가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세연 : 그래서, 그래서! 우리가 먼저 무슨 짓이라도 벌이자는 거야, 지금!

양금 : 왜 안 돼, 그렇게라도 해야지. 그래야지!

세연 : 엄마!


절망스런 세연의 얼굴.

양금, 왔다갔다 정신없는데...



S#32. 강 회장 저택 차고(낮)


부들부들 떨며 강재가 쓰던 차고에 서 있는 세연, 괴로워 죽겠고.

그러다 미친놈처럼 괴성 지르며 차고 물건 다 쓸어버리는 세연.



S#33. DO산업개발 앞(낮)


수위들 정렬해 있고 강 회장 차 멎는다.

동규 차문 열면 강 회장 로비 회전문 나온다.

차에 타려던 강 회장, 멈칫하는데 보면 강재 서 있다.

강재, 정중히 인사하고 두 사람 말없이 바라보는데...



S#34. 호텔 레스토랑(낮)


강 회장과 강재 마주앉아 있다.


강재 : 전에 물으셨습니다. 너 버린 부모 원망하냐... 사정 있을 거라는 생각 안 드냐...

강 회장 : !!!

강재 : 원망 많이 했습니다. 사는 게 너무 무서워서...


강 회장, 가슴 미어지는...


강재 : 내가 고아인 건 내 선택이 아니었는데... 어디를 가나 그건 나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주먹질은 모두 나를 버린 부모 탓이다... 생각했습니다.


강 회장, 아픈...


강재 : 그런데 어떤 사람을 알게 되면서 제 잘못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부모가 있건 없건 제 인생은 제가 산 겁니다.

         깡패는 제 선택이었고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강 회장 가슴 미어지는데 그때 미주 들어오다 강재 발견한다.

강재도 미주 보는데...


강재 : 봬드리고 싶었습니다.


강 회장 !!!

미주, 다가와 선 채 인사한다.


강재 : 앉아요. (미주 앉으면) 저 죽으면 제 무덤에 와 울어줄 여자입니다.

강 회장 : !!!


미주,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싶지만 참하게 앉아 있는데.

강 회장, 애잔한 눈으로 미주 보고 고개 끄덕끄덕하는...



S#35. DO산업개발 세연 사무실(밤)


컴컴한... 책상 위 스탠드만 밝혀져 있고 서류 봉투 놓여 있다.

세연, 초췌한 얼굴로 서류 봉투 뚫어져라 보고 있고 그간의 세월이 마치 다 꿈 같은데.

그러다 결심한 듯 서류 집어들고 나가려는데 양금 들어온다.


양금 : 얘기 좀 하자. 엄마랑 얘기 좀 해. 너를 위해서였어. 다방에서 커피 타는 년 애새끼가 뭐 얼마나 번듯하게 컸겠어.

         적어도 나는 너 깡패 아들은 만들어도 깡패는 안 만들었어. 알아?

세연 : (씁쓸히 웃는) 알아요.


양금, 예상 못 한 반응에 오히려 놀란...


세연 : 이제 다 끝났어요. 제자리로 다 돌리러 가는 길이에요. 그렇게 아세요.

양금 : 무, 무슨 소리야? 뭘 제자리로 돌려! 그게 무슨 소리야!

세연 : 립스틱 너무 짙어요, 엄마. 다음에는 내가 골라드릴게. (하더니 나가버리는)

양금 : 세, 세연아! 세연아!


세연의 의외의 태도에 잡지도 못하는데 휴대전화 울린다.

받지 않자 계속 울리는 휴대전화.



S#36. 호텔 룸(밤)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양금.


양금 : (계속 세연 생각에 멍한, 허공 보며) 전화 왜 했는데?

(창배) : 누님, 나 사랑하기는 하우?


카메라 돌면 샤워가운 입은 채 침대에 앉아 있는 창배.


양금 : (시선 다시 돌리며) 고삐리야? 그런 걸 묻게?

창배 : 대답해 봐. 누님, 나 얼마나 생각하는데?

양금 : (뭔가 이상한) 얼마면, 왜?

창배 : 내가 더 이상 하강재랑은 같은 하늘 이기 싫어졌거든. 그래서 그 새끼 좀 묻으려고.

양금 : !!!

창배 : 그런데 문제는 그 새끼 묻으면 형님이 가만 있겠어? 자기 핏줄인데?

양금 : (혹시) 그래서?

창배 :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묻으라면 같이 묻어야지.

양금 : !!!

창배 : 만약 내가 일 벌이면 그때도 우리 사이 이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양금 : !!!

창배 : 대답해 봐. 기라도 일 치고 아니라도 일은 치는데. 그런데 왜 묻냐, 나는 누님 사랑하거든.

         누님 입장에서도 바람난 유부녀보다는 돈 좀 있는 미망인이 더 근사하지 않겠수?

양금 : !!!

창배 : 물론 돈은 좀 나눠 써야겠지. 누님이 나 사랑하는 만큼 줄 거라 기대해도 될까?

양금 : (표정 변하는, 독하게 마음먹은)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창배 : (눈빛 매서운) 해야지. 어차피 이판사판이야.

양금 : 그럼 유언장부터 찾아. 강충식이 유언장 썼대, 강재한테 다 준다고. 세연이가 그거 들고 강재 만나러 갔어.

창배 : 뭐? 아니, 병신도 아니고 대가리 짜면 먹물밖에 없는 놈이 왜!

양금 : 그건 나중에 따지고 서류부터 찾아와. 사인만 하면 끝이래. 끝은 우리가 내야지.


창배, 전에 없이 독한 표정이고.



S#37. 강재 호텔 거실(밤)


테이블에 던져지는 서류 봉투.

강재, 뭐냐는 눈빛으로 고개 들면 슬픈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서 있는 세연.


세연 : 아버지는 오래 살기 싫으신가 봐. 몰래 유언장부터 쓰셨네?

강재 : !!!

세연 : 열어봐. 아버지가 나한테 죽을 때까지 숨기고 싶었던 일, 너한테 죽어서까지 해 주고 싶었던 일이 뭔가.


강재, 서류에 눈길 줬다 다시 세연 보면...


세연 : 거기 사인만 하면 돼, 그럼 원래대로 되돌리는 거야. 아버지가 가진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뻔한 모든 것이...

         네 게 되는 거라고.


강재, 얘도 알았구나 싶은...


세연 : 억울하니? 차고에서 똥개 취급이나 받고 산 게 억울해?

강재 : !!!

세연 : 억울해하지 마. 너한테는 지난 시간들이 지옥이었겠지만 나한테는 지금부터 죽는 순간까지가 지옥이니까 내가 더 길어.

강재 : !!!

세연 :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용서해라. 이건... 부탁이다.


하고 쓸쓸히 나가는 세연.

강재, 세연의 말들이 별로 현실로 믿기지 않는데.

무덤덤하게 서류 꺼내 보는, 한장한장 넘겨보는... 그러다 친자 확인 서류도 보는...

비로소 세연의 괴로움과 슬픔 느껴지고 가슴 저릿해지는 강재.



S#38. 희망성형외과 데스크 앞(밤)


핸드백 어깨에 두르며 나오는 미주.

순정과 원철, 과자 먹다 본다.


원철 : 수고했어, 윤 선생.

미주 : 수고는요, 뭐. 저 내일도 야간수술 하려고요. 내일모레 연봉협상 있잖아요.

원철 : (과자 집어던지며) 무슨 쿠키가 이렇게 짜냐? 소금이네, 소금.

순정 : 내일 봐. 나 오늘 안 들어가고 그냥 당직실에서 잘 거야.

미주 : 알았어, 간다. 갈게요. (하고 나가는)

순정 : (입 나온) 연초부터 무슨 당직을 서라고. 이렇게 격무에 시달리니까 피부가 남아나요?

원철 : 내 보기에는 괜찮은데. (순정 볼 손가락으로 삭 만져보는)

순정 : 어머어머, 왜 이러세요? 임자 있는 피부한테?

원철 : 임자? 말로만 자꾸 임자임자 하지 말고 있으면 데려오라니까?

         나 삼자대면 그런 거 무지 기대되고 막 설레고 그런 타입이거든요?

순정 : 제가 아침드라마 좀 그만 보시랬죠!

원철 : 그 재미있는 걸 어떻게 안 봐? (쿠키 먹는) 맛있네, 아까는 짜더니. 먹어요.


순정, 고개 절레절레...



S#39. 희망성형외과 주차장(밤)


미주, 가방에서 키 찾으며 나오는데 누군가 팔 확 잡아끌어 안는다.

꺅! 하고 보면 강재.

미주 어깨에 고개 묻고 으스러지게 미주 안고 있는 강재.


미주 : 아,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 아, 숨막혀. 좀 놔봐요.


강재, 미주 더 꼭 안고 고개 안 든다.


미주 : 숨 막히다니까, 숨... 놔봐요, 두목님. 좀 놓으... (하다) 무슨 일... 있어요?


강재, 아무 말 없이 미주만 끌어안고 있는...


미주 : (뭐지? 불안해 죽겠는데) 무슨... 일인데요.

강재 : (고개 묻은 채) 혼자 있기 싫습니다. (더욱 미주 품에 꽉 안는)


미주, 헉! 눈 커지는데...



S#40. 미주 이사한 집 거실(밤)


창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만 있다.

거실에 살짝 비스듬히 서 있는 미주와 강재.

락커룸에서처럼 정적 흐르는... 그러다 강재...


강재 : 미안해요. 갈게요. (하더니 그대로 돌아서 문 열고 나가려는)

(미주) : 같이... 가줄까요?

강재 : (차마 돌아볼 수 없는) 아니요...


하고 나가고 문 닫힌다.

미주, 강재 뒷모습 마음에 남아 계속 문 보고 서 있는...

한참을 보고 서 있다 천천히 걸어가 문 잠그고 돌아서는데 쾅쾅쾅!

미주, 놀라 돌아보고 문 열면 강재 서 있다.

두 사람 바라보는...

강재, 들어오며 그대로 미주에게 키스하고 현관 벽에 밀쳐지는 미주.

맹렬히 키스(30대의 성숙한^^;)하는 두 사람.



S#41. 미주 방(밤)


문 열리고 키스하며 방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

강재, 키스하며 자기 코트 벗고 미주의 코트 벗기려는 순간...

미주, 숨 멎을 듯해 잠시 멈칫하는 놀란 얼굴에서... 18부 엔딩!






























첨부파일 연인 18.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