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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연인] 2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3.02|조회수824 목록 댓글 0

[연인] 20











S#1. 병원 주차장 일각(낮)


19부 엔딩에 이어서...


창배 : 뭘 꼬나봐! 꿇으라고, 이 개새끼야!!!


강재, 심장 갈갈이 찢기는...


창배 : 허, 버텨? 버텨?


태산과 강재 부하들 더는 못 참고 튀어나오려고 하자...


강재 : 움직이지 마. 움직이는 새끼는 죽는다.


태산, 피눈물 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창배 : (강재 주위 빙글빙글 돌며) 아따, 멋지네. (어딘가로 휴대전화 거는) 슈퍼맨 저리 가라인데?

         (통화된) 어, 의사 선생 뭐하고 있냐. 뭐? 울어?

강재 : !!!

창배 : 야, 야! 여자를 울리면 어떡해? 네가 무슨 악에 무리야? 살살 다루랬잖아. 망가진 꽃은 꺾는 재미가 없다고 몇 번 말해!

         (강재에게) 안 그러냐?

강재 : (주먹 쥔 채 부들부들 떠는) 그 여자 손끝 하나라도 건들면 반드시 너 죽인다.

창배 : 하! 사랑에 싸대기 맞는 의리구먼. 여자 걱정은 되고 엄상택이 걱정은 안 돼? 팔 하나는 병신 됐던데.

강재 : !!!

창배 : (다시 통화) 엄상택이는? 죽어가? 거 살살 좀 패지... (하는데)

강재 : (더는 못 참고 멱살 확 잡고 핏발선 눈으로) 어디 있어! 두 사람 지금 어디 있어!

창배 : 네가 이러면 두 사람이 더 괴로워지지 않겠냐?

강재 : 너 이 새끼! (하며 주먹 치켜든! 죽여 버리고 싶은, 하나 그럴 수 없는)

창배 : 꼬나봐? 네가 지금 날 꼬나봐? (하더니 강재 퍽 치는)


강재, 휘청하고 부하들 달려들려고 하면...


강재 : 움직이지 말랬지!

일동 : 형님!

창배 : 주둥이들 안 닥쳐! (하고 독한 얼굴로 강재에게) 꿇어!


강재, 눈 부릅뜨고 보면...


창배 : 싫어? (퍽 치는)


강재, 또 휘청, 하나 같이 칠 수 없는...


창배 : 싫어? 네 눈에는 내가 그렇게 우습냐? (또 퍽 치는)


강재, 또 휘청하면...


창배 : 꿇으랬지, 이 새끼야!


하더니 전에 강재가 했던 것처럼 강재 종아리 가격해 한쪽 무릎 꿇린다.

부하들 피눈물 삼킨다.

강재, 창배 노려보면 창배, 강재 얼굴 발로 가격해 쓰러뜨리더니 강재 가슴 밟고 선다.

강재, 쿨럭쿨럭 기침하면 입 속 터져 피 흐르고.


창배 : 어때, 기분 참 엿 같지? 그러니 나는 어땠겠냐? 판판이 깨졌는데.

강재 : (씹어 뱉듯) 죽인다, 반드시 너 죽인다.

창배 : (가슴 더 세게 밟으며) 이래야지, 이래야 꺾을 맛이 나지. 그런데 아직 멀었어. 네 여자 보러 가야지.

         엿 같은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려니까, 어? (하고 부하에게) 이 새끼 차 끌고 와. 관 짜는 값이나 아끼게.


창배 발 아래 깔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강재.



S#2. 창고 안(낮)


콰당! 어둑한 창고 문 활짝 열리며 강재, 태산 내던져진다.

헉 하는 신음에 강재 고개 들어보면 피 범벅돼 기절한 상택과

그런 상택의 피 흐르는 머리 지혈하고 있는 미주 보인다. 미주 얼굴 눈물범벅인...

강재, 눈에 불꽃 튀며 창배 돌아보는 순간 퍽! 강재 얼굴 걷어차는 창배.

미주, 숨막혀 눈시울 벌개지고 강재, 일어서려는데 창배 다시 걷어차는!

창배 부하들에게 어깨 잡혀 꿇려진 채 피눈물 흘리며 그 광경 지켜보는 태산.


창배 : (강재 머리채 잡아 미주쪽으로 돌리며) 똑똑히 봐. 마지막 가는 길인데 애인 얼굴은 보고 가야지 않겠어?


강재, 미주 안 보려 안간힘 쓰는...

미주, 비명 참으려 입 틀어막는...


창배 : 자, 그럼 이제 나랑도 작별인사 해야지? (하더니 강재 멱살 잡아 일으키며) 일어나, 이 새끼야.

         (하고 퍽!) 네가 나를 무시해? (퍽!) 네가 나를 엿 먹여? (퍽!) 감히 나한테 밥그릇을 구걸하게 만들어?


하더니 그동안의 분 푸는 듯 옆에 있던 각목 집어들어 사정없이 내려치는 창배.

미주, 죽을 것 같은...

상택, 그 아픈 몸이라도 일으키려고 안간힘 쓰는...

태산, 벌떡 일어나려는데 오히려 집단으로 맞는...

그러다 어느 순간 창배 팔목 잡아 뒤로 꺾고 다른 손은 창배 목 감아 록 거는 강재.


강재 : 여자랑 형은 보내. 안 그러면 죽는다.

창배 : 미친 새끼... 이게 지금 거래가 된다고 생각하냐? 뭐하고 있어, 새끼들아! 저년 잡아!


하면 천수, 미주 끌고 와 창배 앞에 패대기치고 목에 칼 겨눈다.

미주, 부들부들 떠는...

강재, 순간 판단 흐려지는데...


창배 : 어떻게, 계속 레이스 한번 감아볼까?


강재, 손에 힘 주는...


창배 : (숨막히는) 이 새끼가... 컥! 야, 안 풀어? 저년 모가지 확 그어버린다! (하는데)

미주 : 참지... 마요.

강재 : !!!

미주 : 나 때문이면 참지 마! 나 때문에 다시는 무릎 꿇지 말랬잖아요! (하는데)

천수 : 이게 죽으려고. (하며 미주 등 확 차서 미주 쓰러뜨리는)


순간 강재, 눈 돌아 창배 목 풀고 그대로 달려가 천수 날아차고 미주 안아 일으키는데...

컥컥거리던 창배 열 받아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하며 무언가 막 찾더니 옆에 있던 각목 집어들어 미친 듯이 내리친다.

강재, 미주 안고 몸으로 다 막아내는...


미주 : (자기가 맞는 것보다 더 아픈) 도망가요. 도망가요, 제발. 맞지 말고 도망가요. (미친 듯이 울부짖는데)


그때 문 쫙 열리고 햇빛 쏟아진다.

창배, 신경질적으로 “어떤 새끼야!” 하며 고개 돌리는데 햇빛 속에 실루엣으로 서 있는 남자, 반도다.

뒤에 부하들 쫙!


반도 : 내가 많이 늦었는가 보네.

창배 : 아, 거참... 전화한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요? 재미있는 구경 다 끝났구먼.


강재, 헉 설마!


반도 : (강재 보며) 조금 기다리지 그새 애를 이렇게 버려놨냐? 이거 무슨 경우야?


강재 경악하는!


창배 : 본게임 시작하면 되지, 뭘. 빨리 끝내고 사우나나 갑시다.

반도 : 사우나할 정신이 있겠어? (절절하게 강재 보는) 욕봤다.


창배 뭐? 하는 찰나 창배에게 주먹 꽂는 반도!

동시에 반도 부하들 와! 덤벼든다. 치열한 접전.

그 사이 강재와 미주, 쓰러져 있는 상택 부축해 어딘가에 기대놓는다.


강재 : 형, 괜찮아? 괜찮아?

상택 : (어렵게 눈 뜨는) 저는... 괜찮... (하나 다시 감기는)

강재 : 형!

미주 : 이대로 있으면 안 돼요.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돼요.

강재 : (상택 겨드랑이 안아 일으키며) 형, 나가자. 정신 차려봐, 형.

상택 : (힘겹게) 사장님은... 괜찮...


하며 겨우겨우 눈 뜨는데 저만치서 칼 찾아 들고 강재 향해 오는 창배 보인다.


상택 : (점점 눈 커지는가 싶더니 비명 같은 부름) 강재야!!!


하며 마지막 죽을 힘 다해 안 다친 손으로 강재 멱살 잡아 뒤로 확 보내고.

그 힘에 저도 휘청 돌아서게 되는데 푹! 헉! 상택 등에 칼 꽂은 창배!

강재, 뒤돌아서는데 핏발선 눈으로 강재 보는 상택.

미주, 꺅~!

창배, 강재 아닌 상택인 것에 이런 씨 하고 칼 뽑고 튄다.

그 바람에 휘청 하며 강재 품으로 떨어지는 상택!


강재 : (믿을 수 없어) 혀... 혀... 형... 형... 형!!!


미주, 벌벌 떨며 겉옷 벗어 상택 피 막아보려 한다.

강재, 눈 뒤집어져 창배 쫓아 나가는데!



S#3. 창고 앞(낮)


창배, 급히 후진으로 차 돌리다 서 있던 대용량 쓰레기통 뒤집어엎고 붕 빠져나간다.

살기어린 눈으로 쫓아나온 강재, 저만치 가는 창배 차 보고 자기 차로 뛰어가 출발한다.

쓰레기 더미 위 그대로 달려가는데 타이어 클로즈업하면 뾰족한 것에 푹 찔리고.

그래도 달려가는 강재.

뒤이어 뛰어나온 천수, 차에 올라타 붕 쓰레기 더미 위 달리는데 펑! 타이어 터진다.

쿵! 어딘가에 들이받고 멈추는 천수.



S#4. 도로1(낮)


과속차량 단속하고 있는 경찰, 스피드건 쏘고 있는데 쌩 달려가는 창배 차.

경찰, 미친 거 아니야? 하는 눈으로 스피드건 보고 창배 차 보는데

또 쌩 눈앞을 달려가는 강재 차.

이것들이! 싶어 경찰관 차로 가 무전기 집어드는데.



S#5. 응급실 복도(낮)


급박하게 굴러가는 이동침대 바퀴.

여러명의 발들, 이동침대 밀고 들어오는 의사와 간호사들.

태산, 미주 따라 달리고 있다.


미주 : 휴메러스(humerus)에 골절이 예상되고 백(back)에 스탭운드(stab wound)가 있어요.

의사 : (달리며 시선 주는) 의사세요?

미주 : PS(plastic surgeon) 의사입니다. 지혈을 하기는 했는데 출혈이 심해요. 살려주세요.

의사 : 의사라니 알겠네요. (냉정한) 기다리세요.


미주, 저도 모르게 멈춰서고 침대는 계속 달려가는데...



S#6. 수술실 앞(낮)


미주 달려와 보면 괴로운 듯 수술실 문 앞 벽에 이마 찧고 있는 태산.

‘수술중’ 램프 보이고 숨 턱! 막히는 미주.

미주, 어쩌면 좋을지 몰라 그 자리에 섰는데...

병원 방송 “안내말씀 드립니다. RH+ O형 혈액을 급히 구합니다. 병원 내 O형 직원분이나 환자 가족께서는...“

헉! 눈 커지는 미주.

“지하 2층 헌혈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말씀 드립니다.”

방송 중간에 수술실에서 간호사 급히 뛰어나온다.


태산 : (간호사 잡아 재껴) 무슨 일입니까?

간호사 : 오늘 사고가 많아서 혈액이 부족해요. 두 분 중 O형 있으세요?

태산 : 그게 말이 돼? 무슨 병원에 피가 없어! 우리 형님 죽으면 다 죽을 줄 알아! 어?

간호사 : (기분 나쁜) 그렇게 걱정되면 헌혈하시든가요. O형이세요?

태산 : O형 아니면 안 돼? 다른 건 안 돼?

간호사 : 장난해요, 지금? (하고 가려는데)

(미주) : 저요. 저... O형이에요.


간호사 돌아보면.


미주 : (무서움과 간절함 교차되는) 제가... 할게요...



S#7. 도로2+사거리(낮)


창배, 미친 듯이 달리고 강재, 미친 듯이 쫓아간다.

저만치 앞에 사거리 보이고 창배, 죽어라 달리는데 순간 신호 바뀌고.

창배, 무시하고 가려는데 쾅! 신호 받고 오던 차 옆구리 들이받는다.

창배, 핸들에 이마 찧고 순간 정신 번쩍 차리며 차 움직이려 하지만 시동 안 걸린다.

창배, 후다닥 튀어내려 죽어라 뛰는데...



S#8. 도로변(낮)


창배, 죽어라 뛰는데 끽! 도로로 튀어 올라오며 창배 앞 막는 강재 차.

창배, 헉! 부딪혀 뒤로 나자빠지고 벌떡 일어나 튀려는데...

차에서 내린 강재, 뒷덜미 잡아 돌려세우더니 주먹 날린다.


창배 : (컥! 피 섞인 침 뱉는) 가, 강재야. 살려주라. 제발 살려줘.

강재 : (잡아 일으키며) 내가 한 번만 더 주먹 쓰게 하는 날에는 기필코 죽인다고 했다. (퍽! 주먹 날리는)

창배 : (나동그라지며) 아, 아까 건 다 실수야. 상택이 안 죽어. 안 죽어. 내가 슬쩍... 슬쩍했어.

강재 : 주둥이 닥쳐! (퍽! 치는)

창배 : 정말 잘못했다. 제발 살려주라. 살려줘, 강재야.

강재 : 주둥이 닥쳐! 닥치라고, 이 새끼야!


하더니 강재, 이성 잃고 옆에 있던 생활정보지 매대 집어들고 미친 듯이 창배 내리친다.

그때 멀리서 사이렌 소리 울리더니 이내 경찰차 세 대 강재 둘러싸며 서더니 경찰들 후다닥 내려 총 꺼내든다.


경찰 : 꼼짝 말고 손 들어!


강재, 매대 치켜들고 있다 천천히 고개 돌려 경찰 보는... 이제 다 끝인가 싶은...

땀인지 눈물인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런 강재의 시야 하얗게 아웃되는데...



S#9. 어느 절 대웅전 앞(여러 날 후 낮)


하얀 눈 쌓인 대웅전 처마.

나폴나폴 날리는 눈발 속에 독경과 목탁소리 울려 퍼지고 있다.

카메라 내려오면 100여 명의 검은 옷의 사내들 도열하고 있다.

부하가 받쳐든 크고 검은 우산 아래 선글라스 낀 채 표정 없이 서 있는 양금.

그 옆에 세연과 동규, 반도와 태산 서 있고 한쪽 옆에 백 이사, 동훈 모습 보인다.

맨 끝에 초췌한 미주 서 있고 미주의 시선 어딘가 향해 있는데...

보면 낯선 사내 둘과 서 있는 강재다!

강재, 텅 빈 눈동자 떨구고 서 있는...



S#9-1. 대웅전 안(낮)


강 회장의 영정 앞에 받쳐지는 하얀 국화꽃, 양금이다.

여전히 선글라스 쓴 채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영정사진 보는데...

선글라스 밑으로 눈물 한 줄기 흐르는...

그 옆으로 세연의 얼굴 나타나는...

세연, 꽃 놓는데 눈물 툭!


(시간 경과)

높이 쌓인 국화.

그 위에 누군가 가만히 꽃 놓는데 손목 보면 수갑 채워진...

카메라 뒤로 빠지면 영정 앞에 서 있는 강재.

강재, 핏발선 눈으로 강 회장 보는데... 눈물 툭툭! 떨어지는...



S#9-2. 대웅전 앞(낮)


강재와 미주, 세연, 태산만 남고 슬픈 구도로 서 있는 네 사람.

미주, 강재만 보는데 강재, 미주에게 시선 안 주는...

형사1, 강재에게 다가오면...


강재 : 5분이면...됩니다. (하고 세연 바라보며) 너 있어... 안심하고 간다.

세연 : 조금만 참아, 오래 안 둘게. 금방 나올 거야.

강재 : (태산에게 시선) 산이는... 윤 선생 좀 모셔다 드리고...

태산 : 네...


미주, 차마 못 보는 마음 알아 가슴 미어지는...

강재, 돌아서고 미주, 헉! 참았던 눈물 쏟아지는...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강재.


미주 : (애써 참고 섰다가 달려오며) 잠깐만요. 잠깐...만요.


강재, 멈춰서지만 돌아보지 않는...


미주 : (눈물 고인, 애써 웃는) 왜 그냥 가요...그냥 가면 어떡해요... 잘 지내라고... 잘 지내겠다고...

         “다른 놈 만나면 죽습니다” 얘기하고 가야죠.


강재, 가슴 터질 것 같은... 하나 그대로 걸어 나오는데!

미주 !!!

태산, 달려와 강재 앞 막아서고 금방 죽을 듯 슬픈 얼굴, 손에 휴대전화 들려 있다.

강재, 순간 불안한 느낌! 꾹 참고 태산 보면...


태산 : (툭 눈물 떨어지는) 상택 형님이... 돌아가셨답니다.


강재, 헉! 심장 산산 조각나는...

미주, 믿을 수 없어 입 막고 눈 커지는...

세연, 참담해서 어금니 꽉 무는데...

시간이 정지한 듯... 흩날리는 눈발 속에 오래오래 서 있는 네 사람...



S#10. 지리산 노고단 정상(해질녘)


죽은 나무 등걸 보이고 검붉은 노을 걸려 있고 첩첩산야 내려다 보인다.

바람에 마구 흩날리는 하얀 소복 자락.

상택의 뼛가루 뿌리고 있는 여자, 상택의 처 정희다.

옆에 9살 민지, 상택의 영정 사진 들고 “아빠... 아빠...” 하며 울며 서 있다.

영정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상택.

정희, 울며 뼛가루 뿌리고 정희 소매 끝자락 따라 사라락 흩날리는 뼛가루.


정희 : (애써 웃으며, 그래서 더 서러운) 잘 가... 잘 가, 여보... 잘 가...


그 모습 지켜보는 태산, 미주, 세연 가슴 찢어지는데...



S#11. 검사실(밤)


수의 입은 강재, 검사 앞에 앉아 있다.

검사 계속 질문하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강재. 아무것도 안 보이는 듯... 아무 것도 안 들리는 듯...

열받은 검사, 책상 쾅쾅 내리치지만 미동도 않는 강재.

마음은 지리산 자락 바람 속에 서 있는 듯... 굵은 눈물 툭 떨어지는데...



S#12. 상택의 아파트 거실(밤)


소파에 영정사진 안고 정희 무릎 베고 잠든 민지,

그런 민지 토닥이고 있는 정희. 눈물도 다 마른 듯 그저 처연하게 토닥토닥... 그러고만 있는...

그 앞에 태산과 미주 서 있고 미주, 눈물 억지로 참고 있는데...


정희 : (태산에게) 삼촌, 민지 좀...


태산, 말없이 민지 번쩍 안고 방으로 들어간다.


정희 : (미주 보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와 줘서... 고마워요.

미주 : (참았던 눈물 터지는)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정희 : 그러지 마요. 그렇게 가슴에 묻어두면... 윤 선생님 살리고 싶었던 그 사람 마음... 헛되어져요.


미주, 아 어떡해...


정희 : 수혈해 주셨다는 얘기 들었어요. 덕분에... 3일 더 살았다고...

미주 : (헉헉 느껴 우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희 : (사진 보며) 10년을 같이 살았어요. 언제 나가는지... 언제 들어오는지... 밥 한 끼 같이 먹나 싶으면 피투성이로 들어오고...

         그런데 지난 3일 동안 원없이 봤네요. 고마워요... 작별한 시간 줘서...


미주, 가슴 미어지는...

태산, 민지 방 문 앞에 서서 듣고 있는...


정희 : (그런 태산 보며) 사장님은... (하다 피식) 나도 입에 붙었네. 이 사람이 하도 사장님, 사장님 하니까.

         큰 삼촌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태산 :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조금... 힘들게 됐습니다.

정희 : 힘내요... 건달의 여자는... 눈물 많으면 못 써요.


미주, 그런 정희 물끄러미 보는데... 그 위로 얹히는 목소리.


(판사) : 사건 번호 서울지법 2007 고단 023호와 027호...



S#13. 법정(여러 날 후 낮)


판사 : 피고인 남창배는 명동파 중간 간부급으로 활동하며 탈세, 납치 및 감금폭행, 살인 등 그 죄질이 악랄함에도 불구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어 사형에 처한다. (탕!탕!탕!)


술렁이는 방청석. 세연과 미주, 태산, 동규, 백 이사 보인다.

오히려 피고인석 수의 차림의 창배, 고개 살짝 뒤로 젖히며 시니컬한 웃음 짓는다.

하나 어쩌면 그래서 슬퍼 보이는 듯도 싶은데...

창배 고개 돌려 누군가 보면, 강재다.

판사의 판결문 계속 이어지는...


판사 : 사건번호 서울지법 2007 고단 027호 피고인 하강재는 명동파 중간간부급으로 활동하며

         1993년 서울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는 등 수차 폭행 등의

         범죄에 관여하였으며 피해자 남창배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도 인정되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친부를 살해하고

         애인인 윤미주를 납치하는 등 정상을 참작할 사정이 있었던 점, 명동파를 탈퇴하여 건실한 회사원으로 생활해 온 점

         등을 감안하여 작량감경을 적용, 징역 7년형에 처한다. (탕!탕!탕!)


강재, 담담한 표정이다.

그런 강재의 어깨 너머로 방청석의 미주, 헉! 고꾸라지는 모습 보이고.

태산, 동규, 백 이사 사색되는데...

세연, 화 삭이느라 죽을 것 같고...



S#14. 법원 복도(낮)


멱살 잡혀 벽에 확 밀어붙여지는 변호사.


세연 : 너 뭐야! 뭐가 최고야! 수임료만 비싸게 받아쳐먹으면 최고야!

변호사 : 저한테 이러실 게 아니죠. 피고 본인이 의지가 없는데 어쩝니까, 그럼?

세연 : ‘이러실 게 아니죠?’ 누가 네 변호하래? 하강재 변호하라고, 하강재!

변호사 : (세연 뿌리치며) 이거 안 놔? 피고가 협조를 해야 뭘 어째 보지. 변호 거부해, 접견 거부해, 입도 쩍 안 하는 작자를

            내가 무슨 수로 변호합니까? 어떻게 형량을 줄여!


변호사 옷 털고 가버리고 무력한 세연.



S#15. 구치소 면회 신청실(여러 날 후 낮)


접수창구에서 쇼핑백 들고 실랑이하는 미주.


미주 : 왜요, 왜 안 되는데요. 왜 매번 안 된다고만 하시는데요.

직원 : 제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아무도 안 만나겠다잖아요. 다음 분이요.


접수객, 미주 살짝 밀치고 직원 앞에 선다.


미주 : 제발요. 한 번만, 한 번만 보게 해 주세요. 저, 그 사람 꼭 만나야 돼요. 제발이요... (절망하는데)



S#16. 구치소 안(밤)


벽에 기대(절대 한쪽 무릎만 세워 모델 자세로 앉지 말아주시기를^^) 앉아 있는 강재.

턱수염 거뭇하고 눈 가늘게 뜨고 시선 내린,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 듯...

그러다 천천히 고개 돌려 창 보는...

카메라, 강재 시선 쫓아 창밖으로 천천히 빠져나가면...



S#17. 신도 진료실(이듬 해 여름 낮)


펄럭 날아오른 침대 시트, 여름용이다.

반팔 입은 미주, 침대 커버 바꾸고 있다. 그 위에 미주 목소리(책 녹음하고 있는) 얹혀지는...

“지금 우리 앞에 선 흉악한 거인 같은 고통은 기린의 긴 목과 닮았습니다.

너무도 길고 너무도 높아 우리는 그 끝을 보기도 전에 지치고는 합니다.“

반듯반듯하게 펴 놓는... 강재와의 추억 회상하는 듯 가만가만 쓸어 보다 고개 돌려보면...

창 밖은 완연한 여름이고 창마다 예쁜 여름 커튼 달린...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시간 경과)

침대 발치에 오두마니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주, 한 손에 mp3 들고 녹음한다.


미주 : 하지만 고통이란 살아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아픔일지도 모릅니다.

         고통은 기린의 목처럼 길지만 그만큼의 높이에 희망을 매달고 있으니까요.


(시간 경과)

예쁜 상자에 MP3 담는, 그리고 그 옆에 초콜릿바 담는 미주.



S#18. DO산업개발 회의실(이듬 해 여름 낮)


여름 분위기의 복장, 백 이사 서로 다른 아파트 단지 조감도 앞에 섰다.


백 이사 : 이쪽이 작년 겨울 입찰 때 조합에 제시한 거고 이쪽 게 오늘 회의 통과되는 대로 다시 제시할 조감도입니다.

             달라진 점은 Open air design이라고 디자인팀에서 새로 개발한 건데, 쉽게 말해 기존 아파트들보다

             조경에 더 신경을 쓴 겁니다.

세연 : 조경에 신경을 쓰자는 건 당초 예상보다 추가로 돈을 더 들이겠다는 얘기인가요?

백 이사 : 네. 요즘은 단지 내 조경이 아파트 내부 이상으로 메리트를 주는 요소니까요. 재개발 특화기업으로 선정된 건

             축하할 일이나 그 이름값을 하려면 뭐든 전보다 더 들어가야죠. 돈이 됐든, 시간이 됐든, 노력이 됐든.

세연 : (이사들 보고) 다들 동의하십니까?


이사들, “동의합니다” 혹은 손 들어 혹은 고개 끄덕여 의사 표시한다.


세연 : 좋습니다. 이름값 해 보죠.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사들 나간다.


세연 : (윤에게) 송경준 이사님한테 인사고과 자료는 수요일까지 올려달라고 해.

         연봉계약 시즌 닥치면 또 바빠지니까 미리 해치운다고. 오후 스케줄은 다 비워.

윤 : 또야? 둘 다 징하다, 정말.



S#19. 구치소 면회신청실(이듬 해 여름 낮)


직원, 미주의 선물상자 미주 앞으로 쭉 밀어내며...


직원 : 영치품 목록 안 읽어보셨어요? 이런 건 규정상 영치할 수 없습니다.

미주 : (박스 열면 책, MP3, 초콜릿바, 화장품 등등 보이고 하나하나 들며) 이게 왜요? 아무것도 안 숨겼어요.

         이건 제 목소리 녹음한 거고 (초콜릿) 이건 그 사람한테 저 대신이거든요. 정말 죄송하지만 한 번만 전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직원 : (책 꺼내고 박스 닫아 미는) 책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나머지는 안 됩니다.


참담한 미주. 그때 누군가 들어오다 미주 보는데, 세연이다.


세연 : (미주 옆에 와 서며) 오늘도... 안 만난데요?

미주 : 왔어요?

직원 : (세연 알아보고) 오늘 무슨 날이에요? 한꺼번에들 면회를 오네요. 아까는... (신청서 보더니 아는 사람이냐는 듯) 박유진?


세연 !!!

미주, 그랬구나... 마음 아픈...



S#20. 비행기 안(이듬 해 여름 낮)


창 밖만 보고 앉아 있는 유진, 손에 프랑스행 티켓 들려 있다. 마음의 정리 다 끝난 듯 담담한 표정이고.

핸드백에 티켓 넣고서 MP3 꺼내 귀에 꽂고 플레이 누르면... 성시경의 <거리에서> 흘러나온다.

물끄러미 창 밖 보며 노래 듣는 유진, 아주 살짝 눈물 글썽인 듯도 싶고...



S#21. 어느 방송국 공개홀(4년 후 겨울 밤)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성시경. 유진이 듣던 노래 바로 다음 소절부터 부르는...

무대 밑 어느 일각에서 리시버 귀에 꽂은 채 서 있는 태산.

태산의 얼굴 위에 <4년 후 다시 겨울> 자막 뜬다.

태산, 무대가 아닌 객석 어느 곳 보면 방청객들 펄보라(성시경 고유색)풍선 흔들고 있다.

“사랑한다 성식이형”, “발라드의 귀공자 성시경”, “섹시버터” 등등 플래카드와 도화지 흔드는 팬들.

그 가운데 앉아 있는 순정. 무대는 안 보고 태산만 보고 있다가 태산과 눈 마주치자 들고 있던 플패카드 편다.

“진짜 보디가드 된 거 완전 축하^^ 내 인생의 로또 태산왕자님~♡”

태산, 미치겠네 하는 표정이고...



S#22. 어느 방송국 공개홀 로비(밤)


시경과 태산, 순정, 매니저 걸어 나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로비 입구 유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팬들 보이고.


시경 : 아니, 어떻게 가수보다 보디가드가 더 인기야?

순정 : 어머, 그걸 여태 몰랐어요? 이 남자는 누나의 숨겨진 본능을 깨우거든요. 앙˜!

시경 : 그럼 누구는 형님 본능을 깨우나? 나도 누나 팬 겁나 많거든요?

순정 : 그래요? (팬들 가리키며) 오늘은 다 장보러 가셨나 보죠? (태산 보고) 그렇죠?

태산 : (창피해 죽겠는) 내가 오지 말랬죠? 대체 왜 나이는 자꾸 먹는데 철은 안 드는 겁니까?

순정 : (삐진) 나, 나이? 지금 나 연상이라고 구박하는 거? 나 복수할 거야! (로비 문쪽으로 가며) 여러분! 내가 문 열어줄게요!


하고 무섭지 하는 표정으로 홱 돌아보면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고 닫힘 버튼 꾹 누르는 태산.

헉! 태산 씨 하고 가면 문 닫히고 우씨 하는 순정.



S#23. 미주 집 거실(밤)


순정 툴툴거리며 들어오는데 초췌한 미주, 주방에서 물 따르고 있고 손에 약병 들고 있다.

순정, 그 모습 보고 미치겠네 하며 가서 손에 든 약병 확 뺏는다.


순정 : 언니, 정말 자꾸 이럴래? 왜 이러니, 정말!

미주 : (힘없이) 줘... 자고 싶어 그래.

순정 : 언니가 무슨 곰이야? 왜 만날 잠만 자는데? 밖에도 좀 나가고 옷도 사입고 화장도 좀 하고 그러란 말이야.

         언니가 이런다고 시간이 뛰어가니? 4년 기다렸으면 됐지. 만나주지도 않는 놈 때문에 약까지 먹어야겠냐고!

미주 : 줘, 얼른.

순정 : 이래서 어디 혼자 두겠냐? 매번 뺏는데 이게 (약병 흔들며) 다 어디서 나는데, 도대체!

미주 : 줘, 빨리.

순정 : 미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 그래, 자 먹어! 다 먹어! 다 아주!


하며 약병 집어던지고 푹 주저앉아 우는 순정. 산산이 흩어지는 알약이고...

미주, 놀라지도 않고 눈만 깜빡깜빡 하며 허깨비처럼 서 있는데...



S#24. DO건설 아파트 단지(다음 날 낮)


재개발 현장이던 곳이 이미 다 완성되어 있다.

세연,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 DMB폰으로 YTN 부동산 뉴스 보고 있는데

옆에 와 서는 백 이사, 많이 늙은...


세연 : (일어서며) 오셨어요? 완공되면 와본다, 와본다 하면서 좀 늦었습니다. 보니 좋네요.

         제대로 된 첫 작품이라 촌스럽게 설레기도 하고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백 이사 : 수고는 나만 했나요, 어디. 그동안 내 성깔대로 원없이 하게 해 줘서 고마운데 이런거 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품에서 사표 꺼내 내미는) 사표입니다.

세연 : 갑자기 왜... 제가 뭐 섭섭하게 해 드렸습니까?

백 이사 : 아닙니다. 진작 떠나려고 했는데... 기다리는 놈이 있어서 여직 문댔습니다. (빈 그네 보며) 그 자리 주인이거든요.


세연, 무슨 말인가 싶은데...


백 이사 : (끄덕끄덕 희미하게 웃더니) 이제는 이 동네에 빚도 갚았으니 제 갈 길 가렵니다.

             절 하나 지어보려고요. 아버지가 평생 하신 일인데... 그게 해 보고 싶어서요.

세연 : 아버님이랑 정이 각별하셨나 봅니다.

백 이사 : (허허롭게 웃는) 젊어서는 그렇게 미운 사람이 없더니 만나러 갈 때가 돼 그런가, 가끔 꿈에도 오시고 그럽니다.


세연, 쓸쓸한... 강 회장 생각나는...



S#25. 강 회장 모신 절 대웅전 앞(낮)


세연, 국화 꽃 사들고 오다 멈칫한... 대웅전 앞에 서 있는 여자, 양금이다.

양금, 강 회장 사진과 위패보고 서 있고 쓸쓸한 얼굴이다.

물끄러미 보고 있다 돌아서는데, 세연 서 있는...


세연 : 올 거면 같이 오지. 언제 왔어요?

양금 : 좀 전에. 괜히 왔어. 나는 별로 안 반가우신가 봐. 올라가.


하더니 돌아서 선글라스 쓰고 가는 양금.

세연, 그런 양금 뒷모습 보는데...

양금, 걸어나오며 어딘가 전화 건다.


양금 : 너 좀 나와.



S#26. 카페(낮)


양금과 마주 앉아 있는 윤. 커피 마시고 컵 내려놓는 두 여자.

윤, 왜 불렀나 싶어 양금 보면...


양금 : 너 영어 좀 하니?

윤 : 그건 왜요?

양금 : (커피잔 턱짓하며) 이 컵이 영어로 뭐야?

윤 : (빙긋) 어려운 건 잘 몰라요.

양금 : 외국 살다 온 년이 그것도 몰라? (화분 가리키며) 그럼 얘는?

윤 : Flowerpot이요.

양금 : 뜨문뜨문은 하네. (사이) 너... 나랑 미국 안 갈래?

윤 : !!!

양금 : 나중에 세연이도 온댔어. 강재 나오고 회사 정리되면.

윤 : 저 같은 며느리 싫으시다면서요.

양금 : 누가 며느리 삼겠대? 그리고 내가 삼겠다고 세연이가 말 들을 애야?


윤, 쓸쓸히 웃는...


양금 : 뭐, 편들어 달라면 들어주고.


윤, 빙긋 웃고 보면...


양금 : 우리 둘이... 먼저 안 갈래?


윤, 그런 양금 물끄러미 보는데

그런 양금과 윤의 얼굴 위로 비행기 소리 얹히는...



S#27. 창공(낮)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보이는...



S#28. 신도 마당(낮)


창공의 비행기에서 카메라 아래로 내려오면 아름답게 돌아가는 바람개비 보이고

더 내려오면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는 놀이터 보인다.

들어오던 길인 듯 양손에 과일과 쇼핑백 든 미주, 헉! 놀라 과일봉지 떨어뜨리는...

또르르 구르는 사과와 귤. 어떻게 이게 완성되었지? 혹시 그 사람이... 싶은데...


(태산) : 안녕하셨습니까.


미주, 놀라 고개 돌려 보면 태산(붕대가 안 보여야 할 텐데...)과 순정 서 있다.

태산의 뒤로 대우와 놀이터 짓던 부하들 서 있고.


순정 : 태산 씨랑 이분들이 완성했어.


미주, 눈물 핑... 하나 애써 웃는...


태산 : 많이 늦었지만... 사장님과 상택 형님이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미주, 눈물 꾹 참는... 이 악물고 참는...


(시간 경과)

강재가 만든 그네에 앉아 있는 미주. 쓸쓸하게... 쓸쓸하게...



S#29. 신도 진료실(낮)


미주, 침대 시트 펼쳐 겨울용으로 새로 갈고 주름 편다.


(시간 경과)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있는...

그때 문소리 나고 미주 고개 돌려보다 눈물 핑... 그러면서 하하하 웃는...

보면 기름통 들고 들어오는 윤 목사. 한데 강재가 선물한 꽃남방 입고 있는!

그런 윤 목사가 고마운 미주.


윤 목사 : (난로에 기름 넣으며) 아직도... 안 만난대냐?

미주 : ...

윤 목사 : 나쁜 놈...

미주 : 나쁜 놈이라면서 기름은 뭐하러 넣어?

윤 목사 : 침대 커버는 왜 바꾸는데? (하고 일어나면)

미주 : 아빠...


윤 목사 돌아보면...


미주 : (망설이다) 저... 어디 좀 가려고요...

윤 목사 : !!!

미주 : 전에 말씀드린... 국경없는 의사회요.

윤 목사 : !!!

미주 : 죄송해요... 처음에는 마음만 아팠는데 이제는... 온몸이 다 아파요. 시간이 너무 안 가요...

         하루하루가 물 젖은 솜뭉치 같아요... 밀어도 보고... 끌어도 보고... 별 짓을 다해도... 자꾸 무거워져요.

윤 목사 : 언제... 가는데...

미주 : 2주 후에요... 정말 죄송해요...

윤 목사 : (눈물 겨우 참으며) 가기 전에 하루 들러... 뜨신 밥 해 놓을 테니까... (하고 나가는)


미주, 눈물 마구 쏟아지는데...



S#30. 옷가게(낮)


안 들어오려는 순정 뒤에서 밀며 들어오는 미주.


미주 : 여기 옷 예쁘다니까? 아무 말고 하나 골라, 가격 신경쓰지 말고.

순정 : 갑자기 옷은 왜? 누가 옷 사달래? 언니는 꼭 그러더라? 밤새 처울다가 낮 되면 명랑 발랄?

         뭔데? 왜 갑자기 산타클로스 흉내인데?

미주 : 결혼 선물 미리 하는 거야.

순정 : 뭐, 무슨 선물? 결혼 멀었어. 나 아직 프러포즈도 못 받았어.

미주 : 4년 안에는 할 거잖아. 네 결혼식.... 못 볼 것 같아서.

순정 : (헉!) 언니, 지금 기어이 가겠다는 거야? 거기가 어디라고 가, 거기를! 풍토병도 막 걸리고 코브라도 입 쩍 벌리고

         아무튼 엄청 위험한 데던데.

미주 : 이거 어때? 디자인도 세련되고 고급스럽지? 그렇죠, 언니? 나 잘 골랐죠?

직원 : 네, 패딩이라 따뜻해요. 이건 여우털이고요.

순정 : 미치겠다, 정말...

미주 : 입어봐. 너 예쁜 모습 기억하고 싶어 그래.


순정, 눈물 그렁한 눈으로 옷 확 낚아채서 입는...


미주 : 예쁘다... (하는데 전화 오는) 잠깐만. (받는) 여보세요? 잘 지냈어요?

         (사이, 눈 점점 커지는) 그, 그게... 그게... 정말이에요?

(세연) : 네, 방금 변호사랑 통화했는데 가석방 신청이 받아들여졌답니다.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좀 전에 연락 왔답니다.

           열흘 후면 나온답니다.


미주, 너무 놀라 말 안 나오는데...



S#31. 구치소 앞(여러 날 후 낮)


꽈광! 육중한 문 열리고 강재, 초췌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데 무표정한...

강재 뒤로 다시 꽈광 닫히는 문.

강재, 살짝 돌아보고 몇 걸음 내걷다 멈춰선다.

강재의 시선 따라가보면 미주와 세연, 태산 그 외 대우와 부하들 도열해 있다.


부하들 :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하더니 단체로 큰절하는)


강재, 덤덤히 서 있는데 세연과 미주, 태산 천천히 다가와 선다.


태산 : 걱정... 많이 했습니다. 무사히 나오셔서 다행입니다.


강재, 덤덤한... 대답도 않고 시선 세연에게 돌리면...


세연 : 아픈 데는... 없냐?


강재, 역시 덤덤한... 세연에게서 시선 옮겨 미주 보는가 싶더니 미주 발끝만 보는... 그러더니 시선 돌리는...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 다가가려던 미주, 당황하는데...


강재 : (시선 깔고) 상택이 형... 어디 계시냐...



S#32. 지리산 노고단(낮)


강재, 안개 낀 산야 내려다보는... 뒤에 태산, 세연, 미주 서 있다.

눈시울 붉어지는... 이 악물고 소주 따 뿌리는... 하아~ 비명 같은 울음 새어나오는...


강재 : 미안해...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형 말 안 들어서 미안해... 그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해...


미주, 차마 볼 수 없어 시선 돌리는데...


강재 : (굵은 눈물 마구 떨어지는) 춥겠다....춥겠다, 형...


미주와 세연과 태산,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는데...



S#33. 카페(낮)


커피 두 잔 놓이고 잔에서 햐얀 김 올라오는...

말없이 앉아 있는 미주와 강재.


미주 : 몸은... 괜찮아요?

강재 : ...

미주 : 나는... 잘... 지냈어요.

강재 : ...

미주 : 그런데... 왜 그랬어요?

강재 : ...

미주 : 면회도 사절하고 편지에 답장도 안 하고... 왜 그랬어요?

강재 : ...

미주 : 어떻게 그래요. 어쩜 그렇게 독해요. 무슨 마음인지는 알지만 그러면 안 되죠. 왜 혼자 견뎌요. 같이 견뎠어야죠.

         안 궁금했어요? 걱정 안 됐어요?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사람이...

강재 :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어조) 미안합니다.

미주 : !!!

강재 :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4년이면 잊겠지... 했는데...

미주 : !!!

강재 : 지금부터 잊어요. 잊고 나 만나기 전처럼 살아요.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속물이고 적당히 잘 나가는 의사로... 그렇게요.

미주 : 하강재 씨!

강재 : 앞으로 다시는 보지 맙시다. (하고 벌떡 일어나 가는)


미주, 머리 띵해 상황 판단 안 되다가 헉! 정신 차리고 그대로 달려 나가는...



S#34. 카페 앞(낮)


뛰어와 강재 팔 잡아 돌려 세우는 미주.


미주 : 왜 이래요! 왜 이러는데요!

강재 : ...

미주 : 내가 바보예요? 의사씩이나 되는 여자가 그렇게 생각이 없을까 봐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는 거 내가 모를까 봐요?

강재 : ...

미주 : 정말 왜 이래요! 어떻게 이래요, 어떻게!

강재 : ...

미주 : 거짓말이라도... 당신한테 그런 말 들으면 아파요. 아프다고요... 아파 죽겠다고요!

강재 : ...

미주 : 그런데 왜 거짓말 해! 왜 나 바보 만들어! 왜 등신 취급 하냐고, 이 나쁜 새끼야!

강재 : 거짓말 아닙니다. 윤미주랑 행복할 자신, 없습니다. 그래서 다 잊었습니다.

미주 : !!!

강재 : 나 이제... 윤미주 모릅니다. 그러니까 그쪽도 잊어요, 나처럼.

미주 : !!!


강재, 등 돌려 가는...


미주 : (얼어붙은 듯 서 있다가) 그래요, 알았어요. 보지 말아요! 다시는 보지 말아요! 죽을 때 까지 보지 말아요!

         소원대로 해 줄테니까 죽어서도 보지 말자고요, 우리!


강재 계속 걷는...


미주 : 나 떠나요! 나, 이제 한국에 없어요!


강재, 우뚝 멈추는...


미주 : 나는... 10년이든 20년이든 기다리려고 그랬거든요. 기다리는 동안... 당신 덕분에 사람 살리게 됐으니까

         사람들 살리면서 계속 기다리려고 그랬거든요. 나는 그랬거든요. 그런데 보지 말자니 갈게요. 가서는 안 올게요.

         나 찾아와도 소용없어요. 몰래 와서 보려고 했어도 이제 나 못 봐요. 안 보여줄 거야! 죽을 때까지 나 못 보게 할 거야!

         가서 다시는 안 올 거야!

강재 : !!!

미주 : 견뎌봐요, 어디. 나처럼 견뎌봐. 잊혀지는지! 잊을 수 있겠는지!


강재, 헉! 눈물나는... 하나 죽을 힘을 다해 걸음 옮기고 돌아보지 않는...

미주, 헉! 무너지는...

표정 없는 얼굴로 눈물 뚝뚝 흘리며 멀어져 카페 모퉁이 돌아 사라지는 강재.

믿을 수 없어서 엉엉 아이처럼 오열하는 미주.



S#35. 카페 모퉁이(낮)


벽쪽에 붙어 서서 미주 울음소리 듣고 있는 강재. 눈물 고여 잘 보이지도 않는...

미주 갔나 싶어 내다보면 그대로 서서 울고 있는... 다시 몸 숨기는...

한참 서 있는 다시 갔나 내다보면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는 미주.

가슴 아파 죽겠는... 또 몸 숨기고 한참 서 있다 다시 내다보면 뒷모습 보이며 멀어지는 미주.

아프게... 아프게... 바라보는 강재...



S#36. 포장마차 안(밤)


소주에 오뎅 놓고 마주 앉아 있는 강재와 세연, 각자의 잔에 술 차 있다.


세연 : 변호사한테 얘기 들었어. 검정고시 패스했다며? 이제는 고졸이냐?

강재 : (피식) 어.

세연 : 그럼 서류 같은 거 제대로 볼 줄 알겠네? (하더니 서류 봉투 틱 내미는)


강재, 뭐냐는 눈빛으로 보면...


세연 : 아버지 유언... 이뤄드려야지. 사인만 하면 돼. 집도 비웠어. 엄마 미국 가셨거든. 나도 이 서류 정리되는 대로 가려고.

강재 : ...

세연 : 내일 회사로 와. 변호사 불러...

강재 : 크게 키워놨냐?

세연 : 그럼. 네가 뺏으러 올 줄 알고 크게 키워놨지.

강재 : 더 키워.

세연 : !!!

강재 : 더 키우고 있어. 이건... 부탁이다.

세연 : !!!

강재 : 먼저 가주라, 혼자 있고 싶어.

세연 : (먹먹한, 일어나며) 그래. (하고 나가려다 돌아보고) 꼭 와. 오늘일까 내일일까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강재, 살짝 고개 끄덕이면 세연 나간다.

강재, 자기 앞에 놓인 술잔만 바라보는데... 그러다 천천히 잔 들더니 마시는...

덤덤한가 싶더니 이내 힘든 표정, 하나 꾹 참는...

오히려 한 잔 더 따르고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S#37. 한계령 휴게소(다른 날 낮)


미주와 같이 커피 마셨던 곳에 혼자 서 있는 강재.



S#38. 강릉 호텔 스위트룸(밤)


미주와 같이 묵었던 방. 자기가 썼던 침대에 걸터앉아 바닥만 보고 있는 강재.

미주 침대 텅 비어 있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미주 침대에는 시선 주지 말아주세염^^)

(시간 경과)

미주, 침대에 기대 바닥에 앉아 있다, 전에 그랬던 것처럼...

(시간 경과-불 꺼진)

바닥에 새우처럼 웅크리고 누워 잠들어 있는... 길 잃은 아이 같고...



S#39. 미주 방(밤)


강재와 함께 누웠던 침대에 누워 있는 미주, 눈물 나려 하자 눈 꼭 감는데...

(시간 경과)

담담한 표정으로 트렁크에 옷 챙기고 있는 미주. 그러다 어느 서랍 열다 털컥 심장 무너지는...

레이싱 모자 두 개 들어 있는 것이다.

미주, 천천히 모자 집어 써보는... 울지 않으려 애쓰는데...

모자 챙겨 넣고 트렁크 닫는데...



S#40. 바닷가(다음 날 낮)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하염없이 보고 서 있는 강재. 미주 목소리 떠오르는...


(17부 13신 )

미주 : 내가 어디에 있든... 올 거잖아요. 그렇게 믿어도 돼요?


강재, 눈시울 붉어지는데...

그때 어디선가 풍선 날아오는!

강재, 고개 살짝 들어 풍선 눈길로 쫒는데...

헉! 풍선 들고 서 있는 여자, 미주다! 미주도 놀란 듯 손에 남아 있던 풍선 스르륵 날아가는...

서로 굳어져 바라만 보는...


미주 : 잊었다면서요...

강재 : ...

미주 : 지웠다면서요... 윤미주 모른다면서요...

강재 : ...

미주 : 그러면서 여기를 와요?

강재 : ...

미주 : 이럴 거면서... 왜 가래요. 이렇게 들킬 거면서... 왜 가래요. 왜요...

강재 : ...

미주 : 거짓말쟁이. 입만 열면 거짓말. 나 보고 싶어 왔으면서 바다 보러 왔다 그러고 안 먹어 안 먹어 해 놓고 다 먹고

         다른 새끼 전화 받으면 죽여버린댔으면서 가만 놔두고 지구도 지키고 여자도 지킨다면서 여자나 울리고

         못 잊었으면서 다 잊었다 뻥치고.


강재 먹먹한...


미주 : 다음 코스는 어디인데요? 한계령요? 여기서 못 만났으면 거기서 만났겠네?

강재 : ...

미주 : 나... 내일 떠나요. 가면 이제 안 와요... 안 올 거예요. 그래서...


강재, 눈물 흐르는...


미주 :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묻는 건데요...

강재 : !!!

미주 : (눈물 그렁한, 목소리 떨리고) 나랑... 키싱구라미 먹으러 안 갈래요?


강재, 왈칵 눈물나는...


미주 : (대답 않자 눈물 터질 것 같아 입 막는, 그러다 다시 용기내) 정말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이에요. 정말... 안 갈래요?

강재 : (목소리 안 나오는, 힘겹게힘겹게) 구이요, 조림이요.

미주 : (헉! 눈물 마구 쏟아지는) 내가 먹고 싶은 걸로 시켜도 돼요?

강재 : (슬픔과 기쁨 한꺼번에 터지는) 당연한 거 아닙니까?


헉! 미주, 그대로 달려가 강재 품에 와락 안기는!

세상에 둘만 있는 듯 포옹하는 두 연인. 아름답게 키스하는데!!!

20부 엔딩!






























첨부파일 연인 2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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