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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지애] 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3.13|조회수353 목록 댓글 0

[천년지애] 11











#1. 거리 (밤)


달리는 타쓰지의 차 안.

목걸이를 손에 꽉 쥔 공주, 창 밖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눈물만 뚝뚝 흘린다.

타쓰지, 말없이 공주만 빤히 돌아보고 있다.



#2. 인철이네 집 (밤)


불이 모두 꺼져 있다.

인철, 깜깜한 방 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인철과 공주의 회상

- 공주에게 변기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인철,

- 거울 앞에 나란히 서서 칫솔질을 하는 인철과 공주, 인철, 신경질을 내며 칫솔질을 아래위로 하도록 가르친다.

- 브래지어를 혼자 입는 법을 시범보이는 인철. 공주, 신기한 얼굴로 본다.

- 쑥스러움을 신경질로 위장하고 생리대를 홱 던지는 인철. 뭐가 뭔지 몰라 하는 얼굴로 보는 공주.

- 인철, 신경질을 내며 문고리 여닫는 법을 공주에게 가르쳐준다.



#3. 다시 타쓰지의 차 안 (밤)


공주, 여전히 창 밖을 보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는데

타쓰지, 손수건을 내민다.

공주, 손수건을 받아들고 두 눈을 꾹 누른다.



#4. 호텔 - 공주방 (밤)


공주,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 창 밖을 보고 서 있다.

지난 번 타쓰지가 공주를 위해 준비했던 옷들이 행거에 걸린 채 방으로 들어와 옷장에 넣어지고

호텔종업원들이 방 안을 정리하고 나간다.


타쓰지 : (공주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 왜 마음이 바뀐 거야?

공주 : ... 마음이 바뀐 게 아니다, 갈 데가 없어서 왔을 뿐이다.


타쓰지, 잠시 공주를 보다가 돌아서 나가고 공주, 돌아보지도 않는다.



#5. 호텔 - 타쓰지 거실


출근 준비를 마친 타쓰지, 의자에 앉아 집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집사, 들어온다.

타쓰지, 힐끗 돌아본다.


집사 : 식사하실 생각이 없으시답니다.


타쓰지,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타쓰지 : (일어로) 갔다올께. (나가다가) 나 일본 돌아가는 거 보류해. (나간다)


집사, 답답하다.



#6. 호텔 복도


타쓰지,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다가 공주방문 앞에 선다.

타쓰지, 잠깐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선다.



#7. 마케팅 사무실


분주한 사무실 이대리, 밖에서 쪼르르 달려 들어와 은비의 책상 앞에 급하게 선다.


이대리 : 고은비씨, 얘기 들었어?

은비 : 무슨 얘기요?

이대리 : 우리 실장님이 일본으로 돌아가신대.


직원들, 우르르 모인다.


직원1 : 그게 무슨 얘기예요? 온지 얼마나 됐다구?

직원2 : 장난하나?

이대리 : 그치? 아니겠지?

은비 : (잘난척) 가시는 거 맞아요.

일동 : (놀란다) 뭐? 네?

은비 : 저한테 개인적으로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가신다고.


일동, 황당한데 타쓰지, 들어온다.


타쓰지 :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대리 : (속상하다) 어머, 실장님, 이러시는 법이 어딨어요? 정말 섭섭해요.

타쓰지 : 뭐가요?

이대리 : 일본으로 돌아가신다면서요?

타쓰지 : 누가요?

이대리 : (?) 아니,.. 실장님...

타쓰지 : 제가 이대리님 두고 어딜 가요?

이대리 : 그럼, 안가세요?

타쓰지 : 안갑니다.


타쓰지, 방으로 들어간다.

직원들, 은비를 째려보고 은비, 황당하다.



#8. 타쓰지 사무실


타쓰지, 자리에 앉으며 전화기로 손을 뻗는데

은비, 결재철을 들고 들어와 타쓰지 책상에 내려놓는다.


은비 : 어젠 잘 들어 가셨어요?

타쓰지 : 네.

은비 : 그런데 안 가신다뇨? 무슨 말씀이세요?

타쓰지 : (서류를 들춰보며) 개인적인 얘긴 밖에서 합시다.

은비 : (미소를 지으며) 네. (나가는데)

타쓰지 : 다음부턴 노크 잊지 말고.


은비, 무안한 얼굴로 나간다.

타쓰지, 문이 닫히자마자 전화를 한다.


타쓰지 : (일어로) ... 나야 ... 공주는? ... 아직도? ... 알았어. (끊는다)


타쓰지, 전화 끊고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은비, 밖에서 괜히 불안한 얼굴로 그런 타쓰지를 보고 있다.



#9. 옷공장


입에 실핀을 주욱 문 인철, 마네킹에 미완성 옷을 입혀놓고 실핀을 하나씩 꽂아가며 팔 하나를 달아놓고

바쁘게 미싱으로 돌아가 나머지 팔 한 짝에 뭔가를 박는다.

혁, 테이블 위에 원단을 펼쳐놓고 초크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돌아본다.


혁 : 야! 배 안 고프냐? 밥 먹고 하자.

인철 : (대꾸 없이 재봉질만 드르륵드르륵 한다)

혁 : 일 좀 할라 그러면 밥부터 먹자고 악악대던 애가, 웬일이냐?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해야 될 거 아냐?


인철, 들은 척도 않고 밑실을 이빨로 뜯어내고 실핀을 입에 물고 다시 마네킹 앞으로 가 나머지 팔을 붙이기 시작한다.

혁, 인철의 표정이 왠지 섬뜩하다.



#10. 호텔 - 타쓰지 방 (밤)


타쓰지, 집사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갈아입고 있다.


집사 : 아직도 식사를 안 하고 있습니다.

타쓰지 : ...

집사 : 이 쪽으로 데리고 올까요?

타쓰지 : 아니. 그냥 놔둬. (욕실로 들어간다)



#11. 타쓰지의 거실 (밤)


타쓰지,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게임을 하고 있다.

시간경과

타쓰지, 책을 읽고 있다.

시간경과

타쓰지, TV채널을 돌리고 있다.

시간경과

타쓰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침실로 들어간다.



#12. 옷공장


인철,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머리를 뒤로 짝 붙여 넘겨본다.

혁이는 그런 인철의 뒤에서 그동안 디자인한 그림들과 샘플의상이 걸쳐져 있는

마네킹, 원단 샘플, 각종 장신구, 기획안 등등을 챙겨 드느라 낑낑대고 있다.


인철 : (거울만 보며) 빨리빨리 좀 해라. 늦겠다.

혁 : (챙기던 것들을 확 던져버린다) 나, 안 해. 패션쇼고 나발이고 너 혼자 다 해.

인철 : (그러거나 말거나) 빨리 나와라.


인철, 먼저 슥 나가버린다.

혁, 이를 갈며 다시 챙긴다.



#13. 회사 앞


인철의 차가 서고 인철과 혁, 트렁크와 뒷자리에서 부지런히 짐들을 챙겨 내리는데

타쓰지의 차가 뒤에 서고 타쓰지가 내린다.

인철과 타쓰지의 눈이 마주친다.

인철, 타쓰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차문을 탕 닫는다.



#14. 엘리베이터


혁, 마네킹과 보따리를 힘겹게 들고 뒤에 서 있고 인철과 타쓰지, 그 앞에 나란히 서 있다.


타쓰지 : 준비 많이 했냐?

인철 : (시비조가 아니라 여유 있게) 이따 보면 알 거 아니냐?

타쓰지 : 자신 있나 보네?

혁 : (두 사람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최선을 다했거든요? 좋은 평가 부탁드립니다.

인철 : 얘가 본들 알겠냐?

타쓰지 : (째려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인철과 타쓰지, 경쟁하듯 동시에 내린다. 낀다.



#15. 호텔 - 공주방 앞


공주, 방에서 나와 비상구 문쪽으로 사라진다.

공주방의 인기척에 방에서 나오던 집사, 비상구 문을 돌아 사라지는 공주의 뒷모습을 본다.



#16. 계단


공주,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오른다.

그 뒤에서 소리 없이 공주의 뒤를 밟는 집사.



#17. 회의실


각 회사에서 갖고 온 샘플의상을 입은 마네킹이 중앙에 놓여 있고

인철, 혁, 그 외 타회사의 디자이너들, 직원들,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 회사에서 제출한 샘플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다.

은비, 지난번처럼 중앙에서 회의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다.


혁 : (시선은 은비에게 두고 인철에게) 우리께 제일 낫다. 안 그래?

인철 : 당연한 얘길 하고 그러냐?


이때 타쓰지가 들어와 중앙에 앉는다.

은비, 씩 웃는다.


타쓰지 : 시작합시다.

은비 : 저희 신제품 홍보 패션쇼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입니다. 끝까지 참석 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기획안을 검토한 결과, 모두 7개 업체 중에서 오늘 참석해 주신 3개 업체가 선정되었습니다.

         오늘 작품 발표회를 통해 저희 신제품과 환타지라는 컨셉을 가지고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 한개 업체를

         선정하게 되고 선정된 업체는 신제품 발표와 동시에 진행될 패션쇼는 물론 각 매체에 실릴 광고 컨셉에도

         일관된 이미지로 협력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제이에스 패션에서 작품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다.


호명되면 누군가 나와 작품 설명을 시작한다.


누군가 : 안녕하세요, 제이에스 패션의 OOO 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추구하는 테마는 ‘모던 & 시크’에

            동양의 오랜 역사와 철학이 담긴 부디즘을 조화시켰습니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심플하고 모던한 것들입니다.

            화려한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시크함 속에 담겨진 약간의 동양적인 디테일들이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 옥상 - 수정


공주, 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가 난간 위에 올라서서 주변과 아래를 돌아본다.

발아래 시내의 고층 빌딩들이 펼쳐진다.


공주 : (독백) ...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신 나간 세상에 휩쓸려 나 자신 조차 잃어버리고,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곳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세상은 나에게 허상일 뿐이다...

         여기서 몸을 던진다면 혹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공주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온 집사, 깜짝 놀란다.

공주, 서슴없이 발을 떼는데...



#19. 회의실


직원들, 각자 들고 있는 평가표에 점수를 매긴다.


은비 : 다음은 강남어패럴의 강인철 사장님.

인철 : (타쓰지를 노려보며 여유 있게) 안녕하세요, 강인철입니다. 저희 작품은 최첨단 제품과의 조화를 중점으로

         에스노 스타일의 옷을 연출했습니다. 전통적이며 또한 이국적인 정서와 첨단 기술의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트로피컬 칼라에 옵 아트 기교를 넣어서 연속적인 기하학적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타쓰지와 은비, 인철을 다시 보고

이대리,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인철을 본다.


인철 : 전체적으로는 그런지로 에스닉 스타일을 연출했고 반짝이를 이용해 신제품의 첨단 이미지,

         그리고 환타스틱한 이미지를 나타냈습니다.


이때 타쓰지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인철, 노려본다.

직원들도 불안한 얼굴로 타쓰지를 돌아본다.


타쓰지 : (받는다) 네. ... (점점 눈이 커지더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일어로) 뭐? 공주가?


타쓰지, 전화기를 귀에 댄 채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인철,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직원들, 수군거린다.

은비, 공주? 기분이 나쁘지만 인철을 계속 본다.



#20. 공주방


공주는 의자에 앉은 채 집사는 전화를 하며 서로 노려보고 있다.


집사 : ... 네. ... 알겠습니다. ... 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끊는다) (무섭게 노려보다가 공주의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어처구니가 없다) 미인도의 목걸이하고 똑같군.

공주 : 바로 그 목걸이다.

집사 : (픽 웃는다) 아가씨, 정체가 뭐야?

공주 : 얘기하지 않았느냐?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라고.

집사 : 그래? 그런데 왜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그랬지?

공주 : 혹시라도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랬다.

집사 : (얄밉게) 오... 아가씨가 살던 남부여로?

공주 : 그렇다.

집사 : 그런데 멀쩡히 있다가 왜 하필 여기 와서 그런 짓을 하지? 도련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나?

공주 : ...

집사 : 목걸이는 어디서 구했어?

공주 : ... (집사의 의심이 기분도 나쁘고 인철의 생각에 가슴이 아파진다)

집사 : 왜 대답을 못하지?

공주 : 내 말을 믿고 안 믿는 것은 네 자유지만 집사 나부랭이가 함부로 추측하고 되는 대로 지껄이는 소리에

         일일이 대답하고 싶지 않다.

집사 : (발끈한다) 집사 나부랭이? 천한 술집 계집 주제에.

공주 : 다른 건 다 용서할 수 있어도 내 명예를 더럽히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

         너 따위와 더 이상 상대하기 싫으니 썩 물러가라.


공주, 집사를 외면해버리고

집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눈초리로 공주를 보는데 딩동.

집사, 문을 열면 룸서비스가 들어온다.


집사 : 저 쪽으로.


룸서비스, 공주 앞에 음식을 놓고 나간다.


집사 : 곧 도련님이 오실 텐데 원하는 걸 얻으려면 속을 채워두는 게 좋을 거야. 일단 먹어 둬.

공주 : (무섭게 버럭) 네 이놈! 썩 물러가라지 않았느냐!


집사, 공주를 노려보다가 문을 꽝 닫고 나간다.

공주, 집사가 나간 문을 노려보다가 홧김에 손으로 확 집어먹는다.



#21. 공주 방 앞 복도


방 앞에 경호원들이 서 있다.


집사 : (방에서 나오며 일어로) 잘 감시해. 도련님 오시면 반드시 나한테 먼저 들르시도록 하고.


집사, 방문을 싸늘하게 돌아보고 돌아서 간다.



#22. 회의실 앞 복도


인철과 혁, 회의실을 나와 복도를 따라 걷는다.


혁 : 걔는 이동통신 회사 다니는 애가 어떻게 전화 매너가 꽝이냐? 회의 중에 그래도 되는 거냐? 참, 나.


인철, 혁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뭔가 골똘히 생각하며 걷는데


은비 : 강인철씨!


혁, 돌아보고 그냥 걸어가는 인철을 얼른 잡아 세운다.


인철 : 뭐? 왜?


혁, 턱짓으로 은비를 가리킨다.



#23. 커피숍 - 수정


인철과 은비, 냉랭한 얼굴로 마주 앉는다.

혁, 구석자리에 따로 앉아 두 사람을 힐끗힐끗 돌아본다.

인철, 모든 대답을 시큰둥하게 한다. (싸가지야! 할 때 같은 느낌으로)


인철 : 할 말이 뭔데?

은비 : 오늘 프레젠테이션, 뜻밖이었어.

인철 : ...

은비 : 준비 많이 했던데?

인철 : ...

은비 : 결과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주일 안에 연락이 갈 거야.

인철 : 알아.

은비 : 음...

인철 : 그 말 하러 보자 그런 거야?

은비 : 아, 그건 아니구, 부인에 대해서 몇 가지 좀 물어봐도 될까?

인철 : 어떤 부인?

은비 : 허, 부인이 여러 명인가 보지?

인철 : 나, 총각이야.

은비 : 그럼, 그 여잔 뭐야?

인철 : 어떤 여자?

은비 : 공주라는.. 여자.

인철 : ... 아무도 아니야.

은비 : 같이 산다던데?

인철 : 뭐가 궁금한데?

은비 : 그 여자 지금 어딨어?

인철 : ... 그 자식 좋아해?

은비 : 뭐?

인철 : 나한테 이러지 말고 궁금하면 그 자식한테 직접 물어봐. 나, 간다. (일어나며) 근데 너 점점 이뻐진다? (혁에게) 가자.


인철, 은비가 황당해 하는 사이에 나가버린다.


은비 : 하, 차, 별꼴이야.


은비, 이상하게 싫지 않다.



#24. 호텔 앞


타쓰지의 차가 급하게 서고 타쓰지, 차문도 안 닫고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25. 타쓰지 거실 - 수정


타쓰지, 방 안을 서성대고 있고 집사는 차분하게 앉아 얘기하고 있다.


집사 : 아무래도 모든 게 강인철이란 자가 꾸민 일 같습니다.

타쓰지 : 그게 무슨 얘기야?

집사 : (기가 막히다는 듯 픽 웃는다) 어이가 없어서.... 이번에는 미인도에 있는 목걸이까지 하고 왔더군요.

         다음에는 아마 그 옷까지 입고 나타나지 않을까요?

타쓰지 : 목걸이라니?

집사 : 똑같이 만들어서 지금 목에 걸고 있습니다.

타쓰지 : ... 진짜일 수도 있잖아?

집사 : 지금까지의 일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강인철이란 자가 먼저 도련님 앞에 나타나고 그 자가 저 여자를 끌어들였습니다.

         그때 그 자가 절 따라왔을 때 도련님 방에서 미인도를 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타쓰지, 골똘히 생각하며 방안을 서성댄다.


집사 : 세상에 닮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강인철이가 거래하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출신도 불분명한 천한 여잡니다. 처음부터 목걸이를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목걸이를 들고 나타난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타쓰지 : (점점 헷갈린다) 그런데 왜 여기서 뛰어내리려고 했을까?

집사 : (말도 안 되는 수작이라는 듯 비웃으며) 자기 말로는 남부여로 돌아가려고 그랬다더군요.

타쓰지 : ...

집사 : 교묘한 수작입니다. 어떻게든 도련님의 마음을 움직이고 주위의 관심을 끌어보자는 짓거리 아니겠습니까?

타쓰지 : ... 무슨 이유로?

집사 : 뻔하지 않습니까? 돈 때문이겠죠.

타쓰지 : ...

집사 : 당장 돌려보내십시오.


타쓰지, 한참동안 골똘히 생각한다.


집사 : 빨리 해결할수록 좋습니다. 어머니께서 아시기 전에.

타쓰지 : ... 원하는 게 돈이라면 줄 수도 있어.

집사 : (야단치듯 무섭게) 도련님.

타쓰지 : 이 일엔 나서지 말아줘. (나가려는데)

집사 : 도련님.

타쓰지 : (선다)

집사 : 도련님은 지금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단지 환상을 쫓고 있을 뿐입니다.


타쓰지, 집사를 잠시 노려 보다가 밖으로 홱 나가버린다.

집사, 걱정스럽다.



#26. 공주방 앞


타쓰지가 공주 방 앞으로 오면 경호원 한 명이 문을 열어준다.

타쓰지, 안으로 들어간다.



#27. 공주방 - 수정


타쓰지, 안으로 들어와 입구에 선다.


타쓰지 : 좀 들어가도 될까?


공주, 타쓰지의 소리에 홱 돌아보더니 앞에 있던 리모컨을 표창 던지듯 타쓰지에게 날린다.

타쓰지, 깜짝 놀라 가까스로 피하면 리모콘이 벽에 맞아 박살이 난다.


공주 : 신라의 도적놈들이 감히 나를 능멸하려 들다니!

타쓰지 : 미안! 집사가 뭘 오해한 모양인데, 내가 대신 사과하지.

공주 :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타쓰지 : (공주에게 다가오며) 마실 것 좀 줄까?

공주 : 됐다.


타쓰지, 트레이 위에 놓인 음식들이 흩어진 것을 보더니 자기가 그 앞에 앉아 공주가 남긴 것을 먹기 시작한다.


타쓰지 : (아귀아귀 먹으며) 오늘은 뭐 좀 먹었나 보네?

공주 : 너무 화가 나서 좀 먹었다.

타쓰지 :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쓰며) 근데 인철이하곤 무슨 일이야?

공주 :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강인철, 그 자에게서 무슨 연락이 있었느냐?

타쓰지 : (괜히 말 꺼냈다) 강인철? (픽) 이제 아리가 아니라 강인철이야?

공주 : 연락이 있었느냐?

타쓰지 : 아니.

공주 : (실망스럽지만) 흥! 낯이 있으면 연락을 못하겠지.

타쓰지 : ......그 목걸이가 그림에 있던 그 목걸인가?

공주 : (그제야 목걸이가 생각났다) 그래, 이 야광주가 초상화에 그려져 있는 바로 그 목걸이다.

타쓰지 : 한 번 만져 봐도 될까?


공주, 목에서 벗어서 내민다.


타쓰지 : 예쁜데?

공주 : 왜에 계시던 풍오라버니께서 내 생일 선물로 보내주신 거다.

타쓰지 : ... 남부여로 돌아가고 싶어?

공주 : 이곳에 오던 순간부터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너희들에게는 천사백년전의 일이겠지만

         내게는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니까....

타쓰지 :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뛰어내리면 어떡해?

공주 : ....

타쓰지 : 나하고 같이 방법을 한 번 찾아볼까?

공주 : (놀란 얼굴로 타쓰지를 보며) 무슨 방법을, 어떻게 말이냐?

타쓰지 : 온 길이 있으면 가는 길도 있을 테니까..


타쓰지, 슬픈 눈으로 보는 공주를 보며 빙긋 웃다가 목걸이를 목에 걸어준다.


타쓰지 : 볼 때마다 그 옷이네? 웬만하면 좀 갈아입지?



#28. 놀이공원 - 청룡열차


청룡열차가 뚝 떨어지듯 아래로 미끄러진다.

공주, 눈을 질끈 감고 있고 타쓰지의 얼굴은 하얗게 굳어있다.

뒷칸에 닌자들이 타고 있다.



#29. 바이킹


공주,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고 타쓰지, 토하기 일보직전이다.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까지 흘리던 타쓰지. 급기야 까만 비닐봉지를 입에 갖다댄다.



#30. 거리 - 수정


달리는 타쓰지의 차.

타쓰지, 운전을 하며 공주를 슬쩍 돌아본다.

공주, 우울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다.


타쓰지 : 재미없었어?

공주 : (뾰로통) 남부여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보자고 하지 않았느냐?


타쓰지, 피식 웃고 고개를 돌리다가 백미러로 아까부터 따라오는 닌자들의 차를 유심히 본다.



#31. 호텔 앞 (밤)


타쓰지의 차가 서고 타쓰지 차에서 내린다.

타쓰지, 공주의 문을 열어주고 에스코트하여 안으로 들어가다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은비를 보고 멈칫 선다.

공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데

은비, 경쾌하게 다가와 다짜고짜 타쓰지의 뺨을 사정없이 갈긴다.


은비 : (웃으며) 흐흥, 정말 웃기는 자식이네? (공주를 보고) 너도 웃겨!


은비, 홱 돌아서 간다.

공주, 난감하다.


타쓰지 :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공주의 등을 감싸며) 들어가자.


공주, 타쓰지의 손길을 탁 뿌리치고 혼자 안으로 들어간다.



#32. 인철이네 집 - 수정


거실 바닥에 소주병이 뒹군다.

인철, 침대에 엎어져 자고 있다.

인철, 식은땀에 젖어 있다.

인철의 꿈 속에 호위무사 시절 아리의 모습과 공주와의 하룻밤, 그리고 유석에게 죽임을 당하던 순간들이

마치 자신의 기억처럼 순간순간 지나간다.

전화벨.

인철,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뜨면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인철, 도대체 무슨 꿈이야?

인철, 전화를 받는다.


인철 : 여보세요.



#33. 호텔 커피숍


인철과 집사, 마주 앉아 있다.

인철의 앞에 돈봉투가 놓여 있다.


인철 : 사기를 치다니?

집사 : 피차 다 아는 얘기로 얼굴 붉히지 말고 이쯤에서 끝내지. 그 여자는 아마 조금 더 도련님과 같이 있게 될 거야.

         뭐, 금방 싫증을 내시겠지만.

인철 : ...

집사 :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으면 그거 먹고 떨어져. 그게 신상에 좋아.


집사, 일어나 가버린다.

인철, 한참동안 미동도 않아 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봉투를 집어 들어 내용물을 살핀다. 수표 한 장이 들어 있다.

인철, 봉투를 확 움켜쥐고 벌떡 일어나 나간다.



#34. 마케팅 사무실


인철, 문을 박차고 들어와 거침없이 타쓰지 방으로 들어가 다짜고짜 앉아 있는 타쓰지의 코 앞에 봉투를 내민다.


타쓰지 : 왜? 부족해?

인철 : (같잖다는 듯 웃으며) 많이 부족 하지.

타쓰지 : 너 욕심이 많구나?

인철 : 내가 아무리 욕심이 많은들 너 만큼이야 하겠냐?

타쓰지 : 얼마 더 필요해? 얘기해.

인철 : 이거, 너 가져! 껨값이야!


인철, 봉투를 타쓰지에게 홱 던지더니 의자에 앉아있는 타쓰지를 막 패기 시작한다.

타쓰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 달려 들어와 인철을 억지로 떼어낸다.


인철 : 사기? 그 기집애 말, 믿는다며? 그 덜떨어진 기집애가 니가 믿는다는 말 한 마디에 헬렐레 해서 쫓아갔는데, 뭐? 사기?


인철, 직원들에게 끌려 나가다가 모두 뿌리친다.


인철 : 개자식! (홱 돌아서 나간다)

직원들 : 실장님 괜찮으세요?


은비, 한 쪽에서 그 모습을 싸늘하게 지켜보며 미처 모르는 사이에 인철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35. 호텔 - 타쓰지 욕실 (밤)


타쓰지, 상처 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인철의 말과 집사의 말을 떠올린다.


인철 : 그 기집애 말 믿는다며?

집사 : 도련님은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단지 환상을 쫓고 있을 뿐입니다.


타쓰지, 혼란스럽다.



#36. 호텔 - 공주방 (밤) - 수정


타쓰지, 문을 슬며시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방 어디에도 공주가 없다.

타쓰지, 조심스럽게 안을 둘러본다.

책상 위에는 한문으로 된 역사서들이 잔뜩 쌓여져 있다.

타쓰지, 방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방문을 슬쩍 열어보는데

공주, 전화를 들고 심각한 얼굴로 연구를 하고 있다.


공주 : (수화기를 거꾸로 들고 들여다보며) 나와라. ... 게 아무도 없느냐? ... 다른 사람하고는 잘도 이야기를 주고받던데,

         어찌하여 나한테는 대답이 없는 거냐? ... 여봐라! ... (신경질적으로 팽개쳤다가 다시 들어 들여다본다)

         ... 강인철. 네 이놈. 끝까지 대답을 안 할 거냐? 관둬라. 에잇!


공주, 전화기를 확 내던지다가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본다.

타쓰지, 전화기를 못 쓴다는 사실에 기가 막히기도 하고 강인철을 부르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공주 : 언제 들어왔느냐?

타쓰지 : ... 방금.

공주 : (민망하다) 들어왔으면 기척을 낼 일이지,

타쓰지 : (잠시 보다가) 전화 할 줄 몰라?

공주 : 이 물건이 전화라는 거냐?

타쓰지 : ... 한번도 안 해봤어?

공주 : 안 해봤다.


타쓰지, 말없이 자기 핸드폰을 꺼내 인철의 번호를 누른다. 신호음.


인철 : (소리) 안녕하세요? 세계적인 브랜드 강남 어패럴. 강인철입니다.

타쓰지 : 나야.

인철 : ...

타쓰지 : 잠깐만,


타쓰지, 공주에게 다가가 귀에 전화를 대준다.

공주, 당황하여 물러나는데.


타쓰지 : 얘기해.


공주, 조심스럽게 전화기에 귀를 바짝 들이댄다.


인철 : (차갑게) 나, 바빠. 끊어! (탁 끊어버린다)


공주, 인철의 소리에 놀라 얼른 전화기에서 귀를 떼고 전화기를 보다가 다시 귀를 갖다댄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공주 : (타쓰지에게) 왜 아무소리도 안 나느냐?

타쓰지 : (전화를 자기 귀에 대본다) 끊어졌네. (보다가) 전화하는 거 가르쳐줄까?

공주 : ...


시간경과.

타쓰지, 공주에게 전화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공주,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타쓰지 : 숫자도 몰라?

공주 : 내가 알고 있는 문자가 아니다.

타쓰지 : ...


시간경과

종이에 한자와 아라비아 숫자로 일부터 십까지 적혀 있고

공주, 종이를 들여다보며 쓰며 외우고 있다.

타쓰지, 옆에서 그런 모습을 턱을 괴고 빙긋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37. 지에꼬 방


지에꼬, 전화를 하고 있다.


지에꼬 : 바보 같은 놈들. 그러게 서두르라고 했잖아? 타쓰지한테 오기 전에 처리를 했어야지.

            ... 집사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데? ..... 내가 한 번 가보지.



#38. 사무실 - 수정


타쓰지, 은비와 이대리, 직원들, 간이 회의테이블에 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

타쓰지, 공주 생각만 하고 있다.


이대리 : (타쓰지의 눈치를 보며) 강남어패럴이 점수가 제일 높게 나왔는데 어떡하죠?

은비 :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점수대로 해야지. 그럴려고 프레젠테이션 한 거 아니예요?

이대리 : 아니, 그거야 그렇지만.... 실장님하고 사이가 워낙 안 좋아서.... 안 그래요, 실장님?

은비 : 실장님이 그 정도로 공사구분 못하시겠어요? 안그래요. 실장님?

이대리 : 그래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일을 해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겠어? 안그래요, 실장님?

은비 : 담당자끼리 마음이 맞으면 되는 거 아니예요? 안그래요, 실장님?

이대리 : 실장님이 담당자시잖아. 안그래요, 실장님?

은비 : 실장님이 언제 회사 일에 관심이나 있으셨어요? 안그래요, 실장님?

이대리 : (당황한다) 어머, 어머, 고은비씨, 왜 그래?

타쓰지 : 고은비씨 말이 다 맞는데요, 뭐. 고은비씨 말대로 진행하세요.

이대리 : (환하게 웃으며) 정말이세요? 그래도 돼요?


타쓰지, 일어나 안으로 들어간다.


이대리 : (신나서 서랍을 뒤지며) 가만 있어봐. 강인철씨, 전화번호가 어딨지? (명함을 찾아드는데)

은비 : (명함을 뺏으며) 제가 연락할께요.


이대리, 열받는다.



#39. 옷공장


인철과 혁, 공장 안을 정리하고 있다.


혁 : 야, 근데 왜 연락이 안 오는 거냐? 이대리한테 전화 한 번 해볼래?

인철 : 됐어.

혁 : 왜?

인철 : 할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지방이나 뚫어보자.

혁 : 너, 연락 받았구나? 우리 안 된 거야?


노크소리.

두 사람, 돌아보는데 은비가 안으로 들어온다. 뜻밖이다.


은비 : 안녕!

인철 : 안녕?

혁 :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안녕!

은비 : (혁을 짝 째려본다)

혁 : 아니, 여기까지 웬 일이세요? 지금 원단 정리하느라 좀 지저분한데...

은비 : 괜찮아요. (공장 안을 한 바퀴 휘둘러본다)

혁 : (소파 위를 막 치우며) 좀 앉으세요.

은비 : (앉아서 인철을 안 보는 척 본다)

혁 : 차 한 잔 드릴까요?

은비 : 아니에요.

인철 : 왜 왔냐?

은비 : 왜 오다니? 원청 업체 담당자가 하청업체 방문한 거야. 됐어?

인철 : (놀라서 보고)

혁 : 원청업체? 하청업체? 그럼 우리가 된 거네? (입이 안 다물어진다) 하, 살다가 별 일이 다 있네? 내가 패션쇼를 다하구?

      그럼, 우리가, 뽑혔단 말씀이세요? 그런.. 거죠?

은비 : 축하해요.

혁 : 우와!! 감사합니다. 얌마, 우리가 해냈어! 은비씨, 정말 감사합니다. 이야! 우와!!

인철 : (찬물을 끼얹듯) 그런 일이면 전화하면 되지, 뭐 하러 여기까지 오냐?

은비 : 지나가는 길에 들른 거야.

인철 : 너, 나 보고 싶어서 왔지.

은비 : (벌떡 일어나며) 내가 약 먹었냐? 널 보고 싶어하게? 어머, 어머, 별 꼴이야! 유부남 주제에, 아니, 그건 아니라 그랬지.

         어쨌든, 별 꼴이야!


은비, 핸드백도 놓고 확 나가버린다.

인철과 혁,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데 은비, 다시 들어온다.


인철 : 저, 봐, 나 보고 싶어서 왔지.


은비, 핸드백을 집어 들더니 인철의 머리통을 핸드백으로 확 갈기고 나간다.


혁 : (반한 얼굴로) 정말 귀엽다.

인철 : 귀엽긴, 싸가지라니까!


인철과 혁, 서로 돌아보더니 입이 찢어지면서 하이 파이브를 한다.



#40. 몽따쥬 - 사무실


인철, 은비, 혁, 이대리, 그 외 직원들, 메이크업, 헤어 디자이너 등등

패션쇼 관계자들이 둘러 앉아 오랜 시간 회의를 하고 있는 느낌.

사이사이 은비가 커피를 나르기도 하고 일동, 컵라면을 먹기도 한다.

은비, 열정을 갖고 일하는 인철을 곁눈질로 몰래몰래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흘긴다.

회의 중간에 타쓰지가 나타나 괜히 둘러보고 나간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 실장의 등장에 너도나도 인사하고

타쓰지, 인철을 힐끗 보지만 인철은 일부러 타쓰지의 존재를 무시하듯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41. 몽따쥬 - 옷공장


원단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빵과 우유를 먹어가며 무섭게 일하는 인철과 혁. 디자인한 그림이 하나씩 실제 옷으로 변한다.

시간경과

인철과 혁, 일을 하며 각자 전화를 하고 있다.


인철 : 어, 오빠야. 나, 패션쇼 한다? 어, 그래..... 근데 돈 좀 있냐?...

혁 : 나야, 혁이. 우리, 패션쇼 해. 나중에 날자 알려줄께. 그래, 고맙다....

      돈 있으면 한 삼백만 꿔 줄래? 선수금은 나오는데....제작비가 좀 부족해서...

인철 : 여보세요. 어, 오빠다....어, 너도 소문 들었구나....그래서 말인데 돈 좀 꿔 줄 수 있냐? 많이는 아니고 한 삼백?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 사람, 동시에 전화를 끊는다. 한숨을 쉰다.



#42. 강남컨설팅


블라디보스톡에서 돌아온 부하 세 명이 걸레가 된 옷을 입고 초췌한 얼굴에 눈만 반짝거리며 춘추 앞에 서 있고

준하와 다른 부하들은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다.


춘추 : (한 명씩 얼굴을 어루만져주며) 고생들 했다.

부하들 : 죄송합니다, 회장님.

춘추 : 아니다. 너희들은 할 만큼 했어. 뱃사람들이 원래 좀 거칠지. 살아 돌아온 게 용하다.

부하들 : 면목 없습니다, 회장님.

춘추 : (지갑에서 삼만원을 꺼내주며) 근데 너희들, 비린내 너무 난다. 가서 좀 씻어라.

부하들 : 예, 회장님. (나간다)


춘추, 나가는 부하들을 잠시 보다가 준하가 건네주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춘추 : 정부장.

준하 : 예, 회장님.

춘추 : (창 밖을 내다보며) 도대체 우리 공주는 어디 갔을까?

준하 : 그 놈들의 고육지책 아닐까요?

춘추 : (날카롭게 째려본다)

준하 : (당황하여) 아니, 저, 페인트 모션....

춘추 : (갑자기 책상에서 장부를 집어 들어 치켜든다) 다시 얘기해봐.

춘추 : (얼른) 그러니까 뺑끼요...

춘추 : 뺑끼?


춘추, 때리려다가 멈칫 하고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데 인철, 들어온다.


인철 : 안녕하세요?


춘추와 준하, 험악하게 쏘아보는데.


인철 : 돈 좀 꾸러 왔는데요.


춘추와 준하, 서로 마주본다.


준하 : (고객에게 하듯) 아, 좀 앉으세요. (인터폰) 여기 커피!


춘추, 헛갈린다.



#43. 호텔 앞


고급 세단 두어 대가 들어와 서고 지에꼬, 차에서 내려 둘러본다.



#44. 로비


지에꼬,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로비를 가로지르는데

집사, 엘리베이터에서 뛰어나와 지에꼬 일행을 맞이한다.


집사 : (당황한 얼굴로 일어로) 어떻게 연락도 없이 이렇게 급히 오셨습니까?

지에꼬 :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으며) 타쓰지는?

집사 : 경영수업에 전념하고 계십니다.

지에꼬 : (픽 웃는다) 경영수업?

집사 : ....

지에꼬 : 집사가 보기에 어때? 정말 미인도하고 똑같이 생겼어?

집사 : (당황하지만) 예? 어떻게 그걸...

지에꼬 : 그렇게 눈에 띄게 설치고 다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지에꼬 타면 집사와 수행원 우르르 탄다. 문이 탁 닫힌다.



#45. 공주방


타쓰지, 공주에게 핸드폰을 준다.


타쓰지 : 한 번 해봐. 일번만 누르면 나한테 전화가 오는 거야.


공주, 1번 키를 누른다. 잠시후 타쓰지의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타쓰지, 씩 웃는다.


타쓰지 : 내가 해볼 테니까 받아봐.


타쓰지, 역시 1번 키를 길게 누르면 공주 핸드폰의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공주, 낯설어하는데.


타쓰지 : 자, 이렇게 위로 올리고 귀에 대는 거야.


공주, 타쓰지가 시키는 대로 귀에 대본다.


타쓰지 : (전화를 하며 문으로 나간다) 사람 보낼 테니까 나갈 준비하고 있어.


문이 탁 닫히는데 공주의 귀에서는 타쓰지의 소리가 계속 들린다.

공주, 신기한 얼굴로 계속 듣고 있다.


타쓰지 : (소리) 잘 들리지? 한 번 말해봐.

공주 : (전화기를 입에 대고 큰 소리로) 잘 들린다!!! (얼른 귀에 댄다)

타쓰지 : ... (소리) 작게 얘기해도 돼.

공주 : (다시 전화기를 입에 대고 큰 소리로) 알았다!! (다시 얼른 귀에 댄다)



#46. 복도 - 타쓰지 방 앞


타쓰지 : 금방 데리러 갈께. 끊을 때는 다시 내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일어로) 허.. 잽싸네.


타쓰지, 씩 웃으며 문을 여는데 집사가 서 있다.


집사 : 어머니께서 오셨습니다.


타쓰지, 굳는다.



#47. 타쓰지 거실


타쓰지, 방으로 들어오면 지에꼬가 창 밖을 보고 서 있다가 창에 비친 타쓰지의 모습을 보고 날카롭게 돌아본다.


지에꼬 : (이하 일어로) 일본으로 돌아오라는데 왜 말 안 들어?

타쓰지 : (표정없이 딱딱하게) 언제 오셨어요?

지에꼬 : 안돌아 오겠다는 이유가 뭐야?

타쓰지 : 그거 물어 보러 오신 거예요?

지에꼬 : 바보같은 놈. 운명적인 사랑, 어쩌구 해가면서 여자한테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줄 알았다.

타쓰지 : ...

지에꼬 : 여잔 어딨어?

타쓰지 : (집사를 흘기며 한국말로) 어떻게 된 거야?

집사 : (역시 한국말로) 저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지에꼬 : (날카롭게 일어로) 내 앞에서 한국말 쓰지 마!

타쓰지 : ...

지에꼬 : (다시 부드럽게) 얼마나 닮았는지 한 번 보자.

타쓰지 : (이상하다) 언제부터 내가 만나는 여자한테 그렇게 관심을 가졌죠?

지에꼬 : 집 안 보물을 닮은 여자가 나타났다는데 너라면 궁금하지 않겠니? 한 번 보고 싶은데?

타쓰지 : ......보여드리기 싫은데요.

지에꼬 : (비웃는다) 흥. 그래?

집사 : (지에꼬에게) 저, 피곤하실 텐데 우선 쉬시고 내일 다시 말씀하시죠. (타쓰지에게) 도련님, 지금 내려 가셔야 됩니다.

타쓰지 : 알았어.

지에꼬 : (타쓰지를 잠시 보다가) 내일 보자.


지에꼬, 문으로 가면 집사, 긴장한 얼굴로 문을 열어 주고 지에꼬의 뒤를 따라 나간다.

타쓰지, 지에꼬의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



#48. 패션쇼장


인철과 혁, 그동안 만든 옷을 여러 개의 행거에 가득 나눠 담고 죽 밀며 안으로 들어오면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두 사람, 가슴 부푼 얼굴로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을 달며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과 패션쇼장을 돌아본다.

은비와 이대리, 사람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은비, 괜히 새침한 얼굴로 째려보면 인철, 언제나처럼 활기차게 손을 흔들며 안녕을 외친다.

쭉쭉 뻗은 모델들, 한 명씩 두 명씩 안으로 들어와 대기실로 들어간다.

혁,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시간경과

무대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가고 있고 무대 위에서 모델들이 걸어다니며 리허설을 하고 있다.



#49. 에스컬레이터


채여사와 봉수, 나란히 타고 내려온다.

채여사, 봉수의 냄새 때문에 신경 쓰인다.


채 : 어, 냄새 어흐, (계단을 두어개 내려선다)

봉수 : (양복 냄새를 맡아본다) 무슨 냄새가 난다 그래?


채여사와 봉수,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서 행사장 입구로 들어서다가 엄박사네 식구들과 만난다.

구석에 골찌 세 자매도 떠들고 있다.


순자 : 어머, 사모님.

채 : 아니, 아줌마가 여긴 웬일이야?

엄 : 아이구, 안녕하십니까?

채 : (반갑다) 어머, 박사님도 오셨어요? 아니, 근데 여긴 어쩐일로...

엄 : 아는 사람이 오늘 작품 발표회가 있다 그래서.

채 : 아, 네. (봉수에게) 아, 여보, 우리 엄박사님.

봉수 : (이놈이 그놈?)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엄 : 안녕하십니까?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봉수 : (날카롭게) 무서운 분이시더군요.

엄 : 네?

봉수 : 아, 아닙니다. 정말 듣던대로 잘 생기셨네요.

엄 : 별 말씀을,

은비 : (다가오며) 엄마,

채 : 은비야.

은비 : 어? 아줌마도 오셨네? (채여사에게) 이쪽으로 와. 내가 제일 좋은 자리 잡아 놨어.

채 : (따라가며) 어, 그래. 가시죠.

봉수 : (엄에게 은밀히) 정말 다 나옵니까?

엄 : 네?



#50. 패션쇼장 입구


은비네와 엄박사네 식구들이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눈에 띄는 자리에 놓인 화환을 치우고 자기네가 가져온 화환을 놓는 춘추의 부하들.


이대리 : 어머, 그렇게 하시면 안되는데요?


춘추와 준하, 부하들, 언짢은 얼굴로 돌아본다.

이대리, 당황한다.


이대리 : (식은땀을 흘리며) 아뇨, 맘대로 하세요.


술집 아가씨들만 봐 오던 준하, 이대리의 고상한 자태에 숨이 멎는다.

이대리, 왜 저러지?

춘추일당, 다시 슥 고개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이대리 : 초대장 갖고 오셨죠?

춘추네 : (다시 돌아본다)

이대리 : (얼른) 들어가세요.


춘추네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51. 무대 뒤


인철과 혁, 바쁘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고 있는 모델들 사이를 의상들을 들고 누비며 체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클럽 언니들이 뛰어들어온다.


무용1 : 오빠! 우리 왔어.

인철 : 어? 왔냐?

무용2 : 웬일이야, 뻥인줄 알았더니 정말이네? 축하해.

인철 : 고맙다.

무용3 : 진짜 출세했다, 오빠.


모델들, 술집아가씨들을 뭐야? 하는 얼굴로 보고

무용들도 괜히 자격지심에 째려보며 자기들끼리 떠든다.


무용1 : 그러게 말이야.

무용2 : 오빠, 옷은 끝내주는데 모델들은 영 아니다. 우릴 쓰라니까.

무용3 : 무료로 해준다니까.

인철 : 외상값이나 갚아!

소리1 :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혁 : (혼자 낑낑대며 모델들 옷을 입히느라 바쁘다) 잠깐만요.

소리2 : 이건 어따 붙여요?

소리3 : 구두는 어떤 걸 신어야 돼요, 선생님?

소리4 : 핸드폰은 어따 달아요?

혁 : 야! 강인철!

무용1 : 되게 바쁘네.

무용2 : 우리 나갈께.


이때 은비가 바쁘게 들어오다가 무용들을 보고 소리를 꽥 지른다.


은비 : (꽥) 여기 관계자 말고 다른 분들은 나가주세요!


무용들, 은비를 짝 재려보더니 우르르 나간다.


무용2 : 얜 또, 뭐야?

은비 : 뭐?

무용3 : 나가면 될 거 아냐?

무용1 : 오빠, 잘해봐.

무용2 : 참 밖에 김춘추 회장님도 오셨어. 이따 봐.

인철 : (깜짝 놀란다) 뭐?

은비 : 자, 준비 됐죠?


인철과 혁, 마지막으로 일렬로 서 있는 모델들의 옷과 구두, 엑세서리, 머리 등을 점검하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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