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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지애] 1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3.13|조회수659 목록 댓글 0

[천년지애] 13











#1. 클럽 룸 (밤)


인철, 이미 취했다.

인철, 아가씨 두명과 어깨동무를 하고 미친놈처럼 노래를 하고 있다.

웨이터, 빈 병을 치우러 들어온다.


인철 : (노래 하다말고 마이크에 대고) 야! 한 병 더 갖고 와.

웨이터 : 예. 사장님.


인철, 다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른다.



#2. 술집 골목 (밤) - 수정


인철, 술집 기도들에게 죽도록 얻어맞고 있다.


기도1 : 돈도 없는 자식이 술은 왜 쳐 먹어?

기도2 : 이 자식. 카드도 한 장 안 갖고 다니냐?

인철 : (일방적으로 맞으면서도 전혀 기 죽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래, 죽여라, 자식들아. 죽여! 배째!

기도1 : 이 자식 이거 완전 또라이네.

인철 : 그래, 나 또라이다. 나 미쳤다. 또 때려 봐 때려. 때려!


기도들, 질린 얼굴로 인철을 버리고 간다.

인철, 축축한 뒷골목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하늘을 보며 낄낄 웃는다.



#3. 호텔 - 타쓰지 거실 (밤)


타쓰지, 문가에 서 있고, 공주, 허공을 응시한 채 멍하니 앉아있다.

집사, 작은 방에서 트렁크를 들고 뚱한 얼굴로 나온다.


타쓰지 : 주공주가 쓰던 방을 쓰세요. 서로 얼굴 맞대는 것도 껄끄러울 테니까.

집사 : 어머니께서 아시면 가만있지 않으실 겁니다.

타쓰지 : (대꾸도 않고 문을 확 열어준다)

집사 : 음.... 제가 없으면 불편하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텐데요.

타쓰지 : 내가 알아서 할게요.

집사 : ...그럼.


집사, 공주를 슥 째려보고 밖으로 나간다.

타쓰지, 방문을 닫고 공주를 잠시 보다가 천천히 다가온다.

공주, 여전히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타쓰지, 공주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타쓰지 : 다 내 잘못이야.....내가 잘못했다.

공주 : ....네 잘못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비롯된 일이거늘....누구를 탓하겠느냐?

타쓰지 : ....

공주 : (쏟아지려는 눈물을 꾹 참으며 힘없이) 내가 정말 돌아갈 수 없다면... 죽는 날까지 여기서 살아야 된다면....

         나는 어찌 해야 된단 말이냐...

타쓰지 : 내가 널 지켜줄께.


공주, 자꾸 아리의 말을 내뱉는 타쓰지 때문에 괴롭다.

공주, 꾹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타쓰지, 그런 공주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는데

공주, 문득 정신을 차리고 타쓰지의 손을 가볍게 쳐낸다.


타쓰지 : (무안하다) 목욕물 받아줄께.


타쓰지,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문이 닫히면 공주, 그제야 타쓰지 쪽을 돌아보다가 유리창에 비친 초췌한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공중전화부스 앞에서 자신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인철의 얼굴이 공주의 뇌리에 박힌다.

공주의 독백이 흐른다.


공주 : (독백) 그토록 그리워 한 사람이 나를 찾아 내 앞에 나타났는데, 무엇이 두려워 그에게 가지 못했을까?

         정말로 그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서인가? 아니면, 더 이상 아리가 나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서인가?

 

공주의 두눈에 눈물이 마르질 않는다.



#4. 욕실 (밤)


타쓰지, 물을 받는 동안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지에꼬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지에꼬 : (일어로) 이 목걸이가 내 손에 들어온 이상, 넌 이제 돌아갈 수 없어.


무슨 얘길까? 타쓰지, 점점 궁금해진다.



#5. 공주방 (밤)


집사, 뚱한 얼굴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현관 벨소리.

집사, 두 번 굴러 밖을 예리하게 살피고 삐진 얼굴로 문을 연다. 타쓰지가 서 있다.

시간경과

타쓰지, 집사와 마주 앉아 있다.


집사 : (놀라며) 저는 모르는 얘깁니다.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건지...

타쓰지 : 분명히 들었어. 목걸이가 내 손에 있는 한, 돌아 갈 수 없다고...

집사 : 저한테는 그저 도련님을 위해서 사기꾼 여자를 내쫓으라는 분부만 하셨을 뿐입니다.

타쓰지 : 그럼, 가짜라면서 목걸이는 왜 가져갔지?

집사 : ...

타쓰지 : 뭔가 이상해. 공주가 나한테 오는 순간 닌자들이 다시 나타난 것도 그렇고,

            어머니가 느닷없이 여기까지 온 것도 그렇고,

집사 : (점점 심각해진다)

타쓰지 : 어머니는 공주에 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집사 : 그럴리가요.... 사기꾼인데...

타쓰지 : 그래도 이상하지?

집사 : .......

타쓰지 : 한 번 알아봐 줘. 가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집사 : 며칠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타쓰지 : 물론.

집사 : (비장한 얼굴로 생각한다)

타쓰지 : (나가다가) 그런데, 내가 이께다상을 믿어도 될까?

집사 : (본다) 저는 언제나 도련님 편입니다.

타쓰지 : 공주 버렸잖아.

집사 : 도련님을 위한 일이라면 도련님이 싫어하시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타쓰지, 옅은 미소를 보내고 밖으로 나간다.

집사, 타쓰지가 나가자 결의 찬 얼굴로 다시 두 번 굴러 짐을 마저 정리한다.



#6. 호텔 - 작은방


잠에서 깨어나는 타쓰지,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잠시 눈만 껌뻑껌뻑하다가

문득 옆방의 공주가 떠올라 이불을 확 젖히고 맨발로 뛰어나간다.



#7. 호텔 - 거실 큰 방


문이 열려 있고 침대 시트가 깨끗하게 정돈 돼 있고 공주는 없다.

타쓰지,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데 공주, 욕실에서 나온다.


타쓰지 : (안도하며) 잘 잤어?

공주 : 그래. 잘 잤다.

타쓰지 : (씩 웃으며) 아침 먹자! (나간다)



#8. 호텔 식당


공주와 타쓰지, 밥을 먹고 있다.

타쓰지는 공주를 바라보느라 거의 먹지도 못한다.


공주 : (느닷없이 비장하게) 니가 보기에 내 꼴이 어떠냐?

타쓰지 : 응?

공주 : 비록 지금은 모두에게 잊혀진, 멸망한 나라지만, 명색이 한 나라의 공주였던 내가 지금 이 꼴이 뭐란 말이냐?

         더 이상 아무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사람들이 나를 공주로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이 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남부여 공주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내 앞가림은 내가 하겠다.

타쓰지 : ... (피식) 어떻게?

공주 : (당황하지만 위엄 있게)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 네가 알아봐야지.

타쓰지 : (귀여워 죽겠다)

공주 : 그리고 너에게도 임무를 부여하겠다.

타쓰지 : ?

공주 : 내 초상화와 목걸이를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오도록 해라. 만약 명을 어길 시에는 ... (잠시 보다가) 가만 두지 않겠다!!


공주, 막 먹는다.



#9. 일본 지에꼬 서재


보석 감정사, 돋보기를 눈에 끼고 목걸이를 감정하고 있고

지에꼬, 초조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감정 : (일어로) 가짭니다.

지에꼬 : 뭐야?


지에꼬, 파르르 떤다.



#10. 인철이네 집


인철, 장롱에서 공주를 주려고 자신이 만든 옷 두 벌을 꺼내 공주의 빈 보자기에 올려놓고

장롱 깊숙이 숨겨 놓은 공주의 진짜 목걸이를 꺼내 보자기에 같이 싼다.

인철, 쇼핑백에 공주의 싼 짐을 넣고 나가려다가 뭐 하는 짓인가 싶어

다시 보자기를 풀어 목걸이는 안주머니에 넣고 옷은 봉투에 집어 처넣는다.



#11. 엄박사네 집


순자, 화장을 하고 있고 숙희,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엄박사, 문을 열면 인철이 들어온다.


엄 : 어서와.

인철 : 안녕하세요?

순자 : 왜? 무슨 일이야? 밥 먹었어?

인철 : 예. (들고 온 봉투를 순자에게 건네며) 저, 이거.

순자 : 뭔데? (봉투를 열어본다)

인철 : 아주머니 옷하고 숙희 옷인데요, 남는 원단으로 만들어 봤어요.

순자 : 아유, 뭐 이런 걸.


숙희, 어느새 방에서 쪼르르 뛰어나와 봉투를 확 뺏는다.


숙희 : 어디 봐!

순자 : 아이구, 이게.

인철 : 공주 때문에 신세 진 것도 있구요. 여러 가지로 죄송해서요.

엄 : 뭘 그런 걸 갖고, 이웃 간에 신세는 무슨.


순자와 숙희, 신나서 옷을 꺼내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인철 : 그게 반짝이라 좀 야하거든요? 그래도 다른 거랑 잘 코디하면 괜찮으실 거예요. 워낙 바탕이 있으셔서.

순자 : (좋지만) 아무리 내가 왕년에 날렸다 그래도 이 나이에 소화하기엔 좀 그렇지 않을까?

숙희 : 오빠, 학생이 이런 거 입고 다녀도 돼?

인철 : 못 입을 거 뭐 있냐?

순자 : 근데 허리가 왜 이래? 정말 나 줄라고 만든 옷 맞아?

인철 : (씨침 뻑) 그럼요. 허리 그 정도 아니세요? 그냥 눈짐작으로 만든 거라.

순자 : 어떻게든 입어 보지, 뭐. 고마워.

숙희 : 오빠, 고마워. 입어 봐야지. (방으로 쪼르르 들어간다)

순자 : 나도 입어 봐야지. (숙희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인철 : 그럼, 가볼게요.

엄 : 아, 잠깐, 잠깐. (인철의 손을 잡아 앉히며) 잠깐만 앉아봐.

인철 : (엄이 이끄는 대로 바닥에 앉는다)

엄 : 내가 말이야. 그 공주 아가씨, 보통 관상이 아니라 그랬지?

인철 : 예.

엄 : 그 아가씨가 자네 집에 있을 때는 관상하고, 사주하고, 환경하고 잘 연결이 안됐거든?

      근데 자네 작품발표회 날 거기 앉아 있는 걸 보니까 딱 연결이 되더란 말이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인철 : 뭐가요?

엄 : 관상학적으로 볼 때 말이야, 그 공주라는 아가씨가 얼굴 전체에 상정 부위가 매우 발달되어 있고

      이마가 높이 솟아 가지런하면서 잡티가 없단 말이지. 이런 사람들이 신분이 귀격이거든. 안면팔상이라는 게 있는데

      위, 후, 청, 괴, 고, 박, 악, 탁. 그 중에 그 아가씨의 상은 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지.

인철 : 예? 위 뭐요?

엄 : 왕족의 상이라 이 말이야. 재백궁이 수려해서 재물도 있고, 상하공후형의 입술로 매사 정열적인 데다가 머리도 좋고,

      거기다 면여만월지성상화라, 외모만큼 성품도 화평하고 초지일관된 의지 속에 웅지를 펴 나갈 수 있는,

      눈과 코와 입에 균형이 잘 잡힌 성대한 관상이란 말일세.

인철 : 그래요?

엄 : 거기다가 사주팔자로 볼 때 최고로 귀한 운명에 제왕의 기운까지 서려있어.

인철 : (피식 웃는다) 걔가요?

엄 : 관상으로 볼 때도 왕족의 골상이고 사주로 볼 때도 옥새를 쥘 수 있는 왕족의 사주라는 거지.

인철 : ... (약간 심각해진다) 왕족이요?

엄 : 자기 말로도 자기가 공주라고 우기잖아.

인철 : (시큰둥) 그런가 보죠, 뭐.

엄 : 근데 그날 같이 앉았던 남자도 보통 관상이 아니던데?

인철 : 잘 됐네요. 왕자 공주 잘 만났네. 가볼게요. (일어난다)

엄 :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자네도...

인철 : 뭐요?

엄 : 아니야.

인철 : 아, 뭐요? 왜 저는 얘기하다 말아요?

엄 : 다 얘기해주면 난 뭐 먹고 살라고? 오십프로 디씨해서 만원만 내.

인철 : 이야, 정말 너무 하신다. 옷도 갖다 드렸는데.

엄 : 오천원.

인철 : 됐어요. 안 봐요.

엄 : 그럼, 관 둬.


인철, 일어서는데.


순자 : (방에서 나오며) 인철이 총각.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어. 아무것도 안 잠겨.



#12. 아파트 앞


인철, 자기 차로 온다.


인철 : (차에 타려다가 문득) 왕족?


인철, 씁쓸하게 피식 웃고 차에 올라 떠나려는데 전화벨 울린다.


인철 : 여보세요.



#13. 옷공장


인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 공장 안이 난리가 났다.

준하, 부하들을 시켜 옷들과 원단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고 혁, 얻어터진 채 구석에 찌그러져서 울고 있다.


준하 : 빨리 빨리 날라!

인철 : 아침부터 왜 이러세요, 부장님!

준하 : 부장님? 애들 풀라 그럴 땐 언제고 부장님?

인철 : 그 날은 제가 좀 급해서 그랬구요... 근데 이거 가져가시면 우리 옷은 뭘로 만들어요?

         옷을 만들어야 돈을 갚을 거 아니에요? 이거 원단도 다 외상으로 가져온 거란 말이에요.

준하 : 그거야 니 사정이고. 돈 갚아. 돈 갚고 찾아가면 될 거 아냐?

인철 : 정말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준하 : 너무해? 너, 서울에 술집이 몇 개나 있는지 아냐?

인철 : 예?

준하 : 뭐, 애들 풀어? 너, 그 말 한 마디 땜에 우리 그 날 밤 죽다 살아났어.

인철 : 죄송합니다.

준하 : 내가 성질 같으면 니들 그냥 확! 너, 내가 회장님 배려로 이 정도 하고 가는 거니까 그렇게 알고 내일까지 돈 갖고 와라.

         안 그러면 죽는다. 가자!


준하와 부하들, 미싱까지 챙겨들고 부하들과 함께 밖으로 나간다.

텅 빈 공장 안.

인철, 혁에게 달려간다.


인철 : 괜찮아?

혁 : (더 큰 소리로 운다) 으아아아아. 왜 저런 놈들한테 돈을 꾼 거야!!!!


인철, 기가 막히다.


인철 : 이 자식, 아직도 연락 없지?



#14. 로비


공주와 타쓰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타쓰지 : 가르쳐준 대로 해야 돼. 이랬느냐, 저랬느냐 하지 말고.

공주 : 알았다.

타쓰지 :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니까.

공주 : 알았..습니다.

타쓰지 : 그렇지.

공주 :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얘기하느냐?

타쓰지 : 잘못했습니다.

공주 : ... 괜찮습니다. 됐냐?


타쓰지, 씩 웃고 공주를 에스코트 하며 회전문 밖으로 빠져 나간다.



#15. 타쓰지 사무실


남자 직원들, 사무실 안으로 책상과 의자를 나르고

여직원들, 책상 위에 컴퓨터, 전화기, 파일철, 필기도구 등등을 올려놓는다.


이대리 : 누가 온대는 거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직원을 뽑았대?

은비 : 차! 실장 방에 책상을 들여놓는 건 무슨 경우래요? 사무실도 널널한데?

과장 : 비서라는 거 같던데?

이대리 : 비서? 어머, 원래 은비씨가 한국 생활 책임지기로 하지 않았어?

은비 : 요새 절 피하는 눈치더라구요.

이대리 : (고소하다는 듯) 아니, 실장님이 왜? 은비씨가 뭐 귀찮게 했어?

은비 : 어머, 이대리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이때 타쓰지, 공주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온다.


타쓰지 : 안녕하세요.


직원들, 돌아보다가 경악한다.


타쓰지 : 오늘부터 같이 근무할 거예요. 다 아시죠?

직원들 : (입이 안 다물어진다)

타쓰지 : 자, 인사들 나누세요.

직원들 : 아, 아, 안녕하세요.

공주 : 오냐. (앗!) 아. 안녕하십니까.

타쓰지 : 자, 그만 일들 보세요.


타쓰지, 직원들의 등을 떠밀다시피 우르르 내쫓고 직원들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자 버티칼을 쳐버린다.



#16. 사무실


직원들,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고 서로 돌아보다가 각자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은비, 타쓰지 방 쪽을 노려보다가 피식 웃는다.



#17.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인철과 혁. 혁의 얼굴은 엉망진창이다.


혁 : 난 괜히 온 거 같다.

인철 : 괜히 오긴, 보여줘야지.



#18. 다시 타쓰지 사무실


타쓰지 : (의자를 빼주며) 앉아봐.

공주 : (앉는다) 여기서 뭘 하는 거냐?

타쓰지 : (컴퓨터를 켜며) 일.

공주 : 일? 난 할 줄 아는 거라곤 바느질 밖에 없는데?

타쓰지 : 여기 그냥 앉아서 이거 갖고 놀고 있어. 자, 봐봐.


타쓰지, 공주 옆에 앉아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같은 전쟁게임을 켜더니 능숙하게 게임을 한다.

공주, 깜짝 놀라 컴퓨터 화면과 타쓰지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얼굴을 화면에 바짝 들이댄다.



#19. 마케팅 사무실


인철,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타쓰지의 사무실을 노려본다. 버티칼이 쳐 있어 안이 안 보인다.

혁, 열받은 얼굴로 인철의 뒤에 따라 들어와 선다.


이대리 : 어머, 안녕하세요?

인철 : 안녕 못 해요.

이대리 : 네? (혁의 얼굴을 보고) 어머, 어머!

인철 : (은비에게) 안녕.

은비 :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미소) 안녕.

혁 : (터프하게 인철이처럼) 안녕.

은비 : (마지못해) 안녕.

인철 : (이대리에게) 실장 안에 있죠?

이대리 : ... 네?


인철,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혁, 따라 들어간다.

직원들, 우르르 모여들어 안의 동정을 살핀다.



#20. 타쓰지 사무실


인철,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공주와 타쓰지를 본다.

인철의 뒤를 따라 온 혁, 씁쓸하게 웃고..

공주의 뒤에서 마우스 잡은 공주의 손을 잡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있던 타쓰지와 공주,

인철이 들어오는 소리에 그 자세 그대로 돌아본다.

공주, 인철을 보고 깜짝 놀라고 타쓰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허리를 편다.

인철, 웃음이 나온다.


인철 : 푸하하하!


인철, 딱 네 음절 웃고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을 다시 쏘아본다.


혁 : 안녕하세요. (공주를 슥 째려보고 남는 의자에 슬며시 앉는다)

타쓰지 : 무슨 일이야?

인철 : (호흡 조절이 잘 안된다) 후... 하... (공주에게) 너, 여기 취직했냐?

공주 : ...

인철 : 반짝이 붙이는 거 보단 나아 보인다.

공주 : ...

인철 : 회사가 무슨 애들 놀이터냐?

타쓰지 : (자기 자리로 가 앉으며) 왜 왔어?

인철 : (타쓰지 앞에 앉으며) 왜 돈 안줘?

타쓰지 : 기다리라 그랬잖아?

인철 : 언제까지? 기다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우리 디자이너 얼굴 좀 봐라. 니네가 우리 돈 떼먹어서 이 모양 아니냐?

타쓰지 : ...

인철 : 야, 그러지 말고. 너, 저런 애도 취직시킬 정도 능력인데 우리도 자리 하나씩 만들어주라. 요새 우리 정말 갑갑하거든?

         니네랑 계약한 거 다 날아갔지, 패션쇼한 거 돈도 못 받았지, 그 덕에 빚만 산더미지.

         이럴 때 능력 있는 부자친구 덕 좀 보자, 야.

타쓰지 : ... 그럴래? 자리 하나 만들어 줘?

인철 : 뭐, 임마?

타쓰지 : 니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니 말대로 나, 그럴 능력 있어.

인철 : (기가 막혀 웃는다)

타쓰지 : (인터폰) 고은비씨, 잠깐 들어오세요.

인철 : (어처구니가 없어 타쓰지가 하는 양을 지켜본다)

타쓰지 : 받을 돈이 얼마야?


은비. 들어온다.


타쓰지 : (은비에게) 강남어패럴 미지급금이 얼마죠?

은비 : (무슨 얘기야? 하는 얼굴로 보다가) 팔백 (?) 남았는데요.

타쓰지 :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열어 수표 여덟장을 꺼내 인철 앞에 내민다) 야!

인철 : (자존심도 상하고, 얄밉기도 하고 쳐 죽이고 싶기도 하다)

타쓰지 : (은비에게) 그룹에 패션 사업부가 있습니까?

은비 : 없는데요.

타쓰지 : 하나 만들지 뭐.

은비 : 네?

타쓰지 : (인철에게) 기획안 한 번 만들어 봐.

인철 :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는다) 너, 미쳤구나?

타쓰지 : 왜, 그런 거 안 만들어 봤어? 하긴, 그런 기획안은 너한텐 좀 무리겠다. 안 그래요, 고은비씨?


인철, 여인들 앞에서 자존심 상한다.


인철 : (돈을 챙겨 집어 들고 일어서며) 됐다. 관두자. 내가 너같은 놈한테 일자리 구걸하느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는 게 낫겠다. 자식아! 어쨌든 이건 내가 받을 돈이니까 가져간다.

         (공주와 타쓰지를 번갈아보며) 잘 해 봐라.


인철, 공주를 차갑게 돌아보며 혁과 함께 문을 발로 뻥 차고 나간다.

은비, 인철을 따라 나가고 공주, 인철의 눈빛에 가슴이 아프다.

타쓰지, 불쾌하다.



#21. 복도


인철, 사무실 문을 나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혁, 더 이상 쫓아 나오지 못하고 문에 서 있는 은비에게 후닥닥 인사하고 인철의 뒤를 쫓는다.


혁 : (따라가며) 어떻게 팔백만원을 지갑에 넣고 다니냐? 공주가 갈 만 하다 야.


인철, 씩씩대며 걷다말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전화를 한다.


인철 : 어, 정부장? 나야. 강인철.

준하 : (소리) 뭐?

인철 : 너, 지금 당장 애들 시켜서 아까 가져간 거 고대로 갖다 놔.

준하 : 뭐, 이자식아?

인철 : 돈 주면 될 거 아니야! 자식아!

준하 : 너 죽을래!!!!


인철, 전화를 확 끊고 다시 성큼성큼 걷는다.

혁, 불안한 얼굴로 막 쫓아간다.



#22. 강남 컨설팅


준하, 전화를 끊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부하들, 미싱과 마네킹, 반짝이 의상, 원단 등등을 나르고 있다.


준하 : 아흐!! 아흐!!! 내 이 자식을!

춘추 : 뭔데?

부하1 : 부장님. 이거 어따 놓을까요?

준하 : (이를 갈며) 강남 어패럴로 원위치! (춘추처럼) 강인철, 너 오늘 죽었어.


준하, 춘추의 존재도 잊은 채 밖으로 뛰쳐나간다.

춘추, 왜 저래? 하는 얼굴로 본다.



#23. 옷공장


혁, 구석에 무릎을 꿇고 있고 인철, 그 옆에 퍼질러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짐들이 공장 가운데 산더미처럼 무더기로 아무렇게나 쌓여있고

부하 한 명이 그 위에 마지막 물건을 집어던진다.


준하 : (돈을 세서 안주머니에 넣고) 너, 한번만 더 정부장이라고 불러봐.


인철, 말없이 준하를 올려다본다.

준하, 인철의 눈빛에 움찔 놀란다.


준하 :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진짜 죽어... (갑자기 큰 소리로) 얘들아! 가자!


준하, 서둘러 부하들을 데리고 나간다.

공장 안이 조용해진다.


혁 : 매를 벌어요, 매를. (너무 기가 막혀 픽픽 웃다가 점점 울먹이는 소리로) 어떻게 하루도 몸이 성할 날이 없냐?

      아니,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맞아도 되는 거냐? 내가 살면서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성질을 부릴 데서 부려야지.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니가 치우고 가.


혁, 힘겹게 일어나 옷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인철,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역시 힘겹게 일어나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하다가

확 팽개치고 옷더미 위에 풀썩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쥔다.

인철의 뇌리에 타쓰지와 공주의 모습들이 스친다.

패션쇼장에서의 공주와 타쓰지,

전화부스 앞에서 타쓰지를 따라 가던 공주.

사무실에서 게임을 하는 타쓰지와 공주,

마지막으로 자신과 키스하던 공주,

인철, 눈물이 핑 돌아 피식 웃음을 날리는데

은비, 들어와 엉망진창이 된 공장 안을 둘러보고 깜짝 놀란다.


은비 : 어머, 무슨 일이야?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얼굴은 왜 이래? 어떻게 된 거야?


은비, 인철의 얼굴을 들어 상처를 보려는데

인철, 고개를 옆으로 슥 돌려 외면한다.


인철 : 왜 왔냐? 우리 이제 니네 하고 볼 일 없는데?


인철, 일어나 공장 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은비, 자존심 상한 얼굴로 인철을 노려본다.


인철 : 가라.

은비 : ....

인철 : (치우다 말고 버럭) 가! 좀!

은비 : 너, 지금 누구한테 얻어터지고, 누구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인철 : ...

은비 : 창피하지도 않아?

인철 : ...

은비 : 친구한테 여자 뺏기고, 사채업자한테 얻어터지고, 사업은 망하고,

인철 : ...

은비 : 그래도 좋다고 자존심 팽개치고 달려온 여자한테는 버럭버럭 소리나 지르고.

인철 : 내가 언제 너한테 좋아해 달라 그랬냐?

은비 : 성질만 더러운 줄 알았더니, 머리까지 나쁘구나, 너?

인철 :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 알았냐?

은비 : 어머, 열등감까지 있네?

인철 : (너무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온다) 음허허허..

은비 : 도와줄까?


은비, 핸드백을 내려놓고 팔을 걷어 부치더니 막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은비 : 이거 어따 놔?


인철, 그런 은비를 미워할 수 없다.



#24. 포장마차 (밤)


인철과 은비, 술을 마시고 있다.

은비, 혼자 묵묵히 술만 따라 마시는 인철을 빤히 보고 있다. 긴 침묵.


은비 : ... 왜 한 마디도 안 해?

인철 : ...

은비 : 나하고 있는 게 싫어?

인철 : ... 고은비. ... 나 좋아해도 되냐고 물어봤지?

은비 : ...

인철 : 나, 좋아하지 마라. 나, 너같이 괜찮은 애가 좋아할만한 놈이 못된다.

은비 : ...

인철 : 먼저 갈게.


인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은비, 술을 얼른 비우고 후닥닥 따라 나간다.



#25. 포장마차 밖 (밤) (24-1 원래대로)


은비, 포장마차에서 나와 걸어가는 인철의 뒷모습을 잠시 보다가.


은비 : 야, 강인철!


인철, 돌아보면 은비, 성큼성큼 다가가 인철의 뺨에 뽀뽀를 확 해버린다.

당황하는 인철.


은비 : 너도, 괜찮은 놈이야. 또 보자.


은비, 홱 돌아서 간다.

인철, 앞날이 걱정된다.



#26. 타쓰지방 (밤)


공주, 잠 못 이루고 전화기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27. 호텔 작은 방 (밤)


타쓰지, 침대에서 책을 보며 잠을 못 이루고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1번을 누른다. 발신음.



#28. 인철이네 집 (밤)


인철, 침대에 누워 뒤척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인철, 누운 채로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는다..


인철 : 여보세요.

공주 : ...

인철 : 여보세요.

공주 : ... 나다.


인철, 갑자기 술이 확 깨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인철 : (눈물나게 반갑지만 부러 퉁명스럽게) 나가 누구야?

공주 : 벌써 내 목소리도 잊었느냐?

인철 : (눈물이 핑 돈다) .... 왜? 무슨 일인데?

공주 : ....그냥 한 번 해봤다.

인철 : ......왜?

공주 : (퉁명스러운 인철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프다)......

인철 : (끊었을까봐) 여보세요.

공주 : (목이 꽉 메인다)

인철 : (다급하게) 여보세요. 삐삐.

공주 : 이게 무슨 소리냐?

인철 : 빳데리 다 됐나 보다.

공주 : 빳데리가 뭐냐? 삐삐.

인철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인철,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홱 던져버린다.



#29. 타쓰지방 (밤)


공주, 전화가 끊어진 줄도 모르고 혼자 떠들고 있다.


공주 : ....살기가 그렇게 갑갑하냐? 이렇게 허무하게 목걸이를 잃어버릴 줄 알았으면 그냥 너한테 주는 건데 그랬다.

 

언제 들어왔는지 타쓰지, 공주의 손에서 전화기를 뺏는다.

공주, 깜짝 놀란다.


타쓰지 : 밧데리 다 됐잖아. 갈아줄게.


타쓰지, 자기 몰래 인철과 통화를 하고 있던 공주에 대한 질투 때문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 배터리를 떨어뜨린다.

타쓰지, 침착하게 배터리를 집어 들고 갈아 끼운다.


타쓰지 : 잘 자.


타쓰지, 문을 탁 닫고 나간다.



#30. 서재 (밤)


지에꼬, 돋보기를 끼고 공주의 일기(원본 두루마리)를 펼쳐 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가짜 목걸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에꼬, 점점 오리무중이다.

집사, 서고에서 서재로 들어서려다가 지에꼬가 있자 벽에 바짝 붙어선다.


지에꼬 : (안경을 벗으며 속으로 일어로) 그럼, 집사 말대로 진짜 공주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가짜라기엔 너무 똑같아. ... 그렇다면...


전화벨이 울린다.


지에꼬 : 여보세요........뭐야? 회사를 데리고 나가?.....한심한 놈...... 혹시 가짜라면 괜히 설 건드렸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 당분간 지켜보기만 해. ...그리고 그 놈 주변도 다시 한 번 찾아 봐....


지에꼬, 거칠게 전화를 끊고 이상한 느낌에 벌떡 일어나 서고로 들어간다. 집사는 간 데 없다.



#31. 인철이네 집 앞


인철, 차에 타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에 뒤를 홱 돌아본다.

조금 떨어진 차 안에 있던 닌자들, 확 엎드린다..

인철, 이상하다.



#32. 옷공장 앞


인철, 공장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가 저만치 떨어져 서는 닌자들의 차를 다시 발견한다.

인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슥 한 번 돌아보고 성큼성큼 차로 다가간다.

닌자들, 차 안에서 신문을 보는 척 한다.


인철 : (썬팅이 되어 있는 차 안을 들여다보려 애쓰며) 아저씨! 창문 좀 내려봐요.


인철, 앞유리로 얼굴을 확인하려는데 닌자들, 신문으로 얼굴을 가린다.

인철, 차문을 열려하자 닌자들 안에서 잠궈버린다.


인철 : (더 수상하다)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왜, 나, 미행해?


닌자들, 안되겠는지 급하게 차를 뒤로 빼서 인철을 확 지나쳐 도망간다.


인철 : 야!


인철, 몇 걸음 쫓아 뛰다가 선다.


인철 : 뭐야, 저 놈들?



#33. 옷공장


인철, 갸우뚱하며 안으로 들어온다.

혁,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이한다.


혁 : 어이 강인철, 너 사람 됐다. 이거 언제 다 정리 하고 갔냐?

인철 : (혁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바깥쪽을 돌아보며) 어디서 봤지?

혁 : 뭐가?

인철 : (거울을 떼어들고 소파에 앉아 상처를 들여다보며) 분명히 어디서 본 놈들인데...

혁 : 어떤 놈들이?

인철 : 야! 춘추네 애들 왔었냐?

혁 : 아니.

인철 : 돈도 다 갚았겠다. 걔들이 올 일이 없는데.

혁 : (짜증) 뭔데?

인철 : 야, 정말 깨끗해졌지? 어제 나랑 고은비랑 둘이서 밤늦게까지 다 치운 거야.

혁 : 뭐? 고은비랑? 둘이서?

인철 : 걔, 힘 좋드라.

혁 : 언제 왔는데?

인철 : 너, 가고 바로.

혁 : (안타깝다) 그랬냐?

인철 : 너, 고은비 좋아하지?

혁 : (마음과 반대로) 내가 그런 싸가지를 왜 좋아하냐?

인철 : 다행이다, 야. 난 괜히 너한테 미안해했잖아.

혁 : (긴장) 왜? 무슨 일 있었어?

인철 : 야, 여자애들은 왜 그러냐? (다시 거울을 들어 얼굴을 보며) 도대체 나한테 무슨 매력이 있는 거냐?


혁, 울고 싶다.

인철, 셔츠의 단추를 풀어 가슴을 열어젖히는데 공주의 목걸이가 드러난다.


혁 : 너 그거 아직도 니가 갖고 있냐? 그거 악세사리 카피하고 돌려준다 그러지 않았어?

인철 : 내가 줄라 그랬는데 그 멍청한 기집애가 카피한 걸 가져갔잖아.


인철, 순간 모든 게 정리가 되는 듯하다.


인철 : 목걸이?



#34. 은비네 집


채여사와 봉수, 굳은 얼굴로 앉아서 빵을 먹는데

은비, 콧노래를 부르며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는다.


은비 : (기분 좋게) 또 빵이야? 아침에 국 좀 먹자.

채 : (무섭게) 너,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은비 : 몰라.

채 : 몰라?

봉수 : (콧노래 부르는 딸이 불안하다)

채 : 누구랑 있었어?

은비 : 내가 얘기하면 엄마가 알아?

채 : 그러니까 누구랑 있었어, 얘기해 봐. 여자야, 남자야?

은비 : 엄마, 왜 그래?

채 : 너, 요새 그 자식 만나고 다니지?

은비 : 어떤 자식?

채 : (꾹 참으며) 내가 그 자식 가만 놔 둘 줄 알아?

은비 : (엄마가 싫다) 엄마 자식이야? 왜 자꾸 그 자식, 그 자식, 그래?

채 : (기가차다) 어머머? 역성을 들어?

은비 : 내 일 내가 알아서 해. 엄마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봉수 : (참다참다 버럭) 너,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부모니까 참견을 하지! 그럼 누가 참견을 해!! 말하는 싸가지 하고!

은비 : 어우, 오늘따라 왜들 이래?

채 : 니가 미모가 빠져, 학벌이 빠져, 집 안이 빠져.

      (남편을 슥 째려보고) 어디서 골라도 그런 저질, 쓰레기, 하빠리같은 놈한테 빠져?

은비 : 빠지긴 내가 뭘 빠졌다 그래?

채 : 엄만 딱 보면 알아! 눈빛 하나, 콧노래 한 소절만 들어도 니가 지금 어떤 상탠지 모를 거 같애?

      니네 아빠한테 단련된 세월이 얼만데.

봉수 : 아니, 거기서 내 얘기가 왜 나와?

채 : 시끄러!

봉수 : ...

채 : 내가 왜 무리해서 너, 뼈 빠지게 공부 시켰는데? 기껏 그런 놈이나 만나라고 강남으로 이사 온 줄 알아?

은비 : (짜증난다) 걔 괜찮은 애야, 엄마. 걔, 패션쇼하는 거 봤잖아. 실력도 있고, 근성도 있고,

채 : (말 끊으며) 그래, 잘 하면 어쩌다 성공할 수도 있겠지. 돈이야 갈비집 해서 벌 수도 있고, 옷장사 해서 벌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돈 만 있다고 다 되는 줄 아니? 그래봤자 그런 애들은 상류사회에서 쳐 주지도 않아.

      상류사회 애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데? 전문직하고 자수성가한 애들이야. 궁상맞고 피곤하잖니?

      의사, 변호사? 웃기지 말라 그래. 걔들도 평생 뼈빠지게 일해야 되는 직업이야. 너, 삼삼삼 법칙이라고 들어 봤니?

봉수 : 삼삼칠 박수?

채 : (째려보고) 삼 대 전에 이미 명문가고, 삼 대전에 이미 부자고, 삼대를 놀고먹어도 끄떡 없어야

      진정한 상류층이라 이 말이야. 그래서, 실장을 잡으라는 거야. 이 멍청아!!!

은비 : 그렇게 마음에 들면 엄마가 재혼해.

봉수 : 뭐?


은비, 홱 일어나 나가버린다.


채 : (입술을 깨물며) 이 자식을 그냥!!!



#35. 여직원 화장실 - 수정


은비,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다.

여직원들, 은비를 힐끗거리며 떠들고 있다.


여1 : 술집여자래.

여2 : 어머, 웬일이야?

여1 : 할 줄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대.

여2 : 그럼 뭐해?

여1 :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있대나 봐.

여2 : 어머머, 웬일이야? 얼굴은 이뻐?

여1 : 이쁘니까 그러고 있겠지. 박대리가 봤는데 숨이 멎을 뻔 했대.

여2 : 박대리가? 허, 그 자식 웃기는 자식이네?

여1 : 근데 너 코 올린다더니, 왜 아직도 안 올렸어? 요새 수술비 많이 내렸다던데?

여2 : 에이 에스를 받느니, 새로 출고하라던데?

여1 : 누가?

여2 : 박대리가!


여1, 2, 나가면 안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공주, 화난 얼굴로 나온다.

은비, 거울 속으로 공주를 본다.

공주가 나온 화장실 문에 ‘고장-사용금지’라고 한글로 써 있다.

은비, 기가 막히다.



#36. 회의실


텅 빈 회의실.

은비, 음료수 두 잔을 들고 들어오면 공주, 따라 들어온다.


은비 : 앉아.


공주, 둘러보고 의자에 앉으면

은비, 공주 앞에 음료수 한 잔을 내려놓고 자기도 앉는다.


은비 : 도대체 너, 뭐하는 애야?

공주 : ...

은비 : 너, 꽃뱀이야?

공주 : 꽃뱀이 뭐냐?

은비 : 강인철씨하고도 한 집에서 살았다 그러고, 실장님 호텔방에서도 본 적이 있고, 우리집에도 나타나고,

         스튜디오, 패션쇼장, 그러고보니까 정말 자주 보네,

공주 : ... (화끈거린다)

은비 : 지금은 사무실에까지.

공주 : ...

은비 : 거기다 술집에도 있었다면서?

공주 : ... 내게서 뭘 알고 싶은 거냐?

은비 : (픽 웃고) 집이 없어?

공주 : 없다.

은비 : 가족은?

공주 : ... 없다.

은비 : 나한테 금화라 그랬지? 금화가 누구야?

공주 : ... 몰라도 된다.

은비 : 실장님이 무슨 생각으로 너, 사무실에까지 데리고 나오셨는지 모르겠는데

         너, 생각이 있는 애라면 이런 데 쫓아 나오고 그러면 안돼.

공주 : ...

은비 : 사람이 아무리 모자라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어?

공주 : (창피하다)

은비 : 너, 강인철, 우리 실장, 세 사람이 어떤 관곈지 모르겠어. 아, 그 깡패두목도 있구나. 네 사람이었네?

         어쨌든 나도 꽤나 머리 좋고 눈치도 빠르다고 자부하는데 정말 너희 세 사람, 아니 네 사람 관계는 이해가 안 가.

         특히 너. 같은 여자로서 정말 창피하고 쪽팔려.

공주 : ...

은비 : 이놈 저놈 왔다 갔다 하면서 남자들 인생이나 망치고. 너, 강인철 인생도 망쳐놨잖아. 근데 지금은 또 실장이야?

         실장이 지금 너 때문에 사내에서 얼마나 곤란해졌는지 알아? 뭐, 그런 거 별로 신경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 일로 타격을 받을 사람도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충고하겠는데, 여자 망신 그만 시키고 정신 차려.

         너 같은 여자 땜에 단체로 욕먹는 거야. 그리고 너, 한글도 못 읽지? 근데 어떻게 남자들은 꼬시니? 그것도 재주다.

타쓰지 : 고은비씨!


은비,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타쓰지가 굳은 얼굴로 무섭게 노려보며 성큼성큼 다가온다.


은비 : (당황한다) 아니, 저는 입사선배로서...


타쓰지, 공주의 팔을 잡아 일으킨다.


공주 : (은비에게) 충고 고맙다.

은비 : 뭐?


공주, 앞서서 나가면 타쓰지, 은비를 한 번 흘기고 밖으로 나간다.


은비 : 하, 차!



#37. 복도


타쓰지, 회의실에서 나와 방향감각을 잃고 두리번거리는 공주의 손목을 확 낚아채 밖으로 끌고 나간다.

지나가던 직원들, 쑤군쑤군 거린다.



#38. 거리 - 수정


달리는 타쓰지의 차 안.

타쓰지는 타쓰지 대로 운전을 하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고

공주는 창 밖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피식피식 웃는다.

은비의 말을 생각할수록 눈에서는 눈물이 그리고 입에서는 헛웃음이 같이 나온다.

타쓰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길가에 차를 세운다.


타쓰지 : (공주를 돌아보며) 우리 결혼하자.


공주, 놀란 얼굴로 타쓰지를 본다.



#39. 호텔 - 타쓰지방문 앞 (밤)


타쓰지, 문을 계속 두드린다.


타쓰지 : 문 좀 열어 봐.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어? 쾅쾅쾅!!!



#40. 호텔 - 타쓰지 방 (밤)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는 공주의 얼굴 위로 여러 사람의 얼굴들이 지나간다.


혁 : (공주에게, 너무 화가 나 울먹이며) 너! 왜 인철이 인생에 끼어든 거냐? 인철이하고 내 인생을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니 직성이 풀리겠냐? 뭐 좀 될만하면 왜 꼭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고?

집사 : 도련님을 생각하면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니가 한 짓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약과야.

         도련님이 몸담고 있는 회사 행사에 참석했으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너하고 강인철이란 놈, 거기다 깡패들까지.

         후지와라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였나? 얼마나 더 큰 돈을 원하는지 모르지만 이쯤에서 조용히 떠나는 게

         니 신상에 좋을 거야. 다시는 도련님 주변에서 얼쩡거리지 마.

은비 : 이놈 저놈 왔다 갔다 하면서 남자들 인생이나 망치고. 너, 강인철 인생도 망쳐놨잖아. 근데 지금은 또 실장이야?

         실장이 지금 너 때문에 사내에서 얼마나 곤란해졌는지 알아? 뭐, 그런 거 별로 신경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 일로 타격을 받을 사람도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충고하겠는데, 여자 망신 그만 시키고 정신 차려.

         너 같은 여자 땜에 단체로 욕먹는 거야. 그리고 너, 한글도 못 읽지? 근데 어떻게 남자들은 꼬시니? 그것도 재주다.

타쓰지 : 우리, 결혼하자.


공주, 타쓰지의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41. 호텔 - 타쓰지 거실 (밤) - 수정


공주, 한 손에는 전화를 들고 한 손엔 트렁크를 끌고 방에서 나온다.

타쓰지, 문 앞에 서서 화난 얼굴로 공주를 빤히 본다.


공주 : 그동안 신세 많았다.

타쓰지 : ....

공주 : 이 전화는 가져가도 되겠느냐?

타쓰지 : ...어디 가는데?

공주 : 네가 알 거 없다.

타쓰지 : ....인철이한테 가는 거야?

공주 : ... 아니다.

타쓰지 : 그럼 도대체 어딜 가겠다는 거야?

공주 : ... 몰라도 된다.

타쓰지 : 우리 둘 말고 네가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공주 : 그동안 날 돌봐준 거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은 아닌 거 같다.

타쓰지 : (화를 버럭 낸다. 일어로) 아니긴 뭐가 아니야!!

공주 : 가겠다.


타쓰지, 공주를 확 잡아 벽에 밀어 붙이고 팔 안에 가둔다. 자꾸 유석이 떠오른다.


타쓰지 : 왜이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공주 : ....

타쓰지 : 내가 순순히 보내줄 거 같애?

공주 : ....비켜라.


타쓰지, 화난 얼굴로 가방을 빼앗아 던져 버리고 공주를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42. 타쓰지 방 (밤) - 수정


타쓰지, 공주를 침대에 확 던지고 위에서 공주의 두 팔을 꽉 눌러 꼼짝 못하게 한다.


공주 : (밑에 깔린 채 무섭게 노려보며) 무슨 짓이냐?

타쓰지 : (눈물이 핑 돌아) .... 넌 내 전부야....널 보낼 수 없어.

공주 : (흔들리는 자신이 괴롭다. 눈길을 피하며) 제발..이러지 마라....


타쓰지, 공주의 얼굴로 점점 다가가 입맞춤을 한다.

그 순간 공주,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타쓰지, 화난 얼굴로 공주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는데 노크 소리 들린다.


집사 : (소리) 도련님. 접니다.

타쓰지 : (밖에다 일어로) 기다려!

집사 : (소리)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타쓰지 : (일어로 꽥) 기다리라잖아!


타쓰지, 한참을 공주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타쓰지 : 목걸이, 안 찾을 거야?

공주 : ...

타쓰지 : ... 결혼하잔 말은 취소할게....간다고만 하지 마.....부탁이야.


타쓰지, 홱 돌아서는데.


공주 : 가겠다.


타쓰지, 그 자리에 굳고 공주, 타쓰지를 지나쳐 먼저 밖으로 나간다.



#43. 거실 (밤)


공주, 밖으로 나오면 기다리고 있던 집사, 전과 달리 경외하는 듯한 눈빛으로 공주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공주, 집사를 차갑게 돌아보면

집사,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공주, 팽개쳐진 트렁크를 집어 든다.


공주 : (차갑게) 오늘은 내 발로 나간다. 이 신라의 도적놈아!


집사, 놀란 얼굴로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타쓰지와 공주를 번갈아 본다.

공주,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당당하게 트렁크를 끌고 문을 꽝 닫고 밖으로 나가면

타쓰지, 방에서 나와 문을 잠시 바라본다.


집사 : (타쓰지에게) 안 잡으십니까?

타쓰지 : ... 다시 올 거야. (홈바로 가 술을 한 잔 따른다) 어딜 가겠어? 돈도 없고, 길도 모르고, 차도 없는데.


타쓰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초조하게 문쪽을 계속 돌아본다.


집사 : 그래도 무슨 험한 일이라도 당하시면..

타쓰지 : (의아하다는 듯) 웬일로 집사가 공주걱정을 다 하지? 갔다 온 일은?

집사 : 아, 예, 그게 서고와 창고를 관리하는 집사에게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서고에서도 가문의 보물급 서책만을

         보관하는 곳에 백제공주의 일기가 보관돼 있었는데 얼마 전에 없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답니다.

타쓰지 : 백제공주의 일기?

집사 : 그런 보물급 서책들은 우리 집사들로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소문만으로 떠돌다 말았는데

         더 놀라운 건 그 일기가 도련님이 갖고 오신 미인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겁니다. 동일인으로 추정하고 있는 거지요.

타쓰지 : 그런 미인도가 집안 서재 안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다니, 어떻게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를 하지?

집사 : 안 그래도 미인도가 여기까지 유출된 것을 나중에 알고 발칵 뒤집혔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타쓰지 : ...

집사 : 그리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목걸이인지 공주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가짜일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하시더군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역으로 생각하면 공주가 진짜일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타쓰지 : (씩 웃는다)

집사 : 왜 웃으시는 겁니까?

타쓰지 :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로) 그냥.

집사 : (도리질을 치며) 저는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쪽에 연락책을 하나 만들어놓고 왔으니까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죠.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가려다가 다시) 그런데 안 따라가 봐도 될까요?


타쓰지, 한참을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밖으로 막 뛰어나간다.



#44. 호텔 현관 앞 (밤)


공주, 트렁크를 끌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는데

현관 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차가 한 대씩 도착할 때마다 차에 타고 떠난다.

저만치에서 닌자의 차가 서 있다가 공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얼른 시동을 켜고 공주가 타는 차를 따라 갈 준비를 한다.

공주, 사람들이 손을 들어 차를 세우는 것을 보고 닌자들의 차를 향해 자기도 손을 번쩍 든다.

닌자들, 흠칫 놀라 공주의 근처에 차를 세운다.

아무 것도 모르는 공주, 차가 서자 그냥 탄다.



#45. 닌자의 차 안 (밤)


닌자들, 당황하여 얼굴을 가리고 식은땀을 흘린다.


공주 : 강인철이네로 가자.


닌자들, 잠시 갈등하다가 출발한다.

이름만 댔는데 군말 없이 가는 그들이 신기하다.

닌자의 차가 출발하면 타쓰지, 뛰어나와 두리번거린다.

타쓰지, 어디로 갔지? 걱정스럽다.



#46. 옷 공장 (밤)


인철과 혁, 오늘도 변함없이 바쁘게 언니들의 싸이즈를 재고 있다.


인철 : (그림을 그리며) 평상복인데 너무 파지는 거 아니냐?

꼬리 : 그래도 파줘.

인철 : 난 몰라, 너무 야해도.

꼬리 : 괜찮다니까.

무용1 : 오빤 근무복은 대범하면서 평상복은 왜 이렇게 소심해?

인철 : 알았어. 알았어. 이 만큼 판다.

혁 : 오늘 가봉 하는 언니가 어느 분이에요?

무용3 : 저요.

혁 : 이거 갈아입고 나오세요.

무용3 : 어디서요?

혁 : 안 볼께요.


무용3, 갈아입을 데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무용2가 속옷 바람으로 왔다 갔다 하며 갈아입자 자기도 아무데서나 갈아입는데

은비, 안으로 들어온다.

은비, 깜짝 놀란다.


은비 : 어머, 어머! 어머, 기가 막혀.


언니들,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은비를 째려본다.


꼬리 : 쟤, 뭐야? 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야?

혁 : (빨개진다) 안녕하세요.

인철 : (슥 보고) 너, 또 왜 왔냐?

은비 : (무안해하며) 나도 옷 한 벌 맞출까 하고 왔는데 여기 왜 이래, 분위기가?

꼬리 : 분위기가 뭐 어때서?

인철 : 아, 그래? (혁에게) 야, 싸이즈 좀 재라.

혁 : (좋아하며) 어, 그래. 이쪽으로 오세요.

꼬리 : (작은소리로) 그때 걔 맞지?

무용1 : 우리더러 나가라던 애?

꼬리 : 응. 재수 없어. 오빠 우리 다음에 올께. 야, 빨리 입어. 다음에 오자. 대충 걸치고 나가.

인철 : 그래. 잘 가라.


언니들, 은비를 괜히 툭툭 치며 나간다.


은비 : 어머, 어머. 이 여자들, 왜 이래?

혁 : 좀 거칠죠? 자, 팔 쭉 벌리세요.


혁, 은비의 사이즈를 재기 시작한다.


혁 : 적어라. 34.

인철 : 오!!

혁 : 24.

인철 : 오!!!

혁 : 34.

인철 : 오!!!!

혁 : (입이 안 다물어진다) 완벽하십니다.



#47. 인철이네 집 앞 (밤)


닌자들, 인철의 집 근처에 차를 세운다.


공주 : (마치 고향에 돌아 온 느낌이다) 맞다. 여기가 맞다. 제대로 알고 있구나. 수고들 했다.


닌자들, 미치겠다.

공주, 차에서 내려 가방을 끌고 인철의 아파트 현관으로 향하는데

은비의 차가 끽 서고 인철, 차에서 내린다.

공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인철을 발견하고 활짝 웃고 다가가려는데

차에서 내리는 은비를 보고 굳은 얼굴로 선다.


인철 : 고맙다. 태워줘서.

은비 : (차문을 잠그고 다가와 인철의 팔짱을 낀다) 차 한 잔 주라.

인철 : 아, 왜이래? 놔. 빨리 가. 우리 집에 차 없어.

은비 : 그럼 커피 줘.

인철 : 밤에 커피 마시면 잠 못 자.

은비 : 그럼, 물 줘.

인철 : (피식 웃고)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그렇게 막 들어오겠다 그러는 거 아니다.


인철, 팔장을 슥 빼고 들어가려는데.


은비 : 강인철!


은비, 인철이 돌아보면 인철의 얼굴을 부여잡고 뽀뽀를 확 해 버린다.

인철, 기가 막혀 은비를 보는데.


은비 : (상기된 얼굴로 활짝 웃으며) 잘 자.


은비, 차에 타고 붕 떠난다.

인철, 가는 은비의 차를 잠시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다가 느낌이 이상해 돌아본다.

공주, 자기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는다.

공주, 울지 않으려 애쓰는데 자꾸 눈물이 흐른다.

인철, 공주를 보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첨부파일 천년지애 1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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