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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추적자]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7.18|조회수582 목록 댓글 0

[추적자] 02











씬1. 도로 (낮)


메마른 얼굴, 부스스한 머리, 까칠하게 자란 수염의 홍석,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그 얼굴 위로


혜라(소리) : 피해자 아버지가 장례식장에서 나왔답니다. 사고현장으로 간 것 같습니다.


비로소 보이는 전경. 수정의 사고 현장이다.

도로가 깨끗하게 다시 포장되어 있다. 그 위로


혜라(소리) : 도로 포장공사 마쳤습니다. 스키드 마크도, 그 어떤 흔적도 못 찾을 겁니다.


홍석, 둘러보다가 시선이 멈춘 곳. 저만치 설치되어 있는 교통 CCTV를 보는데서.


혜라(소리) : 물론 목격자도 없구요.



씬2. 호텔 복도 (낮)


동윤과 혜라,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혜라 : (대사 이어지는) 교통계에는 (하는데)

동윤 : (자르며 OL) 영국대사 면담, 몇 시랬지?

혜라 : (이 얘기를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걸 느끼곤) ... 여섯십니다.


동윤과 혜라, 레스토랑 문 앞에 선다.

동윤, 들어가려는데


혜라 : 잠시만요.

동윤 : (돌아보면)

혜라 : (동윤의 넥타이 바로 매주고, 흘러내린 머리카락 올려주고,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유태진 대표 밑에서 4선까지 한 의원입니다. 그런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실려구요?

동윤 : (숨결이 느껴질 듯 가까이 있는, 혜라의 얼굴을 보며) 정치란 건 말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냐.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거지.


동윤, 레스토랑 문을 열려다가 잠시 멈춘다.

혜라, 본다.

동윤, 문고리를 잡은 채 그대로 서 있다.


동윤 : ... 뭐하는 사람이랬지?

혜라 : (마음에 걸려있구나 싶은) ... 강력계 형삽니다.


동윤, 불안인지 죄책감인지 모를 낮은 한숨을 쉬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서.



씬3. 경찰서 복도 (낮)


경찰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홍석, 달려가는데.

저만치서 달려오는 황반장과 조형사.


황반장 : 홍석아!!!

홍석 : (그 소리에 서는)


달려오는 황반장과 조형사, 헉헉 거친 숨을 쉰다.


황반장 : 내일까지 연차냈다.

조형사 : (OL) 저두요.

홍석 : (고맙다, 그들이) ... 반장님.

황반장 : 수정이 태어나던 날, 니하고 내하고 산부인과에서 같이 밤샜다이가. 수정이는 내 딸이나 매한가지다.

            (하며 홍석의 어깨를 툭 치는)


홍석 일행, 복도를 달려가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조형사 : (받는) 어. 엄마. 나 지금 바쁜데 (하다가 놀란) 상견례가 오늘이야? (달리면서 골치 아픈 듯 머리 헝클이며)

            그냥 엄마 아빠 둘이 나가. 아, 상견례 한 두 번 하나? 참. 그 쪽은 상견례 처음이니까 적당히 긴장한 척, 장단 맞춰 주고.


홍석 일행, 어느 사무실로 달려 들어간다.

현판이 보인다. 교통계다.



씬4. 경찰서 교통계 (낮)


홍석, 잔뜩 흥분해있다. 책상 내리치며.


홍석 : CCTV 있잖아! 찍었잖아! 근데 파일이 없어? 왜?

교통 : (자료정리하며, 건성으로) 뉴스는 좀 보고 삽시다. 경찰청 해킹 당했습니다. 싹 다 지웠어요.

         (앞자리 형사에게 서류철 넘기며) 이거 처리해. (다른 서류 또 정리하며) 우리도요. 날밤 까구요.

         사건 하나하나 손으로 정리하는 중 입니다.

홍석 : 백업은? 니들 백업파일도 안 만들어 놨냐구?

교통 : 것두 날라 갔어요. 김순경 밥 시키자. 난 순두부 (하는데)


홍석, 멱살 잡아 확 일으키는.


홍석 : (충혈된 눈) 현장 조사는? 사고 잔해물 수집은?

교통 : (캑캑거리며) 담, 담주에 할랬는데. 봤. 봤다면서요. 도로 확 갈아엎은 거.

황반장 : (홍석을 만류해서 교통을 자리에 앉히며) 홍석아. 나라. (교통에게) 그라믄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이거가?

교통 : (짜증나는 듯 옷매무새를 거칠게 바로 하고, 책상 저쪽의 증거봉지 안에 있는,

         수정의 사고 당시 입었던 옷을 가져와서 보여주며) 이게 전붑니다.


홍석, 본다. 그 옷을. 딸의 옷. 그 위로 보이는 선명한 타이어자국들.

홍석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그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1부. 씬6. 홍석이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딸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던 모습 잠시.

홍석,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다. 두 손으로 책상을 힘겹게 짚고 서 있다.


교통 : 근데 희한하네. 이 타이어가 샘플이 없어요. 웬만한 건 우리가 다 있는데.


황반장, 그 말을 듣곤, 저만치 서 있는 조형사를 본다.

조형사, 멈칫.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절대 안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홍석, 책상을 짚은 두 손, 충혈된 눈으로 조형사를 돌아본다.

... 그 눈빛. 조형사, 후 한숨 한 번 쉬곤, 머리 한 번 헝클이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서.



씬5. 타이어 회사 전경 (낮)


** 타이어 로고가 보인다. 그 위로


첫남편 : (시비 걸듯) 남숙아. 너 핸드폰 요금 아직도 내 통장에서 나가더라?



씬6. 타이어 회사 연구실 (낮)


첫남편, 컴퓨터 작업으로 타이어 샘플링을 비교하고 있다.

그 뒤 홍석 일행이 서 있다.


첫남편 : (컴퓨터 작업하며) 아, 사람이 이혼을 했으면 인간적으로 커플폰은 해지해야 되는 거 아닌가?

조형사 : (황반장을 보며) 반장님, 7년 연애하고 결혼 한 달 만에 바람나서, 위자료 한 푼 안주고 이혼한 놈들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습니까?

첫남편 : (자료 조사하는 거 멈추곤, 회전의자를 돌려 조형사를 바라보며) 난 분명히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 생겼다구.

            너랑 결혼 못한다구. 근데 니가 모텔 숙박카드 갖고 와선, 혼빙간으로 처넣겠다고,

            청첩장하구 수갑 중에 선택하라고 협박하는 바람에 (하는데)

조형사 : (발로 회전의자 툭 차서, 첫남편 돌려 앉히곤) 일이나 하세요.


황반장, 동그래진 눈으로 조형사를 본다.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조형사, 근처 타이어 견본들을 보며, 외면하는.


홍석 : ... 찾을 수 있겠습니까?

첫남편 : 제가요. 여자보는 눈은 없어도 타이어보는 눈은 국내 최곱니다.

            (컴퓨터 작업하며, 조롱하듯) 축하한다. 또 이혼했다며?

조형사 : (흥! 팔짱끼곤) 나 또 결혼해.

첫남편 : (비웃는) 아이고, 나이 서른 둘에 벌써 시부모가 여섯 명이네. 이런 추세면 열 명 채우겠다. 야.

조형사 : (우씨! 해서, 주먹 쥐고 다가가려는데)

첫남편 : (탁자 탁! 내리치며) 찾았습니다!

홍석 : (근처에 있던 의자를 당겨서 앉는다)

첫남편 : 아이고 요놈. 비싼 놈일세. 스웨덴산. 수제 스포차카에만 장착된 타이어네요.

            (컴퓨터 모니터로 타이어 무늬 맞춰서 보여주며) 수입가가 2억이 넘구요. 국내에는 300대 정도 팔린 차량입니다.

            (출력된 타이어 자료를 홍석에 게 건네는)

홍석 : (다급하게 일어나며, 자료 받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홍석, 달려 나간다.

그 뒤를 따라 나가는 황반장과 조형사.


첫남편 : (외치는) 이번 결혼식은 바빠서 못 간다. 다음 결혼식엔 꼭 갈게. 연락해.


달려가던 조형사, 불끈해서 돌아서려 하자, 황반장이 잡아채서 끌고 가는데서.



씬7. 호텔 레스토랑 룸 (낮)


식사가 거의 끝난 분위기.

동윤과 김의원, 디저트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김의원 :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다) 허허허.... 큰 나무에 둥지를 틀어야 비바람을 막아주지요.

            나한테 큰 나무는 유대푭니다.

동윤 : ...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겠습니까?

김의원 : (커피 마시곤, 입가에 묻은 커피를 닦으며) 이거, 못난 선배지만, 정치 후배 한테 충고 하나 해도 될까요?

동윤 : ... (보는)

김의원 : (안경 벗어 휴지로 안경알을 닦으며, 한자씩 또박또박 씹듯이) 까. 불. 지. 마.

동윤 : (마시려던 커피 잔을 내려놓고, 김의원을 똑바로 본다)

김의원 : 너 같은 놈, 선거 때마다 나와. 무공해 정치인, 개혁의 기수, 놀고 자빠졌네.

            여론 믿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들. 잘 들어.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게 아냐. 세력이 하는 거지.

동윤 : ... (보는)

김의원 : 너한테 세력 있어? 지지율? 믿지마! 스캔들 하나에 무너져. 장인회사? 정치자금? 그 정돈 유대표도 있어.

            (똑바로 보며) 고개 숙여! 무릎 꿇어! 유대표한테! (안경 다시 쓰곤, 사람 좋은) 허허허. 이거 제가 말이 과했나봅니다.

동윤 : ... (보는)

김의원 : 오늘 이야기는 안 들은 걸로 합시다. 계산은 제가 하지요. (나가려는데)


똑똑, 노크소리 들린다. 들어오는 사람, 장병호다.

김의원, 멈칫 제자리에 앉는다.


동윤 : (돌아보지도 않고 김의원을 바라보는 채로) 대법관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김의원 : (대법관의 방문을 동윤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

장병호 : 식사하러 왔다가 강의원이 여기 있다길래. 인사나 하고 갈려구. (동윤의 옆에 앉는다)

동윤 : (김의원을 바라보는 채로) 인사 나누시죠. 김창재 의원입니다.

김의원 : (어색하게 목례하다가 보면)

장병호 : (고개도 숙이지 않고, 빤히 김의원을 보고 있다)

동윤 : 김의원님, 선거법위반으로 대법원에 계류돼있습니다. 그 사건, 대법관님이 맡으셨다구요.

장병호 : (눙치는) 그런가?

동윤 : 20년 동안 국민을 위해서 봉사했는데, 선거 때 동네 어른들 용돈 좀 드렸다고, 피선거권 10년 박탈되면,

         정치인으로서는 사망선고 아닙니까? (김의원을 보는 채로, 앞에 놓인 물잔을 든다)

장병호 : (주전자를 들어, 그 잔에 물을 채워 주며, 담담하게) 어떡하겠나. 법대로 해야지.

김의원 : (동윤과 장병호를 보는 눈빛이, 떨리고 있는)

동윤 : 이번 주말에 운동 같이 하시겠습니까? (잔 내려놓는)

장병호 : 그러지. (주전자 내려놓는)

동윤 : (끝까지 김의원만을 보는 채로) 김의원님, 같이 가시겠습니까?


김의원, 동윤을 보는 시선이 점점 떨리는데서.



씬8. 어느 회의실 (낮)


김의원의 얼굴만 클로즈업 되고 있다.


김의원 : 우리 정치발전연구회가 이번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는... (한숨 쉬는데서)



씬9. 당사 복도 (낮)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어느 기자가 멘트를 따고 있다.


기자 : 대한국민당의 중진의원 모임인, 정치발전연구회에서 강동윤 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하는데)


동윤, 문을 열고 나온다. 뒤따르는 혜라.

달려드는 기자들.


기자 : (마이크를 갖다 대곤) 정발연에서 강동윤 후보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동윤 : (걸어가며, 미소로) 누가 지지를 하든 누가 반대를 하든, 저는 제 갈 길을 갈 뿐입니다. (하다가 보는 곳)


저만치서 다가오는 남자. 유태진이다.


유태진 :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아이고. 축하하네. 강의원. (악수하는)

기자2 : 유대표님. 정발연의 반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태진 : (갸웃) 반란이라구요? ...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입니다.

            자기들이 판단하고 (근처에 있는 김의원을 보며) 자기들이 책임지는 거지요.

김의원 : (유태진의 시선에, 고개 못 들고 숙인다)

유태진 : (너털웃음 웃으며 동윤을 가볍게 포옹한다. 동윤의 귀에 대고 낮게) 내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웠거든.

            귀엽다 귀엽다 하니까 이 놈이 내 밥상에 올라와. 어. 떡. 하. 면. 좋을까?

동윤 : (유태진의 귀에 대고 낮게) 저한테 주십시오. 청와대에 가서 잘 키워보겠습니다.


허허 너털웃음을 웃는 유태진.

미소로 그런 유태진을 보는 동윤. 둘이 악수를 나눈다.

그 둘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데서.



씬10. 법정 (낮)


판사 : 검사 증인신문 하세요..... 검사!


검사석의 최정우, 법복을 입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입가에 침이 흐르고 있다. 그 위로


판사(소리) : 검사!! 검사!!!


그 소리에 벌떡 깨는 최정우, 급하게 입가에 묻은 침을 닦곤 서류를 뒤적인다.

방청석에 앉은 서지원, 어처구니가 없다. 쯔쯔.. 혀를 차는데서.



씬11. 검찰청 복도 (낮)


법복을 입고 걸어가는 최정우, 그 뒤를 따르는 서지원.


지원 : 이번 사건 분명히 배후가 있어요.

정우 : (하품 찍 하며) 있겠지.

지원 : 근데 왜 안 캐는 겁니까?

정우 : (걸어가며) 울 엄마 시골에서 고구마 캐서 나 키웠거든. 그니까 나는 아무 것도 안 캐고 편하게 살려구.

지원 : (갸웃! 뭔 말인가 잠시 생각, 이내 뒤를 따르며) 꼬리만 자르고 이 사건 덮으시겠다는 건가요?

정우 : (하품, 시큰둥, 걸으며) 꼬리 자르는 것도 어려워.

지원 : (어이없는) 배후가 무서워서요? 상부에서 압력을 받았나요?


정우, 그 말에 확 뒤 돌아선다.

바로 뒤를 따르던 지원, 정우의 배에 퉁 부딪힌다.

한 두 발짝 뒤로 물러나는 지원, 비틀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는다.


정우 : 어이, 기자 아가씨. 나 좀 편하게 삽시다.

지원 : 어이, 검사 아저씨. 다른 사람 살리는 게 직업 아닌가요?

정우 : (잠시 생각, 맞다)


정우, 돌아서서 빠르게 걸어간다. 뒤따르는 지원.


지원 : (빠르게 내뱉는) 보강수사 할 계획은 없으십니까? 관련자들 증언에 일관성이 없는데. 공소유지는 가능하다고 보세요?

정우 : (혼잣말) 졌다. 돈도 많고. 말도 많고. 만세.


정우, 검사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씬12. 검사실 (낮)


들어오는 최정우, 따라 들어오는 지원.

홍석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정우 : (책상으로 가며) 황반장님. 수사 지휘서는 어제 보냈는데요.

황반장 : (두 손 비비며 다가오는) 쪼매 부탁드릴게 있어 갖고예.

홍석 : (다가와) 압수수색영장 하나만 발급해주십시오.

정우 : (여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법복을 벗고 있다) 영장이 무슨, 애들 스티컨지 아나?

홍석 : 제 딸이 떠났습니다. 사고로.

정우 : (옷을 벗다가 잠시 멈칫)

홍석 : 수입차 고객 명부가 필요합니다. 검사님.

정우 : (법복을 옷걸이에 걸고 양복 상의를 입으며) 영장은 절차를 밟으세요. (앉는데)

홍석 : (다급한) 발인이 내일입니다. 그 전에 꼭 잡아야 됩니다.

정우 : (잠시 갈등, 여직원에게) 오늘 영장판사 누구야?

여직원 : 오동진 판삽니다.

정우 : ... 오동진이면 지난주에 나하고 술 먹다가 싸운놈?

여직원 : 네.

정우 : (머리 긁적이곤) 안 되겠네. 다른 방법 찾아보세요. (하다가 전화 받는) 네 부장님. 네. 가겠습니다. (일어나 나가려는데)

홍석 : (정우의 앞을 막아서며) 뭐가 어려워? 영장하나 치는 게 뭐가 어렵냐구?

         (소리 점점 높아지는) 우리가 몇 달 씩 수사해서 올리면, 당신은 빨간펜으 로 쭉쭉 그어서 수사지휘서랍시고 내려보내.

         그럼 우린 또 며칠씩 잠복근 무해. (감정 터지는) 당신 눈엔 안보이지만, 당신 눈에 같잖게 보이겠지만,

         우리,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이야. 근데 영장하나 치는 게 뭐가 어렵냐구?

정우 : (보는)

홍석 : (충혈된 눈으로 보는)

정우 : (후, 한숨 쉬곤) 오늘 영장판사, 살인범 영장도 내가 치면, 기각시킬 놈입니다.

         안되겠네요. 다른 방법 찾아보세요. (나가는)


홍석, 그대로 서있다. 망연하다. 근처 소파로 가서 넝마처럼 털썩 주저앉는다.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홍석 : (마른세수를 하는데, 들리는)

지원(소리) : 저어...


홍석, 보면 지원이 애잔한 눈으로 홍석을 바라보고 있다.



씬13. 택시 안 (저녁)


택시. 거대한 저택의 담장을 돌고 있다.


기사 : 이런데서 사는 놈들요. 다 도독놈들입니다. 남의 꺼 훔쳐서 지 배 불리는, 으. 드러운 잡것들 (하는데)

지원 : (낭랑한) 여기 세워 주세요.

기사 : (급브레이크 놀란) 여기.. 사세요? 누.. 누구... (말을 잇지 못하는데)

지원 : (미소로) 도둑놈 딸요.


미소 짓는 얼굴 위로 선행되는


민성(소리) : 이모오!!!



씬14. 서회장 거실 (저녁)


민성, 신나게 달려와서 지원의 품에 안긴다.


지원 : 아이고 우리 민성이. 이모 보고 싶었어?

민성 : 응. 이모야. 우리 같이 목욕하자.

지원 : (장난스레 볼 꼬집으며) 아유, 요 귀엽고 음흉한 놈. 여섯 살 이후론 안된다고 했지?

민성 : 치이! 참! 이모야. 오늘 호연이가 학교에서 자기 이모가 우리 이모보다 열 배는 이뿌다고 했다.

지원 : (짐짓 화난 척) 그래서. 때려줬지? 세대쯤은 때려야 되는데.

민성 : (눈 댕글댕글) 아니. 맞는 말이라고 했는데?

지원 : 뭐어? (잡으려 하면)


민성, 까르르 웃으며 달아난다.

지원, 그런 민성을 귀여운 듯 보다가, 서회장의 서재쪽으로 간다.

지원, 똑똑똑 세 번 노크를 한다.

(향후 모든 대본에서 사람에 따라 노크 횟수가 다릅니다.

서영욱은 한 번. 서지수는 두 번. 서지원은 세 번. 강동윤은 네 번입니다.)



씬15. 서회장 서재 (저녁)


지원, 들어가면 서회장, 책상 앞에 앉아 통화중이다.

그 앞 소파에 앉은 동윤. 동윤과 서회장 앞에는 ‘대선자금계획’ 서류가 놓여 있다.

서회장에게 다가가는 지원, 동윤에게 입모양으로 ‘형부 안녕!’ 인사를 하면,

동윤, 미소로 답해준다.

지원, 서회장에게 가는 동안


서회장 : (통화중) 폴란드? 공장 준공식이 언제라꼬? 내까지 가야 되나? 대통령도 온다꼬? 임기가 을매나 남았노?

            (사이) 됐다 마. 6개월 남은 놈하고 눈인사 할라꼬 거까지 와가노? 사장하고 전무나 몇 놈 보내라. 그래. 욕봐라. (끊는)

지원 : (서회장 앞에 봉투 내미는) 아빠! 나 어제 월급 받았다!

서회장 : (좋은) 아이고. 다들 내한테 돈 빼묵을 궁리만 하는데, 우리 막내 딸래미는 용돈을 다 주네.

지원 : (머리 긁적이며) 근데 아빠. ...... 이번 달엔 10만원 밖에 안 돼.

서회장 : 와? 저번 달에는 15만원 넣었더마.

지원 : ... 나 감봉 당했잖아. 오보내서.

서회장 : 맞다. 참 그랬제.

지원 : 아빠. 이 돈으로 꼭 금연보조제 사야 돼.

서회장 : 하모. 하모.

지원 : (서회장 앞에 무릎 숙여, 얼굴을 마주하곤) 아빠. 하아 해봐.

서회장 : 안 피았다.

지원 : (단호한 눈빛으로) 하아 해보세요! 아빠.

서회장 : (어쩔 수 없이 하아 하면)

지원 : (서회장의 입냄새를 맡곤 눈을 지그시 감고 음미하다가, 눈을 뜨곤) 합격!

서회장 : (딸이 신경 써 주는 것이 기분 좋은) 어떤 때는 은단을 마이무가, 밥 생각이 엄따. 내가.

지원 : (서회장의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무르며) 오래오래 살아서 내가 할머니 되는 거 봐야지요. 우리 아빠.

서회장 : 아고고 시원타. ... 담주 수욜날 시간 비아나라.

지원 : 알아. 엄마 기일이잖아. ... 내 생일이구.

서회장 : (...)

지원 : (...)

동윤 : (그런 부녀를 본다. 낯선 서회장의 모습. 따뜻해 보인다.)

서회장 : (동윤에게) 검토해 보꾸마. 가봐라.

동윤 : (일어나려는데)

지원 : (안마하며) 참 아빠. 나 오늘 검찰에 갔다가 어떤 남자 만났다. 딸이 교통 사고로 죽었대.

         내일이 발인인데 그 전에 범인 잡겠다구.


동윤, 멈칫한다. 서회장과 눈빛이 마주친다.

동윤과 서회장, 서로를 보는 눈빛...


지원 : (계속 안마하며) 왼쪽 어깨가 많이 뭉쳤네. 골프 치면 꼭 이래. 그 사람 외제차 고객명부가 필요하대서,

         내가 전화해줬다. 거기가 한오산업이 지분 투자한데더라구.


동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동상처럼 서있다.

서회장, 딸의 안마를 받으며, 얼굴은 생각에 잠겨 있다.


지원 : 꼭 잡았으면 좋겠다. 나쁜 놈. 세상에.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두 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밟고 갔대.

         인간이 어쩜 그러냐?

동윤 : (....)

서회장 : (동윤을 보곤) 나가봐라. 할 일도 있을 낀데.


동윤, 그 말,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았다. 돌아서서 나가는데서.



씬16. 서회장 서재 앞 (저녁)


문을 닫고 나오는 동윤, 그대로 서 있다. 인상이 찌푸려진다. 머리가 아프다.

관자놀이를 누른다. 가시지 않는 두통. 하지만 눈빛은 형형하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무는데서.



씬17. 빈소 (밤)


창민, 문상객의 잔에 제주를 따르고 있다.

주전자를 내려놓다가 수정의 영정에 힐긋 시선이 간다. 차마 볼 수가 없다.

고개를 돌리는데 저만치 보이는 빈소 옆 식당, 미연이 통화중이다.



씬18. 빈소 옆 식당 (밤)


미연,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통화중이다.


미연 : 하나뿐인 딸이야. 장례식이야. 문상객들 오는데 상주가 자릴 비워? 나 혼자... 나 혼자... 어떡하라구?



씬19. 달리는 자동차 안 (밤)


홍석, 운전하며 핸즈프리로 통화중이다.

옆자리엔 황반장, 뒷자리엔 조형사가 앉아 있다.


홍석 : (메마른 목소리로) ... 미연아. 나 수정이 하고 신년일출 보기로 했는데 3년 째 그 약속 못 지켰어.

         ... 작년 크리스마스때 놀이동산 가기로 했잖아. 근데 ..그날도 나 ...비상근무 때문에 약속 못 지켰다.



씬20. 빈소 옆 식당 (밤)


미연, 낮은 한숨을 쉬며 홍석의 말을 듣고 있다.


홍석(F) : 근데... 미연아 ... 나 아까 약속했다.



씬21. 달리는 자동차 안 (밤)


홍석 : (차는 신호를 받고 서있다) 우리 수정이... 이마 만지고 팔 만지고 다리 주무르면서 약속했어. 그놈 꼭 잡겠다고.

         ... 미연아... 나.. 이번엔 약속 꼭 지키고 싶어. (신호 바뀐 듯 뒤에서 빵빵 거린다. 출발하며) ... 마지막이잖아 미연아.



씬22. 빈소 옆 식당 (밤)


미연 : ... 알았어. 수정인 내가 지킬게. (단호한) 당신 그놈 꼭 잡아. (끊는)



씬23. 빈소 (밤)


다가오는 미연. 창민, 일어선다.


미연 : 발인 때까지 수고해 주세요. 애 아빠가 (하다가 멈칫. 영정을 본다. 애 아빠.. 하지만.. 이제 애는 없다.

         눈물 그렁해지며 목이 메이며) 애... 아빠가.. (후우. 심호흡 하곤, 평정을 찾곤) 그러네요. 창민씨만 믿는다고.

창민 : (눈빛이 흔들리며 보는)

미연 : (대사 이어지는) 창민씨한테도 수정이가 딸이나 마찬가지라고. 부탁드립니다. (하며 고개 숙이는)


창민의 불안은 점점 더해진다. 떨리는 눈, 침을 꿀꺽 삼키는데서.



씬24. 달리는 차 안 (밤)


황반장 : (좌불안석이다) 홍석아 꼭 이래야 되겄나.

홍석 : (단호하다) 교통계 인원 없고, 강력계 지원 못 받습니다. 우리 셋이서 할 순 없잖아요.

조형사 : (뒷좌석에 앉아서, 두 남자 사이로 얼굴 내밀며) 제가요. 일곱 번째 물어보거든요. 대체 어디 가냐구요! 지그음!!


하지만 대답이 없다.

황반장, 좌불안석이고 조형사, 궁금하기만 하다.

홍석, 더 속도를 높이며 달리고 있다.



씬25. 어느 건물 앞 (밤)


외따로 떨어져 있는 작은 2층 건물 앞.

멈추는 자동차. 홍석, 내려서 저벅저벅 걸어간다.

뒤따라 내리는 황반장과 조형사.


조형사 : 반장님. 제가 여덟 번째 (하는데)

황반장 : (체념한, OL) 용식이 가게다. 새로 차렸다.


조형사, 그 말에 놀라 건물을 본다.

홍석, 굳게 닫힌 철문 앞에 선다. 지퍼를 내리곤 철문에 대고 소변을 본다. 철문을 타고 흐르는 소변 줄기.

홍석, 취한 듯이 비틀거리며 콧노래까지 흥얼댄다.



씬26. 어느 건물 안 밀실 (밤)


건물을 둘러싸고 설치된 십 여대의 CCTV 영상이 모니터로 보이고 있다.

어느 화면, 어떤 취객(홍석)이 철문 앞에 소변을 보고 있다.

건달1, 씹고 있던 껌을 거칠게 후 뱉고는 짜증나는 얼굴로 일어나서 나간다.



씬27. 어느 건물 앞 (밤)


철문이 열리며 건달1, 나온다. 거칠게 홍석을 밀치는데,

순간! 홍석, 지퍼를 올리곤, 비호같은 발차기로 건달1을 제압한다.

홍석,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뒤를 따르는 황반장과 조형사. 황반장, 내내 좌불안석이다.



씬28. 불법도박장 안 (밤)


건물 내부. 불법 도박장이다.

긴 복도, 양 옆의 룸들, 마작이며 카드며 룰렛이며 각종 도박이 이뤄지고 있다.

저쪽에서 “니들 뭐야?” 하며 달려오는 건달 몇 명.

홍석, 대꾸하지 않고 제압한다. 발차기로 주먹으로...

홍석, 마지막으로 제압한 건달의 멱살을 잡아, 벽으로 밀어 붙이곤 말한다.


홍석 : 어딨냐? 용식이!



씬29. 불법도박장 안 사무실 (밤)


문이 쾅 열리며 홍석, 들어온다.

저만치 책상에 수북이 쌓여있는 현찰. 그 앞에 앉아 계수기로 돈을 세고 있던 용식, 놀라서 일어났다가

뒤이어 들어오는 황반장을 보곤, 피식 실소를 날린다.


용식 : 아이구야. 한 끼 굶깄다고 개가 주인을 물구마이. 아 성님. 캐시가 필요하믄 전화를 할것이제.

조형사 : (무슨 말인가? 황반장을 보면)

황반장 : (그 시선을 외면한다)


홍석, 거침없이 다가가 용식의 손에 수갑을 채우려는데

용식,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용식 : 아, 알겄소. 담달치꺼정 땡겨 줄탱께 (하는데)


홍석, 발로 찬다. 벽에 가서 부딪히는 용식.


용식 : (놀라서) 머시여?

홍석 : (말없이 용식을 친다. 허벅지, 복부, 얼굴 가리지 않고, 용식을 치며) 박용식!! 불법 도박장 개설! 마약류 거래!

용식 : (쏟아지는 홍석의 주먹에 혼비백산해서) 저.. 저짝에 있는 캐시 다 가져가 쇼잉.

홍석 : (계속 용식을 치는) 총포류 단속법 위반! 불법 매춘!!

용식 : (비명 지르며) 저짝 금고에 있는 캐시도 줄탱께. 아이구야. 엄니.

홍석 : (주먹이 멈춘다) 너 몇 살이냐?

용식 : 서.. 서른 다섯인디요.

홍석 : (단호한) 환갑 때까진 감옥에서 썩게 될거다. (수갑 채우려는데)

용식 :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두 손 싹싹 비비며) 원.. 원하는게 뭐시오? 말만 하쇼. 잉? 지발..


수갑을 채우려던 홍석, 그 말에 용식을 보는데서.

(시간경과)

수십 명의 건달, 사무실에 빽빽이 서있다.

용식, 그들 앞에서 퉁퉁 부은 얼굴에 얼음찜질을 하며 지시하고 있다.


용식 : 2인1조여. 명부는 받았제?

건달2 : (손을 들고) 근데요. 문을 안 열어주면 어쩝니까?

용식 : (OL) 좋은 질문이여!!! (손으로 건달2를 부른다. 다가오자 거침없이 패며) 야 이 잡것아. 니가 경찰이여?

         문을 안 열어주는 게 당연한 것이제. 담을 넘든, 문짝을 아작을 내든, 들어가서 차를 보란 말여.

         사고가 났는지. 범퍼가 나갔는지. 눈깔이 있으믄 보고, 손가락이 있으믄 전화를 하란 말여. 알것냐?

건달2 : (기어서 제자리로 가며) 네!

용식 : 시간 없슨께, 다들 싸게싸게 (하다가 뒤돌아보며) 근디 몇 시 꺼정?


저만치 앉아 있던 홍석,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인다.


용식 : (고개 돌려 건달들을 향해) 세 시간이여. 고 안에 서울바닥을 갈아 엎어서 라도 알아보란 말여. 알것냐?

건달들 : 네!


건달들, 달려 나가는데서.



씬30. 몽타주 (밤)


// 어느 주상 복합. 막아서는 경비를 제압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건달들.

// 어느 주택. 담을 넘어가는 건달들.

// 어느 주차장. 차량의 외부를 꼼꼼히 살피며 상태를 확인하는 건달들.

// 고객명부에 엑스표가 하나씩 그어지는데서.



씬31. 콘서트장 (밤)


빈 객석. 콘서트장 여기저기서 바쁘게 움직이는 스탭들.

무대 위. PK준이 리허설 중이다. (현장 상황에 맞게)

안무와 함께 곡의 끝부분을 마친 PK준이 핸드폰 진동을 느끼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본다.

발신자 ‘암컷’이다. PK준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PK준 : (이내 다정하게, 받는) 보고 싶었어요. 어젯밤에 꿈도 꿨어요. (하다가 굳어지는 얼굴에서)



씬32. 강동윤의 서재 (밤)


지수, 일각에 서서 다급한 목소리로 통화중이다.


지수 : 당장 떠나. 티켓은 내가 준비할테니까. 못 들었니? 걔 아버지가 (하다가) ... 콘서트?



씬33. 콘서트장 뒤편 (밤)


PK준, 무대 뒤쪽을 향해 걸어가며 통화중이다.


PK준 : (짜증을 참으며) 일본에서만 2천명이나 온다구요 내 팬들이. ... 알아요. 아는데

          (매니저가 다가오자 꺼지라고 거칠게 손짓하곤) 이렇게 하죠. 생각 좀 해보고.



씬34. 강동윤의 서재 (밤)


지수 : 생각은!!! (진정하곤) 외국에 가서 해. 준아.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구. 그니까 일단 떠나. 뒷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

         (하다가, PK준이 무슨 말을 했는지 머리가 아프다. 한쪽 관자놀이를 누르며) 준아. 너 왜 이러니? (하는데)


다가와서 거칠게 전화기를 빼앗는 손, 동윤이다.

동윤, 전화를 끊고는 근처에 던져버리고, 책상을 향해 걸어간다.


지수 : 뭐야? 왜이래, 당신?

동윤 : (걸어가며) PK준 유럽 투어 비용, 집사람이 댔다고 했나?

혜라 : (책상 옆에 서서) 네.

동윤 : 차량 두 대도 집사람이 사준 거구? (책상 앞 의자에 앉는다)

혜라 : 네. 신사동에 주상복합 펜트하우스, 골프 회원권 두 개도 (하는데)

지수 : (받아치듯 OL) 호주에 별장, 마카오 콘도도 내가 사줬어.

동윤 : (지수를 보면)

지수 : (그 시선 팽팽하게 받으며) 명품관도 하나 내 줄꺼야.

동윤 : (본다. 보다가 혜라에게 눈짓하면)

혜라 : (핸드폰 거는, 상대가 받은) 콘서트 끝나는 대로 비행기 태우세요. 새벽2시 LA행. 네. (끊는)

지수 : (피식 실소가 나온다) 간단하네. 당신한텐.

동윤 : (터지는 화를 참으며) 몇 달 동안 수십억을 사내놈한테 갖다 바쳤는데, 외국으로 떠나라는 부탁하나 안 들어주나?

지수 : (미소로, 동윤을 바라보며 다가간다) 수십억, 아깝지 않아. 그 남잔 내 몸이라도 즐겁게 해주잖아.

동윤 : (....)

지수 : (동윤의 바로 앞에 얼굴을 마주하곤) 기억도 안나. 당신을 보고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동윤 : 선거 끝날 때까진 만나지 마.

지수 : (미소) 모르지. 내 몸이 원할지도.

동윤 : (터지려는 분노를 누르고 있다)

지수 : 잊고 있었어. 이 일, 당신한테 더 중요하다는 거. (동윤의 귀에 대고 속삭이 듯) 당신이 해결해. (가려는데)

동윤 : (팔을 잡으며) 지수야. 니가 낸 사고야.

지수 : (미소) 고마운 일 아니었나? 당신한텐. (팔 뿌리치곤) 졸려. 잘래.


지수, 나가버린다.

동윤, 깊은 한숨을 쉰다.

혜라, 그런 동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결심을 하는 듯한 동윤.


동윤 : 그 남자 있는 데가 (혜라를 보며 단호한) 불법도박장이라고 했나?


동윤의 그 결연한 얼굴에서.



씬35. 불법도박장 안 사무실 (밤)


일각. 정수기 앞.

용식, 커피를 타서는 쟁반 위에 종이컵 세 개 올리고, 조심조심 색시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다.

저만치 있는 조형사, 그런 용식을 힐긋 보곤


조형사 : 반장님. 저 새끼한테 월급 받습니까?

황반장 : (시선을 피하며) 아.. 아이다.

용식 : (어느새 다가와) 아따 성님. 지가 월급은 못 드려도 상여금은 챙겨드렸지라.

         일 년에 서너 번 씩 기름값은 드렸잖소. (하는데)

조형사 : (쳐다보지도 않고, 손으로 쟁반을 툭 쳐서 종이컵을 넘어뜨린다) 어이 깡패야. 다시 타 와라 다방 커피로!

용식 : (이씨!! 해서 본다. 하지만 조형사의 시선은 너무 매섭다) 넵! (쫄레쫄레 커피를 타러 가는)

조형사 : (답답하다. 입바람으로 앞머리 후 불곤) 반장님 작년에 자랑스런 경찰상 받은 분 아닙니까?

            근데 저딴 깡패새끼한테 뒷돈이나 챙겨서 (하는데)

홍석(소리) : (메마른, 낮은) 그게 뭐?


조형사, 보면 맞은편의 홍석, 황량한 눈으로 보고 있다.


홍석 : (낮은) 그게 뭐... 어때서?

조형사 : 선배님!

홍석 : 자랑스런 경찰? (피식) 그게 뭔데?

황반장 : 홍.. 석아..

홍석 : (낮지만, 자분자분) 월급 220만원 받아서 대출금에 이자내고, 애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내고,

         마누라가 식당일해서 번 돈으로 적금 부으면... 그게 자랑스런 경찰인가?

조형사 : (답답하다. 그 마음 안다) 아유. 왜 이러세요?

홍석 : 수정이 친구들,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 간다는데, 난 놀이동산 한번 못 데려 갔어. 그게 자랑스런 경찰이야?

조형사 : 선배님!

홍석 : (높아지는) 뭘 잘못했는데 (터지는) 반장님이 뭘 잘못했냐구!!!

황반장 : (고개 숙인다)

홍석 : 고개 드세요. 반장님! 고개 들라구요!! 잘 하셨습니다. 뒷돈, 더러운 돈, 다 챙기세요.

         애들 하고 싶은 거, 다 해주시라구요. 먹고 싶은 거, 다 사주세요. 자랑스런 경찰??? 까라고 그래!!!

         못난 아버지만 되지 말라구요. 반장님은!!!


홍석의 말이 끝나자 일순 침묵이 흐른다.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알기에 서로 딴 곳만 쳐다볼 뿐.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때 용식, 쫄레쫄레 쟁반에 종이컵 세 개 올리고 색시걸음으로 다가와선


용식 : 아따, 조형사님 결혼식 날짜 알려주심 지가 봉투 두툼한 놈으로다가 (하는데)


딱! 조형사가 쳐다보지도 않고, 용식이의 뒤통수를 때린다. 휘청! 쏟아지는 커피!

세 사람은 서로 여전히 다른 곳을 보며 ...말이 없다.

용식, 투덜대면서도 눈치 보며, 쏟아진 컵을 줍는데...

용식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용식 : (받는) 아따!!! 찾아 부렀어?


홍석 일행, 일제히 용식을 본다.


용식 : 거가 어디여? (하는데서)



씬36. 어느 주택의 주차장 (밤)


경비, 겁먹어서 벽에 붙어 떨고 있고, 건달 한 명은 핸드폰 통화 중이고,

건달 한 명은 자동차를 이리 저리 살피고 있다.

깨진 전조등 움푹 들어간 범퍼. 자동차의 사고 흔적이 뚜렷하다. 그 위로


용식(F) : 범퍼가 쑥 들어갔고, 또 뭐시여, 자동차 안경이 박살이 났어야.



씬37. 불법도박장 사무실 (밤)


홍석 : 유리창 깨!!!

용식 : (핸드폰 통화하다가, 무슨 말인가 해서 홍석을 보면)

홍석 : (다급하게) 유리창 깨라구!!!



씬38. 어느 주택의 주차장 (밤)


팍! 박살나는 자동차 유리창. 요란하게 울리는 경고음.

건달, 개의치 않고 자동차에 올라타선, 룸미러 뒤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떼내는데서.



씬39. 불법도박장 사무실 (밤)


그 블랙박스가 노트북에 연결되고 있다.


용식 : 우리 아그들이요, 지를 닮아서 일 하나는 똑부러지게 하지라.

조형사 : (블랙박스 설치하며) 용식아.

용식 : 와요?

조형사 : 입은 밥 먹을 때만 써라.

용식 : (우씨!! 하며 근처에 앉는)


조형사, 블랙박스 설치를 끝내고 물러나면 홍석, 마우스를 움직여 파일을 클릭한다.

노트북 화면으로 보이는 PK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자동차는 달리고 있다. 스킵하는 홍석.

자동차는 달린다. 스킵하는 홍석.

충혈된 눈으로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는 홍석의 얼굴에서.



씬40. 불법도박장 밖 (밤)


대 여섯 대의 차량이 일제히 도착한다. 다급하게 내리는 광역수사대원들. (이하 광수대)

전기톱을 꺼내 철문을 잘라내기 시작한다. 그 요란한 소음, 그 튀는 불꽃에서.



씬41. 불법도박장 안 (밤)


철문을 박차고, 일제히 들어오는 광수대원들. 달려드는 건달들을 제압한다.

일순간, 소란이 일어나는 불법도박장 안.



씬42. 불법도박장 사무실 (밤)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린다.

홍석, 모니터만 바라보고 스킵하고 있다.

황반장, 조형사에게 나가보란 눈빛을 보낸다. 나가는 조형사.


용식 : (쟁반에 커피 타 오다가) 뭔일이여? (하며 따라 나가는)


그들이 문을 닫는 순간!!

쿵!!! 모니터 화면. 자동차가 뭔가를 치었다.

충격의 홍석, 놀라는 황반장. 모니터에 집중한다.

// 모니터.


지수(소리) : ... 사... 사람이지...


모니터 화면, 저만치 쓰러진 소녀. 수정이다.


지수(소리) : ... 죽었을까... 어떡하지?...


홍석, 입가가 부들부들 떨려온다.



씬43. 불법도박장 안 (밤)


쟁반과 함께 퍽 쓰러지는 용식.


조형사 : (다급한) 당신들, 뭐야?

광수대 : 광수대다!

조형사 : (경찰증 꺼내서) 강북서 강력계 (하는데)


몰려든 광수대원들, 조형사를 제압하고 수갑을 채운다.


조형사 : (외치는) 나도 경찰이야. 이 새끼들아!



씬44. 불법도박장 사무실 (밤)


모니터 화면.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 모니터.

PK준(소리) : 나요. 다시는 호빠에서 노래 부르기 싫다구!!


자동차가 저만치 쓰러져 있는 소녀를 향해 달려간다.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눈을 찔끔 감는 홍석. 덜컹! 소리가 들린다.

홍석, 마치 자기가 차에 치인 듯 몸을 부르르 떤다.

모니터 속의 자동차는 이제 도로를 달려가고 있다.

홍석,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황반장, 후 한숨을 쉬곤, 홍석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황반장 : PK준이라캤나? 이름 날리는 가수라꼬? 힘들믄... 내가 갔다오까?...

홍석 : (눈뜨는) 내가 갑니다. 내가 잡습니다. 이 새끼!!! (하는데)


팡! 하고 열리는 문. 들이 닥치는 광수대원들.

황반장, 놀랐다가 아는 얼굴을 발견한다.


황반장 : 이기 누고? 김계장 아이가? (하는데)


광수대원들, 달려들어 황반장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운다.


황반장 : 뭐꼬 이거? 오해가 있는 갑네.


광수대원들, 일어나려는 홍석을 제압하고 뒤로 눕혀 수갑을 채운다.


홍석 : 놔 이거! 나 경찰이야. 놓으라고 이 새끼들아!


홍석, 발악하자 퍽! 홍석의 배에 꽂히는 주먹.

스르르 정신을 잃는 홍석.

홍석과 황반장을 제압한 광수대원들,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모니터. 자동차는 달리고 있다. ... 어느 순간, 모니터가 꺼진다.

텅 빈 사무실. 누군가의 손이 블랙박스를 집어 드는데서.



씬45. 강동윤의 서재 (밤)


혜라가 내미는 것, 블랙박스다. 동윤, 받는다.


혜라 : 광수대로 이송중이랍니다. 어떻게 할까요?

동윤 : ... 어떡하긴 ... 법대로 해야지.


동윤, 블랙박스를 만지작거리며 바라보는데서.



씬46. 광수대 형사과 (밤)


홍석, 젊은 광수대원에게 조사를 받고 있다.


홍석 : (답답한 듯, 가슴을 세게 두드리며) 나 형사질만 20년째야. 깡패 새끼한테 밥 한끼 얻어먹은 적 없다구.

광수대 : (키보드로 조서 치며, 사무적으로) 그렇겠죠. 현찰로 받았으니까.

홍석 : (미치겠는 심정이다) 알아봐. 나 모범 경찰 표창만 여섯 번 받은 놈이야.

광수대 : (비아냥거리듯) 그런 분이 불법도박장에 왜 계셨나?

홍석 : 말했잖아!!! 내 딸이... 내 딸이...

광수대 : (코털 뽑으며) 그래서 당신이 악질이야. (뽑은 코털을 후.. 불어서 날리곤) 딸래미 장례식 때, 수금을 하러 가나?

            왜? 부조금 쎄게 챙길라구요?

홍석 : (불끈하지만 참는다. 애절하게) 블랙박스 봤어. 내 눈으로 봤다고. 찾아보라고 했잖아.

광수대 : 없어요. 블랙박스고 뭐고 없다고. (하품하곤) 자백은 글렀고 (근처에 있던 형사 부르며) 어이. 해 뜨면 본청으로 넘겨!!!


홍석, 두 명의 광수대원에게 팔짱을 껴서 끌려가다가, 일각에 켜진 TV를 보고 멈춘다.

TV. 음악채널이다. PK준의 콘서트가 보여지고 있다. 화면에 ‘생방송’ 자막이 보인다.

광수대원들이 끌고 가려지만 홍석, 안간힘으로 버티며 TV를 바라보고 있다.

TV 속. 열창하는 PK준, 들리는 팬들의 환호소리.

홍석, 충동적으로 광수대원들을 뿌리치고 문으로 가려다가 이내 뒷덜미를 잡힌다.

몸부림치는 홍석, 서너 명의 광수대원들이 몸으로 덮쳐서 홍석을 끌고 간다.



씬47. 광수대 조사실 (밤)


홍석, 문을 박차고 있다. 문고리를 돌려본다. 하지만 열리지 않는다.

앉아 있는 황반장과 조형사.


조형사 : 니미랄. 그래도 동료라고 유치장엔 안 집어넣네.


홍석, 털썩 자리에 앉는다.

황반장이 본다. 그 홍석을. 보다가... 옆에 설치된 벨을 누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김계장.


황반장 : 앉아 봐라.

김계장 : (앉는)

황반장 : ... 내가 목이 말라가 꾸정물을 좀 묵었다. 용식이 뒷배, 내가 다 봐준기다.

홍석 : (고개들어 황반장을 보는)

황반장 : 야들은 내 잡을라고 왔다. 반장이란 놈이 꾸정물 먹는 거 알고 수갑 채 울라고 왔다가, 너거한테 달린기다.

김계장 : 진짭니까?

황반장 : 김계장아. 너거도 대가리 하나만 잡으면 되는 거 아이가?

김계장 : 그래도 수사를 좀 더 (하는데)

황반장 : 너거 광수대장한테도 꾸정물 쫌 튔을 끼다.

김계장 : (보는)

황반장 : 내 선에서 끝내자. 니도. 내도.


(시간경과)

홍석, 황반장, 조형사 만이 있는 조사실.


조형사 : 아, 정년이 얼마나 남았다고... 끝까지 버텨야지.

황반장 : (고개로 홍석을 가르키며) 그라믄 야는? 수정이는? 금마 잡아야 될 거 아이가?

조형사 : (후 한숨 쉬고 마는)

황반장 : 걱정마라. 내 혼자 묵었겠나? 위에 줄줄이 있다. 감사나 받고 징계 좀 묵으면 끝날끼다.

            니 말대로 정년이 얼매나 남았다고 옷까지 벳기겠노?

홍석 : ... 반장님.

황반장 : 홍석아.

홍석 : 네.

황반장 : 꼭 잡아라이!

홍석 : (좀 더 크게) 네.

황반장 : 수정이 죽인 금마, 니 손으로 꼭 잡아래이!!!

홍석 : (더 크게) 네!!! (하는데)


문 열리고 들어오는 광수대.


광수대 : 백홍석! 조남숙! 나와!



씬48. 광수대 로비 (밤)


홍석과 조형사, 달려가고 있다.

일각의 TV. PK준의 콘서트는 계속 되고 있다.



씬49. 거리 + 차 안 (밤)


경광등을 울리며 달리는 홍석의 자동차.

차 안. 룸미러에 걸린 수정의 작은 사진이 홍석의 눈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홍석, 입술을 깨물며, 운전하고 있다.

조형사가 겁먹은 얼굴로 바라보는 속도계. RPM 게이지가 레드존을 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홍석의 자동차에서.



씬50. 콘서트장 복도 (밤)


막 공연을 끝낸 PK준, 땀에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백댄서들.

일각. 가드들이 막고 있는 차단선 앞에서 환호하는 수 십 명의 소녀팬들.

PK준이 걸어가며 수건을 던지자 소녀들, 수건을 잡기 위해 혼란이 벌어진다.

PK준, 대기실로 들어가며, 스쳐 지나가는 백댄서 중 한 명의 손을 잡아, 대기실로 이끈다.



씬51. 콘서트장 대기실 안 (밤)


PK준, 캔맥주를 들이킨다. 벌컥벌컥.

어색하게 그 모습 보고 있는 백댄서.

PK준, 입가의 맥주를 거칠게 닦고는 손으로 까딱까딱 백댄서를 오라고 부른다.


백댄서 : 밖에 사람들 있는데..

PK준 : 백댄서 3년이면 앨범 하나 내야지. 안 땡기면 꺼지든가. (손가락 세 개 펼 쳐 보이며) 한 초. 두 초. (하는데)

백댄서 : (결심한 듯 다가오는 백댄서)

PK준 : (옅은 냉소로 남은 맥주를 들이키는데서)



씬52. 콘서트장 복도 (밤)


홍석과 조형사가 달려오고 있다.

그 앞. 가드들과 뒤엉킨 수십 명의 팬들이 복도를 막고 있다.

조형사가 경찰수첩을 가드들에게 내밀지만, 소녀팬들을 막느라 보지를 못하고 있다.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홍석의 얼굴에서...



씬53. 대기실 안 (밤)


PK준, 다 마신 캔을 집어 던진다. 앞에 와 있는 백댄서.


PK준 : (트림 꺼억 하곤) 키스 해 봐.

백댄서 : (잠시. 망설이다가. PK준의 입술로 다가가는데)


벌컥! 다급하게 대기실 문이 열린다.

놀라서 돌아보는 PK준.

문 앞에 서 있는 사람, 배상무다.

(시간경과)

텅 빈 대기실.

홍석과 조형사가 둘러보고 있다. 아무도 없다.



씬54. 핸드폰 회사 통신보안센터 (밤)


바쁘게 위치추적중인 센터 요원들. "119에서 지원 요청입니다" "분실폰 직접 요청입니다" 등등의 소리들이 들린다.

한 요원, 햄버거를 먹으며 입가에 묻은 양배추를 떼어내며 위치 추적중이다.

그 옆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홍석과 조형사.

하지만 ...모니터에 “Fail” 메시지가 뜬다.


요원 : 이분 핸드폰이 꺼져있는데요.

조형사 :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요원 : 전원이 들어와야 위치추적이 되는데...


홍석, 파티션에 기댄다.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다.



씬55. 달리는 차 안 (밤)


조형사, 운전중이다.


조형사 : PK준 집에 한번 가 보죠.

홍석 : (힘 없는) .... 집에 있을까?

조형사 : 제가요. 매니저 한 번 쎄게 족쳐보겠습니다.

홍석 : (힘없는) .... 입을 열까?

조형사 : (...보는)

홍석 : .... 조형사 ....오늘 고생 많았다.


홍석, 힘없이 ...얼굴을 차창에 기댄다.



씬56. 강동윤의 서재 (밤)


일각에 서 있는 혜라, 핸드폰 통화중이다.


혜라 : (흥분했지만 최대한 절제하며) 이번 비행긴 놓쳤고 새벽4시 비행기라도 (하다가, 듣는) 바꿔보세요.

         (통화 상대를 바꾼) 이봐요. 지금 상황 다시 말해 줄까요?



씬57. 호텔 룸 (밤)


PK준, 한 손으론 캔맥주를 마시고, 한 손으로 핸드폰 통화중이다.


PK준 : 오우 목소리 이뿐데? (배상무가 불끈해서 다가오자) 손만 대봐. 다 불어버릴거니까.

배상무 :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는)

PK준 : 아아. 비행기? 탈라구 했지. 근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외국에 가 있는 동안, 나 혼자 뒤집어쓰면,

          난 뭐야? 개털 되잖아. (듣다가) 당신을 어떻게 믿나? 부모도 못 믿는 세상에.

          (듣다가 짜증내는) 목소리 이뿐 년이 귓구녕은 막혔나. 그니까! 만나게 해달라구!



씬58. 강동윤의 서재 (밤)


혜라 : (자분자분) 당신 같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씬59. 호텔 룸 (밤)


PK준 : 오케이. 경찰서 취조실에서 만납시다. 아니면 법정에서 보던가. (듣는) 네네. 개소리 잘 들었고, 이젠 내말 들으세요.

          찾아와! 내 앞에서 그 잘난 입으로 안전보장 하라구. (듣는) 싫음 할 수 없지. 금방 해 뜨겠네. 경찰서가 요 앞 인데.

          (맥주 벌컥벌컥 마시곤 트림 끄억 하곤) 내기할까, 우리? 이 기사가 연예면에 나올까? 아니면 정치면에 나올까?

          (끊곤, 핸드폰을 배상무에게 던지는데서)



씬60. 강동윤의 서재 (밤)


혜라 : 이봐요 (끊긴, 동윤을 보는)


동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블랙박스가 연결된 컴퓨터. 사고 당시의 영상이 모니터로 보여지고 있다.


// 모니터.

PK준(소리) : (버럭) 내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논현동 뒷 골목 호빠에서, 티씨 7만원 받던 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는데!!!


동윤, 다시 한 번 돌려서 그 부분을 듣는다.


PK준(소리) : (버럭) 내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논현동 뒷 골목 호빠에서, 티씨 7만원 받던 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는데!!!


동윤, 일어난다. 양복을 걸치고 나가려는데,

혜라가 그 앞을 막는다.


혜라 : 안됩니다. 제가 알아서 (하는데)

동윤 : (단호한, OL) 뒤로 물러설 놈이 아니야.


동윤, 혜라를 비켜 나간다.

혜라,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른다.



씬61. 장례식장 앞 (밤)


홍석, 털레털레 힘없이 걸어온다.

일각. 벤치에 앉아 있던 미연이 보곤 일어난다.

홍석을 보는 미연. 헝클어진 머리. 여기저기 찢어진 옷. 광수대에서 맞아서 부은 얼굴.

오늘 하루의 노력이 보이는 남편의 남루한 모습. 마음이 아프다.

미연, 다가가 홍석의 팔을 잡고 간다.



씬62. 빈소 옆 식당 (밤)


탁자에 홍석을 앉히는 미연, 돌아서서 국밥을 푼다.

홍석, 주변을 본다. 새 벽. 텅 빈 빈소. 더욱 휑하게 느껴진다.

미연, 국밥을 홍석의 앞에 놓아주곤, 수저를 챙겨 주며.


미연 : 먹어.

홍석 : 미연아... 난...

미연 : (따뜻하게) 먹어. 어서.. ....


국밥을 뜨기 시작하는 홍석.


미연 : (돌아서서 반찬 챙기며) 작년 크리스마스. 그래. 생각나네. 수정이 디게 화 났었어.

         놀이동산 가기로 한 약속 어긴 게, 세 번짼가 그랬지. 그날이.

홍석 : ....

미연 : (반찬을 홍석의 옆에 놓아주며) 그날 수정이가 당신 봤대.

홍석 : (처음 듣는 이야기다. 미연을 보는)

미연 : 수정이가 경찰서 갔었어. 혼자라도 가겠다고. 놀이동산 무료티켓 당신이 가지고 있었잖아.

홍석 : ....

미연 : 근데. 봤대. 의자 두 개 붙여 놓고 구석에서 자고 있는 당신.

         ...며칠 동안 면도도 못하고 덥수룩한 얼굴로 자는 당신... 봤대.

홍석 : (숟가락을 든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다)

미연 : 어버이날에 전기면도기 선물 받았지? 그거 수정이가 그날부터 지 용돈 모아서 산 거야.

홍석 : .......(홍석, 고개를 숙인다. 숟가락을 든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다)

미연 : (홍석의 옆으로 가며) 애썼어. 당신. (홍석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수정이는 알아 줄거야.


따뜻하게 홍석을 안고 있는 미연의 모습에서...



씬63. 호텔 전경 (밤)


새벽이다. 불 켜진 룸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씬64. 호텔 복도 (밤)


혜라와 함께 걸어와, 어느 룸의 문 앞에 서는 동윤.

문이 열린다. 나오는 배상무, 고개 숙여 인사한다.

혜라, 동윤을 걱정스런 얼굴로 보는데서.



씬65. 호텔 룸 안 (밤)


PK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원을 켠다. 순간!!!



씬66. 핸드폰 회사 통신보안센터 (밤)


모니터에 뜨는 위치추적 신호. 그리고 신호음!! 뚜우!

요원이 다급하게 위치를 체크하기 시작한다.



씬67. 호텔 룸 안 (밤)


PK준, 핸드폰의 카메라를 누른다.

녹화 버튼을 누르곤, 핸드폰을 근처 적당한 곳에 숨겨둔다.

동시에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동윤.

PK준, 동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냉장고로 가며


PK준 : 반갑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캔맥주 두 개 꺼내며) 악수를 하기엔 어색하고

          (캔맥주 하나를 동윤에게 던지는) 우리 건배나 합시다.

동윤 : (날아오는 맥주를 보지도 않고 한손으로 잡는)


강동윤과 PK준, 두 남자가 서로 바라보고 서 있다.



씬68. 빈소 옆 식당 (밤)


두어 숟갈도 채 뜨지 않은 국밥.

홍석이 고개 숙이고 있는데... 조형사가 달려 들어온다.


조형사 : (다급한) 선배님. 떴답니다. 위치추적 떴대요.


홍석, 본다. 보다가.... 벌떡 일어난다.



씬69. 호텔 룸 안 (밤)


캔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PK준. 묵묵히 바라보는 동윤.

어색하고 긴 침묵이 흐르다가


PK준 : (장난스레 리듬맞춰) 칠! 오!

동윤 : (보는)

PK준 : 삼십 오! (낄낄대는) 워낙 조용해서, 구구단 게임이라두 할라구요. (낄낄)

동윤 : (그 웃음을 막는 느낌으로) 일년 예약을 했더군 이방.

PK준 : (맥주 마시며 끄덕이는)

동윤 : 여기도 왔었나? 우리 집사람.

PK준 : 두 번. 아니다 세 번. 아, 네 번인가 (하는데)

동윤 : (자르며, 담담한) 대치동 학원 골목 뒤에 8층짜리 건물이 있어.

PK준 : 근데요?

동윤 : 그룹 방계회사 소유야. 조용해지면 넘겨주지.

PK준 : (본다. 보다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왜요?

동윤 : (뜻밖의 반응에 잠시 멈칫)

PK준 : (갸웃) 왜 그걸 나한테 주지?

동윤 : (달래듯이) 그날 밤 교통사고, 아내하고 있었던 일, 영원히 입 닫는 댓가야.

PK준 : (생글생글 웃으며 보는)

동윤 : 부족한가? 그럼 안산의 공장부지 (하는데)

PK준 : (미소) 스탑! (맥주캔 찌그러뜨리며) 오케이! (캔을 던져 쓰레기통에 정확하 게 넣으며) 땡큐!

          (일어나서 외투 걸치며) 4시 비행기는 늦었고, 6시 비행기. 콜!

동윤 : (의외다. 너무 쉽게 거래를 받아들였다. 보는)

PK준 : (낄낄대며) 우리집 가훈이요. 과식하면 체한다거든요.

동윤 : 나를 믿나? 내 약속을 왜 그렇게 쉽게 믿지?

PK준 : (웃음기 거두고) 당신 안 믿어. 이걸 믿지. (핸드폰 들어 보이는)

동윤 : (둥!)


PK준, 핸드폰에 녹화된 영상을 리와인드해서 보여준다.


핸드폰 영상.

동윤 : 그날 밤 교통사고. 아내하고 있었던 일, 영원이 입 닫는 댓가야.


동윤 : (본다. 보다가 자기 핸드폰 들면)

PK준 : 저 사람들이 달려오는 게 빠를까? 이 파일을 전송하는 게 빠를까요?


동윤, 본다. 어쩔 수 없다. 핸드폰을 내린다, 둘이 바라보는데서.



씬70. 호텔 프론트 (밤)


달려오는 홍석과 조형사.

홍석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간다. 다급하다. 버튼을 누른다.

조형사, 달려온 그 기세로 프론트로 달려간다.


조형사 : (경찰 수첩 꺼내 보이며) PK준, 몇 호에 있습니까?


홍석, 다급하게 서너 대의 엘리베이터 오름 버튼을 누르고 있다.



씬71. 호텔 룸 안 (밤)


PK준 : (손에 든 핸드폰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내 몸에 손만 대도 세상에 알려져. 내가 경찰에 잡혀도 세상이 다 알게 될꺼야.

          그니까 날 지켜! 당신 목숨보다! 먼저! 나를 지켜!

동윤 : (정말 잡놈에게 걸린 기분인데)



씬72. 호텔 복도 (밤)


댕!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달려 나온 홍석, 복도를 달려간다.

엘리베이터 옆.

바깥 전경을 볼 수 있는 간이 쇼파에 앉아 있던 배상무가 놀라서 일어난다. 홍석의 얼굴을 안다.

배상무가 혜라를 본다.

그 눈빛. 사태를 파악한 혜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급하게 백홍석의 뒤를 따르는 배상무.

홍석이 어느 룸 앞에 멈춘다. 호수를 확인하곤, 거칠게 문을 발로 찬다.


홍석 : 문 열어!!! PK준!!!


배상무는 홍석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다.



씬73. 호텔 룸 안 (밤)


쾅!! 쾅!!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홍석(소리) : 문 열어! PK준! 열어! 문!


동윤과 PK준, 놀라서 문 쪽을 바라보는데서.



씬74. 호텔 룸 밖 (밤)


문을 차고, 손잡이를 돌리며, ‘문 열라’고 외치는 홍석.

달려오는 배상무가 홍석의 근처에 도착한 순간. 멈칫.

바로 옆 계단으로 뛰어서 올라오는 웨이터들. 소란에 놀라서 나오는 투숙객들.

웨이터들, 홍석을 만류하지만, 홍석, 그들을 뿌리치며 외치고 있다. ‘문 열어!!! 열라구!!!’

배상무, 어찌할 바를 몰라서 저만치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혜라를 보면,

혜라, 그만 두라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누른다.



씬75. 호텔 룸 안 (밤)


놀란 얼굴로 통화하는 동윤, 핸드폰을 든 채로 PK준에게 말한다.


동윤 : 애 아버지야.

PK준 : 뭐야!!! 어떻게 해봐.

동윤 : (실내를 돌아본다. 달아날 곳이 없다) ... 방법이... 없어.

PK준 :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처럼 절규하는) 으악!

동윤 : (잠시 눈을 감는다. 생각에 잠긴다. 이내 뜨고는) 이렇게 하자.

PK준 : (괴성을 멈추고, 씩씩거리며 보는)

동윤 : 조용히 잡혀 가. 내가 해결할게.

PK준 : .... 당신을 믿으라고?

동윤 : (PK준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본다. 그 시선)


PK준, 그 시선의 의미를 안다. 갈등하는데.



씬76. 호텔 룸 밖 (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달려나오는 조형사. 홍석을 향해 달려간다.

조형사의 손에는 마스터키가 들려있다.

혜라가 보았다. 핸드폰에 대고


혜라 : (다급한) 마스터키를 가져왔습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요!


룸 앞에 도착한 조형사, 홍석에게 마스터키를 건넨다.

홍석, 키를 넣으려는데



씬77. 호텔 룸 안 (밤)


동윤 : 내가 다치면! 너도 끝이야!

PK준 : 내가 무죄로 못 나오면! 당신도 끝이야.


순간, 키 돌아가는 소리.

두 남자가 문 쪽을 돌아보는데서.



씬78. 호텔 룸 밖 (밤)


홍석, 문을 열고 들어간다.



씬79. 호텔 룸 안 (밤)


.... 동윤은 없다.

홀로 캔맥주를 마시며 앉아있는 PK준,


PK준 : (능청스럽게) 누구신가?


충혈된 눈으로 다가가는 홍석, 그 위로 짧게 플래시되는

// 수정의 사고 당시의 동영상. 쿵! 자동차에 충돌하는 순간의 모습 짧게.

홍석의 주먹이 날아간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먹을 피하려는 PK준의 몸을 사정없이 때린다.


홍석 : (절규하듯) 아버지다!!!. 수정이 아버지다!! 니가 죽인 수정이!!! 아버지라구!!


주먹이 부서져라 PK준을 때리는 홍석을 조형사가 만류한다.

헉헉 거친 숨을 쉬는 홍석, PK준의 손에 수갑을 채운다.

홍석, PK준을 끌고 나가는데 그 동선을 따라서 보이는 화장실 문!



씬80. 호텔 룸 화장실 안 (밤)


강동윤, 문을 등지고 서 있다. 난감하고 막막한 얼굴이다. 그 위로


PK준(소리) : 핸드폰! 핸드폰은 가져갑시다.


동윤, 그 소리에 눈을 질끔 감는다. 늪에 빠진 기분이다.



씬81. 몽타주


// 달리는 홍석의 차.

새벽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홍석, 운전하고 있다. 그 입가가 떨려 오고 있다.

// 거실.

홍석과 수정이 TV화면으로 보이는 티아라의 롤리폴리 노래와 안무를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어색하고 틀리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딸은 즐겁기만 하다.

방에서 나온 미연이 “시끄러. 조용히 해” 하며 화를 낸다.

동시에 기가 죽는 홍석과 수정.

하지만 미연이 방으로 들어가자, 홍석과 수정, 조용히, 묵음으로, 몸 움직이는

소리도 안 들리게, 조용 조용 롤리폴리안무를 다시 시작한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활짝 웃는 수정의 모습에서.

// 영정 속 수정의 얼굴이 웃고 있다. 발인제가 진행되고 있다.

터지는 미연의 울음, 몇몇 친구들과 동료들만 참석한 초라한 발인제다.

창민, 고개를 돌리고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 햇살이 비치는 거실.

수정이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홍석의 흰머리를 뽑아주고 있다.

하나씩 뽑을 때마다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는 홍석을 수정이 따끔하게 혼내고 있다.

그 옆. 미연이 빨래를 개면서 그런 부녀의 모습을 보곤 웃음 짓는다.

다시는 올수 없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서.

// 운전하는 홍석의 얼굴, 그 날을 떠올리는 듯, 울 것 같은 얼굴에 슬픈 미소가 번진다.



씬82. 장례식장 앞 (새벽)


운구가 나와서 장의차에 실리기 직전이다.

도착하는 홍석의 차. 뒷좌석의 조형사, PK준을 끌고 내린다.

홍석, PK준을 끌고 간다. 딸의 운구 앞에 선다.

PK준의 종아리를 발로 찍어 딸의 관 앞에 무릎 꿇린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홍석, 떨리는 입술로 말한다.


홍석 : ....수정아 ....아빠가 왔다. 아빠가 ....이번에는 약속 지켰다. 수정아. 미안하다... 수정아!!


내리는 비. 그 비에 숨겨서, 홍석이, 백수정의 아버지, 백홍석이,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운다.

카메라 점점 멀어진다. 홍석의 어깨는 더 거세게 들썩이고 있다. //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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