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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추적자] 0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7.18|조회수404 목록 댓글 0

[추적자] 04











씬1. 서울지방법원 앞 (낮)


경찰들에게 끌려나오는 홍석. 그 손에 채워진 수갑.

몰려드는 기자들.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질문에, 분노의 홍석이 뭔가 대답하려는데 경찰들에 의해 입이 막혀진다.

발버둥치는 홍석이 경찰들에게 끌려서 호송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인다. 그 위로


기자(소리) : PK준 폭행사건의 가해자 백모씨가 오늘 오후 전격 구속됐습니다. 백모씨는 병보석으로 출소한 PK준을 폭행,

                 전치4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PK준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거부 하고 있습니다.



씬2. 미연의 병실 (낮)


그 뉴스가 보여지는 TV화면.


기자(소리) : 법조계에서는 병보석으로 출소한 피의자를 폭행한 것은, 법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이러한 법률경시풍조에 대해서는 엄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하는데)


팍! 꺼지는 TV!

병상에 앉은 미연, 리모컨을 힘없이 내린다.

허탈한 그 눈, 망연한 그 얼굴, 이 현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가에 힘없는 실소가 번지는데서 스틸!

그 위로 타이틀 오른다. 추적자 제 4부.



씬3. 구치소 면회실 (낮)


미연, 망연한 얼굴로 앉아 있다.

앞에 보이는 면회창. 그리고 면회창 건너의 교도관.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면회창 건너의 문이 열리고, 교도관에게 이끌려 들어서는 홍석.

미연, 죄수복의 홍석을 보고는, 순간 울컥한다.

홍석, 그런 미연을 보곤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그 모습 어색해 보인다.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는 미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면회창 안쪽 의자에 앉는 홍석.

누구도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고만 있다.

홍석의 뒤에 벽시계가 보인다.

(시간경과)

벽시계의 시간 5분이 지나있다. 그 위로


미연(소리) : (낮은) 법이라는 게 참 재밌다.. ...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무섭고... 누구한테는 우습구.

홍석 : (안타깝게 보는)

미연 : (담담하게) 나 퇴원했어. 병원에 기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서.

홍석 : ...

미연 : ... 부동산에 집도 내놨어. 현관문에.. 엘리베이터에.. 아파트 벽에.. PK준 팬들이..

         당신하고 나도 ...우리 수정이 따라 가라고..

홍석 : ...

미연 : (어색한 미소로) 잘 지워지지도 않더라.

홍석 : ... 미연아..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하다.

미연 : 홍석씨. ... 우리 이제... 아무 것도 하지말자.

홍석 :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보는)

미연 : (가방에서 서류 몇 장 꺼내며, 담담하게) PK준 변호사가 찾아왔더라.

         (서류 몇 장 보여주며) 여기 지장만 찍으면, 오늘이라도 내보내준대.

홍석 : (아내의 모습이, 말이, 믿기지 않는) 미연아.

미연 :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읽어봤어. 별거 아니더라. 이건 합의서. 이건 PK준이 실수로 사고를 냈으니까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

홍석 : 미연아!

미연 : (개의치 않고) 그리고 이건.. (홍석의 눈을 바라보며) 당신이 블랙박스를 봤다는 게 거짓말이라는 진술서.

         내가 대신할라고 했는데 당신이 직접 지장을 찍어야 한다고. (하는데)

홍석 : .... 미연아!!! 너.. 왜 이래?

미연 : (어색한 미소로) 당신.. 나와야지.


홍석, 아내의 얼굴을 본다. 진심인 듯 하다.

홍석, 미치겠는 마음이다. 벌떡 일어나서 좌우로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며.


홍석 : PK준, 그놈, 며칠만 파스 붙이고 연고 바르면 낫는 타박상이야. 근데, 왜! 왜! 날 여기에 넣었는데!

         우리 수정이 재판 덮을라고


홍석, 걸음을 멈추고 면회대를 짚고 서서 아내를 보며


홍석 : (대사 이어지는) 그런거야. 근데 (하다가 멈칫)


미연의 눈가에 한 방울 눈물이 흐르고 있다.


미연 :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조금씩 떨려오는 목소리로) 애들.. 원조교제 하고 마약하는 거.. 처벌하는 법을 만든대.

         근데.. 그 법 이름이.. 이름이.. (울먹이기 시작하며) 백수정법이래.

홍석 : (눈을 질끈 감는다. 후 한숨 나오는)

미연 : (울먹이며) 홍석씨 나 무서워. 이 사람들 어디까지 갈지... 무서워.

홍석 : ......

미연 : (고개 숙여 울음을 울며) 홍석씨 우리 이제, 아무 것도 하지말자.. 아무 말도 하지말자. 아무도 안 믿잖아...

         세상에 우리편 아무도 없잖아.

홍석 : (OL, 터지는) 세상! 믿지 마! 법도 믿지 마! 나만 믿어!

미연 : (울면서 고개 드는)

홍석 : 니 남편! 수정이 아빠! (자기 가슴 두드리며) 백홍석! 나만 믿어! 나 이긴다! 우리가 이긴다구! 미연아!


미연, 홍석을 보며 그치지 않는 울음을 울고

홍석, 가녀린 아내를 꼬옥 안아주고 싶은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씬4. 소년원 미용반 (낮)


소년원복을 입은 효진. 헤드마네킹에 씌어진 가발에 가위질을 하며 미용 실습 중이다.

효진, 실수로 가위를 떨어뜨린다. 주우려는데

그 가위를 먼저 주워주는 소녀, 서로가 서로를 보는 미소. 그 위로


용식(소리) : 아따. 재봉반에 있던 것을 미용반으로 돌렸당께요. 한 사나흘 됐는디.



씬5. 국제결혼 상담소 (낮)


용식 : (두 쪽이 붙은 탕수육을 들어 보이며) 시방은 요로코롬 찰싹 붙어 댕긴다는디요.

         (탕수육을 쪽 쪼개서, 소스를 듬뿍 찍어 냠냠 먹는)


작고 초라한 상담소. 용식은 책상 앞에 앉아서 탕수육을 먹고 있고,

황반장과 조형사는 저만치 탁자에 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다.


조형사 : (불퉁한, 황반장에게) 아, 세트메뉴 시켰으면 같이 먹어야지. 저 새끼 혼자 탕수육 처먹고 우린 요게 뭡니까?

용식 : (냠냠 먹으며) 지는요. 나랏밥 잡숫는 분들하구는 겸상을 안한당께요.

조형사 : (허 어처구니없이 보다가 짜장면 먹기 시작하는)


조형사의 시선으로 탁자 위 유리 안에 깔린 각종 유치한 찌라시들이 보인다.

“만남에서 결혼까지 2시간 완성”, “가자 베트남으로! 오라 신부여!” 등등.

조형사,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그 찌라시들을 보며 짜장면을 먹는 그 모습 위로


용식 : 성님 (냠냠) 지는요 (냠냠) 꿈이 있당께요. 10년 안에 63빌딩을 현찰로 사 갖구요 (냠냠) 전 세계 63개국 아가씨들을

         각 층마다 넣어서 시상에서 젤로 큰 룸빵을 맨들꺼구만요. 거 머시냐. 웨이터하구 새끼마담도 대졸 공채루다가 (하는데)

조형사 : (젓가락 탁 내려놓곤 OL) 아 진짜. 귓구멍이 부끄러워서 못 듣고 있겠네.

용식 : (느물거리며, 먹으며) 아따. 고로코롬 부끄럼이 많은 양반이, 결혼은 우째 수시로 한다요?

조형사 : (열받은. 벌떡 일어나며) 반장님! 저 새끼 두 대만 패겠습니다. (달려가는)

용식 : (장난스레 요리조리 피하며) 조형사님 맹키로 잦은 결혼을 하는 분들은 원 플러스 원.

         한번 결혼하면 지가 서비스루다가 한번 더 (하는데, 울리는 전화벨. 받는) 아따! 불어 부렀어?

조형사 : (그 말에, 바로 앞에서 멈추는)

용식 : 근디. 어. 애미가 재혼을 했는디? (탕수육에 소스를 듬뿍 찍어서 조형사의 입에 넣어주곤, 놀라) 머시여? 애비가 약쟁이여?


조형사, 용식을 째려보며, 탕수육을 우지끈 씹는다.



씬6. 몽타주


// 달리는 차. 황반장과 조형사가 타고 있다. 그 위로


용식(소리) : 의붓애비가 천하 잡놈이라는디요. 그 뭐시냐. 원조교제도 애비가 약값 땜시 시킨거시고,

                 요번 위증도 고 애비놈 짓이라는디요?


// 어느 주택 마당.

황반장과 조형사가 달려 들어온다.

남자(효진부), 약에 취해 효진모를 패고 있다.

황반장, 효진부를 잡고 제압한다. 발버둥치는 효진부, 이거 놓으라며 발버둥치는 그 입 속에 금니 몇 개가 선명하게 보인다.

조형사,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그 위로


용식(소리) : 근디 애비라는 놈이 솔찮게 캐시를 챙긴 모양인디


// 방 안. 장롱을 뒤지는 조형사가 꺼내는 어느 가방. 그 위로


용식(소리) : 고 캐시를 어따가 슈킹했을랑가?


조형사가 열어보는 가방. 그 안에 수북한 마약봉지에서.



씬7. 구치소 면회실 (낮)


홍석과 황반장, 면회창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조형사, 서서 근처 게시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황반장 : 효진이 가가 얼매나 지 아부지를 무서버 하는지, 아무리 지 자식이 아이라 캐도 얼매나 아를 때맀으믄...

홍석 : (약간의 긴장) .. 증언은?

황반장 : 지 아부지, 마약범으로 7년 넘게 살끼라캤더이, 그제사 증언한다 카드라.

홍석 : (긴장이 풀리며, 안도의 낮은 한숨) 고.. 고맙습니다 반장님.

조형사 : (면회창 앞에 얼굴 쏙 내밀곤) 저한텐요? 효진이 면회 거부하니까, 소년원에 빨대 꽂자고 아이디어 낸 게 누구더라?

홍석 : ... 조형사

조형사 : (감사받을 준비를 끝낸 얼굴 표정으로) ... 네.

홍석 : (따뜻하게) 경호팀서 짤렸다며?

조형사 : (표정 일그러지며 황반장을 째려본다)

황반장 : (다른 곳 쳐다보며 능청떠는)

홍석 : 경호 설 때마다 셀카 찍어서 블러그에 올려서 짤리고

조형사 : (OL) 네네 경위서도 쓰고 감봉도 당하고 파혼도 당하고 다 당했습니다. 다!


조형사가 투덜대는 모습을 귀엽게 보며 서로 웃는 홍석과 황반장. 그 웃음의 끝에


황반장 : 효진이가 니한테 이 말 꼭 전해 달라 카드라.



씬8. 구치소 안 (낮)


홍석, 벽에 기대 앉아 손에 들린 자그마한 수정이의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고 있다. 그 위로.


황반장(소리) : 아부지한테 맞고 쫓기났을 때, 수정이가 용돈 털어가 밥 사주고, 공부하라꼬 참고서도 사주고.. 그랬는데..

                     지가 수정이한테 큰 죄를 짓다꼬. 고 어린기 얼매나 울던지. ....홍석아. 낼 효진이가 진술 번복하므는,

                     재판 뒤집어 질끼다.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로, 수정의 사진을... 그 사진 속 얼굴을 매만지는 홍석의 모습에서.



씬9. 이발소 (낮)


초라한 이발소. 동윤의 머리를 깎고 있는 70대의 초라한 노인.

동윤, 벽에 걸린 흑백사진을 보고 있다. ‘열 살 정도의 소년과 서너 살 위의 소녀와 중년의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

그 옆 오래된 상장이 걸려 있다. “성적 최우수상, 초등학교6학년 강동윤”

동윤과 노인, 둘만이 있는 그 나른한 풍경이 보이다가..

다급하게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에 동윤, 거울을 보면, 혜라가 들어오고 있다.


혜라 : (다급한) 방금 특별 사면이 발표됐습니다.

동윤 : ...

혜라 : 한오그룹 불법승계 특검 관련자 전원이... 사면됐습니다.

동윤 : ... (놀란. 그 사람도? 하는 눈빛으로 보면)

혜라 : ... (끄덕이며) 내일 귀국한답니다.


무섭도록 굳어지는 동윤의 얼굴 위로 선행되는.


지수(소리) : 오빠!



씬10. 서회장네 거실 (낮)


2층에서 내려오는 지수가, 거실로 들어서는 영욱을 보곤,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반가워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영욱 : 아이고. 우리 지수, 자알 지냈어?

지수 : ......고생.. 많았지? 오빠... 미안해. (하는데)

영욱 : (지수를 꼬옥 껴안아주며) 내가 미안하다. 오빠란 놈이 맨날 걱정이나 시키고.


영욱, 2층에서 내려오던 동윤과 눈이 마주치자. 지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채로, 동윤을 노려보고 있다.


지원 : (주방 쪽에서 나오며) 오빠!!! (손 내밀며) 선물!

영욱 : (지수에게서 멀어지며) 야야. 러시아로 귀양 갔다온 놈한테, 선물은 니가 줘야지.

         (지원을 보곤 장난스레 깜짝 놀란 듯, 얼굴을 요모조모 살피며) 청담동 김원장이 기술이 좋아. 몰라보겠어.

지원 : (뾰로통) 아니네요. 젖살이 빠져서 이뻐진 거네요.

영욱 : 야야. 지수는 젖살 빠지기 전에도 이뻤어. 그치? 가자. 동생들아. 아버지. 저 왔습니다아!!!!


영욱, 양팔로 지수와 지원의 어깨를 두르고, 주방으로 간다.

동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서..



씬11. 서회장네 식당 (낮)


서회장 가족들이 식사중이다.


서회장 : 인자 니도 인생 좀 단디 살아라이. 나가 오십이 다 되가는 놈이 쯔쯔.

영욱 :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버지 앞에선 어린애 아닙니까? 하하하. (국 먹으며) 야. 안성댁 아줌마 국맛은...

         내가 이 맛 찾아서 러시아에 있는 한식당 이란 한식당은 다 돌아다녔는데, 크하. 요맛이 안나요. 요맛이.

지원 : (장난스레) 많이 드세요. 오라버니. 또 사고 쳐서 도망가면 한동안 못 먹잖아요오.

영욱 : (장난스레 지원의 머리를 툭 치려는데)

지원 : (노련하게 쏙 피하며, 헤헤 귀엽게 웃는)

영욱 : 아버지 오늘 우리 식구들. 공 한번 치죠. 아버지랑 지수, 나하고 지원이. 내기는 뭘로 하나? 음...

지원 : 난 출근 한다네요.

영욱 : 야야. 뭔 놈의 출근을 매일 하냐? 오빠가 전화해 주께. 데스크 아직 그 놈이지?

지원 : 오빠한텐 그 놈이지만, 나한텐 하늘입니다. 나 빼고, 형부랑 가.

영욱 : (미소 짓던 얼굴이 확 차가워지며) 우리 식구끼리 가재니까!


그 말에.. 나름 유쾌하던 식탁이, 다들 어색해진다.

침묵의 잠시.. 말없이 다들 밥을 먹는데.


민성 : (밥 먹으며) 엄마 나 청와대 들어가면 친구들 못 만나? 그럼 나 청와대 들어가는 거 싫어.

지수 : (동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엄마도 그래. 민성아.

민성 : (어리광 부리듯) 그럼 가지 말자 엄마. 준호가 그러던데. 청와대 가면 놀이동산도 못 가고, 야구장도 못가고 (하는데)

영욱 : (반찬 하나 집어서 민성의 입에 갖다 대며) 아유 우리 민성이. 걱정 말고 삼촌만 믿어.

         삼촌이 너 청와대 안 들어가게 해주께.

동윤 : (그 말에 영욱을 본다)

민성 : 정말?

영욱 : (반찬을 민성의 입에 넣어주곤) 그러엄. 엄마하고 같이 이 집에서 오래오래 살게 해주께. 자! 삼촌하고 약속!!


영욱과 민성이 새끼손가락을 걸며 웃으며 약속하고 있다.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는 동윤의 모습에서.



씬12. 강동윤의 서재 (낮)


동윤, 의자에 깊숙이 앉아 통화중이다.


동윤 : 강동윤 입니다. 3년 전 서영욱 사장 특검 당시, 파견검사들 아십니까?

장병호(F) : 동창회 총무 보던 놈이 특검보였지. 아마.

동윤 : 당시 자료가 필요합니다. 분식회계. 불법증여. 불법승계. 공금유용. 환치기. 내부자 거래. 모두 다.



씬13. 서울지방법원 로비 (낮)


로비를 걸어가는 장병호, 핸드폰 통화중이다.


장병호 : 알아보겠네.

동윤(F) : 재판은?

장병호 :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지나가는 법복을 입은 판사들의 정중한 인사에, 손을 들어 가볍게 답례하며)

            뭐 별일이야 있겠나?


법원 로비를 판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장병호의 모습에서.



씬14. 대법정 안 (낮)


효진, 고개 숙인 채 증인석에 앉아 있다.

방청석의 미연, 기대로 두 손을 꼭 모으고 간절한 눈으로 효진을 바라보고 있다.


정우 : (증인석 옆에 서서) 한효진양은 지난번 심리에서 백수정에 대해서 증언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검찰에 자백을 했습니다. 당시 증언은 모두 거짓이었으며, 위증이었다고!


웅성이는 방청석.

정우가 보면 변호인석의 장병호는 고개 숙인 채 서류를 뒤적이고 있다.

정우의 입가에 가벼운 승리의 미소가 보여진다.


정우 : 위증의 벌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그 용기에, 본 검사는 검찰을 대표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효진에게 한 걸음 다가가) 묻겠습니다. 백수정은 어떤 친구였습니까?


효진, 천천히 고개를 든다.

기대로 보는 미연, 장병호는 여전히 서류만 뒤적이고 있다.

침을 삼키는 효진, 법정의 모든 시선이 효진의 입에 쏠려있다.

그 긴장된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효진 : 수.. 수정이는.. 제일 친한 친구였어요. 언제나 다정하고.. 날 위해서 (하는데)


방청석 일각에서 들리는 헛기침 소리.

그 소리가 나는 곳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보던 효진이... 둥!! 놀란다.

효진의 얼굴이 경악스런 표정으로 바뀐다.

효진이 바라보는 곳, 방청석 뒤편 일각에 남자(씬6의 효진부)가 선명한 금니를 드러내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그 옆에 효진부를 지키듯 서 있는 배상무!


효진 : (점점 공포로 입술이 벌벌 떨려온다)

정우 : (의아하지만).. 다시 묻겠습니다. 백수정은 어떤 친구였습니까?

효진 : (부들부들 떨며, 효진부를 겁에 질려 바라보며) 수.. 수정이는..

효진부 : (비릿한 미소를 띤 채, 천천히... 손으로 입을 지퍼처럼 잠그는 시늉을 한다. 그 눈빛 무섭다. 그 미소 두렵다)

효진 : (눈가가 그렁해지며, 부들부들) 수.. 수정이하고.. 아저씨들을 만났어요. ... 돈 많은 아저씨들.


놀라는 정우. 당황하는 미연.

웅성이는 방청객들.

정우가 효진의 시선을 따라가 보다가 놀란다. 효진부가 보인다. 믿을 수 없는.


정우 : (다급하게) 재판장님. 증언을 중단하겠습니다. (하는데)

장병호 : (OL, 일어나며) 변호인 반대 심문하겠습니다. (나가는)

정우 : (다급한) 이건 검찰측 심문입니다.

장병호 : (증인석 옆에 서서) 검찰은 변호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효진양의 증언을 강행했습니다.

            진실을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 벌써 듣고 싶은 진실이 나온 겁니까?

정우 : (다급하게) 재판장님 (하는데)

판사 : 반대 심문 허락합니다.

정우 : (어쩔 수 없다. 한숨.. 검사석으로 가는)

장병호 : (들어가 앉는 정우를 끝까지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효진에게 다정하게 묻는다) 아저씨들을 만났다고 했지요?

            효진양과 수정양. 둘 중에 주로... 누가 먼저 연락했습니까?

효진 : (여전히 겁에 질려 효진부를 보는 채로) 수.. 수정이가.. 먼저 했어요. 돈이 필요하다구. 아저씨들.. 만나게 해달라고...

         일주일에 두 번씩 약도 사달라고 했어요.


효진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효진부, 가볍게 소리없이 손뼉 짝짝 쳐준다. 잘했다는 뜻.


효진 : (그제야 고개 떨구며 엉엉 우는)


방청석은 웅성이고 있다. 환호가 터지는 팬들.

정우는 분노의 찬 눈으로 장병호를 바라보고 있다.

그 소란의 도가니 속에서 미연, 여유있게 자리로 돌아가는 장병호를 멍하게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장병호를 바라보던 미연의 얼굴이, 점점! 환하게! 밝아지는데서.



씬15. 대법정 안 (낮) - 시간경과


재판이 끝난 대법정.

마지막으로 남은 장병호가 서류 가방을 챙겨서 나가려는데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정우.


장병호 : (미소로 악수 건네는)

정우 : (분노로 바라보기만 하는)

장병호 : (미소로, 손 치우며) 아쉽군. 내 손만 잡았다면, 말단 검사로 썩고 있을 친군 아닌데.

정우 : (분노로) 당신들! 무슨 짓을 한 거야?

장병호 : (여유있게) 질문이라면 좀 더 공손하게 하고, 항의라면 좀 더 격렬하게 해야지.

정우 : (분노로 보고 있는)

장병호 : 왜? 공손하게 묻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항의를 하자니 겁이 나나? 후후. 내가 잘 알지. 자네같은 친구들.

정우 : (분노로 보고 있는)

장병호 : (온화하게) 비키게. 내 앞을 막는 건, 한번으로 족해.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장병호와 정우에서.



씬16. 서울지법 로비 (낮)


법복을 입은 판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걸어가던 장병호가 흠칫 놀란다.

저만치에서 반가운 얼굴로 다가오는 미연.


미연 : (환한 미소로 고개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장병호, 뜻밖의 상황에 멈칫해서 보고 있다.

미연이 장병호를 보고 환하게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 모습에서.



씬17. 구치소 특별 면회실 (낮)


홍석, 어이없는 얼굴로 앉아 있다. 그 위로


장병호(소리) : 이건 합의서 이건 탄원서 그리고 이건 진술섭니다.


장병호, 홍석의 맞은편에 앉아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리고 있다.


장병호 : (대사 이어지는) 여기까진 사모님께 들으셨을거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서류 꺼내서 올리며) 곧 1심 판결이 납니다. 어떤 경우에도 항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포기 각섭니다.

홍석 : (어이없어 픽 실소를 터뜨린다) 내가, 강력계 형사만 20년이야. 양아치 조폭 살인범 강간범 온갖 잡놈들 다 봤지만...

         (장병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그 새끼들이 아주 양반이네. (옆의 의자를 팍 민다. 넘어지는 의자.

         그 소리가 면회실에 잠시 울리다가, 점점 목소리 높아지며) 우리 집사람 환자야! 아픈 사람 또 찾아가서!

         그 잘난 입으로 뭔 소리를 했길래 (하는데)

장병호 : (담담한 OL) 찾아오셨습니다. 사모님이.

홍석 : (멈칫) 뭐?

장병호 : (담담하게) 간곡하게 부탁하시던데요. (인주를 홍석의 앞으로 밀어주며) 바깥분 하고는 얘기가 끝났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홍석의 얼굴에 피어나는 의문에서.



씬18. 홍석의 집 거실 (낮)


울리는 전화벨.

주방에서 아구찜을 들고 오던 미연이 식탁에 올리곤, 달려와서 거실 전화를 받는다.


미연 : (밝게) 어 홍석씨. 어디야?

홍석(F) : 미연아

미연 : 홍석씨 (장난스레) 오늘 저녁 메뉴 뭐게? 냄새 맡아봐. (장난스레 수화기를 잠시 주방쪽으로 갖다댔다가 다시 귀에 대는)

홍석(F) : (당황스런) 미 미연아 ...너 왜 이래?

미연 : 아구찜 했다! 요새 아구가 얼마나 비싼지. 우리 세 식구 먹을라면 중짜는 사야는데

홍석(F) : 미연아!!

미연 : (베란다로 가며) 으.. 냄새! 당신 좋아하는 청국장도 했어. (베란다 문을 활 짝 열며) 냄새 좀 빼야지.

         (주방 쪽을 보며) 수정아! 청국장 다 끓었니?



씬19. 구치소 특별 면회실 (낮)


홍석 : (둥!!!. 놀란)

미연(F) : 수정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먹었어. 당신 오면 같이 먹는다고, 아침부터 굶었다!

홍석 : ... 미.. 미연아.. 수정이가.. 아침부터 있었어?

미연(F) : 응. 종일 TV만 보구. 공부도 안 하구. 커서 뭐가 될라구 저러냐? 당신 딸.


홍석, 그 충격에 사로잡힌 얼굴 위로

// 인서트 (3부 씬43의 연결 느낌)

의사 : 장시간 환각이 계속되면, 즉시 약물 투여를 해야 합니다.


홍석 : (충격과 긴장으로, 침 삼키고... 다급하지만 달래듯이) 미연아 약 먹어. 장식장 옆에 약상자 있지? 그 안에 (하는데)

미연(F) : 수정아, 청국장 좀 식탁에 갖다놔.


턱. 말문이 막히는 홍석. 더 충격에 빠진다.

// 인서트 (3부 씬43의 연결 느낌)

의사 : 인지적 파국에 빠지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혼자 두시면 안 됩니다.


홍석 : (다급한, 미치겠는 마음으로) 미연아!!! 지.. 지금.. 혼자 있으면 안 돼.



씬20. 홍석의 집 거실 (낮)


미연 : 괜찮아. 수정이도 있구, 당신두 금방 올 거잖아. 어, 청국장 넘친다. 빨리 와. (끊는)



씬21. 구치소 특별 면회실 (낮)


홍석 : 미연아... (상대가 끊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내린다)

장병호 : (그 핸드폰을 받으며, 의아해서 보는)

홍석 : (혼잣말처럼) 가.. 가야돼. 집에 가야 돼. (장병호를 보며) 저 좀 내보내 주세요. 집사람이 많이 아픕니다.

         (장병호의 손을 간절하게 잡으며 애원하듯) 변호사님. 저 집에 가야 돼요. 나 좀 보내주세요. 제발 제발.

장병호 : (담담하게, 잡힌 손을 빼곤) 집에 보내드리려고 온 겁니다.

            (인주를 내밀며) 여기 지장만 찍으시면 모든 문제는 끝납니다.


홍석, 부들부들 떨린다. 미치겠는 마음이다. 그 얼굴 위로


미연(소리) : (씬19의) 수정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먹었어. 당신 오면 같이 먹는다고.


홍석,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엄지에 인주를 묻힌다.

합의서에 도장을 찍으려는데 차마 찍지는 못하고 떨리고 있는 손. 그 위로


미연(소리) : (씬20의) 괜찮아. 수정이두 있구. 당신도 금방 올거잖아.


홍석, 결국... 지장을 찍으려는데 멈칫 합의서의 선명한 문구가 보인다.

“백수정의 아버지 백홍석은 향후 모든 법적 소송을 포기한다”

홍석, 찍을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마음으로 부들부들 떨며 서 있는 모습에서.



씬22. 홍석의 집 거실 (저녁)


미연, 멍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다.

현관문 밖에서 띠띠띠띠 번호키 소리가 들린다.

미연이 고개 돌려 보면 열리는 문! ... 수정이 들어온다!


수정 : (밝게) 배고파 밥 줘. (하다가 소파에 힘없이 앉은 미연을 보곤 다가가며) 엄마?


미연, 수정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옆에 앉힌다. 본다. 딸의 얼굴을. 매만진다. 딸의 얼굴을.


미연 : ... 수정아 기억나니? 일곱 살 땐가 수영장에서 너 잃어버린 거. 두 시간 만에 찾았나?

수정 : 맞아. 나 엄청 울었는데.

미연 : 그날 밤에 엄마하고 약속한 거 기억나?

수정 : 어. 펴엉생 나 안 잃어버리겠다고. 나 혼자 절대 멀리 안 보내겠다고.

미연 : ... 근데... 미안하다 수정아...

수정 : (옅은 미소로 보는)

미연 : 엄마가.. 엄마가.. (울먹이기 시작하는) 겁이 나서.. 아빠한테 그랬어. 이제 포기하자고. ..사람들이 우리 수정이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데도.. 엄마가 그랬어. 그만 두자고... 미안해서 어떡하니... 수정아 (울음 터지는)

수정 : (본다. 보다가 그 엄마의 어깨를 따뜻하게 두드려준다) 엄마. 울지 마. 난.. 엄마한테 고마워.

미연 : (눈물 그득해서.. 보는)

수정 : 엄마, 겨울에 허리 다쳐서 힘들었는데도, 식당 나갔잖아. 나 학원비 때문에. .. 고마워 엄마.

미연 : .. 수정아.

수정 : 엄만 십년 째 같은 가방 매면서, 난.. 애들한테 기죽지 말라고, 좋은 가방 사줬잖아... 고마워 엄마.

미연 : ... 수정아

수정 : (일어나는) 그리고 엄마 (수정의 환영이 점점 흐려져 가며) 나 안 잊어줘서... 고마워.

미연 : (사라지는 딸을 잡으려 손을 뻗고 앞으로 다가가며) 수정아. 가지마!

수정 : ... 정말 고마워. 엄마! (환영은 사라져버렸다)

미연 : 수정아!! 수정아!! 수정아!!


멍하게, 눈물 그득한 눈으로 수정이 사라진 바로 그 자리를 바라보는 미연.

그 눈에, 수정이 사라진 그 자리에 보이는, 저 멀리의 전광판.

PK준의 환하게 웃는 뉴스화면이 보이고 있다. 그 자막 “PK준, 팬들 성원에 웃음 되찾아”

미연의 얼굴이 점점 더 울먹이는 표정으로 변하며, PK준을 향해서 베란다로 다가가며...


미연 : .. 수정아.. 엄마가 약속했지? 혼자.. 멀리.. 안 보낸다고. 같이 가자 수정아... 엄마하고 같이 가자.

         저 놈 데리고... 같이 갈게 엄마가. (두 손을 뻗어 PK준을 잡으려는 듯, 전광판을 향해 다가가며) 죽어라... 죽어.. 죽어!


전광판을 향해 두 손을 뻗고 다가가는 미연.

그 미연의 시선으로 보이는 전광판, 어느 순간 화면이 아래로 확 꺾여 버린다. 그대로 정지.

잠시 후 들리는 소리 쿵!!! 아래서 들리는 놀람과 당황의 소리들.

카메라 바로 서면 PK준의 환하게 웃는 뉴스는 계속되고 있다.

카메라 점점 뒤로 빠진다. 베란다에는... 미연이 없다.

카메라 점점 더 빠지면 홍석, 미연, 수정의 함께 찍은 가족사진과

환하게 웃고 있는 전광판 속 PK준의 얼굴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씬23. 구치소 공중전화 (저녁)


교도관이 책상 앞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설치된 공중전화.

홍석, 다급하게 통화중이다.


홍석 : 조형사! 부탁해. 빨리 가. 혼자 두면 안 돼. (하는데)


툭툭! 홍석의 등을 두드리는 누군가, 돌아보면 교도관이다. 뭔가 곤란한 말을 하려는 듯.

홍석, 그 불안한 얼굴에서.



씬24. TV토론 스튜디오 (밤)


담담하게 앉아있는 동윤의 얼굴 위로


유태진(소리) :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설픈 패기에 맡길 건가

유태진 : 풍부한 경륜에 맡길 것인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믿겠습니다.


비로소 보이는 스튜디오 전경.

사회자가 가운데 있고 양쪽에 유태진과 강동윤이 앉아 있다.


사회자 : 자 이번엔 강동윤 후보, 자신이 꼭 대통령이 돼야만 하는 이유를, 3분 안에 말씀해 주시죠.

동윤 : (여유 있게 물 한 모금 마시곤, 미소를 지으며 말하려다가 멈칫)


동윤이 바라보는, 자신의 토론 방송이 나가는 모니터 화면 아래에 속보 자막이 흐르고 있다.

“PK준 피해 여학생 어머니, 투신 사망”,

동윤의 눈빛이 흔들린다. 저만치 방청석 뒤에 서 있던 혜라와 눈이 마주친다.

혜라도 보았다. 그 자막을.

동윤, 눈을 질끈 감는다. 낮게 웅성이는 방청객들.


사회자 : 강동윤 후보, 말씀하세요.

동윤 : (감은 눈을 뜨지 못한다)

사회장 : 강동윤 후보....

동윤 : (천천히 눈을 뜬다.) 제가...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그 자막을 보면서 느끼는 마음의 갈등이다... 죄책감이다. 낮은 한숨을 쉬곤, 마음을 추스르곤)

         제가..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는 (그 자막을 바라보면서) ..,이 나라에 살면서 ....너무 많은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혜라 : (흠칫 놀라서 보는)


사회자와 유태진 방청객들, 뜻밖의 대답에 낮게 웅성거리며 동윤의 다음 말을 주목한다.


동윤 : ... 아버지는 작은 이발소를 했습니다. 끼니를 거를 정도로 가난했지요. 여섯 살 땐가, 잠든 손님 지갑에서

         만원 짜리를 몰래 꺼내는 아버지하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날 저녁, 쌀독에 채워진 쌀을 보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일 저녁까지는 굶지 않겠구나...


방청객들, 동윤의 말에 집중 하고 있다.


동윤 : 대학 2학년 때였습니다. 주물 공장에 다니던 누나가 야근을 하다가 ....산업 재해로.. 곁을 떠났습니다.

         그 보상금으로 등록금을 내면서.. 저는.. 엄마처럼 나를 키운 누나를.. 잃었다는 슬픔보다.... (잠시 말을 잊지 못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은 걱정 안 해도 되는구나. (눈시울이 옅게 붉어져 있다)


동윤, 고개 숙이고 감정을 추스르듯 낮게 호흡을 고른다. 다시 고개를 들고


동윤 :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과 같은 대한민국을 살아왔습니다.

         많은 꿈을 꾸었고... 그래서...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방청객들, 동윤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동윤 : (담담하게 단호하게) 그래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죄를 짓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강남에 사는 부잣집의 아이와 빈민촌에 사는 근로자의 아들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세상을... 제 손으로 ... 만들고 싶습니다...


동윤, 고개 숙여 천천히 인사한다.

마치 그 자막을 향해서 사과를 하듯. 오랫동안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에서.



씬25. 서회장 서재 (밤)


벽면에 걸린 TV 화면 속. 고개 숙인 동윤이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든다.

서회장, 은단 하나를 입에 털어 넣곤


서회장 : 영욱아. 내는 후회 같은 거는 안 하고 살아왔다. 머든지 빨리 결정을 내리고, 그기 옳은 결정이 되고로 최선을 다했다.

            이라까 저라까 남들이 머리 굴리는 동안에도, 내는 한 걸음 두 걸음 앞만 보고 걸어온기다.

영욱 : (묵음의 TV 화면 속 동윤의 얼굴을 보고 있는)

서회장 : 영욱아 .. 내가 젤로 후회되는 기 먼지 아나?

영욱 : (보는)

서회장 : 니 문제로 특검할 때, 점마 정치자금 계좌를 못 깐기다.

영욱 : 아, 그때는 지수가 챙기고 있었잖아요. 강서방 계좌.

서회장 : 그랬제. 지수 그기 그때만해도... 그랬제. 지 서방한테.

영욱 : ...

서회장 : 그칸데 영욱아. 지수가 다칠까봐 나낫더이, 강세이가 범이 돼뿟다.

            (보며)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집에 들어온 짐승을 우째 쫓아내겠노? 그자?

영욱 : (보는. 아버지의 말뜻을 알았다. 피식 실소) 전 못 합니다.

서회장 : (부드럽게) 와?

영욱 : 아시잖아요? 아버지. 저.. 지수.. 다치는 거 못 봅니다.

서회장 : 국회의원 하믄서도 니를 특검에 넘긴 놈이다. 사장 여섯 놈을 징역 안 살맀으믄,

            니는... 한오그룹 현관에도 못 들어섰을기다. 평생.

영욱 : 압니다. 아는데요. 이러죠. 제가 지수 안 다치게, 강서방 문제 어떻게든 해결할거니까 (하는데)

서회장 : (단호한) 니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못 해가, 니를 부른 줄 아나?

영욱 : (멈칫) ...

서회장 : 점마가 앉고 싶은 자리는 봉황 새긴 의자가 아이다. (자기 의자 가리키며) 바로 여다.

영욱 : (보는)

서회장 : 점마는 청와대에 앉아가 시상을 보고 싶은 기 아이고, 여 앉아가 청와대를 보고 싶은 기다.

영욱 : 아버지.. 그래도.. 지수는 내 동생입니다.

서회장 : (OL, 단호한) 지수는 내 딸이다!

영욱 : ...아버지..

서회장 : (단호함으로 보는)

영욱 : (그 단호함에) .... 알겠습니다.

서회장 : (은단 하나 털어 넣곤 깊숙이 앉으며) 한 번에 치래이. 잘못 물믄 니도 다친대이.


서회장과 영욱이 바라보는 묵음의 TV.

일어나서 인사하고 악수하고 마무리되는 토론. 그 동윤의 모습에서.



씬26. 구치소 행정실 (낮)


홍석, 넋을 잃은 얼굴로 서 있다.


교도관 : 3일간 구속집행 정지 허가섭니다. (하며 내밀면)

홍석 : (망연하게 그냥 서 있다)

교도관 : (허가서를 홍석의 주머니에 구겨 넣어주며) 항상 지참하세요.



씬27. 구치소 앞 (밤)


문이 열리고 홍석이 나온다. 넋을 잃은 얼굴이다.

기다리고 있던 조형사와 황반장.


조형사 : (다가가서, 울먹이며) 제가요... 선배님 전화 받고... 바로 갔는데요.. 벌써

황반장 : (다가가)... 홍석아 (뭐라 할 말이 없다. 안아준다)

홍석 : (아무 반응 없이 그렇게 서 있다)

황반장 : (홍석을 본다. 한숨만 나온다. 초라한 옷차림이다) 그래 입고 우예... 빈소서 옷은 챙기왔다. (쇼핑백 건네며)

            조형사캉 빈소로 가거래이. 내는 느그 집에 가서 사진 챙기 가꾸마... 정신이 없어가 아직 영정도.. 후우..

홍석 : (멍하게 본다. 보다가 고개를 가로 젓는데서)



씬28. 홍석의 집 방 안 (낮)


앨범을 뒤적이는 홍석.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결혼, 일상, 수정의 출산, 입학, 졸업 등등 홍석과 미연, 그리고 수정, 그 세 가족이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

그렇게 몇 장을 넘기다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연의 독사진 한 장을 뽑아든다.



씬29. 홍석의 집 거실 (낮)


방에서 나오는 홍석. 나가려다가 멈칫. 뭔가를 느낀다.

천천히 식탁 쪽을 돌아본다. !

식탁! 미연이 차린 마지막 식탁이다. 아구찜, 청국장, 그리고... 세 개의 밥 그릇. 세 개의 숟가락.

홍석, 멍한 얼굴로 세 개의 숟가락을 본다. 보다가 다가가


홍석 : (새어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미연의 수저를 만지며) 미연아... (수정의 수저 를 만지며) 수정아...

         (울음이 터져 나온다) 미연아... 미연아... 수정아... 수정아...


털썩 넝마처럼 의자에 주저앉는 홍석. 어린 아이처럼 엉엉, 주체할 수 없는, 멈출 수도 없는, 긴 울음을 운다.

(시간 경과)

홍석, 슬픔마저 식어버린 얼굴로 거울 앞에 서 있다.

상복을 입는다. 상의를 걸치고, 단추를 채우고, 그리고 상장을 찬다. 뭔가 비장하다.

뭔가를 결심한 듯한 그 홍석의 얼굴에서...



씬30. 홍석의 아파트 앞 (낮)


황반장, 캔커피 두 개를 사 가지고 조형사의 차로 다가온다.

조형사, 창문을 내린 채 운전석에 앉아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


황반장 : 휴우. 침을 이래 흘리이 목이 안 마르겠나? 어이 조형사야. (창으로 커피 내미는) 한 꼬뿌 해라.

조형사 : (버벅거리며 일어나 침 닦고는 커피 받고는, 잠결에) 아.. 내.. 내가 사께요.

            커피는 내가.. 밥은 반장님이.. 술은 선배님이 (하며 지갑 찾느라 몸 여기저기 뒤지는)

황반장 : 멫 푼이나 댄다꼬. 나나라. (홍석의 집 창문을 보며 마음 아파 한숨 쉬는데)

조형사(소리) : 어... 어?

황반장 : (돌아보면)

조형사 : (옷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황반장을 보곤, 아직 잠이 간 깬 어리벙한 얼굴로) 권총이... 없습니다.


놀라는 황반장의 얼굴에서.



씬31. 어느 거리 (낮)


빠르게, 분노로, 걸어가는 홍석, 핸드폰 통화중이다.


홍석 : 죄송합니다 반장님! 미안하다 조형사! 총기분실, 징계 클거야. 10년 뒤든, 20년 뒤든, 내가 꼭 갚으께.



씬32. 달리는 차 안 (낮)


조형사가 운전중이고, 황반장이 스피커폰 통화중이다.


황반장 : (다급한) 홍석아 내가 안다. 니 맘 내가 다 안다 안카나. 니가 어떻게 살았는지, 니가 을매나 억울한지 내가 안다.

            그라이... 쪼매만 ...우리 쪼매만 진정하자. 홍석아.



씬33. 어느 거리 (낮)


홍석 : (걸어가며) 세상이!!! 세상이 미쳐 날뛰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을 합니까!!!

황반장(F) : 그래도 홍석아.. 그라믄 안 된다.

홍석 : 이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황반장(F) : 홍석아, 내캉 얘기 좀 하자. 일단 만나가 (하는데)

홍석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반장님. 고마웠다. 조형사.


홍석, 핸드폰을 끊곤 걸어가던 그 속도로 근처 화단에 핸드폰을 던져버린다.

빠르게 분노로 걸어가는 홍석의 모습.



씬34. 달리는 차 안 (낮)


황반장 : 홍석아! (이미 끊어진) 밟아라 퍼뜩! 임마 이거 말리야 된다. 이 새끼 이거 내가 말리야 된다. 퍼뜩 밟아라 안카나!!!


조형사, 경광등을 차 위에 올리곤, 더욱 속도를 내서 다급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씬35. 법원 정문 앞 (낮)


검은 상복을 입고, 누런 삼베 상장을 팔에 두른 홍석이, 법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 위로


판사(소리) : 2012 바 462, 박기준의 병합사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선고한다.



씬36. 법원 검색대 앞 (낮)


한가한 검색대. 재판이 진행중이라, 정리 한 명만이 지키고 있다.


판사(소리) :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 3조 1항! 무죄!


홍석이 검색대를 통과하는 순간, 경고음이 삐!!! 요란하게 울린다.


판사(소리) : 형법 제 268조! 무죄!


정리, 놀라서 홍석의 팔을 잡는다.

순간 정리의 배에 꽂히는 홍석의 주먹. 정리 꼬꾸라진다.


판사(소리) : 형사소송법 제 420조 2항! 무죄!


홍석, 법정 안으로 들어간다.



씬37. 대법정 안 (낮)


판사 : 도로교통법 제 54조 1항! 일부 유죄를 인정! 피고인 박기준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다.


연예관계자와 팬들로 보이는 백여 명의 방청객들,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를 터뜨린다.

피고인석의 PK준, 환한 웃음으로, 변호사(장병호)와 악수를 나눈다.

검사석의 최정우, 답답한 듯 마른세수를 한다.

방청석 앞쪽에 앉은 서지원, 한숨을 쉬며, 기자 수첩을 탁 덮는다.

그런데!!! 판사가 판결봉을 탕탕탕 두드리는 순간!

마지막 탕 소리와 함께 발사되는 한 발의 총탄! 법정 위 ‘法’자 중앙에 꽂힌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지원이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놀란다!

법정 중앙 통로. 홍석이 충혈된 눈으로 권총을 든 채, PK준을 겨누고 서 있다.

그제야 상황을 인식한 방청객들이 비명을 지른다.

정리들, 진압봉을 꺼내 홍석 쪽으로 달려오려 하자, 홍석, 천장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다.

팡!!!소리와 함께 깨지는 조명등! 떨어지는 조명등의 잔해.. 멈추는 정리들....

방청객들, 뜻밖의 상황에 비명을 지르며, 문 쪽으로 달아나려 한다.

홍석의 권총이 다시 발사된다. 탕!!!

출입문 위 시계에 꽂히는 총탄. 박살나는 시계. 놀라서 멈추는 방청객들!!!


홍석 : (절규하듯) 재판 아직 안 끝났어!


방청객들, 겁에 질려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몇몇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홍석, 총구를 돌려, 다시 PK준에게 겨눈다. 피고인석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며...


홍석 : 기자들!!! 카메라 꺼내! 녹음기 돌려!!!


지원, 가방에서 다급하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꺼낸다.

주변의 기자들도 그런 지원을 따라 카메라와 녹음기를 꺼낸다.


홍석 : (저벅저벅 걸어가며) 지금부턴 내가 검사고, 이 총이 판사야! (멈춘다. 피고인석 앞이다.

         PK준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다.) 2012년 5월 28일 밤9시42분. 무슨 일이 있었지?

PK준 : (겁에 질려) 살... 살... 살려주세요!

홍석 : (충혈된 눈, 떨리는 입술, 터지는 분노를 삭히며) ....내 딸도 그랬겠지. 살려 달라고.

PK준 : .......

홍석 : 근... 근데 넌 어떻게 했지?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내 딸 한테!!! 넌 무슨 짓을 했지?

         (터지는) 말해. 니 입으로!!! 이 자리에서 말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의 법정 안.

부들부들 떨고 있는 PK준,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들썩인다.

그때, 홍석의 뒤에서, 조심스레 다가가는 정리1.

지원, 그 상황을 보고 있다. 갈등이다.


PK준 : 그.. 그날... 제... 제가.... (하는데)

정리1 : (홍석의 뒤를 덮치려는데)

지원 : (들고 있던 녹음기를 떨어뜨린다. 의도적이다)


홍석, 녹음기 떨어지는 소리에 뒤를 보면, 바로 뒤에 선 정리1, 홍석을 덮치려 하자 홍석, 발길로 제압한다.

순간!!! 그 틈을 노려 달아나려는 PK준.

홍석, PK준의 뒷덜미를 잡는다.

PK준, 뿌리치려 하다가 홍석과 뒤엉켜 쓰러지고 만다.

법정 바닥. 두 남자가 엉켜서 뒹구는 몸싸움.

권총을 맞잡고 벌이는 치열한 몸싸움에 정리들, 멈칫멈칫할 뿐, 차마 덤벼들지 못하고 있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방청객들.

법정 위, 세 명의 판사들도 뒷문으로 달아난다.

그 혼란의 법정이 잠시 보여지다가, 마지막 판사가 뒷문을 나가는 순간!!! 타앙!!!



씬38. 법원 복도 (낮)


달려오는 황반장과 조형사가 법원을 울리는 타앙 소리에 놀라서 멈춘다.

황반장, 눈을 질끈 감는다.



씬39. 대법정 안 (낮)


법정을 울린 총소리!!! 순간 정적!

놀라는 정리들의 얼굴. 놀란 최정우의 얼굴. 놀란 지원의 얼굴.

.... 차마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래턱이 부들부들 떨리는 홍석의 얼굴!

비로소 보이는 전경. PK준의 심장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다. 몸싸움 중에 격발된 것.

부들부들 떨리는 홍석의 손에서 권총이 떨어진다.

법정 바닥. PK준, 거칠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홍석 : (PK준에게 다가가, 그 심장에서 솟구치는 피를 막으며) 죽지마. 죽으면 안 돼. .....넌 알잖아. 말해. 말하라구!!!


정리들, 홍석을 덮친다. 바닥에 몸을 엎드리게 하고 뒤로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가려하지만

홍석, 안간힘으로 버티며, 죽어가는 PK준에게 다가가려고 버둥거린다.


홍석 : 죽지 마! (절규하듯) 말해! 말해! 죽지마!!!


서서히 약해져가는 PK준의 호흡.

버둥거리며, 죽지 말라고, 말하라고, 절규하는 홍석의 모습에서!



씬40. 당내 경선장 복도 (낮)


기자가 뉴스 화면을 따고 있다.


기자 : 대한국민당 경상북도 경선에서, 강동윤 후보가 62%의 지지율을 획득,

         38%의 지지를 얻은 유태진 후보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뒷문이 열리고 나오는 강동윤과 혜라. 그 뒤로 들리는 강동윤! 강동윤! 외치는 연호소리.

승리의 팡파레 소리. 축제 분위기. 문이 닫히면 그 소리가 잦아든다.


기자 : (멘트 이어지는) 서울과 경기지역 경선만을 남겨둔 현재, 강동윤 후보의 돌풍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복도를 빠져나가는 동윤에게 기자들이 달려들고 카메라 플래시 터진다.


기자2 : 어제 사법 개혁안을 발표했는데요. 법조계에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동윤 : (활기찬, 들뜬, 걸어가는 그 속도로) 다행이군요. 법조계에서 반발하지 않는다면, 그건 개혁이 아니죠.

기자2 : 사법고시 합격자 전원을 2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해서, 의무적으로 국선 변호를 해야, 판검사 임용 자격을 준다는 건,

           너무 앞서간 발상 아닌가요?

동윤 : 누군가가 앞서가지 않으면, 아무도 뒤따라오지 못합니다. 힘없는 서민이 돈이 없어 법률적 구제를 받지 못한다면,,

         당연히 국가가 해결해야죠.

기자3 : PK준 사망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윤 : (멈칫. 멈춘다. 무슨 말인가? 보면)

기자3 : 아, 경선 중이라. (보고를 못 받았군요) 피해소녀 아버지가 법정에서 총격을 했습니다. PK준은 현장에서 사망했구요.

동윤 : (충격이다. 혜라를 본다)

혜라 : (자신도 몰랐다.)

기자2 :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동윤 : ... 비극이군요.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받은 동윤의 얼굴에서.



씬41. 달리는 차 안 (낮)


혜라, 핸드폰을 끊는다.


혜라 : 아직 법원 대기실에 구금 중이랍니다. 좀 있다 이송할 거구요. (하며 핸드폰을 내리는 순간!!!!!)


그 핸드폰을 바라보는 굳어지는 동윤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 얼굴 위로

// 2부 씬71

PK준 : (손에 든 핸드폰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내가 경찰에 잡혀도 세상이 다 알게 될 거야.


동윤,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그 위로 짧은 인서트

// PK준이 사망한 법정.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과 기타 물품을 주워드는 경찰1의 모습 짧게.


동윤, 처음으로 보이는 초긴장이자, 약간의 공포가 보이는 떨림이다.


동윤 : ... (시선은 혜라의 핸드폰을 보는 채) 혜라야....


혜라, 동윤의 시선을 따라서 핸드폰을 보곤 그 의미를 알았다.

굳어지는 혜라의 얼굴에서.



씬42. 법원 호송 대기실 앞 (낮)


십 여 명의 경찰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씬43. 법원 호송 대기실 (낮)


정우 : (화난) 지검이야? 서초서야? 구치소야? 30분이 지났어. 어디로 이송할지 결정을 해줘야지!!! 초유의 일? 당황해서?

         관계기관 긴급회의 중이라구? (후우. 짜증나는 한숨 쉬곤) 야야! 당황해서 회의하는 새끼들한테 전해.

         지검으로 이송할 거니까, 비상회의나 쭈욱 하라구!! (핸드폰을 끊는)


수갑을 찬 홍석이 앉아 있고 그 앞에선 정우가 낮은 한숨을 쉰다.


정우 : ... (본다. 고개 숙인 홍석. 그 초라해 보이는 모습이.. 안쓰럽고.. 스스로에게 화도 나는데)

경찰1 : (들어와 물품을 탁자에 올리며) PK준 유류품입니다.

정우 : 둬. 같이 가져가게. 지검으로 이송한다.

경찰1 : 그게 기자하고 팬들이 정문을 막고 있어서 (하는데)

정우 : (버럭) 정문이 안 되면, 후문이라도 열어. (답답한듯) 비켜!! (하며 나가는)


경찰1도 따라 나간다.

홍석, 홀로 남았다. 푹 숙인 고개. 부들부들 떨리는 손.

홍석, 수갑을 찬 손으로 힘겹게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지갑을 열면 그 안에 보이는 사진.

방금 전 집에서 빼내온 미연의 활짝 웃는 사진과, 원래 가지고 있던 수정의 활짝 웃는 사진.

떨리는 손으로 사진 속 아내와 딸의 얼굴을 매만지는데...

순간!!! PK준 핸드폰에 문자가 온다. 멈칫 그 문자를 본다.

“니 재판 해결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알아. 당분간 조용히 있어.” 발신자명 “암컷”이다.

그 문자를 보는 홍석의 얼굴에 피어나는 의문. 그 위로...

// 1부 씬20

지수(소리) : ... 사람이지? ... 죽... 죽었을까?... 어떡하지?


홍석, 뭔가 의아한 기분이다. 핸드폰에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해 나간다.

“보고 싶어요. 연락주세요.” “니 재판 끝나면 보자” “내 재판? ㅋㅋ 운전을 누가 했는데?”

홍석, 숨이 멎는 기분이다.

홍석, “내 재판? ㅋㅋ 운전을 누가 했는데?” 라는 그 문자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뭔가 배후의 그림자를 본 듯한 기분이다.

홍석, 다급하게 통화 기록을 확인한다. 매니저. 친구. 술집. 등등. 별 다른 게 없다.

갤러리를 확인한다. 사진들.. 몇 장. 별 게 없다.

동영상이 하나 있다. 동영상을 열어 보는데...



씬44. 법원 호송 대기실 복도 (낮)


걸어오는 남자 몇 명의 발걸음. 그 위로


동윤(소리) : (2부 씬69) 대치동 학원 골목 뒤에 8층짜리 건물이 있어. 그룹 방계 회사 소유야. 조용해지면 넘겨주지.



씬45. 법원 호송 대기실 (낮)


홍석, 믿을 수 없는 얼굴이다.

핸드폰 동영상 속. 강동윤이 PK준과 대화하고 있다.


동윤(소리) : (2부 씬69) 그날 밤 교통사고, 아내하고 있었던 일, 영원히 입닫는 댓가야.

                  부족한가? 그럼 안산의 공장부지 (하는데)

PK준 : 스탑!


홍석, 충격이다. 차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보고 있다. 동영상이 끝났다.

턱.. 벽에 기대앉는다. 내가 무엇을 본 것인가.. 내가... 무엇을....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들어서는 몇 명의 남자들.

그 중 이를 후비며 들어오던 한 명의 남자(민찬), 들어오자마자, 이쑤시개를 툭 팅기곤....


민찬 : 짐 실어라!

남자들 : (홍석을 거칠게 일으켜 세우는데)

정우 : (들어와서) 뭐야? (하다가 민찬을 보곤) ...박검사

민찬 : 아유! 최검사님. (웃으며 정우를 보며) 왜?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냐?

         (시선은 정우를 보며 고개짓하면 남자들이 홍석 끌고 가려는)

정우 : (막아서는) 뭐하는 짓이야?

민찬 : 아유, 우리 최검사님. 고개가 힘이 좋아. 재판은 개판 만들고, 고개 쳐들고 다니는 거 봐라. 요거. 요거.

정우 : 피의자는 지검으로 이송한다. 회의 끝날 때까지

민찬 : 회인 끝났고. 특수본도 꾸렸고. 내가 특수본 소속이고. 아. (의자 걷어차곤) 또 또 뭐 말해 주까? 어!!!

         (하며 PK준의 유류품을 챙긴다. 핸드폰도 챙긴다)

홍석 : (양팔은 남자-형사들임-들에게 제압당한 채 일어난 상황. 핸드폰 챙기는 모습을 보곤 다급하게)

         그 핸드폰에요. 동영(하는데)

민찬 : (퍽!!! 홍석의 배에 주먹을 꽂는다)

홍석 : (숨이 턱 막히는)

정우 : 뭐야? 검사가 왜 피의자를 때려?

민찬 : 그럼 (건들거리며) 피의자가 검사를 때리나?

홍석 : (다시 힘겹게 말하려는) 그.. 핸드폰에.. (하는데)

민찬 : 야야. 이 새끼 혀 깨물라. 장구 채워!


형사들, 홍석의 입에 자해방지 장구를 채운다.

마치 말 못하는 짐승처럼 우우거리는 홍석.

민찬, 앞에 서 있는 정우를 툭 밀어버리곤, PK준의 유류품을 챙기고, 홍석을 끌고 간다.



씬46. 법원 호송 대기실 복도 (낮)


장병호가 다급하게 달려온다. 저만치서 민찬 일행이 홍석을 끌고 지나간다.

민찬, 장병호를 보곤, 픽! 코웃음 한 번 치곤 지나간다.

장병호, 난감한 얼굴이다.



씬47.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동윤, 앞에 놓인 차를 여유있게 마신다.


동윤 : (차분하게) 대검찰청 직속 특별수사본부가 만들어졌단 말입니까?

장병호 :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한다는군. 하긴 헌정사상 초유의 법정살인이니...

            서울 지검으로 이송됐으면, 내 손이 닿을 수도 있었는데..

동윤 : (차분한) 박민찬 검사라고 했습니까?

장병호 : (끄덕이곤, 혜라를 보며) 자네도 알지. 아마.

혜라 :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보인다)



씬48. 골프장 (낮)


민찬, 조심스럽게 퍼팅을 한다. 또르르 굴러가 홀인된다.

짝짝짝! 손뼉 쳐 주는 남자 영욱이다.

민찬, 홀에 들어간 공을 꺼내는데, 그 안에서 같이 딸려 나오는 자동차키! (BMW급),

민찬, 흘깃 확인하곤, 만족한 듯 노련한 솜씨로 자동차키를 주머니에 넣는다.

영욱의 손에는 PK준의 핸드폰이 들려 있다.

영욱, 그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장병호(소리) : 지난 특검 때, 서영욱 사장 편에 섰다가, 지방으로 밀려났던 친구야.

                    서사장 사면되고 나서, 지난 주에 대검으로 왔어.



씬49.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동윤, 차를 다시 우려내고 있다.

그 우려낸 차를 장병호의 잔에 따라주려는데 장병호, 손으로 가볍게 제지한다.


동윤 : (보는)

장병호 : 재판을 하면서 많은 것이 궁금했네. 하지만 참았어. 이젠 들어야겠네.

동윤 :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장병호 : 그 가수 사건이 자네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 핸드폰이 뭐길래... 서사장 쪽에서 먼저 가져갔는지..

동윤 : (찻잔을 들고 일어난다)

장병호 : 강의원. 내 인생도 걸려 있어.

동윤 : (찻잔을 들고 창가로 가며) 구 소련의 어느 서기장이 죽을 때 일입니다. 임종을 하러 측근 여섯 명이 들어왔답니다.

장병호 : (무슨 말인가 싶어서 보는)

동윤 : (창밖을 바라보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곤) 죽어가는 서기장에게 측근들은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불평들을 쏟았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돌아보며) 서기장이 호전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장병호 : (의미를 알 것 같다)

동윤 : (다가가며) 측근들은 불안했습니다. 서기장이 깨어나면.. 나를 그냥 두지 않을건데...

         그래서 여섯 명의 측근이 서기장을 암살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병호 옆에 앉는)

장병호 : ...

동윤 : 비밀을 안다는 건 그런 겁니다. 누군가와는 평생을 함께 할 동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상대를 없애야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장병호 : ....

동윤 : 지난 10년. 제가 대법관님께 드린 약속. 지키지 못한 적 있습니까?

장병호 : ...

동윤 : 그럼 제 약속만 믿으세요.

장병호 : ...

동윤 : 불평을 말하는 측근이 되지 마세요. (단호하게) 서기장은 반드시 깨어날 거니까.

         (옅은 미소로 보며) 이거 바쁘신 분을 제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나 봅니다.

장병호 : (일어나며)... 마음에 담아 두지 말게. 내가 한 말.

동윤 : (따라 일어나며, 농담처럼 옅은 미소로 안심시키는) 전 말 같은 건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행동만 기억하지요.


장병호,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문이 닫히고, 하나 둘 셋 정도 시간이 흐르자,

동윤, 그동안 지켜왔던 여유가 무너지며 털썩 앉는다.

동윤과 혜라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데 울리는 동윤의 핸드폰 벨.

발신자명 서영욱이다. 본다. 보다가 받는.


동윤 : 강동윤입니다.

영욱(F) : 아이고 강서방. 그 바쁜 건 알지만, 민성이랑 가끔 장기도 두고 놀아줘. (의미심장한) 앞으로 오랫동안 못 볼건데.

동윤 : ... 어떻게 하실겁니까?



씬50. 서회장네 거실 (낮)


영욱과 민성과 장기를 두고 있다.

한 수 한 수 골똘하게 생각하는 귀여운 민성.

통화하며 설렁설렁 두는 영욱.


영욱 : 니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동윤(F) : 지수도 다칠겁니다.

영욱 : 지수 걱정은 우리가 하께. 끊어. (끊곤)

민성 : (신난) 장군! 장군이야 삼촌!

영욱 : (장난스레) 졌네. (민성이를 안으며) 아이고 삼촌이 니네 아빠한텐 이겼는데, 너한텐 졌네요!


영욱과 민성이 까르르 장난치는 모습에서.



씬51.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동윤, 핸드폰을 내리곤 마른세수를 한다.


동윤 : 서사장이... 공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혜라 : (걱정스런. 마주 앉으며) 대선후보는 사퇴하셔야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매수죄로 법적 처벌을 받을지도...

동윤 : (자조 어린 옅은 미소로) 그 정도로 끝날까? ...유태진은 쾌재를 부르겠지. 검찰이고 법원이고,

         유태진한테 꼬리를 치면서 충성경쟁을 벌일 거고 재판 과정에 대한 전면재수사도 할거고. ... ... 어쩌면 혜라야.

         (혜라를 보며) 그 아이 사망원인에 대한 수사도 ... 다시 할지 몰라.


그 긴장된 동윤의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되는

// 1부 씬58의 주사액이 링거병에 투입되는 장면 짧게. 그 위로


동윤(소리) :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몰라.

동윤 : ... 나도. (혜라를 보며) ... 어쩌면... 너도.


답답한 듯, 불안한 듯, 소파에 깊숙이 앉는 동윤의 모습에서.



씬52. 대검찰청 전경 (낮)


민찬(소리) : 아, 진짜. 검사가 뭐 기사 만들어주는 사람이야? 없어요. 없어.



씬53. 영상조사실 안 (낮)


민찬, 창 밖을 보며 꼬마김밥을 입안에 톡톡 던져 넣으며 통화 중이다.


민찬 : 뭐 없는 기사를 사서 주까? 스타검사? (싫지는 않은) 인터뷰는 무슨... 주말 쯤 시간 되는데..

         고의성? 아 당연히 고의적이지.


홍석, 앞에 놓인 김밥 한 줄. 수갑을 찬 손. 그 앞에 놓인 진술서.

망연한 얼굴로 민찬을 바라보고 있다.


민찬 : 룸빵에 물 마시러 가나? 안마방에 발맛사지 받으러 가? 봐야 아나? 들어도 알지. 아, 법정에 총을 왜 들고 왜 갔겠어?

         총 샀다고 자랑하러 가나? (농담인 듯 키득) 김기자님. 맘대로 쓰세요. 펜 가는 대로 쓰셔요오.

         (끊고 와 선 앉는) 아, 찍어. 싸인을 하든지. (머리 헝클이며) 아자씨. 요거 내가 밤새 만든 거야. 진술서.

         오타도 없고, 좋아. 이거.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받는)


홍석, 멍하게 앉아서, 보고 있는.


민찬 : 네. 부장님. 고생은 무슨. 검찰의 명예가 걸린 일인데요. 네네. 조사 끝나면 분냄새나 맡게 해 주십쇼.

         내일 기자 브리핑은 제가.. 네. 캄사합니다. 네 네.


홍석, 그런 민찬을 바라만 보고 있는. 저런 검사에게, 이런 세상에, 그 어떤 말도 할 마음이 아니다.



씬54. 구치소 안 (낮)


홍석, 벽에 기대 앉아 있다. 좁은 독방이다.

그 벽을 바라보는 홍석의 얼굴 위로 짧게 짧게 플래시되는.

// 3부 35씬 촛불문화제 현장.

동윤, 주변을 둘러보다가 홍석과 눈이 마주친다. 그 상태로


동윤 :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홍석, 메마른 얼굴로... 망연하게 벽을 바라만 보고 있다.

// 3부 38씬 홍석이 입금표를 쓰고 있다.

받는 사람 강동윤 후원회. 금액32,400원. 보내는 사람 백수정...에서..


홍석, 메마른 얼굴. 벽을 바라보고만..

// 3부 48씬

동윤 : (지수를 보며) 검찰에서 그 여자를 못 찾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홍석, 메마른 얼굴로.. 그 벽을 바라만 보다가, 서서히 뭔가를 결심한 듯한 얼굴에서...



씬55. 구치소 면회실 (낮)


황반장과 조형사가 홍석을 면회중이다.


조형사 : (머리 긁으며) 직위 해제래나 뭐래나. 뭐 내가 해제당할 지위가 있었나 싶기도 하구..

홍석 : ... 미안하다... 조형사...

조형사 : 아유. 미안은요. 무슨. 내 청춘 가져간 놈도, 내 마음 가져간 놈도 미안하단 말 한 번 안 했는데.. 헤헤...

            (웃어보이지만, 상황이... 어색한 미소다)

황반장 : ... 홍석아... 내가 변호사 알아봤는데... 괜찮은 놈들은 다 안 맡을라꼬..

홍석 : ... 괜찮습니다.

황반장 : ... 빤스 두 장 하고, 난닝구하고 넜다. 양말하고 수건은 집사람이 챙기줏는데 내가 깜빡해가꼬, 담에 가 오꾸마.

            ...영치금도 쪼매 넣었고. 또... (하는데)

조형사 : (얼굴 쏙 내밀며) 영치금은 제 돈이랍니다. (미소짓는)

홍석 : (고맙게 보는)

황반장 : ... 또 뭐 필요한 거 엄나?

홍석 : ....저요. 검찰 조사 잘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와의 표정과는 다르게 황반장을 똑바로, 애절하게 보며) 재철이처럼요.

황반장 : (둥! 굳어지는 표정이다)

조형사 : (갸웃하며) 재철이가 누굽니까?


황반장, 굳은 얼굴이다.

홍석, 간절한 눈빛이다.

조형사, 재철이? 하며, 머리 갸웃하는 모습에서..



씬56. 경찰서 자료실 밖 복도 (낮)


캔커피 두 개를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하며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조형사.

사무실 앞에 걸린 팻말. 자료실이다.



씬57. 경찰서 자료실 안 (낮)


조형사, 탁자에 앉아서 큰 파일을 뒤적이다가 긴 하품을 하다가 멈춘다.

찾았다. 최재철의 파일.

옆에 놓인 캔커피를 마시다가 팍!!! 뿜는다. 놀란다.

조형사가 손으로 짚어가며 다시 읽어가는 부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탈출하였다.’

그 놀란 조형사의 얼굴에서..



씬58. 대검 청사 앞 (낮)


황반장, 쇼핑백 들고 오는데 그 앞에 팔짱끼고 짝다리 짚고 서 있는 조형사.


황반장 : (화들짝 놀란) 니.. 니가 우짠 일이고?

조형사 : 반장님하고 같은 일입니다.

황반장 : ...무 ..무슨 말이고?


조형사, 자기가 쇼핑백 빼앗아 앞장서서 가는.



씬59. 대검 영상조사실 앞 (낮)


황반장과 조형사가 형사1앞에 서서 부탁중이다.


황반장 : 아가 몸이 마이 상해가. 파스 좀 붙이줄라꼬예. 독방이라 붙이달라꼬 부탁 할 사람도 없을끼고...

형사1 : (곤란하지만, 복도 이곳저곳을 살피곤) 검사님 오기 전에.. 어서.



씬60. 대검 영상조사실 (낮)


형사1 입회 중이다.

웃통을 벗은 홍석. 뒤에 붙은 예닐곱 장의 너덜너덜한 파스.

눈 찌푸리는 형사1, 조형사를 힐긋 본다. 넌 여잔데. 하는 눈이다.


조형사 : 잠복 설 땐 내가 다 붙여 줬거든요. (노련한 솜씨로 짝짝 붙여 나가는)

황반장 : (한 장씩 붙이며) 요 마이 아프제? 요가 10년 전에 용식이 잡을 때, 다친 데 맞제?

홍석 : (맞다는 듯 끄덕이는. 알아들었다는 뜻)

황반장 : (확인하듯) 요 맞제?

홍석 : (알아들었다는. 끄덕이는)

형사1 : (파스 냄새에 손으로 코 앞을 틀며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황반장 : (소형 정사각형 밴드 꺼내서, 홍석의 멀쩡한 손등에 붙이며) 요는 긁힜나? 와 이렇노? (하며 홍석과 마주치는 눈빛)

형사1 : (핸드폰 받는) 네. 영상조사실에서 대기중입니다. 네. (끊곤) 검사님 오십니다. 어서.


황반장과 조형사, 나간다.

황반장, 돌아본다. 홍석을. 홍석, 바라본다. 황반장을....

서로 바라보는.. 그 눈빛...에서.



씬61. 대검 영상조사실 앞 복도 (낮)


황반장 조형사와 민찬이 스쳐지나간다.

민찬, 이를 쑤시며 덜렁덜렁 걸어오고 있다.



씬62. 대검 영상조사실 (낮)


탁자위에 놓인 진술 조서.


홍석 : (낮은 한숨을 쉬곤) 찍겠습니다.

민찬 : (반색하는) 이래서 난 사람이 좋아. 한 일주일 족치면 말귀를 알아 듣잖아. (인주 내미는)

홍석 : (지장 찍는) 저.. 휴지 좀..

민찬 : (휴지 두어 장 툭 찢어서 주곤, 화색이 만연해서 지장 찍은 곳 확인하는)


홍석, 손을 아래로 내려 휴지로 인주를 두어 번 닦는 척 하다가, 손등에 붙은 소형파스를 조심스레 뗀다.

그 파스 안쪽에 붙어 있는 수갑키!

홍석이 조심스레 그 수갑키를 떼내는데서.



씬63. 대검 후문 쪽 (낮)


홍석을 둘러싸고 가는 대여섯 명의 정복 경찰들.

저만치 호송차가 보인다.

홍석, 자신을 둘러싼 경찰들을 본다. 달아나기가 쉽지 않다. 주변을 빠르게 훑어본다.

저만치서 피켓을 들고 오열하며 항의하는 pk준의 소녀팬들 십 여 명이 보인다.

소녀들 앞을 서 너 명의 경찰이 막고 있다.

홍석, 뭔가 생각이 떠올랐다.



씬64. 대검 영상조사실 (낮)


민찬, 흡족하게 진술서를 탁탁 챙기다가 바닥에 떨어진 인주 묻은 휴지를 본다.


민찬 : 이러니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가 있나? (하며 휴지를 줍다가 멈칫)


그 옆에 떨어져 있는 소형 사각형 밴드. 그리고 그 옆에 떨어져 있는 수갑키!!!

놀라는 민찬에서.



씬65. 대검 후문 쪽 (낮)


후문 경비실에서 전화를 받은 경비경찰 두어 명이 놀라서 달려나온다.

홍석,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홍석에게 야유하며 우리 오빠 살려내라며 절규하는 소녀팬들에게, (도발하듯이) 씨익 환한 미소를 몇 번 지어 보인다.

불에 기름을 붙인 듯 흥분해서 피켓을 들고 달려오는 소녀들.

홍석을 호송하던 경찰들, 놀라서 소녀들을 막아선다.

달려오는 경비경찰의 외침이 소녀들의 아우성에 섞여서 들리지 않는다.

순간!!!! 채워져 있는 듯 보이던 수갑을 바닥에 던지고, 옆으로 달아나는 홍석!!!

호송하던 경찰들은 소녀들에게 막혀, 뒤엉켜,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호각소리!!! 비상벨소리!!!

경비실에서 달려온 경찰들 두어 명이 홍석의 뒤를 다급하게 따르고 있다.



씬66. 대검 외부 일각 (낮)


비켜어!!! 혼비백산 피하는 민원인들.

주차장에서 올라오다가 끼이익 급정거하는 차.

다급하게 달아나는 홍석, 어느 벤치에 앉은 남자가 옆에 벗어놓은 점퍼를 달려가는 그 속도로 낚아채서 껴입으며 달아난다.

달아나는 홍석과 뒤따르는 경비경찰들의 모습이 보이다가..



씬67. 대검 담장 (낮)


화단이 있는 담장. 화단에 올라선 홍석이 몸을 날려 담장 위로 오른다.

홍석의 시선에 보이는 도로. 바깥 세상.

뒤따르는 경비경찰들이 달려와 홍석의 몸을 잡으려는 순간,

홍석, 몸을 날려서 담장 밖으로 뛰어내린다.

그 공중에 떠 있는 홍석의 모습에서... 4부 끝.





























첨부파일 추적자 04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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