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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추적자] 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7.18|조회수689 목록 댓글 0

[추적자] 05











씬1. 대검찰청 근처 도로 (낮)


홍석, 달리고 있다. 벤치에서 챙긴 상의를 걸쳐 입었다.

저만치 뒤에서 쫓아 오는 몇 명의 경찰들. 호루라기 소리. 피하는 시민들.

거리의 좌판을 뛰어 넘고, 길가에 세워둔 옷 진열대가 무너지는 아수라장을 뚫고 홍석이 달려가는데,

맞은편에서도 경찰들이 달려오고 있다.

홍석, 사잇길로 달아난다.

미로 같은 사잇길.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잠시 보여지다가

사잇길을 빠져나온 홍석이 마악 출발하려는 택시에 올라탄다. 출발하는 택시.

잠시 후 뒤따라온 경찰들이 주변을 둘러보지만, 홍석은 없다. 다급하게 무전을 치는 경찰들의 모습에서.



씬2. 택시 안 (낮)


홍석 : 우이동... 우이동으로 갑시다.


택시는 달리고 있다.

홍석, 뒤를 본다. 쫓는 이는 없다.

홍석, 안도의 숨을 쉬지만 그 숨소리는 거칠다.

홍석, 기사의 눈치를 살피며 등 뒤에 붙여 놓은 파스 한 장을 살짝 떼어낸다.

그 안에 비닐로 감싸놓은 만원권 몇 장이 붙어 있다.

홍석, 조심스레 비닐을 벗겨 돈을 빼내는데, 기사가 운전하며 룸미러로 흘낏 홍석을 본다.

홍석의 하의는 죄수복 차림이다. 신발은 하얀 고무신이다.

기사, 이상한 듯 갸웃하는데...

낮은 노래가 흘러나오던 라디오에서 긴급 속보가 시작된다.


아나운서 : 긴급 속봅니다. 방금 전,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던 PK준 법정 살인사건 용의자 백홍석씨가 호송 도중 달아났습니다.


기사, 룸미러로 홍석을 본다.

홍석도 룸미러로 기사의 눈빛을 보았다. 서로가 서로를 느꼈다.

홍석, 달아날 틈을 노리지만 택시는 달리고 있다.


아나운서 : (뉴스 이어지는) 백씨는 호송 도중 PK준 팬들이 몰려든 틈을 타, 달아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직 백씨가 서초동 일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일대에 특별 비상 검문령을 내렸습니다. (하는 순간)


기사, 도로를 달리다가 길가에 보이는 경찰서로 핸들을 확 꺾어 들어간다.

놀라는 홍석, 급하게 경찰서로 들어가려던 택시가! 안에서 나오던 차와 부딪히기 직전, 급정거를 한다.



씬3. 거리 (낮)


순간, 택시에서 다급하게 내리는 홍석.

동시에 크락션을 길게 누르는 기사.

달아나던 홍석이 흘깃 뒤돌아보면 택시에서 내린 기사가 뭔가를 외치고 있다.

택시 기사의 외침과 손짓에, 경찰들이 달려 나와 홍석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거친 숨을 쉬며, 거리를 달려가는 홍석의 모습에서 스틸!

타이틀 오른다. 추적자 제5부.



씬4. 한오그룹 본사 전경 (낮)


한오그룹 본사임을 알 수 있는 적당한 표지가 보인다.

그 건물, 웅장하다.



씬5. 사장단 집무실이 있는 층 복도 (낮)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동윤과 혜라가 내린다.

웅장한 복도. 그 앞. 서회장의 흉상이 서 있다.

동윤과 혜라 복도를 걷는다.


혜라 : 서영욱 사장의 의도가 뭔지 좀 더 기다려 보시는 게 (하는데)

동윤 : (자르며 OL, 결연한)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건, 죽음 뿐이야.


동윤,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서.



씬6. 서영욱 사장실 (낮)


동윤 : (탁자위에 서류를 올리며) 금융업 진출당시에 발생한 형님의 개인부채 3천 억을,

         그룹 내 아홉 개 계열사가 불법인수 했던 자룝니다.

영욱 : (저만치 책상 근처에 서서 와이셔츠 커프스링을 채우며, 동윤을 보지도 않고)

         바빴겠다. 선거 준비하랴, 쓰레기통 뒤지랴.

동윤 : (미소로) 아뇨. 저를 걱정해주는 아랫사람들이 많더군요.

영욱 : (여전히 커프스링를 채우며) 어떡하냐? 나 대신 감옥에 갈, 아랫사람들도 많은데...

혜라 : (동윤의 뒤쪽에 서 있는, 영욱의 그 말에 표정이 굳어진다)

영욱 : (커프스링을 채우며 그런 혜라를 힐끗 보는데, 책상 위의 전화벨이 울리는, 받는) 어. 5분 뒤에 출발.

         근데 오늘은 뭣 때문에 모이래? (듣다가) 미친놈들. 서민물가대책을 왜 나하고 얘기하재? 서민들끼리 해결해야지.

         (끊는, 옷걸이 쪽으로 가서 양복을 챙겨 입는)

동윤 : 두 가지 약속드리겠습니다. 아직 털지 못한 분식이 있는 걸로 압니다. 합법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마련하겠습니다.

영욱 : (양복 입으며, 건성으로) 말만 들어도 고맙다야.

동윤 : 그룹 승계, 뒷말 안 나오게, 확실하게 보장하겠습니다.

영욱 : (전신 거울을 보며, 옷태를 매만지며) 동윤아. 너 평행이론 아냐? 같은 일이 비슷하게 반복된다 이거지. 아마?

         5년 전에 니가 특검에 나 넘겼을 때 내가 찾아가서 그랬지. 너 정치인생 평생 보장하겠다고.

         그때 니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어. (돌아서서 동윤을 똑바로 보며) 내 인생을 보장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라고.

동윤 : (보는)

영욱 : (혜라쪽으로 가며) 오늘이 신사장 제삿날 (하다가, 말실수를 느끼곤, 흠흠 거리곤) 4주기지?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 꺼내서 혜라에게 건네며) 향이나 사서 피워라. (혜라가 받지 않고 있자) 받어.

혜라 : (치욕을 참는 기분으로, 받으며) ... 고맙습니다.

영욱 : (혜라의 어깨를 따뜻하게 툭툭 두드려주며) 니네 아버지,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근데 딸래미 하나 잘못 키워서. 쯔쯔.

혜라 : (치욕을 참는 기분으로, 어깨를 두드리는 영욱의 손길을 견디고 있다)

영욱 : (동윤에게) 어떡하냐? 나 지금 청와대 밥 먹으러 가야는데. (하며 나가려다가, 앉아 있는 동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동윤아. 나 회장 취임식날, 취임사 출력하고 있는데, 특검놈들 왔더라. 손뼉치라고 부른 놈들이

         돌아서서 손가락질 하는데... 야, 그 기분... 너도 곧 알게 될거다.

동윤 : ...

영욱 : (의미심장한) 대선 후보 서울 경선이 다음준가? 아마... (동윤의 어깨를 두어 번 더 치고 가려는데)

동윤 : (일어나 영욱의 앞을 막아선다, 단호한) 그룹 승계! 제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영욱 : (그런 동윤을 본다. 보다가 한숨 한번 쉬곤, 담담한) 우리 지수. 초등학교 때 푸들 한 마리 키웠는데,

         그때 엄마가 아팠어. 알잖아. 아픈 사람 옆에 강아지 안 좋은 거. 아버지가 어디로 치웠어. 엄청 울었지.

         그날 아버지가 약속했어. 나중에 지수 니 맘에 드는 푸들 한 마리 사주겠다고.

동윤 : ... (보는)

영욱 : 그게... 동윤이 너야.

동윤 :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

영욱 : (담담한) 지수한테 사준 푸들이야. 지수가 가지고 싶다길래, 잡종인지 알면서도 사준 푸들이... 바로 너야.

         근데 동윤아, 왜 주인을 보고 짖냐?

동윤 : ...


영욱, 미소로 그런 동윤을 보다가 리모컨을 들어 TV를 켠다.

화면에 보이는 홍석의 탈출뉴스. 묵음이다. 자막, 백모씨 검찰 조사 중 탈출.

묵음의 뉴스 화면에는 홍석이 법정에서 절규하는 장면이 보이고 있다.

놀란 표정의 동윤과 혜라가 그 뉴스를 보고 있다.


영욱 : (담담하게) 인생 간단해. 웃은 만큼 우는 거야. 너 그동안 많이 웃었잖아.


묵음의 뉴스 화면. 법정에서 절규하는 홍석의 모습 위로


영욱(소리) : 이젠 저 사람도 좀 웃어야지. 안 그래?


절규하는, 또는 울부짖는 홍석의 그 묵음의 뉴스화면.

그 위로 선행되는 소리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등등)



씬7. 어느 골목 (낮)


홍석, 다급하게 달아나고 있다. 뒤에서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사이렌 소리.

달아나는 홍석. 피하는 사람들.

어느 골목으로 접어든 홍석, 달려가는데, 그 옆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경차(시속 20킬로미터 정도)

퉁! 홍석, 부딪힌다. 쓰러진다.

놀라서 나오는 경차의 아줌마.

홍석, 비틀거리며 일어나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옆 골목으로 달아난다.

홍석, 한쪽 다리를 부여 잡고 걸어가지만 속도는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고 있다.

홍석, 바로 옆. 조그만 타로샵 문을 열고 들어간다.



씬8. 타로샵 안 (낮)


타로 탁자 앞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가 반가운 얼굴로, 화려하게 타로 카드로 셔플을 쫙 해보이며


남자 : 질문 하나에 5천원입니다. 뭐가 궁금하신가?

홍석 : (거친 숨을 쉬며) 화.. 화장실이 어딥니까?

남자 : (이것도 질문인가? 갸웃하는데서)


// 인서트. 화장실 안.

남자가 입과 몸이 묶인 채 화장실 바닥에 누워 낑낑대고 있다.

타로샵 앞 거리를 달려가는 경찰들의 실루엣과 무전으로 지시하는 소리 등이 들린다.

거친 숨을 쉬며 타로샵 문을 잠그는 홍석. 주변을 둘러본다. 저 만치 무선 전화기가 보인다.



씬9. 국제결혼 상담소 (낮)


용식이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홍석의 탈출 뉴스를 보고 있다.

그 옆, 황반장이 핸드폰 통화중이다.


황반장 : (다급한) 어. 어. 알았대이. 홍석아. 어데 몸 상한데는 엄나? 그래. 내가 퍼뜩 가꾸마. 기다려라이. (끊는데)

조형사 : (바로 옆에 있다가 다급하게) 어디랍니까 지금? (하는데)

용식 : (탁자 내리치며 일어나는, 짜증난) 아따. 작년에 굿을 했어야 하는디, 아 그놈의 점쟁이가 부적만 해도 된다고 (하는데)

조형사 : 용식아!!!

용식 : (다가와서 사정하듯, 하지만 짜증난) 시상이 얼매나 넓은디 하필 요서 이런다요?

         나가요오, 이백평 짜리 도박장 완방에 날리고요, 뉴마인드로 요서 시작해 볼라는디 (하는데)

조형사 : (용식의 손을 잡고 끌고 가며) 그래. 가자. 경찰서에 가서 나는 선배 탈출 시켰고,

            너는 룸빵 아가씨들 일본 긴자로 넘기고 커미션 먹는다고 자수하자.

용식 : (그 손을 힘들게 뿌리치곤) 아따 와 이란다요.

조형사 : (씩씩거리며 용식을 보다가 황반장 쪽을 보면)


황반장, 답답한 듯 한숨을 쉬고 TV를 보고 있다.

// TV 뉴스 화면. 서울지역 경찰력을 총동원해서 수색중이라는 자막.

화면에는 경찰들이 차량을 검문하며 트렁크까지 확인하는 모습 등이 보이고 있다.


황반장 : ... 우째 홍석이를 빼내겠노? 경찰들이 저리 깔리있으이, (하는데)

용식 : (아픈 팔목을 매만지며) 아따. 지들이 경찰이면서 별 걱정을 다한다요?

황반장 : (보면)

용식 : (서랍에서 파스 꺼내 찢어 팔에 붙이며) 경찰들이 깔려 있으믄, 경찰들이 드나들기 더 좋제. 안 그라요?


황반장과 조형사가 서로를 보는데서.



씬10. 경찰서 현관 (낮)


황반장이 순찰차 앞에 서 있다. 저만치서 조형사가 순찰차 키를 흔들며 달려온다.


조형사 : 배차계 김순경이요. 내 말이라면 껌뻑 죽습니다.


황반장과 조형사, 순찰차에 다급하게 타고 시동을 거는데

저만치서 달려와 순찰차 앞을 막아서는 차량 두어 대.

검찰 수사관들이 내려서 황반장과 조형사를 순찰차에서 끌어 내리고 제압하는데서.



씬11. 대검 영상 조사실 (낮)


민찬이 수갑키를 탁자에 툭 던진다.


민찬 : 총장, 차장, 부장, 각종 대가리들이 다아 묻더라고. 백홍석 그 놈이 수갑은 어떻게 푼 거냐?

         (휴지 찢어 코를 팽 풀곤) 검찰 취조실에서 수갑 풀었다고 말을 할 수 있나? 내 모가지도 한 갠데. 

         (코푼 휴지를 옆으로 들면 그 옆의 검찰 수사관 한 명이 그 휴지를 받아 휴지통에 버린다. 대사 이어지는) 모른다고 했지.

         아이고. 호송하던 경찰 몇 명만 옷 벗게 생겼어. (탁자 앞 의자에 앉으며, 맞은 편의 황반장과 조형사를 보며)

         인생은 개떡 같은 것들이 운은 좋아요.

황반장 : ... 무슨 말씀인지... 지는 도통..

민찬 : (황반장을 보며 실소를 짓곤) 이 양반 어떡하냐. 연기가 안 되네. (하는데)

형사1 : (달려 들어와, 민찬에게) 황일관 반장, 핸드폰 통화기록 조회했습니다.

황반장 : (놀라서, 보는)

민찬 : (깍지 끼고 앉아서 시선은 황반장을 보던 채로) 어디야?

형사1 : 논현동 가구 골목 뒤에 있는 타로샵 입니다. 인근 수색중인 경찰에 연락 (하는데)

민찬 : (자르며 OL) 검찰수사관 보내!

형사1 : 네? 그러면 시간이 좀...

민찬 : 야야. 그림 좀 그리면서 살자. 경찰이 호송하다가 놓친 새끼. 검찰이 잡았다. 그림 좋잖아?

형사1 : (알아 듣곤 나간다)


그때, 황반장의 핸드폰이 울린다.

긴장하는 황반장과 조형사.


민찬 : (턱을 깍지 낀 손에 괴곤) 어디 한번 봅시다. 이번엔 연기를 제대로 하는지... (그 차갑고 무서운 얼굴)

황반장 : (긴장, 침을 삼키곤, 민찬의 얼굴을 보며, 핸드폰을 받는) ... 어. 홍석아.

조형사 : (어쩔 수 없다. 안타깝다)

황반장 : ... 어... 다 와간다... 쪼매만 기다리라.

민찬 : (잘 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씬12. 타로샵 안 (낮)


홍석, 타로 탁자 앞에 앉아 통화중이다.


홍석 : ... 반장님.. 근데.. 검문이..

황반장(F) : 순찰차 타고 가이, 검문은 문제 없을끼다.

홍석 : (황반장의 말을 들으며, 탁자 위에 엎어놓은 수많은 타로 카드 중, 한 장의 카드를 뒤집어 보는데... “Death” 카드다. 멈칫)

황반장(F) : 거기 고대로 있으라이. 꼼짝도 하지 말고이.


홍석, 수화기를 든 채로, 그 불길한 카드를 불안한 마음으로 잠시 바라보는데.



씬13. 대검 영상 조사실 (낮)


황반장, 핸드폰을 내리곤 탁자 위에 엎어 놓는다.


황반장 : (민찬을 보며) 이라믄 됐슴미꺼?



씬14. 타로샵 안 (낮)


불안한 마음으로 타로카드를 보던 홍석이 전화를 내리려다가 멈칫한다.


민찬(F) : 역시 연기는 할수록 늘어. 잘 했어.


홍석, 수화기를 멍하니 든 채, Death카드를 바라보는데서.



씬15. 타로샵 앞 (낮)


달려오는 검찰 수사관들, 타로샵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씬16. 타로샵 안 (낮)


... 홍석은.. 없다.

난감한 검찰 수사관들의 모습에서.



씬17. 종합병원 창민의 진료실 (낮)


긴장한 창민에게 명함을 건네는 손. 배상무다.

그 명함에는 이름이 없고 전화번호만 적혀 있다. 그 위로


혜라(소리) : 비선을 움직여서 쫓고 있습니다. 백홍석 그 사람이 탈출한 건,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해보겠다는 뜻일 겁니다.


배상무,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창민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멈칫. 돌아서서 보는 배상무.

창민, 배상무의 눈치를 보며 핸드폰을 받는다.


창민 : 네.

홍석(F) : ... 창... 창민아.

창민 : (멈칫, 놀라는)

홍석(F) : ... 나.. 나 좀.. 도와주라.


당황하는 창민, 어떤 느낌으로 창민을 바라보고 있는 배상무.


창민 : (낮은 한숨을 쉬곤 진정하곤 수화기를 막곤 배상무에게) 특진환잡니다.

         (핸드폰에 대고) 김교수님. 지금 상태가 어떠십니까?

배상무 : (본다. 보다가 돌아서서 나간다)


긴장되고 복잡한 감정의 창민이 홍석의 말을 듣고 있다. 그 위로


혜라(소리) : 하지만 별 문젠 없을 겁니다.



씬18. 강동윤의 대선 캠프 (낮)


동윤과 혜라가 캠프 안을 걸어, 집무실을 향해 가고 있다.


혜라 : 일개 형사가, 그것도 탈주범이, 진실을 알아낼 방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굳은 얼굴의 동윤은 듣기만 하는 채로,

캠프 요원들이 건네는 인사를 제대로 받지도 않는 채로, 집무실로 걸어 들어간다.



씬19.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소파에 앉는 동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

혜라가 그 동윤을 본다. 무섭도록 굳어있는 동윤의 얼굴.

그 동윤의 얼굴 위로


영욱(소리) : 지수한테 사준 푸들이야. 지수가 가지고 싶다길래, 잡종인지 알면서도 사준 푸들이... 바로 너야.

                 근데 동윤아, 왜 주인을 보고 짖냐?


팔걸이에 올려진 동윤의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그 모습을 보던 혜라가 맞은 편에 단정하게 앉는다.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찍는다.

잠시 후... 동윤의 핸드폰에 문자 소리가 들린다.

확인하는 동윤. 혜라가 보낸 문자다. 그 텍스트가 화면에 보인다. 그 위로


혜라(소리) : (문자 텍스트 내용임) 대책을 생각중이시면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쓸데 없는 감정에 빠져 계신 거라면,

                  제가 세운 대책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동윤, 고개를 들어본다. 맞은 편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혜라.

동윤, 설핏 옅은 미소를 띠곤, 고개를 끄덕인다.


혜라 : 특검 당시에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한오그룹 불법승계를 위한, 유상증자 비밀회의록!

동윤 : ... 가족 외에 참석자는 두 명이었어.

혜라 : ... 한 분은.. 돌아가셨지요.

동윤 : (그런 혜라를 안타깝고 따뜻하게 보며) ... 아버님... 절에 모셨다고 했나?

혜라 : (끄덕이곤) 그리고 한 분은... 오늘 오실 겁니다. 추모식에 매년 참석하셨습니다.

동윤 : (혜라가 말하는, 그 의미를 느끼곤) 한경식 사장, 너한텐 아버님 같은 분이라고 하지 않았나?

혜라 : (조금은 슬퍼 보이는, 옅은 미소로) ...아버지는 ...아니잖아요.

동윤 : (보는)

혜라 : ... 한오그룹에서 물러난 뒤 중견 식품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동윤 : ... 내가 뭘 해주면 되지?

혜라 : (담담한) 국세청을 움직여 주세요.


뭔가를 결심한 혜라의 모습에서.



씬20. 우미식품 회사 앞 (낮)


도착하는 차량 서너 대.

다급하게 내리는 국체청 요원들. 회사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씬21. 우미식품 사무실 (낮)


달려 들어오는 요원들.

“당신들 뭐야?” 외치며 막아서는 직원들.


요원1 : (신분증 내밀며) 국세청 조사4국 최규헌입니다. 우미식품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합니다.

           (주변 요원들을 보고) 관련 자료 전부 압수해!


다급하게 움직이는 국세청 요원들, 그 소란이 잠시 보이다가.



씬22. 어느 사찰 법당 (낮)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리고 있다.

“신정석”이라고 적혀 있는 위패 앞. 혜라가 향을 올리고 물러나 참배를 한다.

일어나는 혜라의 눈에 살짝 물기가 고인다.

뒤에 서서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던 한사장, 다가가서 위로하듯 혜라의 등을 자상하게 두드려준다.

스님의 독경소리는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씬23. 어느 사찰 일각 (낮)


범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리고 있다.

혜라와 한사장이 일각을 걷고 있다.


한사장 : 지난 주에 어머니하고 통화했어. 오빠는 유태계 은행에 취직했다고?

혜라 : (걸으며 미소로 끄덕이는)

한사장 : (안타까운 듯) 뉴욕에서 계속 사실 건가?... 하긴. 그 험한 일을 당했는데... 돌아오시고 싶을까?

            (서는, 혜라를 따뜻하게 보며) 혜라야. 니 아버지가 나한테 부탁했다.

            너 결혼할 때 자기 대신에, 너 데리고 입장해 달라고.

혜라 : (따뜻한 미소로 보며) ... 고마워요. 아저씨.

한사장 : (옅은 미소로) 남자는 있어? 결혼할 놈 생기면, 무조건 나한테 먼저 소개 해라.


혜라와 한사장 서로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한사장의 핸드폰이 울린다.


한사장 : (받는) 어. 최상무. (하다가 놀란) 뭐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알았어. 바로 들어가지.

            (끊곤 혜라에게)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먼저 (하는데)

혜라 : (OL 담담하게 따뜻하게) 특별 세무조사

한사장 : (멈칫, 말을 멈추고 보는)

혜라 : 막기 힘드실거에요.

한사장 : ... 혜.. 혜라야.

혜라 : 한오그룹 나오시고, 평생 모은 돈 인맥, 다 동원해서 만든 식품회사잖아요.

         도산하면 아저씨도 아저씨 가족도 많이 힘드실 거에요.

한사장 : (차마 믿을 수 없는) 니.. 니가 나한테.. 왜?

혜라 : (담담하게, 따뜻하게) 유상증자 비밀 회의록이 필요해요. 아저씨.

한사장 : ...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근처 적당한 곳에 털썩 주저 않는)

혜라 : (사찰 쪽을 보며 쓸쓸하게) 우리 아버지, 내년부턴 많이 외롭겠다. 추모식에 나 혼자 있겠네...

         (고개 돌려 한사장을 보며 담담하게 따뜻하게) 내일까지 전화 기다릴게요. 아저씨.


혜라, 한사장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범종소리는 아직까지 은은하게 울리고 있다.



씬24. 몽타주 (밤)


1. 긴급출동 기사가 앰블란스 본넷을 열고 배터리를 연결하고 있다. 점프 하려는 중.


기사 : (손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이거 일년은 운행 안한 차 같은데...

         (앰블런스 운전석에 앉은 창민을 향해) 시동 한 번 걸어보세요.


부르릉... 앰블란스 시동이 걸린다.

그제야 보이는 건물 전경. ‘윤창민 외과’ 간판이 붙어 있다.

2층 정도의 허름한 건물. 불이 다 꺼져있는 폐병원이다.


2. 도로.

의사 가운차림의 창민이 앰블란스를 운전하고 있다. 그 얼굴, 갈등이 가득 하다. 복잡하다.

하지만 달리고 있다. 거리에는 경찰 검문이 한창이다.


3. 어느 골목. + 공영주차장

조를 이룬 경찰들이 순찰 중이다.

앰블란스가 그 골목을 지나 커브를 돌면 3층 정도의 공영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는 앰블란스. 1층, 2층을 지나 3층에 도착한다.

어느 차 밑. 바닥에 숨어 있는 홍석의 시선으로, 앰블란스에서 내리는 창민의 구두와 가운의 아랫자락이 보인다.


창민(소리) : (낮은) 홍석아. 홍석아....


홍석, 차 아래에서 기다시피하면서 나온다. 엉망인 옷. 엉망인 머리. 그리고 절뚝거리는 한쪽 다리.

창민, 그런 친구의 모습에... 눈물이 날 듯 하다. 하지만 다급하게 다가간다. 부축한다.

홍석을 앰블란스 환자칸에 태운다.


4. 경찰의 검문망

트렁크 안까지 뒤지는 차량 검문이 실시되고 있다.

저만치 뒤. 창민의 앰블란스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대기하고 있는데,

형광봉을 흔들며 다가오는 경찰 한 명. 창민에게 차를 옆으로 빼라고 호루라기를 불며 지시한다.

긴장하는 창민!!

환자칸 안. 긴장하는 홍석!!

하지만 경찰은 앰블란스를 빼서 검문대 옆으로 먼저 지나가게 한다 호의였던 것.

안도하는 창민.

앰블란스는 거리를 달린다. 안도하는 환자칸의 홍석.


5. 끼이이..... 앰블란스가 입차되어 있는, 폐병원 차고의 문이 닫히는데서.



씬25. 폐병원 진료실 (밤)


암흑이다. 라이터를 켜고 양초에 불을 붙이는 창민.

비로소 보이는 전경.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책상. 바닥을 뒹구는 의자. 넘어져있는 캐비넷.

홍석은 근처에 서 있고.

창민, 그 양초를 책상 위에 올린다. 그 책상 위, “원장 의학박사 윤창민” 명패가 나뒹굴고 있다.

창문에는 암막커튼이 쳐있다.

창민이 돌아본다. 홍석이 그 앞에 서 있다. 너무나 초췌해 보인다.

창민, 그런 친구의 모습이 마음 아프고, 미치도록 미안한 맘으로 본다.

보다가 옷이 든 쇼핑백을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창민 : ... 옷 좀 챙겨왔어. (시선은 떨구곤) 병원에 두고 입는 건데... 너한테 맞을지 모르겠다. (하는데)

홍석 : (다가와서 창민을 꼬옥 안는다) ... 너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너라면.. 와줄 줄 알았어. 고맙다 창민아.


창민, 미치겠는 마음으로 낮은 한숨을 쉰다.

창민, 안고 있는 홍석의 팔을 풀다가 다리를 본다. 찢어진 바지.

창민, 홍석을 의자에 앉히곤 상처 부위를 보며


창민 : 여기 안전해. 몇 달 전부턴 부동산에서도 안 보러 온다. (일어나 근처의 장식장 서랍들을 열어보며)

         내 논지 일년이 넘었는데, 망한 병원이라고 소문 나서, 입주한다는 사람도 없고 (장식장 서랍에서 붕대 하나를 꺼내서

         쌓인 먼지를 닦곤, 홍석의 바지를 찢고 그 허벅지에 붕대를 감아주며) 며칠만 여기 있어. 그리고 홍석아. 외국으로 가라.

         내가 알아볼게. 밀항이든 뭐든 내가 알아볼게.

홍석 :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붕대를 감아주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이 친구가 너무나 고맙다) ... 창민아.

창민 : (고개 숙여 붕대 감으며) ... 생활비도 보내줄게. 숨어있어. 잠잠해지면... 내가 갈게. 너한테 가서..

홍석 : ... 창민아 (하는데)

창민 : (터지는. 고개 들어 홍석을 보며) 살아만 있으라구! 임마! (그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홍석 : (손으로 그 친구의 눈물을 닦아주곤) ... 창민아... 나 안가.

창민 : ... (낮게 설득하듯) 홍석아

홍석 : 창민아. 나 ... 우리 수정이 ... 죽인 놈 알아.

창민 : (둥!!) 무.. 무슨 말이야?

홍석 : 나 그 놈 잡을라고 나온 거야.

창민 : (견딜 수 없는 긴장이다)

홍석 : 니가 그랬지. 우리 수정이 며칠 있으면 깨어날 거라구. 호전될거라구.

창민 :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붕대를 감고 있는)

홍석 : 근데.. 창민아. 우리 수정이가 깨어나면... 안 되는 놈이 있었어.

창민 : ...

홍석 : 그놈이.. 죽였어. 우리 수정이 그놈이.....

창민 : ...

홍석 : 창민아.. 우리 수정이 죽은 그 날. 니네 병원 당직의사, 간호사 명단하고, 약품 인출 목록 좀 알아봐 주라.


창민, 그 긴장과 충격에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창민이 약제실에서 코데인을 인출하는 모습 짧게.

창민,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 홍석을 바라볼 수 없다. 고개 숙여 붕대를 계속 감으며


창민 : ...... 왜?

홍석 : 우리 수정이 몸에 코데인 성분이 있댔잖아? 그거 주입한 놈, 내가 찾아야 겠다.


창민, 붕대를 감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 창민의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1부 씬58의 창민이 약물을 주입하는 모습 짧게.


홍석 : 니네 병원에 있을 거야. 매수당한 놈.. 그놈부터 먼저 잡아야겠다.

         세상 사람들.. 내 말 안 믿잖아. 하나씩 모을거다. 증거도! 증인도!

창민 : (붕대를 감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홍석 : (간절한) 도와주라 창민아... 부탁한다.


홍석, 무릎 꿇고 붕대를 감고 있는 창민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간절히 부탁을 하고 있다.

고개 숙인 창민의 그 괴롭고 복잡한 얼굴에서.



씬26.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밤)


책상 앞에 서 있는 동윤. 그 앞에선 혜라.


혜라 : (담담한) 한경식 사장, 내일까지 연락주기로 했습니다.

동윤 : ... 아버지처럼 지내던 분을 잃었군.

혜라 : (담담한, 옅은 미소로) 잃은 건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윤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얻은 것만 바라보겠습니다.

동윤 : (그 혜라의 눈빛을 본다)

혜라 : (동윤의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내고 있다)

동윤 : (따뜻한 낮은) 혜라야

혜라 : (따뜻한) 네.

동윤 : (따뜻한) 내 앞에서...

혜라 : (따뜻한) 네.

동윤 : (낮은 서늘한) 여자가 되려고 하지 마.


혜라, 그 서늘함에 멈칫. 한걸음 물러선다. 언제나처럼 다가갈 수 없는 거리를 느낀다.


동윤 : (그런 혜라를 옅은 미소로 보며, 따뜻하게) 내일 스케줄은 예정대로 진행 해. (돌아서서 창밖을 보는)

혜라 : (서운함을 감춘, 담담하게) 네. 9시 미혼모의 집 방문. 11시 한기총 회장단 면담


동윤, 서울의 야경을 보고 있다. 그 위로


혜라(소리) : (대사 이어지는) 2시 전경련 기념관 개소식. 4시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 격려 방문...



씬27. 폐병원 진료실 (밤)


반쯤 남은 양초. 창가에선 홍석이 암막커튼을 살짝 젖히고 서울의 야경을 보고 있다.

그 홍석의 얼굴에서... 초라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결의가 보인다.

//인서트 동윤과 홍석, 두 남자가 각각 자신의 공간에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씬28. 미혼모의 집 전경 (낮)


지수(소리) : (밝은, 살짝 통통 튀는) 여러분은 사랑을 한 거예요.



씬29. 미혼모의 집 안 (낮)


동윤과 지수가 다정한 부부처럼 나란히 서 있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안고, 주변에 앉아 있거나 서서, 지수의 말을 듣고 있다.


지수 : 그 사랑에 책임을 지는 여러분. 그리고 이 아이들. 세상이 손가락질 못하게,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다정하게 동윤을 보며) 우리 그이가.

미혼모들 : (우와... 부러움의 낮은 야유)

미혼모1 : (장난스레 웃으며) 혹시요,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없으세요?

지수 : (미소로) 매일 후회하죠.

혜라 : (둥! 놀라서 지수를 보는)

지수 : (미소로 동윤을 보며) 왜 이 사람을 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미혼모들 : (우와... 질투 섞인 야유)

혜라 : (안도하는)


혜라의 안내로 동윤과 지수가 나가려는데, 어느 미혼모가 아이를 안고 그 앞에 선다.


미혼모2 : (지수에게) 우리 미진이, 분유 한 번 타주세요. 사모님처럼 이뿌고, 사모님 처럼 좋은 남편 만나게요.


당황하는 지수, 혜라가 만류하려 하지만,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

미혼모 몇몇이 이끌어서 지수가 어쩔 수 없이 벽에 마련된 분유대 앞에 선다.

미혼모2가 젖병에 물을 80밀리리터를 담아서 건넨다.

지수가 받는다. 당황스럽다.

하지만 지수를 향해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 지수를 바라보는 미혼모들의 눈빛.

지수, 어쩔 수 없다. 분유를 한 스푼 젖병에 담는다... 두 스푼... 세 스푼... 네 스푼... 다섯 스푼.

웅성이는 미혼모들...

여섯 스푼. 미혼모들이 갸웃거리며 웅성거림이 조금 더 커진다.

동윤과 혜라, 머리가 아프다.

혜라, 그 표정으로 지수를 바라보는데서.



씬30. 강동윤의 대선 캠프 복도 (낮)


빠르게 걸어가는 지수와 혜라.


혜라 : (냉랭한) 분유는 물 40밀리리터에 한 스푼이에요.

지수 : (냉랭한) 갑자기 일어난 일이야. 돌발상황은 막았어야지.

혜라 : 돌발상황이니까, (멈추는) 막을 수가 없죠.

지수 : (멈춰서 혜라를 냉랭하게 보는)

혜라 : 기사는 막았습니다.


혜라, 문 열고 들어가면 지수도 차가운 얼굴로 따라 들어간다.



씬31. 강동윤의 대선 캠프 부속실 (낮)


지수 들어오면 혜라가 문을 닫는다.

지수가 본다. 그 앞에 펼쳐진 풍경. 탁자 위에 놓인 배추. 그리고 김장 양념. 김장 재료들. 고무장갑.

그 옆에 서 있는 요리 연구가 한 명.

지수, “이게 뭐지?” 하는 눈으로 혜라를 보면


혜라 : 내일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나누기 행사가 있어요.

지수 : 그런데?

혜라 : 더 많은 기자들이 올 겁니다. 오늘 같은 일이 생기면, 막을 수가 없습니다. (요리 연구가를 보곤) 시작하세요.

연구가 : (요리 연구가 특유의 톤으로) 먼저 반으로 쪼갠 배추를, 소금물에 10시간 이상 절인 뒤, 냉수에 헹구시구요.

            채반에 엎어 (하는데)

지수 : (OL) 어떡하지? (혜라를 보며) 난 너한테 배우고 싶은데.

혜라 : (보는)

지수 : 니네집 김치 맛있었잖아. (요리 연구가를 보곤) 죄송해요.

연구가 : (어색해서 엉거주춤 나간다)

지수 : (고무장갑을 집어서 혜라 쪽으로 툭 던져주곤, 손가락 끝으로 배추를 이리 저리 만져보며) 생각 나. 니네 엄마.

         때마다 김장해서 우리집에 가지고 왔지. 그 덕에 니네 아빠, 고속승진 했다는 소문도 있었고.

혜라 : (보는)

지수 : (젓가락으로 김치속 조금 집어 먹어보며) 참. 나 학력고사 볼 때, 니네 아빠가 시험장에 데려다 줬다.

         그땐 상무가 그렇게 대애단한 직책인지 몰랐네. (고무장갑을 눈으로 가리키며) 시작해.

혜라 : ... 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계셨어요.

지수 : (젓가락 내리며) 그랬지.

혜라 : ... 아버진 끝까지 비밀을 지키셨어요.

지수 : (피곤한 듯이 목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랬나?

혜라 : 근데 당신들은 분식회계, 공금횡령, 모든 죄를 아버지가 책임지게 했어요.

지수 : (피곤한 듯이 뒷목을 잠시 주무르며) 그런데?

혜라 : 평생을 한오그룹을 위해서 살아오신 분이에요. 근데... 당신들한텐 아버진... 어떤 존재였나요?


지수, 가볍게 하품을 하곤, 김치 속을 조금 집어서 바닥에 툭 던지고는...


지수 : (혜라를 여유있게 보며) 이거 없다고, 김장 못 담그는 건 아니잖아.

혜라 : (쥐고 있는 주먹이 떨린다. 참을 수 없는 모멸을 견디고 있다)

지수 : (담담하게) 우린 버릴 수 있고, 너흰 버려질 수 있고. 혜라야. 그게 너하고 나의 차이야.

혜라 : ...

지수 : 아쉽네. 난 배우고 싶은데, 니가 가르칠 맘이 아니겠다. 갈게. (나가려는데)


혜라, 그 앞을 막아선다. 지수와 혜라 두 여자의 얼굴이 팽팽하게 마주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보는 그 시선.

지수가 혜라의 얼굴을 본다. 모멸을 참고 있지만, 그 이마, 그 코, 그 입술... 을 본다. 보다가..


지수 : ... 이뿌다... 그이가 왜 널 옆에 두는지 알거 같애.

혜라 : 그 분은... 한 번도... 절 여자로 대하신 적이 없습니다.

지수 : (옅은 실소로) 그럼 넌? 한 번도 그이한테 여자로 보이고 싶었던 적 없니?

혜라 : .... 언젠가.. 제게.. 사랑하는 분이 생긴다면, 전 그분과 모든 것을 이야기 하고, 그분과 모든 것을 상의하는,

         존중받는 한 명의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여자로 보이는 게 아니구요.

지수 : (화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아는, 참고 있는)

혜라 : 그게 사모님과 저의 다른 점입니다.

지수 : (터지려는 분노를 겨우 참고 있는데)


혜라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받는다.

지수와 혜라는 여전히 얼굴을 마주하고 팽팽하게 바라보고 있다.


혜라 : 네. (듣다가) 사모님과 같이 있습니다. 함께 갈까요? (듣다가) 네. (끊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혜라,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홀로 남은 지수가 분노를 겨우 견디고 있다.



씬32. 강동윤의 대선 캠프 안 (낮)


지수, 화난 얼굴로 가다가 돌아보면, 저만치 캠프 일각, 동윤과 혜라가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지수가 그 둘을 질투로 보는데서.



씬33. 고등학교 교정 (낮)


운동장 일각. 벤치에 앉아 대화하고 있는 정우와 재중.

정우는 검찰 수첩을 펴놓고 뭔가를 기록중이다.


재중 : 수정이하고 같은 반이고, 특별활동도 같이 했거든요.

정우 : (혼잣말처럼) 수정이는 일진들하고는 어울리지 않았다...

재중 : 네. 일진애들이요. 왕따 애들 빵셔틀 시키면요. 자기 아빠 경찰이라고, 신고한다고,

         수정이가 막아주고 그랬거든요. (하는데)

지원(소리) : (OL) 빵셔틀이 뭐니?

정우 : (고개 들어 보면)

지원 : (미소 지으며) 반갑네요. (하는데서)



씬34. 커피숍 (낮)


지원이 아이스커피 두 잔을 들고 와선, 정우가 앉아 있는 탁자에 내린다.


지원 : 자. 커피셔틀 왔습니다. (각자 앞에 커피잔을 놓으며) 빵 심부름을 시키면 빵셔틀.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 커피셔틀.

         (장난스레) 드세요. 공짜 커피 좋아하잖아.

정우 : ... 가끔 말이 짧다.

지원 : (커피 한 모금 마시곤) 그쪽은 자주 말이 짧은데.

정우 : (허 어이없어 보는)

지원 : (커피가 쓴지 시럽을 타서 휘휘 저으며) 일주일 휴가 내고 어디 놀러가셨나 궁금했는데, 백수정 사건 수사하고 있었네.

정우 : (티껍다는 듯) 재판까지 끝난 사건은 왜 캐고 다니시나?

지원 : 재판까지 진 사건은 왜 캐고 다니시나?

정우 : (허! 해서 보다가 시럽 타려고 보면, 시럽 하나도 없는. 화나서 시럽잔 툭 내려놓는다. 데구르르 탁자를 구르는 시럽잔)

지원 : 그렇죠. 화나죠. 암. 뻔히 조작인 거 알면서도 당한 거, 생각만 해도 잠이 안 오지. (정우를 빤히 보며) 우리 같이 해요.

         같이 조사해서, 그쪽은 재판 다시 하고, 나는 입사 5년 만에 특종 한 번 하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곤) 으.. 너무 달다.

정우 : (어처구니 없어서 보는) 어이. 재벌집 여기자.

지원 : (끄덕이며) 참신하네. 그 표현.

정우 : 잘 들어. 싫어!

지원 :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취재수첩 꺼내는)

정우 : (대사 이어지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넌 (하는데)

지원 : (OL, 기자수첩 보며) 미국 교통사고 협회 자료가 이상해요. 분명 그쪽에서 보낸 자료는 맞는데, 그런 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네. (취재 수첩 넘기며) 글고 또 부검서. 그 마약을 복용해서는 이 정도 코데인이 검출될 수 없대요.

         아, 물론, 국내 의사들은 취재를 거부했고, 세미나 참석한 영국 의사들 한테 확인한 건데요. (하다가 보면)

정우 : (몸 기울여, 탁자에 올려진 지원의 수첩을 보며 지원의 말을 듣고 있다)

지원 : 싫대매요?

정우 : 계속 해 봐.

지원 : 그쪽 수첩도 올려놓으시죠.

정우 : (못마땅하지만, 자신의 수첩을 탁자에 올려 놓는)

지원 : (옅은 미소) 앞으로 커피는 그쪽이 들고 오기!

정우 : (못마땅해서 보는)

지원 : 끄덕이시죠.

정우 : (못마땅하지만 할 수 없다. 끄덕이는)

지원 : (미소로 보곤, 다시 취재 수첩을 들여다보며) 이 정도 용량은 복용이 아니라, 직접 주입을 해야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정우와 지원이 고개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에서.



씬35. 우미식품 사장실 (낮)


한사장, 사장 명패가 놓인 자리에 앉아 갈등 중이다. 한숨을 쉬곤 결정했다.

책상 위 전화기를 든다. 전화를 걸려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한사장 : (핸드폰을 받는, 힘없이) 네. (하다가 놀란, 벌떡 일어나는) 회장님! ...네! (하는데서)



씬36. 서회장 서재 (낮)


서회장이 통화중이다.


서회장 : 국세청 아들이(아이들이) 쪼매 실수를 한기다. 내가 알아 듣고로 말해났다. 참. 안양공장에 급식회사 구한다든데,

            하이고. 입찰서류는 뭐할라꼬. 그냥 너거가 해라. 밥 묵는 아들이 한 2만명 된다카이 준비 단디 하고. 그래. 욕 봐라.

            (끊는, 옆에 서 있는 영욱을 바라보며) 한 번에 물으라 안 캤나?

영욱 : ... 아버지.

서회장 : (단호한) 내가 한오그룹 맨드는데 30년이 걸맀다. 니한테 넘기 줄라꼬 준비하는데 또 20년이 걸맀다.

영욱 : ... 죄송합니다.

서회장 : (단호하게) 결정해라이. 좋은 오빠가 될란지, 한오그룹 회장이 될란지.

영욱 : ...

서회장 : (의자에 깊숙이 앉으며) 둘 다 될 수는 없대이.



씬37. 서회장네 거실 (낮)


영욱, 서재에서 나오는데 지수,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오고 있다.


영욱 : (마음 아프게 보며)... 지수야 (하는데)

지수 :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투의 얼굴, 걸어가는 그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가며) 오빠. 그 핸드폰 공개해.

영욱 : (놀란) 지수야 (하고 보면)

지수 : (걸어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이미 계단 쪽으로 가고 있다. 대사 이어지는) 오빠가 가지고 있잖아. 나도 귀 있어.


영욱, 지수의 뒤를 급하게 따른다.



씬38. 서회장네 거실 계단 (낮)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는 지수. 그 옆을 따르는 영욱.


지수 : 고마워. 내가 다칠까봐 아직 공개 안 한 거. 그 사람이 알아서 포기하길 바랬다는 것도 알아.

영욱 : 지수야!

지수 : (앞만 보며 빠르게 계단으로 올라가며) 괜찮아. 나 다쳐도 돼. 감옥? 가면 되지. 아니, 집행유예로 나올 수도 있잖아.



씬39. 서회장네 2층 복도 (낮)


지수 : (빠르게 걸어가며) 사람들 손가락질? 하라고 해! 지들 손가락이 아파서 오래 못할 걸. (하는데)

영욱 : 지수야 진정해!

지수 : (침실 문 앞에 선다. 문고리를 잡고 서 있다) 부탁이야 오빠. 그 사람, 후회하는 거 보고 싶어. 오빠.

영욱 : (그런 지수의 마음을 안다) 지수야...

지수 : ... 참 재밌다 인생... 그때도 오빠한테 부탁했었는데... 그 사람이랑 결혼 할 수 있게 아빠 설득해달라고...

         이번에도 부탁해 오빠.


지수, 영욱을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자신의 맘을 얘기하고 침실로 들어간다.

닫히는 문.

영욱, 그 동생의 뒷모습과 닫힌 문을 안타깝게 보다가 돌아서서 핸드폰을 건다.


영욱 : (상대가 받은) 유태진 의원님. 서영욱입니다. 시간 좀 내 주시겠습니까?


그 단호한 영욱의 얼굴에서.



씬40. 종합병원 창민의 진료실 (낮)


배상무의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갈등하는 창민. 그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씬25 홍석(소리) : 니네 병원에 있을거야. 매수 당한 놈. 그놈부터 잡아야겠다.


창민, 전화기를 든다. 배상무의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를 몇 개 누르다가 멈춘다.

그 창민의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씬25 홍석(소리) : ... 너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너라면.. 와줄 줄 알았어. 고맙다 창민아.


창민, 수화기를 내린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마음이다.

창민, 긴 한 숨을 한번 쉬곤, ... 결국 배상무의 명함을 휴지통에 던져 버리는데서...



씬41. 폐병원 진료실 (낮)


홍석, 의자에 앉아 있다. 답답하다. 그 홍석의 얼굴에서 플래시되는.

// 씬25의 연결 느낌

홍석 :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붕대를 감고 있는 창민에게, 간절하게) 넌 의사잖아. 할 수 있잖아.

창민 : (붕대를 감으며) 약품 인출 목록은 보안 사항이야.

홍석 : .... 창민아.

창민 : (다 감았다. 일어나며) 며칠 안에 너 갈만한 나라 알아볼게. 방법도 찾아보구.

         홍석아.. 너 잡히면... 법정 살인에.. 탈옥에.. (하는데)

홍석 : 나 잡을 거야. 그놈.

창민 : (낮은, 터지는 느낌으로) 어떻게!!! 너 수색 중인 경찰이 4만명이야. TV에도 하루 종일 니 뉴스가 나와.

         ....너라도 살아야지. 임마. (의자 하나 당겨서, 홍석의 앞에 앉으며, 간절한) 내가 알아볼게.

         범죄인 인도 협정 없는 나라 알아볼게. 너 살만한 집도, 너 생활비도, 내가 다 준비할게.

홍석 : ... (고마운,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창민아

창민 : 홍석아.. 제발... (간절하게) 내가... 너는... 살리고 싶다...


그런 친구를 고맙게 보는 홍석.

촛불이 밝히고 있는 진료실 안. 그렁한 눈으로 홍석과 창민이 서로를 보고 있는데서.

홍석, 일어난다. 암막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본다.

홍석의 시선으로 저 만치 보이는 공중전화 부스. 근처에서 검문 중인 경찰 몇 명과 순찰 중인 경찰들이 보인다.

그 공중전화 부스를 바라보는 홍석에서.



씬42.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벽에 걸린 시계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 위로


혜라(소리) : 유태진 의원과 서영욱 사장. 한 시간 뒤에 여의도 청담에서 만나기로 했답니다.


동윤은 뒷짐을 진 채 창 밖을 보고 있고 혜라, 그 뒤에 서서 보고중이다.


혜라 : 방금 유태진 의원은, 캠프를 대선 체제로 확충하라는 지시를 내렸답니다. 경선 승리를 확신할... 언질을 준 모양입니다.

동윤 : (창밖을 보며, 추억에 젖은 듯, 낮게) 독산동 이발소 뒤쪽에 산이 있어. 어릴 때 참 많이도 올랐지...

         그 산을 타고 조금만 가면 관악산으로 이어져. 관악산에서 동쪽을 보면 우리나라 최고라는 그 대학이 보이지.

         서쪽을 보면 여의도가 있고 북쪽으론 청와대가 보여... 그 대학을 나왔고... 여의도에 왔고...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청와대를 보며) ... 조금씩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옅은 실소를 흘린다)

혜라 : ... 포기하시는 겁니까? 여기서.

동윤 : (낮은) 포기는...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하는 거야. 생각중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혜라 : (담담한) 사모님을 만나세요.

동윤 : ... (옅은 실소가 번진다)

혜라 : ... 아직 사모님은... 의원님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동윤 : (돌아서며) 지난 5년 동안 집사람을 거쳐 간, 남자가 열 명이든가. 당대표 선거 때, 상대 후보 측에 자금내역을 넘긴 게

         집사람이야... 그런 여자가... 아직도... 날...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입가에 번지는 옅은 실소)

혜라 : 조카가 있습니다. 여섯 살이죠. 백화점에 가면 떼를 쓰고 웁니다. 원하는 걸 사달라는 뜻이죠.

         엄마를 노려봅니다. 원하는 걸 알아달라는 뜻이죠.

동윤 : ...

혜라 : 이런 말씀을 하셨죠. 비밀을 안다는 건 그런 거라고. 누군가완 평생을 함께할 동지가 되는 거고,

         누군가에겐 상대를 없애야만 되는 이유가 된다고.

동윤 : ...

혜라 : 비밀을 말씀하세요.

동윤 : ... 집사람한테 모든 걸 말하면... 언젠가 후회할지도 몰라.

혜라 : (옅은 미소로) 다행이네요. 후회할 기회라도 생길 거니까.


동윤과 혜라가 서로를 바라보는데서.



씬43. 서회장 저택 인서트 (낮)



씬44. 서회장네 거실 (낮)


동윤이 들어오다가 서회장의 서재, 그 닫힌 문을 바라본다.

그 안의 서회장을 바라보는 듯, 깊은 눈으로 그 문을 보다가 계단을 올라간다.



씬45. 강동윤의 침실 (낮)


지수, 정장차림으로 화장대 앞에 서서 귀걸이를 하고 있다.

들어오는 동윤.


동윤 : (지수에게 다가가며) 누구는 파리에 있고, 누구는 얼마 전에 결혼을 했고, 또 누구는 법정에서 죽었고.

         오늘은 누굴 만나러 가지?

지수 : (돌아서서, 동윤의 얼굴을 빤히 보며) 모델이야. 쓸만해. 얼굴도. 몸도.

동윤 : (그 지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낮게) 암컷

지수 : (보는)

동윤 : 그러더군. PK준 핸드폰에 당신 이름이 그렇게 저장돼 있었다고. (나직 하게) 암컷!

지수 : (담담한) 이상하다. 이젠 당신한테.. 화도 안 나.

동윤 : (미소로 보며) 기억나. 당신. 캠퍼스에서 처음 보던 날. 벌써 20년 전인가?

지수 : (옅은 실소로) 당신은 날 본 게 아니야. 내가 타고 온 차를 봤고, 내가 사는 이 집을 본거지.

동윤 : 뭐가 잘못됐지?

지수 : ...

동윤 : 이 세상 모든 결혼은, 다 정략결혼이야. 신붓감 1위가 교사랬나? (픽 옅은 실소가 보이는) 그 결혼은 사랑인가?

         다들 그래.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고르는 거지...

         난 널 선택 했고... 넌 날 원했어.

지수 : (OL) 이제 다 끝났어.

동윤 : (OL) 알아.

지수 : (OL) 근데?

동윤 : (OL) 거래를 하러 왔어.

지수 : (OL) 하긴, 당신하고 나 사이에, 거래 말고 또 할게 남았을까? 어쩌지? 당신은 이제 나한테 줄게 없는데.


하고는, 지수, 동윤을 비켜서 나가려는데 그 위로


동윤(소리) : 그 아이 내가 죽였어.

지수 : (둥!, 멈칫, 선다. 천천히 동윤을 돌아본다)

동윤 : 수술... 성공했어. 깨어나려고 했어. 그래서... 내가.. 그 아이 죽였어.

지수 : (차마 믿을 수 없는, 충격이다. 당황스럽다)... 당... 당신...


지수,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다. 충격이다.

그 침묵의 시간이 잠시 흐른 뒤..


지수 : ... (혼잣말처럼) 왜... 왜 하는 거야? 나한테... 이럴 얘길...

동윤 : (담담하게) 이제 당신. 나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

지수 : ...

동윤 : 내 인생. 당신이 쥐고 있어.

지수 : ...

동윤 : 당신이 선택해. 날 살인교사로 감옥에 보낼지. 아니면... 어릴 때 키우던 푸들처럼... 맘대로 날 움직일지.

지수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동윤 : (담담한) 당신 오빠. 3시에 유태진 의원 만나.


동윤이 흘깃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 2시 58분이다.

동윤, 할 말을 끝낸 듯 소파로 가서 깊숙이 앉는다.

지수, 두 손으로 침대를 짚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충격이고, 갈등이다.

그 부부의 모습이 잠시 보이다가...

동윤이 벽에 걸린 결혼사진을 본다. 동윤과 지수의 행복한 모습.

동윤이 그 사진을 보고 있는데... 그 위로


지수(소리) : (떨리는, 그러나 단호한) 조건이 있어.

동윤 : (보면)

지수 : ... 혜라... 버려. 당신 옆에서 떼내.


그런 지수를 보는 동윤의 얼굴 위로


혜라(소리) : (담담한) 절 버리라고 하실 겁니다.



씬46.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 씬42의 연결 느낌.

혜라 : (담담한) 사모님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들려주세요.



씬47. 강동윤의 침실 (낮)


동윤 : ... 알았어. 경선 끝나는 대로 처리할게.


지수, 그런 동윤을 본다. 보다가 결심한 듯 전화기를 든다. 번호를 누른다.



씬48. 어느 일식집 밀실 (낮)


유태진을 기다리고 있던 영욱, 전화를 받는다.


영욱 : 어. 지수야.

지수(F) : 오빠. 그 핸드폰, 묻어두자.

영욱 : (놀란) 뭐?



씬49. 강동윤의 침실 (낮)


영욱(F) : 너 또 그놈한테 (하는데)

지수 : 이번엔 달라. 내가 서라면 서고 (손으로 자신의 옆을 툭툭치는. 와서 앉으라는 뜻) 앉으라면 앉고, 그럴거야 이 사람.

동윤 : ..... (다가가 지수의 옆에 앉는)

영욱(F) : ... 지수야. 잘 들어. 이번엔 나도 어쩔 수 없다.

지수 : (담담한) 오빠도 잘 들어. 유상증자 비밀회의록, 내가 가지고 있어.

동윤 : (그 말에 지수를 보는 눈빛!!!)



씬50. 어느 일식집 밀실 (낮)


영욱 : (당황한) 지.. 지수야.

지수(F) : 세상에 알려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영욱 : (머리가 아프다.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른다)



씬51. 강동윤의 침실 (낮)


지수 : 알잖아. 나 대책없는 애란 거. 미안해. 오빠. (끊는)

동윤 : (그런 지수를 보고 있다)

지수 : (긴 한숨을 쉬고 동윤을 본다) 앞으로 모든 일 나하고 상의해.

동윤 : (담담한) 그럴게.

지수 : 내 허락 없이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저녁 메뉴를 고르는 거 밖에 없어.

동윤 : 알았어.


많은 불안과 약간의 기대로 입술을 깨물며 동윤을 바라보고 있는 지수.

담담하게 지수를 바라보고 있는 동윤의 모습에서...



씬52.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혜라가 팔짱을 낀 채, 동윤이 서 있던 그 자리에 서서, 창 밖의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서.



씬53. 어느 일식집 밀실 (낮)


유태진이 껄껄 웃으며 탁자에 놓인 회를 먹고 있다.


유태진 : 뭐 다른 할 말은 없다 이건가? 허허허.

영욱 : 네.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요.

유태진 : 허허허. 경선 판을 뒤흔들 꺼리를 준다더니... (회 한 점 집어 먹곤) 회가 아주 좋아. 이 맛, 평생 잊지 않겠네. 허허허.


영욱의 그 곤란해 하는 모습에서.



씬54. 폐병원 진료실 (밤)


홍석이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본다. 경찰들이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어딘가로 달려간다.

거리에 경찰은 없다. 공중전화 부스도 비어 있다.



씬55. 대검찰청 로비 (밤)


황반장과 조형사가 나오고 있다. 밤샘 조사를 받아서 초췌한 몰골이다.

서류봉투를 들고 빠르게 지나가던 민찬이 둘을 보곤, “어이” 부르며, 손으로 까딱까딱 오라는 시늉을 한다.

황과 조, 기분은 나쁘지만, 다가간다.


민찬 : 아이고. 탈주 방조범들. 집에 가시나? 운도 좋아요. 동네 잔치 한번 해야지.

         (황반장에게) 하루에 세 번씩 행선지 보고 하시고. (하는데)

검찰수사관 : (달려와) 강동윤 후보 도착했답니다. 브리핑 준비 끝났습니다.

민찬 : (머리 아픈 듯) 젠장. 대통령을 추첨으로 뽑든가. 별 놈들이 다 기자 끌고 사진 박으러 와요.

         (가다가 돌아서서) 어이. 백홍석이 연락 오면 3초 안에 콜!

황반장 : ... 네.

민찬 : (간다)


조형사, 민찬이 기분 나빠서 가는 뒷모습에 대고 힘차게 감자바위 해 보이는데...

그때 울리는 황반장의 핸드폰.


황반장 : (받는) 네. (하다가 놀란)

조형사 : (황반장의 표정을 보고 누군지 안다. 빠르게 걸어가는 황반장의 뒤를 다급하게 따른다)

황반장 : (빠르게 걸어가며 낮게) 어데고? 지금 가꾸마. 뭐? ... 병원에... 어. 약품 인출 목록? ... 어데로 가가믄 되노?...

            윤창민 외과. 니 친구 아이가? (하는데)

조형사 : (그 핸드폰을 빼앗아 들곤) 선배님 접니다. (울컥하는)



씬56. 공중전화 부스 (밤)


홍석 : ... 조형사. 미안하다... 고생시켜서.

조형사(F) : 내가 얼마나 선배님 고생시켰는데요. 무슨.

홍석 : (공중전화 잔액표시등을 본다. 200원 정도 남았다)... 조형사. 경호팀장 전화번호 알지?


그 홍석의 얼굴에서.



씬57. 특별수사본부 (밤)


민찬이 브리핑 중이다. 동윤이 가운데 의자에 앉아 브리핑을 듣고 있다.


민찬 : 서울 경기 지방청 소속 경찰청 병력 중, 필수 치안요원을 제외한 전원이, 수색 및 검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힐긋 보면)

혜라 : (동윤의 근처에 서서 민찬을 분노로 보고 있다)

민찬 : (피식, 미소 짓곤) 탈출 28시간이 지난 현재 (이하 민찬은 소리만 들리는) 탈출 지점에서 반경 5킬로미터 이내는

         경찰특공대를 동원, 만약의 사태에 대비, 총기 사용 허가를 내렸습니다.


경호팀장이 핸드폰을 들고 혜라에게 다가간다.


경호팀장 : (낮게, 곤란한 듯) 전에 사무실에서 명함 받았던 분이랍니다. 다짜고짜 후보님을 바꿔달라고 (곤란해하자)

혜라 : (그 핸드폰을 받는다) 여보세요. (하다가 뭔가를 듣고는 놀란)


동윤이 그 혜라를 보았다. 혜라의 당황스러움과 난감함.

동윤, 손을 들어 민찬의 브리핑을 중단시킨 뒤 혜라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손짓을 한다.

혜라, 난감해 하며 어쩔 수 없이 건넨다.


동윤 : (받는) 강동윤입니다.

홍석(F) : 나 백홍석이다!

동윤 : (둥!)

홍석(F) : 기다려라 강동윤!!!


동윤, 당황스럽다. 침을 삼키는데 순간 툭 끊어지는 핸드폰.



씬58. 공중전화 부스 (밤)


잔액표시등이 0원이다.

홍석. 그 눈에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보인다.



씬59. 특별수사본부 (밤)


동윤, 핸드폰을 혜라에게 건네곤 이내 평온을 찾는다.


동윤 : 계속하지.

민찬 : 서울 외곽 지역에는 3중의 검문망이 운용되고 있습니다. 공항, 터미널, 연안부두 쪽에는

         공항경비대와 해경과 긴밀히 협조해 가며


동윤, 시선은 민찬을 향하고 있지만, 그 눈은 딴 생각에 빠져있다.



씬60. 공중전화 부스 + 거리 (밤)


부스에서 나오던 홍석이 놀란다. 저만치에서 다가오는 순찰 경찰들.

홍석, 뒤돌아서서 빠르게 걷는다. 그러다가 멈칫. 놀라서 멈춘다.

맞은 편에서도 다가오는 순찰 경찰들.

골목. 홍석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순찰경찰들이 다가오고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웃기도 하면서...

홍석, 벽 쪽으로 다가가 어느 집 대문 앞에 선다. 문을 열어보지만 닫혀있다.

홍석, 등을 돌린 채 고개 숙이고 있는데 어느 경찰, 그런 홍석을 힐끗 본다. 이상해 보인다. 다가간다.

홍석, 다가오는 경찰을 보았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절체의 상황.


경찰 : (홍석의 어깨를 툭 치곤) 이봐요. (하는데)


그때 기적처럼 들려오는...


수정(소리) : 아빠!! 아빠!!!


놀라는 홍석, 그때 홍석의 바로 앞 대문이 열린다.

어느 소녀, 지팡이를 짚은 맹인이다.


소녀 : 아빠. (하며 홍석의 팔을 잡는다) 두부 사러 어디까지 갔었어? (하며, 홍석을 집 안으로 이끈다)


홍석, 그 소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다.

경찰 “그렇구나” 이해하곤 돌아서서 간다. 닫히는 대문.



씬61. 어느 집 마당 (밤)


후우. 안도의 한숨을 쉬는 홍석. 자신의 팔을 잡아 끈 맹인 소녀를 근처 평상에 앉히곤

대문으로 가서 바깥을 살핀다. 경찰들은 사라졌다.

홍석, 고개 돌려 맹인 소녀에게 입모양으로 고맙다고 말하곤, 대문 밖으로 나간다.



씬62. 거리 (밤)


홍석이 저만치 보이는 폐병원을 향해 달려간다.

그 옆, 두부봉지를 든 중년의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씬63. 달리는 동윤의 차 안 (밤)


동윤 : 경찰이 잡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야 돼. 그 남자, 모든 걸 알고 있어.

혜라 : 알겠습니다.


굳어지는 혜라의 얼굴에서.



씬64. 방송국 주차장 (밤)


방송국 건물에서 달려 나오는 지원, 핸드폰 통화중이다.


지원 : 네네! 윤창민! 세일종합병원 외과 부과장 네네. (하며 차 쪽으로 달려 간다)

정우(F) : 자금 흐름이 수상해. 병원 개원했다가 망하고 도박빚도 있었는데

지원 :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건다)

정우(F) : 몇 달 전에 그 많던 빚. 한 번에 정리했어. 난 윤창민 가족을 접촉할거니까, 넌 병원으로 가 봐. 알았어?

지원 : 알았다!


핸드폰 끊곤, 조수석에 툭 던지곤 출발한다.



씬65. 어느 거리 (밤)


정우 : 야! (하는데 이미 끊어진)


어이없는 얼굴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빠르게 걸어가는데서.



씬66. 종합병원 약제실 (밤)


컴퓨터 앞에 앉은 직원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고, 황반장과 조형사가 그 앞에 서 있다.


직원 : 이게요. 원칙상 영장 없이는 안됩니다.

조형사 : 아유 원칙 좋지! 근데 아저씨. 제약회사에서 커미션 얼마나 받았는지, 원칙대로 한번 파 볼까나?


직원, 어쩔 수 없다. 출력화면을 클릭한다.

(시간경과)

일각. 프린터기에서 인쇄되어 나오는 약품 인출 목록을 직원이 황반장과 조형사에게 건넨다.



씬67. 종합병원 복도 (밤)


차트를 검토하며 지나가는 창민이 스쳐 지나가는 황반장과 조형사를 힐끗 보았다.

창민, 몇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본다. 아는 얼굴이다. 그들이 들고 있는 종이를 본다.

창민, 불안한 예감에 달려간다.



씬68. 종합병원 약제실 (밤)


그 자리. 직원은 없고 모니터 화면만 떠 있다.

그 화면, 약품 인출 목록이다.

창민, 입술을 깨물고 다급하게 달려간다.



씬69. 종합병원 복도 (밤)


복도를 다급하게 달려가는 창민의 모습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씬25의 홍석 : 우리 수정이 몸에 코데인 성분이 있댔잖아? 그거 주입한 놈, 내가 찾아야겠다.


창민, 환자와 의사 간호사들 사이를 피하며 부딪치기도 하며 다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씬70. 종합병원 창민의 진료실 (밤)


창민, 다급하게 휴지통을 뒤지고 있다. 마음이 급하다.

휴지통을 뒤엎고 다급하게 뭔가를 찾는 창민. 드디어 찾았다. 배상무의 명함이다.

창민, 명함의 번호대로 핸드폰을 누르며 다급하게 달려 나간다.



씬71. 종합병원 창민의 진료실 앞 (밤)


다급하게 달려 나오는 창민. 막 들어서려던 지원과 부딪치지만 창민, 개의치 않고 복도를 달려간다.

지원, 진료실 안을 본다. 뒤집혀 있는 휴지통 사방에 흩어진 쓰레기들.

돌아본다. 다급하게 달려가는 의사 가운의 창민.

지원, 뭔가 이상한 기분이다. 창민의 뒤를 따라간다.



씬72. 주유소 (밤)


조형사의 차가 주유소에 멈춘다.


조형사 : (손가락 다섯 개 펴 보이며) 5만원!!


주유원이 주유기를 꽂는 그 순간


황반장(소리) : (놀란) 이 이기 머 잘못된 거 아이가?


조수석에 앉아 출력된 목록을 보던 황반장이 놀란 얼굴로 그 목록을 조형사에게 내보인다.


황반장 : 코데인인가 이거. 인출한 사람이 윤창민이네.

조형사 : (놀란) 네? 그 사람, 선배님 친군데?

황반장 : (잠시 생각하는. 어떤 예감이 온다) 홍석이 지금 거 있다 캤따. 가자. 퍼뜩

조형사 : (출발하려는데)

주유원 : (놀라서) 주유 중입니다!!!!

조형사 : 아씨! 어서 넣어요. 어서!!!


다급한 마음의 황반장과 조형사.

주유소 옆, 횡단보도. 신호를 받고 있는 차들 중에 창민의 차가 보인다.

바로 뒤 지원의 차도 보인다.

신호가 바뀐다. 출발하는 창민의 차.

조형사의 차는 아직도 주유중이다.



씬73. 폐병원 앞 (밤)


차고의 문이 열리고, 앰블란스가 출발한다.

근처에 주차해 있던 지원이 보았다.

운전하는 창민. 그리고 그 옆의 남자. 홍석이다!!!

지원 놀라서 다급하게 그 뒤를 따르는데서.



씬74. 달리는 앰블란스 안 (밤)


창민 : (운전하며) 이강식이라고 외과 인턴이야... 그 놈이 그날 당직 섰다. 약품도 그 놈이 빼돌렸고.

         담날 그만 뒀어... 청평 쪽에 살아.

홍석 : (이런 친구가 너무 고맙기만 한)... 창민아.... 고맙다. (하며)


홍석, 핸들을 잡고 있는 창민의 손을 한 손으로 꼭 잡아준다.

창민, 홍석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앞만 보며 운전 중이다.

홍석에게서 손을 빼낸 창민, 주머니에서 음료수 캔 하나 꺼내 홍석에게 건넨다.


창민 : ... 마셔.

홍석 : (마시며, 깊숙이 기대앉는, 캔을 이리저리 보다가) 이거 보니까 그때 생각 난다. 우리 중학교 1학년 봄소풍 때,

         이온음료 처음 마셨잖아. 너 다 뱉었어. 오줌 냄새 난다고. (창민을 보며, 따뜻한) 으이그 촌놈.

창민 : (눈가가 그렁하다. 충혈된 채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홍석 : (점점 눈이 감기며) 내가... 그놈 잡고... 죄 값 받고... 나중에 아주 많이 늙어서 나오면...

         (홍석의 눈이 거의 감기고 있다. 힘없이, 낮은) 창민아 그땐 나한테 진짜 너 뿐이다. ....그때 다 갚을게. ...창민아.


홍석의 눈이 완전히 감긴다.

창민은 그렁한 눈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그 모습에서 암전.



씬75. 청평별장 거실 (밤)


암전의 화면이 가운데서부터 밝아진다. 홍석이 눈을 뜨고 있는 것.

보면... 홍석은 거실 1인용 소파에 앉은 채, 몸이 묶여 있다.

흐릿한 홍석의 시선으로,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서서히 다가오는 남자. 맞은 편 소파에 앉는다.

점점 선명해지는 홍석의 시선, 그 남자가 소파에 앉는 순간, 또렷해진다. 강동윤이다!

충격의 홍석!


동윤 : (담담한) 반갑습니다. 백홍석씨.


그렇게 마주보는 두 남자의 모습에서. 5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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