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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21|조회수1,14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01











s#1. 신수근 집 대문 앞 골목 (밤)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달려오는 말발굽..횃불들..

말을 탄 무장(武將)들과 횃불 든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집을 둘러싼다.



s#2. 신수근 대문 안 마당 (밤)


꽝! 부술 듯이 대문을 밀어젖히고 들어오는 박원종과 군사들.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도 뒤를 따른다.


박원종 : (군사들에게) 끌어내라!


급하게 사랑채쪽으로 달려가는 군사들.



s#3. 동 사랑채 마당 (밤)


군사들이 신수근을 방밖으로 끌고 나온다.


신수근 : 이놈들, 감히 뉘 몸에 손을 대는게냐?!


군사들, 소리치는 신수근을 질질 끌고와 박원종 앞에 꿇린다.

신수근, 노기띈 얼굴로 박원종을 올려다보면

박원종, 부릅뜬 눈으로 무표정하게 내려다 보고 섰다.


신수근 : (박원종이 뿜는 눈빛에 위축되는)...!

박원종 : 간흉, 신수근! 신하된 자로 임금을 기망하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죄, 백번 죽어 마땅하다.


신수근, 겁에 질려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박원종, 철퇴로 신수근의 머리를 퍽-내려친다.

빗줄기 속으로 피가 튄다. 진창바닥에 쓰러져 죽는 신수근.

한 구석에 숨어서 보고 있던 계집종의 눈이 번쩍 떠진다.

박원종, 몸을 돌려 대문쪽으로 걸어가면 군사들이 뒤를 따른다.

계집종, 잽싸게 뒷곁쪽으로 도망친다.



s#4. 동 신수근집 뒷곁 (밤)


계집종, 달려와 담벼락에 난 개구멍 사이로 몸을 빠져나간다.



s#5. 동 담장 밖 (밤)


개구멍으로 빠져나온 계집종, 군사들이 지켜선 반대편 골목으로 도망친다.



s#6. 동 대문 앞 (밤)


박원종, 대문 밖으로 급하게 나온다.

박원종, 대령한 백마위에 위풍당당하게 올라탄다.

박원종, 말을 몰아 무장(武將)들과 군사들 앞으로 나선다.


박원종 : 지금 임금은 군주의 도리를 잃어 조정이 혼란하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다.

            우리는 이 나라의 종묘와 사직을 지키고자 거병하여 우리의 대의를 조선 천지에 밝히고자 하니 두려워 말고 따르라-


의기충천한 군사들의 함성소리.

결의에 찬 무장들의 얼굴들 속에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 정윤겸의 모습이 보인다.


박원종 : (홍경주에게) 자네는 이 길로 군사를 몰아 간흉 임사홍, 신수영을 처단하게.

홍경주 : (조아리며) 알겠사옵니다.


홍경주, 말머리를 돌려 일단의 군사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간다.


박원종 : (결의에 찬 얼굴로 성희안에게) 이 길로 범궐하여 폭군 융을 몰아냅시다.

            군자부정 신윤무의 군사들과 내응키로 되어있으니 돈화문이 열릴것이오!


박원종, 앞장서 말을 몰고 나아간다.

그 뒤로 말을 탄 성희안, 유순정등이 따르고 정윤겸과 군사들이 따른다.



s#7. 진성대군(중종) 집 대문 앞 (밤)


신수근 집 계집종이 대문 앞으로 헐떡이며 뛰어와 대문을 두들겨댄다.


청지기(E) : 뉘시오?

계집종 : (다급하게 대문을 두들겨 댄다)

청지기 : (대문 열고 내다보며) 엥? 넌 영의정댁 언년이 아니냐?


계집종, 청지기를 밀치고 '아씨-아씨-' 부르며 대문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8. 진성대군 집 안채마당 (밤)


계집종, '아씨-아씨-' 부르며 안채마당으로 다급하게 뛰어온다.

안방문을 열고 나오는 진성대군과 신씨.


신씨 : (보고) 아니 언년아? 이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냐?

계집종 : (울상되어) 아,아씨, 큰일 났사옵니다. 대감마님께서..대감마님께오서..

신씨 : (불안한) 아버님께서..?

진성대군 : 차근차근 말해보거라.

계집종 : 군사들이 들이닥쳐 대감마님을 참살했사옵니다! (흑-울음을 터뜨린다)

신씨 : (기함을 하는)..뭐야? (비틀대며 쓰러진다)

진성대군 : (충격받는)....참살?!



s#9. 창덕궁 궐내 중문 앞 (밤)


횃불을 들고 도열한 군사들.

빗줄기 속에서 홑겹 저고리와 고의차림의 연산군이 중문쪽으로 걸어간다.

연산군의 뒤편으로 말을 탄 무장들이 마치 폐주를 쫓아 내듯이 따른다.

비칠비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는 폐주 연산군의 처참한 모습위로


해설(NA) :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에 기록된 바를 보면 연산군 융은 생모인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고 원통하게 죽은 것을 알고 상심하다가 왕위에 오른 뒤 생모 윤씨에게 사약을 내리도록 간한 자들을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그 원수를 갚았다. 무오사화, 갑자사화를 일으켜 무고한 선비들을 참살하였으며

                만년에는 주색에 빠지고 포학한 정치를 극도로 하여 대신,대간,시종을 거의 다 주살 하였는데

                불로 지지고, 가슴을 쪼개고, 마디마디 끊고, 백골을 부수어 바람에 날리는 형벌까지 자행했다.

                병인년 구월 초이튿날 무사 박원종이 주도한 반정으로 재위 12년 만에 폐위 당해 교동에 위리안치 되었으니

                이때 연산군의 나이 서른 한살이었다.



s#10. 궐내 대비전 앞 (밤)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급하게 걸어온다.

박원종의 손에 어보로 싼 옥새가 들렸다.

박원종 일행, 회랑을 지나간다.



s#11. 대비전 방안 (밤)


자순대비, 냉랭한 얼굴로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조상궁(E) : 대비마마, 지중추부사 박원종, 부사용 성희안, 이조판서 유순정 대감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싸늘하고 냉랭하게) 드시라해라.

조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이 들어와 앉는다.

자순대비, 고개를 돌린채 외면한다.


박원종 : (옥새를 내밀며) 대비마마, 옥새이옵니다.

자순대비 : (묵묵부답)...

박,성,유 : (당황하여) 대비마마.

자순대비 : (휙 보며) 그대들은 신하된 자로써 어찌 거병하여 범궐까지 했단 말이요?

박원종 : 신들이 거병하여 범궐한 뜻은 군주의 도리를 잃은 임금을 폐하여 위태로운 이 나라 종묘,사직을 구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에게 광명을 주고자하는 충정이었사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신음)...음!

박원종 : 신들은 진성대군을 추대하기로 결의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흠짓 놀라 보는)..진성을?!

박원종 : 모든 신하들의 뜻을 모아 진성대군을 추대하여 대통을 잇고자 하오니 청컨대 성명을 내려주옵소서.

자순대비(E) : (생각하는 얼굴위로) 진성...진성이라. 허, 이 일을 어쩌면 좋단말인가?

박원종 : 대비마마, 어서 성명을 내려주옵소서.

성, 유 : 성명을 내려주옵소서.


자순대비의 혼란스러워하는 얼굴위로


해설(NA) : 자순대비 윤씨는 성종의 계비로 폐주 연산에겐 계모가 되시고 진성대군의 생모가 되시는 분이다.

                대비는 두 아들의 엇갈리는 운명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박원종 : (독촉하듯) 마마!

성, 유 : 마마!!

자순대비 : (어쩔수 없다는 듯 얕은 한숨을 뱉고) ....경들의 뜻이 그렇다면 내 따르리다.

박원종 : 망극하옵니다. 대비마마.



s#12. 대궐 일각 (밤)


박원종과 성희안, 유순정이 걸어 나온다.

정윤겸과 그의 군사들이 도열한 채 서있다.


박원종 : (정윤겸에게) 대비마마의 하교가 계셨네. 자네는 이 길로 진성대군댁에 가서 대군을 뫼시고 입궐토록하시게.

            보위에 오르실 옥체를 소중히 모시도록 하게.

정윤겸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군사들에게) 가자!


정윤겸, 일단의 군사를 이끌고 어디론가 간다.

박원종 일행, 어디론가 급히 간다.



s#13. 진성대군 집 대문 앞 (밤)


정윤겸과 횃불을 든 군사들이 집 주변에 도열해 선다.

말과 군사들이 행길 쪽을 향해 도열한다.

군사들 앞으로 연이 놓인다.

정윤겸, 대문 앞으로 걸어가 힘차게 대문을 두드린다.



s#14. 동 대문 안 마당 (밤)


대문 바깥이 군사들이 밝힌 횃불 때문에 환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대문 근처에 몰려 서있는 하인들.

진성대군과 신씨가 걸어나온다.


정윤겸 : 전하!!

진성대군 : (노려보며) 전하라니?! (버럭) 그 무슨 불경스런 말인가?!

정윤겸 : 폐주가 포학무도하여 천명과 민심이 이미 전하께로 돌아갔사옵니다.

진성대군 : (놀라) 뭣이라, 허면 반정이 일어났단 말인가?

정윤겸 : 그러하옵니다, 전하. 대비전하의 영을 받들어 전하를 대위에 오르시게 하오니, 빨리 연에 오르시어 입궐하시옵소서.

진성대군 : ..누가 거병을 하였는가?

정윤겸 : 지중추부사와 부사용, 이판 대감이 먼저 거병을 하였고, 만조백관들이 뜻을 모았사옵니다.

진성대군 : ....!!

정윤겸 : (조아리며) 어서 연에 오르시오소서.

진성대군 : (저으며) 불가하오, 내 부덕하니 어찌 대의를 감당할 수 있겠소?

정윤겸 : 전하, 잠시라도 용상을 비워 둘 순 없사옵니다. 어서 연에 오르시오소서.

진성대군 : ...!!


진성대군, 신씨를 돌아보면 눈물 그렁그렁하여 고개를 끄덕이는 신씨.


진성대군 : (하늘을 보고) 이것이 정말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정윤겸 보고) 알겠소.


진성대군, 대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신씨도 따른다.

호위하듯 진성대군과 신씨의 뒤를 따르는 정윤겸.



s#15. 동 대문 밖 (밤)


진성대군과 신씨, 대문 밖으로 나온다.


정윤겸 : (조아리며) 전하, 어서 연에 오르시옵소서.


진성대군, 대령한 연에 오른다.


정윤겸 : 가자.


정윤겸의 지휘로 군사들이 연을 호위하여 떠난다.

그 모습을 보고 선 신씨.



s#16. 경복궁 근정전 뒷편 (낮)


익선관에 곤룡포를 입은 중종이 즉위식을 끝내고 내관과 상궁들을 거느리고 계단을 내려와 대전쪽으로 향한다.

한편에 서 있던 종친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린다.

중종, 지나다가 종친들중에 서있던 파릉군을 본다.

파릉군, 더욱 깊숙하게 허리를 숙이면 끄덕여주는 중종.

뒤편에서 성희안, 유순정 등과 함께 보고 섰던 박원종이 그 모습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본다.


해설(NA) : 지중추부사 박원종, 부사용 성희안, 이조판서 유순정 등이 중심이 되어 거병한 반정으로

                폭군 연산군의 12년에 걸친 독재는 종식되었다. 그리고 성종의 적자이자 연산군의 배다른 동생

                진성대군이 보위에 오르니 이분이 조선의 11대 임금, 중종이시다.



s#17. 대전 밖


나인과 내관들이 문 앞에 서 있다.


중종(E) : 숙부, 난 이 자리가 편치 않아요.



s#18. 대전 안


중종 앞에 파릉군이 앉아있다.


중종 : 발걸음 하나 떼어 놓는 것 조차 조심스러우니...꼭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습니다.

파릉군 : (미소) 보위에 오르신지 얼마 되지 않으셔서 그런게지요. 점차 익숙해 지실겝니다.

중종 : 숙부, 난 무섭습니다.

파릉군 : ...전하.

중종 : 저들은 반정과정에서 장인을 죽였어요, 그러니 중전까지 위태롭지 않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파릉군 : 전하, 세종대왕의 정비셨던 소헌왕후께옵서도 폐서인 되실뻔 하였사오나 태종대왕께오서

            평민의 딸도 시집을 가면 연좌되지 않는데 하물며 왕비를 어떻게 폐출시키냐고 보호해 주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선대의 전례가 있사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중종 : (솔깃하여) 그럴까요?

파릉군 : 전하께오선 성군의 자질을 갖추셨사옵니다. 부지런히 덕을 닦아 성군이 되시옵소서.

중종 : 고맙습니다, 숙부..항상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세요.

파릉군 : (조아리는)..망극하옵니다.



s#19. 대궐 빈청 복도


관복을 입은 홍경주가 쾌활한 얼굴로 빈청문을 열고 들어간다.



s#20. 동 빈청 안


홍경주, 들어서는데 심각하게 앉아있는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 : (안색들을 살피고는) 반정 일등공신들께오서 안색들이 안좋으십니다.

            (농조로) 허허 이거 춤을 춰도 시원치 않을판에 또 무슨 거사라도 꾸미시옵니까?

성희안 : (버럭) 이 사람, 입조심하게.

홍경주 : (찔끔하여)...무슨 일이라도 있사옵니까? (눈치보며 자리에 앉는데)

유순정 : 중전을 폐위시켜야겠네!

홍경주 : (놀라 보는) 예?

박원종 : 이번 거사과정에서 우리가 중전의 아버지 신수근이를 참살하지 않았나?

            중전을 그대로 뒀다간 나중에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는 일이야.

홍경주 : ..화근을 미리 제거하잔 말씀이시옵니까?

박원종 : (끄덕이는)...

홍경주 : 허면 쇠뿔도 단숨에 빼랬다고 당장 전하께 주청을 드리러 가십시다.

            설마 반정 일등공신들의 청을 거절하시진 못하지 않겠사옵니까!

박원종 : 자네 말이 옳아! 우선 내 혼자 들어가 아뢸테니 예서들 기다리시오.


박원종이 일어서면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가 따라 일어선다.



s#21. 대전 앞


파릉군, 대전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데 박원종이 중문을 들어선다.

파릉군과 박원종, 서로를 보고 흠칫 걸음을 멈춘다.


파릉군 : 평성부원군 대감, 그간 기체 대안하시었소?

박원종 : 예...대감께선 전하를 뵙고 오시는 길이오이까?

파릉군 : 그러하옵니다.

박원종 : 전하와 무슨 말씀을 나누시었소?

파릉군 : 허허, 말씀은요? 종친부를 대표해서 전하께 문후를 들이러 온게지요.

박원종 : ....문후라..?

파릉군 : 예, 그럼 이만 가보겠소이다. (헛기침하고 간다)


박원종, 파릉군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대전으로 올라간다.



s#22. 내전 방 안


중종과 핼쓱한 얼굴의 신씨가 병석에서 일어나 앉아있다.


중종 : (신씨의 손을 쥐며) 내 중전을 볼 낯이 없소.

신씨 : 전하, 그게 무슨 망극한 말씀이오니까?

중종 : (얕은 한숨) 장인께서 졸곡을 당하셨는데 중전에게 상복도 못입게 하니.. 이런 불효를 어찌 감당 한단 말이오?

신씨 : 전하께오서 선정을 베푸시어 만백성들이 칭송하는 명군이 되시옵소서. 하오면 신첩은 원이 없사옵니다.

중종 : 고맙소, 중전..어서 쾌차하여 내게 힘이 되어주시오.



s#23. 내전 복도


김승지, 급한 걸음으로 다가와 선다.


내시 : 전하, 김승지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무슨 일이냐?

김승지 : 전하, 대전에 평성부원군이 독대를 청하고 계시옵니다.



s#24. 내전 방안


중종 : 독대?...오냐. 알았으니라.

김승지(E) : 예.

중종 : (신씨보고) 내 잠시 나가보고 오리다.


중종, 일어서면 불안한 표정이 되는 신씨.



s#25. 대전 안


중종,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 서 있던 박원종도 앉는다.


중종 : (미소) 평성군, 무슨 일로 독대까지 청하셨소?

박원종 : (굳은 얼굴로) 중흥공신 박원종, 돈수백배하여 삼가 아뢰옵니다. 전하, 오늘 곧 중전을 폐위시켜 주시옵소서!

중종 : (충격받는) 뭐요, 폐위?!

박원종 : 그러하옵니다.

중종 : 무, 무슨 죄로 폐위를 시킨단 말이오?

박원종 : 중전은 역적 신수근의 딸이옵니다.

중종 : ('올것이 왔는가'하는)..?!

박원종 : 소신들은 역적의 딸로 국모를 삼을 수 없사옵니다. 만약 중전이 이대로 왕후의 자리에 계신다면

            반정의 명분은 사라지게 되옵니다.

중종 : 이보오, 평성군 그 무슨 망발이오?

박원종 : 전하께오서 대의를 밝히시어 신씨를 폐위시켜 사가로 내 쫓도록 하오심이 모든 정국공신들의 뜻이옵니다.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과인은 그리 못하오!

박원종 : 전하!! 이 나라는 전하의 사사로운 국가가 아니옵니다.

중종 : (어이없어) 뭬요?

박원종 : (부릅뜨고 보며) 이 나라는 소신들의 국가도 되옵니다. 사사로운 정을 끊으시옵소서.

            신의 진언을 아니 쫓으시오면 이 나라 사직이 위태로워지옵니다!

중종 : (기가 막힌)....?!

박원종 : 전하!! 전하의 충성스런 정국공신들이 지금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곤혹스럽다)...

박원종 : (독촉하듯) 전하!

중종 : ...

박원종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과인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시오.

박원종 : (몰아 붙이듯) 전하!!!



s#26. 대비전 외경



s#27. 빈청 안


박원종 들어오면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가 일어서서 맞는다.


성희안 : 대감, 어찌되었소이까?

박원종 : 우리의 분명한 뜻을 전했소이다.

유순정 : 전하께오선 뭐라 하시었소이까?

박원종 : (단호하게)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실거외다!

홍경주 : 이럴게 아니라 우리 공신들 모두 대전으로 몰려가면 어떻겠사옵니까?

박원종 : (저으며) 지금 전하께오서 대비전으로 드셨으니 기다려보세나. 뭔가 가타부타 말씀이 계시겠지!

성,유,홍 : (결연한 표정)....



s#28. 대비전 (밤)


중종,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다.


중종 : 이럴수는 없사옵니다. 조강지처를 내치라니요?

자순대비 : ....

중종 : 대비마마, 마마께오서 중전을 보호해 주시옵소서. 그들도 감히 대비전의 말씀을 거역하지는 못할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

중종 : 어마마마, 하교를 내려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눈을 감는다)....

중종 : (대비의 뜻을 알고)..정녕 중전을 내보내야만 하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안쓰럽지만 궁중 법도는 지엄하다는 걸 알기에 할말이 없다)...

중종 : (눈물을 글썽인다)..어마마마..


자순대비, 어금니를 물며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눈을 지긋히 감는다.



s#29. 빈청 (밤)


박원종과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가 초조하게 앉아있다.

김승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원종 : (일어서며) 오, 어찌 됐는가?

김승지 : 아직 기별이 없사옵니다.

박원종 : 뭬야?!

성희안 : 허어, 전하께오서 이러실수가 있는가?


박원종, 노기 띈 얼굴로 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성희안,유순정,홍경주가 다급하게 따라나간다.



s#30. 대궐 어느 전각 위로 뇌성벽력이 친다 (밤)



s#31. 대궐 대전 앞 (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횃불을 든 백여명의 군사들이 도열해 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말 네 필이 중문으로 들어온다.

선두 말에 탄 위풍당당한 박원종. 그 뒤로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등이 따른다.

말 뒤로 초라한 검은색 보교가 따라 들어온다.

박원종, 멈춰서서 말에서 내리면 다가와 맞는 부관.


박원종 : 아직도이더냐?

부관 : 예.


박원종, 대전 쪽을 날카롭게 쏘아보다가 대전쪽으로 간다.

그 뒤를 따르는 군관 네명.



s#32. 대전 복도 (밤)


박원종, 네명의 군관을 거느리고 기세등등하게 들어온다.


박원종 : (방문 앞에 선 대전내시 보고) 고하시게!

내시 : 정국공신 평성부원군 듭시오-



s#33. 대전 방 안 (밤)


박원종,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 선다.

중종과 소복차림의 폐비 신씨, 겁에 질려 박원종을 본다.


박원종 : 전하, 보교가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애원조) 경은 꼭 이래야만 하오?

박원종 : 전하,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한 일이옵니다. 전하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시겠다면 신이 결행하겠사옵니다!

중종 : 못하오, 나는 그리 못하오.

박원종 : (수행 군관들에게) 거행하라!

군관1,2 : 예!


군관1,2, 폐비 신씨에게 다가가 잡아 일으킨다.


신씨 : (겁에 질려) 전하, 전하...

중종 : (달려들며) 이 놈들, 무슨짓이냐?


다른 군관3,4가 중종의 앞을 가로 막는다.

그 사이에 군관1,2가 거칠게 폐비 신씨를 끌고 나간다.


중종 : (애절하게) 중전, 중전!

신씨(E) : (복도쪽에서 들리는 애절한) 전하...전하...


박원종, 쾅! 문을 닫고 나가면 방문 앞을 막아서는 군관3,4.

중종, '중전,중전-' 부르며 밖으로 쫓아나가려 하지만 석상처럼 굳건하게 방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군관3,4.


중종 : 비키거라! 이놈들아, 비키지 못할까!

군관3,4 : (무표정하다)...

신씨(E) : 전하..전하...

중종 : 중전, 중전!



s#34. 대전 앞 (밤)


박원종이 앞장서고. 군관1,2에게 끌려 계단을 내려오는 폐비 신씨.


신씨 : (대전 쪽을 돌아보며 눈물로 애처롭게 부른다) 전하-전하-

중종(E) : (대전쪽에서) 가지마오,중전. 가지마오!

신씨 : 전하,전하-


군관1,2가 신씨를 보교쪽으로 끌고와 그 속에 처박듯이 태운다.


박원종 : 떠나라!


신씨를 태운 가마가 중문 밖으로 빠져나간다.

박원종, 냉혹한 얼굴로 떠나는 가마를 본다.



s#35. 대전 안 (밤)


중종, 덩그라니 방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눈물 고인 눈으로 어금니를 무는 중종의 결연한 얼굴 위로.


중종(E) : 내 두고 보리라...너희들의 전횡이 어디까지 가는지 내 두고 보리라...


중종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는다.



s#36. 어느 길 (밤)


보교가 십여명의 호위 군사들의 횃불에 둘러싸여 어디론가 가고 있다.

보교 안에서 슬프게 흐느끼고 있는 폐비 신씨.


신씨 : ...전하..전하..



s#37. 민속촌 물레방안 앞 다리



s#38. 대궐 빈청 (밤)


박원종,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금부도사가 들어와 조아린다.


금부도사 : 찾아계시오니까?

박원종 : 이 시각이후로 왕실 종친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라. 알겠느냐?

금부도사 : 예!

박원종 : 특히 파릉군을 철저히 감시하라.



s#39. 어느 골목길 (밤)


천둥, 번개가 요란하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텅 빈 골목길로 큰 삿갓을 쓴 네 사람이 바쁜 걸음으로 들어선다.

네 사람이 지나간 뒤로 검은 옷에 복면을 쓴 사나이가 날렵한 걸음으로 그들을 미행한다.

골목 어귀를 돌아 나가는 네 사람의 뒷모습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는 복면의 사나이.



s#40. 다른 골목길 (밤)


바쁜 걸음으로 걸어오던 네 사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멈칫 선다.

그들의 시선으로 달려오는 네 필의 말..

말을 탄 의금부 나장들, 각각 횃불을 들고 비 쏟아지는 골목길 앞을 지나쳐 달려간다.

그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던 네 사람 일행중 한명이


이몽헌 : 어서들 서두릅시다!


이몽헌, 앞장 서 가면 그 뒤를 따라 발길을 재촉하는 일행.



s#41. 또 다른 골목길 (밤)


골목길을 달려온 복면 쓴 사나이의 발이 급히 멈춰선다.

저 멀리서 급히 걸어오는 삿갓 일행.

복면의 사나이, 품속에서 보자기 천을 꺼내 덮어쓰며 골목 한 곁에 주저 앉는다.

그 모습이 어둠과 빗줄기 속에서 마치 한덩이 바위같이 보인다.

삿갓 일행, 급한 걸음으로 복면의 사나이 앞을 스쳐 지나간다.

복면의 사나이, 보자기를 벗어들고 그들의 뒤를 따른다.



s#42. 파릉군 집 앞 골목 (밤)


삿갓 일행 다가오면 그 앞을 쏜살같이 달려오는 두 필의 말.

의금부 나장 둘이 말을 타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말을 피해 비켜섰던 네 사람, 몸을 돌려 파릉군 집 대문 쪽으로 다가간다.

주변을 살피는 네 사람의 얼굴이 그제서야 드러난다.


이몽헌 : 어서 들어갑시다.


이몽헌을 따라 대문 앞에 서는 일행.

대문을 두드리는 이몽헌. 대답이 없다.

이몽헌, 다시 대문을 두드린다.


집사(E) : (대문 안에서) 뉘시오-

이몽헌 : 안골에서 왔네.


굳게 잠겼던 대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얼굴을 내미는 집사.


집사 : (보고 조아리며) 어서들 드시지요.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삿갓 일행.

조금 떨어진 나무기둥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복면의 사나이.

밖을 살펴보던 집사, 뒷걸음질로 대문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닫는다.

복면의 사나이, 다급히 파릉군 집 쪽으로 달려간다.



s#43. 파릉군 사랑채 마당 (밤)


기와 담장을 끼고 사랑채 앞으로 다가오는 집사와 삿갓 일행.


집사 : (사랑방 앞에 멈춰서서) 대감마님.


방 안에서 밖으로 얼굴을 돌리는 파릉군의 실루엣.


집사 : 종친 어른들께서 오셨사옵니다.

파릉군(E) : 어서 뫼시어라.

집사 : 예- (이몽헌 일행 보며) 어서 드시지요.


이몽헌 일행,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사랑방 문이 닫히면 집사, 댓돌에 벗어놓은 네켤래의 신발을 마루위에 올려놓고 사라진다.



s#44. 파릉군 사랑채 담장 앞 (밤)


기와 담장 위로 복면 쓴 사나이의 얼굴이 불쑥 솟아오른다. 그의 시선으로 사랑채 주변이 살펴진다.

복면의 사나이, 몸을 솟구쳐 담장을 훌쩍 넘어온다.

복면,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사랑방 문 앞으로 다가가 방안의 동정을 엿듣는다.



s#45. 파릉군 사랑채 방안 (밤)


파릉군, 연상 앞에 앉아있고 그 앞에 이몽헌 일행이 앉아있다.


파릉군 : 오시는 길이 편안들 하시었소?

이몽헌 : 뒤를 밟는 자는 없었사옵니다.

파릉군 : (끄덕이며) 대궐 안 사정은 어떻소?

이하명 : 오늘 밤, 중전께오서 폐위되시어 사가로 내쫓겨가셨소이다.

파릉군 : (놀라) 뭣이라?!!

이몽헌 : 박원종이의 협박과 강요로 전하께오서도 어쩌지 못하셨던 모양이옵니다.

파릉군 : (어금니를 물며 분노를 삼키는)....

이학봉 : (눈물 글썽) 떠나는 중전마마를 보시며 전하께오서 목놓아 우셨다하외다.

파릉군 : 이런 죽일 놈들!



s#46. 동 방문 밖 (밤)


엿듣던 복면의 사나이, 귀를 방문쪽으로 가까이 댄다.



s#47. 동 방 안 (밤)


이세진 : 박원종이 군사를 일으켜 폐주 연산을 몰아낸 지 열흘도 안됐소이다.

            헌데 벌써부터 그자가 무도하게 전하를 핍박하고 자기 마음대로 정사를 농간하고 있어요.

이하명 : 대체 이 나라가 이씨의 나라요, 박씨의 나라요, 이러다가 역성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소이까?!

파릉군 : (신음)...음!

이몽헌 : 박원종 일당의 전횡을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태조대왕께서 창건하신 이 나라의 종묘사직이 위태로워지옵니다.

파릉군 : ....

이세진 : 대감, 이대로 손놓고 보고만 있을순 없소이다. 우리 종친들이 나서서 이 나라 사직을 바로 잡아야되지 않겠소이까?!

파릉군 : (깊은 한숨을 내쉬고)...어찌하면 좋겠소?

이하명 : 박원종이의 목을 칩시다!



s#48. 동 방문 밖 (밤)


듣고 있던 복면의 사나이, 눈이 번쩍 떠진다.



s#49. 동 방 안 (밤)


이하명 : 삼남 지방에 왜구가 출몰하고 삼년 내리 가뭄으로 백성들의 궁핍함이 극에 달했는데

            대체 이번 반정으로 달라진게 뭽니까? 세상은 바뀌지 않고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옵니다.

이학봉 : 벌써 반정의 명분은 사라지고 공신이란 자들은 안하무인이니, 국법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소이다.

파릉군 : (눈을 감고 어금니를 문다)....

이하명 : 대감, 대감께서 앞장 서 무너지는 법도를 바로세워주세요.

파릉군 : ....내가 무슨 힘으로.

이몽헌 : 대감!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대감을 따르는 무수한 유생과 각지에 뜻있는 선비들이 대감을 쫓을 것이옵니다.

파릉군 : ....

이세진 : 대감!

집사(E) : (밖에서) 웬 놈이냐!


파릉군과 종친 일행이 긴장하여 방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s#50. 동 방문 밖 마당 (밤)


어느새 비가 그쳤다.

복면, 날렵하게 표창을 꺼내 쉿- 등불을 향해 날리면 '억! 놀라며' 등불을 떨어뜨리며 주저앉는 집사.

그 바람에 등불이 꺼지고 복면의 사나이, 잽싸게 대청 아래로 몸을 날려 순식간에 담장을 넘어 사라진다.


파릉군 : (문을 열고 나오며) 무슨 일이냐?

집사 : (다가오며) 웬 자가 사랑채 안을 엿듣고 있었사옵니다.

파릉군 : (낭패한)...!


뒤따라 나온 종친 일행,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낭패한 표정을 짓는다.


이학봉 : (파릉군 보며) 밀정에게 발각됐다면 거사를 서둘러야하옵니다.

이하명 : 이길로 파발을 띄우겠사옵니다.

파릉군 : 저들에겐 군사가 있어요. 경거망동했다간 오히려 전하께오서 위태로워 집니다.

이하명 : 대감!

파릉군 : (낮지만 완강한) 내, 날이 밝으면 입궐하여 전하를 뵈을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서 은인자중들 하고 계세요.

종친들 : ....

파릉군 : 어서요!


종친 일행 어쩔수 없다는 듯 마루를 내려서서 대문쪽으로 간다.


파릉군 : (집사 보며) 천서방.

집사 : 예.

파릉군 : 안채에 들려 사랑으로 뫼시게나.

집사 : 예.


급한 걸음으로 안채로 뛰어가는 집사.

파릉군, 착잡한 표정으로 하늘을 본다.



s#51. 빈청 밖 (밤)


금부도사, 복면을 벗은 밀정을 거느리고 급하게 달려온다.


금부도사 : (안에다) 대감.

박원종 : (문 열고 나오며) 오, 살펴보았느냐?

금부도사 : 역모이옵니다.

박원종 : 역모?! (어금니를 물고 생각하다가) 잡아 들여라!



s#52. 대전 복도 (밤)


박원종, 칼을 찬 채 복도를 급하게 걸어온다.

방문 앞에 서 있던 대전 내시가 박원종을 보고 고하려는데


내시 : 전하, 정국공신 평성부원...


박원종, 내시를 밀치고 대전 방문을 열어젖힌다.



s#53. 대전 방 안 (밤)


박원종,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다.

착잡한 심정으로 앉아있던 중종, 고개를 들어 박원종을 본다.

박원종, 칼을 찬 채 중종 앞에 버티고 선다.


박원종 : (눈을 부릅뜬 채) 전하,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옵니까?!

중종 : 무슨 일이오? 중전을 쫓아내고도 아직도 모자람이 있소?

박원종 : 신은 썩은 정치를 타파하고 이 나라 종묘사직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사를 하였사옵니다.

중종 : ...

박원종 : 하온데, 왕실종친이라는 자들은 역모를 꾀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놀라) 역모요?..대체 누가?

박원종 : 전하께서 총애하시는 파릉군과 그를 따르는 종친들이옵니다.

중종 : 뭐요? 숙부께서...(고개저으며) 그럴리가, 그럴리 없소..

박원종 : 전하! 그들을 잡아들이라 했사옵니다. (휙 돌아서 나간다)

중종 : 이보시오, 평성군!


박원종, 문을 탁 닫는다.


중종 : ...!



s#54. 구름속으로 숨는 달



s#55. 파릉군 사랑채 방안 (밤)


파릉군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계향.

파릉군, 만삭의 몸에도 고운 자태를 보이는 계향을 물끄러미 보고있다.


계향 : (불안하게 보며) 나으리,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파릉군 : (한숨섞인)..내 일찍이 안해를 잃고 외로이 지내다 뒤늦게 너를 만나 사람 답게 사는 재미를 알았거늘..

            허허 하늘이 나를 시샘하나보다.

계향 : ...?!



s#56. 어느 다리위 (밤)


이몽헌과 이하명, 급히 걸어가는데 앞을 가로 막는 군졸들.

이하명, 뒤를 돌아보면 뒤편으로도 군졸들이 뛰어와 퇴로를 막는다.


이몽헌 : (호통) 이놈들, 물러서라!


그 순간, 퍽-소리와 함께 군졸의 곤봉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이몽헌.


이하명 : (군졸에게 달려들며) 네 이놈들!


달려드는 이하명의 멱살을 잡아 다리 밑으로 집어 던지는 군졸.

이하명, 개울에 빠진다.



s#57. 다른 골목길 (밤)


이세진, 뛰듯이 걷는데 포교들이 달려와 둘러싼다.


이세진 : (낭패한)...!



s#58. 파릉군네 사랑채 방 안 (밤)


계향, 눈물을 글썽거린다.


계향 : 떠나라니요, 그리는 못하옵니다..죽더라도 나으리곁에서 죽겠사옵니다.

파릉군 : 고집 피우지 마라. 복중의 태아까지 무고한 죽음만 있을뿐이야.

계향 : 상감마마께 나으리의 무고함을 주청드리옵소서..상감마마와 나으리께오선 숙질간이 아니십니까?

파릉군 : 숙질간이 무슨 소용이리요..피를 부를 구실을 잡기 위해 혈안되어있는 저들이야..

            임금께오서 내 무고함을 아신다하여도 박원종이 용납지 않을것이야.

계향 : ..나으리! (파릉군의 품을 파고 든다)

파릉군 :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준다)...



s#59. 어느 길 (밤)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러운 가운데 말을 타고 달려오는 금부도사와 그 뒤로 횃불을 들고 달려오는 군졸들.



s#60. 동 사랑채 안 (밤)


파릉군 : 더 지체할 시각이 없다. 어서 떠나거라.

계향 : ..생리사별이옵니까?

파릉군 : 산 목숨이 어디에선들 못만나겠느냐? 네 고향 추산도로 가 몸을 숨기고 있거라. 내 살아난다면 너를 꼭 찾아가마.

계향 : (애절하다)..나으리..


파릉군, 품 속에서 작은 빨간 비단주머니를 꺼낸다.

그 안에서 옥패를 꺼내 뚝 자른다. 반으로 갈라지는 옥패.


파릉군 : 네 복중에 아이는 천지간에 하나밖에 없는 내 혈육이니라. (잘린 옥패를 건네주며)

            사내아이든 계집애든 아이를 낳거든 이 옥패를 주거라. 내 자식이라는 징표가 될것이야.

계향 : (받으며)..나으리..(품으로 뛰어든다)


밖에서 쿵쿵- 대문 두들기는 소리.


파릉군 : (흠짓 밖에다 시선줬다가)..어서 떠나거라.

계향 : (눈물을 삼키며 큰 절을 올린다) 부디 옥체 보중하소서...

파릉군 : 오냐 그래 너도 뱃길 조심하거라...



s#61. 파릉군 대문 밖 (밤)


말을 탄 금부도사가 앞장서고 창과 횃불을 든 군졸들이 집을 둘러쌌다.


금부도사 : (말에서 내려 대문 앞에 서며) 대역죄인 파릉군은 순순히 나와 오라를 받으라!



s#62. 파릉군 사랑채 마당 (밤)


집사를 비롯한 하인들이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파릉군, 사랑방문을 열고 나와 대문쪽으로 걸어나온다.


파릉군 : (대문안 쪽으로 걸어와 서며 집사에게) 대문을 열어라!

집사 : (울상되어)..대감마님...

파릉군 : 어서 열라는데 뭣들하고 있느냐!


집사, 대문쪽으로 달려가 대문을 열면 횃불과 창을 든 군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온다.

군졸들, 집사와 하인들을 바닥에 꿇린다.

금부도사, 파릉군 앞으로 다가온다.


금부도사 : 대역죄인을 잡아들이라는 어명이 계셨소.

파릉군 : (착잡한)..어명,어명이라 했는가!

금부도사 : 뭣들하느냐, 죄인을 묶어라!


군졸들, '예-' 하며 파릉군에게 오랏줄을 들고 다가서는데.


파릉군 : 물러서라. 내 발로 걸어가겠다.


대문밖으로 걸어나가는 파릉군.

군졸들 그 위세에 눌러 길을 연다.



s#63. 동 대문 앞 (밤)


파릉군, 앞장서서 걸어나오면 그 의연한 태도에 군졸도 감히 맞서지 못하고 길을 열어준다.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파릉군.

그 뒤를 쫓는 의금부도사와 군졸들.



s#64. 어느 골목길 (밤)


극도의 불안에 싸여 보퉁이 하나를 낀 채 도망치고 있는 계향 얼굴에 비오듯 흐르는 땀.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 요란하다.



s#65. 행길 (밤)


말을 탄 금부도사가 앞장서고 그 뒤로 군졸들의 삼엄한 감시를 받으며 묶인채 끌려가는 파릉군.



s#66. 다른 골목 길 (밤)


다급히 걸어오는 계향의 발, 멈칫 서서 보면

달려오는 세필의 말발굽. 복면을 했던 검은옷을 입은 자가 타고 있다.

계향, 급히 몸을 돌려 숨는다.



s#67. 성문 앞 (밤)


말을 타고 달려오는 복면 사나이와 금부나장 둘.

성문을 지키던 군졸들이 긴장한다.


군졸 : 멈추시오!

복면 : (패찰을 내보이며) 난 명을 받고 대역죄인을 쫓고 있는 금부나장이다.

         (창을 거두고 조아리는 군졸들에게) 이쪽으로 온 만삭의 계집을 못 봤느냐?

군졸 : 못봤는뎁쇼.

복면 : (생각하다가 휘하의 나장들에게)...그런 계집을 보면 즉시 포박하여 금부로 압송하라!

군졸 : 예.

복면 : 가자!


복면, 말을 돌려 다른곳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s#68. 어느 산속 작은 성문 안팎 (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계향이 멈춰선다.

성문 주변을 둘러보면 성벽 작은 문에 창 한자루가 걸쳐져 있을뿐 지키는 군졸이 아무도 없다.

계향,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뛰어서 성문 밖으로 빠져나간다.

계향, 그대로 산 아래로 뛰어내려간다. 필사적으로..

군졸 하나가 느긋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며 성문 쪽으로 걸어와 성벽에 걸쳐 놓았던 창을 집어든다.


군졸 : 어유, 시원하다. 하마터면 쌀 뻔했네!



s#69. 금부 옥사안 (밤)


큰 칼을 쓰고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파릉군. 무표정한 얼굴로 미동조차 없다.



s#70. 동 산길 (밤)


황급히 산길을 내려오던 계향, 멈춰서서 성벽쪽을 돌아본다.

어둠속에 잠긴 성벽을 보는 계향의 얼굴위로 들려오는 파릉군의 목소리.


파릉군(E) : 네 복중의 아이는 천지간에 하나밖에 없는 내 혈육이니라.

계향 : 나으리, 부디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계향, 흐느껴 울며 몸을 돌려 숲 속으로 급히 사라진다.



s#71. 금부 옥사안 (밤)


파릉군, 마치 계향의 소리를 들은 듯 눈을 뜬다.


파릉군 : ...그래, 부디 살아 내 핏줄을, 내 핏줄을 이어다오..


회한에 젖는 파릉군 얼굴에서 F.O



s#72. 봉수대의 연기가 오른다(INSERT)



s#73.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가는 파발



s#74. 대전 안


중종 앞에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이 앉아있다.


중종 : 삼남지방에 왜구들의 출몰이 빈번하여 백성들이 생업을 이어가지 못한다 하니 어찌하면 좋겠소?

유순정 : 용맹한 무장을 수군 절제사로 제수하시어 삼남지방을 획책하는 왜구들을 섬멸케 하심이 옳을줄 아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소임을 맡을만한 인물을 천거해 보시오.

박원종 : 정국 삼등 공신, 정윤겸이 적합한 줄 아옵니다.

중종 :  정윤겸?...정윤겸이라면 과인이 사저에서 입궐할 때 보위한 자 아니오?

성희안 : 그러하옵니다. 정윤겸은 무용이 뛰어나고 전략에도 밝은 인물로, 전하의 뜻에 어긋남이 없을 줄로 사려되옵니다.

중종 : 알겠소, 내 경들의 뜻을 따르리다.



s#75. 정윤겸 집 마당


청지기가 대문을 열어주면 관복을 입은 정윤겸이 안으로 들어온다.


청지기 : (조아리며) 이제 퇴궐하십니까요?

정윤겸 : 오냐. (사랑으로 가려다 멈춰서서) 배서방, 마님을 사랑으로 드시라하게.

청지기 : 예. (가려는데)

정윤겸 : 장흥댁도 같이 들라하게.

청지기 : 예, 알겠사옵니다.



s#76.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앉아있는 만삭의 박씨와 만삭의 난정모.


박씨 : 수군절제사라니요? 그럼 외직으로 나가신단 말씀이옵니까?

정윤겸 : 그렇소, 오늘 상감께오서 교지를 내리시었소.

난정모 : ....

박씨 : 아니, 세상에 이런 법도가 어디있단 말이옵니까? 목숨 걸고 반정을 해서 정국 삼등공신까지 오르신 분에게 외직이라니요!

         이럴 순 없사옵니다.

정윤겸 : 어허, 부인. 지엄한 어명이 계셨거늘 그 무슨 망발이요?

박씨 : (눈물까지 찔끔하며) 억울하옵니다, 억울하옵니다.

정윤겸 : 그리 알고 여장을 차려주시오.

박씨 : ...알겠사옵니다.

정윤겸 : 해산달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몸조심하시오, 부인.

박씨 : (배를 보듬으며) 이 애가 태어날때쯤은 돌아오시겠지요?

정윤겸 : 허허..그래야하지 않겠소?

박씨 : ....

정윤겸 : (난정모 보고) 자네도 몸 조심하게.

난정모 : (조아리며)..예. 나으리께오서도 몸 조심하시옵소서..

정윤겸 : 오냐.

박씨 : (난정모를 곱지 않게 보며 신음을 토해낸다)..음!



s#77. 성문 앞 길


전라도 수군절도사 깃발을 휘날리며 가는 정윤겸의 군사행렬이 성문을 빠져나온다.

난정모, 달려와 정윤겸 일행의 뒷모습을 본다. 난정모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s#78. 바닷가


밀려오는 파도를 따라 PAN하면 늙은 어부가 정박한 낡은 고깃배 앞에서 그물을 손보고 있다.

해안가를 따라 급하게 오는 계향, 지친 걸음으로 늙은 어부에게 다가간다.


어부 : (시선 느끼고 힐끗 보고는)..무슨 일이슈?

계향 : ..추산도 가는 배는 언제쯤 있을지요?

어부 : 추산도 뱃길은 끊어졌수. 왜구의 출몰이 심한 곳이라 그 섬으론 배를 띄우지 않는다오.

계향 : (낭패한)..!

어부 : (일어나 그물을 어깨에 둘러매고 가는데)

계향 : (다급히) 노인께서 추산도까지 태워다 주실순 없으시겠소? 삯은 얼마든지 쳐드릴테니..

         (간절하게 보며) 제발 뱃길을 열어 주세요.

어부 : (돌아보고 잠시 생각하다) 좋수, 삯만 후히 쳐 주시오. 그럼 내 배로 태워 다 드리겠소이다.

계향 : (조아리며)..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어부 : 오늘은 풍랑이 심하니 내 집에서 주무시오. 내일 새벽 물때에 맞춰 배를 띄우겠소이다.


계향, 몸을 돌려 바닷가 마을을 돌아다 본다.(DIS)



s#79. 바닷가 마을 전경 (밤)


바다가 뒤로 보이는 조그마한 초가 마을이 아름답다.



s#80. 어부의 초가 마당 (밤)


불빛이 새어나오는 작은 방앞 댓돌 위에 계향의 신발이 놓여있다.

방문에 비치는 계향의 그림자.



s#81. 동 초가 방 (밤)


등잔불 앞에 앉아 옥패를 내려다 보는 계향. 눈물이 핑도는 계향의 얼굴위로 파릉군의 목소리가 들린다.


파릉군(E) : 사내아이든 계집아이든 아이를 낳거든 이 옥패를 주거라 내 자식이라는 징표가 될 것이다.

계향 : (옥패를 소중하게 감싸쥐며)..나으리, 명심하겠사옵니다..



s#82. 어느 강 (밤)


배 두 척에 나눠 타고 잠입하고 있는 왜구들. 바삐 배를 몰아 어디론가 간다.



s#83. 밤 바다


어두운 바다 위에 등 불 밝힌 고깃배 한척이 떠 있다.



s#84. 바다위에 떠있는 고깃배 (밤)


늙은 어부, 등불을 밝힌채 밤낚시를 하고 있다. 타령조를 읊조리면서...

바다물 속에서 손 하나가 소리없이 뱃전을 붙잡는다.

칼을 입에문 왜구 배 위에 올라와 늙은 어부의 입을 막고 목을 베어버린다.

왜구, 등불을 들어 어딘가에 신호를 보낸다.

어둠속에서 왜선 몇척이 소리없이 쏜살같이 다가온다. 창칼로 무장한 왜구들을 잔뜩 실은채...

긴장한 왜구들의 얼굴 얼굴들.



s#85. 바닷가 (밤)


무장한 왜구들을 태운 작은 배들이 노를 저어 바닷가에 도착한다.

왜구들, 백사장에 내려 마을쪽으로 재빠르게 다가간다.



s#86. 바닷가 마을 (밤)


일사분란하게 대오를 이루어 재빨리 골목길 요소요소를 장악하는 왜구.

어디선가 개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왜장, 턱짓을 하면 왜구 하나가 부싯돌을 쳐댄다. 탁탁 일어나는 불꽃.

골목 한쪽에서 하품을 하고 나오던 사내가 왜구들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내가 고함을 지르려는 순간 뒤편에서 나타난 왜구의 칼날이 사내를 베어 버린다.

왜구들, 어느새 불붙은 횃불을 초가지붕위로 던져댄다.

초가지붕위로 치솟는 불길.



s#87. 어부의 초가 방 안 (밤)


잠든 계향의 얼굴위로 불길이 일렁거린다.

방안으로 연기가 새어 들어온다. 밖에서 들려오는 왁짜지껄한 함성소리, 비명소리...

계향, 뒤척이다가 눈을 뜬다.


계향 : (놀라는)...!



s#88. 동 초가 마당 (밤)


계향, 방문을 열고 뛰어 나와보면 온 마을이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다.

그 불길속에서 왜구들의 살육과 약탈이 자행된다.

보따리를 들고 바다쪽으로 도망치는 여인들..그 뒤를 쫓는 왜구들.

왜구들의 칼에 베어지는 사내들. 죽창에 찔리는 노인..

왜장, 망루 위에서 북을 쳐대는 사내에게 화살을 쏜다.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사내.

왜구들, 마을 이곳 저곳에서 아낙네들을 겁간한다.

인간사냥과 함께 가축, 양식등을 닥치는대로 노략질하는 왜구들... 아비규환이다.



s#89. 근처 소나무 숲 (밤)


산으로 도망치는 사람들. 계향도 이들 틈에 끼어 소나무 숲으로 도망친다.

이들을 뒤쫒는 왜구들...

계향,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만삭의 몸이라 동네 사람들보다 뒤쳐진다.

쫒아온 왜장, 화살을 재어 활시위를 당긴다.

쐑- 날아간 화살이 계향의 등판에 퍽- 꽂힌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계향.



s#90. 근처 산 길 (밤)


추레한 장삼에 염주를 둘렀지만 머리는 봉두난발인 비승비속의 사내가

급한 걸음으로 저 아랫편 불길에 휩싸인 마을쪽으로 달려간다. 당추다.



s#91. 다른 소나무 솦속 (밤)


당추 뛰어 오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여인의 신음소리.

당추, 소리를 쫓아 시선을 옮기면 화살 꽂힌 계향이 몸을 비틀며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당추 : (달려가 쓰러진 계향을 부축하며)..부인,부인 정신차리시오!

계향 : (신음소리만)...

당추 : (계향의 등에 박힌 화살을 보며)..아니 이럴수가?!


당추, 계향의 등에 박힌 화살을 우두둑 뽑아낸다.


계향 : (고통에) 으윽 으....

당추 : 부인, 정신 차리시오.

계향 : ...아기가..아기가...나올 것 같습니다.

당추 : 아기요?


당추, 보면 양수가 터졌는지 계향의 치마폭이 흠뻑 젖었다.


당추 : (낭패하여)...어허, 이 일을 어쩐다!

계향 : (신음소리 높아진다)..아..아..


당추, 어쩔수 없다는 듯 계향의 치마를 들추고 두 다리를 벌린다.

치명상을 입은 몸으로 지독한 산고를 겪고 있는 계향.

당추, 진땀을 흘리며 아기를 받는다.


당추 : 힘을 주시오. 힘.

계향 : (고통스럽다)..아...아..

당추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안간힘을 다해 용을 쓰는 계향의 고통스러운 얼굴과 신음.

당추가 계향을 재촉하는 안타까운 얼굴위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당추, 보면 정윤겸이 군사들을 이끌고 바닷가로 달려간다.


당추 : ...!


계향의 신음소리.

당추, 급히 얼굴을 돌려 보면 계향이 마지막 안간힘을 쓴다.


당추 : 됐소, 머리가 나왔소! 조금만 더, 더..

계향 : 으응..(발악하듯 비명을 지른다) 악-


응애-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당추 : 됐소이다, 되었소이다.

계향 : (땀투성이의 얼굴로 신음소리를 내는)..

당추 : (아기를 받아 들고)..태,태를 끊어야 할 터인데..


당추, 사방을 둘러보고 자기 바랑을 뒤져보아도 태를 끊을 마땅한 연장이 없다.

당추, 어쩔수 없다는 듯 아기의 탯줄을 이빨로 질끈 물어 끊어낸다.

당추, 핏덩이 아기를 자기 옷을 벗어 감싸고 계향에게 보여준다.


당추 : 딸이요, 딸. 아주 예쁜 딸이요.


계향, 아기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다가 탈진한 듯 눈동자가 풀리며 정신을 잃는데..


당추 : (계향을 흔들며) 부인, 정신을 놓으면 아니되오.

계향 :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스님, 전 아무래도 살지 못할거 같습니다..

당추 : 부인!

계향 : (아기를 보며)..이 애는 왕실의 핏줄입니다.. 이 아기를 도성 파릉군 댁에 데려다 주세요..

         (화살 맞은 고통을 간신히 참아내며 말한다) 그 어른이 이 애의 아버지이십니다.. (품에서 옥패가 들은

         빨간 비단주머니를 꺼내며).. 이걸 드리면 그 어른께서 아실 것입니다.. (고통이 밀려오는 듯 이를 문다)

당추 : (옥패를 받으며)...알겠소이다, 내 약조하리다.. 이 아일 반드시 전해드리리다.

계향 : ..고맙습니다..이제야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기를 보듬으며).. 불쌍한 것..불쌍한 것...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당추 : (안타까워 고개를 돌린다)...


아기의 얼굴을 보듬던 계향의 손길이 어느 순간 툭 떨어진다.


당추 : (놀라며) 이보시오,부인 부인!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숨을 거두는 계향. 죽은 계향의 품에서 힘차게 울어대는 아기.

당추, 아기를 품에 안는데 바닷가 쪽에서 들리는 함성소리.

당추, 바닷가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s#92. 백사장 (밤)


한참 노략질 하던 왜구들이 함성소리에 놀라 돌아본다.

말을 탄 정윤겸과 조선 군사들이 왜구들쪽으로 달려온다.

조선 군사와 왜구들의 접전이 벌어진다.

정윤겸, 왜구 몇놈을 베어버리고 왜장쪽으로 말을 달려간다.

왜장, 정윤겸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정윤겸의 얼굴 옆으로 쐑- 스치고 날아가는 화살.

정윤겸, 순간 움찔하다가 그대로 말을 달려가 왜장을 한 칼로 베어버린다.

조선 수군들, 왜선을 향해 일제히 불화살을 날린다.

왜선에 불화살들이 꽂히며 불이 붙고...왜구들 화살에 맞거나 불을 피해 바다로 뛰어드는 아수라장을 이룬다.


정윤겸 : (기세를 몰아 독전하는) 한 놈도 살려보내지 마라!



s#93. 불에탄 바닷가 마을 (아침)


처참하게 쓰러져 죽은 왜구 시체들. 여기저기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 타버린 마을.

당추, 아기를 품에 안고 걸어온다.

반대편에서 "전라도수군절제사" 깃발을 휘날리며 정윤겸이 군사를 거느리고 온다.

당추, 행렬이 지나도록 한 옆으로 비켜서서 고개를 조아린다.

정윤겸, 말 위에서 당추와 아기에게 시선을 준다.

당추도 힐끗 정윤겸의 얼굴을 본다.

정윤겸의 행렬이 지나가면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총총히 가는 당추의 뒷모습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퍼진다.



s#94. 궁궐 대전


중종 앞에 박원종이 묵묵히 앉아있다.


중종 : 평성군, 숙부를 살려주시오. 숙부에게 죄가 있다면 과인을 조카로 둔 죄뿐이요.

박원종 : (완강하게) 그럴순 없사옵니다. 역모 수괴에겐 참형만이 있을 뿐이옵니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지 마소서.

중종 : 삼사의 뜻도 과인과 같다고 들었소. 그러니 과인을 봐서.. 숙부의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간절하게 본다)

박원종 : (묵묵부답)...



s#95. 파릉군 대문 앞길 (낮)


붉은 글씨로 '坡家猪澤'이라고 쓰인 종이로 봉해진 대문.

군졸들, 대문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골목 한편에서 당추가 아기를 안은채 걸어오다 서며 그 모습을 지켜본다.


당추 : 파가저택이라...역적의 집을 허물어 웅덩이를 만든다니..허 참..


하는데 뒤편에서 당추의 어깨를 불쑥 붙잡는 손.

당추, 깜짝 놀라 돌아보면 천민의 차림새지만 범상치 않은 얼굴의 사내가 빙그레 웃으며 서있다. 갖바치다.


당추 : (안도하며) 이 사람, 난 또 누구라고?..십년은 감수했네.

갖바치 : 허허허.



s#96. 어느 길


소가 끄는 함거에 실려 귀양가는 파릉군과 이몽헌, 이세진등의 종친들.

사람들이 몰려 들어 구경하고 있다.

갖바치와 당추, 걸어오다 군중 틈을 파고 들어가 파릉군을 본다.

함거 안에 파릉군, 초췌한 몰골에 큰 칼을 쓴 채 눈을 감고 있다.


갖바치 : 임금의 성은으로 참형은 면했지만 거제도로 귀양을 간답니다.

당추 : ...쯧쯧 바른말 하는 임금의 사람들은 다 잘려지는구만.

갖바치 : (조심하라는 듯 툭 치며) 형님도 세치 혀로 화를 부르지 마시오.

당추 : (아기를 내려다보며) 어미는 왜구들에게 참살당하고, 아비는 역모죄로 귀양길을 떠나니 네 팔자를 어찌 타고났을꼬?


당추, 아기를 들어 파릉군쪽을 보게한다.


당추 : 보거라, 네 아버님이시다.


아기 얼굴과 파릉군얼굴이 교차된다.

순간 아기가 힘차게 울기 시작한다.

파릉군 눈을 뜨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울어대는 아기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첨부파일 여인천하 1-150.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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