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여인천하] 0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4.17|조회수76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02











s#1. 어느 길


파릉군을 실은 함거가 길 양쪽에 선 구경꾼들 사이를 빠져나간다.

당추와 갖바치, 멀어지는 파릉군을 지켜보고 섰다.


갖바치 : 형님, 그 아기가 파릉군의 딸이라니요?

당추 : 사연이 기네. 자네 집으로 가세나.


당추, 먼저 걸음을 옮기면 그 뒤를 쫓는 갖바치.



s#2. 갖바치 초가 마당


당추, 툇마루에 앉아 한 손으로 난정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가락 마디로 육십갑자를 짚으며 중얼거리고 있다.


갖바치 : (마당에 널어놓았던 쇠가죽을 접으며) 형님, 그 아일 파릉군과 가까운 종친 댁에다 맡기시구려.

            같은 왕실 핏줄이니 평생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안하고 살수 있을거외다.

당추 : (한숨 내쉬며) 허어, 이럴수가..이럴수가 있나?

갖바치 : (돌아보며) 형님, 한숨 소리에 땅 꺼지겠소이다.

당추 : (심각한)..이 아이 사주가 큰일일세.

갖바치 : (다가오며)...사주라니요?

당추 : 자우묘유사패살을 차고나와 한밤중 달빛정기를 받아 태어난 계집아이니 홍렴도화살에 탈진도하라....

         탐스러운 미모로 보는이를 취하게 할것이나 상대의 진기를 다 뺏고도 모자라 나라를 온통 쥐고 흔들 계집이로다.

         (아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천수를 다하지 못할 사주일세..쯧쯧. (갖바치를 보고) 자네, 이 아이의 관상을 한 번 보게나.

갖바치 : 어디 한번 볼까요?..(아기를 받아들고 보다가) 허어, 참 고약한지고.. 홍안박명이라.

            이 상으로 얼마나 많은 노도광풍을 일으킬지..

당추 : (한숨을 내쉬며) 혹시나 했는데 사주와 관상이 일치하니 이 일을 어쩐다?

갖바치 : 타고난 운명을 사람의 힘으로 어쩌겠소?

당추 : (생각에 잠기며)..허어, 타고난 운명이라...

갖바치 : 허면 형님은 이 아일 어쩌실 작정이요?

당추 : 암자로 데려가 비구니를 만들셈이네... 사람의 힘으로 안되는 운명이라면 부처님 법력이라도 빌려봐야지.



s#3. 정윤겸의 집 안채 외경 (밤)


불꺼진 안방쪽에서 박씨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s#4. 동 안채 방안 (밤)


잠들어 있는 박씨, 나쁜 꿈이라도 꾸는지 간간히 신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린다.



s#5. 바닷가 백사장 (박씨의 꿈)


말을 탄 정윤겸이 칼을 휘두르며 왜장을 뒤쫓고 있다.

도망치던 왜장, 몸을 휙 돌려 화살을 날린다. 정윤겸의 가슴팍에 퍽- 꽂히는 화살 서너개.

정윤겸,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져 바닥에 쳐박힌다.

난정모 뛰어온다. (슬로우모션)


난정모 : (환청처럼 들리는) 나으리, 나으리-



s#6. 정윤겸 안채 방안 (밤)


악-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잠에서 깨어나는 박씨.

박씨, 온통 땀에 젖은 얼굴로 숨을 몰아쉬다가 꿈인걸 알고 안도한다.

만삭의 배를 쓰다듬으며 뭔가 불길한 표정을 짓는 박씨.


박씨 : (밖에다) 양평댁-양평댁-

양평댁(E) : 예.


방문이 열리고 침모, 양평댁이 들어선다.


양평댁 : 마님, 찾으셨어요?

박씨 : 자네 날 밝는대로 살고지다리 사는 당골네 좀 불러오게.

양평댁 : 예.



s#7. 정윤겸 안채 방 밖 (낮)


댓돌위에 박씨의 신발, 어린 도령의 신발, 당골네의 신발이 놓여있다.



s#8. 동 안 채 방 안


박씨, 뺨에 검은 점이 인상적인 세살박이 정렴을 안고 있다.

그 앞에 냉기가 흐르는 당골네가 눈을 감고 앉았다.


박씨 : 요즘들어 꿈자리가 사납고 마음이 뒤숭숭하여 자네를 불렀네.

당골네 : ...

박씨 : 정국 삼등 공신에 오르신 우리 대감께서 하루아침에 외직으로 나가셨으니 대체 어인 일인지 말 좀 해주게.

당골네 : (눈을 뜬다)...그게 다 쌍태 때문이옵니다.

박씨 : (의아하여) 쌍태?..쌍태라니?

당골네 : 예로부터 한 집에 쌍태가 나면 집안에 흉액이 깃들고 앞 길이 막힌다고 하였습죠.

박씨 : (영문몰라)...내 집안에 쌍태가 있단 말인가?

당골네 : 이 댁 아랫채에 대감마님의 소실이 거처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소실도 이 달이 해산달이 맞습지요?

박씨 : (불안하여) 그러하네만은..

당골네 : 만에 하나 마님과 소실이 한 집에서 출산을 한다면

            이 댁 대감마님의 벼슬길이 떨어지고 자제분들 앞 길에도 풍파가 끊이질 않을 것이옵니다.

박씨 : 뭬야? 그럼 대감께서 외직으로 나가신것도..

당골네 : (확신) 예, 쌍태 때문이옵니다.

박씨 : (잠든 정렴을 꼭 안으며) 그럼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당골네 : 쇤네가 액막이 굿을 준비합지요..하오나 흉액이 강해 굿 만으로 되올지..

박씨 : 아니된다?!..기어코 아랫방것이 화를 부르는구먼! 화근덩이를 미리부터 싹을 잘라야 했을 것을!

당골네 : ...

박씨 : (뭔가 생각하다가)...자네 이리 가까이 앉게나.

당골네 : 예..(박씨쪽으로 무릎걸음으로 다가온다)

박씨 : (당골네 귀에 뭐라고 속삭인다)...

당골네 : (듣다가 깜짝놀라) 아,아니 마,마님..그,그건?!

박씨 : (쏘아보는) 그리만 해주면 내 후한 상급을 내리겠네.

당골네 : (갈등하는)...



s#9. 정윤겸 집 대문 안 마당


만삭모의 난정모, 빨래 함지를 힘들게 이고 들어온다.

난정모쪽으로 급히 오는 청지기.


청지기 : 장흥댁.

난정모 : (보며) 예?

청지기 : 마님께서 찾으시네. 어서 들어가보게.

난정모 : ...?!



s#10. 정윤겸 안채 방안


난정모, 박씨 앞에 조아리고 앉았고 그 뒤편에 당골네가 앉았다.


난정모 : (흠짓 놀라 보며) 그,그럼 쇤네보고 집을 나가란 말씀이시옵니까?

박씨 : 자네를 쫓아내는 것이 아닐세..내가 몸을 푼 후 삼칠 일이 지나 길일을 잡아 부르겠다는 말일세.

난정모 : ...

박씨 : 너무 박정하다 생각 말게. 그래야 집안의 액운이 떨어져 나간다니 어쩌겠나?..

         내 비록 사대부가의 아낙이지만 자식이 잘되고 가문이 흥한다는데 어찌 그 말을 마다할수 있겠나?

난정모 : ..하오면 쇤네 보고 어디로 가란 말씀입니까?

박씨 : 저기 당골네가 알아서 할 것이니 자넨 그대로 따르기만하면 되네. 알겠는 가?

난정모 : (고민하는)...

박씨 : (독촉하듯) 장흥댁!

난정모 : (어쩔수 없다는 듯)..알겠사옵니다. 마님 분부대로 하지요.

박씨 : 차비를 차리는대로 당장 떠나게.

당골네 : 일어나십시다.


난정모, 당골네를 따라 일어선다.

당골네, 나가려다 돌아서서 박씨를 의미심장하게 보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주는 박씨.



s#11. 어느 산 길


당골네와 보퉁이를 안은 만삭의 난정모가 걷고 있다.

난정모, 앞장 서서 가는 당골네의 빠른 걸음을 따라 잡느라 벅차다.


난정모 : (숨이 찬).. 이보시오, 잠시 쉬었다가면 안되겠소?

당골네 : (돌아보며 싸늘하게) 갈 길이 머오, 해 떨어지기 전에 재를 넘어야하오. (매정하게 돌아서 간다)


난정모, 어쩔수 없다는 듯 당골네의 뒤를 쫓는다.



s#12. 산너머로 해가 진다(INSERT)



s#13. 어느 고갯길 (석양)


급히 걸어오는 두사람의 발.

지친 듯 쩔룩거리며 당골네의 뒤를 쫓던 난정모가 배를 움켜잡고 주저앉는다.


난정모 : (숨이 찬)..더,더는 못 걷겠소..대체 어디로 가는거요?

당골네 : (멈춰서 돌아보고) 거의 다 왔소. (턱으로 가리키며) 저기 보이는 저 집이요.

난정모 : 이런 산중에 집이 어디 있단 말이오?

당골네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보이지 않소, 저어기 말이오.


난정모, 일어나 언덕 끝으로 다가가 당골네가 가리킨 곳을 둘러본다.


난정모 : (의아하여) 대체 집이 어디 있소? 내 눈엔 통 보이지가 않는데..


난정, 당골네를 돌아보면 싸늘한 얼굴로 다가오는 당골네.


난정모 : (겁에 질려)...왜 이러시오?..(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왜 이래요?!

당골네 : (살기띈 미소) 화근의 싹을 짤라버리랍시네!


당골네, 난정모를 확 밀쳐버린다.

난정모,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지면서 잡목이 우거진 낭떠러지 밑으로 구른다.

데굴데굴 구르던 난정모가 땅바닥에 배를 심하게 부딪치며 엎어진다.

정신을 잃는 난정모의 모습에서.



s#14. 대궐 대비전 외경 (낮)


중종(E) : 예에?! 새 중전을 맞아 들이시겠다니요?!



s#15. 대비전 방 안


중종, 자순대비를 놀란 눈으로 본다.


자순대비 : 중궁의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는 법 아닙니까? 주상께서도 새 배필을 맞아들이셔야지요.

중종 : 대비마마, 소자는 아직..

자순대비 : 주상의 심정을 이 에미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주상께서 폐비에 대한 정을 잊지 못하시는 것, 잘 압니다.

중종 : (침울해지는)...!

자순대비 : 허나 언제까지 중궁의 자리를 비워둘수는 없는 것 아니오?

중종 : ....

자순대비 : 당장 간택령을 내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내 먼저 두 세 처녀를 간택하여 후궁에 두었다가

               서서히 그 행실을 보아 배필을 정하도록 하면 어떻겠소, 주상?

중종 : (얕은 한숨 내쉬며)..소자,어마마마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s#16. 빈청 안


박원종, 안으로 들어오면 성희안, 유순정, 홍경주등을 비롯한 십여명의 공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는다.

박원종, 상석에 앉으면 자리에 앉는 공신들. 윤임이 말석에 앉아있다.


박원종 : 내 여러분들을 뵙자고 한 뜻은 긴히 논의할 일이 있어서외다.

공신들 : (박원종을 집중하여 본다)...

박원종 : 지금 대비전에서는 후궁 몇을 맞아들여 그 중에서 새중전을 간택하시겠다고 하오.

공신들 :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웅성대는)...

박원종 : 우리 뜻대로 신수근의 딸을 폐비시켰으니, 우리 사람으로 새 중전을 맞이 해야 할텐데 여러분 중 누구에게 딸이 있소?

성희안 : (조심스럽게) 우리 공신의 딸들을 후궁으로 들여보내는 건 명분이 서지 않는 일 아니오이까?

박원종 : 우리가 거병하여 폐주 연산을 축출 했지만, 모름지기 국사란 힘만으로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요.

            우리 딸들을 후궁으로 들여보내 구중궁궐 구석구석에 박아 놓으면 우리의 눈과 귀 노릇을 톡톡히 해줄거라 이 말씀이요.

공신들 : (수긍하는 듯 끄덕인다)...

박원종 : (성희안 보며) 성대감, 따님이 계시오?

성희안 : 내 손녀는 하나 있소마는 겨우 두 살밖엔 안된 돌장이오, 참으로 복도 없소이다.

박원종 : (유순정 보며) 유대감은 어떠시오?

유순정 : 작년에 막내 딸년 마저 치워버렸소. 이럴줄 알았다면 조금 늦게 보낼 것을 참으로 분하기 짝이 없소.

공신들 : (웃음이 터진다)

홍경주 : 대감, 내게 딸이 있소이다. 나이 꼭 열 아홉 살이오.

박원종 : 거 참 절묘하구만. 잘되었네.

홍경주 : 헌데 지체가 좀 모자랍니다..첩의 딸이외다.

박원종 : 아따 이사람, 후궁 자리에 첩의 딸이면 어떤가?

성희안 : 첩의 딸도 괜찮겠소이까?

박원종 : 암요, 정실 몸에 딸이 없다면 작은 집 소생이라도 좋으니 삼천 궁녀 후궁 속으로 딸들을 쑥쑥 들여보내기로 합시다.

유순정 : 거 참 묘안이시오. 나도 작은 집 몸에서 나온 열 일곱 살 된 딸이 있소.

            얼굴도 묘할 뿐 아니라 침선방적에 막힐것이 없소이다.


공신들이 제각기 손을 들며 '내게도 딸이 있소' 웅성웅성 거린다.

박원종, 껄껄 웃으며 공신들을 보는데 말석에 앉은 윤임이 빙긋 미소짓고 있다.


박원종 : (윤임 보고) 윤임이, 자네 누이가 올해 몇 살인가?

윤임 : 열 여섯 살이옵니다.

박원종 : 그럼 꼭 되었네! (공신들을 보며) 자아, 그럼 홍경주 이하 모든 공신의 소실 딸들과 윤임의 누이를

            후궁을 맞아들이라고 하겠소, 여러분 의향은 어떠하시오?


공신들, 일제히 '좋소이다-' 찬성하는데서.



s#17.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도발적인 외모의 홍씨(후에 희빈 홍씨)와 마주앉아있다.


홍씨 : (놀라보며) 하오시면 쇤네가 궁궐로 들어간단 말씀이옵니까?

홍경주 : 오냐. 그것도 나인 나부랭이가 아니고 전하를 뫼시는 후궁자리니라. 서출인 네게 이런 광영이 또 어디있겠느냐?

홍씨 : (감격하여 조아린다) 대감마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홍경주 : (끄덕이며) 궐에 들어가는 즉시 전하의 승은을 입어 왕자를 생산해야 될 것이니라.

홍씨 : (결연한) 명심하겠사옵니다, 대감마님.

홍경주 : 앞으론 아버지라고 부르거라.

홍씨 : (놀라 보며) 예?!..하오나..

홍경주 : 괜찮다. 넌 전하의 승은을 입을 귀한 몸 아니더냐.

홍씨 : ...!

홍경주 : 어디 한번 아버지라고 불러보거라.

홍씨 : (망설이는)...

홍경주 : 괜찮으니 불러보래두!

홍씨 : (떨리는 목소리로)..아버님.

홍경주 : 오냐, 허허허.



s#18. 윤임 집 사랑채 방 안 (밤)


윤임과 윤씨(후에 장경왕후)가 앉아있다. 고개숙인 윤씨의 얼굴이 어둡다.


윤임 : (보며) 왜, 후궁자리라 싫은게냐?

윤씨 : ...아버님과 오라버니의 전정에 도움이 된다면 따르겠사옵니다.

윤임 : (저으며) 아니다 이 일은 우리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다. 평성군 외숙부의 눈치를 보아서도 아니고.

윤씨 : (고개들고 보는)...하오면?

윤임 : 오라비 된 자가 어찌 여동생을 바쳐 개인의 영달을 취하려고 하겠느냐? 이 일은 오직 전하를 위한 충정일 뿐이다.

윤씨 : ...?

윤임 : 지금 전하께오선 공신들의 기세에 지치고 지치셨느니라. 게다가 조강지처마저 폐비되셨으니 얼마나 외로우시겠느냐?

윤씨 : ...!

윤임 : 그러니 너라도 전하의 곁에서 위로해 드려야 되지 않겠느냐?

윤씨 : (무겁게 입을 여는)..오라버니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윤임 : 그래 고맙구나.



s#19. 박원종 집 대문 앞 (낮)


넉살좋게 생긴 박수림과 그 뒤로 장옷을 입은 박씨(후에 경빈박씨)가 걸어와 대문 앞에 선다.


박수림 : 이리 오너라아- 이리오너라아-

청지기 : (대문 열고 내다보며) 이놈아, 이 댁이 뉘 댁인줄 알고 큰소리야?! 경을 치기전에 썩 물러가거라!

박수림 : 뉘댁이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박원종 대감댁인줄 알고 왔으니 어서 아뢰게나!

청지기 : ...?!



s#20. 박원종 사랑채 방 안


박원종, 보검을 뽑아 음미하듯 칼날을 살피고 있다.


청지기(E) : 대감마님!

박원종 : (시선을 돌리며) 무슨 일이냐?



s#21. 동 사랑채 마당


청지기 뒤편으로 박수림과 박씨가 서 있다.


청지기 : 상주에서 올라 온 박수림이란 자가 대감마님을 뵙겠답니다.

박원종(E) : 오, 어서 들라해라.

청지기 : 예. (박수림 보고) 들어가보슈.

박수림 : (박씨에게) 들어가자. 에헴!


박수림과 박씨 대청에 올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s#22. 동 사랑채 방 안


박수림과 박씨, 방안으로 들어온다.


박수림 : (넙쭉 큰 절하며) 대감마님, 그간 기체 대안하셨습죠?

박원종 : 오냐, (박씨를 보며)..저 애가 자네 딸인가?

박수림 : 예. (박씨 돌아보며) 뭣하느냐? 대감마님께 어서 인사올리지 않고.


박씨, 큰 절을 올린다.

박원종, 큰 절을 올리는 박씨를 찬찬히 뜯어본다.

수수한 옷차림과는 달리 화사한 용모에 육감적인 피부의 박씨.

박씨, 고개를 숙이고 앉는다.


박원종 : (흡족하게 보다가) 올해 몇 살이냐?

박씨 : 열 아홉살이옵니다.

박원종 : (미소)..딱 좋구만...(끄덕이다가 불쑥 박수림에게) 저 애를 내게 주게!

박수림 : (놀라)..예?! 무엇에 쓰실려구요?

박원종 : (보며) 왜, 싫은가?

박수림 : 아,아니옵니다. 제 손으로 바쳐도 모자랄 판에 싫다닙쇼?

박원종 : (문서를 꺼내 내밀며) 이거면 자네가 평생 먹고 살게야.

박수림 : (받아들고 헤벌쭉 입이찢어진다) 황공하옵니다요! 대감마님.

박원종 : 대신 오늘부터 자넨 저 애와의 부녀간의 인연을 끊어야하네. 알겠는가?

박수림 : 예,예! 그리합죠. 대감마님께오서 명하시면 부녀지간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끊어얍지요!

박원종 : (박씨를 보며) 오늘부터 넌 내 딸이니라.

박씨 : (놀라 보며) 예?!

박원종 : 내 너를 수양딸로 삼겠단 말이다, 알겠느냐?

박씨 : (잠시 당황하다가 곧바로 표정 수습하며)..예, 알겠사옵니다. 아버님.

박원종 : 아버님?..허허, 미모에 총명함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로구나. 과연 내 딸로서 손색이 없도다. 하하하-

박씨 : (언뜻 미소가 스치는)...!



s#23. 대비전 앞


박원종, 쾌활한 얼굴로 걸어온다.



s#24. 대비전 복도


상궁나인과 조상궁이 방문앞에 서 있다.

박원종, 걸어가 방문 앞에 선다.


박원종 : 어서 아뢰시게.

조상궁 : 마마, 평성부원군 대감, 들었사옵니다.

대비(E) : 드시라해라.

조상궁 : 예! (방문을 열어주며) 드시지요.


박원종, 헛기침을 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s#25. 대비전 방 안


박원종이 들어오면 자순대비가 경계하듯 본다.

박원종, 대비 앞에 서슴없이 앉는다.


박원종 : 대비마마, 신 박원종, 대비마마께 문안 여쭈러 왔사옵니다.

대비 : (뼈있는) 허, 정사를 돌보느라 바쁜 대감께서 대비전까지 문안을 오시다니요?

박원종 : 지난 번 폐비 신씨의 일로 마마께오서 크게 상심하고 계시다 들었사옵니다.

대비 : 나보다 주상께서 많이 상심하셨어요. 주상께 못할 짓을 하셨소이다, 대감. 그런 불충이 또 어디 있단 말이오?!

박원종 : 전하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나, 신은 오로지 전하와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해...

대비 : 됐습니다. 어차피 천하 권세를 손아귀에 쥐고 계신 대감 아니십니까?

박원종 : (슬쩍 치켜보는)...

대비 : 헌데 무슨 일로 오셨소이까?

박원종 : 중궁의 자리가 비어계시는 것은 왕실의 법도가 아닌줄로 아옵니다.

            서둘러 처녀를 간택하시어 왕비를 봉하심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대비 : (슬쩍 보며) 새 중전 간택령이라도 내리란게요?

박원종 : 간택령은 무슨요?. (밀첩을 꺼내 내밀며) 보시옵소서.

대비 : (밀첩을 받아 보며) 이것이 무엇이오?

박원종 : 후궁으로 맞아들일 처녀들의 이름과 사주이옵니다.

            대비마마께오서 이들중에서 새중전을 간택하심이 가한줄로 아옵니다.

대비 : 뭣이라? (버럭) 대감! 어찌 이런 망발을 하시오?!

박원종 : 망발이라니오?! 공신들이 자청하여 전하께 딸을 바치겠단 충정이 어찌 망발이옵니까?

            왕실의 자손이 번창해야 왕조의 근간이 더욱 건승할 게 아니옵니까?!

대비 : (버럭) 새중전을 간택하는 일은 왕실의 법도에 따라 행할 것이고, 또 왕실의 고유 권한이오!

         아무리 대감의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하나 어찌 궁중의 법도를 무시하는 이런 망발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박원종 : 신은 궁중의 법도보다는 전하와 이 나라의 국태민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 하옵니다.

대비 : 왕실의 며느리를 맞아 들이는 일은 내가 정할 일이요!

박원종 : 대비마마, 정국공신들의 뜻이오니 그리 아시고 거기 적힌대로 행하심이 가한 줄로 아옵니다.

대비 : 듣기 싫소. 당장 물러가시오!

박원종 : 대비마마께서 통촉해 주시리라 믿고 이 사람 물러가옵니다.


박원종, 일어나 나간다.


대비 : (분이 나는)..저,저런!



s#26. 어느 암자 전경



s#27. 동 암자 마당


당추, 아기를 품에 안고 들어서면 마당을 쓸고 있던 동자승이 합장인사를 올린다.


동자승 : 스님, 이제 오십니까?

당추 : 오냐, 내 이번엔 삼남지방을 돌아보느라고 좀 늦었느니라.

동자승 : (아기보며) 웬 아기이옵니까?

당추 : 허허 부처님께서 인연 맺어주신 불제자니라..앞으론 네가 잘 돌봐야 할것이야. 자 들어가자.


당추, 법당 앞을 지나다 열린 문 안으로 보면

법당 안에서 간절하게 부천님 앞에 절을 올리는 여인의 뒷모습.


당추 : 뉘시냐?

동자승 : 땔감 주으러 갔다가 벼랑에서 굴러 신음하고 계신걸 모셔 왔습니다.

당추 : ....?!



s#28. 동 법당 안


간절한 눈빛으로 불상앞에서 절을 올리는 난정모 얼굴위로.


동자승(E) : ...간신히 목숨을 건지셨지만 그 바람에 사산을 하셨는데...

                죽은 아기의 극락 왕생을 저렇듯 일구월심으로 발원 드리고 계십니다.


인자하게 난정모를 내려다보는 부처님 얼굴.



s#29. 대비전 외경


조상궁(E) : 대비마마 주상전하 드시었사옵니다.



s#30. 대비전 방안


자순대비, 박원종이 준 밀첩을 보며 시름에 잠겨 앉아있다가.


대비 : (문쪽 보며) 오, 어서 뫼시어라.


방문이 열리면 안으로 들어오는 중종.


대비 : (반갑게) 어서오세요, 주상.

중종 : (앉으며) 찾아계시옵니까, 어마마마.

대비 : 내 하도 기가 막힌 꼴을 당해 주상을 뵙자고 했습니다.

중종 : ...기가 막힌 꼴이라 하오시면?!

대비 : (후궁들의 이름이 적힌 밀첩을 건네며) 이것 좀 보세요, 주상. 평성부원군이 내게 가져온 것입니다.

중종 : (밀첩을 받아 펼쳐보며)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대비 : 후궁들의 이름과 사주에요.

중종 : 예...?!

대비 : (분이 나는) 그 중에서 새중전을 간택하라니 허! 아무리 정국 일등공신이라도 어찌 이리 무도할 수가 있단말이오?!

         왕실의 며느리 맞아들이는 일에 박씨가 이래라 저래라 하다니요?!

중종 : (깊은 생각)...

대비 : 거기에 적힌게 모두 반정 공신들의 딸과 누이입니다. 공신들의 딸을 중궁이나 후궁으로 박아놓고 인의 장막을 쳐

         주상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게 저들의 심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중종 : ....

대비 : 천하의 박원종 뜻이라도 이 에민 그리는 못합니다.

중종 : ...어마마마, 받아들이세요.

대비 : (놀라 보며) 뭐, 뭐라하시었소?

중종 : 새중전이든 후궁이던 평성군 뜻대로 하게 놔두세요.

대비 : 주상은 이 나라의 지존이십니다. 어찌 그리 심약하십니까? 이대로 두면 왕실의 체통이 무너지고 맙니다.

중종 : 연산 형님을 몰아낸 자들이옵니다. 소자 앞에서 중전을 끌어낸 자들이옵니다.

대비 : 주상!

중종 : 압니다, 압니다. 소자 살펴보고 있사옵니다. 허나 아직은 맞설 때가 아니옵니다. 소자의 주변엔 사람이 없사옵니다.

대비 : ...?!

중종 : 그러니 저들이 하자는대로 받아들이세요..소자에게도 생각이 있사옵니다.

대비 : (신음을 토해내는)...으음!



s#31. 암자 외경 (밤)


불켜진 방에서 응애-응애- 숨 넘어가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s#32. 동 암자 방 (밤)


당추, 아기를 안고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달래고 있다.


당추 : 허허, 울음소리 한번 쟁쟁하구나..조금만 참아라. 날이 밝아야 젖동냥이라도 할게 아니냐?

         (막무가내로 울어대는 아기를 보며).. 허어, 이거 참 낭팰세....

동자승 : (보다가) 스님, 아랫방 보살님께 부탁드려보면 어떨런지요?

당추 : ...?

동자승 : 그 보살님께서 젖이 불어 아프시다며 젖을 짜내시는 걸 보았습니다.

당추 : (솔깃하여) 오 그래?



s#33. 동 방 밖 (밤)


난정모,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방 앞으로 지친 듯 다가와 선다.


난정모 : (방문쪽에다) 스님! 스님, 들어가도 되올런지요?

당추(E) : (방문안에서) 들어오시지요.



s#34. 동 방 안 (밤)


동자승이 문을 열어주면 난정모, 들어와 합장인사를 올린다.


난정모 : 스님, 아기에게 젖을 물려봐도 되겠는지요?

당추 : (반갑게) 안그래도 찾아뵈려 하던 참이올시다..(아기를 건네주면)


난정모, 아기를 건네받고 돌아앉아 저고리를 헤치고 젖을 물린다.

울음을 그치고 맹렬하게 젖꼭지를 빨아대는 아기.


난정모 : (안스럽게 보며) 배가 많이 고팠구나..체할라...(등을 토닥여준다)

당추 : (그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s#35. 성 문 앞 길 (낮)


풍물소리와 함께 "오위도총부 부총관" 행렬이 성문으로 들어온다.

무관복 차림에 말을 타고 앞장 선 정윤겸의 위풍당당한 모습위로


중종(E) : 삼남지방을 획책하던 왜구의 무리를 토멸하고 민생을 구제한 전라도수군절 제사 정윤겸에게

              오위도총부 부총관직을 제수하노라.



s#36. 정윤겸 집 대문앞


정윤겸, 말에서 내려 도열한 청지기와 하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37. 동 마당


정윤겸, 대문을 들어와 안채 쪽으로 간다.

비단강보에 쌓인 아기를 품에 안은 박씨와 양평댁 손을 잡은 정렴이 나와서 정윤겸을 맞는다.


박씨 : (반갑게) 대감, 오시었사옵니까?

정윤겸 : (미소) 오랜만이요. 부인. (정렴의 볼을 어루만지며) 정렴이도 그새 많이 컸구나.

박씨 : 내직으로 드신걸 경하드리옵니다. 부총관이면 종이품직 아니옵니까?

정윤겸 : 전하의 은총에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구료... 어디 좀 봅시다. (강보에 쌓인 아기를 받아들고 보며 농조)

            허허, 다행히 네가 나를 닮지 않고 어머니를 닮아 박색은 면했구나.. (박씨 보며) 부인 애 많이 쓰시었소.

박씨 : (미소)...딸이라서 섭섭하시진 않으신지요?

정윤겸 : 그럴 리가 있소? 자 들어갑시다.


정윤겸, 박씨에게 아기를 건네주고 안채 대청으로 올라서다가 문득 멈춰서며 하인들을 돌아본다.


박씨 : ...왜 그러시옵니까?

정윤겸 :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이요?

박씨 : (의아하여) 그 사람이라니요?

정윤겸 : 장흥댁 말이오. 지금쯤 산달이 지났을텐데 장흥댁도 몸을 풀었소?

박씨 : (샐쪼록한) 너무하시옵니다. 관복도 푸시기 전에 소실 일을 먼저 물으시다니요?

정윤겸 : 허어 투기를 하시는게요?

박씨 : (외로 꼬며) 저는 모르겠사옵니다. (안방으로 들어간다)



s#38. 동 안채 방안


정윤겸, 박씨를 쫓아 들어와 앉는다.


정윤겸 : 모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장흥댁 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소?

박씨 : 무슨 까닭인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사옵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찾아봤지만 행방이 묘연하여이다.

정윤겸 : 뭐요?!

박씨 : 양평댁 말로는 집을 나가기 며칠 전부터 낯선 사내가 집 밖을 기웃거렸답니다. 그 사내와 야반도주를 한 게지요.

정윤겸 : (충격) 야반도주? ('그럴리가' 하는 표정)...!!

박씨 : (미소 쌩끗 짓는다)



s#39. 산사 암자 계단


난정모, 아기를 안고 계단을 내려와 당추와 동자승 앞에 선다.


당추 : 해도 짧은데 내일아침에 떠나시지요?

난정모 : 아니옵니다. 죽은 아기의 명복을 비는 백일 치성도 끝났고.. 더 이상 신세를 끼칠수도 없으니 떠나야지요.

당추 : 신세라니요? 오히려 소승이 (아기 보며) 이 놈 때문에 폐를 끼쳤지요.

         헌데 산을 내려 가시면 마땅히 머물 곳이라도 있으시옵니까?

난정모 : ....

당추 : (서찰을 꺼내 주며)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서찰을 써놨으니.. 머물 곳이 없으시면 혜화문 밖 갖바치를 찾아가보시지요.

         소승과는 막역한 사이올시다. 신분은 천해도 믿을만한 사람이니 지내시기에 별 다른 불편은 없을 것 이올시다.

난정모 : (서찰 받으며)..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그럼..


난정모, 아기를 당추에게 건네준다.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아기가 울어대기 시작한다.


난정모 : ....!!

당추 : 허허, 이놈이 정이 깊이 들었던가봅니다.

난정모 : (눈물 글썽이며 아기를 보는)..아가.

당추 : 지체하시면 걸음을 떼어놓기 더 힘드십니다. 어서 돌아서시지요.

난정모 : ..예.


난정모, 결심한 듯 돌아선다. 더욱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아기.

난정모,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몇발짝 옮기다가 휙 돌아서 온다.

난정모, 당추의 품에서 아기를 뺏듯이 안아든다.


난정모 : (아기를 품에 꼭 안으며 눈물 흘리는)..아가..아가..

당추 : (보며 한숨을 내쉬는)...!!



s#40. 동 법당 (석양)


불상 앞에 당추와 아기를 안은 난정모가 엄숙하게 앉아있다.


당추 : 이 아이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지키실 수 있겠소이까?

난정모 : 예, 부처님 앞에 맹세하겠사옵니다. 맹세를 지키지 못할 시엔 그 자리에서 천벌을 받아도 좋사옵니다.

당추 : (한숨을 깊게 내 쉬고)..이 아이는 병인년 구월 스무닷새날 축시에 태어났소이다.

난정모 : (듣는)...

당추 : 이 애의 사주를 누구에게 묻거나 알려서도 아니됩니다. 약조하실 수 있겠소이까?

난정모 : 예, 부처님 앞에 약조하겠사옵니다.

당추 : 이 애가 열 여섯 살이 될 때까지는 화려한 색이나 장식이 있는 옷을 입혀서는 절대 아니됩니다. 약조하실 수 있겠소이까?

난정모 : 예, 약조하겠사옵니다.

당추 : 음!!..이 애는 왕족의 핏줄을 받은 아이올시다.

난정모 : (놀라)..와,왕족?!

당추 : 역모 죄로 거제도로 귀양가 있는 파릉군이 이 아이의 아버지요.

난정모 : ...!!

당추 : 이것이 그 징표올시다.


당추, 옥패가 든 빨간 비단주머니를 난정모에게 건네준다.

난정모, 떨리는 손으로 받아 주머니 속에 든 옥패를 꺼내 본다.


난정모 : ...!

당추 : 세월이 흘러 이 아기가 커서 자신의 출생을 묻는날이 오거든 그때 알려주시오.

         허나 그 이전까진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아니됩니다.

난정모 : ..그리하겠습니다..그리하겠습니다.

당추 : 모든게 다 부처님의 뜻이거늘...나무 관세음보살..

난정모 : 고맙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아기의 얼굴을 뺨에 부비며) ..아가..아가..


아기를 부둥켜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난정모의 얼굴에서.



s#41. 빈청 안 (낮)


박원종과 성희안, 유순정, 그리고 윤임이 심각하게 앉았고 홍경주가 흥분한 듯 하소연하고 있다.


홍경주 : 전하께오서 우리 공신들이 바친 딸들의 침소엔 도통 드시지 않는다니

            이거 임금의 첩장인 노릇 좀 해보려다 멀쩡한 딸년만 생과부로 만든 꼴 아니오이까?

성희안 : 이 사람, 말이 좀 과하네!

홍경주 : (박원종 보며) 대감, 이 사람의 말이 틀렸사옵니까?

박원종 : (생각하다) 전하께오선 사내가 아니시라던가?

홍경주 : 예?

박원종 : 사내 대장부가 허구헌날 독수공방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말일세.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나.

윤임 :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옵니다.

박원종 : (보는)...?

윤임 : 전하께오서 아직 폐비 신씨를 못 잊고 계신 것 같사옵니다...

박원종 : 허니, 폐비를 강요한 우리 공신들 딸의 침소엔 들지 않으실 것이다?.. 이 말인가?

윤임 : 예. 대감께오서 방책을 강구하셔야겠사옵니다.

박원종 : ...음!!



s#42. 박원종 집 대문 앞


쓰개치마로 가린 여인이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청지기가 대문을 열어주면 잽싸게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여인. 김상궁(제조상궁)이다.

청지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대문을 닫는다.



s#43. 박원종 사랑채 방 안


박원종,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데.


청지기(E) : 대감마님, 대궐에서 나오셨사옵니다.

박원종 : (눈을 뜨고) 드시라해라.

청지기(E) : 예.


박원종, 자세를 고쳐앉으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상궁.


김상궁 : (쓰개치마를 벗으며) 찾아계시오니까, 평성군 대감.

박원종 : 게 앉게.

김상궁 : 예. (자리에 앉는다)

박원종 : 내 법도가 아닌줄은 알지만 긴한 일이 있어 자네를 예까지 불렀네.

김상궁 : ...무슨?

박원종 : (연상위로 패물뭉치를 탁 올려놓는다) 받게.

김상궁 : (놀라) 예?

박원종 : 오늘 밤, 내 딸을 전하의 침소에 들게 하게.

김상궁 : (곤혹스러운) 하오나 오늘 합궁운이...

박원종 : (오금박듯) 일이 성사되면 후한 상급을 내리겠네. 내 말뜻을 알겠는가?!

김상궁 : (박원종의 눈빛에 압도되어)..알겠사옵니다.

박원종 : 음!!



s#44. 내전 중종 침소 (저녁)


중종, 심란한 얼굴로 앉아있다.


김상궁(E) : 마마, 수랏상 드옵니다.

중종 : 들라.


방문이 열리고 김상궁이 앞장서고 무수리 몇이 수랏상을 받들고 들어온다.

중종, 무심히 그 광경을 보다가 눈이 흠짓 한다.

수랏상 뒤로 노란 회장저고리에 남스란치마를 입은 박씨가 반주 소반을 들고 들어온다.

무수리들이 수랏상을 놓고 뒷걸음질로 나간다.

소반을 들고 서 있는 박씨.

중종, 고운 자태의 박씨를 보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는 박씨.


중종 : (박씨 보며) 저 아이는 누군가?

김상궁 : (미소) 오늘은 젊은 내인으로 수랏상을 거행케 하였나이다.

중종 : (단호하게) 물러가도록 하라.

김상궁 : (당황하여) 전하...

중종 : 어허, 물리래두.


김상궁, 곤혹스러운 얼굴로 박씨를 보면 고개숙인 박씨의 얼굴이 모욕감에 발갛게 달아오른다.



s#45. 내전 앞 마당 (저녁)


김상궁과 박씨가 내전에서 나온다.

박씨, 매서운 눈빛으로 김상궁을 휙 돌아본다.


박씨 : 무슨 일을 이리 하시는게요?

김상궁 : 전하께오서 저러시니 낸들 어찌하옵니까?

박씨 : (짜내는 신음소리)...음!!

김상궁 : (눈치보며) 나도 할만큼은 했으니 평성군대감께 잘 말씀드려주시오.

박씨 : (입술을 깨무는)...



s#46. 박원종 사랑채 방 안 (낮)


박원종 : 뭬야? 전하께오서 널 퇴하셨단말이냐?


박원종 앞에 박씨가 고개를 숙인채 앉아있다.


박씨 : (눈물 글썽하며) 소녀, 죽고만 싶사옵니다. (눈물이 흐른다)..흑흑..

박원종 : (가슴이 찡하여 보다가)..네 잘못이 아니니 그만 그치거라.

박씨 : (눈물을 닦는다)..

박원종 : (사향주머니를 꺼내 건네 주며) 받거라.

박씨 : (받아 보며)...이것이 무엇이옵니까?

박원종 : 사내들의 마음을 녹인다는 사향이니라..다음 번 전하의 침소에 들때는 그걸 몸에 지니고 들거라.

박씨 : 하오나 전하께오선..

박원종 : 내가 이르는대로만 하거라. 그럼 모든게 잘 풀릴것이야.

박씨 : (사향주머니를 소중하게 쥐며)..예.

박원종 : 전에도 일렀거니와 전하께 내가 네 아비라고 밝혀선 아니 되느니라.

박씨 :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s#47. 내전 중종 침소 (밤)


중종, 금침을 펴놓은 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취기가 올라 눈이 반쯤은 풀린 중종. 술 주전자를 따르지만 술잔의 반도 채우지 못한다.


중종 : (밖에다) 김상궁 게 있느냐?

김상궁(E) : 예-들여 가옵니다.


방문이 열리고 곱게 단장한 박씨가 술소반을 받쳐들고 들어온다.


중종 : (취한 눈으로 보는) 누구냐?

박씨 : (다소곳이 고개 숙인다)..

중종 : 오 알겠느니라, 정국공신들이 바친 딸들 중 하나로구나? 네가 성희안이 딸이더냐, 유순정이 딸이더냐?

         아니면 평성군 박원종의 딸이더냐?

박씨 : 아니옵니다, 전하.

중종 : 허면 네 애비가 누구더냐?

박씨 : 제 아비는 상주 사는 박수림이란 촌부이온데 일찍이 여의고, 살림이 곤궁하와 대궐로 들어왔나이다.

중종 : 네 진정 촌부의 딸이란 말이더냐?

박씨 : (고개 숙인채) 그러하옵니다.

중종 : 오, 그래? 어디 (술잔 들어 내밀며) 따라보아라.

박씨 : (술주전자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와 술을 따른다)

중종 : (마시고) 이것이 무슨 술이라 하더냐?

박씨 : 천일주라 하옵니다.

중종 : 한잔 더 따르련?

박씨 : (걱정스럽게 보며) 많이 취하시었사옵니다.

중종 : 취해, 내가? 허허 괜찮으니 따르거라.


중종, 술잔을 내밀다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하는데 박씨, 재빨리 부축한다.

박씨, 마치 중종의 품에 안긴 모양이 된다.

중종, 박씨를 보면 황망하게 몸을 빼고 고개를 돌리는 박씨.

중종, 그런 박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s#48. 동 침소 방문밖 (밤)


방 안에 불이 꺼진다.

김상궁,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는다.


해설(NA) : 박원종의 수양딸 박씨에겐 그 다음날로 경빈의 첩지가 내려졌다.



s#49. 중종과 후궁들의 몽타쥬


1) 중종, 안씨(후에 창빈안씨)와 후원 연못가를 거닐고 있다.

2) 홍씨(후에 희빈홍씨)가 애교를 부리며 중종에게 술을 따른다.

3) 윤씨(후에 장경왕후)가 중종 앞에서 용비어천가 책을 소리내어 읽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윤씨를 흐뭇하게 보는 중종.


해설(NA) : 중종은 혈기 왕성한 청년이었다. 조강지처였던 신씨가 사가로 쫓겨나고, 반정 세력들의 기세에 위축되어

                정사에 뜻을 펼치지 못하던 중종은 정국공신들이 들여보낸 여덟 명의 후궁들의 미색에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 했다.



s#50. 정윤겸 사랑채 안 (낮)


단아하게 피어있는 난화분.

난초를 보고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 정윤겸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s#51. 장흥 관아 숙사 (밤, 회상)


정윤겸과 난정모(20대)가 한 이불 속에 누워있다.


정윤겸 : 난 내일이면 한양으로 올라가느니라.

난정모 : (슬픈)...

정윤겸 : (난정모의 손을 꼭 쥐고) 너와의 이별이 이토록 아쉬울 줄 몰랐구나.

난정모 : 쇤네가 사또께 드리고 싶은게 있사온데 받아주시겠는지요?

정윤겸 : 오냐, 그래.


난정모, 일어나 문갑위에 놓인 화선지를 집어 정윤겸에게 바친다.

정윤겸, 난정모가 준 화선지를 펼치면

INSERT) 화선지 위에 그려진 난초.


정윤겸 : (보고 감탄하는) 허, 이 란을 네가 쳤단 말이냐?

난정모 : ...그러하옵니다.

정윤겸 : 난 치는 재주는 뉘게서 배웠느냐?

난정모 : ...

정윤겸 : 괜찮다..말해보거라.

난정모 : ...쇤네의 아비가 가르쳐주셨사옵니다.

정윤겸 : (갸웃하며) 네 아비가 누구더냐?

난정모 : ...허 찬자, 수자 이시옵니다.

정윤겸 : (입에서 맴도는)...허..찬..수..허찬수라...(놀라며) 성종대왕때 좌찬성을 지내셨던 허찬수 대감을 이름이냐?

난정모 : 그러하옵니다...아버님께오서 역모죄로 무고당해 참수당하신 뒤, 쇤네의 애미와 쇤네는 관비로 박혔사옵니다.

정윤겸 : 허어, 내 어쩐지 네가 살수청 드는 관비로 보이지 않더니만.. 허찬수 대감의 여식이었다니...

            허허, 너와의 이별이 더욱 아쉽구나.

난정모 : (눈물 흘리는)..사또!

정윤겸 : (닦아주며 보다가)..초희야, 너 나를 따라 한양으로 가겠느냐?

난정모 : 거둬만 주신다면 쇤네 평생 나으리를 믿고 따르겠나이다.



s#52. 동 사랑채 방안


정윤겸, 회상에 젖어 읊조린다.


정윤겸 : 그런 사람이 야반도주라니...당치도 않아...당치도..



s#53. 성문 밖 길


정윤겸 집 청지기가 성문을 들어오고 있다.

청지기, 걸어오다가 문득 보면 아기를 업은 난정모가 성문밖으로 나가고 있다.


청지기 : (놀라) 아,아니?!


난정모, 모르고 걸어간다.

청지기, 난정모의 뒤를 밟는다.



s#54. 갖바치 집 앞 골목


골목을 들어서서 어느 허름한 집(갖바치 집)으로 들어가는 난정모.

그 뒤를 쫓아와 지켜보는 청지기.



s#55. 동 갖바치 초가 마당


난정모, 아랫방으로 들어간다.

청지기, 삽짝 안까지 들어와 쇠가죽, 연장등이 놓인 집안을 기웃거린다.


갖바치(E) : 뉘시오?


청지기, 돌아보면 갖바치가 서있다.


청지기 : (당황하여) 아, 아니오. 내가 집을 잘못 찾았나보오.


청지기, 갖바치를 피해 허둥지둥 도망치듯 나간다.

갖바치, 갸웃하며 청지기의 뒷모습을 보다가 들어간다.



s#56. 정윤겸 사랑채 마당


청지기 급하게 달려온다.


청지기 : (방쪽으로 다가서며) 대감마님, 대감마님!

정윤겸(E) : 들어오게.



s#57. 동 사랑채 방 안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청지기.


청지기 : 대감마님, 찾았습니다요. 찾았어요.

정윤겸 : 찾다니 누구를 말이냐?

청지기 : 장흥댁 말씀이옵니다요, 혜화문 밖에서 우연히 마주쳤사온데...

            긴가민가하여 뒤를 밟아 집까지 확인하고 오는길입니다요.

정윤겸 : (놀라는) 뭣이라?!



s#58. 갖바치 초가마당


난정모, 아기를 업은채 빨래함지를 이고 들어온다.

난정모, 함지를 내려놓고 햇볕드는 툇마루에 걸터 앉아 아기를 돌려 안는다.

저고리 섶을 헤치며 젖을 물리려는데.


정윤겸(E) : 초희야!


난정모, 돌아보면 도포차림의 정윤겸이 자신을 보고 섰다.


난정모 : (놀라)...!



s#59. 갖바치네 뒷방


정윤겸, 아기를 안고 있는 난정모를 보고 앉았다.


정윤겸 : 내 자네를 얼마나 찾았는지 아는가?

난정모 : (울먹거리며)...나으리..나으리께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쇤넬 죽여주소서..

정윤겸 : ..말 안해도 내, 자네 마음을 알고 있네...(얼굴을 보듬어주며) 그동안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난정모 : (흐느낌을 터뜨린다) 나으리..

정윤겸 : (아기 보며) 이 애가 내 아이냐?..

난정모 : (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는데).....

정윤겸 : 어디보자..(애를 들어 보며) 딸이로구나...이름은 뭐라 했는가?

난정모 : ..아직...


잠시 생각에 잠기는 정윤겸의 얼굴위로

(INSERT) 난정모가 그렸던 난초그림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정윤겸 : 난초 란에 곧을 정! 난정이라고 하거라! 난초처럼 맑고 곧게 자라라는 뜻이니라.

난정모 : (입속으로 되새기는)..난..정..난.정..정...! 정..난 정..

난정모(E) : 하지만 이 아이는 이씨 종친의 핏줄인 것을...

정윤겸 : (심란한 난정모의 얼굴보고) 왜 그러는가?

난정모 : 아,아니옵니다.


정윤겸, 흐뭇한 미소로 아기를 치켜들고 본다. 방실 방실 웃는 아기의 얼굴.

정윤겸과 아기를 보는 난정모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s#60. 갖바치 집 마당


갖바치, 쇠가죽을 얹은 지게를 매고 들어온다.

갖바치, 방쪽을 보면 댓돌 위에 놓인 정윤겸의 갖신과 난정모 미투리.

갖바치, 방쪽으로 다가가는데.


정윤겸(E) : 일어서거라. 나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난정모(E) : ...

정윤겸(E) : 일어서래두.


갖바치, 인기척에 한 옆으로 몸을 숨긴다.

방문이 열리고 정윤겸이 나온다. 그 뒤를 따라 아기를 안고 나오는 난정모.

정윤겸, 앞서 삽짝 밖으로 나가면 그 뒤를 따라 나가는 난정모.

피해 있던 갖바치, 삽짝 밖으로 쫓아나간다.



s#61. 갖바치 집 삽짝 앞


저만치 가는 정윤겸과 난정모의 뒷모습.

갖바치, 두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디론가 급히 걸음을 옮긴다.



s#62. 정윤겸 집 전경


박씨(E) : 대감, 아니되옵니다. 그럴수는 없사옵니다.



s#63. 정윤겸 안채 마당


난정모, 아기를 안은채 긴장된 얼굴로 서있다.

안채 주변에 몰려서서 난정모와 방 안의 눈치를 살피는 청지기와 하인들.


정윤겸(E) : 이보시오 부인!

박씨(E) : 그리는 못하옵니다. 화근덩어리를 집 안에 들일순 없사옵니다.

정윤겸(E) : 화근덩어리라니?!


난정모, 흠짓하여 방쪽을 보는데.



s#64. 동 안채 방안


정윤겸과 비단 강보에 쌓인 아기를 안은 박씨가 앉아있다.


박씨 : 새 임금이 등극하시어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데, 이제 막 내직에 오르신 대감께서 장흥댁을 집안에 들이셨다가

         무슨 구설을 들으시려고요?

정윤겸 : 구설이라니?

박씨 : ...왜 하필이면 역적의 딸을..

정윤겸 : 말을 삼가하시오! (단호하게) 부인이 정녕 받아들일수 없다면 내 딴 집살림을 차리겠소.

박씨 : (깜짝 놀라 당황한다)...?!



s#65. 정윤겸 안채 마당


난정모, 난정을 꼭 끌어 안는데.


정윤겸(E) : 장흥댁, 들어오게나.

난정모 : (망설이는)...

정윤겸(E) : 어서 들어오래도.


난정모, 할수 없다는 듯 방으로 들어간다.



s#66. 정윤겸 안채 방 안


난정모, 아기를 안고 방으로 들어온다.

박씨, 자리를 옮겨 앉는다.


정윤겸 : 게 앉게나.

난정모 : 예..(앉는다)


난정모, 자신을 쏘아보는 박씨의 시선을 느끼고 본다.

난정모, 박씨와 시선이 부딪치면 고개를 돌려 피한다.


박씨 : (노려보다 오기 섞인) 잘 왔네!

난정모 : ....?!

정윤겸 : (의외라는 듯 보는)...?!

박씨 : 마침 내 젖이 모잘라 유모를 들이려던 참이었는데... 자네가 우리 옥련이 젖어미가 되어주었으면 하네.

난정모 : (혼란스럽다)..?!

박씨 : (난정모에게) 어디 그 애 얼굴 좀 보세나.

난정모 : (움찔한다)...!

박씨 : 그 애 얼굴 좀 보자니까.

난정모 : (불안하게 아기를 건네준다)

박씨 : (받고 아기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누굴 닮았나? 외탁을 했나? (다시 유심히 살펴보면)...

난정모 : (더 불안해 지는데)..

박씨 : 예 있네! (아기를 건네준다)

난정모 : (아기를 받아 소중하게 품에 감싼다)...

정윤겸 : (박씨를 보는데)...

박씨 : ..음!


박씨, 짜내는듯한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s#67. 동 안방 밖


박씨, 방밖으로 나온다. 마당에 몰려서 있던 하인들이 쭈뼛쭈뼛 물러간다.


박씨 : 양평댁.

양평댁 : (달려오며) 예, 마님.

박씨 : 나, 냉수 한 대접주게.

양평댁 : 예.(급하게 부엌으로 간다)

(E) : (방안에서) 애기울음 소리.


박씨, 방쪽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아본다.


양평댁 : 마님.


박씨, 돌아보면 양평댁이 물대접을 내민다.

박씨, 받아들고 벌컥벌컥 냉수를 들이킨다.


양평댁 : (방안 눈치 보며) 아, 마님, 어쩌시려고 장흥댁을 받아들이셨어요?

박씨 : 영감이 딴 살림 차리는 꼴, 난 못보네.

양평댁 : ...

박씨 : (억장이 무너져 내리듯 한숨을 푹 내쉰다)...!!



s#68. 당추의 암자 마당


동자승, 마당을 쓸고 있는데 들어오는 갖바치.


갖바치 : (동자승에게) 당추스님, 계시느냐?

동자승 : 산천유람 떠나신지 달포가 넘었사옵니다,

갖바치 : (끄덕이며) 허허, 그것도 모르고 괜한 헛걸음만 하였구나...


갖바치, 고개를 돌려 산을 한번 쭉 훑어본다.



s#69. 갖바치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INSERT)



s#70. 박원종 사랑채 방 안


박원종이 연상 앞에 앉아있는데 윤임이 들어와 앉는다.


윤임 : 찾아계시옵니까, 외숙부님.

박원종 : 오냐, 내 너와 긴히 의논할 일이 있어 불렀다.

윤임 : 새중전 간택 때문이시옵니까?

박원종 : 벌써 아는구만. 중궁의 자리가 너무 오래비어있으니 대비전에서 간택을 서두를게야.

윤임 : ...

박원종 : 네 생각엔 누가 새중전으로 좋겠느냐?

윤임 : 당연히 경빈께서 새중전이 되셔야지요.

박원종 : 경빈?

윤임 : 예, 이번에 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을 생산하셨고, 무엇보다 외숙부님의 수양딸 아니시옵니까?

박원종 : (저으며) 내 수양딸이긴 하나, 태생이 천출이라 이번에 간택되긴 힘들게야.

            게다가 대비전에서 나를 탐탁치 않게 여기니..음!!

윤임 : 하오면 누굴?

박원종 : (불쑥) 네 누이, 숙원을 새중전으로 하지!

윤임 : (놀라) 예?!

박원종 : 왜, 싫으냐? 첩지를 받은 후궁들 중에 네 누이만 적실의 소생아니냐?

윤임 : ...

박원종 : 가문으로 보나, 용모나 인품을 따져보아도 네 누이가 제격일게야.

윤임 : (조아리며)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박원종 : (윤임의 두손을 맞잡으며) 우린 한 배를 탄게야. 힘을 모아 이 나라 정사를 바른길로 이끌어보자구나.

윤임 : ...!!



s#71. 박원종 집 대문 밖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골목 밖을 빠져나간다.

반대편에서 사인교를 타고 오던 홍경주가 의미 심장한 눈으로 윤임의 뒷모습을 본다.



s#72. 박원종 사랑채 방안


공간으로 프레임 인되는 보검.

박원종, 홍경주가 건네준 보검을 살펴본다.


홍경주 :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이올시다.

박원종 : (보며) 자네, 이걸 내게 주는 까닭이 뭔가?

홍경주 : (웃으며) 다른 뜻은 없사옵니다. 영감께오서 평소 검을 가까이 하시니 드리는 것이올시다.

박원종 : (표정 굳으며) 자네 딸 희빈을 새중전으로 해달라는 뇌물아닌가?

홍경주 : (과장되게)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박원종 : ...

홍경주 : 하오나 희빈이 새 중전이 못될 까닭도 없지 않사옵니까?

박원종 : (버럭) 예끼 이 사람! 언감생심 넘볼 자릴 넘 봐야지. 첩실 소생이 중전자리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홍경주 : 허면 윤임이 누이는 가당하단 말씀이오니까?

박원종 : ('알고 있었는가?' 가늘게 뜨고보는)...

홍경주 : 윤숙원은 영감의 조카딸이 아니오이까?!

박원종 : ....

홍경주 : 세상 사람들이 뭐라하겠소이까. 처남 매부 숙질간에 잘들 논다고 손가락질 할거 아니외까?!

            이러고서야 어찌 민심을 얻으려 하시외까?!

박원종 : 뭬야?!

홍경주 : 다 영감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외다!..그러하오니..

박원종 : 네 이노옴!!! (보검을 쭉 뽑아들고 노려본다)

홍경주 : (화들짝 놀라) 여,영감?!

박원종 : 이 칼로 네 놈의 목을 쳐 버리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홍경주 : (하얗게 질리는)...!!!



s#73. 자순대비와 후궁들의 몽타쥬


1) 대비전 방안.

-자순대비 앞에 경빈박씨, 숙원윤씨, 희빈홍씨, 창빈안씨..숙의이씨, 숙의홍씨, 숙원이씨, 숙원김씨 등

여덟명의 후궁이 큰 절을 올린다.

자순대비, 후궁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핀다.

-자순대비, 앞에 경빈박씨, 숙원윤씨,희빈홍씨,창빈안씨,숙의이씨, 다섯명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경빈박씨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자신있게 답변하는 경빈.

-자순대비와 경빈,숙원윤씨,희빈,창빈안씨 네명의 후궁이 다과상을 놓고 담소한다.

이야기중에 큰소리로 웃는 희빈홍씨를 힐끗 보는 자순대비.

2) 대궐 후원

-자순대비가 경빈박씨,숙원윤씨,창빈안씨 세명의 후궁과 거닐면서 뭔가를 이야기하면 입을 가리고 웃는 후궁들.


해설(NA) : 박원종의 예상대로 해가 바뀌자 더 이상 중전의 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던 자순대비는 새 중전 간택을 서둘렀다.



s#74. 대비전 방안


중종과 자순대비가 대좌하고 있다.


자순대비 : 내 그간 후궁들의 행실을 살펴보니 경빈과 윤숙원이 가당할 듯 싶은데 주상께선 뉘게 더 마음이 있으시오?

중종 : ...소자는 경빈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이 나라의 국모를 간택하는 일입니다. 왕비의 덕은 얌전하고 착한 것이 제일이요,

               용모만을 봐서는 아니 될 것이오.

중종 : (보며) 하오시면?

자순대비 : 이 에미는 윤여필의 딸이 마음에 차오. 듣자니 경빈은 평성부원군의 수양 딸이란 말도 있지 않소?

중종 :  어마마마의 뜻이 그러하오시면 소자 따르겠사옵니다. (DIS)


자순대비 앞에 박원종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평성군께선 새중전으로 경빈과 윤숙원중에 누가 좋을 것 같소?

박원종 : 왕실의 일에 소신이 어찌 감히 간여할 수 있겠사옵니까? 대비마마 뜻대로하소서.

자순대비 : (의외라는 듯 보는)...?!



s#75. 대비전 마당


계단을 내려오다 대비전을 돌아보는 박원종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s#7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박씨, 강보에 쌓인 복성군을 안고 침울한 얼굴로 앉아있다.

그 앞에 앉아있는 박원종.


경빈박씨 : (박원종 보며) 하오면 숙원이 새 중전이 되온단 말씀이옵니까?

박원종 : 너무 섭섭하게 생각마라. (아기를 보며) 네겐 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이 있지 않느냐?

경빈박씨 : (눈물 글썽이며)...그래봤자, 후궁의 자식이옵니다.

박원종 : (단호하게) 아니다!

경빈박씨 : (흠짓보는)..

박원종 : 내 약조하마. 언제간 복성군이 대위를 잇게될게야.

경빈박씨 : (놀라보며)..예에?!!

박원종 : 그렇게 되면 대비전은 네 차지가 될것이고! 알아듣겠느냐?

경빈박씨 : (감격하여) 믿겠사옵니다. 믿겠사옵니다... 아버님 말씀만 믿겠사옵니다!!



s#77. 근정전 뒷편


왕비 책봉식을 마친 중종과 윤씨(장경왕후)가 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근정전 계단을 내려온다.

경빈박씨, 희빈홍씨, 창빈안씨를 비롯한 숙의이씨,숙의홍씨,숙원이씨, 숙원김씨가 중종과 윤씨에게 고개를 숙인다.

윤씨, 기품있는 태도로 후궁들의 인사를 받는다.

경빈박씨,희빈홍씨, 창빈안씨의 웃는 얼굴에 시샘과 질투섞인 눈빛과 냉랭한 미소가 순간순간 스쳐간다.


해설(NA) : 신씨가 폐비되어 사가로 쫓겨난 다음해, 정묘년 팔월에 정국 삼등공신 윤여필 딸이자 윤임의 누이 윤씨가

                근정전에서 책봉식을 거행하고 왕비의 자리에 오르니 이분이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이시다.

                새 왕비에게 하례를 드리는 이 후궁들 역시 쟁쟁한 반정공신들의 딸이었으니

                새 왕비의 앞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s#78. 성벽 거리


갖바치(5년후의 모습), 쇠가죽을 얹은 지게를 지고 간다.


당추(E) : 아우님!


갖바치, 돌아보면 당추가 삿갓을 들추며 웃어준다.


갖바치 : (반가움에) 형님!

당추 : 그 동안 잘 있었는가?

갖바치 : 이게 얼마만입니까, 형님?



s#79. 갖바치 초가 마당


당추 : 오년만이니 강산이 절반은 바뀐 셈일세.


갖바치와 당추, 평상 위에 앉아 탁주를 마시고 있다.


갖바치 : 무슨 재미가 그리 좋으시어 그동안 기별도 없으셨소?

당추 : 재미는 무슨, 헌데 아직도 도성 안 냄새가 고약하구만.

갖바치 : 냄새라니요?

당추 : 박원종이가 풍기는 똥냄새 말일세. 공신들이 후궁으로 바친 딸들중에서 중전이 간택되었다지?

갖바치 : 그게 언제적 일인데 그러시오?

당추 : 허어, 걱정일세, 걱정이야.

갖바치 : 형님은 속세 일에 무슨 걱정을 그리 하시오이까?

당추 : 팔도를 다녀보니 백성들 사는 꼴이 말이 아닐세. 헌데 임금은 팔선녀 후궁들 치마폭에 싸여있으니 이 나라가 어찌될지..

갖바치 : 임금께서 어질고 총명하시니 기다려봐야지오.

당추 : 박원종이가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데도?

갖바치 : 화무십일홍이라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아닙니까?

당추 : 달도 차면 기운다? 하하하.

갖바치 : ...



s#80. 대전 외경


중종(E) : 뭣이라, 사간 최익성을 파직하라고요?!



s#81. 대전 방 안


중종 앞에 성희안과 유순정이 앉아있다.


중종 : 최익성은 과인에게 직언을 하는 충직한 신하요, 대체 그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파직하라는 것이오?

유순정 : 평성군대감께서도 이미 결정하신 일이옵니다.

중종 : (버럭) 대체 누가 이 나라의 군주요?! 과인이요, 평성군이요?

성희안 : (곤혹스럽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중종 : 과인이 보위에 오른지 벌써 오년이오. 그동안 그대들은 과인에게 뭐라고 하였소?

         백성들이 과인을 칭송하는 태평성대라 하지 않았소?! 허나, 내게도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소!

         백성들은 굶주리고 뜻있는 인재들이 세상을 등지고 떠난다고 들었소. 이런대도 정국공신들은 논공행상이나 벌이면서

         자신들 뜻과는 다른 사람들의 죄를 물어 파직 시키고 귀양을 보내라고 하는가?!

성,유 : (식은 땀이 흐르는)....

중종 : 성대감도 소인배가 되었는가?

성희안 : ...전하.

중종 : 임금을 기망하고도 살아남길 바라는가!

성,유 : ..전하!

중종 : 벌써부터 붕당의 조짐을 보이려 하는가!

성희안 : (놀라 보며) 전하, 붕당이라니요?

중종 :  어허, 과인보다는 공이 더 잘 알 것 아니오, 자신에게 물어보시오.

유순정 : 전하..

중종 : 물러들 가시오!!



s#82. 박원종 집 사랑방 안


박원종 앞에 앉아있는 성희안과 유순정.


박원종 : (노기 띈) 뭬야, 붕당?!

성희안 : 예, 전하께서 분명 그리 말씀하셨사옵니다.

유순정 : (한숨) 요즘 전하께서 달라지셨소이다. 예전같지가 않아요.

박원종 : (분노를 참는 신음소리 내며)...음...아니 되겠소! 내 입궐하여 전하를 뵈어야겠소! (밖에다) 여봐라!

(E) : (밖에서) 예. 대감마님-

박원종 : 당장 관복을 내오고 입궐차비를 하렷다.

(E) : (밖에서) 예-


박원종, 일어서다가 움찔 가슴을 움켜잡고 찡그린다.


성희안 : 왜 그러시오, 대감?

박원종 : (추스리며) 아,아니오...


박원종, 문갑 위에 걸려 있는 칼을 집어든다.


성희안 : 아니 대감, 칼은 무엇에 쓰시려구요?


박원종, 칼을 들고 휙 나간다.



s#83. 어느길


사인교를 타고 가는 박원종.


박원종 : (분한 혼잣말)..뭬야, 붕당을 지어?... 흥, 누구 때문에 용상에 앉았는데...

            이 나라가 상감 혼자의 것이라던가?..그럴수야 없지! (교꾼들에게) 왜 이리 더딘게냐! 더 빨리 가자!



s#84. 대전 앞


관복에 칼을 찬 박원종이 급한 걸음으로 오고 있다.

박원종, 씩씩대며 대전 계단을 올라가다가 헉- 가슴의 통증을 느끼고 가슴을 움켜쥔다.

박원종, 숨이 막히는 지 새파랗게 질리다가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구른다.

계단 아래 누운채 점점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박원종.

대전 밖에 서있던 내시가 '아니!' 놀라 달려 내려온다.


내시 : (박원종 보며) 대감,대감!


박원종, 거친 숨을 몰아쉰다.

내시. 놀라 대전으로 뛰어들어간다.

눈을 부릅뜬 채 죽음을 순간을 맞는 박원종.

중종이 내관과 상궁들을 거느리고 급히 대전 밖으로 나온다.

중종, 박원종 있는 곳으로 뛰어내려온다.


중종 : 대감!


박원종, 숨을 거둔다.


중종 : (내시에게) 여봐라, 어서 삼사에 통기하라.

내시 : 네! (어디론가 뛰어간다)


중종, 박원종을 무표정하게 내려다 본다.

부릅뜨고 죽은 박원종의 얼굴에서 깊은 F.O



s#85. 정윤겸 안채 마당


F.I 되면 댕기머리 계집애가 우물쪽에서 물동이를 이고 종종걸음으로 온다.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얼굴 가득 고운태가 흐르는 얼굴. 난정이다.

"중종반정 10년 후" 자막이 뜬다.

도령복에 뺨에 검은 점이 박힌 정렴이 안채쪽으로 오다가 난정을 본다.

물동이 때문에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가는 난정의 뒷모습.

정렴, 땅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워들고 몇 번 튕기며 추스린다.


정렴 : (히죽 웃으며) 난정아! 나 좀 보거라!

난정 : ...네? (하고 돌아서는데)


정렴, 휙 난정을 향해 돌팔매질을 한다. 물동이를 와장창 부수는 돌멩이.

'에이그머니나-' 화들짝놀라 주저앉는 난정위로 물벼락이 쏟아진다.


정렴 : (난정에게 다가와) 머리에 쇠똥도 안떨어진 것이 벌써부터 엉덩이를 실룩 대고 다녀?

         (이마를 쿡쿡 찌르며) 고 간살떠는 짓거리 모두 네 에미한테 배웠으렷다?

난정 : (모멸감에 정렴을 보는)...

정렴 : 요년, 감히 뉘게다 눈을 치켜뜨느냐?


정렴, 난정의 뺨을 후려 치면 바닥에 쓰러지는 난정.


정렴 : 우리 어머니 말씀이 넌 집안에 화근덩어리랬느니라. 화근덩이! 그게 네 죄다.


정렴, 씩 웃으며 가면 난정,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는데.


난정모(E) : (뒷곁에서 부르는) 난정아-난정아-


난정,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 소리나는 뒷쪽으로 달려간다.



s#86. 정윤겸 집 뒷곁


난정모(10년의 세월이 지난), 빨래를 널고 있다.

난정모쪽으로 뛰어오는 난정.


난정모 : (흙투성이 몰골보고) 아니, 난정아, 그 꼴이 뭐냐?

난정 : (웃으며) 물 길러 부엌으로 가다 발을 헛디뎌 물동일 깻세요.

난정모 : ..저런 조심하지 않고?

난정 : ...

난정모 : 이러다 고뿔 들겠다. 얼른 들어가 옷갈아입거라.

난정 : ..괜찮아요,어머니. (대야의 빨래를 집어 줄에 넌다)



s#87. 정윤겸 집 마당


청지기 : (앞서 뛰어오며) 대감마님 퇴청이시오!


뒤따라 들어오는 정윤겸.

하인들, 부엌, 광, 뒤뜰 등에서 뛰어나와 머리를 조아린다.

뒷곁에서 뛰어나와 허리를 숙이는 난정 모녀.

박씨와 난정 또래의 옥련, 안방 문을 열고 나온다.

옥련, 쪼르르 달려와 정윤겸 앞에 조아린다.


옥련 : (앙징맞은 애교) 아버님!

정윤겸 : 오냐. (걸어가며) 오늘은 하루종일 뭘하고 지냈느냐?

옥련 : 침모한테 자수 놓는것도 배우고 열녀전도 읽었세요.

정윤겸 : 열녀전?

옥련 : 예, 읽으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소녀도 이담에 꼭 홍살문을 받는 효부, 열녀가 되겠세요.

         그래서 아버님과 가문을 드높이겠사옵니다.

정윤겸 : 허허, 우리 옥련이 철들었구나.


정윤겸, 난정모녀를 보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난정모녀.


정윤겸 : (난정을 보며) 난정아, 네 행색이 어쩌다 그리 되었느냐?

난정 : ...

정윤겸 : 왜 그러냐니까?

난정 : 물동이를 이고 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물동이가 깨지는 바람에..

정윤겸 : 쯧쯧, 조심하지 않고.

박씨 : 고단하실텐데 어서 사랑으로 드시지요. 소세물 봐 올리겠습니다.

정윤겸 : 그럽시다.


정윤겸, 사랑채쪽으로 들어간다.


박씨 : (침모에게) 양평댁.

양평댁 : 예.

박씨 : 어서 사랑에 소세물 올리게.

양평댁 : 예. (급히 부엌으로 간다)


박씨, 안방으로 올라서면 하인들도 흩어진다.

난정모녀도 뒷곁으로 가려는데.


박씨 : (들어가려다 마루 끝에 서서) 장흥댁, 잠시 좀 들어오게.

난정모 : 예.


박씨, 옥련과 안방으로 들어간다.


난정모 : 어서 들어가 옷갈아입거라.

난정 : ...네.


난정모, 안방 쪽으로 급하게 간다.

그 순간 난정모 치마 밑으로 빨간 주머니가 떨어진다.

난정, 가려다 보고 빨간 주머니를 주워든다.


난정 : (난정모 보며) 어머니, 이거..


난정모, 난정의 소리를 듣지 못한 듯 안방으로 들어간다.

난정, 주머니를 들고 보다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머니 줄을 푼다.

그 속의 뭔가를 꺼내드는 난정. 반쪽짜리 옥패다.

손에 쥔 옥패를 들여다 보는 난정의 의아한 얼굴에서 스톱모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