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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4.19|조회수850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05











s#1. 정윤겸 사랑채 마당 (밤)


난정, 사랑채 대청을 내려와 파릉군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

난정, 안채쪽으로 가려다 멈칫 서서 파릉군의 실루엣이 비추는 사랑채 방문 쪽을 돌아본다.

난정, 뭔가 끌리는 느낌으로 파릉군의 실루엣을 보다가 안채쪽으로 간다.



s#2. 동 사랑채 옆 누마루 방 앞 (밤)


난정모,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걸어오는 난정 앞에 황급히 다가선다.


난정모 : 나,난정아!

난정 : (보며)..예?

난정모 : 사랑채 손님께서 무슨 말씀 없으셨느냐?

난정 : 말씀이요?

난정모 : 그래.

난정 : ..몇 살이냐고 물어보셨세요.

난정모 : 그래?..그리고 또?

난정 : (웃으며) 저보고 총명하게 생겼다고 하시던걸요?

난정모 : ...?!

난정 : (의아하게 보며) 왜요, 어머니?

난정모 : 아,아니다...들어가자. (아랫채 쪽으로 돌아서는데)

난정 : 어머니?

난정모 : (돌아본다)..

난정 : 손님분께서 아주 잘 생기셨세요...헌데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았세요.

난정모 :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난정 : (갸웃하며)..어디서 뵜지?

난정모 : (놀라) 뭐,뭐라고? 네가 그분을 뵌 적이 있단 말이냐?

난정 : (웃으며) 아뇨, 왠지 그 분이 낯설지가 않아서요.

난정모 : ...!!

난정 : 추운데 빨리 들어가요, 어머니. (앞장서서 걸어간다)

난정모 : (불안하게 난정의 뒷모습을 보다가 사랑채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s#3. 동 사랑채 방 안 (밤)


깊이 잠들어 있는 파릉군의 모습에서 PAN 하면.



s#4. 난정모 방 안 (밤)


어딘지 파릉군과 닮은 난정의 잠든 얼굴.

잠든 난정을 내려다보는 난정모의 불안한 얼굴위로


난정모(E) : 핏줄이어서..핏줄..분명 핏줄이 땡긴것이야.


난정모, 치마를 걷어올려 비단 주머니속의 옥패를 꺼내 보며 한숨을 쉰다.



s#5. 정윤겸 집 대문 앞 (낮)


정윤겸과 파릉군이 대문을 나오고 그 뒤를 쫓는 배서방.

대문 앞에 서있던 파릉군의 집사 천서방이 파릉군과 정윤겸에게 고개를 조아린다.


파릉군 : (정윤겸에게) 하룻밤 편히 쉬었다 가오.

정윤겸 : 언제라도 내 집처럼 들르십시오.

파릉군 : 허허, 고맙소이다. (돌아서려다 배서방에게) 오 참 어제 내 자리끼 시중을 들었던 아이를 좀 불러주게나!

배서방 : 예.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정윤겸 : 그 아이는 왜요, 대감?

파릉군 : (미소) 도총관의 서출이 아주 총명하게 생겼습디다.

정윤겸 : (미소)...


배서방, 난정을 데리고 나온다.


난정 :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파릉군 : 오냐, (품에서 자운아가 준 노리개를 꺼내며) 받거라.

난정 : 예에?

파릉군 : 어제밤 내 수발 잘 들어준 네가 고마워서 주는것이니라.

난정 : (당황하는)...

파릉군 : 허어, 괜찮으니 받으래두.

난정 : ........

정윤겸 : 대감께서 너를 어여삐 보시어 주시는것이니 소중히 간직하거라.

난정 : ..예.(두손으로 공손하게 받는다)

파릉군 : (미소) 다음에 또 보자구나. (정윤겸에게) 그럼 이만 가보겠소이다.

정윤겸 : 살펴가시옵소서.

파릉군 : (천서방에게) 가세. 천서방.

천서방 : 예, 대감마님.


파릉군 앞장서면 그 뒤를 따르는 천서방.

난정, 노리개를 소중하게 쥐고 파릉군의 뒷모습을 본다.

골목 한귀퉁이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중치막이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6. 정윤겸 집 대문 안 마당


정윤겸과 청지기, 그리고 난정이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정윤겸과 청지기 사랑채쪽으로 가면

난정, 손에 든 노리개를 보다가 활짝 웃으며 난정모 방쪽으로 뛰어간다.



s#7. 난정모 방 앞


난정, 기분이 들떠서 방 앞으로 뛰어온다.


난정 :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어머니, 어머니!


난정, 주변을 살피다가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본다. 텅 빈 방안.


난정 : (갸웃하며)..어딜 가셨지?



s#8. 정윤겸 집 근처 골목 길


난정모, 담 한쪽 마차옆에 서서 초조하게 집 쪽 골목을 지켜본다.

저만치 걸어오는 파릉군과 천서방의 모습이 보인다.

난정모, 숨이 턱 막히는 느낌으로 파릉군을 본다.

난정모의 시선으로 보이는 파릉군의 얼굴위로.


난정모(E) : 저분이..저분이 난정이의 친부란 말인가?


파릉군과 천서방이 난정모 앞을 지나간다.

복잡한 심정의 난정모의 얼굴.



s#9. 홍경주 사랑채 외경


댓돌위에 놓인 갖신 두켤레와 미투리 한짝 위로.


홍경주(E) : 뭣이요, 어쩌고 어째요?



s#10.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앞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곤과 심정.


홍경주 : 판부사와 도총관이 파릉군을 기방에서 은밀히 만났더란 말이오?

남곤 : 예. 그 뿐만이 아니라 파릉군이 도총관 댁에서 하룻밤 유하셨다하오이다.

홍경주 : ..음!!

심정 : 예사롭지 않사옵니다. 그 세 사람이 어울렸다면 분명 조정 일에 대해 뭔가 내밀한 말들이 오갔을거외다.

홍경주 : ...음!!..분명 뭔가...?!

남곤 : (홍경주 보며) 대감. 우리 공신들도 힘을 모아야 할 땝니다.

심정 : 정국공신들 모두의 이름으로 수결을 하여 연판장을 돌려 이번 파릉군의 신원이 잘못된 것임을

         전하께 아뢰면 어떻겠사옵니까?

홍경주 : 잠시 더 추이를 지켜본 연후에 행동을 해도 늦지는 않소이다.

남곤 : 대감, 파릉군이 전하를 알현코자 벌써 도승지한테 통기를 넣었답니다.

         기다리고 있다간 속수무책 앉아서 당할 수도 있소이다.

홍경주 : ..허어, 잠시만 더 기다려 보자니까요.


남곤과 심정, 실망한 눈짓을 교환한다.



s#11. 홍경주 대문 앞 길


남곤과 심정, 대문 밖으로 나와 두 대의 사인교가 세워진 쪽으로 걸어온다.


심정 : 남양군께오서 저리 한가한 말씀을 하시니 참으로 답답하오이다.

남곤 : 음!!...내 입궐해서 경빈마마를 뵈어야겠소이다.



s#12. 폐비 신씨의 사가 대문 앞 길


걸어오던 파릉군과 천서방이 걸음을 멈춰선다.

폐비 신씨가 장옷을 입고 대문을 나선다.

골목 한귀퉁이에서 어디론가 가는 폐비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파릉군.

신씨의 뒷모습이 골목 밖으로 사라진다.


파릉군 : (한숨을 내쉬며 천서방에게) 돌아가자구나.

천서방 : 대감마님, 어찌 예까지 오셔서 마마를 뵈옵지도 않고 그냥 가시려하옵니까?

파릉군 : ..내, 무슨 낯으로 폐비를 뵙겠느냐? 무슨 말로도 저 분을 위로해 드릴 수 없음이다. (돌아서서 간다)

천서방 : (그 뒤를 따른다)...



s#13. 어느 길


파릉군과 천서방이 걸어 온다.

이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조광조가 파릉군을 보고 흠짓선다.

파릉군 앞을 막아서는 조광조.


조광조 : 파릉군 대감이 아니시옵니까?

파릉군 : 그렇소만은...?

조광조 : 대감, 절 받으시옵소서. 조광조라 하옵니다!


조광조, 땅바닥에 넙쭉 엎드려 파릉군에게 큰 절을 올린다.


파릉군 : (당황하여) 이,이사람, 어찌 이러시는가?

조광조 : (무릎을꿇고 앉아) 오래전 부터 흠모하던 파릉군대감을 이렇듯 직접 뵈오니 황감할 따름이옵니다.

파릉군 : (일으키며) 허어, 어서 일어나시게나.

조광조 : ...



s#14. 어느 주막 마당


천서방이 방문 앞 툇마루에 앉아있다.

주모가 얌전한 술상을 보아 마루로 올라서면 천서방이 방문을 열어준다.

돌담 위로 중치막의 얼굴이 올라와 주막안을 살핀다.

방에서 나오는 주모가 천서방과 무슨 얘기를 주고 받는다.

중치막의 긴장한 얼굴.



s#15. 동 주막 방


파릉군이 조광조의 사발에 막걸리를 따라준다.


파릉군 : 내 도성을 비운지 십년이나 되었는데 어찌 나를 아시는가?

조광조 : 연산주시절에 대감의 시문과 경륜을 흠모하여 먼 발치에서 몇 번 뵈온적이 있었사옵니다.

파릉군 : 허허, 흠모라니, 당치도 않네. 다 지난 세월일세. (한잔 마신다)

조광조 : 아니옵니다, 소생을 비롯한 유생들은 아직도 대감의 학문과 절개를 흠모하고 있사옵니다.

파릉군 : 젊은이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싫지는 않구먼...자네 같은 젊은 유생들은 지금의 조정을 어떻게 보는가?

조광조 : 지금 조정엔 소인배들의 똥냄새로 역하옵니다. 그들을 뿌리 뽑아야 조선의 장래가 있을것이옵니다.

파릉군 : 소인배라...대체 그 소인배들이란 누구를 이름인가?

조광조 : 정국 공신들이옵니다. 태조대왕께오서 이 나라를 개국하실 때도 개국공신은 쉰 두분 뿐이셨사옵니다.

            헌데 지금의 정국공신은 백 명이 넘사옵고 관작으로 포상한 자들까지 합치면 수천명에 달하옵니다.

파릉군 : ...

조광조 : 그 공신들 중에는 아무런 공적도 없이 단지 친인척이란 이유로 혹은 뇌물을 써서 공신록에 오른자의 수가

            반도 넘사옵니다. 그들이 공신입네하고 오만과 독단으로 정사를 농단하는 한 이 나라의 장래는 어둡사옵니다.

파릉군 : (떠보는)..허나 그 정국공신들이 전하를 떠 받치는 기둥 아닌가?

조광조 : 썩은 기둥은 도끼로 잘라버려야지요!

파릉군 : (흠짓하면서도)..허허, 말이 과격하구만?

조광조 : (결연한) 젊은이의 기상으로 보아주시옵소서. 성현의 가르침대로 도학정치를 펼쳐야 이 나라에 도가 세워지고

            요순시대의 태평성대가 도래할 것이옵니다. 그러기 위해선 소인배들부터 조정에서 과감히 퇴출시켜야 하옵니다.

파릉군 : (조광조를 인상적으로 보며) 도학정치라..?



s#16. 정윤겸 대문 앞


양평댁이 장옷을 입고 장에라도 가려는 듯 대문을 나온다.

뒤편에서 누군가 양평댁을 부른다.


당골네(E) : 양평댁. 양평댁.


양평댁, 돌아보면 당골네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다.


양평댁 : (못 알아보고) 뉘시오?

당골네 : (얼굴 내밀며) 날 몰라보겠소?

양평댁 : (찬찬히 보다가 알아보고 놀라) 아,아니 이게 누구야?

당골네 : (미소 짓는다)...



s#17. 정윤겸 안채 방 안


당골네, 박씨 앞에서 큰 절을 올린다.


당골네 : 마님, 그간 평안하셨습지요?

박씨 : (불편한 얼굴로) 자네, 두 번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약조하지 않았는가?

당골네 : 그랬습죠.

박씨 : 헌데 어찌 날 그것도 백주에 찾아왔는가?

당골네 : 몇 년전부터 쇤네 몸에 신이 내리시질 않습니다요. (한숨쉬며) 무당년한테 신기가 사라져버렸으니

            도통 신점도 맞지 않고 달리 벌어먹고 살 재주가 있어 얍지요.

박씨 : ...?

당골네 : (슬쩍 눈치보며)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다 이년이 저지른 죄악 탓에 쇤네가 뫼시는 몸주께서 떠나신 것입죠.

박씨 : 죄악이라니?

당골네 : (은근한) 십년전 일을 잊으셨습니까요? 쇤네가 마님의 명을 받잡고 이 댁 소실을..

박씨 : (버럭) 닥치게!..(노려보며)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겐가?!

당골네 : (미소) 마님, 논 몇마지기만 떼어줍쇼. 허면 이년 당장 무당짓 그만두고 주막이라도 차려 죽은 듯 살겠사옵니다요.

박씨 : 뭬야? 자네 지금 나를 협박하는겐가?

당골네 :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요? 쇤네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년 입에 풀칠이라도 할수 있게 도와달란 말씀입죠.

박씨 : (노기) 이런 발칙한!

당골네 : (싸늘하게) 쇤네가 금부에 가서 입만 뻥끗하는 날이면 마님은 물론이고 이댁 대감마님께도 큰 누가 되실겝니다.

박씨 : 감히 뉘앞에서 조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게냐?! 끌어내기 전에 썩 물러가게!

당골네 : (박씨의 완강한 태도에 당황하여) 이년을 끌어내시다 큰일 당하실려고 이러십니까?

박씨 : (쏘아보며) 아니 이런 발칙한!

당골네 : (그 기세에 움찔하여) 마, 마님!

박씨 : (밖에다) 양평댁,양평댁-

양평댁(E) : (문밖에서) 예. 마님.

양평댁 : (방안으로 들어온다)

박씨 : 이 발칙한 것을 당장 끌어내게. (고개를 돌려버린다)

양평댁 : 예. (당골네를 잡아끌며) 나가세!

당골네 : (다급하게) 마님! 남의 핏줄이 이 댁 핏줄 노릇을 하고 있는걸 두고만 보시겠사옵니까요?!

박씨 : (휙 돌아보는) 뭬,뭬야, 남의 핏줄?!

당골네 : (미소를 짓는다)...



s#18.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 (소스라치게 놀라) 예에? 어제밤 댁에서 파릉군이 유하셨다구요?


당추 앞에 심각하게 앉아있는 난정모.


난정 : 예..난정이가 친부를 뵙고 말았사옵니다.

당추 : 허어, 어찌 그런 일이...

난정모 :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가슴이 떨려 찾아 뵈었습니다..

당추 : (한숨)..정녕 그 아이가 타고난 운명은 피해 갈 수 없단 말인가?

난정모 : (간절하게 보며) 스님, 무슨 방도가 없겠사옵니까? 이대로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당추 : (눈을 감고)..나무 관세음보살...



s#19. 정윤겸 안채 방 안


당골네가 박씨 앞에 바짝 다가 앉아있다.


박씨 : 남의 핏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당골네 : 이 댁 소실이 수십 길되는 벼랑아래로 구르는 것을 쇤네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습죠.

박씨 : ...?!

당골네 : 산모도 위태로운 판에 멀쩡한 아이가 나올 리가 있겠사옵니까?

박씨 : (날카롭게 보며) 자네 말은 장흥댁이 낳은 난정이가 대감의 씨앗이 아니란 말인가?

당골네 : 뭔가 석연치 않다는 말씀입죠.

박씨 : (생각하는)...석연치 않다?!



s#20. 편전 외경


내관(E) : 마마, 파릉군대감 들었사옵니다.

중종(E) : 어서 뫼시어라.



s#21. 편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관복을 입은 파릉군이 들어온다.


중종 : (반가운) 숙부 어서오세요!

파릉군 : (눈물이 글썽하여) 전하!


파릉군, 중종 앞에서 큰 절을 올린다.


중종 : (다가가 일으켜 세운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었소, 숙부.

파릉군 : (목이 매어)..강녕하오신 옥체를 뵈오니 신,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중종 : 다 내 잘못이오...내 이젠 숙부를 아니 놓치겠소.

파릉군 : ...전하!

중종 : (두손으로 파릉군의 손을 맞잡으며) 숙부!



s#22. 경빈 처소


경빈 앞에 내려진 발 건너편으로 남곤이 앉아있다.


경빈 : 전하의 숙부이신 파릉군이 그리도 큰 위협이 된단 말씀이시요?

남곤 : 예, 마마. 파릉군이 전하의 곁에 머물게 된다면 신진사류들 뿐만 아니라 이백 오십여명에 달하는 왕실의 종친들이

         하나의 힘으로 결집되옵니다.

경빈 : ...!

남곤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왕실 종친들은 우리공신들이 평성부원군을 핍박한 것을 잊지 않고

         아직도 반감을 품고 있다 하옵니다.

경빈 : 허면, 후에 세자책봉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 우리 복성군을 반대하는 쪽으로 대세가 흐를 것이다? 이 말씀이오?

남곤 : 예, 마마. 불을 보듯 뻔하옵니다.

경빈 : 허니, 장차 화근이 될 파릉군을 잘라내야한다?

남곤 : 예, 그것이 마마와 복성군의 앞 날을 도모하는 일인줄로 사료되옵니다.

경빈 : ..음!! (생각하다가)..아버님께오서 생전에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지요.

남곤 : ...?

경빈 : 장수를 쓰러뜨리려면 장수가 탄 말을 화살로 쏘라고요.

남곤 : (보며)...예?!

경빈 : (쌩끗 웃는다)



s#23. 빈청 안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심정 : 장수를 쓰러뜨리려면 그 말부터 쏘라?!

남곤 : (미소) 우리가 쓰러뜨릴 장수가 파릉군이라면 그 말은 누구겠소?

심정 : (생각하다가)..도총관이나 판부사를 이르시는겝니까?

남곤 : 그렇소이다. 지금 전하의 총애가 깊은 파릉군과 섣불리 맞섰다간 승산이 없소.

         허니 우선 파릉군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부터 잘라내라는 뜻이지요.

심정 : 허어, 과연 경빈께오선 예삿분이 아니옵니다. 꼭 생전의 평성군 대감을 보는듯 하옵니다. 허허.

남곤 : 예, 경빈마마께오서 우리편에 계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외다.

심정 : 허면 누구부터..?

남곤 : 먼저 도총관 정윤겸부터 제낍시다.



s#24. 편전 안


중종, 파릉군에게 술을 따라준다.


중종 : 숙부께서 찾으시던 사람은 만나보시었소?

파릉군 : (한숨 젖은) 어디에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종적이 묘연하옵니다. 벌써 십년의 세월이 흘렀으니까요.

중종 :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하는게 있어요..나 역시 지금도 폐비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어요..

파릉군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입궐 전에 신이 그 분을 뵈었사옵니다.

중종 : 폐비를요?

파릉군 : 예, 전하.

중종 : ..그 사람..잘 있습디까?

파릉군 : 먼 발치에서 뵈었사온데 예전의 모습 그대로셨사옵니다.

중종 : (한숨 쉬는)...폐비가 잘 있다니 다행이요..다행이요..(한잔 마신다)

파릉군 : ...

중종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 얼마나 못할 짓인지 내 압니다. 암요, 잘 알고 말고요...

         (보며) 허니 숙부께선 이제 아무대도 못가십니다. 아니 내가 보내지 않을겁니다. 항상 과인의 곁에서 지켜주세요. 숙부.

파릉군 : ...전하!



s#25. 정윤겸 대문 안 마당


난정모,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청지기 : 장흥댁, 마님께서 급히 찾으시네. 어서 들어가보게.

난정모 : 예?..(뭔가 불안한 표정)



s#26. 동 안채 방안


박씨와 당골네가 앉아있다.


난정모(E) : (방문밖에서) 마님.

박씨 : 들어오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난정모가 당골네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난정모 : ..마,마님, 이,이, 사람은..!

박씨 : 자네도 알걸세. 십년 전 자네를 피접 내보낼 때 동행한 당골넬세.

당골네 : (웃으며) 오랜만이우.

난정모 : (그때 일이 생각나는지 숨을 몰아쉬며 당골네를 노려 보는)...!!

당골네 : 그때 댁이 벼랑에서 실족했을 때 내 얼마나 놀랬는줄 아우?

난정모 : (가증스럽게 보는)..시,실족? (박씨에게) 마님, 저 사람은 쇤네를 죽이려고 벼랑으로 나를 밀친 사람이옵니다.

당골네 : (화들짝 놀라는 척) 밀치다니?! 거 생사람 잡는 소리 마슈!

            내 깜빡 한 눈 파는 사이에 발을 헛디뎌 벼랑으로 구르지 않았수?

난정모 : 뭐야? 아니 이런!

당골네 : 내 급히 벼랑 아래로 내려가 샅샅이 뒤져 봤지만 보이지 않습디다.

난정모 : (어이없어) 그,그 세치혀를 뽑아내야 바른말을 하겠는가?

당골네 : 뭐요?! 내 신주을 뫼시는 몸으로 어찌 거짓말을 하겠소! 내 말에 눈꼽만 치라도 거짓이 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급살을 맞겠소!

박씨 : 그만들하게! (난정모 보며) 자네도 앉게!

난정모 : ..(당골네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앉는다)

당골네 : (난정모를 노려본다)...

박씨 : 십년전 일에 대해선 지금껏 자네도 내게 말을 않았고 그 후로 당골네도 소식이 끊어져

         그때 두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만.. (난정모 보며) 내 자네에게 물어 볼 말이 있네.

난정모 : (박씨를 보는)...

박씨 : 자네 어디서 몸을 풀었나?

난정모 : 예에?

박씨 : 난정이를 어디서 낳았느냔 말일세.

난정모 :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당골네 : (야릇한 미소로 보는) 수십길 벼랑에서 굴러 몸도 성치않았을텐데 뱃속의 아이가 어찌 무사했는지

            마님께서 그걸 물으시는게야?

난정모 : (곤혹스러운)...

박씨 : 어서 말해보게!

난정모 : ..쇤네가 정신을 잃고 신음중인 것을...지나시던 스님께서 구해주셨사옵니다.

박씨 : 스님께서?

난정모 : ..예..그 스님이 계신 암자에서 몸을 풀었사옵니다.

박씨 : (보다가)..그 암자가 어딘가?

난정모 : (입술을 깨무는)..탑골 미..미륵암이옵니다.

박씨 : 미륵암이라 했는가.

난정모 : 예! 마님!

박씨 : 알았네..자넨 나가보게.

난정모 : (일어서다가 당골네를 가증스럽게 본다)

당골네 : (얄미운 표정으로 난정모의 시선을 피한다)

난정모 : (노려보다가 나간다)...

박씨 : (난정모가 나가면 당골네에게) 자네, 지금 당장 탑골 미륵암으로 찾아가보게.

당골네 : (미소) 장흥댁 말을 확인해보란 말씀이옵니까?

박씨 : (끄덕이며) 내 어쩌면 자네가 원하는 논마지기를 떼어줄수도 있을 것 같네.

당골네 : (조아리며) 분부대로 합죠, 마님. (일어나 나간다)

박씨 : (묘한 미소)...



s#27. 정윤겸 대문 앞


난정모, 손을 부비며 안절부절하며 서있다.

당골네가 대문 밖으로 나온다.


난정모 : (보고 다가서며) 이보시게, 자네 잠시 나 좀 보세나.

당골네 : (난정모를 보고) 난 댁 볼 일 없수! 인연 있으면 또 만나겠지.


당골네, 반대편으로 잽싸게 도망친다.


난정모 : 이보게- (몇걸음 쫓다가 멈춰서서 불안한 얼굴로)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쩌면.. (다시 당골네가 간 쪽을 본다)



s#28. 정윤겸 집 장독대 앞


공간으로 프레임 인 되는 노리개.

난정, 손에 든 노리개를 보며 기분 좋게 웃는데.


정렴(E) : 난정아!

난정 : (고개 돌려 정렴을 보고 흠짓한다)..!

정렴 : (다가오며) 손에 든게 뭐냐? 이리 내라.

난정 : (뒤로 감추며) 아,안되옵니다.

정렴 : 요년, 감히 상전의 명을 거역할 셈이냐?! (우악스럽게 노리개를 뺏어 들고 본다) 기생년들 차는 노리개 아냐?

난정 : 돌려주셔요, 도련님.

정렴 : 그거야 내 맘이고, 따라오너라. (돌아선다)

난정 : (불안한) 예? 어딜요?

정렴 : 종년이 따라오라면 따라 올것이지 웬 말이 그리 많아!


정렴, 난정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고 어디론가 간다.



s#29. 정윤겸 집 사랑채 옆 골목


정렴, 난정을 거칠게 끌고 들어온다.

정렴, 난정을 휙- 밀치면 바닥에 넘어지는 난정.

난정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옥련.


정렴 : (옥련에게 노리개를 건네주며) 옥련아, 저년이 이 노리개를 갖고 있더라.

옥련 : (노리개를 받아 보고 비웃음을 흘리는) 에미를 닮아 천박한것은 어쩔수 없구나?

난정 : (모욕감을 참으며) 돌려주셔요, 아씨. (일어나 옥련에게 다가서는데)

정렴 : (난정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어허, 가만있지 못할까?

옥련 : 이런건 대갓댁 종년한텐 어울리지 않아.


옥련, 노리개를 바닥에 던지고 쿵쿵- 밟아버린다.


난정 : 안되요, 아씨!


난정, 정렴을 뿌리치고 노리개를 주워들고 보면 흙투성이의 깨진 노리개.

난정, 원망스럽게 옥련을 보는데.


옥련 : 종년이 어디서?! (난정을 뺨을 찰싹 때린다)

난정 : (입술을 물며 정렴을 똑바로 노려본다)..

정렴 : 어쭈, 이년이! (난정의 뺨을 힘껏 갈긴다)


바닥에 털썩 쓰러지는 난정.


난정 : (치켜 보며)..쇤네가 대체 무얼 잘못했길래 이러시옵니까?

옥련 : 여우같이 간살을 떨어 아버님 사랑을 독차지한게 네 죄다.

난정 : ....아씨.

옥련 : (보는)

난정 : ..아씨께서도 쇤네 어미 젖을 먹고 자라셨지요...?

옥련 : 그래서?

난정 : ..쇤네와 아씨..비록 신분은 다르오나..한 아버지의 핏줄을 받은 형제아니옵니까?..

정렴 : 뭐야, 형제?! 종년주제에?! (때릴 듯 손을 치켜드는데)

난정 : (버럭) 종년,종년 하지 마셔요! (울부짖듯) 쇤네도 양반의 자손이란 말이옵니다!

정렴 : (놀라) 뭐, 양반의 자손?!

난정 : (눈물이 흐른다)...예!

정렴 : (옥련을 보며)...?!

옥련 : (코웃음) 흥, 그 잘난 역적의 자손?!

난정 : ...!

옥련 : 몸 속에 더러운 역적의 피가 흐르고 있는게 자랑이더냐?! 호호호.

난정 : (모멸감)..!!!

옥련 : 오라버니, 정신 못차린 종년에겐 매질이 약이오.

정렴 : (히죽 웃으며) 알았다.


정렴, 무지막지한 발길질로 난정을 짓 밟는다.

난정, 이를 악물고 맞는다.


박씨(E) : 무슨 짓들이냐?!


옥련과 정렴, 돌아보면 근엄하게 보고 서있는 박씨.


옥,정 : (놀라) 어,어머니..

박씨 : (노기띈) 당장 따라 오너라.

옥,정 : (쭈빗거리고 서 있는데)...

박씨 : 어서 따라오래도! (휙- 돌아서 간다)


옥련과 정렴,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어쩔수 없다는 듯 박씨를 따라간다.

쓰러져 있던 난정이 간신히 손을 뻗어 흙투성이가 된 노리개를 움켜쥐고는 서러운 흐느낌을 터뜨린다.



s#30. 안채 방 안


박씨앞에 앉아있는 정렴과 옥련.


박씨 : 앞으론 난정이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말아라. 알겠느냐?

정렴 : (시무룩하고)..

옥련 : (뾰루퉁하다)...

박씨 : (미소) 너희가 아버님 눈밖에 날까봐 하는 소리니라.

옥련 : 하오면 아버님의 사랑이 난정이에게 기우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씀이셔요?

박씨 : 너희는 이 애미가 시키는대로 따르거라.

렴,옥 : ....?

양평댁(E) : (밖에서) 마님, 대감마님 퇴청하셨사옵니다.

박씨 : (방문쪽에다) 알았네. (정렴과 옥련 보며) 어서 나가서 아버님께 인사 여쭈거라.

렴,옥 : 예. (일어서서 방문 열고 나간다)

박씨 : (묘한 미소를 짓는)..



s#31. 정윤겸 사랑채 방 앞


양평댁, 소세물 대야를 들고 박씨를 따라온다.

박씨, 양평댁에게 대야를 받아 들고 사랑채 대청으로 오른다.



s#32.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관복을 벗고 있는데.


박씨(E) : (방밖에서) 대감, 소세물이옵니다!


방밖에서 양평댁이 방문을 열어주면 대야를 든 박씨가 들어온다.


정윤겸 : (보고)..허어, 어찌 부인이 손수 들고 오셨소, 아랫것들을 시킬일이지.

박씨 : (뼈있는) 대감께서 장흥댁 모녀만 어여삐 여기시니 이렇게라도 해야지요.

정윤겸 : 허어, 왜 또 심사가 사나우시요?

박씨 : (대야를 정윤겸앞에 놓으며) 일전의 벼루도 대감께서 깨뜨리신게 아니란거 압니다.

정윤겸 : (앉으며) 음!!..그 얘긴 그만합시다.

박씨 : 대감, 난정이가 대감의 핏줄이 아니라도 그 모녀만 감싸고 도시겠사옵니까?

정윤겸 : (손을 씻으려다가 보며) 그 무슨 소리요, 부인?

박씨 : 아니옵니다, 물이 식습니다. 얼른 소세하세요.

정윤겸 : ...?



s#33. 난정모 방 안


난정모, 바느질감 앞에 생각에 잠겨 앉아있다.

이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흐트러진 차림새로 들어오는 난정.


난정모 : (보고 놀라) 난정아, 어찌된 일이냐?

난정 : (풀썩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훌쩍인다)..흑흑..

난정모 : (황급히 다가앉으며) 난정아, 왜 그러느냐?

난정 : (고개들고 원망스러운 눈길로 보며)...어머니...왜, 절 서녀로 낳으셨세요?

난정모 : (충격)...뭐어?!

난정 : ..왜 역적의 자손으로 낳으셨세요..왜..왜..? (흐느낀다) 흑..흑..

난정모 : (가슴이 아프다) 난정아..(난정을 안아주며) 무슨일이 있었니?


난정, 난정모 품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운다.



s#34. 광대패 객주 마당 (밤)


마당에 놓인 평상에 앉아 구슬픈 단소를 불고 있는 길상.

그 옆에서 단소소리를 듣는 능금.


달래 : (방에서 나와 길상 옆에 다가오며) 오라버니?

길상 : (달래보고 단소 멈춘다) 왜 나왔어? 자지 않고.

달래 : (빙긋 웃으며) 오라버니, 그 언니 생각하지?

길상 : 그 언니?

능금 : (움찔하여 보는)...?!

달래 : 일전에 옥패를 찾으러 왔던 그 예쁜 언니 말이오.

길상 : (달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픽 웃어준다)

달래 : 맞지요?

길상 : ..그래, 그 애 누굴 닮았어.

달래 : 누굴요?

길상 : (귓속말로) 우리 엄니..

달래 : (낮게) 정말? 그 언니가 울 엄마랑 닮았소?

길상 : (끄덕여 준다)...

달래 : (아쉽다) 에이, 진작 알았으면 좀 더 자세히 봐둘걸?

능금 : (발딱 일어서며 길상에게) 누가 누굴 닮았다구?

길상 : (달래의 손을 잡고) 들어가자 달래야. (방으로 가는데)

능금 : (발딱 일어나며) 야, 길상아. 너 증말 이럴꺼야?!

달래 : (돌아보며) 저 달이 울 엄마 닮았다고. (방으로 들어간다)

능금 : ...?


능금, 찌푸리며 하늘의 달을 바라본다.



s#35. 구름속으로 숨는 달(INSERT)



s#36. 대궐 일각 (밤)


중궁전 나인 하나가 조족등을 들고 총총걸음으로 온다.

어디선가 바람이 휙- 불어와 등불이 꺼진다.

나인, 으스스한지 걸음을 빨리하는데 저 편 모퉁이에서 조족등 불빛이 보인다.

나인, 휴- 안도의 한숨을 쉬고 불빛 쪽으로 바삐 걸어간다.


나인 : 같이 가요!


나인, 불빛쪽으로 다가가서 조족등을 든 상대편 얼굴을 보는데 나인의 얼굴로 확 다가서는 귀신의 얼굴(귀면탈을 쓴).

나인,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기절한다.



s#37. 중궁전 외경 (낮)


앞에 서 있는 나인들이 쑤근대는 모습 위로.


중전(E) : 도깨비 장난?



s#38. 중궁전 방 안


박상궁이 중전앞에 꿇어앉아 고하고 있다.


박상궁 : 예, 마마. 하룻밤 새 중궁전 중문 근처에 흙무더기가 솟고, 도깨비 불이 날아다니는 것을 본 나인들도 많다고 하옵니다.

중전 : (불안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박상궁.

박상궁 : 예.

중전 : 이 말이 중궁전 밖으로 나가서는 아니될 것일야. 나인들에게도 단단히 입조심 시키게.

박상궁 : 예, 마마...하.하오나..

중전 : 내가 이르는 데로하게!

박상궁 : (조아리며) 예 마마.



s#39.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창빈과 희빈이 앉아있다.


희빈 : 도깨비 불이 날아다니는 것은 예사옵고, 아뢰옵기 망극하오나 매우틀에 앉아있는 상궁의 볼기를

         작대기로 찌르기까지 하였다고 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대체 이 무슨 변괴란 말인가? 대체 금부당상이나 어영대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희빈 : 아무래도 사람의 짓이 아닌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음!! 사람의 짓이 아니라면.....

창빈 : (조심스럽게) 마마, 수륙제를 지내보심이 어떠하올지요?

자순대비 : 수륙제요?

창빈 : 예, 듣자니 연산주때 억울하게 죽은 원귀들이 궁궐을 떠돌고 있다 하옵니다.

         법력 높은 도승을 불러 원혼들을 달래주는 수륙제를 지내심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생각하는) 수륙제..수륙제라..?

창빈 : 예, 마마. 중전마마의 원자아기씨 생산을 축수발원하는 뜻도 겸해서 그리 하시지요.

자순대비 : ...음!!



s#40. 경빈 처소 마당


경빈(E) : 호호호- 도깨비 장난이라니?



s#41. 경빈 처소 방안


경빈과 금이가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다.


경빈 : 호호호, 세상천지에 도깨비가 어디있다더냐? 필시 희빈이 꾸민 일일게다.

금이 : 예에? 희빈께오서요?

경빈 : 그래, 도깨비장난으로 중전마마의 가슴을 떨어뜨리고 혼담을 떨어 뜨려서 복중에 든 아기씨를 낙태시키려고 했겠지.

금이 : ..허면 밤마다 중궁전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경빈 : 무예청이나 무수리들 매수했을게다.

금이 : (끄덕이는)...예에..

경빈 : 과연 앞 뒤 분간 못하는 희빈답구나, 호호호.



s#42. 희빈 처소 방안


방바닥에 놓여있는 귀면탈.

희빈홍씨와 향이가 귀면탈을 보고 있다.


희빈 : 아무도 모르게 깜쪽같이 태워버려야 하느니라.

향이 : (조아리며) 예. 마마님.


향이, 귀면탈을 보자기에 싸들고 조심스럽게 방밖으로 나간다.



s#43. 당추 법당 앞 마당


당추가 동자승(10년후 모습)의 인도를 받으며 법당 쪽으로 걸어온다.

당추, 법당안을 들여다 보면 아낙이 등을 보이고 앉아있다.


동자승 : 저 보살님께서 스님을 뵙자고 하였사옵니다.

당추 : (끄덕이며) 알았다, 넌 물러가있거라.

동자승 : 예. (간다)


당추, 헛기침을 하며 법당안으로 들어선다.



s#44. 동 법당 안


당추가 들어오면 고개를 돌리는 아낙, 당골네다.


당추 : (당골네에게) 소승을 찾으셨다구요?

당골네 : (합장한다) 예, 스님.

당추 : (앉으며) 어인 일로 .....

당골네 : 십년 전 일로 스님께 여쭤볼 게 있어 왔습지요.

당추 : 십년전 일이라면... 무슨....

당골네 : 십년전 이 맘때 한 아낙이 이 암자에서 몸을 풀었다고 들었사온데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까?

당추 : (당골네를 빤히 보다가)...헌데 그 아낙의 일을 묻는 보살님은 뉘신지요?

당골네 : 그 아낙이 이 사람의 동생되옵니다. 십년 전에 헤어졌사온데 동생의 행적을 찾아 여기까지 왔사옵니다.

당추 : 오, 그러시옵니까?..(끄덕이며) 소승이 십년전 아이를 받은 적이 있지요.

당골네 : (실망한 듯)..틀림없사옵니까?

당추 : (미소) 소승이 그 아기의 탯줄을 끊었사온데 잊을 리가 있겠사옵니까?

당골네 : (당추의 얼굴을 빤히 보며 머리를 굴리다가)..스님, 그 말씀을 부처님 앞에 맹세하실수 있겠사옵니까?

당추 : (미소짓다가 일변하여 버럭 쩡쩡울리도록) 이런 요망한 것!

당골네 : (화들짝 놀라는)...?!

당추 : (호통) 잡귀의 힘을 빌려 혹세무민하는 요망한 계집이 부처님을 들먹이다니! 냉큼 물러가지 못할까!

당골네 : (겁에 질려) 왜,왜 이러시오?

당추 : 네가 머리통이 박살이나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당추, 눈을 부릅뜨고 집어던질 듯이 목탁을 치켜든다.

당골네, '히익!' 놀라 걸음아 나 살려라 법당 밖으로 도망친다.


당추 : (목탁을 내리고 당골네 뒷모습을 보며)...음!



s#45. 동 암자 근처 산길


당골네, 신발을 손에 들고 도망쳐 뛰어내려오다가 멈춰선다.


당골네 : 휴, 간 떨어질뻔 했네. (암자쪽 돌아보며) 망할놈의 땡중같으니라구! 흥, 내가 이대로 물러 앉을줄 아냐? 어디두고 보자!


당골네, 신발을 꿰어차고 산길을 내려간다.



s#46. 난정모 방 앞


난정모, 쟁반에 미음대접을 받쳐들고 와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s#47. 난정모 방 안


난정모, 미음대접을 받쳐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한쪽 구석에 무릎을 곧추 세우고 앉아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난정. 초췌한 얼굴에 쾡한 난정의 눈빛이 섬뜩하다.


난정모 : (보며) 난정아, 왜 그러고 있어?

난정 : ....

난정모 : (미음대접 내려 놓으며) 미음이라도 한술 떠라..먹고 힘을 내야지.

난정 : (일어나 방문쪽으로 간다)..

난정모 : 난정아, 어딜 가니?

난정 : (돌아보며)..답답해요..바람 좀 쐬고 올게요. (돌아서서 나간다)

난정모 : (안타깝고 불안하다)...



s#48.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처, 소반위에 놓인 찻잔뚜껑을 열어 윤임에게 권한다.


윤임 : (찻잔 들며) 부인, 봉은사에 불공은 잘 드리고 있소?

윤임처 : 예..헌데 중궁전에서 밤마다 도깨비가 장난을 친다고 하오니 걱정이옵니다.

윤임 : 도깨비는 무슨? 후궁전 누군가가 중전마마의 회임을 시기하여 벌인 짓일께요!

윤임처 : (놀라) 누가 그런 불경스런 일을 꾸민단 말이옵니까?!

윤임 : 경빈이든 희빈이든 그 요사스런 것들중 하나의 짓일게요.

윤임처 : (걱정되는) 그게 사실이라면 큰 일 아니옵니까? 상감마마께 고하시지요.

윤임 : 전하의 총애가 깊은 후궁들이오. 괜히 사단만 일으킬 뿐이오.

윤임처 : 하오나 중전마마 옥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윤임 : 중전마마는 내가 잘 아오. 병약하시긴 해도 마음은 강건하신 분이니 별일은 없을게요.

윤임처 :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사옵니다.

윤임 : 알겠소, 내 내일이라도 입궐해 중전마마를 뵈오리다. 아, 부인도 함께 입궐합시다. 중전마마 뵈온지도 오래되지 않았소?

윤임처 : 예. 그리하겠습니다.

윤임 : (찻잔들어 마시려다)..아, 도총관댁에선 소실을 내보내셨답디까?

윤임처 : 듣자니 아직 인 듯 하옵니다.

윤임 : 허어..도총관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구려..



s#49. 편전 안


중종 앞에 앉아있는 남곤과 정광필.


남곤 : 전하, 오위도총부 도총관은 도성과 궁성을 보위하는 막중한 직책이옵니다.

         그러한 자가 역적의 딸을 소실로 취한 것은 본분을 망각한 일이옵니다. 당장 정윤겸을 도총관직에서 파직하옵소서.

중종 : 파직이라! (정광필 보며) 좌의정의 뜻은 어떠하시오?

정광필 : 정윤겸은 충직한 무관이자, 전공을 많이 세운 장수이옵니다. 전조에 있었던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파직하오시면

            무관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옵니다.

남곤 : 하오나 도총관을 그냥 두시오면 조정의 기강이 흔들리는 일이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전하.

중종 : ...음!!

정광필 : 전하, 함경도에 오랑캐의 침범이 잦아 백성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하니

            정윤겸에게 변방수비를 맡기심이 합당할 듯 하옵니다.

중종 : (생각하다가)..승지는 들라.

김승지(E) : 예.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는 김승지.


중종 : 도총관 정윤겸을 들라하라.

김승지 : 예.



s#50. 대궐 일각


나인들이 둘러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금이와 향이가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향이 : 뭐야, 도깨비 놀음? 네 눈으로 봤니?

금이 : (콧방귀) 아니면 그만이지 정색을 할 건 뭐 있누?

향이 : 얘가 증말, 말이면 다하는줄 알아?


향이, 금이를 밀치면 금이도 지지 않고 향이를 밀친다.

금이와 향이, 서로를 밀치며 엉겨붙는데.


희빈(E) : 지엄한 궁궐에서 이 무슨 소란이냐?


나인들, 돌아보면 근엄하게 보고 서 있는 희빈. 그곁에 상궁이 따라 붙어있다.

나인들, 조아리고 금이도 희빈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향이 : (희빈을 보고 흐느낌을 터뜨린다)..마마님! 흑흑!

희빈 : (금이를 노려보며) 넌 나를 따라 오너라.

금이 : (겁에 질리는 얼굴) 마마!



s#51. 희빈 처소 마당


방안에서 찰싹-찰싹- 회초리 소리가 들린다.

향이, 방쪽에 귀를 기울이며 고소한 웃음을 짓는다.


금이(E) : 아이구 아야! 아야야.



s#52. 희빈 처소 방 안


희빈홍씨, 금이의 종아리를 때리고 있다. 금이의 종아리에 피멍자국이 새겨진다.


희빈 : 우리 향이가 중궁전에서 도깨비 놀음을 했다니?! 허면 내가 중전마마께 불경스런 짓이라도 했단 말이더냐?!

금이 : (흐느끼며) 그런게 아니옵고..

희빈 : 발칙한 년! 감히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

금이 : (운다)..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마마님.

희빈 : (회초리를 거두며) 너를 감찰상궁에게 넘겨 주리를 틀어도 시원치 않으나 내 경빈을 봐서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마.

금이 : (조아리며) 황감하옵니다..마마님..

희빈 : 다시 한번 주둥이를 함부로 놀렸다간 살아남지 못할것이이야! 알겠으냐!

금이 : ....예.

희빈 : 꼴도 보기 싫다 나가거라!.



s#53. 경빈 처소 외경


경빈 : (버럭) 뭬야?!



s#5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박씨, 금이의 피맺힌 종아리를 보고있다.


경빈 : (노기가 치미는) 정녕, 희빈이 이랬단 말이더냐?

금이 : (울먹이며) 예, 마마님..억울하고 분하옵니다.

경빈 : (숨을 쌔근거리며 입술을 깨물며)..감히 뉘게다...



s#55. 희빈 처소 마당


향이가 마당에 비질을 하고 나인 하나가 대청에 걸레질을 하고 있다.

굳은 표정의 경빈이 금이와 나인서넛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 (희빈의 나인들 노려보며) 향이가 어느 계집이냐?

금이 : (향이를 손가락질 하며) 저 계집이옵니다.

경빈 : (자기 나인들에게) 저 계집을 당장 잡아 꿇리렷다.

나인들 : 예!

향이 : (놀라서 방쪽으로 달려가며) 마마님! 마마님!


경빈의 나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향이를 붙잡아 경빈 앞으로 질질 끌고 간다.

향이 '마마님, 마마님!' 필사적으로 버티는데

희빈홍씨, 방문을 열고 나온다.


희빈 : 뭣들 하는 짓이냐?!

경빈나인들 : (찔끔하여 행동멈춘다)..

희빈 : (경빈을 노려보며) 경빈, 어찌 이리 무도하시오?!

경빈 : (희빈을 쏘아보며) 무도요? 허! 남의 나인을 잡아다 함부로 매질하시는 건 법도에 맞는 일이오?

희빈 : 거야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길래 회초리로 버르장머리를 가르친게지요!

경빈 : 내 나인에게 매를 친 것은 나를 욕보인 것이나 마찬가지요, 희빈께서 내 버릇도 가르치시려오?

희빈 : ...

경빈 : 나도 저 계집에게 버르장머리를 가르칠 것이니 저 계집을 잡아가도 아무소리 못하리다.

         (나인들에게) 뭣들하느냐? 어서 끌고 가지 않고.

경빈나인들 : 예! (향이를 끌고 가려는데)

희빈 : (둘러보며) 게 아무도 없느냐?!


일각문밖과 처소 뒷곁에서 희빈의 나인들이 십여명이 우르르 몰려 나온다.


희빈 : (쏘아보면) 어디 한번 해보시오, 그 애를 한발짝이라도 끌고가면 내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게요!

경빈 : (희빈을 쏘아보는)...


경빈과 희빈, 그리고 나인들끼리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도는데

창빈안씨, 나인 둘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창빈 : (다가오며) 왜들 이러십니까?..지금 중궁전 일로 궐내가 조심스러운데.. 대비전에서라도 아시면 어쩌시려고요?


경빈과 희빈, 서로를 못마땅하게 쏘아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s#56. 희빈 처소 안


소반위에 백자술병과 세 개의 술잔이 놓여있다.

소반 맞은편에 앉아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경빈과 희빈.

창빈, 가운데 앉아 백자 술병을 든다.


창빈 : 자, 화해주를 드시고 화들 푸세요. 별것도 아닌 아랫것들 다툼에 어른들이 휩쓸려야 되겠사옵니까?

경빈,희빈 : (고개를 외로 꼰다)....

창빈 : (술병을 든채) 어서요...제 손이 부끄럽사옵니다.

경빈 : (고개 돌려 술잔을 들며) 내 창빈의 얼굴을 보아 참으리다.

창빈 : (술을 따라주며) 고맙사옵니다, 경빈.

희빈 : 나도 창빈을 보아 이번 한번은 그냥 넘어가리다. (술잔을 들어 내민다)

경빈 : (휙 돌아보며) 뭬요? 그냥 넘어가지 않으면 어쩌실게요?

창빈 : 허어, 왜 또 이러시옵니까?

경빈 : (고개를 돌린다)...

창빈 : 자 받으세요. (희빈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자기 잔에도 술을 따른다).. 기실 따지고 보면 여인으로 태어나

         후궁전 노릇만큼 가여운 팔자가 또 어디있겠습니까? 젊어선 상감마마께오서 듭시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며

         세월 보내다가 나이들고 병들면 출궁하여 정업원에서 머리깍고 비구니가 되거나 홀로 늙어갈 외로운 신세들 아닙니까...

         헌데도 서로를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아웅다웅하다니요?

경빈(E) : (끄덕이는 얼굴위로) 흥, 누가 비구니가 돼? 내 아들 복성군이 보위에 오르면 대비전은 내 차지가 될 터인데.

희빈(E) : (동조하는 얼굴위로) 외로운 신세라니, 내 아들, 금원군이 보위에 오르면 그런 소리 못하리다!

창빈 : (술잔들며) 자 자 드십시다.


동상이몽을 꿈꾸며 술잔을 비우는 세사람의 얼굴에서.



s#57. 갖바치 마당


갖바치 앞에 슬픈 눈으로 쪼그리고 앉아있는 난정.


난정 : 아저씨, 다 같은 사람인데 첩의 딸은 왜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는건가요?

갖바치 : ..네가 마음을 많이 상한 모양이구나?

난정 : (고개를 푹 숙이며) 모르겠세요..하늘은 나같은 것을 왜 태어나게 하셨는지 정말 모르겠세요..


갖바치, 난정을 안쓰럽게 보다가 일어서서 선반 위에서 꽃신을 꺼내든다.


갖바치 : (꽃신을 건네주며) 받거라.

난정 : (고개 들고 눈물 젖은 눈으로 보는)...?

갖바치 : (미소) 지난번에 네게 꽃신을 만들어주겠다고 했지?

난정 : (꽃신 받아들고 눈물 그렁그렁하여 보는)...아저씨!

갖바치 : (끄덕이며) 이걸로 네 답답한 가슴이 조금이라도 풀어지면 좋겠구나.

옥매향(E) : 갖바티 아자씨!


갖바치, 돌아보면 옥매향이 마당으로 들어선다.


갖바치 : 오, 매향이구나?

옥매향 : (조아리며) 아자씨, 그간 평안 하셨디요?

갖바치 : 오냐, 못본 새 많이 컸구나? 어느새 처녀 티가 나는걸?

옥매향 : (헤 웃으며) 덩말요?..(하다가 난정을 본다)...?

난정 : (눈물을 감추며 일어서서 방 앞 툇마루쪽으로 간다)

옥매향 : (문쪽 돌아보며) 오마니, 날래 들어 오시라요!

자운아 : (숨차게 문안으로 들어서며) 에미나이래, 웬 걸음이 그리도 날래네?

옥매향 : 내레 날랜게 아니고, 오마니가 굼뜬거야요.

자운아 : 뭐이, 어드래? 요 에미나이래, 말뽄새 하고는?

갖바치 : 허허, 이거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자운아 : 예. 그동안 벌이 좋으셨디요.

갖바치 : 다 덕분이지요. 헌데 무슨 일로?

자운아 : 우리 매향이래 장악원에 동기로 입적시키러 가는데 꽃신 맞춤하러 왔시요.

갖바치 : (끄덕이며) 예..매향아 이리 오거라. 발치수를 재보자구나.

옥매향 : 예. (작업대로 가서 신발을 벗고 발판에 발을 올린다)

갖바치 : (자로 발을 재며) 허허, 그 새 발이 많이 컸구나.

자운아 : 이 에미나이래 몰래 쑥떡을 쪄 먹는디, 발이 쑥쑥 커서 걱덩이야요. 기생될 년이 소도둑놈터럼 발만 크면 어카겠시요.

옥매향 : 오마닌 못하는 소리가 없시오?!

갖바치 : 허허허.


옥매향, 발치수를 재다가 툇마루에 앉아있는 난정을 힐끗 본다.

옥매향, 난정과 시선이 마주치면 웃어주는데 난정, 무표정하게 시선을 돌리고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옥매향 : (갸우뚱)...?



s#58. 편전 안


중종과 면대(사관이 있는)를 하고 있는 정윤겸.


중종 : 조정대신들이 경을 파직하거나 변방의 외직으로 내보내라고 하니.. 도총관에게 소명할 기회을 주려고 불렀소.

정윤겸 : (조아리며) 전하께 심려를 끼쳐드린 신의 죄, 백번 죽어 마땅하옵니다. 불충한 신을 파직 주시오소서!

중종 : 경은 어찌 과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가? 경을 곁에 두고 싶은 과인의 마음을 어찌 읽지 못하는가?

정윤겸 : 망극하옵니다, 전하.

중종 : 경은 파직이 될 지언정 가여운 소실을 버리지 않을 사람이란걸 아오.

정윤겸 : ...

중종 : 과인은 경의 그런 충직한 성품이 좋소. 그래서 더욱 경을 곁에 두고 싶은 것이요.

         허나 대신들의 상소가 빗발칠 터이니 그게 걱정이오. (한숨을 내쉰다)

정윤겸 : ...전하!

중종 : 조정대신들이 경의 행보를 주시할 것이오. 앞으론 더욱 신중하게 처신토록하오.

정윤겸 : (황감하다)....



s#59. 희빈 처소 방 안


경빈,희빈,창빈이 쌍륙판을 벌이고 있다.

희빈, 주사위를 굴리면 두 개의 주사위 모두 육이 나온다.


희빈 : 옳치! 호호, 이 사람이 또 이겼소. 자, 어서들 벌주를 드시오.


경빈과 창빈이 가득찬 술잔을 들고 쭉 마신다.

희빈, 웃음기 가득하여 쌍륙판을 정리한다.

경빈, 취기가 도는듯 어찔하여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희빈 : (힐끗 보며) 호호, 경빈께선 벌써 대취하신 모양이오?

창빈 : (걱정되어) 괜찮사옵니까?

경빈 : 가랑비에 옷 젖는 것 모른다고..벌주 몇잔에 눈 앞이 어찔하구려. 내, 잠시 찬바람을 쐬고 와야겠소. (일어선다)



s#60. 희빈 처소 마당


경빈, 방 밖으로 나온다. 향이등의 나인들이 조아린다.

금이가 쪼르르 달려와 경빈이 신발을 신는 것을 부액하여 도와준다.


금이 : 괜찮사옵니까, 마마님?

경빈 : 오냐..잠시 찬바람을 쐬고 싶구나.


경빈, 일각문쪽으로 걸어가면 그 뒤를 쫓는 금이.


경빈 : (낮게) 금아.

금이 : 예, 마마님.

경빈 : 김상궁에게 가서 오늘밤 전하를 희빈전으로 납시게 하라 일러라.

금이 : 예에?..하오나..

경빈 : 시키는대로만 하거라. (빙긋 웃는다)



s#61. 대비전 방밖 복도 (밤)


조상궁과 내인들이 복도에 도열해 서 있다.


중종(E) : 수륙제를 지내시다니요?



s#62. 대비전 방 안 (밤)


중종이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다.


중종 : 유학을 숭상하는 나라의 궁궐에서 불사를 벌인다 하오심은 이치에 맞지 않는 줄로 아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세종대왕같으신 동방요순 시절에도 내불당을 두시지 않으셨습니까? 왕실의 전례에 벗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중종 : ...하오나..

자순대비 : 수륙제는 중전이 무사히 대군을 생산케 해달라는 축수발원의 뜻도 있습니다.

               허니 이번 일은 어미의 뜻에 따라주세요, 주상.

중종 : 알겠사옵니다, 어마마마.



s#63. 대비전 밖 마당 (밤)


중종, 대전내관과 상궁나인을 거느리고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 앞에 옥교가 기다리고 있다.

중종이 옥교쪽으로 내려오면 김상궁이 조아린다.


김상궁 : 오늘밤은 희빈처소로 드시지요. 통기를 해놓았사옵니다.

중종 : 알았네. (옥교에 오르며) 희빈전으로 가자.


중종의 태운 옥교가 떠난다.



s#64. 희빈 처소 안 (밤)


희빈과 창빈, 취기 오른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다.


창빈 : 경빈께선 어딜 가셨길래 아직 안오실까요?

희빈 : 벌주를 마시기 싫으니 고 여우가 꼬리를 감춘 것이겠지요.

창빈 :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취했나보옵니다.

희빈 : 방이 더워서 그럴게요. 옷을 벗고 편히 계세요.

창빈 : 망측하게, 어찌?..

희빈 : 우리끼린데 뭐, 어떻소?


희빈, 저고리 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훌훌 벗어 던진다.


희빈 : 옷을 벗으니 이리도 시원한 것을..창빈도 편하게 계시면서 술 한잔 더 하세요. 우리 늦도록 정담이나 나눕시다.

창빈 : ...



s#65. 희빈 처소 마당 (밤)


향이, 다급하게 일각문안으로 뛰어들어온다.


향이 : (방쪽에다) 마마님! 상감마마께오서 납시옵니다!


대답 없는 방안.


향이 : (발을 동동 구르며) 마마님, 마마님!


일각문쪽에서 쉬잇(侍衛)-쉬윗(侍衛)하는 무예청들 소리.

향이, 어쩔줄 몰라 일각문쪽을 돌아보면


내관 : 상감마마 납시오!


내관, 상궁 나인들이 조족등을 들고 앞장서고 그 뒤로 중종의 옥교가 일각문을 들어선다.

향이, 중종의 옥교에 고개를 조아린다.

옥교가 멈춰서면 옥교에서 내려서는 중종.


중종 : (방쪽으로 다가서며) 희빈은 어찌 아니보이는고?

향이 : (난감한)...저..

내관 : (향이에게) 어서 고하지 않고 뭐하고 있는게냐?

향이 : (울상되어 방쪽에다) 희빈마마, 상감마마 납시었사옵니다.


대답없는 방안.


향이 : (더욱 울상되어 크게) 희빈마마..

중종 : 됐다, 그만 두거라.


중종, 대청위로 올라서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s#66. 희빈 처소 방 안 (밤)


중종, 방안으로 들어오다가 흠짓 멈춰선다.

쌍륙판 주변에 술병이 흐뜨러져 있고 희빈과 창빈이 술에 취해 속치마 차림으로 잠들어있다.

중종,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섰다.

창빈, 뒤척이다가 어렴풋이 중종의 시선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 눈을 뜬다.

어쩔줄 몰라 벗은 몸을 가리며 부복하는 창빈.


창빈 : ..저,전하!


희빈, 취한 눈을 뜨고 보다가 눈이 휘둥그래진다.

벌떡 일어나 부복하려다 취기에 비틀 쓰러지는 희빈.

희빈, 중종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린다.


희빈 : 저,전하, 신첩을 죽여주소서.


중종의 표정이 점차 풀리며 껄껄껄- 호탕하게 웃어댄다.



s#67. 경빈 처소 안 (밤)


중종의 웃음소리 이어진다.

중종, 경빈이 따라주는 술을 받고 있다.


중종 : (웃음을 참으며) 희빈이야 그렇다쳐도 얌전하던 창빈마저 저고리를 훌렁 벋어 던지고 쌍륙을 놀다니..

         경빈도 그 모습을 봤어야 했어요. 참으로 가관 이었소, 가관! (웃음 터지는) 하하하-

경빈 : (쌩끗 웃는다)...



s#68. 정윤겸 사랑채 방 안 (밤)


정윤겸, 촛불 앞에 앉아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정윤겸 : 신하된 자로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리다니... 허어..이런 불충이 있나?..이런 불충이...



s#69. 난정모 방 (밤)


바느질하던 난정모가 바늘로 사그라드는 등잔불 심지를 돋운다.


난정모 : (걱정스럽게 방문쪽 보며) 이 애가 대체 어딜갔길래...?



s#70. 정윤겸 대문 안 (밤)


청지기, 대문을 열어주면 들어오는 난정.

난정, 꽃신을 신고 있다.


청지기 : (걱정스럽게)..왜 이리 늦었니?

난정 : ....

청지기 : (빗장을 걸며) 어서 들어가봐라, 어머니 걱정하실라.

난정 : ...예.


난정,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s#71. 동 마당 일각 (밤)


난정, 아래채쪽으로 가는데 자기 방에서 하품을 하며 나오던 정렴이 난정을 본다.


정렴 : (심심하던 차에 잘 만났다는 표정으로)..난정아!

난정 : (멈춰서 정렴쪽을 돌아본다)...

정렴 : (다가오며) 바람난 암캐처럼 밤늦게 어딜 쏘다니는게냐? 꼭 네 에미를 닮았구나.

난정 : ...

정렴 : (시비거리를 찾듯이 보다가 난정이 신은 꽃신을 보고) 어쭈? 너 신은게 꽃신 아니냐?

난정 : ...

정렴 : 이년, 이젠 도둑질까지 해?

난정 : (참는다)...

정렴 : 하긴, 역적놈의 핏줄이니 도둑질이 대수겠냐? (난정의 머리를 툭친다) 이 꽃신, 어디서 훔쳤느냐?

난정 : (울컥하여) 오라버니, 쇤네도 사람입니다. 개 돼지가 아니란 말씀이옵니다!!

정렴 : (어이없어)..오라버니?..지금 오라버니라 했느냐?

난정 : 예! 오라버니!

정렴 : (버럭) 이 년이! (따귀를 찰싹-친다)

난정 : (고개가 돌아간채 정렴을 섬뜩하게 노려본다)

정렴 : (움찔하는)...?!


이때 아래채에서 나오던 난정모가 정렴쪽으로 달려온다.


난정모 : 도련님, 왜 이러시옵니까?

정렴 : 자네 딸년이 미쳤어! 나보고 오라버니라네!

난정모 : (흠짓 놀라) 예에?..(조아리며) 요,용서하십시오, 도련님. (난정보고) 난정아, 어서 잘못했다고 빌어라.

난정 : (쏘아보며) 저는 잘못한게 없세요, 어머니!

정렴 : 뭬야?! 이년이 어디서. (때릴 듯이 다가선다)

난정모 : 난정아! 너 왜 이러니?! (조아리며) 도련님, 쇤네가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정렴 : 자넨 비켜서게!


정렴, 난정모를 확-밀쳐버린다.

바닥에 휘청 널부러지는 난정모. 허리를 삐끗했는지 고통스럽게 찌푸린다.

난정, 울컥하여 쏘아보다가 그대로 정렴의 뺨을 찰싹 갈겨버린다.

정렴, 경악하여 맞은 뺨을 움켜쥔 채 난정을 본다.


난정모 : (소스라치게 놀라)..나,나,난정아...

난정 : (숨을 쌕쌕거리며 정렴을 노려보는)...!!

박씨(E) : 네, 네 이년!!!


난정, 돌아보면 안방에서 나오던 박씨가 이 광경을 봤는지 부들부들 몸이 떨려 말을 잇지 못한다.

박씨, 버선발로 난정쪽으로 급하게 달려온다.


정렴 : (박씨보고 울먹하여 박씨의 치마자락을 잡으며)..어,어머니. 저 저년이..

난정 : (독기 서린 눈빛으로 정렴을 본다)..


박씨, 휙- 난정을 노려보며 다가와 매섭게 뺨을 후려친다.

곧바로 고개를 들고 박씨를 똑바로 노려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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