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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0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4.19|조회수52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06











s#1. 정윤겸 집 안채 마당 일각 (밤)


난정 독한눈으로 휙- 박씨를 돌아다 보면

박씨, 난정을 노려보며 매섭게 뺨을 후려친다.


박씨 : (숨을 씩씩대며) 내..이년! 감히 뉘게다 손찌검을 해!


박씨,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연속해서 난정의 뺨을 후려친다.

맞을 때 마다 고개가 젖혀지지만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참는 난정.

난정모, 울상되어 어쩔줄 모르고 보고만 있는데

사랑채 쪽에서 걸어오던 정윤겸이 이 광경을 보고 소리친다.


정윤겸 : 이 무슨 소란이냐!!

박씨 : (휙-정윤겸을 돌아보며)..대감, 세상천지에 어찌 이런 일이 있단말입니까?! 첩년의 딸년이 우리 렴이의 뺨을 치다니요!!

정윤겸 : (난정과 난정모를 노려본다)...뭐 뭐라?! 난 난정이가...?!

박씨 : 문중에서 이 일을 알아 보세요 집안이 발칵 뒤집힐것입니다.

난정모 : (울먹이며)..마님, 차라리 이년을 죽여주셔요. (무릅을 끓는다)

박씨 : 시끄럽네! 내 자네 딸년을 단매에 쳐죽여도 할말이 없을걸세!

난정 : ....

정윤겸 : 부인, 사랑채로 들어오시오. 장흥댁 자네도!

난정모 : ..예.

정윤겸 : 난정이 넌 부를때까지 방에 들어가 한발자국도 나오지 말거라!

난정 : ...예..(아래채 방쪽으로 울면서 뛰어 간다)

박씨 : 대감!


휙- 돌아서 사랑채쪽으로 가는 정윤겸.


박씨 : (난정모를 노려보며) 따라 오게! (사랑채쪽으로 간다)

난정모 : (조용히 일어나 사랑채쪽으로 간다)



s#2.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방안으로 후다닥 뛰어들어와 한구석에 무릎깍지를 낀채 얼굴을 파묻는다.

난정, 고개를 치켜 들며 터진 입술을 깨문다.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한 난정의 독기서린 눈빛.



s#3. 동 사랑채 방 안 (밤)


정윤겸 앞에 박씨와 난정모가 앉아있다.


박씨 : 대감께서 그토록 애지중지 하시던 난정이가 정렴이에게 손찌검을 하였사옵니다. 이제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정윤겸 : ...음!!

박씨 : 이 소문이 밖에라도 새어나간다면..

난정모 : (조아리며) 다 쇤네 잘못이옵니다. 쇤네가 두 분 마님께 씻어담지 못할 죄를 지었사옵니다. 쇤네를 죽여주시옵소서.

박씨 : (냉랭하게) 내 당장 자네 모녀를 멍석 말아도 시원치않은 심정일세!

정윤겸 : 부인은 어찌했으면 좋겠소?

박씨 : 당장 내쳐야지요! 놔뒀다간 더 큰 화근을 부를수도 있사옵니다.

정윤겸 : 허어, 아직 아이들 입으로 자초지종을 들은건 아니지 않소?

박씨 : (어이없어) 첩의 딸이 정씨 문중의 종손에게 손찌검을 했사옵니다! 헌데도 대감께선 어찌 그 아이 역성만 드시는겝니까?!

         대체 그 아이가 무엇이온데! 그 까짓게 무엇이온데!

정윤겸 : 부인!

박씨 : 모르겠사옵니다! 진정 대감의 뜻을 모르겠사옵니다!!


박씨, 벌떡 일어서서 휙-나가버린다.

정윤겸, 소리죽인채 흐느끼는 난정모를 보다가 허공을 향해 길게 한숨을 토해낸다.



s#4. 난정모 방 앞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보퉁이를 낀 난정이 나온다.

난정, 주변을 살펴보고 대문쪽으로 뛰어간다.



s#5. 정윤겸 집 대문 앞 (밤)


무겁게 닫힌 대문이 끼익-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열린다.

난정, 대문 밖으로 나와 몇걸음 옮기다가다 멈칫 서서 돌아본다..

난정, 대문쪽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다가 몸을 돌려 골목 밖으로 뛰어간다.



s#6. 정윤겸 사랑채 방 안 (밤)


정윤겸 앞에 난정모가 머리를 조아린채 눈물을 글썽이며 앉아있다.


정윤겸 : 자네, 혹시 난정이에게 자네 집안 내력을 말해줬는가?

난정모 : ...예...

정윤겸 : 허어, 어찌 자네 답지 않게 경솔한 짓을 하였는가?

난정모 : ....

정윤겸 : 날이 밝으면 난정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을테니, 물러가 근신하고 있게.

난정모 : ...예..(일어선다)



s#7. 난정모 방 앞 (밤)


난정모, 방문 앞으로 힘 없이 걸어온다. 한숨을 쉬고는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8.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방 안으로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 멈춰선다.

반닫이 문이 열린채 옷가지등이 헤쳐져 있다.

난정모, 반닫이 속을 보다가 방안을 둘러보면 횃대에 걸려있던 난정의 옷가지도 없어졌다.


난정모 : (방문쪽으로 다가와 밖을 내다보다가 털썩 주저 앉는다)..나,난정아!



s#9. 어느 골목길 (밤)


난정, 보퉁이를 가슴에 안고 걸어간다.

골목 안쪽으로 등불을 든 순라 포졸 두명이 들어선다.

난정, 포졸들을 보고 흠짓 놀라 멈춰선다.


포졸 : (난정 발견하고) 누구냐?


난정, 뒤돌아서서 후다닥 도망친다.

골목 밖을 빠져 나가는 난정의 모습 위로.


포졸(E) : 게 섯거라- (난정의 뒤를 쫓는 발소리)



s#10. 다른 골목 안 (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난정, 골목 안으로 숨가쁘게 뛰어와 담벼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숨는다.

골목 밖으로 달려가는 포졸들의 발소리.

발소리가 멀어지면 발에 힘이 빠지는지 스르르 주저 앉는 난정.

난정, 무릎에 고개를 파 묻고 흑 흐느낌을 터뜨린다.



s#11. 어느 길 (밤)


난정모, '난정아-난정아-' 부르며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난정모 : (안타까운)..난정아..난정아!



s#12. 갖바치 초가 밖 (밤)


갖바치, 쇠가죽 지게를 지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s#13. 동 갖바치 초가마당 (밤)


갖바치, 마당으로 들어와 지게를 내려 놓고 방쪽으로 가는데

누군가 평상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소리로 흐느끼고 있다.

갖바치, 의아한 눈길로 다가가서 보면 난정이다.


갖바치 : (놀라) 아, 아니 너 난정이 아니냐?

난정 : (고개 들고 보며)..아저씨..

갖바치 : 네가 어찌..?

난정 : (눈물 콧물 가득한 얼굴로)..집을 나왔세요..헌데 갈 데가 없세요.

갖바치 : ...!



s#14. 갖바치 방 안 (밤)


갖바치에겐 어울리지 않게 책들이 가득한 방 안.

난정, 오한이 든 듯 오들오들 떨며 뜨거운 차를 마신다.


갖바치 : (보며) 쭉 마셔라. 한기가 가실게다.

난정 : ..고마워요, 아저씨.

갖바치 : 그나저나 대갓댁 도령의 뺨을 쳤다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난정 : ...

갖바치 : 날이 밝는대로 집으로 돌아가거라.

난정 : (단호하게) 아니오, 집엔 두 번 다시 안 돌아가요.

갖바치 : 안돌아가?!

난정 : 걸핏하면 때리고 누명이나 씌우고..종년의 딸이라고 개,돼지 다루듯 멸시하는 그런 집엔 들어가지 않겠세요.

갖바치 : (안스럽게 보는)...어머니는 어쩌고?

난정 : (글썽하여) 모르겠세요..어머니껜 죄송해요..

         그치만 사람대접 못받고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요. (흐느낌이 터진다)

갖바치 : (안고 토닥여 준다)..그래..울어라..네 마음 속에 맺힌 한이 풀릴때까지 실컷 울어라..


난정, 갖바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어댄다.

갖바치, 동병상린의 심정으로 길게 한숨을 쉰다.



s#15. 중궁전 복도 (낮)


윤임처, 손에 약첩을 들고 복도를 걸어와 방문앞에 선다.


박상궁 : 마마, 판돈령부사 정부인 들었사옵니다.

중전(E) : 오, 어서 뫼시어라.

박상궁 : 예. (방문을 열어주며 윤임처에게) 드시지요.



s#16. 중궁전 방 안


윤임처, 방안으로 들어온다.


중전 : (반갑게) 어서 오세요.

윤임처 : (절하며) 중전마마, 오랜만에 문후드리옵니다.

중전 : (손을 맞잡으며) 그간 어찌 지내셨습니까? 나를 위해 불공드리러 다니신단 말씀은 들었습니다.

윤임처 : 송구스럽사옵니다..(중전 보며 놀라) 마마, 어찌 이리 수척해지셨사옵니까?

중전 : (어색한 미소) 별 일 아닙니다.

윤임처 : 근자에 중궁전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일 때문이옵니까?

중전 : 벌써 사가에까지 소문이 들어갔습니까?

윤임처 : 예. 후궁전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하옵니다. 마마께오서도 알고 계신지요?

중전 : (고개 저으며) 가당치 않은 말입니다, 분명 도깨비 장난입니다.

윤임처 : 예에?..하오나..

중전 : (단호하게) 도깨비 장난이어야 합니다. 사람의 짓이라면 당장 대궐이 발칵 뒤집어지고

         (배를 쓰다듬으며) 이 뱃속의 아기에게도 좋지 못한 일입니다.

윤임처 : 하오면 마마께오선..

중전 : (미소) 예, 나도 누가 도깨비 장난을 하는지 짐작을 합니다. 나 역시도 후궁의 처지라면 똑같은 짓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윤임처 : ('중전이 괜히 중전이 아니다'는 경외감의 느낌)..!

중전 : 회임을 했을때도 체증이니 뭐니 했지만 내가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 겝니다.

윤임처 : (충격)...회,회임까지도요?!

중전 : 예, 그런 곳이 궁궐입니다..궁궐에서는 알아도 모른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평안합니다.

윤임처 : (두렵기까지 하다)...?!

중전 : (미소) 오랜만에 오셨으니 우리 쌍륙이라도 놀까요?



s#17. 대궐 일각


희빈과 창빈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반대편에서 마주오던 무수리 두명이 머리를 조아리고 지나간다.

창빈, 힐끗 돌아보면 저만치서 자기들끼리 입을 가리고 낄낄대며 가는 무수리 둘의 뒷모습.


창빈 : (얼굴을 돌리며) 궐내에 벌써 어제밤 소문이 퍼졌답니다. 앞으로 어찌 낯을들고 다녀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희빈 : 의연 하세요, 창빈. 체통만 깍이시옵니다.

창빈 : 상감마마를 무슨 낯으로 뵌단 말입니까?...꼭 죽고만 싶사옵니다.

희빈 : (입술을 깨물며) 내 꼭 고 여우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주고 말겠소!



s#18. 경빈 처소 안


경빈, 연상 위에서 뭔가를 쓰고 있다. 종이위에 "癸酉 二月 五日 丑時"라고 쓴다.


경빈 : (문밖에다) 밖에 금이 있느냐?

금이 : (E) 예. 마마님.

금이 : (방문 열고 들어오며) 찾아계시옵니까? (무릎 꿇고 앉는다)

경빈 : 너 소격서에 좀 다녀오너라.

금이 : 소격서요?

경빈 : 그래.. (글씨를 쓴 종이를 봉투에 넣으며) 이 사주 임자의 운세를 알아가지고 오너라.

         될 수 있으면 많은 술사들에게 보여야 하느니라. (건네준다)

금이 : (받으며) 예..하온데 누구의 사주이옵니까?

경빈 : 너는 알고 싶은게 왜그리 많으냐, 어서 다녀 오너라!

금이 : 예. (일어나 나간다)



s#19. 빈청 안


홍경주와 남곤과 심정, 정광필, 그리고 윤임이 말석에 앉아있다.


윤임 : 대감들께오선 무슨 연유로 도총관을 파직하라고 하시는겝니까?

         지금 정도총관 만큼 전하께 충성스런 신하가 어디있단 말이오?

홍경주 : 가재는 게편이라고 같은 무반출신이라 편을 드시는게요?

윤임 : 전하 앞에 내편 네편이 어디 있사옵니까? 소실을 취한 사사로운 일로 정도총관 같은 충직한 인물을 파직하라하시니

         드리는 말씀이외다.

남곤 : 그 소실이 바로 역적의 딸이외다.

윤임 : 허나 전조의 일이옵니다!

심정 : 공평무사하신 좌의정께서도 도총관을 변방의 외직으로 좌천시키라고 간 하셨으니 좌상대감께 말씀해보시오.

윤임 : (정광필 보며) 좌상 대감, 정도총관의 죄가 그리도 큰 것이옵니까?

정광필 : 판부사.

윤임 : 예, 대감.

정광필 : 판부사는 조정의 인사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 좋겠소.

윤임 : 이 사람은 단지 충언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심정 : 좌의정의 말씀은 외척은 정사에 가까이 않는게 좋다는 뜻이오이다.

윤임 : 외,외척?!

남곤 : 놀라시긴요? 중전의 오라버니께오서 외척이 아니시면 누가 외척이란 말이오? 안그렇소이까, 허허허.

홍경주 : 암, 그렇구말구요! 허허허.

윤임 : (모멸감)...!



s#20. 대궐 중문 밖


윤임, 사인교쪽으로 걸어오면 윤임의 집사가 맞으며 조아린다.


윤임 : (사인교에 오르며) 도총관댁으로 가자.

윤임집사 : 예.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21. "昭格署" 현판 (INSERT)


해설(NA) : 소격서는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한 뒤 삼청성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하던 관청으로

                이 풍속은 신선의 도교사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격서에는 소격전과 삼청전, 태을전이란 전각이 있고

                성제의 우물이 있었는데 오늘날 서울의 삼청동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 된 것이다.



s#22. 소격서 일각


소요관을 쓴 도사들과 장옷과 쓰개치마등을 쓴 아낙들이 지나는 모습위로


해설(NA) : 소격서에는 관원이외에 선도를 공부하는 도사들이 있어서 사람들의 명과 복을 빌어주는 까닭에

                궁궐은 물론 여염집에서도 점을 치고 사주를 보러 몰려들었다.


금이, 걸어오는데 백발에 염소 수염을 기른 묘하게 생긴 홍안의 사내가 그 앞을 막아선다. 방백인이다.


방백인 : 대궐에서 나오신 마마님이십죠?

금이 : 경 칠 소리 마시오, 일개 나인보고 마마님이라니요?!

방백인 : 얼마 안 있어 승은을 입고 마마님 소릴 들으실 몸인데 조금 앞당겨 들으면 어떻소?

금이 : (솔깃하여) 정말이오? 내가 승은을 입는단 말이오?

방백인 :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소이다.

금이 : (싫지 않고) 관상을 볼 줄 아시오?

방백인 : 본업은 사주쟁이요, 관상은 덤으로 봐드립죠.

금이 : (방백인의 얼굴을 살펴보다가)..좋소, 어디 사주 한번 봅시다.



s#23. 소격서 객사방안


십이지신상 탱화가 걸려있는 도교적인 분위기의 방안.

방백인이 "癸酉 二月 五日 丑時" 글씨를 보고 있다.


방백인 : 계유년 이월 초닷새 축시라...(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이 사주의 임자가 누구라고요?

금이 : 우리 마마님의 조카뻘되시는 분의 사주라 하셨소.

방백인 : 그래요?...(갸웃하며) 거 참 괴이한 일일세...

금이 : 괴이하다니요?

방백인 : (보며) 분명 이 사주의 임자가 후궁전 마마님의 조카분 맞소?

금이 : 그렇다니까요?..헌데 왜요?

방백인 : 이 사주의 임자는 세 살 되는 해에 박살을 당하고 사지를 찢길 운세요.

            아마 사람의 사주가 아니라 개나 돼지같은 육축의 새끼일께요.

금이 : 뭐, 뭐요?

방백인 : 사주가 그런걸 낸 들 어쩌겠소?

금이 : 이리 내요! (사주가 적힌 종이를 뺏으며) 순 돌팔이 같으니라고!


금이, 사주종이를 챙겨서 밖으로 총총히 가버린다.


방백인 : (금이 뒷모습을 묘한 눈으로 보며)..허허.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s#24. 정윤겸 집 사랑채 외경


정윤겸(E) : 뭣이오? 난정이가 집을 나갔단 말이요?!



s#25.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놀란 표정으로 박씨의 얼굴을 본다.


박씨 : 예, 아주 보따리까지 챙겨 야반도주를 하였답니다.

정윤겸 : ...?!

박씨 : 못된 송아지 어디에서 뿔이 난다고, 어쩌시겠사옵니까, 대감?

정윤겸 : ..음!!

박씨 : 당장 하인들을 풀어 난정일 잡아 들이라 하세요. 그대로 놔뒀다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발칙한 계집이옵니다.

정윤겸 : ...?!

박씨 : 평소에 난정이가 자기는 역적의 자손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정렴이와 옥련이가 들었답니다.

         혹시 대감께 누라도 끼칠까 걱정이옵니다.

정윤겸 : 필시..제 발로 들어올게요 기다려봅시다, 부인.

박씨 : 대감!!

정윤겸 : (눈을 감는)....

배서방 : (E) 대감마님, 판부사께오서 오셨사옵니다.

정윤겸 : (눈을 뜨며) 판부사께서?



s#26. 동 사랑채 방 밖


방문이 열리고 박씨가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윤임이 배서방 옆에 서 있다.


박씨 : (다소곳하게 조아리며) 오셨사옵니까?

윤임 : (인사받으며) 예.


박씨, 얼굴의 피하며 안채쪽으로 간다.


정윤겸 : (나오면서)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임, 헛기침을 하며 마루로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



s#27. 동 안채 마당


박씨, 안채쪽으로 오는데 아래채쪽에서 난정모가 외출복차림으로 나온다.


난정모 : (박씨에게 다가와 조아리며) 마님..

박씨 : (못마땅하게 눈길을 준다)

난정모 : 쇤네..다녀올데가 있어서..

박씨 : (안채보며) 양평댁-

양평댁 : (나오며) 예, 마님.

박씨 : 사랑채에 차를 들이게.

양평댁 : 예. (부엌으로 가는)


박씨, 난정모를 무시하듯 고개를 꼬며 냉랭하게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난정모 : ...



s#28. 동 사랑채 방 안


윤임과 정윤겸이 찻잔을 놓고 대좌하고 있다.


윤임 : 대감, 어쩌자고 이 사람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버리십니까. 작은댁 일로 구설에 오를것이라 하지 않았소이까?

정윤겸 : 내 불충에 대해선 이 사람이 지겠습니다.

윤임 : 어찌 책임을 지신단 말이옵니까?

정윤겸 : 파직을 당하던 외직으로 나가던 전하의 뜻에 따르겠소이다.

윤임 : 대감께오선 전하를 위하는 일보다 한 낱 소실일이 더 중하시단 말씀이옵니까?

정윤겸 : (보며) 판부사, 말씀이 지나치시오.

윤임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이다. 소실을 내보내세요! 허면 이 사람이 대감을 구제할 방도를 마련해보리다.

정윤겸 : ...

윤임 : 괜한 고집 피우지 마세요, 전하께 더 큰 불충을 저지르게 될 뿐이외다!

정윤겸 : (눈을 감는다)...음!!



s#29. 정윤겸 집 대문 앞


윤임, 대문을 나와 사인교쪽으로 간다.


윤임 : (집사에게) 자네 이길로 교동 이학봉 나으리댁에 가서 파릉군 대감을 뫼셔오게.

         내 장통교 자운아 기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윤임집사 : 예. (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윤임 : (사인교에 오르며) 가자.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30. 갖바치 초가 마당


옥매향, 마당으로 쏙 들어온다.


옥매향 : (둘러보며) 아자씨! 갖바티 아자씨!..어딜가셨디?

난정 : (부엌에서 나오며)..쇠가죽 고르러 가셨어.

옥매향 : (신기하다는 듯 난정을 보며) 이 에미나이래 말은 할 줄 아는구먼?

난정 : ...응?

옥매향 : 내래 널 텀 봤을땐 벙어린줄 알았어, 야!.

난정 : (픽 웃는)...

옥매향 : 너 갖바티 아자씨 딸이네?

난정 : 아니.

옥매향 : 긴데 와 여기서 사네?

난정 : ..갈 데가 없어서..

옥매향 : (보다가)..너 몇 살이네?

난정 : 열 살...왜?

옥매향 : 기럼 나랑 동갑이네? (빤히 보다가) 우리 동무할까?

난정 : 동무?

옥매향 : 기래, 내레 피양에서 외할머니랑 살다가 한양에 온디 얼마 안됐어, 기래가디구 한양에 동무가 없어.

            (보며) 기러니끼니 우리 동무하자우. 어떠네?

난정 : (생각하다가)..그래, 좋아.

옥매향 : (활짝 웃으며) 내레 매향이야, 옥매향! 피양 옥진사께서 울 아버지야. 기리니끼니 이래뵈두 내레 반뼉따귀 양반이야.

난정 : ..내 이름은 난정이야..정난정..

옥매향 : 난덩?..난덩아. 우리 동무됐는데 맹탕처럼 이러구 있지말고 나가자우. 내레 맛있는 것 사줄테니끼니.

난정 : ...?!


옥매향, 난정의 손을 막무가내로 끌고 문 밖으로 나간다.



s#31. 경빈 처소 안


경빈, 연상위에 쌓인 사주풀이 종이들을 들춰보고 있다.


금이 : 술객들마다 고귀하게 될 분의 사주라고 하셨사옵니다.

경빈 : (야릇한 미소) 고귀하다?

금이 : 예..사내라면 천군만마를 호령할 장수의 운세이옵고,

         여자분이오면 침선 방적에 막힐 것 없는 현모양처가 되실 분이라 하옵니다.

경빈 : 그래?

금이 : 예, 하오니 조카분 걱정은 안하셔도 좋으실 듯 하옵니다.

경빈 : 도사들 중 이상한 점괘를 말한자는 없었느냐?

금이 : (생각하다가 문득) 아 참, 돌팔이 점바치가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말을 한 것을 빼고는..

경빈 : (솔깃하여) 그래? 그 자가 누구더냐?!

금이 : (의아하여)..예?



s#32. 자운아 기방 외경


대문 앞에 세워둔 윤임의 사인교 근처에서 윤임의 집사와 천서방이 장기판을 벌이고 있다.

골목 한편에서 지켜보고 선 중치막이 긴장하고 대문쪽을 본다.



s#33.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윤임이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임 : 정도총관을 구하실 분은 대감밖에 없사옵니다. 허니 대감께오서 전하께 한 말씀 도와 주시옵소서.

파릉군 : 허허, 내게 무슨 힘이 있다고..

윤임 : 전하께오서 대감에 대한 총애가 깊지 않사옵니까?

파릉군 : 글쎄요..내 어쩌면 한양을 떠날지도 모르겠소.

윤임 : (놀라) 예에? 떠나시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파릉군 : 내겐 찾아야 될 사람과 혈육이 있소이다. 그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채 도성안에 머물고 있다는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요.

윤임 : 대감께오선 사사로운 정 때문에 전하곁을 떠나시겠단 말씀이옵니까?

파릉군 : 내가 전하곁에 있으면 조정이 혼란스러워질 것이오.

윤임 : 예?

파릉군 : 벌써부터 조정에서 정치세력들이 이합집산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이대로 가다간 조정에 큰 회오리가 일 것이외다.

            전하께오서 감당하실 수가 없을 만큼 거센 회오리가..

윤임 : 그러니 더욱 더 대감께오서 전하 곁에 계셔야지요.

파릉군 : (저으며) 난 일개 종친에 불과하오. 전하를 지켜드릴 만한 힘이 없소이다.

윤임 : (침울한)...!

파릉군 : (보며) 허나 곧 조정에 새로운 기운이 나타날테니 너무 염려마시오, 판부사.

윤임 : (솔깃하여) 새로운 기운이라 하오시면?

파릉군 : (한잔 마신다)...



s#34. 자운아 기방 마당


조광조,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조광조 :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자운아 : (조광조 앞으로 나오며) 어이구, 옥골선풍 선비님께오서 대낮부터 기방출입 이시라니요?

조광조 : 허허, 파릉군 대감을 뵈러왔네. 유하시는 곳에 여쭤보니 이곳에 계실거라 해서.

자운아 : 선비님 성함은 어찌되시는디요?

조광조 : 조광조라고 하네.

자운아 : (보며) 따라오시디요.


자운아가 앞장서면 그 뒤를 따르는 조광조.

자운아, 안채 방 문 앞 마루에 선다.


자운아 : 대감- 조광조란 선비님께서 뵙자고 하십네다.

파릉군(E) : (반갑게) 오, 어서 뫼시게.



s#35. 동 안채 방안


자운아, 방문을 열어주면 조광조가 들어온다.


조광조 : (허리 숙이며 농조) 대감, 낮부터 풍류에 젖어 계시옵니까?

파릉군 : 허허, 이 사람 자네야 말로 날 만날 핑계로 기방출입을 하려던거 아닌가?

조광조 : 대감께오서 제 의중을 꼭 집어 내셨사옵니다. 하하.

윤임 : 허어, 대감 이사람도 인사를 나누게 해주셔야지요.

파릉군 : 두분께선 초면이신가? (조광조에게) 이 분은 판돈령부사 대감이시네.

조광조 : (얼굴 굳어지며) 아옵니다.

윤임 : ...?!

조광조 : (파릉군에게) 소생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선다)

파릉군 : 허어, 이 사람, 왜 그러시는가?

윤임 : (당황하여) 내 그대에게 무슨 결례라도 범하였소?

조광조 : 소생은 파릉군대감과 이 나라의 도학정치의 장래를 논하고 싶어 찾아왔사옵니다.

윤임 : (미소) 그런 자리에 이 사람도 끼워주시면 안되겠소?

조광조 : 자고로 외척과는 정사를 논하지 않는다 하였사옵니다. 그럼.


조광조, 고개를 숙이고는 휙- 몸을 돌려 나가버린다.


윤임 : (무안하여) 아니, 저, 저 사람..

파릉군 : (껄껄 웃으며) 과연 정암 답구만. 하하하.

윤임 : 나무가 너무 곧으면 부러지기 쉽고 모난 돌이 정을 맞는 법인데.. 저 젊은 선비가 딱 그 격이옵니다.

파릉군 : 예, 그러니 요즘 같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아니겠소이까?!

윤임 : ...예에?...

파릉군 : 큰 그릇입니다. 능히 상감의 사표가 될 인재로 이 나라 조정을 이끌어 나갈만한 큰 재목감이오!

            판부사께서 저런 젊은이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시오, 허면 전하께오서도 바른 정치를 펼쳐나가시는 명군이 되실거외다.

윤임 : (조광조가 나간 방문쪽을 돌아보며)...조광조라..?!



s#36. 당추 암자 마당


난정모, 계단을 올라오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당추를 본다.


난정모 : 스님!

당추 : (돌아보며 합장인사를 올린다) 안그래도 소승이 보살님을 찾아뵈려던 참이었사옵니다.

난정모 : 스님께오서요?

당추 : 예..당골네가 찾아왔었사옵니다.

난정모 : (놀라) 예에?...기어코..그 사람이..

당추 : 소승이 호통을 쳐서 쫓아냈사오니 걱정마시오소서..

난정모 : ....

당추 : 자 안으로 드시지요.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s#37. 당추의 암자 방 안


난정모와 당추, 찻잔을 두고 마주 앉아있다.


당추 : (한숨) 허어, 난정이가 집을 나가다니...

난정모 : 스님, 어쩌면 좋사옵니까?

당추 : (생각하다가)..보살님께서 댁을 나오시는게 좋겠사옵니다.

난정모 : (놀라) 예? 집을 나오라니요?

당추 : 난정이가 친부를 만난 일이나..당골네가 찾아온 것도 그렇고 조짐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허니 더 큰 급류에 휩쓸리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서시란게지요.

난정모 : 급류라 하오시면?

당추 : 자칫 난정이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지도 모르옵니다!

난정모 : (깜짝 놀라) 예에?!

당추 : ...

난정모 : ..집을 나왔다가 영영 난정이를 찾을수 없게되면 어쩝니까?

당추 : 새들도 날이 저물면 둥지를 찾는 법이지요. 난정이도 제 발로 보살님을 찾아올테니 소승의 말대로 하시지요.

난정모 : ...



s#38. 어느 강변 정자위


옥매향이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난정, 옥매향의 춤에 취한듯 넋을 놓고 보고 있다.

옥매향, 큰 절을 하는 것으로 춤을 마친다.


옥매향 : (숨을 고르며 난정쪽으로 온다)..난덩아, 어떠네?

난정 : (감탄한 듯)..너 참 대단하구나?

옥매향 : (웃으며) 내레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될기야. 남정네들을 내 발밑으로 보면서

            내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는 그런 명기가 되갔어!

난정 : ...넌 좋겠다..되고 싶은게 있으니..

옥매향 : (보며) 난덩아, 넌 뭐가 되고 싶네?

난정 : 나?..(생각하다가)..난 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옥매향 : 기럼 너도 기생이나 되려므나? 얼굴도 반반하겠다 못할 게 뭐있네?

난정 : (보며)..기생?

옥매향 : 기래, 조선 천지에 우리 같은 첩실 소생이 움치고 뛸 데가 어디있갔어?

            어차피 관비로 박히거나 남의 첩노릇아니면 기생노릇이디.

난정 : (한번도 기생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옥매향 : 기생이 되면 재물, 권세 다 모을수 있잖네? 혹시 아네? 나중에 금관자 붙인 대감마님 작은댁이라도 될지?

난정 : (단호하게) 난 첩노릇은 싫어!

옥매향 : 맘 바뀌어서 기생이 되고 싶음 우리 오마닐 찾아오라우.

난정 : 네 어머니?

옥매향 : 응. 울 오마니 피양에서 유명짜한 기생이었어. 연산주때 흥청으로 뽑혀 올라와 궁궐에서도 지냈드랬대.

            언제든 찾아오라우. 장통교에 와서 자운아를 찾으면 다 알테니끼니.

난정 : 너도 재물과 권세 때문에 기생이 되고 싶은거니?

옥매향 : 아니, 내레 재물도 천하권세도 다 싫어. 기냥 내 맘대로 춤추면서 한평생 살고 싶어서기래.

난정 : ...!



s#39. 소격서 어느 객사 앞


볕이 드는 툇마루에서 이를 잡고 있는 방백인.

금이가 쓰개치마를 쓴 경빈박씨를 인도하여 온다.


금이 : (방백인 가리키며) 저 자이옵니다.


경빈, 방백인의 묘하게 생긴 얼굴을 보는데

방백인, 시선을 느끼고 경빈을 돌아보다가 화들짝 일어나 바닥에 엎드린다.


방백인 : 마마!

경빈 : 자네가 나를 아는가?

방백인 : (씩 웃으며) 경빈마마 아니시옵니까? 오실 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경빈 : (심상치 않게 보는)...?!



s#40. 소격서 방 안


경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방백인.


경빈 : 자네 말이 맞았네. 자네가 본 사주는 내 조카의 것이 아니라 실은 내 사가에서 키우는 누렁개의 일시일세.

방백인 : 마마께오서 소격서 술사들의 재주를 시험하셨사옵니다?..하하.

경빈 : 한 이삭에도 알갱이와 쭉쟁이가 섞여있는 법 아닌가?

방백인 : 그렇습죠!

경빈 : 이번엔 진짜 사주를 보고 싶네.

방백인 : 일러 보시지요.

경빈 : (소매에서 사주가 적힌 봉투를 꺼낸다)... 이 사주 임자의 후사를 알고 싶네.


방백인, 소중하게 봉투를 받아 그 속에 든 종이를 꺼내면 "辛亥 八月 二日 卯時"라고 적혀있다.


방백인 : (보며) 신해년 팔월 초이틀 묘시라..


방백인, 눈을 감고 육갑을 짚다가 깜짝 놀라 경빈을 본다.


방백인 : 이,이 사주는?!

경빈 : 왜 그리 놀라는가?

방백인 : 덕배지존에 만성지모라..이 사주는 중전마마의 사주가 아니옵니까?

경빈 : (흠짓하다가 표정수습하며)..맞았네. 내 중전마마의 후사가 어떠하신지 알고 싶어 왔네.

방백인 : (중얼거리며 생각하다가 일필휘지로 一王一主라고 휘갈긴다) 종사지경은 일왕일주라..왕자 한분에 공주 한분이옵니다.

경빈 : (순간 실망하는 빛이 스치지만 내색않고)...허면 이번엔.. 아들이란 말인가?

방백인 : 예, 분명 원자아기씨이시옵니다.

경빈 : 음!!..(복잡한 심정인데) 원자라?!..

방백인 : (눈치 살피며) 마마! 소인에겐 달걀속의 수평아리를 암평아리로 바꾸는 비술이 있습지요.

경빈 : (움찔하여 보는)..!!

방백인 : 산모 복중의 사내아이를 계집애로 바꾸는 이치도 같사옵니다. 마마께오선 소인의 비술을 사주실 듯 싶은데

            의향이 어떠하오신지요?!

경빈 : (버럭) 이놈! 네가 죽고 싶어 그런 불경한 혓바닥을 놀리느냐?

방백인 : 소인의 목숨은 경빈마마께 맡겼사오니 뜻대로 하소서. (눈을 감는다)

경빈 : (방백인을 보다가)...정말 복중의 사내아이를 계집애로 바꾸는 비술이 있는가?

방백인 : 예, 마마님.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아뢰오리까?

경빈 : ...자네, 나와 한 말 관 속까지 가지고 갈 수 있겠는가?

방백인 : 소인, 칼산 지옥을 나뒹굴지언정 누설치 않겠사옵니다.

경빈 : ...음!!..(보고) 자네 이름이 뭔가?

방백인 : 방백인이라 하옵니다.

경빈 : 방..백..인...



s#41. 갖바치 초가 마당


난정모가 갖바치 앞에 서서 놀라고 있다.


난정모 : 예에? 난정이가 여기 있다고요?

갖바치 : 알려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사옵니다. 이사람 생각에 당분간 혼자 두는게 좋을 듯 싶어 그랬사옵니다.

난정모 : 그 애는 무사한가요? 어디 다친데는 없고요?

갖바치 : 예..

난정모 :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부처님...

갖바치 : 난정일 어쩌시립니까?

난정모 : 집으로 데려가 대감마님께 사죄를 드리게 해야지요.

갖바치 : ...

난정모 : 어떠한 벌이든 대감마님의 처분에 맡긴 연후에 저희모녀 집을 나올 생각이옵니다.

갖바치 : ...음!!


하는데 난정이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난정모를 보고 깜짝 놀라 멈춰선다.


난정 : 어,어머니!

난정모 : (휙 돌아 보고) 나,난정아!


난정, 머뭇대다가 몸을 돌려 잽싸게 문 밖으로 도망친다.


난정모 : (그 뒤를 쫓아 문밖으로 뛰어 나가며) 난정아-난정아-



s#42. 동 문 밖 골목길


난정모, 문 밖으로 뛰어나와 보지만 어느새 모습을 감춘 난정.


난정모 : (낭패한)...난정아..



s#43. 당추 암자 계단 아래


동자승, 계단에 비질을 하고 있는데 계단 뒤편에서 쏙 나타나는 당골네.


당골네 : (웃으며) 스님.

동자승 : (힐끔 돌아보고는 비질만 한다)..

당골네 : (동자승에게 다가오며) 어쩜 이리도 잘 생기셨을까?..스님만 아니라면 내가..(하다가) 아이구 요 주책!

            무슨 망측한 생각을 하는건지..호호.

동자승 : (진지하게) 소승께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당골네 : 스님, 이 암자엔 오래 계셨수?

동자승 : 여기서 걸음마를 배웠으니 근 이십년 넘었지요.

당골네 : 허면 십년전 일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구려?


동자승, 들고 있던 빗자루로 당골네의 엉덩이를 후려친다.


당골네 : (놀라) 에구머니!..왜, 왜 이러시오?!

동자승 : 큰 스님께오서 이르시길 보살님이 다시 와서 십년전 일을 묻거든 불문곡직하고 볼기짝을 때려 보내라 하셨사옵니다.

            소승 큰 스님 말씀에 따를밖에요!


동자승, 빗자루를 휘두르면 당골네 계단 아래로 쫓겨내려간다.



s#44. 암자 내려가는 산길


당골네, 갸웃거리며 온다.


당골네 : 분명 뭔가 있긴 있는데..?..가만있자..그댁 대감마님이 장흥댁모녀를 혜화문 갖바치집에서 데려왔다지?...혹시..?


당골네, 뭔가 생각하다가 급하게 산을 내려간다.



s#45. 정윤겸 대문 안 마당


난정모, 맥이 풀린 듯 축 쳐져서 대문안으로 들어오는데

옥련, 지나가다가 난정모를 보고 부른다.


옥련 : (쏘아보며) 장흥댁-

난정모 : (고개들고 보며) 예?..아씨..

옥련 : (앙칼지게) 자네 모녀 때문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 졌는데 근신은 않고, 어딜 이렇게 쏘다니는겐가?

난정모 : ...난정이를 찾아보려고요..

옥련 : 집 안이 풍비박산이 날 판인데 자넨 딸년만 중하단 말인가?

난정모 : ...

옥련 : 자네 때문에 어쩌면 아버님 벼슬이 떨어지게 생겼단 말일세!

난정모 : (보며) 예에..?

옥련 : 만일 아버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내 자넬 가만 놔두지 않을테니 그리 알게!!


옥련, 눈물까지 글썽하여 노려보다가 쌩- 돌아서서 가버린다.



s#46. 어느 강변 정자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난정의 얼굴 위로.


난정 : (E) 그래, 어차피 관비나 남의 첩살이 밖에 할 수 없는 팔자라면...재물이나 권세를 쥘 수 있는 기생이 되는거야..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되어서 이제껏 나를 깔보고 사람 대접 안해 준 자들에게 내 한을 푸는게야.!


난정,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간다.



s#47. 어느 객주 방 안


길상, 달래의 얼굴을 씻겨주고 있다.


달래 : 오라버니, 우리패가 내일 황해도로 떠난다면서?

길상 : 그래. 임진나루를 건너서 송도로 갈거야.

달래 : (뾰루퉁) 치, 도성구경 시켜준다고 해놓고...

길상 : (웃으며) 좋아, 달래야 지금부터 우리 도성구경가자.

달래 : (환히 펴지며) 정말?



s#48. 어느 대갓댁 앞


길상, 달래의 손을 잡고 가다가 멈춰서 솟을대문을 올려다 본다.


달래 : 야, 정말 대궐만큼 큰 집이네?

길상 : 이 담에 오라비가 돈 많이 벌면 우리도 이런 집에서 살자.

달래 : ..난 초가집도 좋으니 떠돌아다니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소.

길상 : 그래..꼭 그렇게 될거야..오래비가 약속할게. 자 업혀. (주저 앉는다)

달래 : (업히며) 오라버니, 나 배고파.

길상 : 알았어, 가자.


길상, 달래를 목무등을 태워서 간다.



s#49. 장터 일각


길상과 달래가 음식좌판이 펼쳐진 곳에서 빈대떡이라도 먹고 있다.



s#50. 장터 근처 어느 골목길


길상, 달래의 손을 잡고 오는데 골목 저편으로 난정이 걸어가고 있다.


달래 : (길상의 팔을 끌며) 오라버니.

길상 : 응?

달래 : (손가락질 하며) 저 언니! 울 엄마 닮은 언니 맞지?

길상 : (난정을 보고) 그래!

달래 : 얼른 따라가 봅시다.


길상과 달래, 난정의 뒤를 쫓으려는데.


중갓 : (E) 도둑이야- 도둑놈 잡아라!


길상, 돌아보면 능금이 중갓 쓴 사내에게 쫓기고 있다.

능금, 헉헉대며 길상 쪽으로 뛰어온다.

길상, 능금이 보내고 달려오는 중갓 쓴 사내의 발을 슬쩍 건다.

'어이쿠-' 자빠지는 사내.

길상, 달래의 손을 잡고 능금이 간 반대편 길로 잽싸게 도망친다.

도망치던 능금, 잠시 멈춰서서 길상의 뒷모습을 보며 쌩끗 웃고는 다시 도망친다.



s#51. 희빈 처소 방 안


희빈이 앞에 앉아있는 향이를 본다.


희빈 : 뭬야, 경빈이 소격서 출입을?

향이 : 예, 마마님. 경빈마마가 만났던 사주쟁이가 그 길로 짐을 챙겨 소격서를 떠났다고 하옵니다.

희빈 : (갸웃하며) 고 여우같은 경빈이 또 무슨 일을 꾸미는거지?..



s#52. 경빈 처소 앞 마루


생각에 잠겨 왔다가 갔다가 하다가 걸음을 멈추고 휙 얼굴을 돌리는 경빈의 얼굴위로


경빈(E) : 두고 보라지..천하가 내것이 될것이야. (묘한 웃음을 짓는다)



s#53. 갖바치 초가 마당


갖바치, 쇠가죽을 마름질 하는데 큰 등짐을 짊어진 방백인이 들어온다.


방백인 : (웃으며) 형님!

갖바치 : (돌아보며) 아, 아니! 이게 누군가? 아우님 아니신가?


갖바치와 방백인, 달려와 서로를 부둥켜 안는다.


갖바치 :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이사람아!

방백인 : 사부님께오서 돌아가실 때 뵈었으니 벌써 십년도 훨씬 넘었소.

갖바치 : 허허, 잘왔네, 자 앉게나. (평상쪽으로 간다)

방백인 : (둘러보며) 아니, 스승님께오서 당대 최고의 경륜이라 인정한 형님께서 고작 가죽마름질이나 하고 있단 말이오?

갖바치 : 무얼하면 어떤가? 입에 풀칠이나 하면 고마운게지. 자네는 어찌 지냈는가?

방백인 : 남의 사주, 관상이나 보면서 팔도를 떠돌아 다녔지요.

            떠돌기가 싫증나서 요즘은 소격서에서 식객 점바치 노릇을 하고 있었소.

갖바치 : 허허, 이럴게 아니라 우리 술청에가서 한잔 하세나.

방백인 : 아니오, 나중에 합시다. 내 오늘밤 자시에 긴히 할 일이 있소.

갖바치 : 긴한 일이라니?

방백인 : 평생 먹고 살 걱정없이 한몫 단단히 챙기는 일이오. 왜 형님도 끼어드릴까요?

갖바치 : 아닐세. 내 자네 밥그릇을 뺏고 싶지는 않네, 허허.

방백인 : 술은 내일 다시 와서 합시다.

갖바치 : (끄덕이며) 그러시게나.

방백인 : 짐을 좀 맡겨놓고 가도 되겠지요.

갖바치 : 아무렴, 자네 편한대로 하게나.

방백인 : (등짐을 푼다)



s#54. 갖바치 문 밖 길


방백인, 올때와는 달리 간편한 개나리 봇짐 차림으로 삽짝 밖을 나선다.

골목에서 고개를 쏙 빼고 보는 당골네.

당골네, 갸웃하다가 방백인의 뒤를 쫓는다.



s#55. 어느 주막 마당


방백인, 주막 안으로 들어온다.

그 뒤를 쫓던 당골네 한 옆으로 숨는다.


방백인 : (둘러보며) 주모-주모 있는가?

주모 : (부엌에서 나오며) 어서 오시우.

방백인 : 빈 방 있는가?

주모 : 아, 있구 말구요.

방백인 : 셈은 후하게 치룰테니 다른 이는 받지 말게. 자 선셈일세. (은닢 몇 개를 준다)

주모 : (받아들고 황공한 듯) 알아뫼시겠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방백인 : (방으로 들어가려다 돌아보며) 아 참, 수탉 한 마리 구해주게.

주모 : 백숙으로 할깝쇼, 탕으로 드실깝쇼?

방백인 : 살아있는 생닭으로 한마리 구해주게. 자 닭값일세. (다시 은전 한닢을 준다) 저녁때까지 한숨 잘테니 깨우지 말게나.

주모 : (입이 찢어진다) 예,예, 분부대로 합죠.


방백인이 방으로 들어가면 주모, 신이나서 부엌으로 들어간다.

주막 담장 너머로 얼굴을 내밀어 기웃거리던 당골네가 심상치 않은 눈초리가 된다.



s#56. 자운아 기방 앞 (밤)


홍등이 걸린 대문 앞.

자운아, 한량차림의 손님들을 배웅하고 있다.


자운아 : (뒷모습에다 조아리며) 살펴들 가시라요?


자운아, 돌아서서 대문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한귀퉁이에 서 있던 난정이 자운아 앞으로 다가온다.


난정 : 아주머니...

자운아 : (보며) 나한테 무슨 볼 일있네?

난정 : (망설이는)...저..

자운아 : 뜸들이디 말고 날래 말해보라우.

난정 : (용기를 내어) 저..기생이 되고 싶어요..

자운아 : 뭐어?



s#57. 자운아 기방 뒷 방 안 (밤)


자운아 앞에 앉아 있는 난정.


자운아 : 너 기생이 뭔지는 알고 온거네?

난정 : ..예.

자운아 : (빙긋 웃으며) 기래?..기생이 뭐하는건데?

난정 : (머뭇대며)..술손님과 벗하여..(점점 자신이 없다)..풍류를 즐기고...

자운아 : (피식 웃으며) 풍류? 풍류가 뭔지 알고나 하는 소리네?

난정 : 아니요, 몰라요. (결심한 듯) 실은 저 재물을 모으고 권세를 쥐고 싶어요.

         그래서 기생이 되고 싶어요. 조선 최고의 기생이요.

자운아 : (난정의 눈빛을 보다가 훗 웃는)..요 에미나이래 당돌하구만?!

난정 : ...기생이 되게 해주세요.

자운아 : 기생이 되고 안되고는 나중 일이고 부엌일부터 도우라우.

난정 : 그,그럼 받아주시는 거에요?

자운아 : 먹여두고 재워주기는 하갔어, 헌데 새경 같은건 없으니 그리 알라우.

난정 : (조아리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s#58. 자운아 기방 마당 (밤)


난정, 마당으로 나오는데 옥매향이 아랫방에서 나오다 난정을 보고.


옥매향 : 난정아-

난정 : (보고) 매향아..

옥매향 : (달려와 서며) 내레 니가 찾아올디 딱 알았어. 덩말 잘왔어. 잘된기야.

난정 : 매향아, 나 열심히 배워서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될거야.

옥매향 : 기럼 나하고 내기하자우! 누가 먼저 조선 최고의 명기가 되는디 말이야?

난정 : 좋아!


서로 보며 웃는 난정과 옥매향의 얼굴에서.



s#59.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등잔불 앞에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일어서서 나간다.



s#60. 정윤겸 사랑채 마당 (밤)


난정모, 불 켜진 사랑채 방쪽으로 다가와 선다.


난정모 : 대감마님.



s#61. 동 사랑채 방 안 (밤)


정윤겸, 생각에 잠겨있다가 흠짓 방밖을 본다.


정윤겸 : 들어오게나.


방문이 열리고 난정모가 들어와 선다.


난정모 : 쇤네 대감마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사옵니다.

정윤겸 : 앉게.

난정모 : (다소곳하게 고개 숙인채 앉는다)...

정윤겸 : (보며) 말해보게.

난정모 : (어렵게 입을 뗀다)..쇤네, 대감마님 곁을 떠날때가 된 듯 싶사옵니다.

정윤겸 : 떠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난정모 : (흐느낌을 참으며) 대감마님의 은혜를 저버리는 이년의 죄를 용서해주시옵소서..

정윤겸 : ..난정이 때문인가?

난정모 : (눈물 글썽하여)..쇤네 평생 대감마님을 곁에서 뫼시고 싶었사오나..

            대감마님과 댁에 더 누를 끼칠까봐 두렵사옵니다..

정윤겸 : 그 무슨 소리! 자넨 내게 조강지처나 마찬가질세. 내 어찌 조강지처를 버릴수 있겠는가?!

난정모 : (감격하여 눈물이 흐른다) 대감마님, 허락해 주시옵소서..쇤네 마음만 더 무거워질 뿐이옵니다...

정윤겸 : 아니되네, 그럴수는 없네.

난정모 : 하오면..쇤네 당분간 댁을 떠나 산사에서 지낼까 하옵니다. 부처님께 저희 모녀가 지은죄를 참회하겠사옵니다.

정윤겸 : (허공을 보며 한숨)..내 어찌 자네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자네에게 아무런 힘도 못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구만...

난정모 : (흐느낌 터지며)..대감마님..



s#62. 어느 객주 방 안 (밤)


능금(E) : 글쎄 들어와 보라니까?


능금, 길상이의 손을 잡아 끌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길상 : 이 손 좀 놔!

능금 : (손을 놓고 한손에 든 보자기를 편다) 이거 먹어. 쫄깃쫄깃한 인절미야.

길상 : (받으며)...?

능금 : 아깐 고마웠어. 아무도 주지 말고 혼자만 먹어.

길상 : (보다가) 앞으로 다시는 도둑질 같은거 하지마. (나가려는데)

능금 : (등뒤에서 길상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길상아.

길상 : (당황하여)..너,너 뭐하는 짓이야.

능금 : (길상의 등에 얼굴을 묻으며) 난 네가 좋아..너도 내가 싫지는 않지?

길상 : (어쩔줄 모르는데)..야, 너..

달래 : (방문을 확 열고 들여다 본다) 뭣들 하는 짓이오?


화들짝 놀라 떨어지는 길상과 능금.


길상 : 다,다,달래야..아,아무것도 아냐. 우리 떡 먹자..


길상, 수상쩍게 노려보는 달래를 데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 아이, 깜짝 놀랐네!


능금, 길상의 체온이 남아있는 듯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쌩끗웃는다.



s#63. 주막 마당 (밤)


고요한 정적속에 방백인의 방에서만 불빛이 새어나온다.

벽쪽에서 얼굴을 슬그머니 내 놓는 당골네.

당골네, 살금살금 방앞으로 다가와 손가락에 침을 발라 문풍지에 구멍을 낸다.

당골네, 구멍에 눈을 바짝대고 안을 들여다 본다.



s#64. 동 주막 방 안 (밤)


소반으로 꾸민 제단 위에 쌍촛불이 켜져있고 그 앞에 보자기에 묶인 수탉과 섬뜩한 식칼이 놓여있다.

방백인, 향을 피우고 난 후 식칼을 집어든다.

방백인, 한손으로 닭의 목을 잡고 식칼을 치켜든다. 식칼을 휙 내려치면



s#65. 동 주막 방 밖 (밤)


깜짝 놀라 방문 구멍에서 눈을 떼는 당골네.

당골네, 숨을 몇 번 몰아 쉰 후 다시 방문 구멍에 눈을 갖다 댄다.



s#66. 동 주막 방 안 (밤)


방백인, 닭피가 담긴 바가지를 바닥에 놓는다.

품 안에서 중전의 "辛亥 八月 二日 卯時" 사주가 적힌 종이를 꺼내 소반위에 놓는다.

방백인, 식칼에 닭피를 묻히며 주문외듯 중얼거린다.


방백인 :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신해년 팔월 초이틀 묘시이옵니다... 수평아리가 암평아리로 바뀌듯

            복중의 사내아이가 계집아이로 변하게 해주시옵소서..


방백인, '수리수리 마하수리'류의 알 수 없는 주문을 입속으로 중얼중얼 외우며 식칼에 묻힌 피를 사주종이위에다 뿌려댄다.

일순, 방백인이 주문을 뚝 그치고 섬뜩한 표정으로 사주 종이위에다 식칼을 꽂는다.



s#67. 중궁전 방 안 (밤)


금침이 펴진 앞에서 머리를 손질하던 중전이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신음소리를 낸다.


박상궁(E) : 마마! 무슨 일이시옵니까?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상궁.

박상궁,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는 중전을 부축한다.


박상궁 : 마마, 마마!



s#68. 주막 방 안 (밤)


방백인, 다시 사주종이위에 식칼을 퍽- 꽂는다.

사주종이에 섬뜩하게 꽃히는 식칼.



s#69. 중궁전 방 안 (밤)


박상궁과 나인들의 부축을 받던 중전이 다시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른다.


박상궁 : (나인에게) 어서 백비탕을 올리고 내의원에 기별해라.

나인 : 예. (급하게 나간다)

박상궁 : (중전을 부축하며) 마마, 정신 차리시옵소서..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중전의 금침요에 붉은 핏자국이 묻어있다.



s#70. 주막 방 안 (밤)


방백인, 이마에 땀까지 배인 섬뜩한 얼굴로 사주종이를 노려본다.


방백인 : 이번 한번이면...수평아리가 암평아리로 바뀌는게야.


방백인, 식칼을 치켜들고 내리꽂으려는데 흔들리는 촛불.

방백인, 인기척을 느끼고 방문 쪽을 휙 돌아본다.


방백인 : 누구냐?!


방백인, 식칼을 들고 방문쪽으로 다가가서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s#71. 동 방 밖 (밤)


방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는 방백인. 그러나 아무도 없다.

방백인, 갸웃하며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툇마루 밑에 숨어있던 당골네가 빠져 나와 겁에 질린 듯 '걸음아 나 살려라' 주막 밖으로 도망친다.



s#72. 동 주막 방 안 (밤)


방백인, 소반앞으로 다가서는데 방문 여닫는 틈에 촛불 하나가 꺼져있다.


방백인 : (낙심하여)..이럴수가? 촛불이 꺼지다니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 됐구먼..허어 이걸 어쩐다?



s#73. 중궁전 외경 (낮)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걱정스럽게 서있는 위로


중종(E) : 얼마나 놀라시었소, 중전?



s#74. 중궁전 방 안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자리에 누워있는 중전.

중종, 중전의 손을 쥐고 있다.


중전 : 전하께 심려를 끼쳐드려 망극하옵니다.

중종 : 심려라니요? 그런 소리 마시고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시구려.

박상궁 : (E) 마마, 어의 양수인 들었사옵니다.

중종 : (밖에다) 중전의 복중의 태아는 어떠한가?



s#75. 중궁전 방 밖 복도


박상궁과 상궁나인들이 도열해 있다.

방 밖에서 어의 양수인이 소반에 약사발을 받쳐들고 서있다.


양어의 : 아기씨는 무사하시옵니다.

중종 : (E) 오, 그래?..탕약은 지어왔느냐?

양어의 : 예, 중전마마의 기력이 쇠잔하신 듯 하여 혈을 보하는 탕약을 지었사옵니다.

중종 : (E) 어서 들이라.

양어의 : 예.


박상궁, 양어의가 받쳐든 소반을 건네 받아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76. 동 중궁전 방 안


박상궁, 약사발이 놓인 소반을 들고 들어와 중전 앞에 놓는다.

박상궁, 중전을 부축하여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다.

중전, 힘겹게 일어나 앉으면 박상궁이 약사발을 받쳐드는데.


중종 : 이리주게.

박상궁 : 예. (약사발을 중종에게 건네준다)

중전 : (황감하여) 전하..

중종 : (약사발을 중전의 입에 대어준다) 자...

중전 : (감격한 표정으로 약을 마신다)..

중종 : (비단수건으로 중전의 입가를 닦아주며) 원자가 무사하다니 이런 다행이 어디있소?

중전 : 항공하옵니다 마마.



s#7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희빈과 창빈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참으로 망유기극한 일이오, 중궁전에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소.

희빈 : 대비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누군가 중전마마의 원자아기씨를 생산을 해하려는 소행일지도 모르옵니다.

자순대비 : 해하다니?! 감히 누가 그따위 짓을 한단 말이오?

희빈 : 근자에 경빈이 소격서에 자주 드나들며 점을 친다고 하옵니다.

자순대비 : (흠짓하여) 경빈이 점을?..창빈도 그런 말을 들었소?

창빈 : (희빈을 슬쩍보며)..예, 경빈께서 큰 굿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심각한)...음!!

희빈 :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s#78. 경빈 처소 방안


경빈, 호호호 웃는다.


금이 : (보며) 마마님께오서 뭐가 그리 좋으시옵니까?

경빈 : 호호호, 넌 중전께오서 붉은 빛을 비쳤다는 말을 못들었느냐?

금이 : 하오나 양어의는 아기씨가 무사하다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경빈 : 네가 모르는 소리다, 그게 다 수평아리가 암평아리로 바뀐 징조니라. 호호.

금이 : 예에?

조상궁 : (E) 경빈마마, 조상궁이옵니다.

경빈 : (방문쪽을 돌아본다)



s#79. 경빈 처소 마당


경빈, 금이를 거느리고 방에서 나와 대청 위에 선다.

조상궁이 나인을 거느리고 서 있다.


경빈 : 조상궁께서 어인 일이시오?

조상궁 : (공손히 조아리며) 대비마마께오서 찾아계시옵니다.

경빈 : (불안해지는)...대비마마께오서요?



s#80. 대비전 방 안


경빈, 자순대비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경빈 : 신첩이 중전마마를 방자하다니요, 억울하옵니다, 신첩 억울하옵니다.

자순대비 : (경빈의 얼굴을 빤히 보는)....

경빈 : 대비마마 누가 신첩을 모함하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소격서엔 무슨 일로 출입을 하였소?

경빈 : 중전마마의 원자아기씨 생산을 축수발원 드리러 갔사옵니다.

         정히 못믿으시겠사오면 소격서 술사들을 불러 알아보시옵소서.. 만약 신첩이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천벌을 받을것이옵니다. (흑흑 가련하게 운다)..

자순대비 : (보다가 마음이 찡하여) 그만하시오, 경빈, 내 경솔하였던 것 같구려.


경빈, 더욱 가련하게 눈물을 쏟아낸다.



s#81. 대비전 복도


희빈과 창빈이 대비방에서 들려오는 경빈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자순대비(E) : 그만 그치시라니까요? 내 잘 알았다지 않소?

경빈(E) : 대비마마...

희빈 : (방쪽을 흘겨보며 속삭이는) 저,저런 여우같으니라고!

창빈 : (속삭이는)...아무래도 혹 떼려다 혹 붙인 것 같사옵니다.

희빈 : ....!



s#82. 편전 안


중종과 파릉군이 면대(사관이 참석한)하고 있다.


중종 : 숙부, 정녕 과인곁을 떠나시겠다는겁니까?

파릉군 : 신도 전하의 곁에 오래토록 머물고 싶사옵니다. 하오나 신은 찾아야 할 사람이 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리라 믿사옵니다.

중종 : 압니다, 하지만 숙부께서 떠나시면 누가 과인을 지켜주겠소?

파릉군 : 전하께오선 지존이시옵니다. 덕을 쌓아 경륜을 이루시면 만백성이 전하를 우러러보며 의지할 것이옵니다.

            그들이 전하를 지켜줄 것이옵니다.

중종 : ...음!!..

파릉군 : 신, 떠나기전에 전하께 충심으로 간할 말씀이 있사옵니다.

중종 : 말해보오.

파릉군 : 신진사류를 등용해 그들을 곁에 두시옵소서. 그들은 전하의 덕을 밝혀줄 새로운 정치세력이옵니다.

            그 들 중 조광조라는 인물을 조정의 선봉으로 삼으신다면 전하의 업적은 후세에 길이 빛날 것으로 사려되옵니다.

중종 : 조광조...조광조라..?

파릉군 : 정윤겸 또한 충직한 인물이옵니다. 그를 항시 곁에 두시옵소서.

            정치를 모르는 충직한 무관은 전하의 버팀목이 될것이옵니다.

중종 : ...판부사 윤임은 어떻소? 과인의 처남이 돼서가 아니라 사람이 총명하고 신실하지 않소.

파릉군 : 윤임은 불가근불가원 하셔야 하옵니다.

중종 :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말라?

파릉군 : 예, 전하. 외척을 곁에 두고 쓰신다면 반드시 구설에 올라, 정쟁의 씨앗이 되는 법이옵니다.

중종 : 그래요..고맙소, 숙부. 내 숙부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두리다.

파릉군 : (뭉클하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s#83.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정윤겸과 윤임의 사인교가 근처 골목에 멈춰져 있다.

조촐한 술상을 놓고 천서방과 윤임의 집사가 술잔을 나누고 있다.

반대편 골목에서 난정과 옥매향이 댕기와 노리개를 들고 쫑알거리며 걸어 와 그들 앞을 지나쳐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84.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파릉군과 윤임, 정윤겸이 자리에 앉아 있다.

자운아가 그 옆에 앉아있다.


파릉군 : 오늘밤은 내가 도성에 머무는 마지막 밤이오. 그동안 인연이었던 두분과 이별주라도 나누고 싶어 불렀소이다.

윤임 : 정녕 떠나시렵니까?

파릉군 : 떠나야지요..앞으로 이 사람은 구름을 벗삼아 팔도를 주유하며 풍류객으로 살아 갈 것이오.

정윤겸 : 언제 다시 돌아오시렵니까?

파릉군 : 찾아야 할 사람을 찾으면 돌아올 것이요, 허나 그들을 찾지 못하면 어찌 될지 나도 모르겠소.

자운아 : 이거 섭섭하옵네다. 만나자 마자 이별이라닙쇼?

파릉군 : 너무 섭섭해 말게. 내 꿈속에서라도 자넬 만나러 올테니.

자운아 : 애들을 부를깝쇼?

파릉군 : 아니네, 오늘은 두분 벗과 정담을 나누는 자리니 자네가 곁에서 수발을 들어주었으면 좋겠구만.

자운아 :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옵네다. 그럼 쇤네가 술상을 준비하갔습네다.


자운아,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간다.



s#85. 자운아 기방 마당 (밤)


자운아, 방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난정과 옥매향, 아랫방 마루에 걸터 앉아

손에 든 댕기며 노리개등을 서로의 머리에 대보거나 치마에 달아보며 히히덕거리고 있다.


자운아 : (보고) 저,저 애미나이들! 하루동일 어딜 그케 싸돌아다니다 오는기야?

옥매향 : (보며) 난덩이 댕기 골라주러 방물뎐에 갔다왔시오.

자운아 : 쯧쯧, 날래 손닦고 술상 차리는 것 좀 거들라우!

옥매향 : 알갔시오...

자운아 : 뭐 하네, 날래 가보지 않고!

난정 : 예..


난정과 옥매향, 부엌으로 들어간다.

자운아, 난정과 옥매향을 흘겨보다가 하늘을 쳐다본다.


자운아 : (섭섭하다) 오늘따라 잔별도 오라지게 많구만. (한숨 내 쉰다)



s#86.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INSERT)



s#87. 자운아 기방 방 안 (밤)


파릉군, 애절한 거문고가락을 연주하고 있다.

정윤겸과 윤임, 곡조에 취해 있고 자운아는 눈물을 찍어낸다.

파릉군, 연주를 그치고 눈을 뜬다.


파릉군 : (둘러보며) 허어, 이 사람이 괜히 흥겨운 술자리를 망쳐놓은 듯 싶소이다.

정윤겸 : 아 아니옵니다 파릉군대감의 거문고를 직접 들으니 천하 풍류객이란 말이 과연 명불허전 이옵니다.

윤임 : 대장부 가슴이 이렇게 뭉클할 정도니 팔도의 기생들이 오금을 저릴만 하옵니다.

파릉군 : 허어, 과찬의 말씀이외다.

자운아 : 덩말 거문고 소리가 애를 끓게 만드누만요. (파릉군에게 한잔 따르며) 한잔 드시라요.

파릉군 : (받으며) 고맙네. 자 듭시다. (정윤겸, 윤임과 함께 한잔 마신다)

자운아 : 대감의 신묘한 솜씨를 뵈었으니, 쇤네도 가야금으로 화답할까 하옵네다.

윤임 : 자네 가야금 솜씨는 벌써 녹슬지 않았는가?

자운아 : 무슨 소리야요? 내레 퇴기로 물러앉았디만 조선천지에 아직은 내 가야금을 따라올 기생은 없시요.

파릉군 : 암, 내 조선팔도를 다녀봤어도 자네 가야금 만한 소린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네.

자운아 : 과분한 말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갔시요.


자운아, 가야금을 꺼내 자세를 잡고 줄을 고른다.

자운아, 가야금을 튕긴다.



s#88. 자운아 기방 마당 (밤)


방안에서 자운아의 창과 흥겨운 가야금 소리가 들려나온다.

난정, 술병 몇 개가 놓인 소반들고 부엌에서 나오다 보면 방 쪽을 보며 서있는 옥매향.


난정 : (다가오며) 뭐하니?

옥매향 : 우리 오마니가 타시는기야. 사내들 애간장을 녹이는 솜씨디..

            잘 들어보라우, 절로 흥이 나디 않네? (까딱까딱 어깨춤을 춘다)

난정 : (듣다가) 매향아. 술 들여가야지.

옥매향 : (보며) 난덩아. 이번엔 네가 가디고 들어갈 차례야!.

난정 : (놀라) 뭐어?..싫어, 난 못해.

옥매향 : (미소) 기생이 되갔단 에미나이래 글케 부끄럼이 많아서 어칼려고 기래?

난정 : ...그치만..

옥매향 :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되갔단 에미나이래 결심이 고것 밖에 안되간?

난정 : (망설이다 결심한듯)....알았어, 할게! 하면 되잖아.

옥매향 : 날래 들어가 보라우.


난정, 술병 몇 개가 놓인 소반을 받쳐들고 방문앞에 선다.

난정, 잠시 머뭇대며 마당에 서 있는 옥매향을 돌아본다.


옥매향 : 터음 딱 한번이 중요한기야. 한번만 넘기면 나머진 기냥 술술 풀리는기야!


난정, 입술을 깨물다가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89. 동 기방 안 (밤)


난정, 고개를 푹 숙인 채 술 소반을 들고 들어온다.

파릉군과 정윤겸, 윤임은 자운아의 창과 가야금 가락에 취해 난정을 신경쓰지 않는다.

난정, 술상 뒤로 앉아 새 술병을 놓고 바닥의 빈 술병들을 챙긴다.

난정, 빈 술병들을 소반위에 올려 놓고 일어서는데.


파릉군 : (무심코 난정을 보다)..너, 너는..?!

난정 : (그제서야 파릉군을 보고 놀라는)...에그머니!..나으리..?!


정윤겸, 파릉군의 소리에 난정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난정도 정윤겸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시선이 마주친다.


정윤겸 : (놀라) 나, 난정아!


난정, 소스라치게 놀라 소반을 떨어뜨린다.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술병들.

일순 자운아의 가야금 연주가 뚝 그치고 방안의 시선이 난정에게 집중된다.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난정의 당혹스런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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