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여인천하] 00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4.19|조회수580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09











s#1. 윤원형 집 근처 어느 길


방백인, 윤씨의 발 아래 털썩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린다.


방백인 : 중전마마, 절 받으시옵소서!! 중전마마께 문후 드리옵니다!

윤씨 : (당혹스럽다)...!!!


난정과 당추, 어리둥절하여 윤씨와 방백인을 번갈아 보는데.


윤씨 : (추상같은 호통) 중전마마라니?! 금부에 끌려가 참수형을 당하고 싶소?!

방백인 : (움찔하여 머리를 치켜들고 보는)..예에?!

윤씨 : (쏘아보며) 백성 된 자가 어찌 감히 그런 불경한 소릴 입에 담는단 말이오?!

방백인 : (그 기세에 당황하여)..이,이놈은...

당추 : 이 미친놈!


당추, 죽장으로 방백인의 뒷통수를 퍽-내려친다.


방백인 : (비명지르며 뒷통수를 움켜쥐는) 아이쿠!

당추 : (윤씨에게) 미친놈이 지껄인 헛소리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윤씨 : (의아하여)..미친..?

당추 : 예, 이 자가 지난번 성벽 쌓는 일에 불려나갔다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정신이 오락가락 하옵지요.

윤씨 : ...?!

당추 : (합장하며 깊숙하게 허리 숙인다) 빈도가 대신 사죄드리오니 노여움을 거두시지요.


윤씨, 방백인을 힐끗 노려보고는 총총히 가버린다.

방백인, 뒷통수를 움켜쥔 채 '어이구..' 일어선다.


당추 : (방백인을 보고) 자네 벌써 망령이 난겐가? 여염집 처자에게 그 무슨 망발인가?

방백인 : ..거,참..글쎄..(윤씨의 뒷모습을 보며) 저 처자를 보는 순간 왕후의 기상에 압도되어...나도 모르게 그만...

당추 : (윤씨의 뒷모습을 보며)..음!..(휙 돌아서서 간다)

방백인 : (당추의 뒤를 쫓으며)..혀,형님, 같이 갑시다.

난정 : (윤씨의 뒷모습을 인상 깊게 본다)...?!



s#2. 대궐 중궁전 외경


기와지붕 귀마루 흉상들 모습위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s#3. 동 중궁전 방 안


자순대비, 혼절한 채 누워있는 중전을 안타깝게 내려다 보고 있다.

약방 나인들이 이불 속으로 중전의 하혈을 분주하게 닦아내고 있다.

대야에 가득한 피묻은 무명천이 심상치 않다.


박상궁 : (뒷편에서 불안하게 보다가)..대비마마, 대전에 고할까요?

자순대비 : 산후발한은 이러다가도 금새 회복되는 수가 있으니, 내의가 지어온 탕약을 올린 후에 차도를 보세나.

박상궁 : ..예, 마마.


자순대비, 뭔가 불길한 표정으로 중전의 창백한 얼굴을 본다.



s#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이 앞에 앉아있는 금이를 휙 돌아본다.


경빈 : 뭬야, 중전의 병세가 위급하다고?

금이 : 예, 중궁전 무수리가 귀뜸해 준 바로는 중전마마의 하혈이 그치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경빈 : 음!..(뭔가 생각하다가 노리개 하나를 꺼내주며) 너 이걸 그 무수리에게 주고, 중전의 병세가 어떠한지

         시시각각으로 알아내서 고하거라.

금이 : (조아리며) 예, 마마님. (노리개를 들고 일어서서 나간다)

경빈 :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다)..!



s#5. 희빈 처소 방 안


창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희빈 앞에 앉아있다.


창빈 : 해산후 더침에는 백약이 별무소용이라던데...참으로 걱정이옵니다.

희빈 : (짐짓 걱정스러운 한숨)..그러게 말이오. 어서 쾌차하셔야될텐데..

희빈(E) : (고개돌리며 쌩끗 미소짓는 얼굴위로) 호호,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내 치성이 헛되지 않은게야.



s#6. 난정모 집 마당 방 앞


댓돌위에 당추와 난정모의 미투리가 놓여있다.


난정모(E) : (놀란) 예에? 하오면 난정이를 출가시키란 말씀이옵니까?!



s#7. 동 난정모 방


당추와 난정모가 앉아있다.


당추 : 비구니를 만들자는게 아니라 난정이가 열여섯이 될 때까지만 소승이 데리고 있었으면 하는겝니다.

난정모 : ..스님..전 이제 난정이와 떨어져선 한시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사옵니다..

당추 : 소승이 보살님 마음을 왜 모르겠사옵니까? 허나 난정이 장래를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난정모 : (눈물 글썽) 정녕 그 방법 뿐이옵니까?

당추 : ..소승이 돌아올 때까지 결심을 하시지요.

난정모 : ...!



s#8. 동 난정모 마당


방백인, 뒷간에라도 다녀오는 듯 고의춤을 여매며 나온다.


방백인 : (뒷통수를 어루만지며) 제길, 땡초형님 땜에 뒷통수가 남아나질 않겠네.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난정.


방백인 : (난정을 보고) 오, 네가 도총관대감의 서출이지?

난정 : (경계하듯 보는)...?

방백인 : (다가서며) 어디 네 상 한 번 보자. (난정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움찔하는)..아,아니?!..이럴수가..

난정 : (의아하여)..왜 그러세요?


방문을 열고 나오는 당추와 난정모.


당추 : (보고 버럭) 이 사람! 지금 뭐하는겐가?!

방백인 : (화들짝 떨어지며) 아,아니오..말씀 다 끝나셨으면 얼른 가십시다.

당추 : (미씸쩍게 방백인을 보는)...음!

난정 : ...?



s#9. 어느 골목길


걸어오는 당추와 그 뒤를 쫓는 방백인.


방백인 :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허어, 거,참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씸이야...?

당추 : (휙 돌아보며) 비 맞은 땡중마냥 뭘 그리 중얼대?

방백인 : 형님, 내 관상 보는 재주도 한물 갔나보오.

당추 : 건 왜?

방백인 : 아까 난정이란 아이의 상을 봤더니 말이오..

당추 : (놀라) 자,자네가 난정이의 관상을 봤단 말인가?

방백인 : 예..헌데 그게 참 묘하더란 말씀이요. 그 아이 얼굴엔 세상에 고귀함과 천한 것이 뒤엉켜 있어요..

            더욱 알 수 없는건 그 애가 왕족의 골상을 타고 난 거였소.

당추 : (얼버무리며) 자네가 한양에 오래 머물더니 눈에 백태가 낀게지.. 아깐 여염집 처녀에게 중전마마라고 하지 않았나?

방백인 : 아니오, 그 규수는 분명 천하를 도리질 칠 제왕의 기상이었소.

당추 : 제왕의 기상?!

방백인 : 예, 분명..(하다가 앞에 뭔가를 보고 움찔 놀란다)..!!


저 앞편에서 중치막이 방백인을 노려보고 서있다.


방백인 : (주춤 뒷걸음질치며) 혀,형님..나,나중에 봅시다. (돌아서서 후다닥 도망친다)

중치막 : (방백인을 뒤쫓아 달려간다)

당추 : (의아하게 보며)...?!



s#10. 다른 길


방백인, 허겁지겁 도망쳐 오다가 어느 나무 앞에 멈춰서서 가쁜 숨을 고르는데

얼굴 옆으로 쉭- 날아와 나무에 퍽- 꽂히는 단검.

방백인,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어느새 뒷편에 서있는 중치막.


중치막 : (방백인의 멱살을 틀어 쥐며) 네 놈은 우리 대감마님 허락없인 도성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알겠느냐?

방백인 : (겁에 질려)..예,예, 명심합죠.



s#11. 윤원형 집 마당


윤씨, 빨래함지를 들고 들어온다.

윤씨, 빨래 함지를 내려놓는데 윗 방쪽에서 들리는 가래끓는 기침소리.


윤씨 : (방 앞으로 다가서며) 아버님, 소녀이옵니다.

윤지임(E) : (방안에서) 오냐, 들어오너라.


윤씨,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12. 동 윤원형 집 윗 방


윤씨, 궁색한 세간이 놓인 방안으로 들어온다.

꾀죄죄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병색의 윤지임이 기침을 해댄다.


윤씨 : (윤지임의 옆에 앉으며) 아버님, 좀 어떠하신지요?

윤지임 : (해소기침을 하고)..고만 고만 버틸만하다.

윤씨 : (윤지임의 이마를 짚어보며)..조금만 참으셔요..오라버니가 곧 약재를 지어 올 것이옵니다.

윤지임 : 흥, 그 놈을 믿느니 차라리 괭이한테 생선을 맡기지. (한숨) 에휴, 아들놈들이라고 하나도 쓸만한 것이 없으니..

            얘야, 배가 고프구나.

윤씨 : ..예, 곧 저녁 지어올리겠습니다.


윤씨, 윤지임의 이불을 잘 덮어주고 방 밖으로 나간다.



s#13. 동 마당


윤씨, 방에서 나와 한숨을 폭 내쉬는데 대문안으로 들어오는 윤원형.


윤원형 : (윤씨보고 어색하게 웃으며)..어, 너 집에 있었느냐?

윤씨 : (윤원형의 빈손을 보고) 오라버니, 아버님 약재는요?

윤원형 : 으응..그,그게 말이다..내 약방에 들르려고 했는데...

윤씨 : (엄한 표정) 오라버니, 소녀 좀 보셔요. (휙 돌아서 아랫방 쪽으로 간다)

윤원형 : ('어휴 죽었구나' 낭패한 표정으로 쭈삣쭈삣 윤씨의 뒤를 따라간다)



s#14. 윤원형 집 아랫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면, 먼저 들어와 서있던 윤씨가 따라 앉는다.


윤씨 : 오라버니, 제가 어제 분명 아버님 약재 값으로 상목 두필을 내 드렸지요?

윤원형 : (시선피하며)..그랬지..

윤씨 : 헌데 하루밤 새 상목 두필을 기방에서 탕진하셨사옵니까?

윤원형 : 기,기방이라니? 당치도 않다.

윤씨 : 오라버니 몸에서 분냄새가 진동하는데도 시치미를 떼실겝니까?

윤원형 : (자기 몸냄새를 킁킁 맡아보고는)..기방에 가긴 갔었지..헌데 그게 술먹으러 간게 아니라...

윤씨 : (추궁하듯) 아니면요?!

윤원형 : ..사내 대장부가 큰 일을 하려면 관직에 계신 분들과 교유도 하고... 조정 돌아가는 상황도 들어야지.

            참, 너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생산하셨다는 소식 들었느냐? 참으로 경하드릴 일이 아니고 뭐냐?

윤씨 : 오라버니, 정신 좀 차리세요!

윤원형 : (움찔하여)..?!

윤씨 : 아버님께오서 병중이신데 기방출입이라니요? 그것도 아버님 약재를 지을 상목으로 술을 마셔요?!

윤원형 : (할 말이 없다)..

윤씨 : 오라버니 보고 효자문을 받으라는게 아닙니다. 허나 홀아비로 저희 형제들을 키워 주신 아버님

         조석끼니는 거르지 않게 하셔야지요.

윤원형 : ...내 너 볼 낯이 없구나.

윤씨 : 날품을 파는 한이 있어도 오늘중으로 아버님 약재를 지어오도록 하세요, (오금 박듯)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 (풀이 죽어)..알았다, 내 그리하마..

윤임집사(E) : 계십니까?



s#15. 동 마당


윤임집사가 쌀가마와 장작바리를 짊어진 하인 두 명을 거느리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윤씨 : (방에서 나오며)..뉘신지요?

윤원형 : (뒤이어 나오다 보고 반갑게) 아니, 자네 판부사대감댁 박서방아닌가?

윤임집사 : 예, 대감마님께서 이것들을 보내드리라 하셨습니다. 엇다 부릴깝쇼?

윤원형 : 허허, 그으래? (윤씨 돌아보며 으쓱하여) 봐라, 이게 다 내가 기방에 드나들며

            윗분들과 교유를 쌓은 덕분 아니겠느냐? 허허허.

윤씨 : (뭔가 생각하는)..



s#16. 정윤겸 집 안채 마당


옥련, 안방쪽으로 가다가 댓돌위에 놓인 미투리를 본다.


박씨(E) : (안방에서 노기띈) 뭬야, 논마지기를 내어달라?!


옥련, 흠짓 놀라 안방문쪽에다 귀를 가까이 댄다.



s#17. 동 안채 방 안


박씨, 노기띈 얼굴로 당골네를 쏘아본다.


박씨 : 아니, 이런?!

당골네 : 마님, 지난번 약조를 잊으셨사옵니까? 장흥댁 모녀를 쫓아내시면 쇤네에게..

박씨 : 허튼 소리 말게! 밭 한뙈기라도 받고 싶으면 난정이가 대감의 씨앗이 아니라는 확증을 가져 오게.

당골네 : (난감한)..하오나 그게 십년이나 지난 일이어서..

박씨 : (보며) 확증을 잡을수 없다면 만들어 내면 될게 아닌가?!

당골네 : (놀라) 예에? 만들라닙쇼..하오면?

박씨 : 대감께서 외직에 나가 계신 동안 일을 마무리 하게! (쏘아보며) 설혹 난정이가 대감의 씨앗이라 할 지라도 말일세.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는가?!

당골네 : (조아리며)..예, 알아듣고 말굽쇼.



s#18. 동 안채 방밖 마당


듣고 있던 옥련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진다.


당골네(E) : 쇤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요.


옥련, 재빨리 몸을 피하면 방문을 열고 나오는 당골네.

옥련, 숨어서 대문쪽으로 가는 당골네의 뒷모습을 본다.



s#19. 정윤겸 집 대문 밖 길


당골네, 대문밖으로 나오다가 대문쪽을 휙 돌아본다.


당골네 : 그냥, 콱 의금부에 찔러버려?!..(고개 저으며).. 아니지..그랬다간 나까지 치도 곤을 맞을지도 몰라..

            (갸웃하며)..어쩐다?..역시 그 사주쟁이 한테 매달려 보는 수밖에..


하는데 갑자기 헛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오는 당골네.

당골네, 허리를 꺽고 몇 번 헛구역질을 하다가 움찔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당골네 : ('혹시 태기?')...아,아니?!



s#20.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수달피를 감탄하여 보고 있는데 윤임처가 들어와 그 앞에 앉는다.


윤임 : 부인, 이걸 좀 보시오. 강계부사가 보내온 최상품 수달피요.

윤임처 : (감탄스럽게 만져보며) 솜씨 좋은 침모를 불러 이 수달피로 등걸을 짓도록하겠사옵니다.

윤임 : 허허. 원자께오서 탄생되시니 팔도각지의 수령들이 귀한 물건을 많이 보내오는구려. 허허허.

윤임집사(E) : (밖에서) 대감마님.

윤임 :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s#21. 동 사랑채 마당


윤임집사가 서있고 그 뒤에 장옷을 입은 윤씨가 서 있다.


윤임집사 : 윤별좌댁 아씨께서 대감마님을 뵙자고 하십니다요.

윤임(E) : ..들라해라.

윤임집사 : 예. (윤씨 보며) 드시지요.


윤씨, 방문 앞에서 장옷을 벗어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22. 동 방 안


윤씨, 방안으로 들어와 윤임과 윤임처에게 다소곳하게 큰 절을 올린다.


윤씨 :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윤임 : 오, 네가 벌써 이리 컸더란 말이냐? 아장아장 걸음마할 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윤임처 : (미소) 그러게 말이옵니다. (윤씨의 자태를 살피며) 참으로 곱게 자랐구먼.

윤씨 : (조아리며) 과찬이시옵니다.

윤임 : 그래 보내준 쌀섬과 장작은 잘 받았느냐?

윤씨 : 예..항상 보살펴주시는 대감마님의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하오나 소녀 그 물건들을 돌려드리러 왔사옵니다.

윤임 : 돌려주다니 왜?

윤씨 : 소녀의 집안, 비록 가세 빈한하나 아직 끼니를 거를 형편은 아니옵니다.

윤임 : 괜찮다. 내 중전마마의 원자아기씨 생산을 감축하여 베푼 것이야. 우린 윤씨 일문이 아니더냐?

윤씨 : 부디 소녀의 뜻을 꺽지 말아주시옵소서.

윤임 : 허어, 정녕 네 뜻을 모르겠구나?

윤씨 : 소녀, 외람되오나 대감마님께 청이 있사옵니다.

윤임 : 청이라?..말해봐라.

윤씨 : 소녀의 오라비가 이 댁에 자주 출입한다고 들었사옵니다. 다음번에 오라비가 들르거든 꾸짖어 내쫓아주시옵소서.

윤임 : 허어, 그건 또 왜?

윤씨 : 오라비가 평생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버릇이 생길까 걱정이 되어 그렇사옵니다.

윤임 : 음!...오냐, 내 네 뜻을 알았으니 그리 하도록 하마.

윤씨 : 고맙사옵니다. 소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윤씨, 윤임과 윤임처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윤임처 : 참으로 심지가 곧은 아이옵니다. 제 오라비들하고는 천양지차이옵니다.

윤임 : (끄덕이며) 쯧쯧..사내로 태어나지 못한게 아쉽구먼.



s#23. 대궐 중궁전 가는 길


중종을 태운 옥교가 급하게 중궁전쪽으로 가는 모습 위로.


대전내관(E) : 상감마마, 납시오.



s#24. 동 중궁전 방 안


중종, 방안으로 들어서면 중전을 간병하던 약방나인들이 일어나 조아린다.

중종, 중전의 머리맡에 앉으면 뒷걸음질로 나가는 나인들.


중종 : (중전의 핏기없는 얼굴을 안쓰럽게 보며)..중전, 눈을 좀 떠 보시오.

중전 : (힘겹게 눈을 뜨며)..전하..?

중종 : (반가운)..오, 정신이 좀 드시오, 중전?

중전 : (입술을 달싹거리며 가늘게)....신첩은...이제...그만인가 보옵니다...

중종 : ..중전이 원자를 생산하느라 몸이 지쳐서 마음이 허해진 모양이오.. 내 어의에게 보약을 지으라 일렀으니

         드시고 얼른 쾌차하시오.

중전 : ...신첩...전하께..청이 있사옵니다...

중종 : 말해보오, 내 무슨 청이든 다 들어주리다.

중전 : ...신첩이 죽고 나면...우리 원자...강보에 쌓인.. 우리 원자가 어찌될지...걱정이 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목이 메이는)..원하옵건데..우리 원자를 풍상한설에서 잘 보호해 주옵소서...

중종 : ..허어,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은 말씀이요..원자를 위해서라도 중전이 오래 오래 살아야 할 터 인즉..

중전 : (간절하게 보며)..약조해..주시옵소서..

중종 : (손을 잡아주며)..알았소, 내 약조하리다..아비가 자식을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겠소..

중전 : (눈물이 주르륵)..망극하옵니다..신첩 이제야 편히 눈을 감을수 있을 듯..하옵니다..(눈을 스르르 감고 잠에 빠진다)..

중종 : (비단 수건으로 눈물 닦아주며 한숨을 내쉰다)...



s#25. 갖바치 마당


갖바치, 방에서 나오는데 축 쳐져서 마당으로 들어오는 방백인.


갖바치 : (의외라는 듯) 허어, 자네 당추형님을 따라나서더니 어인 일인가?

방백인 : (한숨 푹 쉬며)..그렇게 됐소..형님, 내 좀 쉬어야겠소.


방백인,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당골네가 보퉁이를 감싸안고 들어온다.


당골네 : 임자, 나 좀 보시우.

방백인 : (돌아보며 화들짝 놀라) 저, 저 찰거머리 여편네?! 여긴 왜 또 왔어?!

당골네 : 나도 나 싫다고 구박하고 욕지거리나 해대는 댁한테 만정이 다 떨어졌수.

            헌데 (배를 보듬으며) 이 뱃속의 아이때문에 어쩔수 없이 온거요.

방백인 : (눈이 휘둥그레지며) 뭬,뭬야..허면..애,애를 뱄어?!

당골네 : 그렇소..임자의 씨요.

방백인 : (충격)..내 씨..?

갖바치 : (방백인 보고 농조) 허허, 자네도 후사를 보게 됐으니 술 한잔 사게.

방백인 : (버럭) 형님까지 남의 염장을 지를거요?! (당골네 노려보며) 애를 배다니?! 흥, 누굴 옭아매려구?!

            헛수작 부리지 말고 썩 꺼져!

당골네 : (헛구역질을 한다)...욱! 욱!..

갖바치 : 허허, 틀림없구만..

방백인 : (털썩 주저 앉으며) 어이구, 내 팔자야..으이구, 이게 웬 혹이냐?!



s#26. 난정모 집 방 안


화로옆에서 난정모가 저고리 동정에 인두질을 하고 있다.

난정, 한편에서 빨래를 얌전하게 개켜 놓고 있는데.


난정모 : (멈추고 문득 난정을 보며)..난정아..

난정 : (보며) 예?

난정모 : ..만약에..만약에 말이다, 어미가 당분간 헤어져서 살자고 하면 그리 할 수 있겠니?

난정 : (놀라)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셔요? (글썽하여).. 전, 두 번 다시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세요.

         허니 제발 그런 말씀 마셔요..

난정모 : ..오냐, 그래..어미가 말을 잘못했구나..

난정 : (울음 터지며) 어머니! 흑흑..


난정모, 난정을 안고 토닥여준다.



s#27. 중궁전 외경 (밤)



s#28. 중궁전 방 안 (밤)


황촛불 앞에 중전이 단아하게 앉아있다. 소복차림에 창백한 얼굴이 처염미를 풍긴다.

중전,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던 중종의 비단수건을 내려다보고 있다.


중전 : (비단수건 보듬으며 글썽하던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전하...



s#29. 동 방 밖 복도


박상궁, 소반에 탕약을 받쳐들고 방 앞에 서서 고한다.


박상궁 : 마마, 내의원에서 올린 탕약이옵니다.

중전(E) : ...


박상궁이 눈짓하면 나인들이 방문을 열어준다.

박상궁, 방 안으로 들어선다.



s#30. 동 중궁전 방 안


박상궁, 소반에 탕약을 받쳐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중전, 황촛불 앞에 단아하게 앉아 있다.


박상궁 : (중전 앞에 다가가 서며) 마마, 탕약이옵니다.

중전 : (잠든 듯 미동도 없는)...

박상궁 : (소반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보며)..마마..?

중전 : (슬그머니 쓰러진다)...

박상궁 : (흠짓 놀라 혹시하여 보다가)...마마!!!



s#31. 중궁전 복도 (밤)


박상궁(E) : (방안에서 곡성 섞인) 중전마마!


상궁나인들,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중전마마! 중전마마!' 곡성을 울린다.



s#32. 밤하늘 위로 마른 벼락이 친다(INSERT)



s#33. 동 중궁전 방 안 (밤)


박상궁을 비롯한 상궁나인들이 중전의 시신 앞에 조아리고 곡을 한다.

마치 평온하게 잠든 듯, 중전의 고운 얼굴위로


해설(NA) : 중종 10년, 을해년 삼월 초이틀날 삼경 오점에 중종의 계비였던 윤씨가

                원자를 낳은지 이레만에 산후 발한으로 승하하시니 이때 중전의 나이 스물 다섯이었다.



s#34. 대궐 전각들 위로 해가 떠오른다(INSERT)


해설(NA) : 중전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궁궐 안은 비통에 잠겼지만



s#35. 중종 침전 마당


상복을 입은 희빈,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편전 계단을 오른다.


해설(NA) : 중전의 승하 소식을 전해 들은 후궁들은 졸지에 홀아비가 된 중종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s#36. 중종 침전 복도


희빈이 김상궁과 대전내관이 서있는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김상궁 : (보고) 전하, 희빈 들었사옵니다.

중종(E) : (침통한)..들라해라.


희빈, 방문을 열어주면 방안으로 들어간다.



s#37. 동 침전 방 안


희빈, 들어서다가 중종 옆에 앉아있는 창빈을 보고 잠시 흠짓 놀란다.


희빈(E) : (창빈을 쏘아보며) 흥!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 앉는다더니?!

창빈 : (희빈의 찌릿한 눈길을 슬쩍 피한다)...

희빈 :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고 중종의 옆에 무너지듯 앉으며).. 망극한 일도 분수가 있지,

         천만 꿈밖에 이게 어인 변고이오니까?!..

중종 : (허탈한)...과인에게 덕이 없음이로다.

창빈 : (눈물 글썽)..참으로 천도도 무심하시옵니다..(중종의 두손을 꼬옥 쥔다)

희빈(E) : 저,저?! 감히 전하의 옥수를 잡다니..이제보니 창빈도 여우였구만!

중종 :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쉰다)...

희빈 : (중종의 이마를 짚으며) 밤잠을 못 이루시어 신기가 어지러우시옵니까?

중종 : ...오냐, 내 잠시 눕고 싶구나.


희빈과 창빈, 경쟁하듯 중종을 부액하여 자리에 눕히려는데.


김상궁(E) : 전하, 경빈 들었사옵니다.

중종 : (눈을 뜨며)..들라해라.


방문이 열리고 은다반(銀茶盤)에 미음그릇을 받쳐든 경빈이 들어온다.

희빈과 창빈, 각각 경빈을 힐끗 돌아 본다.


경빈 : (슬픔 가득한) 전하, 중전마마께오서는 하는 수 없이 세상을 떠나셨사오나, 전하께오선 옥체를 보중하시어야 하옵니다.

         듣자오니 저녁 수라도 그냥 물리셨다 하온데 속이 비셨을테니 미음을 젓수시옵소서.

중종 : ..미음?..그래 볼까?..


경빈, 재빨리 옆에 앉아 중종의 입에 미음을 떠넣어 준다.


중종 : (몇 술 먹고)...떨리는 속이 풀리는 듯 하구나.

경빈 : 더 젓수시옵소서.


경빈이 미음을 떠주는 대로 받아먹는 중종.

경빈, 희빈과 창빈을 힐끗보며 '내가 한수 위지?' 하는 미소가 스쳐간다.

희빈과 창빈, 한방 먹은 듯 경빈을 흘겨 본다.



s#38. 윤임 사랑채 방 안


상복을 입은 윤임이 허탈하게 앉아있고 그 옆에서 윤임처가 눈물을 찍어내고 있다.


윤임처 : 억울하고도, 억울하옵니다. 이제야 원자아기씨를 생산하시었는데.. 이렇듯 허망하게 돌아가시다니요, 흑흑...

윤임 : ..인명은 재천인 것을 어쩌겠소...그나저나 원자아기씨의 앞날이 걱정이구려.

         요망한 후궁들이 중궁의 자리를 노리고 각따귀떼처럼 달려들텐데..허어! (한숨을 푹 내쉰다)



s#39. 장경왕후의 능(희릉)


장경왕후의 능의 전경이 보여진다. (해설이 끝난 후에 F.O)


해설(NA) : 중종은 중전 윤씨의 시호를 장경왕후로 봉하고 경기도 광주에 있는 헌릉 바른편 언덕에 장사를 지냈다.

                장경왕후의 죽음은 비어있는 중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조정의 모든 정치세력들의

                피할 수 없는 정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s#40. 함경도 절제사 관아 외경(F.I)


군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다.

한편에 변방의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서있는 천서방.


정윤겸(E) : 대감, 이 변방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s#41. 동 관아 절제사 숙사 방 안


정윤겸과 파릉군이 술상을 두고 마주 앉아있다.


파릉군 : 십 년전 왜구에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여인의 소문을 듣고 함흥까지 왔다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들렀소이다.

정윤겸 : (기대감에) 허면, 찾으시는 분을 만나셨사옵니까?

파릉군 : (저으며 한숨 섞인)..다른 사람이었소.

정윤겸 : 너무 상심마시옵소서, 언젠간 꼭 찾으실 것이옵니다.

파릉군 : 고맙소..이 사람도 내 핏줄이 어딘가에 꼭 살아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윤겸 : (술 한잔 따라주며) 암요, 그래야지요. 자 드시지요.

파릉군 : (분위기 바꾸며) 대감께선 변방의 홀아비로 지낼만 하시오?

정윤겸 : 이 사람은 반평생을 말 위에서 지냈으니 불편한 것이 없사옵니다. 헌데 전하께오서 어찌 지내시는지 걱정이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승하 하신지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나지 않았사옵니까?

파릉군 : (탄식) 음!..앞으로 조정에 큰 회오리가 몰아칠텐데 참으로 걱정이오.



s#42. 대비전 외경


중종(E) : 예에? 새 중전을 맞아들이라니요?



s#43. 대비전 방 안


원자(3개월)를 안아 든 대비 앞에 중종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가례는 탈상 후에 올린다 하여도 중궁의 자리는 미리 정해두자는겝니다.

중종 : ..하오나 소자는 아직..

자순대비 : 압니다, 이 어미가 어찌 주상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허나 무엇보다 원자를 위한 일입니다.

               원자를 언제까지 보모상궁 손에 맡겨 두실겝니까?

중종 : ...

자순대비 : 장차 대위에 오르실 원자가 아니십니까?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해서도

               원자는 새 중전의 손에서 양육되는게 좋습니다.

중종 : (생각하다가)..마마께오선 누구를 마음에 두고 계시옵니까?

자순대비 : (원자를 보며)..원자만 잘 키워줄 수 있다면 후궁전에서 승차를 하여도 괘념치 않을테니

               주상께서 조정의 공론을 모아보세요.



s#4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남곤과 심정이 밝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남곤 : 대비마마께오서 후궁전 승차를 언급하셨다면 경빈마마께오서 중전의 자리에 오르신거나 진배없사옵니다.

경빈 : (여유있는 미소) 하긴 따지고 보면 대비마마께오서도 성종대왕의 후궁으로 들어오셔서 중전의 자리에 오르신 분이지요.

심정 : 신은 희빈이 마음에 걸리옵니다. 남양군대감이 희빈을 중궁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조정의 원로들과 회합이 잦다고 하옵니다.

경빈 : (찌푸리며)..음..희빈..희빈이라...

남곤 : 너무 심려마시오소서..삼사에 우리쪽 사람들을 심어놨으니 조정의 공론을 장악할 수 있사옵니다.

경빈 : 두분 대감만 믿겠습니다. 이 사람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면 두분 대감의 앞날에도 광영이 비칠 것입니다.

남곤, 심정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경빈 : (미소)...



s#45.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와 희빈이 앉아있다.


희빈 : (결연하게) 내 혀를 깨물고 죽는 한이 있어도 경빈이 중전의 자리에 앉는 꼴은 못 봅니다.

홍경주 : 허어, 체통을 좀 지키시게나..

희빈 : 아버님, 이번엔 분명 제가 중궁전을 차지할 수 있겠지요?

홍경주 : 음, 만만치가 않아..조정의 언로를 맡은 삼사를 남곤이가 틀어쥐고 있으니..

희빈 : (간절하게 보는) 아버님!!

홍경주 : 오냐, 손자가 보위에 오르는 일인데, 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

            희빈은 대비전에 힘을 쓰게, 중전간택이야 대비마마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닌가?

희빈 : (쌩끗 웃는) 예.



s#46. 대궐 중문 안


조광조(종6품 관복),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홍경주.

조광조, 뻣뻣하게 선 채로 홍경주를 지나쳐 간다.


홍경주 : (불쾌한 듯 조광조를 돌아다 보며) 이보게, 자네!

조광조 : (돌아보며)..이 사람, 말씀이옵니까?

홍경주 : 자넨 내가 누군지 모르는가?

조광조 : 정국 일등공신 남양군 대감 이신줄로 알고 있사옵니다만...

홍경주 : (인상쓰며) 허어, 그걸 알면서 어찌 인사도 않고 그냥 지나친단 말인가?

조광조 : (뼈있는) 옛 성현 말씀에 군자는 소인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법이라 하였사옵니다.

홍경주 : 뭬,뭬야?! 허면 내가 소인배란 말인가?

조광조 : 대감께오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돌아서 가버린다)

홍경주 : (울그락붉그락하여) 저,저런 발칙한 놈?!


홍문관 직제학 관복을 입은 사내가 홍경주 앞으로 걸어온다.

새빨간 입술에 눈가에 창기의 요태가 흐르는 김안로(35세)다.


김안로 : 남양군 대감, 왜 그러시옵니까?

홍경주 : (조광조의 뒷모습을 보며) 저 자가 나를 소인배로 취급 하고 있지 않는가?!

김안로 : (조광조 뒷모습을 보며) 참으십시오, 대감.

홍경주 : 참으라니?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나보고 참으란 말인가?

김안로 : 저 자가 조광조올시다.

홍경주 : (되뇌이며)..조광조?..허면 지난번 이조판서의 천거로 조지서사지로 등용됐다던 그 자란 말인가?

김안로 : 예. 저 혼자만 독야청청한 위인이니 상대 해봤자 좋을게 없사옵니다.

홍경주 : (못 마땅한)...음!!..(불쾌한 듯 쿵쿵거리며 어디론가 간다)


홍경주와 조광조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김안로의 얼굴에서.



s#47. 난정모 집 마당


난정, 부엌에서 나와 방 쪽으로 들어가려는데.


옥매향 : (삽짝 안으로 들어오며) 난뎡아!

난정 : (돌아보며 반갑게) 어? 매향아?

옥매향 : 난뎡아, 기동안 왜 기별 한번 없었네?

난정 : (방쪽의 눈치를 보며)..응...그동안 짬이 안나서..

옥매향 : 기랬구나? 언데 한번 기방에 놀러오라우. 국상중이라 술손님도 끊기고 내레 아주 심심해 둑갔어.

난정모 : (방문 열고 내다 보며) 누가 왔니?

난정 : (난처한데)..어,어머니..

옥매향 : (환한 웃음) 아주마니 오랜만에 뵙겠시요? 내레 매향이야요.

난정모 : (마땅치 않은)..여긴 어쩐 일이냐?

옥매향 : 난뎡이두 보고, 아주마니한테 드릴 말도 있고 겸사겸사 왔시오.

난정모 : ..내게..?

옥매향 : (생글거리며) 예.



s#48.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앞에 옥매향은 밝게, 난정은 풀이 죽은채 앉아있다.


옥매향 : 울 오마니하고 기방온니들 입을 맞춤 옷을 아주마니께 부탁을 드리러 왔시오.

            아주마니 솜씨면 삯은 후히 쳐 드릴거야요.

난정모 : ..난 기생옷은 짓지 않는단다. 다른 데를 알아보렴.

옥매향 : (의외라는 듯)..기래요? 기럼 어떨수 없디요. (난정 보며) 난뎡아, 우리 육의전 구경가자우.

난정 : (난처한)...그게..

난정모 : 매향아, 너 앞으론 우리 난정일 찾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옥매향 : (의아) 예에? 와요?

난정모 : 까닭은 알 것 없고..난정이도 나하고 그리 약조를 했다.

옥매향 : (난정 보며) 난뎡아, 그거이 덩말이네?

난정 : (고개 숙이며)...미안해..매향아...

옥매향 : (실망스럽다)..기랬구나..아주마니 기럼 내레 가보갔시요.. (일어나서 난정을 씁쓸하게 보다가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 ...매향아!..(따라 나가려는데)

난정모 : 난정아, 게 앉거라!

난정 : (멈춰서서 애원조로 돌아보며)..어머니..

난정모 : (엄하게 보는) 어미와 헤어져 살고 싶은게냐?!

난정 : (어쩔수 없다는 듯 풀썩 주저앉아 훌쩍댄다)...매향아..



s#49. 경빈 처소 마당


별좌복 차림의 박수림이 금이를 따라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 (방 앞에 서서) 마마님, 내수사 박별좌 들었사옵니다.

경빈(E) : 들라 해라.


박수림, 거들먹거리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50. 경빈 처소 방 안


방문을 열고 들어온 박수림이 경빈에게 조아린다.


박수림 : (앉으며) 찾아계시오니까?

경빈 : ..내수사에서 당장 내돌릴 수 있는 내탕금이 얼마나 된다 하였지요?

박수림 : (꿈벅이며)..송파 객주에 쟁여놓은 것까지 치면 백미 오천석에 상목 삼천동 쯤 되옵니다.

경빈 : 허면 그 중에서 미곡 삼천석과 상목 이천동을 은으로 바꿔 남대감 댁에 보내도록 하세요.

박수림 : 예!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겠사옵니다. 중전마마.

경빈 : 어허, 또,또?

박수림 : (히죽 웃으며) 어차피 중궁의 자리에 오르실 터인데 조금 앞당겨 들으신들 어떻사옵니까?

경빈 : (싫지 않은 미소)...



s#51.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와 김식(34세), 그리고 김구(28세)가 앉아있다.


김식 : 허, 요즘 조정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한심허이. 후궁들은 저마다 중전이라도 된 듯 거드름을 피우고

         조정대신들은 경빈이다 희빈이다 편이 갈려 후궁들의 주구노릇을 하고 있으니..허, 이전투구가 따로 없네.

김구 : 어디 그 뿐입니까? 경빈은 생부란 작자를 내수사 별좌자리에 앉혀놓고 빼돌린 내탕금으로 고리대를 놓아 축재한 재물로

         조정 미관말직에까지 뇌물을 뿌려댄다고 하옵니다.

김식 : 허어, 결국엔 경빈이 중궁전을 차지하겠구만!

조광조 : (서안을 탁 치며)..아니될 말일세! 후궁전에서 새중전이 나온다면

            원자께오선 언제 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 신세가 되시네. 그럴순 없네! 이 나라 도학정치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원자를 보호해야되네. 우리 사림도 뜻을 모아 원자를 보호해 주실만한 분을 중전으로 내세워야 될 것이야.

김식 : 그걸 누가 모르나? 허나 그럴만 한 분이 아니 계시지 않은가?

조광조 : 한 분 계시네.

김구 : 예에? 그게 뉘시옵니까?

조광조 : 병인년에 반정공신들에게 폐위 되신 신비 말일세.

김식,김구 : (놀라) 시, 신비?!

조광조 : 명분으로 보나 원자를 위해서나 신비께오서 복위 되시는게 안성맞춤일세!

김식,김구 : ...음!!



s#52. 폐비 신비 사가 대문앞


도포차림의 이세진(1회의 종친중 한사람)이 대문을 두드린다.

하인이 대문을 열어주면 조심스럽게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이세진.



s#53. 폐비 사가 안채 방 안


폐비 신씨(30세)가 이세진과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이세진 : 지금 사림들이 마마의 복위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사옵니다.

신씨 : (온화한)..못난 이 사람을 아직도 잊지 않으셨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세진 : 파릉군대감께도 파발을 띄웠사옵니다. 파릉군께서 돌아오시는대로 우리 종친들도 뜻을 모아

            마마의 복위를 주청드릴 것이옵니다.

신씨 : (초연한 미소) 이 몸은 욕심도 미련도 다 버린지 오래입니다.. 그저 전하의 용안을 한번쯤 우러러 뵙고 싶은 바램뿐입니다.


신씨, 그리움이 가득 담긴 눈길로 허공을 바라본다.



s#54. 대궐 편전 계단


김승지가 밀봉된 상소를 받쳐들고 편전 계단쪽으로 올라간다.


해설(NA) : 얼마후, 을해년 팔월에 담양부사 박상과 순창군수 김정이 신진사류들의 공론을 대표하여 상소를 올렸다.

                이 상소는 조정을 뒤흔들어 놓았고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



s#55. 편전 방 안


연상 위로 겉봉에 "出納惟允" 적힌 밀봉된 상소가 놓여진다.


김승지 : (조아리며) 전하께오서 내리신 구언에 답하는 상소가 올라왔사옵니다.

중종 : (반갑게)..오, 그래?


중종, 겉봉을 뜯어 상소를 펼쳐 읽는다. 점차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해가는 중종의 얼굴위로.


해설(NA) : 상소의 내용은 두가지였다. 반정 당시 정국공신들이 중전이었던 신씨를 폐위시킨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으니

                폐비 신씨를 속히 복위시키라는 것과 당시 폐비를 쫓아내는데 앞장섰던 박원종과 성희안등의

                반정 일등 공신들의 죄를 물어 공신관작을 삭탈하라는 것이었다.


김승지, 중종의 일그러지는 용안을 살피며 불안한데

중종, 끙- 신음소리를 내며 손바닥으로 연상을 쾅- 내려친다.



s#56. 빈청 안


홍경주와 남곤, 심정, 그리고 김승지가 격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홍경주 : (상소를 휙 내던지며) 뭬야, 임금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희롱하듯 위협하고 국모를 병아리새끼처럼 내팽개쳤다고?!

            이런 쳐 죽일 놈들!!

심정 : 뿐만 아니오라 평성군 대감을 조조나 동탁으로 비유한 구절도 있사옵니다.

남곤 : 이것은 목숨을 걸고 반정을 하여 위태로웠던 이 나라 종묘사직을 반석 위에 세운 우리 정국공신들에 대한 도전이외다.

홍경주 : 두 말 할것도 없소이다! 군주를 기망하고 조정의 기강을 무너뜨린 이런 놈들은 당장 참수형에 처해야하오.

김승지 : (눈치 살피며) 하오나, 전하의 구언에 답하고자 올린 상소이니 그들을 죄 줄명분이 없지 않사옵니까?

홍경주 : (휙 쏘아 보며) 허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자는 말씀이신가?!

김승지 : (찔끔하여)..언론을 보장하는 조정의 법도가 그렇다는게지요.

남곤 : 지금은 조정의 법도를 따질때가 아닐세! 우리 공신들의 일치 된 힘을 모아 사특한 무리들을 조정에서 쓸어버려야 하네.

         (홍경주 보고) 남양군 대감께서도 힘을 보태주겠사옵니까?

홍경주 : 암요! (끄덕이며) 내 앞장서 한 팔 힘을 쓰리다!



s#5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이 연상을 탁 치며 분개한다. 그 앞에 앉아있는 희빈과 창빈.


경빈 : (독기서린) 폐비를 복위시키라니요?! 하, 이런 발칙한 것들!

희빈 : 그러게 말이오. 정성껏 죽을 쑤어 개를 주라니요, 허?!

창빈 : (걱정스러운)..혹시라도 전하께오서 이번 일로 마음이 흔들리신다면..

경빈 : 폐비가 복위된다면 폐비를 축출한 공신들의 딸인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 되는게지요.

희빈 : 흥, 누구 마음대로요? 누가 앉아서 당하기라도 한답니까?!

창빈 : 사림들의 폐비복위론이 잠잠해질 때까진 두분께오서 힘을 합치셔야 하옵니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가 살 길이옵니다.

희빈 : ..그러니 어쩌자는 말씀이요?

창빈 : 이번 일은 조정에만 맡겨두어선 아니될 것이옵니다. 우리들이 직접 나서야 할 듯 싶사옵니다.


경빈과 희빈,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s#58. 자운아 기방 마당


옥매향, 머리 매무새를 만지며 방에서 나오는데.


난정 : (중문 안으로 들어와 부른다)...매향아..

옥매향 : (멈칫 서서 냉랭하게 보는)..오마니하고 약조했다믄서 여긴 와 또 왔네?

난정 : ..지난번 일은 미안하게 됐어..

옥매향 : (짐짓 '흥!' 고개를 휙 돌린다)..

난정 : ..니가 화내는 거 당연해...그치만 매향아..우린 동무잖아.. 그러니 마음 풀어.

옥매향 : (쌩끗 웃으며)..됴와, 기럼 우리 화해주 한댠 먹고 다 풀어버리자우.

난정 : ..화해주?



s#59.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희빈과 창빈이 앉아 있다.


자순대비 : 뭐요, 폐비가 내게 원한을 품고 있다니요, 그 무슨..?!

창빈 : 당시 신씨가 폐위된 것은 조정의 공론을 따른 것이오나 대비전의 윤허 없이는 성사될 수 없었던 일 아니옵니까?

자순대비 : (불편하다)..그래서요?

창빈 : 폐비가 그때의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십 년도 더 지난 일인 것을..

희빈 : 마마, 폐비는 십 년을 하루같이 인왕산에 올라 치마를 내걸었던 모진 사람이옵니다.

자순대비 : ('그럴지도?')..으음!!

창빈 : 그뿐 아니오라 폐비가 복위된다면 원자아기씨께 해가 미칠것이옵니다.

대비 : (휙 보며) 뭣이라, 원자에게?!

희빈 : 혹여 폐비가 대군이라도 생산한다면 연산주때의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하겠사옵니까?

대비 : (섬뜩하다)...음!!

창빈,희빈 : (마주보고 눈웃음 쌩끗 교환한다)..



s#60. 자운아 기방 아래채 방 안


옥매향, 난정의 잔에 탁주를 따라준다.


옥매향 : (자기 잔을 들고) 댜, 뜍 마시라우!

난정 : (불안한 표정으로 머뭇대며)..꼭 마셔야 돼?

옥매향 : (짐짓 힐끗 째리며) 에미나이래, 나랑 화해하기 싫으네?

난정 : 아,아냐, 마실게..마시면 되잖아.

옥매향 : 됴선 최고의 기생이 되겠다던 애가 술 한댠 못 먹어서 어카겠어?


난정, 눈을 질끈 감고 벌컥 벌컥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옥매향 : (장난스럽게) 술 맛이 어떠네?

난정 : (입술을 닦으며) 모르겠어..시금털털한 맛이야..

옥매향 : 고거이 바루 닌생 맛이야.

난정 : ..인생?

옥매향 : (쌩끗 웃으며)..기래, 술 맛은 우리네 닌생살이를 닮아 툐텨럼 시고 땡감터럼 떫고, 소태터럼 쓴기야.

            기러니 닌생을 알아야 술맛을 아는기야.

난정 : ..그게 무슨 뜻이야?

옥매향 : 나라고 알간? 기냥 울 오마니 튀할때마다 늘 하시는 말이야. (술병 들며) 댜, 한 댠 더 마시라우,



s#61. 갖바치 마당


쇠가죽 얹은 지게를 진 갖바치와 쇠가죽 몇장을 짊어진 방백인이 마당으로 들어온다.


방백인 : (짐을 내던지듯 부린다) 어, 춥다, 형님 나 먼저 들어가오.

갖바치 : (미소로 보는)..애썼네.


방백인, 추운지 몸서리를 치며 잽싸게 아랫방으로 들어간다.



s#62. 동 아랫방 안


방백인, 들어오는데 방 한구석에서 바가지를 끼고 그 속의 비빈 밥을 와구 와구 먹고 있는 당골네.


방백인 : (못마땅하게 보며) 쯧쯧..걸신이 들렸나? 먹어대는 꼬락서니하곤?

당골네 : 내가 먹는게 아니고 (배를 가르키며) 이 애가 먹는거요.

방백인 : 저,저, 말이라도 못하면?! (중갓을 벗다가 문득).. 헌데 임잔 달수가 차도 어째 배가 안불러 오나?

당골네 : (우걱우걱 먹어대며) 먹는게 부실하니 복중의 태아가 잘 자라지 못하는거요.

방백인 : (갸웃하는데)..?


당골네, 갑자기 '억'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고 구른다.


당골네 : (데굴데굴 구르며) 아이구 나 죽네!

방백인 : (화들짝 놀라) 왜 그래? 임자, 체했어?!

당골네 : (방백인을 움켜잡으며)..애기가..내 애기가!..

방백인 : (당황하여) 뭐, 뭐야?!..(안절부절하다가 밖에다) 형님! 갖바치 형님!



s#63.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술에 취한 듯 난정과 옥매향이 바닥에 누워있다.


옥매향 : (혀꼬인)..난뎡아, 너 됴션최고 기생이 되겠단 약속 닞으면 안돼? ..알갔지!

난정 : ..그래...잊지 않을게.

옥매향 : (스르르 잠이 든다)...


풀린 눈으로 천정을 바라보는 난정의 얼굴위로 단소소리가 들려오면서.



s#64. 송도 주막 마당


능금이 들어오는데 마당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떨고있는 달래.


능금 : (다가오며) 달래야, 추운데 왜 나와있어?

달래 : (울상)..모가비 어른이 또 취하셨어..

모가비(E) : (방안에서) 수울! 술, 더 가져와!


능금, 방쪽을 돌아보면 방 안에서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s#65. 동 주막 방 안


화로 앞에 모가비 씩씩거리며 서있고,

술 소반이 뒤집어진 윗목에는 길상이가 뭔가에 맞은 듯 깨진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앉아있다.


능금 : (방으로 급하게 들어오며) 아부지, 왜 또 그래?!

모가비 : (술 취한) 내가 누구 때문에 요모양 요꼴이 됐는데, 앙?! 광대팬 다 흩어졌지, 매 맞아 다리 병신까지 됐어!

            (길상 노려보며) 이게 다 저 놈 때문이야!

길상 : (묵묵부답)...

모가비 : (길상을 때릴 듯이 다가서며)..내 저 자식을 그냥!!

능금 : (모가비를 막아서며 품에서 은비녀를 꺼내 내민다) 아부지, 이걸로 술 사먹고, 그만해, 응?!

모가비 : (은비녀를 낚아채며) 흥!! 딸년이구 뭐구 다 필요없어! (다리를 절며 방밖으로 나간다)

달래 : (방안으로 들어와 길상의 피나는 이마를 보며 울먹이는)..오라버니..

길상 : ..달래야, 괜찮아..오라빈 괜찮아...

능금 : (이마의 피를 닦아주며)..길상아, 우리 아부지 너무 미워하지마.

         별미쩍고 무식스럽긴 해도 엄마 없는 날 이만큼 키워주신 분이야.

길상 : ..그래..누굴 탓하겠니...다 내 탓인걸..(한숨 푹 내쉰다)



s#66. 대궐 편전 외경 (밤)


폐비신씨(E) : (애절한) 전하-전하-



s#67. 동 편전 방 안 (밤)


연상 위에 책을 펴놓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중종의 얼굴위로.


폐비신씨(E) : (애절한) 전하-전하-



s#68. 후레쉬 백(-1회 s#34의-)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군관1,2가 폐비신씨를 거칠게 끌고와 검은 보교에 처박듯이 태운다.

박원종의 명령으로 신씨를 태운 보교가 중문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 위로

신씨가 애절하게 '전하-전하-' 울부짖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s#69. 동 편전 방 안 (밤)


어느덧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배어있는 중종이 한숨을 내쉰다.



s#70. 동 편전 방 밖 복도 (밤)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비장한 얼굴로 걸어온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경빈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순 당황하는데.


경빈 : (내관에게) 고하여 주시오.

내관 : (방쪽에다)...전하..경빈 들었사옵니다.



s#71.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 (흠짓하여 혼잣말)..경빈이..? (밖에다)..들라해라.

내관(E) : 예.


방문이 열리면 경빈이 들어선다.


중종 : 허어, 경빈이 편전엔 어인 일로 들었소?

경빈 : (바닥에 풀썩 머리를 조아리며)..전하..신첩, 내명부의 몸으로 감히 대전에 드는 것이 법도에 어긋난 대죄인 줄은 아오나,

         신첩 너무도 억울하여 목숨과 바꿀지라도 전하께 한 말씀 아뢰고자 왔사옵니다..

중종 :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말해보오.

경빈 : (피를 토하듯) 전하, 신첩의 아비와 정국공신들께오선 폐주의 폭정에 항거하여 목숨을 걸고 반정을 일으켜

         전하로 하여금 대통을 잇게 하옵고, 종묘 사직을 반석 위에 올렸사옵니다..

         전하께오서도 거병한 분들의 우국충정을 기리시어 정국공신의 작록을 내리지 않으셨사옵니까?!

중종 : ...

경빈 : ..신비의 폐위 역시 조정의 공론과 대의에 따른 것이옵고 대비마마의 윤허가 계셨던 일이온데,

         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분들을 삭탈관작 하고 죄주라는 상소를 올리다니요?!

         이런 사론을 듣고 신첩이 어찌 통분하지 않겠사옵니까?

중종 : ..음!!

경빈 : 전하, 저 사특한 무리들을 잡아들여 엄히 다스려야 될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흑흑흑..

중종 : (착잡하게 본다)...



s#72. 갖바치 마당 (밤)


아랫방에 불이 켜져 있고 댓돌위에 미투리 세짝이 놓여있다.


방백인(E) : 형님, 이 여편네 죽진 않겠지요?



s#73. 동 아랫방 안 (밤)


당골네,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고 그 옆에 갖바치와 방백인이 앉았다.


갖바치 : (침통을 챙기며) 경혈을 풀고 청심환을 먹였으니,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걸세.

방백인 : (걱정되는)..아까 보니 붉은 것이 언뜻 비치던데..혹시 사산한거 아니오?

갖바치 : 음...사산한게 아니라 애초에 헛임신을 한걸세.

방백인 : 헛임신이요? 허면 거짓으로 애가 섰단 말이요?

갖바치 : (끄덕이는)..

방백인 : (불끈하여) 허면 이,이 여편네가 첨부터 날 속였단 말이요?!

갖바치 : 너무 탓하지 말게. 경도가 끊기고, 입덧을 하고 배도 불러오고

            회임과 똑같은 징조가 보이니 본인도 감쪽같이 속을수 밖에.

방백인 : 에휴, 이 웬수, 으이구, 이 혹덩어리!

당골네 : (자는 듯 깬 듯 민망한지 뒤척이는 척 슬쩍 몸을 돌린다)...



s#74. 편전 외경 (낮)



s#75.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김전(58세 중도파, 김안로의 숙부), 홍경주, 안당, 남곤이 앉아있다.


중종 : 사헌부와 사간원에서는 사특한 상소를 올린 박상과 김정을 문책하여 죄를 주라 하는데 경들의 뜻은 어떠하시오?

홍경주 : 신도 대간들의 뜻과 같사옵니다. 그들은 사언으로 민심을 현혹시켜 세상을 소란케 하려는 자들이옵니다.

            당장 잡아들여 국문하심이 옳은 줄로 사료되옵니다.

안당 : 박상과 김정은 전하의 충성스러운 신하이자 절개 곧은 선비들이옵니다. 전하께오서 바른 말을 아뢴 신하들에게

         죄를 물으신다면 장차 이 나라 언로는 막히게 될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홍경주 : (버럭) 이판께선 어찌 그런 자들을 두둔하시오? 그들은 충신이 아니라 반역의 무리들이란 말이오!

안당 : 남양군, 말씀이 지나치시오이다.

중종 : 허어, 그만들 하시오! (정광필 보며)...좌상은 어찌 생각하시오?

정광필 : 전하, 박상과 김정은 상소를 통해 망령된 논의를 하였사오니 죄주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허나 상소의 내용이 그릇되다하여 벌을 주시오면 언로가 위축되오니 문책을 거두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김전 : 신도 좌상의 뜻과 같사옵니다.

중종 : ..음!

남곤 : 전하, 박상과 김정의 상소는 사론이옵고 그들의 뜻은 불순하옵니다. 만약 그들에게 죄를 주지 않는다면

         전하께오서 공신들의 추대로 보위에 오르신 것도 잘못된 일이 되는 것이옵니다.

중종 : ...!!

남곤 : 전하, 군주의 위엄으로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셔야 하옵니다. 사특한 무리들을 잡아들이시어 엄하게 치죄하소서.

중종 : 경들의 뜻을 잘 알았소. 과인은 언로를 막을 뜻이 없소. 허나 언로는 종묘 사직을 위해 있는 것이지,

         종묘사직이 언로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오.

안당 : (뜻을 파악하고) 저,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승지는 들라.

김승지(E) : 예.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서서 조아린다)

중종 : 과인의 구언에 답한다는 미명으로 사특한 상소를 올려 조정의 기강을 흔든 담양부사 박상과 순창군수 김정을 파직하고

         각기 남평과 보은에 유배토록 하라.


홍경주, 남곤등 공신파의 표정은 밝아지고

사림파 안당과 중도파 정광필, 김전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s#76. 대궐 일각


안당과 정광필, 김전이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나온다.

안당,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s#77. 빈청 안


홍경주, 남곤, 심정, 김승지등이 모여 앉아 껄껄대며 통쾌하게 웃고 있다.


해설(NA) : 폐비신씨의 복위상소를 둘러싼 공신파와 신진사림파의 첫대결에서는

                상소를 올린 담양부사 박상과 순창군수 김정이 삭탈관작을 당하고..



s#7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희빈, 창빈이 만면에 웃음을 가득 담은채 승리의 축배를 들 듯 술잔을 들고 마신다.


해설(NA) : 귀양을 떠남으로 해서 공신파와 후궁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s#79. 대궐 일각


김전, 침통한 얼굴로 걸어오는데 반대편에서 김안로가 다가온다.


김안로 : 숙부님, 어찌 되었사옵니까?

김전 : (한숨)..전하께오서 박상과 김정을 쳐 내셨다.

김안로 : ..하오면?

김전 : ..그래, 앞으로 조정에서 정국공신들의 입김이 거세질게야. 후궁들 중에서 새중전이 간택될 것도 자명한 일이고.

김안로 : 성급한 판단이시옵니다, 숙부님.

김전 : 성급한 판단..?

김안로 : 예, 신진사류들이 그리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겝니다.

김전 : ..그럴까?

김안로 : 두고보시옵소서.


김안로, 그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s#80.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와 김식이 앉아있다.


김식 : (분개) 우리가 염원하던 도학정치가 이런 것인가? 자네가 성군이라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전하의 뜻이

         겨우 이런것인가 말이세?!

조광조 : 노천, 함부로 말하지 말게!

김식 : 안판서 대감께오서 소인배들의 탄핵을 받고 계시네. 안당 대감이 누구신가? 전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신 지난 십년동안

         네 번이나 대사헌 자리를 맡아 무너질 뻔한 조정의 기강을 세우셨던 분 아닌가?

         그런 분이 소인배들의 논박을 받고 계신단 말일세!

조광조 : (깊은 탄식)...

김식 : 정암 뭐라고 말 좀 해보게..자네도 관직에 나가더니 변했는가?

조광조 : (보며) 노천, 내 이번 알성시 과거를 보아 떳떳하게 관직에 오르겠네.

김식 : (놀라는)..허어, 자네가 과거를?

조광조 : (끄덕) 내 헛된 명예로 세상에 알려지는걸 부끄러워 했거늘.. 이 나라의 도학정치 실현을 위해 나설 때가 된 듯 싶네!



s#81. 자운아 기방 외경 (밤)



s#82. 동 기방 안채 방 안 (밤)


윤임, 초췌한 얼굴로 대취한 채 자운아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고 있다.


윤임 : (자조적인) 폐비가 복위 되면 어떻고, 요사스런 후궁들중에서 새중전이 나온들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원자는 젖인지 독인지도 모르고 그들이 주는데로 입에 넣을 핏덩이에 불과한데...

자운아 : 대감, 많이 튀하셨사옵네다.

윤임 : 자운아, 자넨 아나? 비통한 이 심정을 아느냔 말일세?!

자운아 : (연민의 눈길로 보는)..대감..

윤임 : (눈물이 맺힌다)..마마, 왜 그리 허망하게 떠나셨사옵니까? 원자는 어찌하라고요? 크흐..

자운아 : ...


윤임, 얼굴로 술상에 고개를 박고 거의 울듯한 탄식을 내쉬는데서. (F.O)



s#83. 대궐 일각(F.I)


관복을 입은 조광조가 걸어오고 있다.

조광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이조판서 안당을 보고 공손하게 조아린다.


조광조 : (조아리며) 대감, 그간 기체 대안하셨사옵니까?

안당 : 오, 정암, 늦었지만 지난번 알성시에 차상 급제한 걸 경하하네.

조광조 : 송구하옵니다.

안당 : 자네 이번에 사간원 정언이 되었다지?

조광조 : 예, 광영스럽게도 오늘 처음으로 조강에 참석하게 되었사옵니다.

안당 : (끄덕이며) 정언은 언로를 책임지는 막중한 직책일세. 언관의 붓은 국론을 결집시켜 부국강병의 초석을 놓기도 하고

         국론을 사분오열시켜 망국으로 이끌기도 하는 국가의 흥망존폐를 가늠하는 잣대일세.

조광조 : ...

안당 : 부디 이 나라 종묘사직과 신민들을 위해 정론직필하시게!

조광조 : (결연하게)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안당 : 들어가세나.


안당이 앞장서면 조광조가 그 뒤를 따라 편전쪽으로 걸어간다.



s#84. 갖바치 집 마당


방백인, 밥상을 들고 아랫방 쪽으로 들어간다.



s#85. 동 아랫방 안


방백인, 밥상을 들고 들어오면 누워있던 당골네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방백인 : (밥상 놓으며) 이 여편네야, 언제까지 구들장만 지고 있을거야?

당골네 : (엄살)..에구구, 산후조리 잘못하는 통에 허리를 못쓰는걸 어쩌겠소?

방백인 : (어이없게 보며) 뭐, 산후조리?! 그 잘난 헛임신으로 사람을 속여먹더니, 이젠 또 산후조리?!

당골네 : 어째든 난 임자말고는 오도 갈데도 없는 몸이요.

방백인 : 내게 재물이라도 있는줄 알고 이러는거면 일찌감치 꿈 깨. 내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힘든 처지야.

당골네 : (눈을 반짝이며) 허니 증거를 잡아내란 말이오!

방백인 : 무슨 증거?



s#86. 동 방 밖 마당


난정, 마당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두리번거리며)..아저씨, 어디 가셨지?

당골네(E) : 난정이가 대감의 핏줄이 아니란 것만 밝혀내면 우리 두식구 평생 먹을걱정 안하고 살수 있다니까 그러네.

난정 : (의아한 표정으로 아랫방 쪽을 돌아본다)..?!

방백인(E) : 난정이가 도총관 대감의 여식이 아닌게 분명하긴 한거야?

당골네(E) : 아, 관상쟁이가 척 보고도 모르슈?

난정 : (충격으로 멈칫 서는)...!!



s#87. 동 아랫방 안


방백인과 당골네가 바짝 앉아있다.


방백인 : 헌데 그 아이의 상은 대체 알수가 없단 말씸이야..

당골네 : 난정이가 대감의 씨가 아니란 걸 땡초는 물론이고 이 집 갖바치도 아는 것 같습디다.

방백인 : 음..뭔가 수상쩍기는 해..

당골네 : 물론 난정이 에미가 젤루 잘 알고 있을테지만.



s#88. 동 방 밖 마당


난정, 충격받은 얼굴로 멍하게 서 있는데 누군가의 손이 난정의 어깨에 툭 놓여진다.

난정, 깜짝 놀라 돌아보면 갖바치다.


갖바치 : (인자한 미소) 난정아, 언제 왔느냐?

난정 : (입술을 깨물고 원망스럽게 보는)...

갖바치 : ...왜 그러느냐?


난정, 갖바치의 손을 휙 뿌리치며 대문밖으로 달려나간다.


갖바치 : (의아하여)..난정아!



s#89. 편전 방 안


중종을 위시하여 영의정 유순, 좌의정 정광필, 우의정 신용개와 좌찬성 장순손, 우찬성 김전과 안당을 비롯한 육조의 판서,

대사헌 권민수와 대사간 이행등이 부복해 있고 말석에 조광조와 몇 명의 정언이 앉아있다.


중종 : 조강을 마치기 전에 경들은 더 하실 말씀이 없소?

정광필 : 전하, 오늘 조강은 이만 파하시지요.

중종 : (끄덕이며 마치자는 말을 하려는데)..

조광조 : (조아리며 입을 연다) 신, 사간원 정언 조광조 전하께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경연장의 모든 시선이 말석의 조광조에게 집중된다.


중종 : (자애롭게 보며) 오, 조정언, 어디 말해 보라.

조광조 : 전하! 대사헌 권민수와 대사간 이행을 파직하시옵소서!


일동, 충격을 받은 듯 웅성웅성 대는 속에서

대사헌 권민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대사간 이행은 입속으로 '저,저 놈이?!' 하며 인상을 쓰는데.


중종 :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확인하듯) 지금 양사를 파직 하라고 하였는가?

조광조 : (결연한) 예, 그러하옵니다!



s#90. 어느 길


난정, 입술을 앙 다문채 뛰어간다.

걸어오던 윤씨가 뛰어오는 난정을 보고 반갑게 아는체를 하려는데.


윤씨 : ..난정아..


난정, 듣지도 보지도 못한 듯 그대로 달려간다.

윤씨, 뛰어가는 난정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s#91. 난정모 집 마당


난정모,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있는데

난정, 숨을 헐떡이며 마당으로 뛰어 들어와 난정모 앞에 선다.


난정모 : (의아하게 보며)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었니?

난정 : (인상쓰며) 어머니, 내 아버지는 누구에요?!

난정모 : (가슴이 덜컹하여)..뭐어?..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난정 : (눈물까지 글썽하여) 내 아버지가 누구냐니까요?!


추궁하듯 난정모를 쏘아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