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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12|조회수55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12











s#1. 자운아 기방 마당


난정의 손에 들린 비취가락지.

얼굴을 드는 난정, 옥매향이 간 아랫방 쪽을 싸늘하게 노려본다. 굳게 닫힌 아랫 방문.

난정, 아랫방 쪽을 보다가 비취가락지를 다시 본다. 난정, 비취가락지를 손아귀에 꼭 움켜쥔다.

난정, 무슨 의미인지 모를 웃음을 띈다. 난정, 몸을 돌려 휙 중문 밖으로 나간다.

심퉁, 부엌에서 얼굴을 내밀고 심상치 않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쫓아나간다.



s#2.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대문을 나가는 난정의 뒷모습.

난정, 걸음을 멈추고 대문 안을 휙 돌아다 본다.

심퉁, 나오다가 깜짝놀라 걸음을 멈추고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난정, 어금니를 질끈 물더니 어디론가 간다.



s#3. 중궁전 외경


나인들이 서 있다.



s#4. 중궁전 방 안


중종, 윤비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고 앉았다.

윤비, 소반위의 수정과를 들어 중종에게 권한다.


윤비 : 젓수시옵소서..(중종의 시선을 의식하고 수줍은 듯)..왜 그리 보시옵니까?

중종 : (미소) 중전의 얼굴이 너무 고와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구려.


중종, 수정과 대접을 내려놓고 윤비의 손을 슬며시 쥔다.


윤비 : (고개 꼬며)..전하께서 경연을 폐하시고 여러날째 내전에만 계시옵니다. 편전엔 아니드시옵까?

중종 : 가례를 올린지 얼마나 됐다구요? (수정과를 들어 마신다)

윤비 : 신하들에게 험절을 잡히시면 체통이 막히시옵니다. 체통이 막히시오면 신하들에게 위엄이 서지 않사옵니다.

중종 : 허허..지아비가 새로 맞은 안해를 어여삐 여기는 것이 어찌 험절이 되누..

윤비 : 전하께오선 이 나라의 군주시옵니다. 군주의 위엄으로 만조백관과 신민들의 모범을 보이셔야 될것이옵니다.

중종 : (농조) 중전께서 상중에 장난치는 오라버니들을 꾸짖었다고 하더니 이젠 과인까지 꾸짖으시는구려? 허허.

윤비 : 신첩, 망극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 허허, 과인을 위하는 중전의 고운 마음씨를 내 왜 모르겠소?..내 중전의 바램에 어긋나지 않는 군주가 되리다.

내관(E) : (방밖에서) 전하-

중종 :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s#5. 동 중궁전 방밖 복도


대전 내관이 고한다.


내관 : 홍문관 부제학 조광조가 입시하여 면대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s#6. 동 중궁전 방 안


중종 : (돌아보며)..조제학이?

윤비 : 어서 편전으로 납시오소서.



s#7. 편전 방 안


중종, 방안으로 들어오면 앉아있던 조광조가 일어선다. 김승지가 뒤따라 들어선다.


중종 : 조제학은 무슨 일로 면대를 청하였는가? (자리에 앉는다)

조광조 : (앉으며) 신, 조광조 아뢰옵니다. 전하께오서는 세종대왕의 거룩한 위업을 받들어 친영례를 거행하시어

            만조백관과 신민들에게 성총을 베푸시었사옵니다.

중종 : (만족스럽다)...

조광조 : 더불어 지난 을해년에 폐비복위 상소를 올려 귀양간 박상과 김정을 신원하여주시오면

            성총이 온누리에 더욱 밝게 비출것이옵니다.

중종 : 신원이라니? 그들의 죄는 이미 판명되지 않았는가?

조광조 : 박상과 김정은 전하께오서 폐주 연산을 축출한 대의에 반대한 것이 아니오라

            반정과정에서 신비를 폐위시킨 반정공신들의 부당함을 비판한 것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음..

조광조 : 그들은 젊은 인재들이옵니다. 전하께오서 회초리를 드시는것보다 자애롭게 감싸주신다면

            스스로 죄를 뉘우쳐 나라의 동량이 될 것이옵니다.

중종 : (생각하는) 과인이 더 상량해 본 연후에 답을 내리겠노라.



s#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희빈, 창빈이 앉아있다.


희빈 : (한숨 폭) 상감께서 처녀 재미에 함빡 빠지시어 중궁전 침소로만 드시니 우린 멀쩡한 생과부 신세 되게 생겼소.

창빈 : 이러다가 전하께오서 후궁전에 발걸음도 아니하실 것 같소이다.

경빈 : 창빈, 너무 낙담마세요. 하루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요,

         남녀간의 정이라는건 길이 들면서 쌓이는 것이니 상감께서 우릴 잊으실리는 없을게요.

창빈 : 그럴까요?

경빈 : 것보단 영글딱진 중전마마를 상전으로 모시게 됐으니 앞길이 고달프게 생겼소.

희빈 : 맞소, 선정전에서 하례드릴 때 외눈 하나 깜빡 않고 일일이 눈여겨 보시던 중전의 얼굴은 예삿사람 같지는 않았사옵니다.

창빈 : 그래요, 이 사람은 중궁전에 문후드릴때마다 주눅이 들어 가슴이 덜컹대고 입술이 바싹 타는 것 같아요.

경빈 : 애초에 후궁전의 기세를 꺽어보겠다는 것이겠지요..허나 얼마 지나면 중전께오서도 궁궐 생활이 그런게 아니란걸

         알게 되실거요, 아니 우리 후궁전에서 구중궁궐 시집살이가 얼마나 고단한지 알려드려야지요. 호호호.

희빈 : (미소)...

창빈 : (불안한 얼굴)...



s#9. 자운아 기방 마당


청사초롱이 내걸린 아래 심퉁이가 앉아 안방을 바라보는 얼굴위로.


옥매향(E) : 오마니! 대체 무슨 심사로 난뎡일 받아들이겠다는거야요?!


심퉁이가 안채 방안을 돌아본다.



s#10. 동 기방 안채 방 안


자운아 앞에 옥매향이 격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자운아 : 에미나이래 와기래? 디 닌생 디가 살갔다는데 와 턈견이네?!

옥매향 : 길티만, 난뎡인 재물에 몸을 파는 턍기가 되려는거야요. 오마니도 듣디 않았시오!

자운아 : 기생을 와 노류댱화라 기러는듈 아네? 길가다 손만 뻐티면 댭을수 있는 버들가지나 담쟝 아래 핀 꽃이란 기야.

            기생이 몸 파는거이 당연하디 무얼 그러네?

옥매향 : 오마니! 연산쥬때 흥텽으로 뽑힌걸 자랑으로 생각하던 오마니가..

            풍류남아를 평생의 정인 삼아 절개를 디키며 이때껏 살아온 오마니가 와 이리 변했시요?

자운아 : 매향아, 기생 팔댜중에 뎨일 더러운게 모인줄 아네?

옥매향 : ...

자운아 : 텃때는 님금님 모시는기야..텬한 기생년이 덍댕한 가문의 내명부들 시샘속에서 님금님 모시는기야..

            기리고 두 번때는 풍류남아를 가슴속에 파묻고 뎔개 디킨답시고 한평생 퇴기로 늙어가는거이야...에밀 보면 모르갔네?

옥매향 : 오마니가 아무리 그래도 난뎡이래 내 동무야요, 내레 동무가 텬한 턍기가 되는 꼴은 듁어도 못 봐요!

자운아 : 난뎡이 생각하는 맘 에미도 다 아니끼니 이 에미한테 맡겨두라우.

옥매향 : (원망스럽게 보는)..

자운아 : 난뎡이, 고 에미나인 기생의 피를 타고 난 아이야.

옥매향 : ...그치만 난뎡이 오마닌..?

자운아 : 에미 사람보는 눈이 틀린뎍 있었네?

옥매향 : ...

자운아 : 난뎡이 몸에는 기생의 피가 흐르고 있어..그것도 텬하명기의 피가 말이야.

            기러니, 난뎡인 턍기가 되고 시퍼도 될 수가 없는 아이야. 에밀 믿으라우.

옥매향 : ...



s#11. 어느 정자 위


난정, 난간에 걸터앉아 비취가락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난정,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다시 비취를 보다가 뭔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비취를 손에 꽉 움켜쥔다.



s#12. 윤원형 대문 앞


윤임의 사인교와 김안로의 사인교가 대문 앞에 멈춰선다.


박서방 : (대문 두들기며) 이리오너라, 이리오너라-

임서방 : (대문을 열고 나오며)..뉘시오.

박서방 : 판부사 대감과 김참판 대감이 오셨다고 아뢰시게.

임서방 : 아, 예 어서 드시지요.


임서방, 대문을 활짝 젖히면 윤임의 사인교와 김안로의 사인교가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13.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가 방안으로 들어서면 일어서서 맞이하는 윤지임과 윤원형.


윤지임 : 아이구, 어서들 오십시오. 누추한 곳까지 찾아주시니 광영이올시다.

윤임 : 누추 하다니요? 이만하면 여느 정승판서댁 부럽지 않겠소이다. 허허.

윤지임 : 허허, 이거 참 누추하단 소리가 입에 배어놔서요?

윤원형 : 헌데 어쩐 일로 두분 대감께오서 동행을 하셨사옵니까?

김안로 : 지난번 말이 나온 자네 혼사 말일세..이번에 부원군대감과 아주 매듭을지으려고 왔네.

윤지임 : 이거 국사에 여념이 없으신 참판대감께오서 제 자식놈 혼사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김안로 : 허허, 별말씀을요?..내 질녀가 촌고을 현감의 여식이지만 성품이 얌전하고 문식도 제법 있으니

            썩 기우는 배필은 아닐거이외다.

윤지임 : 기울다니요? 천부당 만부당이옵니다.

윤원형 : 하온데..인물은..?

윤지임 : 예끼 이 눔, 그 나이에 작수성례하는것만도 감지덕지지 뭔 말이 많아.

김안로 : 허허, 이 사람 집안엔 빼어난 미색도 없지만 그렇다고 박색은 면했으니 크게 걱정은 마시게나.

윤원형 : 농 한번 한걸 가지고 뭘그러시옵니까?

윤임 : 이제 우리 세 가문이 이렇듯 사돈으로 겹겹이 맺어졌으니 원자마마는 안심해도 되겠소이다. 허허허.

윤지임 : 그럼요, 이 사람도 중전마마를 뵈올때마다 당부하고 있사오니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윤임과 김안로, 서로 흡족한 눈빛을 교환한다.



s#14. 난정모 마당


난정모, 툇마루에 앉아 멧돌을 돌리고 있다.


난정모 : (돌리던 손 멈추며)...아냐, 난정이가 그럴 리가 없어..그 애가 얼마나 에미 말을 잘듣는 착한 아이였는데...

            그래..에미를 원망하는 마음이 크다보니 잠시 실성을 했던게야....(앞치마로 눈물을 훔치는데)..

난정 :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모 : (보고 일어서며) 난정아,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게냐?

난정 : ...어머니, 저 어머니께 청이 있어요.

난정모 : 청?..그래 들어가자. 에미가 무슨 청인들 못들어주겠느냐?



s#15. 난정모 방 안


방바닥에 비취가락지가 놓여진다.


난정모 : 난정아, 이게 뭐냐? 이 귀한게 어디서 났어? 이건 비취반지 아니냐?

난정 :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이걸 바꿔서 제 옷한벌 지어주세요. 장옷두요.

난정모 : 뭐어? 옷..?!

난정 : 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지어주세요.

난정모 : ..난정이..너..

난정 : 어머니, 못지어주시겠어요?!

난정모 : (단호하게) 못지어준다! 화려한 옷은 입어선 안된다고 너한테 몇백번을 얘기했니?

난정 : 어머닐 호강시켜드리고 싶어 그래요!

난정모 : 그런 호강 에민 싫다...난정아, 에미가 삯품 팔면 우리 두식구 입에 풀칠은 못하겠니?..

            딴 생각말고 에미한테 바느질이나 배우거라.

난정 : 싫어요, 난 기생이 될거에요. 어차피 존경받지 못하는 천출이 남한테 멸시 받지 않고 사는 길은 그것 밖에 없어요.

난정모 : (난정을 부둥켜 안고) 난정아, 대체 무엇이 무엇이 널 이렇게 만든거냐?! 흐흑!

난정 : 다 어머니 자업자득이에요...나같은 딸년을 낳은 자업자득이요. 어머니가 옷을 지어주시지 않겠다면

         더 이상 청하지 않겠세요. (난정모 손에서 휙- 비취반지를 뺏어들고 일어나서 나간다)

난정모 : ..난정아, 난정아...(하염없이 운다)...



s#16. 갖바치 집 외경


갖바치(E) : 형님, 난정이를 왜 내려보내셨소?



s#17.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당추가 술상을 놓고 앉아있다.


당추 : 난정인 내 손으로 받은 아일세. 내 이빨로 탯줄을 끊었고...어찌보면 내 딸같은 아이야.

갖바치 : ...알지요..

당추 : (술 한잔 마시고) 아우님은 난정이의 사주를 기억하시는가?

갖바치 : ...예..

당추 : ..자유묘유사패살을 차고 나와 한밤중 달빛 정기를 받아 태어난 아일세. 홍렴도화살에 탈진도하라...

         보는 이를 취하게 할 것이나 상대의 진기를 다뺏고도 모자라 나라를 온통 쥐고 흔들 계집의 사주이고..

갖바치 : ..음!

당추 : 이보게 아우님, 산다는게 무엇인가?...사람으로 태어나서 한번 제 타고난 팔자대로 한평생 마음껏 살아보고 싶은대로

         살다가 가는것도...허허허... 내가 취한 모양일세...

갖바치 : (한잔 마시고)...일전에 난정이가 묻습디다...이렇게 갖바치로 살다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요..

당추 : 그래서..뭐라 했는가?

갖바치 : ...할 말이 없습디다...나 역시 태생이 천출이니 난정이의 심정을 아오..

            하지만 한사람의 한이 풀린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오..

당추 : ...내 그 아이 생각하면 마음만 아파지이..

갖바치 : (마시는데)...

당추 : ..자넨 속에 감춘 경륜을 세상에 영영 펴지 않을셈인가?

갖바치 : 글쎄요...언제고 때가 오겠지요..



s#18.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가 김정과 힘차게 두손을 맞잡는다.

그 옆에 섰던 김식과 김구도 반갑게 김정을 본다.


조광조 : 잘 오시었소, 충암. 그래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으시었소?

김정 : 고생은요? 이사람 때문에 여러분들이 더 애를 쓰시었지요.

조광조 : 자 앉으십시다. (술상앞에 사람들 앉으면)..이번에 충암이 신원되셨으니

            우리 사림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외다.

김정 : 과찬이십니다.

김식 : 자 우선 한잔씩들 마십시다.


조광조, 김정, 김식, 김구가 반갑게 술을 한잔씩 마시는 모습위로.


해설(NA) : 충암, 김정. 을해년 팔월에 담양부사 박상과 함께 저 유명한 폐비신씨의 복위 상소를 올려

                정국을 뒤흔들어 놓았던 장본인으로 당시 삭탈관작 당해 보은으로 유배를 떠났다가 조광조의 간곡한 주청으로

                이번에 신원되어 돌아왔다. 조광조는 신진사림의 인재를 모으며 개혁의 초석을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김정은 후에 형조판서에 오를 인물이고 노천 김식, 자암 김구은 후일 각각 대사성과 부제학의 자리에 올라

                대사헌이 될 조광조와 함께 삼사를 장악할 핵심인물들이 된다.

조광조 : 우리가 말하는 도학정치란 무엇이요? 이 조선땅에 태평성대를 이룩하자는 것이요,

            헌데 공신들은 우리를 개혁의 이상과 명분만 있고 현실은 살피지 못하는 공론가로 보고있소.

            정치는 분명 현실이외다.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게요. 허나 명분 없는 힘이 난무한다면

            그건 저자거리의 완패막심한 파락호들의 싸움과 뭐가 다르겠소?

김정 : 옳은 말씀입니다. 현실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명분있는 힘이옵니다. 지난 번 시생이 폐비복위 상소를 올렸을때도

         명분은 우리에게 있지 않았습니까? ..헌데 공신들이 우격다짐으로 반발을 해대니

         전하께서도 어쩌지 못하셨던 것 아닙니까?

김식 : 그건 전하의 탓도 있어요..전하께오선 너무 유약하시옵니다. 공신들과 사림, 어느 한편에 서지 못하시고

         결국은 김안로의 양시론 주청을 받아들이시지 않았는가 말일세.

조광조 : 전하를 너무 탓하지 말게. 전하께오선 성종대왕의 적자의 몸으로 연산주시절을 살아오셨네.

            폭군의 횡포속에서 조정대신들과 다른 왕자분들께서 참화를 당하셨지만 전하께오선 끝까지 남으시어

            반정을 성사시키신 분 아니던가? 허니 불가근불가원이라 ...주위에 누구도 믿으실수가 없으셨던게야.

김구 : 허면 우리 사림이 전하께 그 믿음을 드리면 될 것 아니옵니까?

김정 : 그러기 위해선 우리 사림이 전하를 지켜드릴 힘이 있어야지요.

조광조 : 그렇소이다. 지금 힘을 모으기 위해선 전국에 은둔해 있는 인재들을 그들의 신분과는 상관없이 찾아내서

            우리의 도학정치의 명분에 합류시켜야 하오.

김구 : 반상의 구별을 두지 않고 말이옵니까?

조광조 : 인재는 하늘이 내시는 것이니 출신을 따질게 아니오.

김정 : 하긴, 조정을 개혁하자는 우리가 반상의 구별이나 따진다는 건 어불성설이지요.

김식 : 자 그런 의미에서 한잔 마십시다.


일동, 술잔을 들어 한잔씩 마신다.


조광조 : 이 사람은 우선 파릉군대감께서 천거해주신 갖바치를 만나보려하오.

김식 : 정암, 자네 정말 천인에게 가르침을 청할 작정인가?

조광조 : (끄덕이며)....!



s#19. 어느 길


난정, 생각에 잠겨 걸어가는데.


임서방(E) : 쉿 물럿거라-


난정, 생각에서 깨어나 보면 건너편에서 사인교가 온다.

난정, 길 옆으로 비켜서서 조아리다가 힐끗 보면 사인교 위에 탄 윤원형.


난정 : (보고)...!!


윤원형이 탄 사인교가 난정을 지나쳐 간다.

난정, 사인교 뒷모습을 보며 망설이다가 그 뒤를 쫓아간다.



s#20. 편전 외경 (밤)



s#21. 편전 방 안 (밤)


중종, 보던 상소를 덮는다.


중종 : (방밖에다) 김상궁, 게 있느냐?

김상궁 : (방문 열며 들어와) 예.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오늘은 곤하여 이만 침소로 들겠노라..

김상궁 : 전하, 오늘밤은 오랜만에 경빈의 처소로 드심이 어떠하올지요? 일진을 보니, 합궁운이 대길하옵니다.

중종 : 그러고 보니, 경빈을 못본지도 한참되었구나..허면 그리하자.



s#22. 경빈처소 마당 (밤)


일각문 안으로 들어오는 대전내관과 김상궁.


내관 : 상감마마 납시오-


경빈, 방에서 뛰어나와 댓돌위에 꿇는다.

일각문 밖으로 중종을 태운 옥교가 멈춰선다.


중종 : (일각문 안으로 들어오며) 경빈.

경빈 : (눈물 글썽)..마마 어찌 이제야 납시시옵니까? 일각이 여삼추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었사옵니다.

         신첩 이 자리에서 망부석이 될지언정 전하를 기다리려고 하였사옵니다.

중종 : 허허, 그래요, 내 그동안 격조하였소...들어가십시다.


중종, 방으로 올라가면 그 뒤를 따르는 경빈.



s#23.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중종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경빈 : ..마마 경연도 폐하시고 어찌 중궁전에만 들어계실수 있사옵니까?

         신첩, 전하께오서 신첩을 아주 잊으신줄로만 알았나이다.

중종 : 허허 경빈도 투기를 다 할 줄 아시오?

경빈 : 투기라니요? 신첩은 오직 전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중종 : (술 한잔 마시며) 가례를 치뤘으면 신방에서 며칠 묵는게 당연지사거늘..

경빈 : 예, 마마. 신첩은 오늘밤 전하의 용안을 뵙는것만으로 원이 없사옵니다.

중종 : 그래서 내 이리 오지 않았소, 경빈은 요럴 때가 제일 돋보이거든...허허...



s#24. 중궁전 방 안 (밤)


엄상궁과 오상궁이 연상 앞에 앉은 윤비에게 고하고 있다.


엄상궁 : 전하께오선 경빈처소에 걸음을 하셨다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도 이만 침수드시지요.

윤비 : 알았으니 물러들가게.

엄상궁 : 예. 침수편안히 드시옵소서.

오상궁 : 오늘은 쇠인이 번직이옵니다. 침수 편안히 드시옵소서.

윤비 : 고맙구나.

엄,오상궁 :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경빈..처소에 드셨다..?..(생각에 잠긴다)...!



s#25. 자운아 기방 방 안 (밤-난정의 꿈-)


풍악소리와 함께 화려한 기생옷을 입은 난정이 춤을 추고 있다.

술상 앞에 앉은 윤원형이 껄껄껄 웃으며 난정을 보다가 흥에 취한 듯 일어 나서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춘다.

윤원형, 난정을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리는데.



s#26.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뚝 그치는 풍악소리.

난정, 가위에 눌린 듯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낸다.


난정모 : (난정을 흔들어 깨우며) 난정아! 난정아!

난정 : (벌떡 일어나 앉는다)...!

난정모 : (걱정스럽게 보며) 몹쓸 꿈이라도 꾼 모양이구나?

난정 : ...(난정모를 보다가 일어난다)..

난정모 : 난정아, 어딜 가려는게냐?

난정 :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모 : (보며)...불쌍한 것...



s#27. 동 난정모 부엌 (밤)


난정, 물대접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속이 뚫리는 듯 한숨을 내쉬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단소소리.

난정, 휙-돌아보며 소리를 쫓다가 마당으로 나간다.



s#28. 동 난정모 마당 (밤)


난정, 단소소리를 쫓아 두리번거리다가 포기한 듯 방쪽으로 걸어간다.

난정,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문득 하늘의 달을 올려다 본다.



s#29. 구름속으로 빠져나오는 달(INSERT)


이어지는 단소소리.



s#30. 송도 주막 마당 (밤)


길상, 평상에 앉아 단소를 불고 있다. 구슬픈 가락에 흠뻑 취한 길상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이미지.

물레방앗간에서 길상에게 기대 울던 어린 난정(8회 s#41의)

그리움이 가득한 길상의 눈길에서.



s#31. 송도 주막 방 안 (낮)


모가비 앞에 길상이가 앉아있다.


모가비 : 떠나야겠다니 어디로 가려고?

길상 : 한양으로 가려고 합니다..

모가비 : ...

길상 : 달래를 언제까지나 주막 부엌떼기로 놔둘수만도 없고...저 또한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모가비 : 그려, 마음가는곳에 몸도 따라가는 법이니...능금이 한테는 말했느냐?

길상 : 아직이요...

모가비 : 에휴...



s#32. 동 주막 마당


길상, 방밖으로 나오는데 평상에 앉아 달래와 얘기를 하던 능금이 길상을 보고 일어난다.


능금 : 길상아, 너 달래하고 한양간다는게 증말이야?

길상 : ...그래... 모가비 어른도 허락해 주셨고...

능금 : (손에 든 떡목판을 보이며)..길상아..앞으론 남의 주머니도 안따고 좌판이라도 할려고 했는데...(울먹 울먹)..

길상 : ...


능금, 떡목판을 쾅-패대기 쳐버린다.


능금 : 그런게 어딨어? 못가!

길상 : ..능금아..

능금 : 아니, 가! 대신 니가 가면 나도 어디든 따라갈거야!


능금, 길상의 품에 안긴다.



s#33. 중궁전 뜰


윤원형이 중궁전 계단위로 걸어 간다.


엄상궁(E) : 중전마마, 승후관 들었사옵니다.



s#34. 동 중궁전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선다.


윤원형 : (조아리며) 중전마마, 승후 여쭈옵니다.

윤비 : 어서오세요, 작은 오라버니...앉으세요.


윤원형, 앞에 앉아있던 윤원로를 보고 흠짓 놀란다.


윤원형 : 형님께오선 대궐엔 어인 일이시옵니까?

윤원로 : 어인 일이라니? 나도 승후관이니 중전마마께 승후를 여쭈러왔다.

윤원형 : (못마땅하게 보며 앉는다)

윤비 : 듣자니 사가를 교동으로 옮기셨다지요.

윤원형 : 예, 중전마마의 사가이신 부원군댁의 체통을 생각해서 빚을 변통하여 이사를 했사옵니다.

윤비 : 체통은 사랑채 마당의 크기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방임자의 성품으로 지켜지는 것입니다.

윤원로 : 암요, 지당하옵신 말씀이시옵니다.

윤원형 : 명심하겠사옵니다, 마마. (윤원로를 힐끔)

윤비 : 조정에서 정쟁이 생기면 가장 먼저 불똥을 맞는 곳이 외척입니다. 괜한 구설에 오르지 않게

         두분 오라버니께서 처신에 각별히 조심해주세요.

원형,원로 : 예, 마마.

윤비 : (윤원형 앞에 문서봉투를 건네며) 이걸로 지금까지 오라버니가 판부사댁에 신세졌던 걸 다 갚도록 하세요.

윤원형 : (보며) 예에?

윤비 : 판부사나 오라버니들이나 부원군댁입니다. 같은 부원군댁에서 신세를 져서야 되겠습니까?

윤원로 : ..예...(조심스럽게)..하온데 전하께오서 요즘 다시 팔선녀 후궁전에 드신다는데... 참말이옵니까?

윤비 : (미소) 군주가 왕실의 번창을 위해 후궁전을 찾는거야 당연한 일이라 알고 있습니다.

윤원형 : 하,하오나..

윤비 : 내 알아서 할테니 너무 염려들 마세요...



s#35. 갖바치 집 마당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 중얼대며 육갑을 짚고 있다.

갖바치, 갖신을 꿰매고 있다.

방백인, 졸린눈으로 방문을 열고 내다본다.


방백인 : 밥상 안들여오고 게서 뭐하는거여?!

당골네 : (보며) 내 회임하기 좋은 일시를 택일중이오.

방백인 : (방밖으로 나오며) 뭐여? 택일?..허! 왜, 애 낳아서 박수무당 만들려고?!

당골네 : 더 늦기전에 후사를 봐야, 나중에 제삿밥이라도 얻어먹을거 아니오?

방백인 : 닥쳐, 여편네야, 한번만 더 내 앞에서 육갑 짚었단봐라, 칵 손모가질 분질러 버릴거야!

갖바치 : (보며 빙긋 웃는데)..

조광조 : (김식과 함께 마당으로 들어오며) 계신가?

갖바치 : (보며)..뉘를 찾아오셨사옵니까?

김식 : 갖바치를 만나러 왔네.

갖바치 : (일어서며) 이 사람이올습니다만...?..어인 일로?

조광조 : 길을 묻고 싶어 왔소.

갖바치 : ..길이라니요?

김식 : 낡은 정치를 갈고 폐습을 타파할 개혁의 길 말이오.

조광조 :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 그대의 고견을 듣고 싶어 왔으니 경륜을 빌려주시겠소?

갖바치 : 허허, 쇠가죽에 바늘뜸이나 넣는 갖바치가 어찌 그런 길을 알겠습니까?

            게다가 오늘 중으로 하던 일을 마쳐야 하니 돌아들가시지요.

조광조 : 일을 마칠때까지 예서 기다리겠소.

갖바치 : (보다가)..허면 날이 쌀쌀하니 방으로 드시지요.


갖바치, 앞장서서 안내하면 조광조와 김식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 (다가오며) 형님, 저분들 상을 보니..?

갖바치 : (근엄하게) 아무말 말게!.. (당골네에게) 아주머니, 방으로 차 좀 들이시지요.

당골네 : 알았소..

갖바치 : (작업대로 가다가 방쪽을 돌아본다)



s#36. 갖바치 방 안


조광조와 김식이 방안으로 둘러본다.


조광조 : (감탄) 갖바치의 방에 다섯 수레분의 책이 있다면 누가 믿겠나?

김식 : (한권 뽑아들고 펼치며)..갖바치가 육도삼략을 읽는다니..

조광조 : ..음..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야...



s#37.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자운아 앞에 난정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방문쪽에 심퉁이가 앉아있다.


자운아 : 가무와 시문을 배우기 뎐에 먼저 술상을 차리고 음식을 만드는 것부터 배우라우. 뎌기 심퉁이가 잘 알려둘거이야.

난정 : 예, 뭐든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어머니.

자운아 : 오마니?

난정 : 절 기생으로 받아주셔서 새롭게 태어나게 해주셨으니 어머니라고 부르게 해주세요.

자운아 : 고런 소리 말라우. 오마니라고 부르려면 한턈 후에 늙어서 꼬부랑 할마이가 되서리..기생이 된거이 후회되디 않을 때..

            고때 내 무덤을 찾아와서 부르라우.

난정 : ....!

자운아 : 나가서 부엌일부텀 도우라우.

난정 : 예..(일어서서 나간다)



s#38. 자운아 기방 마당


난정과 심퉁이가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심퉁이 : 따라와유..(부엌쪽으로 간다)


난정, 심퉁이를 따라가다가 아랫방쪽에 흘러나오는 가야금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난정, 의미심장하게 방쪽을 바라본다.



s#39. 동 기방 아래채 방안


옥매향, 가야금 연주를 하고 있는데.


난정(E) : 매향아, 나야.

옥매향 : (듣고 흠짓하다가 계속 가야금줄을 탄다)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손에 조촐한 술상을 들었다.

난정, 술상을 옥매향 앞에 두고 앉는다.


난정 : 매향아..어릴적 우리 둘이 싸웠을때도 화해주 마시고 풀었잖아..

옥매향 : (연주그치고 휙 노려보는) 화해듀?..니가 이런년인듈 알았으면 그때 화해도 안했을거이야!

난정 : (술 한잔 따라 권하며) 마시고 다 풀자...

옥매향 : (쌕쌕대며 노려본다) 더러운 턍기와 누가 술을 먹겠대!

난정 : 니가 그랬지? 술 맛을 제대로 알려면 초처럼 시고 땡감처럼 떨고 소태처럼 쓴 인생의 맛을 알아야 한다고..?..

옥매향 : (잔을 뺏어들고 난정의 얼굴에 확 끼얹는다)...개수댝 집어치우라우!

난정 : (얼굴에 술 뒤집어 쓴 채 노려본다)....!!

옥매향 : (지지 않고 쏘아본다)

난정 : 감히 니가 날 어찌 알겠어..? 춤이나 추면서 곱게 자란 기생의 딸년 따위가 내 심정을 어찌 알겠어?!

옥매향 : 뭐이야?

난정 : (품에서 비취 가락지를 꺼내며 싸늘한 웃음)..네가 준 이 가락지 나중에 수만냥으로 갚아줄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옥매향 : ...!


옥매향, '이게 아닌데!' 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흑 흐느낀다.



S#40. 동 자운아 기방 마당


난정, 술에 젖은 얼굴로 나오는데 중문쪽에서 심퉁이와 정렴이 끌고 당기는 실갱이를 하고 있다.


정렴 : 매향아, 매향아-

심퉁이 : 아니, 어디서 소릴지른대유?

정렴 : 나 도총관 대감댁 정렴이야, 니가 관례 올리면 찾아오라고 했잖아!

난정 : (흠짓하여 정렴을 돌아보고는 알아본다)...!!!

자운아 : (안채 방안에서 나오며) 아니, 와 이리 시끄럽네!?

심퉁이 : (보며)..자꾸 매향아씨를 불러달라고 이러잖아유.

정렴 : ..매향이가 관례 올리면 찾아오라고 했단말이야.

자운아 : (애들 다루듯) 도련넴, 관례 올렸다고 다 어른이 아닙네다. 우리 매향이 보고 싶으면

            솜털이나 거티고, 출사한 다음에 오시라요? 아시겠디요?

정렴 : (기분 상해 치켜보는데)..

자운아 : 하인들 불러 툐탸 내야 돌아가시갔시오?

정렴 : (째려보다가 어쩔수 없다는 듯 돌아서는데)

자운아 : 난뎡아, 대문에 소금 둄 뿌리라우.

난정 : (당황하여)..예..(부엌으로 가는데)


정렴, 갸웃하다가 난정쪽을 휙 돌아보면 난정, 부엌 안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정렴, 언뜻 본 것 같기도 한지 갸웃거린다.



s#41. 갖바치 방 안


식은 찻잔이 놓여 있고 조광조와 김식이 꼿꼿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


김식 : (책을 덮고 방밖을 돌아본다) 너무 오래 기다리는게 하는게 아닌가?

조광조 : (생각하다가)...나가보세.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42. 동 갖바치 마당


조광조와 김식, 방에서 나오는데 갖바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툇마루에 앉아있던 방백인이 일어서며 조아린다.


조광조 : (방백인을 보고) 주인은 어딜 가셨는가?

방백인 : 예, 형님은 산사 암자로 떠나셨습죠. 며칠 유하고 오신다며 손님분들께 용서를 구하셨습니다.

김식 : 허어, 이런 무례한 자를 봤나?! 객을 두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파릉군대감께서 사람을 잘못봤나보이, 가세나.

조광조 : (생각하는)...!



s#43. 갖바치 대문 앞 길


조광조와 김식이 대문밖으로 나와 걸어간다.

중치막이 담 옆에서 몸을 숨긴채 조광조와 김식의 뒷모습을 본다.



s#44. 중궁전 외경



s#45. 중궁전 외경


윤비 앞에 경빈,희빈,창빈이 앉아 있다.

윤비, 연상위에 놓인 "內訓"을 내려다보며.


윤비 : 성종대왕의 어머니이신 소혜왕후께서 지으신 이 책은 신분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녀자라면 마음에 새기고 행해야 할 금과옥조같은 말씀들이 담겨 있소.

경,희,창빈 : ...

윤비 : 경빈은 이 책을 읽어보시었소?

경빈 : 예. 마마..

윤비 : 그래요?..허면 첫장부터 한번 외어보겠소?

경빈 : (놀라) 예에?

윤비 : 왜요, 읽어보셨다면서요?

경빈 : (당황하는)...

윤비 : 희빈은요?

희빈 : (낭패한)..그,그게 저...

윤비 : (싸늘한 비웃음)...창빈께선 외우실수 있겠소?

창빈 : (조아리며)..중전마마, 용서해 주시옵소서...

윤비 : (연상을 쾅 내려치며) 내명부 일품명부들께서 내훈조차 외우지 못해서야, 어찌 첩지를 받았다고 할수 있단말이요!

경,희,창빈 : ..마,망극하옵니다..중전마마..

윤비 : 너희들은 상감의 품안에서 베개머리 송사나 벌이고 상감 옥체의 기만 축내는 것에만 머리를 썼단 말이더냐?!

경,희,창빈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윤비 : (쏘아보다가) 오늘 밤 인시까지 이 책을 백번씩 읽고 외워오도록 하오.

경,희,창빈 : ..예..알겠사옵니다.

윤비 : 잘못된 밭에서는 쭉쟁이만 생기는 법! 허니 내가 읽으란 책을 읽고 머릿속에 든 잡념을 빨아내서

         빈들의 텃밭에 거름으로 주도록 하오!

경,희,창빈 : ...!

윤비 : 꼴도 보기 싫으니 물러들 가시오.

경,희,창빈 : (주눅들어)..예...(일어서는 뒷걸음질로 나가려는데)...

윤비 : (들으라는 혼잣말) 허, 왕자들만 쑥쑥 낳았으면 뭐하누?

경,희,창 : (움찔 멈춰서 돌아보는데)...!

윤비 : 어미들이 총명해야 자식들이 총기가 있거늘...아둔한 왕자들 보단 영민한 공주가 백번 나은 것을..

경,희,창 : (모욕을 참듯 입술을 깨문다)...!



s#46. 중궁전 뜰


경빈,희빈,창빈이 씩씩거리며 계단을 내려온다. 상전의 뒤를 따르는 금이,향이와 상궁나인들.


희빈 : 아무리 웃전이기로 사람을 이리 짓밟는 법이 어디있단말이오?

창빈 : ...그보다도 인시까지 외울수나 있을지 그게 더 걱정이옵니다.

경빈 : (뭔가 생각하는)...

희빈 : 까짓것 못할 것은 또 뭐있소? (향이와 나인들보고) 가자.

창빈 : (한숨 내쉬며 자기 처소쪽으로 가는데)...

경빈(E) : (중궁전을 돌아보는)...!



s#47. 중궁전 방 안


윤비, "내훈"을 펼쳐 읽으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s#48. 남곤의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중치막이 앉아있다.


남곤 : 뭐라? 조제학이 갖바치를 찾아가?

중치막 : 예, 점바치 방백인이가 머무는 갖바치 집이었사옵니다.

심정 : 허어, 성리학의 신봉하는 조제학이 사주쟁이를 찾아갔을리도 없고...신을 맞춤 하러 간것도 아니라면..대체 무슨 일일꼬?

남곤 : (심각해지며)..무슨 내막인지 철저히 알아보게.

중치막 : 예, 대감마님.



s#49. 윤임 집 사랑채 방 안


윤원형이 윤임에게 윤비에게 받은 문서를 내민다.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돌려드리라 하였사옵니다.

윤임 : (당혹감) 아,아니 지난날 일문의 인정으로 쌀 몇섬 보내고, 용채 얼마 준 것을 이리 돌려주시다니?..

         대체 무슨 뜻이신지...?

윤원형 : ..마마께오서 말씀을 안하시니 시생도 그 뜻을 모르겠사옵니다..그럼 시생 물러가옵니다. (일어서서 나간다)

윤임 : (손짓하며) 여,여보시게....(생각하다가 '혹시?')...?!!



s#50. 송도 주막 방 안


능금, 모가비를 애원조로 바란본다.


능금 : 아부지, 우리도 한양으로 가자. 응? 한양엔 벌이 할것두 많잖아.

모가비 : ..가려거든 너나 길상이 따라가..

능금 : 아부지 혼자 여기서 어떻게 살려고?

모가비 : 아녀, 넌 애비한테 할만큼 한거여...(손바닥으로 표현)..요만쩍 했을때부터 주머니 따오면

            이쁜 내새끼, 이쁜 내새끼 하면서 딸년 하나 있는거 도둑년 만들구...에휴..

능금 : 싫어, 나 아부지 두고는 절대 안가, 못가?!

모가비 : 괜찮아..여잔 남정네를 따라야 하는겨..애비 걱정말구 길상이 따라가. 저 눔한테 널 맡기면 애비 맘두 편할거 같어..

능금 : (울먹)..아부지...(안겨서 운다)

모가비 : (안아주며)..그려,그려...(글썽하여 한숨 푹 내쉰다)



s#51. 정윤겸 집 마당


윤임처의 가마가 놓여있다. 교꾼들과 박서방의 모습도 보이고..

(*정윤겸 하인들중 배서방은 변방에서 돌아 오는중이니 이곳에 없음)



s#52. 동 안채 방안


박씨와 윤임처가 앉아있다.


박씨 : 하례식때 뵈오니 중전마마께오서 구중궁궐 교태전 전각에서 앉아 내외명부를 호령하실 만한 기상이셨사옵니다.

윤임처 : 예, 그래서 국모의 자리에 오르실 분은 하늘이 내신다지 않사옵니까?

박씨 : 이제 판부사대감의 전정에 탄탄대로가 열린 것 아니겠사옵니까?

윤임처 : 탄탄대로라니요?

박씨 : 새 중전마마를 판부사대감께오서 밀어올리신 것을 세상이 다 아는 일 아니옵니까?.. 게다가 원자마마의 외숙이시니...

윤임처 : ...

박씨 : (한숨)...헌데 우리 대감께선 변방의 찬바람을 맞고 있으니..

윤임처 : 너무 심려마세요..안그래도 우리 대감께서 정대감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박씨 : (솔깃하여)...그래요?

윤임처 : 예, 이번엔 내직으로 드시도록 전하께 주청을 드리시겠답니다. 허니 조만간 돌아오실겝니다.

박씨 : 그래요?..내 그리만 된다면 정부인께 큰 은혜를 입는것이옵니다.

윤임처 : 우리 사이에 무슨요?..

옥련(E) : 어머니 소녀이옵니다.

박씨 : 오냐, 옥련아, 들어와 정부인께 인사 여쭈어라.

옥련(E) : 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윤임처에게 조아리며) 그간 무고하시었사옵니까?

윤임처 : 옥련이가 벌써 이만큼 컸더란 말이냐? 어느덧 요조숙녀가 다 되었구나?

옥련 : 너무 과찬을 하시니 소녀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임처 : 참으로 곱게도 자랐구나..(박씨 보고) 혼처는 정해졌사옵니까?

박씨 : 아직이옵니다..정부인께서 중신이라도 서주시게요?

윤임처 : 어려울게 뭐있겠습니까? 정국공신까지 받으신 가문에 이만한 인물이면

            정승판서댁인들 며느리 들이길 마다하겠습니까?

옥련 : (쌩끗 웃는)...



s#53. 동 정윤겸 집 대문 앞


박서방이 앞장서고 윤임처가 탄 가마가 떠나간다.

정렴, 걸어와 가마를 보다가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54. 동 대문 안 마당


정렴, 들어와 사랑채로 가는데 안채 쪽에서 옥련이가 나온다.


옥련 : 오라버니. 또 고 매향이란 평양기생년 보러갔다 왔소?

정렴 : 그게 사대부가 규수가 입에 담을 소리냐?

옥련 : 아버님께서 곧 내직으로 드실텐데 오라버니는 어쩌시려 그러오?

정렴 : (놀라) 아버지가 내직으로 드신데?

옥련 : 그러니 정신차리고 글공부나 하시오.

정렴 : 넌 영웅호색이란 말도 모르느냐?

옥련 : 영웅도 아닌 사람이 호색을 하니 큰 일 아니오.

정렴 : 말이나 못하면?...(하다가) 참, 나 기방에서 난정일 봤다.

옥련 : (놀라) 난정일요?!



s#55. 당추 암자 방 안


당추와 갖바치가 앉아있고, 동자승이 그 앞에 놓여진 잔에 차를 따른다.


당추 : 허면 조제학과 얘기도 나누지 않고 그냥 피해 왔단 말인가?

갖바치 : 예..(차를 마시는)

당추 : 허어, 거 알다가도 모르겠구만, 대체 왜 그런짓을 한겐가?

갖바치 : 형님, 조제학의 양미간에는 태백성의 광채가 뻗치고 있었소이다.. 허나 태백성의 꼬리가 너무 짧아요..

당추 : (놀라) 조제학이 천수를 다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갖바치 : (마시는)...음!!..

당추 : 어쩔텐가?...자넨 그걸 알면서도 나서보려는겐가?

갖바치 : 글쎄요..태백성의 불길을 이 사람이 감당할수 있을런지.. (멀리 보며 한숨)...



s#56.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호호..중전께서 세분의 빈을 불러다 호통치셨다구요?



s#5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는 윤비.


윤비 : 예, 소혜왕후께서 지으신 내훈을 외지 못하는 내명부는 자격이 없는것이지요.

자순대비 : 중전의 말씀이 옳아요, 허나, 너무 심하게 나무라지는 마세요.

윤비 : 하오나 내명부 기강은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야 하는게 아니옵니까?

자순대비 : (미소) 구중심처에서 고립무원되시면 어찌하시려고요?. 중궁의 자리는 지엄하기도 해야되지만

               때론 자애롭게 내명부를 감싸주기도 해야합니다.

윤비 : ...예.

자순대비 : 내 중전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윤비 : 명심하겠사옵니다.



s#58. 대비전 계단


윤비, 댓돌 위로 내려서면 나인이 운혜를 신겨준다.


윤비(E) : (생각에 잠긴)..고립무원..고립무원이라...


윤비의 얼굴위로 스쳐가는 이미지.

손바닥위에 신발을 놓고 윤씨에게 신겨주던 난정.(10회 s#56)

윤비, 하늘을 한번 보고는 계단을 내려간다.



s#59. 후궁전 몽타쥬


1) 희빈처소 희빈, 향이를 상대로 <내훈>을 외워보고 있다.

희빈, 중간중간 까먹었는지 책을 들춰보다가 신경질적으로 책을 집어던져 버린다.

안쓰럽게 보는 향이.

2) 창빈처소 창빈, 차분하게 앉아 외워다가 막히는지 한숨을 폭 내쉰다.



s#60. 경빈처소 방안


경빈, 촛불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경빈(E) : ...어쩐다, 어쩐다...?


금이, "내훈"책을 앞에 놓고 안절부절하여 경빈을 보다가 말한다.


금이 : ..마마, 곧 인시가 되옵니다.

경빈 : (생각에서 깨어나 금이보며) 금아 자리를 마련하거라.

금이 : (영문 몰라) 예?

경빈 :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s#61. 중궁전 계단 밑 (밤)


소복에 머리를 풀어내린 경빈이 다가온다.

침울하게 그 뒤를 따르는 금이와 상궁나인들.


경빈 : (착 가라앉은)...자리를 깔거라.

금이 : (울먹이며)...마마...

경빈 : 어서 깔래두.

금이 : ..예..


금이가 삿자리를 펼쳐 깐다.

경빈, 어둠의 위용에 묻혀있는 중궁전을 올려다 보다가 삿자리 위에서 중궁전을 향해 큰 절을 올린다.



s#62.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윤원형이 탄 사인교가 멈춰선다.

윤원형, 대문안을 히죽 웃으며 보다가 '어험' 도포자락을 휙 젖치며 들어간다.



s#63. 동 기방 안 채 방 안 (밤)


윤원형, 앉아있는데.


자운아(E) : 술상, 들여가옵네다.

윤원형 : 들이게.


방문이 열리고 자운아의 지휘로 심퉁이와 다른 여종이 술상을 들여온다.


자운아 : 승후관 나으리, 일행도 없이 횬댜 어뗜일이십네까?

윤원형 : 어험! 내 지나다 목이 컬컬하여 술 한잔 마시러 왔네.

자운아 : 쇤네가 옆에 앉아 술을 칠깝쇼?

윤원형 : 예끼, 퇴기를 옆에 앉혀놓고 무슨 술 맛이 난다고?

자운아 : 퇴기라니요? 이거 섭섭하옵네다.

윤원형 : 잔소리 말고 자네 딸을 들이게.

자운아 : 매향일요?

윤원형 ; (묵직한 돈주머니 툭 던지며)..이거면 되겠는가?



s#64.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앞 (밤)


자운아와 옥매향이 서있다.


옥매향 : 내레 싫타니까 기래요?

자운아 : 고럼 어카갔니? 막무가내로 너만 탸다대니..

옥매향 : 하루아팀에 팔댜바꿨다고 거만떠는 꼬락서닐 어케 봐요.

자운아 : 에미나이래 성깔 하곤? 고럼 어카디?

난정 : (자운아 앞으로 급하게 오며) 아주머니, 윤승후관께서 오셨다지요?

자운아 : 기래.

난정 : 그분 제가 뫼시게 해주세요.

자운아 : 응?

옥매향 : (비웃음) 기래요, 마팀 댤됐시오. 돈에 환댱한 에미나이니끼니 댤 맞을거야요.

            (난정보며) 난뎡아, 너 오늘밤에 소원 풀게 생겼구나. (휙 가버린다)

난정 : ...



s#65.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연상 앞에서 책을 읽고 있다.



s#66. 동 방 밖 복도 (밤)


엄상궁과 상궁나인들이 방문밖에 시립해 있는데

오상궁이 빠른 걸음으로 방문 앞으로 걸어와 엄상궁에게 귓속말을 한다.


엄상궁 : (흠짓하다가 수습하며) 중전마마- 아뢸말씀이 있사옵니다.

윤비(E) : 들어오게.

엄상궁 : 예. (방문이 열리면 들어간다)



s#67,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상궁을 본다.


윤비 : 무슨 일인가?

엄상궁 : 경빈이 중전마마께 석고대죄를 올리고 있다하옵니다.

윤비 : (흠짓) 뭬야?!



s#68. 중궁전 뜰 (밤)


윤비,엄상궁,오상궁과 상긍나인들을 거느리고 월대쪽으로 나온다.

윤비, 계단 아래를 내려다 보면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는 경빈.

윤비,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s#69.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윤원형, 술상 앞에 앉아 자작으로 한잔 마신다.


난정(E) : 나으리, 들어가겠사옵니다.

윤원형 : (약간 취한듯) 오냐, 들어오너라.


방문이 열리고 기생복으로 갈아입은 난정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


윤원형 : (보며) 넌 매향이가 아니지 않느냐?

난정 : (고개를 들고 보며) 오늘밤은 제가 나으릴 모시게해주시옵소서.

윤원형 : (난정의 미모에 휘둥그레지는)..오,오,오냐...

난정 : 인사드리옵니다. 난정이라 하옵니다.


난정, 윤원형에게 큰 절을 올린다.

윤원형, 난정의 미모에 취해 헤벌쭉 입이 벌어지는데

절을 끝낸 뒤 고개를 들어 윤원형을 보며 쌩끗 웃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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