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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12|조회수660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13











s#1. 자운아 기방 전경 (밤)


불이 환하게 켜진 자운아 기방 안채.



s#2. 자운아 기방 안방 안 (밤)


난정, 큰 절을 올린 뒤 고개를 들어 윤원형의 보며 쌩끗 웃는다.


윤원형 : (미모에 넋이 나간듯)...허어, 너 같은 절색이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게냐?

난정 : (보며)..나으리, 소녀를 모르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으응? 전에 우리가 만난적이 있었더냐?

난정 : 소녀, 예전 나으리댁 옆집 살던 난정이옵니다.

윤원형 : (갸웃)..난정?..난정이라..?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토사곽란으로 간택 참례를 못하셨을 때, 소녀가 나으리를 사주쟁이한테 뫼신적이 있지요.

윤원형 : 오 오,그래...난정이!..이제야 생각이 나는구나!..호오, 네 벌써 이리 컸더란 말이냐?

난정 : (고개 조아리며 미소)..

윤원형 : (술잔 내밀며) 어디, 술 한잔 따라보거라.

난정 : (다소곳하게 술 한잔 따른다)

윤원형 : (찬찬히 보며) 허, 물이 아주 잘 올랐구나?

난정 : 소녀, 아직 잎사귀도 피우지 못했사옵니다. 앞으로 나으리께서 물을 주시면 꽃을 피우겠사옵니다.

윤원형 : 허허, 입심이 아주 당돌하구나?

난정 : (쌩끗)....

윤원형 : (은근히 보며) 허면 너 오늘밤 내 잠자리 시중을 들겠느냐?

난정 : 소녀, 아직 기적에도 들지 못한 기방 계집종이옵니다. 나으리 같으신 풍류남아께서 댕기머리 부엌대기를 품으셨다가

         두고 두고 놀림거리가 되시옵니다.

윤원형 : (머쓱) 허엄! 거야 그렇지! 허허..(술 한잔 마신다)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강녕하시온지요?

윤원형 : 암 강녕하시다 말고.

난정 : 소녀, 중전마마를 뵙고 싶사옵니다..

윤원형 : 뭐라?!.

난정 : 하온데 이년은 앞으로 평생 뵙지 못하겠지요?

윤원형 : 내 중전마마께 청을 넣어 궁녀로 넣어줄까?

난정 : 이미 기방에 몸을 의탁한 처지에 어찌 궁녀가 될 수 있겠사옵니까?

         나으리께서 이따금씩이라도 이년에게 중전마마의 소식을 전해주시면 그걸로 족하옵니다.

윤원형 : 오냐, 오냐. 난정아, 대신 네가 기적에 올라 기생이 되면 내가 머리를 올려 주마. 어떠냐?

난정 : (쌩끗 웃는)..

윤원형 : 왜 내게 마음이 없는게냐?

난정 : (미소) 한잔 더 받으시지요.


난정, 술을 한잔 따르면 윤원형, 속이 타는지 입안에 덜컥 털어넣는다.



s#3. 자운아 기방 마당 (밤)


옥매향, 뭔가 불안한 듯 안채 방안 쪽을 보고 서있다.


자운아 : (중문안으로 들어오며) 매향아, 와 그러고 있네?

옥매향 : 아, 아무것도 아니야요...

자운아 : (미소) 난뎡이가 걱뎡되서 그러네?

옥매향 : 걱뎡은요? 그깟 에미나이래 내레 와 걱뎡하갔시오? (아랫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자운아 : ('네 마음 다 안다'는 듯 미소짓다가 안채 방쪽을 돌아 본다)...



s#4. 동 안채 방안 (밤)


윤원형, 한잔 급하게 마신다.


윤원형 : 난정아, 네 머리는 반드시 내가 올려주고 싶구나..어떠냐? 내게 약조해 줄 수 있겠느냐?

난정 : (미소)...

윤원형 : 허어, 어찌 웃기만 하고 말이 없는게냐?..(염낭을 꺼내 술상위에 탁 놓으며) 받거라. 선셈조로 너에게 맡겨두마.

난정 : (정색을 하고 보다가 다소곳하게 일어선다)

윤원형 : (보며) 왜, 왜 일어나는게냐?

난정 : 나으리께서 이년을 돈 몇냥에 몸을 던지는 창기로 보셨다면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사옵니다.

윤원형 : 아 아니다 아니야 내 말 뜻은..

난정 : 이년이 사람을 잘 못 본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오냐,오냐..말을 실수했다 허니 앉거라.

난정 : ...

자운아(E) : (방밖에서) 나으리, 자운아이옵네다.

윤원형 : 들어오게..


자운아,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 뒤로 향심이와 가야금을 든 탄금이가 따라 들어온다.


자운아 : 풍류남아께서 술을 드시는데 가무가 빠뎌서야 되갔습네까?

윤원형 : 험,험,안그래도 맹숭맹숭 하던 참일세.

자운아 : (난정에게) 넌 이만 나가보라우.

난정 : 예. (윤원형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간다)

윤원형 : 아 아니! ..그 애는 왜 내보내는가?

자운아 : 이 에미나이래 예뎐에 알던 분이라고 하도 됼라서 들여보냈디만, 기래도 어케 댕기머리한테 술시듕을 들게 하갔시오?

            (기생들 보며) 뭣들하네? 나으리께 인사 올리디 않고?!


향심이와 탄금이가 윤원형에게 큰 절을 올린다.


향심이 : (일어서며) 향심이라 하옵니다.

탄금이 : 탄금이라 하옵니다.

윤원형 : (뭔가 아쉬운 듯 급하게 한잔 마신다)

자운아 :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s#5. 동 기방 마당 (밤)


난정, 마당으로 내려서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을 푹 내쉬다가 문득 시선을 의식하고 아랫방 쪽을 보면

열린 방문으로 난정을 내다보던 옥매향이 방문을 쾅 닫아버린다.


난정 : ...



s#6. 중궁전 계단 아래 (밤)


경빈, 삿자리에 고개를 숙인채 앉아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다.

그 뒤편으로 경빈전 상궁 나인들이 시립해 섰다.

금이, 김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미음사발을 대접에 받쳐들고 주변을 살피며 경빈쪽으로 다가온다.


금이 : (조심스럽게) 마마, 미음이옵니다. 드시면 냉기가 좀 가실것이옵니다.

경빈 : (엄하게) 물리거라! 대죄를 올리는 몸이 어찌 편하길 바라겠느냐?!

금이 : ....


경빈, 매서운 눈빛으로 중궁전을 쏘아보는 얼굴위로.


윤비(E) : 여교에 이르길 아녀자가 지녀야 할 네가지 중요한 행실이 있다고 하였는데



s#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희빈과 창빈이 앉아있다.


윤비 : 그 네가지가 무엇인지 창빈께서 말씀해 보시겠소?

창빈 : 예, 첫째가 덕이요, 둘째는 말이요, 셋째는 용모며, 넷째는 솜씨라 하였사옵니다.

         여자의 덕이란 반드시 재주와 총명이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니며, 말은 반드시 구변이 좋아서

         이익을 도모하는 그런 언사라야 하는 것이 아니며, 용모 또한 반드시 얼굴이 아름답고 고운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솜씨 또한 반드시 남을 능가하는 그런 공교한 솜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보다가) 그럼 어떠해야 되는지 희빈이 말씀해 보시오.

희빈 : ..예..(자신감이 없다)...아녀자의 덕이란 맑고 고요하고 다소곳하며 절개를 지키며 바르게 처신하고

         행동하는데 부끄러움을 지니고..행동하는데 법도가 있는 것이며..아녀자의 말이란...아녀자의 말이란...

         (낭패하여 울상되는)..

윤비 : (똑바로 보며) 택사이설하고 부도악어하며 시연후언하여 불압어인이라, 언사를 가려서 쓰고 거친 말을 쓰지 않으며,

         여유를 두고 말함으로써 남에게 싫지 않게 하는 것을 아녀자의 말이라고 하느니라.

희빈 : (고개를 푹 숙인다)...

윤비 : 희빈, 희빈의 아버님이신 남양군께선 정국일등공신까지 오르신 분인데

         그 여식된 분이 아버님 존함에 누가 되게 해서야 되겠소?

희빈 : (모욕감에)...

윤비 : 사흘 말미를 줄테니 다시 외워오도록 하세요. 그때까지도 못외우면 내 회초리라도 들겠소. 아시겠습니까?!

희빈 : ..예.마마..



s#8. 동 중궁전 밖 (밤)


희빈과 창빈이 중궁전을 나와 월대로 내려선다.


희빈 : (표독스럽게 돌아보며) 내 아버님까지 들먹이다니?! 아무리 중전이라지만 그리 함부로 말해도 되는겐가?!

창빈 : 중전마마께오서 사흘 말미를 더 주셨으니 회초리 맞기 싫으시면 부지런히 외우세요.

희빈 : 허, 누가 회초릴 맞기나 한데요?! 내 경빈처럼 석고대죄를 드릴지언정, 그리는 못하겠소.

창빈 : 허면 어쩝니까? 중전마마의 뜻에 따를밖에요.

희빈 : 흥, 창빈 혼자 중전마마의 괴임을 많이 받으세요. 이 사람은 그리는 못하니! (향이와 상궁나인들에게) 가자!


희빈,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찬바람 소리나게 가버린다.

창빈, 희빈의 뒷모습을 보다가 석고대죄를 올리는 경빈을 안쓰럽게 보고는 자기의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계단 아래에서 고개를 치켜들며 어금니를 깨무는 경빈의 얼굴에서.



s#9. 편전 외경 (밤)


중종(E) : 뭣이라? 경빈이 석고대죄를?!



s#10.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놀란 눈으로 장지문 앞에 서 있는 김상궁을 본다.


김상궁 : 예, 중전마마께 대죄를 드리고 있다하옵니다.

중종 : 허어, 경빈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김상궁 : 그것까지는 알수 없사오나, 늦저녁부터 자리를 깔고 계시다 하옵니다.

중종 : 음!!..(일어서며) 중궁전으로 갈터이니 자비를 놓아라.



s#11. 중궁전 계단 아래 (밤)


경빈, 자리에 엎드려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는데

무예청들의 '쉬잇, 물럿거라!' 소리와 함께 대전내관과 상궁나인들이 조족 등을 밝힌 중종의 옥교가 온다.

금이와 경빈전 상궁나인들이 물러서며 일제히 조아린다.


중종 : (옥교에서 내려 경빈쪽으로 오며) 경빈, 대체 이 무슨 일이오?

경빈 :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죄인은 유구무언이옵니다..

중종 : (안쓰럽다)..일어나시오..경빈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석고대죄를 드린단 말이오?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용서해 주신다는 하명이 있기 전까진 신첩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나이다.

중종 : (중궁전쪽을 휙- 바라본다)



s#12. 중궁전 방 밖 복도 (밤)


대전내관 : 주상전하상 납시오-


중종, 급한 걸음으로 방문 앞으로 걸어온다.

엄상궁과 오상궁이 허리를 굽히며 맞이한다.


엄상궁 : 중전마마, 상감마마 납시었사옵니다.



s#13.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 (흠짓 보며) 어서 뫼시어라.


윤비, 연상앞에서 보던 책을 덮고 일어서면 방문이 열리고 중종이 급하게 들어온다.


중종 : (앉으며) 중전, 경빈이 대체 무슨 일로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는것이요?

윤비 : (따라 앉으며) 신첩, 역시 자세한 속내를 짐작키 어려우나

         아마도 경빈께서 지난 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지난 날의 잘못이라니? 경빈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윤비 : 스스로 뉘우치는 바가 있어 대죄를 청하는 것이올테니 전하께오선 모른척 눈을 감아 주시옵소서.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잡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옵니다.

중종 : 그럴순 없소. 경빈은 병약한 사람이오, 아직 밤바람이 찬데 저리 두었다간 어찌 될지 알수가 없소.

         허니 중전께서 이만 석고대죄를 거두라 명하여 주시오.

윤비 : 그리 할 수는 없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그리 할 수 없다니, 과인의 뜻을 받아드리지 못하겠다는 말씀이시요?

윤비 : 이번 경빈의 석고대죄는 내명부의 난마 같이 얽힌 실타래를 푸는 초석이 될 것이옵고

         만조백관과 신민들에게 대궐의 지엄한 법도를 각인시키는 일이 될 것이옵니다.

중종 : 허, 중전..내전의 목소리가 궁궐 담밖으로 넘어가서 좋을게 뭐있겠소?

윤비 : 신첩, 아녀자의 좁은 소견일수도 있사오나 옳은 도리인줄 알고 행하는 일이라면

         담밖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들 부끄럽지 않을 줄 아옵니다.

중종 : ...?!!



s#14.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자운아와 향심, 탄금이가 사인교에 올라 앉은 윤원형을 배웅하고 있다.

중문 밖에서 난정이 몸을 숨긴채 윤원형을 보고 섰다.


윤원형 : (혀꼬부라지게 취한) 난정이 머리는 반드시 내가 올려줄터이니 잊지 말게.

자운아 : 예,예, 고럼 살펴가시라요.

윤원형 : 가자.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출발한다.

자운아, 귀찮은 손님을 치웠다는 듯이 큰 숨을 내쉬고 돌아서다가 난정을 본다.

난정, 재빨리 시선을 피하며 부엌쪽으로 간다.



s#15. 자운아 기방 부엌 안 (밤)


심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난정이 들어와 팔을 걷어부치고 물속에 손을 담근다.


자운아 : (지나가다가 들여다 보며) 그릇 하나라도 뎡성을 들여서 닦아야 되는기야. 기래야, 음식맛이 제대로 사는기야.

심퉁 : 예. 알고 있슈.

자운아 : 난뎡아, 그릇들을 니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닦으라우, 여염집 텨녀의 때를 남김없이 벗겨낸다고 생각하라 이 말이야.

            무슨 말인듈 알간?!

난정 : ...예..


난정, 짚쑤세미로 그릇들을 북북 문지른다.



s#16.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밤)


자운아, 안채 대청에 서 있고 평상복을 입은 난정, 손에 음식 싼 것을 손에 들고 그 앞에 서 있다.

난정 옆에 서 있는 심퉁.


난정 : 아주머니, 이만 가보겠어요.

자운아 : 기래, 오늘 애썻다, 오마니 기다리시겠다, 날래 가보라우, 밤길 됴심하구.

난정 : 예..


난정, 아랫방 쪽을 돌아보면 가야금을 타는 옥매향의 실루엣이 보인다.

난정, 실루엣을 보다가 대문쪽으로 나간다.



s#17. 난정모 마당 (밤)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불이 켜진 방문을 보고 흠짓하다가 방쪽으로 간다.


난정 : ,,어머니 나에요.

난정모(E) : (근엄한) 들어오너라.

난정 : (음식 싼 것을 놓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18.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착 깔아앉은 근엄한 분위기로 꼿꼿하게 앉아있다.


난정 : (방안으로 들어오며) 아직 안 주무셨세요?

난정모 : (보며) 게 앉거라.

난정 :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앉는다)...

난정모 : 난정아, 너 여태껏 어디서 무얼하다가 들어오는게냐?

난정 : ...

난정모 : 기생수업을 받으러 기방이라도 다니는 것이더냐?!

난정 : ..어머니..

난정모 : 그래, 에미가 널 서녀로 낳은 까닭에 네 가슴속에 맺힌 한이 많은 것 다안다. 네가 이렇게 된게 다 이 에미 죄다.

난정 : ...

난정모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방지축 네 마음대로 처신하고 다니는 꼴 에민 더는 못보겠구나!

난정 : ...

난정모 : 네 정녕 기생이 되고 싶은 것이냐? 그렇다면 이 에민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구나.

            에미 죽는 꼴이 보고 싶으면 기생이 되거라.

난정 : ..어머니...

난정모 : 바른대로 고하거라, 오늘 하루 종일 어디서 무얼한게냐?

난정 : ..실은 대갓댁 잔치에 가서 날품을 팔았소.

난정모 : 그 말이 정말이더냐?

난정 : 못믿겠으면 밖에 나가 보오..잔치 음식을 얻어왔으니.

난정모 : 그래, 이 어민 널 믿는다.

난정 : ....



s#20. 난정모 방밖 (밤)


방안에 불이 꺼진다.



s#21. 동 난정모 방 안 (밤)


불꺼진 방 안.

난정모가 잠들어 있고 그 옆에 난정이 누워 난정모를 보고 있다.

잠들어 있는 난정모.

난정 일어나 반다지 열고 옥패를 꺼낸다. 옥패 주머니 속에서 난정 옥패를 꺼내 한참 들여다 본다.


난정(E) : (난정모쪽을 돌아보며) 어머니, 용서해요오. 언젠가 내 손으로 우리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그 날이 오면

              어머니도 날 용서해 주실거요..



s#22. 대궐 전각들이 밝아온다(INSERT)



s#23. 중궁전 뜰 앞 (아침)


경빈, 허리를 숙인채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고 있다.


경빈(E) : (거칠한 얼굴위로) 내 온몸이 바수어 지는 한이 있어도 참으리라..참으리라.. 참으리라..

복성군(E) : 어머니!


경빈, 흠짓 놀라 보면 복성군(13-14세)이 경빈쪽으로 뛰어온다.


복성군 : (멈춰서서 울먹이며) 어머니...

경빈 : (이를 물며) 복성군, 울지 말고 이 어미꼴을 똑똑히 보아두어라오.

         뒷방살이 하는 어미가 얼마나 참혹하게 짓밟히는지 똑똑히 보아두란 말이오!

복성군 : (눈물)..흑흑..어머니..

경빈 :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위에 올라 이 어미의 한을 풀어주셔야 하오.

복성군 : ...!!


시립해 있던 금이와 상궁 나인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s#23.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경대 앞에서 머리매무새를 만지고 있는데.


(E) (경빈전 상궁나인들과 복성군의) 울음소리.

윤비 : (의아하여 방밖을 돌아보는데)...?

엄상궁(E) : 중전마마, 엄상궁 이옵니다.

윤비 : 들어오게.

엄상궁(E) : 예.

윤비 :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겐가?

엄상궁 : (난처한 듯) 복성군이 경빈과 함께 죄를 받겠다며 대죄를 받기를 청하고 있사와...

윤비 : 뭬야? 복성군이?

엄상궁 : 예.

윤비 : (생각하는)..음!!

엄상궁 :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나 그만 사하신다는 분부를 내리심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비 : ...경빈이 자청하여 드린 석고대죄를 사한다면 이제껏 경빈이 저지른 본받지 못한 짓꺼리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 아니던가?

엄상궁 : 벌써 한 밤이 지났사옵고 이만 하시면 버릇을 가르치신 것이 되옵니다.

            밖에 납시어 물러가라고 한 말씀을 내리시옵소서.

윤비 : ...



s#24. 동 중궁전 마당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 및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나온다.

윤비, 계단밑을 내려다 보면 석고대죄를 드리는 경빈 옆에서 복성군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시립해 있는 경빈전 상궁 나인들이 훌쩍 거리고 있다.


윤비 : (보다가)..경빈, 그만 했으면 지난날 잘못을 뉘우첮을것이요.

경빈 : (힘겹게 올려다 본다)....

윤비 : (복성군을 보며) 복성군은 뭣하고 계시오? 어서 어머닐 일으켜 모시고 물러가도록 하오.

복성군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중전마마...(경빈을 부축하며) 어마마마..


경빈, 복성군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다가 비틀거린다.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달려들어 경빈을 간신히 부축한다.

윤비, 보다가 돌아서서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경빈, 부축을 받으며 가다가 고개를 돌려 중궁전쪽을 매섭게 노려본다.



s#25.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남곤, 홍경주가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이 지난 을해년 폐비 복위 상소를 올려 귀양간 박상과 김정의 신원에 대해 논의해 보라고 하교를 내렸는 바,

         삼사의 뜻은 어찌 모아졌소?

정광필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신원해서는 아니된다는 의견이 맞서

            아직 뜻을 한 곳에 모으지 못했사옵니다.

중종 : (쾅-내려치며) 허어,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경들은 입만 열면 과인에게 성군이 되어 어진 정사를 펼치라

         진언을 하면서 조정의 중대사안마다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사사건건 반목대립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과인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아니한가?! 대체 과인이 어찌운신해야 하는게요?!

안당 : 폐비의 일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아직 조정의 요직에 있사와, 섯불리 논의를 통일키 어렵사옵니다.

         하오니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어 처결하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벌써 십년도 더 지난 폐비의 일로 아직도 논의가 분분하니 참으로 답답하오, 답답들하오.

일동 : ...망극하옵니다.

중종 : (생각하다) 승지는 들라.

김승지(E) : 예. (들어와 조아린다)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과인은 남평과 보은에 유배된 전 담양부사 박상과 전 순창군수 김정의 유배를 풀고 신원토록 할것이다.

김승지 : 예.

홍경주 : (당황하여) 저,전하..하오시면 그 당시 같은 사안으로 파직된 권민수와 이행의 죄도 사면해 주심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중종 : 그 부분은 과인이 더 상량해 보겠소.

남곤 :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근자에 전하께오선 조제학만을 총애하시어 그의 주청대로 들어주시니

         조정중신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심히 걱정이옵니다.

중종 : 이번 일은 과인이 조제학을 총애해서가 아니라 젊은 인재를 아끼는 과인의 뜻으로 받아들여 주시오.

홍,남곤 : ....!



s#26. 대궐 일각


남곤과 홍경주가 걸어오고 있다.


남곤 : 전하께오서 말씀은 그리 하셔도 조광조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하시오이다.

홍경주 : 김안로에 대한 총애 역시 더하면 더 하셨지 못하진 않소.

남곤 : 허, 이러다가 우리공신들만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아닌지.,..

홍경주 : 전하의 뜻을 읽고 그것에 따를수 밖에요.

남곤 : 요즘 전하께오서 부쩍 도학정치다 개혁이다 하는 조광조 말에 관심을 보이고 계시외다.

홍경주 : 개혁? 허, 이 사람은 대체 무엇을 개혁하자는 건지 도통 알수가 없소.

            제놈들만 가만있으면 만사태평일 것을 말이외다. 아니그렇소이까?

남곤 : ..글쎄 말이외다.

홍경주 : 세상이 어찌 되려하는지, 허엄! (먼저 간다)

심정 : (반대편에서 급하게 오며) 남대감, 큰일 났소이다. 경빈마마께서 중궁전에서 석고대죄를 올렸다 하오이다.

남곤 : 뭐요? 석고대죄!



s#2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여유있게 탕재를 마시고 있는데.


금이(E) : 마마, 남대감과 화천군께오서 들었사옵니다.

경빈 : 드시라해라.

금이(E) : 예.


금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발을 내리면 남곤과 심정이 들어온다.


남곤 : (앉으며) 마마, 중궁전에 석고대죄를 드리셨다니요? 어이된 일이옵니까?

경빈 : 중전께서 후궁전의 버릇을 가르치시려드시니 이 사람이 먼저 궁중의 법도를 일러드린 것 뿐입니다.

심정 : 기체는 평안 하시옵니까?

경빈 : 예, 너무 심려들 마세요. 더욱이 이번 일이 복성군에겐 좋은 교훈이 되었을겝니다. 복성군이 총명함에 비해

         심약하여 걱정되는 바가 많았는데 이 에미가 그리 당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앞으론 달라질 겝니다.

남곤 : 예...

경빈 : 화천군께서 복성군의 왕세자 교육에 더욱 마음을 써주세요.

심정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 (미소)...



s#28.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앞에 "內訓"이 펼쳐져 있고 건너편에 홍경주가 앉아있다.


희빈 : 연치가 서른이 넘어서 글공부를 하려니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홍경주 : 글공부라니요?

희빈 : 사흘안에 이 책을 다 외우지 못하면 회초리를 맞게 생겼습니다.

홍경주 : 설마요? 중전께오서 회초리를 드시겠습니까? 괜히 해보시는 말씀이겠지요.

희빈 : 아버님께서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이옵니다. 저 여우같은 경빈도 중궁전에 석고대죄까지 드렸습니다.

         앞으로 중궁전 시집살이를 어찌 견딜지 걱정이옵니다. (한숨 폭)

홍경주 : (갸웃)...



s#29. 대비전 마당


윤비가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 계단을 오르는 위로.


조상궁(E) :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E) : 어서 뫼시어라.



s#30. 대비전 방 안


윤비가 자순대비 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자순대비 : 어서오세요, 중전.

윤비 : 찾아계시옵니까? 대비마마.

자순대비 : (미소) 지난밤에 경빈이 석고대죄를 드렸다지요?

윤비 : 예, 마마. 자청하여 석고대죄를 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압니다 아닙니다. 내 중전께서 후궁전의 기강을 잡아나가는 것을 주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궁궐에서 전하를 십년넘게 모셔온 분들입니다. 괜히 중전의 투기로 오인될 소지를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셔야 할것이옵니다.

윤비 : 예.

자순대비 : 내 오늘 중전을 찾은 뜻은 원자와 상견례를 시켜드리고자 함입니다.

윤비 : (흠짓) 원자요?

자순대비 : 예. (방문 밖에다) 조상궁, 원자를 뫼셔오게.

조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박상궁(장경왕후의 상궁)이 원자와 함께 들어온다.

서너살박이 원자가 아장거리며 장지문 앞에 선다.


윤비 : (원자를 보며 충격)...!

자순대비 : (원자에게) 원자, 어머니께 인사올리세요.

원자 : 예.


원자, 대견하게 윤비에게 절을 올린다.


자순대비 : 이리오세요, 원자.

원자 : 예..(쪼르르 자순대비 옆에 가서 앉는다)

자순대비 : (윤비에게) 말문이 트이기도 전에 천자문을 떼신 총명하신 원자에요. 중전께서 친아드님같이 훈육해 주세요.

윤비 : 예. (자애로운 미소로 원자를 보지만 어딘가 씁쓸하다)

해설(NA) : 원자를 바라보는 중전 윤씨의 심정은 만감이 교차했다. 사실 자신이 계비로 간택된 큰 이유가

                원자를 후궁들 손에서 보호하여 장차 무사히 대통을 잇게 하는 것임을 중전 윤씨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원자를 대면하자 중전의 가슴속에서 씁쓸함이 솟아올랐다.



s#31. 난정모 마당


난정모, 쌀을 씻고 있는데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당추.


당추 : 보살님.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난정모 : (보며 반갑게) 스님!



s#3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와 당추가 앉아있다.


당추 : 하산한 뒤로 난정이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들렀사옵니다.

난정모 : 예, 이제는 서출로 태어난 운명을 원망하거나 기생이 되겠다는 말은 하지 않사옵니다.

당추 : 허, 그래요?

난정모 : 예, 헌데 어찌된 일인지 집에 붙어있지를 않고 밤늦게 돌아오는데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를 물어도 도통 말을 않사옵니다.

당추 : 허면 그 애가 혹시 보살님 몰래 기방이라도..?

난정모 : 그런 것 같지는 않사옵니다. 몸에서 술냄새도 안나고 허드렛일을 하는지 손가락마디도 굵어지고

            밤에 돌아오면 골아 떨어지기 일쑤이옵니다.

당추 : ....음...



s#33. 자운아 기방 아래채 방안


난정, 방 구석구석 정성을 다해 걸레질을 치고 있다.

심퉁,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본다.


심퉁 : 저기유, 자운아 마님께서 부르셔유.

난정 : (돌아보며) 나를? (이마를 훔치며 일어서는데 비취반지가 툭 떨어진다)


난정, 모르고 방문 밖으로 나가려는데.


심퉁 : 비취 떨어졌슈.

난정 : (그제서야 돌아보고 주워든다)...고마워.

심퉁 : 그거 잘 간직하셔유, 우리 매향 아씨가 얼마나 아끼던 건데유.

난정 : (다시 한번 비취를 보는)...!..(방밖으로 나간다)



s#34.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난정, 자운아 앞에 앉는다.


난정 : 찾으셨어요, 아주머니?

자운아 : 난뎡아, 앞으론 부엌일이나 걸레딜 같은 허드렛닐은 그만두라우.

난정 : 예에? 하오면...

자운아 : 기래, 너됴 니제부턴 본격뎍으로 기생수업을 받아야디.

난정 : (조아리며) 고맙습니다,

자운아 : 고맙긴? 난뎡이, 니가 윤승후관을 뫼실뎍에 돈에 혹해서리 뎌고리 고름을 풀러버렸으면 내텨버릴려고 했었드랬디.

난정 : ....

자운아 : 기런데 너 기생이 뭔줄이나 아네?

난정 : ..술손님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고..

자운아 : 풍류가 다 뭐 말라비틀어진 거이가?! 고거이 다 듣기 됴으라고 하는 소리야, 기생이란 건 소금 한섬을 털어먹고도

             땨단 말 한마디 않하고, 당툐 한수레를 털어먹어도 대채기 한번 안하는게 기생인기야..알간?

난정 : ...

자운아 : 대신 기생한테도 엄격하게 지켜야 할 기방 법도가 있어.

난정 : ...

자운아 : 텻째는 손님들 술댜리에서 들은 얘기는 뎔때 입밖에 내어서는 안되는거이야.

            술댜리 얘기는 듣디도 뱉디도, 생각디도 말아야 되는기야. 지킬수 있갔네?

난정 : ..예.

자운아 : 둘째, 손님 앞에서 옷고름을 풀뎍엔 해우턔가 아닌 네 마음속에 뎡이 이끌릴렸을때만 잠자리 시듕을 들라우.

            기래야만 손님이 너와 동팀할 때 편하게 쉴수 있는기야? 지킬수 있갔네?

난정 : 예..

자운아 : 셋째, 손님한테 해우턔를 받을뎍엔 얼마건간에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받으라우, 지킬수 있갔네?

난정 : 예, 아주머니.

자운아 : 기럼 됐어, 내레 말한 세가지 법도를 디킬수 있다면 사내들을 삶아먹든 구워먹든 내레 상관티 않을테니

            니 맘껏 기생노릇하며 한평생 살아보라우.

난정 : ....



s#35. 자운아기방 아래채 방 안


옥매향, 정성껏 난을 치고 있다.


난정(E) : 매향아, 들어갈게.

옥매향 : (종이를 치운다)...

난정 : (문을 열고 들어와 앉으며)...아주머니께서 앞으론 허드렛일 그만두고

         이 기방 중 누구를 선생 삼아 춤과 가야금을 배우랬어.

옥매향 : 기런데?

난정 : ..너한테 배우고 싶어.

옥매향 : 누린 가는 길이 달라, 기런데 어케 같은 튬을 튜고 가야금을 타겠네? 딴 사람을 탸다 보라우.

난정 : (보다가 비취를 내밀며)...이거 너한테 소중한 거라고 들었어..니가 원한다면 돌려줄게..

옥매향 : 그 반진 내 버린게야 니가 갔다 내버리건 네마음대로 하라.

난정 : ....(돌아서는데)..

옥매향 : (휙- 보며) 난뎡아, 텬대받는게 싫다고 딥을 뛰텨나오던 넌 어딜간거이야?

            텬하 명기가 되갔다고 황디니를 탸댜 임진나루를 건너던 넌 대체 어딜간거냐 이 말이야?!

난정 : ...매향아..언젠간 너도 내 마음을 알게 될거야..(방문을 나간다)

옥매향 : ...!!



s#36. 갖바치 마당


갖바치, 쇠가죽을 지고 대문안으로 들어오는데 당골네가 쪼르르 달려나와 맞는다.


당골네 : 이제 오슈? 지난번 오셨던 손님께서 두식경이 넘게 기다리고 계신다오.

갖바치 : 손님이라니?

조광조 : (방문 열고 나오며) 허허 이거 임자도 없는 방에서 또 한번 결례를 하게 됐소이다.

갖바치 : (보며) 허허, 난 또 누구시라구요?..들어가 계시지요. 곧 따라 들어가겠사옵니다.

조광조 : 아니오, 지난번처럼 놓치지 않으려면 예서 지키며 기다려야겠소.

갖바치 : 허허..이거 송구스럽습니다.

당추 : (대문 안으로 술병들고 들어오며) 아우님, 날도 쌀쌀한데 술이나 한잔 먹세 그려.

조광조 : (승복을 보고 찌푸리는)...?

당추 : 어이구, 이거 손님이 계셨구만요.

갖바치 : 잘됐소이다, 형님도 들어가시지요. (당골네 보고) 아주머니, 안주감으로 닭이나 한 마리 삶아 들이시지요.


갖바치와 당추, 조광조가 방으로 들어간다.


당골네 : (삐죽대며) 곁방살이 좀 한다고 이건 부엌대기처럼 부려먹기는?



s#37. 동 갖바치 방 안


상위에 폭 삶아진 닭한마리가 놓여있다.

갖바치, 조광조에게 한잔 따른다.


갖바치 : 지난번엔 나으리께서 개혁이니, 정치니 골치 아픈 말씀만 하시길래 잠시 자리를 떴사옵니다.

            너그럽게 용서를 구하겠사옵니다.

조광조 : 허허, 그땐 이 사람이 너무 성급했던 것 같소. 이번엔 갖신이나 맞춤할까 하여 들렸소이다.

갖바치 : 갖신이라니요?..어떤..?

조광조 : 똥밭에도 빠지지 않고 어두운 밤길에 돌부리도 피해갈 수 있는 그런 갖신 말이오.

당추 : (닭고기를 뜯어 먹으며) 어허, 어찌 젊은 양반께오서 피해갈 궁리만 하시오니까?

         한번쯤 똥물에 푹 잠겨보셔야 냄새 지독한 줄 알게 아니옵니까?

조광조 : (못마땅하게 보며) 그대는 어찌 불제자를 자처하면서 고기를 먹는단 말인가?

당추 : 허허, 어차피 빈도는 극락왕생할터인데 불쌍한 육축을 뱃속에 넣어 함께 극락으로 가고자하는 자비심 때문입지요.

조광조 : 뭣이라?

당추 : 나으리께서 말씀하시는 도학이나 개혁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이 고기 한점이나 술 한잔 보다 못한 것 아니겠사옵니까?

조광조 : 감히 뉘게다 요망한 세치혀를 놀리는게냐?!

갖바치 : 참으시지요. 당추형님 말씀은 하루 세끼 밥이 곧 부처님이고 개혁이란 말씀이지요.

당추 : 암, 거야 당연지사 아니겠나?

조광조 : 허어, 이 자들이 정말!! (벌떡 일어서며) 파릉군대감께서 사람을 잘못보았구만!

            여기는 내 앉아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소! (휙-나가버린다)

당추 : 허허허, 듣던대로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성정이시구만!

갖바치 : (한잔 마시며 한숨) 극성지패라..그 조급증이 결국엔 화를 부를것이오.

당추 : (씹던 고기를 뱉어내며) 비릿한 고기를 씹으니 속이 메슥거리는구먼.. 내 그 분이 돌아오기 전에 암자로 올라가 봐야겠네.

갖바치 : 돌아올까요?

당추 : (일어서며 미소) 그거야,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s#38. 어느 길


조광조, 씩씩대며 걸어온다.


조광조 : 허, 하루 세끼 밥이 부처님이고 개혁이라니? 허,참..그런 망발이 또 어디 있단 말인..(하다가 움찔 걸음을 멈추는)...!..

            (되뇌이는)..세끼 밥이 개혁이라...?


조광조, 뭔가를 생각하다가 휙- 돌아서서 오던길로 돌아간다.



s#39. 갖바치 마당


조광조, 급하게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 (보고) 거 생긴건 멀쩡한 양반이 쥐구멍에 풀빵구리 드나들 듯 하시네?


조광조, 둘러보다가 뒷곁에서 나오는 갖바치를 보고 다가가 무릎을 꿇는다.


조광조 : 이 사람이 우둔하였소. 그대의 가르침을 받고 싶소이다.

갖바치 : (일으켜 세우며) 허허, 일어나시지요. 사대부가 어찌 천 것 앞에서 무릎을 꿇으시옵니까?..자 방으로 들어가십시다.

당골네 : (놀란눈으로 보는)...?!



s#40.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조광조가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조광조 : 세끼 밥이 개혁이란 말은 곧 개혁의 궁극적 목적이 경자유전에 있다는 말이 아니겠소?

갖바치 : 예,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에게 아무리 도덕과 의리를 내세워봤자, 백성들은 교화되지 않사옵니다.

            오히려 반발만 커질 뿐이옵니다.

조광조 : ...음..

갖바치 : 조선을 창건하실때 숭유배불을 내세워 불교를 배척하신 까닭도 부처님 말씀에 잘못이 있었다기보다는

            절에서 팔도의 땅을 거머쥐고 있으니 그 농토를 거둬들여 백성들에게 나눠주려 함이었지요.

조광조 : ...허나 불교의 교리 역시 잘못된 점이 많소.

갖바치 : 크게 보시어야하옵니다. 지금 조정의 훈구공신들에게 나누어준 공신전 때문에 왕실의 재정이 바닥나고

            수많은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사옵니다. 그들이 가진 농토를 백성들에게 돌려주어야하옵니다.

            그것이 진정한 개혁의 길이옵니다.

조광조 : 허나, 아직 우리에겐 그들을 꺽을만한 세가 없소.

갖바치 : 눈덩이는 구를수록 커지는 것이옵니다. 차근차근 명분을 쌓아 나가신다면 언젠가 그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조광조 : ...그때까지 이 사람을 믿고 도와줄 수 있으시있소?

갖바치 : 천한 이 몸을 아니 부끄러워 하신다면 마음을 열겠사옵니다.

조광조 : (두손 맞잡으며) 고맙소이다. 헌데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갖바치 : (빙긋 미소) 쇠가죽에 바늘뜸이나 넣는 갖바치에게 무슨 성명이 있사오리까?



s#40.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방백인이 앉아있고 그 뒤편에 중치막이 있다.


남곤 : 성명도 없는 갖바치에게 조광조가 가르침을 얻으러 갔단 말인가?

방백인 : 스승이신 북곽선사께서 말씀하시길 갖바치 형님의 경륜은 당대 제일이라고 하셨습지요.

심정 :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자가 어찌 갖바치 노릇을 하고 있을까?!

방백인 : (찔끔)...!

심정 : 분명 조광조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거외다.

남곤 : (끄덕이며) 자네 지금은 왜 사주쟁이 노릇을 안하는겐가?

방백인 : 소인, 꿈을 꾸었사온데 귀인이 다시 찾아주실때까지는 사주를 보지 말라는 계시가 있었습죠.

심정 : 허어, 그래? 그 귀인이 누군데?

방백인 : 거야 소인도 알수 없습죠.

남곤 : 사주를 못기를 접었으면 궁핍하겠구만?

방백인 : 예, 겨우 부작을 팔아 연명하고 있습죠, 허니 대감께오서 입에 풀칠이라도 할수있게 도와줍쇼.

남곤 : 알았네. 대신 자넨 조광조와 갖바치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내서 우리에게 알려주게. 허면 큰 상급을 내릴것이야.

         아시겠는가?

방백인 : 예.



s#42. 윤원형네 집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보료에 앉아 이 생각 저생각에 빠져있다.

윤원형의 눈앞에 아른거리며 떠오르는 쌩끗 웃으며 보던 난정의 얼굴.


윤원형 : 허어, 고거 참! 당장이라도 찾아가 봐?! (벌떡 일어서려다) 아니지, 기적에 들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단 말씸이야..

            허어, 이거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으니 어쩐다..?



s#43. 동 윤원형 사랑채 마당


윤지임과 윤원로가 임서방의 안내를 받으며 마당으로 들어온다.


윤원로 : (기분좋은) 아버님, 어서 드시지요.

윤지임 : 허허허, 오냐,오냐!


윤원로와 윤지임 방으로 들어간다.



s#44. 동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윤원형이 벌떡 일어서서 윤지임과 윤원로를 맞이한다.


윤원형 : 아,아니, 아버님. 어제밤엔 어딜 가셨길래 기별도 없이 외박을 하셨사옵니까?

윤지임 : (못 마땅하게 보며 자리에 앉는다)..어험.

윤원로 : 내 아버님 뫼시고 다방골을 한번 쭉 훑고 왔다.

윤원형 : 뭐요? 형님, 대체 정신이 있으신거요?!

윤원로 : 또, 뭐가?

윤원형 : 다방골이면 기방촌 아니오이까? 아니 두분 부자께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기방에서 밤을 새우고 오셨다 이 말씀이오?

윤원로 : 야, 이놈아. 넌 홀아비로 우릴 키우신 아버님 심정을 생각해 본적이나 있냐?

윤원형 : ...예에?

윤원로 : 그동안 아버님께서 얼마나 외로우셨겠느냐? 헌데 넌 혼사를 앞둔 놈이 밤이면 밤마다 기방출입 하면서

            아버님께서 독수공방하시는 걸 요만큼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이 말이다?

윤원형 : 그럼, 형님처럼 부자지간에 오입질이라도 하러다니란거요?!

윤지임 : 그만들 둬! 내 피곤하니 쉬고 싶구나. 건너들 가거라.

윤원로 : 아버님, 지난밤에 약조하신거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윤원형 : 약조라니요?

윤원로 : 장손으로써 내가 이 집에 들어와 아버님 뫼시고 살기로 했다.

윤원형 : 뭐,뭐요?! 아버님, 그게 정말이옵니까? 형님께서 이 집에 들어와 살도록 허락하신겝니까?

윤지임 : 그 일은 차근차근 생각해 보도록 하자.

윤원형 : 허면 소자는 어쩌구요?

윤원로 : 너야 장가를 가면 처가살이 하던지 살 집을 따로 알아보던지 해야지.

윤원형 : 그런법이 어딨소,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다니. 난 그리 못하오!

윤원로 : 못하면 어쩔건데?!

윤지임 : 그만들 두란 말 못들었느냐?! 다들 나가, 어서!


윤지임, 보료위에 누으며 눈을 감는다.

윤원형과 윤원로, 서로를 못마땅하게 쏘아본다.



s#45.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가 윤원형이 주고간 문서봉투(12회 s#49의)를 보며 심각하게 앉아있다.


윤임 : 중전마마의 명이라고 윤원형이가 돌려주고 간 것이외다. 중전마마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건지 알수가 없어요.

김안로 : 음!! 낌새가 좋지 않사옵니다. 이 사람의 질녀와 윤승후관의 혼사를 서둘러야 되겠사옵니다.

윤임 : 그리해 주시지요, 그리고 대감의 아드님과 효혜공주의 혼사도 서두르는게 좋겠소이다.

김안로 : 겹겹으로 혼례를 치룬다해도 조정에 우리 세력이 없으면 원자께오서 위태로워지시옵니다.

윤임 : 허면..?

김안로 : 지금 조정엔 십년 이상 권세를 쥐고 틀어 있는 훈구공신들에게 싫증을 내는 인사들이 많이 있사옵니다.

            그들은 조광조와 신진사류들의 과격한 의기를 못미더워하고 있어요. 이들을 우리쪽으로 돌려세워야 하옵니다.

윤임 : 음..함경도 절도사로 나가있는 정윤겸 역시 내직으로 불러들이는게 어떻겠소?

         정윤겸이 고지식하긴 해도 이 사람과는 오랜 친분이 있으니까요.

김안로 : 예, 하루라도 빨리 불러올리도록 주청을 드리시지요. 아무래도 군사력을 쥔 사람이 곁에 있어야 든든한 법이니까요.



s#46.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난정, 대문밖으로 나와 걸어가는데.


정렴(E) : 난정아!

난정 : (돌아보고 정렴인 것을 알고 흠짓 놀라지만 표정 수습한다)...

정렴 : (다가와 얼굴을 살펴보며) 설마했는데 역시 너였구나!

난정 : 사람을 잘 못 보셨소.

정렴 : (웃음) 뭐야, 십년동안 종년 노릇을 해놓고 상전 얼굴도 잊었단 말이더냐?

난정 : (가려는데)

정렴 : (팔로 막아서며) 아버지께서 아시면 뭐라실까? 그토록 애지중지하셨던 난정이가 기생이 되었다고 여쭈면?

난정 : ...

정렴 : 난정아, 내 입을 꾹 다물어줄테니 옥매향이를 좀 만나게 해다우. 누이좋구 매부좋구 너나 나나 다 좋은 일 아니겠냐?

난정 : (팔을 확 밀치며) 난 댁을 모르니 미친놈 소리 듣기 싫으면 비키시오!

정렴 : 어휴, 저, 저게, 증말...



s#47. 중궁전 외경 (밤)



s#48.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한곳을 응시하며 골똘한 생각에 빠져있다.

엄상궁과 오상궁이 차를 따르고 있다.

윤비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1.석고대죄를 드리던 경빈 옆에 조아리고 울던 복성군.

2.대비전에서 보았던 원자의 얼굴

오상궁, 윤비의 앞에 찻잔을 놓는다.


오상궁 : 마마,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시옵니까?

윤비 : (보며) 오상궁, 전하께오서 폐비되신 신씨와 금슬이 그리도 좋았다지?

오상궁 : 예, 쇠인 그리 들었사옵니다.

윤비 : 두분 사이에 아드님이 계셨다면 전하께오서 폐비가 그리 쫓겨나도록 내버려 두셨을까?

오상궁 : 예에?

윤비 : (한숨섞인) 아닐세...(찻잔을 들어 마신다)


엄상궁과 오상궁, 서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한다.



s#49. 경빈처소 방 안 (밤)


소복차림의 경빈, 사향주머니를 보고 있다.

경빈, 향낭의 냄새를 맡으며 쌩끗 웃다가 향낭을 이불속에 파묻는다.


대전내관(E) : 상감마마 납시오-


경빈, 재빨리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s#50. 경빈 처소 마당 (밤)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시립해 선다.

중종의 옥교가 일각문 앞에 멈춘다.

중종, 대전내관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 (방쪽에다) 상감마마 납시었사옵니다-

경빈(E) : (묵묵부답)...

중종 : (금이 앞에 멈추며) 경빈의 몸상태가 어떠하냐?

금이 : (울먹)..석고대죄를 드리고 난 연후론 미음 한술 안드시고 몸져누워계시옵니다.

중종 : 으음...(방쪽을 보고는 방쪽으로 올라간다)



s#51.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중종, 들어오면 간혹 신음소리를 내며 잠든 척 누워있는 경빈.

중종, 누워있는 경빈 옆에 앉아 안쓰럽게 본다.

경빈, 뒤척이는 시늉을 하다가 중종을 가늘게 보다가..


경빈 : (짐짓 놀라는 척)..전하..(힘겹게 몸을 일으키며)..신첩의 불경을 용서하소서..

중종 : 괜찮소, 일어나지 마시오!

경빈 : 아,아니옵니다..(하다가 이마를 짚고 어지러운척 비틀하면)

중종 : (안 듯이 부축하며) 어허, 괜찮대두요.

경빈 : ...황공하옵니다..

중종 : 중전이 하명하지도 않았는데 석고대죄는 왜 드렸소?

         (농담반 진담반) 혹시 내훈을 외우지 못할까 지레 겁이라도 나셨던게요?

경빈 : (서글픈 미소) 궁중에서만 십년을 넘게 살았는데 내훈을 외지 못할 까닭이 있겠사옵니까?

중종 : 허면 왜요?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신첩과 희빈, 창빈 세 일품명부중 누구라도

         일벌백계로 본보기를 삼으려고 하신일이니 신첩이 그에 따라 먼저 석고대죄를 드린것이옵니다.

중종 : 허어, 경빈이 중전의 마음을 읽었던게로구만.

경빈 : (고개를 숙이는) 황공하옵니다...

중종 : (손을 잡으며) 경빈은 참으로 고운 마음씨를 지녔구려.

경빈 : 신첩, 몸이 불편하와 오늘밤 전하를 뫼시지 못할 듯 싶사옵니다. 중궁전으로 납시지요.

중종 : 아니오, 내 오늘 경빈 옆에 머물며 밤새껏 경빈을 지켜보고 싶구려.

경빈 : (글썽) 전하의 성총이 황공무지하옵나이다..


중종, 경빈을 안아준다.



s#52. 성문 밖 길


행장차림의 길상과 달래, 그리고 능금이 성문 안으로 들어온다.



s#53. 어느 국밥집


길상과 달래, 그리고 능금이 국밥을 먹고 있다.

길상, 푹푹 떠먹다가 보면 능금, 슬그머니 수저를 내려놓는다.


달래 : 더 먹어요, 언니. 하루종일 걸어서 배고팠을텐데?

능금 : 두고 온 아부지때문에 밥이 넘어가지가 않아.

길상 : ...

달래 : 괜찮을거에요, 주모아주머니한테 잘 부탁드리고 왔잖소.

능금 : (끄덕이며)...

달래 : 나중에 재물 모으면 모시러가면 되잖소..


달래, 능금의 손에 수저를 쥐어주는데

비명소리와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도포차림의 중년사내와 중갓차림의 집사가

몽둥이와 흉기를 든 왈짜패거리들에게 쫓겨 도망치고 있다.

길상, 일어나서 그 뒤를 쫓아가려는데.


달래 : (걱정되는) 오라버니, 어디가오?

길상 : 곧 돌아올테니 능금언니하고 여기 있어.


길상, 왈짜패거리들이 사라진 쪽으로 뛰어간다.


능금 : (일어서며) 달래야, 너 꼼짝말고 여기있어! (길상의 뒤를 쫓아간다)

달래 : 언니!



s#54. 어느 골목길


쫓기던 도포차림의 백치수와 그의 심복 송서방이 막다른 담벼락에 막혀선다.

그 뒤를 우르르 쫓아오는 왈짜패거리들.


송서방 : (패거리들 앞으로 나서며) 이놈들, 감히 이 어른이 뉘신줄 알고 행패냐?!

딱부리 : 남소문 객주의 백도주이신줄 다 알고 왔으니 순순히 목숨을 내놓으시오.

백치수 : (보며) 송파 객주의 박행수가 보낸 자들이냐?

딱부리 : 황천 갈 어른께서 많은걸 알필요 없소.


딱부리, 턱짓하면 쭉 둘러 싼 패거리들이 덤비려고 하는데

붕- 날라와 발길질로 턱에 돌려버리는 길상.

길상, 곧이어 여러놈을 주먹질 발길질로 날려버린다.

패거리중 하나가 길상의 뒤편의 빈틈을 노리는데 능금이 몽둥이를 주워들고 그놈의 뒷통수를 후려친다.

나뒹구는 패거리들.


딱부리 : (노려보며) 어디 두고보자...


딱부리, 길상을 희번뜩이며 보다가 패거리들을 수습하여 도망친다.


백치수 : 고맙네, 젊은이.

길상 : ..욕 보실 뻔 하셨사옵니다.

송서방 : (돈 주머니를 꺼내주며) 어르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례일세.

길상 : (보더니 그대로 돌아선다) 애초부터 재물이 탐났다면 구하러 오지도 않았을게요.

백치수 : ..처음보는 얼굴인데 자네 나를 아는가?

길상 : 송도에서 오늘 올라오는 길입니다.

백치수 : 나하고 술이나 한잔 하세. 자네와의 인연을 그대로 놓치고 싶지 않구만..

길상 : 그러곤 싶지만 기다리는 동행이 있어서요.

백치수 :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내 머물곳을 마련해 주지. 여기 송서방이 알아서 해줄걸세.

길상 : (능금쪽을 보면)

능금 : (끄덕이는)...!



s#55. 자운아 기방 마당 (밤)


풍악소리 울려퍼지는데 백치수가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길상이 들어온다.


자운아 : (반갑게 뛰어나오며) 아니 이거이 누구십네까? 백행수 어른께서 어인 행탸십네까?

백치수 : 허허, 내 자네 궁둥짝 한번 두들겨보고 싶어왔네.

자운아 : 헌데 이 잘생긴 툥각이래 뉘기야요?

백치수 : 내 목숨을 건져준 은인일세. 자, 들어가세.


자운아의 인도로 백치수가 안채 방안쪽으로 들어간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가는 길상.



s#56. 동 자운아 기방 (밤)


백치수와 길상이 앉아있다.


백치수 : 난 백치수란 장사꾼일세. 내 자네의 협기를 사고 싶네. 얼마면 팔겠나?

길상 : 예에?

백치수 : 여기저기서 내 목숨을 노리는 비수가 번뜩이는데 자네같은 사람이 내 곁에 있어주면 마음 든든하겠다 이 말씀일세.

길상 : ....

백치수 : 내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볼 줄은 몰라도 값나가는 물건은 볼줄알지?

길상 : 이놈이 가진 것 하나 없는 천출이지만 재물에 팔리고 싶진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지요.

백치수 : 허허허...그 우직한 것도 맘에 드네...좋아, 언제든 자넬 팔고 싶으면 내게 오게. 내 후히 쳐 줌세.

길상 : ...

백치수 : 자운아 밖에 있는가?

자운아 : (방문 열고 들어오며) 턎으셨습네까? 어르신?

백치수 : 아이들을 들이게.

자운아 : 예. 분부대로 합디요.

길상 : ....



s#57. 동 기방 안채 방 안 (밤)


탄금이가 가야금을 타고 있고 백치수와 자운아가 앉았고 건너편에 길상이와 향심이가 앉아있다.

향심, 길상의 잔에 술을 따르며 애교에게 손을 톡톡 마주친다.

길상, 뭔가 쑥스러운지 벌떡 일어선다.


자운아 : 툥각, 와 기래요?

길상 : ..여,여기 측간이 어디요?

자운아 : 향심아, 손님 뫼셔다 드리라우.

향심 : 예.

길상 : 아,아니오, 일러만 주면 혼자가겠소.

자운아 : 고럼 나가서 후원쪽으로 가보시라요.

길상 : 알았소.


길상, 급하게 방밖으로 나가면.


자운아 : 툥각이래 생긴거 답디 않게 수듑움도 많네.

백치수 : (끄덕이며) 음!!



s#58. 동 기방 대문 앞 (밤)


윤원형이 탄 사인교가 기방 앞에 멎는다.

윤원형, 사인교에서 내려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59. 동 기방 마당 (밤)


길상, 마당으로 내려서며 심호흡을 한다.

길상, 뒷곁 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잡는데 아랫방 쪽에서 누군가 나온다. 난정이다.

난정과 길상, 서로 스치듯 지나치는데.


윤원형 : (들어오며 반갑게)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며) 나으리.

길상 : ('난정아' 소리에 흠짓 놀라 멈춰선다)...!

윤원형 : 오냐, 내 너를 보고 싶어 견딜수가 있어야지. 난정아, 들어가자.


길상, 난정쪽을 휙-돌아본다.

윤원형을 따라 방쪽으로 가던 난정이 길상의 시선을 느끼며 길상쪽을 의아하게 돌아보는데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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