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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12|조회수70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14











s#1. 자운아 기방 마당 (밤)


난정, 낯이 익은 듯 길상의 얼굴을 보고 섰다.

길상, 놀란 표정으로 난정의 얼굴을 보는데...


윤원형 : (멈춰서 돌아보며) 무얼 하느냐? 따라오지 않고.

난정 : (윤원형 보며) 예, 나으리...(길상을 힐끔 보다가 윤원형을 따라 간다)


길상, 난정의 뒤를 쫓아 걸음을 옮기는데.


자운아 : (안채 방에서 나오며) 내레 툥각께서 틱간에 빠디셨나 했네? 날래 들어오시라요. 어르신께서 기다리십네다.

길상 : ...알았소.


길상, 안채 대청위로 오르려다 윤원형과 난정이 간 아랫방 쪽을 돌아보면

이미 방으로 들어간 난정이 방문을 스르르 닫는다.


길상 : ...!


길상, 안채 방안으로 들어가면 자운아가 마당으로 내려선다.

심퉁이, 술병을 들고 부엌쪽에서 나온다.


자운아 : 심퉁아, 매향이 못봤네?

심퉁 : 어디 계시겠지유. 찾아보서유. (술병을 들고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자운아 : 에미나이래 오디 텨 박혀 있는기야? (어디론가 간다)



s#2. 동 기방 후원 일각 (밤)


옥매향, 달을 쳐다 보고 있다.


자운아 : (옥매향 쪽으로 걸어오며) 매향아, 예서 뭐하고 있는거이야?

옥매향 : 달빛티 고와서리 달구경하고 있었시오.

자운아 : 날래 들어가자우. 귀한 손님이 오셨어.

옥매향 : 와요, 상감마마라도 행탸하셨시요?

자운아 : 에미나이래, 말뽄새하곤? 백도듀 어른이 오셨어.

옥매향 : (반가움) 백도듀께서요?



s#3. 동 기방 아래채 방 안 (밤)


난정, 윤원형의 술잔에 술을 한잔 따른다.

윤원형, 난정의 얼굴을 보다가 손을 덥썩 쥔다.


윤원형 : 난정아, 나 좀 살려다오.

난정 : (손을 지긋이 빼며 쌩끗) 누가 나으릴 죽일려구라도 했단 말씀이옵니까?

윤원형 : 내 이대로 가다간 제 명대로 살지 못할 것 같다.

난정 : (짐짓) 그 무슨 .......?

윤원형 : 하루 온종일 봄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눈 앞에 네 얼굴만 아롱다롱거리니 내 어이 했으면 좋겠느냐?

난정 : (쌩끗 웃는)...

윤원형 : 난정아, 내 평생의 정인이 되어줄테니 오늘밤이라도 당장 네 머리를 올려주마. (간절하게 보며) 어떠하냐?

난정 : (보다가)...하오면 나으리께서 이년의 청을 들어주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과장) 뭐든 말해보거라! 내 하늘에 박힌 별인들 못 따다 줄라구?

난정 : (진지하게) 이년에게 중전마마를 뵙게 해주실수 있사옵니까?

윤원형 : ..중전마마?..구중심처에 계신 중전마마를 네 어찌 뵈올수가 있겠느냐?

난정 : 허면 이년을 나으리의 안해로 맞아주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허허, 내 아직 장가도 들지 못했거늘 첩실부터 들이란 말이더냐?

난정 : 첩실이 아니라 본처로 맞아 달란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 보, 본처?.. 나라법이 지엄한데 어찌 너를 본처로 맞아 들일수 있겠느냐?

            그리구 그런짓꺼리가 중전마마께도 누가 되는 일이다.

난정 : 둘 중에 한가지 청도 들어주실 수 없다면 나으리께서 이년의 머리를 올려 주시겠단 말씀도 못들은 것으로 하지요.

윤원형 : (애가 탄다) 난정아, 괜한 억지 쓰지 말거라. 응?

난정 : (고개를 꼬며 냉소를 짓는다)...



s#4.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탄금이의 가야금 소리에 맞춰 옥매향의 화려한 춤사위가 펼쳐진다.

백치수는 제법이라는 듯, 자운아는 자랑스럽게, 길상이는 경이롭게 본다.

옥매향, 춤동작을 마무리하고 다소곳하게 큰 절을 올린다.


백치수 : 허허, 그간 못본 새 춤이 제법 늘었구나?

자운아 : 뎨법이라닙쇼? 어디 내놔도 빠디딘 않는 솜씨디요.

백치수 : 맞네, 자네가 딸아이 씨는 잘 받았네. (술잔 내밀며) 어디 한잔 따라보거라.

옥매향 : 녜..(백치수의 잔에 술을 따른다)


옥매향, 좌불안석으로 앉아있는 길상을 보고 쌩끗 웃으며.


옥매향 : 서방님도 한댠 받으시라요.

길상 : (얼떨결에 두손으로 술잔 내민다)..

옥매향 : 호호, 한손으로 받으시라요. 민망하옵네다.

길상 : (얼굴이 붉어지며 한 손으로 받는다)..

자운아 : 뎌 툥각께선 기방에 텸 오시는거이디요?

백치수 : 왜, 자네가 오늘밤 숫총각 머리라도 올려주려는가?

자운아 : 호호, 이년이 고런 맘 먹었다간 당댱 텬벌을 받습네다.

길상 : (무안한지 단숨에 술을 비운다)..

옥매향 : (그런 길상을 재미있다는 듯 미소짓고 빤히 본다)...!



s#5.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난정, 사인교 앞에서 윤원형을 배웅하고 있다.


윤원형 : (울상) 난정아, 정녕 아니되겠느냐?

난정 : (단호하게) 이년을 본처로 들이시거나, 중전마마를 뵙게 해주실 맘이 생기실 때 까진 저를 찾지 마세요.

         아니 이년이 나으릴 뵙지 않겠사옵니다.

윤원형 : 아무리 그래도...

난정 : (조아리며) 살펴가셔요. (휙 돌아서 대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윤원형 : 얘, 난정아-


윤원형, 어쩔수 없다는 듯 기운이 쭉 빠져 사인교에 오른다.



s#6. 동 기방 마당 (밤)


난정, 부엌 안으로 들어간다.

안채방에서 나오는 백치수와 길상. 그 뒤로 자운아와 옥매향, 탄금과 향심이 따라나온다.


자운아 : 백도듀 어른, 앞으로 댜듀 들러주시라요.

백치수 : 허허, 자운아 자네 시절은 갔나보이, 내 이제부턴 매향일 보러 와야겠네.

옥매향 : (조아리며) 큰 광영이옵네다.


백치수와 자운아 일행이 대문쪽으로 가는데

길상, 멈춰서서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린다.


자운아 : (길상을 돌아보며) 뭐 닞어버린거라도 있는기야요?

길상 : 아,아니오..(백치수를 따른다)



s#7. 남소문 객주 외경 (밤)


객사 옆으로 마굿간 등이 보이는 제법 큰 객주.



s#8. 동 객주 방 안 (밤)


송서방 앞에 능금과 달래가 앉아있다.


송서방 : 백도주어른께선 조선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거상이시다.

            네 오라비가 그 분 목숨을 구했으니 앞으론 팔자가 활짝 필게야.

능금 : 대체 길상이는 어디로 데려간거요?

송서방 : 허허, 사내들 얘기 나눌곳이야 뻔하지. 장통교 기방으로 가셨을게다.

능금 : 한양 온 첫날부터 기방출입이나 하고..씨, 두고보자.

백치수(E) : 송서방 있는가?

송서방 : (일어서며) 예, 어르신!


백치수와 길상이가 들어와 앉는다.


백치수 : (달래와 능금 보며) 허허, 자네 동생들 인물이 좋구먼.

능금 : (삐죽) 난 동생이 아니라 길상이 배필이오.

백치수 : 배필? 허허허..당돌한 아이로구만! (길상에게) 내 집처럼 편히 지내게. 그리고 언제고 맘이 바뀌면 날 찾아오게나!

길상 : ....



s#9. 동 객주 마당 (밤)


백치수, 송서방을 거느리고 방에서 나온다.


백치수 : (송서방 보며)..내 길상이, 저 아일 꼭 곁에 두고 싶네. 자네가 힘 좀 쓰보게.

송서방 : 예, 어르신.


백치수, 방쪽을 돌아보며 빙긋 미소를 짓다가 객주밖으로 나간다.



s#10. 동 객주 방 안 (밤)


달래, 이불을 깔고 있는데 능금이 길상에게 바짝 다가 앉으며 따진다.


능금 : (질투) 길상아, 한양 기생년들이 따라주는 술맛이 어땟니?

길상 : (묵묵부답)...

달래 : 언니, 그만하시오, 오라버니도 피곤하실거요.

능금 : (노려보다가 속상한지 벌렁 누워 이불을 푹 뒤집어 쓴다)...

달래 : 오라버니도 이만 자요.


길상, 이부자리에 누우면 달래가 등잔불을 끈다.

어둠속에서 생각에 잠긴 길상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난정의 이미지.

14회 s#1에서 길상을 돌아 보던 난정의 얼굴.


길상 : ....!



s#11. 난정모 방 안 (밤)


불꺼진 방안에 난정과 잠든 난정모가 나란히 누워있다.

뭔가 생각에 잠긴 난정의 얼굴위로.


난정(E) : 내 반드시 이루고야 말것이야...딱 한 번 옷고름을 푸는 것으로 모든 것을 이루고야 말것이야...



s#12. 편전 외경 (낮)


중종(E) : 판부사, 지금 뭐라 하시었소?



s#13. 동 편전 방 안


중종과 면대를 하고 있는 윤임.


중종 : 효혜공주를 김안로의 아들에게 시집보내잔 말씀이시오?

윤임 : 예, 전하. 김안로의 집안은 대대로 삼한갑족의 선비가문이옵고,

         그의 아들 희는 열두살의 나이로 시전을 읽어내는 신동이니 부마로서 손색이 없을 것으로 사료되옵나이다.

중종 : (끄덕이는)..과인이 대비전의 뜻을 여쭈어 본 연후에 정하도록 할테니 그리 아시오.

윤임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중종 : ..과인이 벌써 부마를 맞을 때가 되었구려..허허..



s#14. 대궐 일각


김안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윤임이 걸어온다.


김안로 : 어찌되었소이까, 대감?

윤임 : 허허, 전하께오서 혼쾌히 승낙을 하신거나 마찬가지의 말씀을 하시었소. 전하의 장인이 되신걸 감축드리옵니다.

김안로 : (안색 펴지며) 허허, 모두 판부사대감의 덕분이옵니다.

윤임 : 김참판의 숙부께서는 좌찬성으로 승차를 하시어 다음번엔 정승자리를 바라 보시게 되었으니

         그 댁 가세가 욱일승천이옵니다. 하하.

김안로 : 이제 원자마마께오서 무럭무럭 자라주신다면 만사형통이외다.

윤임 : 헌데 중궁전이 석연치 않소이다.

김안로 : 석연치 않다니요?

윤임 : 중전마마께오서 성정이 엄격하시고 기상이 대장부 못지 않으시니 만일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신다면...?

김안로 : 아무리 중궁의 기상이 높다한들 조정에 세력이 없으면 크게 해는 없을것이옵니다.

            중전마마의 외척인 파산부원군과 승후관 형제들만 경계하면 뒷 탈은 없을테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윤임 : (끄덕이는)..음.



s#15. 중궁전 방 안


윤비와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윤비 : 창빈께서 행실이 방정하고 총명하다고 들었는데 내훈을 외우는 것을 보니 과연 듣던바대로요.

창빈 : 신첩,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내 창빈에게 상급을 내리려고 하니 받아두시오. (비단 몇필을 건넨다)

창빈 : (두손으로 받으며) 중전마마의 은혜가 우악하시옵니다.

윤비 : (미소) 후궁전 왕자들 중에 창빈의 소생인 덕흥군이 가장 총명하다고 들었소.

         부디 올바르게 훈육하여 종실의 인재로 키워주시오.

창빈 : (흠짓보며)..예?...예..마마의 말씀 가슴에 새기겠사옵니다.

엄상궁(E) : 중전마마, 희빈 들었사옵니다.

윤비 : 들라해라.

엄상궁(E) : 예.


방문이 열리면 희빈이 비단보를 받쳐들고 들어와 조아린다.


윤비 : 어서오세요, 희빈. 오늘이 말미를 준 사흘째인데 내훈은 다 외어오셨소?

희빈 : (앉으며) 신첩, 회초리를 꺽어왔사옵니다. 신첩의 종아리를 처주시옵소서.


희빈, 비단보를 펼치면 그 속에 회초리 몇 개가 들어있다.

희빈, 윤비에게 두손으로 회초리를 바친다.


윤비 : (미소) 희빈의 종아리가 무슨 잘못이 있겠소? 죄가 있다면 내훈 하나 외지 못하는 희빈의 우둔한 머리에게 있겠지요,

         아니 그렇소?

희빈 : (모욕감에)...

윤비 : 도깨비 놀음질 할 궁리 말고 책이나 열심히 읽으세요. 아시겠습니까, 희빈?

희빈 :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

윤비 : 그 회초리는 머리맡에 매달아두고 항상 경계로 삼도록 하오.



s#16. 대궐 후원 일각


희빈과 창빈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향이, 회초리 비단보를 받쳐들었고 창빈의 나인중 하나가 비단을 들었다.


희빈 : 허, 우둔하다니? 이 사람도 궁궐에 들어오기 전엔 총기로는 남한테 뒤지지 않던 사람이오.

창빈 : 게으름을 경계하란 말씀이겠지요.

희빈 : (힐끔보며) 누군 비단 상급이고, 누군 회초리로 경계를 삼으라니? 허!

창빈 : (미안한데)...

희빈 : 향아, 그 회초릴랑 불쏘시개로 쓰거라.

향이 : 예. 마마.

창빈 : 말조심하세요, 중전마마께선 궁궐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까지도 다 아시는 것 같았사옵니다.

희빈 : (움찔하여 주변을 둘러본다)...?!



s#17. 경빈 처소 방안


경빈, 앞에 앉은 외출복 차림의 금이를 본다.


경빈 : 그 말이 틀림없으렷다.

금이 : 예, 이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아흔아홉칸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팔도에서 올라온 진상물이

         끊이지 않고 대문안으로 들어갔사옵니다.

경빈 : 흥, 별좌 다니던 시절에 끼니조차 떼우기 힘드었는데,

         따님이 중전으로 간택되시자마자 아흔아홉칸 기와집으로 이사를 해?

금이 : ...

경빈 : (생각하다가 서랍을 열고 패물뭉치를 꺼내 금이에게 준다)..이걸로 중궁전 무수리들을 매수하여

         중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토록해라. 뿐만 아니라 중전의 사가에도 사람을 보내 감시하도록 해라.

금이 : 예.



s#18. 윤원형 집 외경



s#19. 윤원형 사랑채 작은 방


윤원형, 연상 앞에 앉아 물목(물건 목록)을 보고 앉았다.


윤원형 : 유신현 김부자네서 부담이 열두짝에다가..황해감사가 수달피 스무장...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쉰다)

            내 난정이 머릴 올려줄 수만 있다면 이 재물을 다털어 넣어도 아깝지 않을 것을...

윤지임,원로(E) : (옆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진다)


윤원형, 못마땅한 듯 옆 방 쪽을 돌아본다.



s#20. 윤원형 사랑채 윗 방


윤원형(E) : 아버님, 소자이옵니다.


윤지임과 윤원로가 껄껄대고 있다가 윤원형이 방안으로 들어오면 웃음을 뚝 멈춘다.


윤원형 : 무슨 재미난 말씀들을 하시고 계셨사옵니까?

윤지임 : 음! 넌 알거 없다.

윤원형 : 형님, 이제 식객 노릇 좀 그만하시고 댁으로 돌아가시지요. 형수님이 형님 얼굴 잊어버리겠소.

윤원로 : 왜 또 시비냐?

윤원형 : 형님 이제와서 효자 노릇하려는 속내가 뭐요?

윤원로 : 그래, 네 말대로 이제껏 너는 아버님 모시고 효도한 효자고 난 불효자였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너 대신 내가 효자노릇 좀 하자는거 아니냐?

윤원형 : 형님!

윤원로 : 어서 장가나 들어. 그래야 아버님도 뒤 따라서 새장가를 드실테니까.

윤원형 : 뭐요? 새장가? (윤지임 쪽 보면)

윤지임 : (머쓱하게) 그래..난 싫다는데 원로가 자꾸 새장가를 들라지 않느냐?

윤원형 : 그래서요?

윤지임 : 세상에 자식뜻 꺽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그래서..

윤원형 : 대체 정신들이 나간거요? 왜들 이래요? 아니, 중전마마께서 가납해 주실 것 같으시오?

윤원로 : 아니면 동녀를 들이든가, 아무튼 내 알아서 할테니 넌 네 앞가림이나 잘해.

윤원형 : 앞가림이라니요?

윤원로 : 혼삿날도 잡혔는데 기방출입 좀 작작해라. 그렇게 기방문턱 뻔질나게 드나들다간

            첫날밤에 써먹기도 전에 다 닳아빠지겠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아버님?

윤지임 : 그럼, 그건 네말이 맞다.

윤원형 : (짜증스럽다)...!!

임서방(E) : 작은 서방님! 판부사댁에서 사람이 왔사옵니다.



s#21. 동 사랑채 마당


임서방 옆에 윤임집사 박서방이 서 있다.


윤원형 : (대청으로 나오며) 무슨 일이냐?

박서방 : (조아리며) 저희 대감마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요.



s#22. 윤임 집 사랑채 방 안


윤임, 지난번 받은 문서를 윤원형에게 건네준다.

윤임처, 그 옆에 앉아있다.


윤임 : 넣어두게. 지난번 자네가 돌려준 땅문서 일세.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돌려드리라 명하신 것이니 다시 받을순 없사옵니다.

윤임 : 허어, 지난날 인정으로 용채 몇 번 준 것을 가지고 돌려 받으면 내 체면은 뭐가 되겠는가? 허니 내 말대로 하게나.

윤임처 : 그래요, 어차피 조카님께서도 혼사를 치루시려면 이 정도 재물은 필요할 것 아니겠소?

윤원형 : ...그거야 그렇지만..

윤임 : 내 자네 혼사를 경하하는 뜻으로 주는걸로 하세나. 모쪼록 중전마마께 잘 말씀 여쭈어 주시게나.

윤원형 : 그럼 ..그리하지요.



s#23. 갖바치 마당


방백인이 방문에 바짝 기대어 뭔가를 엿듣고 있다.

당골네, 살금살금 다가가 방백인의 어깨를 툭 친다.


방백인 : (화들짝 놀라 돌아보며) 아이구 깜짝이야 이 여편네, 애 떨어질 뻔 했네.

당골네 : 임자, 부작 팔러 안나가요?

방백인 : (당골네의 손을 끌고 한쪽으로 간다)..방안에 오신 손님 뉘신줄 알지?

당골네 : 예, 훤칠하게 생기신 조광조라는 선비양반 아니오?

방백인 : 만일 내가 없을 때 저 손님이 오시면 임자가 두분이서 무슨 얘길 나누나 귓구멍 파내고 잘 들어뒀다가

            내게 고대로 전해란 말이야, 알겠지?

당골네 : 알았소? 헌데 쥐새끼처럼 왜 그런짓을 해야 하는지 이유나 압시다.

방백인 : 칵! 시키면 시키는대로만 해.

당골네 : (삐죽대는)...

방백인 : (다시 방쪽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엿듣는다)...



s#24.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조광조가 앉아있다.


갖바치 : 조정의 정치세력은 세 흐름으로 나뉘어져 있사옵니다. 반정이후에 정국 공신의 작록을 받고

            지금껏 권세와 부귀영화를 누려온 공신세력이 그 첫째옵고...(조광조에게 뭔가 계속 설명하는 얼굴위로)


해설(NA) : 두 번째는 원자를 보호하여 대통을 잇게 하겠다는 명분으로 뭉친 윤임과 김안로가 결탁한 원자파,

                그리고 개혁정치의 이상을 품고 있던 신진사류들 이 조광조를 중심으로

                서서히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광조 : (진지하게 듣는)...

갖바치 : 세 개의 정치세력이 맞설 땐 누구도 무너지지 않사옵니다.

조광조 : ....

갖바치 : 먼저 한쪽과 손을 잡고 다른 한쪽을 쳐내야 하옵니다.

조광조 : 허면?

갖바치 : 우선 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이조참판 김안로나 판부사 윤임과 손을 잡으시지요. 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지 않사옵니까. 그들과 힘을 모으신다면 조정에서 공신들을 밀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시는 겝니다.

조광조 : 그런 연후에 다시 윤임이나 김안로를 찍어내라...?

갖바치 : ..예..

조광조 : 허허, 그대는 강태공이나 제갈공명처럼 이기는 법은 잘아오만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구려?

갖바치 : 어떻게 이기다니요?

조광조 : 이사람은 윤임같은 외척이나 양시론따위를 내세우는 김안로따위와는 결코 손을 잡을 마음이 없소.

            만에 하나 그렇게 해서 조정의 권력을 잡는다 해도 사상누각일 뿐이오.

갖바치 : ...

조광조 : 난 그대에게 병법이 아니라 현묘한 도학의 원리속에서의 개혁을 배우고 싶소. 군자가 도덕적 명분을 잃고

            눈앞의 승리를 위해 모사나 술수에 의존한 다면 결국 소인배가 될뿐 아니겠소?

갖바치 : 하오나 지금 조정안엔 나으리의 개혁을 뒷받침해 줄 신진사류가 없사옵니다. 그들이 과거를 보아 등용이 되려면

            앞으로도 몇 년은 기다려야 될것이 옵니다.

조광조 : 이 사람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소, 지금 이 나라의 과거제도는 잘못되어 있소이다. 시문 잘짓는 자들이 급제를 하니,

            그들이 어찌 정치를 알고 백성들을 이끌 수 있겠소?

갖바치 : 허면 복안이라도 가지고 계시온지요?

조광조 : 내 한나라 때의 현량방정과를 본 뜬 제도를 전하께 주청드리려하오.

갖바치 : 현량방정과...?

조광조 : 이 사람의 주청을 전하께오서 받아들여주신다면 각지에 숨어있는 뜻있는 인재들이 조정에 나와

            개혁의 논의도 현실적인 힘을 가지게 될 것이외다.

당골네(E) : 나으리, 밖에 선비분이 찾아오셨습니다요...?



s#25. 동 방 밖 마당


갖바치와 조광조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마당에 김식이 서 있다.


조광조 : 노천, 이사람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김식 : 빨리 가세. 충암이 왔네.

조광조 : (반갑게) 충암이?



s#26.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 부자간에 기방을 출입한다면 남부끄러운 일이 아니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서 원로형님한테 한 말씀 일러주시옵소서.

            도통 내 말은 듣지를 않으시니?

윤비 : 내 큰 오라버니를 불러 말씀드릴테니 동기간에 우애를 잃지 말도록 하세요.

         뭐니 뭐니 해도 내 몸 아플 때 걱정해주는 사람은 피를 나눈 동기간 밖에 더 있겠습니까?

윤원형 : 예. 마마..(슬쩍 눈치를 보며) 그리고 판부사께서 이 걸 돌려드리라하였사 옵니다. (문서봉투를 꺼내 바친다)

윤비 : 허어, 대체 판부사대감이 돌려 받지 않겠다는 까닭이 뭐랍니까?

윤원형 : 제 혼사날도 다가오니 잔치비용으로 쓰라고 말은 하였지만...실은 원자마마를 잘 부탁드린다는 뜻 아니겠사옵니까?

윤비 : (연상 쾅 내려치며) 어미가 자식을 보호해주는 것은 당연지사 이거늘 왜 자꾸 이러신다는게요?!

윤원형 : (찔끔)...

윤비 : 오라버니, 판부사한테 반드시 되돌려드리도록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 예...

윤비 : 오라버니의 혼례비용은 내수사에 일러둘테니 타가도록 하세요.

         일체 청탁이나 뇌물을 받아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없어야 될것입니다.

윤원형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27.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가 김정과 힘차게 두손을 맞잡는다.

그 옆에 섰던 김식과 김구도 반갑게 김정을 본다.


조광조 : 잘 오시었소, 충암. 그래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으시었소?

김정 : 고생은요? 이사람 때문에 여러분들이 더 애를 쓰시었지요.

조광조 : 자 앉으십시다. (술상앞에 사람들 앉으면)..이번에 충암이 신원되셨으니 우리 사림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외다.

김정 : 과찬이십니다.

김식 : 자 우선 한잔씩들 마십시다.


조광조, 김정, 김식, 김구가 반갑게 술을 한잔씩 마시는 모습위로.


해설(NA) : 충암, 김정. 을해년 팔월에 담양부사 박상과 함께 저 유명한 폐비신씨의 복위 상소를 올려

                정국을 뒤흔들어 놓았던 장본인으로 당시 삭탈관작 당해 보은으로 유배를 떠났다가 조광조의 간곡한 주청으로

                이번에 신원되어 돌 아왔다. 조광조는 신진사림의 인재를 모으며 개혁의 초석을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김정은 후에 형조판서에 오를 인물이고 노천 김식, 자암 김구는 후일 각각 대사성과 부제학의 자리에 올라

                대사헌이 될 조광조와 함께 삼사를 장악할 핵심인물들이 된다.

조광조 : 우리가 말하는 도학정치란 무엇이요? 이 조선땅에 태평성대를 이룩하자는 것이요, 헌데 공신들은 우리를

            개혁의 이상과 명분만 있고 현실은 살피지 못하는 공론가로 보고있소.

            정치는 분명 현실이외다. 힘이 있어야 한다는게요. 허나 명분 없는 힘이 난무한다면

            그건 저자거리의 완패막심한 파락호 들의 싸움과 뭐가 다르겠소?

김정 : 옳은 말씀입니다. 현실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명분있는 힘이옵니다. 지난번 시생이 폐비복위 상소를 올렸을때도

         명분은 우리에게 있지 않았습니까?..헌데 공신들이 우격다짐으로 반발을 해대니

         전하께오서도 어쩌지 못하셨던 것 아닙니까?

김식 : 그건 전하의 탓도 있어요..전하께오선 너무 유약하시옵니다. 공신들과 사림, 어느 한편에 서지 못하시고

         결국은 김안로의 양시론 주청을 받아들이시지 않았는가 말일세.

조광조 : 전하를 너무 탓하지 마시게. 전하께오선 성종대왕의 적자의 몸으로 연산주 시절을 살아오셨네.

            폭군의 횡포속에서 조정대신들과 다른 왕자분들께서 참 화를 당하셨지만 전하께오선 끝까지 남으시어

            반정을 성사시키신 분 아니던가? 허니 불가근불가원이라...주위에 누구도 믿으실수가 없으셨던게야.

김구 : 허면 우리 사림이 전하께 그 믿음을 드리면 될 것 아니옵니까?

김정 : 그러기 위해선 우리 사림이 전하를 지켜드릴 힘이 있어야지요.

조광조 : 그렇소이다. 지금 힘을 모으기 위해선 전국에 은둔해 있는 인재들을 그들 의 신분과는 상관없이 찾아내서

            우리의 도학정치의 명분에 합류시켜야 하오.

김구 : 반상의 구별을 두지 않고 말이옵니까?

조광조 : 인재는 하늘이 내시는 것이니 출신을 따질게 아니오.

김정 : 하긴, 조정을 개혁하자는 우리가 반상의 구별이나 따진다는 건 어불성설이지요.

김식 : 정암의 스승이 바로 갖바치요, 하하.

김정 : 갖바치요?

조광조 : 허허, 내 나중에 자세히 말해드리리다.



s#28. 윤원형 사랑채 마당


윤원형, 임서방을 거느리고 들어온다.


윤원형 : (아차 하듯) 임서방, 내 깜빡했네. 지금 곧 내수사에 가서 중전마마께오서 하사하신 밀초를 받아오게.

임서방 : 예.



s#29. 대궐 일각


임서방이 서성거리고 있는데 내수사 관원의 인도를 받으며 박수림이 거드름을 피우며 걸어온다.


박수림 : (임서방을 보며) 잡인이 궁궐엔 어이 출입하여 나를 보자고 하였는고?

임서방 : (조아리며) 예, 소인은 파산부원군댁 청지기온데 밀초 열근을 받아 오라고 하셨습니다요.

박수림 : 이놈! 왕실의 재산인 내수사의 내탕금을 어찌 부원군댁에서 사사로이 가져다 쓰려고 한단 말이냐?

임서방 : 하오나, 소인의 상전께서 중궁전에서 하교가 계셨을거라 이르셨사옵니다.

박수림 : 그런 하교를 받은 바 없으니 썩 물러가거라!



s#30. 윤원형 집 사랑채 아랫방안


윤원형 앞에 임서방이 조아리고 앉았다.


윤원형 : 뭬야, 분명 중궁전의 하교가 계시었다고 전했는데도 쫓아내더란 말이냐?

임서방 : 예, 박별좌란 자가 아주 안하무인으로 욕설까지 퍼부었습니다요.

윤원형 : 뭬야? 욕설을?! (부라리며)..내 이놈을?!



s#31. 대궐 일각


박수림이 걸어가고 있는데 관복을 입은 윤원형이 급하게 걸어온다.


윤원형 : 자네가 내수사 박별좌인가?

박수림 : 그러하옵니다만...뉘신지?

윤원형 : 난 중전마마의 오라버니되는 사람이다. 네놈이 내가 보낸 청지기를 그냥 쫓아내?

박수림 : 그런것이 아니오라...내탕금은 왕실의 재산이라 사사로이 쓸수가 없사옵니다..

윤원형 : 네 이놈! 중전마마의 하교가 계셨다고 했거늘...그래도 못 내주겠다는 것이냐?

박수림 : 정녕 하교를 받지 못하였사오니 다시금 중궁전의 하교가 계시오면 내어드리겠사옵니다.

윤원형 : 뭬야?! (박수림의 멱살을 쥐며) 이놈, 네 놈이 무엇을 믿고 이리도 오만방자하더란 말이냐?

박수림 : 궁중에는 법도가 있사옵니다. 내탕금을 소인이 사사로이 내드렸다간 목이 달아날 판이온데,

            중전마마의 아버님이 오셔도 아니되는건 아니되옵니다.

윤원형 : 뭬,뭬야?!



s#3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씩씩거리며 앉아있는 윤원형.


윤원형 : 이런 봉변이 또 어디있단말이옵니까? 일개 별좌가 감히 중전마마의 친정인 부원군댁을 농락하다니요?

윤비 : 진정하세요, 오라버니..그자가 누구라고 하였습니까?

윤원형 : 박수림이란 자라고 들었사옵니다. 그자가 무슨 뒷배를 믿고 그런줄은 몰라도 단단히 버릇을 가르쳐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 알았으니 돌아가계세요...내 처결토록 하겠습니다.

윤원형 : 예, 신은 중전마마만 믿고 돌아가겠사옵니다.



s#3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박수림이 웃고 있다.


경빈 : 호호호, 그래서 중전의 오라비되는 자가 그냥 물러갔단 말이옵니까?

박수림 : 예, 중궁전의 하교를 받지 못하였다는데 어찌 하겠사옵니까?

경빈 : 헌데 정말 중궁전의 기별을 받지 못하였습니까?

박수림 : 받긴 받았사오나 시치미를 잡아떼면 알게 무엇이옵니까?

            중전마마의 오라비되는 자의 얼굴이 욹그락 불그락 가관도 아니었습니다.

경빈 : 호호, 잘 하셨습니다...



s#34. 중궁전 방 안


엄상궁이 윤비에게 고하고 있다.


엄상궁 : 내수사별좌 박수림이란 자는 경빈의 생부라 들었사옵니다.

윤비 : 경빈의 생부라니? 경빈은 평성부원군의 따님이 아니셨단말인가?

엄상궁 : 수양딸이옵지요.

윤비 : 허면 박수림이란 자가 경빈의 뒷배를 믿고 내 친정오라버니를 욕보였다는 것인가?! (생각하다가)..당장 경빈을 불러오게.

엄상궁 : 하오나 마마..

윤비 : 어허, 뭣하는가? 어서 불러오래두!

엄상궁 : (어쩔수 없다는 듯 조아리며)..예..(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분이 나는 듯 숨을 몰아쉬며)..감히 뉘게다...



s#3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이 경대 앞에 앉아 있고 방문안 앞에 오상궁이 앉아 있다.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찾아계신단 말씀인가?

오상궁 : 예, 마마.

경빈 : 알겠네, 내 곧 중궁전에 들테니 물러가 있게.

오상궁 : 예. (방 밖으로 나가서 방문을 닫는다)


경빈, 거울을 보며 쌩끗 미소짓는다.


경빈 : 암, 중전마마께오서 찾으시면 가야지.



s#36. 경빈 처소 방 안 (시간경과)


경빈, 경대를 보며 머리를 빗고 있다. 그 옆에 앉아있는 금이.


경빈 : (찻잔을 들다가)..금아, 차가 식었구나..차를 다시 달여오너라.

금이 : (걱정된다는 듯)..저..마마님, 중궁전에 아니드시옵니까?

경빈 : 내 알아서 할테니, 넌 시키는대로만 하거라.

금이 : ..예.



s#37. 중궁전 방 안


윤비, 책장을 넘기다가 휙- 방 밖을 본다.


윤비 : 엄상궁! 경빈은 왜 이리 늦는겐가?



s#38. 동 방밖 복도


엄상궁 : (조아리며) 예, 마마. 경빈처소에 다시 사람을 보냈사옵니다.



s#3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못마땅한 표정으로 읽고 있던 책을 탁- 덮어버린다.



s#4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천천히 찻잔을 들어 음미하듯 마시며 쌩끗 웃는다.


경빈(E) : 분명, 내수사 별좌가 내 아비임을 추궁할게야. 다음엔 중궁전의 하교를 받고도 모른척한 것을 들추겠지..

             그리되면 중전 스스로의 올가미를 쓰게 되는 게야. 중전의 아비와 오라비들이 축재한 것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니. 호호호.



s#41. 경빈 처소 마당


오상궁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일각문을 들어선다.


오상궁 : (금이를 보고) 경빈마마께선 아직도 방에 계시더냐?

금이 : (조아리며)..예...(방쪽에다) 마마, 중궁전 오상궁 들었사옵니다.

경빈(E) : 오냐, 내 나가마.


경빈, 방문을 열고 나와 느릿하게 마당으로 내려선다.


오상궁 : 중전마마께오서 재촉하시옵니다.

경빈 : 알았네, 앞서게.


오상궁 앞서고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일각문쪽으로 간다.

오상궁, 못마땅한 표정으로 길을 인도 한다.



s#42. 중궁전 방밖 복도


오상궁이 앞장서고 그 뒤를 여유있게 따라오는 경빈.


엄상궁 : (경빈을 보고 방쪽에다 고한다)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s#43.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한손으로 이마를 괴고 있다가 뭔가 벼르는 듯한 표정으로 내뱉는다.


윤비 : 들라해라!

엄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경빈이 들어온다.


경빈 : (미소를 살짝 머금은채) 중전마마, 신첩을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심상치 않은 눈초리로 쏘아보다가 호통)..당장 고개를 박지 못할까?!

경빈 : (움찔 놀라는)...마마..?!

윤비 : 어허, 고개를 처박으라는대도!

경빈 : (천천히 앉아 허리를 숙이고 이마를 방바닥에 댄다)...!

윤비 : 네 죄를 네 스스로 고해보거라.

경빈 : ..내수사의 일때문이시라면 내수사별좌가 중궁전의 하교를 미처 받지못하여...

윤비 : 닥치거라! 그 일이라면 별좌를 불러다 치죄하면 될 터일 것이다.

경빈 : 하오시면 무슨 일로..?

윤비 : 네 아비를 내수사 별좌로 박아놓고 내탕금을 함부로 빼돌려 고리를 놓거나 매점매석을 하여

         치부를 한 일이 없단 말이냐?!

경빈 : ..시,신첩..

윤비 : (쏘아보며) 그 치부한 재물을 조정의 미관말직에까지 뇌물로 주어 중궁전을 차지하려던 뱃심이 아니었더냐?!

경빈 : ...마,마마!

윤비 : 지난번 네 스스로 석고대죄를 청한 것 역시 중궁전의 위엄에 흠집을 내기 위함이 아니었더냐?!

경빈 : (얼굴이 굳는다)...!!

윤비 : 복성군이 이런 에미를 보고 무얼 배울지 참으로 가여워지는구나!

경빈 : ...!!!

윤비 : 결자해지라고 했거늘, 네 아비 스스로 내수사 별좌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동안 내탕금으로 치부한 재물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탕고에 돌려놓도록 해야 할 것이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경빈 : (목이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예..

윤비 :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s#44. 중궁전 밖 계단


경빈,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비칠비칠 나온다.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마마' 부르며 부축하려고 하는데

경빈, 손으로 입을 막으며 울컥 뭔가를 토해낸다. 새빨간 피다.


금이 : ...마마!


경빈, 경악한 눈길로 손안에 묻은 피를 바라보다가 비틀 쓰러진다.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경빈을 업고 어디론가 간다.



s#45.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희빈, 창빈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뭬요? 경빈이 토혈을 했단 말입니까?

희빈 : 예, 그리고는 곧바로 혼절하여 처소로 업혀갔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이럴수가..이럴수가...

희빈 : 중전마마께오서 너무 엄하시니 신첩의 나인들중에선 중전마마를 먼발치에서만 뵈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나인까지 있사옵니다.

창빈 : 하오나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그릇된 말씀을 하시는 걸 한번도 뵙지도 듣지도 못했사옵니다.

희빈 : (힐끔)...?!

자순대비 : 아무튼 이 일이 대전에까지 알려져서는 아니될 것이오. 아시겠소?

창,희빈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유약하오신 주상께서 중전의 기운을 어찌 감당하실지...?



s#46. 갖바치 집 마당


갖바치, 작업대위에서 갖신 작업중이다.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아저씨.

갖바치 : 오, 난정아..잘 지냈느냐?

난정 : 예...지난번에 아저씨한테 버릇없는 소리를 했지요?

갖바치 : 괜찮다, 우리야 오랜세월 십년지기 친구 아니더냐?

난정 : 친구요?

갖바치 : 암..언제라도 세상일이 네 마음에 차지 않거든 찾아오너라.

난정 : 고마워요, 아저씨..

갖바치 : 고맙긴? 네 얼굴이 밝아보여서 좋구나.

난정 : 실은 저 운혜 맞춤하려고 왔어요.

갖바치 : 운혜라?...허면..?..오냐, 내 지어주마. 어디 발 한번 재보자구나. 신발을 벗고 발을 올려보아라.

난정 : ...예..


난정, 치수대 위에 발을 올려놓는데 빨래함지 들고 들어오는 당골네.


당골네 :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난정이 왔구나?

난정 : (서먹하다)....

당골네 : (다가와 요리조리보며) 어쩜 요리도 이쁠까? 꼭 내 예전 모습하고 똑같네?

            이런 얼굴로 작두날에 올라서면 내림신도 잘 받을수 있을텐데..

갖바치 : 닥치게! 그래 어머니는 무고 하시냐?

난정 : 요즘엔 어머니와 말을 나눠본 적이 없어요...내가 말을 걸어도 어머니께서 피하세요..

갖바치 : (한숨)...외로우신게지...



s#47. 난정모집 방 안


난정모, 바느질로 옷을 짓고 있다.

난정모,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바늘로 손가락을 콕 찌른다.

핏방울이 배어나온 손가락을 입에 물다가...


난정모 : (어딘가를 보며 글썽)(E)..대감마님 보고 싶사옵니다. 너무 보고 싶사옵니다...



s#48. 함경도 관아 숙사 방 안


정윤겸, 난정모가 그린 난초 그림을 보다가 한숨을 내 쉰다.


정윤겸 : ..그래, 나도 자네가 보고 싶구만...



s#49. 정윤겸 집 안채 마당


박씨가 대청에 서 있고 마당에 옷보퉁이를 든 배서방이 조아리고 섰다.

옥련이와 양평댁이 지켜보고 섰다.


박씨 : 뭬야, 대감을 만나뵙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단 말인가?

배서방 : (얼버무리며)..예..대감마님께오서..국경을 순무 중이시라...

박씨 : (배서방이 든 옷보퉁이를 보며) 허면, 그 옷을 관아에 맡겨두고 오지 못한 까닭이 무엇인가?!

배서방 : (우물쭈물)...저..그게..

박씨 : (추궁) 바른대로 고하게! 대감을 만나뵙고도 그냥 돌아온게 아니던가?!

배서방 : 마님, 용서하십시오. 소인은 그저 대감마님의 분부대로 따랐을뿐이옵니다.

박씨 : 음...! 이 양반이 대체...?



s#50. 정윤겸 집 안채 방 안


옷보퉁이를 내려다 보고 앉아있는 박씨의 얼굴위로.


박씨(E) : 대감께서 장흥댁을 쫓아낸 일을 아직도 마음속에 품고 계신게야!

정렴(E) : (방밖에서) 어머니, 저희들이옵니다.


박씨, 고개를 들고 보면 정렴과 옥련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씨 : 너희들 당장 아버지 계신곳으로 떠날 차비를 하거라.

정렴,옥련 : (영문 몰라) 예에?..떠나다니요?

박씨 : 아무래도 에미가 너희들을 데리고 가서 대감을 뵈어야겠다. 설마 자식들 얼굴까지 보지 않으려 하시겠느냐?

정렴 : 하오나 아버님께서 곧 내직으로 드신다하시지 않았사옵니까?

박씨 : 내직으로 드신다고 달라지시겠느냐? 우리와 인연을 끊으신것처럼 서찰 한 통도 없으신 분이...?!

옥련 : 소녀의 짧은 소견으론 어머니께서 장흥댁을 내치신 일로 아버님 불편한 심기가 아직도 풀리지 않으신 것 같사옵니다.

박씨 : (보며 한숨) 에미 생각도 너와 같구나.

옥련 : (쌩끗) 너무 염려마시옵소서. 장흥댁모녀를 쫓아낸 일이 옳은 처사란 것을 아버님께서 아신다면 풀어지실겝니다.

박씨 : 그거야 그렇지만..무슨 수로?

옥련 : 어머니, 난정이가 기생이 되었답니다.

박씨 : 뭬야, 기생?

옥련 : 예, 오라버니가 장통교 기방에서 난정이를 보았답니다.

박씨 : 렴아, 그게 정말이냐?

정렴 : ..예..틀림없었사옵니다.

박씨 : (뭔가를 생각하다가 방밖을 보며) 양평댁-양평댁-

양평댁(E) : (방밖에서) 예, 마님.

박씨 : 당장 장흥댁을 불러오게!!



s#51.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난정, 서툰 솜씨지만 진지한 자세로 가야금을 뜯고 있다.


심퉁이(E) : 난정아씨, 부원군댁에서 사람이 찾아왔어유.

난정 : (가야금 멈추고 방문쪽 돌아보며)..부원군 댁...?



s#52. 동 아랫방 밖 마당


심퉁이와 임서방이 방문 앞에 서 있는데 난정, 방문을 열고 나온다.


난정 : 부원군 댁에서 무슨 일로 날 찾아왔소?

임서방 : 우리 작은 서방님께서 긴한 말씀이 있다고 데려오란다.

난정 : ...?



s#53. 어느 정자 위


윤원형, 정자위에서 풍경을 내려다 보고 섰다.

난정, 정자 계단을 올라와 선다.


윤원형 : (난정을 돌아보며) 오, 왔구나. 허허 이렇게 툭 트인 곳에서 보니 네 미색이 더욱 빛나는구나?

난정 : 소녀를 무슨 일로 찾으셨사옵니까?

윤원형 : 음! 내 네 청을 들어주기로 작정했다.

난정 : 예에? 그 말 진정이시옵니까?

윤원형 : 암, 진정이고 말고?!

난정 : 허면 소녀를 본처로 맞아 들여주시겠단 말씀이옵니까?

윤원형 : 그 것이 아니라 내 비록 널 첩으로 맞아들여도 평생 장가를 안들고 너 하나만 안해로 데리고 살겠다 이 말이다.

난정 : (실망)..그런 말씀이셨사옵니까?

윤원형 : 내 아무리 너를 괸다 해도 조정의 녹을 먹는 관리로서 국법을 어길수야 없는 일 아니겠느냐?

난정 : ....

윤원형 : 그렇게 살다보면 언제간 중전마마를 뵈올 날도 있지 않겠느냐? 어떠냐?

난정 : (생각하다가)...생각할 여유를 주시옵소서.

윤원형 : 오냐. 내 먼저 갈테니 잘 생각해 보고 오늘밤에 기별을 하거라. 알겠느냐? 어험!


윤원형, 계단을 내려간다.

난정, 정자 난간에 걸터 앉는다.


난정(E) : 어차피 내 가슴속에 맺힌 한을 풀어주실 분은 중전마마 밖에는 없어... 그렇다면 차라리...?


난정,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s#54. 난정모 집 마당


난정모, 방안에서 나오는데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양평댁.


난정모 : (의외라는 듯) 아,아니, 양평댁이...여긴 어인 일로?!

양평댁 : 마님께서 자넬 찾으시네.

난정모 : (불안한)...예에?!



s#55. 정윤겸 집 안채 외경


난정모(E) : 기별도 끊고 죽은 듯 사는 쇤네를 어이 찾으셨사옵니까?



s#56. 정윤겸 안채 방안


박씨와 옥련이 앞에 앉아있는 난정모.


박씨 : (노려보며) 지난번 대감께서 변방의 외직으로 나가신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자네 모녀 탓이었거늘

         아직도 뉘우치지 못했는가?!

난정모 : (의아) 마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박씨 : 누구 맘대로 난정일 기생으로 만들었는가?!!

난정모 : (놀라) 예에? 기,기생...?!

박씨 : 자네 딸년이 우리 집안과 무슨 원수가 졌다고 대감의 전정에 누가 될 일만 골라서 한단 말인가?!

난정모 : ('난정이가 날 속이다니' 허탈한)...!!



s#57.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옥매향이 심퉁이를 데리고 외출에서 돌아오는 듯 대문안으로 들어가는데.


길상 : (다가오며) 이보시오..

옥매향 : (돌아보고 알아보며) 오라, 기때 백됴쥬 어른과 동행하셨던 분이시구만요?

길상 : ...그렇소.

옥매향 : (쌩끗) 대낮부터 술생각이 나서 오셨습네까?

길상 : ...난정일 만나러 왔소.

옥매향 : (갸웃하며) 난뎡이요?..그 에미나일 무슨일로..?

길상 : 송도에서 길상이가 찾아왔다고 하면 알게요.

옥매향 : ..송도...? 따라 드시지요.



s#58. 자운아 아랫방 안


옥매향과 길상이 찻상을 놓고 앉아있다.


옥매향 : 허면 송도에서 동녀로 팔려간 난뎡일 구해듄게 이녁이었시요?

길상 : ..난정이가 내 얘길 한적이 있소?

옥매향 : 기럼요, 단소를 아듀 잘 부신다디요?

길상 : (쑥스럽다)...

옥매향 : 세상이래 턈으로 둅긴 둅구만요.

길상 : ...

옥매향 : 난뎡이래 들어오면 불러드릴테니끼니 예서 기다리시라요. (일어서는데)

난정모(E) : (다급한) 난정아- 난정아-


길상과 옥매향이 방문 밖을 돌아본다.



s#59.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난정모,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난정모 : (두리번 찾으며) 난정아-난정아-어디있느냐?! 냉큼 나오너라!

자운아 : (안방에서 나오며) 아듀머니래 뉘기시길래 난뎡일 턎는거야요?

난정모 : (눈이 뒤집혀 달려가 멱살을 잡는다) 이 사악한 년! 네 년이 우리 착한 난정일 꼬드껴서 기생이 되라고 시켰구나?!

자운아 : 거 무슨 말씀이야요? 이거 둄 놓으시라요!


난정모와 자운아가 밀고 당기고 실갱이 하는데

옥매향, 아랫방문을 열고 뛰어나와 난정모를 말린다.


옥매향 : 난뎡 오마니, 와 이러시는거야요?!

난정모 : (옥매향 휙 보며) 그래, 모두 니 탓이야. 난정이가 너같은 동무만 없었어도 기생이 되겠다고 하진 않았을게야!

옥매향 : 니탓 내탓 따디디 마시라요! 난뎡이가 뎨 발로 기생되갔다고 온기야요.

난정모 : (힘이 빠지는 듯 주르르 무너지며 흐느낀다) 난정아..흑흑..

자운아 : (보다가) 아듀마니, 난뎡이래 곧 올테니끼니 탸라도 한댠 드시면서 기다리시라요!


난정모, 휙-고개를 치켜들고 자운아를 쏘아본다.

자운아, 난정모의 눈빛에 찔끔 움츠려드는데

난정모, 일어서서 비칠대며 중문 밖으로 나간다.

옥매향과 자운아, 심퉁이가 난정모를 보는데...

아랫방문 앞에서 난정모의 뒷모습을 보던 길상이 그 뒤를 쫓아나간다.



s#60. 어느 길


난정모, 넋이 나간 얼굴로 걸어가고 있다.

길상, 먼 발치에서 난정모의 뒤를 쫓아간다.


난정모 : (중얼중얼)..난정이가 기생이 되다니...어찌 이런일이..어찌 이런 일이..


뒤편에서 들려오는 말발굽소리.

길 저편에서 파발마 한필이 급하게 달려온다.

난정모,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걸어간다.


길상 : (위험을 느끼고) 아주머니, 비켜서시오!!


길상, 난정모를 구하기 위해 급하게 달려간다.

파발마, 그제서야 난정모를 발견하고 말고삐를 죄어보지만 늦었다.

난정모, 영문 몰라 돌아보면 눈앞에 발굽을 치켜들고 요동치는 파발마.

난정모, 말굽에 채였는지 악-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길상 : (달려와 난정모를 부축하며) 아주머니, 정신차리시오.

난정모 : (정신을 잃은채)...



s#61.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심퉁이 대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난정이 대문쪽으로 걸어온다.


심퉁이 : (난정 발견하고) 난정아씨, 이제 오면 어쩐대유?

난정 : 왜, 무슨 일이 있었니?

심퉁이 : 아씨, 어머니가 오셔서 기방을 한바탕 뒤집어 놓구 가셨슈.

난정 : (충격) 뭐어? 어머니가...

심퉁이 : 얼른 집으로 가보슈..

난정 : (입술을 깨물다가 휙-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보는)...!!



s#62. 난정모 방 안


난정모, 누워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길상, 그 옆에 앉아 물대야에 수건을 건져 짠 후, 난정모 이마에 얹어준다.


난정모 : ...난정아...난정아...

길상 : (난정모를 측은하게 내려다 보는)...


길상, 일어서서 물대야를 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s#63. 동 난정모 방 밖 마당


길상, 물대야를 들고 방밖으로 나오는데

난정, 대문 안으로 급하게 들어오다가 길상을 보고 우뚝 멈춰선다.


길상 : (난정을 보고)..나, 난정아..!!

난정 : (경계하듯 보며)...누,누구요?!!

길상 : 것보다 방안에 들어가봐, 네 어머니가 다치셨어.

난정 : 뭐, 뭐요?


난정, 후다닥 방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길상, 그런 난정을 본다.



s#64. 난정모 방 안


난정, 방안으로 뛰어들어와 보면 의식불명인채 신음소리만 내고 있는 난정모.

난정, 난정모 옆에 털썩 주저앉아 손을 잡는다.


난정모 : ...난정아...난정아...그럼..못 써...

난정 : (눈물 글썽하여)..어머니...

난정모 : (점점 갸날퍼 지는 숨결)...

난정 : (보고 놀라) 어머니! 어머니!!..어머니이!!!


난정모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는 난정의 모습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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