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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12|조회수49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15











s#1. 난정모 방 안


난정, 난정모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다.

난정모, 신음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든다.

길상, 방안으로 들어와 난정의 뒤편에 선다.


길상 : ..잠드셨어..편히 주무시게 둬.

난정 : (울먹)..우리 어머니 왜 이렇게 되셨소? 왜 이렇게 되셨냐구요?

길상 : ..달려오던 파발마를 미처 피하지 못하셨어..

난정 : ...

길상 : 의원 말로는 크게 걱정할 것은 없대. 약첩을 지어 왔으니 다려드려.

난정 : ...

길상 : ..난 이만 가볼게..(방문쪽으로 돌아서는데)

난정 : ..길상아..

길상 : (놀라 돌아보며 '날 알고 있었구나!')...난정아, 너..?!

난정 : (고개 돌리지 않은채)..그래..지난밤 기방에서 봤을 때부터 넌 줄 알고 있었어.

길상 : ...!!



s#2. 난정모 마당


난정, 풍로위에 약탕기를 올려놓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

길상, 툇마루에서 앉아 그런 난정의 모습을 본다.


길상 : ..난 네가 송도에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줄 알았어.

난정 : 어떻게 잊을수 있겠어?..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오늘은 우리 어머니까지....

길상 : ....

난정 : 참 이상해..넌 항상 내가 곤경에 처해있을 때 나타나잖아.

길상 : (쑥스럽게 웃으며)..이런게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인연이라는건가?

난정 : ..인연..?

길상 : ..넌 어릴 때 소원대로 기생이 된거야?..

난정 : ...아직은 아냐. 하지만 곧 기적에 오르게 될거야.

길상 : ...난정아..어머니를 속이면서까지 왜 기생이 되려고 하는거니?

난정 : (흠짓 보는)...?!

길상 : 아까 네 어머니가 기방에 찾아와서 말하는 것 다 들었어.

난정 : (다짐하듯)..난 기생이 되어야 해..꼭 해야 할 일이 있어..

길상 : (만감이 교차한다)...그래, 무슨 사연이 있겠지...

난정 : (분위기 바꾼다) 달래는 잘 있지?...능금이도...



s#3. 남소문 백치수 객주 마당


송서방의 지휘로 짐꾼들이 짐바리들을 객주 뒤편 창고로 나르고 있다.

능금, 마당에 쌓인 짐바리들을 살펴보고 섰다.


능금 : (송서방을 보며) 아저씨, 이 많은 물건들이 대체 어디서 들어오는거요?

송서방 : 조선 방방곡곡은 물론이고 대국에서 건너온 것도 있고 왜국으로 건너갈 물 건도 있지.

            (손짓으로 물리며) 괜히 걸리적거리지 말고 저리 비켜서.


능금, 툇마루쪽으로 걸어와 앉는다.


능금 : (짐바리들을 보며 생각에 젖는데)...!

달래 : (마루 한 끝에 앉아있다가 다가오며)..언니, 무슨 생각하오?

능금 : 달래야, 저 짐바리들만 빼내면 우리 평생 먹을걱정, 입을걱정 안하고 살수 있을거야. 그치?

달래 : (놀라) 그런 소리 마오. 남의 물건에 손 안대기로 했잖소?!

능금 : ...그치만, 우리 처지에 언제 저만한 재물을 만져라도 보겠니?


백치수, 객주안으로 들어온다.


송서방 : (조아리며) 도주 어른 나오셨습니까요?

백치수 : (인사 받으며 둘러 보며) 황해도에서 오는 물건인가?

송서방 : 예. 배천과 황주에서 올라온 물건들입니다요.

백치수 : 물목에 적힌것과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니 잘 살피게.

송서방 : 예, 어르신.


백치수,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능금, 벌떡 일어나 백치수 쪽으로 걸어간다.


능금 : 도주 아저씨.

백치수 : (돌아보며 미소) 그래..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았느냐?

능금 : 예..것보다도 아저씨한테 청이 있어요.

백치수 : ...청?



s#4. 동 객주 아랫방 안


백치수 앞에 능금과 달래가 앉아 있다.


능금 : ...

백치수 : 여기 객주 일을 보게 해 달라?

능금 : 예, 셈도 할수 있고, 눈썰미가 좋아서 물목도 잘 외울수 있소.

백치수 : 그래?...헌데 예전엔 무슨 벌이를 다녔는고?

능금 : (힐끔보며)...송도에선 달래하고 둘이서 떡을 팔았소. (달래 보며) 그치, 달래야?

달래 : (당황)..으,응..

백치수 : (빙긋 웃으며) 떡장수를 했다?

능금 : 예.

백치수 : 허허허, 송도에서 뜨내기 장꾼들 주머닐 땃던게 아니고?

능금 : ('엥? 어찌 알았지?' 그러나) 주머닐 따다니요? 생사람 잡지 마시오. 내가 주머닐 따는 걸 아저씨가 봤소?!

백치수 : (능금을 빤히 보며) 그 눈을 보면 모를까? 네 눈은 병아리를 채가려고 노리는 솔개의 눈빛이야.

            아마 예서도 객주일 본답시고 물건을 빼내 도망치려는 속셈 아니더냐?

능금 : ...뭐,뭐요?!

달래 : (당황하여)..아, 아녀요, 능금언닌 앞으론 그런 짓 안할거에요.

능금 : (쏘아보며)..그래서 날 포청에라도 넘길거요?

백치수 : 허허, 내 말뜻은 어차피 남의 주머니나 따면서 살 팔자라면 좀 더 큰 도둑이 되라는 것이다.

능금 : 큰 도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백치수 : 이 객주를 통째로 털어볼 마음은 없느냐?

능금 : (의아)...?!

백치수 : 그럴 배포가 있다면 내 객주 일을 시켜주지. 허나 좀도둑질이나 할 요량이라면 진즉에 손 털어라!.

능금(E) : (흠짓 놀라) 아니, 이 양반, 어떻게 내 속을 꿰뚫어 봤지?!

백치수 : 하하하! (웃으며 일어서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 ...



s#5. 동 객주 마당


백치수, 송서방의 배웅을 받듯 대문쪽으로 걸어나온다.


송서방 : 도주 어른, 능금이 한테 객주일을 가르치라니요?

백치수 : 자네한테 맡길테니 밑에 일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게. 큰 손이 될 아이야!

송서방 : (걱정) 하오나, 외부인이 객주 내부 일을 알아서 좋을게 없을텐데요.

백치수 : 어허, 내 시키는대로 하게나.

송서방 : 도주어른, 대체 어인 까닭이시옵니까? 이놈은 통 영문을 모르겠습니다요.

백치수 : 능금이란 아이...우리 월희를 닮았어..(하늘 보고 한숨 내쉬는)..못난 것, 애비 가슴에 못을 박고 그렇게 떠나다니...

송서방 : ...!



s#6. 동 객주 아랫방 안


능금이 기분좋게 웃고 있고 달래가 걱정스럽게 본다.


달래 : 언니, 정말 객주 일을 할 셈이요?

능금 : 까짓것 밑져야 본전이야.

달래 : ..그래두..

능금 : 두고 봐, 달래야. 내가 이 객주 물건을 다 빼돌려서 큰 집을 살거야.

         그래서 울 아부지도 모셔오고..달래, 너 시집도 보내주고..길상이 하고도...(갑자기 멈추고)

         근데 길상이는 왜 온다간다 말도 없이 하루종일 코빼기도 안 보이는거야?

달래 : ..어디 일자리라도 찾아보러 갔겠지요..



s#7. 난정모 마당


난정, 마루위에 앉아 약사발에 탕약을 짜내다가 길상쪽을 본다.

길상, 도끼를 들고 퍽-퍽-장작을 패고 있다.


난정 : (길상을 보며)..그만 돌아가 봐..달래가 기다릴텐데.

길상 : (땀을 훔치며) 요것만 마저 패놓고 갈테니까 걱정말고 약 갖다 드려.

난정 : (약사발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8.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약사발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난정모, 멍한 눈으로 난정을 보다가 순간 움찔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난정을 노려 본다.

난정모에 비친 난정의 환각 이미지.

(INSERT) <틀어올린 머리에 화려한 기생 옷을 입은 난정이 난정모를 보며 쌩끗 웃고 있다>


난정모 : 네 이년! 당장 그 옷 벗어버리지 못하겠니?!

난정 : (평상복 차림으로 의아하게) 어머니, 옷이라니요?

난정모 : (초점없는 멍한 눈이 되어 시선을 돌려버린다)...

난정 : (난정모 옆에 꿇고 앉는다)..어머니..제가 잘못했세요....약 드세요.

난정모 : (난정을 스르르 돌아보는)...

난정 : (난정모를 부축하며)..자요..(약사발을 난정모 입에 대주는데)


난정모, 순간 약사발을 탁 쳐버린다. 바닥에 구르는 약사발.


난정모 : (난정을 쏘아보며) 이 요망한 년! 감히 뉘게다 어미라는게냐?!

난정 : (깜짝 놀라)..예에?..어,어머니!

난정모 : 네 년이 누구간데 내 딸 행세를 하려드느냐?!

난정 : (당황)..어머니, 저 난정이에요.

난정모 : (섬짓한 표정으로) 넌 우리 난정이가 아니야! 내 딸은 죽었어! 십 년전에 이 뱃속에서 죽었다고!

난정 : 어, 어머니!

난정모 : (헛것이 보이는지 벌떡 일어나 벽에다 조아린다) 대감마님, 죽을 죄를 졌사옵니다. 이년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난정 : (충격으로 보는)...어머니...왜 이러세요?!

난정모 : (두손으로 빌며 연신 조아린다)..흑흑...대감마님..

난정 : (난정모를 말리며)..어머니, 어머니!..


난정모, 고개를 휙 치켜들고 미친 듯이 깔깔깔 웃어댄다.

난정, 난정모를 부둥켜 안으며 울음이 터진다.


난정 : ..어머니..흑흑..

길상 : (방문을 열고 난정모를 본다)...!!


난정모, 발버둥을 치다가 그대로 푹 쓰러져 잠에 빠진다.


난정 : (난정모 보며) 어머니, 어머니! 길상아, 울 어머니 왜 이러시는거야, 응?

길상 : ..말에 치어 넘어지실 때 머리를 부딪치셨어...

난정 : 뭐어?


난정, 곱게 잠든 난정모를 걱정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으로 본다.



s#9. 당추 암자 법당 안팎


부처님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있는 당추의 뒷모습.

당추, 중얼중얼 입속으로 되뇌이며 염주를 굴리고 있다. 갑자기 염주를 굴리던 당추의 손이 뚝 멈춘다.


당추 : (번쩍 눈을 뜨며) 원아, 원아-

동자승(E) : 예-


동자승, 법당 문밖으로 다가와 선다.


동자승 : 찾아 계시옵니까?

당추 : (움찔 뭔가를 생각하다가)..어?..아니다..

동자승 : (갸웃거리는데)..?

당추 : (법당밖 하늘을 멀리보며) 거 이상한 일일세...난정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겐가?!..



s#10. 대궐 편전 외경



s#11.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안로와 윤임이 앉아있다.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허허 판부사는 과인의 처남이 되시고, 김참판은 과인의 사돈이 될 분이니

         과인이 묻는 말에 기탄 없는 견해를 말해줄 것이라 믿소.

윤임,김안로 : (조아리며) 하문 하시옵소서.

중종 : 과인은 동방의 요순 임금이신 세종대왕을 본받고자 하오. 비록 과인이 불민하여 조선에 태평성대를 열지는 못할지라도

         과인의 치세 동안 그 초석만은 다져 놓고 싶소. 과인은 경들은 대책을 듣고 싶소.

김안로 : 전하, 신이 고금을 예를 살펴보건대 태평성대란 군주의 지극한 덕이 백성들을 교화시킬때만이 열리는것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하옵고 군주의 지극한 덕은 선비들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 들었사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세종대왕께오서 집현전을 두시어 선비들을 가까이 두신 까닭도 거기 있다고 알고 있소.

김안로 : 비록 연산주때 두 번에 걸친 사화로 선비들 대부분이 참화를 당하고 세상을 등진채 은둔해 있다고는 하오나,

            근자에 전하의 성총을 입은 조광조가 조선의 도학정치의 기풍을 크게 되살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진지하게 끄덕이고)...

윤임 : ('김안로가 왜 저러나?' 힐끔 본다)...?

김안로 : 전하께오서 조광조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시온다면 반드시 태평성대가 열릴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판부사도 그리 생각하시오?

윤임 : 신의 뜻도 같사옵니다. 더불어 신등이 지난번 주청드린 함경도 절제사 정윤겸 같은 충성스런 신하들을 가까이 두시오면

         전하께오서 추진하시는 개혁에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 사료 되옵니다.

중종 : (미소로 끄덕이는)...



s#12. 대궐 일각


윤임과 김안로가 걸어오고 있다.


윤임 : 김대감께선 조광조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계신 것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 요즘 전하께오서 훈구공신들을 보시는 눈이 곱지만은 않으시오. 그렇다고 우리가 전면에 나섰다가는

            당장 공신들에게 둘러싸여 우리 두사람의 수족이 묶여지게 될 것이옵니다.

윤임 : 음..아직은 공신들이 똘똘 뭉쳐 조정의 권세를 틀어쥐고 있으니...

김안로 : 원자께오서 세자책봉을 받으실 때 까지는 우리를 대신하여 공신들과 맞서 줄 자가 필요하옵니다.

윤임 : 그것이 곧 조광조라 이 말씀이오이까?

김안로 : 예, 조광조가 바람막이를 해주는 동안에 원자께서는 무럭무럭 자라실테고 우리 역시 세를 모을수 있을것이옵니다.

윤임 : 만에 하나 조광조가 전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공신들을 찍어내기라도 한다면요?

김안로 : (미소)..아무리 조광조라 한들 조정에 그를 받쳐줄 세가 없는데 어찌하겠사 옵니까?..그 점에 대해선 심려거두시옵소서.

윤임 : (뭔가 불안하지만)...조정에 세가 없다..?



s#13. 빈청 안


조광조가 안당 앞에 앉아있다.


조광조 : 지금 조정에 개혁을 추진해 나갈만한 인물이 부족하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옵니다.

안당 : 허면 어찌 하겠는가? 그것이 현실인것을..

조광조 : 국가에서 인재를 등용하는 문이 너무나 협소하기 때문에

            개혁에 뜻을 둔 많은 인재들이 등용되지 못하고 막혀있사옵니다.

안당 : 음...!

조광조 : 만약 현량방정과를 본 뜬 천거제도를 도입하여 인재를 등용할 수 있다면

            전하께오선 새롭고 학문높은 인재들과 정사를 도모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안당 : (놀라) 허어, 이 사람! 자넨 과거제도를 대신하여 천거제도로 관리를 등용 하자는 말인가?

조광조 : 과거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옵니다. 다만 과거제라는 것이 사장을 중심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니

            거기에 더불어 천거제도를 시행한다면 성리학에 깊은 소양이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발탁하여

            조정의 재목으로 쓸수 있다는 것이옵니다.

안당 : ..음!!..자네의 취지는 잘 알겠네만 조정의 신료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지가 않으이.

조광조 : 그러기에 우찬성 대감을 먼저 찾아온게 아니옵니까? 전하께는 시생이 주청을 드리겠사옵니다.

            대감께오서 조정의 공론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안당 : 허나 매사를 급하게 추진하지는 말게. 사람이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도 알고, 때론 물러설 줄도 알아야 되는걸세..

조광조 : 명심하겠사옵니다.

안당 : ....



s#14. 중궁전 외경



s#15.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경빈의 머리꽂이를 내려다 보고 있다.


윤비 : 엄상궁, 게 있느냐?

엄상궁(E) : 예.

엄상궁 : (방문 열리면 들어와서 조아린다)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머리꽂이를 보며) 지난번 경빈이 왔다가 흘리고 간 것이니 경빈전에 돌려 주도록 해라.

엄상궁 : 예. (연상쪽으로 다가와 두손으로 머리꽂이를 집어들다가) 중전마마.

윤비 : 무언가?

엄상궁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지난번 경빈이 중전마마의 꾸지람을 받고 돌아가는 도중에 토혈을 했다 하옵니다.

윤비 : (보며) 토혈을?

엄상궁 : 예.

윤비 : (생각하다가)..허, 경빈이 아직도 내 뜻에 항심을 품고 있는게야.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멀쩡한 사람이 토혈을 할수 있단 말인가?!

엄상궁 : ...

윤비 : 엄상궁, 경빈에게 가서 똑똑히 이르게. 머리치장에만 마음을 쓰지 말고 머릿속에 든 잡념을 털어내고

         가슴속에 묻은 항심을 씻어내라고 말일세. 이건 중궁전의 지엄한 명일세. 알겠는가?

엄상궁 : 예. (일어서서 나간다)

윤비 : 허, 토혈을 했다?..



s#16. 경빈 처소 방 안


병색의 경빈이 이부자리위에 앉았고 그 앞에 복성군이 앉아있다.

경빈, 복성군 앞에 마른 피가 묻은 한삼수건을 건넨다.


경빈 : (원한 맺힌 눈빛) 복성군, 이것이 에미의 피요..에미 가슴 속에 맺힌 한이요...항상 품에 간직하셔야 하오.

복성군 : (울먹)...어머니...

경빈 : (씹어 뱉는다) 대장부가 눈물이 헤퍼선 아니되오. 절대 눈물을 보이지 마시요. 언제고 복성군의 마음이 흐뜨러지거나

         약해질 때마다..이것을 꺼내보며 이 에미를 생각 하시오! 피를 토하는 에미의 한을 생각해주시오!..아시겠소?!

복성군 : ..어머니!..

경빈 : 약조해주시오. 그리 해주겠다고 약조하실수 있겠소?!

복성군 : ...예..(흐느끼며 경빈의 품에 안긴다)

경빈 : (복성군을 안아주며) 그래...미야, 넌 꼭 보위에 올라야한다. 보위에 올라 이 어미의 피 맺힌 한을 풀어주어야 해!

복성군 : (이를 물며)..소자,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 (섬뜩한 눈빛)...암, 암..그래야 내 아들이지...!



s#17. 동 경빈 처소 마당


오상궁,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오상궁 : (금이를 보고) 어서, 여쭈어라.

금이 : (방쪽에다) 경빈마마, 중궁전 오상궁 들었사옵니다.


복성군, 충혈된 눈으로 방안에서 나온다.

오상궁, 복성군을 보고 조아리지만 복성군, 원망스럽게 보며 지나쳐버린다.


오상궁 : ....

경빈(E) : 들라해라.

금이 : (쌀쌀맞게) 드시지요.


오상궁, 처소 안으로 들어가면 그 뒤를 따라 올라서는 금이.



s#1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방문쪽으로 등을 돌린채 누워있다.

방문이 열리고 오상궁과 그 뒤를 따라 금이가 들어온다.

경빈, 심하게 기침을 하면 금이가 급하게 달려와 경빈을 부축한다.


금이 :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 ...내 누운채 중궁전 상궁을 맞는 것이 예의가 아닌줄 알지만 몸이 이러니 어쩔수 없구려...

오상궁 : (일어나 앉으라는 간접 표현) 쇠인은 중전마마의 지엄한 명을 받잡고 나왔사옵니다.

경빈 : (흠짓 보며)..금아, 부액하거라.

금이 : 하오나, 마마..

경빈 : (뼈있는) 몸이 바수어져 가루가 된다 한들 중전마마의 명을 누워서 받을수야 없는 노릇 아니더냐?..

         (오상궁 보며) 내 예를 차리는 동안 잠시 기다리시게.

오상궁 : ...


금이가 경빈을 부액하여 일으킨다.

(짧은 시간경과)

경빈, 옷을 차려입고 연상 앞에 앉아있다.


경빈 : 중궁전의 지엄한 명이 무엇인가?

오상궁 : (두손으로 머리꽂이를 건네며) 중전마마께오서 이것을 돌려드리라 하였사옵니다.

경빈 : (머리꽂이를 보며) 다른 말씀은 안 계셨는가?

오상궁 : (망설이다가)..중전마마께오서 명하시길 머리치장에만 마음을 쓰지 말고 머릿속에 든 잡념을 털어내고

            가슴 속에 묻은 항심을 씻어내라고 하셨사옵니다.

경빈 : (쏘아보며)...항심?

오상궁 : 분명 그리 말씀하셨사옵니다.

경빈 : (냉소)..중전마마께 고하시게. 이 사람은 석고대죄를 드리며 머릿속의 잡념을 털어냈고,

         피를 토해내서 가슴속의 모든 것을 씻어냈으니 앞으로 중전 마마의 천세, 만세를 축수발원 드리는 일념으로

         한평생 살아가겠노라고 말일세.

오상궁 : ...

경빈 : 아시겠는가?!

오상궁 : (조아리며) 예, 그리 고합지요.



s#19. 대궐 편전 외경


중종(E) : 현량과라?



s#20. 편전 방 안


중종과 조광조가 면대를 하고 있다.

승지가 윗목에 앉아 두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다.


중종 : 허어, 부제학은 천거를 통해 인재를 발탁해야 하는 뜻을 말해보라.

조광조 : 예, 전하. 신이 알기로 지금 초야에는 수많은 인재가 묻혀있사옵니다. 그들은 스스로 과거에 나오려 하지 않는

            숨어있는 군자들이오며 설령 과거를 보려 할지라도 사장에 치우쳐 있는 지금의 과거제도로는

            그들을 포용할 수 없사옵니다.

중종 : 음..과인도 몇 년전에 인재를 천거하라는 명을 내린적이 있다. 허나 아무리 유능한 인재를 천거해도

         과거 급제자와 차별을 두어 임용하기에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웠던 전례가 있지 않은가?

조광조 : 신은 천거로 발탁한 인재가 과거 급제자와 동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천거제도를 주청드리려 하는것이옵니다.

중종 : 부제학에게 그 방안이 있는가?

조광조 : 지방의 경우는 감사나 수령이, 한양에서는 홍문관, 육경, 대간이 재행이 뛰어나 등용할 만한 인재를 천거케 하여,

            대궐 마당에 이들을 모아놓고 전하께오서 친히 대책으로 시험하오신다면

            많은 인재를 얻을수 있을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음...

조광조 : 그리하여 발탁된 인물의 덕행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한 것이니 반드시 헛되거나 그릇되지는 않을 것이오며

            또 전하께오서 대책을 통하여 그 사람의 국사를 처리할 방안을 드러낼 것이오니

            참된 인재를 등용할 수 있을것 이옵니다. 이렇게 등용된 인재라면 과거급제자와 차별하여 임용될 염려도

            없을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부제학의 뜻은 옳도다. 허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관리 등용에 관한 중대사이니

         조정 중신들에게 먼저 논의케 하겠노라.

조광조 : (조아린다)..

중종 : 승지는 들으라.

승지 : 예.


중종이 김승지에게 뭔가를 명하는 모습과 그 명을 받드는 김승지...

그리고 조광조의 얼굴위로 다음의 해설이 이어진다.


해설(NA) : 과거제도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려 광종때 쌍기의 제안으로 처음 시행된 이래 과거제도는 고려 조는 물론이거니와 조선 왕조의 건국 이후에도

                중앙의 관리를 선발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로써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제도는 당시 신분제적 질서와 결합됨으로써 지배 신분층이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었다. 조광조는 바로 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s#21. 빈청 안


영의정 정광필, 좌찬성 김전, 우찬성 안당, 이조판서 남곤,심정, 홍경주,김안로가 격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위로

다음의 해설이 이어진다.


해설(NA) : 조광조가 현량과라는 천거제도로 인재를 발탁하자고 주장한 것은

                요새로 치면 국가고시를 통해 국가 관리나 공무원을 뽑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자격 시험을 거치지 않고

                그 사람의 인품이나 관리로서의 소양을 심사하여 관리로 임용하자는 것이었다. 국가고시를 통해 임용된 관리들이

                이 주장에 불만과 반발을 터뜨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신분제 질서가 엄격 했던 조선사회에서의

                조광조의 천거제의 주장은 조정의 권력을 쥐고 있던 공신파의 거센 반발에 부딪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홍경주 : (탁자를 탕탕치며) 천거제로 인재를 등용하라니 드디어 조광조 이자가 전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파당을 만들기 시작한거외다!

남곤 : 이 사람도 같은 생각이외다. 대체 천거하는 자의 자질과 공정성은 누가 보장할 수 있단 말이외까?

안당 : 과거제를 폐지하자는 것도 아니고 사장만을 중요시 하는 과거제도는 부족한 점이 있으니 천거제를 병행하여

         보다 널리 인재를 구하자는 뜻 아니오이까?

김전 : 허어, 황제에게 사대하는 조선에서 사장을 중요시 하는 것은 당연지사거늘 과거제도가 부족하다니요?

정광필 : 이 사람도 반대이외다. 천거제로 인재를 선발한다 한들 재주와 덕행이 있는 인재가

            발탁되지 않을수도 있지 않겠소이까? 또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여 후에 올 폐단을 모를진대

            과거제도를 그대로 따르는것만 못할 것이외다.

김안로 : 시생도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천거제가 근래에 없던 일이옵고, 또한 어떤 폐단이 뒤따를지 모른다는

            영의정의 말씀은 옳사옵니다. 하오나 오늘날 시행하면 내일은 곧 고사가 되는 것이옵니다.

            찬반의 견해 차이를 조정하면서 상세한 절차를 마련한다면 천거제도 역시 과거제와 다를바 없는

            훌륭한 제도가 될 것이옵니다.

안당 : 그렇지요. 무엇보다 이번 천거제도의 대의명분은 연산주때 참화를 당한 선비들을 조정에 불러들여

         무너진 사습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오.

정광필 : 음!!

심정 : 아니되옵니다. 천거제가 시행된다면 분명 조광조를 따르는 선비들만이 조정에 등용될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홍경주 : 옳소이다, 천거제로 등용이 되면 정사의 공명함을 따지기 보다는 나를 천거해준 자에게 빌붙기 마련 아니겠소?

남곤 : 예, 그렇게 파당을 짓기 시작하면 붕당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안당 : 어허, 대감들께선 어찌 자꾸...

김전 : 과거제도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조선의 실정에서는 불가피한 제도이외다.

정광필 : 이 사람도 좌찬성의 말씀에 동감이외다.

김안로 : ....



s#22. 대궐 일각


김안로, 걸어오며 하늘을 바라보는 얼굴위로


김안로(E) : ..조광조, 그 사람이 드디어 조정에 세를 형성하려고 하는 것인가?



s#23. 갖바치 방 안


조광조와 갖바치가 찻잔을 앞에 두고 앉아있다.


조광조 : 이 사람이 주청드린 현량과에 대해 조정대신들의 반대가 심할 것은 예상했던 바이오.

            허나, 반드시 전하께오선 이 사람의 주청을 받아주실것이요.

갖바치 : (걱정스럽게)..나으리께오선 출사하신후 몇 년동안 조정의 기풍을 진작시키시었사옵니다.

조광조 : (미소로 차를 마시는)...

갖바치 : 쟁쟁한 권세가들도 나으리의 칼날 같은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사옵니다. 그들이 나으리를

            권세으로 찍어누르지 못한 것은 시비를 따지는 나으리의 도덕이 청고했고 명분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조광조 : 허허, 과찬이시오.

갖바치 : 하오나 이번 일은 다르옵니다. 만일 현량과가 실시되어 뜻있는 선비들이 등용된다면

            저들은 나으리께오서 천거제도를 세력을 등용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할 것이옵니다.

조광조 : ...음.

갖바치 : 이제 저들도 나으리께서 지니신 도덕적 청고함이나 대의명분을 의심할 것이옵니다.

조광조 : 허허, 이 사람에게 아무런 사심도 없음은 하늘이 알고 계시오. 전하께오서도 이 사람의 충심을 알고 계시오.

            무엇이 두렵겠소이까?

갖바치 : 허나 소인배들은 그 깊은 뜻을 알지 못하옵니다.

조광조 : 허허,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궈서야 되겠소?

갖바치 : 속단은 금물이옵니다.

조광조 : 속단?

갖바치 : (아무래도 걱정이다)...말씀은 한번 더 생각하신 연후에 하시지요.

조광조 : ...?!



s#24. 동 갖바치 방 밖 마당


방백인, 방문에 바짝 붙어 엿듣고 있는데.


당골네(E) : 임자-


방백인, 돌아보면 당골네가 무복을 입고 아랫방에서 나오는중이다.


방백인 : (놀라) 이 여편네, 그 꼴이 뭐여?!

당골네 : (한숨 폭) 에휴, 임자는 낮이면 새가 되고 밤이면 쥐가 되어 허구헌날 방안만 엿듣고 있으니

            나라도 벌이를 해야지 별수 있소?

방백인 : (못 마땅) 그래서? 굿판이라도 벌여보려고?

당골네 : 일전에 알고 지내던 화개동 마님댁에서 액막이 굿을 벌여달라고 하니 내 다녀 오리다. (대문 쪽으로 가려는데)

방백인 : (쫓아가 잡으며) 여편네야 미쳤어?!

당골네 : 왜 이러시오?

방백인 : 신기도 없는 여편네가 작두날위에 올라섰다가 발바닥 갈라지고 싶어 그래?

당골네 : 그럼 어쩌오? 날이면 날마다 손가락만 빨고 있으란 말이오?

방백인 : 이걸 칵! 누가 언제 굶겼어? (실갱이 하는데)


조광조가 방문을 열고 나오고 그 뒤를 갖바치가 따른다.

조광조, 엄하게 쏘아보면 움찔 움츠려드는 당골네와 방백인.


조광조 : (가다가 멈춰서 돌아보며) 혹세무민 할 생각 말게. 날품이라도 팔면 두식구 호구지책은 되지 않겠는가?

방백인 : ..예,예..그리 합죠..


조광조, 대문쪽으로 가면 갖바치가 방백인과 당골네를 보고 한마디 던진다.


갖바치 : 허허, 액막이 굿은 자네들 두사람한테 필요하겠구만..

당골네 : (삐죽대며 방백인을 흘겨보고)...

방백인 : (헛기침하며 시선을 피한다)



s#25. 자운아의 기방(밤)


심퉁이가 대문 앞에 걸린 청사초롱에 불을 켜고 있다.



s#26. 동 자운아 기방 마당 (밤)


옥매향이 중문 안에서 바깥 쪽을 기웃거리고 있다.

자운아, 안채 방안에서 나오다가 옥매향을 보고.


자운아 : 매향아? 예서 뭘하고 있네? 날래 몸단댱 하디 않고.

옥매향 : (돌아보며) 오마니, 난뎡이가 아딕 안 돌아왔시오..아무래도 난뎡이하고 난뎡이 오마니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시오.

자운아 : 에미나이래 언뎬 난뎡이를 못댭아 먹어 안달이두니만...괜한 걱뎡말고 손님 받을 턔비나 하라우.

옥매향 : 아무래도 안되갔시오, 내레 난뎡이 딥에라도 가봐야겠시오!

자운아 : 고거이 무슨 소리네? 난뎡이 고 에미나이래 이깟닐로 기생되는거 포기하믄 갸레 턍기 밖에 안되는거이야.

            기러니 놔둬버리라우.

옥매향 : (걱정된다)...기래도?..


윤원형, 거드름을 피우며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윤원형 : 어험, 잘 있었는가?

자운아 : 승후관 나으리, 요듐 부뗙 튤닙이 댲씁네다.

윤원형 : 허허허, 내 자네 치마폭에 쏟아부은 재물만 해도 집 한 채는 족히 짓고도 남았을걸세. 허허.

옥매향 : (조아리며) 오셨시오?

윤원형 : 오냐, 허허 매향이 넌 갈수록 피어나는구나. 허나 어쩌냐? 내 난초향기에 흠뻑 취한지라

            매화향기엔 마음이 동하지 않는구나?

옥매향 : (콧방귀) 그러시갔디요..(안채 쪽으로 간다)

윤원형 : (귀엽다는 듯 보며) 허, 고것 참.

자운아 : (안채쪽을 가르키며) 날래 안으로 드시라요.

윤원형 : 그럼세. 어험! (걸어가며) 서방님이 오셨는데 난정인 어찌 안보이는겐가?

자운아 : 난뎡이래 오늘 못나왔드래시오.

윤원형 : (휙 돌아보며) 뭐라?! 아니 못나오다니? 오늘 밤, 난정이가 내게 긴한 답을 주기로 약조를 해 놓구 그럴 리가 있나?

자운아 : 긴한 답이라닙쇼?

윤원형 : 그,그런게 있네. 허어 이거 참, 어쩐다?

자운아 : 꿩 대신 닭이란 말도 있디 않습네까? 다른 아일 불러드리갔습네다.

윤원형 :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난정인 봉황이란 말일세.

            봉황과 노닐러 왔다가 어찌 닭들 틈에 끼어 꼬꼬댁,꼬꼬댁 할 수있겠나? 에잉!

자운아 : 고롬 어카겠시오? 우선 들어가계시라요. 난뎡이래 오믄 나으리 방에 넣으 드리갔시요.

윤원형 : 음! 어디 자넬 한번 믿어 볼까?


윤원형, 자운아의 인도로 안채 방안으로 들어간다.



s#27. 난정모 집 외경 (밤)


불켜진 방문 위로 들려오는 난정모의 비명소리.


난정모(E) : 놔라-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s#28.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난정모에게 약을 먹이려고 실갱이를 하고 있다.

길상이도 옆에서 난정모를 잡고 있다.


난정 : 어머니, 약을 드셔야 해요!

난정모 : (입을 앙다물고 도리질 친다) 난 다 안다, 너희 두 년놈이 작당을 해서 내게 독을 먹이려는게지! 다 알어?!

난정 : 어머니, 제발요, 제발 이 약 드시면 정신이 돌아올거에요.


난정모, 발버둥치다가 약사발을 탁 쳐버린다.

다시금 바닥에 나뒹구는 약사발.


난정 : (고함) 정말 왜 이러시는거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난정모 : (겁에 질려 움츠리며)....우리 난정일 불러다 줘..

난정 : (눈물 글썽하며 보는)...난정이 여기 있잖아요...어머니...

난정모 : ..아니야...넌 난정이가 아냐...난정이..우리 난정일 데려다 줘..


난정모, 기운이 다했는지 스르르 눈이 풀리며 이불 위로 쓰러져 잠에 빠져든다.

난정, 허탈하게 맥을 탁 놓고 길상도 긴장이 풀린다.


길상 : (약사발을 바로 놓으며)..한숨 푹 주무시고 나면 괜찮아지실거야...

난정 : (난정모에게 이불을 덮어준다)..우리 어머니...끝까지 날 알아보지 못하시면 어쩌지..?

길상 : 아냐, 그럴리 없어...이러다가도 곧 정신이 돌아실거야..걱정하지마..

난정 : (난정모의 얼굴을 내려다 본다)...!!

길상 : ..난정아 너도 좀 쉬어...(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가는데)

난정 : (글썽)..길상아.

길상 : (돌아보는)...!

난정 : ..조금 더 옆에 있어줘..(울먹이며)...나 혼자..너무 무서워..

길상 : (난정 옆에 앉아서 어깨에 손을 올려준다)..

난정 : ..울 어머니..평생 나하나만 바라보고 온갖 고생을 하셨어..그런데..이 못 된 딸년 때문에..

         (목이 메인다)..나 때문에..이렇게...(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쿨쩍댄다)

길상 : ..난정아,...니 잘못이 아냐...


난정, 울음을 터뜨리며 길상의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길상, 난정의 들썩이는 어깨를 가만히 안아준다.



s#29.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윤원형, 자작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윤원형, 술 한잔 따르다 방문 쪽을 내다 보며.


윤원형 : 자운아- 게 있는가?

자운아 : (방문 열고 들여다 보며) 나으리 무슨 일이십네까?

윤원형 : 난정이는 아직이던가?

자운아 : 예, 돌아오는대로 알려드릴테니 기다리시라요.


윤원형, 술잔을 들고 보면 술잔 속에 비치는 쌩끗 웃는 난정의 이미지.


윤원형 : 허어, 이 애가 내 애간장을 다 녹이는구나!


윤원형, 급하게 한잔 마셔버린다.



s#30. 남소문 객주 방 안 (밤)


달래, 등잔불 심지를 바늘끝으로 돋군다.

달래, 옷을 깁고 있는데 이불을 덮고 누워있던 능금이 홧증이 나는지 벌떡 일어나 앉는다.


능금 : (씩씩대며) 길상이 증말 어찌 된거야?! (달래쪽 보며) 달래야?!

달래 : (보며)...왜 또 그러오?

능금 : 넌 길상이 걱정도 안되니?

달래 : ..걱정은 되지만 오라버니가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능금 : (어딘가를 휙 노려보며) 틀림없어, 접때 갔던 고 한양기생년한테 푹 빠진거야. 지금쯤 기방에서 진탕 퍼마시고 있을걸?!

달래 : 울 오라버닐 아직도 모르오? 그런 사람 아니니까 걱정마오.

능금 : (다시 벌러덩 누워버린다)...넨장!



s#31.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밤)


옥매향, 가야금을 뜯고 있다. 가야금 소리에 길상의 단소 소리가 겹쳐져서 이어진다.



s#32. 달(INSERT)위로 이어지는 가야금과 단소소리



s#33. 난정모 집 마당 (밤)


길상, 단소를 불고 있고 난정이 그 옆에 기대 앉아 있다.

난정,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길상, 단소를 그치고 난정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난정 : ..송도에서 돌아온 이후로 밤마다 내 귓전에 들려오는 단소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곤 했어..

         암자에서 지낼 때도...바람소리, 계곡 물소리에 섞여 단소소리가 들려 왔어...길상이 니가 날 찾아온 것 같았어...

         그러니 내가 널 어찌 잊을수 있었겠니...

길상 : ...지난번 기방에서 본 나으리는 누구시니?

난정 : ..중전마마의 오라버니 되시는 분이야..어렸을 때부터 알던...

길상 : ...난정아, 너 기생이 되려고 하는거...재물 때문이니?

난정 : ...

길상 : ..미안해..괜한 걸 물어봐서..그래 아무것도 묻지 않을께..

난정 : (길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길상, 다시 단소를 불면 난정,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



s#34. 중궁전 뜰 (밤)


중종의 옥교가 세워져 있고 무예청들과 상궁나인들이 시립해 있다.



s#35. 동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죽을 떠먹고 있고 그 앞에 윤비가 앉아있다.


윤비 : 젓수시기 어떠시옵니까? 입에 맞으시올런지요?

중종 : (끄덕이며)..맛이 부드러워 먹기도 좋으려니와, 향취가 매우 그윽하구려. 뭐라 부르는 죽이오?

윤비 : 육신죽이옵니다. 율무와 좁쌀과 찹쌀에다가 으름 서근을 볶아 껍질을 벗긴 뒤에 연밤과 마를 각 한근에

         복령 네근을 넣어 쓴 죽이옵니다. 이 죽을 장복하시오면 위를 보하고 정기를 돋는 자양죽이옵니다.

중종 : 허허, 내 오늘 중궁전에 들기를 잘 했구려.

윤비 : 전하, 신첩 오늘 몸이 불편하와 전하를 뫼시지 못하옵니다. 오늘 밤은 창빈 전에 납시는게 어떠하올런지요?

중종 : 창빈전에?

윤비 : 예, 신첩이 중궁전에 들어와 내명부들을 겪어보니 그 중에서 창빈이 얌전하고 후덕하기로 으뜸이었사옵니다.

중종 : (미소) 중전께서 잘 보신게요.

윤비 : 창빈이 근실하고 총명한지라 그 소생인 영양군과 덕흥군, 정신옹주의 훈육 또한 범례로 삼을만 하였사옵니다.

         창빈에게서 왕자를 몇 분 더 보신다해도 신첩은 믿음이 가옵니다.

중종 : 허어, 중전께서는 참으로 너그럽기도 하시구려. (농조) 씨앗다툼엔 불씨도 돌아앉는다는 옛말도 있거늘,

         허허 중전께서는 어찌 투기하는 마음조차 아니 드시는게요?

윤비 : 전하께오서 후손을 많이 두시어 왕실의 종사를 번창시키시는 일은 왕조의 근간을 굳건히 하심이온데

         신첩이 어찌 투기를 하겠사옵니까?

중종 : 허허, 중전께선 참으로 아름답고 반듯한 마음씨를 가지셨소.

윤비 : 밤이 깊었사옵니다. 어서 창빈의 처소로 드시지요.

중종 : (윤비를 사랑스럽게 본다)....마치 과인을 내쫓는 것 같구려, 허허허.


중종, 몸을 일으키면 따라 일어서는 윤비.



s#36. 중궁전 뜰 앞 (밤)


중종, 옥교에 오른다.


대전내관 : 전하, 어디로 납시올런지요?

중종 : 창빈의 처소로 가자.

김상궁 : 전하, 그 전에 여쭐 말씀이 있사옵나이다.

중종 : 말해보라.

김상궁 : ...경빈이 어제 토혈을 했다하옵니다.

중종 : (흠짓 놀라) 뭬야, 토혈?!

김상궁 : 예, 경빈에게 잠시 들러 위로해 주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나이다.

중종 : 허어, 토혈이라니?! 경빈전으로 가자!


무예청들, '예-'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떠나가는 옥교.



s#3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서 있고 방문이 열리며 중종이 급하게 들어와 앉는다.

경빈, 핏자국이 선명한 당시의 옷을 그대로 입었다.


중종 : 경빈, 토혈을 하셨다구요?!

경빈 : (묵묵부답)...

중종 : (옷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놀라)..아,아니..그것이 토혈한 흔적이요?

경빈 : (고개를 돌리며 눈물이 핑돈다)...

중종 : (경빈의 두손을 맞잡으며) 경빈, 왜 진작 고하지 않았소? 그랬다면 과인의 어의라도 보냈을텐데 말이오?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함구령을 내리셨다 들었사옵니다.

중종 : 함구령?! 중전이?!

경빈 : ...예.

중종 : 대체 어이된 일이오? 답답하오, 말씀을 해 보시오.

경빈 : (무너지듯 조아린다)..전하! 신첩과 복성군을 폐서인시켜 사가로 축출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뭣이라?! 폐서인?!! 대체 그 무슨 경망한 소리요?

경빈 : 신첩, 궁에 들어와 십년 넘게 전하를 모셔오면서 이렇듯 가슴 아픈 일을 당한 적은 없었나이다.

중종 : 억울하다니?

경빈 : 새 중전마마께오서 들어오신 뒤로 신첩, 중궁전의 뜻을 받들어 뫼시고 아랫전의 기강을 잡는 일을

         게을리 한 적이 없었사옵니다. 지난번 석고대죄를 드린 일 역시 중전마마께오서 행여나

         궁중의 과거지사로 노여워 하실까 하여 신첩의 충정으로 드린 일이었사옵니다.

중종 : 석고대죄로 경빈이 충정을 보인 일은 과인도 이미 아는 바요.

경빈 : 지난날 전하께오선 신첩의 아비를 어여뻐하시어 내수사 별좌를 내리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중종 : 그래서요?

경빈 : 신첩의 아비가 내수사 별좌로 든 이후 왕실의 재정이 근실하게 되옵고, 사사로이 내탕금이 유출되지 않는다 하여

         전하께오서도 신첩의 아비를 칭찬 해주신 적이 있지 않았사옵니까?

중종 : ..음!

경빈 : 하온데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의 아비인 박별좌가 내탕금을 빼돌려 고리대를 놓고 매점매석을 하여 축재를 한다고

         신첩을 꾸짖고 신첩의 아비를 치죄하시려 하오니 신첩 하도 기가 막히고 가슴이 떨려 토혈까지 하였던 것이옵니다.

         신첩, 이렇듯 억울한 핍박을 받느니 차라리 폐서인이 되어 사가로 나가 굶을지언정..흑흑흑..전하..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가슴이 찢어진다)...대체 중전이 어이하여 경빈을 핍박한단 말인가?!

경빈 : ..지난번..파산부원군댁에서 사람을 보내 내탕금을 내어달라 하기에

         신첩의 아비가 왕실의 내탕금을 사사로이 내드릴수 없다고 한 것이 중전마마의 미움을 산 듯 싶사옵니다..

중종 : 음!!..그 말이 참말이오?!

경빈 : ..예..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오리까?

중종 : (분노의 눈빛으로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허, 이럴수가 있나?!



s#38.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단아하게 앉아있고 그 앞에 엄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엄상궁.

엄상궁 : 예, 마마.

윤비 : 전하께오서 아침 기침하셨을때 자리조반으로 드실수 있도록 육신죽을 창빈 전에 보내도록 하라.

엄상궁 : 예, 벌써 오상궁에게 일러두었사옵니다.

윤비 : (미소)..그래?

오상궁(E) : 중전마마, 오상궁이옵니다.

윤비 : (방밖 보며) 들게.

오상궁(E) : 예.

오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린다)..

윤비 : 그래, 육신죽을 창빈전에 전해 주었는가?

오상궁 : 그것이 저...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주상전하께오선 창빈의 처소에 납시지 아니하시고

            경빈의 처소로 납시었다고 하옵니다.

윤비 : 뭐라?! 경빈의 처소?

오상궁 : 예. 전하의 옥교가 경빈전 앞에 있는걸 보고 왔사옵니다.

윤비 : (뭔가 불안한 생각에)..음..



s#39. 편전 외경 (아침)



s#40.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서 내수사 장부를 살펴보고 있다.

장지문 앞에 대전내관이 시립해 있고 그 앞에 내수사 책임자인 전수(종5품)가 부복해 있다.


중종 : (장부를 탁 덮으며) 내탕금의 용처와 재고가 여기에 적힌대로 틀림이 없느냐?

전수 : (조아리며) 예, 전하!



s#4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박수림이 앉아있다.


경빈 : 내탕금의 용처와 재고는 조목조목 맞혀두었겠지요?

박수림 : 예, 마마. 실사를 해보면 모를까 장부상으로 보아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게 조치해 놓았사옵니다.

경빈 : (빙긋 웃으며) 잘 하시었소. 호호 중전께서 오늘 아침 꾸지람깨나 맞을실게요! 호호호.

박수림 : (따라 웃는) 흐흐흐.

경빈(E) : 흥, 제 무덤을 제 손으로 판 격이지!



s#42. 중궁전 복도


굳은 표정의 중종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대전내관 : 주상전하, 납시오-

엄상궁 : (방안에다)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었사옵니다.

윤비(E) : 어서 뫼시어라.

엄상궁 : 예.



s#43. 중궁전 방 안


중종이 들어와 상석에 앉으면 반대편에 따라 앉는 윤비.


윤비 : 전하, 조강은 아니 여시고 중궁전엔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중차대한 일 때문에 오늘 조강은 폐하였소!

윤비 : 중차대한 일이라 하오시면?

중종 : (보며) 외척에 관한 일이요!

윤비 : (흠짓 놀라지만 표정 수습한다)...외척이라 하오시면..?

중종 : 중전께선 파산부원군이 교동의 아흔아홉칸 집을 얻어 이사 한 것을 알고 계시오?

윤비 : ...예..국구의 체통과 위엄을 위해 빚을 변통하여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사 옵니다.

중종 : 허면 날마다 파산부원군 댁으로 팔도의 봉물짐이 올라온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셨겠구려!

윤비 : 예에, 전하..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중종 : 중전이 부원군에게 직접 알아보시오! 국구의 체통을 위해 아흔아홉칸의 집은 필요하면서

         어찌 삼부자의 기방 출입이 빈번하며 청탁을 위한 봉물짐들로 곳간 가득 가득 채워지고 있단 말이오?!

         그러고도 모자람이 있어 내탕금을 사사로이 쓰려하다니요?

윤비 : ....?!

중종 : 중전, 과인에게 할 말이 있으시오?!

윤비 : ....!

중종 : 중전께서는 어찌 남의 눈에 티끌은 잘도 찾아내시면서 자신의 눈에 박힌 대들보는 보려들지 않는게요?

윤비 : (입술을 깨문다)...

중종 : 과인도 선묘조의 일을 본받아 외척이 발호하는 것은 못보오! 허니 중전께서 부원군 댁에 단단히 이르시오! 아시겠소?!


중종,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

윤비, 수치감에 입술을 깨문다.


윤비 : ...!



s#44. 남소문 백치수 객주 마당


송서방, 방안에서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나오는 능금을 재촉한다.


송서방 : 해가 중천에 떴는데 뭘 꾸물거려? 객주일 배우겠다면서 이리 게을러서 어떡하누?

능금 : (하품) 아함, 그깟 물목 외우는게 무슨 대수라고 아침부터 깨워요?

송서방 : 얘 보게? 물목을 맞추려면 물건을 알아야지. 까막눈이라믄서? 나중에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하면 어쩌게?

능금 : 내 까막눈이라도 눈썰미 하난 최고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세요.


길상, 객주안으로 들어온다.


능금 : (눈이 휘둥그레지며) 길상아, 너 어디서 자고 이제 들어오는거야?!

길상 : ..나중에 얘기하자..(송서방 보며) 아저씨, 백도주 어른을 뵙고 싶소.

송서방 : 도주 어른을?...

길상 : (결연한) 예.

송서방 : ..따라와.


송서방, 앞장서면 길상이 그 뒤를 쫓아 대문쪽으로 나간다.


능금 : (길상의 뒷모습을 쫓으며) 기,길상아!



s#45. 백치수 사랑채 마당


송서방이 앞장 서서 길상을 사랑채 방 앞으로 데려온다.


송서방 : 도주 어른, 길상이가 도주어른을 뵙겠답니다요.



s#46. 동 백치수 사랑채 방


백치수, 보료위에 앉아 장부를 들춰 보고 있다.


백도주 : 들이게.

송서방(E) : 예.


방문이 열리고 길상이 들어와 조아리고 앉는다.


백치수 : (장부를 덮어 놓으며) 날 보자 했는가?

길상 : 도주 어른께서 이놈을 사신다고 하셨지요?

백치수 : 그래 자넬 내게 팔기로 마음을 정했는가?

길상 : ...예, 얼마를 처주시겠습니까?

백치수 : 이거 실망스럽구만, 며칠도 못가 마음을 꺽다니 말일세.

길상 : (입술을 깨물며)..몇냥을 처주시겠습니까?

백치수 : 몇 냥?

길상 : ....

백치수 : 자네의 목숨 값을 몇냥으로야 되겠는가?

길상 : ...

백치수 : 얼마를 원하는가?

길상 : 기방에서 기생 하나의 몸값을 치루고 빼 낼수 있을 만큼 주십시오.

백치수 : (의아)...기생 몸값을..?

길상 : 당장 달라는 것이 아니라, 언제고 이 놈이 급히 쓰일 때 내주시면 됩니다.

백치수 : ('무슨 사연이 있구만'..빙긋 웃으며) 좋아, 내 그리함세!

길상 : ....허면 앞으로 이 놈이 할 일이 무엇입니까?

백치수 : 우선은 객주 식구들 낯이나 익히도록 하게. 때가 되면 부를테니까.

길상 : (일어서서 조아리고 나간다)...

백치수 : (빙긋 웃는다)..기생 몸값 만큼만 달라? 허허허허!



s#47. 동 객주 마당


길상,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마루 끝에 앉아있던 달래가 쫓아온다.


달래 : 오라버니, 어제밤엔 어딜 가셨었소? 능금 언니가 얼마나 기다렸다고?

길상 : (툇마루에 앉으며)...달래야, 오래비...난정일 만났어..

달래 : (잠시 생각)..난정?...(반갑게)...난정언니를?!

길상 : (끄덕)..그래..

달래 : 언닌 지금 뭘 하고 지낸대요?..나도 보고 싶다.

길상 : (달래 얼굴 보다가)..난정이가 지금 많이 힘들어..달래야, 네가 난정일 좀 도와줄래?

달래 : (영문 몰라)..으,응?



s#48. 동 객주 옆 방 앞 마루


송서방과 능금이 마루에 앉아 얘기를 하고 있다.


송서방 : 뚝배기 보다는 장맛이라고, 눈썰미 하나는 제법일세? 한눈에 물건들을 일별 해 내는걸 보니?

능금 : 쳇! 이래뵈도 귀한 패물만 만지고 자란 몸이오!


능금, 벌떡 일어나 마당쪽으로 간다.

능금, 아랫방문을 벌컥 열어보지만 아무도 없다.

능금,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분통이 터진다.


능금 : 길상아! 달래야- (털썩 툇마루에 주저 앉으며) 씨, 또 나만두고 어딜 간거야?!



s#49. 숨가쁘게 달려오는 파발마



s#50. 윤원형 집 대문 앞


파발마가 달려와 대문 앞에 선다.

역졸, 급하게 말에서 내려 소리친다.


역졸 : 이리 오너라, 이리오너라!



s#51. 중궁전 외경


윤지임 :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s#5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지임과 윤원로와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비 : (윤원형 보며) 대체 오라버니께서 정신이 나가신 것이옵니까? 봉물짐을 함부로 집안으로 들이다니요?

윤원형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윤원로 : 중전마마, 이 사람은 굴비 한 마리 받은 적이 없사옵니다. 하온데 부르시어 꾸짖으시오면...

윤비 : 큰 오라버니께서도 마찬가지이십니다. 아버님을 모시고 기방출입을 하시다니요? 세상천지에 그런 법도가 어디 있습니까?

윤원로 : (윤지임 눈치 슬쩍 보고)...

윤지임 : (눈을 감아버리고)...

윤비 : 내 몇 번이고 이르지 않았사옵니까? 외척의 아침밥상에 오른 반찬은 상을 물르기도 전에 도성안에 알려지는 법입니다.

윤지임 : (그제서야 눈을 뜨며) 중전마마, 모두가 이 놈의 불찰이옵니다. 자식 훈육 잘못 시킨 이놈의 죄가 크옵니다.

윤비 : 그런 말씀마세요, 아버님..이번 일을 경계 삼아 앞으로의 처신이 중요하옵니다.

윤지임 : (한숨)....그렇지요.

윤비 : 지금껏 받은 봉물짐은 보낸 임자들한테 하나도 남김없이 돌려주시어야 합니다. 오늘 중으로요?!

윤원형 : 하오나 마마..

윤비 : 시키는 대로 하세요. 약조하실수 있사옵니까?

윤원형 : (풀이 죽으며) 그리합지요...

윤비 : 외척이란 구설에 오르면 그날로 추풍낙엽 신세이옵니다. 태종 대왕께오서는 처남 네 분을 요절을 내셨고,

         성군이라고 일컬어지는 세종대왕께오서도 마찬가지셨사옵니다. 말뜻을 아시겠사옵니까?

윤씨삼부자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53. 대궐 일각


걸어나오는 윤원형, 윤원로, 윤지임.


윤지임 : (한숨 폭) 허, 내 이제 중전마마를 무슨 낯으로 뵙겠느냐? (아들 형제를 휙 돌아보며) 다 네 놈들이 칠칠치 못한 탓이야.

윤원로 : 아버님, 왜 그러시옵니까? 기방에서 호탕하게 노시던 건 생각 아니 하시옵니까?

윤지임 : 닥치거라, 이놈!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서 기방의 기짜도 꺼내지 마라.

윤원로 : 아, 기방은 아버님이 자꾸 졸라서 제가 뫼신게 아니옵니까?

윤지임 : 뭐야, 이놈아, 네 놈이 자꾸 꼬드껴서 갔지, 내가 언제?!

윤원형 : 어허, 왜 들 이러시옵니까? 것보다도 지금껏 받은 물건을 돌려줄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하옵니다.

윤원로 : 뭐, 굳이 돌려줄 것 까지야 뭐 있겠느냐? 앞으로 받지만 않으면 그만이지.

윤원형 : 형님, 그런 소리 마시오. 중전마마의 분부는 곧 천명이요, 아시겠소?

윤원로 : 그래, 너 잘났다. 잘났으니까, 니가 알아서 다 맞춰서 돌려보내라.

윤원형 : 그 전에 형님이 가져간 재물들부터 되돌려 받아야겠소. 봉물짐 중에서 노른자위로 뽑아간 것만도 솔찮을게요.

            다 돌려 놓으시오.

윤원로 : 다 돌려 놓다니? 없어. 견물생심이라, 쓰라고 보내온 물건을 어찌 쓰지 않을수 있겠느냐?

윤원형 : 뭐요? 허면?

윤원로 : 그래..그간 아버님 뫼시고 다니면서 다 썼다.

윤지임 : 이눔아, 애비 핑계만 대지 말고 어여 다 토해 내. 에잉. (가버린다)

윤원로 : 원형아, 중전마마께, 받은 물건을 죄다 돌려주었다고 말씀올리거라.

            설마하니 중전마마께오서 사가의 곳간 안까지 찾아오실 것도 아닌데...

윤원형 : 난 그리는 못하니 알아서 하시오.

윤원로 : 뭐라?

윤원형 : 형님, 친정에 쌓인게 재물 아니요?! (휙 가버린다)

윤원로 : 아니, 저,저...!



s#54. 난정모 집 마당


길상과 달래가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길상 : (방쪽으로 다가가며) 난정아...난정아...

난정 : (피곤한 얼굴로 방문 열고 나오며)..길상이 왔구나..(달래 보는데)...?

달래 : (반갑게) 난정 언니, 나요. 달래!

난정 : (얼굴 펴지며) 참 많이 컸구나? 달래야!

달래 : 언니도 정말 몰라보게 이뻐졌소.

길상 : ..어머니는 좀 어떠셔?

난정 : (침울해 지는)....



s#55.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한쪽 구석에서 넋을 놓고 앉아있다.

난정모 앞에 놓인 소반위엔 약사발이 놓여있다.

난정과 길상, 그리고 달래가 앉아 있다.


난정 : ...도통 아무것도 안드시고 저러고만 계셔...어찌해야 좋을지 정말 모르겠어.

길상 : ..의원은 뭐래셔?

난정 : 아침 나절에 다녀가셨는데..의원나리도 왜 저러시는줄 모르겠대..

길상 : ...

달래 : (난정모 앞으로 다가가서)..어디 아프세요?

난정모 : (천천히 달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움찔 놀란다)...난정아!

달래 : 예에?..전 난정언니가 아니구요...

난정모 : (달래를 와락 껴안으며) 난정아, 어딜 갔다 이제 오는거니, 응?! 에미가 잘못했다, 다신 널 혼자두고 떠나지 않으마...

달래 : ....?!


난정과 길상, 그 모습을 놀란 눈으로 본다.


길상 : ..달래야, 아주머니께 약을 드려봐.

달래 : (소반위의 약사발을 들고)..저...약 드세요.

난정모 : 약?!..이게 무슨 약이냐?..그래 착한 난정이가 어미 생각해서 주는건데 마셔야지.


달래, 입에 약사발을 대어주면 난정모, 순하게 약을 마신다.


난정모 : (달래를 보며 미소) 고맙구나, 난정아...

달래 : ....

난정 : (눈물 글썽)..어머니..

양평댁(E) : 장흥댁-장흥댁-



s#56. 동 난정모 집 마당


양평댁, 방문쪽을 기웃거리며 부르고 있다.


양평댁 : 장흥댁-안에 있나?

난정 :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양평댁 보는)..!

양평댁 : ...너, 너...난정이 아니더냐?..

난정 : 예...헌데 아주머니가 우리집엔 어쩐일이세요?

양평댁 : ..우리 마님께서 네 어머닐 찾으신다.

난정 : 무슨 일로요?..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신데...

양평댁 : 어제 못다한 말씀을 하실 모양이다.

난정 : 예에? 허면 어제 어머니가 마님을 찾아뵜었단 말이에요?

양평댁 : ...그래..네가 기생이 되어 집안 망신 다 시킨다고 이찌나 호통을 쳐대시던지....

난정 : (휙-도끼눈을 뜨고 어딘가를 돌아보는)...!!



s#5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윤비가 앉아있다.


자순대비 : 중전, 아랫전에서 하는 일은 알아도 모른척 넘어가는 아량도 필요한 겝니다.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서 그런 후덕하심이 내외명부들의 칭송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윤비 : (굳은 표정)....

자순대비 : 듣자니 주상께서 중전의 사가 일로 노여움이 크다고 하시는데...자고로 종실과 외척은

               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 또한 파원부원군과 판돈령부사를 본받아야 할 점입니다.

               그 분들은 이제껏 구설 한번 오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의 말 뜻을 아시겠습니까?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윤비 : 예, 말씀 가슴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뭔가 섬짓하다)...?!



s#58. 대궐 일각


희빈과 창빈이 향이 및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희빈 : 창빈, 듣자니 경빈이 중전마마의 콧대를 보기좋게 눌러 앉혔답니다.

         이 사람은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습디다. 호호.

창빈 : 그런 소리 마세요. 어찌 감히 윗전을 기망하는 말씀을 하시는겝니까?

희빈 : 기망이라니요?

창빈 : 언행에 조심하시란 말씀이십니다.

희빈 : 왜요? 조심하지 않으면 중전마마께 고변하여 상급이라도 타시려는게요?

창빈 : 못할 것도 없지요.

희빈 : 흥, 맘대로 해보시구려. 중전마마께오서 경빈에게 기세가 꺽이셨으니 이젠 종이호랑이 꼴 아닙니까? 호호-


희빈과 창빈, 중문쪽으로 걸어가는데 윤비가 엄상궁과 오상궁등의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희빈과 창빈, 화들짝 놀라 허리를 숙이고 길 옆으로 비켜선다.

윤비, 서늘한 무표정으로 지나치는데.


희빈 : (자기 발이 저려) 중전마마, 신첩 회초리를 곁에 두고 경계로 삼고 있사옵니다.


윤비, 잠시 멈춰서서 희빈을 보다가 휙 지나가버린다.


희빈 : (윤비의 행렬이 지나가면 고개를 들고) 휴- 간담이 서늘하네.

창빈 : (보며) 종이 호랑이요? 허...

희빈 : ....!



s#59. 어느 길


윤원형, 풀이 죽은채 사인교를 타고 온다.


윤원형(E) : (한숨 푹) 허어, 이미 탕진한 재물을 무슨 수로 메꾸어 놓는단 말인가? 게다가 앞으로 기방 출입까지 못하면

                 무슨 낙으로 사누?...(퍼뜩 떠오르는) 난정이! 난정이 고것은 어찌 보고..허허 참!...(뭔가 생각난 듯) 옳거니!

윤원형 : 임서방.

임서방 : (돌아보며) 예, 나으리.

윤원형 : 자네가 우리가 이사오기 전에 살던 집을 알던가?

임서방 : 예, 어딘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요. 헌데 거긴 무슨 일로..?

윤원형 : (히죽 웃으며) 꽃이 나비를 찾는걸 봤는가? 나비가 꽃을 찾는 법이지.

임서방 : (영문 몰라) 예에?

윤원형 : 그 쪽으로 길을 잡게. (느긋하게 뒤로 기대며 자세를 잡는다)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60. 정윤겸 집 외경



s#61. 정윤겸 집 안채 방 안


박씨와 옥련이가 마주 앉아 수를 놓고 있다.

옥련, 뭐가 좋은지 혼자서 웃음 짓는 박씨를 보고.


옥련 : 어머니, 아버님께오서 내직으로 드시는게 그리도 좋으세요?

박씨 : 암 좋고 말고? 호호, 너도 시집가 봐라, 에미 맘 알게다.

옥련 : 헌데 장흥댁 모녀는 어쩌시려고요?

박씨 : 어쩌긴? 대감께오서 다신 발걸음을 하실수 없게 멀리 떠나보내야지.

양평댁(E) : 마님, 난정이를 데려왔사옵니다.

박씨 : (흠짓 놀라)..난정이?..들라하게!

양평댁(E) : 예.

옥련 : 어머니, 기생질 하던 것을 안방으로 들이시게요? 방이 더러워지옵니다.

박씨 : (뭔가 생각하는)...!



s#62. 동 정윤겸 집 안채 마당


양평댁과 배서방을 비롯한 하인들이 난정을 보고 섰다.

난정, 대청위로 오르려 하는데 박씨와 옥련이 방문 밖으로 나온다.


박씨 : 더러운 창기 따위가 어디에 발을 올려놓는게야?!

난정 : (멈춰서서 보는)...!..(마당으로 내려선다)

옥련 : (난정을 비웃듯 본다)..

박씨 : (못마땅하게 보며) 네 에미는 어딜 가고 네가 왔느냐?

난정 : 어미 몸이 불편하여 거동할 형편이 못되어 이년이 대신 왔사옵니다.

박씨 : 음...내 열흘 말미를 줄테니 대감께서 내직으로 드시기 전에 도성을 떠나거라.

난정 : 예? 도성을 떠나라니요?! 떠나라니요!!

박씨 : 말이 많구나! 역적의 딸을 소실로 맞은 것도 모자라 기생서출 두셨다고 대감께서 구설에 올라보거라!

         대감께서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니시겠느냐?

난정 : ....!

박씨 : 너희가 있어봤자 대감의 전정에 누가 될 뿐이다. 허니 내 말 대로 따르거라!

난정 :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듣다가)..마님, 이 댁과 저희는 아무런 연관도 없사옵니다.

         이 댁과는 인연을 끊은지 벌써 오래니 저희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든 이래라 저래라 마십시요.

박씨 : 뭬야?! 네 이년, 무엇을 믿고 이리도 방자한 것이냐?!

난정 : 이년 저년 하지 마세요. 이젠 이 댁 종년이 아니란 말씀이옵니다! (휙- 돌아서 나간다)

박씨 : (난정의 뒤에다 대고) 저,저런 발칙한!


옥련이가 신발을 꿰어신고 난정의 뒤를 쫓아간다.


옥련 : 난정아!

난정 : (가다가 대문 앞에 멈춰서 돌아보는)...

옥련 : (냉소) 사내들 앞에서 옷고름 풀고 맨살을 보이는게 어떤 기분이니?

난정 : 그렇게 궁금하시면 아씨께서도 해보시구려.

옥련 : (한방 먹은) 뭐야? 네, 네가 미쳤구나?

난정 : ..미친 여자 눈엔 멀쩡한 사람도 미친년으로 보인답디다.

옥련 : 뭐라?!

난정 : (쏘아보며) 뭐긴?!

옥련 : (움찔하다가) 흥, 듣자니 네가 우리 아버님 핏줄이 아니라는데 너도 알고 있느냐?

난정 : (쏘아보며) 차라리 그렇다면 이런 설움도 당하지 않았을께요! (입술을 깨물며 휙 돌아서 대문쪽으로 간다)

옥련 : ...아니, 저년이!



s#63. 동 정윤겸 대문 앞


난정, 축 쳐져서 나오는데 저편에서 정렴과 박희량(이후 옥련의 남편)이 걸어온다.


정렴 : 어, 난정아!

난정 : (무시하고 가버린다)

박희량 : (난정을 인상깊게 보며) 자네 집에서 나오던데 누군가?

정렴 : (대수롭지 않게) 응, 우리집 종년의 딸년!

박희량 : ....!!



s#64. 난정모 방 안


달래, 누워있는 난정모의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다.


길상 : (보다가)..아주머니가 널 난정이로 생각하시니까..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

달래 : (웃어주며) 괜찮소...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했는데...꼭 돌아가신 울 엄마한테 효도하는거 같아서 좋은걸요..?

길상 : (흐뭇하게 보며) 그래...물 좀 떠오마.


길상,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65. 동 난정모 마당


길상,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임서방(E) : 와료!

윤원형(E) : (대문 밖에서) 이리 오너라-이리오너라-


길상, 의아하여 대문쪽을 보는데.


윤원형 : (대문을 밀고 들어서며) 아무도 없는가?!

길상 : (보며)...뉘를 찾아오셨사옵니까?

윤원형 : 내 난정이를 만나러 왔느니라? 난정이 안에 있느냐?

길상 : (기방에서 본 윤원형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놀라는)...!!

윤원형 : (길상을 의심스럽게 보며) 헌데 너는 누구냐?

길상 : ....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오다가 윤원형을 보고 당황한다.


난정 : 나,나으리!

윤원형 : (돌아보며 반가운)..오, 난정아!


난정, 힐끔 길상쪽을 보면 길상이 인상이 굳어지며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난정, 윤원형과 길상을 번갈아 본다.

결국 윤원형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쌩끗 웃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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