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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12|조회수581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16











s#1. 난정모 집 마당


난정, 윤원형을 보며 쌩끗 미소를 짓는다.


난정 : 나으리,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원형 : 어인 발걸음이라니?

난정 : ...

윤원형 : 허어, 네가 사람의 애간장을 있는대로 태워놓고 이리 태평할 수 있는게냐?

난정 :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원형 : 무슨 말이라니? 내 첩실로 들어올지 여부를 어젯밤까지 답해 주기로 하지 않았느냐?

길상 : ('첩실!')...!!?

윤원형 : (길상을 힐끔보며)..헌데 이 젊은이는 누구냐?

난정 : ..외가쪽으로 친척 되는 오라버니옵니다.

길상 : (흠짓하여 난정을 보는)...?!

윤원형 : (반갑게 보며) 오, 그래?

난정 : 오라버니, 승후관 나으리께 인사 여쭈세요.

길상 : (조아리며)...길상이라 하옵니다.

윤원형 : 허허, 이거 처남될 사람을 몰라봐서 미안하이.

길상 : ...

윤원형 : (난정보고) 예서 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말좀 하자구나. (방쪽으로 가려는데)

난정 : 송구한 말씀이오나, 어미가 병으로 자리에 누워있사옵니다. 안으로 뫼시지는 못하는 것을 용서하세요.

윤원형 : 그래?..허면 이걸 어쩐다...?

난정 : ...어미의 병세가 차도를 보이면 기방에 나갈 것이옵니다. 그때 찾아주시면 대답을 드리겠사옵니다.

윤원형 : 허, 난정아, 네가 사람 말라 죽는꼴을 보고 싶은게냐?! 어제밤에도 한숨 못 자고 뜬눈으로 날 밤을 새웠단 말이다.

난정 : 나으리, 이 년의 사정도 있으니 며칠 말미를 더 주셔요.

윤원형 : 말미를 달라니, 내 단 하루도 더 기다릴수가 없다. 당장 이 자리에서 네 대답을 들어야겠다.

난정 : (쌩끗 웃으며)..나으리께 드릴 답인데 서둘러선 될 일이 아니옵니다. 이년에게도 생각할 말미를 주세요.

윤원형 : ..허어, 이거 참?!

길상 : ...



s#2. 난정모 집 앞 길


옥매향, 심퉁이를 데리고 난정모의 집쪽으로 걸어온다.

옥매향, 난정모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사인교를 보고 멈춰선다.


옥매향 : (사인교 옆에 있는 임서방을 보고)..뎌,뎌 사람, 부원군댁 텽디기 아니네?

심퉁 : (보고) 맞,맞네유..

옥매향 : (의아) 기런데 와 난뎡이넬 와있디..?


난정모 집 대문이 열리고 윤원형과 난정이 나온다.

옥매향, 한편으로 몸을 비켜서며 지켜본다.



s#3. 동 난정모 대문 앞


윤원형 : (다짐 받듯) 반드시 며칠내로 대답을 준다는 네 약조를 믿어도 되겠느냐?

난정 : 예.

윤원형 : (도포소매자락속에서 염낭을 꺼내 건넨다) 어미 약값에 보태거라.

난정 : 나으리, 받을수 없사옵니다.

윤원형 : 괜한 체면 차릴 것 없다. 첩장모는 장모가 아니라더냐? 받아두거라.

난정 : ...그럴순 없사옵니다.

윤원형 : 어허, 고집두? 허면 내 빌려주는 것으로 할테니 나중에 갚으면 되지 않느냐?

난정 : ...

윤원형 : 네 어미가 좋은 약을 먹고 훌훌 털고 일어나야 네 마음도 편하지 않겠느 냐? 자 받아. (손에 쥐어 준다)

난정 : (생각하다가)..하오면 꼭 돌려드리는 것으로 알고 받겠사옵니다.

윤원형 : 오냐. 그렇게 해라.

난정 : ...

윤원형 : 허면 난 가련다.

난정 : (조아리며) 살펴가시옵소서.

옥매향 : (멀리서 보며)...?!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옥매향과 반대편 길로 떠난다.

옥매향, 난정쪽을 본다.

난정, 지켜보고 섰다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4. 대문 앞 길 일각


옥매향, 난정과 윤원형의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난정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휙- 돌아서서 간다.



s#5. 다른 길


심퉁이, 옥매향의 뒤를 쫓아온다.


심퉁이 : 아씨, 난정아씰 보러 오셔놓구 왜 그냥 가셔유?

옥매향 : 애시당초 뎌런 에미나이래 걱뎡할 필요가 없는거였드랬어.

심퉁이 : (갸웃)...?



s#6. 난정모 집 마당


난정, 염낭을 들고 마당안으로 들어온다.

마당에 서있던 길상이 뒤돌아 본다.


길상 : ..난정아, 너..정말 그 어른 첩실로 들어갈 셈이야?

난정 : ...아직 모르겠어..

길상 : ('난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심정이지만 말은 못하고 보는)...

난정 : ..아까 오라버니라고 했던거..미안해..당혹스러웠을거야.

길상 : ...그럴수도 있지...대감마님댁에 갔던 일은 어찌 됐어?

난정 : (미소)...별 일 아냐..어머니 약첩을 더 지어와야겠어..


난정, 방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난정의 뒷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본다.



s#7. 자운아 기방 마당


옥매향, 발끈한 얼굴로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자운아, 안채 쪽으로 오다가 옥매향을 보고 다가온다.


자운아 : 매향아, 오딜 다녀 오는거네?

옥매향 : (버럭) 다 오마니 탓이야요! 오마니가 난뎡일 턍기로 만든기야요!

자운아 : 에미나이래 뭐가 또 에미 탓이네? 뜬금 없이?!

옥매향 : 난뎡이래 자기 딥에다 턍기방을 탸려 놓구 손님을 받고 있단 말이야요!

자운아 : ..기래?..꽃향기가 딘하면 나비와 벌이 턎는거이 당연한 거이지, 뭘 그러네? 호호호-

옥매향 : 오마닌 뭐가 됴와서 웃는기야요?

자운아 : 에미도 그런 시뎔이 있었드랬어..사내들이 날 보갔다고 사처로 탸다오곤 했드랬디..

            난뎡이 고 에미나이래 꼭 내 녯날 모습을 보는거이 가타서 기래. 호호!

옥매향 : 오마닌 와 댜꾸 난뎡일 감싸고 도시는거야요? 기방에서 내티시든디, 따끔하게 혼을 내시던디 하라요!

자운아 : 매향아, 니제보니 너 난뎡일 시샘하는거이 아니네?

옥매향 : 뭐이 어드레요?! 내레 뭐가 아쉬워 기런 턍기년을 시샘한단 말이야요?! (휙 가버린다)

자운아 : (미소로 보다가 하늘 보며)...완연한 봄이로구만..

            벌과 나비가 꽃을 턎아 날아들고 꾀꼬리 소리에 텨녀 가슴 설레이는 봄..

심퉁 : ..예?

자운아 : (웃으며) 아니야, 가서 닐 보라우. (안채쪽으로 간다)

심퉁 : 야.. (부엌으로 들어간다)



s#8. 정윤겸 집 외경


박씨(E) : 괘씸한 것 같으니! 감히 상전 말을 따르지 못하겠다니?!



s#9. 동 정윤겸 집 안채 방 안


박씨와 옥련이 심각하게 앉아있다.


옥련 : 어머니, 난정일 가만뒀다가 큰 일 나겠세요. 가문에 먹칠을 하려고 작심한 것 같았세요.

박씨 : 그리는 아니될 것이다! 내 대감이 돌아오시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녀를 외지로 쫓아내고야 말것이야.

옥련 : ...!



s#10. 동 안채 마당


양평댁, 찻상을 들고 부엌에서 나와 사랑채로 간다.

옥련, 안방에서 나와 양평댁을 본다.


옥련 : 양평댁, 어디로 들이는 찻상인가?

양평댁 : 예, 작은 사랑에 참의댁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옥련 : (활짝 펴지며)..박도령께서?!

양평댁 : 예, 아씨.

옥련 : (급히 내려서며) 양평댁, 이리주게. 내가 들이겠네.

양평댁 : 하오나 어찌 아씨께서...

옥련 : 괜찮으니 이리 내라니까.


옥련, 양평댁한테 찻상을 받아들고 사랑채 쪽으로 간다.



s#11. 동 사랑채 정렴의 방


정렴과 박희량이 앉아있다.


정렴 : 죽마고우 좋다는게 뭔가? 내 친구들 중에 초시에 입격한 사람은 자네밖에 없지 않은가?

         자네와 동행하면 고 매향이란 년도 함부로 괄시하진 못할게야.

박희량 : 일촌광음 불가경이라, 촌음을 아껴 글공부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기방 출입이라니? 자네 한량이 되고 싶은겐가?

정렴 : 희량이, 이번 딱 한번만 도와주게. (간절하게) 내 그 은혜 잊지 않겠네.

박희량 : (보다가)..대신 이번 딱 한번 만일세.

정렴 : (두손 맞잡으며) 고맙네. 고마워!

박희량 : 장통교의 자운아 기방이라고 했던가?

정렴 : 그래, 아까 자네가 본 난정이란 년도 그 기방에 있어.

박희량 : (인상깊게 되새기는)....그래?


박희량의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난정의 이미지.


박희량 : ...!

옥련(E) : (방 밖에서) 오라버니, 찻상이옵니다.

정렴 : 오, 들여오너라.


옥련, 방문을 열고 찻상을 들인다.


정렴 : 옥련아, 네가 어쩐 일로?

옥련 : (미소) 오라버니께서 글공부를 하신다는데 소녀가 가만 있을수 있어야지요?

정렴 : 여기 희량이 보러 들어온게 아니고?

옥련 : 아이 오라버니도?..희량도련님, 이번 초시에 입격하셨다지요? 소녀 감축드리옵니다.

박희량 : 고맙소.

옥련 : (애교섞인 미소) 차 드셔요.

박희량 : ...



s#12.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마루 끝에 앉아 손가락에 낀 가락지에 훅훅 입김을 불어 저고리 고름으로 닦는다.

송서방, 짐꾼들이 짐을 뒤곁 창고로 나르는 것을 본다.


송서방 : (돌아보며) 능금아, 게서 뭐해. 새로 들어온 물건들 맞춰봐야지?

능금 : 난 싫소! 아저씨 혼자 많이 하슈.

백치수(E) : 벌써 싫증이 난게냐?


능금, 고개들고 보면 백치수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송서방 : 도주 어른 나오셨습니까요?

백치수 : (인사받고 능금쪽으로 오며) 그 정도 근기도 없이 내 재물을 어찌 털어먹겠느냐?

능금 : 물목 대조하는건 싫으니까, 장사하는 법이나 알려주오.

백치수 : 허허, 걸음마도 배우지 않고 뜀박질부터 하려느냐?

능금 : 쳇, 가르쳐주기 싫음 말든가.


능금, 벌떡 일어나 쿵쿵대고 가면서 백치수와 툭 부딪친다.

백치수, 지나치는 능금을 팔을 휙 움켜잡아 끌어내린다.


능금 : (돌아보며) 왜 이러시오?

백치수 : (엄하게 쏘아보는)..네 이년!


백치수, 능금의 뺨을 철썩 갈겨버린다.

바닥에 벌러덩 나자빠지는 능금.


능금 : (뺨을 쥐고 노려 보는) 미쳤소?! 왜 사람을 쳐?!

백치수 : 왜 맞았는지 모르겠느냐?!

능금 : (씩씩대며) 울 아부지두 나한테 손찌검하지 않았어! 댁이 뭔데 사람을 치는거야?!

백치수 : 그러니 네가 요모양 요꼴로 자란게 아니더냐!

능금 : (벌떡 일어나 쏘아보는) 뭐요?!

백치수 : (손을 내밀며) 방금 전에 딴 내 주머니를 내 놓아라.

능금 : 씨, 주머닌 무슨 주머니?! 증말 생사람 잡고 있네?

백치수 : 그 못 된 버릇 못 고치겠다면 두 번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라.

능금 : 알았소, 떠나면 되잖소?! 나도 멀쩡한 사람 도둑년 누명씌우는 여기 더 있고 싶지 않소!


능금, 분한 듯 씩씩대며 대문쪽으로 뛰어간다.


송서방 : 이놈도 못 봤는데, 정말 능금이가 어르신 주머닐 땃습니까요?

백치수 :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왔을테지..(능금의 뒷모습 보며 미소)..저 야생마를 잘 길들여 보게나.



s#13. 어느 길


능금,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다.

능금, 갑자기 뚝 멈춰서며 품에서 묵직한 (백치수의) 주머니를 꺼내 본다.


능금 : (울상된다)....내가 왜 이러지? 길상이한테 이 짓 안하기로 약조해놓고!



s#14. 편전 외경



s#15. 편전 방 안


중종의 앞에 정광필, 김전, 안당, 남곤, 심정, 홍경주, 조광조, 김안로가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이 천거로 인재를 발탁하는 현량과 설치에 관해 조정의 뜻을 물은 바가 있소. 조정의 논의는 어찌 모아졌소?

정광필 : 전하, 현량과는 시행해 볼만한 제도이옵니다. 하오나 선묘조에 없었던 일을 새롭게 시행하오시면

            뒷폐단이 염려스럽사옵니다. 또한 지금의 과거제도에 식년시와는 별도로 별시와 증광시를 두어 시행 하고 있사오니

            인재를 등용하는 문이 결코 협소하다고 만은 할 수가 없사옵니다.

            이런 연유로 현량과는 시행하지 않으심이 옳다는게 신의 생각이옵니다.

중종 : 음!..과인은 영상의 생각이 좀 모자란 것 같소이다.

정광필 : (흠짓 놀라 보는) 예에?


조광조를 제외한 일동이 중종의 노골적인 반대에 놀란듯 본다.


중종 : 과인은 숨은 인재를 많이 발탁할수록 나라에 유익하고, 또한 조정에도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킬 것이라 생각하오.

         또한 선묘조에 없었던 일이니 과인이 시행하여 범례로 삼고자 하는 것이요. 이런 연유로 과인은 과거제도와 더불어

         현량과를 설치하고자 하오.

남곤 : 전하, 조정의 인재를 천거제도로 발탁하신다면 청탁에 의한 야합이 이루어질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조정의 인사가 무너지면 기강이 무너지는 일이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안당 : 전하, 천거자의 잘못과 비리를 막기 위해 대책문 답안지에 천거자의 이름을 적도록 하면

         그런 폐단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우참찬의 말씀에 길이 있는 것 같소이다.

김전 : 전하, 신 좌참찬 김전, 돈수백배하고 아뢰옵나이다. 근자에 전하께오선 조정의 중대사를 처결하심에 있어

         조정 중신들의 뜻을 물으신 연후에도 조정 중신들의 뜻과는 달리 특정한 사람의 의견만을 쫓으시니

         저희가 뜻을 모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중종 : 특정한 사람이라니? 누구를 이름이요?

김전 : 신, 우둔한 소견일지는 모르겠사오나 전하께오선 홍문관 부제학의 주청이라면 조정중신들의 뜻과 달라도

         가납하여 주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조광조 : ....!

중종 : 과인은 올바른 뜻이라면 누구의 주청이든 가납할 것이오!

홍경주 : 하오나 전하, 현량과를 시행하시오면 반드시 파당이 생겨 붕당을 이루게 되옵니다. 이점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조광조 : 남양군께오선 어찌 전하의 면전에서 소인배의 언사를 하시옵니까?!

홍경주 : 뭬요? 소, 소인배라니!

조광조 : 옛글에 이르길 소인들이 군자를 배척하고자 할때에는 그 명분을 찾기 어려워

            반드시 '당'이란 한 글자를 가지고 죄를 꾸며 끌어 넣으며 '이들이 붕당을 만들어 조정을 비난한다'고 하였사옵니다.

            하온데 지금 남양군께오서 그리 말씀하시지 않사옵니까?

홍경주 : (울그락 붉그락) 아,아니..?!

남곤 : 조제학, 말이 과하면 욕이 되는게요!

조광조 : 조정의 중대사를 논하는데 장유를 따지기 보다는 군자와 소인의 시비를 가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김전 : 어허, 저 사람...

심정 : 대체 누가 조제학에게 군자 소인을 가르는 권한을 주었단 말이오?!

조광조 : 시생은 옛 성현의 가르침을 따라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중종 : (연상 탕 치며) 자중들 하시오. 과인 앞에서 이 무슨 소란이요?!

일동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중종 : 경들은 현량과 설치에 대해 더 할 말이 있으시오?

김안로 : 신, 김안로 아뢰옵니다. 신들이 전하의 뜻을 받들어 현량과를 설치한다 하여도 시행을 하는데 있어

            상세한 절목을 마련하는 것이 중대한 일이오니 시일을 두고 논의토록 하오심이 가할줄 사료되옵니다.

중종 : 과인의 뜻도 경과 같소. 경들은 현량과의 시행 방안을 논의하여 장계를 올리도록 하시오!



s#16. 빈청 안


홍경주, 남곤, 심정이 앉아있다.


남곤 : 오늘 일로 현량과 설치는 조광조가 자신의 세를 조정에 심기 위한 방편임이 분명해 졌소이다.

심정 : 장차 화근이 될것이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요. 조광조를 찍어낼 방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가 찍혀나갈 것이외다.

남곤 : ..허나 지금 그자에 대한 전하의 총애가 너무 크시니..

홍경주 : 방도가 있긴 있지요!

남,심 : (보며) 방도라니요?! 무슨..?

홍경주 : 거병을 하여 조광조의 목을 쳐내는 것이외다.

남,심 : (놀라) 예에?..거병이라니요, 그 무슨...?

홍경주 : 놀라시긴요? 우리 공신들은 거병하여 폭군 연산을 몰아내지 않았소이까?

            이번엔 흉간 조광조를 몰아내기 위해 거병을 할 수도 있다는 게지요!

남곤 : (다급하고 낮게) 대감, 누가 듣사옵니다.

홍경주 : 조정에 있는 우리들이 이렇게 밀리고 있으니 궐밖에 있는 공신들 사이에서 거병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말씀이외다.

남곤,심정 : 음!!..

해설(NA) : 그랬다. 중종반정의 정국공신들은 조광조가 주청한 현량과 출신들이 조정을 장악하게 되면

                반드시 정국공신들을 제거하려 들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전에 먼저 무력으로 조광조와 사림들을 제거하려는

                마음을 먹을 만큼 정국공신들은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s#17.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 : 거병이라니, 당치도 않은 말일세! 허허.


조광조와 김정, 김식과 김구가 앉아있다.


김식 : 웃어 넘길 일이 아닐세. 공신들 내부에선 이미 살생부까지 작성되었다는 소문일세.

김구 : (놀라) 살생부까지 말이오이까?

김식 : (끄덕이며) 그 속엔 정암이나 (김정 보며) 충암은 물론이고 여기있는 (김구를 보며) 자암과 나까지 들어있다는 소문일세.

김정 : 허허, 이 사람이나 정암은 조정에 있으니 그렇다쳐도 사서나 자암까지 살생부에 들어있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김식 : 우리를 현량과로 발탁될 사람들로 지목하고 있는 것 아니겠소?

조광조 : 맞네. 내 자네들을 천거할 작정일세.

김식 : 음..허나 내 이번에 현량과가 시행되어도 출사하지 않으려고 하네.

김구 : 이 사람도 그럴 작정이옵니다.

김정 : 아니 왜들 그러시오니까?!

김식 : 우리들이 현량과로 출사한다면 정암이 조정에 파당을 만든다는 구설에 휩쓸리게 됩니다!

조광조 : 허, 소인배들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뭐있나? 전하께오서 현량과 설치를 가납해 주신 것은 바로 자네들 같은 인재들을

            가까이 두고 정사를 펼쳐나가 시고자 함이셨네.

김정 : 그러믄요! 여기 계신 사서나 자암같은 출중한 인재가 조정에 나가시어야 합니다.

김식 : ...그래도..저들에게 빌미를 주었다가는...?

조광조 : 내 자네들을 가까운 문우로서가 아니라 성리학에 대한 깊은 조예와 예의와 절의를 숭상하는 선비로써 천거할것이니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을걸세.



s#18. 대비전 복도


중종, 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대비전 방앞으로 걸어온다.


조상궁 : (조아리며) 대비마마, 주상전하 납시었사옵니다.



s#19.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네 살박이 원자가 앉아 <小學>을 읽는 중이다.

장지문 앞에 앉아있는 박상궁.


자순대비 : (방밖을 보며) 어서 뫼시어라.

조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중종이 들어오면 일어서서 맞는 박상궁과 원자.


자순대비 : 어서오세요, 주상.

중종 : 대비마마, 찾아계셨사옵니까?

자순대비 : 예.

원자 : (숙이며) 아바마마.

중종 : (반갑게) 오, 원자도 와 있었구나.

자순대비 : 원자의 글 읽는 성음이 후중하여 내 주상을 청해 같이 듣고자 했어요.

중종 : 예..(원자를 보며) 무슨 책을 읽고 있었느냐?

원자 : ..소학이옵니다.

중종 : 어디 책을 읽어 보아라.

원자 : 예.


원자, 책상 앞에 단정하게 앉아 책을 본다.


원자 : (아직은 토를 못단다)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효지시야./ 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

중종 : (대견하다) 허허허...그래 무슨 뜻인줄은 알고?

원자 : 예.

자순대비 : (흐뭇하다) 원자가 참으로 성군이 될 도량이오. 참으로 감동이 지극해집니다.

중종 : (원자에게) 이리 가까이 오너라.

원자 : 예. 아바마마. (중종의 옆으로 다가오면)

중종 : (손을 잡아주며) 잘 읽었느니라. 허허허. (대비를 보며) 원자의 훈육을 위해 보양관을 들여야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조정중신들 중 누구를 들이시렵니까?

중종 : 홍문관 부제학 조광조가 합당할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조광조라면 이번에 현량과를 주청하여 조정을 흔들어 놓은 사람 아닙니까?

               지난번 후궁전을 멀리하라고 진언을 드린 그 자가 맞지요?

중종 : 예, 성품이 청고하고 도학에 밝아 원자의 훈육에 적합한 인물이옵니다.

자순대비 : 에미는 조광조가 마땅치가 않사옵니다. 아녀자의 좁은 소견으로 보자면 도학이라는 것이 군주의 정치가 아닌

               선비들의 정치를 말하는게 아닙니까?

중종 : 예, 군주란 선비중의 선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군주와 신하의 구별이 엄연한 것이거늘 임금이 선비중의 선비라니요?

중종 : 도학의 원리가 그렇다는게지요.

자순대비 : 주상, 군주는 군주의 길이 있고 신하는 신하의 길이 있는 것입니다. 너무 조광조만을 편애하시면 아니되십니다.

중종 : 예, 소자 살피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께서 요즘 중궁전으로는 발걸음을 통 안하신다지요?

중종 : 아직은 중전의 근신이 더 필요할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부부간의 일은 얼굴을 맞대고 풀어야 합니다.

중종 : 중전의 성정이 좀 과한데가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내명부의 흐뜨러진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은 중전이 해야할 덕목입니다.

중종 : 그것이 그르다는 것이 아니오라..

자순대비 : 이 에미도 압니다. 허나 후궁들의 흐뜨러진 처신도 보고만 있어서는 아니 되지요.

               모두가 전하와 이 나라 억조창생의 만년지계를 생각하는 중전의 깊은 생각이 있을 것이니 크게 심려마세요.

중종 : 중전에게 이른 말이 있습니다. 그것을 어찌 처리할는지 두고 본 연후에..

자순대비 : 주상, 원자를 생각해서라도 중궁전에 자주 드세요. 원자도 대군 동생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종 : (원자를 보며)..예. 깊이 상량하겠사옵니다.

원자 : (총명한 얼굴)...아바마마, 소자도 동생을 보고 싶사옵니다.



s#20.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 앞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앉아있다.

미동도 없는 윤비의 자세...가끔씩 양미간이 움찔거릴 뿐이다.



s#21. 동 복도 방 밖


엄상궁과 오상궁이 시립해 있다.


오상궁 : (낮게)..걱정이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며칠동안 한마디 말씀도 아니하시니..?

엄상궁 : 마마께오서도 의중이 계실테니 너무 염려마시게.

윤비(E) : 엄상궁 게 있느냐?

엄상궁 : (흠짓 보며) 예.

윤비(E) : 들어오게. 오상궁도.

엄,오상궁 : 예.


엄상궁, 오상궁이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방문쪽으로 다가간다.



s#22. 동 중궁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엄상궁과 오상궁이 윤비 앞에 서서 조아린다.


엄,오상궁 :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바라 보고만 있다.

엄상궁과 오상궁, 그 정적이 몹시 불편하다.


윤비 : (정적을 깨는 착 갈아 앉은 목소리)...중궁전 벽에 귀가 있네.

엄,오상궁 : (흠짓 놀라 윤비를 보는)..예에?

윤비 : 오늘중으로 그 귀를 찾아내게.

엄,오상궁 : ...

윤비 :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엄,오상궁 : (조아리며) 예. 마마.

윤비 : 반드시 찾아내야 할것이야.

엄,오상궁 : 예. (뒷걸음질로 나가 방문을 닫는다)

윤비 : (어딘가를 휙- 노려본다)



s#2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희빈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 웃고 있다.


희빈 : 경빈이 토혈을 하셨다길래 자리보전하고 계실 줄 알았더니 안색이 좋으십니다?

경빈 : 암요, 좋아야지요. 후궁살이하면서 몸 아플때가 가장 서러운 법 아닙니까?

희빈 : 요즘은 중궁전이 조용하니 이 사람도 기운이 납니다.

경빈 : (픽 웃으며) 중전께오서 벌써 며칠째 말 한마디 없이 지내신답니다. 저러시다가 속병이라도 나지 않으실지 걱정입니다.

희빈 : 호호, 설마 무쇠단지 같은 중전께서 속앓이를 할려구요?

경빈 : 중전께서는 아녀자가 아니시랍니까? 여인의 마음은 다 같은거에요. 대례를 올린 지 얼마 안되었는데

         지아비가 찾아주지 않으니 속에서 불이 나시겠지요.

희빈 : 헌데 중전께서 얼마나 근신을 하시는게요?

경빈 : 아마도 중전의 사가에서 받은 봉물짐을 다 돌려주기 전까진 전하의 노여움이 풀리지 않으실겝니다.

희빈 : (끄덕끄덕)..그래요?

경빈 : 예, 쉽지는 않을겝니다. 중전의 오라버니들께서 봉물짐의 반 이상을 덜어내 탕진했다니

         다시 메꾸어 놓기가 쉽지만은 않을겝니다.

희빈 : 호호, 경빈께서는 방에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시는구려. 어찌 그리 잘 알고 계시오?

경빈 : (흠짓하다 말 돌리며)..헌데 창빈은 어찌 같이 안오시었소?

희빈 : (바짝 앉으며 낮게) 경빈, 창빈을 조심하세요.

경빈 : 조심하라니요?!

희빈 : 창빈이 중궁전의 총애를 받기 위해 우리를 이간질 시키고 있답니다.

경빈 : 설마, 창빈이 그럴라고요?

희빈 :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슬쩍 보며) 창빈이 덕흥군을 중전마마의 수양아들로 들여

         세자 자리를 노릴지 누가 알겠습니까?

경빈 : (흠짓)...뭐라! 뭐라!

희빈 : (보고 쌩끗 웃는)...



s#24. 윤원형 집 사랑채 외경


윤지임(E) : 어허, 참 이럴수가 있단 말이냐?!!



s#25. 동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윤원형, 윤원로가 앉아 연상위에 놓인 장부를 보고 있다.


윤지임 : (장부를 탁 덮으며) 야, 이놈들아 해도 너무 하지 않았느냐? 그 사이에 주색잡질로 은 삼만량을 털어먹었으니!

윤원로 : 저희만 꾸짖을 일이 아니옵니다. 그동안 아버님께오서도 호사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윤지임 : 뭐야, 이놈아! 호사?!

윤원형 : 너무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소자가 이 집을 되팔던지 해서 메꾸어 놓겠사옵니다.

윤지임 : 이 집은 빚을 변통해 산 집이 아니라더냐? 그 빚도 돌려줘야지.

윤원형 : (한숨 푹)..어찌 하겠사옵니까? 쪽박을 차더라도 중전마마의 분부대로 따를 밖에요.

윤원로 : 그러게 중전마마께 다 돌려드렸다고 고하자니까?

윤원형 : 형님, 중전마마께오선 어렸을 적부터 우리 정수리 꼭지에 올라앉아 계신 분이요. 차라리 귀신을 속이는게 쉽겠소.

윤원로 : 그거야 그렇지만...옳지 그럼 이렇게 하자.

윤원형 : 어떻게요?

윤지임 : (보는)...??

윤원로 : 거야 나중에 또 다른데서 빚을 변통하여 갚으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윤원형 : 허면 그 빚은 또 다른데서 변통을 하자 이 말씀이요?

윤원로 : 그렇지, 이이제이란 말도 있지 않느냐? 빚을 변통하여 빚을 갚는다 이 말씀이다. 어떠냐 내 방도가?

윤지임 : (장부를 들어 윤원로를 탁 친다) 에라이, 이놈아! 그걸 말따위라고 하느냐?

윤원로 : 말따위라니요?!

윤원형 : 형님, 딱도 하시오. 그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날 이자는 어쩌구요?

윤원로 : 답답한건 너하고 아버님이야. 언놈이 감히 부원군댁에 재물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으려고 하겠느냐?

            그러니 잔소리 말고 내 말대로 해버려.

윤지임 : ...네 말도 일리는 있구나.

윤원로 : (으쓱하여) 그러게 장손 노릇 아무나 하는게 아니옵니다.

윤원형 : 헌데 그 많은 재물을 당장 어디서 변통을 해야 되올런지?

윤원로 : 판부사께 청을 넣어보는게 어떠냐?

윤원형 : 판부사요? 그 댁에 그만한 재물이 있을까요?

윤원로 : 생각해 봐라, 우리같이 부원군 댁이 된지 얼마 안되어도 곳간이 그득 그득 차는데

            판부사 대감은 외척 노릇 십년 아니냐? 모르긴 몰라도 왕실 부럽지 않은 재물을 긁어 모았을게다.

윤지임 : ('그럴지도' 끄덕이는)..하긴..

윤원형 : ..판부사, 판부사라?!



s#26.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이 윤원형을 인도하여 사랑채 방앞에 선다.


박서방 : 대감마님, 파산부원군댁 둘째 서방님이 오셨사옵니다.

윤임(E) : 오 어서 뫼시어라!

박서방 : 예.


윤원형, 헛기침을 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s#27.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윤임처가 찻상을 놓고 앉아있는데

윤원형, 방으로 들어와 허리를 깊숙하게 숙인다.


윤임 : 어서 오시게.

윤원형 : 두 분, 그 간 무고하셨사옵니까?

윤임처 : 잘 오셨습니다. 중전마마께오서도 평안하신지요?

윤원형 : 예.

윤임처 : 조카님, 중전마마께 문후 여쭈러 입궐할 때 이 사람도 한번 불러주세요. 중전마마를 뵙고 싶습니다.

윤원형 : 그리하겠사옵니다, 숙모님.

윤임 : 헌데 어쩐 일이신가? 설마 일전에 돌려준 땅문서를 다시 가져온 것은 아니시겠지?

윤원형 : (윤임처 힐끔보며)..저, 시생이 숙부님께 청을 드릴일이 있사와...

윤임처 : (알아채고 일어선다) 허면 두 분 말씀들 나누세요.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 (보고) 그래 무슨?

윤원형 : (눈치 보며) 그게...저..은자 삼만량만 변통해 주실수 있을런지요?

윤임 : 뭐라, 은자 삼만량, 은자 삼만량이라..허허 내 당장 그 많은 재물을 변통할 재주가 없는데..

윤원형 : ...송구스럽습니다...제가 말씀을 잘 못 꺼낸 것 같습니다.

윤임 : 가만있게. 내 그만한 재물을 변통해 줄만한 사람을 주선해 줌세.

윤원형 : 예에? 그 사람이 누구이옵니까?

윤임 : 허허, 이따 술시쯤 자운아 기방으로 오게. 그 사람을 만나게 해주지.

윤원형 : 하온데 중전마마께오서 시생에게 기방 금족령을 내리셔서...

윤임 : 금족령? 허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쳐도 어찌 자네가 기생년들 분냄새를 아니 맡고 지낼수 있겟는가?

윤원형 : (쑥스럽게 웃으며) 그거야 그렇습지요만..

윤임 : 내 중전마마께는 비밀로 해 줌세.

윤원형 : 숙부님의 은혜가 하해와 같사옵니다.

윤임 : 대신 우리 원자마마를 잘 보호해 드리게나.

윤원형 : 예...그럼 시생은 이만 물러 가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선다)

윤임 : 이따 보세나.

윤원형 : (방문쪽으로 가다가 갸웃 하더니 돌아본다) 헌데 숙부님.

윤임 : 어찌 그러시는가?

윤원형 : 숙부님께오선 시생을 볼 때 마다 원자마마를 보호해 달라, 보호해 달라 하시는데 그 속 뜻이 무엇이옵니까?

윤임 : (당황)..소,속 뜻이라니?

윤원형 : 우리 중전마마께오서 나쁜 계모 노릇이라도 하실까봐 그러시옵니까?

윤임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계,계모라니?! 그,그럴 리가 있는가? 이 사람 행여라도 그런 오해마시게!

윤원형 : (히죽 웃으며) 시생이 농 한번 한 것 가지고 뭘 그리 정색을 하십니까요?

윤임 : ..노,농?!

윤원형 : 허면 시생 이따가 뵙겠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듯 식은 찻잔을 드는 손이 가늘게 떨린다)...음!!



s#28. 동 윤임 사랑채 방 밖 마당


윤원형,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방문쪽을 휙-돌아본다.


윤원형(E) : ..원자를 보호해 달라?


윤원형, 코웃음을 치듯 히죽 웃다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s#29. 난정모 방 안


달래가 난정모에게 미음을 떠먹여 주고 있다.

난정과 길상,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앉았다.


달래 : (미음 사발을 치우며) 이제 좀 쉬세요.

난정모 : (달래에게)..고맙구나, 난정아.


난정모, 자리에 누우면 달래가 이불을 잘 덮어준다.


길상 : 오늘은 이만 가볼게..능금이한테 아무 말도 없이 왔거든.

달래 : 난정언니, 다음에 또 올게요.

난정 : ..고맙다..달래야, 네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해야 됐을지 막막했을거야..

달래 : 아니요, 나도 아주머니가 진짜 울 엄마 같아요.

난정 : ...


길상, 일어서면 달래가 따라 일어서는데.


길상 : (보다가)..달래야, 당분간 네가 아주머니 곁에서 돌봐드려야겠다. 능금이한테는 내가 말해 둘께.

달래 : ..알았소.

난정 : ...



s#30. 난정모 집 마당


길상, 방문을 열고 나오면 그 뒤를 따라 나오는 난정.


길상 : (돌아보며) 난정아, 어머니 괜찮아지실거야. 너무 걱정마.

난정 : ..고마워...

길상 : 객주에 갔다가 짬이 날 때 마다 들를게.

난정 : ..그래..


길상, 난정에게 웃어주고 대문 밖으로 나간다.



s#31. 남소문 객주 마당


길상,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백치수와 송서방이 뒷곁 창고에서 나온다.


백치수 : 마침 잘 왔네. 나하고 갈 데가 있네.

길상 : 예..(둘러보며) 능금이는요?

백치수 : (빙긋) 곧 있으면 돌아올테니 걱정말게.

길상 : ...

백치수 : 가세.

송서방 : (꾸벅 조아리며) 다녀오십시오, 도주어른.


백치수, 앞장서면 그 뒤를 따르는 길상.



s#32. 난정모집 부엌 안


난정, 솥단지가 올려져 있는 아궁이에다 잔솔가지를 떼고 있다.

부엌 안으로 들어오는 달래.


달래 : 언니, 내가 도와줄 일 없소?

난정 : 어머니는 어떠시니?

달래 : ..잠 드셨어요..

난정 : (달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달래야 참, 곱게도 컸다..예전에 송도에서 헤어진 뒤로 달래 네 생각 자주 했어..

달래 : 나도요..길상오라버니도 말은 안했지만 언니 생각 참 많이 했을거요.

난정 : ...

달래 : 예전에 길상 오라버니가 언니 좋아했다는거 알아요?

난정 : (짐짓)...그랬니?

달래 : (끄덕끄덕)..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을걸요?

난정 : ...

배서방(E) : 장흥댁-장흥댁-있는가?

난정 : (일어선다)...?!



s#33. 동 난정모 마당


난정과 달래가 부엌 밖으로 나온다.

배서방이 정윤겸네 건장한 하인들을 데리고 들어와 선다.


난정 : ..아저씨.

배서방 : ..난정아, 네 어머닐 만나러 왔다.

난정 : 어머닌 편찮으셔서 누워계세요..지금 막 잠드셨는데..무슨 일이에요?

배서방 : (내키진 않지만)..마님의 분부시다. 당장 이 집을 비우고 도성밖으로 떠나라신다.

난정 : (어이없어) 누구 마음대로요?! 안되요, 그럴수 없어요.

배서방 : 나도 너희 사정은 짐작하지만..마님께서 명하신 일이니 어쩔수 없구나.. 오늘이라도 짐을 챙겨서 떠나거라.

난정 : (섬뜩하게 쏘아보며) 마님한테 똑똑히 전해주세요. 우리 모녀 죽기전엔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을거에요!

배서방 : ..난정아..말을 듣지 않으면 나도 어쩔수 없어..

난정 : 돌아가세요! 돌아가란 말에요!

배서방 : (착잡하게 보다가 하인들에게 턱짓한다)...


하인들, 마당에 있는 살림살이들을 던지고 부순다.

하인 몇 명이 방쪽으로 들어가려는데.


난정 : (두 팔을 벌리고 방앞을 막아서며) 안돼요, 어머니가 누워계세요.


하인들, 난정과 달래를 방앞에서 억지로 끌어낸다.

난정과 달래, 질질 끌려가고 배서방, 보기 안스러운지 돌아서는데

당추, 대문안으로 뛰어들어온다.


당추 : 이놈들!! 백주에 이 무슨 완패막심한 짓이더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배서방과 하인들, 당추의 출현에 당황하는데

당추, 막무가내로 죽장을 휘둘러댄다. 배서방과 하인들, 죽장을 피해 대문밖으로 도망친다.


당추 : (그제서야 난정을 보며)..난정아, 대체 어찌된 일이냐?

난정 : (눈물 글썽이며)..스님..



s#34. 동 난정모 방 안


당추, 깊이 잠든 병색의 난정모를 보고 있다.

난정과 달래가 그 옆에 앉아있다.


난정 : ..머리를 다치신 후로..저를 못 알아보세요..달래를 저로 아세요.

당추 : (한숨을 내쉰다)...

난정 :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스님..

당추 : 그자들이 다시 오기전에 거처부터 옮기도록 하자.

난정 : 그럴수 없사옵니다. 여기는 우리집인데 왜 우리가 피해야 하는것이옵니까?

당추 : 다 어머니를 위해서다.

난정 : ...



s#35. 갖바치 집 외경 윗방


댓돌위에 당추,갖바치,난정,달래,당골네,방백인의 신발이 놓였다.



s#36. 갖바치 윗방 안


난정모, 깊은 잠에 빠져있다.

갖바치, 난정모의 눈을 뒤집어 보거나 머리를 톡톡 치며 상태를 살핀다.

그 옆에서 보고 앉은 당추와 난정, 달래..그리고 당골네와 방백인.


난정 : 아저씨, 울 어머니가 어찌 깨지 않으시는거에요?

갖바치 : 깊이 잠 드신게다. 너무 걱정말거라.

당추 : 보살님께서 난정일 알아보시지 못한다는데 어찌 그러신겐가?

갖바치 : 머리를 다치면 간혹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당골네 : 잡귀가 씌운거요, 이런 광증은 살풀이 굿 한판이면 씻은 듯 쾌차할 수 있는데..쇤네가 한번 해 볼깝쇼?

방백인 : 이 여편네가 요즘와서 말 끝마다 굿타령이야?!

당골네 : 나도 모르겠소..몸주께서 다시 오시려나..몸이 근질근질한게..영..

방백인 : 장마도깨비 여울건너가는 소리 말고 닥치고 있어.

당추 : 두사람 다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나가들 있어!

당,방백인 : (찌그러지는)..


갖바치, 난정모의 머리 혈에다 침을 꽂는다.

난정, 불안한 듯 본다.



s#37. 중궁전 뜰 앞


중궁전의 상궁과 나인, 무수리들이 서열별로 도열해 있다.

멀리서 지나오던 금이가 그 모습을 갸웃하며 본다.



s#38. 중궁전 방 안


오상궁이 윤비 앞에 있는 연상위에다 패물을 올려놓는다.

그 앞에 앉아있는 엄상궁.


윤비 : (패물들을 보다가) 이것들을 어디서 찾았는가?

오상궁 : 무수리 갑이와 구슬이 처소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것을 찾았사옵니다.

윤비 : 시키는대로 했는가?

엄상궁 : 예, 분부하오신대로 모두 밖에 대령시켜 놓았사옵니다.


윤비, 일어서면 방밖으로 나가면 엄상궁과 오상궁이 패물을 챙겨들고 그 뒤를 따른다.



s#39. 중궁전 뜰 앞


윤비, 중궁전 계단을 내려와 도열해 있는 상궁, 나인들 앞에 선다.

윤비 뒤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선다.


윤비 : 갑이와 구슬이가 누구이더냐?

엄상궁 : 갑이와 구슬이는 나서거라.

갑이 : 예.

구슬이 : 예.


뒤편에 서있던 무수리 갑이와 구슬이가 쪼르르 달려와 윤비 앞에 선다.

(*무수리들은 나인들과 달리 출입증격인 패를 허리에 찼다)


윤비 : 너희 처소에서 패물이 나왔느니라. 어디서 난 것이냐?

갑이,구슬이 : (겁에 질려 안절부절하고 있다)...

엄상궁 : 어허, 어느 안전이라고 꾸물거리고 있는게냐? 바른대로 아뢰지 못할까?


갑이와 구슬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아린다.


갑이 : 중전마마, 목숨만 살려주시옵소서.

구슬이 : 살려주시옵소서.

윤비 : (낮지만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 내 궁중의 법도에 따라 너희의 죄를 물을 것이다.

         허나 만에 하나 추호의 거짓이라도 있을시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알겠느냐?

갑이,구슬이 : ..예.

윤비 : 이 패물들은 어디서 훔친 것이냐?

갑이 : ...후,훔친게 아니옵고...겨,경빈전 나인에게서 받은것이옵니다.

윤비 : 뭐라? 경빈전 나인이?

갑이 : 예, 마마.

윤비 : 허, 경빈전 나인이 너희같은 무수리들에게 이리 귀한 패물을 어찌 건네주 었겠느냐? 바른대로 고하여라.

구슬이 : 사실이옵니다.

윤비 : (엄상궁을 보며) 엄상궁, 이것들의 입에서 바른 말이 나올때까지 회초리를 치게.

엄상궁 : 예. (앞에선 다른 상궁에게) 회초리를 대령하렷다.


멀리서, 몸을 숨기고 지켜보던 금이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어디론가 뛰어간다.



s#40. 경빈 처소 밖


금이, 급하게 일각문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신발도 벗는둥 마는둥 허겁지겁 대청위로 뛰어들어간다.


금이 : 마마- 큰일 났사옵니다.



s#41.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이 앞에 앉아 숨을 헐떡 거리는 금이를 놀란 눈으로 본다.


경빈 : 뭬야?! 중궁전을 감시하라고 매수한 무수리 둘이 매를 맞는다?

금이 : 예, 건네 준 패물이 발각된 모양이옵니다. 어찌 하면 좋사옵니까, 마마.

경빈 : 허어, 이런 낭패가 있나? 중전이 어찌 알았을꼬?...



s#42. 중궁전 뜰 앞


찰싹,찰싹- 소리와 함께 갑이와 구슬이가 상궁들에게 회초리를 맞는다.

시뻘건 회초리 자국위로 가차없이 떨어지는 회초리.

맞을 때 마다 비명을 질러대는 갑이와 구슬이.

윤비, 지엄하게 내려다 보고 섰다.

도열해 있는 상궁 나인들이 감히 소리도 내지 못한채 맞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s#43.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창빈이 앉아있고 장지문 앞에서 조상궁이 서있다.


자순대비 : 뭐라? 중전께서 무수리들의 회초리를 치고 있다?

조상궁 : 예. 마마.

자순대비 : 허어, 중전께서 어찌 이러시는지..? 내 그토록 자중하라고 일렀거늘...

창빈 : 신첩의 좁은 소견으로는 중전께오서 회초리를 드셨다면 필시 그럴만한 까 닭이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근신기간 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요?

               만일 전하께오서 아시면 이번엔 그냥 넘어가진 않으실 것을...

창빈 : 대비마마, 중전마마께오선 총명하신 분이시옵니다. 모든 것을 살피어 하시는 일이실테니 모른척 눈을 감아 주시지요.

자순대비 : ..음..중전을 위하는 창빈의 마음이 갸륵하구려..



s#44. 중궁전 뜰


윤비, 회초리를 견디다 못해 무릎 꿇은 갑이와 구슬이를 내려다 보고있다.


윤비 : 정녕 이 패물이 경빈전에서 중궁전의 동태를 살피라고 준 것이더냐?

갑이 : (운다)..예, 마마..

윤비 : 이런 발칙한!! 감히 구차한 목숨을 건지자고 윗전을 끌어들이겠다는 말이더냐?

구슬이 : 중전마마, 믿어주시옵소서...

윤비 : 엄상궁, 저것들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이실직고 할때까지 회초리를 치게.

엄상궁 : 예. 마마. (상궁에게) 뭣들 하느냐, 회초리를 치지않고?!


상궁들, 다시 가차없이 회초리를 날린다.

윤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뒤를 따르는 오상궁.



s#45. 편전 방 안


중종이 김상궁의 보고를 듣고 있다.


중종 : 뭣이라, 중궁전뜰에서 문초를 해?

김상궁 : 예, 무수리 둘이 회초리를 맞고 있다 하옵니다.

중종 : (찌푸리며) 허어, 과인이 그리 근신하라 일렀거늘...(일어서며) 자비를 놓아라, 과인이 중궁전으로 갈 것이다.



s#46. 중궁전 뜰 앞


상궁들이 갑이와 구슬이에게 물바가지로 물을 퍼붓고 있다.

갑이와 구슬이 널부러진 채 고스란히 물벼락을 맞는다.


엄상궁 : 중전마마께오서 너희들 마음속에 때를 말끔히 씻어내라고 명하셨으니 가슴 깊이 새겨야 하느니라!

갑이,구슬이 : ...예..

대전내관(E) : 주상전하 납시오.


중종의 옥교가 와서 멈춘다.

엄상궁을 비롯한 중궁전의 상궁나인들이 허리를 숙이며 조아린다.

중종, 옥교에서 내려 갑이와 구슬이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인상을 쓴다.


중종 : (못마땅한 신음소리를 짜내며)..음!!..(중궁전 계단위를 급히 오른다)



s#47. 중궁전 방 안


중종,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온다.


중종 : 중전, 어찌 이리 과인의 뜻과 어긋나는 일을 하시는게요?!

윤비 : 전하, 무슨 말씀이시온지..? 신첩은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자리에 앉아 윤비를 곱지 않게 본다.

윤비, 차분한 표정과 자세로 중종의 앞에 앉는다.


중종 : 정녕 몰라서 되물으시는게요?

윤비 : 예. 전하께오서 신첩의 우매함을 깨우쳐 주시옵소서.

중종 : 일전에 중전께서 경빈을 불러 머리를 조아리게 한 일이 있지요?

윤비 : 예.

중종 : 경빈은 그 날 토혈을 하여 아직도 병석에 누워있소. 과인은 그 일이 경빈에 대한 중전의 투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알고 있소. 하여 과인이 중전에게 근신토록 한것이요.

윤비 : ...

중종 : 헌데 중전께서 근신은 커녕 다시 중궁전이 소란스럽도록 문초를 한다니 대체 중전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게요?

윤비 : 전하께오서 그토록 후궁전을 감싸고 총애하시니 내명부의 기강이 무너진 것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중전, 그 무슨 망발이오!

윤비 : 전하, 신첩을 믿으시옵니까?

중종 : ....

윤비 : 전하, 신첩을 믿어주시겠사옵니까?

중종 : ...

윤비 : 신첩의 말을 믿어주시겠사옵니까?!

중종 : 말해 보오.

윤비 : 전하께오서 애지중지하시는 원자가 어찌 세상에 태어났는지 아시옵니까?

중종 : (놀라) 뭐요?

윤비 :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는 회임하셨을 때 후궁전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입덧조차 체증으로 숨기시어야 했사옵니다.

중종 : ...?!

윤비 : 회임 중에 장경왕후께오서 후궁전에서 올린 잣죽을 드시고 복통으로 몇날을 고통받으셨는지는

         보시어 아시고 계신줄 아옵니다.

중종 : ...!!

윤비 : 그 이후로도 밤마다 도깨비 놀음을 하여 장경왕후께오서 잉태하고 계신 뱃속의 원자아기씨를 낙태시키려고 했던 게

         후궁전 누구였는지 아시옵니까?

중종 : (탄식)...어찌 이런 일이...

윤비 : 참으로 끔찍하고 부끄러운 일이옵니다. 하오나 신첩의 말을 한귀로 들으시고 한귀로 버리셔야 하옵니다.

         전하께서 모른척 하시어야 하옵니다. 신첩이 전하께 올린 말이 중궁전 담을 넘어가 신료들이 알게되면

         조정이 시끄러워질 것이옵니다. 또한 대궐 담을 넘어가서 백성들이 알게 되면 왕실의 체통이 땅에 떨어지고

         전하의 위엄이 크게 훼손될 것이옵니다.

중종 : ..음!!

윤비 : 왕후와 후궁의 품계와 질서가 다른 법이온데 어찌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사옵니까?

         신첩은 후궁전을 투기할 까닭이 없사옵니다. 전하 깊이 상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

윤비 : 전하, 일전 대비마마전에서 원자를 보았사옵니다. 이 나라 대통을 이으실 원자의 밝은 앞날을 위해서라도

         신첩은 손에 회초리를 들어야 하옵니다.

중종 : ...

윤비 : 당분간 내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엔 마음 쓰시지 마시옵소서.

중종 : ...

윤비 : 신첩을 믿어주시옵소서!

중종 : ..중전..

윤비 : 신첩, 반드시 내명부의 무너진 기강을 바로 세울것이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첩이 대군을 회임을 해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옵니다. 또한 내명부의 기강 바로잡는 일은 왕실의 체통을 세우고

         전하의 위엄을 바로 세우는 일이옵니다. 전하, 신첩을 믿고 맡겨주시옵소서!

중종 : ....고맙소, 고맙소 중전!


중종, 윤비를 안아준다.

윤비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흐른다.



s#48. 자운아 기방 마당 (밤)


윤원형, 중문안으로 들어온다.

심퉁이, 윤원형에게 조아린다.


윤원형 : 판부사 대감께서 오셨느냐?

심퉁이 : 예, 진즉부터 기다리고 계셔유, 안방으로 드셔유.

윤원형 : (가려다가 안채쪽으로 나오는 옥매향을 보고) 오, 매향아, 오늘따라 달빛 아래 비친 네 모습이 더욱 곱구나.

옥매향 : (같지 않다는 듯 보며) 소텹, 나으리께서 풍류남아 이신듈 알았는데, 꼭 기러티만은 않은 것 같습네다.

윤원형 : 그게 무슨 소리냐?

옥매향 : 낮에 난뎡이한테 가셨드랬디요?

윤원형 : 허, 그래 네가 보았느냐?

옥매향 : 예, 기래도 명색이 승후관 나으리신데, 난뎡이 한테 번듯한 기와딥이라도 한태 마련해주시라요.

            기렇게 볼품없는 툐가 턍기방을 드나드시면 승후관 테통이 깍이디 않캈습네까?

윤원형 : 뭬,뭬야?

자운아 : (안방에서 나오며) 나으리, 어서 드시라요. 판부사 대감께서 기다리십네다.

윤원형 : 알았네! (옥매향 힐끗 노려보며) 허험!


윤원형, 안채방안으로 들어가면 옥매향 비웃듯 코웃음을 던진다.

옥매향, 중문쪽으로 나가는데.



s#49. 자운아 중문 밖 (밤)


백치수가 길상을 거느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옥매향 : (보고 반갑게 달려가) 백됴쥬 어른 오셨습네까?!

백치수 : 오냐, 헌데 오늘은 너를 보러 온게 아니라 다른 볼 일이 있어 왔느니라.

옥매향 : 오마니한테 들어서 알고 있시오. 어서 들어가시라요.

백치수 : (길상을 보며) 자넨 저 방에서 술 한잔 하고 있게.

길상 : ...

옥매향 : 이 손님이래 내레 잘 모실테니끼니 아무 걱뎡 마시고 드시라요.

백치수 : 그래, 허허 알았느니라.


백치수, 안채쪽으로 들어가면 옥매향, 길상을 보고 쌩끗 웃어준다.



s#50.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상석에 윤임이 앉아있고 윤원형과 백치수가 건너편에 앉았다.

상 위에 붓과 벼루가 놓여있다.


윤임 : (윤원형에게) 이 사람은 조선 최고 거상일세.

백치수 : 이 사람, 백치수라 하옵니다. 객주 몇 개 가진 장사꾼이옵니다.

윤임 : (백치수에게) 파산부원군댁 둘째 자제분일세.

윤원형 : (힐끔 보며) 윤원형이라 하오.

윤임 : 그럼 이 사람은 잠시 자리를 비울테니 말씀들 나누시게.


윤임, 일어나 나가면 윤원형과 백치수가 몸을 일으켜 예의를 표한다.


백치수 : 위로 앉으시지요.

윤원형 : 허험! (상석으로 바꾸어 앉는다)

백치수 : (앉으며)..이 사람에게 은자 삼만량을 변통하시고 싶으시다구요?

윤원형 : 그렇소, 것도 오늘중으로 급히 필요하외다.

백치수 : (소매자락에서 봉투를 꺼내 내민다)...

윤원형 : (받으며) 이것이 무엇이오?


윤원형, 봉투속의 어음을 꺼내보고 놀란다.


백치수 : 이 사람이 수결한 삼만량짜리 어음이옵니다. 조선의 어느 객주에서라도 원하는 재물로 바꿀수 있지요.

윤원형 : ...음!

백치수 : 이 사람이 그 어음을 내어드린다면 나으리께오선 무엇을 맡기겠사옵니까?

윤원형 : 무엇을 맡기다니? 중전마마의 친오라비인 나를 못믿겠다는 말이오?

백치수 : 이 사람은 장사꾼이옵니다. 믿는건 오로지 재물밖에 없습지요.

윤원형 : ...무얼 맡기나?

백치수 : 허면 나으리께서 이 각서에 수결을 해주시겠사옵니까? (각서 한 장을 꺼낸다)

윤원형 : 무슨 각서요?

백치수 : 훗날 이 각서를 가져온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시겠다는 약조가 담긴 각서 이옵니다.

윤원형 : (영문 몰라)..그게 무슨 소리요?

백치수 : 이 사람에게 삼만량은 돌려받아도 그만 못받아도 그만인 재물이옵니다. 허나, 이 사람은 항상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습지요. 그런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오나 나으리께 이 사람의 목숨을 하나 맡겨두고 싶은 뜻이올시다.

윤원형 : 까짓것, 그리 합시다.


윤원형, 옆에 있는 붓을 들어 각서에 수결을 한다.


백치수 : 이제 삼만량짜리 어음은 나으리 것이옵니다.


윤원형, 어음을 받아 챙기며 헤벌쭉 웃고

백치수, 각서를 받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s#51.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밤)


길상, 술상 앞에서 단소를 불고 있다.

옥매향, 처량한 얼굴로 단소를 듣고 있다.


옥매향 : 이년의 애간댱이 녹누만요.


옥매향, 듣다가 가야금을 찾아 뜯는다.

두사람의 단소와 거문고 소리가 어울려 나간다.



s#52. 갖바치 집 외경 (밤)



s#53. 갖바치 아랫방 안 (밤)


난정모와 난정, 당골네와 달래가 잠들어있다.

난정모의 잠든 얼굴위로 들리는.


정윤겸(E) : 초희야-초희야-


난정모, 놀라 번쩍 눈을 뜬다.


정윤겸(E) : (방문 밖에서) 초희야-


난정모, 소리에 이끌리듯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54. 동 갖바치 마당 (밤)


난정모, 방밖으로 나오다가 마당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보고 깜짝 놀란다. 정윤겸이다.


난정모 : (반가움에) 대감마님.

정윤겸 : 초희야, 난정이가 정녕 내 핏줄이 맞느냐?

난정모 : (놀라) 예에?..예..맞사옵니다. 정녕 난정이는 대감마님의 핏줄이옵니다.

파릉군(E) : 네 이년?! 누굴 기망하려 드는게냐?!


난정모, 휙-돌아보면 파릉군이 근엄하게 쏘아보고 있다.


난정모 : 나,나으리..

파릉군 : (노려보며) 네 이년! 난정이는 내 핏줄이니라! 너같은 천 것이 어찌 내 핏줄을 훔쳐 여식을 삼고자 하였느냐?!

난정모 : (무릎꿇고 조아리며) 이 년을 용서하십시오, 나으리..

파릉군 : 당장 옥패를 내놓지 못할까?!

난정모 : (겁에 질려) 예,예-


난정모, 떨리는 손으로 옥패주머니를 꺼내 그 속에 옥패를 꺼낸다.


난정모 : (옥패를 두손으로 바치며 흐느낀다) 나으리, 이년을 죽여주십시요..



s#55.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밤)


난정, 난정모의 흐느낌 소리에 깨어난다.

난정, 옆자리를 보면 난정모가 보이지 않는다.

난정, 흠짓 놀라 '어머니..' 입속으로 되뇌이며 방밖으로 나간다.



s#56. 동 갖바치 마당 (밤)


난정, 아랫방문을 열고 나온다.

난정모,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옥패를 바치는 자세로 흐느끼고 있다.


난정모 : 나으리..나으리..모두가 이년의 잘못이옵니다.

난정 : (보고) 어머니!


난정, 맨발로 뛰어가 난정모를 부둥켜 안아준다.


난정 : (글썽) 어머니, 왜 이러세요?! 정신차리세요.

난정모 : (흐느끼다가 난정을 돌아본다)..나,난정아!

난정 : (보며) 어머니, 제 얼굴을 알아보시겠어요..?

난정모 : ..그래, 난정아...내 딸을 어찌 몰라보겠느냐?

난정 : (난정모를 와락 안으며) 어머니!


난정모를 부둥켜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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