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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12|조회수54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19











s#1. 윤원형 대문 앞 길


난정, 쓰개치마를 휙- 젖히고 윤원형을 똑바로 쏘아본다.


윤원형 : (당혹스러워 어쩔줄 모르는)..나,난정아..네 어찌 여길...?!

난정 : (냉랭하게 보며) 나으리, 나으리께오서 써주신 네 글짜를 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 ..내 어찌 일편단심 그 넉자를 잊을수 있겠느냐?

윤원로 : (갸웃하며 윤원형을 보는)..일..편..단심?

난정 : (윤원형을 추궁하듯 똑바로 본다)...

윤원형 : ..내 어,어젯밤 네 집에 들르지 못한 연유가 어찌 된 일인지 다 말해주마.

난정 : 구차한 말씀 듣고자 이리 찾아온 것이 아니옵니다.

윤지임 : (난정을 보고) 네 이년! 보아하니 천한 기생년 같은데 네 어찌 감히 대갓댁 혼례 행차를 가로 막는단 말이냐?!

            썩 물러서지 못할까?

난정 : 이년 나으리께 한 말씀만 올리고 가겠사옵니다.

윤지임 : 뭬야, 이런 발칙한 년! 임서방 뭣하고 있는가? 어서 저 요망한 것을 물리치게!

임서방 : 예.


임서방, 하인들을 데리고 난정쪽으로 우르르 달려간다.


난정 : (눈도 깜짝 안하고 윤원형을 보는)....!

윤원형 : (휙 돌아서며 소리친다) 너희들이 나설 일이 아니다. 물러서거라!!

임서방,하인들 : (동작 멈추고 움찔 선다)...?

윤지임 : (윤원형 보며) 원형아, 대체 저 계집이 누구냐?

난정 : (냉랭한 미소) 이년은 평소 나으리를 흠모하던 계집이온데,

         나으리께오서 오늘 장가를 드신다길래 감축드리러 온 것이옵니다.

윤원로 : 뭬야?

윤지임 : 감축?!

난정 : 나으리, 혼례를 감축드리옵니다.


난정, 다소곳하게 큰 절을 올린다.

윤원형, 기가 막힌 듯 난정을 본다.

윤지임과 윤원로, 의아한 눈초리로 난정과 윤원형을 번갈아 본다.


윤원형 : ..나,난정아...너 대체 왜 이러느냐?

난정 : (치켜보며 야릇한 미소) 앞으로 나으리께서 이년을 두 번 다시 찾으실 일이 없으실 것으로 알고,

         이년 나으리 곁에서 아주 멀리 물러가겠사옵니다. 부디 가연을 맺으실 아씨와 백년해로 하시옵소서.


난정, 일어서서 쓰개치마를 덮어쓰고 휙-돌아서서 간다.


윤원형 : (난정의 뒤를 쫓으며)..나,난정아-

윤원로 : (달려와 윤원형을 어깨를 잡으며) 이놈아, 가긴 어딜가? 혼사는 어쩌구?!

윤원형 : (휙-돌아보며) 아, 형님?!

윤원로 : 뭐어, 형님? 꼭 이럴때만 형님이냐?

윤원형 : ('이게 아닌데')..하유, 이거 참!



s#2. 어느 초가집 마당(윤원형이 마련해준)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 있는데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 (일어서며) 난정아, 어찌 되었니? 윤승후관은 만나뵈었어?

난정 : ..예..

당골네 : ..어제 밤엔 왜 못 오셨대?

난정 : (말 돌리며) 아주머니, 애 쓰셨어요..댁에서 걱정하실테니 이만 돌아가세요.

당골네 : (슬쩍 눈치보며)..헌데..약조 했던 건..아니, 뭐..내 꼭 받자는게 아니라..

난정 : (미소) 걱정마세요, 며칠내로 비단옷 한 벌 맞춰 드릴께요.

당골네 : 그래, 고맙구나..호호. 그럼 나중에 꼭 기별을 다오.


당골네, 씰룩거리며 대문밖으로 나가면

난정, 표정이 굳어지며 툇마루에 털썩 걸터 앉는다.



s#3. 어느 길


윤원형, 수심에 잠겨 임서방이 견마잡은 당나귀를 타고 간다.

그 뒤로 봉물짐을 진 하인 수십명이 뒤 따른다.

윤원로를 태운 사인교가 빠르게 다가와 윤원형의 당나귀 옆으로 바짝 붙어선다.


윤원로 : (슬쩍) 허어, 일편단심이라, 거 참 좋은 말이다.

윤원형 : (흘겨보며) 형님!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거요?

윤원로 : 원형아, 지난 번 창성부사가 보내온 봉물짐 물목을 보니까 백공단 열두필이 있더구나?

윤원형 : 그래서요?

윤원로 : 그래서라니?..그렇다는 말이지..

윤원형 : 형님, 대체 무슨 말을 하시고 싶으신게요?

윤원로 : 험험, 내 소실이 백공단으로 옷 한벌 지어입는게 소원인데..니가 백공단 열 두필을 내 주면

            내 아까 일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으마.

윤원형 : 뭐요?..입을 다물지 않으면 어쩌시겠다는게요?

윤원로 : 장가드는 날 첩년이 길을 막았으니 사돈댁에서 아시면 이 무슨 개망신이냐?

            허니, 내 백공단 열두필로 입을 다물어주마.

윤원형 : 뭐,뭐요?

윤원로 : 허면 내 그리 알겠다. (교꾼들에게) 뭣들 하느냐? 빨리 가자! (윤원로를 태운 사인교가 앞으로 급하게 빠져나간다)

윤원형 : (앞장서 가는 윤원로의 뒷모습을 어이없어 본다)..허, 참! 이거야, 원!



s#4. 어느 초가 방 안


방바닥에 놓여있는 <一片丹心> 각서.

난정, 뚫어지게 각서를 들여다 보고 있는 얼굴위로.


난정(E) : ..내가 어리석었어. 이 따위 종이쪼가리를 믿었다니?! 이깟게 무엇이길래?! 앞으론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야!


난정, 각서를 집어들고 구겨버린다.


난정(E) :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각서를 다시 펴들고 노려보는)..내 반드시 갚아 줄 것이야...값을 치루게 해줄 것이야..

             두고 보라지..두고 보라지!



s#5. 중궁전 외경



s#6.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엄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놀라는) 뭐라? 경빈이 낙상을 해?!

엄상궁 : 예, 처소 돌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구르셨다하옵니다.

윤비 : 허어, 어찌 그런 일이..?!

엄상궁 : 전하께오서 경빈전에 어의를 보내셨다 하옵니다.

윤비 : 전하께오서?

엄상궁 : 예, 그리하셨다 들었사옵니다.

윤비 : (걱정되는)..그래?



s#7. 경빈처소 방 안


경빈, 앉아있고 발 건너편으로 어의 양수인이 명주실을 거두고 있다.

금이, 양수인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양어의 : 뱃속의 아기씨는 무사하시옵니다.

경빈 : (다짐받듯) 그 말이 참 말이요? 태아는 분명 무사하오?

양어의 : 예, 하오나 마마께오서 놀라오심이 크셨나보옵니다. 곧 탕재를 지어 올리겠사옵니다.

경빈 : (배를 어루만지며)..음!!

양어의 :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조아리고 방문밖으로 나간다)

금이 : (발을 걷고 경빈쪽으로 다가와)...마마, 참으로 하늘이 도우심이옵니다.

경빈 : (뭔가 생각하다가)...금아, 너 방백인이란 사주쟁이를 기억하고있지?

금이 : 예, 알고말굽쇼..

경빈 : 너, 그 사주쟁이를 만나보고 오너라.

금이 : 하온데 그자가 어디 있는지요?

경빈 : 안국동 예판 대감댁에 들러 행방을 물으면 알 것이야.

금이 : (조아리며) 예. 단숨에 달려갔다 오겠사옵니다.



s#8. 갖바치 마당


당골네, 살금살금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주변을 둘러보며 방안의 기척을 살피는데 누군가의 손이 당골네의 등뒷편을 털썩 움켜쥔다. 방백인이다.


당골네 : (히익 놀라 돌아보며) 아, 아이구?!..(어색한 미소)..계셨소?

방백인 : 이 망할놈의 여편네! 갈곳 없는걸 거둬 줬더니 이젠 밤샘까지 해?! 언놈이야, 언놈하고 눈이 맞았는지 바른대루 대!

당골네 : 왜요? 내 하룻밤 옆에 없으니 속이 탑디까?

방백인 : 고놈의 까진 조둥아리 닥치지 못해?!

당골네 : (도망치며) 못하면 어쩔테요?!

방백인 : (쫓으며) 이 여편네, 이리 못와?!

당골네 : (쫓기며) 때리지 않겠다고 약조부터 하시오.

방백인 : 이놈의 무당년이, 증말?!


방백인과 당골네 갖바치 작업대 평상주변을 쫓고 쫓기며 빙글빙글 돈다.


중치막 : (대문안으로 들어와서 방백인 보고) 숨박꼭질 그만하고 따라오너라.

방백인 : (일순 멈추고 겁에 질려)..예?..아, 예..그리합지요.


방백인, 당골네에게 눈을 한번 흘기고는 중치막을 따라 대문밖으로 나간다.

당골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다가 방백인이 나간쪽을 돌아보며 갸웃한다.



s#9. 대비전 외경


윤비(E) :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s#10.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는 윤비를 심기불편하여 본다.


자순대비 : 중전, 경빈이 낙상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으시었소?

윤비 : 예, 천행으로 태아는 무사하다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암요, 천행이지요! 헌데 경빈이 중궁전에서 꾸지람을 듣고 나오는 길에 낙상을 하였다고 들었소.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께서 경빈을 꾸짖는 소리가 교태전 밖에까지 들렸다던데 경빈이 무슨 잘못을 그리 크게 한게요?


윤비, 생각하는 얼굴위로.



s#11. 후레쉬 백(18회 s#52의)


방바닥에 떨어진 피묻은 한삼 수건.


윤비 : (경빈을 호통치는) 되먹지 못하게 토혈한 흔적을 복성군에게 간직하라고 한 경빈의 참뜻은 무엇인가?!

         폐주 연산의 전철을 밟아 조정에 피바람을 일으키려 하려는게냐?!

경빈 : (부들 부들 떤다)...?!

윤비 : 내가 중궁의 자리에 있는 한 그 누구도 원자를 밟고 세자에 책봉되지는 못 할 것이야, 내 용납지 않을 것이야!

         정녕 복성군을 아낀다면 분에 맞게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야!!



s#12.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중전, 대체 무슨 일로 경빈을 나무라신게요?

윤비 : (흠짓 깨어나며) 대비마마, 내명부의 기강을 잡는 일은 중궁전의 소임임을 대비마마께오서 신첩에게 깨우쳐주셨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런일이 있다')...

윤비 : 내명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신첩이 바로 잡겠다는 말씀을 대비마마께 여쭌적이 있다고 생각되옵니다.

자순대비 : 허나, 경빈은 회임을 한 몸이에요. 혹시라도 잘못되어 이번에 낙태라도 하였다면 어찌할 뻔 하셨소?

윤비 : ...!

자순대비 : 지금은 내명부의 기강을 세우는 일보다는 왕실의 종사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허니 경빈의 행실이 중전의 마음에 다소 마뜩치 않더라도 자애롭게 감싸 안아주세요.

               경빈이 몸을 풀 때까지만이라도 마음을 편하게 해 주셔야 왕자든 옹주든 순산을 할게 아니겠습니까?

윤비 : ...

자순대비 : 내 할 말은 아니지만 지금 궐내에서는 좋지 못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윤비 : 소문이라니요?

자순대비 : 중전께서 내명부의 기강을 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 후궁들을 벌주시는 것으로

               투기를 하신다는 소문 말이요.

윤비 : (보며)..예에?!..마마, 그 무슨..?!

자순대비 : 쥐도 도망갈 구석을 만들어 놓고 쫓는 법이라 했소. 이 사람이 보기에도 중전께서 내명부의 기강과 법도를 세우는

               방도가 너무 엄하시오. 허니 아랫 것들이 함부로 입을 놀려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윤비 : (어금니를 깨무는)...!!

자순대비 : 허니, 당분간 자중 하세요.

윤비 : 대비마마, 신첩의 덕이 모자라 내명부의 기강이 바로서지 못한 탓이라 사료되옵니다.

         신첩, 소문의 진원지를 발본색원하여 일벌백계로 다스리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이 시어미의 당부를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윤비 : 하오나..

자순대비 : (엄하게 보며) 중전! 대왕대비전의 분부를 거스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윤비 : (뭐라고 말하려다가 눌러 참는다)...!



s#13. 대비전 뜰


윤비, 계단을 내려오면 엄상궁, 오상궁이 조아린다.

윤비, 피묻은 한삼을 꺼내 들고 보다가 대비전을 돌아본다.


윤비 : (뭔가를 생각하며)...음!

엄상궁 : 중전마마, 어찌 대비마마께 경빈의 일을 고하지 않으셨사옵니까?

윤비 : 경빈이 피묻은 수건을 복성군 손에 쥐어 준 일이 궐내에 알려지면 내명부 뿐만이 아니라 온 조정이 시끄러워질 것이야.

         당분간 지켜 보세나.

엄상궁 : ...

윤비 : (한삼을 넣으며) 가세.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비롯한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간다.

자순대비, 조상궁을 거느리고 나와서 윤비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자순대비 : ...



s#14. 남소문 객주 옆 방 안


길상, 손깍지를 낀채 누워 천정을 보고 있다.


길상(E) : (자책하는)..한심한 놈! 넌 난정이가 남의 첩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거냐?!...

             (변명하는)..그럼 어쩔건데..난 난정이한테 아무것도 아닌걸...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아냐,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길상, 뭔가 결연한 표정을 짓다가 일어서서 방밖으로 휙-나간다.



s#15. 동 객주 마당


길상, 옆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능금, 툇마루에 걸터 앉아 있다가 길상을 보고 벌떡 일어난다.


능금 : 길상아! 나하고 얘기 좀 하자.

길상 : 나중에 하자, 능금아. (대문 쪽으로 나가려는데)

능금 : (가로 막으며) 얘기 좀 하자니까?!

길상 : ...무슨?

능금 : 지난 밤에 내 멋대로 굴었던거 잘못했어.

길상 : ...!

능금 : 그치만 난 네가 좋은걸 어떡해. 니 맘이 구미호같은 한양기생년 한테 가 있든, 아님 난정이한테 가 있든

         난 꼭 널 배필로 맞을거야. 너도 알지? 내가 남의 주머니 잘 따는 거! 근데 내가 내 배필을 딴 년들한테 뺏길거 같애?!

길상 : ..능금아.

능금 : 됐어, 내 할 말 다 했어, 가봐. (휙-돌아선다)

길상 : (능금을 보다가 대문쪽으로 돌아서 가버린다)..

능금 : (돌아보며)...바보..길상이 넌 바보! 바보야!



s#16. 난정모 마당


난정모, 거의 완쾌된 안색으로 부엌에서 조촐한 밥상을 들고 나온다.

달래,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달래 : 아주머니.

난정모 : (보고 반갑게) 오, 달래로구나. 어서오너라. (밥상을 마루에 올려놓는다)

달래 : 아주머니 얼굴이 많이 좋아지신 듯 보여서 참 좋네요.

난정모 : 그래, 다 달래가 걱정해준 덕분이구나.

달래 : (둘러보며) 난정언니는요?

난정모 : 난정인, 부처님께 어미의 쾌차를 빌어준다고 어제 암자로 떠났어. 며칠 있어야 올게야.

달래 : 예에...

난정모 : 마침 잘 왔다. 밥을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안먹었으면 같이 한술 뜨자.

달래 : 그래도 되요?

난정모 : 그래, 없는 찬이지만 수저 하나만 더 올려놓으면 되는걸 뭐가 어렵겠니? 어서 들어오너라.



s#17. 동 난정모 방 안


밥상위에 밥이 다 비워져 있다.


달래 : (숭늉을 난정모에게 건네며) 숭늉드세요. 아주머니..

난정모 : (받으며) 그래, 고맙구나..

달래 :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난정모 : ..아니다..것 보다..네 오라비가 올해 몇 살이라고 했지?

달래 : 열아홉이에요.

난정모 : ..열 아홉? 딱 좋은 나이구나..에휴, 우리 난정이도 어서 마음 잡고 시집을 갔으면 좋으련만...

달래 : ...



s#18. 어느 초가 마당


길상,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길상,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보면 방문 앞 댓돌위에 갖바치가 만들어 준 난정의 운혜가 놓여있다.


길상 : (방문 앞으로 다가가)..난정아...

난정(E) : ...

길상 : ..난정아, 나야. 길상이..안에 있니..?

난정(E) : (갸날픈 신음소리)...음..


길상, 흠짓하여 방문을 연다.



s#19. 동 초가 방 안


길상, 방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 본다.

조촐한 소반위에 술병이 넘어져 있고..그 소반 옆에 난정이 옆으로 누운채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길상 : (놀라 방안으로 뛰어들어오는) 난정아!!

난정 : (고통스러운 신음만)..음..

길상 : (난정을 부축하며) 난정아. 정신차려! 왜 이러는거니?!

난정 : (눈을 뜨고)..길상아..괜찮아..(토악질이 올라오는 것을 참는)..우욱!


(짧은 시간경과)

길상, 난정의 입에 물사발을 대어준다.


난정 : (꿀꺽꿀꺽 마시고)..이제야, 살 것 같네...(미소)..우습지 않니? 기생이 되려는 계집애가

         술 몇잔을 이기지 못하고 토악질을 해대니..!

길상 : ...

난정 : 길상아, 헌데 내가 여기 있는거 어찌 알았니?

길상 : 내가 모시는 백도주께서 윤승후관한테 마련해준 집이야...

난정 : ...

길상 : ..들었어..니가 윤승후관의 소실로 들어가기로 마음 정했다는거..

난정 : ...그랬구나..

길상 : 난정아, 너 정말..승후관의 소실이 되려고 하니?

난정 : ..글쎄..그럴려고 했는데...(미소)..그 분..오늘 장가를 가셨어.

길상 : 응?..그게 무슨 말이야?

난정 : 그렇게 됐어. (길상을 보며)..길상아, 너 날 좋아하니?

길상 : (시선 피하며 긍정하는)...

난정 : 내가 남의 소실로 들어간다고 해도 날 좋아해 줄 수 있어?

길상 : ..난정아, 왜 하필이면 남의 소실로 들어가려고 하니?

난정 : ...!

길상 : (용기내어 보며)..난 너하고 너희 어머니..평생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도 있고..얼마간 재물도 있어..

난정 : 재물..?

길상 : ..그래. 백도주 어른이 그 정도는 내주시기로 했어.

난정 : 길상아, 예전 송도에서 동녀로 팔려간 나를 구해준거 평생 잊지 않을거야.. 이번에..우리 어머니 구해준 것도..

길상 : ...

난정 : 하지만 내 평생을 너한테 맡길수는 없어..아니, 그러고 싶진 않아.

길상 : ...

난정 : 니가 싫어서가 아냐..나도 널 좋아해..하지만 난 평생 먹을걱정 입을 걱정 안하고 사는 것만으로 내 빈가슴을 채울순 없어!

길상 : ...난정아..

난정 : ..난 앞으로 나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을거야..하지만 길상이 넌 내 곁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줬으면 좋겠어..

길상 : ...!!



s#20. 소격서 현판 외경



s#21. 동 소격서 객사 방 안


방백인,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금이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방백인, 금이를 힐끗 보고는 자리에 앉는다.


방백인 : 난 또 누구시라고? 경빈마마의 나인이시구만요?

금이 : (흘겨보며) 순 돌팔이 같으니라고.

방백인 : (묘하게 웃으며) 돌팔이라니요?!

금이 : 나더러 곧 승은을 입는다고 해놓고 아직도 나인신세를 못면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까 돌팔이지?

방백인 : 더 기다려 보시오, 곧 좋은 소식이 있을게요..헌데 무엇이 궁금하여 날 보러 오시었소?

금이 : 우리 마마께서 회임을 하시었소.

방백인 : (흠짓 놀라며) 경빈마마께오서 회임을요?!..

금이 : 그렇소..

방백인 : 또?!

금이 : (발끈) 아니, 이 작자가?!

방백인(E) : 허, 경빈께오선 사주에 쓰인대로 슬하에 일남이녀를 다 보시었는데 또 회임을 하셨다? 허어, 거 참!

금이 : (봉투를 꺼내 내밀며)..마마께오서 이르시길 이 속에 상감마마와 경빈마마의 합궁일과 시가 적혀있으니

         이번에 아드님을 낳으실지 따님을 낳으실지 알아오라 하셨소.

방백인 : (봉투를 건네받아 그 속에 적힌 일시를 보며 중얼댄다)...계미(癸未) 축시 (丑時)라..

            (눈감고 생각하다가 눈을 번쩍 뜨며) 왕자아기씨이옵니다.

금이 : (기쁜) 정말이오?

방백인 : 하오나, 황송쩍사옵게도 기뻐하실 일만은 아니지요!

금이 : 그게 무슨 말따위요?!



s#2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뭬야, 잉태한 태아에 액운이 끼어 살풀이 굿판을 벌어야 한다고?!

금이 : ..예..여쭙기 불경스러운 말이나 그자가 분명 그리 말했사옵니다.

경빈 : (표정 굳어지며) 음, 액운이라..필시 중전께서 교태전에 버티고 앉아 계신게 액운일게야..

         (잠시 생각하다가) 암, 해야지! 자식을 위해서 에미가 살풀이 굿판이 아니라 무엇인들 못하겠느냐?! 암, 하구말고!



s#23. 중궁전 방 안


중종, 윤비 앞에 앉아있다.


중종 : 중전, 대비전에서 꾸중을 들으셨다구요?

윤비 : 경빈이 낙상한 일로 대비마마께오서 심기가 불편하셨던 모양이옵니다. 신첩에게 자중하라는 분부를 계셨사옵니다.

중종 : 과인이 양어의에게 듣자니 뱃속의 태아에게는 아무 지장이 없다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려.

윤비 : 예. 신첩도 경빈이 왕자를 생산하길 발원드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과인은 중전께서 어서 회임하시어 원자에게 대군 아우를 보게 해주고 싶구려.

윤비 : 망극하옵니다.

중종 : 과인이 오늘, 둘째 처남의 혼사에 선전관을 보내 어사주를 내렸소.

윤비 : 신첩의 가문을 보살펴주시는 성은에 황감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s#24. 윤원형 처가집 마당 초례청 몽타쥬


1)초례상에 기러기(木雁) 한쌍이 놓여있다.

사모관대를 입은 윤원형이 초례상 한편에 서 있다.

차일이 쳐지고 멍석이 깔린 초례청 마당에 김전과 김안로, 김안수(*김씨 父)와 강 씨(김씨母)를 비롯한 신부측 김씨일문과

윤임과 윤임처, 윤원로, 임서방등등 신랑측 하객과 구경꾼들이 모여서있다.

화관에 원삼을 입은 김씨가 배천댁의 인도를 받으며 등장하면 그 곱고 얌전한 자태에 웅성거리며 탄성을 자아내는 사람들.

윤원형, 김씨의 미모를 슬쩍 보고는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피어난다.

2)'신랑, 신부 교배-' 소리에 따라 맞절을 하는 윤원형과 김씨.

3)합환주를 교환하는등..혼례 절차가 이어지면서..

윤임이 김전과 김안로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윤임 : (김전에게) 좌찬성 대감, 혼인날 일기가 참으로 좋사옵니다. 일난풍화하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사오니

         모두 다 대감의 홍복이시옵니다.

김전 : 손녀딸의 혼사에 판부사께서 이렇듯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시니 고맙소이다.

윤임 : 허허, 별말씀을요...손녀따님은 요조숙녀이옵고, 신랑 또한 헌헌장부이니 참으로 어울리는 배필이 아니겠사옵니까?

김안로 : 예, 전하께오서 이번 혼사에 어사주까지 내려주셨사오니 앞으로 두 집안에 무량대복이 깃들 것이옵니다.


윤임,김전,김안로가 다시 초례청쪽을 돌아본다.

희희낙락하는 윤원형과 얌전하게 두눈을 내리깔고 있는 김씨의 모습에서.



s#25.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옥매향, 견마를 잡힌 나귀를 타고 와서 내린다.

심퉁이, 옥매향을 대문 안으로 인도하여 들어가는데.


박희량 : (옥매향쪽으로 오며 헛기침) 험,험!

옥매향 : (돌아보며) 뉘신디요?

박희량 : 이 사람은 박희량이라고 하오. 예의가 아닌줄은 잘 아오만..긴히 묻고자 하는 바가 있어 걸음을 잡았소.

옥매향 : 물어보시라요.

박희량 : 혹시 난정 낭자의 행방을 모르시오?

옥매향 : (의아)..난뎡 낭댜..요?

박희량 : 그렇소, 내 며칠새 난정낭자를 보기위해 이 기방주변에서 지켜봤건만 도통 걸음을 하지 않는구려.

옥매향 : 난뎡이래, 오마니 병수발 때문에 당분간 기방튤입을 하디 못할거야요. 나듕에 탸댜오면 기별을 드릴테니

            서방님 거텨를 알려주시라요.

박희량 : 내 가친께서 이조참의를 지내셨으니 저동 박참의댁을 찾아 기별을 주시오. 그럼...(돌아서서 간다)

옥매향 : (박희량의 뒷모습 보며) 턈으로 훤틸하게 생기신 서방님이시구나?

심퉁 : 아씨, 그런 소리마서유. 저 서방님이유, 도총관댁 정렴인지 뭔지하는 망나니 데련님 친구분이서유.

옥매향 : 기래?..녜의범뎔도 깍듯하신게 불한당가티 보이딘 않는데...?


옥매향, 갸웃하며 보다가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26. 동 자운아 기방 마당


옥매향, 심퉁이를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자운아 : (안채쪽에서 나오며) 매향아..이뎨오네?

옥매향 : 네, 오마니. 시됴라는 거이 배울수록 오묘한 맛이 나는거 가타요. 오늘 배운 시됴한수 읊어드려요?

자운아 : 시됴는 나듕에 듣기로 하고 에미가 긴히 할 말이 있으니끼니 들어오라우.

옥매향 : 예, 알았시요. (안채 대청으로 올라선다)



s#27.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옥매향, 앞에 앉아있는 자운아를 동그랗게 눈을 뜨고 본다.


옥매향 : 오마니, 머리를 올리라니요? 고거이 무슨 말이야요?

자운아 : 기럼, 늙어 뚀그랑 할마이가 될때까디 동기로 있을셈이네? 더 나이들기 뎐에 머리 올리라우.

옥매향 : 내레 싫어요, 오마니.

자운아 : 싫킨?! 텬하 명기되갔단 에미나이래 사내품을 무서워해서 어떡하갔어?

옥매향 : 사내 품이 무서운게 아니라, 내레 평생 뎡인 한사람만 품고 살갔시오.

            기런데 아딕 내 맘에 드는 뎡인을 못만났단 말이야요!

자운아 : 텰딱서니 없는 소리하디도 말라우. 조선 퇴고의 명기라는 황디니도 한 사내만으로 살디 않았어! 소튠풍도 마탄가디고.

옥매향 : ...길티만..

자운아 : 댜고로 사내란 속을 알수가 없는 딤생이야, 기러니끼니 사내를 많이 겪어 봐야 옥석을 가릴수 있는거이야..

            나듕에 딘땨 네 뎡인이 될만한 사람을 만나면 그때부터 뎔개를 지키면 되는거이야. 기러니 에미 말대로 하라우.

옥매향 : ....

자운아 : 에미 생각엔 판부사대감 아니면 백됴듀 두분 듕에 한 분한테 청을 드릴라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네?

옥매향 : (빽-) 오마닌, 싫다니까 기래요! 내레 몸을 바틸 사내는 내 뜻대로 고르갔시오. 기러니 다신 고런 소리 마시라요!

자운아 : 요, 에미나이래..에미말 들으라니끼니!

심퉁(E) : 마님, 난정 아씨 오셨시유.

옥매향 : (반갑다) 난뎡이?



s#28. 동 기방 안채 방밖 마당


난정과 심통이 대청 앞에 서 있는데 옥매향, 안방 문을 열고 나온다.


옥매향 : (반갑게 내려와 난정의 손을 잡으며) 난뎡아, 오마니는 괜탾아디신거이야?

난정 : 많이 좋아지셨어.

자운아 : (뒤따라 나오며) 기래? 기럼 이뎨부터 다시 나올수 있는거이니?

난정 : 예...아주머니, 저 이틀만 여기서 신세를 져도 될까요?

옥매향 : 기럼, 되고 말고. (자운아 돌아보며) 길티요 오마니?

자운아 : 맘대로 하라우.

옥매향 : 잘됐어, 난뎡아 우리 같이 댜면서 기동안 밀린 뎡담이나 나누자우.

            (난정의 손을 잡아 끌며) 댜, 아랫방으로 가자우. (가는데)

자운아 : 난뎡아!

난정 : (돌아보며) 예?

자운아 : (뭔가 말하려다가)..아니야, 나듕에 보자우.

난정 : 예. (옥매향의 손에 끌려 아랫방으로 들어간다)

자운아 : (난정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s#2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찻상이 놓여있고 건너편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오상궁, 내의원에 일러 경빈전에 탕약을 지어보내란 것은 어찌 되었는가?

오상궁 : 마마의 분부대로 거행하였사옵니다.

윤비 : 잘했네.

엄상궁 : 중전마마, 이 늙은 것은 아직도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엄상궁을 자애롭게 보는)...무엇을 모르겠단 말인가?

엄상궁 : 경빈이 토혈한 후 피묻은 수건을 복성군에게 전해준 일은 크게 문책하오심이 마땅할 일이온데

            중전마마께오선 어찌 지켜보고만 계시옵니까?

윤비 : (미소) 자네들도 내가 사사로운 투기심에 후궁전을 엄히 다스린다고 생각하는가?

엄상궁 : 천부당 만부당이시옵니다. 중전마마를 가장 곁에서 뫼시는 저희들이 어찌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내명부의 기강과 법도가 바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중궁전이 추상같이 지엄하거나, 존경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일세.

         내 그동안 회초리를 손에 든 것은 내명부의 무너진 기강을 단시일에 바로 세우기 위함이었네..

         이제는 어느정도 기틀이 잡힌 것 같으니 당분간 회초리를 놓고 지켜볼 작정일세.

오상궁 : 하오나, 이번 경빈전의 행실은 자애로움만으로는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 나도 아네, 조금 더 지켜보세. 내게 다른 생각이 있네.

엄,오상궁 : 예.

윤비 : (찻잔들어 마시고)..엄상궁, 지난번 죽동궁에 보내라는 쌀과 피륙은 어찌되었는가?

엄상궁 : 예, 사람을 시켜 보냈사온데 폐비가 죽동궁을 비우신터라 전하지 못했다 들었사옵니다.

윤비 : ..그 분이 어딜 갔을꼬?

오상궁 : 중전마마, 죽동궁의 폐비를 도우시다가 괜한 구설수에라도 오르실까 걱정 되옵니다.

윤비 : 신씨가 비록 폐위되어 사가로 쫓겨가셨다고는 하지만 분명 이 교태전의 주인이셨네.

         또한 연산군에 충절했다는 이유로 그 분의 일족이 모두 참살되셨으니 얼마나 외로우시겠는가?..

         내 그 분의 뒤를 이어 교태전의 안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 그 분을 돕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엄,오상궁 : ('그 깊은 뜻에')...!



s#3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다과상 건너편에 희빈과 창빈이 앉아있다.


희빈 : 경빈, 간담이 얼마나 내려앉으시었소? 그래도 복중의 태아가 무사하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창빈 : 회임한 산부는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하셔야하옵니다.

경빈(E) : (창빈쪽을 노려보며) 흥! 가증스럽게..중궁전에 고변을 해놓고서 이제 와서 조심을 하라?! 허, 요런!

창빈 : (경빈을 보며) 왜 그리 보시옵니까?

경빈 : (표정 수습하며) 아,아닙니다. (다과를 권하며) 자, 어서들 드세요..

금이(E) : (방밖에서) 경빈마마, 중궁전에서 보내신 탕약이옵니다.

경빈 : 들이거라.

금이(E) : 예.


방문이 열리고 금이, 소반위에 약사발을 들고 들어온다.


희빈 : 호, 경빈을 눈엣 가시처럼 여기시는 중전마마께서 어인 일로 탕약을 다 내리셨을까요?

창빈 : 오해십니다, 희빈. 중전마마께오선 저희들을 괴이시는 마음으로 회초리를 드시는게지요.

금이 : (약사발을 들어 경빈 앞에 바친다)..드시옵소서.


경빈, 약사발을 들어 마시려다가 휙 팽겨쳐버린다. 방바닥에 뒤집어지는 약사발.


희빈 : (당황하여) 겨,경빈, 왜이러시오?!

창빈 : (놀라다가 굳어지며) 경빈, 어찌 이리 무례할 수 있습니까? 중궁전에서 내리신 탕약을 팽겨쳐버리시다니요?

경빈 : (창빈을 쏘아보며) 창빈. 이제 그만 본색을 드러내세요!

창빈 : 본색이라니요?

경빈 : 창빈께서는 중궁전 쪽인지 후궁전 쪽인지를 분명히 하란 이 말씀입니다!

창빈 : 아니, 대체 그 무슨 말씀이요? 전하를 뫼시고 중전마마를 받들어 뫼시는 후궁들이 니쪽 내쪽이 어디 있단 말이오?

경빈 : 허! 창빈이 중궁전의 눈과 귀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걸 내 모를줄 아시오?

창빈 : 뭬요?

경빈 : 그래, 중전마마의 총애를 받아 창빈의 소생인 덕흥군을 중전마마의 수양아들로 들이면

         덕흥군이 세자책봉이라도 받을수 있을줄 아시오?!

창빈 : (울그락 불그락) 뭬,뭬요?! 대,대체...!

희빈 : 아이 참, 왜들 이러시는게요? 그만들 하세요..아랫것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경빈 : 중전마마께서 분명 우리의 웃전이기는 하나 이미 원자가 계시옵니다.

          후사도 없고 조정에 받쳐줄 세도 없으신 중전마마께서 언제까지 우리의 웃전 노릇을 하실거라 생각하시오?

창빈 : 듣자 듣자 하니 말씀이 방자하시옵니다!!

희빈 : (눈동자 굴리며 양편의 표정을 살피는)...!

경빈 : 그러니 처신을 똑바로 하시란 말씀입니다!

창빈 : 내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이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겠지요! (노려보며 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희빈 : (창빈 뒷모습 보며) 창빈,창빈...(부르다 경빈 돌아보며) 경빈, 어쩌자고 그리 심한 말씀을 하시었소?

경빈 : (비웃음) 흥, 중궁전에 고할테면 고하라지요. 복중의 태아가 있는 한 내 그리 쉽게는 당하지 않을겝니다...

         (하다가 찡그리며 아랫배를 쥔다)..

희빈 : 왜 그러시오, 경빈?

금이 : 괜찮으시옵니까, 마마.

경빈 : (고통 참아내고는 한숨을 쉰다)..괜찮다..

희빈 : (의아하게 보는)...!



s#31. 당추 암자 마당


당추, 손에 고사리 한무더기를 들고 계단위로 올라온다.


동자승 : (합장인사를 하며) 이제 오십니까, 스님.

당추 : 오냐, 산에 고사리가 지천이더구나. (고사리 무더기를 동자승에게 건넨다)


당추, 방쪽으로 가려다가 법당 쪽을 보면 열린 법당 문 안쪽으로 절을 올리는 소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법당 앞에는 여인의 몸종, 언년이가 서있다.


당추 : 법당안에 계신분은 누구시더냐?

동자승 : 불공을 드리러 오신 보살님이시온데 말투나 행동거지가 예삿분처럼 보이지 않으셨사옵니다.

당추 : 음..!



s#32. 동 암자 방 안


당추와 소복을 입은 여인, 폐비 신씨가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폐비신씨 : (미소)..이곳에 몇 달 머물면서 지아비를 위한 불공을 드리려고 하는데 허락해 주실런지요?

당추 : 예, 부처님께오선 누구라도 받아주시는 분이시니 편하신 만큼 머무시지요.

폐비신씨 : (합장하며) 고맙사옵니다, 스님.

당추 : 예, 그럼 소승은 이만...(합장을 하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33. 동 암자 방밖 마당


당추, 방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와 법당쪽으로 걸어간다.


당추 : (다가오는 동자승에게) 원아, 마마께오서 불편하신 점이 없게 잘 뫼시거라.

동자승 : 예에? 마마라니요, 스님?

당추 : 아,아니다..(방쪽을 돌아보며)..나무관세음보살...



s#34.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툇마루에 앉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고 있는데.


백치수 : (마당으로 들어오다 보며) 네 이년! 왜 우두커니 앉아있는게냐?!

능금 : (움찔 놀라 일어서며)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요? 나 귀 안먹었소!

백치수 : 내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일렀거늘 시킨 일은 다 마쳤더냐?!

능금 : (퉁명) 그렇소.

백치수 : (의외) 뭐야?

능금 : 못 믿겠으면 아저씨한테 물어보시오.

송서방 : (뒷곁에서 나오며) 어르신 나오셨사옵니까?

백치수 : 송서방, 정녕 이 아이가 오늘 일을 마쳤던가?

송서방 : 예, 오늘 들어온 물목을 다 맞추어 놓았습니다.

능금 : (삐죽)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큰 소리야..

백치수 : 음!..(능금보다가) 들어오너라. (아랫방 쪽으로 들어간다)



s#35. 동 객주 아랫방 안


방바닥에 언문책 한 권이 놓여진다.


백치수 : 능금아, 오늘부터 글을 읽히도록 해라.

능금 : (영문 몰라) 글이라니요? 이두 말이요?

백치수 : 이두가 아니라,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언문 말이다.

능금 : 이두건 언문이건, 이제껏 까막눈으로두 불편함 없이 살아왔는데 새삼스럽게 문자는 깨우쳐서 무엇하오?!

백치수 : 무엇하다니? 이 객주에서는 천 팔백 스물 세가지의 물건을 다루고 있다.

             네게 총기가 있다한들 어찌 그 많은 물목의 수량과 값어치를 외울수 있겠느냐?

능금 : (놀라는) 물건이 그리도 많소?

백치수 : 허니 문자를 깨쳐 치부책을 쓰고 볼 줄 알아야 할 것이야.

능금 : ..귀찮게시리 문자를 깨치는것보다 내 천 팔백가지 물목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외우는게 빠르겠소.

백치수 : 어허, 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약조를 벌써 잊었더란 말이냐?

능금 : (찔끔)...

백치수 : 언문이 어렵지 않거니와 송서방이 도와줄게다.

송서방(E) : (방문밖에서) 어르신, 장통교 기방에서 사람이 왔습니다요.



s#36. 동 객주 마당


백치수가 방밖으로 나오고 그 뒤를 따라 능금이 나온다.

송서방 옆에 서 있는 심퉁이.

능금, 심퉁을 곱지 않게 노려본다.


백치수 : 무슨 일이냐?

심퉁 : 자운아 마님께서 오늘밤 도주어르신께서 들러주셨으면 하셔유.

백치수 : 오늘밤?

심퉁 : (자신을 노려보는 능금의 시선을 피하며) 예, 뵈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으시대유..

백치수 : (끄덕이며) 알았다, 내 걸음을 하겠다고 전하거라.

심퉁 : 예. (능금을 힐끔 보며 재빨리 대문쪽으로 나간다)

능금 : 도주아저씨, 기방 갈 때 절대 길상이 데리고 가면 안되오?

백치수 : (미소) 오냐, 나도 약조를 지키마.



s#37. 자운아 기방 외경 (밤)


내걸린 청사초롱 위로 가야금소리와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s#38. 동 기방 안채 방 안 (밤)


윤임, 김안로, 윤원로가 술을 마시고 있다.

자운아가 상석의 윤임 옆에 앉았고 탄금과 향심이가 사이에 끼어앉았다.


자운아 : 승후관 나으리께서 댱가를 드실듈은 알았디만 이리 번갯불에 콩궈먹듯이 날래 가실듈은 텬만 뜻밖이구만요?

윤임 : 허허, 그리 됐네. 지금이면 신방에 들었겠구만? (농조) 노총각이 첫날밤을 잘 치룰지 걱정이구만.

윤원로 : 숙부님, 그런 걱정 마시옵소서. 내 아우가 글재주가 없어 축문 쓸 정도밖엔 글눈이 트이지 못했지만

            치마끈 푸는데는 이골이 났으니 첫날 밤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이옵니다. 하하.

김안로 : (어처구니 없지만 웃어주며 한잔 마신다) 허허허.

옥매향(E) : (방밖에서) 매향이옵네다.

윤임 : (눈이 번쩍 뜨이며) 오, 오냐 어서 들어오너라!

옥매향 : (방안으로 들어와 큰 절을 올린다)..옥매향이라 하옵네다.


윤원로, 옥매향의 미색에 입이 쩍 벌어진다.


윤임 : (김대감 보며) 어떻소이까?

김안로 : 허, 일찍이 소동파가 매화를 얼음같이 맑은 혼과 구슬처럼 깨끗한 골격을 지닌 꽃이라 일컬었는데

            저 아이를 보니 이제야 그 말 뜻을 알 것 같소이다.

윤원로 : (홀린 듯 보며) 참으로 일편단심..일편단심이 아깝지 않사옵니다. (목이 타는 지 술한잔 벌컥 마신다)

윤임 : ...?

자운아 : 매향아, 뭐하네? 어르신들게 튬 한댜락 펼텨 보여 드리디 않고?! 탄금아, 가야금 둄 타라우.


탄금, 가야금을 가져다가 연주를 하면 옥매향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윤임, 김안로, 윤원로가 넋을 놓고 옥매향을 본다.

자운아, 슬쩍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간다.



s#39. 동 기방 마당 (밤)


자운아,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심퉁이 다가온다.


심퉁 : 마님, 백도주 어른이 오셨시유.

자운아 : 오, 기래?

심퉁 : 예, 아랫방에 뫼셨구먼유.

자운아 : (중문 안으로 들어서는 난정을 보고) 난뎡아.

난정 : (다가오며) 예, 아주머니.

자운아 : 닌사시켜드릴 분이 오셨으니끼니 따라오라우.

난정 : 예?



s#40. 동 기방 아래채 방 안 (밤)


백치수, 술상앞에 앉아 자작으로 술을 마신다.


자운아(E) : 됴듀어른, 이년 들어가도 되올런디요?

백치수 : 들어오게나.


방문이 열리고 자운아와 그 뒤를 따라 난정이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자운아 : 난뎡아, 인사 올리라우. 됴선 퇴고의 거상이신 백도듀 어르신이야.

난정 : (큰 절을 올린다)..인사드리옵니다. 난정이라 하옵니다.

백치수 : (보며) 난정?..허면 윤승후관이 소실로 맞아들이려던 그 아이 아니던가?

난정 : (흠짓하고)...!

자운아 : 거야 승후관 나으리의 생각이시디요..오늘 댱가를 드신 분이 어띠 텹실을 맞아들이시갔습네까?

백치수 : 음!!

난정 : ...

백치수 : 헌데 자네가 이 아일 내게 인사 시키는 까닭이 뭔가?

자운아 : 나으리께서 난뎡이의 머리를 올려듀실 의향이 있으신디 해서 뫼셨습네다.

난정 : (당혹스럽게 자운아를 보는)...?!

백치수 : 머리를 올려달라?

자운아 : 예, 백됴듀 어른께서 머리 올려듀는 값만 후히 티뤄듀시면 이 에미나이래 머리를 올려듀실수 있을꺼야요.

백치수 : (난정을 보며) 난정이라 했느냐?

난정 : 예.

백치수 : 내 너에게 평생 원없이 쓸수 있는 재물을 준다면 오늘밤 내 잠자리 수청을 들겠느냐?

난정 : ....

자운아 : 난뎡아, 뭐하네? 얼른 대답드리디 않고?

백치수 : 어떠냐? 내 잠자리 수청을 들겠느냐?

난정 : 어르신께서 이년이 평생 쓰고도 남을 재물을 주신다하여도...거절하겠사옵니다.

자운아 : 뭐이 어드레?..난뎡아..너 댸물과 권세를 위해선 뭐든 다하겠다고 하디 않았네?

난정 : ...

백치수 : 거절하겠다?..내 그 까닭을 물어보아도 되겠느냐?

난정 : 이년도 재물과 권세가 탐이 나옵니다. 허나 어르신의 재물은 장사꾼의 재물일 뿐이옵니다.

백치수 : 장사꾼의 재물?

난정 : 예, 아무리 재물이 많다한들 장사꾼은 양반들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지 않사옵니까?

         이년은 그런 재물은 탐나지 않사옵니다.

백치수 : 허허허, 됐다. 나가보거라.

난정 : 예. (조아리고 방문을 열고 나간다)

자운아 : (빙긋 웃으며) 됴듀어른, 난뎡이래 어떻습네까?

백치수 : 허허허, 저 아이...자운아 자네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을걸세.

자운아 : (흡족한 듯)..길티요?

백치수 : 헌데 자네 딸 매향인 어쩌고 난정이란 아이에게 이 기방을 물려주려는겐가?

자운아 : (한숨 폭)...우리 매향이래 고저 뎨 맘대로 튬튜고 사는 예기가 될디언뎡

            이 에미하고는 가는 길이 다른걸 어카겠습네까?

백치수 : 난뎡이란 저 아이, 눈빛이 좋구먼..잘 키워보게나!

자운아 : 고맙습네다, 이년이 술 한댠 따라드리갔시요. (술병 들어 한잔 따르면)

백치수 : (단숨에 들이킨다)...!



s#41. 동 기방 뒷 곁 (밤)


난정, 뒷곁으로 걸어온다.

난정, (옥매향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s#42. 달(INSERT)



s#43. 남소문 객주 마당 (밤)


길상, 툇마루에 앉아 단소를 불고 있다.

달래, 길상 옆에 앉아 달을 보고 있다.


능금 : (방에서 나오며) 달래야, 너 안울어?

달래 : 울다니요?

능금 : 너 달을 볼 때 마다 엄마 생각난다고 울었잖아?

달래 : (미소) 이젠 안울어요..진짜 울 엄마 같은 분을 만났소. 이젠 엄마 보고싶을 때마다 뵈러 갈 수 있으니 괜찮아요.

능금 : ..?



s#44.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밤)


난정과 옥매향, 이불속에 누워있다.


난정 : (말똥말똥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있다)...

옥매향 : (보며) 난뎡아, 무슨 생각하네?

난정 : (옥매향을 돌아보며 미소) ..이렇게 누워있으니 어릴적 생각이 나서..

옥매향 : (미소) 기래..너 송도로 떠나보내고 내레 턈 많이 울었어..

난정 : ...

옥매향 : 넌 기래도, 송도 가서 평생의 뎡인을 만났으니 뜻을 이룬게디.

난정 : (보며) 평생의 정인?..누구?

옥매향 : ..길상 툥각이래 아니네?

난정 : (미소만)...

옥매향 : (갸웃) 아니네? 거 턈, 이상하다..길상툥각이래 너를 꼭 길케 생각하고 있는 거 같두만?

난정 : ...

옥매향 : (보다가) 아 턈, 낮뎨 참의댁 데련님이 너를 탸댜왔었드랬어. 고 데련님하고는 어케 아는사이네?

난정 : 몰라..하지만 어떤 사내든...(결연한)...난, 아무에게도 내 마음을 맡기지 않을 거야!

옥매향 : ...



s#45. 윤원형 대문 외경 (낮)



s#46.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윤원형과 김씨, 윤지임에게 큰 절을 올린다.

윤지임 옆에 앉아있는 윤원로.


윤지임 : (김씨를 흡족하게 보며)..아가, 아들을 쑥쑥 낳아 윤씨가문의 자손을 번창하게 하고

            네 서방 내조를 잘하여 입신양명케 하거라.

김씨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윤원형 : 아버님, 아무걱정 하지 마시옵소서, 소자 조만간 과거에 급제하여 가문을 빛낼 것이오며,

            (김씨를 보며) 이 사람도 효부, 열녀문을 받아 대대손손 이름을 빛낼 것이옵니다.

윤원로 : 너무 자신하지는 마라.

윤원형 : (슬쩍 흘겨보는)...

윤지임 : 하나 남은 자식놈까지 장가를 보내고 나니 먹지 않아도 배가 든든하구나.

윤원로 : 예, 아버님, 이젠 아버님 차례시옵니다. 앞으로 새장가를 드시던 첩을 들이시건 누가 뭐래겠사옵니까?

윤지임 : 험,험..얘야 새 며느리 앞에서..그 무슨 말뽄새가 그러냐?

윤원로 : 제수씨, 내 아우가 심지가 굳지 못하니 제수씨께서 다잡으셔야 할 것이오. 특히 일편단심! 이 말엔 절대 속지 마시오.

김씨 : ..예에?

윤원형 : (김씨 눈치 보며)..형님!

윤원로 : (미소) 알았다, 대신 백공단 열두필 잊지 마라.



s#47.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


윤원형, 김씨의 손을 맞잡는다.


윤원형 : 허허, 부인께선 어찌 이리 고우시오? 장모님께오서 부인을 낳으신 것이 아니라 꼭 토해내신 것 같구려.

김씨 : (손을 빼며) 서방님,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윤원형 : 체통이라니요? 내 늦장가를 들었으니 후사를 일찍 봐야되지 않겠소?

김씨 : 소첩이 회임하기 좋은 날을 받아 택일을 하여 서방님을 뫼시겠사옵니다.

         허니, 서방님께선 그 날 이외에는 과거공부에 전념하시도록 하세요.

윤원형 : ...?!



s#48. 동 윤원형 별채 마당


윤원형, 별채 방쪽에서 나오다가 방문쪽을 휙 돌아본다.


윤원형 : ..아무리 내 안해라지만 사대부가의 규수라 그런지 대하기가 껄끄럽구먼.


윤원형, 입맛을 쩝쩝 다시며 중문쪽으로 나간다.



s#49. 갖바치 마당


갖바치, 작업대위에 앉아 작업중이다.

방백인과 당골네가 툇마루에 앉아있다.


방백인 : 이 여편네야, 지금 소격서에선 날마다 굿판이 벌어지는데 집구석에만 틀어 박혀 있을거야?

당골네 : 그럼 어쩌오? 내 임잘 만난뒤로 신기가 사라져 작두날위에 올라타지를 못하는데..

방백인 : 아이구 배야, 일은 내가 다 성사시켜 놓고 재물은 애꿎은 무당년놈들이 챙겨가니..

갖바치 : 대체 소격서에선 무슨 굿판이 벌어지는겐가?

방백인 : 경빈마마의 아드님 순산을 비는 살풀이 굿이요.

갖바치 : 음!..이 사람아, 술사가 권세가댁을 드나들어서 좋을게 없네.

            권세가들이 술사의 길흉화복 점궤를 쫓을 때 혹세무민이 되는게야. 내 말 명심하게.

방백인 : (갖바치 쪽으로 다가가며) 형님, 혹세무민이라니요?! 내 그럴만한 배포도 없고 연줄도 없소.

당골네 : (삐죽대며 보는데)...


난정, 대문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당골네를 손짓으로 부른다.

당골네, 눈이 번쩍하여 갖바치와 방백인의 눈치를 보며 대문쪽으로 간다.



s#50. 성문 앞 길


말을 탄 정윤겸이 군사들을 이끌고 성문을 들어오고 있다.


중종(E) : 함경도 절제사 정윤겸에게 오위도총부 도총관직을 제수하노라.



s#51. 대궐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윤겸이 앉아있고

그 뒤로 정광필, 안당, 홍경주, 남곤, 심정, 이장곤, 김안로, 조광조가 앉아있고 승지가 윗목에 앉아있다.


중종 : (정윤겸에게) 그 동안 변방에서 야인들의 획책을 진무하고 백성들의 생업을 보살피느라 노고가 크시었소.

         이제 과인의 곁에서 과인을 보필해주시오.

정윤겸 : 황감하옵니다, 전하.

중종 : 그래, 변방의 사정은 어떠하오?

정윤겸 : 야인중 속고내란 자가 있어 압록강을 건너와 백성들과 가축들을 약탈하는 일이 잦사옵니다.

            신이 그자를 포획하려 하였사오나 워낙 군사가 모자라 잡기가 어려웠사옵니다.

            청컨대 조정에서 군사를 내어 속고내의 무리를 도모하여 주시오소서.

중종 : 과인이 속고내의 일로 여러번의 장계를 받은 바 있소. 영의정은 조정중신들과 논의하여

         속고내를 잡을 계책을 제시토록 하시오.

정광필 : 예, 전하.

정윤겸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s#52. 대궐 일각


정윤겸, 걸어오는데 반대편에서 윤임이 반갑게 다가온다.


윤임 : 대감! 이게 얼마 만이옵니까?!

정윤겸 : 판부사 대감, 그간 기체 대안하시었소이까?

윤임 : 예! 대감께서 오셨단 기별을 듣고 내 한걸음에 달려오는 길이옵니다. 참으로 잘 오시었소이다!

정윤겸 : 이 사람을 이리도 반갑게 맞아주시니 고맙소이다.

윤임 : 허허, 대감, 이럴게 아니라 퇴궐하여 회포라도 푸시지요. 이 사람이 뫼시겠사옵니다.

정윤겸 : 아니올시다, 이 사람은 먼저 들러볼 데가 있소이다.

윤임 : 허, 이거 참..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이 사람 생각만 하였사옵니다.

         몇 년만에 돌아오셨으니 우선 댁부터 들러보셔야 하심이 마땅하거늘..허허.

정윤겸 : ...



s#53. 정윤겸 집 안채 마당


박씨를 비롯한 옥련과 정렴, 그리고 양평댁과 하인들이 도열하여 섰다.


박씨 : (초조한듯)..대감께오서 벌써 입궐하셨다던데, 왜 이리 늦으시는겐지?

옥련 : 상감마마의 알현이 길어지시는게지요. (정렴쪽 힐끗 보며) 아버님께오서 돌아오시어

         이제 오라버니께서 기방출입을 못할테니 어쩌지요?

정렴 : (인상)..시끄러워!..기집애가 뭘 안다고?

배서방(E) : 마님-마님-

박씨 : (돌아보면)..

배서방 : (대문안으로 급하게 들어와 박씨쪽으로 달려와 조아린다)

박씨 : (반갑게 보며) 오, 그래. 대감께오서 지금 오시는겐가?

배서방 : (난처한)..그것이 아니오라, 대감마님께오서 진즉 퇴궐하셨다 하옵니다.

박씨 : 허면 대감께오서 집으로 안오시고 어디로 가셨단 말인가?!

배서방 : ..그게, 저...가마와 구종별배까지 물리치시고 미복차림으로 퇴궐하신지라 대감마님의 행적이 묘연하다 하옵니다.

박씨 : 뭬야?!

옥련,정렴 : (의아하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박씨 : (생각하다가 '혹시?!'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54. 윤원형 집 사랑채 안


윤원형, 연상위에서 책을 뒤척이다가 탁 덮는다.

윤원형,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는 얼굴위로 난정의 쌩끗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윤원형(E) : 내 혼례 전날밤이라도 난정일 찾아갔어야만 했어..그랬더라면 이리 아쉽지 않았을 것을! 허, 참!

임서방(E) : 작은 서방님.

윤원형 :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임서방(E) : 지난번에 왔던 아낙이 서방님을 뵙자고 합니다요.



s#55. 동 사랑채 마당


임서방과 당골네가 서 있는데 윤원형이 방문을 열고 나온다.


윤원형 : (반갑게) 오, 자네가 웬일인가?

당골네 : 난정 아씨께서 보내셨사옵니다.

윤원형 : (기대감에) 오, 그래? 난정이가?!

당골네 : (품에서 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꺼내며) 이것을 전해 드리라 하였사옵니다. (건넨다)

윤원형 : (받으며)..이게 무엇인가?..(펴보면 一片丹心이 적힌 각서다)...?!

당골네 : 허면 쇤네 이만 물러가옵니다.

윤원형 : 이,이보게- 지금 난정이가 어디있는가?

당골네 : ..쇤네는 모르옵니다. 그저 전해드리란 말씀만 들었을 뿐이옵니다.

윤원형 : ...!!



s#56. 난정모 집 마당


난정모, 빨래를 걷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정윤겸,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정윤겸 : (보고)..초희야.

난정모 : (고개 돌려 보다가 정윤겸을 알아보고 빨래를 떨군다)..대,대감마님!



s#57.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정윤겸에게 큰 절을 올린다.


난정모 :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대감마님...쇤네 대감마님을 뵈오니..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같사옵니다..

정윤겸 : (난정모의 손을 쥐며)..자네도 많이 늙었구먼..

난정모 : (소리 없는 흐느낌)..대감마님..

정윤겸 : ..헌데 난정이는 어딜 갔는가?



s#58.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밤)


난정, 가야금 앞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난정의 얼굴위로.


난정(E) : (자기 확신을 하듯)..올것이야, 반드시 올것이야. 놓친 고기가 커 보이는 법이니 반드시 나를 찾아 올것이야!

심퉁(E) : (방문 밖에서) 난정 아씨- 승후관 나으리께서 찾아오셨사옵니다.

난정 : ('그럼 그렇지!' 방문쪽을 돌아보며 쌩끗 미소)...!!



s#59. 동 아랫방 밖 마당 (밤)


난정의 실루엣이 비추고 있는 방문 앞에 심퉁이 서 있다.

윤원형, 심퉁의 뒤편에 서서 방안을 주시한다.


심퉁 : 아씨-좀 나와 보셔유.

윤원형 : (답답한지 방문 앞으로 나서며) 난정아-내다. 내가 왔다.

난정(E) : 내라니요? 이년은 내라는 분을 모르옵니다.


윤원형, 답답한지 입술을 깨물다가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60. 동 아랫방 안 (밤)


난정, 짐짓 앞에 놓인 가야금의 줄을 고르고 있는데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선다.


난정 : 나으리께서는 뉘시온지요?!

윤원형 : (앞에 앉으며) 난정아, 지난번 일은 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나.

난정 : (보며)..나으리, 이년을 헌짚신짝처럼 내팽겨치시다니 어인 일로 다시 찾아 오셨사옵니까?

윤원형 : 난정아, 내 잘못했다. 내 비록 혼례를 치뤘어도 너를 향한 일편단심은 변함이 없다. 믿어다오.

난정 : (보다가)..진정이시옵니까?

윤원형 : 그래, 진정이다.

난정 : 맹세하실수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 암, 내 천지신명께 맹세하마. 네 앞에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내 꿇으마.

난정 : (생각하다가)..허면 이년 앞에 무릎을 꿇고 맹세해 주시옵소서.

윤원형 : (당황하여 보며) 뭐,뭐라?!

난정 : 나으리께서 방금 그리 말씀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무릎이라도 꿇으실 수 있다고요!

윤원형 : ..그,그건...?!

난정 : 남아 일언 중천금에 대장부 일구불이언이라 하지 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 (낭패한)....

난정 : (벌떡 일어서며)..돌아가시옵소서. 이년 비록 천한 기생년이지만 믿음 없는 사내의 품에 안길수는 없사옵니다.

         (방문쪽으로 나가려는데)

윤원형 :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면)...?

윤원형 : (결연한 표정) 오냐, 내 무릎을 꿇고 맹세하마!

난정 : ...예에?!

윤원형 : (난정 앞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내 평생 너를 향한 일편단심이 변치 않을 것임을..이렇게 맹세하마!

난정 : ....!!!


윤원형, 비장하게 고개까지 조아린다.

난정, 진지하게 윤원형을 내려다 보다가 갑자기 깔깔 웃음을 터뜨리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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