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여인천하] 02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31|조회수454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22











s#1. 윤원형 별채 초당 마당


배천댁과 탄실이가 방안의 동정을 엿듣고 있다.



s#2.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


<一片丹心> 이라고 쓰인 각서가 방바닥에 놓여있다.

김씨, 각서를 보며 글귀를 입속으로 되뇌인다.


김씨 : ..일편단심..? (난정을 보며)..이것이 무엇인가?

난정 : (미소) 이 댁 나으리께서 이년에게 써주신 맹세의 정표이옵니다.

김씨 : ..맹세의 정표?!

난정 : 일전에 나으리께서 이년을 안해로 맞아주시겠다고 약조를 하시면서 맹세의 정표로 일편단심, 이 넉자를 써주셨지요.

김씨 : (양미간이 움찔하지만 내색 않는) 헌데 이것을 내게 보여주는 연유가 무엇인가?

난정 : 아씨께서도 아시고 계시는게 좋을 듯 싶어 알려드리는 것이옵니다. 나으리께서 아씨와 혼사를 올리기 이전에

         이년에게 정표를 주셨사오니 이치를 따지면 이년이 아씨의 손 윗 형님이라 사료되옵니다.

김씨 : (안색이 굳는)..뭐라, 형님?!

난정 : 이년이 비록 미천한 기생년이라 할지라도 장유유서의 법도로 따지면 분명 형님뻘이 되옵지요!

김씨 : ...이.이런 발칙한?!

난정 : 발칙?!

김씨 : 어허!

난정 : 법도를 중히 여기시는 대갓댁 아씨께오서 이년의 물볼기라도 치시렵니까?!

김씨 : (삭이며)..허면 지난 밤, 음식도 자네가 보낸 것인가?

난정 : 예, 음식만 전해드린 것이 못내 아쉬워, 이년이 오늘 아우의 얼굴도 볼 겸 형님, 아우간의 상견례차 발걸음을 했사옵니다.

김씨 : (어이없는)..상견례?!!

난정 : (쌩끗 미소로 보는)..왜요, 잘못 말했나요?

김씨 : (눌러 참으며) 대체 날 찾아온 의중이 뭔가? 자네가 내 형님이니 나보고 이 별채라도 내어달라는겐가?

난정 : (똑바로 보며) 그리해 주시겠사옵니까?

김씨 : 뭣이라?! 지금 뭐라고 했는가?

난정 : 이년에게 별채를 내어주시겠냐고 여쭈었사옵니다.

김씨 : (금방 호통이라도 칠 듯이 쏘아보는)...!!

난정 : (팽팽하게 마주보는)...!!

김씨 :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안다')..서방님께서 혼사 전에 기방출입이 잦으셨다는 것을 내 잘 알고 있네.

         허나 사내가 기방 출입하는게 큰 험절은 아닐세.

난정 : ...

김씨 : 또한 사내가 취중에 기방 계집에게 언약의 각서를 써주는 일이야 비일비재 한 일이라 들었네.

         아마 자네 말고도 여러 기생들이 서방님께 (각서를 보며) 이런 각서를 받았을 것이네.

난정 : ..예에?!

김씨 : (난정을 보며) 자네가 바라는게 재물이라면 서방님과의 정리를 봐서 몇냥 쥐어 줄 수는 있네.

난정 : ...!!

김씨 : (근엄하게) 허나!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종이쪼가리를 가지고 부원군댁의 체통을 깍으려 든다면

         내 자네를 엄히 다스릴것이야!

난정 : 엄히요?

김씨 : 말꼬리를 물지 말게!

난정 : (비웃음 섞인 야릇한 미소) 아씨, 양반댁 아씨들께선 어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 기생년들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사람의 마음은 절대 재물로 살수는 없는 법이지요.

김씨 : ...!

난정 : 이 일편단심의 글귀는 분명 나으리께서 이년 앞에서 써 주신 마음이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나으리께 여쭈어보시지요.

김씨 : ...

난정 : 허면 상견례도 마쳤으니 이년은 물러가겠사옵니다. (각서를 챙겨들고 일어서서 조아리며)

         나중에 또 찾아뵙지요. (돌아서는데)

김씨 : 이보게, 자네 이름이 뭔가?

난정 : (돌아보며) 난정이라 하옵니다. (쌩끗 웃으며) 난초란, 곧을정! 정난정!.. (방 밖으로 나간다)

김씨 : (심각하게 되뇌이는) 정..난..정..!



s#3. 동 윤원형 안채 마당


윤원로, 뒷짐을 지고 안채쪽으로 어슬렁그리며 걸어오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난정, 쓰개치마를 들고 별채쪽에서 중문 밖으로 걸어 나온다.


윤원로 : 아,아니..넌..일편단심?!..내 동생 혼삿날 길을 가로막았던 그 계집 아니냐?

난정 : (쌩끗 미소)..예, 나으리.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윤원로 : 헌데 네 어찌 별채에서 나오느냐?

난정 : 아씨께 인사를 받으러 왔었사옵니다.

윤원로 : 뭐라, 인사를 받아?!

난정 : 허면 이만...(조아리고 대문쪽으로 간다)

윤원로 : (난정의 뒷모습보며 갸우뚱하다가)..아버님! 아버님! (사랑채쪽으로 급하게 뛰어간다)



s#4. 윤원형 대문 앞 길


난정, 대문앞 계단을 총총히 내려온다.

난정, 대문쪽을 휙-돌아보며 냉소섞인 미소를 쌩끗 짓다가 돌아서 간다.



s#5.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벌떡 몸을 일으키며 놀란 눈으로 윤원로를 본다.


윤지임 : 뭐야, 혼삿길을 가로막았던 그 계집이 초당엘 다녀나왔어?!

윤원로 : 예, 아버님. 제수씨를 만나고 간다고 하였사옵니다.

윤지임 : 아,아니, 그 계집이 무슨 일로 며느아일 만났단 말이냐?

윤원로 : 소자의 생각엔 아마도...(가는 눈을 뜨고 심각한 척)..

윤지임 : (윤원로를 보는)..아마도 뭐란 말이냐?

윤원로 : 고 계집이 애를 가진 것이 아닐까요?

윤지임 : 뭐,뭐라, 애를..애를?!

윤원로 : 그렇지 않고서야 기생년이 당당하게 제수씨를 찾아올리 만무하지 않겠사옵니까?

윤지임 : 허, 이거 큰일 나지 않았느냐? 며느리 들인지 며칠이나 됐다고 서출부터 보게 되다니..

            사돈댁에서 아시면 이 일을 어쩌느냐?

윤원로 : 것보다도 중전마마께오서 아시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질 일입지요.

윤지임 : 허어, 원형이 이놈은 대체 어딜 간게야?!

윤원로 : (슬쩍 미소)...



s#6. 어느 초가 마당(윤원형이 마련해준)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와 방쪽으로 오다가 멈추어 선다.

댓돌위에 윤원형의 신발이 놓여있다.


난정 : (댓돌위에 놓인 윤원형의 신발을 보다가) 나으리, 들어가옵니다.



s#7. 동 초가 방 안


윤원형, 비스듬하게 누워 졸고 있다가 벌떡 몸을 일으킨다.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원형 : 난정아, 이 적막한 곳에 나 혼자 내버려두고 어딜 갔다 오는게냐?

난정 : 이년, 나으리댁 새 아씨를 만나 뵙고 오는 길이옵니다.

윤원형 : (화들짝 놀라) 뭬,뭬야?! 내,내 마누라를?!

난정 : 왜 그리 놀라시옵니까?!

윤원형 : 그, 그게 정,정말이냐?

난정 : 나으리께서 이년에게 중전마마를 뵙게 해 주실때까지 앞으로 자주 찾아뵐 것이옵니다.

윤원형 : 허, 니가 아주 미쳤구나, 미쳤어!


윤원형, 난정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벌떡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그런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며 냉랭한 미소를 짓는다.



s#8.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김씨가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그 옆에 윤원로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앉아있다.


윤지임 : 널 찾아온 계집이 대체 무슨 말을 하였느냐?

김씨 : ...

윤원로 : 제수씨 혹시 그 애가 애를 가졌다고 하지 않습디까?

김씨 : (윤원로를 힐끗 보는)..애라니요?!

윤원로 : 아,아니면 말고요. 제수씨 내 뭐랬소. 특히 일편단심을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소?

김씨 : 아버님, 앞으로 서방님 일과 안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제게 맡겨주옵소서.

윤지임 : 오냐, 그러마..헌데 며눌아, 이번 일이 담장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아니 된다. 중전마마께서 아시면

            네 서방은 물론이고 우리 삼부자가 불려가 꾸중을 듣게 된다 이 말이다. 시애비 말이 무슨 뜻인줄 알겠느냐?

김씨 : (빤히 쳐다 보는)...?!



s#9. 윤원형 사랑채 마당


김씨, 사랑채쪽에서 나와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초당쪽으로 가는데

윤원형, 허겁지겁 들어와 김씨 앞을 가로 막는다.


윤원형 : 부,부인! 누가 찾아왔었다구요?! 내 다 해명하겠소..다 해명할테니..

김씨 : 서방님, 오늘 밤 별당으로 드세요. 그때 서방님 말씀을 듣겠사옵니다. (별채 쪽으로 간다)

윤원형 : (낭패한)..허 이거 참!



s#10. 편전 외경



s#11.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김전, 안당과 이장곤, 홍경주, 김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상소문들이 잔뜩 쌓여있는 연상을 탁-치며 말한다.


중종 :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요?! 소격서 혁파에 대한 주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대간들 모두가 사직을 청하다니?!

일동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중종 : 과인은 대간들의 사직을 받아들일 수 없소. 또한 소격서 혁파에 대해서도 윤허 할 수 없소.

         허니 대간들이 속히 맡은 바 직무에 소임을 다하도록 이르시오!

이장곤 : 전하, 소격서 철폐에 대한 대간들의 뜻이 완강하여 사직을 할지언정 직무에 복귀하지 않을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과인 역시 뜻을 굽히지 않을것이오.

정광필 : 전하, 곧 과거가 있사옵니다. 대간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과거를 시행할 수가 없사옵니다. 하오니..

중종 : (버럭) 허니, 대간들의 주청을 들어주란 말이오?! 대체 조종조에서도 가만 놔두신 소격서를

         이제와서 혁파하자는 연유가 무엇이오?!

홍경주 :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조정에 다른 처결해야할 일들이 산적한데 대간들이 소격서 같이 미미한 일에만 매달려

            사직까지 요청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김전 : 전하, 소격서 문제는 오래 토론해도 무관하오나 과거는 국가지대사라 하루라도 미룰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하오니 속히 전하께오서 결단을 내리시어 소격서 일을 처결하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음!

안당 : 전하, 소격서의 유래가 오래된 것이라 해도 소격서는 이단에 관계된 폐습이오니 혁파하시어,

         대간들을 복귀시키심이 가할줄로 아옵니다.

중종 : 과인은 그리 못하오! 대간들의 사직 요청 때문에 국사에 지장을 준다면 당장 대간들을 모두 교체하는 한이 있어도

         소격서는 철폐할 수 없소!


정광필, 김전은 담담하고 이장곤, 안당은 당황하고 남곤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s#12.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자순대비 : 대체 조광조 그 자가 무엇이간데 왕실 일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한단 말입니까?

               세종대왕 시절에는 조광조 만한 신하가 없어 소격서를 그냥 놔 두셨답니까?

김안로 : 조광조의 주청에 명분은 있사오나 그 방도엔 과격한 점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벌컥) 명분은 무슨 명분입니까?!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왕실 후사를 위해 굿을 벌이는 마당에

               소격서를 철폐하자는 저의가 대체 뭐랍니까?!

윤임 : ...

자순대비 : 조광조가 왕실의 후사를 끊으려는 역심을 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주청을 올릴 수 있단 말입니까?

윤임,김안로 : (서로의 얼굴을 보며)...!

자순대비 : 그 자가 무엇이간대 왕실의 씨를 말리려 하는게요!

윤임 : ..마마!

자순대비 : 그 자가 역심을 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이요!

김안로 : ...?!

자순대비 : 판부사와 참판대감 모두 왕실의 사돈이십니다. 허니 두분 대감께서 주상을 보필하여 조광조의 전횡을 막아주세요.

               원자를 위해서도 그래야 하옵니다.

윤임,김안로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13. 대비전 뜰


윤임과 김안로가 대비전에서 나오고 있다.


윤임 : 허, 조광조에 대한 대비마마의 진노가 이리 크실줄은 몰랐소이다.

김안로 : 왕실의 후사에 관한 일이니 그러실 밖에요.

윤임 : 이제껏 욱일승천하던 조광조의 기세가 여기서 꺽이나 보오이다.

김안로 : 대감, 아직은 조광조를 쳐 낼때가 아니옵니다.

윤임 : 예에? 그 무슨..?

김안로 :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했사옵이다.

윤임 :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김안로 : 예. 지금 경빈마마의 회임으로 경빈을 둘러싸고 있는 정국공신들의 기세가 높아지고 있사옵니다.

            여기에 조광조까지 조정에서 힘을 잃게 된다면 다시금 정국공신들이 조정을 장악하게 될것이옵니다.

            그리된다면..(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는)

윤임 : ..그리 된다면요?

김안로 : (낮게) 원자마마께서 세자책봉을 받으시는데 조금이라도 누가 될 수도 있사옵니다.

윤임 : (충격)...복성군말씀이요?

김안로 : 예, 저들은 분명 복성군을 세자로 밀어올리기 위해 온갖 술수와 힘을 경주 할 것이옵니다.

            허니 아직은 조광조가 우리의 입술노릇을 해야 한다는게 이사람의 생각이 올시다.

윤임 : 음!!



s#1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남곤, 심정이 발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경빈 : 호호, 전하께오서 소격서를 철폐하라고 주청드린 대간들을 교체하라고 명 하셨다구요?

남곤 : 예, 조광조의 주청이라면 모두 가납해 주시던 전하께오서 이렇듯 강하게 불가하신 일은 처음이옵니다.

         모두가 회임을 하오신 마마의 홍복이시옵니다. 조광조는 이제 깃털 꺽인 매 꼴이 되었사옵니다.

심정 : 그렇사옵니다. 이번에 마마께오서 왕자를 생산하신다면 복성군의 세자책봉 역시 힘을 받을 것이옵니다.

경빈 : (흡족한 미소) 당연히 그래야지요. 내 반드시 아들을 낳을겝니다!

         그리하여 복성군이 세자책봉을 받는데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옵니다.

금이(E) : 마마.

경빈 : 무슨 일이냐?

금이(E) : 중궁전에 드실때가 지났사옵니다. 서두르시옵소서.

경빈 : (일그러지는)...알았느니라.

남곤 : 마마, 중궁전에 무슨 일로 드시옵니까?

경빈 : 이 사람이 하루에 두 번씩 중궁전에 들러 중전마마께오서 내리신 탕약을 먹고 있습니다.

심정 : 예에? 탕약이라니요?

경빈 : 그럴 일이 있습니다. 내 이만 일어나 봐야겠습니다.

남곤,심정 : (서로를 의아하게 보며 일어난다)...?



s#15. 중궁전 복도


경빈, 금이를 거느리고 중궁전 방 앞으로 다가온다.


엄상궁 :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들라해라-

엄상궁 : 예.



s#16. 동 중궁전 방 안


경빈, 방안으로 들어오면 박상궁(*장경왕후의 상궁)이 일어서서 맞이한다.

희빈과 창빈이 윤비 앞에 앉아있다.

경빈, 희빈과 창빈을 무시하며 윤비 앞쪽으로 다가오다가 흠짓 놀란다.

윤비의 무릎팍에 원자가 앉아있다.


윤비 : 왜 그리 놀라시오, 경빈?

경빈 : 아,아니옵니다. 마마. (앉는다)

윤비 : 원자, 인사드리세요. 복성군의 어머니되시는 경빈이십니다.

원자 : (일어나서) 문후여쭈옵니다.

경빈 : (당혹스럽다)..예..!

윤비 : 엄상궁, 탕약을 들이게.

엄상궁(E) : 예.


엄상궁, 탕약사발이 놓인 소반을 들고 들어와 경빈의 앞에 놓는다.


윤비 : 드세요.

경빈 : 예, 마마. (탕약을 들고 마시려다가 원자쪽을 본다)

원자 : (경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경빈(E) : (시선을 돌리고 마시는) 허, 이거야 태아에게 좋은 탕약이 아니라 꼭 사약을 마시는 꼴이구먼.

희빈(E) : (비웃음) 이번 약은 소태처럼 쓸 것이야.

창빈(E) : (못마땅) 그리 사납던 경빈도 중전마마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꼴이구먼.

윤비 : 경빈, 이번엔 반드시 아들을 낳으셔야 합니다.

경빈 :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경빈이 우리 원자에게 우애 깊은 왕자아우를 보게 해주셔야, 원자가 보위에 올랐을 때

         복성군과 더불어 형제가 원자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될 것 아닙니까?

경빈 : ...!!

윤비 : 아니 그렇소?

경빈 : 예,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윤비 : 여기 계신 두분 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빈들의 왕자들은 원자의 형님들이 되시나

         언젠가는 원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신하가 되야 할것이니 훈육에 각별히 유념해 주시오. 아시겠습니까?

희빈,창빈 : 명심하겠사옵니다.



s#17. 중궁전 뜰


경빈, 금이가 신겨주는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가다가 중궁전쪽을 휙-돌아본다.


경빈(E) : 우리 원자, 우리 원자라고? 허, 중전도 열달동안 배앓이 하여 아들을 낳아 보라지?

              그래야 내 자식 귀한 줄 알터이지. 호호호.

금이 : (의아하게 보며) 마마, 왜 그러시옵니까?

경빈 : 아니다, 가자.


희빈과 창빈, 뒤따라 나오다가 경빈의 뒷모습을 보고 갸웃한다.



s#18. 윤임 사랑채 외경


윤임(E) : 뭣이라, 회임불공이요?!



s#19.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관복차림으로 앉으며 윤임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윤임 : 부인, 지금 회임불공이라고 말씀하시었소?

윤임처 : 예, 질부가 봉은사에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을 드리러 다니겠답니다.

윤임 : 허..하기야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겠다는 걸 어찌 말릴수 있겠소만..

윤임처 :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를 지극히 아끼신다고 들었사옵니다.

            헌데 그러신 분이 사가쪽에다가는 회임불공을 드리라 하셨다니 그 말씀의 뜻을 어찌 생각 하여야 할지..?

윤임 : 음...중전께서 원자마마가 세자책봉을 받은 연후에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면 금상첨화겠는데..

윤임처 : 소첩은 어째 불안하옵니다.

윤임 : 지금 조정은 경빈이 회임을 하고 조정암이 소격서혁파를 주청드려 혼란에 빠져있소..

         이런 와중에 중전께서 덜컥 회임을 하시어 대군을 생산하신다면 원자마마의 장래가 어찌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소.

윤임처 : 허니 어쩌면 좋습니까?

윤임 : 아무래도 승후관 형제를 만나 단단히 다짐을 받아두는 수 밖에요..음!!



s#20.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상석의 이장곤을 중심으로 조광조, 김정, 김식, 김구가 모여앉았다.


김식 : 허, 대간들의 사직을 받아드리실지언정 소격서를 혁파치 아니 하시겠다니? 전하께오서 어찌 이러실수 있단 말이옵니까?

이장곤 : 아무래도 이번엔 전하께오서 뜻을 꺽지 않으실 듯 싶네. 허니 자네들이 한 걸음 물러나는게 어떻겠나?

김정 : 그럴수는 없사옵니다. 신료들의 올바른 간언을 전하께오서 들어주시지 않는다면 대체 신하는 왜 필요한 것이옵니까?

김식 : 그렇사옵니다. 군주의 뜻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옵니다.

         헌데도 조정의 대신들 중 어느 한분 아니되옵니다라는 말을 하는 분이 한분도 아니 계시옵니다.

김정 : 그러니 나라 꼴이 이 모양이지요.

김구 :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대신들이 소신도 없이 복지부동만 하고 있다면 전하께오서 연산주와 다를게 무엇이옵니까?!

이장곤 : 허, 자네들 말이 너무 과하구만!

조광조 : 자암의 말에도 일리가 있사옵니다. 자고로 밝은 군주는 올바른 간언을 잘 받아들이고

            어두운 군주는 자기의 생각대로 행하며 남의 말을 용납하지 않는 법이온데 지금 전하께오선..

이장곤 : 정녕 자네들은 전하의 뜻을 꺽으려 함인가?!

조광조 : 군주의 뜻이라도 잘못된 점이 있으면 꺽어야지요!

이장곤 : ...!



s#21. 정윤겸 사랑채 외경


정윤겸(E) : 박참의댁과 통혼하기로 했으니 그리 알거라.



s#22.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정렴과 옥련, 그리고 박씨가 앉아있다.


정윤겸 : (옥련을 보고) 곧 혼서지와 혼수물목이 올터이니 몸가짐을 바르게 하도록 해라.

옥련 : 예. (고개를 숙이고 쌩끗웃는)

정렴 : (옥련을 보며) 좋아하긴?

정윤겸 : 렴이 너도 희량이가 죽마고우라 해도 매제 될 사이니 함부로 대해선 아니 될 것이야.

정렴 : 예, 아버님.

옥련 : 아버님, 소녀 아버님과 어머님 곁을 떠나기 싫사옵니다.

박씨 : 떠나긴 왜 떠난단 말이냐?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을 내보낼수 없다.

옥련 : 예? 하오시면?

박씨 : 아무리 상감께오서 친영례를 치루셨다고 해도 이 에민 네 혼사를 옛날식으로 치뤘으면 한다..

         혼례를 치루고 자식 한 둘을 낳을때까지는 박서방을 데려와 예서 살게 할것이야.

정렴 : 예에?..

박씨 : 네 아버님도 그러셨으니 반대하시진 않을게다. 그렇지 않사옵니까, 대감?

정윤겸 : (긍정하는)..음.



s#23. 난정모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난정 : 어머니, 저 왔어요.


정적에 잠겨 어딘지 텅 빈 느낌을 주는 집 안.

난정, 방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다.


난정 : (집안을 둘러보며) 어머니!..어딜 가셨지?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박희량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낭자.

난정 : (돌아보며 흠짓 놀라는) 여긴 어찌 알고 찾아오셨습니까?

박희량 : 낭자, 내 낭자를 보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소. 낭자 부디 이사람의 마음을 받아주시오.

난정 : 곧 어머니가 돌아오실테니 어서 돌아가세요.

박희량 : 내, 낭자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잠도 이룰수 없고 밥도 넘어가지가 않소. 이대로는, 이대로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소.

            낭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 내 차라리 죽는게 낫겠소.

난정 : (싸늘하게 보며) 허면 그리 하세요.

박희량 : 나, 낭자!

난정 : 왜요, 그리는 못하겠사옵니까?

박희량 : ...?!

난정 : 이년이 아무리 첩년의 딸이오나 양반댁 자제분의 놀림을 받고 싶진 않사옵니다, 허니 이만 물러가세요. (돌아서는데)

박희량 : (난정의 손을 휙 잡아 채며) 낭자! 부디 이 사람의 마음을 뿌리치지 마시오.

난정 : 놓으셔요!


난정, 휙- 손을 뿌리치다가 박희량의 얼굴을 긁는다.

박희량, 얼굴을 감싸쥐다가 손을 풀면 얼굴에 상채기가 생겼다.

박희량, 일그러지며 난정을 노려보면 난정, 움찔하여 주춤 물러서는데.


달래(E) : 난정언니!


달래,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달래쪽으로 달려가며) 달래야.

박희량 : (상처에서 흐른 핏자국을 닦으려 대문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달래 : (의아하여) 누구요?

난정 : 아,아무것도 아냐..어쩐 일이니?

달래 : 아주머니 뵈러 왔는데..안계신가 보네?

난정 : 어딜 가셨나봐. 어쩌지 달래야?

달래 : (섭섭하다 그러나 웃으며)..괜찮소, 언니.

난정 : 길상이는 좀 어때? 꿰맨 상처는..?

달래 : 길상 오라버닌 차부소같은 사람이니 괜찮소. 헌데 그 상처 언니가 꿰맨거요?

난정 : (긍정하는 미소)..

달래 : 바느질 솜씨는 서툴지만 정성이 담겨있으니 오라버니 상처가 금방 아물거에요.

난정 : ...



s#24. 남소문 객주 마당


길상, 툇마루에 앉아 송서방의 말을 듣고 있다.


송서방 : (장부를 정리하면서 말한다) 한양에는 우리 남소문과 송파의 박행수가 이끄는 객주가 상권을 양분하고 있지.

            일전에 도주 어른을 노렸던 것도 그리고 지난번에 자네를 노렸던 것도 모두 박행수의 수하에 있는 딱부리패들 짓이야.

길상 : ...

송서방 : 우리 도주어른께서 피를 보는 것을 원치 않으시네. 하지만 박행수쪽에서 자꾸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도주어른도 어쩌실수는 없으실게야.

길상 : 딱부리 패들이 지금 어딨소?

송서방 : 글쎄, 요즘은 마포쪽을 노리고 자주 출몰한다던데...(보며) 헌데 왜?

길상 : 아무것도 아니요.


길상, 일어나서 대문쪽으로 나간다.

능금, 뒷곁 창고쪽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채 콜록거리며 나온다.


능금 : (옷을 털며) 무슨 창고가 그리 넓소?

송서방 : 그래 찾으라는 물건은 찾았느냐?

능금 : (바늘 한쌈을 툭 던지며) 젠장, 바늘 한쌈 찾느라고 창고안을 이 잡듯이 다 뒤졌네.

송서방 : (웃으며) 애썼다. 얼굴좀 씻어라, 까마귀가 사촌하자겠다.

능금 : 병주고 약주나?..헌데, 길상이는 또 어딜 간게요?

송서방 : 글쎄..딱부리 패들을 묻는걸 보니..('아차하여') 혹시?!

능금 : ...?!



s#25. 마포 어느 길


딱부리가 왈짜패들을 데리고 걸어온다.

길상, 골목앞으로 휙-나타나 길을 가로 막는다.


딱부리 : 어라? 니놈은?

길상 : (노려보며) 나도 빚지고는 못사는 놈이라서.

딱부리 : (단검을 휙-빼들고 살기등등한) 이번엔 네놈 뱃떼기에 구멍을 내주마.


딱부리, 휘파람을 쒝-불면 뒤편에서도 패거리들이 우르르 나와 길상을 둘러싼다.

길상과 딱부리 패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팽팽하게 맞선다.

딱부리, 눈짓하면 패거리들이 길상에게 달려든다.

길상, 발길질과 주먹질로 공격하고 땅재주 넘기로 피하고 연신 치고 받고 때려 눕힌다.

누군가, 길상의 상처입은 어깨를 가격한다.

길상, 주춤주춤 뒤로 밀리는데 길상에게 달려들려던 패거리 하나가 퍽-소리와 함께 '어이쿠' 뒷통수를 잡고 주저앉는다.


능금(E) : 길상아!


딱부리 패거리들, 돌아보면 능금이 마구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패거리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길상도 합세하여 치고 받는다. 널부러지는 패거리들.

길상, 덤벼드는 딱부리의 칼을 피하며 명치를 가격하여 쓰러뜨린다.

길상, 넘어진 딱부리의 목줄기를 발로 밟고 노려본다.


길상 : (위협) 앞으로 한번만 더 남소문을 넘보면 그 날로 네놈의 명줄을 끊을터이다.

딱부리 : (숨이 막히는지 고개만 끄덕끄덕)...

길상 : (발을 떼며) 썩 꺼져!


패거리들, 딱부리를 부축하여 우르르 도망친다.


길상 : 넌 여기 왜 왔어.

능금 : (씩 웃으며) 바늘 가는데 실도 따라가야지. (길상의 옆구리에 달라붙는다)

길상 : 이러지 마..(앞서서 간다)

능금 : (멈춰서서 섭섭하게 길상을 본다)..씨.

길상 : (돌아보며) 고마워, 능금아..도와줘서..(미소)..가자.

능금 : (다시 환하게 웃는다) 그래..


능금, 신이 나서 길상의 뒤를 쫓는다.



s#26. 갖바치 마당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 시퍼렇게 멍이 든 눈덩이 주변을 달걀로 문지르고 있다.


당골네 : (한숨 폭 내쉬며) 에휴, 내 팔자야. (방문쪽을 흘기며) 내 어쩌다가 저런 완패막심한 사내를 만나가지구

            요모양 요꼴로 살아야 하는지..

방백인 : (방문 벌컥 열고 손톱자국 난 곳에 약을 바른 얼굴로 내다보며) 이 여편네야, 나 배고파! 밥 안줘?

당골네 : 임잔 조동아리만 달렸소?

방백인 : 뭐여?

당골네 : 손이 없소, 발이 없소. 배고프면 임자가 차려먹으면 될거 아니오?

방백인 : (흘겨보며) 저,저 여편네가?

당골네 : (휙-노려보며) 왜, 또 손찌검이라도 하실려오?

방백인 : 미쳤어? 내 무덤을 파게?..어찌 사내 얼굴을 문창호지 긁듯 요꼴로 만들 수 있나?

당골네 : 다시 한번 더 손찌검을 했단 봐라. 다음번엔 수염을 몽창 뽑아버릴거요!

방백인 : (찔끔하여) 여편네 성깔머리하곤?!

난정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아주머니.

당골네 : (반갑게) 오, 난정이 왔구나.

난정 : ..저 우리 어머니 여기 안오셨어요?

당골네 : 응, 성님이 당추스님하고 같이 오셨었지.

난정 : 당추스님하고요?..헌데 지금 어디 계세요?

방백인 : 갖바치 형님하고 세분이서 암자로 가셨다.

난정 : ..암자에요?

당골네 : 그래. 성님께서 너한텐 아무 말씀도 안하셨나 보구나?

난정 : (암자에 있었다고 난정모를 속인 일로 불안한)..

당골네 : 난정아, 지난번에 약조한 (낮게) 비단옷..잊진 않았지?

난정 : 예..며칠내로 맞춤해 드릴게요.

당골네 : (미소) 그래, 너만 믿는다?

난정 : 그럼..(대문쪽으로 가려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돌아서서) 아저씨.

방백인 : 응?

난정 : 제 관상 좀 봐주시겠어요?

방백인 : (움찔하여)..관상?



s#27. 동 갖바치 아랫방


방백인, 난정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다.

당골네, 그 옆에서 힐끔거리고 있고..


방백인 : (갸웃하며) 난정이 니 관상은 암만 봐두 모르겠단 말씸이야?

난정 : (의아) 대체 내 관상이 어떤데 그러세요?

방백인 : 이런 것 같으면 저렇고..저런 듯 하다가는 이렇고..도통 감을 잡을수가 없다 이 말씸이야...

            큰 무당이나 큰 기생이 되기에는 천정이 번듯하고..그렇다고 대갓댁 마님이 될 것도 아니니..뭐가 뭔지...?

난정 : ...

당골네 : (삐죽)..모르면 모른다고 할것이지 핑계는?

방백인 : (휙-노려보며) 쓰읏!

당골네 : 관상에 자신이 없으면 사주를 보시구려. 사주 보는 재주는 그래도 쬐금 있잖소?

방백인 : 그래, 내 사주를 보면 확실하게 맞출수 있으니 어디 니 사주를 불러봐라.

난정 : 사주요?...(망설이는)...

당골네 : 왜, 사주를 몰라?

난정 : 아니어요...병인년..구월 스무..엿새날...미시..이어요.

방백인 : (육갑을 짚으며 중얼대는)....병인년 구월 스무 엿새날..미시라..

당골네 : (보는데)...

방백인 :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뜬다) 허어, 이럴수가?!

당골네 : (궁금하여) 왜 그래요, 임자?

방백인 : (진지하게) 이 사주가 분명 네 사주가 틀림없느냐?

난정 : 예..어머니한테 그리 들었어요, 헌데 왜그러세요?

방백인 : 이 사주는 죽은자의 사주야!

난정 : ...예에?

당골네 : ('지은 죄가 있어' 움찔 놀라) 그럴 리가 있소? 죽은자의 사주라니?!

방백인 : (가늘게 보며) 틀림 없어! 네 사주는 죽은자의 사주야. 망자의 사주!!

난정 : 망자..?!



s#28. 당추 암자 계단 위


범종소리가 들려온다.

당추와 갖바치, 그리고 난정모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갖바치 : (확인 받듯) 아주머니, 아직도 결심엔 변함이 없으십니까?

난정모 : (결연한) 예, 파릉군대감께서 이년의 죄를 용서하시지 않는다 해도, 설혹 이년이 그분의 손에 죽게 되는 한이 있어도

            말씀을 올리겠사옵니다.

당추 : (한숨)..음!!



s#29. 동 당추 암자 마당


법당안에선 신씨와 계집종이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뒷모습이 보인다.

당추와 갖바치, 난정모가 마당으로 올라오면 종루쪽에 있던 동자승이 다가온다.


동자승 : (합장인사 하며) 이제들 오십니까?

당추 : 원아, 지난번 오신 손님께선 방에 계시느냐?

동자승 : 그분께오선 떠나셨사옵니다.

당추 : 뭐라? 떠나셨어?

동자승 : 예, 스님을 뵙고 가시겠다고 기다리시다가 두식경쯤 전에 떠나셨사옵니다.

당추 : 허어, 이것이 부처님의 뜻이란 말인가?

갖바치 : 음!

난정모 : ..!!



s#30.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와 갖바치, 난정모가 앉아있다.


당추 : 보살님, 이제 어쩌실 작정이시옵니까? 파릉군 대감께서는 언제 다시 돌아 오실지 모르는 분인데..

         허면 도총관대감께 먼저 말씀을 드리겠사옵니까?

난정모 : ...모르겠사옵니다. 어찌 해야 될지..

갖바치 : 음!!..이 사람 생각엔 난정이의 출생의 비밀을 알리는 일은 아직 때가 이르 옵니다..

난정모 : 하오나 이년은 난정이를 더 이상 잡아둘 수 없사옵니다. 지난번에도 이 암자에 다녀오겠다며 에미를 속이고

            며칠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알수가 없사옵니다.

당추 : ...

난정모 : 또 기생이 되겠다며 화려한 옷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이제는 난정이 일로 부처님 앞에서 한 맹세를

            지킬수 없게 되었사옵니다.

갖바치 : ...

난정모 : 이년은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사옵니다. 모든게 다 두려울 뿐이옵니다.

당추 : 모든게 다 소승의 잘못이옵니다. 소승은 죽어가는 난정이의 생모 앞에서 난정이를 꼭 친부인 파릉군대감께

         전해드리겠다고 약조를 하였지요. 허나 그 약조를 지키지 못하고 보살님께 난정이 맡겼사옵니다.

갖바치 : 그건 난정이의 사주가 이 나라에 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난정이를 왕족들 손에서 자라게 할 수 없었던게지요.

당추 : 그래, 맞았네...소승의 좁은 소견으로 난정이를 보살님께 맡겨 이름없는 잡초 속에 묻혀 살게 하고 싶었던게지요.

         허나...그게 다 부질없는 짓이었사옵니다.

난정모 : ...

당추 : 소승이 난정이의 친부이신 파릉군대감이나 보살님께 못할 짓을 한 것이지요..

         무엇보다 난정이에게 씻어담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이옵니다.

갖바치 : 형님, 너무 자책 마시오. 앞으로 어찌 할 것인지가 더 중한 일 아니겠소?

난정모 : ..이년이 어찌 했으면 좋겠사옵니까?

갖바치 : 아주머니, 당분간 난정이를 더 두고 보시옵소서. 그 애가 스스로의 운명을 극복해 내지 못한다면

            그때가서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난정모 : ...



s#31.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난정, 깊은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다.


난정(E) : ..망자의 사주? 망자의 사주라..?

심퉁 : (청사초롱을 걷어내다가 난정을 보며) 난정아씨, 무슨 생각을 그리하셔유?

난정 : (정신 차리고 보며) 으,응..아무것도 아니야..(심퉁이가 들고 있는 청사초롱을 보고) 헌데 왜 불을 청사초롱을 걷니?

심퉁 : 자운아 마님께서 오늘밤은 기방문을 닫는다는구먼요?

난정 : (의아하여) 뭐어?



s#32. 동 자운아 기방 마당 (밤)


안채쪽에서 거문고와 가야금이 어울어진 연주소리가 들린다.

난정, 심퉁이를 따라 들어오는데 옥매향이 반갑게 다가온다.


옥매향 : 난뎡아, 왜 이뎨오는 거이야?

난정 : 매향아, 오늘밤은 기방문을 닫는다면서? 무슨 일인데?

옥매향 : 고거이, 귀한 손님이 오셔서 기래.

난정 : 귀한 손님?

옥매향 : 기래, 아 턈, 너도 알거이야. 대풍류객 파릉군께서 오시었어.

난정 : ..파릉군..?..허면 그때 그...?

옥매향 : 기래, 디금 오마니하고 회포를 풀고 계시는 듕이야.


옥매향, 안채 방쪽을 돌아보면 난정도 옥매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s#33.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밤)


파릉군과 자운아, 각기 거문고와 가야금을 연주하다가 마무리를 짓는다.


파릉군 : (거문고를 치우며) 역시 자네 가야금은 심금을 울리는구먼.

자운아 : (가야금을 치우고) 이년, 나으리의 거문고를 따르려면 한턈 멀었습네다. (술병 들며) 한댠 받으시라요. (따라주면)

파릉군 : (받아들고 자운아의 얼굴을 빤히 본다)..

자운아 : 와 그리 보십네까?..이년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갔습네다.

파릉군 : 허허, 자네를 처음 봤던게 벌써 이십년 전이던가?

자운아 : 벌써 길케 됐구먼요.

파릉군 : (한잔 마시고) 천하의 자운아도 세월을 풍상을 비켜가지는 못하는구먼.

자운아 : (얼굴을 가리며)..이년, 얼굴에 듀름살이 보기 흉하디요?

파릉군 : 허허, 가리지 말게..이십년지기 친구간에 그런게 무슨 흉이 되겠나? 자, 자네도 한잔 받게나. (술 한잔 따라준다)

자운아 : (받으며) 나으리께선 아딕도 계향일 닞디 못하고 계시디요?

파릉군 : ...내 그 사람을 어찌 잊을수가 있겠는가?!

자운아 : 내레 계향이가 부럽습네다..



s#34. 동 기방 아래채 방 안 (밤)


난정과 옥매향이 술상을 놓고 앉아있다.


옥매향 : 울 오마니하고 계향이 아듀마니는 기생으로 쌍벽(雙璧)을 이뤘디만, 틴한 동무였드랬대. 마티 너하고 나터럼 말이야.

난정 : ...

옥매향 : 울 오마니하고 계향이 아듀머니, 두사람 다 파릉군나으리를 흠모했더랬는데..

            길티만 울 오마닌 됴선퇴고의 기생이 되갔다는 뇩심에 흥텽으로 뽑혀 궁궐로 들어갔고,

            계향이 아듀마니는 뎡인을 뚀탸 나으리의 텹실로 들어간 거이야.

난정 : ...

옥매향 : 나듕에 울 오마니..후회를 무텩이나 많이했대..계향 아듀마니가 회임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피양사는 옥딘사 어른께 뎌고리 고름을 푼기야..(미소) 기래서 내레 태어난기야.

난정 : 허면 그 계향이란 분은 어찌 됐는데?

옥매향 : 기러니끼니, 우리가 태어나던 병인년에 폐듀가 쫓겨나고 새님금님이 나시디 않았네?

난정 : 응.

옥매향 : 기때 파릉군나으리가 녁모 누명을 쓰고 귀양을 가셨는데..계향 아듀머니는 회임한 몸으로 어디론가 도망텼다는기야.

난정 : 그래서?

옥매향 : 그 후로는 계향이 아듀마니를 본 사람도 없고 소식도 끊킨거이야.

난정 : ..뱃속의 아기는?

옥매향 : 기것도 모르디..암튼 파릉군나으리께서 계향아듀머니하고 그 아기를 턎기위해 아딕도 팔도를 떠돌아 다니시는기야..

난정 : ('그랬구나..')...!!

옥매향 : (글썽하여)..턈 슬픈닐 아니네?..고거이 병인년때 일이니끼니, 아기가 나서 컸으면 똑 우리 나이겠구나야.

난정 : (웬지 뭉클하다)...!

옥매향 : (술 한잔 마시는데)

난정 : 헌데 세월이 이리 흘렀으니..그 아기가 살아있다고 해도 파릉군대감께서 핏줄을 어찌 알아보시지?

옥매향 : 나으리께서 계향아듀머니하고 헤어디실 뎍에 나듕에 알아볼 수 있게 딩표를 주셨데.

난정 : 징표?

옥매향 : 응, 내레 기것 까딘 댤 모르갔어, 나듕에 울 오마니한테 물어보라우.

난정 : ...



s#35. 동 기방 안채 방 안 (밤)


자운아, 파릉군의 술잔을 채운다.


자운아 : 나으리, 이년 나으리께 텽이 있습네다.

파릉군 : 말해보시게나.

자운아 : 오늘밤, 이년이 나으리를 뫼시고 싶습네다.

파릉군 : (당혹스럽게 보며)..이 사람아!

자운아 : 압네다. 압네다. 나으리께서 아딕 계향일 닞디 못하고 계신거이 댤 압네다.

            길티만 오늘 밤만 이년을 계향이라 녀기시고 한번 품어듀시면 안되갔습네까?

파릉군 : (한잔 급하게 마신다)...

자운아 : (본다)...나으리..


자운아, 파릉군의 품에 살포시 안긴다.



s#36. 동 기방 안채 마당 (밤)


난정과 옥매향, 댓돌위에서 안채 방쪽을 보고 섰다.

안채 방의 불이 꺼지고 어둠속에 묻힌다.


옥매향 : (눈물 글썽한 미소를 짓는다)..울 오마니 오늘 평생 소원을 푸시는기야.

난정 : (옥매향의 눈물을 닦아주며)...울긴 바보같이..

옥매향 : 내레 너무 기뻐서 기래...

난정 : 들어가자.


옥매향, 아랫방 쪽으로 돌아선다.

난정, 가려다가 멈칫서서 댓돌위에 놓인 파릉군의 갖신과 자운아의 운혜를 돌아본다.

흐뜨러져 있는 갖신과 운혜.

난정, 쪼그리고 앉아 두 신발을 가지런하게 놓는다.


옥매향 : (아랫방 쪽에서 돌아보며) 뭐하네, 날래 들어오라우.

난정 : 그래..(일어나 안채 방문쪽을 돌아보고는 아랫방쪽으로 간다)



s#37. 윤원형 집 초당 외경 (밤)



s#38. 동 초당 방 안 (밤)


윤원형, 앞에 앉아있는 김씨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윤원형 : ..부인, 사람을 보자 해놓고 어찌 아무 말씀도 안하시는게요?

김씨 : (무겁게 입을 떼는) 서방님, 난정이란 아이한테 일편단심이라는 글귀를 써 주신적이 있으십니까?

윤원형 : 허엄..그런적이 있기야 있소..허나..

김씨 : 허나, 무엇이옵니까?

윤원형 : 그거야..술기운에 내 어찌 써주었는지도 모르겠고..

김씨 : (보며) 서방님이 그런 분이셨사옵니까?

윤원형 : 그,그런 사람이라니요?

김씨 : 남자와 여자가 만나 백년가약을 맺고 남편과 안해가 되는일은 인륜지대사 입니다.

         헌데 그런 중대사를 기방에서 술에 취해 맹세를 하고 각서까지 써 주시는 그런 분이셨느냔 말이옵니다.

윤원형 : 부,부인..내 맹세컨대 그 난정이란 아이와는 잠자리를 하거나 딴짓을 한 적이 없소. 믿어주시오.

김씨 : 그런 말씀을 듣자함이 아니옵니다!

윤원형 : 허면..뭬요?

김씨 : 어찌 천한 창기가 부원군댁 대문을 당당하게 두드리고 들어올 수 있느냐를 여쭤 보고저 함이옵니다.

         이것은 분명 무엇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일이옵니다.

윤원형 : 그리 생각하신다면 내 부인을 볼 낯이 없소..

김씨 : 서방님, 앞으로 기방출입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약조해 주실수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 알았소, 내 약조 하리다.

김씨 : 서방님, 소첩이 투기를 부린다고 생각지 마십시오. 소첩은 앞으로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을 드릴 것이옵니다.

         허니 집안에 부정한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에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 내 어찌 부인의 갸륵한 마음을 모르겠소? 내 뭐든지 부인이 하자는대로 따르리다.

김씨 : 고맙사옵니다.

윤원형 : 부인, 밤이 늦었으니 어서 자리를 펴시오.

김씨 : 아직 택일이 잡히지 않았사오니, 이만 사랑으로 건너가시지요.

윤원형 : ...?!



s#39.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밤)


윤원형, 축 쳐져서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원로, 비스듬하게 누워 연시를 까먹고 있다가 벌떡 몸을 일으킨다.


윤원로 : 그래, 어찌 되었느냐?

윤원형 : (털썩 주저 앉으며) 어찌되긴 뭐가 어찌 되요?

윤원로 : (호기심 가득하여) 제수씨가 일편단심에 대해서 뭐라고 했는지 털어놔 봐라.

윤원형 : ..털어놓긴 뭘 털어놓는단 말이오?

윤원로 : 제수씨가 반듯하긴 반듯한 사람이구만..네 형수 같았으면 아흔아홉번 쫓아내고도 남았을 일인데..

윤원형 : (흘겨보다가)..이 말은 합디다.

윤원로 : 무슨 말?

윤원형 : 이 집에서 형님이 곁방살이 하는 꼴 못보겠다고 중전마마께 여쭈어 형님을 내보내겠답니다.

윤원로 : 뭐,뭐야? 제수씨가 정말 그리 말했단 말이냐?

윤원형 : (발라당 누우며)..고단하니 이만 잡시다.

윤원로 : 얘, 원형아, 원형아-

윤원형 : (짐짓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아댄다)...

윤원로 : (인상쓰고 보는)..



s#40. 남소문 객주 마당 (밤)


길상, 평상에 걸터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다.



s#41. 동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밤)


불꺼진 방안에서 달래가 잠들어있다.

능금, 뭔가를 느끼고 일어나 방문쪽으로 다가간다.

능금, 방문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길상을 내다 본다.



s#42. 동 객주 마당 (밤)


길상, 문득 통증이 느껴지는지 어깨의 상처를 만져본다.

그런 길상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길상의 상처를 꿰매주는 난정의 이미지(21회 s#20의)

길상,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 대문쪽으로 나간다.

아랫방문이 열리고 능금이 나온다.

능금, 길상의 뒤를 쫓아 대문쪽으로 간다.



s#43. 백치수 사랑채 마당 (밤)


길상, 불켜진 사랑채 방문 앞에 다가가 선다.


길상 : 어르신, 길상이옵니다.

백치수(E) : 들어오게.

길상 : 예.


길상, 사랑채 방안으로 들어가면 그 뒤로 능금이 살금살금 방문쪽으로 다가가 방안을 엿듣는다.



s#44.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백치수, 앞에 앉은 길상을 의외라는 듯 본다.


길상 : 지난번 약조하신 이놈의 몸 값을 주십시요.

백치수 : 뭐라 자네 몸값을 내어 달라?

길상 : 예, 어르신.

백치수 : 내 물어볼 바는 아니지만 그 돈을 받아다 어디다 쓰려는겐가?

길상 : ...

백치수 : 장통교 기방에서 자네의 상처를 꿰매준 난정이란 아이때문인가?

길상 : (흠짓 보며)..그걸 어찌?

백치수 : 장사꾼이 상대방 마음을 읽지 못해서야 어찌 재물을 만질수 있겠는가?

길상 : ...

백치수 : 난 평생 장사꾼 노릇을 하며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큰 재물을 모았네. 허나 재물은 허망한 것이야. 웬줄 아나?

길상 : ...?

백치수 : 재물로 사람을 내 수족처럼 부릴 수는 있겠지...허나 아무리 큰 재물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걸로는 사람의 참마음을 한조각도 살 수가 없네. 그게 허망하단게야.

길상 : ...

백치수 : 내 자네를 곁에 두고 싶었던 것은 자네가 내 재물에 팔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때문일세.

            바로 자네의 그 마음은 어떤 재물로도 얻을수 없는 것이라 이 말일세. 내 말이 무슨 뜻인줄 알겠는가?

길상 : 알듯도 하고 모를듯도 하옵니다.

백치수 : 허허허, 그래 그렇겠지. 허나 만약 자네가 내게서 받은 재물로 난정이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얻지 못할 것이야.

길상 : 도주 어른께서 어찌 그리 잘 아시옵니까?

백치수 : 내 난정이와 몇마디 말을 나눠 본 적이 있네..내 가진 재물을 다 털어넣어도

            그 아이의 머리카락 한 올도 살 수 없을걸세.

길상 : ...

백치수 : 자네가 원한다면 내어주지. 허나 그리되면 자네 목숨은 내게 맡겨야 될 것이야. 그리 하겠는가?

길상 : ..예.

백치수 : 날이 밝는대로 내어줄테니 다시 한번 걸음을 하게나.



s#45. 동 방 밖 마당 (밤)


능금, 방안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길상(E) : (방안에서) 허면 이놈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백치수(E) : 그러게나.


능금, 재빨리 어느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길상, 방밖으로 나와 대문쪽으로 나간다.

능금, 몸을 드러내며 글썽거리는 눈물을 쓱 닦는다.


백치수 : (방문 밖으로 나오며) 허허, 들마에게도 눈물이 있었던가?

능금 : (휙-노려보다가 가려는데)

백치수 : 능금아! 잠시 들어오너라.

능금 : 왜요?

백치수 : 내 길상이의 마음을 잡는 법을 알려주마.

능금 : ...?!



s#46.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백치수와 능금이 앉아있다.


백치수 : 길상이의 마음을 잡으려면 우선 재물 모으는 법부터 알아야 된다.

능금 : 지금 누굴 놀리는게요? 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시오? 아까 길상이 보고는 재물로 마음을 얻지 못한다고 했잖소!

백치수 : 재물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지만 재물을 모으는 법을 알면 사람의 마음도 얻는 법도 터득하게 되지.

능금 : ...?

백치수 : 내 차차 일러줄테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잘 배우도록 해라. 길상이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잘 해낼 수 있을게다.

능금 : (보며)..헌데 아저씬 왜 나한테 이리 잘해주는거요?

백치수 : 그것도 차차 알게 될게다. 늦었으니 그만 가서 자거라.

능금 : (일어서며)...?



s#47. 중궁전 외경 (밤)



s#48.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윤비 : (걱정스럽게 보며) 전하, 용안이 수척해 지셨사옵니다.

중종 : 과인이 이제까지 삼사에서 올린 상소를 읽느라 조금 곤한게요.

윤비 : 전하, 옥체를 보중하셔야 하옵니다. 산삼다를 올릴테니 드시고 침수드시옵소서.

중종 : 그래야겠구려.

윤비 : (방문 밖을 보며) 엄상궁 밖에 있느냐?

엄상궁(E) : 예.

엄상궁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전하께 올릴 산삼다를 다려오도록 하게.

엄상궁 : 예. (방문 닫고 나간다)

윤비 : 전하, 신첩이 어깨를 쳐드리겠사옵니다.

중종 : 고맙구려.

윤비 : (중종의 뒤편으로 다가가서 어깨를 주무른다)...

중종 : (눈을 감은채 시원한 표정)...중전의 손이 약손이구려..과인의 곤함이 풀리는 듯 하오.

윤비 : (조심스럽게) 전하, 소격서 철폐를 주청드리던 대간들이 사직을 청하였다지요?

중종 : (눈을 뜨며) 그렇소, 과거를 시행할 날이 임박했기에 과인이 대간들의 사직 요청을 받아들여

         그들을 교체하라고 하교를 내렸소.

윤비 : ...

중종 : 중전, 과인의 처신에 그릇됨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윤비 : 신첩, 아녀자의 몸으로 어찌 조정일에 말씀을 거들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괜찮소, 중전의 생각을 말씀해 보시오.

윤비 : (생각하다가)..신첩, 전하께오서 홍문관 부제학에 대한 총애가 깊다고 들었사옵니다.

         부제학 역시 원자의 보양관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청고한 덕과 학문이 뛰어난 인물로

         전하께오서는 부제학의 주청을 한번도 가납치 않으셨던 적이 없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 ...

윤비 : 소격서를 혁파하라는 대간들의 주청 역시 부제학이 삼사의 공론을 주도하여 주청드린 일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중종 : (끄덕인다)...

윤비 : 하온데, 이번엔 어찌 부제학의 주청을 가납하지 않으신 것이옵니까?

중종 : (움찔 윤비를 돌아보는)..

윤비 : 그것이 전하의 뜻이시옵니까, 아니면 대비전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전하의 효심 때문이옵니까?

         신첩은 그것을 알고 싶사옵니다.

중종 : ..음!!

윤비 : 전하, 신첩 역시 왕실의 후사를 보는 일이 조정의 충신 열 명을 얻는 일보다 중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신첩, 아녀자의 좁은 소견 일지는 모르오나 지금 조정엔 전하께오서 신임하시는 신하는

         조광조 한명인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전하, 조정에 진정한 충신이 한명 밖에 없다면

         그 신하는 왕실의 후사를 보는 일만큼 소중하다고 사료되옵니다. 부디 깊이 살피시옵소서.

중종 : ...!!

(E) : (멀리서 바람결에 들려오는) 전하, 소격서를 혁파하소서..혁파하소서..

중종 : (움찔하여) 이게 무슨 소리요?

윤비 : (놀라)...!!



s#49. 동 방 밖 중궁전 복도 (밤)


대전내관이 급하게 방문 앞으로 다가와서 아뢴다.


대전내관 : 전하-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중종(E) : 어서 들라.

대전내관 : 예.



s#50. 동 중궁전 방 안 (밤)


방문이 열리고 대전내관이 방안으로 들어서서 고한다.


대전내관 : 전하, 지금 강녕전 앞에 대간들과 홍문관, 예문관 관헌들이 자리를 깔고 엎드려 있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윤비 : ...!!



s#51. 강녕전 앞 뜰 (밤)


조광조를 위시한 김정, 그리고 이십여명의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예문관 관헌들이

자리를 깔고 강녕전을 향해 부복해 있다.


조광조 : (피 토하는) 전하, 소격서를 혁파하시옵소서!

김정,일동 : 혁파하시옵소서!


중종, 옥교를 타고 편전 뜰 쪽으로 나온다.


중종 : (옥교에서 내리며) 부제학, 야심한 밤에 이 무슨 소란인가?

조광조 : 전하, 소격서는 좌도이옵니다. 소격서를 혁파하시어 도학정치를 초석을 놓으시옵소서!

중종 : 오늘은 밤이 깊었노라, 이만 물러들 가고 내일 아침에 입시토록 하오.

조광조 : 전하께오서 신들을 뜻을 가납해 주실때까지 이 자리에서 대죄를 드리겠사옵니다. 통촉해 주시옵소서!

중종 : (낭패한)...!



s#52. 경빈 처소 외경 (밤)


경빈(E) : 금아-금이 밖에 있느냐?

금이(E) : 예, 마마.



s#53.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땀에 젖은 얼굴로 벌컥벌컥 냉수를 들이키고 있다.


금이 : (보며)..마마, 또 흉몽을 꾸시었사옵니까?

경빈 : 그래..요즘 들어 꿈자리가 뒤숭숭하구나..

금이 : 모두 신기가 허해지신 탓이옵니다. 쉬시옵소서.

경빈 : (자리에 누우려는데)..

(E) (멀리서 들리는)..소격서를 혁파하소서.....

경빈 : (움찔하여) 금아, 이 무슨 소리더냐, 내 헛것을 듣는 것이냐?

금이 : 예. 마마, 홍문관 부제학과 대간들이 강녕전 앞에서 소격서 혁파하라는 대죄를 드리고 있다 하옵니다.

경빈 : 뭬야?! 조광조 그자가 대체..(고통이 오는지 찡그리며 배를 움켜쥔다)..

금이 :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 (참아내며)..금아, 날이 밝는대로 예조판서와 화천군대감댁에 기별을 넣도록 해라.

금이 : 예.

경빈 : (어금니를 물고 벼르는)..조광조..조광조..내 그자를 반드시 찍어내고야 말 것이야..



s#54. 자운아 기방 외경 (아침)


천서방, 당나귀 고삐를 잡고 대문 앞에 서 있다.



s#55. 자운아 기방 마당


파릉군, 자운아와 함께 안채 방안에서 나온다.

한편에 서 있던 옥매향과 난정이가 그 앞으로 달려온다.


옥매향 : 나으리, 벌써 기팀 하셨습네까?

파릉군 : 오냐, 너도 잘 쉬었느냐?

옥매향 : (자운아 보고) 오마니, 신수가 훤해지셨습네다.

자운아 : 에미나이래 말뽄새하곤? 에미를 놀리면 못쓰는거이야!

옥매향 : 나으리, 하온데 아팀 일띡부터 어딜 가시는 길 이십네까?

파릉군 : 내 한양에 온 김에 종친 몇 분을 만나뵈려고 한다. (난정을 보고) 헌데 이 아인 누군가?..

난정 : (조아리며) 이년, 난정이라 하옵니다.

파릉군 : 난정이?..난정이라?

난정 : 이년..도총관 대감댁 서출이라면 생각이 나시옵니까?

파릉군 : 오, 그래, 난정이. 어쩐지 낯이 익다했구먼..허허 네가 벌써 이만큼 컸더란 말이더냐?..

난정 : (수줍게 고개 돌린다)...

파릉군 : 도총관 대감은 무고하시고?

난정 : 예..

파릉군 : 헌데 네 어찌 이 기방에 있느냐?

자운아 : 나으리, 늦으시겠습네다, 난뎡이 사연이래 나듕에 돌아와서 들으셔도 될테니끼니 일부터 보고 오시라요.

파릉군 : 그럼세. (중문 밖으로 나간다)



s#56.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파릉군, 대문 밖으로 나온다.

자운아, 옥매향, 난정이 차례로 파릉군을 배웅하러 나와선다.


파릉군 : 허면 내 다녀옴세.

자운아 : 예, 다녀오시라요.


파릉군, 당나귀 안장위로 오르는데 품에서 뭔가가 툭 떨어진다. 옥패 주머니다.


난정 : (혼자만 봤다)...!

파릉군 : (나귀위에 올라) 가세, 천서방.

천서방 : 예, 대감마님.


파릉군을 태운 당나귀가 출발한다.

자운아와 옥매향,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다가가서 떨어진 옥패주머니를 주워든다.

옥패주머니를 갸웃하며 보다가 고개를 들고 파릉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