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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2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31|조회수785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24











s#1. 자운아 기방 마당


난정, 안채 방문쪽을 보고 서 있는데 옥매향의 손이 난정의 어깨를 살짝 잡는다.


난정 : (움찔하여 돌아보는)..?!

옥매향 : (미소) 난뎡아, 와 넋을 놓고 서 있네?

난정 : ..으응?..아냐, 아무것도..

옥매향 : 난뎡아, 기런데 너 나으리께서 애디듕디 하시는 딩표를 봤네?

난정 : ..아니, 못 봤어. 꺼내보질 않아서..

옥매향 : 기래?..기렇켔디.

난정 : 매향아, 나..너한테 할 말이 있어..

옥매향 : (보며) 할 말?



s#2. 동 기방 아랫방 안


난정, 옥매향에게 화려한 장식의 은장도를 건네준다.


옥매향 : (받으며) 이거이 딘땨 날 듀는거이네?

난정 : (미소)..응.

옥매향 : (은장도를 요리조리 보며) 야, 뎡말 댤 만든 은장도구나야..

난정 : (기분 좋게 보는)..

옥매향 : (문득 난정 보며) 기런데 요 귀한 걸 무슨 됸으로 산거네?

난정 : 아주머니가 옷과 장신구를 마련하라고 주셨어.

옥매향 : 기럼, 너 기뎍심사에 닙을 옷은 어뗘구?

난정 : (머뭇거리는)...그,그건..

옥매향 : 에미나이래 뜸들이디 말고 날래 날래 털어놔 보라우.

난정 : (망설이다 결심한 듯)..니가 준 비취가락지를 팔아서..마련할거야.

옥매향 : 뭐이 어드레? 내가 듄 비튀가락디를 팔아?

난정 : ..미안해 매향아...

옥매향 : (말 짜르며) 난뎡아, 어케 기럴수 있네? 내레 기걸 어케 마련했는데?

난정 : ..알아..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머니께 그걸로 옷감을 끊어다 옷을 지어 달라고 했어.

         난 네가 준 비취가락지로 마련한 옷을 입고 기생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거야...매향아, 내 맘 알겠니?

옥매향 : (쌀쌀하게 보다가 은장도를 방바닥에 놓으며) 이거 도루 가뎌가라우.

난정 : ..매향아.

옥매향 : 내레 고 비튀가락디를 어케 마련했는 듈 아네?..어렸을 뎍부터 난뎡이 널 생각하면서 몇 년 동안

            한푼 두푼 모아 산거이야. 고 가락디래 너에 대한 내 마음이야. 내레 고 가락디가 평생 니 손가락에 끼어있길 바랬어..

난정 : ...!

옥매향 : 기런데 기걸 팔갔다구? 내 마음을 팔갔다구? 기럴수 없는거이야!

난정 : ...

옥매향 : 난뎡아, 니가 날 동무로 생각한다면 디금 당댱 탸댜오라우. 알갔네?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 : (은장도를 내려다 본다)...



s#3. 동 기방 마당


난정, 아랫방에서 나오는데 심퉁이가 다가와 선다.


심퉁 : 난정아씨, 승후관나으리께서 찾으시는구먼요?

난정 : (보며) 나으리께서 어디 계신데...?

심퉁 : 지금 대문 밖에 계셔유. 얼른 나가 보셔유.

난정 : (의아한) 밖에?..(중문쪽으로 나간다)



s#4. 동 기방 대문 앞 길


난정, 대문 밖으로 나오면 윤원형, 등을 돌리고 서있다.


난정 : (윤원형에게 다가오며) 나으리.

윤원형 : (돌아보며) 오, 난정아.

난정 : 오셨으면 안으로 드실 일이지 어찌 여기 서계시옵니까?

윤원형 : 아니다, 내 중전마마께 기방출입엔 발걸음을 안하겠다고 약조를 드렸으니

            오늘 이후로 절대 기방 문지방을 넘지 않으련다.

난정 : (의아) 그런데 어인 일로..?

윤원형 : 내 너한테 다시 한번 다짐을 받고자 왔다.

난정 : ..다짐이라니요?

윤원형 : 내 당분간 너를 찾지 않을 것이야.

난정 : 예에?..그 무슨..? (쏘아보며) 나으리께서 정녕 이 년을 버리시겠다는 말씀 이시옵니까?

윤원형 : 허어, 널 버리다니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난정 : 하오면 어인 연유로 이년을 찾지 않으시겠단 말씀이시옵니까?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처신을 바르게 하라는 엄명이 계셨느니라.

난정 : ...!

윤원형 : 내 앞으론 기방출입을 금하고 글공부에 전념할 작정이다. 허니 너도 두번 다시 내 집에 발걸음을 해서는

            아니 될 것이야. 만일 내 주변에서 잡소리가 난다면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되는 일이다. 알겠느냐?

난정 : (낙심하는)...

윤원형 : (난정의 얼굴을 보듬으며) 난정아, 너무 낙심 마라. 이번 격류만 잘 피해가면

            너 역시 중전마마를 뵐 날이 앞당겨 질 수도 있을 것이야.

난정 : (흠짓 보며) 예에? 그 말 참이시옵니까?!

윤원형 : 암, 나를 믿거라.

난정 : 믿겠사옵니다. 이년 나으리를 믿겠사옵니다.

윤원형 : 오냐, 허면 잘 지내거라. 난 가련다.

난정 : (조아리며) 살펴가시옵소서.

윤원형 : (돌아서 가다가 휙- 돌아보며) 난정아, 너 장자방이 무슨 뜻인줄 아느냐?

난정 : ..예에?

윤원형 : (히죽 웃으며) 아니다, 허허허..(돌아서 휘적휘적 간다)

난정 : (그 뒷모습 보며)...!



s#5. 동 자운아 기방 골목길


길상, 기방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얼굴을 내민다.

길상, 저만치 가는 윤원형의 뒷모습과 서있는 난정을 본다.


길상 : (주먹을 움켜 쥐고 담벼락을 쿵 친다)...!!



s#6.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 물목을 보며 장부책엔 수량등을 써넣고 있다.


능금(E) : 도주 아저씨! 나 능금이요!

백치수 : (미소) 오냐, 들어오너라.

능금 : (방문을 휙-열고 씩씩대며 들어와 백치수 앞에 버티고 선다)

백치수 : (짐짓 장부만 보다가 능금을 슬쩍 치켜보며)..천정 안 무너진다. 앉거라.

능금 : (털썩 앉으며) 대체 재물버는 법은 언제 알려줄거요?!

백치수 : 허허, 네가 우물에서 숭늉을 찾고 있구나.

능금 : 가르쳐주기 싫으면 관두시오, 나도 객주일 때려 치우겠소.

백치수 : 언문은 다 깨쳤느냐?

능금 : 언문 깨치는게 뭐 그리 급하오? 이러다가 길상일 놓치면 아저씨가 책임 질거요?!

백치수 : 허허허! 오냐, 내 당장 재물을 모으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도를 일러주마.

            능금아, 지금 네 몸에 지닌 것 중에서 가장 귀한 물건을 꺼내보거라.

능금 : (갸웃하며)..귀한 물건이요?

백치수 : (능금의 가락지를 보며) 옳지, 그 가락지가 맞춤이겠구먼.

능금 : (손을 뒤로 감추며) 안되오! 이건 못 빼오.

백치수 : 재물 모으는 법을 알고 싶다면서? 왜, 마음이 바뀌었느냐?

능금 : (망설이는)...?!

백치수 : 아주 달라는게 아니라 잠시 빌리자는 것 뿐이니 걱정말거라.

능금 : (다짐 받듯)..허면 꼭 돌려주어야 되오?

백치수 : 오냐!

능금 : (가락지를 빼서 쭈삣거리며 건네준다)..여기있소.

백치수 : (가락지를 보며) 허허, 길상이가 준것이라더냐?

능금 : 흰소리 말고 얼른 알려주시오.

백치수 : (빙긋 웃으며 장부를 들여다 본다) 됐으니 나가보거라.

능금 : (어이없게 보며) 지금 뭐하자는 거요? 재물 모으는 법 알려주기 싫으면 내 가락지 내 놓으슈!

백치수 : (능청) 네 가락지라니? 방금 네가 나에게 주지 않았느냐? 허니 이제는 내 물건이 된 것이지.

능금 : 뭐,뭐요,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요?! 당장 내놓지 못하겠소?!

백치수 : (마주 보며) 허허, 난 평생 내 손에 들어온 재물을 돌려줘 본 적이 없다.

능금 : (노려보며) 정말 이럴거요?!

백치수 : (손바닥에 가락지를 올려놓고 주먹을 꽉 움켜쥔다) 돌려받고 싶으면..(주먹을 쑥 내밀며) 네 힘으로 찾아가 보거라.

능금 : 좋소!


능금, 백치수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펴려하지만 꿈쩍도 않는다.

능금, 낭패한 표정을 짓다가 백치수의 주먹을 이빨로 깨물어버린다.

백치수, 양미간을 움찔거리지만 주먹을 펴지 않는다.

능금, 악에 바쳐 더욱 힘껏 깨문다.

백치수, 확-밀쳐버리면 능금, 방바닥에 나자빠졌다가 발딱 일어나 백치수를 노려본다.


능금 : 대체 왜 이러는거요?!

백치수 : 네 손에 움켜 쥔 재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놓치지 마라. 이것이 재물을 모으는 첫 번째 방도이니라. 알겠느냐?

능금 : ...?!

백치수 : (주먹을 펴고 가락지를 능금에게 던져준다)..

능금 : (가락지를 받아들고 소중히 보다가 백치수를 휙 보며) 세상에 그까짓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오?

         그딴 건 세 살 먹은 애들도 알겠소.

백치수 : 허허, 알기만 하면 뭣하느냐? 제대로 행하지도 못하니 그게 탈이지.

능금 : 하지만 아저씬, 아무한테나 어음을 내주지 않소? 길상이 한테도 몸값으로 큰 돈을 내줬고..

백치수 : 재물을 쓰는 법은 우선 네가 큰 재물을 모은 다음에 가르쳐주마. 허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거라.

능금 : (일어나 나가며 중얼대는) 치, 시시해. 별것도 아닌 것 갖구! (나간다)

백치수 : (피가 흐르는 주먹을 내려다 보다가 허허 웃어버린다)...



s#7.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대문안으로 들어와 투덜거리며 툇마루에 털썩 주저앉는다.


능금 : 순 엉터리 같으니라구..손에 움켜 쥔 걸 내놓지 말라구?

달래 : (방에서 걸레 담긴 물대야를 들고 나오며) 능금언니, 어딜 갔다 오는게요?

능금 : 달래야, 너 내가 재물 모으는 법 알려줄까?

달래 : ..재물 모으는 법이요?

능금 : 그래, 몸에 지닌 것 중에 젤루 귀한걸 이리 내 봐.

달래 : 싫소, 난 재물보다두 오라버니하고 오순도순 살고 싶소. (대야들고 간다)

능금 : ..달래야.

송서방 : (창고쪽에서 내다 보며) 능금아, 물목 맞춤해야지. 얼른 창고루 와!

능금 : 닦달 좀 그만 하슈!

송서방 : 뭐여?

능금 : 알았소, 가면 되잖소! (일어서서 가며) 나 없었으면 이 객주 망할뻔했네!



s#8. 대궐 강녕전 뜰 앞


조광조와 김정을 비롯한 대간들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열에서 몇 명이 더 쓰러진다.

조광조, 고집스럽게 강녕전을 바라보고 있다.



s#9. 대궐 일각


김승지, 걸어오는데 어디선가 화살이 쐑- 날아와 기둥에 꽂힌다.

김승지, 흠짓 놀라 보다가 화살을 빼들고 보면 화살에 익명서(匿名書)가 매달려 있다.

김승지, 익명서를 화살에서 떼어내 펴보는데.


홍경주 : (다가오며) 김승지, 게서 무얼 하는게요?

김승지 : (보고 조아리며) 예, 궐내에 또 익명서가 날아왔사옵니다.

홍경주 : (흠짓)..그래요? 어디 이사람도 한번 봅시다.

김승지 : 그러시지요. (익명서를 건네주면)

홍경주 : (받아들고 내용을 읽으며 굳어지는)...!

해설(NA) : 익명서란 요새로 치면 각종 유언비어나 정치적 반대파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정치투서였다.

                당시 조선에서는 이런 익명서는 문제삼지 않고 소각하는 것이 관례였다.



s#10. 빈청 안


홍경주, 익명서를 펼쳐 들고 탁자에 모여 앉은 정광필, 안당, 김전, 이장곤, 남곤, 심정, 김안로등에게 보인다.


홍경주 : 이것이 방금 전에 날아와 꽂힌 화살에 매어져 있던 익명서외다. 참으로 통탄할 말들이 적혀 있소이다.

정광필 : 허어, 남양군 대감 어찌 익명서 따위를 들고 빈청엘 드셨소이까?

홍경주 : 익명서 따위라니요? 조정에 있는 우리들이 정치를 잘 했더라면 이런 익명서가 날아 들겠소이까?

심정 : 남양군대감, 거기에 무어라고 쓰여있소이까?

홍경주 : 조광조가 그를 따르는 사림의 무리들로 붕당을 지어 전하의 어의를 힘으로 꺽고자 하니

            조정의 인심이 날로 어지롭고, 대신들간에 반목과 불화가 생겨 장차 종묘사직이 위태롭다고 적혀있소이다.

남곤 : 틀린 말은 아니외다. 조광조가 전하의 심기를 이리도 어지럽혀 드리고 있는데

         조정 중신들은 팔짱만 낀 채 불구경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옵니다.

김전 : ..음!!

심정 : 아무래도 소격서 철폐에 대해서 조정의 뜻을 다시 모으는 것이 옳지 않겠사옵니까?

정광필 : 조정의 뜻을 다시 모으다니요?

심정 : 소격서 철폐가 불가하다는 쪽으로 조정 공론을 모은다면 대비전의 진노도 수그러들지 않겠사옵니까?

홍경주 : 좋은 생각이외다. 이번에야 말로 우리 조정중신들이 전하께 힘을 보태드립시다.

이장곤 : 허어, 그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옵니까? 조정 대신들이 이미 소격서 철폐로 공론을 모으지 않았소이까?

            헌데 익명서에 적힌 되먹지 못한 글 때문에 공론을 뒤엎자니요?!

남곤 : 그럼 어쩌자는겝니까? 전하께오서 조광조의 주청 때문에 국사를 돌보지 못 하고 계세요.

         언제부터 이 나라가 조광조 한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단 말이외까?!

심정 : 그렇소이다. 앞으로도 조광조는 자신의 주청이 가납되지 않으면

         강녕전 뜰에 자리를 깔고 억지를 쓸게 자명할 것이라 이 말씀이옵니다.

안당 : 허어, 억지를 쓰다니요?!

홍경주 : 전하께오서 가납치 않으시겠다고 한 일을 굳이 하겠다면 그게 억지가 아니고 무엇이오?

이장곤 : 전하의 과오를 바로 잡아 드리려고 주청을 드리는 일을 가지고 어찌 억지를 쓴다고 말씀 하신단 말이오?!

김전 : (일어서며) 우리들끼리 여기서 아무리 왈가왈부해 본들 무슨 소용이겠소이까? 전하의 뜻을 기다려 볼 밖에요!

         (밖으로 나간다)

김안로 : (보고 있다가 그 뒤를 따라 나간다)



s#11. 대궐 일각


김전, 걸어가는데 김안로가 그 뒤를 쫓아온다.


김안로 : 숙부님, 어딜 가시옵니까?

김전 : (걸음 멈추고 한숨 내쉬는) 참으로 답답하구나. 소격서 같은 미미한 관청 때문에 조정의 공론이 갈리고

         정치가 혼란에 빠지고 있지 않느냐?

김안로 : 소격서는 곧 혁파될 것이옵니다.

김전 : 뭣이라?

김안로 : 전하께오서 소격서 혁파를 불윤하시는 것은 명분이 있어서가 아니오라 대비전의 진노가 크시기 때문이옵니다.

            전하께오서 대간들을 교체하라 명하셨사오나 사림들은 명분이 없는 후임 대간의 자리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허면 이 나라 조정은 마비될 것이 자명하옵니다.

김전 : (끄덕끄덕)...그럴테지.

김안로 : 전하께오선 현명하신 군주시옵니다. 왕실의 일 때문에 조정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으실 것이옵니다.

            분명 대의를 쫓아 소격서를 혁파하실 게 틀림없사옵니다. 지금은 때를 살피고 계실 것이옵니다.

김전 : 헌데 너는 어찌 빈청에서 입을 다물고만 있었단 말이냐?

김안로 : 소격서가 혁파된다고 해도 앞으로 조정은 사분오열 될 것이 자명하옵니다. 입을 가볍게 놀려 의중을 드러내기 보다는

            침묵으로 처신하는 편이 옳을 듯 싶사옵니다.

김전 : ('내 조카지만 무서운 놈이다' 보는)...음!!



s#12. 중궁전 복도


대전내관,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있는 방문 앞으로 다가와 고한다.


대전내관 : 전하, 영의정과 우의정이 편전에 입시하여 면대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s#13. 동 중궁전 방 안


생각에 잠겨 앉아있던 중종이 방문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윤비, 중종 앞에 앉아있다.


중종 : (짜증 섞인) 과인은 오늘 편전으로 아니들 것이니 물러들 가라 이르라!



s#14. 동 방 밖 복도


대전내관 : 예. (급히 복도 밖으로 나간다)



s#1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전하, 중궁전에 드신지 오래이옵니다. 편전으로 납시어 조정신료들을 만나 보시는게 가할 듯 사료되옵니다.

중종 : (저으며) 과인은 조정신료들의 매번 똑같은 진언을 듣는 것이 피곤하오.

윤비 : ...

중종 : ..이젠 무엇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 것인지 상관없으니 이 오랜 고통에서 벗어나고만 싶구려.

윤비 : (보다가)..전하, 신첩,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중종 : ..말씀해 보시구려.

윤비 : 신첩, 전하께오서 이렇듯 고심하는 모습을 뵈오니 지어미로써 애간장이 녹는 듯 하옵고, 전하를 받드는 신하로써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사옵니다..하오나 군주의 마음이 흔들리면 조정의 기강이 흔들리는 법이옵고

         백성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전념할 수가 없사옵니다. 전하, 감히 바라옵건데 이 나라 종묘사직과 신민들을 위하여

         결단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 과인은 이미 소격서는 혁파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소. 허나 조정신료들이 과인의 뜻에 따라주지 않으니

         과인이 어쩌란 말이오?

윤비 : 신첩, 소격서를 혁파할 수 없다는 뜻은 전하의 뜻이 아니라 대비마마의 뜻이라 알고 있사온데

         신첩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중종 : (움찔하여 보는)..?!

윤비 : 무엇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지는 전하께오서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아시고 계신다고 사료되옵니다.

중종 : ('그렇다')...음!

윤비 : 홍문관 부제학은 대의명분 앞에서 뜻을 꺽지 않는 청고한 사람이라고 들었사옵니다.

         부제학이 뜻을 꺽지 않는다면 전하께오선 부제학을 참수시키시겠사옵니까?

중종 : 참수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이오.

윤비 : 하오면 전하께오서 부제학과 젊은 인재들의 충정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감싸 안아 주시옵소서.

         그들은 장차 전하를 떠받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옵니다.

         그들과 정사를 도모하시어 천세 만세에 빛나는 성군이 되시옵소서.

중종 : 과인 역시 그러고 싶소. (한숨)..허나 대비마마의 진노가 하늘을 찌르시니..과인도 어찌해야 할지 답답할 뿐이오.

윤비 : 전하, 군주의 효행은 사가와는 다를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

윤비 : 당장 대비마마께오서 심기가 불편하시겠지만 전하께오서 명군이 되시어 성명을 만세에 찬란히 빛내신다면

         전하의 어머니이신 대비마마 역시 그 성명이 만세에 이어져 칭송되실 것이옵니다.

         전하, 신첩 삼가 바라옵건데 부제학의 주청을 받아들이시어 소격서를 혁파 하시옵소서!

중종 : (충격으로 보는)...!



s#16. 대비전 방 안


경빈, 팔목에 묶은 명주실을 풀고 있다.

자순대비, 경빈을 보다가 방문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경빈의 복중의 태아는 어떠한가?



s#17. 동 대비전 복도


양어의 : (조아리며 고한다) 아기씨는 무사하시옵니다. 하오나, 경빈마마의 신기가 허약하시오니

            탕재와 더불어 섭생에 더욱 조심하셔야 할것이옵니다.



s#18.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알았네, 물러가게.



s#19.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 예.



s#20.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들으시었소, 경빈? 차후로는 섭생에 더욱 조심하셔야 될 것이오.

경빈 : 예, 마마.

자순대비 : (자애로운 미소로 손을 맞잡으며) 경빈, 이번에도 반드시 왕자를 생산하여 종사를 번창케 해주셔야 합니다.

경빈 : (황송한 듯 조아리며)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s#21. 대비전 뜰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등을 거느리고 오다가 대비전에서 나오는 양어의와 마주친다.

양어의, 허리를 깊숙하게 숙여 시선을 피한다.

윤비, 지나쳐 가면 양어의, 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윤비 : (엄상궁에게) 저 사람은 어의가 아니더냐?

엄상궁 : 그러하옵니다.

윤비 : 어의가 대비전엔 어인 일로 왔을꼬?


윤비, 대비전 앞으로 다가가면 그 앞에 서있던 금이가 흠짓 놀라 고개를 조아린다.

윤비, 금이를 보고 '경빈이 와 있군!' 짐작하며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조상궁(E) :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22. 동 대비전 방 안


경빈, 움찔 놀라 방문 쪽을 돌아본다.


자순대비 : (경빈을 보고) 괜찮소, 경빈..

경빈 : ...

자순대비 : (방문쪽 보며) 드시라해라.

조상궁(E) : 예.


방문이 열리면 윤비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일어나 윤비에게 조아리며 자리를 내어주면 윤비, 대비 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자순대비 : 중전, 어인 발걸음이시오?

윤비 : 신첩, 대비마마께 아뢸 말씀이 있어 왔사옵니다.

자순대비 : 말씀해 보시오.

윤비 : 내명부가 있는 자리에서 여쭐 말씀이 아니옵니다. 물리쳐주시옵소서.

경빈 : (모욕감에)..?!

자순대비 : 그리 합시다..(경빈 보며) 경빈, 이만 물러가도록 하세요.

경빈 : 예, 마마. (자순대비와 윤비에게 조아리고 방문을 나간다)



s#23. 동 대비전 복도


경빈, 방문을 나오면 조상궁이 조아린다.


경빈(E) : (가려다가 휙-돌아보며) 흥, 중전께서 무슨 감언이설을 여쭌다해도 대비전의 마음은 이 사람에게 기울어졌음이야.


경빈, 비웃음을 머금고 총총히 간다.



s#24.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중전, 말씀해 보시오.

윤비 : 대비마마, 전하께오서 바른 정사를 펼치실 수 있게 도와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일순 당황)..뭐,뭣이라?!..(분노) 허면 이 사람 때문에 주상께서 바른 정사를 펼치시지 못한다는 말씀이오?!

윤비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이번 소격서 일은 분명 그렇다고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뭬요? 중전, 어찌 이리 무엄하시오?! 이 늙은이가 소격서 일로 주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니요?!

윤비 : 전하께오서 대비전의 뜻이 완고하시어 소격서를 혁파하라는 삼사의 주청을 윤허치 못하고 계시옵니다.

         하오니 마마의 뜻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중전, 소격서는 조종조로부터 왕실의 발복을 기원드리는 신성한 곳이오. 더욱이 지금 소격서에서는

               왕실의 후사를 위한 굿과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헌데 소격서를 철폐하라니요? 이는 이씨의 씨를 말리려는

               불순한 역심을 지닌 자들의 주청이 틀림 없거늘, 어찌 중전께서는 그 자들의 주장에 부화뇌동 하시는게요?!

윤비 : 마마, 왕실이 번창해야 군주의 위엄이 서고 이 나라의 종묘사직의 기틀이 든든해진다는 것을

         신첩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잘 아시는 중전께서 어찌 그런 망발을 입에 담으실 수 있단 말이오?

윤비 : 하오나, 왕실의 번창도 종묘사직도 전하께오서 계시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

윤비 : 왕실의 후사를 보는 일은 막중한 일이옵니다. 하오나 조정이 무너지면 군주 역시 무너지는 법이옵니다!

         폐주 연산군은 생전에 네 분의 왕자와 공주 두 분을 두었사옵니다. 허나 그들이 지금 어찌 되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당황하여)..주,중전...!

윤비 : 지금 소격서 철폐를 주청드리고 있는 조광조와 대간들은 전하를 떠받들 충성스러운 신하들이옵고

         장차 이 나라의 장래를 끌고 갈 젊은 인재들이옵니다. 마마께오서는 어찌 일개 후궁의 후사를 위해

         이들을 반역의 무리로 몰아 내치시려 하시옵니까?! 마마, 부디 깊이 상량해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쏘아보며) 듣기 싫소! 지금 중전께서는 경빈을 투기하시는 마음 때문에 눈이 흐려지신게요.

윤비 : 그렇지 않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렇지 않다니요?! 이 늙은이를 가르치실 생각마시오!!

윤비 : 마마..

자순대비 : (쏘아보며) 중전께선 한양 조씨 왕실의 중전이란 말이오?!

윤비 : (충격)..예에?!

자순대비 : (냉랭하게) 그렇지 않다면 어찌 왕실에 역심을 품고 소격서를 철폐하라는 조광조를 두둔하실 수 있단 말이오?!

               내 중전과는 마주 앉고 싶지 않으니 물러 가시오! (고개를 휙-돌려버린다)

윤비 : 마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벌컥) 어허, 물러가라지 않습니까?! 앞으로 대비전으로는 발걸음도 하지 마시오!

윤비 : ...!!



s#25.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 찻상을 두고 앉아있고 향이가 윗목에서 고하고 있다.


희빈 : 뭬야, 대비마마께서 중전마마를 물리치셨단 말이냐?!

향이 : 예, 뿐만이 아니옵고 꾸중하시는 호통이 어찌나 크셨던지 대비전 상궁 나인들이 민망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옵니다.

희빈 : (갸웃 머리 굴리며)..대비마마께오서 무슨 일로 중전마마를 나무라셨을꼬?

창빈 : (걱정스러운) 어찌 대비마마께오서 중전마마의 충정을 몰라주시는지 참으로 야속한 일입니다.

희빈 : (창빈을 보며) 창빈, 중전마마에 대한 믿음이 너무 과하신게 아니오?

창빈 : 과하다니요? 희빈, 중전마마께오서 판부사 댁에서 올리신 회임 탕재를 드시지 않은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희빈 : 내 중전마마 마음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그 뜻을 어찌 알겠소?

창빈 : ...?!



s#2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깔깔깔 통쾌하게 웃어댄다.


경빈 : (배를 보듬으며) 이 뱃속에 용종이 자라고 있는 한 앞으로 중전도 감히 어쩌지는 못할 게야, 암 그렇고 말구! 호호호.



s#27. 중궁전 방 안


윤비,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고 그 앞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침통한 얼굴로 앉아있다.


엄상궁 : (조심스럽게) 중전마마, 차라도 다려올리까요?

윤비 : (무겁게 가라앉은) 난 괜찮으니 나가들 있게.

엄상궁 : 하오나..

윤비 : 나가들 있으라니까?

엄,오상궁 : 예..(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연상 서랍속에서 피묻은 수건을 꺼내 본다.


윤비 : (양미간이 움찔하며 생각에 잠기는)...!!



s#28. 난정모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오다가 툇마루에 앉아있는 양평댁을 보고 흠짓 놀란다.


난정 : (경계하듯 보며) 아주머니, 여긴 어인 일이셔요?

양평댁 : (일어서며) 대문이 열려 있길래 들어왔다. 어머닌 어디 가셨니?

난정 : 어머닌 무슨 일로 찾으세요?

양평댁 : 응..다른게 아니라, 옥련아씨 혼례날이 잡혔구나.

난정 : ('혼례?!')...!

양평댁 : 마님께서 옥련아씨 혼례날 입을 옷을 지어오라고 하셨는데..이왕이면 솜씨 좋은 네 어머니한테 부탁하려고 왔다..

            다 누이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냐?

난정 : (냉랭하게) 어머닌 이제 삯바느질 안하세요.

양평댁 : 그래? 어쩔수 없지.. 괜한 걸음 했구나? (대문쪽으로 간다)

난정 : (배웅하듯 쫓으며)...옥련아씨 혼처는 어느 댁이에요?

양평댁 : 박참의댁 둘째 자제분이시다. 렴이 도련님과 동문수학하신 친구분이시지.

난정 : 그래요?

양평댁 : 난정이 너도 좋은데로 시집을 가야할텐데..잘 있거라. (대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 ..참의댁?


난정의 얼굴위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박희량의 이미지(22회 s#23의)


난정 : ...!



s#29. 정윤겸 안채 방 안


옥련, 박씨 앞에서 저고리 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고 있다.


옥련 : 흑흑, 어머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 있사옵니까? 혼례를 앞둔 신랑이 기방출입을 하다니요?

박씨 : 옥련아, 사내들 기방출입하는 것이 어찌 험절이 되겠느냐? 허니 그만 눈물을 그치거라.

옥련 : 기방출입을 하는 사내가 첩실을 들이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박씨 : ...뭐라?

옥련 : ..소녀, 어머니께오서 장흥댁 모녀 일로 가슴앓이 하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혹시라도 나중에 도련님께서 첩실을 들일까 두렵사옵니다. 흑흑..

박씨 : 옥련아, 그런 걱정말거라. 이 에미가 박서방에게 단단히 약조를 받아둘 것이야.

         에민 내 딸이 첩실 때문에 눈물 짓는 걸 죽어도 못본다.

옥련 : 고맙사옵니다..소녀, 어머니만 믿겠사옵니다.

정렴(E) : 어머니, 소자이옵니다.

박씨 : (휙-보며) 들어오너라.

정렴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앉는다) 소자를 찾으셨사옵니까?..(옥련 보고) 옥련아 넌 왜 우는 것이냐?

박씨 : (못마땅하게 보며) 쯧쯧, 철딱서니 없기는?

정렴 : 예에?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박씨 : 네 어쩌자고 박서방을 데리고 기방출입을 했더란 말이냐?

정렴 : 어,어머니..그런게 아니옵고..

박씨 : 시끄럽다. 차후 한번만 더 기방출입을 했다는 소리가 에미 귀에 들리면 내 아버님께 여쭈어 너를 산사 암자로 보낼테니

         그리 알거라.

정렴 : (울상)..어머니..(옥련을 흘겨보며)..옥련이 너..

옥련 : (삐쭉 보며) 오라버니, 속세를 떠나 암자 승방에 틀어박혀 글공부하고 싶지 않으면 어머니 말씀 명심하시오.

정렴 : ...?!



s#30. 당추 암자 외경


동자승이 종루에서 범종을 울리고 있다.

법당안에서는 신씨와 몸종 언년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있다.



s#31. 암자 근처 정자


당추와 난정모가 앉아있다.


난정모 : 스님, 내일 암자를 내려갈까 하옵니다.

당추 : 보살님, 결심을 하신 것이옵니까?

난정모 : 예.

당추 : 허면 파릉군대감이나 도총관 대감께 난정이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실 작정이시옵니까?

난정모 : 따지고 보면 난정이는 이년과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지요..허나 난정이는 분명 이년의 손으로 정성껏 키운

            제 딸이옵니다..스님 이년은 난정이를 잃고 싶지 않사옵니다..이년의 욕심이 그리도 큰 죄이옵니까?

당추 : ..기른정이 어찌 낳은정에 미치지 못하겠사옵니까?

난정모 : 이년, 난정이 출생의 비밀을 가슴 속에 묻어버리겠사옵니다.

당추 : ..!

난정모 : 이년도 아옵니다. 파릉군대감과 도총관대감께 씻어 담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이년 두분께 지은 죄를 참회하면서 평생을 살 것이옵니다.

당추 : (한숨)..음.

난정모 : (옥패 주머니를 꺼내며)..이 옥패는 스님께 돌려드리겠사옵니다..

당추 : (놀라)..보살님..!

난정모 : 이년은 앞으로 이 옥패는 잊어버리고 난정일 제 친 딸로 여기고 살 것이옵니다.

            허니 스님께서 이 옥패를 받아주세요..(옥패주머니를 건넨다)

당추 : ...보살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소승이 맡아두겠사옵니다. (옥패주머니를 받는다)

난정모 :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스님..이제 이년의 가슴 속을 짓눌렀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것 같사옵니다.

당추 : ..나무 관세음보살...



s#32. 난정모 방 안


난정, 개다리 소반에 밥을 차려놓고 먹고 있다.

난정, 밥 한술을 뜨다가 문득 눈 앞에 떠오르는 파릉군이 흘렸던 옥패 주머니.

난정, 수저를 놓고 반닫이쪽으로 가서 옥패주머니를 찾는 듯 속을 뒤진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난정 : (무엇인가 의혹의 표정)...!



s#33. 자운아 기방 후원


파릉군의 손이 옥패주머니 속에서 옥패를 꺼낸다.

파릉군, 연못 앞에서 옥패를 꺼내들고 보는데..


옥매향 : (다가오며) 나으리.

파릉군 : (옥매향을 돌아보며) 오 매향아..(옥패를 넣고 돌아본다)..

옥매향 : (미소)..내레 나으리께서 여기 계신듈도 모르고 한턈 탸댰습네다.

파릉군 : 허허, 왜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옥매향 : 니년 나으리께 텽이 있습네다..

파릉군 : 청이라니? 말해보거라.

옥매향 : (수줍은 듯 쭈빗대는데)..

파릉군 : 허허, 괜찮으니 말해보거라. 내 들어줄 수 있는 청이면 마다하지 않으마.

옥매향 : 어뎻밤, 나으리께서 울 오마니하고 긴베개를 베시디 않으셨습네까?

파릉군 : (어색한 웃음)...허허..그랬던가?

옥매향 : (보다가) 나으리, 니년 나으리를 아바디라고 부르게 해듀시라요.

파릉군 : (놀라는) 아버지?!

옥매향 : 예. 나으리께선 울 오마니의 뎡인이시니끼니 니년에게는 아바디가 되시는 거이나 마탼가디 아니십네까?

파릉군 : (굳은 표정)...

옥매향 : 니년 태어나서 한번도 아바디란 말을 해본 뎍이 없습네다. 기러니 딱 한번만 나으릴 아바디라고 부르게 해듀시라요.

파릉군 : (한숨)...내게도 살아 있다면 너만한 자식이 있을 것이야..내 핏줄인 그 아이에게 조차 아직 들어보지 못한 말을

            어찌 네게 먼저 들을수 있겠느냐?

옥매향 : ...!

파릉군 : (미안한듯 보는데)...미안하구나..

옥매향 : ..니년이 되먹디 못한 텽을 드린 것 같습네다..용서하시라요...(조아리고 돌아서는 그 모습이 애처롭다)

파릉군 : (보다가)..매향아..

옥매향 : (글썽이는 눈으로 돌아보는)...

파릉군 : (미소) 그래..아버지라고 불러보거라.

옥매향 : (활짝 펴지며) 고거이 턈말 이십네까?

파릉군 : (끄덕이며)..나도 한번 아버지란 소리를 들어보고 싶구나..

옥매향 : ....

파릉군 : 어서 불러 보래두.

옥매향 : (한참 보다가 입술이 떨어지는)...아바디..

파릉군 : (뭉클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옥매향 :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아바디..(파릉군의 품에 안긴다)

파릉군 : (안아주며 눈물 글썽)..오냐, 오냐...


후원 한편에서 파릉군과 옥매향, 부녀간의 포옹을 지켜보는 자운아의 눈에서도 눈물을 흐른다.



s#34. 윤원형 집 외경



s#35. 동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방바닥에 놓여지는 곳간 열쇠.

윤원로, 윤원형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지임이 곳간열쇠를 김씨 앞에 놓는다.

윤원로, 천정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쉰다.


윤지임 : 며늘아, 오늘부터 네가 이 집 안주인이니 살림 잘 하거라.

김씨 : (조아리며) 아버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말씀 명심하겠사옵니다.

윤원로 : 제수씨.

김씨 : (열쇠를 집어들다가 보는)..?

윤원로 : 만약 아버님께오서 새장가를 드시어 새어머니가 들어오신다거나 원형이 형수가 이집에 들어와 살겠다면 어쩌실게요?

윤원형 : 형님, 왜 또 아버님 새 장가 얘긴 들먹이는거요?

윤원로 : 그러니 만약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제수씨 그땐 어쩌실게요?

김씨 : 어쩌다니요?

윤원로 : 그 곳간 열쇠를 다시 내놓으실 수 있냐 이 말씀이오?

김씨 : 이 집 안채가 아직 비어있사옵니다. 누구든 안채에 들어오신다면 당연히 내드려야지요.

윤원로 : 분명 약조 하신겝니다, 제수씨.

김씨 : 예.

윤지임 : 며늘아, 오늘 봉은사에 등을 달러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김씨 : 예, 아버님, 다녀와서 저녁상을 차려 올리도록 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 (윤지임쪽에 바짝 앉으며) 아버님, 열쇠를 내놓으시면 어쩌시옵니까?

윤지임 : 어쩌긴? 허면 며느리가 들어왔는데 시아비가 곳간열쇠를 움켜쥐고 있으란 말이냐?

윤원로 : 제수씨가 곳간 재물을 가난한 친정으로 빼돌리면 어쩌실겝니까?

윤지임 : (솔깃)...?!

윤원형 : 형님! 거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다 형님 같은 줄 아시오?

윤원로 : 견물생심이라 했다. 재물 앞에서 공자님도 믿지 못하는 법이다.

윤원형 : 형님, 곳간 속이 텅텅 비었는데 빼돌릴 재물이 어딨소?

윤원로 : 두고봐라,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만 턱 생산 하시면 팔도에서 올리는 봉물짐으로

            다시 곳간 속이 그득그득 넘쳐날테니.

윤원형 : (한심한 듯 보며)..형님께선 피를 나눈 형제간에 어찌 중전마마의 뜻을 읽지 못하시는게요? 참으로 답답하시오.

            (벌떡 일어나 나간다)

윤원로 : ('중전마마의 뜻?')...?!



s#36. 동 윤원형 대문 앞 마당


김씨, 외출복 차림으로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대문쪽으로 가는데

윤원형, 급하게 뒤쫓아 들어온다.


윤원형 : 부인.

김씨 : (돌아보며) 예, 서방님.

윤원형 : (배천댁과 탄실이의 눈치를 힐끔보며 낮게)..택일은 어찌되었소..?

김씨 :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이 끝난뒤에 일시를 잡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뭬,뭬요? 허어, 허면 대체 그 날이 언제란 말이오?

김씨 : 모두 중전마마를 위한 일이옵니다. 하오니 글공부에 전념하시면서 얼마간 더 인내 하시옵소서.

         (대문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윤원형 : 인내?..허, 이거야 원..장가를 들자마자 홀애비 신세가 됐으니..어쩐다?



s#37.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난정, 저만치 윤원형 집 대문 앞을 보고 섰다.

난정, 보다가 발걸음을 돌려 가려는데 대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임서방(E) : 아씨, 살펴서 다녀오십시오.

난정 : (대문쪽을 휙 돌아다 본다)...!


김씨,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대문 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온다.


탄실 : 아씨, 가마를 타실걸 그랬습니다.

김씨 : 아니다, 중전마마의 명으로 바깥분들께서도 가마에서 내리셨는데, 내 어찌 혼자 편하자고 가마를 타겠느냐?

         (계단을 내려서는데)

난정 : (김씨 앞을 불쑥 막으며 쌩끗) 아우님, 어딜 행차하시옵니까?

김씨 : (보며 걸음을 멈추는)...?!

배천댁 : 천 것이 감히 뉘앞을 막는게냐?! 회임불공 드리러 가는길에 부정 타게?

난정 : 회임불공?

김씨 : ...

난정 : 때가 어느 때인데 회임불공이옵니까?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하시는구만?!


난정, 휙-돌아서서 가버린다.

배천댁과 탄실, 어이없어 난정을 보는데.


김씨 : ...?!



s#38. 난정모 대문 앞 길


난정, 걸어오는 얼굴위로.


난정(E) : 회임불공?..회임불공이라..?


난정, 대문쪽을 보다가 흠짓 멈춰선다.

박희량, 상채기가 난 얼굴로 대문 앞에 서있다.

난정, 박희량을 무시하듯 대문쪽으로 걸어간다.


박희량 : ..낭자.

난정 : (냉랭하게) 얼굴에 상처도 아물지 않았거늘 어찌 또 찾아오셨습니까?

박희량 : 얼굴상처야 곧 아물겠지만 이 마음속의 상처는 지워지지가 않을 것 같소.

난정 : (보며) 도련님께서 옥련아씨와 혼례를 치룬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박희량 : ...그,그건 말이오, 낭자!

난정 : (버럭) 닥치시요!

박희량 : ...?!

난정 : 정실 소생인 옥련이는 본처로 삼고 첩의 딸인 이년은 첩으로 삼겠다는 속셈이시오?!

박희량 : ...

난정 : 이년은 도련님같이 글공부깨나 했다는 작자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아주 구역질이 날것 같소.

박희량 : ...

난정 : 이년 뱃속에서 나온 구정물 뒤집어 쓰고 싶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발걸음도 하지 마시오!!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가면 박희량, 모욕감에 안색이 일그러진다.



s#39. 갖바치 집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가 방안을 엿듣고 있다.


이장곤(E) : 주상전하께오서 조정암과 대간들의 소격서 혁파 주청을 윤허하시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없을 것일세!


방백인과 당골네, 놀란 눈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귀를 기울인다.



s#40.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이장곤이 앉아있다.


갖바치 : (태연히 차를 따르며) 어차피 전하께오서 주청을 가납해주실테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이장곤 : 정녕 그리 생각하시는가?

갖바치 : (한숨) 이 사람은 앞으로 일이 더 걱정이옵니다.

이장곤 : 앞으로의 일이라니?

갖바치 : 극성지패(極盛之敗)란 말이 있사옵니다. 개혁은 필요한 것이지만

            그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것이옵니다.

이장곤 : 화라니?

갖바치 : 이번 소격서 혁파 주청만 해도 그렇사옵니다. 소격서는 미미한 관청이옵니다.

            하온데 정암께서는 그것의 혁파에 목숨까지 걸고 계시옵니다.

이장곤 : 허나 소격서는 좌도가 분명치 아니한가? 선비로서 좌도를 타파하는 일에 어찌 목숨을 걸지 않을수 있겠나?

갖바치 : ...

이장곤 : 더군다나 전하께오서 대간들의 주청을 완강히 거부하시니 일이 이지경에 이른 것이고.

갖바치 : 소격서 혁파는 왕실에서 발복을 비는 굿이나 기도에 막대한 재물을 탕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주청으로 시작했어야

            옳다고 보여지옵니다. 왕실에서 탕진하는 풍습이 백성들에게까지 이어져 풍속이 타락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주청을 올렸다면 전하께오서도 이리 완강히 불윤하시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이장곤 : ...!

갖바치 : 이 사람의 좁은 소견엔 세상을 성현의 말씀대로 바꾸는 것보다는

            성현의 말씀을 세상에 맞춰 바꿔가는 것이 개혁이라 생각하옵니다.

이장곤 : ..음!!



s#41. 강녕전 뜰 앞


김정과 대간들 부복한 자세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조광조, 역시 지친 듯 피곤한 눈이 스르르 감기다가 번쩍 눈을 뜬다.

안당,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광조 앞으로 다가온다.


안당 : 정암, 이사람아, 더 이상 고집 피우지 말게.

조광조 : ...

안당 : 당장 편전에 면대를 청하여 전하를 알현하시게. 어찌 자네들이 힘으로 전하의 어의를 꺽으려 한단 말인가?

조광조 : 이 사람은 전하께오서 대간들의 주청을 가납하여 주실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것이옵니다.

안당 : (답답하다) 정암!

조광조 : (이글거리는 눈빛) 전하, 소격서를 혁파하소서! 소격서는 좌도이옵니다.

            소격서를 혁파하시어 도학정치의 초석을 놓으시옵소서!


조광조의 외침에 기운을 잃고 있던 대간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고 바른 자세를 잡는다.



s#42. 편전 방 안


조광조(E) : (멀리)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연상 앞에 굳은 얼굴로 앉아있을 뿐이다.



s#43. 빈청 안


정윤겸, 앞에 앉은 남곤과 심정을 놀란 눈으로 본다.


정윤겸 :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오위도총부 군사들을 궐내에 들이라니요?!

심정 : 지금 전하께오서 조광조와 대간들 때문에 침수조차 들지못하고 계시옵니다.

         신하된 자로 어찌 이런 불충을 보고만 있을수 있겠소이까?

정윤겸 : 허니 도총부 군사들에게 명하여 대간들을 궐밖으로 내치라 이 말씀아니옵니까?

남곤 : 예, 도총관께서 그리만 해주신다면 전하께오서도 도총관대감의 충정을 높이 사실 것이외다.

정윤겸 : (탁자를 쾅 내려치며) 닥치시오!!

남곤,심정 : (움찔)...!!

정윤겸 : 이 사람이 비록 정치를 모르는 무관이라고는 하나 어찌 감히 전하께오서 계시는 궐내에 군사들을 들여

            조정일을 무력으로 처리하라 말씀하시는게요?!

남곤 : 도총관, 이 사람들의 뜻을 곡해하여 받아들이지 마시오.

정윤겸 : (벌떡 일어서며) 내 대감들과 같이 정국공신에 이름이 올라있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외다!!

            (성큼성큼 빈청 밖으로 나가버린다)

심정 : 이거 혹떼려다 혹붙인 격 아니오이까?

남곤 : 음! 저리 범 같은 사람이 돌아왔으니 참으로 걱정이외다...



s#44. 대궐 일각


정윤겸, 분기를 삭이지 못하고 씩씩대며 걸어가는데 윤임이 반대편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윤임 : 도총관 대감! 허허 댁으로 기별을 들였더니 입궐하셨다길래 급히 뒤쫓아 왔더니 이리 만나게 되는구려.

정윤겸 : ....

윤임 : (살피며) 왜 그러시옵니까? 안색이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정윤겸 : 변방에서 청풍을 맞다가 도성에 돌아와 조정의 탁한 기운을 접하니 괜히 역증이 나는구려.

윤임 : (생각하며 보다가)...대감, 파릉군대감께서 도성안에 계시다 하옵니다.

정윤겸 : 파릉군 대감께서요?

윤임 : 예, 곧 도성을 떠나신다니 오늘밤 만나뵙는게 어떨런지요?

정윤겸 : ...음!!

윤임 : 대감, 그리하시지요. 역증을 푸는데는 오랜 벗과 술한잔 나누는 것보다 더 좋은게 어디 있겠소이까?

정윤겸 : ...!



s#45. 대비전 외경 (밤)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등을 거느리고 대비전으로 온다.

윤비, 대비전 현판을 한번 치켜보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s#46. 동 대비전 복도 (밤)


윤비, 방문 앞으로 걸어온다.

조상궁, 윤비의 모습에 흠짓 놀라 조아린다.


윤비 : 여쭈어 주시게.

조상궁 : 예. (방안에다)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47. 동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연상 위에 놓인 책을 읽다가 의외라는 듯 방문쪽을 돌아본다.


자순대비 : ..중전이..?..(인상 굳어지며) 지금은 심기가 불편하여 중전을 뵙고 싶지 않으니 물러가시라 이르게.

조상궁(E) : 예.

자순대비 : (코웃음 '흥!'의 느낌)...



s#48. 동 대비전 복도 (밤)


조상궁,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윤비에게 조아리며 고한다.


조상궁 : 중전마마, 대비마마께오선 지금 심기가 불편하시어 중전마마를 뵙고 싶지 않으시니 물러가시라 이르시옵니다.

윤비 : (흐뜨러짐 없는 표정)...

조상궁 : (호통이라도 떨어질까 불안한데)...

윤비 : 알았네.


윤비,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서 간다.



s#49. 편전 방 안 (밤)


중종, 앞에 앉은 김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중종 : 뭐라? 대비마마께오서 저녁 문후를 여쭈러 간 중전을 방에 들이시지도 않고 그냥 퇴하셨단 말이냐?

김상궁 : 예.

중종 : 허어, 어마마마께오서 어인 연유로?

김상궁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낮에 대비마마께오서 중전마마를 크게 꾸중하셨다 들었사옵니다.

중종 : 꾸중?..지금 꾸중이라 했느냐?

김상궁 :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중종 : 음..(일어서며)..자비를 놓아라, 내 대비전에 들것이다. (방밖으로 나간다)



s#50. 대비전 방 안 (밤)


중종, 자순대비 앞에 앉는다.


중종 : 어마마마, 어찌 중전의 저녁문후를 그냥 퇴하셨사옵니까?

자순대비 : (못마땅하게 보는)...왜요? 중전께서 이 에미에게 회초리라도 맞았다고 주상께 고변이라도 하셨습니까?

중종 : 어마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이 에미가 보기에 근자에 들어 주상께서 중전에 대한 괴임이 지나치십니다.

중종 : 어마마마..

자순대비 : 내 시어미로써 며느리를 탓하는게 아닙니다. 중전께서 이 어미에게 뭐라 했는 줄 아십니까?!

중종 : ...

자순대비 : 주상께서 조광조의 소격서 주청을 불윤하신게 모두 이 늙은에미가 주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랍니다.

중종 : 예에?

자순대비 : 이 에미를 일개 후궁전의 후사를 위해 조광조 같은 충신을 내치려고 한다고 망발을 했단 말씀입니다.

중종 : ..?!

자순대비 : 이 에민 역심을 품고 있는 조광조를 감싸고 도는 중전을 이해할 수가 없습 니다. 내 중전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중종 : 어마마마, 중전은 단지..

자순대비 : 주상도 마찬가집니다. 주상, 언제까지 중전에게 휘둘리실겝니까? 지어미를 다스리지 못해서야

               어찌 나를를 경영하고 백성들을 다스리는 군주의 위엄이 서겠습니까?!

중종 : ...!

자순대비 : 주상, 뜻을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이 에미의 말을 명심하세요!



s#51.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연상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윤비 : 엄상궁.

엄상궁(E) : 예.

윤비 : 들게.

엄상궁(E) : 예.

엄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엄상궁, 경빈을 불러 들이게.

엄상궁 : (놀라 보며) 마마, 지금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 경빈이 오지 않으려 할것이야. 허니 자네가 직접 가서 불러들이게, 알겠는가?

엄상궁 : ..예. (나간다)

윤비 : ...!



s#51. 경빈 처소 마당 (밤)


엄상궁과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위엄을 보이며 도열해 섰다.

금이와 경빈전 나인들이 그 위엄에 눌려 눈치를 보고 서 있다.


경빈 : (방쪽에서 나오며) 이 야심한 밤에 중전마마께오서 이 사람을 어인 연유로 찾으신단 말인가?

엄상궁 : 쇠인은 중전마마의 지엄하오신 명에 따를뿐이옵니다.

경빈 : 밤의 냉기가 잉태한 태아에 좋을 리 없으니 내일 아침 문후를 드리겠다고 여쭈어 주시게.

엄상궁 : 쇠인은 경빈마마를 중궁전에 뫼셔오라는 분부를 받았사옵니다.

경빈 : 뭬야, 허면 이 사람을 끌고라도 가겠다는 것인가?

엄상궁 : (그렇게 하겠다는 굳은 표정)...!

경빈 : (보다가) 알았네, 앞장서게.

엄상궁 : 예. (일각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경빈 : 금아.

금이 : 예, 마마.

경빈 : 당장, 대비전에 가서 지금 네 눈으로 보고 들은대로 고하여라. 알겠느냐?

금이 : 예. (일각문 밖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경빈, 어금니를 물며 엄상궁을 지나쳐 앞장서서 간다.



s#52.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 (놀란 눈으로 방문쪽을 보며) 뭣이라, 허면 경빈이 지금 중궁전에 들었단 말이더냐?



s#53. 동 대비전 방 밖 복도 (밤)


금이, 방문 앞에 꿇어 앉아 고하고 있다.


금이 : (눈물) 예, 대비마마..중궁전 상궁들이 겁에 질리신 경빈마마를 거칠게 끌고 갔사옵니다...

         이러다 잉태하오신 태아께 무슨 화라도 있을까 심히 걱정이옵니다.



s#54. 동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 (분노를 삭이는 신음)..음!!..중전, 중전이 기필코...(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선다)

               조상궁! 자비를 놓아라. 내 친히 중궁전으로 갈 것이야!


자순대비, 분기탱천하여 방문 밖으로 나간다.



s#55.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앞에 서 있는 경빈을 본다.


경빈 : (미소 그러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는)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보는)...!


윤비와 경빈, 터질 듯 팽팽히 마주 쏘아보는 눈빛에서(*25회 연결씬)



s#56. 자운아 기방 대문 안 마당 (밤)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와 중문쪽으로 가려는데 누군가 불쑥 나타나 난정의 손을 휙 잡아챈다.


난정 : (놀라 보며) 누,누구요?!

박희량 : 나요, 낭자!

난정 : 왜 자꾸 이년을 괴롭히시는게요? 이러시면 내 옥련이에게 고할수밖에요.

박희량 : 낭자 마음대로 하시오.

난정 : ...?!

박희량 : 파혼을 당해도 좋소. 내 낭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릴수 있소! (팔을 더욱 세게 잡아끈다)

난정 : 미쳤소? 이거 놓으시오.

박희량 : ..낭자, 내 마음을 받아주시오. (끌어안으려는데)

난정 : (뿌리치며 품에서 은장도를 휙-꺼내든다) 비켜서시오. 다가오면 다칠거요.

박희량 : 뜻대로 하시오, 어차피 낭자한테 사람취급 못받을 바에는 차라리 낭자의 손에 죽겠소.

난정 : (당황하는데)...!


박희량, 난정을 끌어안는다.

난정,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는데 대문 안으로 들어오던 정윤겸이 난정과 박희량을 보고 멈춰선다.


정윤겸 : 나, 난정아!

난정 : (정윤겸을 돌아보고)...!!


정윤겸을 돌아보는 난정의 당혹스런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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