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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2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31|조회수488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25











s#1. 자운아 기방 대문 안 마당 (밤)


난정, 정윤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혹한 표정으로 본다.

박희량, 난정을 끌어안고 있던 손을 풀고 난감한 듯 고개를 숙인다.


정윤겸 : (박희량을 분노로 바라보며) 자네 지금 무엇하는겐가?!

박희량 : ..저,저기..

정윤겸 : (몰아부치듯) 내게 할 말이라두 있는겐가?!

박희량 : (할 말이 없다)...

난정 : (고개를 들고 보는데)...

윤임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의아하게)..대감, 왜 그러시옵니까?

정윤겸 : (어금니를 물고 분노를 참는)...!

자운아 : (안채중문 밖으로 나오며) 니뎨들 오십네까? 파릉군나으리께서 기다리고 계십네다. 날래 안으로 드시라요.


자운아, 정윤겸과 난정, 박희량을 번갈아 보다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s#2. 동 기방 후원 연못가 (밤)


옥매향, 연못에 돌멩이 하나를 퐁당 던져 파문이 이는 것을 보고있는데.


심퉁 : (급하게 오며) 매향 아씨-큰 일났슈.

옥매향 : (돌아보며) 심퉁아, 웬 호들갑이네?

심퉁 : 호들갑이 아니구유, 난정아씨한테 큰 사단이 났단 말이어유.

옥매향 : 사단?..(흠짓 보며) 사-다안?!



s#3. 동 기방 아래채 마당 (밤)


옥매향, 불켜진 아래채 방문 앞으로 급하게 온다.

방문앞 댓돌위에 난정과 정윤겸, 박희량의 신발이 놓여있다.


정윤겸(E) : (방안에서) 대체 어찌된 일인지 어서 바른대로 고하지 못할까?!

옥매향 : (움찔하여 방문쪽을 보는)...?!



s#4. 동 아랫채 방 안 (밤)


격노한 정윤겸 앞에 난정과 박희량이 고개를 숙인채 앉아있다.


정윤겸 : (박희량 노려보며) 내 자네를 든든하게 보았거늘 내 사람을 잘못 보았더란 말이냐?!

박희량 : (볼 낯이 없다)...

정윤겸 : 난정이가 내 서출이라는 것을 알면서 어찌 그런 짓거릴을 했단 말이더냐?

박희량 : (괴롭다)...

정윤겸 : 사람이 인두껍을 쓰고 어찌 감히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자네 얼굴을 마주 대하기 조차 싫네! 당장 물러가게!

박희량 : ...장인어르신..용서해 주시옵소서.

정윤겸 : (버럭) 장인이라니?! 내 자네와 옥련이 혼사를 다시 생각할 것이야!

박희량 : ...!

정윤겸 : 당장 물러가래두!

박희량 : (어쩔수 없다는 듯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문을 나간다)

정윤겸 : (난정을 휙-보며) 난정아, 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더냐?

난정 : 무엇을 말씀이옵니까?

정윤겸 : 희량이는 옥련이와 혼사를 앞둔 정혼자라는 것을 몰랐더냐?

난정 : ..알고 있었사옵니다.

정윤겸 : 헌데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하였느냐?!

난정 : (어이없고 억울하다)..대감마님, 이년은..

정윤겸 : 이 모두가 네가 술청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난정 : ...아버님!

정윤겸 : (버럭) 애비라는 소리 입에 담지도 마라!

난정 : ...?!

정윤겸 : 네 집에 시량(柴糧)은 대어주도록 할터이니 당장 기생노릇을 그만 두도록 해라!

난정 : ...대감마님, 이년 말씀도 들어보셔요.

정윤겸 : 그 입 다물지 못할까?! (벌떡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



s#5. 동 아래채 방 밖 마당 (밤)


옥매향, 불편한 얼굴로 아랫방에서 나오는 정윤겸에게 조아린다.

정윤겸,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안채쪽으로 가면 옥매향, 잽싸게 아랫방안으로 들어간다.



s#6. 동 아래채 방 안 (밤)


난정, 굳은채 앉아서 입술을 잘끈잘끈 깨물며 생각에 잠겨있다.

옥매향, 방안으로 들어온다.


옥매향 : (앉으며 걱정스럽게 보며) 난뎡아, 너 뎡말 기생되려는 생각 꺽을거이네?

난정 : (한 곳을 보며) 지난번 갖바치 아저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무엇이 되어 어떻게 살던..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자신을 위해서 택한 길을 가라고..

옥매향 : ...

난정 : (매향을 돌아보며 단호하게) 난 대감마님의 체면이나 엄명 때문에 기생이 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거야!

         기생이 되는 걸 포기한다면 그건 내 스스로를 위해서 그만 둘거야.

옥매향 : ..난뎡아..

난정 : (싸늘한 눈빛) 앞으론 누구도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못하게 만들거야! (일어나 휙 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옥매향 : (섬찟하다)...!



s#7. 중궁전 외경 (밤)


경빈(E) : 중전마마, 이 밤에 무슨일로 신첩을 찾아계셨는지요?!



s#8.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정적속에서 앞에 앉은 경빈을 똑바로 보고 있다.

경빈, 그 팽팽한 시선과 침묵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빈, 그 시선을 피하며 침을 꼴딱 삼키고는..윤비를 미소로 본다.


경빈 : ..중전마마, 신첩을 찾아계시옵고..어찌 그리 보고만 계시옵니까?

윤비 : ...!!

경빈 : (지지 않고 본다, 그러나 그 눈빛을 견디기 힘겹다)...!

윤비 : ...!!!

경빈 : 마마, 신첩 주상전하께오서 신첩의 처소에 납실 듯 하여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조아리고 일어서려는데)

윤비 : 게 썩 앉지 못할까?!

경빈 : (움찔하여 다시 자리에 앉는다)...?!

윤비 : (그제서야 무겁게 입을 떼는)..경빈.

경빈 : 말씀하시옵소서.

윤비 :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 뜻을 아는가?

경빈 : (보다가)..실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 아니옵니까?

윤비 : 맞네. 자기가 저지른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일세.

경빈 : ...?

윤비 : (낮지만 위압감있는) 경빈, 소격서에서 벌이는 회임굿을 중단하게.

경빈 : (흠짓)..예에?

윤비 : 지금 소격서를 철폐하라는 대간들의 주청때문에 조정이 마비되고 정치가 혼란에 빠지고 있네.

경빈 : 신첩은 정치가 어찌되던, 누가 뭐래던 회임굿을 중단 할 수는 없사옵니다.

         왕자를 생산하는 것은 신첩의 의무와 책임인 줄로 아옵니다!

윤비 : (보다가) 어찌 그리 생각이 짧은가?

경빈 : 짧다니요? 전하께오서도 불윤의 뜻을 분명히 하셨다 들었사옵니다.

윤비 : 그것은 전하의 뜻이 아니라 대비전의 뜻이라는 것을 경빈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경빈 : ('안다')..신첩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소격서에서 자네의 회임굿이 계속되는 한 대비마마께오서는 소격서 철폐를 절대 윤허치 않으실 것을 내 잘 아네.

경빈 : ...

윤비 : 그리되면 이 나라 조정의 한귀퉁이가 무너져 내리고 전하의 권위와 위엄이 실추되고 마시네!

경빈 : ...

윤비 : 전하와 이 나라 조정을 위해서 경빈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 이 말일세나!

경빈 : (마음을 다잡고 보며) 신첩은 회임 굿을 중단할 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 경빈, 중궁전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말인가?!

경빈 : (똑바로 보며) 아무리 중전마마의 지엄한 명이 계신다하여도 신첩은 이씨 왕실의 절손은 못하옵니다.

         중전마마의 명을 따를수 없사옵니다.

윤비 : 뭣이라?! 따를수 없다...?

경빈 : 왕실의 후사를 번창시키는 일은 중궁전의 명보다도, 조정의 일보다도 백배 천배는 막중한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신첩은 왕자를 생산하는 그날까지 소격서에서 회임굿과 기도를 계속 할 것이옵니다.

윤비 : (보며)..경빈은 이번 일로 상심하시어 전하의 옥체가 상하신다면 어찌 하려는가?

         지어미로써 지아비의 고통을 두고만 볼 것이냐 이 말일세?!

경빈 : 신첩은 소격서 철폐를 주청드리는 조광조와 대간들은 역심을 품은 반역의 무리라 알고있사옵니다.

         조만간 전하께오서 그들을 역모죄로 다스리신다면 모든게 평안해 질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 경빈!!

경빈 : 중전마마!! 신첩은 이 복중의 용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옵니다.

윤비 : (보다가) 경빈, 복중의 태아가 용종이 분명한가?

경빈 : (움찔 놀라) 예에?..그 무슨 망극한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 내 듣기로 화천군이 복성군의 글공부를 가르친답시고 경빈의 처소에 스스럼 없이 드나든다는데

         경빈 뱃 속의 태아가 용종이 분명한가 이 말이야?!

경빈 : (분노로 파랗게 질리며 부들부들 떨며)....?!

윤비 : 왜 몸을 떠는겐가?!

경빈 : (쏘아보며) 중전마마, 신첩을 투기 하시는것이옵니까?

윤비 : (치켜뜨며) 뭐라? 투기?! 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안하무인이냐?!

경빈 : 하오면 마마께오선 어찌 신첩이 잉태한 태아에게 불경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허면 네 처소 방안에서 화천군과 단 둘이서 무엇을 하고 있었더란 말이더냐?

경빈 : 신첩, 이 자리에서 중전마마께 매를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일은 기필코 없었사옵니다.

윤비 : 없다? 본 사람이 있는데도 시치미를 잡아뗄 셈이더냐?!

경빈 : 보았다는 사람을 불러 대질 시켜주시옵소서! 신첩, 너무도 황망하여 더는 살고 싶지 않사옵니다. 흑흑!


경빈, 방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터뜨리며 서럽게 운다.

윤비, 그런 경빈을 매섭게 노려본다.



s#9. 동 중궁전 복도 (밤)


자순대비, 조상궁을 거느리고 방문 앞으로 급하게 온다.

엄상궁과 오상궁, 움찔 놀라 자순대비를 보고 조아린다.


경빈(E) : 흑흑흑-

윤비(E) : 어허, 당장 그 울음 그치지 못할까?!

자순대비 : (방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양미간을 찌푸리며) 뭣하느냐, 당장 방문을 열어라!

엄상궁 : 중전마마, 대비마마 드셨사...


자순대비, 답도 기다리지 않고 방문쪽으로 다가서면 나인들이 황급히 방문을 연다.



s#10.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움찔하여 방문쪽을 보면 방문이 열리고 자순대비가 급하게 들어온다.

경빈, 엎드려 흑흑흑- 더욱 더 서럽게 울어댄다.


윤비 : (일어서며) 대비마마, 야심한 밤에 어인 일로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쏘아보며)..어인 일이라니요? 내 못 올데라도 왔단 말이요?!

윤비 : ...내려 앉으시지요.

자순대비 : (우는 경빈을 보다가 상석에 앉는다)...!

윤비 : (경빈 옆에 앉으면)..

자순대비 : (윤비를 쏘아본다) 중전, 부끄러운줄 아시오!

윤비 : 예에?

자순대비 : 내 이때껏 중전의 언행을 지켜보아왔소. 내명부의 기강을 세우고 법도를 잡는다는 중전의 명분은 허울뿐이고

               내심은 중전의 투기심으로 후궁전을 핍박한다는게 자명해졌소!

윤비 : 대비마마!

자순대비 : (버럭) 내 말 끝까지 들으세요! 어찌 시어미의 말을 자르려 드시는게요?!

윤비 : ...

자순대비 :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역심을 품은 조광조를 감싸고 도는 연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소. 그 답은 하나밖에 없습디다.

               그것은 중전께서 경빈의 회임을 투기하는 마음에 불과했소. 경빈이 왕자생산을 위해 회임굿을 하는 것을

               투기하는 마음이 조광조의 주청에 동조하게 한 것이라 이 말씀이오! 중전, 이 늙은이의 말에 틀림이 있소?

윤비 : (보는)..투기라니요?! 대비마마, 신첩 추호도 그런 마음이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대체 중전께서 경빈을 중궁전까지 불러 들여 탕약을 먹이는 연유가 무엇이요?

               중전이 내리는 탕약이 아무리 좋은 탕재로 달인 보약이라 한들 사약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면

               그게 독약이 아니면 무엇이겠소?

경빈 : (희미한 미소)...!

윤비 : (어금니를 깨문다)...!!

자순대비 : 자고로 사가의 처첩간의 투기는 집안을 망칠뿐이지만 왕실의 비빈간의 투기는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왜 모르시오?! 중전께서 아녀자의 속좁은 투기심으로 역심을 품은 조광조를 감싸고 도신다면

               이 나라 종묘사직과 이씨 왕조를 덮겠다는게지요!

윤비 : (보며) 대비마마, 당치도 않으시옵니다!

자순대비 : (쏘아보며) 이번 일로 중전을 폐서인 시켜도 중전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못할 것이요!

윤비 : ('폐서인'이란 말의 충격)...?!!

경빈 : (엎드린 채 눈이 번쩍)...!!

자순대비 : 중전은 투기심 때문에 눈이 흐려지신겝니다. 한번만 더 투기심으로 내전을 뒤흔드신다면

               내 가만히 넘아가지는 않을겝니다. (위협조) 이 늙은이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시요, 중전!!

윤비 : ...

자순대비 : (일어나며) 경빈, 일어나세요.

경빈 : (눈물 범벅된 얼굴을 들며)..하오나..중전마마께오서..

자순대비 : 괜찮소, 이 늙은이가 경빈 곁에 있으니 아무런 걱정 마시오.

경빈 : (눈물 범벅된 얼굴로 일어서며)...예..마마..(일어난다)


자순대비, 경빈을 데리고 방문밖으로 나간다.

윤비, 일어섰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 앉는다.


윤비 : (되씹는)..폐서인..폐서인이라..(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경빈(E) : (깔깔 웃어대는 소리) 호호호-

윤비 : (웃음소리가 나는 쪽을 휙 돌아본다)...!



s#11.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금이 : 마마, 이년은 중궁전에서 찾으신다고 했을 때 간담이 다 떨어졌사옵니다.

경빈 : 호호, 오늘 밤, 간담이 떨어졌을 사람은 따로 있느니라.

금이 : 예에?

경빈 : 금아, 나가서 술상 좀 차려오너라.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 내 어찌 술 한잔 아니 마실수 있겠느냐?

금이 : 하오나..마마..

경빈 : 괜찮다. 술 한 두 잔 쯤은 복중의 태아에게도 좋은게야.

금이 : ..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폐서인?! 폐서인이라..(눈 번뜩) 그리만 된다면 교태전은 내 차지야!



s#12.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한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뭔가를 생각하며 있다.



s#13. INSERRT(1회 s#34의)


폐비 신씨가 검은보교에 처박히듯 태워져 궁궐밖으로 쫓겨난다.



s#14.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번쩍 치켜드는 얼굴위로 신씨의 '전하-전하-' 애처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윤비(E) : 폐서인이라...조정에 세가 없고, 후사 마저 없다면 중전의 자리라 한들 위태로운 것을...?!

윤비 : (연상서랍에서 피묻은 수건을 꺼내 결연한 표정으로 보는)...!



s#15. 자운아 기방 외경 (밤)



s#16. 자운아 기방 방 안 (밤)


파릉군과 윤임, 그리고 정윤겸이 얼큰하게 취해서 술을 마시는 중이다.

자운아와 탄금이와 향심이가 술시중을 들고 있다.


윤임 : (파릉군에게 술주전자 들며 농조) 한잔 받으시지요, 장인어른.

파릉군 : 허어, 장인이라니? 거 무슨 소리요, 판부사대감?

윤임 : 대감께오서 자운아와 긴베개를 베셨다니, 나중에 이 사람이 매향이를 첩으로 맞아들이면

         이 사람에겐 첩장인이 되시는게 아니올런지요?

파릉군 : (쑥스러운 듯) 허허, 판부사도 참으로 싱거운 사람이구려?

자운아 : 뉘가 판부사대감한테 매향이를 내듀기나 한대요?

윤임 : 그거야 나중에 두고 보면 알터이지, 허허.


정윤겸, 말없이 연거푸 술잔을 비워댄다.


자운아 : (눈치살피며) 됴툥관대감 와 그리 아무 말씀도 없이 술만 드십네까?

정윤겸 : (또 마신다)...

윤임 : (짐짓 자운아를 책하는) 자넨 어쩌자고 난정이가 도총관대감의 서출인줄 뻔히 알면서도 기생수업을 시킬 수 있단 말인가?

자운아 : 고거이 저...

파릉군 : 도총관께서 난정이 일로 마음이 상하신 모양이구려. 허나 어쩌겠소? 적서의 구별이 엄연한 이 나라에서

            난정이만 탓할 일만은 아닌 듯 싶소.

정윤겸 : (취한 눈으로 보며) 파릉군대감께서 어찌 자식을 둔 아비의 심정을 아시겠사옵니까?!

파릉군 : (아픈 곳을 찔린 듯 굳는)..이 사람이 주제를 모르고 괜한 말을 했나보오.

정윤겸 : (비틀 일어서는)..이 사람은 이만 가봐야 되겠소이다. (방 밖으로 나간다)

윤임 : 자운아, 어서 배웅해드리게.

자운아 : 예. (정윤겸을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파릉군 : ..자식을 둔 아비의 심정이라...

윤임 : 도총관께서 대취하시어 하신 말씀이시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옵소서.

파릉군 : (한잔 마시는)...!



s#17. 동 자운아 기방 후원 (밤)


난정, 서글픈 표정으로 연못을 바라보고 앉아있다.

난정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져 연못에 파문으로 인다.


옥매향 : (옆으로 다가오며) 난뎡아..예서 뭘하고 있네?

난정 : (고개 돌리며 눈물을 감추는)...

옥매향 : 됴툥관 대감한테 꾸디람 들은 닐 때문에 그런거이네?

난정 : ...

옥매향 : 난뎡아, 너 니러고 있는거이 너답디 않아.

난정 : 모르겠어, 나답다는게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옥매향 : 넌 뭐든 다 댤해낼 댜신이 넘텨 있었댠니?

난정 : 이 두 손으로 천하를 움켜 쥘수 있을 듯 싶다가도.. 내 처지를 생각해보면..

         (자조적인 헛웃음)..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 나 같은게 뭘 어찌 할 수 있겠어..?

옥매향 : (안스럽다) 난뎡아..

난정 : 내 아무리 발버둥쳐봤자..첩년의 딸년이고 뭇 사내들 앞에서 웃음을 팔고 술이나 따르는 기생년 밖에 더 되겠니?

옥매향 : ...

난정 : 세상에 대해 자신이 없어..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없어..

옥매향 : 기건 기렇티 않아!

난정 : ...

옥매향 : 네 마음만 변티 않는다면 신분 같은 거이 다 무슨 소용이네?

난정 : ...

옥매향 : 난뎡아, 녀느 뎡승판서댁 아씨보담 못한게 뭐이가 있네?! 곱디! 툥명하디!

난정 : ...

옥매향 : 내레 니가 어케 될 디는 몰라도 언뎨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기러니 힘 내라우!

난정 : ..매향아..

옥매향 : 난뎡아, 날래 닐어나라우.


난정, 끄덕이며 일어서면 옥매향, 난정의 손을 잡아준다.

난정과 옥매향,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s#18. 대궐 강녕전 뜰 앞 (밤 *기존 촬영분)


조광조, 눈을 감고 참선하는 자세로 앉아있다.

김정을 비롯한 나머지 대간들 역시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s#19. 대궐 전각들 위로 아침이 밝아온다



s#20. 동 편전 방 안 (낮)


중종, 앞에 앉은 김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중종 : 뭣이라, 어젯밤에 대비마마께오서 중궁전에 드셨더란 말이냐?

김상궁 : 예. 대비마마께오서 경빈을 문책하시던 중전마마를 크게 꾸짖으신 연후에 경빈을 뫼셔 가셨다고 하옵니다.

중종 : 음!!


중종의 고민하는 얼굴위로.


중종(E) : 과인이 결단을 내려야 함이야! 이대로 놔두었다간 조정은 물론이고

              내전까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야..



s#21. 동 방 밖 복도


김안로, 방문 앞에 서 있다.


대전내관 : 전하, 이조참판 김안로가 면대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s#22. 동 편전 방 안


중종 : (고개 들고 보며) 들라해라.

대전내관(E) : 예.


방문이 열리고 김안로가 들어오면 김상궁이 뒷걸음질로 나간다.


김안로 : (부복하며) 전하. 신 김안로 돈수백배하옵고 전하께 한말씀 아뢰겠사옵니다.

            전하,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조광조와 대간들의 주청을 받아들이시어 소격서를 혁파하시옵소서!

중종 : (흠짓 보다가) 이조참판은 어찌 수차례 불윤의 뜻을 밝힌 과인의 어의를 꺽으란 말씀이시오?

김안로 : 전하, 지금 조정 신료들은 전하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말 한마디를 아끼며, 복지부동하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조광조는 전하의 총애를 받는 신료로써 감히 목숨을 내걸고 주청을 드리고 있사옵니다. 신이 살피건데 이는

            전하의 어의를 꺽고자 함이 아니라 전하와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한 순수한 충정이라 사료되옵나이다.

중종 : ...

김안로 : 전하께오서 이번에 조광조와 대간들의 충정을 받아들이신다면 이들은 전하의 천세 만세에 빛나는

            충절대신들이 될 것이옵니다. 부디 살피시어 전하께오서 이들과 큰정치를 도모하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나이다.

중종 : ...음!!

대전내관(E) : 전하! 김승지 들었사옵니다.

중종 : 들라해라.

대전내관(E) : 예.


방문이 열리고 김승지가 상소를 들고 들어와 조아린다.


김승지 : 전하, 육조의 낭관들이 합계하여 상소를 올렸사옵니다.

중종 : 낭관(*郎官)들이?


김승지, 다가와 상소를 중종에게 건네면 중종, 상소를 읽으며 심각해진다.

김안로, 그런 중종의 용안을 살피는 모습 위로


해설(NA) : 낭관들이 합계로 올린 상소 역시 소격서를 혁파하고 체임된 대간들을 복직시키라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조정의 뜻은 분명해졌다. 의정부 대신들은 물론 실무를 맡아보는 당하의 실무책임자인 낭관들까지

                조광조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중종은 결단을 내려야했다.

                그렇지 않고는 중종 자신이 고립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중종 : (상소를 탁- 연상위에 내려놓으며 탄식하는)..허어, 어찌 낭관들까지... (생각하다가 벌떡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23. 강녕전 앞 뜰 (기존 촬영분)


중종, 대전내관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조광조 앞으로 다가온다.


중종 : (괴롭게 보다가)..정암, 그대는 정녕 과인의 뜻을 꺽고자 하는가?

조광조 : (중종을 보며) 전하, 신은 오직 전하의 충성스런 신하로써 전하께오서 이나라 도학정치에 초석을 놓으신 성군으로

            만세에 기록되는 것을 바라옵고, 또 바랄뿐이옵니다.

중종 : (내려다 본다)...

조광조 : 전하, 소격서를 혁파하시어 조종조에서 이루지 못한 위업을 이루시옵소서..

            전하께오서 신들의 주청을 가납하여 주시온다면 ..신과 대간들은 당장 이 자리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간절하게 중종을 바라본다)..전하..

중종 : (조광조의 눈물을 본다)...!

조광조 : 전하, 부디 신들의 뜻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한숨) 과인의 경의 충정을 어찌 모르겠는가?

조광조 : ...

중종 : ...과인이 졌노라..소격서를 혁파하겠노라.

조광조 : (감격) 저,전하!!

김정,일동 : (감격)...!!

중종 : 허니 이만 물러들 가도록 하라.


중종, 몸을 돌려 편전 계단쪽으로 간다.


김정,일동 : (감읍하여 조아리는)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조광조 : (북받치는 감격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전하, 신, 전하의 우악하오신 성총에

            이 한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 바치겠나이다.



s#24. 소격서 일각 몽타쥬


1) 굿판이 엉망진창이 되고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무당과 박수들이 관헌들에 의해 끌려나온다.

2) 관헌들이 방과 대청에서 소요관을 쓴 도사들을 거칠게 끌어내고 있다.


해설(NA) : 소격서는 혁파되었다. 소격서 혁파를 둘러싼 중종과 조광조의 대결에서 결국 조광조와 대간들이 이긴 것이다.

                이것은 절대군주제인 조선에서 올바른 여론은 군주의 뜻을 꺽을 수 있다는

                도학정치의 참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s#2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휙- 노려본다.


경빈 : 뭬야?! 소격서 굿판이 뒤집어지고 왕자생산을 발원 올리던 도사들이 잡혀 갔어?!

금이 : (울상)..예, 마마..

경빈 : (충격)..전하께오서 어찌 이러실 수가 있단 말이냐?..어찌..(고통스럽게 아랫 배를 움켜쥐고 고개를 처박는다)..

금이 : (놀라 부축하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 (고통스러운)..그,금아..어서 내, 내의를 불러라..

금이 : 예. (급하게 방밖으로 뛰어나간다)

경빈 : (고통을 참으며 어딘가를 휙- 노려보는 눈빛)...!



s#26.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놀란 눈으로 앞에 앉아있는 조상궁을 본다.


자순대비 : 그래, 경빈의 복중의 태아는 무사하다던가?

조상궁 : 예, 내의가 때를 맞춰 처방을 써서 무사히 넘겼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한편 안심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 분노가 치미는)..음!!..이것이 다 회임굿이 벌어지는 소격서에

               불경한 짓거릴 했기 때문일것이야!

조상궁 : ...

자순대비 : (벼르는 표정) 내 이번 일로 경빈 복중의 태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중전과 조광조를 엄히 치죄할 것이야!

조상궁 : (섬찟하다)...!



s#27. 중궁전 방 안


엄상궁, 윤비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윤비 : 경빈의 복중 태아가 무사하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일세. 이번에 전하께오서 소격서를 철폐하신 일로

         경빈이 크게 놀랬을게야.

엄상궁 : (찻잔을 윤비 앞에 올리며) 중전마마.

윤비 : 말해보게.

엄상궁 : 만에 하나 이번 일로 경빈마마가 잉태하신 태아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대비전에서는 중궁전을 추궁하시올텐데

            쇠인 걱정이옵니다.

윤비 : (여유있게 차를 마신다)...



s#28. 편전 방 안


중종 앞에서 대사헌 복장의 조광조가 사은숙배를 드리고 있다.

정광필, 안당, 이장곤, 김전, 심정, 남곤, 김승지등이 그 모습을 보고 앉았다.

(정광필, 안당, 이장곤은 밝고 남곤, 심정, 김승지등은 어두운 표정이다)


해설(NA) : 소격서가 혁파된 지 얼마후에 중종은 조광조에게 사헌부 대사헌직을 제수하였다.

                관직에 나아간지 40개월도 못되어 종이품직까지 올랐으니 유래없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셈이었다.

                이는 조광조에 대한 중종의 총애가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s#29. 빈청 안


남곤과 심정, 앉아있고 반대편에 홍경주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남곤 : (탄식하며) 참으로 걱정이구려. 조정에 공신들이 발 붙일 곳이 없어졌으니 말이외다.

홍경주 : (무심코 터져나오는) 허어, 대체 어느쪽 발을 뗀다?

심정 : (의아하게 보며) 어느쪽 발을 떼다니요?

홍경주 :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며) 내 잠시 발떼기를 생각을 하고 있었소이다.

남곤 : (갸웃)..발떼기요?

심정 : 앞으로 조광조 천하가 될게 자명한데 남양군대감께오선 어찌 했으면 좋겠사옵니까?

홍경주 : 이사람은 당분간 빈청출입을 삼가면서 성현의 말씀대로 안빈낙도나 즐겨보려하외다.

심정 : 남양군께오선 어찌 이 난국에 혼자만 발을 빼려하시옵니까?

홍경주 : 바로 맞추셨소이다! 이 사람은 발을 뗄테니, 대감들께서도 발떼기를 잘 하시라 이 말씀이외다!

            (일어나 빈청 밖으로 나간다)

심정 : ..음!

남곤 : ..음!!



s#30. 윤원형 아흔아홉칸 집 외경


윤지임 : 허면 몸을 잔뜩 낮추라 이 말이냐?



s#31.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 조정에 혼란이 지나갈 때까지 당분간 동짓달 개구리 마냥 몸을 잔뜩 움츠리라는 중전마마의 분부가 계셨사옵니다.

윤지임 : 음! 내 외척노릇이 이리 힘들지 미처 몰랐구나.

윤원형 : 예, 처신을 잘못했다간 언제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는 북어신세가 될지 모르옵니다.

윤원로 : 원형아, 그래도 사인교까지 팔아치우는 것은 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부원군댁 체면에 어찌 신발바닥에 진흙을 묻히고 다닐수 있겠느냐?

윤지임 : 시끄러, 이놈아. 중전마마께오서 그리 분부하셨다면 분부대로 따라야지.

윤원로 : 허엄! 누가 뭐랬사옵니까?

배천댁(E) : 진지상 들여가옵니다.

윤원로 : 들이게!


방문이 열리고 배천댁과 탄실이가 밥상을 들여와 놓는다.

윤지임 삼부자, 밥상 앞으로 앉다가 어이없는 표정이 된다.

큰 상 위에 밥 주발 세 개와 덩그라니 간장 한종지가 놓였다.


윤원로 : (조아리고 나가는 배천댁 보고) 이보게, 행랑채로 갈 밥상을 잘 못 들여 온 것이 아닌가?

배천댁 : 아니옵니다. 아씨께오서 분명 그리 차려서 들이라하셨사옵니다.

윤원로 : 뭬,뭬야? 제수씨가?!

배천댁 : 예.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 원형아, 제수씨가 어찌 이럴수 있단 말이냐? 우리야 괜찮다고 하지만

            노약하오신 아버님을 이리 허술히 봉양할 수 있단 말이냐? 허어, 이런 불효가 어디 있단 말이냐?

윤원형 : 형님!

윤원로 : 왜, 팔불출마냥 제수씨를 감싸고 돌 셈이냐?

윤원형 : (할 말이 없어 입맛을 다신다)...!

윤지임 : 이놈아, 끼니 거르지 않는 것만도 감지덕지지. 잔소리 말구 차려주는대로 먹기나 해.


윤지임, 밥주발 뚜껑을 열다가 보면 꽁보리밥이다.

윤지임, 수저를 탁 내려놓고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휴-내쉰다.


윤원로 : 아버님, 그러게 소자가 뭐라했사옵니까? 곳간 열쇠를 함부로 내주는게 아니라고 여쭈지 않았사옵니까?

윤원형 : 에잉! (찌푸리며 벌떡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32. 동 윤원형 별채 초당 마당


윤원형, 불쾌한 표정으로 방쪽으로 걸어와 대청위로 올라선다.


윤원형 : (방문쪽에다) 부인, 나요. 좀 들어가겠소.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33. 동 초당 방 안


윤원형, 방문 열고 들어오면 소반에서 밥을 먹던 김씨가 일어서서 맞는다.

윤원형, 앉으며 소반위를 보면 꽁보리밥에 달랑 간장 한종지만 놓였다.


윤원형 : ...?!

김씨 : (따라 앉으며) 서방님, 진지는 아니드시고 어인 일이시옵니까?

윤원형 : (할 말이 없다)..부,부인..어이하여..덩그라니 간장 한종지만..

김씨 : 예, 잘 아옵니다. 소첩도 아버님께 흰쌀밥에 고기국을 올리고 싶사옵니다. 하오나 소첩이 집안 살림을 살펴보았사온데

         다음 녹봉이 나올때까지는 이리 할 수 밖에는 없었사옵니다.

윤원형 : (체통상) 허어, 사내 대장부가 어찌 밥투정 반찬투정을 하겠소?

김씨 : 하오시면..?

윤원형 : 내 중전마마의 봉은사 회임불공이 어찌되었나 궁금해서 들렀소.

김씨 : 소첩, 내일부터 백일동안 불공을 드릴것이옵니다.

윤원형 : (속이 타는) 허면, 이 사람과 부인과의 합궁은 어쩌구요?

김씨 : 우선은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이 중요한 일이옵니다.

윤원형 : (실망)..그래야지요..잘 하시었소..그럼 많이 드시오, 부인. (일어서려는데)

김씨 : 서방님, 난정이란 계집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 (돌아보며) 나,난정이요?

김씨 : 예. 난정이가 방자하게도 회임불공을 드리러 가는 소첩의 앞길을 가로 막았사옵니다.

윤원형 : 허, 내 단단히 다짐을 받았건만 그 애가 어찌 또 그런단 말인가?

김씨 : 가만 놔두었다간 또 무슨 방약무도한 짓거릴 저지를지 모르옵니다.

         서방님께오서 못하시겠다면 소첩이 그 아일 엄히 다스릴 것이옵니다.

윤원형 : 부,부인, 내게 한번 더 맡겨주시오. 다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소이다.

김씨 : 하오면 소첩 서방님을 믿겠사옵니다. 허나 다시 한번 또 그런 일이 있을시엔 소첩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



s#34. 난정모 집 대문 앞 길


난정, 대문 앞으로 걸어오는데 대문 안으로 들려오는 단소소리.

난정, 흠짓하여 대문을 열고 들어선다.



s#35. 난정모 집 마당


길상, 툇마루에 앉아 단소를 불고 있다가 난정을 보고 멈춘다.


난정 : (쌀쌀맞게) 길상아, 아직도 할 말이 남은거야?

길상 : 난정아..재물로 네 마음을 사려던 건 아니었어!

난정 : 돌아가, 더 듣고 싶지 않아..(방쪽으로 들어가려는데)

길상 : 지난번 그 어음 내 목숨 값이야.

난정 : (움찔 서는)...!

길상 : 난정아, 네가 기생이 되던, 아니 남의 첩실이 된다해도 난 널 포기하지 않을거야. 십년이 걸리던 이십년이 걸리던

         니가 내 마음을 받아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난정 : (길상을 돌아본다)...!

길상 : 언젠가 니가 그랬지..암자에 있는 동안 이 단소소리가 들려왔다고..? 그래서 항상 내가 니 곁에 있는 줄 알았다고?

난정 : ...

길상 : (단소를 들어 뚝 꺽어버린다)

난정 : ...!!

길상 : 니가 내 마음을 받아줄 그 날까지 단소를 불지 않을 것이야.

난정 : ..기,길상아..

길상 : 하지만 난정아, 단소소리가 들려오지 않더라도 난 항상 니 곁에 있을거야.

난정 : (뭉클)...!!


길상, 난정을 보다가 돌아서 대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길상의 뒷모습을 보다가 꺽어진 단소를 주워들고 한참을 본다.


난정 : ...!


난정, 보다가 길상을 쫓아 대문밖으로 나간다.



s#36. 동 난정모 대문 앞 길


난정, 대문밖으로 나와 길상의 뒷모습을 찾는데.


윤원형(E) : (뒷편에서)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면 윤원형이다)..나으리? (쌩끗 웃으며) 안그래도 이년, 나으리께오서 찾아오실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윤원형 : (움찔) 찾아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정 : 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윤원형 : 안으로 들라니? 네 에미는 어쩌고?

난정 : 이년 어미는 당분간 집을 비우셨사옵니다. 또한 있으신들 어떻사옵니까? 첩장모는 장모가 아니시랍니까?

윤원형 : (한방 먹은)..음! 들어가자.


윤원형, 주변을 살피며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난정, 그 뒤를 따른다.

길상, 골목담벼락에서 얼굴을 내밀고 난정의 뒷모습을 본다.


길상 : ...



s#37.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윤원형 앞에 찻잔을 건넨다.


난정 : 드시옵소서.

윤원형 : (찻잔을 받으며) 난정아, 네 정녕 내가 찾아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더냐?

난정 : (미소) 어제 이년이 동생댁이 회임불공을 드리러 가는 앞 길을 막아섰던 일을 질책하러 오신게지요!

윤원형 : ('동생댁?' 그러나 넘어가는)..내 그리도 자중하라고 일렀거늘 네 어찌 또 내 집 앞에 걸음을 하였더란 말이냐?

난정 : 또라니요? 이년, 먼 발치에서나마 연모하는 나으리의 존체를 뵙고저 발걸음을 하였다가

         동생댁과 우연히 마주친 것 뿐이옵니다.

윤원형 : 마주쳤으면 피할 일이지 네 어찌 가시 돋힌 말을 뱉어 그 사람의 심사를 긁어 놨더란 말이냐?

난정 : (미소) 나으리, 지금은 이년을 나무라실 때가 아니옵니다.

윤원형 : 아니면?

난정 : 집에 돌아가시는대로 동생에게 당장 회임불공을 그만두라 이르시옵소서.

윤원형 : 아,아니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을 그만두라니?! 허어 네 어찌 그런 망발을 입에 담는게냐?

난정 : 모두 중전마마를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 중전마마를 위해서?

난정 : 예, 봉은사와 같이 남의 이목이 번다한 사찰에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을 드리는 일은

         중전마마께 오히려 큰 누가 될 것이옵니다. 하오니 불공을 그치던가, 아니면 남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산중 암자를 찾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옵니다.

윤원형 :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된다? 그 무슨 말이냐?!

난정 : 나으리, 혼삿날 어사주가 내려지셨던 일을 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 허어, 허나 그때와 지금은 일이 다르지 않더냐?

난정 : 모든 일은 겉보기에는 달라 보여도 하나의 이치로 통하는 법이지요.

윤원형 : 내 중전마마께 여쭈어 본 연후에 정할테니 너무 재촉말거라.

난정 : ..나으리 차가 식사옵니다.

윤원형 : (찻잔을 들다가) 난정아, 차보다는 내 허기가 지는데 밥상 좀 차려오너라.

            이왕 예까지 걸음을 했으니 네가 차려주는 밥으로 요기나 하고 가련다.

난정 : 잠시 기다리시옵소서.


(짧은 시간경과)

난정, 방문을 열고 방밖에서 소반을 들고 들어온다.


난정 : 차린 것은 없사오나 이년의 정성을 반찬 삼아 드시옵소서.

윤원형 : (반갑게) 어디 네 음식솜씨 좀 맛보자구나.


난정, 소반을 내려놓는다.

윤원형, 기대감에 소반을 보다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변한다. 꽁보리밥에 간장 한종지가 전부다.


난정 : 어찌 그러시옵니까?

윤원형 : 아,아니다. (마지 못해 수저를 들고 한술 뜬다)

난정 : (미소로 본다)...



s#38. 대비전 마당


중종의 옥교 옆에 편전 상궁나인들과 그 다른쪽 편에 엄상궁, 오상궁을 비롯한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서있다.


조상궁(E) : 대비마마, 주상전하와 중전마마 납시셨사옵니다.



s#39. 대비전 복도


중종과 윤비, 방문 앞에 선다.


조상궁 : (조아리며) 대비마마, 주상전하, 중전마마 납시셨사옵니다.



s#40.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연상앞에 버티고 앉아있다.


자순대비 : (못마땅한) 이 늙은이의 심사가 불편하여 뵈옵고 싶지 않으니 물러들가시라 여쭈어라!



s#41. 동 방 문 밖 복도


중종 : (조상궁 보고) 다시 여쭈어 주게.

조상궁 : (조아리며) 예. (방문쪽에다) 대비마마, 주상전하, 중전마마...



s#42.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버럭) 물러들 가시라 하라는데 어이하여 늙은이를 귀찮게 하는게냐?!



s#43. 동 방 문 밖 복도


중종 : (괴롭다)..중전, 어마마마의 심기가 풀리시면 다시 문후를 드리러 오십시다.

윤비 : 예.


중종, 한숨을 내쉬고는 돌아서면 윤비가 그 뒤를 따른다.



s#44.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고집스럽게)..내 중전만은 절대 용서치 않을게야!



s#45. 희빈 처소 방 안


향이,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희빈, 생각에 잠겨 (발떼기) 손짓을 하고 있다.


창빈 : (의아하게 보며) 희빈, 지금 무엇을 하시는게요?

희빈 : (생각에서 깨어나) 창빈, 창빈은 어찌 생각하시오?

창빈 : 무엇을 말씀이옵니까?

희빈 : 전하께오서 대비전과 중궁전 중, 어느 편에 서실 것 같은가 이 말이요?

창빈 : 글쎄요..이 사람 생각엔 결국엔 대비마마께오서 중전마마의 뜻을 알아주시지 않겠사옵니까?

희빈 : 창빈은 언제나 중궁전 곁에만 서려고 하시는구려? 흠!

창빈 : ...?!



s#46.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 부려진 짐들 앞에 서있고 능금, 평상에 앉아 물목을 본다.


송서방 : (짐들을 확인하며) 창성에서 수달피 쉰장- 풍산에서 단계 벼루 열에 호주붓이 스물닷 필-

능금 : (멍한 눈빛)...

송서방 : (능금쪽 돌아보며)..능금아! 물목에 작대기는 제대로 긋고 있는 것이여?

능금 : (버럭) 나 이 객주 하인 아니니까, 하인 부리듯이 하지 마슈! (장부를 던지고 힘없이 툇마루 쪽으로 가서 털썩 앉는다)..

송서방 : 느,능금아.

달래 : (다가오며) 언니, 왜 또 그러오?

능금 : 달래야, 나 자꾸 울 아부지가 보고 싶다..

달래 : ..언니..

백치수 : (마당으로 들어서며) 허허, 들마가 어찌 이리 생기가 없누?

능금 : (벌떡 일어서며) 나 돈버는 것도 싫고, 글 배우는 것도 다 싫어졌소! 울 아부지 보러 송도로 돌아가야겠소!

백치수 : 허, 네 나하고의 약조를 어길셈이냐?!

능금 : 그럼 어쩌란 말이요, 아부지가 보고 싶은걸?!

백치수 : (생각하다가)..내 송도에 사람을 보내 니 아비를 불러다 줄테니 며칠만 참거라.

능금 : 그게 즈,증말이요?

백치수 : 그래, 허니 예서 송서방 말 잘 듣고 있어야 한다.

능금 : 알았소. (잽싸게 평상쪽으로 가서 물목 집어들고 붓으로 작대기를 그어댄다)

         창성 수달피 쉰장에 풍산 단계 벼루 열에 붓이 스물 닷필이라 했소?

송서방 : 그래, 갑산에서 산삼 열닷근-

백치수 : (흡족하게 보며) 허허, 이제야 생기가 도는 모양이로구먼...



s#47. 정윤겸 집 외경


박씨(E) : 파혼이라니요?! 대감 대체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s#48.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박씨, 놀란 눈을 뜨고 정윤겸을 바라본다.


정윤겸 : 내 그리 결정을 내렸으니 부인도 이 사람의 뜻에 따라주시오!

박씨 : 대감, 파혼하는 까닭이라도 알아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정윤겸 : 부인, 왜 이리 말이 많으신게요? 집안의 가장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시오!

박씨 : (보다가)..소첩, 그리는 못하옵니다!

정윤겸 : 뭐요?

박씨 : 대감께오선 어찌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혼서지와 혼수물목까지 받은 터에 파혼이 되면

         가문의 망신은 물론이고, 사람들은 우리 옥련이에게 무슨 험절이 있다고 쑤근거릴것이옵니다.

         소첩은 에미된 도리로써 자식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은 하지 못하옵니다.

정윤겸 : 이 사람은 희량이를 사위로 받아들이지 못하니 그리 아시오!

박씨 : 대감, 대체...

정윤겸 : (시선 휙- 돌리며) 그만 물러가시오!

박씨 : (뭔가 낌새가 수상한)...?!



s#49. 동 안채 방 안


박씨, 한손으로 이마를 괸채 뭔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


정렴(E) : 어머니, 소자이옵니다.

박씨 : 들어오너라.

정렴 : (방문 열고 들어와 앉으며) 어머니, 찾으셨사옵니까?

박씨 : 렴아, 너 요즘 희량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느냐?

정렴 : (갸웃 생각하다) 그러고보니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사오나 말은 나눠보지 못하였사옵니다. 헌데 왜요?

박씨 : (생각하다) 렴아, 너 박참의댁에 가서 희량이를 불러오너라.

정렴 : 희량이를요?

박씨 : 그래, 대신 네 아버님께서 모르게 불러와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정렴 : 예, 알겠사옵니다.



s#50. 동 정윤겸 안채 마당


정렴, 안채쪽에서 나오는데 옥련이 다가온다.


옥련 : 오라버니, 안채엔 어인 일이셔요?

정렴 : 응..아, 아무것도 아니다.

옥련 : 오라버니, 이왕이면 희량도련님을 부르셔서 도련님께 글공부를 배우도록 하세요. 괜히 기방출입할 생각 마시고요?!

정렴 : (안방 눈치 힐끔보며) 안그래도 어머니께서 희량일 불러오라신다.

옥련 : 예에?

정렴 : 아버지 몰래 불러오라시는 걸 보면 뭔가 은밀한 말씀이 계실 것 같은데... 하여튼 난 모르겠다. (대문쪽으로 간다)

옥련 : 은밀한 말씀? (의아한 눈초리로 안방쪽을 돌아본다)..?



s#51. 중궁전 외경


윤원형과 윤원로, 중궁전 계단을 올라서는 모습 위로


엄상궁(E) : 중전마마, 승후관 형제 드셨사옵니다.

윤비(E) : 드시라해라.



s#5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상 앞에 앉아있는 윤원형과 윤원로를 본다.


윤비 : 큰 오라버니께서도 잘 지내셨습니까?

윤원로 : 예, 꽁보리밥 한주발로 주린 배를 채워가며 과거공부에 정진하고 있사옵니다.

윤비 : (의아)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윤원형 : 마마께오서 분부하신 대로 우리 형제, 몸을 낮추어 청빈한 살림살이일망정 글공부에 전념하고 있다는 말씀이옵니다.

윤원로(E) : (윤원형 힐끗보며) 헹, 잘도 갖다 붙이기는?

윤비 : 모쪼록 그러셔야지요.

윤원형 : (힐끗 보며) 하온데 마마, 무슨 근심이라도 계시옵니까? 지난번 입궐하여 뵈었을 때보다 수척해지신 듯 하옵니다.

윤비 : 대비마마께오서 이 사람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시옵니다.

윤원형 : 대비전에서요?

윤원로 : 자고로 사가나 왕실이나 고부간에 일이란 쉬 틀어졌다가 쉬 풀리는 법이니 너무 심려 마시옵소서.

윤비 : 이 사람도 그랬으면 좋으련만..일전엔 폐서인이란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윤원형 : (당혹스럽다) 뭐,뭐,뭐라고요? 폐,폐,폐서인이요?!

윤원로 : (휘둥그레지며) 허, 대비마마께오서 망령이 나셨나? 폐서인이라니요?!

윤비 : 두 분 목소리가 크십니다.

윤원로 : 허어, 어찌 이런 일이...?!

윤비 : 두분 오라버니들께서만 알고 계시고 아버님께는 말씀드리면 아니되십니다.

윤원형 : 마마, 대체 궐내 사정이 어찌 돌아가는 것이온데..입에 담기도 망극한 폐서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옵니까?

윤비 : 그 일은 내게 맡겨주세요.

윤원형 : 하오나..

윤비 : 내 두분 오라버니를 입궐하시라 한 까닭은 다시 한번 당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는 외척으로서 험절을 잡히실 일을

         추호도 해서는 아니됩니다. 이 점 각별히 유념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원로,원형 : (결연한) 예, 명심,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작은오라버니.

윤원형 : 예, 마마.

윤비 : 안으서께 일러 이 사람을 위한 봉은사 회임불공은 그치라고 하세요.

윤원형 : (깜짝 놀라) 예에?!

윤비 : 지금은 때가 좋지 못합니다. 허니 그리 전해주세요.

윤원형 : 예, 알겠사옵니다. (뭔가 이상한)..?!



s#53. 대궐 일각


윤원로, 앞장서고 그 뒤편으로 생각에 잠긴 윤원형이 걸어온다.


윤원형(E) : 허어, 난정이 그 애가 정녕 귀신이 아닌가? 어찌 중전마마의 마음을 이리도 꼭 집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윤원로 : (돌아보며) 비맞은 땡중마냥 뭘 그리 중얼대느냐?

윤원형 : 아,아니요..형님, 아무래도 우리 형제가 중전마마를 받쳐드려야 될 것 같소.

윤원로 : 나도 그러고 싶지만, 무슨 수로?

윤원형 : 형님, 내 잠시 들를데가 있으니 먼저 집으로 돌아가시오. (휙-앞장서서 급하게 간다)

윤원로 : 원형아..(그 뒤를 쫓아간다)



s#54. 정윤겸 집 대문 앞 길


정렴과 박희량이 대문 앞으로 걸어온다.

배서방, 대문을 열어주면 정렴과 박희량이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정렴(E) : 어머니, 희량이를 데려왔사옵니다.

박씨(E) : 렴아, 너는 잠시 물러가 있거라.



s#55. 동 정윤겸 안 채 마당


정렴, 안채방안에서 나와 자기 방쪽으로 걸어간다.

옥련, 정렴의 뒷모습을 살피며 살금살금 대청위로 올라 방안을 엿듣는다.



s#56. 동 정윤겸 안채 방 안


박씨, 놀란 눈으로 박희량을 쏘아본다.


박씨 : 뭬, 뭬야?! 허면 기방에서 자네와 난정이가 있는 걸 대감께오서 목도하셨단 말인가?!

박희량 : (고개 푹 숙이며)..송구하옵니다.

박씨 : (치미는 분노를 참느라 몸과 말이 떨린다)..자,자네가 어찌하여 기방에 난정이와 함께 있었더란 말인가?

박희량 : ...

박씨 : (버럭) 내 어찌하여 자네가 난정이와 함께 있었는지 묻고 있지 않는가?!

박희량 : (괴롭다)...두분의 용서만 바랄뿐이옵니다!

박씨 : 대감께오서 파혼을 하시자는 까닭을 이제야 알겠네?!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내 집에서 나가게!

박희량 : ...

박씨 : 어서 나가래두!! (고개를 휙-돌려버린다)

박희량 : (축 쳐진채 일어나 꾸벅 조아리고 방문 밖으로 나간다)



s#57. 동 정윤겸 방밖 마당


박희량, 나오다가 서럽게 속울음을 울고 있는 옥련을 본다.


옥련 : (눈물 콧물 흘리는 울상) 도련님..거짓말이지요? 기방에서 난정이와 있었다는거 다 거짓말이지요?

박희량 : 미안하오..(휙-마당으로 내려서서 간다)

옥련 : (보며) 도련님!! (안방쪽으로 뛰듯이 들어간다)



s#58. 동 정윤겸 안채 방 안


박씨, 어금니를 깨물며 분한 숨을 씩씩대고 있는데.


옥련 : (방안으로 뛰쳐들어와 박씨앞에 앉으며) 어머니! 어쩌시려구요?!

박씨 : 파혼을 해야겠다!

옥련 : 아니되옵니다, 어머니! 흑흑..소녀, 희량도련님과 혼례를 올릴 수 없다면

         차라리 머리를 깍고 비구니가 되거나 목을 매고 말겠어요!

박씨 : 옥련아, 네 그 무슨 철딱서니 없는 말버릇이냐?!

옥련 : 어머니, 희량도련님은 죄가 없어요. 죄가 있다면 난정이 고년이에요! 필시 난정이가 먼저 꼬리를 쳤을거에요!

         어머니도 아시지않사옵니까? 난정이가 나하고 어머닐 얼마나 미워하는지요?! 흑흑...

박씨 : (눈에서 불꽃이 이는)...!!



s#59. 갖바치 마당


갖바치와 방백인이 쇠가죽을 널고 있고 당골네가 널어놓은 쇠가죽에 빗질을 하고 있다.


당추 : (들어오며) 잘들 계셨는가?

갖바치 : 형님! 아주머니께서는요?

당추 : 보살님께서는 집으로 가셨네. 안으로 잠시 들어가세나.



s#60. 갖바치 방 안


갖바치, 당추 앞에 놓인 주머니에서 꺼내진 반쪽 옥패를 내려다 본다.


갖바치 : 아주머니께서 이 옥패를 형님께 맡기셨다구요?

당추 : 그렇네, 보살님께서 난정이 출생의 비밀을 묻어버리시기로 했네.

갖바치 : 음!! 허면 앞으로 난정이 행보를 지켜볼 밖에요.

당추 : ...



s#61. 동 방 밖 툇마루


방백인과 당골네, 방안을 엿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방백인 : (읊조리는)..출생의 비밀?..옥패?!..게다가 망자의 사주까지 겹쳤으니..

당골네 : (손가락으로 입술 가리며) 쉬잇! (다시 방안을 엿듣는다)



s#62. 난정모 마당


난정, 부엌에서 나와 개숫물을 마당에 버리는데

난정모, 암자로 떠날 때의 보퉁이 차림으로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놀라 보며) 어머니.

난정모 : (근엄하게 보며) 난정아, 들어오너라.


난정모, 방안으로 들어가면 난정, 결심한 듯 함지를 내려놓고 따라들어간다.



s#63.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난정모 앞에 앉는다.


난정모 : (보다가)..난정아.

난정 : (시선 피한채) 어머니, 어머니께서 뭐라하셔도 내 결심은 변함이 없어요.

난정모 : 그래..이 에민 네가 기생이 되던 남의 첩살이를 하던 더 이상 네 앞길을 막지 않을게야.

난정 : (난정모를 보는)..?

난정모 : 이 에미도 열 살때까지는 대갓댁 무남독녀로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이 살았다..

            네 외할아버지가 역모죄로 참수당하시고 장흥관아의 관비로 박혔을때도 에미는 반드시 신원되서 양반의 신분을

            되찾을 줄 알았어..그때를 기다리며 이를 악물고 견뎠지..이 에미도 그땐 세상에 대해 오기같은게 있었다.

난정 : ...!

난정모 : 그렇지만..대감마님을 만난 이후로 그 모든 세월을 잊고 살아온게야..

난정 : 어머니..

난정모 : 그래 네가 무엇이 되던 넌 하나밖에 없는 내 딸인 것을...어쩌겠느냐?

난정 : (뭉클하다)..!!

난정모 : 난정아, 대신 두 번 다시는 이 에미를 속이지 말거라. 약조해 줄 수 있겠니?

난정 : 예, 어머니! 그럴게요, 다신 속이지 않을게요! (난정모의 품에 뛰어든다)

난정모 : (다독거려 주며) 그래, 고맙구나..



s#64. 동 난정모 마당


난정, 눈물을 닦으며 방안에서 나온다.

난정, 환하게 웃으며 부엌으로 가려는데 대문이 벌컥 열리고 박씨가 배서방과 양평댁을 거느리고 들어온다.


난정 : (보고 의아하여) 마님?..마님께서 어인 일로 예까지 걸음을 하셨사옵니까?

박씨 : (표독스럽게 노려보며) 뭬야? 어인 일?!!


박씨, 급하게 다가와 난정의 뺨을 철썩-갈겨버린다.

난정, 불의의 일격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박씨를 치겨 보는데

박씨, 다시 한번 난정의 뺨을 매섭게 갈겨버린다.

박씨를 독기서린 눈빛으로 휙- 노려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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