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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2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31|조회수600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27











S#1. 윤원형이 마련해 준 초가 외경


난정E : 나으리, 참말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을 찾으셨사옵니까?!



S#2. 동 초가 방 안


난정, 기대감에 잔뜩 부푼 눈으로 윤원형을 본다.


윤원형 : 허허, 대체 몇 번을 되묻는 게냐?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 너를 데리고 입궐하라는 분부가 계셨다.

난정 : (바짝 보며) 어인 말씀 중에 그런 분부를 내리셨사옵니까? 나으리 자세히 말씀 좀 해 보셔요.

윤원형 : 네가 지난 번 내게다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을 그치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난정 : 그랬습지요.

윤원형 : 헌데 중전마마께오서도 같은 말씀을 하시길래 내 난정이 네가 한 말을 전해 올렸다, 그랬더니 중전마마께오서..



S#3. 중궁전 방 안 (26회 S#56의 연결씬)


윤비, 고개를 치켜들고 윤원형을 본다.


윤비 : 난정이 그 애가 분명 오라버니께 회임불공을 그치라고 하였습니까?

윤원형 : (찔끔하여) 예, 봉은사같이 남의 이목이 번다한 사찰에서 회임불공을 드리는 것은

            오히려 중전마마께 누가 된다고 하면서 회임불공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남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산중 암자를 찾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는 말을 하였사옵니다.

윤비 : (생각하는) ..음!

윤원형 : (힐끔 눈치보며) ..마마, 심기가 언찮게 이놈이 괜한 말씀을 올렸나보옵니다.

윤비 : (윤원형을 보며) 오라버니, 내 난정이 그 애를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윤원형 : 예에? 나, 난정이를요?

윤비 : 예. 내 다음번에 별도의 기별을 드릴테니, 그때 난정이를 데리고 입궐토록 하세요.



S#4. 동 초가 방 안


난정 : (눈에 감격의 눈물이 글썽 고인다) ...중전마마.. !

윤원형 : (흐뭇하게 보며) 난정아, 그리도 좋으냐?

난정 : 좋고 말굽쇼. 이년의 소원이 이루어졌는데요?! 이년 중전마마를 뵙게 해주신 나으리의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암, 그래야지..

난정 : (눈물을 찍어내는데)

윤원형 : (은근히 손을 쥐며) 난정아, 내 너의 청을 들어줬으니 너도 내 원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난정 : (미소) 나으리, 참으신 김에 며칠만 더 기다리셔요.

윤원형 : (실망) 또오?! 허어, 참..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하란 말이더냐?

난정 : 이년, 중전마마를 뵈옵고 나오는 길로 신방을 차리도록 하겠사옵니다.

윤원형 : (입맛 쩍 다시며) ..여기서도 기다려라 저기서도 기다려라, 기다려라, 기다려라, 나 참?!

난정 : (윤비를 만날 설레임으로 회심의 미소가 번진다) ...!!



S#5. 중궁전 방 안


윤비, 다소곳하게 차 한잔을 마시며 생각에 빠져있다.


윤비E : 난정이 그애가 총명하다 한들 어찌 구중심처에 있는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저으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게야.. (문득) 허나, 어인 연유로 그 아이가 회임불공을 그치라 했을꼬?..

엄상궁E : (방 밖에서) 중전마마, 상감마마 납시셨사옵니다.

윤비 : (보며) 어서 뫼시어라.

엄상궁E : 예.


윤비, 일어나 자리를 비우면 방문이 열리고 중종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윤비, 그 앞에 앉는다.


중종 : 중전, 대비전에선 무어라 말씀을 내리시었소?!

윤비 : 대비마마께오서 신첩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주셨사오니 당분간 평안해 질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그래요? 참으로 잘 되었소! 허허허. 중전께서 대비마마의 진노를 어찌 무마하시었소? 과인은 그것이 궁금하구려.

윤비 : 전하, 내전의 일은 신첩이 내전의 법도에 따라 순리대로 차근차근 풀어 나갈 것이옵니다.

         하오니 내전의 일은 신첩에게 맡겨주시옵고 전하께오서는 소격서 일로 흐뜨러진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시는데

         심력을 기울이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끄덕) 음!!.. 내 그리하리다. 그리하리다! 중전이 옆에 있으니 과인의 마음이 든든하구려.

윤비 : (부끄러운 듯) ...



S#6. 경빈 처소 마당


경빈E : (울부짖는 고함) 이 손 놓치 못할까?! 놔라, 놓으란 말이다!


시립해 있던 나인들이 경빈의 고함소리에 곤혹스럽게 방쪽을 돌아본다.



S#7.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소복차림으로 발버둥치고 있다.

금이와 다른 상궁나인들이 경빈을 붙잡아 말리고 있다.


경빈 : (눈이 뒤집힌) 내 당장 대비전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따져 물을 것이야! 내 중궁전의 핍박 때문에 왕손을 낙태하였는데도

         어찌 대비마마께오서는 중전을 폐서인 시켜 당장 사가로 내치라는 명을 내리시지 않는지 내 따져 물을 것이란 말이다!

금이 : (울상) ..마마, 이러시오면 신기만 더 상하실 뿐이옵니다.

경빈 : (금이 뺨을 찰싹 갈기며 노려본다) 네 이년! 네 년도 중전과 한통속이지?!

금이 : (뺨을 움켜쥐고) ..마마.. 흑흑..


방문이 열리고 복성군이 급하게 들어온다.


복성군 : (보며) ..어마마마.

경빈 : 복성군, 잘 오시었소.. 에미와 함께 대비전에 가십시다. 대비마마께 이 에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주청을 드립시다.

복성군 : (꿇어 앉으며) 어마마마.. 고정하시옵소서...

경빈 : ..복성군.. 어찌 이리도 원통할 수 있단 말이오?.. 흑흑흑.. 복성군.. 이 에미의 한을 어찌 풀어 주시려오.. 어찌..?!

        (복성군을 안고 흐느낀다) ...흐흐흑!

복성군 : (안쓰럽게 보며) ..어마마마.. (원망스러운 눈길로 어딘가를 휙- 본다) ...!



S#8.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 위로


윤비E : (26회 S#39의) 마마, 경빈이 피묻은 수건을 복성군에게 건네준 까닭이 무엇이겠사옵니까?!



S#9. 후레쉬 백 (26회 S#39의)


윤비 : 복성군의 가슴 속에 원한을 사무치게 하여 연산군의 전철을 밟게 하려는 뜻이 아니면 무엇이겠사옵니까?!

윤비 : (자순대비를 똑바로 보며) 마마, 이 나라 왕실과 조정에 또 다시 미친 피바람을 불러 일으키려는 자가 누군줄 아시옵니까?!

         원자의 앞길이 풍전등화와 같사온데도 마마께오선 경빈만을 감싸고 도시겠사옵니까?



S#10.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양미간이 움찔하며 괴로운 신음이 새어나온다.


자순대비 : ..중전이 그 수건을 어찌 처리 할꼬... 잘못 했다간 이 나라 종묘사직이 위태로워 질수도 있음이야.. ?!

조상궁E : 대비마마, 원자께오서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 : (생각에서 깨어나) 오, 어서 드시라 해라.


방문이 열리고 원자와 보모상궁인 박상궁이 들어온다.


원자 : (큰절을 하며) 할마마마, 문후 여쭈옵니다.

자순대비 : (미소) 원자, 이리오세요.

원자 : 예. (자순대비에게 다가간다)

자순대비 : (원자를 품에 안는다) ..그동안 잘 지내셨소?

원자 : 예.

자순대비 : 원자, 중궁전에만 드시지 말고 이 할미한테도 자주 오세요.

원자 : 예, 할마마마.

자순대비 : (밖에다) 조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조상궁E : 예.

자순대비 : (슬쩍) 원자, 중전마마가 무섭지는 않습니까?

원자 : 할마마마, 소손은 중전마마가 좋사옵니다.

자순대비 : (미소) ..그래요? (윗목에 앉은 박상궁을 보며) ..박상궁, 중전께서 원자에게 엄하시지는 않으신가?

박상궁 : 가당치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마마를 괴이심이 친아드님 못지 않으시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이며) ..모쪼록 그러셔야지..



S#11. 난정모집 외경


당추E : 예에? 도총관대감께오서 보살님 모녀와 의절을 하셨단 말씀이옵니까?!



S#12. 동 난정모 방 안


당추, 놀란 눈으로 난정모를 바라본다.


난정모 : (의외로 담담한) 예. 두 번 다시 발걸음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사옵니다.

당추 : 허어, 이런 낭패가 있나?.. 어찌 이런 일이.. ?

난정모 : 아니옵니다.. 모두 대감마님을 기망한 이년의 자업자득이옵니다. 이제 대감마님께오서도 우리 모녀 때문에

            마음 쓰시지 않아도 되실 터이니 그것으로 족하옵니다.

당추 : 허면 난정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사옵니까?

난정모 : 예, 마음속에 상처는 입었겠지만 강한 아이니 잘 견딜 것이옵니다.

당추 : 음.. 지금 난정이는 어딜 갔사옵니까?



S#13. 갖바치 마당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갖바치, 뒷짐을 진 채 먼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난정 : (다가오며) ..아저씨.

갖바치 : (돌아보며) 오, 난정이.. 왔느냐?

난정 : 천기를 읽으시는데 이년이 훼방이라도 되었나요?

갖바치 : 뭐라? 천기를 읽는다?

난정 : (미소) 당추스님께서 그러셨어요. 아저씨가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생각을 하실 때에는

         천기를 읽고 계시는 거래요.

갖바치 : 허허, 형님이 괜한 말씀을 하신 게지. 당추형님께선 네 집에 걸음을 하셨는데 길이 엇갈린 모양이로구나?

난정 : ..아저씨가 끓여주시는 차 한잔 마시고 싶어 왔어요.



S#14.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서고의 책을 훑어 보다가 그 중에서 육도삼략(六韜三略) 꺼내본다.

갖바치, 찻잔을 챙겨놓고 차를 따르려는데.


난정 : 갖바치 아저씬 이 책을 지으신 강태공을 닮으신 듯 싶어요.

갖바치 : (놀라 보며) 허어, 네가 어찌 육도삼략을 아느냐?

난정 : 암자에 있을 때 심심파적 삼아 당추스님께서 출가 전에 공부하셨던 낡은 책들을 본 적이 있어요.

갖바치 : (흠짓) ..심심파적 삼아 보았다?

난정 : ..예. 사기같은 사서와 병서가 많으시던 걸요? (다가와 앉는다)

갖바치 : (차를 따라주며) 허허.. 허면 네 당추 형님의 서책들을 모두 섭렵 했더란 말이더냐?

난정 : (미소) 뜻은 모르고 아동판수 육갑 외듯 입으로만 외울 뿐이옵니다.

갖바치 : (충격) ..외울 줄 안다?!

난정 : (툭) 아저씨, 앞으로 조정암 그 분이 조정의 권세를 틀어쥘 수 있을까요?

갖바치 : (차 마시려다 움찔) 뭐, 뭐라? 네 지금 뭐라 했느냐?

난정 : (미소) 이년, 조정의 쟁쟁한 신료들께오서 출입하시는 기방에 있사오니 듣는 말이 조정 돌아가는 일이옵니다.

         근자에 조정암 이란 분의 함자가 자주 회자 되길래 궁금하여 여쭤본 것 뿐이옵니다.

갖바치 : 음!! 우리같은 천출이 조정 일을 안다 한들 어찌하겠느냐? 조정일에는 관심을 접는 편이 나을게야.

난정 : 하오면 조정암께오서는 어찌 이 댁에 발걸음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갖바치 : (허를 찔린 당황) 나, 난정아.. 네 어찌..?!

난정 : (진지하게 보며) 아저씨는 조정암께 경륜을 빌려드려 조정일을 도모하시는 것이 아니셨던가요?

갖바치 : (심각하게 보는) ..?!

난정 : ..이년 말이 틀렸던가요?

갖바치 : (껄껄 너털 웃음을 터뜨린다) 허허허!..

난정 : (진지하게 보며) ...웃음으로 이년의 말을 넘어가려 하시는 겝니까?

갖바치 : (웃음 그치고) 난정아, 넌 사발에 가득 찬 물을 종지에 담을 수 있겠느냐?

난정 : (영문 몰라) 예에?

갖바치 : 그릇으로 치면 조정암 그 분은 넉넉한 사발이고 내 재주는 겨우 종지를 채울 뿐이다. 네 말은 주객이 전도된 듯 싶구나.

난정 : 이년은 그리 보지 않사옵니다.

갖바치 : 허허, 네가 어찌 보건 조정암과는 귀천을 넘어 교유하는 친구일 뿐이다.

난정 : ..친구..요?

갖바치 : 그래, 이를테면 그렇다는 게지.

난정 : 아저씨, 우리도 친구 맞지요?

갖바치 : (끄덕이며) 그래..

난정 : 허면 언젠가 이년이 아저씨의 경륜을 필요로 할 때가 오면 빌려 주시겠지요? 오랜 친구로서요?!

갖바치 : (움찔하여 보는) ...?!

난정 : (진지하게 보는) ..약조해 주실 수 있지요?

갖바치 : (미소 짓는) ..끽다(喫茶)나 하거라.. 차가 식겠구나..

난정 : 예.. (차 한잔 마시고) ..아저씨가 끓여주시는 차는 향이 깊어요.

갖바치 : (찻잔을 들고 마시려다가 문득 난정을 본다) ..?!

난정 : (갖바치를 보며 미소 짓는다) ...



S#15. 정윤겸집 외경



S#16. 동 정윤겸 안채 방 안


정윤겸,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양평댁이 빈 약그릇을 들고 나간다.

박씨, 머리를 천으로 두른 채 요 위에 앉아있다.


정윤겸 : (박씨 옆에 앉으며) 부인, 몸은 좀 어떠시오?

박씨 : 소첩보다 옥련이가 걱정이옵니다. 그 불쌍한 것이 가슴에 상처를 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속에서 약이 받지를 않사옵니다.

정윤겸 : ..부인, 다른 걱정 마시고 어서 쾌차하실 생각이나 하시오.

박씨 : 대감, 파혼은 절대 아니되옵니다. 옥련이 뿐만 아니라 가문을 위해서라도 이번 혼사를 성사시켜야 되옵니다.

정윤겸 : 허어, 이미 정해진 일을 왜 또 다시 들먹이는게요?

박씨 : 대감, 비록 희량이 잘못이 크다 하나 난정이가 우리 옥련이의 혼사를 망칠 작정을 하고 먼저 꼬리를 친 것임이

         자명하지 않사옵니까? 허니 이번 일은 이대로 덮어주시지요.

정윤겸 : 음! (일어서는데)

박씨 : 대감!

정윤겸 : (돌아보며) 부인, 더 할 말이 있으신게요?

박씨 : 정녕 장흥댁 모녀와 의절을 하신 것이옵니까?! 그 말씀 믿어도 좋겠사옵니까?

정윤겸 : (가슴이 아프다) ..몸조리나 잘하시구려.. (방문 열고 나간다)

박씨 : (야릇한 코웃음) ...!



S#17. 어느 주막 마당


박희량, 평상 위에서 술사발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다.

정렴, 그 앞에 앉아 박희량을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정렴 : 희량이, 자네 어찌 그럴수가 있는가? 초시에 입격까지 해서 배울만큼 배운 자네가 어찌 첩년의 딸을 탐내

         내 동생 가슴에 못을 박았는가?

박희량 : (술에 취한) ..미안허이, 내 자네 볼 낯이 없네.

정렴 : 대체 난정이 고년 어디에 끌렸는가? 고년이 치마끈이라도 풀면서 자넬 유혹하던가?

박희량 : (버럭) 난정 낭자를 모욕하지 말게!

정렴 : 뭐야, 모욕?!

박희량 : 자넨 모르네.. 난정 낭자를 보고 있으면 이 가슴 속에 불길이 타오른단 말일세.

정렴 : (인상쓰며 박희량의 멱살을 움켜쥐며) 자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옥련이는 어쩌라고?!!

박희량 : (휙- 밀치며) 저리 비키게! 참새의 눈이 어찌 봉황을 알아보겠는가?!

정렴 : (씩씩대며) 자네 눈에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구만! (보다가 가버린다)

박희량 : (다시 벌컥벌컥 술을 들이킨다) ...



S#18.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난정, 대문쪽으로 걸어오는데 장옷을 입은 누군가가 불쑥 길을 가로막는다. 옥련이다.


옥련 : (노려보며) 난정아!

난정 : (보며 비아냥) 귀한 대갓댁 아씨께서 기방 앞엔 어인 발걸음이실까?

옥련 : 너 대체 왜 이러는거니?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희량도련님을 뺏어가려는게야?

난정 : (어이없다는 듯 픽 웃으며) 이보오, 옥련 아씨! 지금 아씨 모습은 똑 썩은 고기를 물고 있는 까마귀 꼬락서니요!

옥련 : ...뭐라, 까마귀?!

난정 : 잠시 나뭇가지에 앉은 봉황이 썩은 고기덩이를 뺏어먹을까 하여 전전긍긍 해대는 까마귀 말이요!

옥련 : (울그락불그락하여 보는) 뭬, 뭬야?

난정 : 하지만 걱정마오, 내 아무리 굶주렸다 할지라도 아씨가 애지중지하는 썩은 고기덩이는 뺏지 않을테니!

옥련 : 이년이?!


옥련, 난정의 뺨을 찰싹 갈긴다.

난정, 휙- 노려보며 옥련의 뺨을 찰싹 갈겨버린다.


옥련 : (뺨을 움켜쥐고 눈물이 핑도는) ..난정이.. 너.. 미쳤구나..?!

난정 : (바짝 다가서서 쏘아보며) 옥련아, 똑똑히 알아둬! 너희집과 절연하였으니 너하고 난 남이야!

옥련 : (겁에 질려 주춤 물러서는) ..?!

난정 : (벽쪽에 밀어붙이며) 한번만 더 손찌검 했다가는 창기년한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해.

         (살기등등한) 알았으면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버려!

옥련 : (뒷걸음질 치다가 골목 밖으로 도망친다) ..?!

난정 : (옥련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섰는데) ..

심퉁 : (대문 밖으로 나오다가 보며) 난정아씨, 무슨 일이래유?

난정 : 아, 아니다. 들어가자.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심퉁 : (갸우뚱하다가 난정 뒤를 쫓아들어가며) 난정아씨, 마님께서 찾으셔유.



S#19.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난정, 자운아 앞에 앉아있다.


난정 : 찾으셨어요, 아주머니?

자운아 : 기래, 댱악원 기뎍 심사 닐짜가 댭혔다.

난정 : (보며) ...그래요?!

자운아 : (끄덕이며) 니 말대루 뒷돈이래 듬뿍 뎐뎌뒀으니 기뎍에 오르는 거이야 떼어놓은 당상이디만,

            그 똑에서 겉티레라두 니 널굴이라도 보댜고 하니끼니 그리 알고 있으라우.

난정 : ..예, 아주머니.

자운아 : 난뎡아, 니 오마니한테도 말씀 드리라우. 매도 일띡 맞는게 낫다고 언뎨까디나 오마니를 속일 수는 없는 노릇아니네?

난정 : ..예.. 말씀대로 할께요.



S#20. 동 기방 마당


난정, 안채 방안에서 나오다가 부엌쪽으로 지나가는 심퉁을 보고 부른다.


난정 : 심퉁아.

심퉁 : (돌아보며) 야?

난정 : 매향아씬 어디 가셨니?

심퉁 : 매향아씨는 아랫방에서 글씨 공부를 하고 계셔유.

난정 : (의아하여) 글씨공부?



S#21. 동 기방 아랫방 안


옥매향, 붓에 먹물을 듬뿍찍어 종이 위에 뭔가를 쓰고 있다. <蘭風發芳氣, 蓋世同其芬> 이라고 적는다.

주변에 파지(破紙)들이 널려져 있다.


난정E : 매향아- 나 들어갈게.

옥매향 : (쓰던 글 멈추고) 들어오라우.

난정 : (방문 열고 들어오며) 매향아, 뭐하고 있니?

옥매향 : (환하게 웃어주며) 난뎡아, 마팀 댤왔어. 내레 시됴 한번 읊어볼테니 댤 들어보라우.

난정 : ..시조?

옥매향 : 기래.. (종이에 적힌 글귀를 들고 읽는) 바람결에 난툐향기 그윽히 풍기어, 그 향기 온 세상을 덮는도다..

            (난정 보며) 어떠네?

난정 : ...?!

옥매향 : 요거이 백낙텬(白樂天) 선생의 시됴에 나오는 귀뎔이야.. 어떠네, 똑 너를 두고 디은 시 같디 않네?

난정 : ..백낙천?

옥매향 : 기래, 니태백, 두보같은 분들과 어깨를 견주는 시인이시디!

난정 : (미소) ..그런 분이 나 같은 것을 두고 시를 지으실 리가 있겠니?

옥매향 : (곱게 흘기며) 에미나이래, 속으론 됴으면서..?

난정 : (파지들 보며) 매향아, 춘색이 완연한 봄날에 방구석에 틀어박혀 시조공부를 하고 있었던거야?

옥매향 : 기런게 아니라, 내레 난뎡이 니 기명을 디어듈려고 시됴들을 되새기고 있었던기야.

난정 : ..기명?

옥매향 : 기래, 너도 니뎨 기뎍에 오르려면 기명이 필요티 않캈네? 난향이는 어떠네? 난툐 란에 향기 향,

            백낙텬선생 싯귀터럼 세상을 뒤덮는 난툐향기.. 어때 멋스럽디 않네?

난정 : 매향아, 니 뜻은 고맙지만.. 난 장차 무엇이 되던 정난정이란 내 이름 석자만을 고집할거야.

옥매향 : 와, 도툥관 대감이 딕뎝 지어듀신 니름이라서 기러네?

난정 : ..그래.

옥매향 : (섭섭한) 기럼 어떻수 없디, 뭐. 괜히 먹물 묻혀가면서 헛고생만 했구나야.

난정 : 매향아.. 실은.. 도총관대감께서 우리 모녀하고 의절을 하셨어.

옥매향 : (충격) 뭐이 어드레, 의뎔?!..

난정 : (씁쓸한 미소) ..그래..

옥매향 : 와, 무슨 일로?! 난뎡아, 너 괜탾은기야?

난정 : 내가 바라던 대로 됐어!

옥매향 : ...?!

난정 : 이제부터 난 정난정이란 내 이름 석 자를 세상에 떨칠거야. 그리되면 대감께서도 의절하신 걸 후회하시게 될거야.

         아니 내 반드시 후회하시게 만들고야 말겠어!

옥매향 : ...?!



S#22. 어느 길


백치수, 혼자서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다.



S#23. 어느 정자 위


백치수, 정자계단을 올라 정자위로 오른다.

도포차림의 누군가가 돌아선 채 멀리 경치를 구경하고 섰다. 이장곤이다.


백치수 : (보고) 어르신!

이장곤 : (돌아보며) 오, 자네 왔는가?

백치수 : (큰절을 올리고 보며) 참으로 오랜만에 인사 여쭈옵니다. 어르신께오서 함경도에서 돌아오시어

            대사헌을 거쳐 이조판서에 오르셨단 소식은 듣고 있었사옵니다.

이장곤 : 허허, 그랬던가? 내 오늘 자네 얼굴도 볼 겸, 또 자네한테 청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네.

백치수 : (조아리며) 분부만 내리시지요.

이장곤 : 내게 사람 하나만 구해줄 수 있겠나?

백치수 : 사람이요?.. 어떤 자를 원하시옵니까?

이장곤 : 무예솜씨도 뛰어나고 눈치도 빨라야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믿을만한 사람이어야 하네.

백치수 : 허면 호위를 구하시는 것이옵니까?

이장곤 : 바로 맞췄네. 자네 수하중에 그런 일에 맞춤인 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구해줄 수 있겠나?

백치수 : 예, 하온데 천하 호걸이신 어르신께서 호위를 구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누구의 호위를 맡는 것이옵니까?

이장곤 : (미소) ...



S#24.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 앞에 앉은 길상을 진지하게 보며 말한다.


백치수 : 자네, 내게 맡긴 목숨 값을 해줘야겠네.

길상 : (보며) 무슨 일이옵니까?

백치수 : 자네 정암 조광조라는 함자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길상 : ..저자거리에서 그분을 칭송하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 잘은 모르옵니다.

백치수 : 사헌부의 우두머리이신 대사헌 영감이시네.

길상 : ...

백치수 : 자네가 그 분의 호위노릇을 해줘야겠네.

길상 : (놀라 보며) 예에? 호위요?!

백치수 : 워낙 청고하신 분이라 조정에서 많은 정적을 만든 까닭에 그 분을 노리는 비수가 사방에서 번뜩이고 있네.

            자네가 목숨을 걸고 그 분을 지켜드리라 이 말일세.

길상 : ...!

백치수 : 오늘부터 자넨 그 분 뒤를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되 누구의 눈에 띄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내 말 뜻을 알겠는가?

길상 : 예, 이르신 대로 하겠사옵니다!



S#25.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길상, 짐을 챙기다가 짐속의 환도를 꺼내 뽑아본다.

길상, 결연하게 번뜩이는 칼날을 보다가 칼집에 탁 꽂는다.

길상, 환도와 봇짐을 챙겨들고 방문 밖으로 나간다.



S#26. 동 남소문 객주 마당


길상, 방문 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백치수와 걱정스러운 표정의 달래가 기다리고 서있다.


길상 : 달래야, 오라비 없는 동안 도주어른 말씀 잘 듣고 니가 능금언니도 잘 보살펴줘야 한다.

달래 : (섭섭하다) ..알았소, 오라버니도 몸조심 하오.

길상 : 그래..

백치수 : 달래와 능금이는 내 잘 돌봐줄테니 아무걱정 말고 다녀오게나.

길상 : ...고맙습니다.

능금E : (대문쪽에서) 길상아! 길상아!


능금, 대문쪽에서 길상쪽으로 후다닥 뛰어들어온다.


능금 : (헐떡대며) 길상아! 너 장사길 떠난다는 게 정말이야?!

길상 : (미소) 그래, 돌아올 때까지 말썽 피우지 말어!

능금 : 길상아, 나도 따라갈래! (백치수 돌아보며) 아저씨, 나도 길상이와 함께 보내주시오.

백치수 : 허어, 송서방이 네 아비를 데리러 송도로 갔거늘, 네 아비도 만나보지 않고 그냥 떠나려느냐?

능금 : ('그건 그렇다') ...그치만..

달래 : 언니, 오라버니 곧 돌아올테니 객주일 배우면서 기다리시오.

백치수 : 허허, 네 어찌 달래만도 못하냐? (길상 보며) 객상들이 기다리겠네, 어서 떠나게!

길상 : 예, 어르신. (조아리고 대문 밖으로 나간다)

능금 : 길상아.. (따라 나가려는데)

백치수 : 능금아, 오늘 물목셈은 다 맞췄느냐? 송서방 몫까지 하려면 해질녘까지 끝나지도 못하겠구먼.

능금 : (흘겨보며) 길상이가 떠나는데 지금 그런 게 눈에 들어오겠소?!

백치수 : 허어, 부모상을 당해도 물건값 에누리를 하는 게 장사꾼이야. 너같이 헤픈 마음가짐으로 어찌 재물을 모을까?

능금 : 알았소! 하면 되잖소! (뒷곁으로 쿵쿵대고 간다)

백치수 : (미소로 보다가) ..능금아?

능금 : (멈춰서 휙- 돌아보며) 왜 또 부르시오?!

백치수 : 오늘부터 이 객주 네가 맡아라!

능금 : (눈이 휘둥그레지는) ..뭐, 뭐, 뭐요?!



S#27. 동 아랫방 안


백치수 앞에 능금과 그 옆에 달래가 앉아있다.


백치수 : 송서방이 네 아비를 찾아올 동안 니가 이 객주를 맡아보라 이 말이다.

능금 : (자신 없는) ..물목도 간신히 맞추는 년이 어찌 객주일을 보겠소?

백치수 : 네 어찌 그만한 배포도 없이 내 재물을 다 털어먹겠다고 했느냐?

능금 : (입술을 물고 생각하는) ...

사내E : 송집사 계슈?! 강계에서 올라온 특산물이요!

백치수 : 뭣하느냐? 어서 나가보지 않고!

능금 : ...

백치수 : 허어! 객상들을 돌려보낼 참이냐?!

능금 : (결심한 듯) 까짓것 좋시다! (벌떡 일어서며) 달래야, 나 좀 도와줘.

달래 : ..?!


능금, 방 밖으로 나가면 달래가 따라나간다.

백치수, 뭔가 흐뭇한 표정이다.



S#28. 동 방 밖 객주 마당


능금, 짐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선 짐꾼들쪽으로 다가선다.


능금 : 짐들 부리슈! 오늘부터 내가 받을거요!

짐꾼들 : (능금을 훑으며 머뭇거리는데) ...?

능금 : (버럭) 뭣들 하슈, 짐들 부리라는데!

짐꾼들 : (그제서야 짐들을 부린다)

능금 : 달래야, 물목을 맞춤할 때 셈이 한 개라도 틀리면 안되니까 빠진 물건 없이 잘 살펴야돼.

달래 : 알았소, 언니.


백치수, 분주하게 움직이는 능금을 방문 밖으로 내다보며 미소 짓는다.



S#29.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원로E : 원형아, 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S#30. 동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못마땅하게 고개를 꼰 채 앉아있고

윤원로, 앞에 앉은 윤원형을 원망스러운 듯 보고 있다.


윤원형 : 형님, 왜 또 이런 법, 저런 법 타령이시오?

윤원로 : 너도 눈이 있으면 좀 보아라! (윤지임 쪽을 휙- 본다)

윤원형 : (의아하여 윤지임쪽을 보는) ...예?

윤지임 : (한숨을 푹 내쉰다) ...

윤원로 : 넌 아버님을 뵈면서 뭔가 느끼는 것이 없단 말이냐?

윤원형 : 아버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윤원로 : (흘기며) 이런 눈치하곤? 이놈아, 네 눈엔 그리 훤하시던 아버님 신수가

            제수씨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십년은 더 늙으신 게 보이지도 않느냐?

윤원형 : 뭐요? 허면 이놈의 마누라가 아버님을 구박이라도 한단 말씀이오?

윤원로 : 암! 구박도 이만저만한 구박이 아니지!

윤원형 : (놀라) 아, 아니, 아버님, 아버님 작은 며느리가 정말 아버님을 구박하고 있사옵니까?

윤지임 : 아니다, 그런적 없다.. (또 한숨 푹 내쉬는) ..에휴-

윤원형 : 하온데 어찌 아까부터 방구들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시는 것이옵니까?

윤원로 : 쯧쯧.. 사람이 다 먹자고 사는건데, 매끼니마다 꽁보리밥에 간장 한종지 뿐이니

            아버님께서 어찌 사시는 낙이 있으시겠느냐? 네 이 불효를 어찌 감당할 것이냐?!

윤지임 : 그만둬라.. 하긴 파원부원군댁 누렁개는 고깃국만 먹는다는 말이 있긴 있더라.

윤원형 : 아버님, 요만치만 더 참으시옵소서. 소자가 과거급제를 하면 흰쌀밥에 고깃국을 올릴 것이옵니다.

윤지임 : 에휴.. 어느 세월에..

윤원로 : 이 집에 쌀이 없어서 꽁보리밥을 먹는다더냐?! 제수씨가 회임불공 핑계를 대고 쌀이란 쌀은 모조리 절에다 퍼다주니

            요모양 요꼴이 된게지!

윤원형 : 뭐요? 허면 형님의 제수씨가 회임불공을 다닌단 말이오?

윤원로 : 그래. 시아버님이나 시아주버님은 찌그러진 동냥아치가 되건 말건 중들만 퍼다주니

            배웠다는 사대부댁 규수의 행실이 어찌 그 따위란 말이냐?!

윤원형 : (인상 북 쓰는) ...?!



S#31. 동 윤원형 별채 초당 마당


윤원형, 씩씩대며 걸어들어와 초당 방 앞에 선다.


윤원형 : 부인, 나요. 좀 들어가겠소!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32. 동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김씨, 일어나서 맞는다.


윤원형 : (앉으며) 내 부인께 묻고 싶은 말이 있어 찾아 왔소!

김씨 : (따라 앉으며) ...?!

윤원형 : 부인, 아직도 봉은사에 회임불공을 다니고 계시오?!

김씨 : ..예, 그러하옵니다.

윤원형 : 뭬, 뭬요? 허! 내 분명 회임불공을 그치라고 일렀거늘?! 부인 어찌 중전마마의 지엄한 분부를 거역하시는 게요?!

김씨 : 소첩이 정성을 다해 축수발원을 드리는 일인데 설마 중전마마께 누가 되는 일이야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 ('그럴지도?' 누그러지는) ..그거야 그렇지만..

김씨 : 벌써 등을 달고 발원을 시작했사오니 이번 백일불공만 드릴 수 있도록 소첩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윤원형 : ...



S#33. 대비전 외경


경빈E : (흐느끼며) 대비마마, 신첩 억울하고도 억울하옵니다.



S#34. 동 대비전 방 안


경빈, 자순대비 앞에서 부복한 채 흐느끼고 있다.


경빈 : 마마, 신첩이 낙태를 한 것은 역심을 품은 자가 신첩의 회임굿판을 뒤엎은 때문이옵고

         또한 중궁전의 투기로 심한 핍박을 받은 때문이옵니다.

자순대비 : (무겁게 침묵한다) ...

경빈 :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는 대비마마께오서 어찌 그들을 가만히 두고만 보시옵니까? ..흐흐흑!

자순대비 : (싸늘하게 보며) ..경빈, 당장 처소로 돌아가 자중하고 있으시오!

경빈 : (보며) 예에?

자순대비 : 경빈의 낙태를 한 일은 자업자득입니다.

경빈 : (움찔) 자, 자업자득?!

자순대비 : 경빈이 복성군에게 피묻은 수건을 간수케 한 짓거리를 잊었는가?!

경빈 : ...?!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폐주 연산군 시절을 어찌 지내왔는줄 아시오? 내 경빈의 행실을 생각할 때마다 치가 떨립니다.

경빈 : (당혹스럽다) ..마, 마마..

자순대비 : 중궁전에서 이번 일을 어찌 처결할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처분이 내리던 받아들이셔야 할 것이오!

               (버럭) 이 늙은이의 말 뜻을 아시겠소?!

경빈 : ...?!



S#35. 중궁전 방 안


윤비, 피묻은 손수건을 보다가 뭔가 결심한 표정이 된다.

엄상궁과 오상궁이 윤비의 건너편에 앉아있다.


윤비 : (보며) 엄상궁.

엄상궁 : 예.

윤비 : 날이 밝는대로 후궁전 모두를 불러들이게.

엄상궁 : (흠짓 보며) 후궁전 모두 다라 하명하셨사옵니까?

윤비 : (끄덕이며) 이 수건을 처리할 때가 되었음이야..



S#36.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이불 위에 앉아 눈망울을 굴리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경빈E : 중궁전에서 어떤 처분을 내리던 받아들이라?! ..허면 사가로 내칠 수도 있다는 말이던가?!..

           (일그러지며) ..이 일을 어쩐다..?!

금이E : (방 밖에서) 마마, 상감마마께오서 납시셨사옵니다.

경빈 : (흠짓 눈빛을 빛낸다) ..어서 뫼시어라!


방문이 열리면 중종, 방안으로 들어선다.

경빈, 벌떡 일어나 중종 앞에 달려가 발밑에 머리를 조아린다.


경빈 : 전하, 신첩을 살려주시옵소서.

중종 : (당혹스러운 듯 부축하며) 경빈, 왜 이러시오? 몸도 불편하신 터에.. 어서 일어나시오.

경빈 : (애처롭게 보며) 전하, 전하께오선 신첩을 버리지 않으시겠지요?

중종 : 그 무슨 가당치 않은 소리요?

경빈 : (중종의 품에 안기며) 전하, 신첩에겐 전하뿐이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신첩을 지켜주시겠다고 약조해 주시옵소서!

         약조해 주시옵소서!

중종 :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내 약조하리다. 허니 어서 자리에 누워 몸조리나 잘 하구려.

경빈 : (눈물 줄줄)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신첩, 전하만 믿겠사옵니다.

중종 : ...



S#37. 갖바치 외경 (밤)


갖바치E : 예에? 도총관대감이 아주머니와 의절을 했다니요?!



S#38. 동 갖바치 방 안 (밤)


갖바치와 당추, 방백인이 술상 앞에 앉아 있고 그 뒤 편에 앉은 당골네가 눈치를 본다.


당추 : (한숨) 보살님께서 내색은 안하시지만 가슴에 큰 상처를 입으셨을 게야.

갖바치 : ..음! 그러실 테지요.

당추 : 내 늙었나보이.. 의절까지 당하면서 기생이 되려는 난정이의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구먼.

갖바치 : (한잔 마신다) ...

방백인 : 사람은 타고 난 팔자에서 도망칠 수 없는거요. 기생될 년은 기생이 되고, 도둑놈이 될 놈은 도둑놈이 되고..

당추 : 닥치지 못할까? 그게 어찌 팔자 탓이란 말인가?!

방백인 : 허면 뉘탓이요?

갖바치 : 첩의 딸은 첩의 딸로 살아갈 수 밖에 없게 옭아매는 이 세상이 잘못된 게지!



S#39.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난정모 앞에 앉아있다.


난정 : 어머니.. 죄송해요.. 이년 때문에 대감마님께서..

난정모 : (난정의 손을 잡아주며) ..난정아, 네 잘못이 아니다. 첩년이 분수도 모르고 대감마님을 가슴에 품은 게 잘못된 게지..

            에미는 괜찮으니 약해지지 말거라.

난정 : (난정모에게 안기며) ...어머니..


난정모, 난정의 등을 토닥여 준다.



S#40. 경빈 처소 외경 (아침)



S#41.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경대를 보고 가채를 정성껏 치장한다.


금이 : (걱정스럽게 보며) 마마, 정말 중궁전에 드시렵니까? 몸이 불편하시니 나중으로 미루시는 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경빈 : (휙- 보며) 뱃속의 자식까지 잃었는데 더 이상 무서울 게 뭐 있겠느냐?

         (벼르듯) 내 중전이 무슨 소릴 하나 똑똑히 들어볼 것이야.



S#42. 중궁전 복도


경빈, 방문 쪽으로 걸어온다.


오상궁 :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들라해라.



S#43. 동 중궁전 방 안


방문이 열리고 경빈이 들어와 윤비 앞에 선다.

윤비, 앞에 엄상궁이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윗목에 선다.


윤비 : (경빈을 보며) 앉게!

경빈 : (앉으며 윤비를 똑바로 보는) 중전마마, 신첩을 어인 일로 찾으셨사옵니까?

윤비 : (온화한) 경빈, 몸은 가벼워지셨는가?

경빈 : (뼈있는) 예, 모두가 다 중전마마의 은혜시옵니다.

윤비 : (위로하는) 망극한 일을 당해 얼마나 상심이 크신가?

경빈 : 신첩, 중전마마께 위로의 말씀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하오나!

윤비 : (보는) ...

경빈 : (싸늘하게 보며) 대군을 생산해 보시지도 못한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자식을 잃은 에미의 슬픔을 헤아리실 수가 있단 말씀이옵니까?

엄상궁 : 무엄하시옵니다! 어느 안전이라고 망발을 하시옵니까?!

경빈 : 자넨 나서지 말게! 어찌 상궁 따위가 일품 명부의 말을 자른단 말인가?!

엄상궁 : (흠짓) ..?!

윤비 : 경빈, 아직도 내게 원망이 많은 듯 하구나.

경빈 : 신첩, 잉태한 태아를 낙태시킨 자가 누구이온지 똑똑히 알고 있사옵니다!

윤비 : 경빈, 경거망동 하여 원한의 싹을 키우지 말게. 복성군에게 해가 미칠 수도 있음이야.

경빈 : 마마, 신첩을 위협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경빈은 폐주 연산군이 어찌 최후를 마쳤는지 벌써 잊었더란 말인가?!

경빈 : ...?!

윤비 : 정녕 복성군에게 연산군의 전철을 밟게 하려는 것이던가?!

경빈 : ...?!

윤비 : 네 복중 태아가 떨어진 것은 경빈의 죄악에 대해 조종조께서 경계로 삼으란 징조이자 하늘이 내리신 벌이란 것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경빈 : 뭬, 뭬라.. 천벌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윤비 : 행실을 바로 하지 못하여, 복중의 태아가 떨어진 것을 어찌 남의 탓만으로 돌릴 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천행으로 알게!

경빈 : (쏘아보며) 중전마마!..

윤비 : 입 다물지 못할까?! 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주둥일 놀리는 게냐?!

경빈 : (움찔) ...!

오상궁E : 중전마마, 후궁전 여섯분 들었사옵니다.

윤비 : 모두 들라해라.

오상궁E : 예.


방문이 열리면 희빈과 창빈을 위시하여 숙의홍씨, 숙의이씨, 숙원이씨, 숙원김씨 등 여섯명의 후궁들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 ...!

희,창,후궁들 : (서열대로 서서 조아린다) 중전마마, 찾아 계시옵니까?

윤비 : 앉게.

희,창,후궁들 : 예!


희빈과 창빈이 경빈의 양쪽 옆으로 그리고 나머지 후궁들이 뒤편에 앉아 흡사 경빈을 포위한 형태로 앉는다.


윤비 : (피묻은 손수건을 꺼내며)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일동 : ...!

윤비 : 아무리 쉬쉬한다 한들, 대궐벽에는 귀가 있으니 이 수건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을 게야.

         이 일이 전하와 조정에 알려지면 (경빈을 보며) 여러사람이 피를 보게 될것이야!

일동 : (숨 죽이는) ...

경빈 : (침을 꼴딱 삼키는) ..

윤비 : 내 너희들을 부른 까닭은 이 피묻은 수건의 일을 덮어두기 위함이니라. 허나, 차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야!

         (엄상궁을 보며) 엄상궁, 들이게.

엄상궁 : 예. (방 밖에다) 들이랍신다.

오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오상궁이 대야를 들고 들어온다. 그 뒤로 복성군이 따라 들어온다.


경빈 : (당황하여) 보, 복성군...?!

복성군 : (울상) ..어마마마!

윤비 : 사사로운 자리가 아니거늘 어찌 눈물을 보이는 게냐?!

경빈 : (이를 문다) ...!

오상궁 : (대야를 경빈 앞에 놓고 뒷걸음질로 나간다)

윤비 : 경빈은 복성군이 보는 앞에서 이 수건에 핏자국을 빨거라.

경빈 : ...!!

윤비 : (수건을 내밀며) 복성군 이 수건을 에미에게 전하라!

복성군 : (울음이 터질듯한 표정으로 윤비에게 수건을 받아.. 시선을 피한 채 경빈에게 건넨다) ...

경빈 :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받아든다) ...!!

윤비 : 수건의 핏자국과 함께 네 마음 속의 죄까지 빨아버리거라!

경빈 :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대야물 속에 담근다) ..

윤비 : 내 말을 큰소리로 따라 하며 수건을 빨거라!

경빈 : ...?!

윤비 : 적통인 원자가 엄연히 계신데 복성군에게 왕세자의 도를 훈육하여 역심을 품은 죄!

경빈 : (수건을 빨며 짜내듯) ...적통인 원자가 엄연히 계신데 복성군에게 왕세자의 도를 훈육하여 역심을 품은 죄..

윤비 : 복성군 가슴에 원한을 심어 연산군의 전철을 밟아 조정에 피바람을 몰고 오려한 죄!!

경빈 : (수건을 빠는 손이 와들와들 떨린다) ...복성군 가슴에 원한을 심어 연산군의 전철을 밟아

         조정에 피바람을 몰고 오려한 죄..!

윤비 : 처소에 외간 남자를 함부로 끌어들여 후궁전을 구설에 오르게 한 죄!!!

경빈 :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꽉 움켜쥐며) ...처소에 외간 남자를 함부로 끌어들여 후궁전을 구설에 오르게 한 죄..

복성군 : ..?!

윤비 : 복성군도 잘 보아두시오! 오늘 이후로 어미가 심어놓은 원한은 저 핏자국과 함께 풀어버리시오! 알겠소?!

복성군 : ...

윤비 : 알겠냐고 물었다!

복성군 : ..예 ..마마 ..흐흑..


경빈, 수건을 빨다가 그대로 엎드려 흐느낌을 터뜨린다.

복성군, '어마마마-' 부르며 달려가 같이 흐느낀다.

조마조마하게 보던 희빈과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의 간담이 서늘해진다.


윤비 : (후궁들을 훑어보며) 너희들도 오늘 일을 경계로 삼아, 차후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야! 알겠느냐?!

일동 : (바짝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



S#44.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조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자순대비 : 뭣이라, 후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빈의 손으로 피묻은 수건을 빨게 했단 말이더냐?

조상궁 :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 중전께서 참으로 무서운 분이시구나..



S#45. 중궁전 외경


윤원형E :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S#46.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윤원형에게 비단 염낭을 건네준다.


윤비 : 받으세요, 오라버니.

윤원형 : 마마,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비 : 사람들 만나러 다니실 때 필요하실테니 쓰도록 하세요.

         내 듣자니 사가에서는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곳간 열쇠를 꼭 쥐고 계시다지요?

윤원형 : 마마께오서 어찌 그걸 다 아시고 계시옵니까?

윤비 : 부원군댁은 청빈해야 합니다. 안으서께서 잘 하시는겝니다.

윤원형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하온데 마마, 시생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피치 못하게 기방출입도 해야할 터인데..

            어찌해야 하올지..?

윤비 : (미소) 예, 기방 금족령도 풀어드리지요.

윤원형 : (솔깃하여) 정말이시옵니까?

윤비 : 대신, 술은 석잔 이상 마시면 아니되십니다. 약조하실 수 있겠습니까?

윤원형 : 석잔이요? 예, 약조 드리겠사옵니다.

윤비 : (비단 보자기로 싼 무엇인가를 꺼내 놓으며) ..오라버니, 이것도 받으세요.

윤원형 : 이것은 또 무엇이옵니까?

윤비 : 당의입니다.

윤원형 : 당의요?

윤비 : 난정이한테 이 당의를 전해 주세요. 오라버니께서 내일 미시쯤 난정이를 데리고 입궐하세요.

윤원형 : (조아리며) ...예, 마마. 황공무지로소이다!



S#47. 윤원형 집 외경



S#48.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연상 위에 놓여있는 당의(唐衣).

윤원형, 당의를 보며 만면에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는 위로-


윤원형E : (기대감에) ..드디어 내일밤이면 난정이와 신방을 차리는구나. 으하하하!


윤원로,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윤원형, 허겁지겁 비단보자기로 당의를 싸서 연상밑으로 감춘다.


윤원로 : (다가와 앉으며) 지금 감춘 게 뭐냐?

윤원형 : 감추다니요? 무엇을 감췄다는 게요?

윤원로 : (잽싸게 연상을 기울여 당의를 꺼내들며) 흥, 이래두 시치밀 잡아뗄 셈이냐?

윤원형 : (뺏으며) 왜 남의 것을 함부로 손대시는 게요?

윤원로 : (보며) 아니, 이건 당의 아니냐?!

윤원형 : ...?!

윤원로 : (은근히 보며) 원형아, 너 계집에게 당의를 입혀 대궐구경이라도 시켜 주려는 게지?

윤원형 : 허면요?!

윤원로 : (다 안다는 눈웃음) 일편단심 그 계집이냐?

윤원형 : 형, 형님?!

윤원로 : (손 내밀며) 내 놔.

윤원형 : 내놓다니, 뭘요?

윤원로 : 내 제수씨한테는 눈 딱 감아 줄테니 네 품속의 돈을 반씩 나누자 이말이다.

윤원형 : (어이없어) 내 품에 은자가 있는 건 어찌 아셨소?

윤원로 : 귀신을 속이지, 돈냄새 맡는데 내 코는 못 속인다.

윤원형 : 어유, 증말... (어쩔수 없다는 듯 품속에서 비단염낭을 꺼내서 은자 반을 털어 건네주며)

            옛수. 대신 형님, 제수씨한테는 절대 비밀이오!

윤원로 : (은자를 보며 히죽) ..암! 암! 암.



S#49. 난정모 방 안


난정, 선 채로 화려한 옷을 몸에 대본다.


난정모 : (보며) 눈대중만으로 지었으니 꼭 맞을지는 모르겠구나.

난정 : (감격하여) 아니요, 맞춤한 듯 내게 꼭 맞는걸요? (난정모 앞에 앉으며) 어머니, 고마워요.

난정모 : 난정아, 넌 도총관 대감의 핏줄이라는 걸 명심하거라.

난정 : ...

난정모 : 대감께오서 우리 모녀와 의절을 하셨다고 해서 그분의 전정에 누가 되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아니된다,

            난정아, 에미와 약조해 줄 수 있겠느냐?

난정 : 예. 어머니, 그리할게요..



S#50. 난정모 대문 앞


난정모, 대문 밖으로 나오고 난정이 따라나온다.


난정모 : 허면 에미, 김진사댁에 들렀다 올테니 밥 차려먹고 나가거라.

난정 : (안쓰러운) 어머니, 꼭 삯바느질을 다시 하셔야 되요?..

난정모 : (미소) 난정아, 에미 아직 네 봉양 받을만큼 늙지 않았어. (간다)

난정 : (난정모의 뒷모습을 보다가 대문쪽으로 들어가려는데)

임서방 : (뒷편에서)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며) ..임집사 아저씨.

임서방 : (당의를 싼 비단보자기를 건네며) 서방님께오서 전해주시란다. 낮에 남소문 집으로 데리러 가신다니

            만반의 채비를 차리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난정 : (보자기를 받아들고) ...?



S#51.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비단 보자기를 풀어보면 당의가 들어있다.


난정 : (충격으로 보는) ...!!.. (당의를 소중히 들고 보며 울컥) ..중전마마...


난정의 감격하는 모습에서 F.O



S#52. 몽타쥬 (F.I)


1) 대궐 일각

-남곤과 심정이 뭔가를 상의하며 간다. 마주오던 홍경주가 인사를 나누고 이들과 합류한다.

2)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와 김식, 김구, 김정 등이 활기차게 토론한다.

3) 윤임의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가 뭔가를 은밀히 의논하고 있다.


해설NA : 중종이 조광조의 주청을 받아들여 소격서를 혁파한 이후에 조정에서 훈구공신들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위축되었다.

             중종의 신임을 확인한 조광조와 신진사림들은 개혁정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윤임과 김안로 등의 원자파는 몸조심을 하며 때를 기다렸다.



S#53. 편전 방 안


중종, 대신들과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정광필, 안당, 김전, 이장곤, 남곤, 심정, 홍경주, 조광조, 김안로, 김승지 등이 보인다.


해설NA : 하지만 조정에서 밀려나가지 않으려는 훈구공신들은 조정에 자기편 사람을 심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공신들은 공석중인 형조판서 자리에 화천군 심정을 적극 추천하였다.

중종 : (돌아보며) 과인이 비어있는 형조판서 자리에 화천군을 제수하려 하는데 경들의 뜻은 어떠하시오?


정광필, 김전, 홍경주는 담담하고.. 안당, 이장곤은 굳은 표정이고..

남곤과 심정은 눈짓을 교환하며 희색이 돈다.

김안로, 힐끗 조광조쪽을 돌아보는데..


조광조 : 전하, 형조판서는 법률과 형벌을 관장하는 막중한 자리이옵니다. 형률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에게 형조를 맡기신다면

            이 나라의 법이 무너지는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다시 한번 상량해 주시옵소서.

일동 : ...!!

심정 : (고통스럽게 주먹을 움켜쥐며 조광조를 노려본다) ..



S#54. 어느 길


관복을 입은 윤원형이 사인교를 타고 간다.

사인교 뒤로 빈가마가 따르고 있다.



S#55. 윤원형이 마련해준 어느 초가 마당


'와료-' 소리와 함께 가마꾼들이 가마를 멈추는 소리가 난다.

곧이어 윤원형,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윤원형 : 난정아, 아직 채비가 멀었느냐?!

당골네E : 지금 나가옵니다.


방문이 열리고 당골네의 부액을 받으며 난정이 나온다.

당의와 화려한 치마차림의 난정의 꽃같이 화사한 모습.


윤원형 : (휘둥그레지며 입이 쩍 벌어진다) ...?!

난정 : (당골네의 도움으로 운혜를 신고) ..나으리, 왜 그리 놀라시옵니까?

윤원형 : 허, 내 난정이 네 자색이 빼어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보니 하강한 선녀가 따로 없구나? 참으로 금상첨화로다.

난정 : 나으리께오서 괜히 이년을 놀리시옵니다.

윤원형 : 노, 놀리다니.. 어서 입궐하자.


윤원형, 앞장서서 대문 밖으로 나가면 그 뒤를 따르는 난정과 당골네.



S#56. 동 초가 대문 앞


윤원형, 이미 사인교에 앉아있고 난정, 당골네의 도움으로 가마에 오른다.


윤원형 : 가자-

임서방 : (조아리며) 예. (교꾼들에게) 가자신다-


'이료-' 소리와 함께 교꾼들이 가마를 떠매고 출발한다.


당골네 : (웃음 함빡 머금은 표정으로 조아린다) 잘들 다녀 오십시오-



S#57. 윤원형 별채 초당 외경


김씨E : 뭐라, 서방님께오서 입궐을 하시었어?



S#58. 동 별채 초당 방 안


김씨, 앞에 앉은 배천댁을 의아하게 본다.


배천댁 : 예, 아씨.

김씨 : 어찌, 서방님께서 한마디 말씀도 안하시고 입궐을 하셨을꼬?

배천댁 : 하온데 서방님께오서 아씨의 가마를 대동하셨다 하옵니다.

김씨 : 뭐라? 내 가마까지 말이더냐?

배천댁 : 예.

김씨 : (뭔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생각하는) ...?



S#59. 중궁전 뜰 앞


관복을 입은 윤원형과 당의를 입은 난정이 계단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 : (손짓으로 교태전 현판을 가르키며) 난정아, 보아라. 저 교태전이라고 쓰인 전각이 중전마마께오서 계신 곳이니라.

난정 : (뭉클) ...?!!

윤원형 : 어서 들자, 마마께오서 기다리시겠다.


윤원형,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난정, 계단 위로 한 발을 내딛다가 멈춰선다...

아무리 정난정이라도 긴장되어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다.


윤원형 : (돌아보며) 난정아, 어서 오지 않고 뭣하는게냐?

난정 : 예, 가옵니다. (숨을 후- 내쉬며 결연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른다)



S#60. 동 중궁전 복도


윤원형과 난정, 엄상궁과 오상궁이 시립해 있는 방문 앞으로 다가온다.


윤원형 : (엄상궁에게) 여쭈어 주시게나.

엄상궁 : 예..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승후관 드셨사옵니다.

윤비E : 드시라해라!

난정 : (윤비의 목소리에) ...!

엄상궁 : 예. 드시지요. (나인들에게 눈짓하면)


나인들이 방문을 열어주면 윤원형이 앞장서고 난정이 그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S#6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 위에서 책을 읽고 있던 중이다.

열린 방문으로 윤원형과 난정이 들어와 선다.


윤원형 : 중전마마, 분부를 받잡고 난정이를 데려 왔사옵니다.

윤비 : (그제서야 읽던 책을 덮고 천천히 난정의 얼굴을 본다) ..오 그래, 네가 난정이로구나.

난정 : (눈을 내리깐 채 감히 윤비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

윤비 : (미소) 참으로 곱게도 자랐구나.

윤원형 : (히죽 웃다가 난정을 힐끔보며) 난정아, 뭣하고 있는게냐? 어서 중전마마께 인사 올리지 않고?

난정 : ..중전마마, 이년 문후 여쭈옵니다.


난정, 윤비 앞에 큰 절을 올린다.

윤비, 온화한 표정으로 그러나 기품있게 난정의 자태를 찬찬히 살핀다.

난정, 절을 마치고 뭉클 감동이 치미는 듯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들어 윤비를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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