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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2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5.31|조회수459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28











s#1. 중궁전 방 안


난정, 감격에 겨워 글썽하는 눈으로 윤비를 본다.

윤비, 난정의 얼굴을 기품있게 보는데

난정, 흑-울음을 터뜨리며 방바닥에 머리를 조아린다.


윤비 : 난정아, 네 어찌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느냐?

난정 : (조아린채 울음을 삼키는)..!

윤원형 : (당황하여) 나,난정아..중전마마께오서 하문을 하시지 않느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을 잊지 않으시고 기억해 주시는 것만도 백골난망이온데,

         이렇듯 당의까지 내리시어 불러주시니 감개가 무량하여.. 눈물이 그치지가 않사옵니다.

윤비 : 내 너를 어인 연유로 불러 들였는지 알겠느냐?

난정 : 예, 이년이 승후관나으리께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을 그치시라고 진언 드린 일 때문이온 줄로 짐작하옵니다.

윤비 : (버럭 추상같은 호통) 네 이년! 네 어찌 감히 대군생산을 위한 회임불공을 그치라는 무도한 망발을 지껄였단 말이더냐?!

윤원형 : (움찔 놀라 당황하는)..마, 마마?!

난정 : 이년, 중전마마를 위한 충정으로 말씀을 올린 것이옵니다. 마마, 회임불공은 그치셔야하옵니다!

윤비 : (찌푸리며) 뭐라?! 이런 발칙한! 네 정녕 군기시 다리에서 참수를 당하고 싶은게냐?!

난정 : (보며) 이년의 목이 백번 떨어져 나간다 할지라도 이년은 중전마마의 회임불공을 그치시라 진언 드릴것이옵니다.

윤원형 : (어쩔줄 몰라) 나,난정아! 네 어느 안전이라고 이리 무엄하게 구는게냐? 어서 조아리고 용서를 빌거라!

난정 : 이년, 중전마마를 위해서 이 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윤원형 : ..뭬,뭬야?

윤비 : (난정을 무섭게 쏘아본다)..!

난정 : (결연한)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의 충절을 받아들여 주시지 않으시오면, 이년 당장 이 자리에서 마마의 손에 죽겠사옵니다!

윤원형 : (당혹스러워 윤비의 눈치를 힐끔보면)...?!

윤비 : (굳은 표정이 펴지며 미소를 짓는다)..네 미색뿐 아니라 당돌한 배포까지 지녔구나.

난정 : ..!

윤원형 : ...?!

윤비 : (방문 밖을 보며)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엄상궁(E) : (방밖에서) 예.

윤비 : (난정을 자애로운 미소로 보며)..난정아, 잘 왔느니라. 내 너를 한번 보고 싶었느니라.

난정 : (조아리며) 황공무지하옵니다. 이년 오매불망, 꿈속에서도 그리던 중전마마를 뵈오니 이제 여한이 없사옵니다.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스친다)

윤원형 : (뭐가 뭔지 어리둥절)...?!



s#2.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


김씨,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위로


김씨(E) : ..서방님께오서 어찌 빈 가마를 대동하고 입궐하셨을꼬..?

배천댁 : (방안으로 들어오며) 아씨, 오늘은 불공을 드리러 아니가시옵니까?

김씨 : (보며) 아닐세, 어서 채비를 차리게.

배천댁 : 예.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일어서서 쓰개치마를 들려다가 문득)..혹시, 그 아이를?!.. (저으며)..아니야, 그럴리는 없을게야..

         (쓰개치마를 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s#3. 동 중궁전 방 안


윤비와 난정, 윤원형이 다과상 앞에 앉아있다.


윤비 : (난정을 보며)..네 어인 연유로 회임불공을 그만두라 하는게냐?! 내 그 까닭을 알고 싶구나.

난정 : (머뭇대는)...감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저...

윤비 : 괜찮으니 말해보거라.

윤원형 : 난정아, 어서 말씀 올리거라. 나 역시도 궁금하구나.

난정 : 지금 왕실엔 돌아가신 장경왕후의 소생이신 원자께오서 계시옵고, 후궁전에는 상감마마의 장자이신 복성군을 위시하여

         일곱분의 왕자분들이 계시옵니다.

윤비 : ...

난정 : 또한 원자마마와 왕자분들께오선 각기 조정에 큰 세를 뒷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줄로 아옵니다.

윤원형 : (눈이 휘둥그레져서 듣는)..?!

난정 : 이런 와중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불공 드리시는 일로 구설에 오르신다면..

윤비 : 구설에 오른다면?

난정 : 필시 조정에서 중전마마를 경계할 것은 물론이옵고, 그리되면 승후관 나으리나 마마의 주변사람들의 처신이나 행보가

         위축될 것은 자명한 일이 아 니겠사옵니까? 하와, 이년 불경죄를 범하는 줄 알면서도

         감히 회임불공을 그치시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옵니다.

윤비 : ('내 뜻을 아는구나!')..음!!

윤원형 : ('그리 깊은 뜻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윤비 : 헌데 네 어찌 왕실과 조정의 일을 그리 소상히 알고 있느냐?

난정 : 이년 기방에 출입하시는 조정신료들께서 던지시는 취중진담을 귀동냥 했사옵고

         거기에 이년의 좁은 소견을 덧들인 것 뿐이옵니다.

윤비 : 귀동냥한 취중진담에 소견을 덧들였다..? 네 참으로 영특한 머리를 가졌구나!

난정 : 황공하옵나이다.

윤비 : (윤원형 보며) 오라버니, 내 어이하여 회임불공을 그만두라 했는지 그 뜻을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 예, 이놈의 우둔한 머리로 이제야 깨쳤사옵니다.

난정 : (윤비 보며) 하오나 마마, 회임불공을 그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옵니다.

윤비 : (흠짓) 모자르다?

난정 : 예, 한걸음 더 나아가 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궐내와 조정에 분명히 밝히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난정아,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윤비 : (생각하는)..음!..회임을 하지 않는다?!

엄상궁(E) : (방밖에서) 중전마마, 대비전 조상궁 들었사옵니다.

윤비 : (방밖을 보며) 무슨 일이냐?



s#4. 동 중궁전 방밖 복도


엄상궁과 오상궁 옆에 조상궁이 서 있다.


조상궁 : 중전마마, 대비마마께오서 찾아계시옵니다.



s#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알았으니, 물러가 있게.



s#6. 동 방밖 복도


조상궁 : (조아리며) 예...(물러간다)



s#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난정아!

난정 : 예.

윤비 : (미소) 네가 나를 위해 많은 생각을 한 모양이로구나.

난정 : ...!!

윤비 : 알겠느니라. 내 네 뜻을 더 생각해 보고 다시 부를것이니 네 오늘은 이만 돌아가거라!

         내 오라버니께 기별을 하여 너를 다시 만나도록 하마!

난정 : (조아리며) 이년 중전마마께오서 다시 불러주실 그날만을 학수고대 하겠사옵니다. (일어서는데)

윤원형 : 하오면 신도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는 잠시 계세요. 난정아, 먼저 나가 있거라.

난정 : 예. (고개를 숙인채 뒷걸음질로 열리는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윤비 앞으로 다가 앉으며) 마마, 난정이 말이 어찌나 당돌한지..

윤비 : 참으로 영특한 아이입니다..오라버니, 난정이를 곁에 두도록 하세요.

         어쩌면 저 아이가 오라버니나 내게 장자방의 역할을 크게 해줄 아이 같습니다.

윤원형 : (놀라) 장자방이요?!

윤비 : (미소)..예, 집에 돌아가시어 바깥 출입 마시고 내 기별을 보낼때까지 기다리세요.

윤원형 :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s#8. 중궁전 앞 뜰


난정, 다소곳하게 기다리고 서 있는데 윤원형이 헛기침을 하며 중궁전을 나와 다가온다.


난정 : 나으리, 중전마마께오서 나으리께 무슨 말씀을 하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말씀은 무슨? 것보다도 오늘밤 신방을 차리는 것이 분명하렷다?

난정 : 나으리 서두르지 마시옵소서.

윤원형 : 서둘지 말라니?! 네 어찌 이제와서 오리발을 내미려 드는게냐?

난정 : (미소)..심려거두시옵소서. 이년 사흘내로 합궁날을 받아 기별을 드리겠사옵니다.

윤원형 : 사흘?!..(실망스럽지만)..오냐, 알았느니라! 가자! (앞장서서 걸어 간다)


난정, 윤원형의 뒤를 따르다가 교태전을 돌아본다.

나인들이 시립해 있는 교태전 외경.

난정, 야릇한 미소를 짓다가 다시 돌아서 윤원형을 뒤를 따라간다.



s#9. 편전 방 안


중종 이하 정광필,안당,김전,홍경주,이장곤,남곤,김안로,김승지등의 시선이이 모두 조광조에게 쏠려있다.

심정, 치밀어 오르는 분통을 억누르려는 듯 어금니를 깨문다.


조광조 : 전하, 화천군을 형조판서로 제수하신다 하오심은 천부당 만부당하옵니다.

중종 : 대사헌은 어인 연유로 화천군이 형조판서에 제수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생각 하는가?

조광조 : 전하, 대의보다는 리(利)를 탐하고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소인배에게 형조를 맡길수 없음이라 사료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허면, 화천군이 소인배란 말인가?

조광조 : 신은 그리 생각하옵니다!

심정(E) : (일그러지며) 저, 저 쳐 죽일놈!!

남곤 : 조정암!! 듣자듣자하니 못하는 말이 없으시구만?! 어찌 당사자 면전에서 참기 힘든 수모를 준단 말인가?!

중종 : (손을 들어 남곤을 제지하며) 과인 생각에 화천군은 정묘년에 김공저의 난을 평정하여 대공을 세운바 있고,

         학식 또한 출중한 분인데 대사헌은 어찌 화천군을 소인배라 하는가?

조광조 : 성현의 말씀에 큰 간신은 충신같고 큰 탐관은 청백리 같다고 하였사옵니다. 화천군이 복성군을 훈육하는 사례로

            경빈마마께서 내리시는 보화를 받았다고 하오니 학식은 출중할지 모르오나 덕이 없음은 자명하오니

            어찌 소인배가 아니겠사옵니까?

중종 : 경빈의 사례를 받았다..? (심정을 휙-보며) 화천군, 정녕 그런 일이 있었소?

심정 : 전하..하,하오나 그건 사례가 아니오라..

중종 : (버럭) 듣기 싫소! (일동 보며) 과인이 신임 형조판서 제수에 대해서는 과인이 더 상량을 하여 낙점을 할것이니

         그리 알고 물러들가시오.

심정 : (낭패한)...?!


대신들, 일어나 중종에게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가는 모습위로


해설(NA) : 소격서 혁파이후 중종은 더욱 더 조광조에게 의지하게 되었고,

                중종의 전폭적인 신임을 등에 업은 조광조의 기세를 보며 반대파들은 점점 더 위기감에 빠져들었다.

                더욱이 조광조는 청고한 도덕적 비판 뿐 아니라 조정 비리를 감찰하는 사헌부의 우두머리인 대사헌이라는

                권력을 쥐고 공신세력을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s#10. 대궐 일각


김안로와 김전, 걸어오고 있다.


김전 : 조광조 그 사람, 조정의 모두를 적으로 돌릴 셈인가? 허어, 어쩌자는 것인지 참으로 가슴이 떨리는구나.

김안로 : 필시, 조정암의 융통성 없는 외곬수 성품이 화를 자초할 것이옵니다.

김전 : 음!! 아무래도 큰 사단이 일어나겠구먼!



s#12. 대궐 중문 밖


심정, 울그락불그락하여 급한 걸음으로 중문을 나온다.


남곤 : (심정을 부르며 쫓아나온다) 화천군, 화천군-

심정 : (멈춰서 휙-돌아보며) 전하 앞에서 사람을 이리 개망신을 시킬수가 있단 말이외까?!

         내 조광조 그 놈의 간을 내어 씹어도 시원치 않을거외다!

남곤 : 허면 어쩌겠소? 때를 기다려 보는수 밖에요..

심정 : 어느 천년에 말이외까?! 내 그 놈을 가만 놔두지 않을것이외다! (휙-가버린다)

남곤 : 화천군! 화천군!..(심각해지는)..!



s#13. 윤원형이 마련해 준 초가 대문 앞


윤원형, 난정을 아쉬운 듯 보며 말한다.


윤원형 : 난정아, 내 잠시 안에 들어가 술이라도 한잔 하고 아니되겠느냐?

난정 : 나으리, 기왕 참으신김에 사흘만 더 기다리옵소서.

윤원형 : 에잉, 알았다, 알았어. (가려다가 돌아서서 다짐받듯) 사흘안에 꼭 기별해야 하느니라!

난정 : 예, 나으리, 살펴가시옵소서.

윤원형 : (사인교에 올라 임서방에게) 가세!

임서방 : 예. (교꾼들에게) 가자시네!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떠나면 빈가마가 뒤를 따라 간다.

난정,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다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14. 동 초가 마당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방 앞 댓돌위에 놓인 당골네 신발을 보고)..아주머니, 아주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15. 동 초가 방 안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웃음을 짓는다.

당골네, 코를 골며 댓자로 누워 자고있다.


난정 : (앉으며) 아주머니! 아주머니!

당골네 : (흠짓 눈을 뜨고 침을 닦으며 일어나 앉는다) 에구, 내 깜빡 졸았나보다.

난정 : (미소)..곤하셨나봐요.

당골네 : ..곤하긴?..그래, 중전마마는 뵈었고?

난정 : 예..(노리개를 꺼내며)..받으세요. 애쓰신 보답이에요.

당골네 : (받으며 헤벌쭉) 내 무슨 일을 했다고 번번히..

난정 : 아주머니, 사흘내로 작수성례를 올릴테니 음식장만 좀 해주세요.

당골네 : 또?..이번엔 틀림없는게냐?

난정 : 예. 방백인 아저씨한테 길일과 합궁 길시도 받아주시고요.

당골네 : (노리개를 챙기며) 알았다, 내 그리하마.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난정 : (당의를 풀려다가 문득) 아주머니.

당골네 : (돌아보며) 응? 왜?

난정 : 지난번 어머니가 나를 뱄을 적에 피접을 나갔다고 하셨지요?

당골네 : (당황) 으응?..내가 그,그랬나?

난정 : (심상치 않게 보다가) 어머니하고 아주머니 두분 사이에 묵은 원한이란건 뭐에요?!

당골네 : 나,난정아..그게..말이다..

난정 : (휙-보며) 아주머니, 숨기지말고 다 말씀해 주세요!

당골네 : (당혹스러운)...?!



s#16. 갖바치 마당


방백인, 뒷곁에서 고의춤을 추스르며 나오다가 방쪽을 휙-돌아본다.


당추(E) : 영감께오서 화천군을 형조판서 자리에서 밀어내셨다구요?!



s#17.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당추, 그리고 조광조와 이장곤이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조광조 : 앞으로도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인물은 조정에 발을 못붙이게 해야한다는 게 이 사람의 소신이오!

당추 : 밥그릇 빼앗긴 개가 사납게 짖어대게 마련이온데 화천견이 가만히 당하고 만 있겠사옵니까?.

이장곤 : 이사람도 그게 걱정일세. 예판과 화천군이 소격서 혁파로 기세가 꺽였다고는 하나

            그들 뒤에는 수백명의 공신들이 버티고 있으니 말일세.

조광조 : 그렇지 않아도 삼사에서 정국공신들의 위훈을 삭제하라는 공론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사옵니다.

이장곤 : 뭣이라? 자네 지금 뭐라했는가?! 정국공신들의 위훈을 삭제하라?!

갖바치 : (차를 마시려다 흠짓 놀라 보는)..위훈삭제?!

조광조 : 이사람의 눈엔 정국공신들은 소인배 패거리들로 보일뿐이옵니다. 태조대왕께오서 이 나라를 개국하실 때

            개국공신은 쉰두분이셨사옵니다. 하온데 반정을 한 정국공신들의 수가 수백, 아니 수천을 헤아리니

            이런 어불성설이 또 어디 있사옵니까?

갖바치 : 예, 공신들중 대다수가 뇌물을 쓰거나 청탁을 넣어 공신에 책봉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지요.

            허나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위협이 닥치면 하나의 힘으로 똘똘 뭉칠 것이옵니다.

이장곤 : 이 사람 말이 맞네. 정암, 행여라도 경거망동하지 말게나! 아직은 공신들과 맞설 때가 아닐세. 그들의 세는 막강하네.

조광조 : (생각하다가)..선사는 어찌 생각하시오?

당추 : 허허, 절밥이나 축내는 중놈이 정치를 어찌알겠사옵니까만은.. 소승은 뇌물 받아 치부한 권세가들이나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탐관오리들을 육의전 네거리에 끌어내어 백성들 보는 앞에서 목을 치고 그들의 기름진 배꼽에다

         심지를 박고 불을 붙이면 어두운 세상이 조금은 환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뿐이옵니다. 허허허!

이,조,갖 : 음!



s#18. 동 방 밖 마당


방백인, 방안을 엿듣다가 픽 웃음이 삐져나온다.


방백인 : 배꼽에 심지를 박고 불을 붙인다? 당추형님다운 말씀이구먼?

당골네 : (힘없이 마당으로 들어온다)..

방백인 : (당골네 보고) 어라, 이 여편네 방귀새듯 사라지더니, 어찌 오뉴월 쇠부랄 꼴루다 들어오는거야.

당골네 : (평상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상) 에휴, 요 조둥이가 웬수지..임자, 나 어쩌면 좋수?

방백인 : (다가오며) 그게 뭔소리여?

당골네 : ..난정이가 하도 조르는 바람에 내 다 털어놓고 말았수.

방백인 : (의아) 뭐얼?!

당골네 : ('그거, 그거 있잖수' 하는 표정)...!!

방백인 : (알아채고) 아니, 이놈의 여편네가 큰 일을 저질렀구먼!



s#19. 윤원형이 마련해준 초가 방 안


난정, 어딘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얼굴위로 빠르게 떠오르는 이미지들.

1. 박씨가 당골네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는(2회 s#8의)

2. 당골네가 난정모를 벼랑에서 떠미는(2회 s#13의)

3. 벼랑 밑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난정모(2회 s#13의)


당골네(E) : 한집에 쌍태가 나면 액운이 낀다는 말때문에..에휴, 내 성님께 인두껍을 쓰고서는 차마 못할 짓을 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마님의 명이 하도 지엄하시어 나도 어쩔수가 없었다..


4. 박씨의 깔깔거리며 웃는 얼굴.


난정(E) : (눈빛이 무섭게 변하며 곱씹는다) ..내 이것들을 절대..절대로..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어딘가를 휙-노려본다)



s#20. 대비전 마당


대비전 상궁나인들이 도열해 있고..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 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조상궁(E) :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E) : 드시라해라.



s#21.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자순대비 앞에 마주 앉아있다.


자순대비 : 중전, 경빈 손으로 피묻은 수건을 빨게 하셨다지요?

윤비 : 예, 마마.

자순대비 : 허면 경빈의 짓거리를 이대로 덮어두실 마음이시오?

윤비 : 전하께오서 도학정치의 초석을 닦아나가고 계신 터에 이번 일로 왕실과 조정이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또한 이번 일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음!

윤비 : 하오니 대비마마께오서도 신첩의 뜻을 헤아려주시어 이번 일은 잠시 덮어 두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잠시요?

윤비 : 예.

자순대비 : 그 일은 중전의 뜻대로 하십시다.

윤비 : ...

자순대비 : (보다가) 중전.

윤비 : 예, 말씀하소서.

자순대비 : 경빈 손으로 피묻은 수건을 빨게 한 일은 현명한 처사였으나 복성군까지 불러 에미의 처참한 모습을 보인 것은

               참으로 경솔하시었소!

윤비 : 예에?

자순대비 : 이 늙은이는 복성군이 피묻은 손수건을 간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원한을 가슴에 심어주었다고 생각하오.

윤비 : ...!

자순대비 : 걱정 많은 늙은이의 기우로 끝나면 좋겠지만 복성군이 연산군처럼 비틀린 성정을 지닌채 장성할까 참으로 걱정이구려.

윤비 : ..



s#2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넋을 놓은채 하얗게 빨린 수건을 보고 앉아있다.

복성군, 금이에게 약사발을 건네받아 경빈에게 공손히 받친다.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의 손으로 짠 탕약이옵니다. 이 약을 드시고 속히 쾌차하시옵소서.

경빈 : (약사발 받아들고)..복성군, 이 못난 에미가 원망스럽지는 않소?

복성군 :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소자, 어제 일을 가슴 깊은 곳에 새겨두었사옵니다.

            소자, 꼭 보위에 올라 어머니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드리겠사옵니다!

경빈 : (눈물 글썽) 복성군..고맙소..이 에미의 마음을 알아주니 참으로 고맙소.. 고맙소! (탕약을 마신다)

복성군 : (보며)...!!



s#23.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앞에 앉은 금원군(13)과 봉성군(10)에게 신신당부하고 있다.


희빈 : 중전마마의 눈밖에 나지 않도록 행실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할것이오. 이 에미의 말뜻을 아시겠소?

금원,봉성 : 예!

향이(E) : 마마, 창빈 드셨사옵니다.

희빈 : (방밖에다) 드시라해라. (금원군, 봉성군에게) 이만 물러들가세요.

금원,봉성 : (조아리고 일어서서 나가는데)

창빈 : (방문이 열리고 들어서다가 미소) 금원군, 봉성군 잘 지내시었소?

금원,봉성 : 예.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창빈 : (앉으며) 두분 왕자께서 어쩌면 저리 의젓하시옵니까?

희빈 : 그런 말씀 마시오, 창빈.

창빈 : 예에?

희빈 : 지난번 복성군 앞에서 수건을 빨던 경빈의 모습을 보시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시오? 이 사람은 아주 간담이 서늘하였소.

창빈 : ...

희빈 : 경빈이 독하긴 독한 사람입디다. 내 만약 경빈의 처지였다면 그 자리에서 혼절이라도 했을게요.

창빈 : 지난번 일은 경빈이 백번 잘못한 일입니다.

희빈 :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자식이 보는 앞에서 어미를 욕 보이신 일은 중전 마마께오서 너무 심하셨소.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이든 공주든 생산해보셨다면 차마 그리 하시진 못하셨을게요.

창빈 : ...



s#24. 중궁전 방 안


윤비, 생각에 잠겨 앉아있다.


난정(E) : 회임불공을 그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궐내와 조정에 분명히 밝히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 (고개를 들며)...!



s#25. 윤원형 집 대문 안 마당


임서방, 대문을 열어주면 김씨와 배천댁이 안으로 들어온다.


임서방 : (조아리며) 아씨, 이제 오십니까요?

김씨 : 서방님께오서는 퇴궐하시었는가?

임서방 : 예, 작은 사랑채에 계시옵니다.

김씨 : (가다가 돌아보며) 임서방.

임서방 : 예, 아씨.

김씨 : 오늘 서방님께오서 입궐하실 때 누구와 동행을 하시었는가?

임서방 : (흠짓 놀라) 예에?

김씨 : 서방님께오서 내 가마에 누구를 태워서 입궐을 하시었느냐 이 말일세.

임서방 : ..저..그게..

김씨 : (떠보는) 혹시, 난정이란 기생아이를 데려가시지 않았는가?!

임서방 : (당혹스러운)..아,아씨..이놈은..

김씨 : ('맞구나!') 그만두게. 서방님께 직접 여쭈어보면 알터이지! (휙-작은 사랑채쪽으로 간다)

배천댁 : (임서방에게 눈을 흘기며 김씨의 뒤를 쫓는다)..

임서방 : (안도의 한숨 푹 내쉬고는)...휴, 큰 사단이 나겠구먼..



s#26.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밖


김씨, 사랑채 앞에 다가와 선다.


김씨 :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s#27. 동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보료에 길게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책이 펴진 연상앞에 앉는다.


윤원형 : 들어오시오.

김씨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윤원형 앞에 앉는다)..

윤원형 : 안그래도 내, 부인이 들어오시는대로 초당으로 들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발걸음을 잘 하시었소.

김씨 : 소첩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윤원형 : 부인, 내일부터라도 당장 회임불공을 그만두시오!

김씨 : 이번 백일불공까지는 소첩의 뜻에 따라주시기로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윤원형 : 허어, 잘못 했다간 중전마마께 큰 누를 끼치게 된다 이 말씀이오.

김씨 : 소첩, 그 까닭을 여쭈어봐도 되겠사옵니까?

윤원형 : 아무튼 조정 돌아가는 사정이 하수상하여 그러니 이르는대로 하시오.

김씨 : 서방님, 소첩이 회임불공을 드리는 것은 중전마마께 누가 된다고 하시면서

         기생년에게 대궐구경 시켜주시는 것은 괜찮다는 말씀이옵니까?

윤원형 : 기생년에게 대궐구경을 시켜주다니요? 그 무슨 말씀이오, 부인?

김씨 : 오늘 난정이를 소첩의 가마에 태워 입궐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 (당황) 그,그건..?!

김씨 : 소첩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 (차마 윤비가 불렀다고 말할수 없다)...

김씨 : 서방님,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기생년이 아무리 조른다고 하여 궐내출입을 시켜주다니요?

윤원형 : (답답하다)...?!!

김씨 : 만에 하나 이 소문이 궐내에 퍼진다면 어쩌시려고 하셨사옵니까?

         서방님께오서야말로 중전마마께 큰 누를 끼칠 일을 하신것이옵니다.

윤원형 : ...부,부인..그건 말이오..

김씨 : 앞으로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을시엔 소첩 두고보지만은 않을것이옵니다.

윤원형 : 두,두고 보시지 않으면요?

김씨 : 국법을 기망한 죄를 물어 난정이를 물고를 내버리던지..

윤원형 : 내버리던지...?

김씨 : 소첩, 입궐하여 중전마마께 여쭐수 밖에요.

윤원형 : ...

윤지임(E) : (술취한 고함) 며늘아-며늘아- 게 있느냐?!

윤원형 : (방문쪽을 돌아보며)...?!



s#28.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윤지임, 거나하게 취한채 윤원로의 부축을 받으며 이리저리 비틀댄다.

과천댁, 민망한 듯 고개를 조아리고 서 있다.


윤지임 : (비틀대며) 며늘아- 시애비가 부르는데 어찌 대답이 없느냐?!

윤원로 : (방안에다) 원형아, 아버님께오서 부르시는 소리가 아니 들리느냐?!

윤원형 : (방밖으로 나오다 놀라 버선발로 내려서며) 아니, 아버님. 이 대체 어인 일이시옵니까?

윤지임 : 오냐, 내 낮 술 한잔 걸쳤다.

김씨 : (방에서 나오며 조아린다)...

윤지임 : (김씨를 휙-노려보며) 며늘아, 너 이 시애비 좀 보자.

김씨 : ...



s#29. 동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꿀물대접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건네주면 윤원로도 들이킨다.

윤원형과 김씨가 그 앞에 앉았다.


윤원형 : 아니, 형님! 기방출입을 금하라는 중전마마의 지엄한 분부가 계셨는데

            어이하여 대낮부터 아버님을 기방으로 뫼시고 갔단 말이오?!

윤원로 : 내 아버님께오서 하도 적적해 하시길래 잠시 월향이네 기방에 뫼시고 갔던 것뿐이다.

윤원형 : 형님, 그러다 누구 눈에라도 띄면 어쩌려고요?!

윤원로 : 넌 허허실실의 병법도 모르느냐?

윤원형 : 허허실실이요?

윤원로 : 감히 언놈이 우리가 대낮부터 기방출입을 하리라고 생각하겠느냐?! 아니그렇사옵니까, 아버님?

윤지임 : 암, 과연 원로 네가 장손답구나.

윤원형 : 형님!

윤원로 : 것보다도 아버님께오서 제수씨에게 타이를 말씀이 있으시단다. 아버님, 말씀하시지요.

윤지임 : (취한 눈으로 보며) 며늘아, 곳간 열쇠를 다시 내 놓거라.

김씨 : ..예에?

윤지임 : 세상 어느 천지에 너처럼 시애비를 홀대하는 며느리가 있단 말이냐?

윤원형 : 아, 아버님!

윤원로 : 어허, 네 어찌 아버님 말씀의 허리를 자른단 말이냐?!

윤지임 : 내 시애비 대접 못받는게 네게 곳간 열쇠를 맡긴 탓이라 여겨지는구나.

김씨 : ...

윤원로 : 맞사옵니다. 늙을수록 재물을 꼭 쥐고 있어야 자손들한테 대접을 받는 법이옵니다.

윤지임 : 허니, 어서 곳간 열쇠를 내 놓거라.

김씨 : (보며) 아버님, 지금은 내어드릴 수가 없사옵니다.

윤지임 : 뭬,뭬야? 네 감히 시애비 분부를 거스르겠다는 말이냐?

윤원로 : ..허어, 원형아, 제수씨가 어찌 이리도 무엄할 수가 있느냐?!

김씨 : 취기를 빌어 내리시는 분부는 따를수가 없다는 말씀이옵니다. 나중에 아버님께오서 취기가 가신 연후에는

         저를 집 밖으로 내치시겠다하셔도 따르것이오나 지금은 따를수가 없사옵니다.

윤지임 : ...?!

김씨 : 하오면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 얘, 며늘아- (윤원로 휙-보며) 야, 이놈아! 괜히 니말 듣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게 아니냐?!

윤원로 : ..글쎄 말이옵니다.

윤원형 : 에잉? 허면 거짓으로 취한 시늉을 하셨단 말씀이옵니까?

윤지임 : ..그, 그게 말이다..원로가 그리하면 곳간 열쇠를 돌려받을수 있다고 하니..

윤원로 : 아버님, 의기투합하실 땐 언제고 어찌 이제와서 이놈에게만 미루시옵니까?

윤원형 : (한심하다는 듯 보며 혀를 차는)...



s#30. 자운아 기방 마당


옥매향, 화단에 피어난 꽃을 넋을 놓고 본다.

난정, 평복 차림으로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옥매향을 본다.


난정 : (다가오며) 매향아, 게서 뭐하고 있니?

옥매향 : (돌아보며) 난뎡아, 니리와 보라우.

난정 : (매향 옆으로 다가서며)..왜?

옥매향 : (꽃을 보며) 니 꽃 둄 보라우. 색이며 댜태가 턈으로 곱디 않네?

난정 : (미소)..내 보기엔 매향이 니가 훨씬 더 고운걸?

옥매향 : (함빡) 뎡말?

난정 : (사투리 흉내) 기럼, 뎡말이고 말고. 내레 태어나서 매향이 너터럼 고운 꼬튼 본뎍도 들은뎍도 없어.

옥매향 : (곱게 흘기며) 에미나이래 놀리긴?

심퉁 : (안채쪽에서 나오다 난정을 보고) 난정아씨, 예서 이러고 있음 어떡해유? 마님께서 얼매나 기다리고 계신대유.

난정 : 응? 왜?

옥매향 : 아턈, 난뎡아 날래 옷 갈아닙고 안방으로 들어가 보라우.

난정 : ..?

옥매향 : 니 기뎍심사를 보러 댱악원에서 심사관이 나오셨어.

난정 : ...?!

옥매향 : (미소) 오마니가 다 손을 쓰셨을기야! 기뎍에 드는거이 떼어논 당상이니끼니 마음 턱 놓으라우!



s#31.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난정, 기생옷을 입고 술상 앞에 앉은 장악원 관헌에게 큰 절을 올린다.

관헌 옆에 자운아가 앉았고, 옥매향이 난정옆에 섰다.


난정 : 이년, 정난정이라 하옵니다.

자운아 : (관헌에게) 나으리, 이 에미나이래 댤 둄 봐듀시라요?

관헌 : (거드름을 피우며 끄덕이는)..

자운아 : (난정보며) 뭣하고 있네, 나으리께 튬 한댜락 펼텨 보여드리라우.

난정 : 예.


난정, 다소곳하게 일어서면 옥매향, 가야금을 꺼내 들고 앉는다.

난정, 옥매향에게 눈짓하면 옥매향이 가야금을 탄다.

난정, 가야금 소리에 맞춰 춤사위를 펼친다.

관헌, 춤추는 난정의 자태를 홀린 듯 보는데 난정, 어느순간 춤을 뚝 멈춘다.

옥매향, 영문몰라 가야금 연주를 멈추고 난정을 본다.


자운아 : (의아하게 보며) 난뎡아, 와 기러니?

난정 : (관헌을 보며) 나으리, 어차피 뒷돈을 챙기셨으니 이년 기적에 오른 것이나 다름 없는데

         어찌 이런 허울뿐인 심사를 하시옵니까?

관헌 : (어이없어) 뭐,뭐라?

난정 : 천한 기생년이 되는데도 뒷돈이 오가니 조선기생중에 창기들만 득실대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자운아 : 난뎡아, 너!

관헌 : 에잉?! (벌떡 일어나 난정과 자운아를 노려보다가 방문밖으로 나가버린다)

자운아 : (어이없게 난정을 보다가 관헌을 쫓아나가며)..나으리-나으리- 니년 둄 보시라요!

난정 : ...

옥매향 : (다가서며) 난뎡아, 너 와기런기야? 뎌 나으리 눈밖에 나믄 평생 기뎍에 오르디도 못해!

난정 : 이젠 기적에 오르지 않아도 돼.

옥매향 : 뭐이? 난뎡아, 고거이 무슨 말이네?

난정 : 나, 승후관 나으리 소실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정했어.

옥매향 : (충격) 뭐이 어드레? 소실?!

난정 : 그래.

옥매향 : 됴선 퇴고의 기생이 되갔다는 냑됴는 어카구?

난정 : ..나한텐 최고의 기생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옥매향 : 난뎡아...

난정 : 매향아, 우린 가는 길이 달라..하지만 우리가 동무라는건 잊지 않을게.

옥매향 : (보는)...?!

난정 : (미소로 손을 맞잡아 준다)...



s#32. 갖바치 대문 앞 (밤)


갖바치와 당추, 조광조와 이장곤을 배웅하고 있다.


조광조 : 나중에 또 보십시다. (간다)

갖바치 : 밤길이 어둡사옵니다. 조심 조심 살펴 가시옵소서.

당추 : (조광조와 이장곤의 가는 뒷모습을 보다가)..들어가세.

갖바치 : 그러지요..


갖바치, 대문안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인기척도 없는 길.


당추 : (돌아보며) 왜그러는가?

갖바치 : 아니올시다. (뭔가 미심쩍게 주변을 둘러보다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갖바치 집 대문이 닫히면 골목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있던 누군가가 모습을 나타낸다. 길상이다.

길상, 날랜 발걸음으로 조광조가 가버린 쪽으로 뒤쫓는다.



s#33. 어느 길 (밤)


조광조, 혼자 걸어가고 있다.



s#34. 동 어느길 근처 골목 (밤)


얼굴을 수건으로 가린 건장한 사내들 너댓명이 담벼락에 몸을 기댄채 조광조의 가는 뒷모습을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훔쳐본다.

사내들 손에 들린 환도며 몽둥이등의 무기들.

대장인듯한 사내가 턱짓을 하면 다른 사내들이 끄덕이며 나서려는데 불쑥 나타나 사내들 앞을 가로막는 길상.


대장 : (당황하여) 누,누구냐?!

길상 : (노려만 보는)...

대장 : (보다가)..쳐라!


사내들, 무기를 휘두르며 길상에게 달려든다.

길상, 날래게 몸을 피하며 사내들의 급소를 가격한다. 골목 여기저기에 나동그라지는 사내들.


대장 : (환도를 뽑아들고 길상앞으로 나선다) 네놈이 황천길을 재촉하는구나!

길상 : ...


대장, 제법 법수있게 칼질을 해보지만 길상, 요리조리 재주넘기로 피하다가

순간적으로 환도를 뽑아들고 칼등으로 대장의 목 뒤를 내리 찍고 다시 칼집에 넣는다.

대장, 억-비명을 지르며 푹 고꾸라진다.

사내들, 길상의 솜씨를 보고 겁에 질리는데.


길상 : (보며) 칼등으로 쳤으니 잠시 정신을 잃은 것 뿐이다. 어서 데리고 꺼져!

사내들 : (정신을 잃은 대장을 부축하여 허겁지겁 도망친다)

길상 : (보다가 조광조쪽을 휙 돌아본다)...



s#35.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밤)


능금, 방바닥에 앉아 대야물에 발을 씻고 있다.


능금 : (투덜투덜) 넨장! 장사꾼 노릇이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네.

달래(E) : 능금언니! 언니!

달래 : (방문 벌컥 열고 얼굴을 들이밀며) 언니!

능금 : 달래야, 너답지 않게 웬 호들갑이냐?

달래 : 송도에 갔던 송서방 아저씨가 오셨대요.

능금 : (벌떡 일어서며) 뭐어? 허면 울 아부지를 데려왔단 말야?!

달래 : 지금 백도주 어르신댁으로 빨리 오래요.

능금 : 그래?!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며) 아부지!!


능금, 물묻은 맨발 그대로 달래를 밀치고 방밖으로 뛰어나간다.



s#36. 백치수 사랑채 외경 (밤)


능금(E) : 뭐요? 허면 울 아부지를 못데려 왔단 말이요?!



s#37.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백치수 앞에 송서방과 능금이 앉아있다.


송서방 : ..그게 말이다, 네 아비를 만나긴 만났는데...

능금 : (송서방을 노려보며) 만났는데 뭐요?! 왜요,왜?! 못 데려오셨소?!

백치수 : 송서방을 너무 탓하지 마라. 네 아비가 널 만나러오지 않겠다고 했다니까!

능금 : 뭐요? 아부지가 정말 그랬단 말이오?!

송서방 : 그래.



s#38. 송도 객주 방 안 (송서방의 회상)


술병을 든 모가비, 앞에 앉은 송서방에게 말한다.


모가비 : 내 앞으로 능금일 만나지 않을 작정이요! 내가 곁에 있음 능금이 앞길에 걸리적거리기나 할뿐이우!

            (술을 벌컥 벌컥 마시고)...능금이한테도 전해 주시우, 앞으로 애빌 찾지 말라고..!

송서방 : ...

모가비 : 한양으로 돌아가거들랑 능금이한테 내가 아주 멀리 떠났더라고 전해주시오! 아시겠소?!

            (다시 술병을 들이키며 눈물을 훔친다)



s#39.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능금, 벌떡 일어선다.


능금 : (글썽이며) 안되겠소, 내 당장 아부질 만나러 가야겠소!

백치수 : 게 앉지 못할까?!

능금 : (백치수를 원망스럽게 보며) 왜 그러시오?! 딸년이 아부지 보러가겠다는데 왜 막는거요!

백치수 : 다시는 찾지 말라는 애비 맘을 네 어찌 모른단 말이냐?!

능금 : ...?!

백치수 : 네가 찾아가면 네 아빈 정말 너를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

능금 : (털썩 주저앉으며) 허면 어쩌란 말이오?

백치수 : 네 애비 뜻대로 당분간 떨어져 있거라. 송서방이 네 아비에게 은자를 넉넉히 건네고 왔다니

            입을걱정 먹을걱정은 안할게다.

능금 : (글썽이며)..하지만..

백치수 : 네가 거상이 되면 언제고 네 애비와 같이 살게 될 날이 올게다.

능금 : ...?!



s#40. 동 백치수 사랑채 마당 (밤)


능금, 송서방을 따라 사랑채 방에서 나온다.

능금, 힘없이 대문쪽으로 가다가 하늘을 보면 휘영청 밝은 보름달.


능금 : (달을 보고 고함을 질러댄다) 아부지! 아부지! 아부지이!..


능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백치수, 방문을 열고 그런 능금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쉰다.



s#41. 난정모 집 외경 (밤)



s#42.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등잔불빛 아래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바늘귀에 실을 꿰려고 하고있다.

난정, 동정에 인두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 난정모를 본다.


난정 : 주세요, 어머니, 제가 꿰어드릴게요.

난정모 : (바늘과 실을 건네며) 흰머리가 느니 눈이 침침해지는구나.

난정 : (실을 꿰며)..어머니, 헌데 내 사주가 병인년 구월 스무엿새날 미시가 틀림 없나요?

난정모 : (흠짓하여) 난정아, 갑자기 사주는 왜 묻는게냐?

난정 : 그냥..궁금해서요..아니에요, 됐어요. (바늘귀에 꿴 실을 건네주며) 여기요.

난정모 : (받으며 보다가)..실은 이 에미도 네 사주 일시를 정확히는 모르겠구나..

난정 : 예에?..어째서요?

난정모 : 이 에미가 너를 뱄을 때 만삭의 몸으로 산행을 했단다.

난정 : ('사연을 안다')...

난정모 : 그때 발을 헛디뎌 벼랑에서 굴러..정신을 잃었지.

난정 : ...

난정모 : 정신이 깨어났을땐 당추스님의 암자였단다. 내 옆에는 이미 네가 태어나 있었고..

난정 : 당추스님께오서 우리 모녀의 목숨을 살려주신거네요..?

난정모 : 그래..허니 항상 스님과 부처님께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난정 : ..예..

난정모 : 이 에미가 그때 며칠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네 사주의 정확한 일시를 알수가 없어..

            산에서 굴러 정신을 잃었던 그때를 네 사주로 한게야.

난정 : ...그랬군요..?!

난정모 : (한숨) 그래, 벌써 오래된 일이란다..(바느질 하는)

난정(E) : (바느질하는 난정모를 지켜보는 위로)..어머니, 저 중전마마를 뵈었어요! 언젠가 중전마마께오서

             억울하게 역적 누명을 쓰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실거에요. 그리되면 우리 모녀도 신분을

             되찾을 수 있을거에요! (눈을 번뜩이며) 하지만 어머니를 해치려고 했던 그 자들은 내 절대 용서 하지 않을거에요!!

난정모 : (문득 보며) 난정아, 왜 그리 보는게냐?

난정 : (미소)..아니어요, 어머니..(인두질 한다)

난정모 : (난정을 보는)...?!



s#43. 중궁전 방 안 (밤)


중전, 황촛불을 보며 뭔가를 새기고 있다.


중전(E) : 아무래도, 난정이 그 아이가 내 마음을 읽은 것이야..



s#44.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밤)


중종, 대전내관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온다.


엄상궁 : (조아리며) 중전마마, 상감마마 납시셨사옵니다.



s#45.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 (생각에서 깨어나며) 어서 뫼시어라!


중종,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면 윤비, 그 앞에 다소곳하게 앉는다.


중종 : 중전, 내 오늘은 오랜만에 중전과 더불어 밤새워 정담이나 나누려고 왔소.

윤비 : 전하, 아뢰옵기 황공한 말씀이오나, 신첩 몸이 불편하와 오늘밤 전하를 뫼시지 못할 듯 싶사옵니다.

중종 : ...

윤비 : 창빈이나 희빈의 처소로 납시지요. 신첩이 기별을 넣겠사옵니다.

중종 : 중전, 과인에게 서운한 점이라도 있으시오?

윤비 :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중종 : 헌데, 어찌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벌써 며칠째 과인과의 잠자리를 피하시는게요?

윤비 : 전하, 당분간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신첩의 뜻에 따라주실 수는 없으시올 런지요?

중종 : ('또 무슨 생각이 있는가?' 보다가)..알았소, 내 중전의 뜻에 따르리다.

윤비 : (조아리며) 전하의 우악하오신 성은에 신첩 황감하옵나이다.

중종 : (일어서며) 허나, 당분간만이요.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따라 일어서서 조아린다)...


윤비, 다시 연상 앞에 앉아 생각하다가 방밖을 돌아보며 부른다.


윤비 : 엄상궁, 잠시 들게.

엄상궁(E) : 예.

엄상궁 :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며) 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내일 날이 밝는대로 내 사가에 사람을 보내 둘째 오라버니를 뫼셔들이게.

엄상궁 :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께 난정이와 함께 드시라 이르게.

엄상궁 : 예. (조아리고 나간다)

윤비 : ...



s#46. 윤원형 집 대문 앞 (낮)


궁궐에서 나온 가마가 멎는다.

쓰개치마를 쓴 오상궁이 가마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 대문을 두드린다.



s#47.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앞에 앉은 오상궁을 본다.


윤원형 : 분명, 난정이도 함께라고 분부가 계셨소?

오상궁 : 예, 분명 그리 말씀하셨사옵니다.

윤원형 : (끄덕끄덕)..음!



s#48. 난정모 집 대문 앞


난정, 물동이를 이고 대문 밖으로 나오는데.


임서방 : (다가오며) 난정아.

난정 : 아저씨..

임서방 : (난정의 귀에다 뭐라고 소근거린다)

난정 : (쌩끗 미소짓는)...!



s#49. 중궁전 외경


엄상궁(E) : 중전마마, 승후관 드셨사옵니다.

윤비(E) : 뫼시어라!



s#50.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원형과 난정이 앉아있다.


윤원형 : (만면에 웃음) 마마, 어인 일로 찾으셨사옵니까?

윤비 : (미소) 내 오늘은 난정이에게 궁궐 구경을 시켜줄까 하고 불렀습니다.

윤원형 : 예에? 궁궐구경이요?

난정 : ...?!

윤비 : 오라버니는 예서 잠시 다과를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윤원형 : ...예?..예.

윤비 : (난정에게) 허면 우린 일어나자구나. (일어난다)

난정 : 예. (그 뒤를 따라 일어난다)

윤원형 : (엉거주춤 일어나 윤비에게 조아린다)...?!



s#51. 대궐 후원 일각


윤비와 난정, 연못가를 거닐고 있다.

엄상궁(*오상궁은 없다)과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멀찍이 떨어져 서있다.


윤비 : 난정아, 구중궁궐 가장 깊은 후원을 네 눈으로 보니 어떠하냐?

난정 : 이년 중전마마를 뫼시고 거닐고 있는 것만으로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할 뿐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지난번 입궐했을 때 내게 회임을 않겠다는 뜻을 궐내와 조정에 분명히 밝히라 하였지?

난정 : 예, 분명 그리 진언 드렸사옵니다.

윤비 : 그 까닭이 무엇이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사가에 회임불공을 그치라 명하신 것만으로는 사람들이 마마의 진의에 대해 반신반의할 것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하오나 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대궐과 조정에 분명히 밝히시옵고, 또 그대로 행하시온다면

         사람들은 원자마마를 위하시는 중전 마마의 덕을 칭송할 것이오며, 조정의 경계심도 풀어질 것이옵니다.

윤비 : (떠보는) 허면 내 평생 후사 없이 살라는 말이더냐?

난정 : 급한 소낙비는 피하고 보라는 옛말이 있습지요. 언제고 비가 그치면 다시 해가 뜰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윤비 : (이심전심의 미소)..허면 내 회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어찌 밝힐꼬?

난정 : 우선 내명부의 충성서약부터 받으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 충성서약?!

난정 : 예, 마마.


윤비와 난정, 무언가 말을 주고 받으며 연못을 거닌다.

금이, 멀리서 윤비와 난정의 뒷모습을 갸웃거리며 보다가 어디론가 급히간다.



s#5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의아하게 본다.


경빈 : 뭬야, 중전이 댕기머리 처녀와 후원을 거닐고 있다?

금이 : 예, 마마..이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경빈 : (생각하는)..댕기머리 처녀라..?..중전이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하는겐지..?



s#53. 대궐 일각


윤원형과 난정이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 : 난정아, 중전마마께오서 네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난정 : (미소) 말씀은 아니계시고 연못위에 핀 연꽃구경만 실컷 했사옵니다.

윤원형 : 연꽃 구경?


저만치 윤임과 정윤겸이 걸어간다.


윤원형 : 아니, 저분은 판부사대감과 도총관 대감 아니더냐?

난정 : (정윤겸을 보고)...!!


윤임과 정윤겸, 이쪽의 난정과 윤원형을 못본채 멀어지는 뒷모습.


윤원형 : (안도의 한숨) 다행이구나. 괜히 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선 좋을게 없을게야.

난정 : (굳은 표정)...

윤원형 : 난정아, 네 얼굴이 왜 그러느냐?

난정 : 아,아니옵니다.

윤원형 : (주변을 살피며) 어서 퇴궐하자구나. 대궐에 오래 머물러서 좋을게 없을 듯 싶구나!

난정 : 예.


윤원형, 앞장서서 걸어간다.

난정, 윤원형 뒤를 따라가다가 문득 정윤겸의 뒷모습을 휙- 돌아보는 독기 서린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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