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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3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16|조회수59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31











s#1. 중궁전 외경



s#2.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를 당혹스러운 얼굴로 보는데

윤비, 난정을 엄하게 쏘아보며 호통친다.


윤비 : 경빈과 손을 잡으라니 네 지금 실성한 것이 아니냐?!

난정 : (당혹스러운) 시,실성이라니요?! 마마, 이년은..

윤비 : 그 입 다물지 못할까!

난정 : (움찔)...?!

윤비 : 실성한 것이 아니라면 네 어찌 내게 일개 후궁전과 손을 잡고 앞 일을 도모하라는 망발을 지껄이느냐?!

난정 : 마마께오서 역증을 내시는 것은 당연하시옵니다. 하오나 이년의 진언을 들어 보신 연후에

         내치셔도 늦지는 않으실것이옵니다.

윤비 : 네까짓 년 말따위는 더 들을 것 없다. 네 아무리 총기가 빼어나다 한들 한낱 기방 귀동냥 꺼리에 불과한 얘기인 것을?!

난정 : 마,마마!

윤비 : (고개 돌리며) 물러가거라!

난정 : (낭패한)...!!

윤비 : (완강한 표정)...당장!!

난정 : (숨을 몰아쉬며 윤비를 보다가 승부수를 던지는)..마마, 이년의 말씀을 들으셔야 하옵니다!

윤비 : (휙-노려보며) 어허, 네 어찌 이리 무엄한게냐?! (방문쪽에다) 엄상궁! 당장 이년을 끌어내게!!

엄상궁(E) : 예.

엄상궁 : (방문이 열리면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난정 : 이년의 말에 귀를 닫으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선 격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가랑잎 신세가 되시옵니다!

윤비 : (찌푸리며)..뭐..뭐라..?!..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가랑잎 신세가 된다?!

난정 : 예. 마마.

윤비 : (호통이라도 칠 듯 보는)...듣자 듣자하니?!

난정 : (간절하게 보는)...!

윤비 : (보다가)..내 어찌 가랑잎 신세가 된다는 것이냐?!

난정 : 삼사에서 공신들의 위훈삭제를 주청 드렸고 대사헌 영감이 삼사의 주청에 앞장을 섰다면

         일이 이대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면..?

난정 : 조정에서 공신들이든 아니면 대사헌 영감이든 어느 한 쪽이 찍혀져 나갈 때까지

         조정에는 정쟁이 그치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허면 넌 이번에 대사헌의 뜻이 꺽일 것이라 보는게냐?!

난정 : 예, 마마. 공신들에게 티끌이 있다해도 그들은 상감마마를 보위에 추대하였사옵니다.

         전하께오서 어찌 그들을 내버리시겠사옵니까?! 전하께오선 결국 대사헌을 내치실 것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그리 되오면 앞으로 조정은 다시 정국공신들의 판이 될 것이옵니다.

         반정 당시 공신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공신들은 반드시 그 기세를 몰아 세자책봉을 거론할 것이며 그 여세를 몰아 경빈박씨의 소생인 복성군을

         왕세자로 책봉하고자 나설것이 자명하옵니다.

윤비 : ..복성군을?!

난정 : 그리되오면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원자를 보호하시려는 중전마마께서도 무사하시지는 못하실 것이옵니다.

윤비 : 뭐라?!

난정 : 마마, 반정 당시 공신들에게 폐위 당하신 신비마마의 일을 잊으셨사옵니까? 참으로 분하고 원통한 일이오나

         지금 조정에는 마마를 지켜줄 세력이 없사옵니다..

윤비 : .. 음! 그래, 허니 격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가랑잎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난정 : 그러하옵니다, 하오니 중전마마께오서 속히 경빈박씨와 손을 잡으시어 대사헌을 찍어내버리시옵소서!

         하오면 차후 공신들도 마마를 감히 어쩌지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보다가)..허나 내 생각은 너와 다르다!

난정 : ..마마!

윤비 : 지금 전하께오서는 누구보다도 대사헌에 대한 총애가 깊으시고, 도학정치를 이루시고자 하는 마음이 크시니

         대사헌을 반드시 지켜주실 것이다!

난정 : ...

윤비 : 지난번 전하께오서는 대비전의 진노를 감수하시면서까지 소격서 혁파도 가납해주시었다.

         이번 역시 대사헌의 주청에 명분이 있다면 전하께오선 분명 가납해 주실 것이야.

난정 : 소격서 혁파는 도학정치의 명분이 있었사옵니다. 하오나 위훈삭제는 반정으로 보위에 오르신 전하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이옵니다.

윤비 : 정통성?

난정 : 예, 감히 조광조라는 일개 신하가 전하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것이옵니다. 이점 유념하시옵소서!

윤비 :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대사헌이 그리 호락호락 찍혀나갈 사람은 아니야!

난정 : 마마, 옛말에 이르기를 어린 비둘기는 태산 준령을 넘지 못하는 법이라 하였사옵니다!

윤비 : 뭐라?

난정 : 비록 정국공신들의 기세가 위축되었다고는 하나 폭군을 몰아낸 세력이옵니다.

         또한 지난 십수년동안 후궁전을 뒷배경으로 하여 조정의 구석구석은 물론이거니와 촌고을 미관말직까지도

         그들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사옵니다. 정국공신들은 이 나라 조정에 태산 준령처럼 자리잡고 있사옵니다.

윤비 : ...

난정 : 그에 비하면 대사헌 영감과 그분을 따르는 선비들은 갓 출사한 구상유치한 어린 비둘기에 불과하옵니다.

         마마, 어린 비둘기가 날개짓을 해본들 어찌 험한 태산 준령을 넘겠사옵니까?!

윤비 : (난정을 보다가) 아무리 그러한들 내 경빈 따위와는 야합을 하지는 않을 것이야!

난정 : 마마,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저자거리의 파락호 가랑이사이로 기어들어가던 한신의 고사를 잊으셨사옵니까?

         마마께오서도 장차 훗날을 도모하시려면 잠시의 수치는 참으셔야 하옵니다. 부디 이년의 진언을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윤비 : (난정을 보는)...!



s#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뭬야, 그 댕기머리 처녀가 또 중궁전에 들었단 말이냐?

금이 : 예, 마마.

경빈 : (의혹에 찬 눈빛)..그렇다면!..분명 뭔가 있음이야..뭔가가..?!



s#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굳게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무겁게 입을 뗀다.


윤비 : 위훈삭제 주청의 귀추가 어찌 될 것인지는 차후의 일이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하자.

난정 :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는게 좋을 듯 판단하는')...

윤비 : 것보다는 내 후궁전 왕자들에게 충성맹세를 받은 일과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말씀드린 일로

         전하께오서 크게 노여워 하시는 것이 더 걱정이구나.

난정 : 그 일은 중전마마께오서도 짐작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윤비 : (짐작한 일이다)...?!

난정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후가 회임을 거부한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옵니다. 하오니 전하께오서 크게 진노하오심도

         당연한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아뢰옵기 망극하오나 어쩌면 폐서인이란 말씀이 나오실수도 있는 일이옵니다.

윤비 : 뭐라, 폐서인?!

난정 : 예, 하오나 그렇다고 하여 마마의 결심을 걷으시오면 아니되옵니다. 만에 하나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꺽으시면

         오히려 전하나 왕실에서 중전마마의 뜻을 의심할 것이옵니다.

윤비 : ..의심?!

난정 : 그럴수록 회임을 안하시겠다는 뜻을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시어 중전마마께오서 진정 원자마마를 위하여

         무욕하심을 만천하에 드러내심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윤비 : ...무욕..무욕이라?!

난정 : 예, 마마께오서 욕심이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셔야 하옵니다.

윤비 : ('무서운 아이다)...!

난정 : (보는)...!!

윤비 : (연상서랍에서 비단주머니를 꺼내 난정에게 건네며) 받거라.

난정 : (황공한 듯 받으며)...마마,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비 : 언제든 궐내를 출입할 수 있는 출입패가 들었느니라.

난정 : ...!

윤비 : 앞으로 내 너를 찾을 일이 있으면 기별을 하마. 허면 오라버니를 번거롭지 해드리지 말고 네 혼자 대궐 안으로 들어오너라.

난정 : ...?!!

윤비 : 또한 네가 긴히 할 말이 있을 때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말고 입궐토록 하거라.

난정 : (조아리며) 중전마마의 우악하오신 은혜에 이년 황감, 또 황감하옵니다.

윤비 : (보다가 밖에다) 엄상궁, 오라버니를 뫼셔오게.

엄상궁(E) : 예.


(시간경과)

윤비와 윤원형이 마주 앉아있다. (*난정은 없다)


윤비 : 오라버니, 난정이를 어찌 하실 작정이십니까?

윤원형 : 예에, 어찌하다니요?

윤비 : 오라버니께서 난정이를 소실로 들이실 것이냐 이 말씀입니다.

윤원형 : (힐끔 보다가)...신도 어찌해야 하올지 잘 모르겠사옵니다...장가를 든지 얼마 안된 처지에

            첩실을 들이기도 눈치가 보이고..그렇다고 이대로 놔둘수도 없고..어찌 해야 하올지 난감하옵니 다.

윤비 : 오라버니, 난정이를 소실로 들이는 일과 그 시기는 내게 맡겨 주세요.

윤원형 : 예에? 마마께 맡겨달라니요?!

윤비 : 난정이는 분명 오라버니나 저에게 크게 쓰임이 있는 아이입니다.

         허나, 그 애가 약으로 쓰일지 독으로 쓰일지는 아직은 모를 일입니다.

윤원형 : ...?

윤비 : 내 당분간 난정이를 좀 더 두고 지켜 볼겝니다. 그런 연후에 오라버니의 소실로 들일지 말지를 정해도 늦지는 않을겝니다.

윤원형 : 예, 마마, 분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윤비 : ...!



s#5. 대궐 일각


윤원형, 생각에 잠긴채 걸어가고 난정이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난정 : 나으리,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옵니까?

윤원형 : (돌아보며) 생각은 무슨?..

난정 : 하온데 어찌 안색이 어두우시옵니까?

윤원형 : 어둡긴..?! 새벽 선 잠을 깨어서 그런게지..

난정 : 나으리,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오늘이 이년이 약조 드린 사흘째이옵니다. 오늘밤에 신방을 차려도 되올런지요?

윤원형 : (반갑게)..그,그래?!..(하다가 시무룩)..내 마음도 굴뚝같다만 신방 차리는 일은 당분간만 미루도록 하자구나.

난정 : (미소) 중전마마의 명이라도 계셨사옵니까? 이년을 좀 더 지켜보자구요?

윤원형 : (움찔) 그,그런게 아니라..

난정 : 나으리, 이년 언제라도 저고리고름을 풀겠사옵니다.

         하오니 언제든 중전마마께오서 윤허가 계시오면 분부를 내리시옵소서.

윤원형 : 오냐, 알았느니라. 가자.


윤원형, 앞장서 간다.

난정,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닥가 후-한숨을 토해내고 윤원형의 뒤를 따른다.

외출복 차림의 금이가 담벼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두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그 뒤를 따른다.



s#6. 편전 방 안


연상위로 상소문이 가득 쌓여있다.

중종, 심각한 표정으로 가끔씩 미간을 찌푸리며 상소문들을 보고 있다.

김승지, 중종의 안색를 살피며 건너편에 앉아있다.


해설(NA) : 중종은 자신을 보위에 추대한 정국공신들중 태반이 뇌물이나 청탁으로 녹훈되었다는 상소를 접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것은 이미 군주의 위엄과 권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것이었다.

                더구나 조광조가 위훈삭제 주청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중종을 괴롭혔다.



s#7. 강녕전 뜰 앞(기존 촬영분)


조광조와 대간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소격서 혁파를 주청하는 모습위로.


해설(NA) : 조광조는 명분이 있는한 절대 뜻을 꺽지 않는 신하임을 중종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s#8. 동 편전 방 안


중종의 고민에 빠진 얼굴위로.


해설(NA) : 진퇴양난! 중종은 자신을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을 쳐낼 수도 없었고 또한 자신의 정치적 분신처럼 총애하는

                조광조의 주청 역시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진퇴양난(進退兩難)이었다.



s#9. 동 편전 방 밖 복도


윤임과 김안로가 방문앞으로 다가와 선다.


대전내관 : 전하, 판부사와 이조참판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드시라해라.

대전내관 : 예. (윤임과 김안로에게) 드시지요.



s#10. 동 편전 방 안


방문이 열리고 윤임과 김안로가 들어와 조아리고 앉는다.


김안로,윤임 :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근자에 삼사에서 빗발치는 위훈삭제 상소때문에 심기가 편치않아 두 분의 고견을 들어보고자 드시라했소.

윤임 : 전하, 신 역시 정국공신의 한사람으로서 삼사의 주청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였사옵니다.

         병인년 반정당시 녹훈된 일은 벌써 십수년이 지난 일이옵고 이미 유명을 달리한 공신들도 있사옵니다.

         하온데 그때의 일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듯 하옵니다.

중종 : (끄덕)..음!..이조참판은 어찌 생각하시오?

김안로 : 팔십여명의 공신들의 위훈을 삭제하라는 삼사의 주청에는 분명 도에 지나침이 있사옵니다.

            하오나 그들의 주장엔 명분이 있사옵니다.

윤임 : (김안로를 보는)...!

중종 : (찌푸리는)...명분이 있다?

김안로 : 예, 당시 공신에 책봉되는 과정에서 함부로 녹훈된 자가 있음은 온 조정이 아는 바이옵니다.

중종 : (불쾌한) 허면 삼사의 주청을 가납하여 과인을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의 태반의 녹훈을 삭제하란 말이신가?!

김안로 : 어찌 그럴수가 있사옵니까? 녹훈과정에서 그 부정함이 명백히 드러난 자들 몇 명의 훈작을 본보기로 삭제하시온다면

            조정이 잠잠해지리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음!!



s#11. 편전 앞 뜰(혹은 대궐 일각)


불편한 얼굴의 윤임과 김안로가 걸어오고 있다.


김안로 : 판부사대감, 어찌 안색이 편치 않으시옵니다?

윤임 : 대감, 삼사에서 위훈삭제를 주청한 명단속에는 이 사람의 아버님께오서도 포함되어 계시오.

         그걸 아시는 대감께오서 어찌 전하께 그자들의 주청을 가납하라는 말씀을 올릴실 수 있단 말이오?!

김안로 : 이사람도 조광조와 삼사의 주청이 위험한 것임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정국공신들의 위훈을 삭제하라 함은

            반정을 부정하는 말이 될 수 있고 그것은 곧 전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역모로 몰릴수도 있사옵니다.

윤임 : ...?!

김안로 : 지금 조정안에 엄청난 정치사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사옵니다.

윤임 : 그걸 아시면서 어찌..?

김안로 : 대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말이 있사옵니다.

윤임 :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김안로 : 예, 조광조와 삼사의 대간들이 역모로 조정에서 밀려나가기 전에 이번 일을 무마시켜야 하옵니다.

윤임 : ...?!

김안로 : 조광조가 찍혀져 나간다면 그 다음번에는 원자를 감싸고 있는 우리 두사람에게

            화살이 겨누어 질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윤임 : ...!

김안로 : 원자마마와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조광조 그 사람이 우리의 입술노릇을 해 주어야 하옵니다.

윤임 : 만일 조광조가 아니라 공신들이 떨어져 나가면 궐안이 어찌 될 것 같소이까?!

김안로 : 그리되면 명분을 중시하는 조광조와 사림들은 적통이신 원자마마를 왕세자로 추대할 것이오니

            손 안대고 코를 푸는 격이지요.

윤임 : 허니, 조광조에게 힘을 몰아주어야 한다?

김안로 : 예. 조광조 그 사람이 일을 더 크게 벌려 공신들에게 다른 빌미를 주기전에

            이번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옵니다.

윤임 : ...!



s#12. 홍경주 사랑채 외경


홍경주(E) : 대감들께오서 어찌 이 누추한 곳까지 발걸음을 하시었소?



s#13. 동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앞에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남곤 : 남양군 대감, 삼사에서 주상께 위훈삭제 주청을 드린 일을 알고 계시옵니까?

홍경주 : 허허, 이 사람은 조정에 발길을 끊고 안빈낙도나 즐기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소이까?

심정 : 하오면 대감께오선 공신들의 훈작이 삭제되거나 말거나 강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계시겠단 말씀이옵니까?

홍경주 : 화천군, 이 늙은이는 반정당시 말을 타고 평성군과 행보를 같이 했소이다.

            감히 언 놈도 이 사람의 공신훈작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못할 것이외다.

남곤 : 하오면 남양군 혼자만 무사하시면 그만이라 이 말씀이옵니까?!

홍경주 : 허면 이 늙은이가 무얼 더 바라겠소이까? 이만큼 호의호식하고 살았으니 와석종신만 할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지요.

심정 : 우리 공신들이 조정에서 밀려난다면 대감의 와석종신이 마음대로 될 것 같소이까?!

홍경주 : 뭐요? 지금 뭐라 하시었소?

남곤 : 조광조와 사림들은 위훈삭제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필시 훈구 공신들을 남김없이 몰아내고

         그자들이 종사를 손아귀에 틀어쥐겠다는 것이옵니다!

심정 : 그리 되면 우리는 물론이고 대감께오서도 무사하시지만은 않을것이옵니다.

홍경주 : 허, 이 늙은이를 위협하시는게요?

남곤 : 위협이 아니오라 남양군 대감께오서 우리 공신들의 지주가 되어주십사하고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홍경주 : 지주요?

심정 : 예, 우리 공신들의 구심점이 되어주시어 조광조와 사림들을 조정에서 찍어내는데 중심 역할을 해주셔야 할 것이옵니다!

홍경주 : 이 늙은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남곤 : 이 모두가 외손주이신 금원군을 위해서인데도요?

홍경주 : (화들짝 놀라) 그,금원군?!

심정 : 예, 대감께오서 조광조를 몰아내는데 앞장을 서 주신다면 공신들은 힘을 모아 금원군을 왕세자로 밀어올릴 것이옵니다!

홍경주 : ...?!!

남곤 : 대감! 임금의 외조부가 되시는 일이옵니다.

홍경주 : (가늘게 보다가) 분명 두분 대감께오서 약조하실수 있겠소?

남곤,심정 : 어찌 종사가 걸린 일에 허튼 말씀을 드리겠사옵니까?

홍경주 : (생각하는)...음!

남곤,심정 : (홍경주를 보는)...

홍경주 : 허면 두분 대감께서 조광조의 무리를 몰아낼 계책이라도 가지고 있으신게요?

심정 : 예. 가지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 허면 들어 보십시다.


남곤과 심정, 바짝 다가앉아 홍경주에게 뭐라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심각하게 듣는 홍경주의 얼굴에서.



s#14.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윤비가 준 비단주머니를 풀고 있다. 비단주머니 안에서 나오는 궁궐출입 목패.

난정, 감격스러운 눈으로 손에 움켜 쥔 목패를 본다.


난정 : ..이걸로 중전마마께 한발자국 더 다가선거야. 내 언제가는 반드시 만조백관의 조아림을 받으며 입궐하여

         중전마마를 가까이서 뫼실날이 반드시 반드시 있을게야! 있을것이야!



s#15. 난정 초가 대문 앞


난정, 평상복을 입고 대문을 나서서 어디론가 간다.

쓰개치마를 쓴 금이가 난정의 뒤를 따른다.



s#16.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난정, 대문 앞으로 걸어와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르던 금이, 기방앞에 다가와 대문안을 살피며 뭔가 석연치않은 표정을 지으며 갸우뚱한다.



s#17. 동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난정과 옥매향이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옥매향 : 난뎡아, 듕뎐마마는 만나뵈었네?

난정 : 그래...니 덕분에 중전마마를 찾아 뵙고 내 생각을 진언드릴수 있었어. 고맙다 매향아.

옥매향 : (신이 났다) 기래? 듕뎐마마께서 뭐래셨는대? 난뎡이 니 말을 다 들어듀시 갔대?!

난정 : (미소)..어찌 첫술 밥에 배 부를수 있겠니?

옥매향 : (실망) 기럼?

난정 : 나같이 천한 년 말을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처음부터 다 믿어주실 수 있겠니?

옥매향 : ...난뎡이 너 많이 실망했겠구나야.

난정 : 아니, 괜찮아..언젠가는 중전마마께오서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어주시겠금 만들거야.

         매향아 나, 정말 그럴 자신 있어!

옥매향 : 기래, 난뎡아 내레 널 다시 봤어,야. 대갓댁 아씨들도 만나뵙기 힘든 듕뎐 마마를 탸댜 뵌다는게 녜삿 닐은 아니댢니.

            나같은 년은 꿈도 못꿀 닐을 니가 해낸거이야. 난뎡아 내레 니가 너무 댜랑스럽다,야.

난정 : 매향아, 앞으로도 니가 많이 도와줘야 돼.

옥매향 : 기래, 기런 걱뎡 뎝어놓으라우. 내레 동무가 댤되는 닐인데 뭔들 못해듀갔네?!

난정 : 그래 고맙다.

옥매향 : 대신 나듕에 너 댤 되면 언뎬가 나도 듕뎐마마를 뵙게 해달라우, 알간?

난정 : (미소) 그래 꼭 약조할게.



s#18.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심퉁, 대문 주변에 비질하고 있는데 누군가 심퉁의 옆으로 다가온다.

심퉁, 고개를 들고 보면 금이다.


금이 : 이 애.

심퉁 : (보며) 누구셔유?

금이 : 아까 전에 이 기방 안으로 들어간 처녀가 뉘댁 처녀인줄 아느냐?

심퉁 : (갸웃하다) 난정아씨 말씀이여유?

금이 : (입속으로)..난정아씨..?..난정이란 처녀도 기생이니?

심퉁 : 아녀유, 우리 매향아씨 동무셔유. 헌데 그건 왜 물으셔유?

금이 : 아,아니다..(돌아 선다)

심퉁 : 이,이봐유.

금이 : (돌아보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간다)

심퉁 : (그 뒷모습 보며 갸우뚱)...?



s#1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김상궁이 앉아있다.


경빈 : 뭬야?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했단 말인가?

김상궁 : 예, 그 일로 전하께오서 진노하시어 두 번 다시는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까지 계셨사옵니다.

경빈 : 그 말이 참인가?

김상궁 :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아뢰겠사옵니까?

경빈 : (생각하는) 음!! 중전께오서 원자에 대한 후궁전 왕자들의 충성맹세를 받으신 연후에

         곧장 전하께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밝히셨다...?! (휙- 보며) 김상궁.

김상궁 : 예, 마마.

경빈 : 자네는 그동안 궁중대소사를 겪어왔으니 중전마마의 심중이 무엇인지 가늠 할 수 있겠지?

         대체 중궁전의 의중이 무엇인 듯 싶은가?

김상궁 : 쇠인, 여러 왕후분들을 뫼셔왔사오나 이리도 해괴한 말씀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사와

            중전마마의 뜻을 짐작조차 어렵사옵니다.

경빈 : 짐작조차 어렵다?

김상궁 : 예, 마마.

경빈 : (웃음 터지는) 호호호.

김상궁 : (의아하게 보는)...?!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 이 사람에게는 꼭

         처녀가 시집 가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먼! 호호호.

김상궁 : ...?!



s#20.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뭣이라, 그 말에 거짓이 없으렷다?!



s#21.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창빈과 희빈이 앉아있고 윗목에 조상궁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조상궁을 보며) 내 다시 묻겠다!

조상궁 : ...

자순대비 :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단 말이더냐?!

조상궁 : 예, 쇠인 큰방 상궁에게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얼굴 굳어지며) 허어, 이런 변괴가 있나? 중궁께서 대군을 낳지 않으시겠다니?!

               조상궁, 당장 중궁전에 가서 중전을 뫼셔오게!

조상궁 : 예. (일어나서 나간다)

희빈 : 대비마마, 일전에 중전마마께오서 판부사댁에서 올린 회임탕재마저도 드시지 않고 창빈에게 주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창빈 : ...

자순대비 : 뭐요? 창빈, 희빈의 말씀이 참말이요?

창빈 : 예, 대비마마 그런일이 있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정녕 중전께서 제 정신이 아니신게로구먼!



s#22. 대비전 앞 뜰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과 조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 앞으로 걸어온다.


조상궁(E) :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E) : 뫼시어라.



s#23.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자순대비 앞에 앉는다. (*희빈과 창빈은 없다)


윤비 :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자순대비 : (휙-노려보며) 중전께서 용종을 잉태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였다는데 그 말이 참이요?!

윤비 : (담담하다)..예.

자순대비 : (어이없다) 뭐요?! 대체 이 나라의 국모께서 어찌 그런 망령된 말씀을 입에 담으실수 있단 말입니까?!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내 긴 말을 하지 않겠소! 당장 대전앞에 삿자리를 깔고 주상께 석고대죄를 드리도록 하시오!

윤비 : 대비마마, 신첩이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그리 용서받지 못할 대죄 이옵니까?!

자순대비 : (버럭)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는겝니까?! 중전께서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말씀은

               이 나라의 종사를 끊겠다는 말씀이신게요! 그리 총명하신 중전께서 어찌 그걸 모르신단 말씀이오!

윤비 : 마마!

자순대비 : 정녕 폐서인 되시어 사가로 쫓겨나갈 일을 자초하시겠다는게요?!!

윤비 : 마마, 신첩은 이 나라의 종사를 끊겠다는 뜻이 아니옵니다.

자순대비 : (보는)...

윤비 : 신첩은 원자가 왕세자 책봉을 받는 그날까지는 회임을 하지 않을것임을 말씀드린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윤비 : 마마, 장경왕후께오서 눈을 감으실 때 전하께 원자를 풍상한설에서 보호해 달라고 유언을 하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

윤비 : 전하와 대비마마께오서 원자를 괴이심이 지극하시다 하오나 지금 조정에는 원자를 받쳐줄 세가 미약하옵니다.

         고작해야 판부사 대감과 부마댁이신 희락당 대감이 있으실 뿐이옵니다.

자순대비 : ...?!

윤비 : 신첩, 빈들의 왕자들을 모아놓고 원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받은 적이 있었사옵니다.

         하오나 복성군은 끝내 충성 맹세를 거부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음, 그 일은 나도 알고 있소!

윤비 :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사옵니까?! 비단 복성군뿐만이 아닐 것이옵니다. 후궁전 왕자들은 자신들을 받쳐줄

         조정에 세를 믿고 자신들이 원자를 제치고 왕세자가 될 수 있음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음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

윤비 : 후궁전의 왕자들이 이럴진대 신첩이 회임을 하여 대군을 생산하기라도 한다면

         원자의 장래는 더욱 어두워 질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의 말씀이 진심이오?

윤비 : 신첩, 원자에 대한 마음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도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 (윤비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똑바로 본다)...!

윤비 : 신첩, 반드시 원자를 지킬 것이옵니다. 비록 폐서인되어 사가로 내쫓기는 한이 있어도

         원자가 왕세자로 책봉되는 그날까지는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꺽지 않을 것이옵니다.

         대비마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눈물이 촉촉이 젖는다)

자순대비 : (반신반의 눈으로 보는데)...

조상궁(E) : 대비마마, 원자마마 드셨사옵니다.


방문이 열리고 원자가 박상궁과 함께 들어선다.


원자 : (윤비를 보고 반갑게) 어마마마! (반갑게 달려가다가 멈칫선다)..어마마마.. 어찌 우시옵니까?

윤비 :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시선 피하며)..아니오, 원자...우는게 아니오.

원자 : (눈물 글썽) 어마마마, 울지 마시옵소서. 소자도 슬퍼지옵니다..(윤비를 안아준다)

윤비 : (눈물 흐르는)..원자..(안아준다)

자순대비 : (찡하여 보는)...!!



s#24. 윤원형 집 외경


윤지임(E) : 뭬야? 중전마마께오서 위태로우실지도 모른다니?!



s#25.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윤지임 : (놀란눈으로 윤원형을 보며) 원형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자세히 좀 털어놔 봐라!

윤원형 : 들으신 그대로이옵니다. 지금 조정에서는 훈구공신들과 지난번 현량과로 출사한 사림들간에

            팽팽한 힘겨루기가 한창이옵니다.

윤원로 : 헌데 삐끗하여 공신들이 사림들을 조정에서 찍어낸다면 중전마마께오서도 위태롭다 이 말이냐?

윤원형 : 그렇소. 헌데 명색이 중전마마의 친정에서 아무런 보탬도 되어드릴수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옵니다.

윤원로 : 허면 사림들이 공신들을 밀쳐낸다면 어찌 되는것이냐?

윤원형 : 사림들이 득세한다고 해도 도학정치니 뭐니 해서 외척은 발붙일 곳이 없어 질게요.

            누가 권세를 움켜쥐든 중전마마께오선 구중심처에서 고립무원의 외로운 신세라 이 말씀이오!

윤지임 : (한숨)..변변치 못한 이 애비 잘못이 크구나.

윤원로 : 하지만 중전마마 곁에는 판부사대감과 이조참판 대감이 계시지 않느냐?

윤원형 : 판부사대감이 우리 결찌라고는 해도 속내를 다 털어놓을 만큼 믿을만한 사람은 아니오!

            판부사대감은 중전마마를 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 정도로 생각하실 뿐이오.

윤원로 : 허, 판부사대감까지 못 믿으면 대체 누굴 믿는단 말이냐?

윤지임 : (끄덕이며 원로쪽 힐끔보며)..하긴 자식놈도 믿을수 없는 세상이니 결찌라고 해서 어찌 믿겠느냐?!

윤원로 : (시선 피하며) 아버님 어찌 소자를 그런 눈으로 보시옵니까?

윤지임 : (못마땅한 신음소리)..음!

윤원형 : 아무튼 하루라도 빨리 우리 형제가 과거에 입격하여 조정에 들어가 중전마마를 보위해 드릴 수밖에 없는 듯 싶소.

윤원로 : (결연한) 내 앞으로는 턱 밑에 송곳을 들이 댄채 과거공부에 전념하마.

            원형아, 너 역시 상투를 천정에 묶고 공부를 하도록 해라.

윤원형 : ('웬일이실까?')..?!

윤지임 : 오냐, 우리 삼부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뭉쳐 중전마마를 지켜드리도록 하자구나!

김씨(E) : 아버님, 봉은사에 다녀오겠사옵니다.

윤원형 : (방문쪽을 휙-돌아본다)...?!



s#26. 동 큰 사랑채 방 밖 마당


김씨, 배천댁을 거느린채 외출복 차림으로 서 있다.

윤원형, 방문을 열고 나와서 김씨를 본다.


윤원형 : 부인, 회임불공을 가시려는 참이오?

김씨 : 그렇사옵니다.

윤원형 : (마당으로 내려서며) 부인, 나 좀 보십시다. (작은 사랑채 쪽으로 간다)

김씨 : (의아하게 보다가)...? (배천댁 보고) 자넨 잠시 기다리고 있게나.

배천댁 : 예, 아씨.


김씨, 쓰개치마를 배천댁에게 맡기고 윤원형의 뒤를 따라 작은 사랑채쪽으로 간다.



s#27.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김씨를 진지하게 보며 말한다.


윤원형 : 부인, 지금 중전마마께오서 어떤 처지인줄 아시오?

김씨 : (의아한) 어떤 처지라니요?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선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천명하시었소.

김씨 : (놀라는) 예에? 어찌 그런일이...?!

윤원형 : 허니, 내 두 말 않겠소. 부인, 당장, 회임불공을 그만두도록 하오!

김씨 : 서방님, 중전마마께오서 정녕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허어, 부인, 어찌 지아비의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는게요! 그리 못믿으시겠다면 부인께서 직접 입궐하여

            중전마마께 여쭈어보시구려!

김씨 : ...!



s#28.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창빈이 앉아있다.


창빈 : (조심스럽다)..중전마마, 신첩은 아직도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희미한 미소)..창빈, 내 회임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연유가 궁금하신게요?

창빈 : 예, 대비마마께오서 이번 일에 함구령을 내리셨다고는 하오나 언제가는 종친부와 조정에서도 알게 될 터인데,

         그리되오면 중전마마께오서 큰 낭패를 보실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비 : 아마도 그리 되겠지요.

창빈 : 하오면 어찌..?

윤비 : 지난번 보니 창빈이 아드님들을 잘 훈육했더이다. 영양군과 덕흥군이 참으로 총명해 보입디다.

창빈 : (황공하다)...황공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윤비 : 창빈 역시 말은 안해도 두 분 왕자중에 누가 보위에 오르길 원하실게요.

창빈 : (흠짓 당황하여) 마마, 천부당만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윤비 : 창빈이 아무리 부인을 해도 내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게 어미 마음 아니겠소?

창빈 : ...?!

윤비 : 이 사람도 자식을 낳는다면 분명 원자를 제치고 내 아들이 보위에 오르길 바랄 것이오. 헌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내 어찌 회임을 할 수 있겠소?

창빈 : (감동의 눈물 글썽하여)..마마..

윤비 : (착잡한 표정)...내 결코 회임을 하지 않을것이요.



s#29.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조광조를 비롯한 정광필 안당, 김전, 이장곤, 남곤, 심정, 김안로, 김승지 등이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이 경들을 부른 것은 삼사에서 올린 위훈삭제 주청에 대해 과인의 뜻을 분명히 하고자 함이오!

일동 : (긴장속의 침묵)...!

중종 : 과인은 삼사에서 삭훈하라는 팔십명의 공신들 중 단 한명의 공신의 훈작도 삭제하지 않을 것이오!

일동 : (술렁거리는)...?!

김안로 : (아득해지는지 눈을 감는)..!

조광조 : (입을 굳게 다무는)...!

중종 : 경들은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오?!

일동 : ...

중종 : (조광조를 보며) 대사헌, 과인의 결정에 잘못됨이 있다고 보는가?!

조광조 : ...

중종 : 이번에도 대사헌은 삼사의 대간들을 이끌고 강녕전 앞에서 연좌를 하여 과인의 어의를 꺽으려는가?!

조광조 : ...

중종 : 대사헌, 어찌 말이 없는가?

조광조 : (비장한) 전하, 신은 대사헌의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하옵니다.

중종 : 뭣이라, 대사헌은 어떤 연유로 사직을 청하는 것인가?!

일동 : (조광조를 주시하는)...!

조광조 : 전하, 신 미열하여 대사헌 같은 막중한 자리에 앉아 있을수 없사옵고, 전하께오서 대간들의 올바른 뜻을

            가납치 않아주시오니 초야에 묻혀 이름 없는 선비로 살아가고자 하옵니다. 하오니 신의 사직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불윤하노라! 대사헌은 맡은 바 직분을 다해 조정의 기풍을 진작시키는데 더욱 힘쓰도록 하라!

조광조 : 전하..

중종 : 이만 물러들 가시오!



s#30. 빈청 안


정광필과 김전, 안당과 이장곤, 김안로와 조광조가 앉아있다.


안당 : (침울한 조광조를 보고) 너무 상심말게나. 전하께오서도 정암과 대간들의 뜻이 옳다는 것을 내심 알고 계실것이네.

조광조 : 하온데 어찌 대간들의 뜻을 가납해 주시지 않으시는것이옵니까?

김전 : 정암, 생각해 보시게. 정암은 그대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림들에게 조그마한 허물이 있다는 이유로 내칠수 있겠는가?

조광조 : ...

정광필 : 좌찬성 대감의 말씀이 옳으이. 전하께오서도 목숨을 걸고 전하를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에게

            사소한 허물이 있다고는 하나 인정상 그리 쉽게 내치실 수는 없으신걸세.

조광조 : 사소한 허물이라니요?! 삼사에서 위훈삭제를 주청드린 공신들은 한번도 전하와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적이 없는

            비열한 자들이옵니다.

김전 : 허면 정암은 기어코 전하와 맞서 어의를 꺽겠다는 말씀이신가?!

조광조 : 이 사람은 잘못된 어의를 바로잡아드리는 것이 신하의 올바른 도리라 배웠사옵니다.

안당 : ...!

김안로 : (미소) 정암, 전하의 심중을 깊이 헤아려보시지요. 전하께오선 위훈삭제를 완강하게 거부하셨지만

            지난번 현량과로 등과한 스물 여덟명의 벼슬을 파격적으로 승차시켜주시었소. 이것이 무슨 뜻이겠소이까?

조광조 : ...

김안로 : 전하께오서 언젠가는 정암이나 젊은 사림들과 정사를 도모하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신게 아니겠소이까?

            허나 전하께오선 아직은 공신들의 잘잘못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 계신게지요. 허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지요.

이장곤 : (끄덕이며) 이조참판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전하의 뜻을 기다려 보세나!

조광조 : 이번 위훈 공신들의 일만 성사되면 이사람 대감들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허면 시생은 이만!

            (조광조 벌떡 일어서 나간다)

김전 : 허, 저 사람이 기어코 피바람을 부르는구먼!

이장곤(E) : (뭔가 불길한) 헌데 어찌 공신들의 반발이 잠잠한게 징조가 더욱 좋지 않구먼!

김안로(E) : (이장곤을 보며 이심전심)..그러게 말이오이다!



s#3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의 발 너머로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남곤 : 전하께오서 삼사의 위훈삭제 주청을 완강히 불윤하셨사옵니다.

경빈 : 허나, 언제나처럼 조광조와 대간들은 사직을 청하며 끈질기게 주청드릴 것입니다. 전하께오서 지치실대로 지치셔서

         그들의 주청을 가납해주실것입니다. 바로 그때가 조광조를 찍어낼 호기입니다. 그때쯤이면 조정의 대신들 역시

         조광조의 독선에 역증을 날겝니다. 바로 이때를 놓치시면 아니될 것 입니다.

남곤,심정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 이번 일에는 남양군 대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남양군 대감께는 말씀을 드렸습니까?

심정 : 예, 마마의 말씀대로 금원군의 왕세자책봉을 약조드렸더니 한 팔 힘을 쓰시겠다고 하였습니다.

경빈 : (미소) 늙은 호랑이가 이사람이 던진 미끼를 문게지요.

남곤 : 하온데 나중에 조광조를 찍어낸 후에 남양군께오서 정말 금원군의 세자책봉을 거론하시오면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경빈 : 생전에 아버님께오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정치란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라고요.

         이미 천리를 흘러온 강물에서 예전의 물맛을 기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남곤,심정 : (무서운 여자다)...?!



s#32. 희빈 처소 일각


홍경주, 일각문 안으로 걸어오면 향이가 달려와 고개를 조아린다.


향이 : 남양군대감 오십니까요?

홍경주 : 오냐, 희빈마마께오선 계시더냐?

향이 : 예. (방쪽에다가) 희빈마마, 남양군 대감 드셨사옵니다.

희빈(E) : (방쪽에서) 오, 어서 뫼시어라.



s#33. 동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 희빈 앞에 바짝 붙어 뭔가를 소곤거리고 있다.

심각하게 듣고 있던 희빈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진다.


희빈 : 예에?!

홍경주 : 마마, 왜 그리 놀라시옵니까?

희빈 : 아,아버님 어찌 그런일을?!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홍경주 : 잘못될 일을 생각지 마시고 잘되었을 때 일만 생각하도록 하시옵소서.

희빈 : 하오나 이 사람은 두렵사옵니다.

홍경주 : 마마, 자식을 위해 못할 일이 무엇이겠사옵니까? 금원군이 보위에 오르는 일이옵니다.

희빈 : ('내 아들이 보위에 오른다')...?!

홍경주 : 마마, 하실수 있겠사옵니까? 아니 꼭 하셔야만 하옵니다.

희빈 : (침을 꼴딱 삼키고는..결심한 듯) 예, 아버님..이 사람 금원군을 위해서 하겠사옵니다.

홍경주 : 장하시옵니다! (품안에서 종이를 꺼낸다)..이 넉자 이옵니다. (건네면)

희빈 : (떨리는 손으로 받아 종이를 펼쳐 본다)..주..초..위..왕..?!


走, 肖, 爲, 王 이라고 넉자가 적혀있다.



s#34.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와 김정,김식,김구와 윤자임,기준,박세희, 박훈 등 여덟명이 각자 피를 토하듯 언성을 높이며 격론을 벌이고 있다.


조광조 : (경청하는)...!



s#35. 갖바치 마당


난정, 마당으로 들어선다.

당골네, 방문 밖으로 나오다가 난정을 보고 반갑게 맞는다.


당골네 : 난정아, 안그래도 내 마침 남소문 집으로 찾아가려던 참이었다.

난정 : 무슨 일로요?

당골네 : 무슨 일이라니? 오늘이 신방을 차리는 날이 아니냐? 내 음식장만도 하고 니 목욕시중도 들고..

난정 : 아주머니, 며칠 미뤘어요. 나중에 다시 기별을 드릴께요.

당골네 : 그래?..

난정 : (주변을 둘러보며) 갖바치 아저씨는요?

당골네 : 방에 계시다. 웬일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방안에만 박혀 계시는구나?

난정 : (방쪽으로 가며) 아저씨, 저 난정이에요.

갖바치(E) : (방안에서) 들어오너라!

난정 : (방쪽으로 가서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36.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방안으로 들어온다.

갖바치, 책상 앞에 앉아 읽던 <李衛公問對> 책을 덮고 난정을 맞는다.


난정 : 아저씨 어인 일이세요? 이때껏 아저씨께서 손에 책을 쥐신걸 뵌적이 없었는데?

갖바치 : (미소) 그랬더냐?

난정 : (농조) 무경칠서 병법서를 읽으시는 걸 보니 방책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갖바치 : 허허, 방책이라니? 심심파적 삼아 뒤적여 본게지. 헌데 네 어인 일로 발걸음을 했더냐?

난정 : (진지하게) 아저씨, 앞으로 조정일이 어찌될지 여쭤보러 왔어요.

갖바치 : (흠짓하여) 조정일이 어찌되다니?

난정 : 장차 조정암나으리와 정국공신들 간에 한바탕 피를 튀길 것이옴은 병서를 읽지 않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아니옵니까?

갖바치 : 음!

난정 : 결국엔 정암나으리께오서 꺽일 듯 싶은데 잘못된 짐작이온지요?

갖바치 : 조정암께오서 꺽인다?

난정 : 예, 헌데 거기까지는 짐작을 하겠으나 그 와중에 살아남는 방도에 대해서는

         이년 머리로는 아직 짐작키 어려운 구석이 있어 아저씨의 경륜을 빌리고자 왔습니다.

갖바치 : 난정아, 네 무슨 까닭으로 조정암께오서 꺽일것이라 했는지 짐작하겠으나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난정 : 하오면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갖바치 : 인간사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자연의 이치와는 또 다른 법이니라.

난정 : ...!

갖바치 : 무릇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천기를 살펴 시와 때를 알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에 알맞는 책략을 써야함은

            병법의 근본이 아니더냐? 그럼에도 일이 성사될지 여부는 오직 하늘만이 알고 계시는 것이다.

난정 : ..아저씨께서도 이번 일은 조정암 나으리한테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하온데 어찌 그분의 곁에 계시려 하시옵니까?

갖바치 : 음!..네 말대로 정암나으리의 조급한 성정이 일을 그르칠수도 있음이야. 허나 그렇다해도 그분의 뜻이 옳으니

            이렇듯 방구석에 틀여박혀 낡은 병서를 뒤적여가며 그분을 도울 방책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

난정 : ...아저씨, 정암나으리께오서 아무리 반듯한 분이라 하셔도 우리와는 신분이 다른 양반이세요.

         누가 누구를 찍어내든 우리같은 천출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 아니옵니까?

갖바치 : 조정암께오서 위훈삭제를 하시려는 뜻은 가짜 공신들에게 내려진 공신전을 환수하여

            백성들에게 되돌려주려 하심이니라.

난정 : 하오나 결국 그 땅 역시 결국엔 또 다른 양반님들한테 돌아갈 뿐 아니옵니까?!

갖바치 : ...그럴지도 모르지..허나 개혁이란 눈에 보이진 않아도

            언젠가는 백성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되어지는구나. 허니 그분을 따를밖에.

난정 : ...

갖바치 : 헌데 네가 걱정하는 분이 조정에 계신 분이더냐?!

난정 :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사옵니다. 하지만 아저씨께서 저를 꼭 도와주셔야 되옵니다.

갖바치 : ..!



s#37. 갖바치 대문 앞


길상, 대문 앞으로 다가오는데 술에 취한 방백인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


방백인 : (딸꾹하며) 어허, 거 참 별일일세.

길상 : ...?

방백인 : (요리조리 살피며) 어찌 자네같이 멀쩡하게 생긴 대장부가 평생 면총각두 못하구서 몽달귀가 될 팔자일까?!

길상 : ...

방백인 : 부적한장 쓰게! 허면 당장이라두 면총각 하는 것은 물론이구 계집들이 자네한테 와글와글 달라붙게 해 줌세.

길상 : 흰소리 말고 비켜서시오! (방백인을 무시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 (길상 뒤를 비틀비틀 따라들어간다)...!



s#38. 동 갖바치 마당


길상, 대문안으로 들어오는데 갖바치와 난정이 방밖으로 나온다.

길상, 난정을 보고 멈칫서고 난정, 역시 멈칫보다가 표정을 수습한다.


난정 : 아저씨, 허면 이만 가볼게요.

갖바치 : 오냐, 난정아..이번일에는 말을 아끼고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아니된다.

난정 : 예. (당골네에게) 아주머니 나중에 기별을 드릴게요.

당골네 : (따라가며) 그래..

방백인 : (들어오다) 오, 난정이 왔느냐?

난정 : 예, 나중에 또 뵈요.

당골네 : (방백인에게) 아유, 이 웬수, 돈 몇푼 거머쥐기만 하면 그새 또 술이유!

방백인 : 이 여편네야! 내 돈내고 내 입으로 내 술 마시는데 웬 잔소리여!

갖바치 : (작업대 평상에 앉으며 길상에게) 무슨 볼 일인가?

길상 : 정암 나으리의 전갈을 가지고 왔습니다.

갖바치 : 전갈?

길상 : 오늘 저녁 댁으로 잠시 들르시랍니다.

갖바치 : 알았네.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게.

길상 : 허면..(돌아서려는데)

갖바치 : 이보게, 자네 난정이를 아는가?

길상 : (흠짓 섰다가 그대로 돌아서 간다)..

갖바치 : (보며)..음!



s#39. 갖바치 대문 앞 길


길상, 대문밖으로 나와 난정의 행방을 찾듯 두리번 거린다. 허나 보이지 않는 난정.

길상, 실망한 듯 힘없는 발걸음을 떼어놓는데.


난정 : (E) 길상아.


길상, 돌아보면 담벼락 옆에 붙어서서 길상을 보고있는 난정.


길상 : ...!



s#40. 어느 정자 위


난정과 길상 사이에 보이지 않는 틈이 놓인 듯 떨어진채 자리를 잡았다.


난정 : 달래한테 들으니 객상들을 따라 장사를 떠났다고 하던데 어찌된 일이야?

길상 : ..달래한테는 말하지 마..괜한 걱정끼치기 싫으니까.

난정 : 허면 너 지금 조정암 나으리를 뫼시고 있는거야?

길상 : ..내 목숨을 맡긴 분이 명하신 일이니 따를수 밖에..

난정 : ...

길상 : 헌데 그 분을 뫼시면서..느낀게 많아..예전엔 양반들을 곱지 않게 봤었는데 그렇지 않은 분도 있구나..

         이분은 참 크신 인물이구나...

난정 : 길상아, 네 목숨 온전하게 보중하고 싶으면 정암 나으리 뫼시는거 당장 그만둬!

길상 : ..뭐어, 그게 무슨 말이니?

난정 : 괜히 양반들 권세다툼에 화를 입기 싫으면 당장 그만두란 말이야!

길상 : ...?!

난정 : 세세한 얘긴 할수 없지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허니 내 말대로 해.

길상 : ...!



s#41.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 짐꾼들이 짐을 부리는 것을 지휘하고 있다.

능금, 턱을 바치고 툇마루에 걸터 앉아있다.


능금 : (갸웃거리며 혼잣말)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씸이야?

달래 : (옆으로 다가오며) 언니 혼자 뭘 중얼거리고 있소?

능금 : (휙 일어나 송서방쪽으로 다가간다)..송서방 아저씨!

달래 : (보며)...?

송서방 : (돌아보며) 왜, 또 바쁜 사람을 부르는겨?

능금 : (불쑥) 월희가 누구요? 월희가 백도주 아저씨 딸 맞소?!

송서방 : (당황하며) 뭐,뭐라구? 능금아 네,네가 월희 아씨를 어찌 아는겨?

능금 : (내 짐작이 맞았구먼!)..내가 월희란 사람과 그리 많이 닮았소?

송서방 : (좌우눈치 살피며) 쉿! 이 객주 안에서 월희 아씨 이야긴 입도 뻥끗 말어!

능금 : (의아)..왜요?

송서방 : 백도주 어른께서 함구령을 내리셨어!

능금 : 함구령이요?!

송서방 : (좌우 눈치 살피며)..실은 월희 아씨께서...

백도주 : (헛기침을 하며 손에 옷을 싼 보퉁이를 들고 들어온다)

송서방 : (화들짝 놀라 표정 수습하며) 도주어른 나오십니까요?

백도주 : (끄덕여주고) 능금아, 잠시 들어오너라.


백도주, 아랫방안으로 들어가면 능금, 송서방을 힐끔보다가 따라 들어간다.



s#42. 동 객주 아랫방 안


방바닥에 더욱 화려한 비단옷이 놓여져 있다.

능금과 달래, 눈이 휘둥그레져서 본다.


백치수 : 능금아, 저녁때 귀한 손님들이 오실테니 이 옷으로 갈아입거라.

능금 : (보다가)..아저씨, 이왕이면 달래 비단옷도 한 벌 맞춤해 주시오.

달래 : (난처한) 아,아니오, 능금언니.

능금 : 어린애 옆에두고 나 혼자 비단옷 입기 좀 그렇소.

백치수 : 철딱서니 없는 소리!

능금,달래 : (찔끔)...?!

백치수 : 넌 지금 객주일을 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옷을 내어주는게다. 언젠가 달래도 객주일을 거들게 되면 그리 해줄것이야.

달래 : (머슥한) 예..전 괜찮아요..

백치수 : 허면 저녁먹고 늦지 않게 사랑채로 나오거라.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능금 : (궁시렁)..기왕에 태워버릴 비단옷..달래라두 주면 좀 좋아..?

백치수 : (휙-돌아 노려보며) 뭐라!

능금 : 아,아니요.

백치수 : (노려보다가 휙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 ('왜 저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s#43. 당추 암자 마당


당추, 동자승을 부르고 있다.


당추 : 원아-원아-

동자승 : (마당을 가로 질러 뛰어오며) 찾으셨사옵니까?

당추 : 오냐, 내 오늘부터 삼칠일간 면벽 수도에 들어갈터이니 곡기는 물론이고 물 한모금이라도 들여서는 아니되느니라.

동자승 : 예에? 하오나..스님?

당추 : 내 시키는대로 하거라. 그동안 신비마마를 잘 보살펴드리도록 해라.

동자승 : ..예.

당추 : (암자방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가서 들어간다)

동자승 : (그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는데)...

신비 : (빨래 소쿠리를 든 몸종과 함께 동자승 뒤편으로 다가와 선다) 스님.

동자승 : (돌아보며 합장) 보살님, 아직 계곡물이 찰텐데 빨래는 잘하시었사옵니까?

신비 : 예, 물이 어찌나 차던지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헌데 큰 스님께오서는요?

동자승 : 오늘부터 삼칠일간 면벽 참선에 드셨사옵니다.

신비 : (당추가 들어간 방쪽을 돌아보는)...?!



s#44.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손에 든 옥패를 한참 들여다 본다.

당추, 후회와 참회의 표정위로 내면에서 짜내는듯한 신음소리를 흘린다.

당추, 벽을 향해 결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는다.


당추 : ..나무관세음보살...



s#45. 난정모 마당


난정모, 햇볕에 무말랭이라도 널고 있는데 정윤겸,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난정모 : (보고 놀라) 대감마님!

정윤겸 : ..안으로 들어가세나. (방쪽으로 들어간다)



s#46. 동 난정모 방 안


정윤겸,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은 난정모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정윤겸 : 쯧쯧 못난 사람..그리 험한 일을 당해놓고 어찌 내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가?!

난정모 : (감격)...대감마님..

정윤겸 : 아네, 그동안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던 자네 심정이야 오죽했을라고? 모두 내 불찰일세.

            (난정모 손을 잡으며)..다시 집으로 들어오게.

난정모 : (보는)...?!

정윤겸 : 렴이 에미는 친정으로 보냈네. 렴이와 옥련이도 에미의 잘못을 보고 들은 터이니 다른 말은 없을걸세.

            허니 아무 걱정말게.

난정모 : 대감마님께오서 쇤네의 억울한 사연을 알아주셨으니 이제 더는 여한이 없사옵니다.

            하오나 대감마님께오서 쇤네 모녀를 용서해주신다 하여도 난정이는 댁에 들어가려 하지 않을것이옵니다.

            쇤네 또한 난정이 곁을 떠날 수가 없사옵니다. 하오니 쇤네 모녀를 이대로 살게 해주시옵소서.

정윤겸 : ...

난정모 : 대감마님, 쇤네 대감마님을 먼발치로 뵙는것만으로 감지덕지하고 살겠사옵니다.

정윤겸 : (한숨)..음..난정이가 저리된 것이 꼭 내 탓 인것 같아서 가슴이 아리구만.

난정모 : ...?!



s#47. 동 난정모 방 밖 마당


난정, 방앞에 서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난정, 눈물을 닦으며 대문쪽으로 가는데.


심퉁 : (급하게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난정아씨!

난정 : (낮게) 무슨일이니, 심퉁아.

심퉁 : 매향아씨께서 급히 찾으셔유.

난정 : ...?



s#48.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난정, 급하게 걸어와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심퉁이 그 뒤를 따른다.



s#49.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남곤,심정, 홍경주가 술상 앞에 앉아있다.

옥매향, 탄금이 향심이가 술시중을 들고 있다.


심정 : 남양군대감 우리들이 의기투합했으니 이제 조광조는 벼랑 끝에 선 것이나 진배 없소이다.

남곤 : 암요, 오늘 같은 날 한잔 아니 마실수 없지요. (술잔들며) 자 드시지요.

홍경주 : (옥매향을 힐끔보며) 허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인데

            대감들께오선 어찌 조심성 없이 말씀들을 하시오?!

남곤 : 심려 거두시옵소서, 이 기방에서 나누는 말씀은 기방담장을 넘지 않사옵니다.

심정 : 남양군대감께오서는 장통교 자운아 기방의 소문도 듣지 못하셨사옵니까? 허허!

홍경주 : ..그래요?

남곤 : (옥매향 보며) 모처럼 귀한 손님을 모셔왔는데 네 에미는 어찌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게냐?

옥매향 : 뎔에 가셨으니끼니 뎌녁때 돌아오실기야요.

홍경주 : (옥매향을 보며) 네 정말 곱구나. 어디 네 손 한번 만져보자, (매향의 손을 잡으며) 참으로 보드랍구나. 허허.

옥매향 : (손을 빼고 억지 웃음지으며) 이년 댬시 둄 나갔다오갔습네다. (일어서서 방 문 밖으로 나간다)

남곤 : 남양군 대감, 저 아인 판부사가 소실로 점찍은 아이올시다. 괜한 눈독 들이셨다가는 큰 일 나시옵니다.

홍경주 : 그래요? 허허허!



s#50. 동 자운아 안채 마당


옥매향, 안방에서 나오다가 중문안으로 들어오는 난정과 심퉁을 본다.


옥매향 : (난정쪽으로 다가오며) 난뎡아.

난정 : (웃음소리가 들리는 안방쪽을 보며) 대낮부터 어인 술손님이니?

옥매향 : 됴뎡 대감들이신데..아무래도 말씀하시는거이 심상티가 않아서 너를 불른기야!

난정 : 심상치가 않다니?

옥매향 : (난정의 귀에다 뭐라고 소곤거리면)...

난정 : (놀라는 눈빛)...!



s#51. 중궁전 외경


김씨(E) : 중전마마, 봉은사 회임불공을 그치시라 분부하신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s#5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당의를 입은 김씨가 앉아있다.


윤비 :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내 시키는대로 따라주세요. 때가 되면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씨 : (보는)..마마, 소첩을 믿지 못하시는 것이시옵니까?

윤비 :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일부러 알아서 좋을게 없다는 말씀입니다.

         허니 이 사람 뜻대로 해주세요!

김씨 : (섭섭함)...!



s#53. 동 중궁전 뜰 앞


김씨, 중궁전에서 나와 계단쪽으로 걸어간다.

난정, 급한 걸음으로 중궁전 계단쪽으로 다가와 계단을 오른다.

난정,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보면 김씨가 계단을 내려오려는 중이다.


난정 : (굳은 표정으로 멈춰서는)...!!

김씨 : (그제서야 난정을 알아보고 경악한다)...?!


난정과 김씨, 굳은 듯 멈춰선채 상대를 바라본다.

난정의 굳은 표정이 어느순간 펴지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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