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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3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16|조회수61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33











s#1. 어느 초가 골목길


난정, 입에 재갈을 물리는 딱부리패들에게 거칠게 발버둥치며 저항한다.

딱부리가 눈짓하면 패거리들이 난정을 끌고 가려는데..

휘릭- 공중제비를 넘으며 나타난 길상이 앞장서서 오던 패거리 한 놈을 발길질로 퍽-날려버린다.

길상, 딱부리패거리들 앞을 막아서서 노려본다.

딱부리패거리들, 의외의 방해꾼의 등장에 움찔 멈춰선다.


난정 : ('길상아!' 보는)...!!

길상 : (분노의 눈빛) 딱부리 네 이놈! 아직도 손을 씻지 못했느냐?!

딱부리 : ('또 네 놈이냐?' 보다가)..너하고 상관 없는 일이니, 비켜서라!


길상, 난정 쪽으로 다가서면 딱부리의 눈짓에 따라 패거리들이 덤벼든다.

길상, 날렵한 재주넘기와 능숙한 태견 솜씨로 패거리들을 때려눕힌다.

골목 여기저기로 나동그라지는 패거리들.

딱부리, 낭패한 듯 보다가 단도를 뽑아 잡고 있던 난정의 목에 겨눈다.


딱부리 : 멈춰라!

길상 : (휙-보며) 그 처자한테 터럭만한 상채기라도 낸다면 네놈 명줄은 내가 끊으마!

딱부리 : (비웃음) 왜, 네 계집이라도 된다더냐?!

길상 : (쏘아보며 다가가는데)...!

딱부리 : (난정 목에 칼을 더 바짝 대며 비웃음) 어디 한번 다가와보지?

길상 : (멈춰 선 채로 노려보는)...!


딱부리, 난정을 끌고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데...

난정, 틈을 살피다가 순간 뒷발질로 딱부리의 급소를 차버리고 길상쪽으로 튄다.

딱부리,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난정의 뒤를 쫓으려는데

어느새 길상이 휘릭- 땅재주를 넘으며 딱부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후, 딱부리의 목줄기를 밟고 선다.


딱부리 : (움찔)...?!!

길상 : (쏘아보며) 이 처자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게냐?

딱부리 : ..계,계집구실 못하게 해달라는 청을 받았다.

난정 : ('청?!' 경악하는)...!!

길상 : (어금니를 물며) 언놈이냐?!

딱부리 : ...모,모른다.

길상 : (목을 밟은 발에 힘을 주며 버럭) 언놈이냐니까?!

딱부리 : 저,정말이다. 누군지는 모르고..뺨대기에 차돌만한 점이 박힌.. 저,점백이 도령이었다..

난정 : ('정렴이구나?!')..점백이!!

길상 : (가늘게 보며)..앞으로 두 번 다시 이 처자에게 손을 대면 제삿밥을 먹을 것이야! (딱부리 목줄기에서 발을 치운다)..

딱부리 : (휴-안도하는)..!

길상 : (난정의 재갈을 풀어주며)...난정아, 다친데는 없니?

난정 : (끄덕끄덕)...

길상 : 가자..


길상, 난정을 데리고 골목길 밖으로 걸어가면 패거리들 길을 터준다.

딱부리, 길상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단도를 움켜쥔다.

딱부리, 길상에게 휙-덤벼든다.


난정 : (돌아보며) 길상아!! ('위험해!')


길상, 몸을 틀며 찔러 들어오는 딱부리의 칼 쥔 손목을 쳐버린다.

휙-튕겨져 나가는 단도.

동시에 길상, 딱부리의 뒷통수를 수도로 퍽-내리찍는다.

쿵-바닥에 널부러지는 딱부리.


길상 : (패거리들을 살기등등 노려보며) 명 재촉하고 싶은 놈들은 나서봐!

패거리들 : (길상의 살기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길상, 패거리들을 노려보며 난정을 데리고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그제서야 패거리들이 쓰러진 딱부리쪽으로 우르르 달려간다.



s#2. 동 초가 골목길 밖


난정과 길상, 초가 골목길을 빠져나온다.


난정 : (보며)..길상아...

길상 : (빠져나온 골목쪽을 살피며) 뒤를 밟힐지 몰라, 얼른 여길 빠져나가야 돼!


길상, 난정을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s#3. 갖바치 마당


당골네, 키질을 계속하고 있고...

방백인, 술에 취한 듯 평상에 길게 누워 흥얼거리고 있다.


갖바치 : (방문 열고 마루로나오며) 아주머니, 찻물 좀 더 올려주시겠소?

당골네 : ..그리 합죠. (부엌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 (취한) 형님, 선비님들과 시국담은 잘 돌아가오?

갖바치 : 시국담은 무슨? 그저 차대접이지.

방백인 : 형님, 조정이 어찌 뒤집어지든 양반님들 세상인데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요?

            우리 같은 천것들이야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서 한평생 사는 게지요.

갖바치 : (엄하게) 자네 취했구먼?! 추태 보이지 말고 들어가 자게!

당골네 : (부엌밖으로 나오며)..임자, 얼릉 들어갑시다. (방백인을 부축하여 방으로 들어가는데)

갖바치 : (둘러보며) 헌데 길상이 총각은 어딜 갔나?

방백인 : 그 몽달귀 총각놈..이 여편네하고 난정이 얘길 하는 사이에 방귀 새듯 사라져 버립디다.

갖바치 : ...?!



s#4. 난정 초가 마당


난정과 길상,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길상 : 됐어, 이제 아무 일 없을거야.

난정 : ('고맙다')...

길상 : 몸조심 해..(보다가)..이만 가 볼게..(돌아서는데)

난정 : ..길상아!

길상 : (돌아보는)...

난정 : ..잠시 숨이라도 돌리고 가..

길상 : ...?!



s#5. 동 초가 방 안


난정, 길상의 찻잔에 차를 따라준다.


길상 : (보며)..난정아, 널 해꼬지하라고 청했다는 점백이가 누군지 짐작이 가니?

난정 : (흠짓)..점백이?! (표정 감추며)..아니..누군지 모르겠어..

길상 : (차를 마시며 보는)...

난정 : (찻잔 들다가)..참 이상해..

길상 : (보며)...뭐가?

난정 : 그 자들에게 붙잡혔을 때..그리 화급한 경황 중에도 어인 까닭인지 마음이 편안했어.

길상 : ...?!

난정 : (미소) 아마 내 마음 한구석에 네가 나타나서 구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나봐.

길상 : ..실은 갖바치 댁에서 네가 왔었단 소릴 듣고 물어 볼 말이 있어 네 뒤를 쫓았던게야.

난정 : (보며) 물을 말이라니?

길상 : 일전에 네가 조정암 나으리께서 큰 화를 당하실거라 했지?

난정 : 길상아..니가 내 말은 듣지 않을 듯 싶으니 그 얘긴 그만두자.

길상 : 난정아, 누가 조정암 나으리를 노리던 나으린 꼭 내 손으로 지켜드릴거야.

난정 : (저으며)..네 힘으로는 막을 수 없어..아니 어느 누구도 막을수 없어..정암나으리를 노리는건 자객의 비수가 아니라...

         정치권세야..그들의 뒤에는 이나라의 군주이신 상감마마께오서 계시고...!

길상 : ...뭐라?!!



s#6. 중궁전 외경


윤비(E) : 주초위왕?..주초위왕이라?!



s#7.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서 <走肖爲王> 나뭇잎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윤비 앞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오상궁, 이것을 어디서 구했는가?

오상궁 : 후원 나무 잎사귀마다 벌레가 글짜를 새기듯 파먹고 있사옵니다.

            또한 말라 비틀어진 낙엽들이 뒷바람에 날려 대궐마당에 지천으로 굴러다니고 있사옵니다.

윤비 : (깊이 생각하는)..음..!

엄상궁 : 중전마마, 벌레들이 잎을 갉아먹어 글짜를 새기다니 이는 아무래도 상서롭지 못한 징조인 듯 하옵니다.

윤비 : ..엄상궁, 후원에 나가 아직 벌레가 갉아먹지 않은 나뭇잎들을 따오게.

엄상궁 : 벌레가 들지 않은 잎들을 말씀이옵니까?

윤비 : (끄덕이며) 그렇네. 속히 걸음을 하게.

엄상궁 : (조아리며) 예.마마. (일어서서 오상궁과 함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다시 나뭇잎을 보며)..주초위왕...(의미심장) 주초가 왕이 된다...?!



s#8.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연상위에 놓인 <走肖爲王> 나뭇잎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향이, 희빈 앞에서 쌩끗 웃고 있다.


희빈 : 향아, 참으로 애 많이 썼다! 차후로 너는 이 일에 대해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것이니라! 알겠느냐?!

향이 : 예, 마마. 앞으로 이년은 침 먹은 지네가 될것이옵니다.

희빈 : 오냐, 그래 모쪼록 그래야지..

나인(E) : (방문 밖에서) 희빈마마, 창빈마마 드셨사옵니다.

희빈 : (향이에게 눈짓하며) 나가보거라.

향이 : 예. (일어선다)

희빈 : (나뭇잎들을 연상서랍속에다 넣고 방문 밖보며)..뫼시어라.


방문이 열리면 창빈이 들어오고 향이, 창빈에게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희빈 : 창빈, 안색이 불편해 보이시는구려?

창빈 : 희빈, 이것 좀 보세요. ('走肖爲王' 나뭇잎을 꺼내 내민다)

희빈 : (짐짓) 이것이 무엇이오?

창빈 : 지금 이 나뭇잎 때문에 궐내가 뒤숭숭한데 희빈은 모르고 계시었소?

희빈 : 이 사람은 금시초문이요..(보며) 나뭇잎에 뭔가가 새겨진 듯 하구려?

창빈 : 주초위왕..이라는 넉자가 새겨져 있어요.

희빈 : 주초위왕이요? (자세히 보는척) 이 사람은 잘 모르겠는데요?

창빈 : 주초위왕!..주초가 왕이 된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대체 이게 무슨 징조인지 이 사람은 가슴이 떨립니다.

희빈 : (진지하게 나뭇잎을 보는척 하면서 몰래 쌩끗 웃는)...!



s#9. 경빈 처소 외경


경빈(E) 웃음소리-



s#1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走肖爲王>나뭇잎을 보며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가득하다.


경빈 :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하더니..희빈이 이번 일을 잘 해냈구먼?!

금이 : 하온데 마마, 주초위왕이란 것이 무슨 뜻이옵니까?

경빈 : (미소) 차차 알게 될 것이니라. 것보다 금아, 이 나뭇잎에 대한 소문을 궐내 구석 구석 퍼뜨려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향이 : 예, 마마.

경빈(E) : (벼르는 얼굴위로) 조광조, 네놈은 이제 끝장이 난게야!..(살기띈 미소)...!



s#11. 편전 외경


중종(E) : 뭣이라?! 대간들이 복직을 하지 않겠다니?!



s#12. 동 편전 방 안


중종, 윗목에 앉아있는 김승지를 노기띈 얼굴로 본다.

중종 앞에 앉아있는 정광필, 안당, 김전이 난감한 듯 서로의 얼굴을 본다.


중종 : 과인이 정국공신 열아홉명의 훈작을 삭제했는데도 모자람이 있단 말이냐?!

김승지 : 대사성 김식까지 사직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뭐라 대사성까지 사직을 청해?! 허면 성균관 유생들까지 과인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뜻이 아니더냐?!

일동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중종 : 허어, 군주가 뜻을 굽혔거늘 어찌 과인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뜻을 꺽으려고만 드는가?!

정광필 : 전하, 삼사에서 주청드린 나머지 쉰 일곱명의 훈작에 대해서도 잘못됨이 있다면

            삭훈하시어 바로 잡으심이 가한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휙-보며) 뭐라?! 그것이 의정부 신료들의 뜻이오?

안당 : 삼사의 주청은 공론이옵고, 공론을 억누르는 것은 언로를 닫게 되는 것이 옵니다.

중종 : (울컥하여 버럭 연상을 탕-내려치며) 어찌하여 의정부에서조차 과인보다는 조정암의 뜻을 따르고 있는것인가?!

          대체 이 나라의 군주가 과인이요, 조광조요?!

정광필 : 전하!

중종 : 참으로 답답하구려!

김전 : 전하, 당시 공신을 녹훈하는 일에 관여한 남양군을 불러 그때의 일을 물으시오면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음! (김승지에게) 승지는 당장 남양군을 입궐하라 명을 내리라!

김승지 : 예, 전하.

일동 : (심상치 않다)...!



s#13.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앞에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남곤 : 전하께오서 우리 공신들중 열아홉명의 훈작을 삭제하라 명하셨는대도 조광조와 대간이 복직하지 않았답니다.

홍경주 : (비웃음) 흠, 구상유취한 사림 놈들이 제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먼!

심정 : 우리 공신들의 목숨이 대감과 희빈마마께 달려있사옵니다.

홍경주 : 염려놓으시오!

남곤,심정 : 대감만 믿겠사옵니다.

홍경주 : (휙-보며) 대신 우리 금원군이 반드시 왕세자에 책봉 될 수 있도록

            두분 대감께서 하신 약조를 반드시 지키셔야 할 것이오!

심정 : 믿으시옵소서!

홍경주 : 이사람도 두분 대감을 믿겠소이다. (흡족하게 찻잔을 들고 마시려는데)...

집사(E) : (방밖에서) 대감마님, 궐에서 대전별감이 나오셨사옵니다.

홍경주 : (흠짓 방밖을 보며) 대전별감이?!

남곤 : 되었사옵니다, 드디어 전하께오서 대감을 불러들이시는 것이옵니다.

심정 : 대감, 잘 하시어야 하옵니다. 이나라 조정의 운명이 대감의 말씀 한마디에 달려 있사옵니다!

홍경주 : (결연하게 끄덕이는) 음!



s#14. 중궁전 방 안


소반 위에 멀쩡한 나뭇잎들이 놓여있다.


윤비 : (앞에 앉은 엄상궁에게) 이것이 후원에서 따온 나뭇잎들이 분명한가?

엄상궁 : 예, 마마.

오상궁(E) : 중전마마, 소주방(燒廚房) 상궁나인들 들었사옵니다.

윤비 : 들라해라.

오상궁(E) : 예.


방문이 열리면 상궁 둘과 나인 셋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조아린다.


윤비 : (보며) 앉거라.

엄상궁 : (엄하게) 앉으랍시네!

상궁,나인들 : 예. (소반 앞에 앉는다)

윤비 : (둘러보며) 너희들은 수라를 차리는 소주방에 있으니 맛에 대해서는 누구구보다 잘 알겠지..

상궁,나인들 : ...황공하옵니다.

윤비 : 소반 위에 놓인 나뭇잎 앞면을 혀로 핥아 보거라!

상궁,나인들 : (움찔 놀라 윤비를 보는)..?!

엄상궁 : 뭣들 하느냐? 중전마마의 명이시다. 어서 나뭇잎을 혀로 핥아라!

상궁,나인들 : 예.


상궁,나인들이 나뭇잎 몇장씩을 들고 혀로 핥으며 맛을 본다.


윤비 : (보다가 상궁1에게) 맛이 어떠하냐?

상궁1 : ..다옵니다.

윤비 : 달다?...(다른 상궁 나인들을 보며) 너희들도 말해보라.

상궁2 : 다옵니다.

나인1 : 다옵니다.

나인2 : 다옵니다.

나인3 : 다옵니다.

윤비 : (상궁나인들의 반응을 유심히 보다가)..애들 썼다. 이만 물러들 가거라.

엄상궁 : 물러들가랍신다.

상궁,나인들 : 예. (일어서서 조아리고 뒷걸음질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 (연상 위의 <走肖爲王>나뭇잎을 보며)..나뭇잎이 달다..?..달다?!..

엄상궁 : (윤비를 보는)...?

윤비 : (결심한듯) 엄상궁, 내 대비전으로 들것이야.



s#15. 대비전 앞 뜰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s#16.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走肖爲王> 나뭇잎을 보고 있다.


자순대비 : (혼잣말)..허, 대체 이 무슨 조화일꼬?



s#17. 동 대비전 복도


윤비, 조상궁 앞으로 다가와 선다.


조상궁 : (방쪽에다)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E) : 뫼시어라.

조상궁 : 예. (윤비에게) 드시지요.



s#18.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방으로 들어와 조아린다.


자순대비 : 중전, 문후 들기엔 아직 이른 시각인데 어인 발걸음을 하시었소?

윤비 : (앉으며) 신첩, 대비마마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어 걸음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아뢸 말씀?')..?!

윤비 : 마마, 주초위왕이란 말을 들어보셨사옵니까?

자순대비 : 주초위왕이요?..궁궐안이 그 일로 뒤숭숭한데 이 늙은이가 어찌 모르겠소?

               (연상위의 나뭇잎을 들어보이며) 내 안그래도 이것을 보고 있던 중이었소.

윤비 : ...

자순대비 : 벌레들이 잎사귀에 글귀를 새겼다면 틀림없이 하늘이 내리는 무슨 징조임이 분명할 터인데

               이 대체 길한 징조인지 흉한 징조인지 이 늙은이는 짐작 조차 할 수가 없구려.

윤비 : 마마, 그 나뭇잎에 새겨진 주초위왕이라는 넉자로 하여 장차 조정에 큰 화를 불러올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뭬,뭬요? 화?!

윤비 : 신첩 좁은 소견으로 주초위왕이라는 글귀는 파자(*破字)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놀라) 파자(破字)요?!

윤비 : 예, 주초위왕의 주(走)와 초(肖)를 합치면 나라 조(趙)자가 되옵니다. 하오니 주초위왕이라 함은 곧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 되옵니다.

자순대비 : (가슴이 덜컹하여)..조씨가 왕이 된다...? 조씨가..?

윤비 : 예, 신첩 생각엔 그 조씨는 다름 아닌 대사헌을 일컬음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경악하는) 뭐,뭐요?! 허면 조, 조광조?! 허, 허면 이 나뭇잎에 새겨진 뜻이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뜻이란 말씀이오?!

윤비 : 분명 그런 뜻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럴수가..? 이럴수가?!..(연상을 쾅 내려치며) 기필코 조광조 그자가?!

윤비 : 마마, 고정하시옵고 깊이 살펴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중전, 하늘이 나뭇잎으로 징조를 주시어 조광조 그자의 역심이 만천하에 드러났거늘

               대체 무엇을 더 살피라는 것이요?!

윤비 : 대비마마, 벌레들이 잎사귀를 파먹은 것은 하늘이 내리시는 징조가 아니오라

         누군가가 대사헌을 궁지에 몰고자 모함하는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모함이라?!

윤비 : 예. 마마.

자순대비 : (찌푸리며) 뭐라, 허면 이것이 사람의 짓이란 말이오?

윤비 : 예, 마마. 신첩이 아직 벌레가 먹지 않은 나뭇잎을 가져다 수랏간 상궁, 나인들에게 맛을 보게 하였사온데

         글귀를 따라 단 맛이 배어있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다,단맛?!

윤비 : 예, 또한 주초위왕이라 쓰여진 나뭇잎들이 발견된 곳은 후원이옵니다. 구중 궁궐가장 내밀하고 엄중한 곳에

         어찌 외부인이 들어와 그런짓을 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신첩 생각엔 누군가 후원 나뭇잎마다 꿀을 찍어

         주초위왕이라는 글자를 써놓은 탓에 벌레들이 그 단맛을 쫓아 나뭇잎을 갉아 먹은 것이란 생각이 드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대체 누가 무슨 까닭으로 이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단 말이오?!

윤비 : 신첩 역시 그 자세한 내막은 알수 없사오나 짐작컨대 전하와 대사헌을 이간시키려 자들의 사특한 간계라 사료되옵니다.

         지금 조정에서는 삼사의 위훈삭제 주청을 놓고 전하의 심기가 불편하시다 들었사옵니다.

         만에 하나 이 일이 전하나 조정에 알려지면 조정에 큰 화를 부르는 빌미가 될지도 모르옵니다.

자순대비 : (날카롭게 보며)...음!

윤비 : 하오니 대비마마께오서 함구령은 물론이옵고 발설한 자에 대하여서는 혀를 자르시겠다는

         엄한 명을 내리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중전께서는 어찌 아직도 대사헌을 감싸고 도시는겝니까?! 이 늙은이는 중전의 속내가 의심스럽구려!

윤비 : 마마, 신첩은 누구를 감싸는 것이 아니오라 이 나라 왕실과 조정에 안위를 위해 말씀을 아뢰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왕실과 조정의 안위요?!

윤비 : 예, 마마. 전하께오서 조대헌을 등용하시어 지난 네해 동안 도학정치의 초석을 닦으려 하시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의 반듯한 말씀이 이 늙은이 귀에 모두 다 올바른 말씀으로만 들리는 것은 아니오!

               또한 중전께서 조정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모양새도 좋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윤비 : 마마, 이번일은 비단 조정뿐만 아니라 궐내에 내명부가 깊이 얽혀 있다고 생각 되옵니다! 신첩, 누군인지 짐작은 하오나...

자순대비 : 중전! 그 입 다무시오! 이제보니 중전께서 참으로 큰 일을 내실 분이구려!

               이번일이 조정과 내명부가 한통속이 되어 벌인 짓이라니요?!

윤비 : 대비마마.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좀 더 상량해 본 뒤에 명을 내리도록 할터이니 중전께서는 성급한 판단을 내려

               괜한 평지풍파를 일으킬 생각일랑 마시오!

윤비 : (보는)...

자순대비 : 이만 물러가서 입 다물고 계시오!

윤비 : (조아리고 일어선다)

자순대비 : (나가는 윤비의 뒷모습을 못마땅하게 노려보는)...음!



s#19. 대비전 뜰 앞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을 나와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윤비 : 엄상궁.

엄상궁 : 예,마마.

윤비 : 후원 동산에 주초위왕이 새겨진 나무들을 베어내도록 하게. 또한 벌레가 갉아먹은 나뭇잎들은 남김없이 수거하여

         모조리 불태우게. 이 일에 대해 내명부 상궁나인들은 물론이고 무수리들까지 단단히 입단속을 시켜야 할 것이야.

엄상궁 :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윤비 : 오상궁, 자넨 빈들 처소에 기별을 하여 중궁전으로 들라 이르게.

오상궁 : 예, 마마.


윤비, 대비전을 돌아보고는 엄상궁, 오상궁을 거느리고 가버린다.



s#20. 당추 암자 외경


열린 법당문 안으로 신비와 언년이가 불공을 드리는 모습이 보이고

동자승이 마당을 쓸고 있는 한가로운 모습위로


당추(E) :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음..!



s#21. 동 당추 암자 방 안


면벽참선을 하는 당추의 얼굴이 괴롭게 일그러진채 신음을 토해낸다.



s#22. 형장 가는길(INSERT)


조광조와 김식,김정,김구,윤자임,기준,박세희,박훈이 봉두난발에 피딱지앉은 얼굴로 굴비처럼 오라에 엮어 형장으로 걸어간다.



s#23. 형장(INSERT)


조광조와 그 일행들, 결연하게 꿇어 앉아있다.

춤추던 망나니의 칼이 조광조의 목을 내려치는데.



s#24.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 (헉-신음을 토하며 눈을 번쩍 뜬다)...!


당추, 뭔가 심상치않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25. 조광조 집 근처 골목


조광조, 휘적휘적 걸어오는데 골목길에 섰던 윤원형이 반갑게 다가온다.


윤원형 : 대사헌 영감 처음 뵙겠사옵니다.

조광조 : (경계하듯 보며) 뉘시오?

윤원형 : 백성들의 칭송하여 우러러 뵙는 대사헌 영감을 시생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인사 받으시옵소서!

            (땅바닥에 넙죽 절을 한다)

조광조 : (당황하여) 이거 왜 이러시는게요? (일으켜 세우며) 어서 일어나시구려!

윤원형 : (일어나며 히죽 웃는)..



s#26.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 윤원형에게 차를 따라준다.


조광조 : 헌데 누구신데 이 사람을 찾아왔소이까?

윤원형 : 예, 시생은 윤원형이라 하옵고 파산부원군께서 시생의 가친되시옵지요.

조광조 : (놀라며) 허면?

윤원형 : 예, 시생이 중전마마의 오래비가 되옵니다.

조광조 : (굳어지며) 헌데 무슨 일로 이 사람을 찾아오셨소이까?!

윤원형 : (미소) 중전마마께오서 대사헌 영감의 청고한 기개에 대해 칭찬이 마를 날이 없으시옵니다.

            시생이 문후 여쭈러 입궐할 때 마다 항상 이르시길 대사헌 영감을 본 받으란 당부를 매번 하시옵지요.

조광조 : (곱지 않다)..음! 이사람은 외척과는 한자리에 앉고 싶지 않소이다!

윤원형 : 외척..?! 외척이라?!..예, 알겠사옵니다. 한자리에 앉고 싶지 않으시다면 일어나야겠지요! (일어서서 나가는데)

조광조 : 이보시게!

윤원형 : (돌아보며 혹시나) 예에?

조광조 : 중전마마께 문후를 드릴 때 말씀을 여쭈어주시오. 중전마마께오서 이 사람을 생각해 주시는 것은 황감한 일이오나

            조정일과 왕실의 일은 다른 법이니 앞으로 조정일에는 일체 관여치 않으시는게

            중궁전의 올바른 내조일 것이라고 말씀이오!

윤원형 : (굳어지며) 예, 꼭 말씀하신대로 한자도 빼놓지 않고 올려드리지요! (불편한 심기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조광조 : ...!



s#27. 조광조 집 근처 골목길


윤원형, 걸어오다가 대문쪽을 휙-돌아본다.


윤원형 : 전하의 면전에서도 정승들 면박주기 일쑤라더니 과연 앞뒤가 꽉 막힌 위인이로구먼! 에잉?! (휘적휘적 가버린다)

길상 : (담벼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윤원형 뒷모습을 보며)...!!



s#28. 윤원형 안 사랑채 외경


윤원형(E) : (놀란) 뭐라고요? 난정이가 또 찾아왔었다구요?!



s#29. 동 윤원형 안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앞에 윤원형이 놀란 얼굴로 앉아있다.


윤원로 : 그래, 이번엔 제수씨가 일편단심을 불러들인 모양이더라.

윤원형 : (혼잣말)..허, 부인이 무슨 일로?!

윤원로 : 이눔아, 무슨 일이건간에 그 애가 조만간 이 집에 들어올 모양이던데 너 증말 일편단심을 첩실로 들일참이냐?!

윤원형 : 이 집에 들어오다니요? 형님, 그 무슨 말씀이옵니까?!

윤원로 : 고 계집이 아버님께 극진한 봉양을 하겠다는 당돌한 말까지 남기고 갔다.

윤원형 : 아,아니 난정이가 그런 되바라진 말까지 했단 말씀이옵니까?

윤지임 : 어쨌든 첩실 들이는 것은 아니된다! 내 오늘 별좌다닐 때 동료들을 만나보니 요즘 조정 돌아가는 형국이

            살 얼음판이라더구나. 이렇듯 하수상한 시절에 장가든지 얼마 안된 네가 첩실을 들인다면

            중전마마께도 누가 될뿐아 니라 괜히 사돈댁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는 일이야. 이 애비 말뜻을 알겠느냐?!

윤원로 : 암요, 독수공방하시는 아버님과 이 형을 놔두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 되옵지요!

윤원형 : 아버님, 심려거두시옵소서. 소자 만에 하나 난정이를 첩실로 들이는 한이 있어도

            절대 이 집으로 들이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원로 : 뭐,뭐라? 허면 첩실로 들이긴 들일 작정이냐?

윤원형 : 말인즉슨 그렇다는 말이지요..허면 소자 물러가옵니다. (일어서서 나간다)



s#30. 동 윤원형 중문 안 마당


윤원형, 중문쪽으로 나가려다가 돌아다 보면 배천댁, 걸레대야를 들고 우물 쪽으로 걸어간다.


윤원형 : 이보게 배천댁!

배천댁 : (멈춰서 조아린다)..예!

윤원형 : 아씨 초당에 계시는가?

배천댁 : 아씨께오선 조금 전에 참판댁에 가셨는뎁쇼.

윤원형 : 참판댁에?!

배천댁 : 예.

윤원형 : (갸웃)..거긴 왜 갔지?



s#31. 김안로 사랑채 외경


황서방(*김안로 집사)이 김씨를 사랑채 앞으로 인도하여 선다.


황서방 : 대감마님! 교동 아씨 오셨사옵니다.



s#32.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벼슬과 이름이 적힌 명단 옆에 '元子''功臣''士林' 등을 적고 있다가 흠짓 방밖을 돌아본다.


김안로 : (의아한 표정..명단을 접어 연상 서랍속에 넣으며)..뫼시게.



s#33. 동 사랑채 방 밖


황서방 : 예. (김씨에게) 드시지요.

김씨 : (사랑채 대청위로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



s#34. 동 사랑채 방 안


김씨, 방안으로 들어와 김안로에게 절을 올리고 앉는다.


김안로 : (농조) 허허, 출가외인인 네가 어찌 친정 쪽에 발걸음을 했느냐?

김씨 : (진자한) 숙부님께 여쭐 말씀이 있어 왔사옵니다.

김안로 : ..여쭐 말이라?

김씨 : 숙부님, 난정이란 아이를 아시옵니까?

김안로 : 난정이?..난정이라? (안다) 허허..윤서방이 난정이란 기생 때문에 네 속을 긁어 놓은 모양이구나?

            내 윤서방에게 따끔하게 타일러 놓을테니 너무 염려말거라.

김씨 : ...투기심 때문에 온것이 아니옵니다.

김안로 : 허면?

김씨 : 난정이란 아이가 기생의 신분으로 대궐출입을 하고 있사옵니다.

김안로 : 뭐라?! 대궐출입?!

김씨 : 그것도 지엄한 중궁전에 스스럼없이 드나들고 있었사옵니다.

김안로 : 허어, 그럴 리가 있나?

김씨 : 제 눈으로 본 사실이옵니다. 난정이가 중전마마의 뒷배를 믿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무도한 언행을 일삼고 있사옵니다.

         이러다가 중전마마나 서방님께 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숙부님께오서 자초지종을 살피시어

         부디 일이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사 청을 드리러 온것이옵니다.

김안로 : 네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큰일이로구나!

김씨 : ...



s#35. 편전 방 안


중종, 괴로운 심정으로 앉아있다.


중종(E) : 참으로 한심한 일이로다..일국의 군주란 자가 아무것도 제 뜻대로 하지 못하고

             총애하는 신하에게 이리 휘둘리고 있으니.. (얕은 한숨을 내쉰다)



s#36. 동 편전 복도


홍경주, 대전내관 앞으로 다가와 선다.


대전내관 : (방쪽에다) 전하, 남양군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드시라해라.

대전내관 : 예. (홍경주에게) 드시지요.

홍경주 : 음! (열리는 방문쪽으로 들어선다)



s#37. 동 편전 방 안


홍경주, 방안으로 들어와 중종에게 조아리고 앉는다.


홍경주 :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남양군, 잘 오시었소. 과인이 오랜만에 경의 얼굴을 보고도 싶고 또한 병인년에 공신책록에 관한 일로

         몇가지 하문할 것이 있어 파발을 띄웠소.

홍경주 :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전하, 신 남양군 홍경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뢰겠사옵니다!

            삼사에서 주청올린 정국공신들의 훈작을 모두 삭제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의외다) 뭐,뭐라? 남양군 지금 제정신이시오?!

홍경주 : 신을 비롯한 정국 공신들이 병인년 거사를 일으켜 폭군 연산을 몰아내고 전하를 추대한 것은

            오직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한 충정이었사옵니다. 하온데 지금 삼사의 젊은 사림들이 당시의 공과를 따지겠다고 하오니

            기가 막혀 이리 진언드리옵니다!

중종 : ...!

홍경주 : 전하, 병인년의 폭군을 몰아내고 종사를 바로 세운 일은 이 나라의 건국에 버금가는 막중한 일이었사옵니다.

            바로 전하께오서 그 일을 해내신 것이옵고 누대 만세에 전하의 업적은 칭송될 것이옵니다.

            그리고 전하를 따르고 뫼시던 공신들은 그 공과에 따라 일등서부터 사등까지의 공신 칭호를 받았사옵니다.

            이 공신칭호는 가문이 이어지는한 광영일 것이옵니다.

중종 : ...

홍경주 : 하오나 거사가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연유로 혼란을 막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논공행상 과정에서 잘못된 녹훈도

            있었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전하! (눈물 글썽) 정국공신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하의 충성스러운 신하일뿐이 옵니다.

            전하께오서 이 늙은 공신들이 거추장스러워지셨다면 신들은 언제든 전하를 위해 물러날 각오가 되어있사옵니다.

중종 : ...!!

홍경주 : (눈물을 뚝뚝 흘린다) 전하, 이 늙은 몸부터 물러가겠사옵니다. 이 늙은 신하의 일등공신 훈작부터 삭제하시옵소서!

중종 : 그 무슨 말이오?! 남양군의 공은 만천하가 아는 것을!

홍경주 : 신, 전하와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해서라면 멸사봉공(滅私奉公)하겠나이다!

중종 : (뭉클하다)...!!

홍경주 : (흑흑-소울음을 터뜨린다)...전하!

중종 : (홍경주 앞으로 다가앉으며 손을 맞잡는다)..남양군, 과인이 부끄럽구려..

홍경주 : 전하!!



s#38. 중궁전 외경


경빈, 창빈, 희빈이 각기 금이와 향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 계단 위를 오르는 모습위로.


엄상궁(E) : 중전마마, 경빈,희빈,창빈 들었사옵니다.



s#3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경빈, 희빈, 창빈이 앉아있다.

윤비, 세빈을 쭉 훑어보다가 연상서랍에서 <走肖爲王> 나뭇잎을 꺼낸다.


경,희,창빈 : ...!

윤비 : 세 분께서도 이것을 보셨으리라 믿소.

창빈(E) : (힐끗 경빈을 노려보며) 분명 경빈이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일게야.

경빈(E) : (희빈을 미소로 보는) 희빈, 바늘방석에 앉으신 것 같겠구려?

희빈(E) : (어색한 미소)..중전마마께오서 다 아시고 물으시는 것이겠지?!

              (더욱 어색해지는 미소) 이 일을,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윤비 : (나뭇잎을 연상위에 턱- 올려놓는다)

희빈 : (턱- 작은 소리가 에코되어 움찔 경기를 일으킨다)...!!

윤비 :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소. 내 이번 일은 궐내 사람의 소행이라고 짐작하고 있는데 빈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다시 세 빈을 훑어본다)..창빈?

창빈 : 신첩은 모르겠사옵니다. 마마께오서 신첩의 우매함을 깨우쳐주시옵소서.

윤비 : 희빈은 어찌 생각하오?

희빈 : (침을 꼴깍 삼키며) 궐내부의 소행이라면 궁인들이 실없는 장난질을 친 것이 아니올런지요?

윤비 : 궁인따위가 출입을 엄히 금하고 있는 후원에 들어가 장난질을 쳤다?

희빈 : 화,황공하옵니다. 신첩의 우매함을 용서하시옵소서.

윤비 : (희빈을 날카롭게 보는데)..!

경빈 : 마마, 신첩의 짧은 소견엔 이번 일은 누군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소행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불순한 의도?! 불순한 의도라?!

경빈 : 예, 속히 범인을 밝혀내시어 엄히 다스림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희빈 : (이마에 땀이 배인다)..!!

윤비 : 희빈, 안색이 안좋은 것 같구려. 어디가 불편하신게요?

희빈 : ..예, 마마..신첩..체증기가 있사와..!

윤비 : (보다가)..이 사람도 경빈의 생각과 같소. (둘러 보며) 설마 여기 계신 빈들께서 하신 일은 아니겠지요?

경,희,창빈 : (희빈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천부당 만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창빈 : 감히 누가 후원까지 들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 허면 세분 빈들께서는 자신들이 소행이 아님을 맹세하실수 있겠소이까?!

경,희,창빈 : 맹세하겠사옵니다!

윤비 : 내 빈들을 믿소. 허나!

희빈 : (덜컹)...!

윤비 : 차후에 이번 일에 빈들 중 누군가가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진다면, 내 중궁의 지위를 걸고 엄히 그 죄를 물을것이오!

경빈 : 신첩들이 무엇이 부족하여 그런 짓을 하겠사옵니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음이 밝혀지온다면

         신첩, 중전마마께 목숨을 맡기겠사옵니다.

윤비 : 경빈, 지금 그 말 책임지실수 있겠소?

경빈 : 예, 마마!

윤비 : 희빈, 창빈도 맹세하실수 있겠소?!

희,창빈 : 예, 마마. 맹세하겠사옵니다.

윤비 : (보는)..!



s#40. 동 중궁전 뜰 앞


경빈, 희빈, 창빈이 중궁전을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경빈 : (앞서가다가 창빈을 휙-돌아보며) 설마 이번 일을 창빈이 꾸미셨을리는 없겠지요?

창빈 : (같잖다는 듯 노려보는)..!

경빈 : 하긴, 중전마마의 입속의 혀처럼 춤추시는 창빈께서 그럴 리야 없겠지요?!

창빈 : 경빈, 말씀 조심하세요, 입속에 혀처럼 춤추다니요?! 경빈이야 말로 그리 방자하게 혀를 놀리시시다는

         언젠가 이 사람 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실 때가 있을실겝니다!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휙-가버린다)

경빈 : (코웃음) 흥! 두고 보라지, 누가 뉘 앞에서 무릎을 꿇을지?

희빈 : (굳은 표정으로) 향아, 가자..(얼이 빠진 듯 향이를 거느리고 가는데)...

경빈 : (그 뒷모습에다) 희빈!

희빈 : (돌아보는)..왜요?!

경빈 : 희빈, 힘내시오! (함빡 웃으며 금이에게) 가자. (간다)

희빈 : ('웬일이지?' 하다가 혹시 '저것이 아는 것 아닐까?!' 경빈쪽을 휙 돌아보는)..?!



s#41.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수심에 잠겨 앉아있다.


향이(E) : (방밖에서) 희빈마마, 남양군대감 드셨사옵니다.

희빈 : (방문쪽 보며) 오, 어서 뫼시어라!

향이(E) : (방밖에서) 예.

홍경주 : (방문이 열리면 들어선다)..

희빈 : 아버님!

홍경주 : (앉으며) 전하를 알현하고 오는 길이옵니다. (바짝 앉으며 낮게) 마마, 때가 무르익었사옵니다.

            지천에 기름을 부어놨사오니 마마께오서 불꽃만 당기시오면 불길이 타오를 것이옵니다.

희빈 : (어색한 미소) 예에...그래야지요..

홍경주 : 마마, 오직 금원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는 그 생각만 하시옵소서.

            금원군께오서 앉아계신 용상 좌측이 마마의 자리이옵고 오른편이 이 사람의 자리이옵니다.

희빈 : 용상이요..?! (뭔가 결연한 결심)..예, 하지요, 하고 말고요!!



s#42.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심퉁이, 아래채 툇마루 위에 걸레질을 치고 있는데 난정, 중문 안으로 들어온다.


심퉁 : (보고 반갑게) 난정아씨.

난정 : 심퉁아, 매향아씬 어디 갔니?

심퉁 : (안채 보며) 안방에서 마님과 말씀중이서유.

난정 : (안채 방쪽 보며) 그래..?



s#43.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자운아, 앞에 앉은 옥매향을 보며 말한다.


자운아 : 매향아, 너 뇨듐 보니 많이 변한거이 가튼데 와 기런기야?

옥매향 : 오마닌? 내레 변킨 무어이 변했다 기래요?

자운아 : 아니야, 아무래도 니상해. 평소에 손님방에 들어가는 거이 길케 꺼리더니

            뇨듐 와서는 시키디 않아도 먼뎌 나서서 들어가디 않네?

옥매향 : (농조) 사람이 살다 보믄 니럴때도 있고 뎌럴때도 있는거이디 뭘 그래요?

자운아 : 허면 너 에미 뒤를 니어서 이 기방 물려 받을 생각이 있는거이네?

옥매향 : 기런 말씀 마시라요?! 내레 니런 기방 거뎌 듄대도 싫어요.

자운아 : 기런데 와 손님방 튤입에 기렇게 녈심인거이네?

옥매향 : (미소) 고거이 다 동무를 위해서 기런거디 다른 뜻은 없시요!

자운아 : 동무?! 허면 난뎡이를 위해서?

옥매향 : (당황하여) 아, 아니야요, 기냥 해본 말이니끼니 마음쓰디 마시라요!

자운아 : (빤히 보며) 뇨듐 너하고 난뎡이하고 둘이서리 무슨 꿍꿍이 수댝 부리는거이 아니네?

옥매향 : 기런거 없으니끼니 길케 꼬티꼬티 따뎌 묻디 마시라요!

자운아 : 매향아, 내레 한번 더 닐러두갔는데..기방에서 들은 말일랑은 뎔대 듣디도 뱉디도 생각디도 말아야 되는거이야!

            댤 알고 있갔디?!

옥매향 : 오마니, 고 말에 귀딱디가 앉겠시오! (일어나 방밖으로 휙-나간다)

자운아 : (갸웃, 가늘게 보며 '분명 뭔가 있긴 있어')...!



s#44. 동 자운아 안채 마당


옥매향, 마당으로 내려서서 안방을 돌아보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심퉁 : (다가오며) 매향아씨.

옥매향 : 왜, 심퉁아?

심퉁 : 난정아씨, 오셨슈.

옥매향 : 난뎡이가?



s#45. 동 자운아 아래채 방 안


난정, 앉아서 가야금을 만지고 있는데 옥매향,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옥매향 : 난뎡아.

난정 : (돌아보며) 매향아. 미안해 주인없는 방에 들어와 있어서.

옥매향 : 에미나이래 흰 소리 말라우. 헌데 와 딕뎝 탸댜왔네?.. 다른 닐 있음 어련히 알아서 뎐해 듈까봐?

난정 : (미소) 니가 끓여주는 차 한잔 먹고 싶어서.

옥매향 : 탸?


(짧은 시간경과)

난정과 옥매향, 차를 마시고 있다.

난정, 옥매향을 빤히 바라본다.


옥매향 : (시선 의식하고) 와 길케 보네?

난정 : 매향아, 미안해.

옥매향 : 뭐이가?

난정 : 괜히 나같이 못난 동무 둔 까닭에 싫어하는 술자리에 들어가야하고..

옥매향 : 기런 소리 말라우. 뇨듐 술손님들 말씀하시는거이 들어보니끼니

            세상 산다는거이 녹녹티 않는거이구나 니런 생각이 들더라야.

난정 : ...

옥매향 : 내레 됴금은 털든거이 같디 않네?

난정 : (손을 맞쥐며) 고맙다, 매향아,

옥매향 : (농조) 대신 난뎡이 너도 나듕에 날 위해 하기 싫은 닐도 해듈거이디?

난정 : (웃으며 끄덕끄덕 농조) 기럼, 기렇고말고?!



s#46. 정윤겸 집 사랑채 밖 마당


윤임집사 박서방과 배서방이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 섰다.


정윤겸(E) : 판부사께서 이 사람 집에 어인 발걸음이시외까?



s#47.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윤임이 앉아있다.


윤임 : (낮게) 대감, 정부인을 친정으로 내보내셨다지요?

정윤겸 : (심기 불편한) 판부사께서는 어찌 예전부터 이사람의 집안 일에 관심이 많으시오이까?!

            행여 이사람이 그 일 때문에 구설에라도 올라 추풍낙엽이 될까 걱정이 되어 오셨소이까?!

윤임 : 허허, 대감 그 일로 온 것이 아니오니 마음 쓰시지 마시옵소서.

정윤겸 : (보는)..허면?!

윤임 : (정색하고) 실은 지난번 희락당 대감께서 청하신 일로 해서!!

정윤겸 : 무관들 세를 모으는 일이라면 이사람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생각하외다.

윤임 : 대감..

정윤겸 : 대체 정치를 모르는 무관들을 조정 일에 끌어들이시려는 대감들의 의중이 무엇이오이까?!

윤임 : 대감께서 정치를 모른다 모른다 하시지만 폐주 연산군을 몰아낼때는 앞장을 서시지 않으셨소이까?!

         헌데 어찌 자꾸 발뺌을 하시려는겝니까?

정윤겸 : 판부사, 이사람은 천하가 어지러울때는 언제든지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소이다.

            허나 지금은 천하가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 조정이 시끄러운 것 뿐이외다.

윤임 : ...?!

정윤겸 : 이사람은 조정의 파당짓는 일에는 발을 담그고 싶지 않소이다! 이만 돌아 가시오.

윤임 : (입맛이 쓰다)...!



s#48. 어느 정자 위


박희량, 초조한 듯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옥련 : (쓰개치마를 쓴채 정자위로 올라오며)..희량도련님.

박희량 : (돌아보며) 오, 낭자..나와주셨구려.

옥련 : 기별을 받고 망설였사옵니다..하오나..(울먹울먹)..

박희량 : (손을 쥐며) 고맙소, 낭자..

옥련 : 앞으로 우린 어찌 되는건가요?

박희량 : (결연한) 이사람, 이번 대과에 꼭 장원급제를 할 것이오. 출사를 하여 조정암 선생의 뜻을 쫓아

            이 나라 도학정치에 밑거름이 되고자하오.

옥련 : ...

박희량 : 그리되면 언젠가는 어르신께오서도 우리 두사람의 혼사를 더 이상 반대하시지는 않으실게요.

옥련 : ..믿겠사옵니다, 믿겠사옵니다. 도련님의 말씀만 믿겠사옵니다.

박희량 : 고맙소, 낭자.

옥련 : 하오나 오라버니가 걱정이옵니다..꼭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사옵니다.

박희량 : 너무 걱정마시오. 설마 죽마고우를 어쩌기야 하겠소? 렴이는 내 잘 설득해 보리다..(옥련을 안아준다)

옥련 : (안기며 뭉클)...!



s#49. 난정모 집 마당


난정모, 방문을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움찔 놀란다.

정렴, 마당에서 난정모를 노려보고 섰다.


난정모 : 도,도련님..여긴 어인 일이시옵니까?

정렴 : 어인 일?! 내 어머니께서는 피눈물을 흘리시며 친정으로 쫓겨가셨는데 자넨 아주 잘 지내는구먼?!

난정모 : 도련님..

정렴 : 자네도 딸년처럼 만신창이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짐싸서 도성을 뜨게!

난정모 : 만신창이꼴이라니요? 허면 우리 난정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정렴 : (비웃음) 상전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한 네년 모녀를 내 가만 놔둘성 싶었더냐?! (휙-대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모 : ..도련님!


난정모, 툇마루에 털썩 앉아 뭔가 생각하다가 '혹시?!'하여 대문밖으로 나가려는데.


난정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어머니!

난정모 : (난정에게 다가오며) 오, 난정아..무사하였구나. 고맙습니다, 부처님!

난정 : 왜요, 어머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난정모 : 방금 정렴 도련님이 오셨었다. 이 에민 너한테 일이라도 생긴줄 알았구나.

난정 : 정렴이가요?! (대문밖을 휙-보며 뛰어나간다)

난정모 : 난정아!



s#50. 동 난정모 대문 밖


난정, 대문밖으로 뛰어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행인들속에 정렴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난정 : (뭔가 벼르는 눈빛)...!



s#51.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낡은 옷을 입고 일꾼들과 함께 짐을 부리고 있다.


송서방 : 능금아, 어서 새 옷으로 갈아 입으라니까 그러느냐? 도주어른께서 보시면 큰일 나!

능금 : 괜찮소, 어려서부터 험한 옷에 맨발로 자란 년이우. 대갓댁 아씨같은 호사스런 옷은 내게 어울리지 않수.

백치수 : (대문안으로 들어서다 능금을 보고) 능금아!

능금 : (못들은 척 일하는)...

송서방 : (조아리는) 도주 어르신 나오셨습니까요?

백치수 : (버럭) 능금아!

능금 : (보며) 귀 안먹었수, 말하시우.

백치수 : 네 어찌 비단옷을 마음대로 벗어버린게냐?

능금 : 왜요? 내가 아저씨 딸 노릇 안하니까 화가 나시는게요?!

백치수 : 뭐,뭐라?!

능금 : (나서며) 난 월희가 아니라, 능금이란 말이요?! 아저씨 딸노릇이나 하는 꼭두각시가 아니란 말이요!

백치수 : (굳은 표정)...!

송서방 : (당황하여) 느,능금아, 너 미쳤냐?!

달래 : (다가와 말리며) 언니..

능금 : 나도 할말은 해야겠소, 내가 아저씨 딸 월희를 닮았소? 그치만 내게 아비는 한명뿐이오.

         허니 괜히 객주를 맡기네 마네 하며 대신 딸노릇 시킬 생각은 마슈!

일동 : (짐꾼이며 송서방, 달래도 멈추고 백치수의 눈치를 살피는데)..

백치수 : (보다가) 네게 아비가 하나이듯 내게도 딸은 월희 하나뿐이다.

능금 : ...?!

백치수 : 내 너에게 객주일을 맡긴 것은 월희와 닮아서가 아니라 네 장사꾼으로서의 수완을 높이 산 것 뿐이야.

            네가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 (능금을 보다가 휙- 돌아서 가버린다)

능금 : (할말이 없는)...

달래 : 언니, 얼른 가서 잘못했다고 말씀드리오.

능금 : 내가 뭘 잘못해서! 넨장맞을! (쿵쿵 대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52. 백치수 사랑채 마당


백치수, 방쪽으로 걸어오다가 멀리 하늘을 본다.


백치수 : (감회어린 눈으로 보며)...!



s#53. 윤원형 집 대문 앞 마당


김씨, 탄실이를 거느리고 하인들(*임서방 없다)의 조아림을 받으며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배천댁 : (달려나와 조아리며) 아씨, 이제 오십니까요?

김씨 : 서방님 들어오셨는가?

배천댁 : 오셨다가 입궐 하셨사옵니다.

김씨 : 입궐?!



s#54. 중궁전 방 안


윤원형, 윤비 앞에 다소곳하게 앉는다.


윤원형 :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오라버니, 이리 가까이 다가 앉으세요.

윤원형 : 예?..예..(무릎걸음으로 윤비 앞에 다가 앉는다)...

윤비 : (낮게) 드디어 조정에 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윤원형 : (놀라) 예에?

윤비 : 이제부터 이 사람이나 오라버니들은 백척간두 허공위에서 외줄을 타야합니다.

         세찬 회오리 바람이 마구 흔들어 댈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발을 잘 못 내딛었다가는..!

윤원형 : (침을 꼴딱 삼키는)...

윤비 : 제 말 뜻을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 예, 마마 조심, 또 조심하겠사옵니다. 하온데 마마.

윤비 : ...?

윤원형 : 시생이 오늘 대사헌을 찾아가 뵈었사온데..

윤비 : ...!

윤원형 : 외척과는 한자리에 앉지 않겠다고 일언지하에 내침을 당했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하긴..대사헌이 정승판서들 면전에도 소인배라고 내뱉는 성정이라 들었습니다.

윤원형 : 마마, 너무 강한 쇠는 부러지는 법이 아니옵니까? 마마께오서는 정녕 대사헌과 사림들이

            공신들을 찍어 낼수 있다고 보시옵니까?

윤비 : 대사헌에게는 명분이 있고 조정공론을 주도하는 삼사가 뒤를 받쳐주고 있습니다.

         이사람은 분명 전하께서 대사헌 쪽에 서주실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원형 : (뭔가 불안한)...하오나..

윤비 : 만에 하나 대사헌이 공신들을 누르지 못한다면 언젠가 중궁전 역시 후궁전에게 찍혀 눌릴 것입니다.

윤원형 : 마마, 난정이 역시 같은 뜻이옵니까?

윤비 : (미소) 오라버니는 이 사람보다도 난정이 말을 더 믿으십니까?

윤원형 : ..!!

윤비 : 당분간 난정이에게 궐내 출입을 삼가라고 이르세요. 때가 좋지 못합니다.

윤원형 : 그리 이르겠사옵니다.

윤비 : (연상에서 '나뭇잎이 들은' 봉투를 건네주며) 오라버니, 이걸 난정이에게 전해주세요.

윤원형 : (받으며)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비 : 피바람을 일으킬 징조입니다.

윤원형 : 징조요?!

윤비 : 그리 이르면 총명한 아이니 알아들을겝니다. 오라버니께서 난정이의 생각을 내게 전해주세요.

         당분간은 오라버니께서 이사람과 난정이의 다리 역할을 해주시라 이 말씀입니다.

윤원형 : 예, 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s#55. 중궁전 앞 계단


관복을 입은 윤원형이 계단을 걸어내려온다.


윤원형(E) : 백척간두에서 외줄타기라..? 어째 으스스하구먼?!



s#56.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뭔가를 벼르는 눈빛으로 되씹고 앉아있는데.


윤원형(E) : (방안에서) 난정아! 안에 있느냐?

난정 : (방밖을 휙-돌아본다)...



s#57. 동 난정 초가 마당


난정, 방문을 열고 나오면 관복을 입은 윤원형이 방쪽으로 다가온다.

그 뒤편으로 임서방이 서있다.


난정 : (마당으로 내려서며 반갑게) 나으리!

윤원형 : 오냐, 들어가자.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가면 난정이 그 뒤를 따른다.



s#58.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의 손에 들려있는 봉투(*윤비가 건네준 '나뭇잎이 들어있는')


난정 : (봉투를 보며)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원형 : 꺼내보거라.

난정 : (봉투속에서 <走肖爲王> 나뭇잎을 꺼내들고 보며)...!!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무슨 징조라고 하시면서 난정이 네 생각을 들어보라고 하시더구나!

난정 : (자세히 들여다 보며)..주초위왕..주초위왕?!

윤원형 : ..주초위왕?

난정 : (번뜩 눈이 뜨이며) 나으리, 빨리 중전마마를 만나뵈어야 하옵니다!

윤원형 : 아니, 난정아, 중전마마께오선 네게 당분간 궐내 출입을 삼가하라고 분부하셨느니라.

난정 : 지금 그런 것을 따질겨를이 없사옵니다. 서둘지 않으면 중전마마께오서 위태로우시옵니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뛰쳐나간다)

윤원형 : (뒷모습 보며) 얘, 나,난정아!



s#59. 대궐 중문 안


장옷을 입고 평복차림의 난정이 급한 걸음으로 중문 안으로 들어간다.



s#60. 대궐 일각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금이 : 마마, 어찌 요즘 들어 궐내가 조용하옵니다.

경빈 : (미소) 세찬 회오리가 몰아치기 전날 밤은 이리 고요한 법이니라.

금이 : (저만치서 오는 누군가를 보고 흠짓)..마마, 저, 저애는?!


경빈, 금이의 시선을 따라 보면 난정, 급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금이 : 마마, 저 애가 중궁전에 드는 댕기머리이옵니다.

경빈 : 뭬야?! 그게 참말이더냐?

금이 : 예, 마마.

경빈 : (난정쪽을 향해 날카롭게) 멈추어라!


난정, 걸음을 멈추고 경빈쪽을 휙-돌아보며 놀라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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