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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3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3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34











s#1. 대궐 일각(중궁전 중문 근처)


난정, 놀란 얼굴로 경빈을 보고 섰다.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난정쪽으로 다가온다.

난정, 고개를 조아리며 낭패한 표정이 되는데.


경빈 : (난정 앞에 멈춰서며)..네 어찌 잡인따위가 궁궐출입을, 그것도 지밀안을 드는게냐?!

난정 : (고개를 숙인채)...!

경빈 : 네 이년! 어찌 묻는 말에 대답을 아니하느냐?!

난정 : (마음을 다지며 태연하게) 이년, 중궁전의 부르심을 받잡고 들어왔나이다.

경빈 : 뭐라..중궁전의 부르심을 받아?!

난정 : 예, 이년은 파산부원군댁 종년이온데 부원군대감의 전갈을 가지고 왔사옵니다.

경빈 : ('종년이 아님을 안다')..부원군대감의 전갈이라? 네 말에 추호도 틀림이 없으렷다?!

난정 :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리까?! 이년을 믿지 못하시오면 중궁전에 여쭈어보시옵소서!

경빈 : 중궁전에 여쭈어보라?

난정 : 예, 마마!

경빈 : ('요런 당돌한 년 보게?' 가소로운 미소로 보며) ..그래?..허면 중전마마께오서 기다리시겠구나. 어서 들어가 뵈어라.

난정 : 예..


난정, 경빈에게 다시 조아리고 뒷걸음질로 물러서다가 몸을 돌려 발걸음을옮기는데.


경빈 : (그 뒷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불쑥) 난정아!

난정 : ('나를 아는구나?!' 움찔 멈춰서는)...!! (표정 수습하며 돌아서며)..예, 마마.

경빈 : 네 교태전 가는 길은 잘 알고 있더냐?

난정 : 이곳이 교태전 합문 앞인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경빈마마.

경빈 : (흠짓) 네가 나를 어찌 아느냐?

난정 : 이나라 신민으로써 어찌 경빈마마를 몰라뵈올수 있겠사옵니까? 마마께오서도 이 미천한 년의 이름을 알고 계시온데,

         경빈마마의 존안을 모른다함은 불경인줄 아옵니다.

경빈 : 그래?..중전마마께오서 걱정하실라. 어서 들어가 뵙거라.

난정 : 행여 이년이 길을 잘못 들어 경빈마마의 처소로 찾아뵈올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사옵니다.

         그때 이년을 어여삐 여기시어 내치지는 말아주시옵소서!

경빈 : (빙긋 미소)...오냐, 내 너를 기다리고 있으마...

난정 : 황공하옵니다.

경빈 : (금이에게)..가자.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간다.


난정 : (가는 경빈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본다)..!!


난정, 재빨리 몸을 돌려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2. 중궁전 외경


난정, 중궁전 계단을 총총걸음으로 올라가는 모습위로.


엄상궁(E) : 중전마마, 정아무개 들었사옵니다.



s#3.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走肖爲王> 나뭇잎을 보고 있다가 흠짓 돌아본다.


윤비 : 난정이가?!..들라해라!

엄상궁(E) : 예.


방문이 열리면 난정이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에게 절을 올린다.


윤비 : 난정아, 내 오라버니를 통해 궐내 출입을 삼가라고 일렀거늘 네 어찌 천한 복색으로 들어왔느냐?!

난정 : 이년, 중전마마의 지엄하신 명을 어긴 죄, 백번 죽어 마땅하오나 촌각을 다투는 화급한 일이라

         당의조차 갖추지 못하고 이리 찾아뵈었사옵니다.

윤비 : 촌각을 다투는 화급한 일?!

난정 : 예.

윤비 : 화급한 일이란 것이 (앞에 놓인 <走肖爲王> 나뭇잎을 들어보이며) 이것을 말함이냐?!

난정 : 마마, 이년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바가 없사옵니다.

윤비 : (의아) 뭐라? 허면 오라버니께서 네게 이 나뭇잎을 전하지 않으셨단 말이더냐?!

난정 : 나으리께오선 분명 전해주셨사오나 이년은 받은 일이 없고, 주초위왕의 넉자를 보았사오나 본 일이 없사오니

         알지를 못하옵니다.

윤비 : (난정의 심중을 읽어 내려는듯 보며) 받았으나 받은 일이 없고, 보았으나 본 일이 없다?

난정 : 예, 중전마마께오서도 주초위왕 넉자에 대해서는 본척도 들은척도 아는척도 마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살아 남으시옵니다.

윤비 : ...?!!

난정 : 주초위왕 넉자는 피바람의 징조이옵니다. 주초위왕의 주초를 합치면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옵고,

         그 조씨는 조정암 나으리를 이르는 것임을 중전 마마께오서도 이미 아시고 계실것이옵니다.

윤비 : ('역시 총명하구나!')..음!

난정 : 주초위왕 넉자가 새겨진 나뭇잎이 지밀 근처 후원에서 발견되었다면 조정암 나으리를 역모로 몰아 찍어내기 위해

         공신들과 후궁전에서 손을 잡고 일을 벌이고 있음이 명백해진 것이옵니다.

윤비 : 내 짐작은 하고 있느니라.

난정 : 짐작만 하고 계시오면 아니되시옵니다! 앞으로는 천근만근 입을 굳게 다물고 계셔야 할것이옵니다. 그렇지 않으시오면...

윤비 : 그렇지 않으면 격류에 떠내려가는 가랑잎 신세가 될 것이다?!

난정 : 예! 이번 일을 꾸민 자들은 주초위왕의 소문을 일파만파로 퍼뜨리기 위해 분명 중궁전을 부추키려 할 것이옵니다.

         마마께오서 이번 일에 나서신다면 저들의 사특한 간계에 빠지게 되시는 것이옵니다.

윤비 : (움찔하는 얼굴위로)...!



s#4. 후레쉬 백(33회 s#39의)


경빈 : 이번 일은 누군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소행이라 생각하옵니다.

         속히, 범인을 밝혀 내시어 엄히 다스림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s#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내 안그래도 이번 일이 전하와 조정에 알려지지 않도록 덮어 버리고자 하였느니라.

난정 : (놀라) 예에? 하오시면..?!

윤비 : 궐내에 함구령을 내리고 벌레 먹은 나무는 베어버리게 하고 그 나뭇잎들을 걷어들여 불태우라 명하였다.

난정 : (낭패한) 아니되시옵니다! 아니되시옵니다, 절대 그리하셔서는 아니되시옵니다!

윤비 : 아니되다니?!

난정 : 이번 일은 중전마마께오서 전면에 나서시면 아니되시는 일이셨사옵니다.

윤비 : ...?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나서시어 이번 일을 덮어두시려 하신다면 분명 전하나 대비전에서는

         중전마마께오서 조정암 나으리를 두둔하신다는 의심을 품으실 것이옵니다.

         허면 마마께오서는 졸지에 조정암나으리와 더불어 추풍낙엽이 되실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보고도 못본 척, 들어도 못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척 하는 것이

         이번 회오리를 피하는 상책임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난정 : 하온데 어찌..?!

윤비 : 나를 생각해주는 네 뜻은 갸륵하다만 내 어찌 중궁의 자리에 앉아있는 몸으로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할 수는 있겠느냐?

난정 : 예에?

윤비 : 중궁전의 가장 큰 내조는 전하께오서 도학정치의 초석을 놓으신 성군으로 후대에 길이길이 칭송 되실수 있도록

         떠받드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전하께는 조광조와 젊은 인재들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난정 : ...!

윤비 : 내 이번 일을 덮어두려는 뜻은 조광조와 사림을 두둔하려함이 아니라 모두 전하를 위한 충정이자,

         지어미로서의 내조를 다하려고 함이니라.

난정 : 마마, 정녕 섶을 지고 불길속으로 뛰어드시려 하시옵니까?!

윤비 : ...?

난정 : 마마, 선대조의 일을 깊이 살피시옵소서! 군주의 자리는 신하들의 충성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오라

         그들의 피로 지켜지는 것이옵니다!

윤비 : ...뭣이라 피?!

난정 : 태종대왕께오서 형제분들과 골육상쟁을 통해 지키신 보위이옵니다. 세조대왕께오서는 조카이신 노산군의

         참혹한 죽음을 밟고 등극하셨사옵니다. 폐주 연산은 어떠하였사옵니까? 심지어 동방의 요순이신 세종대왕이나

         성종 대왕께오서 계실 때 조차 수많은 피가 흘렀고 그로 인해 보위가 지켜졌사옵니다!

         전하께오서도 보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대조의 전철을 밟으실 것이옵니다. 그런 것이 군주의 자리가 아니옵니까?!

         전하께오서는 보위를지 키시기 위해서라면 조정암 나으리는 물론이고 중전마마까지도 내치실 것이 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말이 과하구나!

난정 : 마마, 결코 과한 말이 아니옵니다!

윤비 : (심기 불편한)..!

난정 : 이년 일전에 신비마마를 뵈었사옵니다.

윤비 : (놀라) 뭐라, 신비마마를?

난정 : 예, 조그만 암자에 몸을 의탁하고 계셨사옵니다.

윤비 : ...

난정 : 백성들은 그분을 생불이라 칭송하옵니다만..산사람이 생불노릇을 하고 있다면

         그 어찌 살아있는 목숨이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 ...

난정 : 마마, 신비마마를 폐위시키고 사가로 내치신 분이 누구시옵니까? 바로 전하시옵니다!!

윤비 : (움찔)...!

난정 : 신비마마께오서 왜 쫓겨나셨사옵니까? 당시 조정안에 방패막이를 해줄 세가 없었사옵고,

         또한 후사가 아니계셨기 때문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지금의 중전마마와 내쫓기시던 신비마마의 처지는 다르지 않사옵니다.

         마마께오서 신비마마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으신다면 정녕 폐서인이 되실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비 : ..음!!

난정 : 마마, 승후관 형제분들께오서 조정에 나와 중전마마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주실때까지는

         살아남으시는 일이 중하시옵니다. 마마 이년 다시 한번 당부 드리건대 부디 말을 아끼시옵소서!

         차후 중전마마의 눈앞에서 조정암 나으리와 사림들이 처참하게 도륙당하신다 할지라도

         절대 입을 여시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윤비 : ...!!



s#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차를 마시려다 말고 웃음을 터뜨린다.


경빈 : 호호..난정이, 난정이라..참으로 당돌한 계집이더구나.

금이 : 마마, 어찌 그 댕기머리를 잡아들여 문초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경빈 : 문초?!

금이 : 예, 문초를 하시어 댕기머리가 중궁전에 드나드는 연유를 토설받으시오면

         중전마마의 큰 약점을 틀어쥐게 되시는 것 아니옵니까?

경빈 : 금아, 넌 난정이란 아이의 눈을 보았느냐?

금이 : 예?

경빈 : 주리를 틀고 온몸에 단근질을 한들 중궁전을 배신하고 속내를 토설할 아이는 아니였느니라.

금이 : 하오시면?

경빈 : 기다려 보자구나. 난정이, 그 애 말대로 언젠가 나를 찾아올 것이야. 그때 가서 속내를 들어봐도 늦지는 않을것이야!

         (차를 마시는)

금이 : ...?!



s#7. 중궁전 뜰 앞


난정, 중궁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난정 : (교태전을 돌아보는)...!



s#8. 중궁전 방 안


윤비,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다.


윤비 : (혼잣말)..입을 다물라?!..그것만이 살아 남을수 있는 길이다?!..음!!



s#9. 난정 초가 마당


난정, 생각에 잠긴채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임서방, 툇마루에 앉아있다가 난정을 보고 일어난다.


임서방 : 난정아, 나으리께서 얼마나 기다리셨는데..?

난정 : ...


난정, 방안으로 들어간다.



s#10.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원형, 보료에 비스듬히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윤원형 : 난정아, 네 대체 어딜 갔던게냐?! 내 너를 기다리느라 학모가지가 다 됐구나.

난정 : 이년, 중전마마를 뵈오러 입궐했었사옵니다.

윤원형 : 뭬,뭬야, 입궐?! 그 차림새로 말이더냐?

난정 : 나으리, 지금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옵니다. 지금 중전마마와 부원군댁은 언제 꺼질줄 모르는 바람앞에 촛불이옵니다.

윤원형 : 난정아, 그 무슨 소리냐?

난정 : 나으리,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이년 하자는대로 따라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 ...무슨 말인지 들어나 보자구나!

난정 : 나으리께오서 조정의 회오리를 피할 방법은 두가지이옵니다.

윤원형 : ...?!

난정 : 첫째는 과거공부를 빌미로 도성밖 멀리 산사 암자로 들어가시는 것이옵고!

윤원형 : 허고?

난정 : 또 다른 하나는 오늘밤부터라도 기방출입을 하시며 예전 파락호 노릇을 다시 하시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 파락호 노릇?!

난정 : 나으리께오선 어느 쪽을 택하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그,그거야 당연히 따분한 암자보다는 기방을 택해야겠지.. 헌데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도통 모르겠구나?

난정 : 아무것도 되묻지 마시고 이년 말씀을 따라주시옵소서. 그것이 나으리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길이옵니다.

윤원형 : ...?!



s#11. 편전 외경


조광조, 편전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 위로.


대전내관(E) : 전하, 사헌부대사헌 조광조 들었사옵니다.



s#12. 편전 방 안


중종, 침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김승지가 윗목에 앉아있다.


중종 : 들라하라.

대전내관(E) : 예.


방문이 열리면 조광조가 중종에게 조아린다.


조광조 :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김승지와 사관을 보며) 승지와 사관은 잠시 물러가라.

김승지, 사관 : (놀란 듯 보는)...?!

중종 : (버럭) 물러가래두!

김승지, 사관 : 예. (조아리고 적던 사초를 챙겨들고 방문 밖으로 나간다)

조광조 : ...!



s#13. 동 편전 방밖 복도


김승지와 사관, 방에서 나와 어디론가 간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본다.



s#14. 동 편전 방 안


중종과 조광조가 팽팽한 정적속에 독대중이다.


중종 : (무겁게 입을 떼는) 이 방안에는 과인과 정암, 두사람 뿐이오. 과인이 이 방안에서 정암과 나눈 말은 잊어버릴 것이오.

         허니 이 순간만큼은 군주와 신하가 아닌 과인의 사표로서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오.

조광조 :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 과인이 용상에 앉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보시오?

조광조 : 전하, 그 무슨 망극한 말씀이시옵니까?!

중종 : 과인은 연산 형님을 몰아내고 보위에 올랐소. 정암이 보시기에 군주의 자리를 찬탈하고

         형제간의 강상의 도를 저버린 과인이 용상에 앉을 자격이 있느냐 이 말이오.

조광조 : 전하, 폐주 연산은 민본을 저버린 학정을 펼쳤사옵고 바른 말 하는 신하들과 선비들을 참살한 포악한 군주이었사옵니다.

중종 : ...

조광조 : 전하께오서 폭군을 폐하시고 보위에 오르신 일은 이나라 종묘와 사직을 바로 세우시려던 의거이셨사옵니다.

중종 : 허면 과인 역시 민본을 저버리고 신하들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폐 할 수 있다는 말이구려?!

조광조 : 전하, 군주의 자리는 높기에 덕이 아니면 누리기에 위태로운 것이옵니다.

중종 : ..위태롭다?

조광조 : 전하께오서는 명군의 자질을 갖추셨사옵니다. 부지런히 덕을 닦으시어 위로는 조종조의 업적을 받드시고

            아래로는 조정신료들과 선비와 어진 백성들의 충언을 살피신다면 만세에 빛나는 성군이 되실 것이옵니다.

중종 : ..정암, 과인이 삼사의 위훈삭제 주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과인을 이 자리에서 내치실 작정이오?

조광조 : 신은 전하께오서 대간들의 올바른 주청을 반드시 가납하여 주실것이라 믿사옵니다!

중종 : ...!



s#15. 대궐 일각


김승지, 어디론가 급하게 가고 있다.



s#16. 빈청 안


정광필, 안당, 김전, 이장곤이 앉아있고 김승지가 서있다.


정광필 : (놀란눈으로 김승지를 보며) 전하께오서 대사헌과 독대를?!

김승지 : 예.

김전 : 일전에 전하께오서 남양군을 불러들이시더니 이번엔 대사헌과 독대를 하신다?! 아무래도 조짐이 좋지 않소이다.

안당 : 이사람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전하께오서 공신들과 대간들의 영수격인 두분의 견해를 들어보신 연후에

         영명하오신 결단을 내리실것이라고 믿사옵니다.

이장곤 : (뭔가 불안한)..음!



s#17. 경빈 처소 마당


김상궁, 주변을 살피며 일각문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위로.


경빈(E) : 뭬야, 전하께오서 조광조와 독대를 하셨단 말이신가?



s#18.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김상궁이 앉아있다.


김상궁 : 예, 대사헌 영감께오서 편전에 한식경이 넘게 드셨다 나가셨사옵니다.

경빈 : (뭔가 생각하다가)...그래 무슨 말씀들을 나누시던가?

김상궁 : 전하께오서 폐주연산을 몰아낸 반정 당시의 일에 대해 하문하시옵고 대사헌 영감이 답을 올리는 듯 싶었사옵니다.

경빈 : 전하께오선 삼사에서 올린 위훈삭제 주청에 대해서 어찌 비답을 내리시겠다고 하시던가?

김상궁 : 좀 더 상량해 보시겠다는 말씀뿐이셨사옵니다.

경빈 : (끄덕이며) 그래, 그러실게야...김상궁.

김상궁 : 예, 마마.

경빈 : 당분간 전하께오서 희빈처소에서 침수를 드시게 해주게.

김상궁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 (패물함을 열고 패물 몇 개를 집어 김상궁에게 내어주며) 받게.

김상궁 : (받으며) 황공하옵니다. 하오면 이만 물러가옵니다.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방밖을 보며) 금이 밖에 있느냐?

금이(E) : 예.

금이 : (방문 열고 들어오며)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 예판댁에 기별을 넣어 내일 화천군대감과 드시라고 전하거라.

금이 : 예, 마마.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미소) 때가 무르익었음이야.



s#19.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위에 앉아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가 한숨을 내쉰다.


갖바치 : (혼잣말)..때가 좋지 않음이야..이 일을 어쩐다?

난정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아저씨!

갖바치 : (보며) 난정아, 허허 네 어찌 발걸음이 잦은 것 같구나?

난정 : 아저씨, 저 아저씨께 상의드릴 일이 있어 왔어요.



s#20.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 <走肖爲王> 나뭇잎을 심각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갖바치 : 이것이 지밀 근처 후원에 지천으로 널려있단 말이더냐?

난정 : 예. 조정에 피바람이 불 징조이옵니다.

갖바치 : ..음!!..참으로 걱정이구나..

난정 : 아저씨, 조정암 나으리를 말려주실수 없으실런지요?! 두분은 교유하는 친구시잖아요.

갖바치 : 내 말씀은 올려보겠지만 기대는 하지 마라. 워낙 꼿꼿한 성정을 지니신 분이시니

            이따위 나뭇이파리 정도로 뜻을 꺽으실 분은 아니야.

난정 : 이년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정암나으리께오선 자신의 고집때문에 다른이들에게까지 화를 미칠것임을 어찌 모르시는지요!

갖바치 : 그 어른을 너무 탓하지 말거라..

난정 : (뭔가 말하려는 듯 망설이는데)

갖바치 : (보고)..다른 상의할 일이라도 있는것이더냐?

난정 : (결심한듯) 아저씨, 저 윤승후관 첩실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갖바치 : 뭐라, 첩실?!

난정 : 예! 중전마마의 둘째 오라버니분이어요.

갖바치 : (생각하다가)...허면 네가 일전에 걱정하던 분이 바로..

난정 : 예, 중전마마이시어요!

갖바치 : (충격)...오, 그래..그랬구나!

난정 : (보며) 친구로서 아저씨를 믿고 다 털어놨으니 아저씨께서 이번 불어닥칠 피바람 속에서

         중전마마를 지켜드릴 방책을 일러주시겠지요?

갖바치 : 방책이라..? 내 생각으론 네 이미 알고 있는 듯 싶구나?!

난정 : 이년의 방책은 미봉책일 뿐이옵니다. 아저씨의 경륜을 빌리고 싶사옵니다.

갖바치 : 허면 내 좀 더 생각해 본 연후에 말을 나누자구나.

난정 : ...!



s#21. 윤원형 집 대문 앞 계단


관복을 입은 윤원형, 계단을 올라가고 그뒤로 사인교가 따른다.


윤원형(E) : (갸웃대며) 암자로 가던지, 파락호노릇을 하라?! 거참 알수가 없는 일이로구먼!


윤원형,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22. 동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지임 : 둘째야, 입궐하였던 일은 어찌 되었느냐?

윤원형 : (보며) 어찌 되다니요?

윤지임 : 중전마마께오서 무슨 하명이라도 계시지 않았느냐 이 말씀이다.

            대체 조정사정이 어찌 돌아가는지 이 애비도 좀 알자구나.

윤원로 : 아버님, 조정돌아가는 사정이야 거야 뻔할 뻔짜 아니겠사옵니까?

윤지임 : 뻔하다니?

윤원로 : 이번에 삼사에서 가짜 공신들의 훈작을 삭제하란 주청을 올린 일로 조정이 시끄럽사오나

            결국은 전하께오서 주청을 가납해 주시지 않겠사옵니까?

윤원형 : 형님이 그걸 어찌 아시오?

윤원로 : 정국공신들이야 모두 소인배들이 아니더냐? 이 나라 조정에서 가짜공신들을 뿌리뽑아야 한다는게 내 소신이다.

윤원형 : 형님, 아직도 그때 일을 가슴에 품고 있으신게요?

윤원로 : 그때 일이라니?

윤원형 : 폐주 연산을 몰아낸 반정 직후에 말이오. 형님이 공신자리에 올라보겠다고

            전답 판 재물로 여기저기 청탁 다니던거 생각안나시오?

윤원로 : 청탁?!

윤지임 : 그래, 그때 니놈이 줄을 잘못대는 바람에 괜히 전답만 날리고 공신은 커녕 개망신만 당하지 않았느냐?

윤원로 : (입맛 다시는)..허, 그때 줄만 제대로 댔으면 나 역시 공신의 반열에 올라 지금쯤 옥관자를 달았을 것을!

윤원형 : 형님, 괜한 후회 마시고 이번 참에 아버님 뫼시고 금강산 유람이나 다녀오시면 어떻겠소?

윤원로 : 금강산 유람?

윤원형 : 아버님 말씀대로 근자에 조정이 어수선하옵니다. 이런 시절에 도성안에 박혀 외척 노릇하시느라

            마음고생하시지 마시고 바람이나 쐬고 오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윤지임 : 나쁠거야 없지.

윤원로 : 금강산 유람을 하려면 재물이 솔찮치 않게 들텐데? 원형아, 네가 그 돈을 대려느냐?

윤원형 : 아버님께오서 좋다고 하시면 소자, 장리빚인들 못얻어 드리겠사옵니까?



s#23. 동 윤원형 별채 초당 마당


윤원형, 초당 방문쪽을 기웃기웃거리고 섰다.


배천댁 : (초당방문을 열고 나오다 윤원형 보며) 나으리, 어찌 안으로 드시지 않으시옵고..?

윤원형 : 배천댁.

배천댁 : 예?

윤원형 : (낮게) 부인께서 화가 많이 나신겐가?

배천댁 : 화가 많이 나시다닙쇼?!

김씨(E) : (방안에서) 배천댁, 서방님 안으로 뫼시게!

배천댁 : (방문쪽 돌아보며) 예, 아씨! (윤원형에게) 드시지요.

윤원형 : (헛기침을 하고는 초당 방안으로 들어간다)



s#24.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오면 탄실이가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앉으며 김씨의 눈치 힐끔보며) 부인, 처숙어른댁엔 무슨일로 다녀오신게요?

김씨 : 서방님!

윤원형 : 왜, 왜요?

김씨 : 소첩에게 숨기고 계신 일이 없사옵니까?

윤원형 : 숨기다니요? 내 어찌 부인에게 추호라도 숨김이 있을수 있겠소?

김씨 : 소첩, 서방님을 믿어도 좋겠사옵니까?

윤원형 : 믿으시오, 부부사이에 안해가 남편을 믿지 못하면 누굴 믿을수 있단 말이요?

김씨 : 그 말씀, 맹세하실 수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 암요, 내 백번, 천번이라도 맹세하리다.

김씨 : (배신감에 보다가)..서방님, 소첩 중궁전에 들었다 나오는 길에 교태전 앞에서 난정이와 마주쳤사옵니다.

윤원형 : 나,난정이와 마주쳐요?

김씨 : 난정이가 중전마마의 부르심을 받잡고 입궐하였다며 당당히 밝혔사옵니다.

윤원형 : ..?!

김씨 : 서방님께오서는 난정이를 소첩의 가마에 태워 대궐구경만 시켜줬다고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하온데 어찌 난정이가 중궁전에 스스럼없이 드나들 수 있사옵니까?!

윤원형 : ..?!

김씨 : 이래서야 소첩, 어찌 서방님을 믿고 한평생을 살지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옵니다.

윤원형 : 부, 부인..내 다 말하리다.

김씨 : ...

윤원형 : 실은 중전마마께오서 사가에 계시올 때부터 난정이를 알고 계시었소.

김씨 : 하오면 중전마마의 간택 참례일에 토사곽란으로 쓰러지신 마마께 난정이가 약을 지어다 바친 일도 사실이옵니까?

윤원형 : 그렇소, 그 일로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를 어여삐여기시게 된게요.

김씨 : ...!

윤원형 : 얼마전 중전마마께 난정이를 기방에서 다시 만났다고 아룄더니 마마께오서 옛날 생각이 나셨는지

            그애를 한번 만나고 싶다 하시길래..내 그애를 부인의 가마에 태워 두어번 입궐시켜 준것뿐이오..

            그 이후로는 그애가 어찌 중궁전에 드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바가 없소.

김씨 : 그 말, 참이시옵니까?

윤원형 : 그렇다니까요?!

김씨 : ...!



s#25. 어느 길


김안로를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 옆을 따르는 황서방.


김안로 : (굳은 표정)..!



s#26.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윤임집사), 김안로를 인도하여 사랑채쪽으로 다가온다.


박서방 : 대감마님, 희락당대감께오서 오셨사옵니다.

윤임처 : (방문을 열고 나와 조아리며) 오셨사옵니까?

김안로 : 예, 이 사람이 두분께서 오붓한 담소를 나누시는데 방해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사옵니다.

윤임처 : 별말씀을요? 어서 드시지요.

김안로 : 예, 허면..(사랑채 방안으로 들어간다)..

윤임처 : (박서방 보고) 박서방, 두분께오서 긴한 말씀을 나누실터이니 사랑채 출입을 막게!

박서방 : 예, 마님!

윤임처 : (가려다가 방쪽을 돌아본다)..!



s#27.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벼슬과 이름 옆에 '元子''功臣''士林'가 적힌 명단(33회 s#32에서 김안로가 적던)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


김안로 : 지금 조정에서 세를 형성하고 있는 분들의 성향을 나누어본 것이옵니다.

윤임 : 음!..조정이 온통 공신들과 조광조를 따르는 사림들로 나뉘었구려.

김안로 : 예, 원자마마를 받쳐줄 세는 아직 미약하옵니다.

윤임 : (한숨)..음..!

김안로 : 허나, 전하께오서 이번 위훈삭제 주청을 어찌 처결하실지 여부에 따라 격하게 대립하고 있는 공신들과 대간들중

            어느 한쪽은 세가 위축 될 수 밖에 없을테니 그리 낙담할 일은 아니옵니다.

윤임 : 예, 그래야지요.

김안로 : 특히 조정에서 밀려있는 무관들의 세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옵니다.

            판부사대감께오서 직접 나서시어 힘을 써주셔야 될 것 같사옵니다.

윤임 : 아무래도 그래야 될 듯 싶소. 이사람이 도총관대감을 만나보았더니 정녕 우리와는 뜻이 달랐소이다.

김안로 : 이사람은 도총관대감이 오히려 화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옵니다. 도총관을 경계해야 할것이옵니다.

윤임 : ...?!



s#28. 자운아 기방외경 (밤)


가야금소리가 들려온다.



s#29.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홍경주와 남곤, 심정이 앉아있다.


홍경주 : 허허, 전하께오서 이사람의 손을 쥐어주시며 친히 눈물까지 닦아주셨소이다.

            이제 조광조가 찍혀져 나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오!

남곤 : 모두가 남양군대감의 공이시옵니다.

심정 : 하오나 전하께오서 남양군대감과 면대가 끝나신 연후에 조광조와 독대를 하셨다니 마음에 걸리옵니다.

홍경주 : 독대요? 허허..독대를 백번, 천번 한들 무슨 소용이겠소이까?! (소매속에서 <走肖爲王>나뭇잎을 꺼내 보이며)

            우리에겐 이것이 있는데!

남곤, 심정 : (나뭇잎을 보며 미소짓으며 끄덕이는)...!

홍경주 : 희빈마마께오서 전하께 이것을 전하기만 하면 조광조의 목이 떨어지게 되어 있소이다.

            허니 걱정들 마시고 오늘은 맘껏 술이나 드십시다.

남곤 : 예, 그러시지요! (방밖을 보며) 자운아 밖에 있는가-

자운아(E) : (방밖에서) 예, 들어가옵네다.

자운아 : (방문 열고 들어오며) 술상을 들일깝쇼?

남곤 : 그래, 허고 애들도 들이게.

자운아 : 그리합디요!

홍경주 : 자운아라 했는가?

자운아 : 예, 대감.

홍경주 : 지난번 보니 자네 딸 옥매향이란 아이가 내 마음에 차는구먼! 허니 그 애를 들여주게나!

자운아 : 아뢰옵기 황송뗙사오나 매향이래 몸이 불편하와 오늘은 방에 들이디 못할 것 같습네다. 다른 아이를 들이갔습네다.

홍경주 : (아쉽다) 그래..?..허, 그럼 어쩔수 없지.

자운아 : 댬시 기다리시라요. (방문 밖으로 나간다)

심정 : (농조) 허허, 이러다가 옥매향이란 아이 때문에 남양군대감께오서 판부사대감과 척을 지시겠사옵니다.

홍경주 : 척을 지다니요? 어차피 조광조를 찍어내고 난 연후엔 판부사를 찍어낼터인데

            척을 질게 뭬 있겠소이까? 아니그렇소이까?!

남곤 : 예, 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허허.



s#30.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밤)


자운아, 마당으로 내려서서 부엌쪽을 본다.


자운아 : 심퉁아-

심퉁 : (부엌에서 앞치마에 손 닦으며 나오며) 부르셨슈?

자운아 : 별태에 가서 향심이, 탄금이를 안방으로 들라 니르라우.

심퉁 : 야. (어디론가 가려는데)

자운아 : 심퉁아.

심퉁 : (돌아보며) 왜유?

자운아 : 매향이래 오데 있네?

심퉁 : 아래채에서 계실거구먼유.

자운아 : 기래? 알았으니 날래 가보라우.

심퉁 : 야. (어디론가 간다)

자운아 : (아랫채 방쪽을 보다가 방쪽으로 간다)



s#31. 동 자운아 기방 아래채 방안 (밤)


옥매향, 경대를 보며 머리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자운아(E) : (방밖에서) 매향아 안에 있네?

옥매향 : (방쪽 돌아보며) 오마니! 들어오시라요.

자운아 : (방문 열고 들어오며) 에미나이래 디금 뭐하고 있는거이네?

옥매향 : (미소) 뭘하긴요? 내레 안방 손님들 술시듕 들라고 단댱하고 있었시오! 어때요, 오마니, 내레 곱디요?

            (일어서며) 기럼 내레 나가보갔시요.

자운아 : (앉으며) 매향아, 내레 너한테 니를 말이 있으니끼니 댬시 앉으라우.

옥매향 : (앉으며) 니를 말이요?

자운아 : 너 앞으론 손님 술시듕 들지 말라우.

옥매향 : 예에? 와요, 오마니?

자운아 : 길세, 댠말 말고 에미가 시키는대로 하라우, 알간?!

옥매향 : 오마니 대테 와 기러는거야요?

자운아 : 매향아, 기방에서 들은 말은 듣디도 뱉디도 생각디도 말라는 에미 말을 닞었네?

옥매향 : ('알아차리셨구나!')..?!

자운아 : 니가 에미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넣을 때 까디는 술시듕 들이디 않을테니끼니 그리 알라우.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옥매향 : ...!



s#32.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밤)


옥매향, 낭패한 표정으로 방밖으로 나온다.

안채방안에서 홍경주와 남곤, 심정의 웃음소리와 가야금소리가 들려온다.


옥매향 : (안방쪽을 보며)..어떠디..?..(한숨을 폭 내쉰다)...!


누군가, 옥매향쪽으로 불쑥 다가온다. 정렴이다.


옥매향 : (깜짝놀라) 녀긴 와 또 왔시오?! 경티기 뎐에 썩 돌아가시라요!

정렴 : (비웃음을 흘리며 다가오는데)...니년도 난정이와 한통속이지?! 내 너역시 가만 놔두지 않을게야!

옥매향 : (쏘아보는)...?!

심퉁 : (부엌쪽에서 나오며) 매향아씨 게서 뭐하서유?!

정렴 : (심퉁을 보고 휙 돌아서 간다)

심퉁 : (다가오며) 아씨 괜찮으셔유?!

옥매향 : ...?!



s#33. 갖바치 마당 (밤)


갖바치, 천문을 살피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s#34.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INSERT)


별들 가운데 태백성(*금성)이 반짝 빛을 발한다.



s#35. 동 갖바치 마당 (밤)


갖바치, 표정이 어두워지며 한숨을 내쉰다.


갖바치 : 허..어찌 하늘은 태백성의 운명을 이리 점지 하셨단 말인가?!

당추 :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아우님! 무슨 수심이 그리 가득하신가?

갖바치 : (돌아보며) 형님..


아랫방문이 빼꼼 열리고 방백인과 당골네가 밖을 내다본다.



s#36. 동 갖바치 방 안 (밤)


갖바치, 당추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갖바치 : 천문을 살피니 오늘밤 태백성이 유난히 밝습디다.

당추 : 음! 꺼지기 직전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법이니...(마신다)

갖바치 : 형님은 면벽참선을 들어가셨다고 들었는데 어찌 발걸음을 하시었소?

당추 : 이나라 도학정치의 운명이 촌각에 달렸는데 내 어찌 무념무상만을 쫓아 참선에만 매달릴 수가 있겠나?

갖바치 : ...

당추 : 내 조정암 그분께 이별주라도 나누며 작별인사나 여쭐려고 발걸음을 했네.

갖바치 : 작별인사요?

당추 : 음..내 선몽을 꿨다네. 자네의 천문과 내 선몽이 일치하니...

갖바치 : ...음!

당추 : 자네는 어쩌시려는가? 이대로 태백성 별빛이 사그라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셈이신가?

갖바치 : (술한잔 마시는)...!!



s#37. 편전 외경 (밤)



s#38. 편전 방 안 (밤)


중종, 골똘한 생각에 빠져 연상 앞에 앉아있는 얼굴위로.


조광조(E) : 군주의 자리는 높기에 덕이 아니면 누리기에 위태로운 것이옵니다.

중종 : (혼잣말)..덕이 아니면 누리기에 위태롭다?..위태롭다?! (한숨을 내쉰다)

김상궁(E) : (방밖에서) 주상전하!

중종 : (방밖을 보며) 무슨 일이냐?



s#39. 동 편전 방밖 복도 (밤)


김상궁, 방문쪽에다 대고 고하고 있다.


김상궁 : 밤이 깊었사옵니다. 옥체를 상하실까 염려되옵니다. 이만 침수드시지요. 희빈 처소에 기별을 넣어놨사옵니다.



s#40.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 ...알았노라.



s#41.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 <走肖爲王> 나뭇잎을 보고 있는데.


향이(E) : 희빈마마, 상감마마 납시셨사옵니다.

희빈 : (나뭇잎을 잽싸게 연상서랍속에 감추며 방문쪽 보며) 어서 뫼시어라.

중종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앉으며) 희빈, 과인이 희빈이 타올린 화채 생각이 간절하여 발걸음을 했소.

희빈 : (고개 숙인채 침울한 표정)..

중종 : (희빈을 보며) 희빈, 어찌 말이 없소? 과인이 반갑지 않은게구려?

희빈 : (고개 숙인채)..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중종 : 허어, 항상 밝던 희빈이 오늘따라 이상하구려. 어디가 불편하신게요?

희빈 : (울먹이며)..아니옵니다..

중종 : (바짝 보며) 희빈, 말씀을 해보시구려, 대체 무슨 일이오?

희빈 : (눈물 그렁그렁하여 보며)..전하, 신첩의 아비를 살려주시옵소서.

중종 : 아비를 살려달라니?! 그 무슨 말씀이오?

희빈 : ...

중종 : 어서 말씀해 보오!

희빈 : ..신첩, 삼사의 대간들이 정국공신들의 위훈을 삭제하라는 주청을 올렸다 들었사옵니다.

중종 : ..음!

희빈 : 신첩, 정국일등공신의 아비를 둔 죄로 이번일로 아비가 잘못될까 두렵사옵니다.

중종 : 남양군에게 공이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인데 감히 누가 남양군의 공과 과를 놓고 저울질을 한단 말이오?!

         과인이 남양군을 지켜줄테니 희빈은 울음을 그치시오!

희빈 : 전하, 신첩 전하를 뫼셔온 십수년 동안 조정일에 대해 한번도 말씀을 올린 적이 없음은

         전하께오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것이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그래요..해서 과인은 희빈 처소에 오면 마음이 편하오..

희빈 : 하오나 오늘밤 이 말씀만은 꼭 올리고자 하온데 윤허해 주실런지요?

중종 : ...말해보오.

희빈 : 전하, 조광조는 역심을 품고 있사옵니다. 부디 조광조를 내치시옵소서!

중종 : 뭐라, 희빈 지금 뭐라했는가?

희빈 : 전하, 조광조가 정국공신들의 훈작을 깍으려 드는 연유가 무엇이겠사옵니까?!

         전하의 주변에 충성스러운 공신들을 찍어내어 전하의 날개와 깃을 자른 뒤에 끝내는 전하마저 몰아내고자 할 것이옵니다.

중종 : 희빈!

희빈 : 전하! 조광조가 전하를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을 쳐내는 것은

         전하의 정통성에 흠집을 내고자 함인 것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중종 : ...?!

희빈 : 조광조가 애초에 현량과를 만들때부터 자기의 입속의 혀처럼 노는 자들로 조정에 파당을 짓기위함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옵니다.

중종 : (저으며)..아니오, 조정암이 그럴 사람이 아니오!

희빈 : 전하, 조광조가 길거리에 나서면 백성들이 우리 상전, 우리 상전하며 절을 한다고 들었사옵니다!

         심지어는 의정부 신료들 조차 조광조를 떠받들고 있지 않사옵니까?!

중종 : ...!

희빈 : 전하, 조광조는 지금 스스로 임금의 자리에 오르려 하고 있사옵니다. 부디 잘 살피시지 않으면

         이 나라 종묘사직이 결단이 나는 일이옵니다!

중종 : (버럭) 그 입 다물라!

희빈 : 전하, 신첩을 어찌 믿지 못하시옵니까?!

중종 : (고개 돌리며) 그런 모함 따위는 더 듣고 싶지가 않다!

희빈 : 모함이 아니옵니다! (연상서랍에서 <走肖爲王> 나뭇잎을 꺼내 보이며) 전하, 보시옵소서!

         이것이 조광조가 역심을 품고 있는 증거이옵니다.

중종 : (흠짓하여 나뭇잎을 건네받고 보다 눈이 휘둥그레지는)..주..주초위왕?!

희빈 : 예, 지밀주변 후원의 나무마다 새겨져 있었사옵니다. 궐내의 모든 사람들이 조광조가 임금이 될것이라는 징조에

         몸서리를 치고 있사온데 전하께오선 모함이라고만 일축해 버리시겠사옵니까?!

중종 : 지금 궐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했소?

희빈 : 예, 전하..이 일로 궐내가 뒤숭숭하옵니다.

중종 : 헌데 어찌 과인만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희빈 : ...중전마마께오서 함구령을 내리셨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중전이 함구령을?!

희빈 : 예, 중전마마께오서 이번 일을 덮어두시기 위해 후원 나무들을 베어내시고 주초위왕 글짜가 새겨진 낙옆들을 모아

         불태우라 엄명을 내리셨사옵니다.

중종 : (분노로 일그러지며 중궁전쪽을 휙-돌아보는)...!!



s#42. 중궁전 방 안 (밤)


금침이 깔려있고 잠자리에 들기전인 윤비가 가채를 벗고 경대를 보고있다.



s#43.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밤)


중종, 잔뜩 굳은 얼굴로 방쪽으로 걸어온다.

엄상궁, 당황하여 방에다 고한다.


엄상궁 :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44.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 (놀라) 전하께오서..?! (경대를 치우고) 어서 뫼시어라. (일어선다)

중종 :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며 윤비를 노려본다)...!

윤비 : (앉으며) 전하, 신첩 전하께오서 희빈 처소로 납시었다고 알고 있었사온데 기별도 없이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중종 : (<走肖爲王> 잎사귀를 뿌리듯 내보이며) 중전, 이것에 대해 알고 있으시었소?!

윤비 : (흠짓 보다가)..예..알고 있었사옵니다.

중종 : 허면 궐내에 함구령을 내리고 후원의 나무를 베어내고 나뭇잎을 불태우라 명하신것도 중전이 맞소?

윤비 : 예, 맞사옵니다.

중종 : 중전!! 중전은 어찌 과인보다 조광조를 감싸 안으시려는것이오?!

윤비 : 전하,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은 이번 일이 전하께 알려지면..

중종 : 다무시오, 그 입!!

윤비 : ...!

중종 : 주초위왕 징조에 대해 대궐내에서 과인만 모르고 있었다니

         이 모두가 중전이 과인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뭐란 말이오?!

윤비 : ...

중종 : 중전이 과인의 용종을 잉태하지 않겠다고 하여 이 나라 종묘사직에 대죄를 지은 것만으로는 모자람이 있으시오?!

윤비 : ..전하..!

중종 : 어찌 자중치 못하고 아녀자의 몸으로 조정일에 나선단 말이오!

윤비 : ...

중종 : 중전께서 이러고도 과인의 지어미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게요?!

윤비 : ...!!

중종 : 과인은 중전이 교태전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소!!

윤비 : ...!!

중종 : 당분간 중궁전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말고 자중, 또 자중하고 있으시오!

         과인이 중전을 어찌 해야할지 상량해 본 연후에 하명을 내리리다!


중종, 벌떡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윤비, 일어서다가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엄상궁 : (방안으로 들어와)..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백비탕이라도 올릴깝쇼?

윤비 : 난 괜찮으니 나가있게.

엄상궁 : (걱정스럽게 보다가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 ...!



s#45.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 흡족한 듯 웃고 있다.


희빈 : 호호, 향아, 전하께오서 조광조와 중궁전에서 마음이 떠나시지 않겠느냐?

향이 : 예, 마마의 말씀을 문밖에서 듣던 이년도 가슴이 다 떨리었사옵니다.

희빈(E) : (미소) 이제 금원군이 왕세자에 책봉되고 보위에 오를 일만 남은것이야.



s#46.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위로.


경빈(E) : 희빈, 참 잘하시었소, 허나 금원군이 왕세자 책봉을 받지는 못할게요!

             토사구팽이라..희빈이 이 사람의 개노릇을 잘해주신게요! 호호.



s#47.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생각에 잠긴 얼굴 위로.



s#48. 후레쉬 백(34회 s#5의)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나서시어 이번 일을 덮어두시려 하신다면 분명 전하나 대비전에서는

         중전마마께오서 조정암 나으리를 두둔하신다는 의심을 품으실 것이옵니다. 허면 마마께오서는 졸지에

         조정암나으리와 더불어 추풍낙엽이 되실것이옵니다..



s#49.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E) : (한숨 내쉬며)..내 난정이 말을 따랐어야 했단 말인가?



s#50. 난정모 외경 (밤)



s#51.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무릎을 모은채 골똘한 생각에 빠져있고 그 옆에 난정모가 잠들어있다.


난정(E) : 이번일이 잘못되면 중전마마께오선 폐서인이 되실지도 몰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마를 지켜드려야 해..

              헌데 방도가 없으니..!


문득, 난정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s#52. 후레쉬 백(34회 s#1의)


경빈 : (난정을 보고 빙긋 미소)..오냐, 내 너를 기다리고 있으마.



s#53.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 (강렬한 느낌)...!



s#54. 대궐 전각들 위로 아침이 밝는다(INSERT)



s#55. 편전 방안


중종, 밤을 새운 듯 연상위에 놓인 <走肖爲王> 나뭇잎을 골똘하게 바라보고 있다.

방문이 열리면 누군가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중종 : (인기척을 느끼고 보는) 누구냐?!

조광조 : (곤룡포를 입고 중종앞에 당당하게 서 있다)..!

중종 : (소스라치게 놀라)..저,저,정암!

조광조 : (쏘아보며) 용상에서 내려오시오! 지금부터 과인이 이 나라의 군주요!

중종 : 뭐,뭐라?!

조광조 : 군주의 자리는 높기에 덕이 아니면 누리기가 힘든 자리요! 그대는 군주로서의 덕이 없소,

            이미 조정신료들과 백성들의 뜻도 과인에게 기울어졌음이요!

중종 : 저,정암!


중종, <走肖爲王> 나뭇잎을 보며 생각에서 깨어난다.


중종 : (뭔가를 결심한듯)..밖에 입직 승지 있느냐?!



s#56. 동 편전 방 밖 복도


김승지 : 예, 입시해 있사옵니다.

중종(E) : 들라.


김승지,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57. 동 편전 방 안


김승지, 방안으로 들어와 중종 앞에 조아린다.


김승지 :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남양군 대감을 입궐하라 기별을 넣어라!

김승지 : 예.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



s#5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내려진 발 너머로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경빈 : 서둘러 거사일을 잡도록 하세요.

남곤,심정 : (놀라)..!!

경빈 : 전하의 마음이 조광조에게서 돌아서시었습니다. 이때를 놓치면 전하께오서 언제 다시 마음이 바뀌실지 모르니

         서두르셔야 합니다.

남곤,심정 : ..예, 마마!

경빈 : 하루 아침에 충역이 갈리는 일입니다! 서두르시되 신중하게 하셔야 할 것입니다.

남곤,심정 :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 ...!



s#59.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뭐요? 주상께서 중궁전에 금족령을 내리셨다니요?



s#60.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창빈이 앉아있다.


창빈 : 예, 중전마마께오서 주초위왕 나뭇잎을 덮어두시려 했던 일이 전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사옵니다.

자순대비 : ..이번 일은 중전께서 오해받으실 짓을 하신겝니다.

창빈 : 대비마마, 중전마마의 충심은 마마께오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자순대비 : 음!

창빈 : (간절하다) 원자마마를 위해서라도 대비마마께오서 전하의 오해를 풀어주셔야 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휙-보며) 원자를 위해서?!...!



s#61. 난정모 집 마당


난정,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옥매향이 마당으로 들어온다.


난정 : 매향아.

옥매향 : 난뎡아..너 무사했구나야.

난정 : 무사? 그게 무슨 소리니?

옥매향 : 어뎃밤에 도툥관댁 도련님이 타댜왔드랬어!

난정 : 정렴이가 기방에까지 찾아갔단 말이니?!

옥매향 : 기래, 기런데 하도 니상한 소릴 해대길래..내레 니가 걱뎡되서 와본거이야.

난정 : (뭔가 벼르듯 어딘가를 노려보는)...!



s#62.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물건을 정리하다가 일이 손에 안잡히는지 옮기던 자기를 놓친다. 쨍그렁-깨지는 자기.


능금 : 이런 넨장맞을?!

송서방 : (물목 정리하다 보며) 능금아, 오늘 벌써 몇 번째냐? 차라리 손놓고 쉬고 있는편이 났겠다.

능금 : 알았수! (툇마루쪽으로 가서 털썩 앉는다)

달래 : (능금 옆으로 오며) 거보오, 백도주 어르신한테 심한 말 한 것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히는거잖소?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하시오, 언니.

능금 : 씨, 난 잘못한거 없어! (벌떡 일어나 대문밖으로 나간다)

송서방 : (보며) 에이그, 어르신께 잘못했다는 말한마디 하기가 저리 힘들까?



s#63. 백치수 사랑채 방밖 마당


능금, 사랑채 쪽으로 걸어온다.


능금 : (혼잣말) 알았어,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 그게 뭐 어렵다구..? (사랑채 앞으로 다가서는데)

이장곤(E) : (방안에서) 길상이를 거두어 들이겠다니 그 무슨 말인가?!

능금 : ('길상이?')..?!..(방안을 엿듣는다)



s#64.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가 이장곤에게 상석을 내어준채 마주 앉았다.


백치수 : 이놈이 조정 돌아가는 사정을 짐작해 보니 길상이를 거두어 들일때가 된 듯 싶사옵니다.

이장곤 : 허, 어음이나 챙기는 장사꾼이 어찌 조정 돌아가는 사정을 그리 잘 아누?

백치수 : 재물이야 정치를 쫓아다니는 것이니 재물이 다니는 길을 볼줄 알면 정치판이 어찌 흘러갈지도 짐작할 수 있는 법이지요.

이장곤 : 음! 허면 자넨 앞으로의 정국이 어찌 될 것 같은가?

백치수 : 정국공신들이 은밀하게 재물과 사람을 모으고 있사옵니다.

이장곤 : 재물과 사람을 모으고 있다?

백치수 : 예, 재물은 군자금이옵고 사람은 무사로 쓰일 장정들 이옵지요.

이장곤 : (놀라) 허면 거사가 준비되고 있단 말인가?!

백치수 : 그것까지는 모르겠사오나, 조짐이 좋지 못하옵니다.

이장곤 : 허어, 자네말이 사실이라면 이거 큰 일 아닌가?

백치수 : 이놈은 장사꾼이옵니다. 큰 돈을 주고 목숨을 맡아둔 길상이를 그런 곳에서 개죽음을 당하게 했다가는

            수지가 맞지 않습지요.

이장곤 : ...음!

백치수 : 손해보는 장사는 하고 싶지 않으니 길상일 거두어 들이겠다는 이놈의 뜻을 헤아려주시리라 믿겠사옵니다.



s#65. 동 백치수 사랑채 방 밖


능금(E) : (깜짝 놀라) 허면 길상이가 장사길 떠난게 아니란 말야?!



s#66. 대비전 외경


중종,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조상궁(E) : 대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67. 동 대비전 복도


중종, 방문 앞에 서 있고 그 앞에 조상궁이 조아리고 섰다.


자순대비(E) : 뫼시어라.

조상궁 : 예, (중종에게) 전하, 드시옵소서.


방문이 열리면 중종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s#68. 동 대비전 방 안


중종,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흠짓 놀란다.

자순대비 앞에 윤비가 다소곳하게 일어서서 중종에게 조아린다.


자순대비 : 어서 오세요, 주상.

중종 : (앉으며 윤비를 보고) 중전, 과인이 중전에게 금족령을 내렸거늘 어찌 대비전까지 발걸음을 하셨단 말이오?!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을 너무 탓하지 마시오, 이 늙은이가 중전을 청해 이 자릴 마련한게요.

중종 : 어마마마, 소자 큰 불효이온줄은 아오나 중전과 앉아 있기가 심히 불편하옵니다. 소자,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사옵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주상, 중전께서 어찌 하셔야 주상의 심기가 누그러지실겝니까? 중전이 석고대죄라도 드려야 마음이 풀리시겠소?

중종 : 소자, 중전의 석고대죄를 받은들 불편한 심기가 풀릴지 않을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중전을 폐서인이라도 시키시겠다는겝니까?!

중종 : 중전의 죄를 따져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면 폐위시켜 사가로 내칠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뭐,뭐요?!

윤비 : ...!!

중종 : 허면, 소자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 주,주상..(부르다) 허어, 주상의 진노가 저리도 하늘을 찌르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오?

윤비 : ....!



s#69. 정윤겸 집 사랑채 외경



s#70.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수척해진 얼굴의 옥련이 앉아있다.


정윤겸 : 옥련아, 양평댁에게 듣자니 네 요즘 밥상에 수저도 대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게 참말이더냐?

옥련 : 아버님, 어머니께오서 어찌 지내시는지 모르는데 소녀 어찌 밥술이 목에 넘어가겠사옵니까?

정윤겸 : 음! 네 어머니 일은 그만 잊도록 해라.

옥련 : 아버님, 어머니를 다시 불러들이시옵소서!

정윤겸 : 옥련아 네 어찌 에비뜻을 거스르려 하는것이냐?!

옥련 : (눈물)..어머니께오서 아무리 큰 죄를 저지르셨다고는 하오나

         아버님께는 조강지처이시옵고 저희에게는 낳아주신 어머님이시옵니다.

정윤겸 : 네 아무리 그래봐야, 아비의 뜻은 변함없으니 물러가거라!

옥련 : 아버님! 흐흑..

정윤겸 : (고개를 돌리며) 음!!



s#71. 정윤겸 집 대문 앞


정렴,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담벼락에 서있던 심퉁이 정렴 옆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심퉁 : 도련님!

정렴 : (돌아보며)..기방 부엌데기년이 무슨 일로 왔느냐?

심퉁 : (못마땅 하지만)..매향아씨께서 도련님을 뵙자고 하세유.

정렴 : (솔깃) 매향이가?! 그 참말이더냐?

심퉁 : 야. 따라오서유. (앞장서가면)


정렴, 갸웃하며 보다가 심퉁의 뒤를 따라간다.

박희량, 반대편에서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정렴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s#72.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심퉁이 앞장서고 정렴이 따라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73.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정렴, 심퉁의 뒤를 따라 아래채 방 쪽으로 간다.


심퉁 : (아랫방쪽을 가리키며) 들어가서유.


정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아랫방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s#74. 동 자운아 아래채 방 안


정렴, 방안으로 들어오다가 움찔 놀라 멈춰선다.

난정, 앉은채 정렴을 쏘아본다.


정렴 : (일그러지며)..이,이것들이 감히 날 속였어?

난정 : 네 무고한 사람을 해치려는 꼬낙서니가 꼭 네 에밀 닮았구나!

정렴 : (어이없어) 뭐,뭐라?


방안으로 길상과 딱부리가 들어온다.

정렴, 들어오는 두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라 어쩔줄을 모르는데.


난정 : (버럭) 네 이놈!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난정, 정렴을 노려보며 호통치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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