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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4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07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40











S#1. 중궁전 방 안


윤비, 놀란 얼굴로 난정을 보고 있다.


윤비 : 난정아, 네 지금 회임이라고 하였느냐?!

난정 : (쌩끗) 예, 이년 분명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고자 입궐하였다 말씀을 올렸사옵니다.

윤비 : (불쾌한 표정) 네 어찌 나를 기망하려드는게냐?

난정 : 마마, 기망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윤비 : 허면 네 어찌 해괴한 요설을 피워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냐?

난정 : 이년이 마마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렸다면 이년, 중전마마께 종아리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회초리를 맞아

         죄를 씻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윤비 : (보며) 헌데?!

난정 : 이년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셨다는 것을 천명하시는 것만이

         사면초가 처지에 놓이신 중전마마를 구할 방도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회임을 천명하는 것만이 나를 구할수 있다? (휙-보며) 네 어찌 한입으로 두말을 뱉는것이더냐?!

         언젠가는 회임을 하지 않겠다 천명하라 하더니 이제와서 회임이라?!

난정 : 마마, 지금은 말을 바꾸셔야 할때이옵니다.

윤비 : 말을 바꿔?

난정 : 마마, 지금은..

윤비 : 난정아, 네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중궁의 회임은 국가의 막중한 대사이거늘,

         내 어찌 거짓으로 전하와 조정과 신민들을 우롱할 수 있겠느냐?!

난정 : 아옵니다! 이년 누구보다도 중전마마의 반듯하오신 성품을 잘 아옵니다! 하오나 마마, 이번 조정암나으리께오서도

         그분의 반듯하고 청고한 성품이 화를 불렀음을 잊으셔서는 아니되시옵니다!

윤비 : ...?!

난정 : 조정암나으리가 찍혀져 나간 연후엔 공신들과 후궁들은 중전마마를 과녁 삼아 비수를 번뜩일 것이옵니다.

         마마, 앞으로 저들의 핍박과 수모를 어찌 견뎌내시려 하시옵니까?

윤비 : ...!

난정 : 선수를 치셔야 하옵니다! 마마께오서 용종을 잉태하셨음을 만천하에 천명하시어

         저들의 기세를 단번에 꺽어 버리셔야하옵니다! 그리하셔야 전하의 마음이 마마께 다가서시옵니다.

윤비 : 아니야! 아니야!! 내 그리는 하지 않을것이야!

난정 : 마마, 반드시 이년의 진언을 따라주셔야 하옵니다! 주상전하께오서 마마의 가슴속에 묻히셔야 하옵니다.

윤비 : (버럭) 어허, 내 그리는 못한다 하지 않았더냐?!

난정 : (움찔 그러나) ...마마, 그리하셔야 사시옵니다!

윤비 : 내 너의 진언을 받아들여 용종을 잉태했음을 천명한다고 하자! 그것으로 당장 눈앞에 닥친 격랑이야 넘기겠지만

         배가 불러오지 않으면 뭐라 발명을 할것이며 또 열달 후 산달이 닥치면 어찌하잔 말이냐?

난정 : 마마, 그때는..

윤비 : 옳거니, 배가 불러올 때 쯤 낙태를 했다하면 되겠지! 후궁들중 누군가가 중궁전의 음식에 약을 탔다고 하거나

         방자를 한 탓이라 덮어씌워 매를 치고 주리를 튼다면 거짓토설을 받을수도 있을것이다.

         아마도 일석이조가 될 수도 있을 것이야. 이것이 네 답이 아니겠느냐?!

난정 : ('알고 있었구나!')...마마, 이년의 속내를 꿰뚫어 보셨사옵니까?!

윤비 : 허나 내 폐서인이 될지언정 어찌 일국의 국모로서 뒷방 아낙네들 곤댓짓을 흉내낼 수 있겠느냐?

난정 : (감동반 우려반) ..마마, 사셔야하옵니다! 마마께오서 살아나셔야 하옵니다! 실기하시면 아니되시옵니다!

윤비 : 난정아, 사람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못할 짓이 없음은 알고 있다. 허나 내한 목숨을 건지자고 이 나라의 종사를 걸고

         구차한 짓거리를 하고 싶진 않구나. 허니 그리 알고 회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거라. 이것은 내 명이니라!

난정 : ...!

윤비 : (보는)...

난정 : (조아리며 울먹)..마마 ..이년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이년은 평생 중전마마의 발치에서 마마를 우러러 뵈올 것이옵니다.

         (눈물 주르륵)..

윤비 : (미소) 네가 참으로 눈물이 많구나.

난정 : (닦으며)...황공하옵니다..

윤비 : (다정하게) 네 이왕 발걸음을 했으니 지난번 네가 가져와 올린 술이라도 한잔 하려느냐?

난정 : 아니옵니다.. 하오면 마마께오선 이번 난국을 어찌 넘기시려 하시옵니까? 생각해둔 대책이라도 가지고 계시온지요?

윤비 : (미소) 나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

난정 : (걱정되는)..

윤비 : 나 역시 뱃속에 용종을 잉태하고 있음을 천명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책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느니.

난정 : (놀라) 예에? 하오시면?

윤비 : 난정아, 내 비록 회임을 천명하지는 않을 것이나 저들 스스로가 중궁전에서 회임을 했다고 여기게 만든다면

         이번 격랑은 무사히 넘길 수 있지 않겠느냐?

난정 : (알아듣고)..마, 마마!!

윤비 : (야릇한 미소) 내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느냐?

난정 : (조아리며) 예,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의 무지몽매함을 깨워주셨사옵니다. 이년, 중전마마의 높으신 뜻을 받들겠사옵니다.

윤비 : 오냐, 내 너를 믿으마.



S#2. 편전 외경


금부군사들이 편전 주변을 지키고 섰다.



S#3.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홍경주와 남곤이 앉아있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김승지보며) 궐내에 난입한 무리들은 어찌 되었는가?

김승지 : 수두라 자처하는 자들은 잡아들여 금부에 하옥하였사옵고, 나머지는 궐밖으로 내쳤사옵니다.

중종 : (자탄) 허, 어찌하여, 어찌하여 구상유취한 유생들이 지엄한 궐내에 난입하여 과인을 능멸하려 하는가?

         (한숨) 이 모두가 과인에게 덕이 없음이로다!

홍경주 : 전하, 망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이는 전하의 부덕하심때문이 아니오라

            조광조가 성균관 등지에 어금니로 박아놓은 주초의 무리가 선동하여 벌인 일이옵니다.

남곤 : 전하. 전하께오서 조광조의 참수를 늦추시오면 주초의 무리가 어리석은 백성들을 선동하면 민심이 동요하여,

         각지에 민란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남곤을 휙-보며) 뭣이라? 지금 민란이라고 하였소?!

남곤 : 그렇사옵니다, 전하! 하오니 속히 조광조를 참수하라는 어명을 내려주시옵소서!

중종 : ..과인에게 조금 더 상량할 여유를 주시오!

홍경주,남곤 : (독촉하듯) 전하!

중종 : (괴롭다)...!



S#4. 의금부 옥사 안


조광조와 김정을 비롯한 그 일행들이 옥사에 갇혀있다.

그 옆 칸에 박희량을 비롯한 유생들이 온통 피와 멍, 그리고 엉망이 된 차림새로 갇혀있다.

유생들중에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는 자들이 태반이다.


박희량 : (옥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조광조가 갇힌 칸을 보며) 정암선생님, 정암선생님!

김정 : (옥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유생들 칸을 보며)...참혹하구먼, 어린 유생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저리 참혹한 짓을 했단 말인가?

조광조 : (눈을 감은채)...

박희량 : (옥문 앞에 바짝 붙어 조광조쪽을 건너다 보며) 조정암 선생님, 선생님 뒤에는 이 나라의 수백, 수천의 유림들이

            받치고 있사옵니다. 유림들은 선생님과 생사를 함께 할 것이옵니다. 하오니 뜻을 굽히지 마시옵소서!

김식 : 저처럼 용기있는 유생들이 우리의 뒤를 이을것이라 생각하니 비록 몸은 죽을지언정 마음은 든든하구려.

김구 : 정암, 정암께오선 어찌 한마디 말씀도 아니계시는 것이옵니까?

일동 : (조광조를 보는데)

조광조 : (눈을 감은채 미동도 없이 묵묵부답)...!

박희량 : (조광조를 보며) 선생님, 후학들을 위해 한 말씀 들려주시옵소서.

조광조 : (눈을 뜨며) ..이사람은 소인배의 장막에 둘러싸이신 전하가 걱정될뿐이오. 아무리 선비의 기개가 높다한들

            어진 군주를 만나지 못하면 추풍낙엽처럼 우리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니.. 가슴이 답답할 뿐이오!

일동 : (숙연해 지는)...!



S#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찻상 앞에 마주앉아있다.


경빈 : 유생들의 궐내 난입으로 전하께오서 위기감을 느끼실 것입니다. 허니 전하께 더욱 강경한 주청을 드리도록 하세요.

심정 : 하오나 그랬다가 전하께오서 역증이라도 내시오면..

경빈 : (미소) 이 사람은 전하를 십수년간 뫼셔 잘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오서 심약 하신 분이오라 누군가 옆에서 속삭이면

         그 말에 귀를 기울이십니다. 허니 대감들께서는 전하의 곁에서 촌각이라도 떨어져 계시면 아니되실 것입니다.

심정 : 예, 남양군과 예판대감이 항상 전하의 곁을 지킬 것이옵니다.

경빈 : 차가 식습니다. 드시지요.



S#6.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대청마루에 앉아있는데 일각문 안으로 난정이가 들어온다.


금이 : (난정을 보고 화들짝 놀라) 아, 아니! 저것이! (급하게 다가와서며) 네 감히 예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는게냐?!

난정 : 경빈마마께오서 계오신 곳이라 알고 들었는데 내 잘못 알고 든것인가?

금이 : (어이없게 보며) 뭐야? 천 것이 엇다대고 하대를 하는게냐?! 네년 볼기짝이 헤지고 싶은게냐?!

난정 : (엄하게 버럭) 네 이년!

금이 : (움찔)..?!

난정 : 네 어찌 나인 나부랭이가 당의를 갖춰 입은 내게다 욕지꺼리를 내뱉는 것이더냐?!

         네년, 세치 혀를 뽑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금이 : (위축되는)..아, 아니, 이것이..

난정 : 내 오늘은 경빈마마를 뵈오러 왔으니 어서 마마께 고하여라.

금이 : (뭐가 뭔지)...?!

난정 : 어서, 고하래두!

금이 : (어쩔줄 모르는데) ..아니, 이것이?!

경빈 : (밖으로 나오며) 금아, 밖이 왜 이리 소란한게냐?

난정 : (땅바닥에 엎드리며) 경빈마마, 난정이옵니다.

경빈 : (보며) 난정이?..(찬찬히 보다가) 오, 그래.. 네가 그리 당의를 갖추니 못알아보겠구나.

         네 중궁전에 가는 길을 잘못들어 예까지 온것이더냐?

난정 : 아니옵니다. 이년, 중궁전에 들었다가 나오는 길에 경빈마마께 문후나 여쭙고자 발걸음을 하였사옵니다.

경빈 : 오냐, 잘 왔느니. 헌데 지금은 손님이 들어계시니 네게 차대접 할 틈이 없구나.

난정 : 예, 이년도 잘 아옵니다. 마마께오서 조정암을 찍어내시는 일에 바쁘시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어찌 이년이라고 모르겠사옵니까?

경빈 : ('찔린') 뭬야?

금이 : (달려들 듯) 아니, 이년이!

난정 : 어허! 네년 따위가 끼여들 자리가 아니래도!

금이 : (움찔)...!

난정 : (공손하게 깊숙이 숙이며) 이년, 다음번에 입궐할때에는 중궁전이 아니라 이곳 연경당을 먼저 찾아뵙겠사옵니다. 허면..

         (돌아서 가는데)

경빈 :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며) 예, 마마.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는 평안하시더냐?

난정 : (야릇한 미소) 예, 중전마마께오서는 앞으로 천하에 거리낄 것이 없으실 것이옵니다.

         (다시한번 조아리고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 : (갸웃) ..천하에 거리낄 것이 없다?!

심정 : (방밖으로 나와 서며) 마마, 누구이옵니까?

경빈 : 중궁전에서 총애하는 아이입니다.

심정 : 예에? 하온데 어찌 예까지...?

경빈 : 화천군께서는 빈청으로 드시지요.

심정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금이가 신발을 댓돌위에 놓으면 신발을 신고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 : 금아, 속히 저 아이의 뒤를 밟아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거라!

금이 : 예, 마마. (난정을 벼르듯 일각문쪽을 휙-노려보는)...!



S#7. 경빈 처소 밖 중문 안


난정, 걸어가다가 뒤를 휙-돌아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난정 : 경빈마마께오서 아무리 발버둥을 치셔 보았자, 중전마마께오서 버티고 계시는 한

         교태전에 들어앉지는 못하실 것이오. 암!


난정, 몸을 돌려 총총히 간다.



S#8. 자운아 기방 안채 외경


자운아(E) : 예에? 하오면 니년을 보러 오신게 아니란 말씀이십네까?



S#9.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자운아가 앉아있다.


파릉군 : 내 서화담의 산방에서 유하고 있던 중에 조정암과 삼사에서 위훈삭제 주청을 드렸다는 소문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걸세.

자운아 : (섭섭함을 감추며).. 그러셨구먼요.

파릉군 : 헌데 도성 안에 들어서자마자 조정암과 젊은 인재들이 갇혔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허망하구먼!

자운아 : ...



S#10. 동 자운아 안채 방 밖


옥매향, 정갈한 술상을 들고 서있다.


옥매향 : (들뜬 표정) 오마니, 술상 들여가옵네다.

자운아(E) : (방안에서) 들이라우.

옥매향 : 예.

심퉁 : (옥매향 옆에 서있다가 방문을 열어주면)

옥매향 : (술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11.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옥매향, 술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옥매향 : (술상을 내려놓으며) 나으리, 니년이 봐올린 듀안상이옵네다.

            니년 손끝이 무뎌 홍어무팀이 아바디 닙맛에 맞을런디 모르갔습네다.

파릉군 : 허허, 네 정성이 고맙구나.

옥매향 : 우선, 아바디를 오매불망 그리워하시던 오마니 잔을 받으시라요, 니년은 두 번째 따르갔시오.

            (자운아 보고) 오마니, 뭐하시는거야요? 날래 아바디 잔을 태워드리디 않구요?

자운아 : (침울한)...

옥매향 : (재촉하듯) 오마니이!

파릉군 : 매향아, 아쉽지만 오늘은 내 술잔을 기울일수가 없구나.

옥매향 : 예에? 와요?

파릉군 : 내 천서방이 종친들에게 기별을 넣고 돌아오는대로 입궐하여 전하를 알현해야 할 것이다.

자운아 : 나으리, 꼭 입궐하여 됴뎡암나으리의 구명을 듀청 드리셔야 합네까?

파릉군 : 나 역시 종친이전에 도학을 공부한 선비일세. 내 어찌 조정암같은 큰 선비가

            무고한 죽음을 당하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자운아 : 길티만 괜스리 닐이 잘못되면 나으리까지 화를 닙을까 걱뎡이옵네다.

파릉군 : 음! 자네 마음은 알겠네만.. 어쩌겠나.. 조정암이 화를 당하면 이나라에 선비들이 설곳은 없어 질것이야.

옥매향 : 니년도 됴뎡암나으리같이 훌륭한 분은 살리시는게 옳다고 생각합네다.

            아바디, 오마닌 괘념티 마시고 님금님께 잘 말씀드려 됴뎡암 나으릴 꼭 살려듀시라요!

자운아 : (버럭) 에미나이래 닥티디 못하간?!

옥매향 : (찔끔하는)...?!

파릉군 : (대견하게 보며) 매향아, 네가 참으로 대견하구나.

옥매향 : ..나으리..

파릉군 : 오냐, 네 갸륵한 마음이 헛되지 않게 내 종친부의 힘을 모아 전하께 잘 말씀올리도록 하마.

옥매향 : 고맙습네다.

자운아 : (뭔가 불길한)...!



S#12.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E) : 정변이라니 그 대체 무슨 소리냐?



S#13.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머리띠를 두른채 이불위에 앉아있고 윤원형과 윤원로가 그 앞에 앉아있다.


윤원형 : 정변이 아니오라.. 조정에 옥사가 벌어진것 뿐이오니 아버님,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윤지임 : 옥사라니?! 원로 얘기로는 조정신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금부군사들한테 유생들이 처참하게 도륙당했다던데.

윤원형 : 거, 참 형님도, 괜한 말씀을 하셔갖구는?

윤원로 : 괜한 말이 아니라 지금 도성안에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더라!

윤원형 : 그게 다 소경 문고리 잡는격으로 입에서 입으로 부풀려진 것이옵니다.

윤지임 : 그래 중전마마께서는 어찌 지내고 계시더냐?

윤원형 :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마마께오서는 강녕하실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윤지임 : 뭬야? 허면 입궐해서 중전마마께 문후도 여쭈지 않고 왔단 말이냐?

윤원형 : 아버님, 그게..저..

윤지임 : 안되겠다. 원로야 어서 입궐채비를 하거라. 내 눈으로 직접 중전마마께오서 편히 계시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가 않는구나.

윤원로 : 예, 아버님. 소자가 뫼시겠사옵니다.

윤원형 : 아버님, 우리 삼부자 당분간은 중궁전에 들지 않는게 중전마마를 위하는 길이옵니다.

윤지임 : 뭐라?

윤원형 : 지금 조정에서는 편을 갈라 상대를 찍어 누르기위해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사옵니다.

            이런 와중에 입궐하여 저들의 눈에 띈다면 과녘이 되기 십상이옵니다.

윤원로 : 그건 원형이 말이 맞는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 ...

윤원형 : 또한 효심이 남다르신 중전마마께오서 병색의 아버님을 뵈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사옵니까?

            하오니 조정에 구름이 걷히고 아버님께오서 거동이 편해지신 연후에 마마를 찾아뵙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 음.. 따는.. 아이구.. 내 좀 누워야겠다..

윤원로 : (윤지임을 부축하여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다) 아버님, 한숨 푹 주무시옵소서.

            일어나시오면 제수씨께서 진수성찬을 차려드릴 것이옵니다.

윤원형 : (보며)...



S#14. 동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과 윤원로가 방밖으로 나온다.


윤원형 : 형님, 이 아우가 형님의 장래에 대해 걱정이 많았었는데 형님도 조정에 출사를 하시어 한자리 하셔도 되겠습디다.

윤원로 : 뭐라, 네 그게 무슨 말이냐?

윤원형 : 오늘 이 아우가 입궐하여 빈청이란 곳을 들어가봤는데 말이오..

윤원로 : 빈청엘?

윤원형 : 식견이 출중하시다는 노회한 대감들께서 개싸움을 벌이고 있습디다.

윤원로 : 개싸움?!

윤원형 : 예, 이나라 조정이 고것밖에 안된다면 우리 형제가 권세를 한손에 움켜쥐고 천하를 호령하지 못할 까닭이 없겠소이다.

윤원로 : (빙긋 미소) 이보게 아우님! 너무 자신하지 말게! 알아도 모른척, 모르면 미친척, 뺨을 맞아도 웃을 줄 알아야

            천하가 굴러오는 법이야.

윤원형 : ...예에?! 모르는 척? 미친척?

윤원로 : 그래.

윤원형 : 모르는척, 미친척이라?!

윤원로 : 허면 형은 처가댁으로 행차해 보겠네. 나중에 또 보세나, 아우님! (몸을 바짝 낮추고 대문쪽으로 간다)

윤원형 : (갸웃하고 보는데)...?!

탄실 : (윤원형쪽으로 오며) 나으리, 초당아씨께오서 드시랍니다.

윤원형 : 알았다. (별채쪽으로 간다)



S#15.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오면 배천댁이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앉으며) 부인, 친정에는 기별을 넣어보시었소?

김씨 : (따라 앉으며) 예, 서방님께오서 말씀하신대로 아침 일찍 배천댁을 친정에 보내 사정을 알아 보았사옵니다.

윤원형 : 그랬더니요?

김씨 : 소첩의 조부님께오선 금부당상에 명을 받잡고 소임을 다하고 계시고 소첩의 아버님과 숙부님께오서도

         죄인의 당에 연루되지 않으셨으니 소첩의 친정일로 중전마마께 누를 끼칠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끄덕끄덕) 잘된 일이구려.

김씨 : 하온데 어젯밤 중궁전 마마님이 어인 연유로 찾아오신것이옵니까?

윤원형 : 어,어인 연유라니요? 거야 궐내 정변을 알려주러 걸음을 하신게지요.

김씨 : 허면 임서방이 마마님을 어디로 뫼시고 간 것이옵니까?

윤원형 : 어디로 뫼시긴요? 내 임서방에게 마마님을 황토마룻길까지 배웅을 해드리라 이른것 뿐이오.

김씨 : 서방님, 소첩 다시한번 당부드리옵니다. 만에 하나 서방님께오서 난정이 일로 소첩을 속이시는 일이 있으시다면..

윤원형 : (버럭) 부인! 어찌 나를 믿지 못하시는게요! 내 부인께 약조드리겠소.

            만에 하나 내가 난정이 일로 부인을 속이는 일이 있다면!

김씨 : (보는)...

윤원형 : 내 산속 암자로 들어가 머리를 밀고 목탁을 쥐겠소이다. 그러면 믿으시겠소?! (휙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



S#16. 동 초당 방 밖 마당


윤원형, 한숨을 푹 내쉬고는 사랑채쪽으로 총총히 간다.



S#17. 난정모 마당


난정모, 방문앞 툇마루에 생각에 빠져 앉아있다.


난정 : (대문 안으로 들어서다가 난정모 보고) 어머니, 왜 나와계세요?

난정모 : (난정을 보고 일어서며) 난정아! 들어오너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갸웃하다가 그 뒤를 쫓아 방안으로 들어간다.

장옷차림의 금이가 대문안으로 들어와 난정이 들어간 방쪽을 날카롭게 쏘아본다.



S#18. 동 난정모 방 안


난정과 난정모가 마주 앉아있다.


난정모 : 지금 궐안에서는 난리가 났다던데 네 여지껏 어디에 있다 오는게냐?!

난정 : (미소) 어머니, 이년을 믿으시기로 하셨잖아요? 허니 당분간만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이년 하는대로 지켜보고 계세요.

난정모 : 너를 믿고 지켜보라고?

난정 : 예.

난정모 : 그래서 에미한텐 한마디 말도 없이 네 맘대로 승후관나으리 첩실로 들어가기로 작정을 한게냐?

난정 : (움찔) 어머니, 어찌 그걸...?

난정모 : 네 정말 첩실로 들어가기로 한게야?!

난정 : (결심한 듯) 예! 예전에 이 골목 앞집에 사시던 별좌댁 둘째 나으리이시고,

         지금은 중전마마의 둘째 오라버니 되시는 분이세요.

난정모 : ...!

난정 : 어차피 어머니께 다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조만간 그분과 신방을 차릴거에요.

         나으리께오서 이미 신방차릴 집까지 마련해 주셨어요.

난정모 : (글썽) 네 이때껏 뒷방살이 하는 어미의 설움을 봐왔으면서 소실자리로 들어가려는게냐?

난정 : (난정모 손을 쥐며)..어머니, 이년 비록 소실로 들어갈 것이나,

         첩년 소리들으며 멸시 받고 살지는 않을테니 걱정놓으세요.

난정모 : (끄덕)..그래, 네가 그리 결심했다니 에미는 따라야겠지.. 허나 대감마님께는 먼저 찾아 뵙고 말씀을 올려야 한다.

난정 : 그럴게요..그럴게요..어머니.

난정모 : (난정을 꼭 안아주며) 네가 시집을 가다니... 어느새 우리 난정이가 이리 컸구나.. (글썽)..이리 컸어..

난정 : (뭉클)..어머니..



S#19. 정윤겸 집 안채 마당


양평댁, 안채 방쪽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양평댁 : (방문 앞에서 낮고 급하게) 아씨, 옥련아씨!

옥련 : (방안에서 나와 마루에 서며) 무슨 일인가?

양평댁 : 급히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요.

옥련 : 급히 여쭐 말이라니? 말해보게.

양평댁 : (마루에 올라와 바짝 다가서서 옥련의 귀에다 속삭인다)..

옥련 : (눈이 번쩍 뜨이며) 뭐라, 희량도련님께오서?!

양평댁 : 예, 방금전 박참의댁 실눈이가 기별을 가져왔습니다.

옥련 : (어쩔줄 몰라하다가 마당으로 내려가 사랑채로 뛰어 간다)



S#20. 동 정윤겸 사랑채 마당


정윤겸, 관복을 입고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정렴과 배서방이 서 있다.


정렴 : 아버님, 지금 등청하시옵니까?

정윤겸 : 오냐, 렴아 요즘 세상이 하수상하니 절대 경거망동하여서는 아니되느니라!

정렴 : 소자,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정윤겸 : 가세, 배서방.

배서방 : 예.


정윤겸, 대문쪽으로 걸어가고 배서방과 정렴 그 뒤를 따른다.


옥련 : (안채쪽에서 달려나오며) 아버님! 아버님!

정윤겸 : (멈춰 돌아보며) 옥련아, 네 사대부가의 규수의 행실이 어찌 이리 방정맞느냐?!

옥련 : (눈물 흑 터뜨리며 꿇어앉으며) 아버님, 희량도련님을 살려주시옵소서!

정윤겸 : ...?!

정렴 : 옥련아, 그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옥련 : 아버님, 지금 희량도련님이 금부 옥사에 갇혀있다 하옵니다.

정윤겸 : 뭐라, 금부 옥사에?!

옥련 : 임금님께 조광조라는 분의 구명을 주청 드리기 위해 유생들과 함께 입궐했다가 수두로 몰려 금부에 하옥되었다 하옵니다.

정윤겸 : 음!!

옥련 : (땅바닥에 조아리며) 아버님, 부디 희량도련님을 구해주시옵소서!

정윤겸 : 죄를 지었다면 마땅히 국법에 따라 벌을 받는 것이 당연지사거늘!

            네 어찌 아비의 쥐꼬리만한 권세에 빌붙어 청을 넣는것이더냐!

옥련 : (보며) 아버님!

정윤겸 : (휙-대문쪽으로 가버린다)..

옥련 : (간절하게) 아버님-아버님-



S#21. 빈청 안


정광필, 안당, 이장곤, 김전, 홍경주, 남곤, 김안로, 윤임,

홍숙(*), 고형산(*), 성운(*), 김근사(*), 방유령(*), 손주(*) 등이 침묵으로 앉아있다.

심정, 정적을 깨고 빈청안으로 들어오면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다.


심정 : (남곤쪽을 보며) 어찌 되었사옵니까?

남곤 : 아직 강녕전 밖으로 옥음이 들리지 않았소이다.

홍경주 : 김승지가 편전에 입시해 있으니 전하께오서 결단을 내리시는 즉시 이리로 기별이 올것이요.


정광필, 안당, 이장곤이 홍경주와 남곤쪽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김전 : (김안로에게 눈짓을 하는)...

김안로 : (눈짓을 알아채고 슬쩍 밖으로 나간다)..



S#22. 빈청 밖 중문 안


김전, 중문밖으로 나가는데.


김안로(E) : (뒷편에서) 숙부님!

김전 : (돌아보는)

김안로 : (다가서며) 숙부님께오서 어찌 곧은 선비들을 죽이는데 앞장을 서시고 계시옵니까?

김전 : ..뭐라?

김안로 : 대체 조광조등이 무슨 죄를 지었사옵니까?

김전 : 내 대명률(大明律) 간당조(奸黨條)에 의거해 저들을 치죄하라 주청을 드렸다.

김안로 : 경국대전에도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남의 나라 법률까지 빌려다 선비를 사사하는 법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단 말씀이옵니까?

김전 : 나는 오직 전하의 심중을 읽고 따랐을 뿐이다.

김안로 : 전하께오선 지금 갈팡질팡하고 계시옵니다. 선비들을 두려워하시는 전하이시온데

            어찌 전하의 바른 심중을 읽을 수 있단 말씀이옵니까?!

김전 : (부끄러운)...

김안로 : 숙부님, 조광조가 찍혀져 나가면 원자아기씨께서 위태로워지시옵니다. 어찌 그걸 모르시옵니까?!

김전 : 이제와서 이 늙은이보고 어쩌란 말이냐?!

김안로 : 모르겠사옵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 역사가 오늘일을 어찌 쓸것인지는 알수는 없사오나

            살아남은 자들 모두는 부끄러운 이름으로 남게 될 것이옵니다.

김전 : ...!



S#23. 편전 방 안


중종, 공초문을 보며 갈등하고 있다.



S#24. 동 편전 방 밖 복도


대전내관과 김상궁, 그리고 김승지가 시립해 있다.

방문쪽으로 네사람이 걸어온다.

대전내관 돌아보면 파릉군과 이몽헌, 이세진, 이하명등의 종친들이다.


대전내관 : (놀라)...!

파릉군 :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 전하, 파릉군과 종친들께서 들었사옵니다.



S#25. 동 편전 방 안


중종, 번뜩 생각에서 깨어나 방문을 돌아본다.


중종 : ..수, 숙부께오서?! (방밖에다) 어서들 뫼시어라!

대전내관 : (E) 예.


방문 열리면 파릉군을 위시한 이몽헌, 이세진, 이하명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중종, 일어나 그들을 맞이한다.


중종 : (파릉군의 손을 잡으며) 파릉군숙부, 참으로 잘 오시었소. 잘오시었소!

파릉군 : (눈물 글썽) 전하, 신 파릉군 전하께 조정암의 일로 종친부의 공론을 모아 주청을 올리고자 들었사옵니다.

중종 : ...주청?! 주청이라 하시었소?

파릉군 : (조아리며) 전하, 영명하오신 성덕을 밝히시어 조광조를 구명해주시옵소서!

종친들 : (조아리며) 조광조를 구명해주시옵소서!

중종 : ...!!



S#26. 빈청 안


김승지, 빈청안으로 급하게 들어온다.

정광필, 안당, 이장곤,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김안로, 윤임,

홍숙(*), 고형산(*), 성운(*), 김근사(*), 방유령(*), 손주(*) 등이 돌아본다.


정광필 : 오 김승지, 전하께오서 어찌 판부(判付)를 내리셨소?

김승지 : 지금, 편전에 파릉군대감과 종친들이 들어계시어 아직 판부를 내리시지 않으셨사옵니다.

홍경주 : 뭬,뭬요, 파릉군이?!

남곤,심정 : (경악한 듯 서로의 얼굴을 본다)...!!



S#27. 중궁전 방 안 (31회 S#28의 변형)


윤비와 창빈이 찻잔을 놓고 마주앉아있다.


창빈 : 중전마마, 신첩은 아직도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미소) 창빈, 내 회임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연유가 그리도 궁금하신게요?

창빈 : 예, 지금 대사헌의 일로 궐안팎이 어수선한데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구설에라도 올라

         종친부와 조정에서라도 알게되는 날이면 크게 낭패를 보실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비 : 모르는 일이 아니라 아마도 그리 되겠지요.

창빈 : 마마..

윤비 : 창빈께서 두분 아드님을 잘 훈육하시었더구려. 특히 덕흥군이 참으로 총명해 보입디다.

창빈 : 황공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윤비 : (불쑥) 창빈, 두분 왕자중에 누가 보위에 오르시길 원하시오?

창빈 : (하얗게 질려) 보위라니요?! 마마, 천부당만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원자아기씨께오서 계시온데 신첩이 감히 불경한 마음을 먹겠사옵니까?

윤비 : (저으며) 아니오, 창빈이 아무리 부인을 하셔도 내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게 어미 마음 아니겠소?

창빈 : ...!

윤비 : 이사람도 자식을 낳는다면 분명 원자를 제치고 내 배로 낳은 아들이 보위에 오르길 바랄것이오!

         헌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내 어찌 회임을 할 수 있겠소?!

창빈 : (감동을 받은듯)..마마..

윤비 : (결연하게) 내 결코 회임을 하지 않을것이오!

엄상궁(E) : (방밖에서)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 : 들라.

엄상궁(E) : 예.

엄상궁 : (방안으로 들어와 고한다) 중전마마, 지금 편전에 파릉군대감께오서 드셔 계신다 하옵니다.

윤비 : 파릉군대감?! 파릉군대감이라면 전하의 숙부뻘 되시는 분이 아니신가?

엄상궁 : 그러하옵니다.

창빈 : 전하께오서 누구보다도 신임하시는 분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윤비 : 파릉군?! 파릉군 대감이 드셨다?



S#2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연상을 쾅 내려치며 분노를 터뜨린다. 발 건너편에는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경빈 : 뭬요?! 전하께오서 파릉군과 독대를 하고 계신단 말씀입니까?!

남곤 : 예, 함께 들었던 종친들은 물리셨다하옵니다.

경빈 : 이사람이 뭐라 했습니까?! 손톱 밑에 박힌 가시는 손을 곪게하고 언젠가는 온몸 구석구석을 썩게 만드는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일전에 대감들께서 일만 확실히 처리하셨더라면 파릉군은 이미 불귀에 객이 되어있을 자가 아닙니까?!

남,심정 : 황공하옵니다.

경빈 : (연상 쾅!) 대감들만 믿다가 다 된 죽에 코를 빠뜨리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남,심정 : (움찔)...!

경빈 : (뭔가 생각하는)..음! 파릉군이 전하께 주청을 드린다면 아무래도 당장 조광조를 목을 도려내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남곤 : 예에? 하오시면?

경빈 : (벼르는 미소) 이사람에게 계책이 있습니다. 조광조 그놈은 제가 숭상하는 도학의 무리들의 손에 의해 죽게 될 것입니다.

         암요, 두고들 보세요!

남,심정 : ...!



S#29. 편전 방 안


중종과 파릉군이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파릉군 : 전하, 아끼셔야하옵니다. 감싸 안으셔야하옵니다! 어찌 조광조같은 나라의 동량과 젊은 인재들을 내치시려 하시옵니까?

중종 : (술 한잔 마시는)...

파릉군 : 신은 전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던 날, 조종조의 위업을 계승하시고 성덕을 밝혀 당대의 명군이요,

            천세 만세에 길이 빛날 성군이 되실것이라 하신 말씀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압니다, 압니다. 과인도 숙부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잘 압니다.

파릉군 : ...

중종 : (보며) 숙부, 과인은 조광조가 두렵습니다.

파릉군 : (놀람)...?!

중종 : 조광조는 과인의 속내를 속속들이 꿰뚫어 보면서 옴싹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과인의 게으름을 질타하고

         우매함을 호통치며 도학정치의 초석을 닦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과인을 고삐에 매인 소처럼 잡아끌었습니다.

파릉군 : ..전하, 하늘아래 해가 둘일 수 없듯이 이나라의 군주는 전하시옵니다!

중종 : (끄덕끄덕)..그래요, 숙부.. 허나 신하를 두려워하는 군주가 어찌 만백성위에 군림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파릉군 : ...!

중종 : 과인은 연산형님이 보위에 있을 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연산형님의 눈치를 살폈어야만 했습니다.

         보위에 오른 뒤에는 박원종과 공신들의 전횡을 보고도 입을 다물어야 했고..

         지금은 조광조라는 신하에게 짓눌려있습니다. 참으로 숨이 막힙니다! 숨이!

파릉군 : (글썽)...

중종 : 숙부, 과인은 성군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용렬한 군주로 기록되더라도 이 보위를 지킬 것입니다.

파릉군 : 전하! 하해와 같으신 그 가슴이 어디로 갔사옵니까, 전하!

중종 : ...!



S#30. 대궐 일각


안당과 이장곤이 걸어온다.


안당 : 한시름 덜었소이다. 파릉군대감이 전하께 주청을 드리면 전하께오서도 조정암의 구명을 가납해 주실 것이오.

이장곤 : 이사람은 정암을 볼 낯이 없사옵니다.

안당 : 병판, 너무 자책치 마시오. 어명을 받드는 것이 신자된 자의 도리일진대 누가 병판을 탓하겠소?

파릉군 : (침통한 표정으로 반대편에서 걸어온다)

안당 : 파릉군대감, 전하를 독대하신 일은 어찌 되시었소?

파릉군 : (이장곤을 노려보는)

이장곤 : (조아리며)..대감, 오랜만에 뵙겠사옵니다.

파릉군 : (버럭) 희강이 나는 대감을 사람으로 알았더니 어찌 불여우, 새앙쥐들 틈에서 꼬리를 흔들고 다니는 쪽제비가 되시었소?!

            대감이 사람이오?! 대감이 정암을 찍어 내는데 어찌 앞장을 서실 수 있단 말이오!

안당 : 파릉군 대감께서 병판에게 무슨 오해가 계신 것 같소이다.

파릉군 : 오해요?! (노려보다가 휙-가버린다)

안당 : (당황하여) 대,대감...!

이장곤 : (하늘을 보고 한숨 푹)...



S#31. 갖바치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가 외출복을 깨끗하게 차려입고 아랫방 안에서 나온다.

방백인, 멈칫멈칫하는데 당골네, 옆구리를 찔러 갖바치 방앞에 서게한다.


당골네 : (어서 말하라는 재촉 눈짓과 표정)...

방백인 : 여편네 보채긴?! (방안에다) 형님, 나요.

갖바치(E) : (방안에서) 들어오게.


방백인과 당골네가 갖바치 방안으로 들어간다.



S#32.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당추가 바둑판 앞에서 바둑돌로 장기를 두고 있다.

방백인과 당골네가 방안으로 쭈빗쭈빗 들어온다.


당추 : (흑돌 놓으며) 장이야!

갖바치 : (백돌 피하며) 멍이올시다!

방백인 : (의아) 형님들, 어찌 바둑돌로 장기 멱을 두시오?

갖바치 : 충역이 뒤바뀐 미친 세상인데 바둑돌로 장기좀 두기로서니 잘못됐는가?

방백인 : 그, 그거야 아니지만..

당추 : (힐끗 보고) 똥마련 강아지처럼 왜그러고 서계신가?

방백인 : 내 두분 형님께 사죄를 드리러 왔소.

갖바치 : 사죄라니?

방백인 : 이놈이 조정암 나으릴 해치는 거사에 일시와 방위를 잡아줬수.

당추 : 허허, 자네같은 돌파리 점바치가 어찌 조정암같은 큰 선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단 말인가?

방백인 : 허면, 이놈의 죄를 용서해주시는거요? 고맙소, 고맙소 형님들! (무릎을 꿇고 흐느낀다) 흑흑..

당골네 : (옆에서 같이 흐느끼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흑흑.

갖바치 : 허허, 아주머니는 어찌 따라 우시는게요?

당골네 : 부창부수 아닙니까요? 흑흑!

당추 : 허허, 나라 안에 눈물사태가 나겠구먼!

갖바치 : 그러게 말이오, 허허!



S#33. 편전 방 안


중종, 김승지에게 전교를 내리고 있다.


중종 : 이번 유생들이 궐내에 난입한 일은 어린 유생들이 아직 체통을 잘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니

         과인은 물문(勿問)에 붙이고자 하노라! 금부에 하옥한 유생들을 무죄방면토록 하라!

김승지 : 예.



S#34. 의금부 옥사 안


금부군사들이 지켜보고 선 가운데 깨지고 다친 유생들이 서로를 부축하기도 하면서 옥사밖으로 나간다.

박희량, 조광조가 갇힌 칸으로 다가와 선다.


박희량 : (바닥에 큰 절을 올리며) 정암선생님, 부디 존체 보중하시옵소서!

            시생, 선생님을 다시 뵙고 큰 가르침을 받는게 평생 소원이옵니다!

조광조 : (눈을 뜨고) 이보시게 젊은이, 선비의 큰 가르침은 옛성현의 말씀 속에 있네. 허명을 쫓으려 하지 말게나.

박희량 : ...?!


금부군사들, 박희량을 끌고 옥사밖으로 데려간다.

박희량, 조광조쪽을 돌아다보지만 조광조는 눈을 감아버린다.



S#35. 백치수 사랑채 대청 마루


능금과 달래, 마루문 일각에서 얼굴을 내민다.

백치수를 중심으로 열명가량의 행수들이 둘러 앉아있다.

능금과 달래, 각각의 행수앞에 차려진 소반위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라준다.

능금과 달래, 마당으로 내려와 대청을 엿본다.


백치수 : 이사람이 여러분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린 까닭은 이번 매점매석에 대해서 한 말씀드리고자 함이오!

행수들 : (서로의 얼굴을 보는)...!

백치수 : 내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리다. 매점매석으로 여러분들의 객주 창고에 사쟁여둔 물건들을 당장 푸시오!

행수들 : (못마땅한 표정으로 웅성대는)...?!

백치수 : 물론 이 참에 수십곱절 넘는 이문을 챙길수 있다는 것도 이사람 잘 알고 있소이다!

            허나 내 지금 여러분들에게 청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명을 하는 것이니 따라주시길 바라오!

마포박행수 : (바닥을 쾅치며) 뭐요, 명?! (벌떡 일어선다)

백치수 : (버럭) 당장 자리에 앉지 못하겠소!

마포박행수 : (찔끔 꼬리 사리고 앉는)...

백치수 : (소매에서 어음뭉치를 꺼내며) 이것은 여러분들이 수결한 어음이오!

            내 이것을 풀면 객주하나쯤은 단박에 쪽박차게 만들 수 있다는 것쯤은 잘들 아시고 계실게요!

행수들 : (잠잠)...

백치수 : (둘러보며 오금박듯) 내 말을 청으로 듣던, 명으로 듣던 위협으로 듣던 내일부터 물건을 풀지 않는 객주에 대해선

            내 방식대로 깻박을 내버릴테니 그리들 아시오! 내 말뜻을 아시겠소이까?!

행수들 : (수긍하듯 고개를 숙이는)...예!

능금 : ...!



S#36.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과 달래,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능금, 송서방 옆으로 다가가고 달래는 다른쪽으로 간다.


송서방 : (셈을 하다가 보며) 능금아, 행수들 회합은 끝이 난겨?

능금 : (송서방 옆으로 다가서며) 아저씨, 백도주 어른이 예삿분이 아닙디다? 방귀깨나 뀔것같이 생긴 행수들이

         백도주 어른 한마디에 깨깽 꼬리를 내리는데 나 백도주 아저씰 다시봤수!

송서방 : 도주 어르신, 요즘은 많이 누그러지셨지만 젊으셨을적엔 대단하셨어!

            나는 어르신을 첨봤을 때 어찌나 무서웠던지 오줌을 다 지렸다니까?

능금 : 치, 꼭 아저씨 같은 소리만 하오? 헌데 객주 도주노릇도 꽤 재미있을 것 같습디다.

         (백치수 표정과 말투 흉내내며) 내 말을 청으로 듣던, 명으로 듣던 위협으로 듣던

         내일부터 물건을 풀지 않는 객주에 대해선 내 방식대로 깻박을 내버릴테니 그리들 아시오! 내 말뜻을 아시겠소이까?!


길상, 아랫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능금 : 길상아! 너도 봤어야 되는데.. 백도주 아저씨가..?

길상 : (대문 밖으로 휙-나간다)

능금 : 길상아- (부르다 송서방에게) 아저씨, 길상이 대체 왜 저러는게요?

송서방 : 저 소죽은 귀신이 씌운 것 같은 속내를 내 어찌 알겠냐?

능금 : (툇마루에 털썩 주저앉아 입맛 다시는)...



S#37. 어느 정자 위


길상, 정좌를 하고 앉아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길상과 칼을 겨누며 팽팽히 맞서던 중치막의 얼굴 (38회 S#66의)

길상, 휙-등에 맨 환도를 얼마쯤 뽑다가 칼자루를 움켜쥔 부들거리는 손으로 다시 칼집에 꽂아버린다.


길상 : ...!


길상, 휘릭-몸을 날려 정자아래로 내려서서는 어디론가 간다.

중치막, 한편에서 길상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살기띈 비웃음을 흘린다.



S#38.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난정, 청사초롱이 꺼진 대문 밖에 서 있는데 심퉁이 대문을 열어준다.


심퉁 : (보고) 난정아씨, 오셨슈?

난정 : 오늘밤 기방 대문은 왜 닫아 걸었니?

심퉁 : 파릉군 나으리께서 오셔서 오늘밤 기방문 닫은거에유.

난정 : 뭐어? 파릉군 나으리께서 오셨어? (급히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39.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밤)


불켜진 안방쪽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려온다.

옥매향, 한곳에 앉아 거문고소리를 취한 듯 듣고 있다.


난정 : 매향아. 파릉군 나으리께서 오셨다면서?

옥매향 :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다) 기래..너도 들어보라우! 내레 어릴적부터 뎌 거문고 년주만 들으면

            와 이러케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갔어.

난정 : (안방쪽을 보는)...!



S#40.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밤)


조촐한 주안상이 놓여있다.

파릉군, 거문고를 타고 있고 그 앞에 자운아가 애잔한 듯 듣고 있다.


파릉군 : (눈물)...!



S#41. 의금부 옥사 앞 마당 (밤)


횃불을 밝힌 군사들이 도열해 서있다.

이장곤, 술병을 들고 옥사안으로 들어간다.



S#42. 동 의금부 옥사 안 (밤)


이장곤, 옥창살 앞으로 다가선다.


김정 : (보고) 병판대감 아니오이까?

이장곤 : (술병을 건네주며) 밤기운이 차오. 이사람이 술을 가져왔으니 한잔씩 마시고 냉기나 피하시구려.

김구 : (술병 받으며)...고맙사옵니다.

이장곤 : 지금 영상대감과 우상대감 뿐 아니라 종친부에서도 공들의 구명에 앞장서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으시오.

            허면 나중에 또 들르리다. (옥사 밖으로 간다)

김식 : (술병을 보며) 허어, 병판대감이 우리에게 영결주를 선사해 주시는구먼!

김구 : 자, 다들 오셔서 영결주나 한모금씩들 하십시다.


조광조를 제외한 일곱명이 술병을 돌려 한모금, 한모금씩 마신다.


김정 : 향좋은 술이 있는데 어찌 시문이 빠지겠소? 내 이별시를 한수 부를테니 들어들 보시오..

        오늘밤 황천으로 영영 떠날 길손인데, 속절없이 밝은 달만 이세상을 비추는구나.. (*자막용 한자원문은 별첨)

김구 : 흰구름 속에 백골을 묻으면 그만인 것을, 공연히 흐르는 물만 남아 세상으로 향하는구나.

일동 : (감정이 찡해지는데)...

김구 : 긴 하늘 달 밝은 밤...

김정 : 엄동에 안타까이 이별을 아끼네..

조광조 : (흐느낌) 흐흐흑-

일동 : (조광조를 돌아보는)...!

조광조 : (통곡으로 이어지는)..

김식 : 정암, 왜이러시는가? 울지 마시게!

기준 : 죽음을 당하여는 끝까지 옹용(雍容)한 것이 글 읽은 선비의 보람인데 통곡하실 까닭이 무에있소?!

박세희 : 장중하오신 정암선생께오서 어찌 통곡까지 하시옵니까?

박훈 : 암요, 선비가 죽을 때 죽더라도 의롭게 죽어야지요!

조광조 : 내 어찌 선비가 죽음을 모르겠나? 허나 나는 우리 임금을 뵙고 싶으이! 임금을 뵙고 싶은데 뵈올수 없으니

            그 한이 통곡이 된것일세! 어지신 임금께오서 우릴 죽이실리 없네! 모두 다 소인배들의 짓이야! 전하-전하-

일동 : (숙연해지는)...!!



S#43. 편전 방 안 (밤)


중종, 술잔을 기울이며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S#44. 편전 외경 (아침이 밝는다)



S#45.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이장곤,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김안로,

홍숙(*) 고형산(*), 성운(*), 김근사(*), 방유령(*), 손주(*)등이 앉아있다.


중종 : (결연한 표정) 승지는 들라!

김승지(E) : 예!


방문이 열리고 김승지가 중종앞에 서서 조아린다.


김승지 :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음!

일동 : (중종의 입을 주시한다)...!

중종 : 조광조 등은 서로 붕당을 지어 자기에게 붙는자는 진출시키고 다른자는 배척하여 조정에 세력을 이루었다.

         이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임금을 기망하고 국론을 뒤집고 정사를 날로 그르쳤으니 그 죄는 사사함이 마땅하다!

         허나 과인이 조광조등을 사사한다면 백성들과 유생들의 놀람이 클것이 자명하니 조정의 공론을 헤아려

         특별히 죽음만은 면케 해주고자 하노라!

일동 : (각기 정파에 따른 표정들)...!

중종 : 조광조, 김정, 김구, 김식 네 사람은 고신을 진탈하고 형장 일백에 처한후 원방에 안치하고

         윤자임, 기준, 박세희, 박훈 네사람은 고신을 진탈하고 외방에 부처토록 하라!

일동 : ...!

해설(NA) : 줏대없는 우유부단한 임금과 소인배들이 당대의 큰 선비이자, 개혁정치가를

                구차한 방법으로 정치적으로 숙청하는 순간이었다.



S#46. 몽타쥬


1) 자순대비, 눈을 감고 앉아있다.

2) 희빈과 홍경주가 무언가를 속닥거린다.

3) 윤임과 김안로, 심각하게 뭔가를 의논하고 있다.

3) 경빈이 남곤과 심정과 논의중이다.

4) 윤비, 평온한 표정으로 책을 읽다가 어딘가를 돌아본다.


해설(NA) : 조광조등이 간신히 구명도생하여 원방에 안치되는 것으로 중종시대는 본격적인 정치적 격변기로 치닫기 시작했다.

                조광조와 사림들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이 사건으로 조정의 정치세력들은 허울뿐인 명분보다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략, 배신, 협박, 매수, 협잡, 음해등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때문이었다.



S#47. 어느 길


길 양편으로 몰려서있는 사람들.

금부도사와 금부군사들이 호위하는 소가 끄는 옥수레에 탄 조광조의 귀양행렬이 오고 있다.

조광조, 형장을 맞은 뒤라 봉두난발에 피딱지가 앉은 몰골이다. 그러나 단아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인파속에서 갖바치와 당추, 조광조를 보고 섰다.

조광조도 갖바치와 당추를 본다.

갖바치, 눈물을 글썽이며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조광조(E) : 갖바치 선생, 이사람을 너무 원망마시오! 세상을 개혁하고자 했다가 세상에 뜻이 꺽였으니 누구를 원망하겠소?

갖바치(E) : 나으리의 행적은 대대로 회자되면서 이나라의 개혁정치의 시금석이 될것이옵니다.

당추 : (합장하며) 나무관세음보살...


아낙네들과 노인들, 아이들이 훌쩍인다.

주저앉아 오열하는 모습도 보이는 슬퍼하는 백성들 틈에 길상이 서있다.


길상(E) : 나으리, 나으리의 원수는 반드시 이놈 손으로 갚을것이옵니다!


갑자기, 수십명의 유생들이 튀쳐나와 옥수레 앞을 막는다.

유생들, 옥수레 앞에 꿇어 앉아 행렬을 막는다. 박희량이 선두에 서있다.


금부도사 : (말위에서) 물러서라! 누가 감히 역적의 귀양길을 가로 막는단 말인가!

박희량 : 누가 역적이란 말이오? 조정암선생은 땅에 떨어진 이 나라 도학을 세우고 부패한 정치를 바로 잡으려던 선비의 귀감이오!

            만일 조정암선생을 역적으로 모는자가 있다면 그자가 바로 역적이오! 우린 한발자국도 물러설수 없소!

금부도사 : 폭도의 무리를 잡아들여라!


금부군사들, 박희량과 유생들을 길가에서 밀어낸다.

백성들이 유생들과 합세하여 금부군사들과 맞선다.


조광조 : ...!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거리.

그 한편에서 난정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휙-돌아서서 어디론가 간다.



S#48. 경빈 처소 마당


금이, 방밖으로 나오는데 당의를 입은 난정이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이 : 아, 아니 넌?

난정 : 경빈마마께 고하여주게!

금이 : (노려보다가 방안으로 잽싸게 뛰어 들어간다)...마마! 마마!

난정 : (미소)...

금이 : (다시 방밖으로 나와서며 쌀쌀맞게) 마마께오서 들라신다.

난정 : (기품있는 걸음걸이로 들어간다)



S#49.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연상앞에 앉아있는데 난정, 방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 내 너를 기다리고 있었느니!

난정 : 경빈마마께오서 미천한 것을 기다려주시었다니 이년 황감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경빈 : 이리 내려오거라.

난정 : 예.


난정, 경빈 앞에 바짝 다가가 큰 절로 인사를 올린다.


난정 : 마마, 조광조를 찍어내시온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경빈 : (보며 야릇한 미소)...?!


난정, 경빈을 보며 더욱 야릇한 미소를 짓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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