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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4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218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42











S#1. 중궁전 외경



S#2.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겁에 질린 얼굴로 윤비를 보고 있다.


난정 : ..마마, 이년의 종아리를 걷으라 명하시었사옵니까?

윤비 : 네 귓구멍이 막힌것이더냐?!

난정 : 중전마마, 이년은 회초리를 치시려는 마마의 뜻을 모르겠나이다.

윤비 : 몰라?! 네 진정 네년이 한 짓거리를 발뺌하려드는게냐?!

난정 : (움찔)..마마! 이년이 경빈마마를 찾아갔던 일을 물으시는 것이오면..?!

윤비 : 그 주둥이 다물지 못할까?! 나는 네 년처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종자들이 역겹나니!

난정 : ...!!

윤비 : 당장 종아리를 걷고 목침에 올라 서거라! 내 손으로 네년의 종아리가 닳아없어지도록 회초리를 쳐서

         그 못된 버릇을 고칠것이야!

난정 : (울상)..마마!

윤비 : 엄상궁, 당장 이년을 목침에 올려세우게!

엄상궁 : 예. (난정에게 다가서는데)

난정 : 마마께오서 회초리를 치시겠다면 이년 손으로 종아리를 걷겠사옵니다. 하오나..

윤비 : 어허, 네 어찌 말끝마다 토를 다는것이냐?!

난정 : ...!


난정, 일어서서 천천히 목침위로 올라서서 치마를 걷어 올린다.

윤비, 손을 내밀면 엄상궁이 비단보에서 회초리를 꺼내 받친다.

난정, 치마를 말아쥐고 속고의를 올리면 드러나는 종아리.

윤비, 회초리를 쥐고 난정의 얼굴을 치켜보면 난정, 그 시선을 피한다.

윤비, 사정없이 회초리를 휙-갈긴다.


난정 : (움찔)...!

윤비 : (계속 쳐대며) 네 어찌 천한 계집년 따위가 중궁전과 후궁처소를 넘나들며 이간질을 획책한단 말이냐?!


윤비, 회초리질이 휙-휙-허공을 가르며 난정의 종아리에 매섭게 꽂힌다.

난정, 그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엄상궁,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다.



S#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다.


경빈 : (말을 되씹는)..난정이가 도총관의 서출이란 말이지..?.. 도총관의 서출..도총관의 서출이라?! (어딘가를 휙 노려보는)



S#4. 중궁전 방 안


윤비, 잠시 회초리를 거두고 난정을 노려본다.

난정의 종아리에 회초리자국이 새겨져있다.


윤비 : 내 네년들 농간에 그리 쉽게 놀아날 만큼 만만한 사람으로 보였더냐?

난정 : (맺혔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떨리는 목소리) ..마마, 이년 억울하옵니다..억울하옵니다...

         이년의 말씀을 들어보시옵소서..

윤비 : 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 (회초리를 들다가) ..엄상궁, 자네는 물러가 있게.

엄상궁 : 예..(조심스럽게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마마..이년의 말씀을 들어보시옵소서..

윤비 : 닥치거라! 네년이 입에서 바른말을 토설할 때 까지 내 회초리를 그치지 않을 것이야!


윤비, 다시 회초리를 휙-내리친다.



S#5. 경빈 처소 외경


금이, 찻상을 들고 방쪽으로 들어가려는 중인데 나인 하나가 일각문 안으로 급히 들어와 금이의 귀에 뭐라고 속닥거린다.


금이 : (움찔) 그래?!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간다)



S#6. 경빈 처소 방 안


금이, 경빈 앞에 찻상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금이 : 마마, 지금 난정이가 윤승후관과 더불어 중궁전에 들어 있다하옵니다.

경빈 : (휙-보며) 뭬야?! 윤승후관과 함께 중궁전에 들었다?

금이 : 예, 난정이 고것이 중궁전의 명을 받고 마마의 의중을 염탐하러 왔던 것이 분명하옵니다.

경빈 : (생각하는) 음!.. 금아, 네 직접 교태전에 나가 동태를 살펴보거라.

금이 : 예, 마마. (급하게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난정이가 중궁전의 명을 받고 왔다? (문득 떠오르는) 허면 분명 중전이 회임을 했다는 말을 흘리러 왔을테지.. 호호

         중전이 거짓회임으로 살아날 구멍을 만들고자 함이었구먼! 그래, 그랬구먼. 그랬었구먼! 호호호.



S#7. 중궁전 복도


방안에서 찰싹-소리와 함께 난정의 신음을 토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상궁, 심기가 불편하고 오상궁, 움찔거린다.


윤비(E) : (방안에서) 네 이래도 바른말을 토설치 않겠단 말이냐?!

난정(E) : (방안에서) 마마, 차라리 이년을 죽여주시옵소서..흐흑..


윤원형, 안절부절하여 방쪽으로 걸어온다.


윤원형 : 아,아니 대체 난정이가 중전마마께 무슨 대죄를 지었길래 저리 처참하게 매를 맞는단 말이오?

엄상궁 : 쇠인들도 중전마마께오서 저리 진노하신 것을 뵈온적이 없사와 당혹스러울 뿐이옵니다.

윤원형 : (답답한) 허어, 대체?!


갑자기, 방안이 조용해진다.

윤원형, 엄상궁, 오상궁이 무슨 일인가 긴장하여 방문쪽을 주시한다.


윤비(E) : (방안에서) 엄상궁.

엄상궁 : (조아리며) 예.

윤비(E) : 오라버니를 뫼셔오게.

윤원형 : (방문앞으로 다급하게 다가서며) 어서 방문을 여시오.



S#8. 동 중궁전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오다 깜짝 놀라 멈춰선다.

난정, 혼절한 듯 바닥에 쓰러져 간간히 신음을 흘린다.

난정의 종아리는 살갖이 터지고 온통 피로 얼룩졌다.


윤원형 : 나, 난정아- (다가가려다 윤비쪽을 보고 자리에 앉는다)..

윤비 :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참으로 독한 계집입니다. 살갖이 터지고 헤지도록 매를 맞으면서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다니요?

윤원형 : 마마, 난정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사옵니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리 참혹하게 매질을 하셨사옵니까?

윤비 : 경빈의 간자(間者)노릇을 하려했습니다.

윤원형 : 가, 간자요?

윤비 : 엄상궁, 들게!

엄상궁 : (방문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난정이를 끌어내 당장 궐밖에 내다버리게!

엄상궁 : (움찔)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방문쪽 돌아보며) 들이게.


방안으로 건장한 상궁들 몇이 들어와 난정을 거칠게 일으켜 끌고 나간다.


난정 : (끌려나가며 혼미한 정신속에서도 윤비를 간절하게 돌아보며)...마마..

윤비 : (보기싫다는 듯 얼굴을 휙-돌려버린다)

윤원형 : ..마마..시생도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앞으로 두 번 다시 난정이와는 상종도 마셔야합니다.

윤원형 : 하오나..

윤비 : (오금박듯) 이 사람 말 뜻을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 (조아리며)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하오면 시생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급하게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격분을 진정시키려는 듯 회초리로 방바닥을 탁탁치며).. 고이한년! 고이한년!.. 고이한 년..!!



S#9. 대궐 일각


덩치좋은 다모가 난정을 등에 업고 급한 걸음으로 걸어온다.

그 뒤를 호위하듯 따르는 상궁 나인들.

윤원형, 급하게 뒤를 쫓아 달려온다.


윤원형 : (다모에게) 조심,조심하게. (난정을 보며) 난정아, 정신이 좀 드느냐?

난정 : ..예..

윤원형 : 오냐, 어서 집으로 가자구나.


난정과 윤원형 일행이 어딘가로 급하게 간다.

금이,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한편에 숨어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급히간다.



S#1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놀란 듯 보며 묻는다.


경빈 : 뭬야?! 난정이가 초주검이 되어 다모들 등에 업혀 나갔더란 말이냐?

금이 : 예! 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꼬락서니를 봐서는 거짓은 아닌 듯 보였사옵니다.

경빈 : ..거짓은 아닌듯하다? ..금아, 지금 중궁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알아보도록 해라.

금이 : 예.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혼란스러운 표정위로) 대체 난정이가 어인 연유로 매를 맞았을꼬?

              허, 대체 중전의 속내를 알수가 없으니 답답하구먼!



S#11. 어느 길


윤원형의 빈 사인교가 앞장서고 난정의 가마(*김씨것이 아닌 세를 낸)가 뒤를 따른다.

윤원형, 난정의 가마창 옆에 바짝 붙어서서 걸어간다.


윤원형 : (가마창에 대고) 난정아, 조금만 참거라. 집에 도착하는대로 상처를 돌봐주도록 하마.

            (임서방을 보며)..임서방 서둘게나!

임서방 : 예. (교꾼들에게) 서둘랍신다!


교꾼들의 발걸음이 빨리진다.



S#12. 동 난정의 가마 안


난정, 가마가 간간히 흔들릴 때 마다 찡그리며 통증을 참아낸다.

난정,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눈빛은 형형하게 살아있다.


난정 : ...!



S#13. 난정 초가 대문 앞


'와료-'소리와 함께 가마가 멈춘다.

교꾼, 가마문을 열어주면 난정, 가마밖으로 나오려고 몸을 추스르려다가 고통스러운지 움직이지 못한다.


윤원형 : (보다가) 안되겠다, 난정아, 내 등에 업히거라. (등판을 대고 앉는다)

난정 : 나으리, 사람들 이목이 있사온데 어찌 이년을 업으시려하시옵니까?

윤원형 : 지금은 예법을 따질때가 아닌 듯 싶구나. 게다가 네 말대로 나는 천하의 파락호가 아니였더냐?

난정 : ...

윤원형 : 어서 업히래두! (주변을 둘러보다가) 임서방, 자네 뭐하는겐가?!

임서방 : 예. 알겠사옵니다. (교꾼들 보고) 어서들 돌리게!


임서방, 손짓으로 교꾼들의 얼굴을 돌리게 한다.

난정, 그제서야 간신히 몸을 일으켜 윤원형의 등에 업힌다.

윤원형, 난정을 난짝 업고 일어나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14. 동 난정 초가 방안


윤원형, 난정의 치마를 걷고 종아리를 본다. 처참하게 피가 말라붙고 헤지고 터진 난정의 종아리.


윤원형 : (안스럽고) 쯧쯧..마마께오서 어찌 이지경이 되도록 매를 치셨단 말이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을 크게 오해를 하고 계신 듯 하옵니다.

윤원형 : 오해?!

난정 : 하오나 중전마마를 원망하지 마시옵소서. 모두가 이년의 자업자득으로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언젠가는 마마께오서도 오해가 풀리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그 사정이야 나중에 들어보기로 하고 상처를 덧들이기 전에 의원을 불러 보여야겠다.

난정 : 나으리, 의원을 부르실 것까지는 없사옵니다. 문갑 아랫칸 서랍을 열어보시면 약이 있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약? (문갑 서랍을 열고 약병등등을 꺼내며) ..때마침 약을 갖춰놓고 있어서 다행이로구나.

난정 : ('준비한 약이다!')...

윤원형 : 자 엎드리거라.

난정 : (수줍은 듯) 나으리께 이년의 속살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사옵니다.

윤원형 : 얼마 안있어 살을 부딪칠 내외지간이 될 터인데 부끄럽긴?!

난정 : 하오면..이년 종아리를 나으리께 맡기겠사옵니다. (엎드린다)


윤원형, 약병 뚜껑을 뽑고 파란 약초즙을 천에 묻혀 난정의 종아리에 조심스럽게 발라준다.

난정, 찡그리며 고통을 참아내면서도 고개를 돌려 윤원형을 믿음직스럽게 본다.



S#15. 편전 외경



S#16.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김전, 남곤, 이장곤등 의정부 신료들이 앉아있다.

중종을 비롯하여 신료들 앞에는 술과 음식이 차려진 소반이 하나씩 놓여있다.


중종 : 과인이 오늘 의정부신료들과 격의(隔意) 없는 자리를 마련했으니

         오늘만큼은 정사를 잊고 경들의 흉금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주시오.

일동 : 황공하옵니다.

중종 : 과인은 저 구석에서 묵묵하게 앉아있는 사관의 붓놀림이 두렵소이다!

         과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저 붓 끝에 기록되고 후대에 평가된다고 생각하면 어찌 두렵지 않을수가 있겠소?

일동 : ...!

중종 : 경들은 과인이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군주라고 기록될것이라 생각하시오?

김전 : 전하께오선 폭군 융을 몰아내시고 쓰러져가던 이 나라 종묘사직을 반석위에 올려놓으셨사옵니다.

         그 업적만으로도 전하께오선 누대에 길이길이 칭송되실 것이옵니다.

중종 : 그래요? (술잔들고 지나가듯) 허면 정암은 어찌 기록되겠소?

일동 : (움찔 서로의 눈치를 보는)..!

안당 : 전하, 조정암 역시 선비의 귀감으로 만세에 빛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뭐요? 허면 과인은 만세에 빛날 선비를 내친 용렬한 군주가 되겠구려?

안당 : 전하, 아직 늦지가 않았사옵니다. 조정암과 젊은 인재들의 죄를 거두시어 성덕을 밝히심이 가할줄로 아옵니다.

이장곤 : 그러하옵니다. 전하 신들의 뜻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

남곤 : 허어, 어찌 대감들께선 이 자리에서 조정 일을 끄내시어 전하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는게요?!

안당,이장곤 : (부복하며)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정광필 : (중종을 보면)...

중종 : (묵묵히 술잔을 기울인다)



S#1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심정이 앉아있다. (*발이 내려있지 않다)


경빈 : 화천군대감, 정윤겸 도총관에게 소실이 있습니까?

심정 : 예, 일전에 정도총관이 선대조에 역모죄로 가문을 닫은 허아무개의 딸을 소실로 들인일이 밝혀져

         구설에 오른적이 있지 않았사옵니까?

경빈 : 구설이라..? (생각하다)..아, 이 사람도 생각이 납니다.

심정 : 도총관이 소실일이 구설에 오른 직후에 소실을 내친 것으로 아옵니다. 하온데 그 일에 대해 어찌 물으시는지요?

경빈 : 아, 아닙니다. 것보다도 조정에서 주초의 잔당을 찍어내는 일은 어찌되고 있습니까?

심정 : 유생중에 적합한 자를 물색해 놓았사옵니다. 조만간 일이 성사될 것이옵니다.

경빈 : (끄덕끄덕) 모쪼록 그래야지요!

심정 : 하오면 신은 물러가겠사옵니다.

경빈 : 예.

심정 : (방밖으로 나가면)

경빈 : 난정이가 역모로 가문을 닫은 핏줄이라?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후레쉬 백되는 41회 S#5의

난정 : 이년은 면천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옵니다. 이년의 평생 소원을 풀어주시는 분이 누구시던

         이년 그분께 머리와 몸뚱이를 모두 다 바칠것이옵니다!


경빈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경빈 : (혼잣말) 그래! 그래!..그랬구먼..?



S#18. 난정 초가 방 안


평복으로 갈아입은 난정이 종아리에 약을 바르고 있다.

윤원형, 그런 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앉았다.


난정 : (시선을 느끼고) 나으리, 언제까지 우두커니 앉아서 이년만 보고 계실것이옵니까?

윤원형 : 허면 내 어찌 너를 두고 갈수가 있겠느냐?

난정 : 나으리, 촌각을 아끼셔야 하옵니다.

윤원형 : 난정아, 파락호노릇을 하는데 부지런 떨게 뭐있겠느냐?

난정 : 그렇지 않사옵니다. 저들에게 나으리께오서 얼마나 경박하고 무지하고 되먹지 못한 사람인지를 각인시켜야 하옵니다.

윤원형 : ..거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니로구나.

난정 : 저들이 나으리를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하는 미미한 사람으로 보아줄때까지는 부지런하셔야 하옵니다.

윤원형 : 알았느니.. 것보담도 중전마마께오서 네게 저리도 역정을 내시고 계시니 우리 신방 차리는 일은 아주 물건너 간것이냐?

난정 : 나으리, 이년을 믿으시옵소서!

윤원형 : (한숨) 오냐, 믿으라면 믿어야지. (일어서서 나가려다가) 헌데 이곳에 너만 두고 가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리는구나.

난정 : 그리 마음이 안놓이시오면 가시는 길에 매향이한테 기별을 넣어주시옵소서.

윤원형 : 오냐, 내 그리 하마. (방밖으로 나간다)



S#19.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심퉁이, 안방쪽을 향해 서 있다.


자운아(E) : (안방에서) 나으리, 이 몸으로 가시긴 어딜 가신다고 하십네까?

파릉군(E) : (안방에서) 어허, 괜찮으니 비켜서게나.

옥매향 : (심퉁쪽으로 다가오며) 심퉁아, 와이리 시끄러운거이네?

심퉁 : 파릉군 나으리께서 입궐하시겠다고 하시는걸 마님께서 막고 계셔유.

옥매향 : (안방쪽 돌아보며) 기래?



S#20. 동 기방 안채 방 안


관복을 입은 파릉군이 서있고 그 앞에 자운아가 방문을 막고 서있다.


파릉군 : (꾸짖듯) 자운아. 자네가 언제부터 사내의 앞길을 막는 속좁은 아녀자가 되었는가?

자운아 : 나으리께서 뭐라 꾸짖으셔도 내레 보내드릴수가 없시오!

파릉군 : 어허, 이거 참!

자운아 : 나으리, 됴뎡닐은 됴뎡분들한테 맡기시라요. 괜히 둉틴이 뎡사에 끼어들었다가는 더 큰 사단이 일어날수도 있습네다!

파릉군 : 이 사람을 생각해주는 자네 마음을 내 어찌 모르겠나? 허나 누군가 전하를 깨우쳐드리지 못하면

            장차 이 나라 선비들이 큰 화를 입게될 수도 있네.

자운아 : 나으리!

파릉군 : 허니 어서 비켜서게나.

옥매향(E) : (방밖에서) 오마니!

자운아 : 매향이 넌 들어오디 말라우.

옥매향 : (방문 열고 들어서며) 오마니, 아바딜 보내드리시라요!

자운아 : (버럭) 에미나이래 니가 낄댜리가 아니니 냉큼 물러가라우!

옥매향 : 오마니, 내레 아바디를 됸경하는거는 풍류객이래서뿐만 아니라 아바디께서 올곧은 성품을 디니신

            선비분이시기 때문이야요. 오마니도 기렇케 생각하시는듈 알았는데 내레 댤못 알고 있는거야요?

자운아 : ...!



S#21. 동 기방 대문 앞


관복을 입은 파릉군, 천서방이 견마잡은 당나귀를 타고 간다.

옥매향, 자운아, 심퉁이가 파릉군을 배웅하고 섰다.


자운아 : (한숨쉬며)..

옥매향 : 오마니, 아바디 걱뎡은 마시라요.

자운아 : 에미나이래, 넉살도 됴쿠나! 아바디란 소리가 어케 길케 쉽게 나오네?

옥매향 : 아바디께서 허락하셨댢아요!

자운아 : 매향아, 니거 하난 댤 알아두라우. 만리댱성은 넘어두 양반 상놈 담벼락은 뛰어넘디 못하는 법이야, 무슨 말인디 알간?!

옥매향 : 알았시오.

자운아 : 들어가댜우. (대문안으로 휭하게 들어가면 심퉁이 뒤를 따른다)

옥매향 : (저 멀리 파릉군의 뒷모습을 보다 대문안으로 들어 가려는데)

임서방(E) : 매향아.

옥매향 : (돌아보며) 승후관댁 텽디기 아저씨 아니야요?

임서방 : 그래..난정아씨가 널 좀 보자신다.

옥매향 : 난뎡이가요?



S#22. 난정 초가 마당


옥매향, 임서방을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옥매향 : 난뎡아-내레 매향이야.

난정(E) : (방안에서) 매향아, 들어와.

옥매향 : (방안으로 들어간다)

임서방 : (보다가 대문 밖으로 나간다)



S#23. 동 난정 초가 방 안


옥매향, 난정의 종아리 상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옥매향 : 난뎡아, 이게 어케 된 닐이네? 누가 널 이케 때린기야?

난정 : (미소)...중전마마께오서 회초리를 치셨어.

옥매향 : (더욱 놀라는) 듕뎐마마께서? 와?! 와 기러신건데?!

난정 : 나를 이담에 더 크게 쓰실려고 그러신거야.

옥매향 : 아무리 기래도 기러티. 어띠 마마께오서 요 고운 살갖을 이리케 헤디도록 티실수가 있니...

난정 : 매향아, 내가 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을때까지만 내 다리노릇도 해주고 말벗도 해줄 수 있겠니?

옥매향 : 기럼. 고걸 말이라고 하네? 맘 푹 놓고 내게 기대라우.

난정 : 고마워.. 매향아 파릉군 나으리께오선 평안하시니?

옥매향 : 디난번 님금님을 뵙고 오신 후로 며칠 누워계셨드랬어.

난정 : 왜?

옥매향 : 자세한건 모르겠디만 아바디께서 크게 상심하셨나봐...

난정 : ...그래..?

옥매향 : 오늘도 오마니가 말리시는 걸 듣디도 않으시고 또 닙궐하셨어.

난정 : 또?

옥매향 : 기래...내레 내색은 안했디만 아바디가 걱뎡되 죽갔어야.

난정 : ...!



S#24. 편전 외경


파릉군, 편전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S#25. 동 편전 복도


파릉군, 결연한 표정으로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파릉군 : 여쭈어 주시게!

대전내관 : 전하, 파릉군 드셨사옵니다.



S#26. 동 편전 방 안


중종,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가 방밖을 보며 말한다.


중종 : (취기) 오, 어서 뫼시어라!

대전내관(E) : 예.


방문이 열리면 파릉군이 들어와 선다.


중종 : 파릉군 숙부, 잘 오셨습니다. 이 조카가 따라 드리는 술 한잔 받으세요.

파릉군 : (엄하게) 전하, 지금은 백성들이 논밭을 갈고 생업에 종사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대낮이옵니다.

중종 : (보는)...?!

파릉군 : 하온데 백성들의 군주이신 전하께오서 편전에서 술잔을 기울이시며 대취하시다니요?

중종 : 숙부! 숙부께서 이 못난 조카를 꾸짖으러 오신겝니까?

파릉군 : 전하, 정국이 혼탁할수록 군주의 정신은 맑으셔야 하옵니다. 전하의 충성스런 신하를 자처하는 자들중에

            어진이와 소인배를 가리실수 있는 혜안을 갖추셔야 하옵니다.

중종 : (글썽) 그만하세요!

파릉군 : 전하!

중종 : 과인은 숙부가 야속하오. 과인이 숙부를 필요로 할때는 이 조카를 버리고 떠나시더니

         이제와서 과인을 꾸짖다니요?! 야속하오. 참으로 야속하오이다!

파릉군 : ...!



S#27. 빈청 안


정광필, 안당, 이장곤, 김전이 앉아있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안당 : 영상대감, 의정부신료들이 조정암을 사면하라는 공론을 전하께 주청을 드리는게 어떻겠사옵니까?

정광필 : (한숨)..아직은 때가 좋지 않소이다. 의정부에서 공론을 모으기도 힘들뿐 아니라 설령 공론을 모아 주청을 드린다해도

            전하께오선 더욱 혼란스러워 하실겝니다. 좀 더 지켜보십시다.

김전 : 음

이장곤 : ...

파릉군 : (빈청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정광필 : 파릉군대감!

파릉군 : (울분) 조정의 중신들이란 분들께서 어찌 이러실 수가 있단 말이오?!

안당 : 예에? 그 무슨 말씀이오니까?

파릉군 : 전하를 바른길로 인도해야할 신하들이 전하의 어의를 살피며 탁상공론에 복지부동으로 일관한단 말이오이까?

김전 : 말씀 삼가시오! 종친부 어른께서 어찌 빈청에 들어 조정중신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것이오이까?!

         허면 이사람들 보고 어의를 꺽으라 하시는게요?!

파릉군 : 불의한 어의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꺽어야지요!

일동 : ...!

파릉군 : 허, 그 많던 조선의 선비들은 다 어디로 간게요! 정녕이 나라에 선비는 조광조 한 사람뿐이란 말이오이까?! (휙-나간다)

김전 : 저, 저 사람이..!

정광필,안당 : (한숨)...

이장곤 : (충격)...!



S#28.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조상궁을 놀란 듯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뭐라? 파릉군께서 편전과 빈청에 들러 주상을 꾸짖고 의정부신료들을 질타하셨단 말이냐?!

조상궁 : 예.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속이 깊으신 파릉군께서 어찌 그리 하셨을꼬? 자칫 잘못했다간 종친들에게까지 화가 미칠수도 있음을

               어찌 모르신단 말인가..? 어찌..어찌...!



S#29. 어느 길


파릉군, 앞장서서 걷고 있고 그 뒤를 천서방이 나귀를 끌고 따른다.


파릉군 : (하늘을 보며)..허어..사람이 그립구먼.. 세상이 혼탁하니 사람다운 사람이 그리워.

천서방 : ...?



S#30. 갖바치 집 외경



S#31.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당골네, 에구구- 앓는소리를 내며 누워있는데

방백인, 미음대접을 들고 들어와 옆에 앉는다.


방백인 : (다정하게) 임자, 미음 쒀왔으니 일어나서 한술 떠.

당골네 : ...?!

방백인 : (부축하여 일으키며)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당골네 : (힐끗보며)..임자, 뭘 잘못먹었수? 임자답지 않게 왜 이리 살갑게구는게요?

방백인 : (한숨) 사람이 죄를 짓고는 못살겠더라구. 내 앞으로 임자한테 잘할테니 오래오래 살어야돼. 자, 아- 혀!

            (당골네 입에 미음을 떠넣어준다)

당골네 : (뭉클) 임자..(글썽)..고맙소.

방백인 : (눈물 닦아주며) 고맙긴? 이 담에 늙어서 등 긁어줄 손이 없으면 얼마나 서럽겠어?

파릉군(E) : (마당에서) 주인 계신가?

방백인 : (방쪽을 돌아보며)..뉘기여?



S#32. 동 갖바치 마당


방백인, 아랫방문을 열고 나온다.

파릉군과 천서방이 서있다.


파릉군 : (방백인 보고) 그사이에 이 집 주인이 바뀌었나?

방백인 : (파릉군을 알아보고 흠짓) 아,아니 어르신께오선 갖바치 형님과 흉허물없이 교유하신다던 종친 어른 아니십니까요?

파릉군 : (의아) 자네가 날 알던가?

방백인 : 몇 년 전에 먼발치에서 뵌적이 있습지요.

파릉군 : 헌데 이집 주인은 출타를 하셨는가?

방백인 : 형님은 조광조 나으리의 귀양지인 능주로 떠나셨습지요.

파릉군 : 허, 이 사람이 한 걸음 늦었구먼.. 허면 다음에 또 보세나. (돌아서는데)

방백인 : (심상치 않게 보다가) 어르신.

파릉군 : (돌아보며) 왜그러시는가?

방백인 : 이놈이 사주나 관상 보는 재주가 좀 있사온데... 어르신을 위해 한말씀 올려도 되올런지요?

파릉군 : (미소) 해보시게나.

방백인 : (망설이다가) 어르신, 핏줄을 찾으시는 것을 포기하시옵소서. 그래야 장차 어르신 신상에 화급을 피하실 수 있사옵니다.

파릉군 : (흠짓)..뭐라?

천서방 : (버럭) 이 돌파리 놈아, 네 지금 뭐라고 지껄였느냐?!

파릉군 : 천서방, 그만두게.

방백인 : 이놈은 어르신 관상에 쓰인대로 읽어드린 것이옵니다.

파릉군 : 내 관상에 그리 쓰여있다?

방백인 : 이놈이 어르신 사주를 풀이해 보면 화급을 피할 방책도 생길 듯 싶사오니 잠시 안으로 드시지요.

파릉군 : 허허, 내 점이나 사주를 믿지도 않거니와 장차 닥칠일을 미리부터 알아서 무엇하겠나? 차차 살아보면 다 알게 될 것을.

방백인 : 예에?

파릉군 : 그럼 잘 있게나. 가세 천서방. (대문쪽으로 간다)

천서방 : (방백인에게 인상을 북 긁고는 파릉군을 따라 대문밖으로 나간다)

방백인 : (고개를 젓는)..쯧쯧..피붙이에게 화를 당할 상이라니.. 쯧쯧..



S#33. 산 길(혹은 확 트인길)


갖바치와 당추가 휘적휘적 걷고 있다.


갖바치 : 형님, 잠시 쉬었다 가십시다.

당추 : 왜 벌써 다리심이 풀어진겐가?

갖바치 : 뒤따라오는 사람도 생각해 줘야지요.

당추 : (돌아보며 빙긋)..그리하세나.


갖바치와 당추, 한곳에 걸터 앉아 물통을 꺼내 한모금씩 마신다.


갖바치 : 형님, 십년만에 도성을 떠나 먼데 흙을 밟아보니 참으로 조선의 산천이 수려함을 알겠소이다.

당추 : 아우님도 이제 쇠가죽 접는 일에서 손을 놓고 입산 할때가 된게야.

갖바치 : 허허, 땡초는 형님 한사람으로 족한 듯 싶소.

당추 : 허면 아우님은 역한 똥냄새를 풍기는 도성으로 다시 돌아갈 작정이신가?

갖바치 : 글쎄요..이름없는 잡초들 틈에 묻혀 한평생을 살아보는것도 나쁘지 않은 듯 싶구려.

당추 : 하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나? 어차피 거름으로 땅에 뿌려질 인생인 것을!

길상 : (저 멀리서 급하게 다가오며) 어르신들!

당추 : 허허, 이제야 오시는가?

갖바치 : (물통 건네며) 숨 좀 돌리시게나.

길상 :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큰 숨 내쉰다)..웬 걸음들이 그리 빠르시옵니까? 이놈, 박티재에서 반마장 앞서 가시는

         두분 뒷모습을 뵙고 급히 따라왔는데 젊은 놈 걸음으로도 좀처럼 좁혀지지가 않았사옵니다.

당추 : 허허 자네는 흙을 밟고 왔지만 우린 저기 저 구름을 따라 세월을 미끄러져 왔으니 당연지사 아니겠나?

길상 : 예에?

갖바치 : (일어서며) 서두르세나. 나으리께오서 기다리시네.


갖바치와 당추, 앞장서서 휘적휘적 가면 길상, 급한 걸음으로 뒤를 따른다.



S#34. 능주 조광조 유배소 초가 마당


조광조, 꼿꼿한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멀리 북쪽을 바라본다.


조광조 : ...!



S#35. 희빈 처소 마당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향이 : (달려와 조아리며) 경빈마마 오십니까?

경빈 : 오냐, 고하여라.

향이 : (방쪽에다) 마마, 경빈마마 드셨사옵니다.

희빈(E) : (방안에서) 드시라해라.

향이 : 드시지요.


경빈, 처소방쪽으로 들어가면 향이와 금이, 서로를 흘겨 보다 휙-고개를 돌려버린다.



S#36. 동 희빈 처소 방 안


경빈, 희빈,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둘러 앉아있다.


경빈 : 어쩐 일이시오, 희빈이 이사람을 다 불러주시고?

희빈 : 근자에 궐내가 뒤숭숭하지 않습니까? 이럴때 일수록 우리 일품명부들끼리 똘똘 뭉쳐야지요.

         두분의 화해도 겸해서 자리를 마련한 것이오.

창빈 :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과 백번을 화해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경빈 : (미소) 창빈 말속에 가시가 박혀있구려?

희빈 : 왜들 이러십니까? 두분께서 이러시면 이사람이 무안해집니다. 차들 드세요.


경빈과 창빈, 차를 마신다.


희빈 : 헌데 중전께오서 이번에 폐서인이 되실까요?

창빈 : (놀라) 희빈, 그 무슨 불경한 말씀이십니까?

희빈 : 불경이라니요? 전하께오서 중궁전에 대한 진노가 하늘을 찌른다는 것은 다들 아시는 일 아닙니까?

경빈 : 암요, 폐서인 명분이야 차고 넘치지요. 조광조를 두둔하신 일과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천명하신 것 모두

         폐서인이 되시고도 남을 일이지요.

창빈 : 뭐요?

경빈 : 말인즉슨 그렇다는 말입니다.

희빈 : 허면 다음번 교태전 주인은 누가 될 것같소? 설마 대비마마께오서 이번에도 처녀간택을 하시지는 않겠지요?!

         허면 우리세사람중에서..

창빈 : 희빈, 듣자듣자 하니, 못하시는 말씀이 없구려!

희빈 : ...

경빈 : 희빈, 중전마마께오서 그리 호락호락 하신분은 아니십니다. 혹시 모르지요. 중전마마께오서 용종을 잉태하고 계시면서도

         시치미를 잡아떼시면서 회임을 안하시겠다고 천명한 것 일지도요.

희,창빈 : (놀라 보는)...?!

경빈 : (미소)...



S#37. 중궁전 방 안


윤비, 골똘한 생각에 잠긴 얼굴위로 회상으로 빠져든다.



S#38. 중궁전 방 안 (40회 S#1의 생략된 부분)


윤비 앞에 난정이 앉아있다.


난정 : (결연하다) 중전마마, 이년 이제부터 교태전과 경빈처소 사이에 백척간두 허공에 매어놓은 외줄을 탈것이옵니다.

윤비 : 외줄을 탄다?

난정 : 예. 줄타기를 해야 하옵니다. 경빈을 비롯한 후궁들은 십수년동안조정의 대소사를 보고 겪어온 자들이옵니다.

         저들은 눈으로 직접 보기전까지는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허면 어찌하겠다는 말이냐?

난정 : 저들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고 믿게하려면 고육책을 쓸수 밖에는 없는 듯 싶사옵니다.

윤비 : 고육책?

난정 : 예, 저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우리쪽 사람들까지 속여야 하는 계책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중궁전의 상궁마마님들은 물론이거니와 승후관나으리까지 속으셔야 경빈마마를 잡을 수 있사옵니다.

         중전마마와 이년 말고는 누구도 몰라야하옵니다.

윤비 : 음!

난정 : 다음번에 이년이 입궐하면 중궁전에 들지 않고 경빈마마의 처소로들것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하오면 중전마마께오서 다음날 이년을 승후관 나으리와 함께 중궁전으로 불러들이시옵소서!

윤비 : 불러들인 연후에?

난정 : 이년의 종아리가 누더기가 될만큼 회초리를 치시고 궐밖으로 내치시오면 될 것이옵니다.

윤비 : 회초리를 치고 궐밖으로 내쳐라?!

난정 : 예, 그리만 하오시면 경빈마마는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고 믿게 될것이옵니다.

윤비 : ...!



S#39. 중궁전 방 안 (42회 S#7의 방안 상황)


윤비, 난정의 피투성이 종아리에 회초리를 치고 있다.


윤비 : 네 이래도 바른말을 토설치 않겠단 말이냐?!

난정 : 마마, 차라리 이년을 죽여주시옵소서.. 흐흑..


윤비, 회초리를 내려치려다가 난정의 흐느낌에 움찔 매질을 멈춘다.

난정의 얼굴은 땀과 눈물과 고통으로 뒤범벅 되있다.


윤비 : (차마 때리지 못하는)...!

난정 : (윤비를 보며 짜내듯 낮게) ..마마..치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경빈이 이년을 믿을것이옵니다...

         그래야 마마께오서 살아남으시옵니다..

윤비 : (멈춘채)...

난정 : (애원하듯 속삭이는)..마마..어서 치시옵소서.

윤비 : (차마 못할 짓이다)...

난정 : (간절한 힘주어 속삭이는)...어서요, 마마...!


윤비, 난정을 보기 괴로운지 고개를 돌리고 찰싹-찰싹-회초리를 내려친다.

난정,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다가 무너지듯 방바닥으로 쓰러진다.


윤비 : ...!

난정 : (나즈막한 신음소리)..

윤비 : ...

난정 : (간신히 눈을 뜨고 윤비를 보며) 잘..하시었사옵니다... (눈이 까무룩 감기는)

윤비 : 엄상궁-

엄상궁(E) : 예.

윤비 : 오라버니를 뫼셔오게.



S#40. 중궁전 방 안 (현실)


윤비, 긴 회상에서 깨어난다.


윤비 : 난정아, 미안하구나..내 가슴도 찢어지게 아펐느니라...!



S#41.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어딘가를 보고 말한다.


난정 : 마마, 이년 몸뚱이가 바수어져 가루가 될지언정 중전마마를 지켜드릴것이옵니다.

         이년을 믿으시옵소서! 믿으셔야 하옵니다, 마마!



S#42. 어느길


윤임과 김안로를 태운 사인교 두 대가 바짝 붙어서 간다.

박서방과 황서방이 그 옆에 붙어있다.


윤임 : 희락당대감, 아무리 정치는 현실이라지만 이렇게까지해도 되는것이오이까?

김안로 : 판부사대감, 살아남는다면 명분은 뒤에 얼마든지 붙일 수 있사옵니다. 허니 이사람을 믿고 따라주시옵소서.

윤임 : ..음!

김안로 : (황서방에게) 서둘게나.

황서방 : 예.


두 대의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43. 홍경주 사랑채 외경


윤임과 김안로가 사랑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홍경주집사(E) : 대감마님, 판부사대감과 이조참판대감께오서 오셨습니다요.

홍경주(E) : 뫼시어라!



S#44. 동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홍경주 : (뼈있는) 두분대감께오서 이 늙은이 집에 발걸음을 해주시니 참으로 광영이올시다.

김안로 : 이번에 판중추부사가 되시온걸 경하드리러 왔사옵니다.

홍경주 : 희락당대감의 숙부님께오서 우의정으로 승차하시온게 더욱 감축드릴 일이지요.

윤임 : (굳은 표정)...

홍경주 : 허허, 사람이 오래 살고 볼일이외다. 판부사는 이 늙은이의 문상도 오시지 않을 줄로 알았소이다 그려.

김안로 : (윤임에게 눈치를 주면)..

윤임 : (어색한 웃음)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남양군대감과 이 사람은 병인년 반정때부터 의기투합하지 않았사옵니까?

홍경주 : 헌데 이 늙은이가 지난번 장통교 기방에 들렀더니 매향이라고 아주 고운 기생아이가 있습디다.

윤임 : ...?!

홍경주 : 그 아이의 미색이나 가무솜씨가 어찌나 빼어나던지 이 늙은이의 혼을 홀딱 빼놓았지요.

            헌데 나중에 듣자니 판부사께서 매향이를 소실로 점찍어 놨다고 하던데 맞소이까?

윤임 : 허허, 남양군께서 매향이를 마음에 들어하신다면 이사람이 물러서야지요.

홍경주 : 참말이시오, 판부사?

윤임 : 믿으시옵소서.

홍경주 : 허허, 고맙소이다.

윤원로(E) : (방밖에서) 대감, 시생이옵니다.

홍경주 : 오 들어오게.


윤원로, 방문 열고 들어오면 김안로와 윤임 놀란다.


윤임 : 아,아니 큰 조카님?!

김안로 : ...!

홍경주 : 참, 세분께선 구면이시지요?

윤원로 : 예, 판부사대감께오선 시생의 구촌 숙부님되시옵고, 이조참판대감께오선 시생의 아우의 처숙되시는 분이시지요.

김안로 : 헌데 승후관께서 어찌 이댁엘?

윤원로 : 예, 시생 요즘 남양군대감댁에서 식객노릇을 하고 있습지요. 혹시 압니까?

            이번 거사에 일등공신이오신 남양군대감께오서 벼슬한자리 내려주실지요. (홍경주 보고) 아니 그렇사옵니까?

홍경주 : 허허..암, 명색이 중전마마의 동기이신데 내 힘을 써야지! 허허허!

윤임,김안로 : ...!



S#45.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김씨,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온다. 그 뒤로 탄실이가 보를 씌운 쟁반을 들고 따라온다.


김씨 : (방앞에 멈춰서서) 아버님, 탕약 들여가옵니다.

윤지임(E) : 오냐, 들어오너라.

김씨 : (탄실이 보고) 이리다오.

탄실 : 예, 아씨. (보를 벗기고 약사발이 담긴 쟁반을 김씨에게 건넨다)


탄실, 재빨리 방문을 열어주면 김씨, 약사발 쟁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46. 동 안채 큰사랑채 방 안


윤지임, 빈 약사발을 김씨에게 건네준다.


윤지임 : 며늘아, 네 서방은 아직 안들어왔느냐?

김씨 : 예, 아버님.

윤지임 : 며늘아, 이 집에 시집와서 네 맘고생이 심했을것이니라.

김씨 : 마음고생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윤지임 : 조금만 참거라. 네 서방, 원형이가 겉으론 사람이 물러 보이고 인물값을 하느라고 기방출입이 잦은 것은 흠이다만은

            어려서부터 총명함이 남에게 뒤지진 않았느니라.

김씨 : 잘 알고 있사옵니다.

윤지임 : 중전마마께오서도 사가에 계실 때부터 누구보다 네서방을 믿으셨다.

김씨 : ...

윤지임 : 허니 네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거라. 네 언젠가는 서방덕에 정경부인 한자리는 받칠수 있을 것이다.

김씨 : ....



S#47. 남곤 사랑채 마당


윤원형, 사랑채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남곤집사(E) : (밖에서) 대감마님 퇴청이시오!

윤원형 : (흠짓하여 돌아보면)..!


관복을 입은 남곤이 집사를 거느리고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온다.


윤원형 : (깊숙하게 숙이며) 좌찬성대감, 이제 퇴청하시옵니까?

남곤 : (보고)...젊은이는 뉘신가?

윤원형 : 이놈은 일전에 빈청에서 좌찬성 대감의 호통을 맞고 내쫓긴 외척이옵니다!

남곤 : 외척? (찬찬히 보며) 오, 알아보겠구먼!.. 내게 할 말이 있으면 들어오게나! (방안으로 들어간다)

윤원형 : 예. 그럽지요. (남곤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S#48.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관복을 입은 남곤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남곤 : 허면 일전에 내가 자네를 빈청에서 내친 일을 따지러 온겐가?

윤원형 :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남곤 : 허면?!

윤원형 : 대감께오서 이놈을 내치신 연유를 들어보려 발걸음을 한 것이옵니다.

남곤 : 연유라니? 신료들이 조정의 막중대사를 논의하는 자리에 어찌 잡인이 끼어들 수 있음이던가?!

윤원형 : 예에? 잡인이라니요?! 이놈은 중전마마의 오라비올시다.

남곤 : 더군다나 외척의 신분이니 더더욱 쫓겨날만 했지!

윤원형 : 그런것이옵니까?

남곤 : 그런것이라니?

윤원형 : (꿈뻑꿈뻑)..이놈이 기방출입을 할때마다 이놈, 저년 이놈을 보는년놈들마다 굽신굽신거리길래

            외척이 대단한 벼슬인줄 알았더니...대감들 반열에 오르신 분들께오선 쳐주시지 않으신다 이 말씀이옵니다.

남곤 : 자네 중전마마께 누를 끼치지 않고 외척노릇 잘하려면 배워야 할것이 많겠구만?

윤원형 : (벌떡 일어나 넙쭉 절하며) 대감께서 이놈한테 많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남곤 : 허허, 넉살한번 좋구먼.

윤원형 : (납짝 엎드린채 얼굴을 들고 보며 웃는)

남곤(E) : 중전마마의 오래비들이 파락호란 소문이 있더니 참으로 불학무식한 작자 아닌가? 허허.

윤원형(E) : 암, 내 살아남기 위해서 개처럼 짖으라면 못 짖을까..컹컹!



S#49. 대궐 일각


경빈, 생각에 잠긴채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경빈(E) : 중전이 참으로 회임을 한것일까?.. 아니야 난정이 고것이 간살을 떨어댄것인지도 모르지!

금이 : (옆에 다가서며) 마마, 무슨 생각을 그리하시옵니까?

경빈 : (보며) 금아, 내 중궁전으로 갈것이니라.

금이 : 예에?

경빈 : (몸을 돌려 반대편 길로 걸어간다)



S#50. 중궁전 복도


경빈, 엄상궁과 오상궁이 있는 쪽으로 걸어와 멈춘다.


경빈 : (고개 빳빳하게 든채) 고하거라!

엄상궁 : (편치가 않은 얼굴로 고하는)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해라.

엄상궁 : 예.

경빈 : (엄상궁을 노려보는)...!

엄상궁 : (조아리며)..드시지요.

경빈 : 뭐라?

엄상궁 : 드시지요.

경빈 : (미소) 오냐, 알았느니.

엄상궁 : ...!



S#51. 중궁전 방 안


경빈, 방안으로 들어오다가 흠짓 놀란다.

윤비의 무릎에 원자가 앉아있고 박상궁이 일어서서 조아리며 맞는다.


윤비 : (경빈을 보며) 앉으시오.

경빈 : 예..(앉으며)

윤비 : 오늘은 이사람에게 또 무엇을 깨우쳐 주려고 발걸음을 하시었소?

경빈 : 마마, 신첩은 문후를 여쭈러 든것뿐이옵니다.

윤비 : 문후를 여쭈러 드셨다?!

경빈 : 예.

윤비 : 경빈의 범절이 날로 깍뜻해지니 이사람이 경빈에게 후한 상급이라도 내려야겠소.

경빈 : (힐끔 노려보는)...

윤비 : (똑바로 보며) 경빈이 무슨 일로 중궁전에 발걸음을 했는지 이사람도 짐작하느니!

경빈 : 예에? 마마, 그 무슨?

윤비 : 이 사람 역시 경빈에게 할 말이 많소!

경빈 : ...

윤비 : 허나, 내 오늘은 원자와 함께 있는 동안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 이만 물러가시오.

경빈 : ...

윤비 : 물러가래두요!

경빈 : 예.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 (경빈의 나가는 모습을 쏘아보다가 원자를 자애롭게 본다)..원자 오늘은 무엇을 하고 지내시었소?

원자 : 어마마마 소자...

박상궁 : (흐뭇하게 보는)


다정한 윤비와 원자의 모습에서.



S#52. 중궁전 앞 뜰


경빈, 중궁전 밖으로 나와 급히 어디론가 간다.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급하게 그 뒤를 따른다.



S#5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분기를 삭이며 뭔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휙 치켜드는 얼굴위로.


경빈(E) : 내 반드시 밝혀 내고야 말것이야!...반드시.



S#54. 난정 초가 외경 (밤)


방문이 불빛이 비추고 있다.



S#55.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과 옥매향이 마주 앉아있다.


옥매향 : 난뎡아 너 뎡말 오늘밤 예서 혼댜 지샐 수 있갔네?

난정 : 걱정마, 아주머니 걱정하시겠다, 어서 가봐.

옥매향 : 기래, 기럼 내레 내일 날 밝는대로 또 들를게.

난정 : (끄덕끄덕)..고마워..

옥매향 : 기럼, 문단속 댤하고 댜라우, 알갔디?

난정 : 매향아, 너도 밤길 조심해서 가.

옥매향 : 기래. 내일 보댜우. (장옷등을 집어들고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 ...



S#56. 동 난정 초가 마당 (밤)


옥매향, 방에서 나와 대문쪽으로 걸어가는데 대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선다.


옥매향 : (흠짓 놀라) 누구시야요?

금이 : (보며) 난정이 안에 있느냐?

옥매향 : 기런데 이 야심한 밤에 난뎡일 어띠 탸으시는거야요?

금이 : 그건 네 알바 없고?!

옥매향 : (방쪽으로 가며) 난뎡아, 손님이 탸댜오셨어!

난정(E) : (방안에서) 매향아, 내 다리가 불편하여 손님을 방밖에서 맞을수가 없으니 들어오시라여쭈어 줄래?

옥매향 : (금이보고) 안으로 드시랍네다.

금이 : (보다가 대문쪽을 돌아보며) 마마, 드시옵소서!

옥매향 : (화들짝)..마마?!


대문쪽 어둠속에서 당의를 벗은 경빈이 들어와 금이의 안내로 방문쪽으로 다가가 선다.


경빈 : (힐끗 옥매향을 보면)..

옥매향 : (경빈의 기품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다)...

금이 : 드시옵소서.

경빈 : (방안으로 들어간다)



S#57. 동 난정 초가 방안 (밤)


경빈, 방안으로 들어와 앉아있는 난정 앞에 선다.

주객과 귀천이 뒤바뀐 느낌으로 마주보는 난정과 경빈.


경빈 : 난정아, 내가 너를 보러 왔느니라.

난정 : 예, 이년 경빈마마께오서 찾아오실줄 짐작하였사옵니다.


난정, 경빈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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