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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4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49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43











S#1. 난정 초가 마당 (밤)


옥매향, 대문 안에 서 있다가 안채쪽으로 다가선다.

금이, 몸을 돌려방문 앞을 막듯이선 채 옥매향을 노려본다.

옥매향, 금이의 시선을 피하며 방안의 동정이 궁금한 듯 방 쪽을 힐끔 본다.



S#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아랫목에 앉아있고 경빈이 그 앞에 서 있다.


난정 : (조아리며) 존엄하오신 경빈마마를 앉아서 맞는 이년의 불경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무릎 걸음으로 자리를 내주며) 내려 앉으시지요.

경빈 : (보료 위에 앉으며) 마음쓰지 말거라. 네가 중궁전에서 매를 맞고 혼절하여 업혀 나갔던 일은 내 들어 잘 알고 있느니라.

난정 : ...

경빈 : (다정한) 그래 몸은 좀 어떠하냐?

난정 : 마마께오서 바다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이년의 불경을 용서해 주시옵고, 또한 미천한 것의 몸까지 걱정해 주시오니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경빈 : 헌데 어인 연유로 중전마마께오서 그리도 모질게 종아리를 치셨단말이냐?

난정 : 이년이 중전마마께 회초리를 맞은 까닭은 경빈마마께오선 더 잘 알고 계실 줄로 아옵니다.

경빈 : 쯧쯧.. 내 처소로 발걸음 한번 한 것을 가지고 이리 매를 치시다니.. 중전마마께오서 모질고도 모지신 분이야.

난정 : 하오나 이년은 중전마마를 원망하지 않사옵니다.

경빈 : (힐끗) 네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더냐?!

난정 : 경빈마마께오선 금이가 중궁전에 들어서 다과상을 받고 중전마마와 담소를 나누었다면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경빈 : ..하긴, 그랬다면 내 금이의 혓바닥에 단근질을 했을 것이다.

난정 : (미소) ..그것 보소서.

경빈 : 헌데 난정아, 네 어찌 내가 찾아 올 줄 짐작하고 있었더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회임을 하신 것인지 아니면 이년이 중궁전의 밀명을 받잡고 거짓 회임을 흘리는 것인지

         알아 내시는 일이 경빈마마께는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경빈 : ('여우 같은 것!') ..내 다시 한번 물으마.

난정 : 무엇이든 물어보시옵소서.

경빈 : 네 정녕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으로 보느냐?

난정 : 이년, 천하를 꿰뚫어 보시는 경빈마마 안전에서 어찌 감히 한 입으로 두 말을 내 뱉겠사옵니까? 분명 그리 짐작하옵니다.

경빈 : 헌데 말이다.. 헌데 네 말대로 중전께서 용종을 잉태하셨다면 어찌 그 사실을 숨기고 계시었더냐?

         진즉 회임사실을 밝히시었다면 전하의 진노를 사시지 않으셨을 것 아니더냐?

난정 : (빙긋) ..경빈마마께오선 중전마마를 너무 얕보시옵니다.

경빈 : 얕보다니? 내가?!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무서운 분이시옵니다. 교태전에 앉으시자마자 경빈마마의 석고대죄를 받으신 분이 아니옵니까?

경빈 : (쓴 미소) ..네가 그 일까지도 알고 있었더냐?

난정 : 황공하옵니다.

경빈 :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숨기시는 연유가 무엇이더냐?

난정 : 이년은 중전마마께오서 경빈마마를 끌어들이기 위해 덫을 놓고 함정을 파신 것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경빈 : (흠짓) 뭬야?! 덫을 놓고 함정을 파?!.. 이럴 수가?!



S#3. 중궁전 복도 (밤)


오상궁, 급한 걸음으로 엄상궁쪽으로 다가와 선다.


오상궁 : (엄상궁의 귀에다 뭐라고 소근거리면) ...

엄상궁 : (흠짓) ...?!..(오상궁에게) 그게 정말인가?

오상궁 : 예, 틀림 없사옵니다.

엄상궁 : (방 쪽에다) 중전마마, 급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



S#4.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연상 앞에 앉아있는데 엄상궁이 문을 열고 들어와 조아린다.


윤비 : (보며) 무슨 일인가?

엄상궁 : 마마, 경빈이 변복을 하고 금이를 앞세워 은밀히 궐 밖으로 나갔다고 하옵니다.

윤비 : (의외로 담담하게 웃는)..호호호 .. 그래, 그랬을 것이야. 내 짐작하고 있었느니!

엄상궁 : (오히려 놀란) 예에? 하오시면 마마께오선 아시고 계셨사옵니까?

윤비 : 사특한 간계로 조정의 충신들을 몰아낸 계집이, 무슨 짓인들 못하겠나?

엄상궁 : 중전마마, 내명부가 야심한 밤에 궐 밖 출입을 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대죄이옵니다.

            당장 경빈의 처소로 발길을 하시어 경빈의 죄를 물으시옵소서.

윤비 : 엄상궁.

엄상궁 : 예.

윤비 : 경빈은 큰방 상궁까지 수족처럼 부리고 있네. 모르긴 몰라도 궐내의 궁인들이나 무예청, 별감들까지도

         경빈의 손아귀에 쥐어 있을 걸세.

엄상궁 : ...!

윤비 : 사정이 이러할진대 경빈이 제 스스로 토설하지 않는 한 궐 밖 출입을 한 것을 무엇으로 밝힐 수가 있겠나?

엄상궁 : 하오면 경빈의 방약무도한 짓거리를 이대로 두고만 보실 참이시옵니까?

윤비 : (보일 듯 말듯한 미소) 기다려보게. 경빈이 아마 지금 쯤이면 제 스스로 판 함정에 제 발로 빠져 들고 있을 게야!

엄상궁 : (영문 몰라)...예에? 함정이라닙쇼?

윤비 : (보며) 엄상궁, 내가 한 말은 다 잊어버리게나.

엄상궁 : ...



S#5. 난정 초가 방 안 (밤)


경빈, 심각한 표정으로 난정을 바라본다.


경빈 : 난정아, 네 지금 중전마마께오서 나를 끌어들일 덫을 놓고 함정을 파셨다고 하였느냐?

난정 : 모르고 계셨사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선 마마께서 더 더욱 핍박을 가해 주시기를 바라고 계시옵니다.

경빈 : ..더욱 핍박을 가해 주기를 바라신다?

난정 : 예, 궁지에 몰려 더 이상 물러서실 수 없는 폐서인의 벼랑 끝에 서시었을 때,

         중전마마께오선 회임 하신 사실을 천명하실 것이옵니다.

경빈 : ...!

난정 : 그리되면 어찌 되겠사옵니까? 전하와 대비전에서는 태도를 바꾸시어 용종을 잉태하오신 중전마마를 애지중지 하실 것이며

         지금껏 중전마마를 핍박하고 음해하고 찍던 자들은 하루아침에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될 것이옵니다.

경빈 : ...네 그 무슨 섬뜩한 말이냐?!

난정 : 게다가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덜컥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신다면

         아무리 마마께오서 전하의 총애가 크신 총관후궁이라 하신들 목숨을 부지하시기 힘드실 것이옵니다.

경빈 : (인상이 굳는) ..음!! 그럴지도 모르지.

난정 : (표정을 살피다가) 하오나 지금은 중전마마보다는 희빈마마를 견제해야 할 때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 (휙-보며) 뭬야?! 희빈을?!

난정 : 이년은 조광조를 도모한 이번 거사의 배후에는 경빈마마께오서 계신 것으로 믿고 있사옵니다.

경빈 : ...

난정 : 하오나 희빈마마의 아버님이오신 남양군대감께오서 이번 거사의 전면에 나서신 것을 보면

         경빈마마께오서 남양군대감께 무슨 밀약을 하신 것으로 짐작은 하옵니다만...

경빈E : (놀라는) ..허, 난정이 이 애가 참으로 무서운 아이로구먼!

경빈 : (표정 변화없이) 밀약이라니? 네 지금 밀약이라 했느냐?!

난정 : 혹시 남양군대감께 금원군을 왕세자로 책봉시키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그런 약조 말씀이옵니다!

경빈 : 듣자듣자 하니 네가 큰 일 낼 소리를 하는구나!

난정 : 마마, 지금은 중궁전과 맞서실 때가 아니옵니다. 그것보다는 희빈마마의 기세를 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 ..희빈의 기세를 꺾으라?!

난정 : 그래야지요, 마마께오서 중궁전에만 눈길을 돌리시고 계시다가 때를 놓치시면

         희빈마마께오서 어부지리를 하실지도 모르옵니다.

경빈 : (흠짓) 뭬야? 어부지리?!



S#6. 희빈 처소 외경 (밤)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지켜서 있고 향이의 모습도 보인다.


금원,봉성군E : 아바마마, 옥체 강녕 하시옵니까?



S#7. 동 희빈 처소 방 안 (밤)


중종, 상석에 앉아있고 그 옆에 희빈이 앉아있다.

금원군과 봉성군이 중종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중종 : (금원군과 봉성군을 다정하게 보며) 오냐, 너희들도 무탈하였느냐?

금원,봉성군 : 예, 아바마마.

희빈 : 전하, 망극하옵니다. 신첩 오늘 밤 전하께오서 납시올지 모르고 왕자들과 늦게까지 담소를 나누고 있었사옵니다.

중종 : 아니오, 과인이 오랜만에 금원군과 봉성군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구려.

희빈 : (숙이며 쌩끗) ...

중종 : 금원군은 요즘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느냐?

금원군 : 소자, 시전을 배우고 있사옵니다.

중종 : 오 그래, 시전을? 내 금원군의 문재가 출중하다고 들었느니.. 언제고 이 애비 앞에서 시전을 강해 보도록 하여라.

금원군 : 황공하옵니다.

희빈 : (금원, 봉성군에게) 전하께오서 곤하실 터이니 이만들 물러가도록 하세요.

금원,봉성군 : 예. (중종에게 조아리며) 아바마마 침수 편안히 드시옵소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중종 : (대견하게 보는)..희빈께서 왕자들 훈육을 아주 잘 하시었구려.

희빈 : 황공하옵니다. 주안상이 마련되는 동안 신첩이 다리를 쳐드리겠사옵니다. 편히 누우시옵소서.

중종 : 그리 하십시다.


중종, 보료에 길게 누우면 희빈, 중종의 다리를 주무르며 쌩끗 웃는다.



S#8. 난정 초가 방 안 (밤)


경빈, 뭔가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다.


경빈E : ..희빈이 어부지리를 한다..?

난정 :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 (깨어나며) 오냐, 내 오늘밤 네가 한 말들을 머릿 속에 잘 담아두도록 하마.

금이E : (방밖에서) 마마, 차를 들일깝쇼?

난정 : 마마, 일어나시기 전에 차라도 드시지요.

경빈 : ..그러자구나.

난정 : (방 밖에다) 들이랍신다.



S#9. 동 초가 방문 밖 (밤)


금이 앞에 옥매향이 차소반을 들고 서있다.


금이 : (옥매향을 보고) 이리 내거라.

옥매향 : (미소) 아니옵네다. 니년 손으로 딕뎝 올리고 싶습네다.

금이 : ..뭐야?!


옥매향, 차소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10. 동 초가 방 안 (밤)


옥매향, 경빈 앞에 놓인 찻잔에 다소곳하게 차를 따른다.


옥매향 : (찻잔을 받치며 미소) 마마, 드시옵소서.

경빈 : (찻잔 받으며 옥매향을 보고) ..네 미색이 참으로 곱구나.

옥매향 : (수줍은) 니년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네다.

난정 : (눈짓하며) ..매향아..

옥매향 : (보고) 기래.. 기럼 니년 물러가옵네다. (경빈에게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경빈 :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있느니.. 저 아일 두고 일컫는 말일 게야.

난정 : 매향이의 미색이 빼어나다고는 하오나 일개 노류장화 기생이옵지요.

         천하를 손아귀에 쥐고 계신 경빈마마의 출중한 미색에 어찌 견주겠사옵니까?

경빈 : (싫지 않은) ..호호, 네가 단소리도 다 할 줄 아는구나?

난정 : (미소) ..

경빈 : 저 매향이란 아이나, 난정이 너나 한이 많겠구나.

난정 : 예에?

경빈 : 둘 다 세상을 쥐고 흔들만한 미색과 총기를 지녔거늘 천한 신분에 옭매여 움크리고 살자니

         이 세상에 대해 한도 많고 원망도 얼마나 크겠느냐?!

난정 : (흠짓) ...!

경빈 : 나 역시도 그랬느니..상주땅 촌고을에서 무지렁이 홀아비 밑에서 자라던 시절엔 세상 원망을 많이 했다!

난정 : ...

경빈 : 난정아, 너를 보면 입궐하기 전의 내 모습을보는 듯 하구나.

난정 : (당황하여) 마마, 아니되시옵니다. 어찌 이년 같이 천한 것에다 비하시옵니까?

경빈 : 참말이란다.

난정 : 황공하옵니다.

경빈 : ...

난정 : 마마, 이년은 세상을 원망하지 않사옵니다.

경빈 : 뭐라?

난정 : 이년같은 천것이 아무리 몸부림쳐 본들 세상이 까딱이나 하겠사옵니까? 그럴 바에는 이년이 세상에 맞춰 살아가야지요.

경빈 : 허면 넌 세상에 아무런 욕심이 없단 말이더냐?

난정 : 사람이 살면서 타고난 팔자는 세 번 바뀌는 것이라 들었사옵니다.

         이년, 중전마마와 인연을 맺고 중궁전에 출입을 하게 된 것이 첫 번째로 팔자를 바꾼 것이옵고,

         경빈마마를 이리 지척에서 뵈옵는 것이 두 번째 기회가 될지는 이년의 우둔한 머리로 좀 더 생각을 해봐야 되겠사옵니다.

경빈 : 난정아, 네 정녕 중궁전에 등을 돌리고 내게로 올 마음이 없느냐?

난정 : (미소) 중전마마와 경빈마마, 두 분 모두 이년이 받들어 뫼실 만한 분들이옵니다. 하오나!

경빈 : 허나?!

난정 : 일전에 말씀 올렸듯이 이년은 평생의 소원을 풀어주시는 분께 머리와 몸뚱이를 다 바칠 것이옵니다.

경빈 : (보다가) 오냐, 내 깊이 네 일을 생각해 보겠다. 내 오늘은 이만 일어서야겠구나! (일어선다)

난정 : (앉은 채 조아리며) 마마, 어두운 길, 살펴서 돌아가시옵소서.

경빈 : (난정 앞에 묵직한 비단 염낭을 툭 던지는) ..

난정 : (보며)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경빈 : 은자 몇 냥 넣었느니라.

난정 : (굳는) 마마, 이년의 마음을 이깟 재물 몇 푼으로 사실 것이라 생각하시옵니까?

경빈 : (빙긋) 그럴 리가 있겠느냐? 매를 치거나 수만금을 준대도 네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란 것쯤 내 어찌 모르겠느냐?

난정 : ...!

경빈 : (야릇한 미소) 내 인정으로 주는 것이니 약값에 보태던 용채로 쓰건 네 마음대로 하거라. 허면 나중에 또 보자꾸나.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 (염낭을 주워들고 보는) ...!



S#11. 난정 초가 대문 앞 (밤)


금이가 옆에 선 채 경빈을 태운 가마가 떠난다.

옥매향, 떠나는 가마 뒤에다 깊숙하게 허리를 굽힌다.


옥매향 : 살펴 가시라요.


옥매향, 재빨리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S#1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비단 염낭을 보며 앉아 있는데 옥매향,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옥매향 : (옆에 앉으며) 난뎡아, 뎌분이 경빈마마 맞디?

난정 : 그래.. 나는 새도 떨어뜨리신다는 경빈마마셔.

옥매향 : 이야, 내레 가까이서 뵈니까네 턈으로 기품이 념텨 흐르시두만.. 우리같은 텬 것은 감히 곁에 앉디두 못할 분 같았어.

난정 : 그래봤자, 일개 후궁이지. 우리로 치면 첩년이고!

옥매향 : 뭐이? 난뎡아 고거이 무슨 불경스런 말이네?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감히 후궁 따위가 범접하지 못하실 말큼 지엄하신 분이야.

옥매향 : (끄덕) 기거야 그렇켔디. 기런데 듕뎐마마하고 경빈마마하고는 견원디간이시라는데 뎌분이 널 어케 탸댜 오신 거이네?

난정 : ...매향아..

옥매향 : 와?

난정 : ..이건 동무로써 말하는 건데..

옥매향 : 뜸들이디 말고 말해 보라우.

난정 : ..난 니가 조정일에는 관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옥매향 : 고거이 무슨 말이네?

난정 : (침울한) 내가 널 괜한 일에 끌어들인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아.

옥매향 : 에미나이래, 기런 소리 말라우, 우린 피를 나눈 동기간 보담두 더틴한 동무 아니네?

난정 : (옥매향의 손을 쥐며 고맙고 미안한 느낌) ..!!

옥매향 : ...?!



S#13. 달 (INSERT)



S#14. 중궁전 뒤편 난간 (밤)


윤비, 혼자생각에 잠겨 걸어와 하늘을 바라본다.


윤비E : 난정이가 비록 나를 위해 고육책까지 썼다고는 하나.. 내 정녕 그 애를 믿을 수 있을까?

           난정이의 총명함 속에 독이 들어있다면 내가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음이야.. 내가.. (흠짓 어딘가를 돌아본다) ..!



S#15.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당의로 갈아입고 머리 매무새를 만지고 있다.

금이, 변복을 가지런하게 챙기고 있다.


경빈 : 금아, 애썼느니라. 나가서 쉬거라.

금이 : (걱정스럽게) 마마, 난정이를 참말로 믿으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금아, 세상에 두발로 걷는 짐승처럼 간살스러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

         내 사람의 말이나 마음을 믿었다면 어찌 이때 껏 살아남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누?

금이 : 예에? 하오시면..

경빈 : 내가 도총관 정윤겸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한 난정이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음이야.

         이것이 천지간에 조화인 게야. 호호호.

금이 : (섬뜩하다) ...!



S#16. 정윤겸 집 외경 (낮)


대문 밖에 (이장곤의) 교꾼들과 사인교가 서있다.


정윤겸E : 대감께오서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발걸음 이시옵니까?



S#17.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과 이장곤이 마주앉아 있다.


이장곤 : 이사람, 도총관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러 왔소이다.

정윤겸 : 고맙다니요?

이장곤 : 이번 조광조 옥사에서 대감께서 도총부군사를 동원하시지 않은 일은 참으로 현명하신 처사셨소이다.

정윤겸 : 현명한 것이 아니라 우매하기 짝이 없었소이다! 안그래도 이 사람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으니

            전하께 사직을 청하고 낙향할 것이옵니다.

이장곤 : 예에, 대감께서 본분을 지키신 일을 가지고 사직까지 청하시다니요?!

정윤겸 : 신하된 자가 군주의 심중을 읽지를 못하였으니 큰 불충을 저지른 것이 아니오이까?!

이장곤 : ...!



S#18. 동 정윤겸 대문 안 마당


배서방이 대문을 열어주면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정렴.


정렴 : 사랑채에 손님이 들어계신가?

배서방 : 우찬성대감께오서 오셨사옵니다.

정렴 : (사랑채 보며 갸웃) 우찬성대감께오서?.. (걸어가다가) 옥련인?

배서방 : 양평댁하고 장엘 가셨는 뎁쇼.

정렴 : 뭐야? 아버님께오서 낙향을 하실지도 모르는 판에 장구경을 갔어?



S#19. 어느 정자 위


박희량, 고개를 숙인 채 갈등하는 표정이다.


박희량 :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드는데) ...!

옥련E : (등 뒤에서) 도련님!


박희량, 돌아보면 옥련, 정자 쪽으로 뛰어온다. 저편에 양평댁이 망을 봐주듯이 서있다.


박희량 : 옥련낭자.

옥련 : (얼굴 보고 놀라) 도련님, 몰골이 어찌 이리 처참히 상하셨사옵니까?

         (눈물 글썽) 금부 옥사에 갇히셨다더니.. 얼마나 고생을 하셨길래...

박희량 : 낭자, 이사람은 괜찮소. 허니 눈물을 거두시오.

옥련 : (저고리 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는데) ..

박희량 : 낭자, 이 사람을 믿어주시겠소?

옥련 : 예에? 그 무슨 말씀이시온지..?

박희량 : 이 사람이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일을한다 해도

            그것은 오직 낭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이란 것을 믿어주겠소?

옥련 : 예, 소녀, 도련님을 믿사옵니다.

박희량 : (두 손을 맞쥐며) 고맙소, 고맙소..



S#20. 편전 외경


김안로와 윤임이 비장한 얼굴로 편전 계단을 오르고 있다.



S#21. 동 편전 방 안


중종, 상소문을 읽고 있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 있다.


해설NA : 중종은 친위 쿠테타로 조광조를 숙청했지만 숙청의 명분도 약했고, 쿠테타 세력 또한 조정의 정계 개편을 통해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만한 정치력을 갖추지도 못했기에 중종은 연일 조광조를 사면하라는 상소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중종 : (한숨을 내쉰다) ...!

대전내관E : (방 밖에서) 전하, 판부사와 이조참판 들었사옵니다.

중종 : (상소를 접으며) 어서 뫼시어라.



S#22. 동 편전 복도


윤임과 김안로가 서있다.


대전내관 : (조아리며) 드시지요.



S#23. 동 편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윤임과 김안로가 중종에게 곡배를 하고 앉는다.


중종 : 두 분께서 마침 잘 찾아주시었소.

윤임 : 전하께오서 조정암을 내치신 일로 심기가 불편하다고 들었사옵니다. 전하, 이제 조광조의 일은 덮어두시옵고

         조정이 한 뜻으로 뭉쳐 백성들의 민생을 돌보심이 가할 줄로 사료 되옵니다.

중종 : 과인도 그러고 싶소, 허나 아직도 삼사에서는 조정암을 사면하라는 상소를 올려 과인의 발목을 붙잡고 있구려.

김안로 :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어 조광조의 구명을 간하는 자들을 엄단하시오면

            조정의 분란도 가라앉을 것이라 사료 되옵니다.

중종 : (의외라는 듯 보며) 평소 조광조를 두둔하셨던 두 분께서 어찌 마음을 돌리시었소?

김안로 : 한번 엎질러진 물을 어찌 다시 퍼담을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조광조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윤임 : 그러하옵니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시오면 크고 크신 위엄을 잃게 되시옵니다.

중종 : 허나 명분이 없어요, 명분이...

김안로 : 군주의 어명보다 더 큰 명분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오면

            신들 목숨을 내걸고 전하의 명을 따를 것이옵니다!

중종 : 두 분의 뜻은 고맙구려..과인이 좀 더 상량해 본 연후에 용단을 내리리다. 허니 경들은 과인의 지근에 계셔 주구려.

윤임,김안로 : ...!



S#24. 대궐 일각


홍경주, 걸어오는데 남곤이 맞은편에서 급하게 온다.


남곤 : (다가서며) 남양군대감, 지금 편전에 판부사와 이조참판이 들어있다지요?

홍경주 : 염려하실게 무어요?! 판부사와 이조참판이 우리에게 보탬이 되어줄 주청을 드릴 것이외다.

남곤 : 허나 그 두사람은 평소에 우리와는 뜻이 다르지 않았사옵니까?

홍경주 : 허허, 정치란 힘이 있는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게 마련 아니겠소이까? 그 분들도 살 길을 찾기 위해선

            우리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외다.

남곤 : (뭔가 불안한) ..음!

홍경주 : 그것보다 유생들은 어찌되었소?

남곤 : (낮게) 곧 입궐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저만치서 급히 오며) 좌찬성대감! 좌찬성대감! (다가서며) 어찌 걸음이 그리 빠르시옵니까?

남곤 : 어허, 이사람 아주 찰거머리로구먼!

윤원형 : 아니, 찰거머리라니요?!

홍경주 : (윤원형 보고) 이 젊은이는 승후관 아니오이까?

윤원형 : 예, 남양군대감. 그간 기체 대안 하셨사옵니까?

홍경주 : 헌데 이자가 어찌 좌찬성대감의 뒤를 따르는 게요?

남곤 : 그게.. 저..

윤원형 : 시생, 좌찬성대감께 정치를 배우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 정치?!

윤원형 : 예. 외척으로 처신하는 방도서부터 조정의 큰 격변에도 살아남는 법을 배우려고

            이리 좌찬성대감을 뒤따르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 그래요? 허허! 한 어미 자식도 오롱이 조롱이라 하거늘, 어찌 자네 형제는 한치도 다르지 않은가?

윤원형 : (영문 몰라) 예에? 대감께오서 시생의 형을 알고 계시었사옵니까?!

홍경주 : 암, 알다마다! 자네와 똑 판박일세 판박이야! 허허. (웃으며 어디론가 걸어간다)

남곤 : (찌푸리며) 허어, 이거 자네 때문에 망신살만 뻗쳤네. 내 뒤만 졸졸 쫓지 말고 이왕 입궐했으니

         중전마마께 문후라도 여쭙게나.

윤원형 : 예, 그리합죠.

남곤 : 에잉!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간다)

윤원형 : (남곤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는) 내 안그래도 중전마마를 뵈올려고 했느니!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25. 중궁전 앞 마당


윤원형, 중궁전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엄상궁E : 중전마마, 승후관 드셨사옵니다.

윤비E : 뫼시어라.



S#2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비 : (엄한투) 오라버니, 중궁 전엔 어인 일로 드셨습니까?

윤원형 : 마마, 오늘은 좌찬성 대감의 허락을 받고 문후를 들어왔사오니 남의 눈을 꺼릴 것이 없사옵니다.

윤비 : 좌찬성의 허락이라니요?

윤원형 : (머쓱한 웃음) 시생이 좌찬성에게 정치를 배우고 있사옵니다.

윤비 : (찌푸리는) ..좌찬성이라면 경빈의 주구노릇을 하는 신료 아닙니까?

윤원형 : 예, 하오나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 가라는 옛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윤비 : (엄하게 보며) 오라버니, 그리하시라고 난정이가 일러 주었습니까?

윤원형 : (당황) ..하, 하오나 시생 생각에는 난정이 말에도 일리가 있는 듯 하옵니다.

윤비 : (버럭) 난정이를 상종하지 말라는 이 사람의 당부를 잊으셨습니까?!

윤원형 : 시생은 도통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그리도 난정이를 괴이시던 마마께오서 어찌 이리 돌변하신 것이온지..

윤비 : 오라버니, 일전에 난정이가 이사람이나 오라버니에게 약으로 쓰일지 독으로 쓰일지 모른다고 드린 말씀이 기억나십니까?

윤원형 : 예.

윤비 : 헌데 오라버니께오선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난정이를 어찌 그리 믿으시는 것입니까?

         난정이가 이사람이나 오라버니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어찌 확신 하시느냐 이 말씀입니다!

윤원형 : (할 말이 없는) ...그거야..저..

윤비 : ('윤원형에게 확신을 얻고 싶은 속내로'..똑바로 보는) ...

윤원형 : (윤비의 눈빛을 피하다가 보며) 하오나 시생은 난정이를 믿사옵니다!

윤비 : 허면 오라버니께오선 이사람의 명을 어기고 앞으로도 난정이와 상종을 할 것이라 이 말씀이십니까?

윤원형 : 마마, 시생 비록 글공부 깨치는 머리는 우둔하오나 계집 보는 눈은 트였다고 자부하옵니다.

            시생이 보기에 난정이는 마마의 믿음을 저버릴 아이가 아니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그 말씀에 책임을 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윤원형 : (결연하게) 예! 만에 하나 난정이가 마마께 등을 돌리는 일이 있다면 시생의 손으로 난정이를 요절 낼 것이옵니다!

윤비 : ...!

윤원형 : (진지하게 보는) ...!

윤비 : 허면 오라버니께서 난정일 소실로 들이세요.

윤원형 : (화들짝 놀라) 예에? 하오시면 시생이 난정이를 소실로 맞아들이는 것을 윤허해 주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미소) 어차피 핏줄이 아닌 바에야 살이라도 섞어 부부의 연이라도 맺어 두어야

         난정이가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할 게 아닙니까?

윤원형 : (조아리며)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마마.

윤비 : (연상서랍에서 호리병을 꺼내 건네주며) 이 약을 난정이에게 전해 주세요.

윤원형 : 황감하옵니다.



S#27. 희빈 처소 외경


향이, 방쪽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는 모습 위로.


홍경주E : (방 안에서 당혹한) 지, 지금 뭐, 뭐라 하시었사옵니까?! 회임이라니요?!

향이 : (방쪽을 돌아보며) ...!



S#28.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 앞에 앉은 희빈을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본다.


홍경주 :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회임을 하셨단 말씀이옵니까?!

희빈 : (낮게) 지금 궐내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는 소문이 은밀히 떠돌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 (심각한) 하오나 전하께오서 중궁전에 침수를 드신지가 두달도 넘었다고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희빈 : 이사람은 분명 그리 알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 (저으며) 헌데 회임이라니 당치도 않으시옵니다! 마마,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또한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었다면 이제껏 숨기고 계실리 만무하지 않사옵니까?!

희빈 : (불안한) 그럴까요?

홍경주 : (자신감) 괜한 뜬 소문일 것이옵니다, 에비를 믿으시옵소서!

희빈 : ...허나 차후에라도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어 덜컥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시온다면..?

홍경주 : 마마, 중궁전은 더 이상 염려하시지 않으시어도 좋을 듯 싶사옵니다.

희빈 : 염려하지 말라니요?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선 그리 호락호락하신 분이 아니십니다.

홍경주 : 중전마마께오서 위엄과 반듯함을 갖추셨다고는 하오나 그 오라비 들의 꼬락서니들을 보아하니

            마음을 놓으셔도 괜찮으실 것이옵니다.

희빈 : 여우같은 경빈은 어쩌구요? 우리 금원군이 원자를 젖힌다 해도 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이 있지 않사옵니까?

홍경주 : 마마, 이 늙은이가 이번 거사과정에서 밀약을 받은 것이 있사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희빈 : 밀약이요?

홍경주 : 예. 믿으시옵소서! 헌데 전하께오선 처소에 자주 발걸음을 하시옵니까?

희빈 : (밝아지며) 어제도 침수 드시기 전에 금원군과 봉성군의 문후를 받고 대견해 하셨사옵니다.

홍경주 : (함박웃음) 그래요?! 허면 됐사옵니다. 금원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 되시는 것은 떼어놓은 당상 이옵니다. 허허허.

희빈 : (미소 쌩끗) ...!



S#29. 경빈 처소 외경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보고 짜증스럽게 말한다.


경빈 : 뭬야?! 허면 어젯밤 전하께오서 금원군과 봉성군의 문후인사를 받으셨단 말인가?!

김상궁 : (난처한) 예, 쇠인 어젯밤 경빈마마의 분부대로 전하를 희빈처소에 납시도록 하였사온데

            두 분 왕자께오서 희빈과 함께 있으셨사옵니다.

경빈 : (어금니를 물며)..희빈이 제법 꼼수가 늘었구먼. 흥! (김상궁 보며) 김상궁!

김상궁 : 예, 마마.

경빈 : 오늘 이후로 전하께오서 희빈의 처소에 발걸음을 하시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내 말을 명심하게나!

김상궁 :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경빈 : 이만 물러 가게나.

김상궁 : 예.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경빈 : (묘한 미소) 암! 내 희빈 따위가 어부지리를 하게 내버려 둘수는 없고 말고!



S#30. 난정 초가 마당


윤원형, 관복을 입은 채 환하게 웃으며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윤원형 : (방 쪽으로 가며) 난정아- 네 방에 있으렸다?! (방안으로 들어간다)



S#31.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보고 있던 비단염낭을 치우는데

윤원형, 방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와 금방이라도 환호작약이라도 할 듯한 얼굴로 앉아있는 난정을 내려다본다.


윤원형 : 난정아, 드디어, 드디어...

난정 : (영문 몰라 빤히 올려다 보는) ..?

윤원형 : 드디어 중전마마께오서 윤허를 내려주셨다! 하하하.

난정 : 윤허라니요?.. 무슨?

윤원형 : (바짝 앉으며) 무슨 윤허라니?! 너하고 신방을 차려도 좋다는 말씀이 계셨느니라!

난정 : 예에? 하오면...

윤원형 : 그래, 마마께오서 너를 소실로 맞아들여도 좋다고 명하셨느니라!

난정 : (굳는) ...!

윤원형 : 하하, 고진감래라! 기다리던 보람이 있어 이제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었구나! 으하하.

난정 : ('서러운' 눈물이 핑돈다) ...

윤원형 : (글썽거리는 난정을 보고) 네 감격하여 눈물이 나는 게로구나. 오냐, 오냐 오늘은 내 넓은 가슴에 안겨 실컷 울어 보거라.

난정 : (착 가라앉은) 나으리.. 이년 혼자 있고 싶사옵니다.

윤원형 : 뭐라?.. (표정 살피며) 난정아 네 왜 그러느냐?

난정 : 이년 너무도 서러워 견딜수가 없사옵니다.

윤원형 : 서럽다니? 오늘에야 원을 풀었는데 서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난정 : 나으리, 아무 것도 묻지 마시고 오늘은 이년 혼자 내버려 두실 순 없겠사옵니까?

윤원형 : (영문 몰라) ...?!



S#32. 난정 초가 대문 밖 길


윤원형, 앞에 서서 걷고 있고 그 뒤를 임서방과 사인교가 따른다.


윤원형E : 어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로세. 기뻐서 방구들 무너지도록 길길이 뛰지는 못할망정, 서럽다?


윤원형, 갸웃하며 난정 초가쪽을 돌아보고는 간다.



S#33.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의 손에 윤비가 윤원형에게 건네준 호리병이 들려 있다.

난정, 호리병을 감싸쥐고 서러운 눈물을 줄줄 흘린다.


난정 : ...!



S#34. 편전 외경



S#35. 동 편전 방 안


중종, 한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눈을 감고 있는데.


유생들E : (합문 밖에서 멀리) 전하, 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중종 : (놀라 눈을 번쩍 뜨며)..밖에 대전내관 있느냐?

대전내관E : (방문 밖에서) 예.

대전내관 : (방문이 열리면 당혹스런 표정으로 들어오는)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지금 꿈결에 환청을 들은 것이더냐?!

유생들E : (합문 밖에서) 전하-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중종 : (당황하여) ..당장 나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라!

대전내관 : 예.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



S#36. 동 편전 밖 복도


대전내관, 밖으로 걸음을 하려는데 김승지가 허겁지겁 뛰어들어온다.


김승지 : (대전내관에게) 전하께 어서 아뢰어 주시게!

대전내관 : 예. (방쪽에다) 전하, 김승지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어서들라.



S#37. 동 편전 방 안


김승지, 급하게 들어와 조아린다.


김승지 : 전하, 유생들이 합문 밖에서 연좌를 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허면 유생들이 또 궐내에 난입하여 조광조의 구명을 청하고 있단 말인가?!

김승지 : 아니옵니다, 전하. 이번엔 조광조를 사사하라는 주청을 올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놀라는) 뭐라? 유생들이 조광조를 사사하라고 청하고 있다하였는가?!

김승지 : 예.

중종 : (생각하다가) ..당장 조정신료들을 편전으로 불러 들이도록 하라!

김승지 : 예, 전하! (급하게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조광조를 사사하라..?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다 눈을 뜨며) ..사사하라?!



S#38. 강녕전 합문 밖


갓과 도포차림의 선비들과 유생들이 대오를 지어 연좌하고 있다.

주변에는 내금위 군사들이 호위하듯 서있다. (*관제 데모의 느낌)

박희량, 유생들의 맨 앞에 앉아 피를 토하듯 외치고 있다.


박희량 : 전하, 군주를 기망하고 종사를 위태롭게한 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유생들 : 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박희량 : 조광조를 두호하고 있는 사특한 주초의 무리들을 내치시옵소서!

유생들 : 주초의 무리들을 내치시옵소서!


박희량, 배신한 자의 격앙된 감정이 되어 거의 울부짖는 선창을 한다.



S#39. 근처 일각


김안로와 윤임이 박희량과 유생들이 연좌하여 외치는 모습을 착잡하게 보고 섰다.


김안로 : ..드디어 시작된 듯 싶사옵니다.

윤임 : 음!.. 애꿎은 목숨들이 달아나게 생겼소이다.

김안로 : 이만 퇴궐 하시지요.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리 손으로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건져야지요!

윤임 : (한숨) ..그러십시다.


김안로와 윤임, 돌아서 간다.



S#40. 빈청 안


홍경주, 남곤, 심정, 고형산(*), 홍숙(*), 성운(*), 방유령(*), 손주(*)가뭔가를 기다리고 앉아있다. (*김전은 없다)


김승지 : (빈청안으로 들어오며) 전하께오서 편전으로 듭시라 명하셨사옵니다.

홍경주 : (벌떡 일어서며) 가십시다. 의정부 정승들께오서 입궐하시기 전에 이번 일을 마무리 하십시다.

남곤 : 예. 남양군대감께오서 앞장 서시지요!


홍경주를 필두로 김승지, 그리고 신료들이 웅성거리며 일어나 나간다.


남곤 : (뒤에 쳐진 채심정의 귀에 대고) 화천군께서는 경빈마마께 급히 걸음을 해보시구려.

심정 : (끄덕) 예, 그리하지요.


남곤과 심정도 빈청 밖으로 나간다.



S#41.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조상궁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뭐라, 유생들이 궐내로 난입해 조정암의 사사를 요청하고 있단 말이더냐?!

조상궁 : 예. 마마.

자순대비 : (어이없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광조를 영수로 떠받들던 유생들이

               어찌 손바닥뒤집듯 이리 쉽게 돌아설수 있단 말인가? 허어, 알 수 없는 일이로고!



S#4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창빈이 앉아있다.

한편에서는 엄상궁과 오상궁이 간편하게 차려진 소반위에 놓인 전복쌈을 덜어내어 기미를 보고 있다.


윤비 : (혼자말 처럼) 필시, 누군가가 유생들을 뒤에서 부추키고 사주한 것일테지.

창빈 : 예에? 도학을 공부하는 유생들이 누군가 사주를 한다고 해서 부화뇌동 하다니요? 신첩 믿어지지가 않사옵니다.

윤비 : (씁쓸한 미소) 허니 저들이 가짜 선비인 게요.

창빈 : ...!

윤비 : 가짜 선비들이 청고한 선비들을 축출하고 조정에 출사를 할 터이니..

         장차 전하께오서 어찌 어진 정사를 돌보실지 참으로 걱정이구려.

창빈 : ...

엄상궁 : (소반을 앞에 놓으며) 중전마마, 기미를 보았사오니 젓수시옵소서.

윤비 : 창빈, 드십시다. 내 요즘 입맛이 없어 별미로 전복쌈을 마련하라 일렀소.

창빈 : 마마께오서 먼저 젓수시지요.

윤비 : (저를 들어 전복쌈 하나를 입에 넣으려다가 찡그리며) 엄상궁, 전복향이 어찌 역한가? 상한 전복을 내온 것이 아닌가?!

엄상궁 : (놀라) 역하다닙쇼? 쇠인이 기미를 보았을 때 괜찮았사온데..

창빈 : (전복쌈의 냄새를 맡으며) 신첩도 전복향 같사옵니다.

윤비 : (저를 탁 놓으며) 어서 물리게!

엄상궁 : 예. (오상궁을 보고) 물리랍시네.

오상궁 : (소반을 챙겨 들고 나간다) ..

엄상궁 : (윤비에게) 마마, 새로 전복쌈을 들이라 이르겠사옵니다.

윤비 : 아닐세, 비위가 상해 더는 먹고 싶지가 않으니 차나 다려오게.

엄상궁 : 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창빈, 차나 한잔 드십시다.

창빈 : 예.. (문득 중전을 보며 '혹시 회임?!') ...?!



S#43. 경빈 처소 방 안


심정이 경빈 옆에 바짝 붙어 귓속말을 해댄다.

경빈의 인상이 환하게 펴진다.



S#44.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홍경주와 남곤, 고형산(*), 홍숙(*), 성운(*), 방유령(*), 손주 (*), 그리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남곤 : 전하, 지금 유생들조차 붕당을 지어 전하를 기망하고 조정을 혼탁에 빠뜨린 조광조의 본색을 깨닫고

         전하께 충정어린 주청을 드리고 있사옵니다. 부디 젊은 유생들의 충정을 받아들이시어 조광조를 사사하시는 것이

         가한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음!

홍경주 : 전하, 조정에는 조광조를 두호하는 주초의 무리가 많사옵니다. 그들은 현량과에 뿌리를 두고 있사옵니

            현량과부터 혁파하시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시옵소서!

중종 : 과인이 의정부 신료들과 논의를 더 해봐야겠소.

남곤 : 전하, 의정부 신료 중에도 주초의 무리가 있사옵니다.

중종 : 뭐요? 좌찬성 지금 뭐라하시었소?

남곤 : 전하, 좌의정 안당은 애초에 조광조를 천거한 자이옵고 현량과를 실시하는데 크게 역할을 한 자이옵니다.

         뿐만 아니오라 안당의 세 아들 모두 현량과로 등과를 하였사온데 그런 자가 어찌 좌의정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홍경주 : 또한 우찬성겸 병조판서 이장곤은 금부당상의 몸으로 조광조를 문초할 당시 죄인이 자를 부르며 희롱하는 것을

            오랜 친구사이라는 이유로 묵인하여 전하의 위엄에 먹칠을 한 자이옵니다. 전하, 주초의 두 수괴인 안당과 이장곤을

            지금 내치시지 않으시오면 주초의 무리의 준동으로 조정이 위태롭게 될 것이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 (일제히 조아리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괴롭다) ...!



S#45.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자운아, 부엌에서 술병 몇 개가 놓인 소반을 들고 안방쪽으로 걸어간다.

옥매향, 외출복 차림으로 아랫방안에서 나온다.


자운아 : (옥매향 보고) 에미나이래, 뇨듐 어딜 길케 쏘다니는 거이네?!

옥매향 : 오마니, 내레 난뎡이하고 국사당 굿구경 가기로 했시요. 둄 늦을디도 모르니끼니 기다리디 마시라요!

            기럼 다녀오갔시오! (대문쪽으로 쪼르르 나가버린다)

자운아 : (어이없어) 뎌 뎌, 에미나이래?!

심퉁 : (부엌쪽에서 얼굴을 쏙 내밀고 본다) ..

자운아 : (심퉁 돌아보며) 심퉁아, 매향이래 어딜 가는 거이네?

심퉁 : 지두 잘 몰르겄시유. (부엌 안으로 들어간다)

자운아 : (보다가 안방 앞으로 다가가 선다) ..술 들여가옵네다.

파릉군E : (안방에서) 들이게.

자운아 : (안방으로 들어간다) ...



S#46.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조촐한 술상이 놓여 있고 파릉군, 윤임, 김안로 가상 앞에 둘러 앉았다. 웬지 무거운 분위기.


자운아 : (방안으로 들어와 술병을 상위에 올리며) 오랜만에 옛 술벗들께서 만나셨는데 와 이리 됴용하십네까?

파릉군 : 자운아, 자넨 잠시 나가있게.

자운아 : (눈치 살피며) 그리합디요. (방 밖으로 나간다)

파릉군 : 정녕 두 분 대감들께서도 조정암이 죽는 것을 팔짱 끼고 구경만 하실 겝니까?

윤임 : 참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나 조정의 대세가 그리 흐르고 있사옵니다.

김안로 : ..훗날을 기약할 수 밖에요.

파릉군 : 훗날?!.. 훗날이라.. 아니돼오! 막아야 하오!

김안로 : 대감을 벼르는 눈이 많사옵니다. 괜히 섣불리 조정암의 구명에 나서신다면 대감까지도 장기튀김되기 십상이옵니다.

파릉군 : (버럭) 이사람, 대세에 편승하고 양시론따위나 펼치면서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소이다!

김안로 : ...



S#47. 동 자운아 안채 방 밖


자운아 : (방문을 엿듣다가 움찔 놀라는) ...!



S#48.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윤임 : 대감, 허면 보람도 없이 목숨을 버리시겠단 말씀이옵니까?!

파릉군 : (눈을 감는) 음!!

김안로 : (술병을 들며) 대감, 이사람이 한잔 올릴테니 드시고 격분을 진정시키시지요.

파릉군 : (눈을 뜨고 술잔을 들어 내밀다가 술잔을 상 위에 탁 엎어버린다)

김안로,윤임 : ...!

파릉군 : 이사람, 소인배들과는 술자리를 하고 싶지 않으니 돌아들 가세요.

윤임 : 대감!

김안로 : 대감!

파릉군 : (눈과 입을 닫는) ...



S#49. 조광조 능주 귀양지 초가 마당


조광조, 북향을 향한 채 삿자리 위에 정자세로 앉아있다.

길상, 산길에서 내려와 마당으로 들어온다.


길상 : 나으리!

조광조 : (보며 반가움에) 아니, 길상아!

길상 : (조광조 앞에 큰 절을 올린다) 그간 기체 대안하셨사옵니까?

조광조 : (손을 잡아주며) 오냐, 네 참으로 먼길을 찾아 왔구나.

길상 : (사나이 눈물 글썽) ...나으리, 얼굴이 많이 상하셨사옵니다.

조광조 : (미소)

당추 : (뒤따라 들어선다)

조광조 : 오, 당추선사께서도 오시었소?

당추 : 소승 지난번 나으리와 못다 나눈 이별주를 가지고 왔사옵니다.

조광조 : (농조) 허허, 지난번 이사람의 문상을 오신 선사를 이렇듯 다시 만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외다.

당추 : 허허, 농을 하시는 것을 뵈오니

조광조 : 참으로 잘 오시었소!.. 헌데 갖바치 선생은 같이 오지 않으셨소이까?

길상 : 갖바치어른께서 성문 안까지 들어오셨사오나.. 이곳으로는 오시지 않겠다고 하셨사옵니다.

조광조 : (흠짓) 그래? ..허긴 선생께서 내게 섭섭한 마음이 컸을게야.

당추 : (바랑을 뒤지며) 소승의 아우가 나으리께 전해 드리라는 것이옵니다. (바랑에서 새 갖신을 한 켤레를 조광조에게 내어준다)

조광조 : (받아들고 보며) ...?!



S#50. 능주 어느 곳 (혹은 강이 보이는 곳)


갖바치, 멀리 (혹은 강을) 바라보고 서있다.


갖바치 : ...!!



S#51. 중궁전 외경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으로 걸어온다.

금이, 은기(銀器)를 받쳐 들고 뒤를 따른다.


경빈 : (중궁전 앞에 멈춰서서 금이에게) 이리 내거라.

금이 : 예. (은기를 건넨다)

경빈 : (은기를 받쳐들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5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다른 생각에 잠겨있다.

그 앞에 엄상궁이 앉아있다.


오상궁E : 중전마마, 경빈들었사옵니다.

윤비 : (책을 접으며) 들라해라.


방문이 열리고 경빈이 은기를 받쳐들고 들어온다.

엄상궁, 일어서서 고개를 조아리며 맞는다.


윤비 : (보며) 경빈, 손에 든 것이 무엇인가?

경빈 : 신첩이 가평에서 올라온 실한 잣으로 직접 쑤어 올리는 잣죽이옵니다.

윤비 : 잣죽?

경빈 : 예. 근자에 중전마마께오서 입맛을 잃으시어 수라를 그냥 물리는 일이 많다고 들었사옵니다.

         신첩이 정성으로 쑤어 올리는 것이오니 이 잣죽을 드시오면 입맛을 되찾으실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 (미소) 경빈이 참으로 충신이로구먼?! 올려 놓으시게나.

경빈 : (은기를 다반 위에 두손으로 올려 놓는다)

윤비 : (은기 뚜껑을 열면 잣죽이 들어있다.. 보며) 이 잣죽이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 원자를 잉태하셨을 때 드시고

         몇 날 동안 구토를 하시고 복통에 시달리셨다던 그 잣죽인가?

경빈 : (미소)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이 감히 어찌 그런 짓거리를 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모두가 신첩을 음해하려는 누군가가 퍼뜨린 거짓 소문이었사옵니다.

윤비 : 그래?.. 허면 내 경빈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한 술 떠야겠네. (수저를 드는)

경빈 : (야릇한 미소) ..

엄상궁 : (놀라) 중전마마, 기미를 보이신 연후에 젓수시옵소서!

경빈 : (휙 노려보며) 엄상궁! 허면 이 사람이 잣죽에다 몹쓸 약이라도 탔다고 의심하는 겐가?!

엄상궁 : (움찔) ..법도가 그렇다는 말씀이옵니다.

윤비 : 엄상궁, 괜찮을 것이야. 내가 이 잣죽을 먹고 탈이 생기면 경빈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터인데

         설마하니 경빈이 그리 어리석은 짓거릴 했을라구!


윤비, 잣죽을 떠서 입안에 넣고 삼킨다.


경빈 : ...

윤비 : 음.. 맛이 고소하구먼.

엄상궁 : (긴장하여 보다가 안도하는) ...

경빈 : 맛도 고소할 뿐 아니오라 중전마마 복중의 태아께도 좋을 것이옵니다.

윤비 : 뭐라? 복중의 태아?

엄상궁 : ('태아?') ...?!

경빈 :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사온데 신첩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윤비 : (똑바로 보며) 경빈은 내가 회임을 한 것인지 거짓회임을 한 것인지가 그리도 궁금했는가?!

         해서 야심한 밤에 변복을 하고 궐을 빠져나가 난정이를 찾아갔던 것인가?!

경빈 : 목이 마른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지요!

윤비 : 내 경빈이 영특한 줄 알았건만 이제 보니 그리 총기가 밝지는 못하시구먼!

경빈 : ...?!

윤비 : 내가 회임을 했다면 어찌 지금껏 입을 다문 채 자네같은 후궁 따위에게 핍박을 당했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경빈 : (미소) 신첩을 발 밑에 덫을 놓으시고 함정을 파신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 (찌푸리며) ..뭐라?

경빈 : 난정이에게 들은 말이오니 신첩을 불경하다 노여워하시지 마시옵소서.

윤비 : 난정이가 자네한테 그런 말까지 했단 말인가?

경빈 : 마마, 난정이를 너무 믿지는 마시옵소서. 천하게 태어나 궁핍하게 자란 몸이니 마음먹기에 따라서

         누구한테라도 쉽게 의탁하고 또 쉽게 등을 돌리지 않겠사옵니까?

윤비 : ...

경빈 : ...

윤비 : (보다가) ..경빈, 참으로 내가 회임을 했다고 보시는가?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온 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파놓으신 함정속에는 빠지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너무 자신하시진 말게. 경빈 같은 사람은 제 꾀에 빠져 스스로 함정 속으로 걸어들게 마련이거든!

경빈 : (미소) 하오면 신첩 물러가겠사옵니다.


경빈, 조아리고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 (되씹는) ..천하게 태어나 궁핍하게 자란 몸이니 쉽게 의탁하고 쉽게 등을 돌린다?

엄상궁 : (어리둥절) ..마마, 경빈과 무슨 말씀을 나누신 것이온지 쇠인은 도통 짐작 할수도 없사옵니다.

윤비 : ...!



S#53. 난정 초가 마당


옥매향, 대문안으로 들어와 방쪽으로 간다.


옥매향 : 난뎡아, 난뎡아- (방문을 열어 들여다 본다)



S#54. 동 난정 방 안


옥매향,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빈 방안.



S#55. 동 난정 초가 마당


옥매향 : (방문을 탁 닫고 툇마루에 앉으며) ..몸도 성티 않은 에미나이래 대톄 오딜간 기야?



S#56. 중궁전 앞 마당


난정, 당의를 입은채 절뚝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힘을 줄 때마다 종아리에 고통이 오는지 양미간이 일그러진다.

난정, 이를 악물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57. 중궁전 복도


난정, 복도를 절뚝거리며 걸어온다.

엄상궁과 오상궁, 난정을 흠짓하여 바라본다.


난정 : 여쭈어 주시옵소서.

엄상궁 : (난정에게) 잠시만 기다리거라. (방쪽에다)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E : 들라.

엄상궁 : 예.


엄상궁,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간다.



S#58. 동 중궁전 방 안


엄상궁,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린다.


윤비 : (보며) 무슨 일인가?

엄상궁 : 마마, 난정이가 들었사옵니다.

윤비 : ..난정이가?!

엄상궁 : 마마, 심기가 마땅치 않으시오면 물러가라 이를까요?

윤비 : 아닐세, 들라하게.

엄상궁 : ..예, 들이랍시네!


방문이 열리면 난정이 힘겹게 들어와 윤비 앞에 선다.

엄상궁, 윤비와 난정의 표정을 힐끗 살피며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종아리의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면서 윤비에게 다가서서 큰 절을 올린다.


윤비 : 난정아, 네 성치 않은 몸으로 어찌 입궐하였느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승후관나으리께서 이년을 소실로 맞아 들이시는 것을 윤허 해주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미소) 허면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온 것이더냐?

난정 : (울컥) ..마마, 어찌하여 이년을 믿지 못하시옵니까?

윤비 : 믿지 못하다니? 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이 승후관나으리의 소실로 들어가는 것을 윤허해 주시온 것은

         이년이 변심할 것을 염려하시어 부부지연으로 옭아 매어두시려 하심이 아니옵니까?

윤비 : 네 총기가 참으로 놀랍구나.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더냐?

난정 : 이년 짐작이 맞사옵니까?

윤비 : 내 너처럼 총명하고 짐작키 힘들 만큼 깊은 속내를 지닌 사람은 이제껏 본 적이 없었느니라.

         그런 너를 내 어찌 무턱대고 믿을 수 있겠느냐?

난정 : 마마, 그 말씀 진정이시옵니까?

윤비 : 진정이라면 어찌하려누?

난정 : (눈물 줄줄) ..마마, 이년 두 번 다시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일어나서 다시 큰 절을 올리며) 중전마마, 부디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일어서는데) ...

윤비 : 난정아, 네 어디로 갈 것 이냐? 경빈의 처소로 가려함이더냐?!

난정 : 이년, 주인의 마음을 얻지 못했사오니 세상과 연을 끊을것이옵니다.

윤비 : (미소) 허면 네 비구니 머리로 족두리를 쓸 작정이더냐?

난정 : 예에?

윤비 : 난정아, 내 너를 작은 오라버니의 소실로 들이려는 것은 네 변심 따위가 두려워 옭아매려는 뜻이 아니라

         오라버니의 전정을 네게 맡기려 함이니라. 내 말뜻을 알겠느냐?

난정 : 하오시면 마마께오선 이년을 믿으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내 너를 믿지 못했다면 네게 회초리를 치지도 않았을 것이야.

난정 : (뭉클하여 무릎을 꿇고) ..마마, 이년을 죽여주시옵소서!!

윤비 : ...



S#59. 난정 초가 마당


옥매향, 툇마루에 앉아있는데 난정이 대문 안으로 쩔뚝거리며 들어온다.


옥매향 : (벌떡 일어나 달려가 부축하며) 난뎡아, 어케 된거이네? 성티 않은 몸으로 오딜 다녀오는 거이야?!

난정 : (옥매향의 부축으로 툇마루에 앉으며) ..매향아, 부탁 좀 들어줄래?

옥매향 : 기래, 말해 보라우.

난정 : 교동 승후관댁에 들러 내가 좀 뵙자고 전해줘.



S#60. 대궐 후원 일각


원자와 박상궁이 걸어오고 있다.

복성군, 연못 난간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원자 : (보고 반갑게 달려간다) 복성군 형님!

박상궁 : (깜짝 놀라) 원자마마! 원자마마! (뒤를 쫓아간다)

복성군 : (달려오는 원자를 찌푸리며 본다) ...!

원자 : (반갑게) 형님, 무엇을 하고 계시옵니까?


복성군, 노려보다가 그대로 원자의 뺨을 찰싹 갈겨버린다.

발라당 나자빠지는 원자.


박상궁 : (달려가 원자를 일으켜 세우며) 원자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원자 : (울먹울먹) ..형님..


복성군, 박상궁을 휙 밀쳐 버린다.

박상궁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다.


복성군 : (원자와 박상궁을 무섭게 노려보며) 내 지난번 했던 말을 헛트로 들은 것이더냐.


복성군, 몸을 휙 돌려 어디론가 가버린다.



S#61. 어느 길


윤원형의 빈 사인교가 앞장서고 난정의 가마가 뒤를 따른다.

도포차림의 윤원형이 난정이 탄 가마창 옆에서 걷고 있다.


윤원형 : 아까는 혼자 있게 해달라더니 이젠 또 어딜 가자고 하는 게냐?



S#62. 흔들리는 동 가마 안


난정, 곱게 차려입고 앉아있다.


난정 : 재촉하지 마시옵소서. 가보시면 아시옵니다.



S#63. 정윤겸 집 대문 앞


윤원형과 난정의 가마일행이 멈춰 서있다.

난정, 윤원형의 부축을 받으며 가마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난정 : 여기이옵니다.

윤원형 : (대문을 둘러보며) 헌데 이 댁이 뉘 댁이더냐?

난정 : 도총관대감 댁이옵니다.

윤원형 : 도총관대감? 헌데 여길 어인 연유로 왔느냐?

난정 : (쌩끗 웃으며) 나으리, 혼례를 치루시기 전에 장인 되실 분과 상견례라도 하셔야지요!

윤원형 : (휘둥그레지며) 뭐, 뭐야?! 장인?!



S#64.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사직)상소를 쓰고 있다.


배서방E : (방문 밖에서) 대감마님.

정윤겸 : 내 방해하지 말라 일렀거늘 무슨 일이냐?



S#65. 동 정윤겸 사랑채 방 밖 마당


난정과 윤원형이 서있고 배서방이 방문 앞에서 고한다.


배서방 : (난처한 듯) 승후관나으리와 난정이 대감마님을 뵙겠답니다요!



S#66.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 뭐라? 승후관과 난정이가...(방 밖에다) 뫼시게!

배서방E : 예.


정윤겸, 상소문을 치우고 자세를 바로 앉는데 방문이 열리고 윤원형과 그 뒤로 난정이가 들어온다.


정윤겸 : (윤원형과 난정이를 번갈아 보며) 두사람이 어찌 함께 발걸음을 하시었는가?

윤원형 : 장인어른, 우선 절부터 받으시옵소서.

정윤겸 : 뭣이라?! 장인어른?! (난정을 보며 버럭) 난정아, 네 또 무슨 짓거릴 꾸민 게냐?!


난정, 정윤겸을 보며 쌩끗 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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