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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4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58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47











s#1. 난정 초가 외경 (밤)


길상(E) : 난정아, 안돼! 그리 할 수는 없어!!



s#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길상의 강렬한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길상 : (간절한) 난정아! 네 어찌, 네 어찌 내 마음을 이리도 몰라주는게냐?!

난정 : (고개를 돌린채)..알아, 니 마음..너무도 잘..

길상 : 아는데 어찌?! 이리도 내 가슴을 찢어놓을수 있니!

난정 : ..너와 난 맺어질 수 없어.

길상 : 왜, 내가 천한 광대놈이라서?! 내 몸속에 천하디 천한 피가 흐르고 있어서?!

난정 : ...

길상 : 그런거야?! 그런거니?!

난정 : (돌아보며 안스럽다) 길상아..

길상 : 난 누구보다도 널 아껴주고 지켜줄수 있어! 세상사람들 손가락질이 싫으면

         아무도 모르는 깊은 산중에 들어가서 살면 되잖아!

난정 : ..길상이 너라면 평생 나만을 바라보며 살수 있을거야..네 말대로 깊은 산중에 들어가 세상 눈치 살피지 않고

         오순도순 살수도 있겠지..

길상 : ('그래!')...

난정 : 하지만 그렇게 살아본 들 뭐하겠니?..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없는걸!

길상 : 뭐어, 보람?

난정 : 길상아, 난 세상에 나아가 해야 할 일이 있어..허니 나같은 건 가슴속에서 지워 버려!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날 잊어줘!

길상 : (버럭) 그깟 재물과 권세가 무엇이간데! 그깟게 뭐라고 네 몸뚱아리까지 다 바치려고 하는게야?!

난정 : 길상아!

길상 : (번뜩) 좋다, 네가 정히 마음을 돌리지 않겠다면 내 너를 윤승후관의 첩실로 들어가게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야!

난정 : (보며) 내버려두지 않으면?! 승후관 나으리께 위해라도 가하겠다는거니?!

길상 : (결의를 담은 살기띈 강렬한 눈빛)...!

난정 : 길상아, 그러지마! 그래서는 안돼.

길상 : (살기) 니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면 내 뭐든 할거야!

난정 : (쏘아보며) 길상아, 만에 하나, 니가 승후관나으리께 털끝만한 위해를 가한다면 내 너를 용서하지 않을것이야!

길상 : 뭐야?!

난정 : (설득조) 길상아, 니가 참으로 나를 생각한다면 니 마음에서 나를 지워줘! 그래야 돼.

         그래야 너도 편하고 내 마음도 편해질거야.

길상 : (난정의 손을 쥐며) 난정아, 그깟 재물과 권세를 손아귀에 움켜쥔들 다 무슨 소용이니?!

         평생 부귀를 누린다 한들 무슨 보람이 있어?!

난정 : ..난 승후관 나으리께 이미 마음을 허락했어!

길상 : (충격)...뭐어?..허락?!

난정 : 그래, 여자가 연모하는 남정네에게 내 몸을 허락하겠다는 것이 뭐가 잘못이니, 잘못된거냐고?!

길상 : (저으며) 아니야, 네 마음을 속이지 마라! 넌 승후관을 부귀공명의 디딤돌로 이용하려는 것 뿐이야!

난정 : (보는)...!

길상 : (보는)...!

난정 : (손을 빼며) 길상아, 니가 믿든 안 믿든 내 생각엔 변함이 없어. 허니 돌아가.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길상 : 난정아! (가슴속에서 치미는 울음을 어금니를 물며 참아내는)...!

난정 : (외면하는)..

길상 : (목소리 떨리는)..난정아...!

난정 : 제발 나 같은 년 잊어버려!

길상 : (벌떡 일어나 나가려다 난정을 돌아보는)...

난정 : 두 번 다시 나를 찾지 마! (두손을 모으며) 내 이렇게 빌께.

길상 : (방밖으로 휙-나가버린다)

난정(E) : (보며) 길상아, 길상아!..(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입술을 깨무는)...!



s#3. 난정모집 외경 (밤)


방문에 불빛이 흘러 나오는.



s#4.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앞에 찻잔을 놓고 갖바치와 당추가 마주 앉아있다.


난정모 : (걱정되는) 난정이가 많이 늦네요. 승후관께서 마련해준 집에서 옷가지를 챙겨오겠다고 했는데..

갖바치 : 형님, 오늘 밤은 늦었으니 이만 일어서시지요.

당추 : 그러세나. (난정모 보며) 소승이 보살님께 돌려드릴것이 있사옵니다. (품에서 옥패주머니를 꺼내며) 받으시지요.

난정모 : (보고 놀라) 스, 스님, 이것은..?

당추 : 예, 이제 난정이도 곧 혼례를 치루고 어른이 될 것이오니 난정이에게 전해 주시지요.

난정모 : (손에 받아 쥔 채) 하오나..난정이가 옥패의 비밀을 알게되는 날이면..저는 어찌 해야 하올지?

당추 : (한숨) 모든 걸 부처님 뜻에 따라야지요.

난정모 : 그러기엔..그러기엔..!

갖바치 : 난정이도 이 옥패를 감당할만한 나이가 된 듯 싶사옵니다.

            허니 앞으로 난정이의 운명은 난정이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옵니다.

난정모 : (옥패 주머니를 보며)...!



s#5. 어느 길 (밤)


길상, 처참한 얼굴로 걷고 있다.

길상,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얼굴로 뒤를 돌아본다.



s#6.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당의와 옷가지등을 챙기고 있다.


난정 : (눈물을 참기 위한 혼잣말)..길상아..곧 나같은 건 잊을수 있을거야..아니 잊어야 돼..잊어버려야 해!

         (그러다 어떤 설움이 북받치는지 흑-흐느낌을 터 지는)..으흐흑..



s#7. 어느 길 (밤)


길상, 빠르게 걷고 있는 일그러진 표정위로 눈물이 맺힌다.

길상, 울컥 치밀어 오르는 처참한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밤하늘을 치켜 보고 짐승처럼 '으아아아!' 고함을 질러댄다.

길상의 고함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밤하늘로 퍼져나간다.



s#8. 편전 외경 (밤)


중종 : (E) 김상궁, 그게 무슨 말인가?!



s#9.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앞에 김상궁이 머리를 조아리고 앉아있다.


중종 : (놀란 표정으로 보며) 자네를 궁궐 밖으로 내쳐달라니?!

김상궁 : (울먹) 이 나이든 것이 막중한 국사에 여념이 없으신 주상전하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는 것은

            백번 죽어 마땅한 일이온줄은 아옵니다.

중종 : 김상궁!

김상궁 : (울먹 울먹) 전하, 쇠인 앞으로는 상궁나인들의 통솔해야 할 큰방상궁의 소임을 다하지 못할 듯 싶사와

            감히 청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대체 무슨 연유인지 말해보라!

김상궁 : (눈물을 뿌리며)..감히 쇠인 입으로는 말씀을 올리지 못하겠사옵니다.

중종 : 참으로 답답하구먼! 말을 하라, 말을!

김상궁 : ..전하..(울기만)...흑흑..



s#10. 동 방 밖 편전 복도 (밤)


대전내관, 안절부절 하며 방안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대전내관 : (E) 허어, 이거 참..큰 사단이 벌어지겠구먼..



s#11.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조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자순대비 : 뭬야?! 중전께서 큰방상궁에게 회초리를 치셨단 말이냐?!

조상궁 : 예, 큰방상궁의 아랫도리를 모두 벗기신 연후에 베개에 큰방상궁의 치마를 둘러 매를 치셨다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그럴 리가 있나? 그리 모욕을 주다니! 아니야, 조상궁이 잘못 들었을 게야!

               아무리 중궁의 자리가 지엄하다 하나 어찌 큰방상궁에게 매질을 하실수 있단 말인가?!

조상궁 : 마마, 그 일로 해서 지밀 상궁나인들의 술렁거림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자순대비 : 심상치 않다? 그 무슨 말이냐?

조상궁 : (초록은 동색이다) 큰방상궁이 중궁전에 불려가 회초리까지 맞았사오니, 상궁나인들 앞에서

            어찌 낯을 들고 다닐수 있겠사옵니까? 앞으로 상궁나인들의 기강이 무너질까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 (심각한) 그것보다도 만에 하나 주상께서 이 일을 아시게 된다면 중전께서 큰 일이 아니시더냐?

               이번엔 주상께서 그냥 참고 넘어가시진 않으실 것을.. 이 일을 어찌하누..?

조상궁 : ...

자순대비 : 허, 중전께서 어인 연유로 큰방 상궁의 회초리를 치셨을꼬?! 어인 연유로?!



s#12.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 앞에 앉아있는 향이에게 웃으며 말한다.


희빈 : 호호호, 연유가 어이됐건 중전께서 딱 폐서인되실만한 어여쁜 짓거리만 골라 하셨구먼!

향이 : 예, 전하께오서 진노하시어 중궁전으로 발걸음을 하셨다고 들었사옵니다.

희빈 : 암, 오늘밤 중전마마께오서 가슴에 멍깨나 드시겠구먼! 호호호호.



s#13.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는다.


경빈 : 아니야, 중전이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을것이야.

금이 : 예에? 하오면 중전마마께오서 큰방상궁을 욕보이시고도 그냥 넘어가실수 있다는 말씀이시옵니까?

경빈 : (끄덕끄덕) 내 짐작이 틀림없다면 오늘 밤 중전의 회임여부가 밝혀질 것이야. 회임여부가...!

금이 : (놀라) 회,회임여부라니요?! 하오면 중전마마께오서...?!

경빈 : (휙-어딘가를 노려보는)...!



s#14. 중궁전 외경 (밤)


중종, 분노를 삼키는 표정으로 대전내관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 쪽으로 급하게 걸어온다.



s#15. 동 중궁전 복도 (밤)


중종, 뭔가 벼르는 표정으로 방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엄상궁 : (기다리고 있은 듯)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16.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 (책을 덮으며) 어서 뫼시..


중종, 윤비의 말이 끝나기전에 휙-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비,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면 중종, 아랫목에 앉는다.


중종 : (윤비를 못마땅하게 보는)...

윤비 : (담담하고 다소곳한)..

중종 : (누르며) 중전, 과인이 어인 연유로 중궁전에 들었는지 잘 아실게요!

윤비 : 신첩, 전하께오서 신첩이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큰방상궁에게 회초리를 치신 일로

         발걸음을 하시진 않았사옵기를 바라옵니다.

중종 : 뭐요?! 큰방상궁 일로 발걸음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윤비 : 예, 전하.

중종 : 중전, 지금 그 알량한 내명부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는 말씀을 하시려는게요?!

윤비 : 알량하다니요?! 신첩이 회초리로 큰방상궁의 버르장머리를 가르친 일은 중궁전의 소임이옵니다!

중종 : (연상을 쾅 친다) 중전!!

윤비 : (담담하게 보는)...

중종 : 중전이 큰방 상궁의 버릇을 가르쳐요?!

윤비 : 예, 전하, 가르쳐야 하옵니다!

중종 : 허면 중전께서 과인의 버릇도 가르치실 셈이요?!

윤비 : 전하, 그 무슨 망극한 말씀이시옵니까?

중종 : 중전, 과인을 가장 지근에서 보필하는 큰방상궁을 욕보인 것은 곧 과인을 욕보인것이나 한가지이고

         큰방상궁의 회초리를 친 것은 과인에게 매를 친 것과 진배없음을 중전이 어찌 모르신단 말이요?!

윤비 : 전하, 신첩은..

중종 : 그 입 다무시오! 다무시오! 중전이 정사를 알음알이하는 것까지 모자라

         이제는 과인의 권위에 도전하고 위엄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오?!

윤비 : 전하, 신첩이 어찌 전하의 권위에 도전하고 위엄에 흠집을 내려하겠사옵니까? 천부당만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종 : 허면 큰방상궁에게 매질을 한 연유가 무엇이요? 큰방상궁이 무슨 대죄를 지었길래 그리 큰 욕을 보이셨단 말이오?

윤비 : ....

중종 : 중전, 과인이 알아들을수 있도록 조목조목 말씀해 보시요!

윤비 : 신첩, 구차하게 발명(發明)하지는 않겠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구차?!

윤비 : 신첩이 어떤 올바른 말씀을 올려도 전하께오선 이미 신첩에게 마음이 멀어지셨사오니

         신첩이 발명을 한다 한들 믿어주시지 않을것이오며, 말씀을 올릴수록 전하께오선

         신첩에 대한 불신과 의심만 커지실것이 자명한 일이오니 신첩 차라리 입을 다물겠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중전께서 뉘우치지 않고 아직도 과인을 우롱하려 함인가?!

윤비 : ...

중종 : 중전!

윤비 : ...

중종 : (불같은 화) 중전, 참으로 과인을 기망하려 드는게요?!

윤비 : (눈을 감는다)...

중종 : (숨을 몰아쉬며 노려보는) 정녕, 중전께서 폐서인을 자초하는게요?!

윤비 : (눈을 감은채 움찔)...!

중종 : (쏘아보며) 좋소, 과인도 중전의 말을 더는 듣지 않겠소! 날이 밝는대로 과인이 어전회의를 주재하여

         중전이 교태전에 앉아있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조정중신들과 논의하여 단안을 내릴 것이니 그리 아시오!

         (벌떡 일어서는데)

윤비 : (앉은채) 전하, 참으로 야속하시옵니다.

중종 : (휙-돌아보며) 뭐라? 지금 야속하다고 하시었소?

윤비 : (차분한) 신첩이 만에 하나 전하께 씻지 못할 대죄를 지었다한들 신첩은 이나라의 군주이신 전하의 지어미이자

         이나라의 국모이옵니다.

중종 : (보는)...?!

윤비 : 여염집 필부(匹夫)조차 안해를 내치는데는 명분을 중히 생각하고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그 죄를 경감하려 감싸주고 덮어주려고 하는 법이온데 어찌 전하께오선 신첩을 폐서인 시키겠다는 말씀을

         그리도 쉽게 내뱉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뭣이라?! 중전께서 지금 과인을 가르치려하심이요?!

윤비 : 신첩, 중전의 몸으로 일개 후궁들과 전하의 사랑을 다툴 마음은 추호도 없사옵니다,

         신첩은 전하의 지엄한 권위와 위엄을 드높히기 위해 지어미로써 신첩은 소임을 다하고자 하였을 뿐이옵니다.

중종 : (내려와 앉으며) 중궁의 소임을 다하고저 할뿐이다?

윤비 : 예, 전하. 신첩이 큰방 상궁의 회초리를 친 것은 큰방상궁이 후궁처소에 드나들며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과 나누시는 밀담이나 지밀안의 내밀한 말들까지 누설한 혐의가 있사와

         추후로 그런 일이 없도록 경계를 삼기위함이었사옵니다.

중종 : 허면 큰방상궁이 지밀안의 일을 후궁들에게 누설하였단 말이요?

윤비 : 신첩은 분명 분명 그리 알고 있사옵니다.

중종 : 아니요, 그럴 리가 없소! 김상궁은 지밀을 십수년이 넘도록 지켜왔지만

         지밀안의 일이 밖으로 새어나간 적은 한번도 없었소! 중전이 뭔가 곡해를 하신게요!

윤비 : 전하, 일개 후궁이나 상궁의 교언영색(巧言令色)은 가슴 깊이 받아들이시면서도

         어찌 신첩에게는 가슴을 열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

윤비 : 신첩이 후궁들처럼 전하의 안전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옵니까?

중종 : ...?!

윤비 : 신첩 역시 일개 아녀자에 불과하옵니다. 지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녀자에게 어찌 눈물이 없을리 있겠사옵니까?

         (눈물 글썽) 신첩, 당장 전하의 발아래 조아려 통곡하고 싶사옵니다. 신첩의 마음을 몰라주시는 전하에게

         매달리고 싶사옵니다.

중종 : ...!!

윤비 : 하오나 신첩은 지엄한 교태전을 지키는 중전이옵니다. 신첩이 눈물을 보이면 내명부가 중궁전을 얕보게 될것이고

         그로 인해 내명부의 기강과 위계는 무너질 것이옵니다. 하온데 신첩이 어찌 함부로 눈물을 보일수 있단 말이옵니까?

         (눈물이 흐른다)..전하..!

중종 : ...!

윤비 : 전하, 부디 신첩의 진언을 바로 새겨 들어주시옵소서!

중종 : (보며) 중전이 아무리 눈물을 보인다 할지라도 중전의 말씀이 과인의 마음 속에 들어오지 않으니 어쩌겠소?!

윤비 : 전하!!

중종 : 중전께선 끝까지 조광조를 두둔하여 과인의 뜻을 역행하셨고! 또한 과인이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과인의 핏줄을 잉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일이오!

윤비 : ...!

중종 : 아마도 과인과 중전은 인연이 없었나보오! (일어나 나가려는데)

윤비 : (우욱-헛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중종 : (돌아보며)...?!

윤비 : (고통스러운 헛구역질을 해대는)...

중종 : (윤비쪽으로 다가오며) 주, 중전, 왜그러시는게요?!

윤비 : (헛구역질이 점점 심해진다)...

중종 : (당황하여 방문쪽 보며) 밖에 엄상궁 있느냐?

엄상궁(E) : 예.


방문이 열리면 엄상궁과 오상궁이 급하게 방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엄상궁 : (윤비를 부축하며)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 (헛구역질 멈추고 탈진한 표정으로 수건으로 입을 닦으며)..난 괜찮네..(다시 우욱-헛구역질을 한다)

오상궁 : 마마!

엄상궁 : 마마!

중종 : (보다가 혹시 '회임?!')...아,아니 중전!



s#17. 대비전 외경 (밤)


자순대비(E) : 지금 회,회임이라고 하시었소, 주상?!



s#18. 동 대비전 방 안


중종,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다.


중종 : 예, 어마마마 분명 중전이 회임을 한 것이 틀림없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반신반의)..회임이라?..허면 벌써 석달이 훨씬 넘게 징조가 보였을 것인데

               어찌 그동안 중전께서 아무런 말씀을 아니 하셨을꼬?

중종 : 그동안 조광조의 일로 조정이 어지럽고 첫회임인 탓에 체증기로만 여긴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석연치 않은)..음!

중종 : 어마마마, 어찌 그러시옵니까? 중전이 회임을 하여 원자가 적통 동생을 보게 되었사온데

         마마께오선 기쁘지 않으시옵니까?

자순대비 : ..중전께서 용종을 잉태 하셨다면 분명 나라의 경사가 틀림없으나..

중종 : 예에? 하오면 어마마마께오선 중전이 거짓회임을 하였다는 말씀이옵니까?

자순대비 : 이 에미가 일전에 양어의에게 듣기로는...?

중종 : 아마도 양어의가 오진을 한 듯 싶사옵니다. 소자가 날이 밝는대로 다시금 진맥을 하도록 일렀으니

         중전의 회임여부가 확실히 밝혀질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끄덕)..음! 그리해야 해요, 반드시 그리해야 합니다!



s#19. 희빈 처소 마당 (밤)


향이, 급하게 희빈처소 방안으로 뛰어들어간다.


향이 : (다급하게) 마마, 마마! 야단났사옵니다. 야단, 야단!



s#20.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향이를 바라본다.


희빈 : 뭐야?! 중전이 회임을?!

향이 : (울상)..예..그일로 주상전하께오서 중궁전을 바라보는 눈길이 확 달라지셨다 하옵니다.

희빈 : (어지럼증이 나는지 이마를 짚는)..아..

향이 : 마마, 괜찮으시옵니까?..(부축하려는데)

희빈 : 향아, 당장 아버님께 날이 밝는대로 입궐하시라는 기별을 넣도록해라.

향이 : 예, 마마. (일어서서 급하게 방밖으로 나간다)

희빈 : (자기 다짐)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리되서는 아니돼!..아아! (비명을 지른다)



s#2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깊은 생각에 잠겨있고 그 앞에서 금이가 눈치를 보고 앉았다.


경빈 : (혼잣말)..참으로 희안한 일이야...참으로 알수가 없구먼..알수가 없어!

금이 : 이년 생각에도 그렇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으면서도 어찌 함구하고 계시었을까요?

경빈 : ..회임이야 그럴수 있는 일이라고 쳐도...

금이 : ...?!

경빈 : 중전께오서 괜한 트집을 잡으시어 김상궁을 불러다 매를 치신것도 그렇고...

         전하께오서 진노하시어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시자마자 보란듯이 헛구역질을 하여 회임 증상을 드러내신것도 그렇고...

         전후사정이 너무도 딱 들어 맞질 않느냐?

금이 : (갸웃)..예에..그,그렇네요.

경빈 : (생각)..음!

금이 : ..내일 주상 전하께오서 양어의가 중전마마의 진맥을 하는데 친림하시온다니 기다려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사옵니까?

경빈 : 친림이라..? (문득) 금아, 당장 나가 중궁전을 철저히 감시하거라.

금이 : 예에? 이 밤엡쇼?

경빈 : 그래, 내 짚이는 것이 있어 그러니 당장 나가보거라.

금이 : 예, 마마. (급하게 방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 : 분명 뭔가가 있음이야..! 뭔가가...! 뭔가가?!



s#22. 중궁전 방안 (밤)


윤비, 내려진 발너머로 조아리고 있는 양어의를 보고 있다.


윤비 : (이미 많은 말을 나눈 듯) 어떠한가? 내 말대로 해줄수가 있겠는가?

양어의 : (난감한) 하오나, 어찌..어의된 자가 거짓을 아뢸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 자네는 어의일세. 전하와 내 몸을 돌보고 병을 치유하는 것이 어의된 자의 소임일 것이야.

양어의 : 그야 분명 그렇사옵니다만..

윤비 : 사람의 목숨이란것이 침술과 탕약으로만 구해지는 것이 아닐세.

         이번에 내 목숨을 구하는데는 그 어떤 침이나 탕약보다도 양어의의 말 한마디가 효험이 있을것이야.

양어의 : ...!

윤비 : 내 목숨을 자네에게 맡겨도 좋겠는가?

양어의 :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신, 의원의 소임을 다해 중전마마의 목숨을 구해드리겠사옵니다.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 고맙네. 대신 이 방안에서 나눈 이야기는 무덤속까지 가지고 가야할 것이야! 내 말 뜻을 깊이 새겨두시게나!

양어의 : 예, 마마!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고맙네, 내 평생 양어의를 잊지 않을 것이야!



s#23. 중궁전 마당 (밤)


양어의, 중궁전을 나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디론가 급히간다.

금이, 한편에서 양어의를 지켜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금이 : ...!


금이, 급하게 어디론가 뛰어간다.



s#24.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앞에 앉아있는 금이를 놀란 눈으로 본다.


경빈 : 뭬야?! 양어의가 이 시각에 중궁전에서 나왔단 말이더냐?!

금이 : 예, 이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경빈 : 양어의가 이 야심한 밤에 중궁전에 들었다?...(생각에 잠기는)..분명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음이야..

         대체 중전께서 무슨 함정을 파고 계실꼬? 무슨...?! (방문쪽을 휙-돌아본다)



s#25.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알 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배를 어루진다.


윤비 : (미소) 경빈, 네 스스로가 판 함정에 네가 빠지게 될 것이야.



s#26. 난정모 집 마당 (아침)


난정모,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난정, 옷보따리를 잔뜩들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모 : 난정아, 왜 이리 늦었니?

난정 : 인경이 풀리자마자 온다는 것이 깜빡 잠들었다 부랴부랴 오는길이에요. (짐을 내려놓는다)

난정모 : 그랬구나..어제밤에 당추스님과 갖바치 어른께서 오셨었다.

난정 : 그랬었군요?..들어가세요. 어머니.



s#27.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챙겨온 짐을 반닫이쪽에다 챙겨놓는다.


난정모 : (난정모를 걱정스럽게 보다가)..난정아.

난정 : 예?

난정모 : 이 에민 네 혼삿날을 조금 미뤘으면 좋겠구나.

난정 : (돌아보며) 혼사를 미루다니요?

난정모 : 대감마님께오서 옥사에서 고초를 겪고 계시온데 네가 혼사를 올리는 것이 이 에미는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구나.

난정 : (단호하게) 어머니, 이번 혼사는 절대 미룰수가 없어요!

난정모 : 허면 어쩌겠느냐?

난정 : 이년이 어떡해서든 대감마님을 옥사에서 풀려나시게 할 것이니 어머니는 혼사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세요. 아셨지요?!

난정모 : 갖바치어른께서도 너를 믿으라 하셨지만 아무래도 이 에민 걱정이구나.

난정 : ...



s#28.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원형, 어딘지 피곤한 기색으로 사랑채 앞으로 다가와 선다.


윤원형 : (방문쪽에다) 아버님, 기침하셨사옵니까?

윤지임 : (E) (방안에서) 오냐 들어오너라.

윤원형 : 예. (신발을 벗고 방쪽으로 올라선다)



s#29. 동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윤지임 앞에 앉는다.


윤원형 : 아버님, 간밤엔 편히 주무셨사옵니까?

윤지임 : 오냐, 나야 푹 잘잤다만 네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 것을 보니 네 잠자리가 편치 못했던 모양이로구나.

윤원형 : ('정윤겸 일로 밤새 고민을 했다')..아,아니옵니다.

윤지임 : 원형아, 세상을 살아나가는데는 지략도 필요하다만 무엇보다 풍파를 견뎌 내려면 몸이 실해야 하느니라.

윤원형 : 예에?..아, 예.

윤지임 : 뭐니 뭐니 해도 잘 먹고 잠 잘 자는게 보약이다. 몸이 실해야 (머리를 가리키며) 지략도 나오는 법이거든.

            그런점은 네 형을 본받을만 하느니라.

윤원형 : 예, 아버님.

윤지임 : 헌데 요즘 그 닐니리야는 도통 보이지가 않는구나?

윤원형 : 닐니리야라니요?!

윤지임 : 그 되바라진 일편단심 계집년말이다,

윤원형 : (움찔) 아, 예..소자가 이집 출입을 못하도록 단단히 단속해 놨사옵니다.

윤지임 : 행여나 그 닐니리야 때문에 네 마누라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절대 하지 말거라.

            치국평천하하려해도 가화만사성이 바탕이 되어야 되는 것이야! 명심해야 하느니라.

윤원형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30. 동 윤원형 초당 마당


윤원형, 초당쪽으로 오는데 탄실이가 초당마루에 걸레질을 하고 있다가 윤원형을 보고 일어나 조아린다.


탄실 : 나으리, 드시옵니까?

윤원형 : 오냐. (대청위로 올라선다)



s#31.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오면 김씨 놓던 자수를 치우고 일어난다.

배천댁,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앉으며) 부인, 어제는 판부사댁 숙모님과 절에 가셨다지요?

김씨 : 예, 서방님과 합궁일에 액운이 깃들지 않고 만복을 기원하는 치성을 드렸사옵니다.

윤원형 : 그러셨구려..헌데 부인. 헌데 말이요...

김씨 : (보며) 말씀하시지요.

윤원형 : 우리 합궁일을..며칠 미룰수는..없겠지요.

김씨 :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그날 긴한 약조라도 있사옵니까?

윤원형 : 그런 것이 아니라..조정일도 어수선하고..또..

김씨 : 서방님, 친정어머니께서 서방님과 소첩의 사주를 맞춰보신 연후에 택일하신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날 합궁을 하시어야 자손이 번창하고 서방님의 전정 역시 대길하다고 하셨사옵니다.

윤원형 : ..허나 부인 사대부가에서 사주나 궁합을 믿고 따르는것도 그렇고...

김씨 : 사주나 궁합에 철석같이 믿는 것이 아니오라 굳이 좋다는 날을 미룰 까닭이 없지 않사옵니까?

윤원형 : 거야 그렇지요. 알았소, 내 부인 뜻대로 하리다.

김씨 : (뭔가 이상한 느낌)...



s#32. 동 윤원형 초당 방밖 마당


윤원형,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난정(E) : 나으리!

윤원형 : (돌아보면)..?!

난정 : (45회 s#9의 INTER CUT) 이년이 며칠날이라 여쭈었지요?

윤원형 : (E) (낭패한 표정) 허어, 이거 참! 아무래도 난정이와 혼사는 물건너 간 것 같구먼! 물건너 갔어!


윤원형, 한숨을 내쉬며 중문쪽으로 걸어간다.



s#33.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과 송서방, 달래가 짐꾼들이 내려놓는 물건들의 물목을 맞추고 있다.

길상, 술에 취한 걸음걸이로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달래 : (길상을 보고) 오라버니!

능금 : (보고) 길상아! (반갑게 달려가 안기는) 너 무사했구나! 무사했어.

길상 : ...

송서방 : (힐끔거리는 짐꾼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능금아, 벌건 대낮에 뭐하는 짓이냐?!

            이거야 원 낯이 화끈거려서 봐줄수가 없구만. 쯧쯧..

능금 : (길상을 킁킁대며) 아유, 술냄새! 길상아, 웬 술을 이리 마셨어?

길상 : (툇마루쪽으로 가서 털썩 앉는다)..

능금 : (옆에 따라 앉으며) 길상아, 너 대체 무슨 짓거릴 하고 다닌거야?

길상 : ...무슨 짓거리라니?

능금 : (사람들 눈치보며 낮게) 어느 정승대감이 백도주 아저씨한테 당장 너를 잡아다 바치라고 으름장을 놨어!

길상 : (눈을 번뜩)...뭐야?!

능금 : 하지만 너무 걱정마, 백도주 아저씨가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너를 구해준다고 했으니까.

길상 : (벌떡 일어나 대문밖으로 성큼성큼 나간다)

능금 : (길상의 뒤를 쫓으며) 길상아-길상아-


송서방과 달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대문쪽을 본다.



s#34.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 앞에 앉아있는 중갓차림의 사내(*)를 본다.


백치수 : 장서방이 지난달 의주를 떠났다면 늦어도 열흘이면 한양에 당도하겠구먼.

중갓 : 예.

백치수 : (끄덕이며),,음! 열흘 후라..(은자 몇냥 꺼내주며) 애썻네! 이걸로 목이라도 축이게.

중갓 : (받으며 조아리는) 고맙사옵니다.

길상(E) : (방밖에서) 도주어른, 길상이옵니다.

백치수 : (흠짓) 길상이?! (방밖에다) 들어오게! (중갓에게) 자넨 나가보게.

중갓 : 예. (일어난다)


중갓, 방밖으로 나가는데 길상이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고 앉는다.


백치수 : (반갑게 보는) 잘 돌아왔네! 잘 돌아왔어!

길상 : (보며) 도주어르신! 이놈의 하찮은 목숨을 구하려고 재산을 내놓으시며 애쓰실 까닭이 없사옵니다.

백치수 : (영문 몰라) 자네 그 무슨 말인가?

길상 : (살기) 이놈, 오늘밤 다시 월담하여 좌의정의 명줄을 따버릴것이옵니다.

백치수 : 뭐, 뭐라?! 좌의정의 명줄을 따?!

길상 : 예, 그런 연후에 이놈 자결하겠사옵니다!

백치수 : (버럭 길상의 따귀를 치며) 이런 못난 놈! 네 사내자식 그릇이 고작 요것 밖에 안된단 말이냐?!

길상 : ...!

백치수 : (엄한 호통) 남정승의 목을 도려낸다면 네놈 한풀이야 되겠지만 나보고 그 뒷감당까지 해내라는게냐?

길상 : (보며) 허면 이놈 발로 남정승을 찾아가 목을 늘이겠사옵니다.

백치수 : 뭐야?! 네 마치 세상 살기를 포기한 놈 같구나!

길상 : 예, 이놈, 더는 도주어른께 폐를 끼치며 살고 싶은 맘이 없사옵니다!

백치수 : ...!

능금 : (방문 벌컥 열고 들어오며) 안돼! 길상아! (길상 옆에 앉으며) 길상아, 너 죽으면 나도 따라 죽는다!

길상 : ...

능금 : (백도주 보며) 백도주 아저씨, 나하고 약조했잖소!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길상이를 살려주기로 약조했잖소!

백치수 : 길상아! 네 목숨은 내 것이란 것을 잊었느냐?!

길상 : ...!

백치수 : 네 목숨은 내것이야! 이놈아!

길상 : 어르신!

백치수 : 네 목숨값이 열곱 스무곱의 이문을 남겨줄때까지는 네 맘대로 죽을수가 없다.

            허니 잡소리 말고 물러가서 두문불출 하고 있거라!

길상 : 어르신!

백치수 : (연상 쾅!) 어허, 물러가래두!

길상 : (일어서서 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 (따라 일어서며) 길상아!

백치수 : 능금아! 남정승댁에 들러야 할것이니 채비를 차리도록 해라.

능금 : (휙-돌아보며) 아저씨, 증말 길상일 살릴 수 있는거요?!

백치수 : 날 믿으라 하지 않았느냐!

능금 : ..알았소..(풀이 죽어 방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 (혼잣말) 아무래도 길상일 이대로 두어서는 아니되겠구먼...음!



s#35. 대궐 일각


홍경주, 급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가는 얼굴위로.


홍경주 : (E) 중전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니요?!



s#36.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병색의 얼굴로 머리띠를 두른채 앞에 앉은 홍경주를 본다.


희빈 : (힘없는)..어젯밤 중전마마의 회임이 알려진 연후로 전하의 용안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으신다 하옵니다.

         (글썽)..이년은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꼬락서니가 되었습니다..

홍경주 : (허탈한)..음!

희빈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으니 호랑이 등에 날개가 솟은 격이 아니옵니까?

         (글썽) 아버님, 어쩌면 좋사옵니까? 어쩌면 좋사옵니까?

홍경주 : 마마, 힘을 내시옵소서. 어의의 진맥이 끝나봐야 확실한 회임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니 아직은 모르는 일이옵니다.

희빈 : 참으로 하늘도 무심하시옵니다..원망스럽사옵니다. 흐흑..

홍경주 : ...



s#37. 중궁전 외경



s#38. 중궁전 방 안


윤비의 손목에 명주실이 감겨있다. 명주실은 팽팽하게 방문밖으로 연결되어 있다.

윤비의 옆에는 엄상궁이 시중들 듯 앉아있고

그 옆에는 환한 얼굴의 중종과 아랫목에 뭔가 긴장한 표정의 자순대비가 앉아있다.



s#39.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양어의, 눈을 감은채 신중하게 명주실로 전해지는 맥을 짚고 있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조상궁, 오상궁 등이 지켜서서 양어의를 유심히 본다.


양어의 : (눈을 뜨며) 명주실을 푸시옵소서.



s#40. 동 중궁전 방 안


엄상궁, 윤비의 손목에 감긴 명주실을 풀어준다.

자순대비, 윤비를 유심히 본다.


중종 : (방문쪽 돌아보며) 어떠하냐? 중전께서 회임을 하신 것이 분명하렷다?!



s#41.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 (조아리며) 전하! 경하드리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선 회임이 분명하시옵니다. 회임하셨사옵니다!


대전내관과 오상궁, 조상궁은 기쁜미소가 김상궁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잠시 스친다.



s#42. 동 중궁전 방 안


중종 : (상기된 표정으로 방밖을 보며) 분명, 회임이렷다?!



s#43.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 분명! 분명하옵니다. 전하, 감축드리옵니다!



s#44. 동 중궁전 방 안


중종 : (호탕하게 웃으며) 허허허, 중전 회임이랍니다, 회임! 허허.

윤비 : (수줍은 듯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는)..황감하옵니다.

자순대비 : (윤비를 유심히 보는)...

중종 : (자순대비 보며) 어마마마, 중전이 회임을 하였사온데 어찌 덕담 한말씀도 아니 해주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방밖쪽 휙-보며) 양어의, 중전께서 회임을 하신 것이 분명한가?!

윤비 : ...?!

자순대비 : (다짐받듯) 분명하렷다!



s#45.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 (방쪽에다 조아리며) 예, 복중의 아기씨께오서 석달이 넘은 듯 싶사옵니다.



s#46. 동 방 안


중종 : (만면에 웃음으로 끄덕이며)..그래, 그랬을것이야..

자순대비 : (방문쪽 보며 추궁하듯) 헌데 어찌 일전엔 중전께서 회임을 하신것이 아니라 고하였는가?!



s#47.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 (바닥에 고개를 박으며) 신이 미열하와 오진을 하여 전하와 왕실에 대죄를 지었사오니 백번 죽어 마땅하옵니다.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s#48. 동 방 안


자순대비 : 뭐라?!

중종 : (자순대비에게) 어마마마, 중전 스스로도 잉태한 것을 몰랐사온데

         어찌 명주실 한가닥에 의거해 진맥을 한 어의의 죄를 묻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그도 그렇다')..음!

중종 : (방밖을 보며) 중전이 회임을 한 경사스러운 날 과인이 어찌 양어의에게 죄를 줄 수 있겠는가?

         허나 중전께서 대군을 출산 하실때까지는 추호도 어긋남 없이 중전과 용종을 돌보아야 할 것이야.

양어의(E) : (방밖에서)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중종 : 어의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라.



s#49.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 (방문쪽에다 깊숙하게 숙이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일어나 허겁지겁 복도 끝으로 가면 그뒤를 의녀들이 따른다)

김상궁 : (힐끗 보며)...



s#50. 동 중궁전 방 안


자순대비 : (윤비를 보며) 중전, 참으로 경하드립니다. 몇해만에 이 기쁜 소식을 들으니 내 울음이 터질 것 같소, 중전!

윤비 : (고개 숙인채)..신첩, 전하와 대비마마께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중종 : 황공하다니요?!

윤비 : 신첩, 전하와 대비마마께 원자를 위해 회임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을 하였사온데 이리 회임을 하였으니...

         (목이 메이고 눈물이 글썽)..두분께 거짓을 고한셈이 되었사옵니다!

중종 : 중전, 과인이 어찌 중전의 깊은 속을 모르겠소?...과인은 이렇듯 용종을 잉태해준 중전이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울 뿐이오.

자순대비 : 중전, 주상 말씀이 옳습니다. 중전께서 회임을 하신 것은 나라의 경사이자 왕실의 천복입니다.

               허니 그런 심려거두시고 꼭 대군을 낳아주세요.

윤비 : ...!

중종 : 그래요, 중전. 어마마마 말씀대로 원자에게 대군 아우를 보게 해주셔야 합니다.

윤비 : ..황감하옵니다.

자순대비 : (다가와 앉으며 윤비의 손을 쥐며) 중전, 첫회임이시니 특히 몸보중을 하셔야합니다.

윤비 :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회임을 하신 일로 이제껏 조정과 왕실에 드리워있던 먹구름이 걷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중종 : 예에, 소자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어마마마!

윤비 : ...!



s#5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뭬야?! 중전이 회임을 한 것이 틀림없다?!

금이 : 예.

경빈 : 양어의, 그 놈이 그리 진맥을 했다더냐?!

금이 : 예, 전하께오서 중전마마의 회임을 오진했던 양어의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고 하옵니다.

경빈 : (의혹 가득한 표정으로 되씹는)..양어의 같은 명의가 어찌 맥을 잘 못 짚을 수가 있단 말이냐? 어찌...?

나인 : (E) (방밖에서) 경빈마마, 화천군 드셨사옵니다.

경빈 : (휙-보며) 뫼시어라.

나인 : (E) 예.


방문이 열리면 심정이 들어오고 금이는 일어서서 조아리고 나간다.


심정 : (급하게 앉으며) 마마,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요?! 중전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니요?!

경빈 : (불쑥) 아직은 모르는 일입니다!

심정 : 예에? 아직 모르다니요?! 중전마마께서 전하와 대비마마의 안전에서 진맥을 하였다고 들었사온데..

경빈 : (연상을 쾅)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직은 그리 단정할 일이 아닙니다.

심정 : (움찔)...!

경빈 : (노려보며) 이사람이 반드시, 반드시 흑막을 밝혀내고야 말것입니다!



s#52. 갖바치 집 외경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있다.



s#53.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당추, 방백인이 조촐한 술상앞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당추 : 내 손으로 난정이를 받아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애가 어느덧 시집을 간다니..허어 참..! (한잔 마시는)

갖바치 : 그러게 세월이 쏜살같다 하지 않았소이까?

방백인 : 헌데 형님들, 난정이가 말이요? 대체 누구 핏줄이오?

당추 : 누구 핏줄이라니?! 그 무슨 깜냥 없는 소린가?

방백인 : 형님, 이 놈을 속일 생각 마시오. 난정이 관상에 서려있는 귀골이 누구의 핏줄인지가 궁금해서 여쭙는게요!

갖바치 : (진지하게) 자네가 그리 궁금해 하니 어쩔수 없구먼. 내 일러줌세.

당추 : 아우님!

갖바치 : 대신 뉘게도 입을 다물어야하네.

방백인 : 요 입에다 자물통을 꽉 채울테니 그런 걱정일랑은 붙들어 매 놓으슈. (바짝 앉으며) 난정이가 대체 누구 씨요?

갖바치 : 난정이 아비는 말일세..

방백인 : (갖바치를 주시하는)..예.

갖바치 : 여기 계신 당추형님일세.

방백인 : 예에?

당추 : 으하하! 맞네 내 이빨로 탯줄을 끊고 난정이를 받아냈으니 내가 애비고 말고! 으하하.

방백인 : 에이 형님들도 다 늙은 놈을 놀리기요?

당골네 : (E) (방밖에서) 난정이 왔구나?

당,갖,방백인 : (돌아보는)...



s#54. 동 갖바치 마당


당골네, 난정이를 맞이하고 있다.


당골네 : 난정아, 혼사채비는 잘 되어가느냐?

난정 : (미소) 덕분에요. 헌데 아주머니 병은 다 나으셨어요?

당골네 : 으응..그래...

난정 : 안에들 계시지요?

당골네 : 그래, 들어가보거라. (방쪽 돌아보며) 난정이가 왔습니다요.

갖바치 : (E) (방안에서) 들어오너라, 난정아.

방백인 : (방문열고 나오며) 난정이 왔느냐?

난정 : 예. (방안으로 들어가는)

당골네 : (난정 뒷모습을 보며) 아무튼 부럽다, 부러워. 나도 연지곤지 찍어봤으면 여한이 없겠네.

방백인 : (흘기며) 다 늙어빠진 여편네가 연지곤지타령은?! (뒷곁으로 가버리는)

당골네 : (삐죽대는)



s#55.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당추와 갖바치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다.


난정 : (앉으며) 당추스님께오선 세상에 갓 태어난 제 목숨을 구해주시었고, 갖바치 아저씨께오선 어려서부터 제게

         살아갈 길을 일깨워 주셨으니 (글썽) 이 년 평생, 두분의 은혜와 가르침을 잊지 않을것이옵니다.

당추 : (뭉클하다)..!

갖바치 : (감회)..음!

당추 : 허허, 내 승려된 몸으로 입에 담을 소리는 아니다만 딸 자식 시집을 보내는 심정이 꼭 이와 같을 듯 싶구나.

난정 : 두분 모두는 이년의 아비와 마찬가지이시옵니다.

갖바치 : 난정아, 도총관대감께오서 금부 옥사에 계시다고 들었느니라.

난정 : ...

갖바치 : 네 도총관대감을 구할 방책이라도 가지고 있는게냐?

난정 : 이년이라고 무슨 방책이 있겠사옵니까? 허나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대감마님을 방면토록 할 것이오니 걱정마시옵소서.

갖바치 : ...!



s#56. 의금부 옥사 마당


박희량, 정렴과 옥련을 데리고 옥사 앞으로 다가온다.


박희량 : (주위를 살피며) 어서 들어가보게나.

정렴 : 고맙네 이사람.

옥련 : ..고맙사옵니다 희량도련님.


정렴과 옥련, 옥사안으로 들어간다.



s#57. 동 의금부 옥사 안


정윤겸, 수척한 얼굴이지만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렴과 옥련, 정윤겸이 갇힌 옥창살 안으로 다가온다.


정렴 : 아버님! 소자이옵니다.

옥련 : (글썽) 아버님!

정윤겸 : (눈을 뜨고 보며 흠짓) 너희들이 여긴 어찌 들어왔느냐?

정렴 : 희량이가 금부도사와 줄을 대어 이렇듯 뵈올수 있게 해주었사옵니다.

정윤겸 : 뭣이라? 희량이 그 놈이!..음!

옥련 : 아버님, 아버님께오서 옥사에 들어오신 연후로는 곡기도 끊으시고 물한모금 드시지 않는다고 들었사옵니다.

정윤겸 : 죄인의 몸으로 어찌 나라밥 한톨, 물한모금을 축낼수 있단 말이냐?

정렴 : (눈시울 붉어지는) 아버님!

옥련 : 아니되시옵니다, 아니되시옵니다. 아버님 존체를 보중하시옵소서.

정윤겸 : 애비는 괜찮으니 이만 돌아들가거라.

정렴,옥련 : 아버님!

정윤겸 : 어허, 어서 돌아들가래두! (눈을 감아버린다)



s#58. 동 옥사 밖


박희량, 기다리고 있는데 정렴과 옥련이 힘없이 나온다.


박희량 : (두사람앞으로 다가서며) 남들 눈에 띄어서 좋을게 없으니 어서 나가세.

정렴 : 자네, 정말 내 아버님을 구명할 방도가 있는가?

박희량 : (끄덕끄덕) 선비가 어찌 한 입으로 두말을 내뱉겠는가? 염려마시게.

옥련 : 소녀, 도련님만 믿겠사옵니다.

박희량 : 믿으시오, 낭자.


박희량, 정렴과 옥련을 인도하여 어디론가 간다.



s#59. 자운아 기방 안채 외경


심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채 방쪽을 보고 섰다.


옥매향 : (E) (안방에서) 오마니,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시라요!



s#60.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병색의 자운아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옥매향, 대야물에 수건을 적셔 자운아의 이마를 닦아주고 있다.


자운아 : (힘없는)..매향아, 내레 파릉군 나으리께서 귀양 가신게 내 탓인것만 가타, 똑 듁고만 싶구나..

옥매향 : 오마니, 기딴 말 마시라요! 아바디께서 귀양가신거이 됴뎡 소인배들 탓이디 어띠 오마니 탓이야요?!

자운아 : 뭐이..?

옥매향 : (분개) 내레 이 두손에 권세만 있었으면 고런 소인배들을 됴뎡에서 확 쓸어버리갔시오!

            님금님께서 와 소인배들 말만 들으시는디 모르갔시요!

자운아 : 에미나이래 함부로 입방뎡 떨디 말라우. 기러다가 너까디 금부에 끌려가 티도곤을 맞고 싶은거이네?!

옥매향 : (시무룩) 알았시오..

자운아 : (한숨)...나으리께서 뎨듀도까딘 무탈하게 가셨는디 모르갔구나..

옥매향 : (문득 눈을 반짝이며) 오마니, 텽이라도 넣어보믄 어때요?

자운아 : 텽?

옥매향 : 기래요! 우리 기방에 드나드시는 덍덍한 대감님들한테 아바딜 구명해달라고 텽하면 설마 모른테 하시딘 않을거야요.

자운아 : 민한 소리 말라우. 대감들이란 됵속들은 기생년들 앞에선 위풍당당한텩 큰 소리 텨봐도 뎨 모가디가 걸린 닐에는

            간이 콩알보담도 못한 법이야. 알간?! 그깟 놈들 믿디 말라우!

옥매향 : (걱정스러운) 기럼 어뗘디요?

자운아 : (한숨) 어뗘긴..나으리께서 무탈하시길 부텨님께 일구월심으로 발원드릴수밖에 더 있간?



s#61.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앞에 앉은 김안로를 놀란 눈으로 본다.

윤임 옆에 앉아있던 윤임처도 경악하여 김안로를 본다.


윤임 : 예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단 말씀이오이까?!

김안로 : (침통한) 그렇사옵니다.

윤임처 : 그럴리가요? 대감께오서 무언가 잘못 들으신 것은 아니시온지요?

김안로 : 틀림없사옵니다. 어의가 전하와 대비마마앞에서 중전마마의 진맥을 하였답니다!

윤임처 : ...!

윤임 : (당황한 눈동자)..허어,허어..어찌 이런 일이? 원자의 앞날을 위해 회임을 아니하시겠다고

         천명까지 하오신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어찌..?!

김안로 :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이옵니다.

윤임 : 음! 부인 당장 파산부원군댁에 발걸음을 해서 중전마마의 회임에 대해 소상히 알아보시구려!

윤임처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 (허탈한 혼잣말) 허, 원자를 보호해달라고 중전의 자리에 밀어올렸거늘 이리 뒷통수를 치다니?!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선 참으로 무서우신 분이시옵니다. 앞으로는 원자아기씨께오서 후궁들 뿐만 아니오라

            중전마마를 경계하셔야만 할것이옵니다.

윤임 : (아직도 믿기지 않는)..이럴수가..이럴수가..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격이로구려.

김안로 : 대감, 승후관 형제들에겐 속내를 털어놓아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윤임 : (끄덕 끄덕)...그래야겠지요..

김안로 :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시온다면 원자아기씨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윤임 : 허면 어쩌면 좋겠소이까?

김안로 : 우리가 믿을 곳은 대비전 밖에는 없는 듯 싶사옵니다.

윤임 : ..음! 당장 입궐하여 대비마마를 뵈옵시다.

김안로 : 그리하시지요.



s#62. 편전 외경


일동(E) :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s#63.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홍경주,이유청(*),심정, 김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희색) 과인은 이번 중전의 회임을 조정신료들은 물론이요, 신민들과 더불어 경하하고자 하오!

홍경주 : (입맛이 쓰지만)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온 것은 전하의 성덕과 조종조께오서 돌보아주신 음덕이라 생각하옵니다.

            하오니 중전마마께오서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거라 믿사옵니다.

중종 : 고맙구려, 남양군. 과인은 오랑캐의 침탈에 고충을 겪고 있는 함경도 변방과 왜구들의 침탈에 고충을 겪고 있는

         전라도 해안 백성들의 조세를 탕감해주고, 또한 죄인들을 사면코자 하는데 경들의 뜻은 어떠하시오?

김전 : 전하의 우악하오신 성은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신이 어명을 받들어 거행 하겠사옵니다.

중종 : 금부에 하옥되어있는 정윤겸의 죄상에 대한 공론은 어찌되었소?

김전 : 의정부와 삼사에서 공론을 모으고 있사오니 조만간 정윤겸의 죄상이 드러 날 것이옵니다.

중종 : 정윤겸은 무공을 많이 세운 무관이요. 그런 사람을 문초도 아니하고 금부에 잡아 가두는 것은 자칫 욕이 될 수도 있으니

         서둘도록 하시오.

김전 : 예. 분부대로 거행 하겠사옵니다.

중종 : 김승지.

김승지 : 예, 전하.

중종 : 좌의정이 몸이 불편하여 등청을 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바, 과인이 좌의정의 쾌차를 위해 탕약을 내리고자 하니

         내의원에 그리 전하도록 하라!

김승지 : 예.



s#64. 남곤 사랑채 외경



s#65.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연상위의 놓인 문서뭉치를 보고 앉았다.

그 앞에서 백치수와 능금이 남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남곤 : (백치수를 휙-보며) 나보고 이것을 받고 대신 길상이란 놈의 목숨을 살려 달라 이 말인가?!

능금 : (불쑥) 예! 대감마님.

백치수 : (능금에게 나서지 말라는 눈치주며) 예, 대감마님. 이놈이 맡아두었던 팔도의 노른자 땅으로만 골라 바치는 것이옵니다.

남곤 : (문서뭉치를 백치수 앞에 던지며 어금니를 무는) 자네 내 말 명심하게! 삼 일 내로 그 총각놈을 내 앞에 끌고 오지 않으면

         자네는 물론이고 자네 식솔들까지도 모두 제명에 죽지는 못할 것이야!

백치수 : (당황하여) 대,대감마님!

남곤 : (외면하며) 그리 알고 돌아가게나!

능금 : 예! 돌아가지요! (벌떡 일어나 쿵쿵거리며 나간다)

남곤 : (어이없는) 저런..저!

백치수 : (조아리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s#66. 어느 길


백치수와 능금이 걸어온다.


능금 : (따지듯) 이제 어쩔거요?! 정승대감이 재물을 퍼줘도 싫다니 우리 길상일 어쩔거냔 말이오?!

백치수 : (생각에 잠겼다가)...

능금 : 말 좀 해보슈, 말을!

백치수 : (불쑥 멈춰서며) 음!..기한만 늦출수 있다면?

능금 : 예? 그게 무슨 말이오?

백치수 : (능금보며) 열흘후면 내가 일전에 말한 니 독선생이 한양에 당도할게다.

능금 : (영문 몰라) 근데요?

백치수 : 그 사람이라면 길상이의 목숨을 구할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능금 : 예에?

백치수 : (휘적 휘적 걸어간다)

능금 : (그 뒤를 부지런히 쫓으며) 대체 독선생하고 길상이하고 무슨 상관이요?!



s#67.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칼이 박혀있는 베개를 뚫어지게 내려다 보는 얼굴위로.



s#68. 후레쉬 백(46회 s#59의)


복면쓴 길상, 베게에 휙-칼을 꽂아버린다.


길상 : 네 한번만 더 소인배 노릇을 했다간 다음번에는 네 놈 명줄을 끊어버리겠다! 네 항상 머릿속에 넣고 살아라, 알겠느냐?!



s#69.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분노의 표정으로 연상을 쾅! 내려친다.


남곤 : (벼르는) 내 그놈을 갈갈히 찢어죽여도 시원치가 않음이야!

중치막 : (E) 대감마님, 파산부원군댁 승후관께서 찾아오셨사옵니다.

남곤 : (찌푸리며)..에잉, 하필이면 이럴 때..(베개를 치운다)



s#70. 동 남곤 사랑채 방 밖


중치막 뒤편에 윤원형이 서있다.


남곤 : (E) 들라해라.

중치막 : 예. (윤원형에게) 드시지요.

윤원형 : 고맙네. (방안으로 들어가려다 돌아보며) 자네 이름이 뭔가?

중치막 : 이놈에겐 이름 같은건 없사옵니다.

윤원형 : 거 재미있는 놈이로구먼. (방안으로 들어간다)

중치막 : (노려보는)...!



s#71.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남곤 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베개는 없다)


윤원형 : (남곤의 안색을 살피며) 대감마님, 어디가 불편하시옵니까?

남곤 : (보며) 도대체 자네가 어인 연유로 내집엔 드나드는겐가?

윤원형 : 어인 연유라니요? 이놈, 대감마님께 정치를 배우고자 함이라 말씀올리지 않았사옵니까?

남곤 : 오늘은 내 심기가 불편하니 이만 돌아가게나.

윤원형 : 대감마님, 이놈 이왕 발걸음을 했사오니 정치에 대해 한말씀 일러주시지요.

남곤 : 허어, 이보게.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윗사람의 심사를 잘 살펴야 하는걸세.

윤원형 : 눈치요?! 아, 예에, 윗분들의 입속의 혀처럼 굴라 이 말씀이시옵니까?

남곤 : 입속의 혀?!

윤원형 : 예, 대감마님, 이놈이 대감마님의 입속의 혀노릇을 잘 해낼 자신이 있사오니 이놈한테 한자리 내려주시지요.

남곤 : (버럭) 이보게, 내 오늘은 심기가 편치 못하니 돌아가라는 말 못들었는가?!

윤원형 : (움찔)..예에 돌아가라닙쇼?!

남곤 : 자네같이 혀노릇을 했다가는 단박에 깨물려 짤려나가기 십상일테니 당장 돌아가게!

윤원형 : (짐짓 멀뚱멀뚱)...?

남곤 : 어서!

윤원형 : 대감말씀에 따르겠사옵니다. (일어나 나간다)



s#72. 윤원형집 대문 앞 길


윤원형,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걸어온다.


윤원형 : (E) 윗사람의 눈치를 잘살피라고?! 정승자리에 앉아있는 대감이 내뱉는 말따위 하고는?! (휙-돌아보며) 에잉!

윤원로 : (E) (길 반대편에서) 원형아!


윤원형, 돌아보면 홍경주와 윤원로가 나란히 사인교를 타고 오고 있다.


윤원형 : ..혀,형님?!


홍경주와 윤원로의 사인교가 윤원형 앞에 다가와 멎는다.


윤원형 : 아,아니, 남양군대감 아니시옵니까? (넙쭉 땅바닥에 절하며) 대감께오서 이 누추한 곳까진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홍경주 : (미소) 내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러 왔네.

윤원형 : (후다닥 일어나) 회,회임이요?! 지금 회임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윤원로 : (으쓱하여) 그래, 우리 중전마마께오서 용종을 잉태하셨단다!

윤원형 : (충격)...!



s#73. 대궐 후원


윤비, 온화한 표정으로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거닐고 있다.


윤비 : (엄상궁에게) 금족령이 풀려 후원을 거닐고 있으니 참으로 평안하구먼.

엄상궁 : 가끔 후원에 발걸음을 하시오면 마마의 복중 아기씨께도 좋을것이라 생각 하옵니다.

윤비 : (끄덕끄덕)..그럴게야.


창빈,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맞은편에서 걸어온다.


창빈 : (다가와 조아리며)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 (미소) 고맙소, 창빈. 걸읍시다. (앞서가면)

창빈 : (그 옆을 따르는) 중전마마, 이번에 꼭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아무도 감히 중전마마를 폄훼(貶毁)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알 듯 모를듯한 미소)...폄훼하지 못한다? 내 창빈의 말을 새겨두리다.


윤비와 창빈, 담소를 나누며 걷는다.



s#7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누군가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내려진 발 너머로 양어의가 조아리고 앉았다.


경빈 : (노려보며 씹어 뱉는) 양어의, 기억하시는가?!

양어의 : (난감한)...

경빈 : 지난번 중전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셨다는 말에 목숨을 걸겠다고 했지!

양어의 : (죽을 맛이다)..마,마마..

경빈 : 내 다시 한번 묻겠네! 중전마마께오서 정녕 회임을 하셨는가?!

양어의 : (어쩔줄 모르는)...

경빈 : (연상을 쾅 내려치며)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느냐고 물었다!!

양어의 : 마마, 차라리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경빈 : 암, 자네 말에 추호라도 거짓이 실렸다면 자네는 물론이거니와 자네 가문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야!

양어의 : ...!

경빈 : 내 마지막으로 묻겠네. 중전마마께오서 용종을 잉태하셨는가?!

양어의 : (다급한)..마마, 바른대로 고하면 이놈의 목숨을 살려주시겠사옵니까?!

경빈 : 자네 목숨은 자네의 혓바닥이 바른 말을 하느냐에 달려있음이야.

양어의 : (결심한듯)...주,중전마마께오서는...

경빈 : (주시하는)...

양어의 : ..회, 회임이 아니시옵니다..(고개를 방바닥에 박는다)

경빈 : 뭬야?! 회임이 아니다?! 회임이 아니다?! 헌데 네 어찌 전하와 조정을 기망 하였단 말이냐?!

양어의 : (눈물)..중전마마께오서..새벽녘에 소신을 불러들이시어 전하께 회임이라 여쭈라 명하시어...

            신은 따를 수밖에 없었사옵니다..신의 목숨을 살려주시옵소서..흐흑..

경빈 : (약점을 쥐었다)..그래, 그랬단말이지?!


경빈, 호호호호- 미친듯이 웃어댄다.



s#75. 난정 초가 마당


난정, 당의를 갖춰 입고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온다.

금이, 대문안으로 들어와 난정을 노려본다.


난정 : 네 예까지 무슨 일이냐?

금이 : (비웃음을 머금은) 경빈마마께오서 널 급히 들라하신다.

난정 : (뭔가 불길한) 경빈마마께오서?



s#7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다.


금이 : (E) (방밖에서) 경빈마마, 명하신대로 난정이 불러 들였사옵니다.

경빈 : 들이거라.

금이 : (E)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난정이 방안으로 들어와 경빈 앞에 절을 올리고 앉는다.


난정 : (미소) 마마, 이년을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 (미소) 오냐, 내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불러들였느니라.

난정 : 안그래도 이년 마마를 찾아뵈올 참이었사옵니다.

경빈 : 그랬더냐?..난정아, 종아리 상처는 많이 아물었느냐?

난정 : 예..모두가 마마께오서 마음을 써주신 덕분에 걸을만 하옵니다.

경빈 : 중전마마께 회초리를 맞을 때 참으로 많이 아팠을 것이야.. 그렇지 않느냐?

난정 : (영문몰라) 예에?

경빈 : (쏘아보며 버럭) 네 이년?! 감히 되먹지 못한 고육책따위로 뉘를 기망하려 드는게냐?!

난정 : ...?!

경빈 : (살기까지 뿜는) 이런 쳐죽일 년!!


난정, 움찔 놀라 경빈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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